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30

핵협상과 핵대결의 갈림길

[한호석의 개벽예감](345)
자주시보 2019년 04월 2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월 12일 시정연설
2. 협상재개전망 어둡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
3. 협상재개전망 어둡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
4. 실낱같은 가능성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위험한 지경
5. 조미핵협상재개를 위한 두 가지 방침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월 12일 시정연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현 단계의 사회주의건설과 공화국정부의 대내외정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을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조선을 이끌어가는 노선, 지침, 정책을 천명하였다. 이 글을 집필한 목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내용 중에서 조선의 대미핵협상방침을 알아보려는데 있다.  

2019년 2월 28일 윁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대미핵협상방침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조미핵협상이 과연 재개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영영 끝나게 될지를 예측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다른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대조선핵협상방침을 내외에 천명한 바 있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핵협상방침은 조선의 핵억제력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6.25전쟁 시기부터 지금까지 근 70년 동안 미국이 조선에게 끊임없이 가해오는 핵위협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조선의 핵억제력만 포기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1993년 3월 9일 미국이 선제핵타격씨나리오에 따른 전쟁연습(당시 작전명칭은 팀스피릿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하기 하루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였고, 3월 12일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전격 탈퇴한 것으로 제1차 조미핵대결이 시작되었는데, 조선은 2006년 10월 9일에 첫 번째 지하핵시험을 단행하여 제1차 조미핵대결에서 완승하였고, 조선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려고 온갖 압박과 술책을 다 들이대며 광분했던 미국은 제1차 조미핵대결에서 완패하였다.   

돌이켜보면, 2006년 10월 14일 미국의 정치공작에 휘둘린 유엔안보리가 조선에 대한 국제제재를 결의한 것으로 제2차 조미핵대결이 시작되었는데, 조선은 2017년 9월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열핵탄두(수소탄두)기폭시험에서 성공하고, 2017년 11월 29일에는 열핵탄두가 장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여 제2차 조미핵대결에서도 완승하였고, 조선의 핵무력완성을 저지하려고 온갖 압박과 술책을 다 들이대며 광분했던 미국은 제2차 조미핵대결에서도 완패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성원들을 조선로동당 본부청사로 불러 그들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회의에서 "현 단계의 사회주의건설과 공화국정부의 대내외정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을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조선을 이끌어가는 노선, 지침, 정책을 천명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대미핵협상방침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조선의 핵무기개발도 저지하지 못했고, 조선의 핵무력완성도 저지하지 못한 미국이 제1차 조미핵대결과 제2차 조미핵대결에서 연패, 완패를 당한 주제에 이제 와서 조선의 핵억제력를 제거해보겠다고 제재압박에 매달리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지나가던 소가 배꼽 잡고 웃을 일이 아닌가! 

만일 조선이 미국의 제재압박에 겁을 먹고 굴복하여 핵억제력을 포기할 만큼 나약하다면, 애초에 핵무기를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합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압박에 대한 조선의 태도와 견해는 2019년 4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정상연단에 참석한 김영재 조선대외경제상이 <연합뉴스> 취재기자를 만나 즉석에서 나눈 짤막한 질의응답에 나타나있다. 질의응답에서 김영재 대외경제상은 미국의 대조선제재에 대해 언급하면서 “제재를 100년 하려면 100년 하고, 1,000년 하려면 해라. (조선은 제재에) 신경 쓰지 않고 있으며, 별로 크게 영향 받는 것도 없다. 지금까지 거의 한 세기 동안 제재 받고 살았는데 지금 제재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제재하는 게 재미있으면 계속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는 조선의 대외무역과 대외금융거래를 차단하는 것이므로, 제재에 대해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조선의 대외경제성인데, 놀랍게도, 조선의 대외무역 총책임자는 미국을 향해 “제재놀음이 그렇게 재미나면 100년이고 1,000년이고 계속해봐라, 우리는 끄덕하지 않는다”고 일갈했으니, 조선에서 자력갱생이 얼마나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대조선제재압박은 조선에 대한 압박으로는 되지 못하고, 조선에 대해 오판하는 미국의 몰골을 드러내 보여주는 수치로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또 다시 생각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근본방도인 적대시정책 철회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으며 오히려 우리를 최대로 압박하면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습니다.”

조선이 제재압박에 굴복하여 핵억제력을 폐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오판, 그리고 조미핵협상이 재개되면 미국이 결국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오판, 그런 오판에 사로잡힌 미국은 길이 어디에 있고, 벽이 어디에 있는지도 분간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였다. 오판에 사로잡힌 미국이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바람에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던 것이다. 


2. 협상재개전망 어둡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오판에 사로잡힌 미국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좌충우돌하였던 소란스러운 정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우리는 제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6.12조미공동성명리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인 단계와 경로를 조미 쌍방의 리해관계에 부합되게 설정하고 보다 진중하고 신뢰적인 조치들을 취할 결심을 피력하였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화답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습니다. 다시 말하여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 되여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습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적한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를 뜻한다. 2019년 4월 1일 <자주시보>에 실린 ‘핵협상 결렬시킨 트럼프, 텔레미트리 점검하는 전략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로 받아주지 않는 핵신고, 핵반출, 핵폐기, 핵사찰, 핵전문인력 전직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였다고 서술한 바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4년 8월 24일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반란군의 전투 중에 활주로가 파괴되어 시커먼 연기가 퍼져나가는 장면이다. 그로부터 5년이 되어오는 지금도 리비아는 내전의 화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의 비극은 미국이 그 나라에게 강요한 리비아식 비핵화을 근본원인으로 하여 생겨난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던 리비아 가다피정권에게 핵개발을 포기하면 제재를 해제해주겠다고 속여 제재해제가 아니라 무장해제로 유인해놓고, 무력침공과 내란도발로 가다피정권을 전복시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명시적으로, 전면적으로 배격하였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리비아식 비핵화라는 것은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던 리비아 가다피정권에게 핵개발을 포기하면 제재를 해제해주겠다고 속여 제재해제가 아니라 무장해제로 유인해놓고, 무력침공과 내란도발로 가다피정권을 전복시킨 비극적 사태를 뜻한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우리가 가는 길을 돌려세우고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를 스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하였는데, 선 무장해제-후 제도전복이 바로 리비아식 비핵화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다음과 같이 명시적으로, 전면적으로 배격하였다. 

“미국은 그러한 궁리로는 백번, 천번 우리와 다시 마주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며 저들의 리속을 하나도 챙길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습니다.”

“지금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 개최에 대해 많이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데 대하여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위와 같이 단호한 어조로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를 전면적으로 철회해야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식 비핵화를 철회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철회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바로 이것이 조미핵협상재개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이다. 


3. 협상재개전망 어둡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 2019년 4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 4월 22일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는 태평양작전구역의 미공군기지들이 “예고가 거의 없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급사태(potential contingency with little notice)”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대규모 공중작전을 태평양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연습하였는데, 하와이의 힉컴공군기지에 배치된 C-17 수송기와 F-22 스텔스전투기,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와 수송기, 일본 미사와미공군기지에 배치된 F-16 전투기, 일본 가데나미공군기지에 배치된 F-15C 전투기, 일본 요꼬다미공군기지에 배치된 C-130J 수송기 등이 적국의 선제타격을 피해 태평양작전구역 안에서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집결하여 반격하는 씨나리오를 연습했다고 한다. 이 공중작전연습의 작전명칭은 ‘탄력의 태풍(Resilient Typhoon)’으로 정해졌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 공중작전연습의 목적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런 게 아니다.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태평양작전구역 전역에서 대규모 공중작전연습을 진행한 바로 그날, 한국 공군과 주한미공군도 연합공군편대를 편성하여 조선침공을 가상한 2주간 동안의 공중작전연습을 개시하였다. 이것은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2009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한반도작전구역 안에서 진행해오던 한미연합공군전쟁연습 ‘맥스 선더(Max Thunder)’를 올해에는 태평양작전구역 전역에서 진행되는 ‘탄력의 태풍’으로 대폭 확대하였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군의 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하였으나, 조선침공을 가상한 전쟁연습은 올해부터 되레 더 확대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연습중단공약은 빈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군사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실현하자고 공약하였고, 남북군사분야합의서까지 채택, 발표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녘 동포 여러분, 남녘 국민, 해외동포 여러분,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습니다. 남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협을 없애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군사분야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상시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은 빈말로 되고 말았고, 올해 들어 한미연합군은 각종 대조선전쟁연습을 계속 감행하고 있다. 심지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2019년 4월 27일에도 한미연합공군은 조선침공을 가상한 공중작전연습을 닷새째 계속하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자는 남측의 요청에 북측이 전혀 응답하지 않은 까닭이다. 남측이 군사긴장완화공약을 위반하였으므로, 북측은 공동행사만이 아니라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전면 중단하였다.

그런데 이처럼 심각한 상황을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모르는 척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군사긴장완화공약을 그처럼 위반하고서도 2019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영상특별담화에 나와서 “판문점선언은 하나하나 이행되고 있다”느니, “남과 북이 함께 출발한 평화의 길”에서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희떠운 소리를 늘어놓았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4월 22일 미국 태평양공군이 시작한 대규모 공중작전연습인 '탄력의 폭풍' 중에 일본 미사와미공군기지에 배치되었던 F-16 전투기를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로 긴급히 이동시킨 장면이다. 그날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는 태평양작전구역의 미공군기지들이 예고가 거의 없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급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대규모 공중작전을 태평양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연습하였다. 그들이 말하는 긴급사태라는 것은 주일미국군기지들이 조선으로부터 선제타격을 받는 전시상황을 뜻한다. 괌과 주일미국군기지들에 배치된 미국 공군 소속 작전기들이 '탄력의 폭풍'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공중작전연습을 시작한 바로 그날, 한국 공군과 주한미공군도 연합공군편대를 편성하여 조선침공을 가상한 공중작전연습을 개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군의 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하였으나, 조선침공을 가상한 전쟁연습은 올해부터 되레 더 확대되었다.     

2019년 3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해마다 12월 초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연례적으로 실시해오는 조선인민군 동계군사훈련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는 이번에는 조선인민군이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무력시위와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전체 훈련량이 감소했다”고 하면서, “한미연합동맹연습 기간인 3월에 (조선인민군은) 특별근무태세로 전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미연합군이 ‘키리졸브’라는 간판을 ‘동맹’이라는 간판으로 바꿔단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였을 때도, 조선인민군은 대응을 자제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는 공약을 지켰던 것이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어느 쪽이 긴장완화공약을 위반하였고, 어느 쪽이 긴장완화공약을 이행하였는지 명백히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는 공약을 지켰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니 긴장완화니 하는 말은 곧잘 하면서 행동은 반대로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위반에 대해 지적하면서 “미국이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면서도 우리에 대한 적대감을 날로 더 고조시키는 것은 기름으로 붙는 불을 진화해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질책하고, “지금 미국에서는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요격을 가상한 시험이 진행되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군사연습들이 재개되는 등 6.12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역행하는 적대적 움직임들이 로골화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를 심히 자극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고 자신의 심정을 피력하였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기 마련이듯이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로골화될 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 있습니다”고 공약위반자들에게 경고하였다. 

쌍방이 합의한 공약을 지키느냐 아니면 위반하느냐 하는 문제는 협상재개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다. 공약위반은 불신의 풍랑을 일으키고, 불신의 풍랑은 협상재개의 앞길을 가로막기 때문에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의 대조선전쟁연습에 간판만 바꿔달아주고 여전히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도록 명령한 공약위반행위, 바로 이것이 조미핵협상재개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이다.   


4. 실낱같은 가능성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위험한 지경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언급하는 바와 같이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조선의 최고령도자가 시정연설에서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언급한 것은 뜻밖의 일이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를 이례적으로 언급한 것은 무슨 뜻인가? 

위에 서술된 바와 같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조미핵협상재개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을 지적하면서도, “미국이 옳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전면 철회하면,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는 지금,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에 실낱처럼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것이다. 두 나라 정상의 개인적 관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실낱같은 가능성이 완전히 끊어져버릴지 아니면 현실로 바뀔 것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 만일 그가 조선에 대한 오판에서 벗어나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면, 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인적인 관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실낱같은 가능성은 현실로 바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낱은 툭 하고 끊어져버리고 말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2월 27일 윁남 하노이에서 상봉하여 환담을 나누는 장면이다. 이튿날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강도적 요구라고 배격하는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제기하였고, 그로써 회담은 결렬되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는 조미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해야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는데, 지금 그는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할 조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에 실낱처럼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4월 25일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에서 진행된 조로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울라지미르 뿌찐 대통령에게 “얼마 전에 진행된 제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의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에 이른데 대하여 지적”하였다고 한다.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말은 조미핵대결이 극도로 격화되었던 2017년도 위기상황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에 실낱처럼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오늘의 현실은, 조미핵대결이 극도로 격화되었던 2017년도 위기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이례적으로 언급한 까닭은,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미핵협상과 관련한 망발을 늘어놓으며 조선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미핵협상과 관련하여 망발을 늘어놓을수록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조미핵협상재개 가능성은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조선 외무성은 망상에 사로잡혀 분별없이 행동하는 팜페오 국무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망발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다음과 같이 따끔하게 질책하였다. 

2019년 4월 18일 조선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제멋대로 말을 꾸며대면서 조미관계전반을 자기 마음대로 흔들어 자기의 인기를 올려보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질책하면서,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보아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오만 끼여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군 하는데 앞으로도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조선 외무성이 더 이상 믿지 못할 팜페오 국무장관과 마주 앉기도 싫다는 뜻을 미국에 전한 것이다. 

위와 같은 질책과 거절을 당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망발을 멈추기는커녕, 2019년 4월 24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와 회견하는 중에 권정근 미국국장의 위와 같은 발언에 대해 그것은 중간급 인사의 발언일 뿐이라고 무시하였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중간급 간부가 외무성의 공식입장과 무관한 개인견해를 언론을 통해 발표할 수 없으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에 대한 조선 외무성의 공식입장이 중간급 간부의 견해라는 형식으로 표명된 것이 분명하다.  

조선 외무성은 팜페오 국무장관만 질책한 것이 아니다. 2019년 4월 20일 조선 외무성 최선희 제1부상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4월 17일 미국 통신사 <블룸벅>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또 다시 요구한 것에 대해 “볼튼의 이 발언은 제3차 수뇌회담과 관련한 조미 수뇌분들의 의사에 대한 몰리해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제 딴에 유모아적인 감각을 살려서 말을 하느라 하다가 빗나갔는지 어쨌든 나에게는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보인다”고 강하게 질책하면서, “경고하는데 앞으로 계속 그런 식으로 사리분별 없이 말하면 당신네한테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망발을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는 조선 외무성의 질책인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이처럼 조선으로부터 불신과 질책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에 실낱같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것이다.    


5. 조미핵협상재개를 위한 두 가지 방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핵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침을 제시하였다. 방침은 두 가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첫 번째 방침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해야 조미핵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선결조건을 접었으므로, 제재완화여부와 무관하게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그 무슨 제재해제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핵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선결조건을 철회하였다는 뜻이다. 제재완화라는 선결조건이 철회된 까닭은, 제재완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선결조건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한 새로운 선결조건은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으로 보면, 제재를 완화하는 선결조건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는 선결조건에 직면하게 된 것이므로, 그가 반가워할 일이 아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완화로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다 놓쳐버리고, 제재완화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선결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오판은 오판으로 끝나지 않고, 자승자박으로 이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핵협상재개를 위한 새로운 선결조건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다른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핵협상재개를 위한 두 번째 선결조건이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조미 사이에 뿌리 깊은 적대감이 존재하고 있는 조건에서 6.12조미공동성명을 리행해나가자면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리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조미 쌍방의 리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씌여져야 나는 주저 없이 그 합의문에 수표할 것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2019년 4월 18일 조선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 기회에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 시정연설에서 천명하신 대미립장에 담긴 뜻을 다시 한 번 폼페오에게 명백히 밝히고저 한다”고 하면서, “그 뜻인즉 미국은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 손으로 올해 말까지 치워야 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조선반도 정세가 어떻게 번져지겠는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8년 9월 17일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제5항모타격단과 미국 해군 F/A-18 편대의 호위를 받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3개 편대가 '용감한 방패'라는 작전명칭으로 선제핵타격연습을 필리핀해에서 진행하는 장면이다.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선제핵타격연습이 일차적으로 조선을 노리고 있다는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기회에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으로 조선을 위협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들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핵전략자산을 철수하지 않고 죽음의 핵우산을 철거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 그것은 죽음의 핵우산에 매달려있는 주한미국군을 전면 철수하는 것이다. 오직 이것만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길이다.     ©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이 언급한,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또는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이 우리 민족의 머리 위에 씌워놓은 죽음의 핵우산이다. 미국이 6.25전쟁 중에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을 핵폭탄으로 초토화하려고 광란하였던 때로부터 장장 69년 동안 우리 민족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살아야 했다. 만일 미국이 핵우산을 펼치면, 한반도 전역이 핵화염으로 뒤덮일 것이므로, 우리 민족 전체가 죽음의 핵우산 아래서 살아가는 것이다. 지난 69년 동안 하루도 멈추지 않고 우리 민족에게 불행과 고통을 강요해오는 죽음의 핵우산을 철거하고 민족의 자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조선은 미국에 결연히 맞서 25년 동안 치열한 핵대결을 벌이면서 자위적 핵억제력을 가져야 했다. 

그런데 미국은 핵전략자산들을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지 않고,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해놓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하면 즉각 한반도로 출동시킬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죽음의 핵우산을 철거하려면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들이 미국 본토로 철수되어야 하는데, 그런 전략적 철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들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지 않고, 핵우산을 철거하는 현실적 대안은 죽음의 핵우산에 매달려있는 주한미국군을 전면 철수하는 것이다.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핵우산 철거의 현실적인 의미는 주한미국군 철수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사진 5>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9년 12월 말까지 미국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라는 시한을 정해놓았다는 사실이다. 2019년 4월 24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와 회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대화의 시한을 정해놓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한부 최후통첩을 보냈다. 시한부 최후통첩은 다음과 같다.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여 올해 말 전에 핵협상이 재개되더라도 그는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기회를 이미 놓쳤다는 뜻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놓친 좋은 기회는 무엇인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제재를 완화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연락사무소를 상호개설하는 등 관계개선을 추진한 뒤에 핵우산을 철거하는 기회가 주어져 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때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제기하여 그 회담을 결렬시키는 바람에, 시간적 여유를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핵우산을 철거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시한부 최후통첩은 다음과 같이 계속된다.   

“나는 미국이 오늘의 관건적인 시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고 기대하며 가까스로 멈춰 세워놓은 조미대결의 초침이 영원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핵협상이 재개될 것인가 아니면 핵대결이 재개될 것인가 하는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리비아식 비핵화와 대조선제재에 대한 망상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72세 노인의 어깨 위에 무겁고 중대한 요구를 올려놓았다. 

2019년 4월 24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와 회견하면서 “미국과 북조선의 대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는데, 그가 언급한 전략적 결정은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전략적 결정을 뜻하므로, 그는 리비아식 비핵화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한부 최후통첩을 알아듣고,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철거하는 결정을 과연 내릴 것인지를 예견하기는 힘들다. 이 심중한 문제와 관련하여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4월 25일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에서 진행된 조로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울라지미르 뿌찐 대통령에게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지 않아 핵협상이 재개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뜻이다. 한반도 정세는 핵협상과 핵대결의 갈림길에 있다.

2019/04/23

절묘한 공중전투동작과 절묘한 전술유도무기

[한호석의 개벽예감](344)
자주시보 2019년 04월 2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최정예 비행련대 불시검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2. 초인적인 비행술 연마하는 전투비행사들
3.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만든 전술유도무기
4. 미국의 공중감시망 뚫은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


1. 최정예 비행련대 불시검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6일 “부대 앞을 지나가다 추격습격기련대의 비행훈련실태를 료해하기 위하여 갑자기 들렸다”고 하면서, 조선인민군 항공군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를 불시에 검열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1017군부대는 평양에서 북쪽으로 약 45km 떨어진 평안남도 순천비행장에 주둔하는 비행련대라고 한다. 제1017군부대는 훈련, 학습, 생활에서 가장 우수한 부대에게 수여되는 오중흡7련대 칭호를 쟁취한 비행련대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최정예 비행련대다. 

제1017군부대를 불시에 찾아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투가 예고하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임의의 시각에 불의에 판정하고 군부대의 경상적 동원준비를 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전투직일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추격습격기들을 리륙시켜 비행사들에게 어렵고 복잡한 공중전투동작을 시켜보라고 명령하시였다”고 한다. 명령이 하달되자, 제1017군부대에 배속된 미그-29 추격습격기 2대가 동시에 이륙하여 어렵고 복잡한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였고, 뒤이어 수호이-25 습격기 1대가 이륙하여 어렵고 복잡한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전투비행사들은 “자기들이 평시에 련마해온 비행술을 뽐내였”는데, “리륙과 각이한 공중전투동작들, 착륙 등 모든 비행조작을 능숙하고 세련되게 진행”하였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6일 조선인민군 항공군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를 불시에 검열하였다.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1017군부대 비행장 활주로를 걸어가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격기, 습격기를 조종하는 전투비행사들의 공중전투동작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제1017군부대는 평안남도 순천비행장에 주둔하는 최정예 비행련대다. 그 비행련대 소속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실태를 불시에 검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소에 연마해온 여러 가지 고난도 비행술을 능숙하고 세련되게 펼쳐보인 전투비행사들의 훈련성과를 높이 평가하였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다른 나라 전투비행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그들의 절묘한 비행술 앞에서 미국은 속수무책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공중전투동작이라는 전문용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중전투동작(air combat maneuver)은 시각공중전투(visual air-to-air combat)에서 사용되는 비행술이다. 시각공중전투는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을 만큼 비좁은 무기교전구간(weapons engagement zone) 안에 들어온 적기를 기관총으로 격추시키는 근접공중전을 뜻한다. 공대공미사일은 전투비행사의 시야를 넘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먼 거리에 있는 적기를 레이더로 포착하였을 때 사용하는 것이다. 공대공미사일이 지닌 항공력학적 한계 때문에 적기가 섬광탄(flare)을 발사하며 재빨리 회피기동을 하면 공대공미사일로 격추하지 못하므로 기관총을 쏘아야 하고, 적기가 공대공미사일 최단사거리 안으로 파고 들어오는 경우에도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으므로 기관총을 쏘아야 한다. 시각공중전투는 이처럼 기관총을 쏘면서 벌어지게 된다.    

더욱이 공중전투반경이 매우 협소할 뿐 아니라, 교전쌍방이 거의 동시에 출격시킨 수많은 전투기들이 피아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뒤엉켜 교전하게 되는 한반도 상공에서는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할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전투기들끼리 서로 기관총을 쏘는 치열한 시각공중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미국 공군 현역장교가 집필한 자료에 따르면, 시각공중전투에 돌입한 전투기가 적기를 향해 기관총을 쏠 수 있는 최단거리는 160m라고 한다. 만일 그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기관총으로 적기를 격추하면, 피격당한 적기의 파편이 날아와 기체에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사격거리를 최소 160m 정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시각공중전투에 돌입한 전투기가 기관총을 쏠 수 있는 최장거리는 1.6~1.8km라고 한다. 만일 그보다 더 먼 거리에서 적기를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면, 격추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시각공중전투는 약 2~3km 정도의 반경 안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2>  

▲ <사진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시검열한 제1017군부대에는 미그-29와 수호이-25가 배속되었다.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행훈련명령을 받은 그 비행련대 전투비행사들이 조종하는 미그-29 두 대가 동시에 이륙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가지 고난도 공중전투동작들을 수행한 전투비행사들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기념사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좌우에 있는 두 사람은 미그-29를 조종한 전투비행사들이고, 맨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수호이-25를 조종한 전투비행사다. 기념사진배경에 보이는 미그-29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살펴본 사적비행기다.     

시각공중전투에서 결정적인 승리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 요인은 시각공중전투에 적합한 추격기이고, 둘째 요인은 추격기가 적기를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는 사격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국 공군 전투기의 첨단성능이 시각공중전투에 불리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전투기들은 항속거리가 길고, 중무장을 하고, 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레이더로 멀리 보는 원격탐지능력이 뛰어나지만, 이런 첨단성능들은 시각공중전투에서 불리한 요인들로 된다. 왜냐하면 항속거리가 길고 중무장한 전투기에는 크고 무거운 연료와 많은 미사일, 로켓탄, 폭탄이 잔뜩 실리는데, 이처럼 비대해진 기체의 중량은 시각공중전투에서 민첩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요인이다. 또한 시각공중전투에 돌입한 전투기는 비행속도를 초음속 이하로 낮춰 비행해야 하므로, 초음속 비행은 시각공중전투에서 불필요하다. 또한 시각공중전투를 벌이는 전투비행사는 육안으로 적기를 탐지하고 격추해야 하는데, 시야 밖의 먼 거리에 있는 적기를 탐지하는 고성능 레이더는 시각공중전투에서 불필요하다. 스텔스기능이나 고성능 전자장비를 두루 갖추었다는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는 공중전투반경이 광대한 태평양 상공에서 벌어진 장거리 공중전에서는 쓸모가 있지만, 공중전투반경이 협소한 한반도 상공에서 벌어진 단거리 공중전에서는 쓸모가 없다.      

한반도 상공에서 벌어진 시각공중전투에서 결정적인 승리요인은 기관총으로 경무장한 가벼운 전투기가 날쌔고 민첩한 기동으로 적기를 격추하는 사격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다. 조선이 운용하는 미그-21, 미그-23, 미그-29, 수호이-25는 바로 그런 시각공중전투에 최적화된 성능을 가진 추격기, 습격기들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1017군부대의 비행훈련실태를 검열하면서 그 비행련대에서 “비행기들의 원성능을 회복하고 전투력을 한 계단 끌어올리기 위한 줄기찬 투쟁을 벌려 커다란 성과를 이룩한 것이 정말로 대견하다”고 높이 평가하였다고 한다. 비행기들의 원성능을 회복하기 위한 줄기찬 투쟁을 벌여 커다란 성과를 이룩했다는 평가는 추격기와 습격기의 성능을 한반도의 공중전투환경에 최적화시킨 대단한 성과를 이룩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이 운용하는 미그-21, 미그-23, 미그-29, 수호이-25 같은 기종들은 다른 나라들이 운용하는 같은 기종들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진 개량형 기종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을 말해주는 정보는 쓰르비야공화국 항공전문가들인 쁘레드락 빠블로위츠와 네나드 빠블로위츠가 2009년에 공동집필한, ‘전투기의 실제성능(Fighter Performance in Practice)’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들어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 공군이 진행한 공중전투평가전에서 미국 전투기 F-15 이글(Eagle)은 미그-21의 민첩한 비행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공중전투평가전에 나선 미그-21은 초속 200~260m로 날아가다가 초속 36m로 급감속하면서 비행방향을 약 90도로 꺾어 급선회하는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하였다는 것이다. 만일 전투기의 민첩성을 비교한다면, 전 세계에 현존하는 그 어떤 전투기도 미그-21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 그 자료에서 내린 결론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이 왜 40여 년 전에 생산된 미그-21을 폐기하지 않고 150대나 운용하는지 알 수 있다. 미그-21이 그처럼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한다면, 그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미그-29는 얼마나 더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하는 것일까?     


2. 초인적인 비행술 연마하는 전투비행사들

시각공중전투에서 승리하는 요인은 공중전투환경에 최적화된 추격기의 성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추격기의 성능이 공중전투환경에 맞춰 최적화되었더라도, 추격기를 조종하는 전투비행사의 비행술 숙련도가 낮으면 시각공중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전투비행사의 비행술 및 사격술 숙련도가 결정적인 승리요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6일 제1017군부대를 찾아가 불시에 검열한 것이 바로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실태였다. 

전투비행사의 비행술 숙련도는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얼마나 능숙하고 세련되게 수행하는가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준 높은 공군력을 가진 나라들은 다종다양한 공중전투동작들을 개발해놓았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5대 공중전투동작은 고리형 동작(loop maneuver), 급회전동작(break turn maneuver), 반쪽S자형 동작(split-s maneuver), 감속상승동작(barrel roll maneuver), 가위형 동작(scissors maneuver) 등이다. 이를테면, 반쪽S자형 동작은 급강하하면서 기체를 180도 뒤집어, 날아오던 방향의 반대쪽으로 하강선회하는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이다. 감속상승동작은 수평으로 비행하다가 순간적으로 속도를 늦춰 급상승하는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이다. 가위형 동작은 적기가 뒤쪽에 따라붙었을 때 순간적으로 속도를 늦춰 적기가 앞쪽으로 나아가게 하고, 적기 뒤쪽에 따라붙는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이다. 

2019년 4월 17일 <조선중앙텔레비젼방송>은 제1017군부대 추격습격기들이 수행한 공중전투동작들이 촬영된 보도사진들을 방영하였다. 그 보도사진들은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이 위에 열거된 몇 가지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행훈련명령을 받은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이 순천비행장 상공에서 미그-29 두 대를 조종하면서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펼쳐보이는 장면이다. 기체가 180도 뒤집힌 상태로 하강비행을 하는 장면은 그들이 반쪽S자형 동작과 가위형 동작을 연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장면들은 그들이 평소에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연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얼마나 능숙하고 세련되게 수행하는가 하는 기준으로 평가되는 전투비행사의 비행술 숙련도는 전시에 시각공중전투에서 승리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은 “비행훈련을 가장 극악한 조건에서 전쟁맛이 나게 강도 높게 진행함으로써 그 어떤 불리한 정황 속에서도 맡겨진 공중전투임무를 자립적으로 능숙히 수행할 수 있는 진짜배기 싸움군, 만능전투비행사들로 철저히 준비해갈 불타는 결의를 다지였다”고 한다. 가장 극악한 조건에서 전쟁맛이 나는 고강도 비행훈련이라는 특이한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일상적으로, 관행적으로 쓰는 표현이 아니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훈련하는 극악한 비행환경은 어떤 것일까?    

2018년 4월 7일 <뉴스1>은 한국 공군 전투기조종사들의 중력가속도시험(G-Test)에 참가한 취재기자의 체험담을 실었다. 체험담에 따르면, 중력가속도시험 중에 지구중력 1G의 여섯 배인 6G에 이르자 취재기자의 시야가 흐려졌고, 7G에 이르자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앞이 보이지 않았고, 7.8G에 이르자 정신을 잃고 까무러쳤다고 한다. 취재기자가 까무러치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평상시 사람 뇌의 혈압은 80mmHg인데, 중력이 4~5G 이상으로 높아지면 뇌의 혈압은 2mmHg로 급락하여 뇌에 산소공급이 거의 중단되므로 까무러치는 것이다. 그래서 전투비행사들은 그런 극악한 비행환경에서 까무러치지 않기 위해 윽 소리를 내면서 폐의 압력을 높여 심장박동이 유지되도록 가슴공간을 넓혀주고, 크 소리와 흐 소리를 엇갈려 내는 심호흡을 하면서 인체에 산소를 계속 공급해주고, 다리와 배에 잔뜩 힘을 주어 혈액이 하체로 쏠리지 않게 하는 적응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다. 한국군 전투기조종사들은 중력이 9G에 이른 극악한 비행환경에서 15초 이상 견디는 고난도 시험을 통과해야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극악한 비행환경 속에서 연마한 고난도 비행술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는 사례는 1973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했던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남긴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이집트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 나라에 파견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이집트군 전투비행사들을 단기간 집중훈련시켰을 뿐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자 이집트군 비행편대를 선두에서 이끌고 전투를 벌였다. 2019년 2월 이스라엘 국립문서보관소는 이스라엘 국가정보기관 모싸드 국장의 보좌관이 이스라엘 총리의 국방비서에게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1973년 10월 5일에 보낸 1급 비밀전문을 기밀해제하여 세상에 공개하였는데, 그 비밀전문에는 이집트에 파견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 30명이 전쟁에 참전할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스라엘군이 각종 작전기 387대를 잃을 만큼 그 전쟁은 격렬하였다.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남긴 전설 같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쓰르비야공화국 항공전문가들인 쁘레드락 빠블로위츠와 네나드 빠블로위츠가 공동집필한 ‘전투기의 실제성능'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는 미그-21을 몰고 이스라엘군 전투비행사들이 조종하는, 당시로서는 최신예 전폭기였던 F-4와 맞붙어 치열한 공중전을 벌였는데, 교전 중에 상상을 초월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고 한다. 그것은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가 조종하는 미그-21이 지표면으로부터 불과 915m밖에 되지 않는 저고도에서 급강하하면서 기체를 180도 뒤집어 반대쪽으로 하강선회하는 고난도 반쪽S자형 동작으로 이스라엘군 전투기를 격추한 것이다. 이스라엘군 전투비행사들은 반쪽S자형 공중전투동작을 5,000m 고공에서 수행하는 수준이었고, 미그-21 종주국인 소련의 군사비행교범에는 그 기종이 반쪽S자형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는 최저비행고도가 2,000m로 나와 있는데,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는 최저비행고도의 절반도 되지 않는 915m 고도에서 고난도 반쪽S자형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여 이스라엘군 전투기를 격추하였으니, 믿기 힘든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개념도는 전투비행사들이 수행하는 여러 가지 공중전투동작들 가운데서 반쪽S자형 동작(split-s maneuver)을 보여준다. 이 공중전투동작은 급강하하면서 기체를 180도 뒤집어, 날아오던 방향의 반대쪽으로 하강선회하는 것이다. 그 반대로도 비행할 수 있다. 1973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지속된 제4차 중동전쟁에 이집트를 도와 참전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는 미그-21을 몰고 출전하여 이스라엘군 전투비행사가 조종하는 최신예 전폭기 F-4와 맞붙어 치열한 공중전투를 벌였는데, 미그-21은 지표면으로부터 불과 915m밖에 되지 않는 저고도에서 급강하하면서 반쪽S자형 동작으로 이스라엘군 전투기를 격추하였다. 직경 915m의 협소한 공간에서 반쪽S자형 동작을 수행한 것은 전 세계 공중전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 사실을 파악한 미국 공군 당국자들은 그런 공중전투동작은 불가해하다고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이스라엘군 전투비행사들이 조종한 미국산 최신예 전투기를 상대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펼친 고난도 비행술은 46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다른 나라 전투비행사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절묘함의 극치다. 오늘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자기 선배들이 실전에서 보여준 전설 같은 실전경험을 계승하여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쁘레드락 빠블로위츠와 네나드 빠블로위츠는 공동집필한 자료에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가 초저공에서 반쪽S자형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한 것이 살인적인 중력을 견디는 특수훈련의 결과였는지 아니면 초인적인 능력의 발현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썼으며, 미국 공군 당국자들은 그런 공중전투동작은 “불가해하다(inexplicable)”고 혀를 내둘렀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들이 공중전에서 눈부신 전공을 세웠다는 사실은 더욱 알지 못하는 공동집필자들은 이집트군 전투비행사가 공중전투 중에 초저공에서 반쪽S자형 동작을 절묘하게 수행하였다고 자료에 썼지만,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훈련받지 못한 이집트군 전투비행사들이 그처럼 절묘한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였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제4차 중동전쟁에서 펼쳤던 고난도 비행술은 46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다른 나라 전투비행사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절묘함의 극치다. 오늘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자기 선배들이 46년 전 실전에서 보여준 전설 같은 전투경험을 계승하여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그들의 절묘한 비행술 앞에서 미국은 속수무책이다.


3.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만든 전술유도무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사격시험을 참관하고 지도한 소식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원이 그 신형 전술미사일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조선이 국방과학원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서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최고 수준의 군사과학연구기관이다. 1964년 6월 29일에 창설된 국방과학원은 평양 룡성구역 룡성2동에 있다. 국방과학원 산하에는 각 분야별로 세분화된 연구소가 60개소 이상이 있고, 무기시험장은 평안북도 태천군에 있다. 전국에서 과학학과성적이 특출한 대학졸업생들 가운데 선발된 과학기술인재 15,000명이 국방과학원에서 연구사로 일하고 있고, 그들의 연구사업을 방조하는 실험조수와 노동자가 40,000명이다. 그에 비교하면, 1970년 8월 6일에 창설된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원에는 연구원 2,000명, 보조인력 600명이 근무하고 있으니, 조선의 국방과학원과 대비한 인력격차가 21배로 벌어져 서로 비교하기도 힘들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조선의 국방과학원이 얼마나 막강한 연구력량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세계 정상급 군사과학연구기지인 국방과학원은 55년의 연륜을 아로새기며 수많은 첨단무기들을 연구개발해왔다. 조선이 자랑하는 열핵무기,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전차, 자주포, 방사포, 각종 미사일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무기체계들이 국방과학원에서 연구개발되었다. 그런 국방과학원이 이번에 신형 무기를 또 하나 만들어 성능판정시험을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국방과학원은 신형 무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인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전술유도무기라고만 밝혔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에서는 그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한 추측들만 무성하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무기체계의 개발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으로 된다”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출현이 조선의 유도무기개발사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가진다는 점을 말해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5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반항공요격유도무기사격시험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7일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사격시험을 참관하고 지도하였다.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출현은 조선의 유도무기개발사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가지는 사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개발된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말하면서, 이 무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직접 종자를 잡아주시고 특별한 관심을 돌리시며 개발완성에로 걸음걸음 이끌어오신 유복자 무기"라고 하였다.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국방과학원에서 근무하는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동안 연구개발하여 완성한 최첨단 순항미사일이다.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1월 15일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으시여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시험을 지도하시였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첨단전술무기라고 하였고, 이번에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하였다. 첨단이라는 말이 신형이라는 말로 바뀌고, 유도라는 말이 첨가된 것만 다를 뿐, 첨단전술무기와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동일한 무기를 지칭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15일에 진행된 신형 전술유도무기 성능판정시험에서 나타난 부족점을 몇 개월 동안 보완하여 이번에 완벽하게 제작된 전술유도무기를 시험사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1월 15일에 진행된 신형 전술유도무기 성능판정시험을 지도하면서 “위대한 장군님께서 생전에 직접 종자를 잡아주시고 특별한 관심을 돌리시며 개발완성에로 걸음걸음 이끌어오시던 무기체계가 드디여 탄생하였다, 저 무기는 유복자 무기와도 같은데 오늘의 이 성공을 보니 우리 장군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격정을 누르지 못하시였다”고 한다. 이것은 이번에 두 번째로 진행된 성능판정시험에서 완벽한 성능지표가 검증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10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개발되어온 무기라는 점을 말해준다.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동안 연구개발하여 완성한 무기가 얼마나 놀라운 성능을 가졌는지는 구태여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1월 15일에 첫 번째 성능판정시험을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가리켜 “우리 당이 중시하며 그토록 기다려온 첨단전술무기”라고 하였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개발완성된 것을 가리켜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연구개발하여 완성하였으므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조선로동당이 중시하며 그토록 기다려온 첨단무기이며, 조선인민군의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첨단무기인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7일 사격시험을 참관하기 전에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돌아보시면서 국방과학원의 관계일군들로부터 무기체계구성과 운영방식에 대한 해설을 들으시였다”고 한다. 조선의 모든 무기체계들에 정통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기체계구성과 운영방식에 관한 해설을 들을 만큼 그것은 새로운 기술로 만든 무기인 것이다. 무기체계구성과 운영방식이 기존 전술유도무기들과는 완전히 다른 최첨단 전술유도무기가 출현한 것이 분명하다. 

국방과학원이 그 최첨단 무기를 전술유도무기라고 부른 것을 보면, 그것이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는 탄도미사일을 탄도탄이라고 부르지, 유도무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또한 방사포는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연구개발해야 할 만큼 어렵고 복잡한 무기체계가 아니므로, 이번에 개발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방사포가 아니다. 탄도미사일도 아니고 방사포도 아니므로, 이번에 개발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순항미사일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연구개발한 최첨단 순항미사일은 어떤 미사일인가?    


4. 미국의 공중감시망 뚫은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CNN> 2019년 4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 북부사령부 및 전략사령부는 2019년 4월 17일 조선에서 신형 미사일이 시험발사된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기묘한 일이다.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조선에서 미사일발사징후가 나타나는지 24시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미국이 평안북도 태천군에 있는 시험사격장에서 진행된 순항미사일시험발사를 탐지하지 못했다니, 뜻밖의 이변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전략사령부 산하 세계작전쎈터(Global Operations Center)는 지구 전역을 포괄하는 위성감시망을 가동하는데, 특히 조선에게 감시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이 2019년 3월 25일 <자주시보>에 실린 ‘미국의 특수작전기들은 왜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가 지적한 것처럼, 미국 본토에서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배치된 RC-135U 전자정찰기, RC-135W 전자정보수집기, U2 고도정찰기,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 E-3 조기경보통제기 등이 조선에서 미사일발사징후가 나타나는지 24시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2019년 4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미사일발사징후를 감시하는 RC-135S 정찰기가 2019년 4월 15일 서해 상공에 나타나 조선에서 미사일발사징후가 나타나는지 감시하였다고 한다.  

미국이 그처럼 공중감시수단을 총동원하여 물샐 틈 없는 감시작전을 펼치고 있는데, 어떻게 평안북도 태천군에서 순항미사일이 시험발사된 것을 탐지하지 못했을까? 이 기묘한 이변을 해명해줄 실마리는 그 신형 순항미사일이 “특수한 비행유도방식”으로 날아갔다고 밝힌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발견된다. 미국이 공중감시망으로 탐지하지 못한 절묘한 비행유도방식인 것이다. 미국의 공중감시망을 뚫은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어떤 미사일인가?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인근 오풋공군기지에 있는 미국 전략사령부 산하 세계작전쎈터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세계작전쎈터는 지구 전역을 포괄하는 위성감시망을 가동하는데, 특히 조선에게 감시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표적감시도 성에 차지 않은 미국은 최근 미국 본토에서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배치된 각종 정찰기들과 전자정보수집기들을 동원하여 조선에서 미사일발사징후가 나타나는지 24시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미국이 그처럼 공중감시수단들을 총동원하여 물샐 틈 없는 감시작전을 펼치고 있는데도, 조선은 공중감시망을 뚫고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보란듯이 시험발사하였다. 미국의 공중감시망은 지표면에서 30~50m 저고도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한다.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미국의 공중감시망을 완전히 뚫어버렸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모두 감시한다고 제법 큰 소리를 치지만, 지표면에서 불과 30~50m 저고도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은 탐지하지 못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물 찬 제비가 날렵하게 땅거죽을 스치듯 30~50m 저고도에서 날아갔음을 알 수 있다. 순항미사일을 바다로 쏘면 해수면으로부터 15m 저고도로 비행하고, 평지로 쏘면 지표면으로부터 30~50m 저고도로 비행하고, 산악지대로 쏘면 지표면으로부터 150m 저고도로 비행한다. 높낮은 산줄기를 타고 넘으며, 골짜기를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지상구조물을 피해 타격대상을 향해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을 탐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순항미사일 비행속도는 시속 900km다. 

순항미사일이 저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려면 탄도미사일의 유도조종체계와 완전히 다른 유도조종체계를 장착해야 한다. 물론 순항미사일이라고 해서, 유도조종기능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1세대 순항미사일의 유도조종체계는 레이더고도계(radar altimeter = 레이더로 비행고도를 측정하는 장치), 기압고도계(barometric altimeter = 비행고도의 기압을 측정하는 장치), 숫자식 지형기록도면(digital strip map)으로 이루어졌다. 그와 다르게, 2세대 순항미사일에는 지형대조체계(terrain contour matching system)와 자동목표식별장치(automatic target recognition device) 같은 최첨단 유도체계가 장착된다. 지형대조체계라는 것은 순항미사일이 사전에 입력된 지형과 고도를 자기의 비행방향 및 고도와 대조하면서 날아가게 하는 비행유도체계다. 자동목표식별장치라는 것은 감지기를 통하여 타격목표물과 다른 물체를 구분하고 타격목표를 향해 날아가게 하는 비행유도장치다. 지형대조체계와 자동목표식별장치를 장착한 2세대 순항미사일은 최첨단 순항미사일이다. 최첨단 순항미사일은 타격정밀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조선은 이미 1990년대에 1세대 순항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2003년 7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1990년대에 만든 1세대 순항미사일을 이란에 수출하였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국방과학원에게 2세대 순항미사일 개발을 지시하였고, 특별한 관심을 돌리며 그 개발과정을 지도하였다. 국방과학원은 2세대 순항미사일 개발과정에서 과학기술선진국만이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어렵고 난해한 기술공학적 난제들을 자력으로 풀어야 하였다. 그들이 자력갱생의 힘으로 기술공학적 난제들을 해결하기까지 10년 이상 긴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직접 종자를 잡아주시고 특별한 관심을 돌리시며 개발완성에로 걸음걸음 이끌어오시던 무기체계가 드디여 탄생하였다, 저 무기는 유복자 무기와도 같다”고 말했던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4월 17일에 진행된 신형 전술유도무기시험발사는 “각이한 목표에 따르는 여러 가지 사격방식으로 진행”하였다고 한다. 사격방식이 여러 가지였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순항미사일의 특징은 여러 가지 사격방식으로 쏠 수 있다는 데 있다. 순항미사일은 지대지미사일, 지대함미사일, 공대지미사일, 공대함미사일, 잠대지미사일, 함대지미사일, 함대함미사일 등으로 발사할 수 있으니, 사격방식이 무척 다양하다. <사진 7>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원이 만든 신형 순항미사일에는 “위력한 전투부”가 장착되었다고 한다. 위력한 전투부라는 말은 파괴력이 매우 강한 탄두가 전투부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신형 순항미사일 전투부에 들어간, 파괴력이 매우 강한 탄두는 무엇일까? 신형 순항미사일의 성능지표를 추정할 만한 정보가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전투부에 들어간 탄두를 살펴보면서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전투부에는 타격목표에 따라 고폭탄두와 산포탄두(집속탄두)가 선택적으로 들어간다. 적진의 방호시설을 타격할 때는 450kg 고폭탄두가 장착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고, 적진의 병력과 군사장비를 타격할 때는 116개 자탄이 들어있는 산포탄두(집속탄두)가 장착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는 것이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로씨야가 개발하고 있는 대륙간순항미사일 상상도다. 2018년 3월 1일 울라지미르 뿌찐 로씨야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로씨야가 대륙간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 새 형의 전략무기가 개발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무용지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씨야가 개발하고 있는 대륙간순항미사일의 이름은 부레베스트니끄(폭풍몰이)다. 핵추진로켓엔진이 장착된 이 대륙간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10,000km를 넘어 20,000km에 가깝고, 비행속도는 마하1이다. 로씨야는 2017년 말 부레베스트니끄 대륙간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처음 진행하였다. 순항미사일제작기술에서 로씨야를 추적하고 있는 조선도 대륙간순항미사일개발을 연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로씨야는 핵추진엔진을 장착하여 사거리가 10,000km 이상 대폭 늘어나고, 비행속도가 음속을 돌파하는 대륙간순항미사일을 2019년 4월 현재 개발하는 중인데, 조선의 국방과학원도 대륙간순항미사일을 연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개발된 신형 순항미사일을 평가하면서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 로동계급이 정말로 대단하다고,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내는 무기가 없다고 긍지에 넘쳐 말씀”하였는데, 그런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대륙간순항미사일이라고 해서 어찌 만들지 못하겠는가.   

조선은 최첨단 순항미사일로 미국의 허를 찔렀다. 평소보다 더 강화된 미국의 공중감시망을 뚫어버린 조선의 최첨단 순항미사일이 출현했으니, 미국이 허를 찔린 게 분명하다. 조선이 이번에 진행한 신형 순항미사일시험발사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여 그 회담을 결렬시킨 미국의 오만과 전횡을 책벌하는 압박조치로 보인다.   

지금 미국은 자기의 핵무력을 대폭 증강하면서 조선에게는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여 조미핵협상에 커다란 난관을 조성하였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여 조선은 핵무기 생산을 중지한 조치를 유예하고, 핵무기를 다시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는 한, 조선은 그에 대응하여 핵무기를 계속 생산할 것이며, 신형 순항미사일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것이다. 이것은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면서 자기의 핵무력을 대폭 증강하는 미국의 오만과 전횡을 질타하는 조선의 엄한 책벌이다.

2019/04/16

신포에서 들려오는 스텔스전략잠수함의 전설 같은 이야기

[한호석의 개벽예감] (343)
자주시보 2019년 04월 1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중국 대만 국방부의 이상한 행동
2. 수중전략환경 변화시킨 무기성발전기의 출현
3. 조선이 건조한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
4. 신포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1. 중국 대만 국방부의 이상한 행동

나는 2019년 4월 8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북변의 산골마을에 울리는 열차의 기적소리’에서 조선의 자위적 핵무력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세운 핵미사일렬차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자위적 핵무력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세운 스텔스전략잠수함에 대해 설명할 차례다. 

조선의 스텔스전략잠수함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뜻밖에도 중국 대만이다. 2017년 4월 5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는 대만군 해군장교의 전언을 인용하면서 대만 국방부가 작전수명을 넘긴 낡은 외국산 잠수함 4척으로 이루어진 잠수함대를 증강하기 위해 신형 잠수함 8척을 건조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매체 <디플로맷> 2018년 9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대만이 잠수함건조사업을 시작한 때는 2014년 12월이었다. 또한 그 보도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유럽의 6개 군수기업, 미국의 2개 군수기업, 일본의 1개 군수기업과 인디아의 1개 군수기업으로부터 각각 전달받은 잠수함설계제안서들을 검토한 끝에 유럽의 어느 군수기업이 제출한 잠수함설계제안을 낙점했다고 한다. 

2018년 4월 미국 국무부는 대만의 잠수함설계를 수주하기 위해 미국의 잠수함설계기술을 대만에 수출할 수 있도록 특별허가를 내주면서 다른 나라 잠수함건조업체들과 경합을 벌였으나, 대만 국방부는 도이췰란드의 잠수함건조업체를 계약자로 선정하였다. 그렇게 된 까닭은, 도이췰란드가 잠수함건조분야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28일 중국 대만의 언론매체들이 놀라운 사실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몇 해 전 대만 국방부가 잠수함설계 경쟁입찰에 나선 외국 업체들 가운데서 계약자를 선정할 때, 조선의 잠수함건조업체도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참여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대만의 언론매체 <샹바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잠수함건조업체가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대만의 잠수함설계 경쟁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때는 2016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보도내용에는 착오가 있다.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내용은 착오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나라이므로, 그 원칙에 배치되는 대만의 무력증강사업에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는다. 1992년 8월 중국은 조선이 철석같은 신념으로 지켜오는 ‘하나의 조선 원칙’을 한중수교로 저버렸어도, 조선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처럼 원칙을 고수하는 조선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버리고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의사를 밝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16년에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대만 국방부에 전했다는 언론보도는 오보가 아닐 수 없다.    

오보를 걷어내고 진실과 마주하면, 어떤 사연이 보이는 것일까? 이 의문을 풀어줄 흥미로운 단서는 <문화일보> 2019년 4월 10일 단독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단독보도에 따르면, 2014년에 조선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특수강판을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수입하였다고 한다. 2014년에 대조선수출금지품목인 특수강판을 조선에 수출하였던 대만의 무역회사가 위에 서술된 오보에 나오는 바로 그 무역회사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6년 8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고래급 잠수함을 촬영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군부는 조선을 세계 정상급 잠수함건조국 대열에 올려세운 이 엄청난 사변을 목격하고 놀랐다. 놀라움을 느낀 세계 각국의 군부들 중에는 중국 대만 국방부도 있었다. 2016년 당시 대만 국방부는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건조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향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수함전문가를 중국 단둥에 파견하였다. 하지만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건조 입찰경쟁에 참여하지나 않을까 하는 대만 국방부의 비현실적 기대는 허망한 것이었다.  

이런 사연을 살펴보면, 2016년 어느 날 대만의 무역회사는 대만 국방부에게 잠수함설계기술을 조선에서 수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무역회사는 조선이 세계 정상급 잠수함설계기술을 가졌다는 사실을 거래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만 국방부에게 그런 의견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이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대만 국방부에 경쟁입찰 참여의사를 전한 게 아니라, 대만의 무역회사가 자기 의견을 대만 국방부에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견은 꺼내놓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대만 국방부는 미국의 전면적인 제재를 받는 조선으로부터 잠수함설계기술은 고사하고 잠수함의 나사못 한 개도 수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2019년 4월 5일 대만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당시 대만 국방부는 조선이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향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수함전문가를 중국 단둥에 파견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정황으로 봐서, 단둥에 파견된 대만의 잠수함전문가는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조선측 인사를 만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잠수함전문가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쨌든 대만 국방부의 그런 행동은 이상한 행동이었다. 왜냐하면 대만 국방부는 미국의 전면적인 제재를 받는 조선으로부터 잠수함설계기술을 수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조선에서 잠수함설계기술을 수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매우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대만 국방부는 조선이 세계 정상급 잠수함설계기술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대만 국방부가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질 만큼 조선의 잠수함설계기술이 세계 정상급에 올라섰다는 사실은, 조선과 거래한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제기한 의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만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당시 그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제안한 수입품목은 조선의 연어급 잠수정, 유고급 잠수정, 상어급 잠수정과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잠수함 핵심장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보도내용에서 또 하나 착오가 보인다. 대만 국방부가 건조하려는 것은 수중배수량이 300톤 미만인 소형 잠수정이 아니라, 수중배수량이 2,000톤급 정도 되는 중형 잠수함이다. 그러므로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제안한 수입품목에는 조선의 중형 잠수함이 들어갔어야 한다. 그런데 대만의 언론매체들은 그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의 관심 밖에 있는 소형 잠수정을 제안하였다고 보도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사실만 놓고 봐도,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대만 국방부에 전했던 것이 아니라, 대만의 무역회사가 자기 의견을 제기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연은 이제부터 펼쳐지기 시작한다. 2016년 당시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 제기한 의견 중에는 전 세계 잠수함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놀라운 정보가 들어 있었다. 놀라운 정보는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 제기한 의견 중에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r-independent propulsion)와 무기성발전기(VNEU)의 설계도 일부와 기술이전계획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2. 수중전략환경 변화시킨 무기성발전기의 출현

공기불요체계와 무기성발전기가 무엇이기에 그 보도내용이 놀라운 것인가? 이 사연을 알려면, 디젤-전동식 잠수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잠수함 안에 설치된 디젤엔진을 돌려서 얻은 전기를 축전지에 충전하고, 그 충전된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잠수함 축전지에는 제한된 양의 전기만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항해 도중에 틈틈이 디젤엔진을 돌려 충전해야 한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이 최대속력으로 잠항하는 경우, 축전지에 충전된 전기는 1시간 밖에 쓸 수 없으며, 정상속도로 잠항하더라도 축전지에 충전된 전기는 하루밖에 쓸 수 없다.

만일 잠수함 안에서 디젤엔진을 돌리면, 잠수함 안의 산소를 금방 다 써버려 승조원들이 산소부족으로 죽게 되므로,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돌리기 위해 해수면 아래 3m까지 떠오른 뒤에 도관처럼 생긴 통기구(snorkel) 두 개를 해수면 위로 내민다. 통기구 한 개는 대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관이고, 다른 통기구 한 개는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와 방사열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배출관이다. 

잠수함이 해수면 위로 통기구를 내밀고 디젤엔진을 돌려 충전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잠수함에서 디젤엔진이 돌아가면 엔진동음이 발생하여 적국 군함의 수중음향탐지기(sonar)에 포착될 위험이 생긴다. 또한 잠수함이 해수면 가까이에 떠올라 느린 속도로 움직이면서 통기구를 통해 배기가스와 방사열을 대기 중으로 계속 방출하면, 적국의 해상초계기 또는 대잠헬기에 노출될 위험이 생긴다. 광역초계작전을 펼치는 해상초계기나 대잠헬기는 넓은 해역을 감시, 추적하는 적외선(열)탐지기를 장착하고 빠른 속도로 해수면 위를 날아다니며 잠수함을 색출하기 때문에, 잠수함의 통기구에서 내뿜는 방사열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수중음향탐지기나 적외선탐지기에 위치가 노출된 잠수함은 공격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잠수함은 통기구를 해수면 위로 내밀고 충전하다가 적국의 군함이나 해상초계기, 대잠헬기가 나타나는 경우 10초 만에 후닥닥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숨는 비상경보훈련을 반복한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탐구해오던 잠수함건조국들은 디젤엔진을 돌리지 않고서도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꿈의 잠수함을 개발하려고 애썼다. 그런 고심어린 노력 끝에 세상에 나온 것이 공기불요추진체계다. 공기불요추진체계는 잠수함이 통기구를 통해 대기 중의 산소를 흡입하지 않고, 다시 말해서 디젤엔진을 가동하지 않고, 전기를 얻어내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공기불요추진체계의 핵심장치는 대기 중의 산소가 없어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무기성발전기(anaerobic generator)다. 

잠수함건조국들은 앞을 다투어 더 좋은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려는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였다. 이를테면, 프랑스는 폐쇄순환식 무기성발전기(closed-cycle anaerobic generator)를 개발하였다. 산소와 에탄올의 혼합물을 고압에서 연소시켜 증기를 생산하고, 그 증기로 발전기를 돌리는 전기발전체계다. 그런데 이 무기성 발전기는 효율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증기터빈회전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결함을 지녔다.         

스웨리예, 중국, 일본은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stirling-cycle anaerobic generator)를 각각 개발하였다.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획기적인 첨단잠수함을 세계 최초로 건조한 나라는 스웨리예다.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에는 연료전지(fuel cell)이 들어간다. 연료전지의 구조적 원리는, 수소(연료)와 산소(산화제)의 혼합물에서 발생하는 화학에너지를 산화환원반응(redox reaction)을 통해 전기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연료전지를 수소연료전지 또는 전기화학전지라고 부른다. 

도이췰란드와 로씨야는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fuel-cell anaerobic generator)를 각각 개발하였다. 이것은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보다 효율이 더 높은 무기성발전기다.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의 특징과 우월성은 세 가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도이췰란드 씨멘스가 만든 연료전지다. 공식명칭은 Proton Exchange Membrane Fuel Cells(PEMFC)이다. 이 연료전지는 도이췰란드가 개발한 잠수함용 무기성발전기에 들어가는 첨단장비다. 잠수함건조국들은 전 세계에서 단 몇 나라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이 첨단장비를 서로 먼저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개발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간다는 도이췰란드에서 만든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의 발전용량은 너무 적어서 연료전지 2개와 디젤엔진을 함께 설치해야 잠수함을 움직일 수 있다. 연료전지개발분야에서 도이췰란드보다 한 발 앞선 로씨야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발전용량이 2,000킬로와트 이상 되는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선이 독자적인 기술로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였다. 조선은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 개발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로씨야와 경쟁하는 최첨단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첫째,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소음을 내지 않는다. 스텔스잠수함이 출현한 것이다. 잠수함의 소음은 잠수함의 생존을 위협하고, 잠수함의 무소음은 수중작전능력을 결정적으로 증대시킨다.  

둘째,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승조원들이 먹고 마실 식량과 식수만 있으면, 45일 동안 해수면에 떠오르지 않고 수심 300m 깊은 바다 속에서 작전할 수 있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충전하기 위해 하루에 한 차례씩 해수면 가까이 떠올라야 하는데,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45일 동안 깊은 바다 속에서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디젤-전동식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세한 수중작전능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셋째,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폐기하지 않고,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하여 성능을 대폭 개량할 수 있다. 그러므로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많이 보유한 조선이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는 경우, 잠수함전력을 비약적으로 증강시킬 수 있다. 

잠수함용 연료전지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나라는 스웨리예, 도이췰란드, 중국, 일본, 로씨야다. 그런데 스웨리예, 도이췰란드, 중국, 일본이 개발한 연료전지들은 발전용량이 150~400킬로와트밖에 되지 않는다. 1,500~2,000킬로와트급 연료전지를 설치해야 하는 잠수함에는 턱없이 부족한 발전량이다. 그래서 스웨리예, 도이췰란드, 중국, 일본은 잠수함에 소용량 연료전지를 2개나 설치하고서도 부족하여 디젤엔진도 설치해야 했다. 

디젤엔진을 완전히 없애고 대용량 연료전지만으로 가동되는 연료전지형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는 로씨야다. 로씨야는 2010년에 건조한 수중배수량 2,800톤급 잠수함 쌍끄뜨뻬쩨르부르그에 연료전지를 설치하였다. 미국은 그 잠수함을 라다급 잠수함이라고 부른다. 쌍끄뜨뻬쩨르부르그함에 설치된 연료전지의 발전용량은 2,013킬로와트인데, 이것을 추진력으로 환산하면 2,700마력이다. 그러나 시험운항 중에 연료전지의 결함이 나타나는 바람에, 연료전지를 들어내고 종전의 디젤엔진을 다시 들여놓았다. 로씨야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개발하고 있는 2,000톤급 연료전지형 무기성전기발전기는 ‘VNEU’라고 부른다. 로씨야의 경험은 그 어떤 잠수함건조국도 2,000킬로와트급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소리 소문 없이 개발한 군사과학기술강국이 있으니, 그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벨라루스공화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툿바이> 2019년 4월 8일 보도에 따르면, 2016년에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조선의 잠수함설계기술을 수입하는 문제를 제안하면서 언급한 조선의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는 로씨야의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VNEU)와 다른, 독자적으로 개발된 무기성발전기라고 한다. 이런 보도내용은 2016년 당시 조선이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이미 개발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잠수함에 설치한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의 발전용량이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은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 개발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로씨야와 경쟁하는 최첨단기술을 2016년에 이미 보유했던 것이다.    


3. 조선이 건조한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
  
2016년 9월 30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38노스>는 함경남도 해안공업도시 신포에 있는 잠수함건조공장이 개건, 확장되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보도기사에서 <38노스>는 그 잠수함건조공장을 남신포조선소라고 불렀다. 신포조선소에서 남쪽으로 2.3km 떨어진 륙대리반도에 있기 때문에 남신포조선소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남신포조선소를 봉대보일러공장이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고 한다. 남신포조선소라는 명칭이 조선에서 사용되는 공식명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남신포조선소라는 명칭을 쓴다. 

남신포조선소 개건확장공사는 2012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시작되었다. 미국의 언론매체 <워싱턴자유횃불>은 2017년 4월 20일 보도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조선제재 전문가집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개건확장된 남신포조선소가 잠수함을 동시에 1척 이상 조립하는 함체조립공장 1개동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미사일조립공장 1개동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38노스> 2016년 9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서방측 상업위성은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기간에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각종 자재와 부품들이 쌓여있는 남신포조선소 야적장을 촬영하였다고 한다. 그 상업위성사진자료에서는 대형 화물차들과 철길이동식 기중기 4대가 오가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개건확장된 남신포조선소에서 2016년부터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상업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한 <38노스> 2017년 1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남신포조선소 야적장에는 지름이 7.1m인 원통형 자재들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그처럼 커다란 원통형 자재는 잠수함 함체를 조립할 때 쓰는 것이므로, 2017년 당시 남신포조선소에서는 함폭이 7.1m인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함폭이 7.1m인 잠수함은 얼마나 큰 잠수함일까? 

로씨야가 2010년에 건조한 쌍끄뜨뻬쩨르부르그함의 함폭이 7.1m다. 그 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은 2,800톤이므로, 2017년 당시 남신포조선소에서 2,800~3,000톤급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언론매체 <도꾜신붕> 2017년 9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공기불요추진체계가 설치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발사관 2~3문이 설치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공정이 2017년 9월 현재 80% 진척되었는데, 2017년 안에 진수될 것이라고 한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두 사진은 함경남도 해안도시 신포에 있는 신포조선소에서 남쪽으로 2.3km 떨어진 륙대리반도 끝에 개건확장된 잠수함건조공장을 서방측 상업위성이 촬영한 것이다. 아래쪽 사진에 보이는 2개의 건물들 가운데 여러 건물들이 연결되어 있는 큰 건물은 잠수함을 건조하는 함체조립공장이고, 왼쪽에 아래위로 비스듬히 놓인 건물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미사일조립공장이다. 함체조립공장에서는 잠수함을 동시에 2척씩 건조하고 있고, 미사일조립공장에서는 사거리가 2,500km이며 핵탄두를 장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을 조립하고 있다.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탑재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이 바로 그 조립공장들에서 동시에 2척씩 건조되고 있다.    

또한 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6월 말 군수공업부문 간부들에게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2018년 9월 9일까지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라고 명령했는데, 2017년 말에 신형 잠수함을 진수하게 되었으므로 건조공정이 예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자유횃불>은 2017년 4월 20일부 기사에서 남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을 동시에 1척 이상 조립할 수 있다고 보도하였으므로, 남신포조선소에서는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이 1년 6개월마다 2척씩 건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은 2017년 말에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2척 건조하였고, 2019년 6월에 그 신형 잠수함을 2척 더 건조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위에 서술된 보도내용은 조선이 2017년에 공기불요추진체계가 설치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발사관 2~3문이 설치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이 2017년에 달성한 국가핵무력완성은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만 이해될 수 없고, 3,000톤급 신형 전략잠수함을 건조한 것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조선의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은 전 세계에서 소음이 가장 적은 스텔스잠수함이다. 이 스텔스잠수함은 45일 동안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무소음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 이 스텔스잠수함에 설치된 어뢰발사관 4문에서는 533m 중어뢰를 발사할 수 있고, 기뢰도 부설할 수 있다. 이 스텔스잠수함에 수직으로 설치된 수중발사관 3문에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2016년 8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두 번째로 진행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시험발사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북극성-1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2,500km를 날아가는 핵공격미사일이므로, 조선의 3,000톤급 스텔스잠수함은 핵공격전략잠수함이다.   


4. 신포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스웨리예가 1996년 4월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한 고틀랜드급 잠수함을 세계 최초로 실전배치하였다. 수중배수량이 1,600톤인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발전용량이 970킬로와트인 디젤엔진 2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주동력으로 하고, 발전용량이 75킬로와트인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 2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보조동력으로 하여 움직인다. 15일 동안 작전수심 150m 바다속에서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 무장장비는 어뢰발사관 6문, 어뢰 18발, 기뢰 48발이다.   

세계 최초로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한 최첨단 잠수함이 출현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미국은 그 잠수함의 수중작전능력을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국은 스웨리예에게 고틀랜드급 잠수함을 1년 동안 빌려달라고 요청하였고, 스웨리예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2005년 6월 27일 거대한 수송선에 실린 고틀랜드급 잠수함 1척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에 있는 쌘디에고 해군기지에 나타났다. 미국 해군은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수중작전능력을 평가하는 가상전투를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벌였다. 항모타격단이 그 평가전에 투입되었다.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은 구축함, 순양함, 핵추진잠수함, 대잠헬기로 편성되었다. 수중배수량이 1,600톤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잠수함 1척이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실전환경과 똑같이 전개되는 가상전투를 벌인 것이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고틀랜드급 잠수함 1척이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 것이다. 평가전이 시작되자,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 구축함, 순양함, 대잠헬기가 로널드 레이건함을 둘러싸고 3중, 4중으로 밀집구축한 호위경계망을 귀신같이 뚫고 들어가 어뢰사거리까지 바짝 접근하였다. 그리고 수중에서 533mm 중어뢰를 연발로 가상발사하여 로널드 레이건함을 가상격침시키고, 여러 척의 핵추진잠수함도 가상격침시켰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미국의 초대형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구축함들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항진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스웨리예가 건조한 고틀랜드급 스텔스잠수함이 해수면 위로 떠올라 해상항해를 하는 장면이다. 로널드 레이건함의 배수량은 101,400톤이고,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은 1,600톤이다. 양자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커서 비교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로널드 레이건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과 고틀랜드급 잠수함 1척이 평가전을 벌였다. 그 가상전투에서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두었다. 충격과 당혹감에 사로잡힌 미국 국방부는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임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면서 항모타격단과 맞서는 평가전을 계속 진행했으나 번번이 항모타격단이 격침당하는 참담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조선이 건조한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은 스웨리예가 건조한 1,600톤급 스텔스잠수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중작전능력을 가졌다.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으로 핵위협을 가하던 시대는 영원히 종말을 고하였다.     

2003년 7월에 실전배치된 최신형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은 함체길이가 332m이고 배수량은 101,400톤이며, 90대의 함재기 및 대잠헬기들이 탑재되고, 승조원은 5,000명이다. 이 거대한 항공모함의 함체가격은 자그마치 62억 달러다. 

그런데 그처럼 어마어마한 항공모함을 둘러싸고 빈틈없이 호위한 수중경계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렸고, 101,400톤급 항공모함이 1,600톤급 잠수함에게 보기 좋게 격침당한 것이다.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을 중심으로 편성되었기 때문에,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이 격침되면 항모타격단 자체가 궤멸된다.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펼친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가상전투에서 어이없는 완패를 당한 미국 해군 지휘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래서 그들은 항모타격단을 동원한 가상전투를 여러 차례 반복하였고, 미국 국방부는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임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면서 가상전투를 반복하였으나, 항모타격단이 고틀랜드급 잠수함에게 여지없이 격침당하는 참담한 결과만 계속 나올 뿐이었다.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2016년 11월 11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고틀랜드급 잠수함 대 항모타격단의 평가전에서 고틀랜드급 잠수함이 번번이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로 소음을 내지 않고 움직이면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수중음향탐지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소음을 내지 않는 스텔스잠수함이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강력한 수중무기라는 사실이 현실로 입증된 것이다. 

둘째, 함체크기가 작고, 수중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민첩한 수중기동으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경계망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함체크기가 작아야 적국의 능동형 수중음파탐지에 노출되지 않고,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입증된 것이다. 

스텔스잠수함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최근 조선에서 들려오고 있다. 남신포조선소에서는 고틀랜드급 잠수함보다 수중작전능력이 더 뛰어난 신형 스텔스잠수함이 건조되었다. 조선의 신형 스텔스잠수함들은 미국의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가 핵탄두를 장착한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미국 본토를 초토화시킬 핵공격력도 갖추었다. 조선의 신형 스텔스전략잠수함들이 미국 본토 가까이 접근하여 수중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무너진다. 

2005년 고틀랜드급 잠수함과 벌인 평가전에서 수없이 격침당하는 바람에 ‘무적함대’라는 명성을 잃어버리고 치욕을 당한 로널드 레이건함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5년 10월 일본 요꼬스까 미해군기지의 제7함대로 이전, 배속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 해군에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왜냐하면 고틀랜드급 잠수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중작전능력을 가진 조선의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이 로널드 레이건함을 상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한 2018년 1월 1일부터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스텔스전략잠수함으로 무장한 조선으로부터 심각한 핵위협을 받기 시작하였다.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으로 핵위협을 가하던 시대는 영원히 종말을 고하였다. 조미관계에 조성된 전략적 환경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조선에게 핵무력을 포기하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백악관은 조미관계에서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를 모르는 무지몽매에 빠져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어쨌든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지몽매는 올해 12월 이전에 영원히 끝날 시한부 무지몽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