2015/06/09

미태평양사령관은 요즈음 밤잠을 설친다

[한호석의 개벽예감](162)
자주시보 2015년 06월 0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비결은 치밀한 작전계획과 압도적인 무력
2. 핵탄과 함께 기만탄 사출하는 다발식 재진입체
3. 너무 커서 자행발사대에 싣지 못하는 조선의 초대형 미사일
4. 미국 군부가 처음 보는 조선의 신형 미사일 10발 
5. 이미 시작된 전초전에서 어느 쪽이 이겼나? 

▲ <사진 1> 미국에서 통일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1862년 10월 3일 링컨 대통령과 조지 맥클릴런 북군사령관이 전선을 시찰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통일전쟁에서 전술적 패배를 거듭하던 북군이 결국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링컨의 신념인데, 그는 통일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가짔기에 전투에서 계속 퍠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이길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북군이 당시 최첨단통신수단인 전보를 사용한 것이다. 남군지휘부는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연락병을 통해 지휘통신을 보장하였지만, 북군지휘부는 전보를 통해 신속하게 지휘통신을 보장하였다. 미국통일전쟁은 사상정신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준비되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 자주시보


1. 비결은 치밀한 작전계획과 압도적인 무력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5년 2월 27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새로 꾸린 근위부대관을 돌아보면서 “조국통일대전을 눈앞에 둔 오늘의 정세는 모든 부대들이 전쟁에 대처할 수 있는 정치사상적, 군사기술적, 물질적 준비를 충분히 갖춘 근위부대가 될 것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민군대의 모든 부대들이 근위부대운동을 힘있게 벌림으로써 미제와 반드시 치르게 될 앞으로의 싸움에서 미제의 성조기와 추종세력들의 기발을 걸레짝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세인식은 조국통일대전이 임박했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고, 그 전쟁에 대한 전망은 조선인민군이 이길 것이라는 신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 바야흐로 조선은 통일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세계전쟁사에 통일전쟁의 전형으로 기록된 전쟁은 1861년부터 1865년까지 벌어졌던 미국내전(American Civil War)이다. <사진 1> 미국통일전쟁에서 62만~85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 전쟁이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한 사람도 없다. 만일 미국에서 통일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 나라는 남측의 아메리카연합국(CSA)과 북측의 아메리카합중국(USA)으로 영구분단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통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미국을 영구분단위기에서 구출한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을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위인으로 추앙하는 것이다.

150여 년 전 미국이 통일전쟁을 벌였던 것처럼, 지금 조선도 통일전쟁을 벌이려고 한다. 그런데 조선이 벌이려는 통일전쟁은 미국의 통일전쟁과는 생판 다른 전쟁이다. 당시 미국은 전쟁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4년 동안 격전이 지속되어 62만~85만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조선은 지난 60년 동안 계속해온 전쟁준비를 완료한 까닭에 압도적인 무력을 동원하는 순간충격전법으로 상대의 급소를 강타하여 단숨에 전쟁을 결속하고 전쟁피해를 극소화하려는 것이다. 조선의 주장에 따르면, 조국해방전쟁(6.25전쟁의 조선식 명칭)은 격전이 3년이나 지속되어 혹심한 전쟁피해를 입었으나, 조국통일대전은 3일 안에 금방 끝날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전쟁을 72시간 안에 초고속으로 끝낼 비결은 치밀한 전쟁계획과 압도적인 무력인데, 조선에게 과연 그런 비결이 있다는 말인가?  

첫째, 조선이 치밀한 통일전쟁 작전계획을 가졌는가 하는 문제부터 고찰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전쟁계획은 극비사항이므로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한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5년 1월 8일부 보도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8월 25일 강원도 원산에서 진행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새로운 작전계획을 승인”하였고, 각급 부대들이 그 작전계획에 따라 “세부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여 훈련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조선의 조국통일대전 작전계획이 아주 치밀하게 수립되었고, 조선인민군 각급 부대들은 지난 3년 동안 치밀한 작전계획에 따른 실전연습에 열중하여 오늘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선의 새로운 작전계획은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군 주력부대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7일 안에 전쟁을 끝내려는 작전계획인데, 이를 위해 “핵, 미사일, 방사포, 특수전부대 등 비대칭전력을 동원하여 초기에 기선을 잡은 뒤에 재래식무력으로 전쟁을 마무리하게 된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보도기사에서 조선의 통일전쟁이 7일 전쟁으로 될 것처럼 말한 것은 착오다. 왜냐하면, 전시에 미국이 주력부대를 증원군으로 급파하면 4일 만에 한반도 전선으로 밀려들 것이므로, 조선인민군은 통일전쟁을 무조건 3일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의 통일전쟁 작전계획은 작전시간을 72시간 이상 넘기지 않는 전대미문의 초단기작전계획이라고 보아야 이치에 맞는다. 만일 조선의 통일전쟁이 그런 작전계획에 따라 실제로 진행된다면, 그 전쟁은 세계전쟁사에 전무후무한 초단기속결전으로 될 것이다.

둘째, 조선이 통일전쟁 작전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한 것과 더불어 압도적인 무력도 준비하였는지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군부와 군사전문가들은 압도적인 무력이라는 말 대신에 교전상대가 갖지 못했거나 또는 교전상대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무력을 뜻하는 비대칭무력(asymmetric armed force)이라는 말을 쓰는데, 압도적인 무력이라는 말이나 비대칭무력이라는 말은 사실상 같은 뜻이다. 위에 인용한 <중앙일보> 2015년 1월 8일부 보도기사에서 한국 정부 당국자는 조선이 가진 비대칭무력을 핵무기, 미사일, 방사포, 특수전부대라고 열거하였다.
하지만 조선은 핵무기, 미사일, 방사포, 특수전부대를 가진 것 이외에도 네 가지 비대칭무력을 더 가졌는데, 그것은 항공연합부대, 잠수함연합부대, 고속기동함대, 싸이버전부대다. 그러므로 조선이 가진 비대칭무력은 여덟 가지나 되는 것이니, 미상불 압도적인 무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사진 2> 미국군이 보유한 전술핵탄 W70이다.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된 이 핵탄은 단거리전술미사일에 장착하여 발사된다. 이 핵탄의 폭발력은 1킬로톤에서 100킬로톤까지 다양하다. 이런 전술핵탄은 중성자탄으로 이용된다. 조선도 그와 같은 전술핵탄을 가졌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중성자탄을 장착한 초정밀전술미사일을 작전배치한 것이다. 1킬로톤급 중성자탄 1발의 파괴범위는 500-600m밖에 되지 않지만, 그 범위 안에 있는 적의 기갑무력은 모두 파괴된다. 조선인민군 전방부대가 주체포로 중성자탄 10발만 발사해도 전방에 배치된 미2사단은 순식간에 몰살당한다.     © 자주시보

조선이 가진 여덟 가지 비대칭무력 가운데 누구나 첫 번째로 손꼽는 것은 핵무력이다. 조선은 2013년 5월 21일 언론보도를 통하여 핵탄의 소형-경량-다종-정밀화를 이미 완성하였다고 언명하였는데, 그 말은 첨단핵기술로 개발한 강력한 핵무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사진 2>

그런데 그 보도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오늘 우리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쓰인 문장이다. 소형-경량-다종-정밀화된 핵탄을 가졌다고 쓰지 않고, 소형-경량-다종-정밀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쓴 것은 소형-경량-다종-정밀화된 첨단핵탄보다 더 앞선 최첨단핵탄도 가졌음을 암시한 것이다.

지금 통일전쟁을 앞두고 있다는 조선이 그 전쟁을 72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하는 가장 유력한 근거는 교전상대를 압도하는 핵무력을 가진데서 찾을 수 있는데, 그런 압도적인 핵무력의 존재는 최첨단핵탄 보유사실을 암시한 위의 인용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선이 위의 인용문에서 보유사실을 암시한 최첨단핵탄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핵탄을 말하는 것일까?
 
 
2. 핵탄과 함께 기만탄 사출하는 다발식 재진입체
 
오늘날 핵탄공학부문에서 가장 앞선 최첨단기술은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그 이상의 핵탄공학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러시아, 중국의 핵탄공학기술은 지난 반세기 동안 단발식 재진입체(Reentry Vehicle, RV)→다발식 재진입체(Multiple Reentry Vehicle, MRV)→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MITRV)로 발전되어왔다.

핵탄공학기술의 최신, 최고결정체인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가 무엇인지 알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탄도비행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추진로켓 3개가 차례로 연소, 분리되면서 외기권으로 상승한 핵탄이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타격목표를 향해 내리꽂히는 극초음속하강비행을 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상상하지만, 실제는 상상과 다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탄도비행과정을 세분하면, 추진단계→중간경로단계→하강단계→종말단계로 나뉜다. 추진단계에서는 단계적으로 연결된 3단 추진로켓들이 차례로 연소, 분리되면서 상승비행궤도를 타고 외기권으로 높이 올라가는데, 그 때 2단 추진로켓은 탄도를 수정하면서 상승비행을 한다. 중간경로단계에서는 외기권에 도달한 3단 추진로켓과 후추진체(post-boost vehicle)이 분리되는데, 사실상 4단 추진로켓으로 볼 수 있는 후추진체는 축고도제어장치(axial altitude control device)를 가동하여 비행자세를 잡으면서 재진입체를 탄도비행궤도에 진입시킨다. 하강단계에서는 재진입체에서 사출된 핵탄이 하강비행궤도를 타고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극초음속하강비행을 한다. 종말단계에서는 핵탄이 타격목표를 향해 극초음속으로 돌진하여 폭발한다. <사진 3>

▲ <사진 3> 재진입체에서 사출된 핵탄이 하강비행궤도를 타고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극초음속하강비행을 하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린 상상도다.     © 자주시보

여기서 나의 체험담을 다시 꺼내놓게 된다. 2013년 6월 5일 나는 평양 만경대구역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참관하였는데,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 실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실물이라고 하지만, 신관, 폭탄, 산화제, 연료를 모두 제거한 전시용 실물이다. 강화유리로 만든 높이 30cm의 원형기단 위에 높이 2.5m의 굵은 불수강파이프 지지대가 V형으로 원형기단 외곽에 빙 둘러 설치되었는데, 화성-13호는 그 지지대 위에 얹혀 있었다. 나는 원형기단 중앙부에 들어가 로켓발동기 분사구  6개를 만져보았다. 그 때의 인상 깊은 체험은 2013년 7월 30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무장장비관 견문록(5) 내 손끝에 전해진 화성-13의 짜릿한 금속감촉’에 서술되었다.

그런데 그 때 나를 안내하던 무장장비관 해설강사는 화성-13호 앞에서 “이 전략로케트는 추진부가 3단, 전투부가 1단으로 구성된 4단형 로케트”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퍽 나중에 가서야 그 해설강사가 말한 전투부가 후추진체를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조선에서는 3단 추진로켓으로 구성된 추진체(booster)를 추진부라 부르고,  재진입체와 탄두로 구성된 후추진체(post-boost vehicle)를 전투부라 부르는데, 바로 그 전투부에 다발식 재진입체가 들어가는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13호가 군사행진에 등장하였다. 그 전투부에 다발식 재진입체가 들어간다. 다발식 재진입체는 핵탄과 기만탄, 알루미늄박막을 사출하기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로는 막을 수 없다.     © 자주시보

그런데 하강단계에 들어선 재진입체에서 핵탄이 사출될 때, 기만탄과 알루미늄박막(chaff)도 함께 사출된다. 여러 발의 핵탄과 기만탄이 함께 사출되면 적의 식별레이더를 교란시킬 수 있고, 알루미늄박막까지 공중에 흩뿌려놓으면 핵탄을 향해 날아오는 요격체의 추적비행을 교란시킬 수 있다.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배속된 고성능식별레이더가 제아무리 최첨단기술로 만든 것이라 해도 외형과 비행속도가 서로 똑같은 핵탄과 기만탄을 구분하는 초감도지능은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런 지능은 영원히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해보겠다고 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만들어놓은 미사일방어체계는 다발식 재진입체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능력을 강변하는 과장선전에 매달리고 있으며, 미사일방어체계의 기존성능을 개량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계속 퍼붓고 있다. 이미 막대한 개발자금과 운영자금을 먹어치운 무용지물이 막대한 개량자금을 추가로 먹어치우는 것은,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한 미국 군수산업자본이 천문학적인 추가이윤을 가로채가는 갈취행위로 보인다.

원래 군수산업자본은 무기생산을 멈추는 즉시 몰락하기 때문에, 군수업체들은 새로운 무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거나 기존무기체계를 자꾸 개량해야 자기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군수업체의 생리는 그처럼 전쟁승리보다는 이윤추구에 맞춰져 있으므로, 그들은 자기들이 만든 무기가 실전에서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 별로 관심하지 않으며, 무기성능평가시험만 통과하면 무기조달비용을 걷어갈 수 있는 것이다.

돈만 밝히는 미국 군수업체들 속에 엄청난 부정비리가 만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 부정비리는 2012년 5월 21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드러났는데, 미국 군수업체들이 각종 군용기를 제작하면서 중국산 짝퉁 전자부품을 100만 개 이상 사용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미국 군용기들이 자꾸 추락하거나 불타는 사고가 빈발한다. 이를테면, 2014년 6월 23일 이륙비행을 하다가 치명적인 엔진결함으로 불타버린 미공군 전투기 F-35A가 작전에 배치될 수 없게 된 사정, 미해병대가 보유한 전투기, 수송기, 헬기 가운데 19%에 이르는 159대가 각종 기계고장을 일으켜 84억 달러를 들여 대폭수리해야 하는 사정, 고성능수직이착륙기라고 자랑하던 아스프리(Osprey)가 너무 많이 추락하여 ‘과부제조기’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사정, 미공군 주력전투기인 F-15의 빈번한 추락사고 등은 미국 군수업체의 비리가 미국군 무기체계 속에 얼마나 뿌리 깊이 들어박혔는지를 말해준다. 그런 부정비리의 온상에서 생산된 미사일방어체계로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리석은 것으로 보인다. 
 
 
3. 너무 커서 자행발사대에 싣지 못하는 조선의 초대형 미사일

이 글의 관심사는 다발식 재진입체를 넘어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로 나아간다. 최첨단 기술이어서 5대 핵강국 이외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핵탄공학기술의 최신, 최고 결정체라는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조선에서 만들 수 있을까? 이 문제를 고찰하기에 앞서,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작전배치한 다른 핵강국들의 개발경험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개발하는 데서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다. 이를테면, 미국의 잠대지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Trident)-II 1발은 각개조준식 핵탄 14개를 발사할 수 있는데, 사거리는 7,800km다.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RS-24 야르스(Yars)미사일 1발은 각개조준식 핵탄 10개를 발사할 수 있다. 야르스미사일의 사거리는 11,000km이며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리거나 수직갱발사대에 설치된다. 러시아는 2007년 5월 29일 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처음 시험발사하였고, 2010년 7월 19일부터 작전배치하였다. 2015년 현재 러시아전략로켓군에 작전배치된 야르스미사일은 58발이다. <사진 5>

▲ <사진 5> 러시아가 2010년 7월부터 작전배치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야르스다. 이 미사일 전투부에 장착된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에는 핵탄 10발이 들어간다. 현재 러시아전략로케트군에는 이 미사일 58발이 작전배치되었다.     © 자주시보

중국도 미국과 러시아의 뒤를 이어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둥펑(東風)-31B다. 중국이 이 미사일을 처음 시험발사한 때는 2014년 9월 25일이었으므로, 2015년 6월 현재 작전배치를 앞두고 있다. 
중국의 개발경험을 보면, 다발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둥펑-31A를 작전배치한 때로부터 7년 뒤에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둥펑-31B를 시험발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개발경험은 다발식 재진입체를 개발하고 나서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개발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렸음을 말해준다.

그러면 지금 조선의 핵탄공학기술은 어느 단계에 와있을까? 조선이 다발식 재진입체도 아직 개발하지 못했고, 겨우 단발식 재진입체밖에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선이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개발하였는가 하고 묻는 물음이 어리석은 물음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이 미사일방어망으로 포위하려는 조선에게, 그리고 미국 본토를 최후일격으로 멸망시킬 핵무력을 갖추었노라고 공언하는 조선에게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개발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미국이 미사일방어망으로 포위하려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그러했던 것처럼 조선도 오랜 기간에 걸쳐 단발식 재진입체→다발식 재진입체→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 순으로 자기의 핵탄공학기술을 계속 발전시켜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이 다발식 재진입체를 개발한 시점을 파악하면,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개발한 시점도 산정할 수 있다. 러시아나 중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조선도 단발식 재진입체를 1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였고, 다발식 재진입체를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였다. 그러므로 조선이 1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각각 개발한 시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에서 공개된 조선의 미사일개발경험에 관한 많은 자료들 가운데 조선의 1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시점을 말해주는 자료는 없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조선이 1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제 개발하였는지 모르는 것이다. 다만 미국 정찰위성이 조선의 1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처음으로 포착한 시점, 다시 말해서 조선이 그 두 종의 미사일을 미국의 위성감시망에 처음으로 노출한 시점은 자료에 나와 있다. 미국 정찰위성이 그 두 종의 미사일을 처음 포착한 때는 1994년 2월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위성사진은 2012년 4월 25일 평양에서 진행된 군사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시내 도로에서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화성-10호 자행발사대 8대와 화성-13호 자행발사대 6대를 촬영한 것이다. 미국 정찰위성이 조선의 1세대,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목성-1호와 목성-2호를 처음 포착한 때는 1994년 2월이다. 사람들은 2012년 4월 15일 화성-13호가 군사행진에 참가한 것을 보고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그 무럽에 개발되었겠거니 생각하지만, 조선의 1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시점은 그보다 20여 년 앞선다.     © 자주시보

위성영상자료를 통해 그 두 종의 미사일을 확인한 미국은 그 미사일들에 대포동-1호와 대포동-2호라는 자의적 명칭을 붙였지만, 그 미사일들의 공식명칭은 목성-1호와 목성-2호다. 조선이 목성이라는 명칭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리지 않았으므로, 미국이 대포동이라는 자의적 명칭을 붙인 것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두 종의 미사일들이 준중거리미사일들이라느니 또는 대포동미사일개발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느니 하는 허위사실을 오래도록 퍼뜨리면서 그 두 종의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숨겨왔던 행동은 졸렬하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목성-1호와 목성-2호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라는 사실은, 권위 있는 군사정보전문매체라는 평판을 받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1994년 3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대포동-2호는 길이가 32m이고, 지름이 1.3m이다. 이 보도자료를 보면, 목성-2호가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싣는 화성-13호보다 약 10m나 더 긴 매우 거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군사정보전문매체는 1994년 5월 7일에 실은 보도기사에서 대포동-1호와 대포동-2호는 크기가 너무 커서 조선이 보유한 자행발사대에는 통째로 실을 수 없으므로 동체를 몇 개로 분리해서 대형수송차량에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을 수 없을 만큼 매우 거대한 목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은 조선 북부 험준한 산악지대에 있는 지하요새기지들에 설치된 수직갱발사대에 세워져 있다. 나는 2013년 10월 1일 <자주민보>에 실린 글 ‘4대에 걸쳐 진보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목성-1호는 사거리 8,000km의 1세대 경량급 대륙간탄도미사일이고, 목성-2호는 사거리 15,000km의 2세대 중량급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서술한 바 있다.

1994년 2월 조선이 그처럼 두 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의 위성감시망에 일부러 노출하여 그 존재를 알려주자, 화들짝 놀란 미국은 조선을 자기의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정책적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1994년부터 사상 처음 조미핵협상이 시작된 획기적인 정세변화배경에는 목성-1호와 목성-2호의 압도적인 힘이 작용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조선은 1994년 2월 어느 날, 아마도 조선에서 광명성절로 경축하는 2월 16일 직전에 목성-1호와 목성-2호의 존재를 미국 정찰위성에 일부러 노출함으로써 그때까지 조선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줄곧 무시해왔던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던 것이다.  
 
 
4. 미국 군부가 처음 보는 조선의 신형 미사일 10발

조선은 단발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목성-1호와 목성-2호를 이미 1990년대 초에 개발하였고, 그 뒤를 이어 다발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목성-3호를 개발하였다. 조선이 언제 목성-3호를 개발하였는지를 말해주는 중요한 정보는, 2003년 9월 9일 공화국 창건 55주년을 경축하는 군사행진을 며칠 앞두고 평양 동쪽에 있는 미림비행장에서 대규모 병력과 무장장비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었던 군사행진연습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군사행진연습에는 미국 군부가 처음 보는 두 종의 신형 미사일이 참가하였다. 당시 미림비행장 군사행진연습을 촬영한 미국 정찰위성의 영상자료에는 두 종의 미사일 10발과 자행발사대 5대가 위용을 드러냈는데, 그 미사일들은 모두 미국 군부가 처음 보는 신형 미사일들이었다. 

미국 군부가 처음 보는 그 신형 미사일의 정체는 2003년 10월 1일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펴낸 논문 ‘미국에 대한 조선의 탄도미사일 위협’에서 밝혀졌다. 그 논문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거리미사일”과 “대포동-X라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2003년 9월 9일 군사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미림비행장 군사행진연습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군사행진이 시작되기 직전에 그 미사일들이 철수되었다는 것이다. 미림비행장 군사행진연습을 촬영한 위성영상자료에 나타난, 미국 군부가 처음 보는 두 종의 신형 미사일 10발은 6축12륜 자행발사대 5대에 실린 화성-10호 중거리탄도미사일 5발과 대형트럭에 연결된 차량견인운반대 5대에 실린 목성-3호 5발이었는데, 바로 그 화성-10호와 목성-3호에 각각 다발식 재진입체가 장착된 것이다. <사진 7>

▲ <사진 7> 2003년 9월 초 미국 정찰위성은 미림비행장 군사행진연습에 참가한, 미국 군부가 처음 보는 두 종의 신형 미사일 10발을 촬영하였다. 그 미사일들 가운데 5발은 3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이고, 다른 5발은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호다. 위의 사진은 추진체 2단과 전투부 1단으로 구성된 화성-10호를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린 상상도다. 주목하는 것은, 목성-3호 전투부와 화성-10호 전투부에 다발식 재진입체가 각각 장착된다는 점이다.     © 자주시보

1994년 2월에 모습을 드러낸 조선의 1세대,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목성-1호와 목성-2호는 각각 단발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인데 비해, 2003년 9월에 모습을 드러낸 조선의 3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는 다발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미국 군부는 목성-3호를 대포동-X라고 부른다. 미국이 대포동-1호, 대포동-2호라는 자의적 명칭을 붙여놓았으면, 그 이후에 등장한 3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당연히 대포동-3호라는 자의적 명칭을 붙여야 일관성이 있는데, 대포동-X라는 돌출적인 이름을 붙여놓았다. 미국인들에게 X라는 글자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를 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 군부가 대포동-3호를 대포동-X라고 부르는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군부에게 대포동-3호는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기 때문에 그런 돌출적인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국 군부는 자기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다발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목성-3호에 대해 생각하기 싫은 것이다.

다발식 재진입체를 각각 장착한 화성-10호와 목성-3호가 2003년 9월 초 미림비행장 군사행진연습에 참가한 것은, 조선이 2002년에 다발식 재진입체 개발을 완료하였음을 말해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은 다발식 재진입체 개발을 2002년에 완료한 뒤에 그보다 한 급 높은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하였고, 아무리 늦어도 2013년에는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 이미 시작된 전초전에서 어느 쪽이 이겼나? 

주목하는 것은, 2015년 5월 8일 동해에 전개한 조선의 전략잠수함이 수중에서 시험발사한 북극성-1호의 전투부가 연필 끝부분처럼 생기지 않고 우유병 꼭지처럼 생겼다는 점이다. 그런 모양을 한 전투부에는 다발식 재진입체 또는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조선이 2013년에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개발한 것으로 생각되므로, 북극성-1호에는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가 장착된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 군사정보기관들은 북극성-1호의 외형만 보고서도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가 그 미사일 전투부에 장착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15년 5월부터 조선이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최첨단 잠대지탄도미사일의 계열생산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사진 8>

▲ <사진 8> 2015년 5월 8일 동해에 전개된 전략잠수함이 수중에서 시험발사한 잠대지탄도미사일 북극성-1호가 해수면에서 출수하여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 높이 상승비행을 하고 있다. 사거리가 1,500km로 추정되는 북극성-1호 전투부에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미국 본토의 타격목표 3개 이상을 동시에 날려버릴 수 있는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가 장착된다. 미태평양사령관이 요즈음 피폭악몽에 시달리며 밤잠을 설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조선은 조국통일대전에 앞서 벌어진 전초전에서 미국을 이긴 것이다.     © 자주시보

전시에 태평양 또는 대서양의 수중매복구역에서 매복대기하는 조선의 전략잠수함이 해수면 아래 발사수심에서 불시에 북극성-1호 1발을 쏘면,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가 미국 본토 상공에 드리운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서로 다른 3개 이상의 타격목표들을 동시에 날려버리게 될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할 때마다 미국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악몽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런 악몽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미국은 조선의 북극성-1호 수중시험발사에 맞선 대응무력시위를 벌였다. <워싱턴타임스> 2015년 3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15년 2월 22일 서태평양에 전개한 전략잠수함에서 트라이던트-II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 이 시험발사는 2015년 1월 23일 조선이 동해에 전개한 전략잠수함에서 북극성-1호 수중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에 맞선 미국의 대응무력시위인 셈이다.  

조선이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개발한 데 이어 잠대지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한 것은 5대 핵강국 이외의 나라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핵탄공학기술의 최고봉에 올라섰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조선이 미국과 맞장을 뜰 강위력한 핵무력을 보유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이 깜짝 놀라 북극성-1호 수중시험발사에 맞선 대응무력시위를 벌일 만도 하였다. 하지만 대응무력시위를 벌인다고 해서 미국이 악몽을 떨쳐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방장관 자문위원을 지낸 신안보센터 연구원 밴 잭슨(Van Jackson)은 2015년 2월 26일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에서 “미국은 조선의 요구에 굴복할 수도 없고, 조선의 핵능력을 불능화하기 위해 예방전쟁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에게 닥쳐온 악몽 같은 상황을 개탄하였다.
미태평양사령관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는 2015년 5월 25일 미국의 유력주간지 <타임>에 실린 대담에서 “당신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무엇인가? 당신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물음을 받고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조선”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런 조선 때문에 나는 밤잠을 설친다”고 대답하였다. 그는 꼭 집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조선의 전략잠수함이 발사할 북극성-1호의 각개조준식 재진입체에서 기만탄과 함께 사출되는 핵탄들이 언제 미국 본토에 떨어질지 알 수 없으니 밤마다 피폭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설치는 것이다.

북극성-1호 수중시험발사를 목격한 미태평양사령관이 요즈음 피폭악몽에 시달리며 밤잠을 설치는 것은 조선이 조국통일대전에 앞서 벌인 전초전에서 미국을 이겼다는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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