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6

하노이 정상회담, 미국은 타협하고, 조선은 승리한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36)
자주시보 2019년 02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없애버릴 강력한 철거수단
2. ‘명예로운 퇴각’ 위해 불가피한 미국의 핵동결 
3. 조선이 미국의 연락사무소설치제안을 번번이 거절한 이유
4. 위험한 측근의 한국방문 중단시킨 트럼프


1. 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없애버릴 강력한 철거수단

미국은 태평양을 자국의 내해처럼 여긴다. 미국에게 있어서 태평양을 지배하는 문제는 그 나라의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핵심문제다. 지난 20세기 중반에 미국은 태평양지배권을 장악, 유지하기 위해 격렬한 전면전을 두 차례나 벌였다. 그 전쟁은 1941년 12월 7일부터 1945년 9월 2일까지 3년 8개월 동안 지속된 태평양전쟁과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 1개월 동안 지속된 6.25전쟁이다.

태평양전쟁은 미국과 일본이 싸운 전쟁이므로, 미일전쟁이라고 해야 자연스럽지만, 미국은 교전관계를 표상하는 미일전쟁이라는 명칭이 아니라 교전지역을 표상하는 태평양전쟁이라고 부른다. 이것만 봐도, 미국이 태평양지배권에 대해 얼마나 집착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6.25전쟁은 미국이 북의 남침으로부터 남을 지켜주기 위해 벌인 전쟁이라고 널리 선전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미국은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6.25전쟁을 벌인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태평양지배권을 틀어쥐려면, 그 지배권을 지켜줄 강력한 무력을 태평양에 전진배치해야 하는데, 그런 전진배치지역으로 선택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미일안보동맹이야말로 미국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고, 미국의 국가안보를 지켜주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보루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런데 지리적으로 보면, 미국이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는 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일본렬도 바로 옆에 한반도가 있다. 한반도와 일본렬도 사이의 지리전략적 환경이 우리 민족에게 불리하게 조성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였던 간빙기 이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와 일본렬도는 대륙에 함께 붙어있었다. 간빙기에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한반도와 일본렬도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갈라졌지만, 가장 가까운 곳은 폭이 약 200km밖에 되지 않는 비좁은 해협이다.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렬도만 장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으므로, 일본렬도와 지리전략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반도까지 장악해야 한다. 미국군이 사용하는 작전지도에서 한반도와 일본렬도는 단일작전구역으로 표시되어 있다. 

지난 70년 역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를 장악, 지배하려는 미국의 악랄하고 음흉한 책동은 한반도를 분할점령하고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우리 민족을 무참히 희생시켜온 것이 바로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1953년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직후, 전쟁 전에 북측 지역이었던 북위 38도선 동부전선 어느 지역을 점령한 미국군 병사들이 표지판 앞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지난 70년 역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를 장악, 지배하려는 미국의 악랄하고 음흉한 책동은 한반도를 분할점령하고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우리 민족을 무참히 희생시켜온 것이 바로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왕건이 고려를 건국한 이후 오늘까지 1,000년 이상 장구한 세월 동안 통일국가 안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을 두 국가로 영구히 분렬시키려는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반대, 배격하지 않으면, 8천만 우리 겨레는 자주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두고 우리 민족이 한 치도 타협해서는 안 되는 까닭, 오로지 그 정책을 전면적으로 반대, 배격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제국주의국가가 약소국을 무력으로 강점, 지배하였던 역사적 사실들이 명백히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은 어떤 정상적 외교관계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두 가지 강력한 수단에 의해서만 수행되는데, 그 두 가지 수단이 바로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이다. 

여기서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가리켜 두 가지 수단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서로 분리될 수 없을 만큼 군사전략적으로 결합되었으므로 사실상 일체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주한미국군이 철수하면 한반도를 위협하는 핵우산도 당연히 철거되는 것이고, 한반도를 위협하는 핵우산이 철거되면 주한미국군도 당연히 철수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한 가지 명백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8천만 우리 겨레는 자기의 자주적 발전을 위하여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전면적으로 반대, 배격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지난 70년 역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한국의 역대 친미정부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맹종하였고, 오늘의 현실이 보여주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역대 친미정부들과 똑같이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맹종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조선은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반대, 배격하였고, 오늘도 여전히 그러하다. 조선은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전면적으로 반대, 배격해왔지만, 그 정책을 수행하는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없애버릴 강력한 철거수단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선이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없애버릴 철거수단은 핵무력밖에 없다. 핵무력에 맞서는 힘은 핵무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조선의 핵과학자들을 이끌고 핵무기개발사업을 추진하였다. 조선이 40여 년 동안 걸어온 핵무기개발사업의 기나긴 노정은,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수행하는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없애버릴 철거수단을 자력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간고분투의 길이었다.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틀어쥔 미국은 조선이 그런 강력한 철거수단을 갖지 못하도록 온갖 횡포한 방해와 제재와 압박을 총동원하다가, 그것도 모자라 한때는 조선에 대한 무력침공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검토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진척되어온 조선의 핵무기개발사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가장 중대한 유업으로 계승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력적인 지도 밑에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폭발력이 핵탄두에 비할 바 없이 더 강한 수소탄두를 만들어냈고,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 기적 같은 사변들이 2017년에 줄이어 일어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가장 중대한 유산으로 물려받은 국가핵무력을 5년 만에 완성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마침내 완성되었음을 세계만방에 선포하였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이해하면, 조선이 국가적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 보유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 조선은 핵무력을 갖지 못했던 지난 시기에 재래식 무력만 가지고서도 국가안보를 능히 수호할 수 있었지만, 재래식 무력만으로는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수행하는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선은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파탄시키기 위해 핵무력을 보유한 것이다.     


2. ‘명예로운 퇴각’ 위해 불가피한 미국의 핵동결 

조선이 2017년에 완성한 국가핵무력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를 전면적으로 위협하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였다. 태평양만이 아니라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의 핵타격권 안으로 들어갔다.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여 미국의 면상을 호되게 후려갈긴 셈이다. 이러한 국가안보상황의 격변 속에서 미국은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지키는 지역안보문제를 넘어서, 미국 본토 전역을 지켜야 하는 심각하고 긴급한 국가안보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자기가 직면한 심각하고 긴급한 국가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과 불가피하게 타협을 해야 하였다. 무슨 타협인가? 미국이 어떻게 하면 ‘제국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고 한반도에서 물러갈 수 있는가 하는 이른바 ‘명예로운 퇴각(Retreat with Honor)’에 관한 타협이다. 

여기서 말하는 ‘명예로운 퇴각’은 조선의 완성된 국가핵무력에게 짓눌린 미국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한다는 뜻이다.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어쩔 수 없이 철거해야 하는 미국은 그런 치욕적인 퇴각을 ‘명예로운 퇴각’으로 미화, 분식하여 ‘제국의 체면’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미국이 ‘제국의 체면’을 유지해주는 ‘명예로운 퇴각’을 선택하려면 조선과 일정한 선에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며칠 뒤 윁남사회주의공화국 수도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미국이 ‘제국의 체면’을 유지해주는 ‘명예로운 퇴각’을 위해 조선과 타협하는 중요한 기회로 될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윁남정부가 하노이 시내 곳곳에 설치한 환영간판이다. 환영간판에는 조선국기와 미국국기가 형상되어 있고, 그 오른쪽에 국제공용어로 "조선-미국 하노이 정상회담 비엣남"이라고 쓴 글자가 형상되었다. 조선의 우호국인 윁남사회주의공화국에서는 미국-조선이 아니라 조선-미국이라고 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하노이에서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기회에 윁남을 공식방문하게 된다. 며칠 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면, 미국은 '제국의 체면'을 유지해주는 '명예로운 퇴각'을 위해 조선과 타협하게 될 것이고, 하노이에서 조선-윁남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조선과 윁남의 친선우호관계는 더욱 발전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치욕적인 퇴각을 ‘명예로운 퇴각’으로 미화, 분식하여 ‘제국의 체면’을 유지하려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조선의 핵동결이라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속셈을 꿰뚫어보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가 조선의 핵동결을 요구하기도 전에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핵동결을 협상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미국이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9년 2월 21일 이름을 밝히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외신기자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진행한 회견에서 조선의 핵동결이 하노이 정상회담의 주요의제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는데, 그는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그 사실만 언급하였을 뿐,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언론의 초점을 흐려놓곤 한다. 

그런데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는 언론매체들과 전문가들은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하는 미국의 상응조치가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연락사무소 설치가 조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 가운데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하여 연락사무소를 두 나라 수도에 각각 설치하는 것은 등가교환이 아니라 부등가교환이다. 왜냐하면 연락사무소 설치는 국가안보문제가 아니라 관계개선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선은 핵동결이라는 국가안보문제를 해결하려는 판인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미국이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여 관계개선문제만 해결하려는 것은 명백한 부등가교환이므로 조선과 미국의 대등한 협상에서는 그런 부등가교환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미국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방안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조선이 핵동결을 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도 핵동결을 해야 한다. 이것이 합리적인 해결방안이다. 조선의 핵동결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이라면, 미국의 핵동결은 한반도를 위협하는 핵우산을 철거하는 것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핵우산이 철거되면 그에 따라 주한미국군도 철수해야 하므로 미국의 핵동결은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의 철거를 뜻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핵동결을 약속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여 트럼프 대통령도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핵동결을 약속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미국의 ‘명예로운 퇴각’이다. 

1973년 1월 23일 국정연설에 출연한 당시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나흘 뒤 프랑스 빠리에서 체결될 윁남전쟁 종전합의를 가리켜 ‘명예로운 평화(Peace with Honor)’라고 하였다. 윁남을 남북으로 분할점령하고 북침전쟁에 광분하던 미국군은 1973년 3월 29일에 철수하였으므로, 닉슨이 말한 ‘명예로운 평화’는 ‘명예로운 퇴각’ 이외에 다른 게 아니었다. 그로부터 46년이 지난 오늘 트럼프 대통령도 자기의 대선배격인 닉슨의 뒤를 따라 한반도에서 물러나는 ‘명예로운 퇴각’을 명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석상에서는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진지하게 여러 차례 거론했으면서도, 기자회견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발언하고 있다. 최근 사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2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중에 며칠 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를 논의할 것인가고 물은 취재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것은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협상탁자 위에 올려있는 것 중 하나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답변은 무슨 뜻인가?

철군이라는 말만 들어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아전인수로 해석하면서 철군반대여론을 퍼뜨리는 호기로 삼았다. 하지만 위에 인용된 취재기자의 질문부터 잘못되었다. 그는 감축문제가 아니라 철수문제를 질문했어야 옳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은 주한미국군의 부분감축이 아니라 전면철수이며, 핵우산의 부분철거가 아니라 전면철거다. 

그날 기자회견 중에 엉터리 같은 질문이 불쑥 튀어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에서는 재치가 묻어났다. 철군문제가 하노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참으로 재치 있게 답변한 것이다. 철군문제는 하노이 정상회담 의제가 아니라는 그의 답변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문제를 하노이 정상회담에 의제로 올려놓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사실만 알면, 한 가지 사실만 알고 그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은 모르는 것이다. 며칠 뒤 하노이 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에서 사전에 합의된 의제들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철군문제야말로 매우 민감하고 중대한 최상위 의제이므로, 직급이 낮은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에서는 논의될 수 없고, 두 정상이 단독정상회담에서 전격적으로, 그리고 제3자에게 알리지 않고 은밀히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극적으로 벌어지는 절묘한 담판은 언제나 전격적이고, 은밀하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2월 8일 건군절 71주년에 즈음하여 인민무력성을 축하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무력성회의실에서 전군지휘관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이다. 임박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견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철군의지는 확고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의사도 변하지 않았다. 하노의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미국의 핵동결(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철거)을 약속해도, 민감하고 중대한 그 약속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은 밀약으로 될 것이다. 다만 공동성명에는 그 밀약이 우회적으로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절묘한 담판의 전례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2일에 진행된 싱가폴 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최선희-성김 실무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민감하고 중대한 문제인 한미합동군사훈련중단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제기하여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미국의 정치자문기구인 유라시아그룹의 창설자이며 현직 회장인 아이언 브레머는 그 기구의 웹싸이트에 실린 글에서 자기가 2019년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도이췰란드 뮌헨에서 진행된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하였을 때 아프리카의 어느 한 나라에서 온 대통령을 만났는데, 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자기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대통령이 브레머 회장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아프리카 대통령과 담화하면서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에 상응하여 비핵화(핵동결)를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철군의지를 담화를 통해 직접 확인했다는 아프리카 대통령은 2018년 9월 9일 공화국 창건 70주년 경축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였던 모리타니 대통령 모하메드 울드 압델아지즈다. 

그처럼 강한 철군의지를 지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철군약속을 받아낼 결정적인 기회인 하노이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철군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다. 하노이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의 핵동결을 약속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핵동결을 약속할 것으로 예견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하노이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미국의 핵동결(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철거)을 약속해도, 민감하고 중대한 그 약속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싱가폴 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였지만, 민감하고 중대한 그 약속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았다. 민감하고 중대한 약속은 두 정상 사이에서 밀약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하노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조선과 미국이 평화선언 또는 상호불가침선언을 채택하는 문제를 명시함으로써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밀약이 우회적으로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3. 조선이 미국의 연락사무소설치제안을 번번이 거절한 이유 

2019년 2월 1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이 각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조선과 미국은 이미 지난해 10월에 연락사무소설치문제를 논의한 바 있으므로, 그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7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0월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자리에서 연락사무소설치문제를 논의하였다고 한다. 

과거경험을 돌이켜보면, 미국이 조선에게 연락사무소설치문제를 처음 제기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이다. 미국은 1994년 10월 조선과 제네바기본합의를 채택하던 때에도 그 문제를 제기하였고, 2007년 2월에 진행된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2.13합의를 채택하던 때에도 그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조선은 연락사무소를 상대국 수도에 각각 설치하자는 미국의 제의를 번번이 거절하였다. 조선이 그 제의를 거절한 까닭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연락사무소만 설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미국에게 협상을 장기화시킬 구실만 안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시기 몇몇 사회주의우호국들이 겪었던 씁쓸한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연락사무소설치를 제의하였을 때마다 그것을 번번이 거절하였다.   

미국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개선한 사회주의나라들은 중국, 윁남, 꾸바다. 1933년 11월에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였던 소련은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은 사회주의적대국들이었던 중국, 윁남, 꾸바와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관계개선과정을 거쳐 국교를 수립했는데, 그 실현과정은 상대국에 따라 매우 다르게 전개되었다. 미국이 조선과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을 예측하려면, 중국, 윁남, 꾸바와 각각 관계를 개선하였던 경험들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꾸바대사관 청사를 촬영한 것이고, 아래쪽 사진은 꾸바공화국 수도 아바나에 있는 미국대사관 청사를 촬영한 것이다. 지난 시기 미국에게 사회주의적대국이었던 꾸바는 미국에게 또 다른 사회주의적대국들이었던 중국, 윁남과 함께 연락사무소(꾸바의 경우 이익대표부)를 설치하는 관계개선과정을 거쳐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였다. 미국과 꾸바는 1977년 워싱턴과 아바나에 각각 이익대표부를 설치하였고,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2015년 7월 20일 국교를 수립하였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꾸바와 국교를 수립하면서도, 꾸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종전대로 유지하였을 뿐 아니라, 꾸바영토인 관따나모를 무력으로 점령한 미국군을 전혀 철수하지 않았다. 미국군을 자국영토에서 몰아낼 강력한 철거수단(핵무력)이 꾸바에게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제의하였던 연락사무소설치방안을 받아주지 않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지난 시기 미국은 중국영토인 대만에 미국군을 주둔시켰으므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대만에서 ‘명예로운 퇴각’을 해야 하였다. 그래서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1972년 2월 21일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베이징 미중정상회담으로 시작된 관계개선에 따라, 1973년에 워싱턴과 베이징에 각각 연락사무소가 설치되었다. 1978년 12월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은 브레진스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베이징에 파견하여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기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하였다. 1979년 1월 1일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워싱턴 방문으로 미중국교수립이 완료되었고, 같은 해 4월 28일 대만에서 미국군이 완전히 철수하였다. 중국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5를 최종적으로 시험발사하여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날은 1980년 5월이다. 미국은 1973년 5월 14일 베이징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때로부터 6년 동안 시간을 질질 끌다가 중국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직전에 국교수립과 철군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이런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제의하였던 연락사무소설치방안을 받아주지 않았었다. 

(2)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윁남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미국은 미국군의 패색이 짙어지자 서둘러 ‘명예로운 퇴각’을 해야 하였다. 그래서 미국은 빠리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군을 철수하였다. 그러나 윁남의 경우, 철군이 곧 국교수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1994년 2월에 가서야 윁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였고, 윁남에서 ‘명예로운 퇴각’을 한 때로부터 22년이 지난 1995년 1월 하노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였고, 같은 해 7월 11일 국교를 수립하였고, 같은 해 8월 기존 연락사무소를 총령사관으로 승격하였다. 윁남은 미국과 싸운 전쟁에서 승리하여 미국군을 철거시켰지만, 핵무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명예로운 퇴각’ 이후 22년이 지나서야 미국과 국교를 수립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제의하였던 연락사무소설치방안을 받아주지 않았었다.

(3) 1961년 1월 외교관계를 단절하였던 미국과 꾸바는 1977년 워싱턴과 아바나에 각각 이익대표부를 설치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그로부터 무려 38년이 지난 2015년 7월 20일 꾸바와 국교를 수립하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꾸바와 국교를 수립하면서도, 꾸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종전대로 유지하였을 뿐 아니라, 꾸바영토인 관따나모를 무력으로 점령한 미국군을 전혀 철수하지 않았다. 미국군을 자국영토에서 몰아낼 강력한 철거수단(핵무력)이 꾸바에게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제의하였던 연락사무소설치방안을 받아주지 않았었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경험들 가운데서 조미관계개선과정과 가장 가까운 것은 미중관계개선과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개선은 중국의 핵무기 보유 → 미중정상회담 → 연락사무소 상호설치 → 국교수립과 대만주둔미국군 철수 → 중국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이어진 기나긴 노정이었다. 그러나 조미관계개선과정은 그와 다를 것이다. 그 과정은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 → 조미정상회담 → 연락사무소 상호설치 → 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철거 → 국교수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워싱턴과 베이징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때로부터 국교를 수립하기까지 6년이나 걸렸지만, 조선과 미국이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 1년 남짓한 기간에 국교를 수립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1970년대 중국은 핵무기를 가졌으나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직 갖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미국 본토 전역이 아직 중국의 핵타격권 밖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명예로운 퇴각’을 서둘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연락사무소를 설치해놓고서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기까지 시간을 질질 끌었다. 그러나 오늘 조선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으므로 미국이 연락사무소를 설치해놓고 시간을 질질 끌 수 없고, 이른 시일 안에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고, 조선과 국교를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처럼 변화된 정세 속에서 조선은 이제 미국의 상호연락사무소설치제안을 받아줄 수 있게 되었다.   


4. 위험한 측근의 한국방문 중단시킨 트럼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2009년 10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윁남전쟁을 지휘했던 로벗 맥나마라 당시 국방장관은 2007년 8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와 대담하면서 지난 시기 존슨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에서 내부혼선이 일어나는 바람에 윁남전쟁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결정을 잘못하였고, 그래서 미국이 패전했다고 지적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오늘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는 윁남전쟁패배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내부혼선을 겪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2019년 2월 21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내부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의 대조선협상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국방부 고위관리들과 재무부 고위관리들도 비건 특별대표의 대조선협상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왜 팜페오 국무장관이 아니라 비건 특별대표에게 불만을 표시하는가?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연이 얽혀있다.

(1)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2019년 2월 22일부에 실린 분석기사에서 유라시아그룹 회장 아이언 브레머가 지적한 것처럼, 팜페오 국무장관은 지금 조선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보면서 조선의 비핵화문제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고 한다. 조미협상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사람에게 조미협상을 맡길 수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직접 비건 특별대표를 휘하에 틀어쥐고 조미협상을 추진하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국방부 및 재무부의 고위관리들은 조미협상과 관련하여 차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불만을 표시하지 못하면서, 애꿎게도 대통령의 지시를 집행하고 있는 비건 특별대표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2) <워싱턴포스트> 2009년 10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윁남전쟁시기에 린든 존슨 대통령은 윁남전쟁에 관련된 중대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토의, 결정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사적 담화에서 결정하였고, 국가정보기관의 정보분석이 아니라 자신의 직감으로 윁남전쟁에 관한 전략적 문제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당시 백악관 보좌관들은 존슨 대통령의 전략적 결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1960년대 윁남전쟁에 대처하던 존슨 대통령의 그런 태도와 오늘날 조미협상에 대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닮은꼴이다. 지난날 존슨 대통령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날 트럼프 대통령도 조미협상에 관한 전략적 문제들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결정하기보다 자신이 단독적으로 결정하기를 좋아하고, 국가정보기관의 정보분석을 불신하면서 자기의 직감에 의존하여 조미협상에 대한 전략적 문제들을 판단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나 국방부 및 재무부 고위관리들은 조미협상에 관련된 중대문제들을 자기의 직감에 의존하여 판단하면서 단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만을 품고 있지만, 대통령에게 섣불리 불만을 표시하였다가 해임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비건 특별대표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1월 28일 백악관에서 베네주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발동하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촬영된 것이다. 세계지도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그의 오른손에는 연노란색 필기장이 들려있는데, 사진을 확대하면 거기에 "아프가니스탄 -> 회담 환영, 5,000병력 꼴롬비아로"라고 두 줄로 쓴 자필글씨가 보인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탈레반측과 진행하고 있는 종전회담을 환영한다는 뜻이고, 베네주엘라 마두로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군 병력 5,000명을 그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친미추종국 꼴롬비아에 파병한다는 뜻이다. 볼턴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기를 내심 바라는 악질관료이며, 조미협상이 실패하는 경우 극우본색을 드러내며 한반도정세를 격화시키려고 벼르는 대결광신자다. 그런 그가 하노이 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2월 24일에 한국을 방문하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야찌 쇼따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3자회동을 하려고 하였는데, 그의 한국방문계획은 실행 직전 갑자기 취소되었다. 그의 한국방문계획을 중단시킨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기를 내심 바라는 볼턴이 한국에 가서 3자회동을 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우려하였기 때문에 그의 한국방문계획을 중단시킨 것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 2019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2월 24일에 서울 또는 부산으로 가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야찌 쇼따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3자회동을 하려고 하였는데, 그의 한국방문계획이 실행 직전 갑자기 취소되었다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볼턴이 베네수엘라 사태에 집중하기 위해 그가 스스로 한국방문계획을 취소한 것처럼 둘러댔지만, 실제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의 한국방문을 중단시킨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한국방문을 중단시킨 까닭은, 그가 한국방문 중에 무슨 요설을 꺼내놓으며 하노이 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개최를 방해한 악질관료다. 그는 싱가폴 정상회담이 눈앞에 다가왔던 2018년 5월 16일 미국 언론매체와 대담하면서 조선의 비핵화는 리비아식 비핵화처럼 진행되어야 한다느니 뭐니 하는 악담과 폭언을 늘어놓으며 정상회담 분위기를 망쳐놓았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5월 24일 담화에 관해 보고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정상회담을 취소할 징후가 보인다느니 뭐니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심히 자극하는 바람에 그 술책에 넘어간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정상회담을 한때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볼턴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기를 내심 바라는 대결광신자다. 그런 악질관료가 하노이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한국을 방문하여 3자회동을 하려고 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어찌 그런 위험행동을 보고만 있었겠는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익 펜스 부통령 같은 대통령의 측근들이 저질렀던 불상사들이 올해에 또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 준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야 2020년 11월 3일 대선에서 재선될 길이 열리게 되는 그로서는 신중을 기하는 수밖에 없다. 며칠 뒤에 열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목표는 ‘명예로운 퇴각’을 타협하는 것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구하는 목표는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시키는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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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핵대결의 전략적승리에서 핵담판의 전략적승리에로

[한호석의 개벽예감](335)
자주시보 2019년 02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선이 거둔 4 대 0 전술적 승리
2. ‘가짜 황금’도 없고, ‘값진 양보’도 없다
3. 조선의 요구는 제재완화가 아니라 제재해제다
4. 미국이 조선에 제의한 상호불가침선언
5. 마지막 기회에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1. 조선이 거둔 4 대 0 전술적 승리

2019년 1월 18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의 위험성’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나온 그 사설은 미국의 언론매체들이 언급하기 꺼리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읽어볼 만하다. 그 흥미로운 사설을 다시 읽어보려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1) “외교의 재개는 분렬되고 무능한 미국 행정부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또 다른 전술적 승리(another tactical victory)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사설은 지적하였다. 외교의 재개가 아니라 조미협상의 재개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다. 사설에서 지적한 것은, 조선과 미국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조선이 또 다시 전술적 승리를 거두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물론 그런 평가는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응당한 평가가 아닐 수 없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은 아직 개최되지 않았지만, 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 자체가 조선에게 전술적 승리를 또 다시 안겨준 것이며 미국에게는 전술적 패배를 또 다시 안겨준 것이다. 아직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두 나라가 그 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면, 어느 한 쪽이 승리하고, 어느 한 쪽이 패배하는 승패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워싱턴포스트> 사설이 지적한 것처럼, 조선이 이번에 전술적 승리를 또 다시 거두었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이 조선에게 제기했던 요구조건들을 포기하고, 다시 말해서 조선의 시각으로 보면 미국이 자기의 강도적 요구들을 포기하고 대폭 후퇴한 것으로 하여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조선이 대미협상에서 전술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였다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2월 13일 당시 동유럽을 순방 중이던 마익 팜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뽈스까 수도 와르샤바에서 미국 텔레비전방송 과 단독대담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대담진행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게는 12가지 전제조건을 제기하였으면서도, 왜 조선에게는 아무런 전제조건도 제기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팜페오 국무장관은 "상황이 매우 달라서 그렇다"고 하면서, "오늘 북조선은 미국에 도달하는 핵무기를 가졌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우리가 지금 즉각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는 위협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선택하였다"고 답변하였다. 다시 말해서,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조선의 강력한 국가핵무력 앞에서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전제조건도 내걸지 않고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선이 조미핵대결에서 거둔 전략적 승리가 미국을 조미협상으로 끌어냈고, 지금은 그 협상에서 또 다른 전략적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9년 1월 18일부 사설에서 <워싱턴포스트>는 조선이 미국을 상대로 벌인 치열한 협상에서 거둔 전술적 승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2019년 1월 16일 <자주시보>에 실린, 재일동포 통일학자 강민화 박사와 진행한 신년대담기록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정세격변 일어난다’에서 조선이 대미협상에서 거둔 압도적인 승리를 다음과 같이 해설한 바 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2018년에 조미협상이 시작되었을 무렵, 조선의 핵무기를 미국 본토로 반출하여 해체해야 한다는 이른바 ‘핵반출론’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다가, 조선으로부터 배척을 받고 움찔하더니 결국 ‘핵반출론’을 철회하였습니다. 조선의 판정승입니다.

또한 미국은 2018년에 조미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에 조선이 미국에게 핵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이른바 ‘핵신고론’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다가, 조선으로부터 배척을 받고 움찔하더니 더 이상 ‘핵신고’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조선의 판정승입니다.

또한 미국은 그 무슨 미중공조로 조미협상에서 조선을 고립시키고 우위를 차지할 것처럼 이른바 ‘미중공조론’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방문과 조중정상회담을 보고 움찔하더니 더 이상 ‘미중공조’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였습니다. 조선의 판정승입니다.

또한 미국은 조선이 협상재개 선결조건으로 제기한 제재완화요구에 응할 수 없다느니 뭐니 하면서 이른바 ‘제재완화불가론’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다가, 조선으로 배척을 받고 움찔하더니 조선의 눈치를 보면서 최근에 제재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조선의 판정승입니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사실들은 조선이 ‘핵반출론’, ‘핵신고론’, ‘미중공조론’, ‘제재완화불가론’ 같은 미국의 헛소리들을 하나씩 배척하면서, 지난해 조미협상에서 4 대 0으로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두었음을 말해줍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여 조미핵대결에서 전략적 승리를 거둔 조선은 미국이 제기한 여러 가지 부당한 전제조건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미국을 조미정상회담으로 끌어내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마익 팜페오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2월 13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는 뽈스까 수도 와르샤와에서 당시 동유럽을 순방 중이던 팜페오 국무장관과 단독대담을 진행하였는데, 이란에게 12가지 전제조건을 제기한 트럼프 행정부가 왜 조선에게는 아무런 전제조건도 제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 질문을 받은 팜페오 국무장관은 “상황이 매우 달라서 그렇다”고 하면서, “오늘 북조선은 미국에 도달하는 핵무기를 가졌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우리가 지금 즉각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는 위협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선택하였다”고 답변하였다. 


2. ‘가짜 황금’도 없고, ‘값진 양보’도 없다

<워싱턴포스트> 1월 28일 사설을 다시 읽어보아야 할 두 번째 이유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위험을 느끼는 그들의 불안한 심리상태가 사설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워싱턴포스트>만 그런 위험을 느끼는 게 아니다. 미국 여론을 주도하는 미국 연방의회의 지도급 인사들,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 미국의 전문가집단들로 이루어진 조미협상반대파들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위험을 느끼고 있다. 8천만 우리 겨레와 세계 평화애호인민들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개최합의를 환영하고, 그 정상회담에서 위대한 전변이 일어나기를 고대하며 희망하는데, 그들은 왜 위험을 느낀다느니 뭐니 하면서 희떠운 소리를 꺼내놓은 것일까?

그 까닭은 <워싱턴포스트> 1월 28일 사설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속아넘어가기 쉬운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여 가짜 황금(fool's gold)을 건네주는 대가로 값진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제2차 정상회담을 이용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속임수에 넘어가기 쉬운 어수룩한 사람으로 깎아내린 것일 뿐 아니라, 국가안보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조미협상을 속임수가 오가는 협잡거래인 것처럼 악랄하게 비방중상한 것이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그 정상회담을 협잡거래인 것처럼 악랄하게 비방중상한 것은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 평화애호인민들로부터 규탄과 배격을 받아 마땅한 악질망언이다.

(1)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가짜 황금’은 도대체 무엇인가? 사설에는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되지 않았지만,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가장 중대한 사안은 조선의 핵동결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워싱턴포스트>가 1월 28일 사설에서 조선의 핵동결을 ‘가짜 황금’이라고 비방중상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망상에 사로잡힌 그들의 눈에는 조선의 핵동결이 ‘가짜 황금’으로 보일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핵동결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의 시험, 생산, 사용, 전파를 중단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지난해부터 핵강국인 조선에게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이므로, 핵동결만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거듭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도 조선의 핵동결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이를테면, 2019년 1월 29일 연방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댄 코우츠 국가정보실장은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의 정보판단을 종합한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조선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2019년 2월 12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인디아양-태평양사령관 필립 데이비슨 해군제독은 청문회 보고서에서 조선이 핵무기 또는 핵무기생산시설들을 전부 폐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들은 조선의 핵동결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들이다. 

물론 조선의 핵동결조치는 단계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첫 단계에서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핵물질생산중단이란 녕변핵시설단지에서 가동되는 플루토늄생산시설들과 우라늄농축시설들을 전부 폐기하는 것이다. 수 억 달러나 하는 값비싼 핵물질생산시설들을 전부 폐기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핵공학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정세를 전변시키는 중대한 정치적 계기를 마련해가는 것이므로, 어찌 간단한 문제이겠는가.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9년 1월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탠퍼드대학 산하 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연설하는 장면이다. 그는 연설에서 만일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조미실무협상에서 조선의 녕변핵시설해체에 상응하여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019년 2월 6일부터 8일까지 그는 평양을 방문하여 조선측과 실무협상을 진행하였다. 그러므로 그 실무협상에서 조선의 녕변핵시설해체에 상응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논의되었을 뿐 아니라, 쌍방이 그 문제에 대한 합의가능성을 찾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합의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협상전략은 조선의 핵동결에서 완료되는 것이므로 핵동결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2019년 1월 31일 미국 스탠퍼드대학 산하 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채택,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그리고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0월 7일 방북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자리에서 만일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하였음을 상기시키면서, 조미실무협상에서 조선의 녕변핵시설해체에 상응하여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값진 양보’란 무엇인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시할 ‘값진 양보’는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하여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를 뜻한다. 조미협상의 의의를 폄하하려는 <워싱턴포스트>는 조선이 취할 조치를 ‘가짜 황금’으로 깎아내리는 한편 미국이 취할 조치를 ‘값진 양보’라고 추켜올렸지만, 미국이 조선에게 무슨 양보를 하는 게 아니라 조선과 미국이 서로 공평하게 상응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완전히 중단하고, 녕변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는 핵동결조치를 취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핵동결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2019년 1월 31일 미국 스탠퍼드대학 산하 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 연사로 출연한 비건 특별대표는 비핵화 개념을 정의하는 문제에 대해 조선과 미국이 공감하였는가 라고 물은 참석자의 질문을 받았을 때, 비핵화 개념에 대한 정의도 없고, 공유된 합의도 없다고 답변하였다. 비건의 답변은 솔직한 답변이지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부연설명이 덧붙여진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조선과 미국의 견해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조선과 미국은 비핵화 개념을 합의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이 조선을 상대로 협상을 진전시키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가도 해결될 수 없는 비핵화 개념논쟁에 매달려 허송세월할 게 아니라, 조선이 정의한 비핵화의 의미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정의한 비핵화의 의미를 인정하였을까?

<워싱턴포스트> 2019년 2월 12일부에 실린, 미국 언론인 데이빗 익네이셔스의 분석기사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스탠퍼드대학 핵문제전문가들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문제전문가들로부터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했는데, 그들이 비건에게 조언한 것은 핵폐기가 아니라 핵동결이라고 한다. 그런 조언을 받은 비건 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을 것이고, 그런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정의한 비핵화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인식하였을 것이다. 

2019년 2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메히꼬 국경장벽건설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중 조미협상에 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단지 시험(testing)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시험이란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뜻한다. 이 말은 그가 기자회견 중에 불쑥 꺼낸 것이지만, 미국이 조선에게 바라는 것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힌 그 발언은 그가 조선이 정의한 비핵화의 의미를 인정하였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이 정의한 비핵화의 의미를 인정하였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의 정상회담 개최요청을 받아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이 정의한 비핵화의 의미, 곧 핵동결의 의미를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하였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선이 핵동결조치를 취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도 핵동결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이다. 두 나라가 상호핵동결을 하지 않고, 조선만 핵동결을 하는 것은 불완전한 비핵화이므로, 그런 불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될 리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워싱턴포스트>가 2019년 1월 18일부 사설에서 말한 ‘가짜 황금’이나 ‘값진 양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며,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과 미국의 공평한 상호핵동결을 합의할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호핵동결이란 조선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완전히 중단하고 녕변핵시설을 전부 폐기하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한반도 핵우산을 완전히 철거하는 것이다.

조선의 완성된 국가핵무력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 안에 끌어들여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을 힘으로 압도하였으니, 핵우산은 이미 존재가치를 상실하였다. 그런 까닭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을 아까워할 필요가 전혀 없고, 철거하는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 1월 18일 사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당지역에서 미국군과 (전략)자산들이 철수되는 것이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고 서술하였다. 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핵전략자산의 배치, 반입, 연습,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한반도 핵우산이 완전히 철거된다는 뜻이다.

미국이 한반도 핵우산을 철거하면, 주한미국군도 당연히 핵우산과 함께 철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주한미국군은 전시에 조선에게 핵우산을 사용하기 위한 인계철선역할을 수행하는 군대인데, 핵우산이 철거되면 인계철선도 함께 철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은 핵우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위험지역에 자국군대를 방치해둘 수 없으므로, 핵우산을 철거하면 주한미국군도 함께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3. 조선의 요구는 제재완화가 아니라 제재해제다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 1월 18일 사설에서 “북조선은 제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교묘하게 조종(manipulate)하여 제재완화, 종전선언, 주한미국군 철수 같은 새로운 양보를 받아낼 것으로 확실히 바라고 있다”고 서술하였다. 정상회담에서 누가 누구를 교묘하게 조종한다는 말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거부감에서 표출된 황당무계한 궤변이다. 미국 언론계를 대표한다는 일간지가 거친 감정이나 표출하면서 황당무계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에게 환멸을 느낄만하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의 핵동결에 따르는 상응조치로 대조선제재문제, 한반도평화문제, 주한미국군철수문제의 일괄타결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것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3대 주요의제들인데, 그 중에서 제재문제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9년 2월 13일 동유럽을 순방 중이던 팜페오 국무장관은 뽈스까 수도 와르샤와에서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와 대담을 진행하면서 “그러한 제재를 완화하는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완전한 의도(our full intention)다. 나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매우 바란다”고 말했다. 이것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기로 이미 결정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제재문제에 대한 조선의 견해는 다르다.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붕> 2019년 1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조선대표단을 이끌고 백악관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였던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백악관을 방문하기 직전 숙소호텔에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회담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조선이 이미 여러 가지 비핵화조치를 취했으므로 이제는 미국이 그에 상응하여 독자적인 대조선제재와 유엔안보리의 대조선국제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제하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중앙일보> 2019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6일부터 8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협상에서 조선 협상단은 미국 협상단에게 대조선제재해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비건 특별대표가 즉답을 내놓지 않자 조선 협상단은 워싱턴에 돌아가 협의한 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진행될 실무협상 때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만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도 제재해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조선은 자기의 길을 가겠다는 식으로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미국은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조선은 제재완화가 아니라 제재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해제범위도 미국의 단독제재만이 아니라 유엔안보리의 국제제재까지 전면적으로 확대해놓은 것이다. 조선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만일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자기의 길을 가겠다는 식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4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에 현지에서 성대한 준공식을 진행한 평양 려명거리의 아름다운 야경이다. 평양이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평양 곳곳에 새로 건설된 수많은 고급아파트들이 각계각층 평양시민들에게 완전히 무상으로 공급되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첨단녹색건축기술이 도입된 이 거대한 고층건물들은 조선이 제재나 봉쇄에도 그떡하지 않고, 힘차게 발전하는 자력갱생-자립자강의 강국이라는 사실을 실물로 입증하고 있다. 평양만 그런 게 아니라, 조선 각지에서 수많은 기념비적 건축물들과 현대적인 생산시설들과 첨단과학기술성과들이 이룩되면서 조선의 사회주의자립경제는 빠른 속도로 발전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제재는 실효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조선에 대한 제재는 아무런 실효도 내지 못하는 헛발질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헛발질 같은 제재에 매달려 허송세월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대조선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제하여 조미관계개선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이 감행하는 독자적인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국의 주도로 조작된 유엔안보리의 국제적인 대조선제재까지 전면적으로 해제되어야, 남과 북은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을 드높이며 8천만 겨레가 절실히 바라는 남북관계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위대한 자주통일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국면을 열어놓을 수 있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혁철 특별대표로부터 각각 대조선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강한 요구를 받았지만, 그 요구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미국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라 부분적인 제재완화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의 제재해제요구에 답할 수 있는 당사자는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 1월 18일 사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에 대한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그 어떤 조치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하였다”고 서술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하게 제기한 제재해제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당사자도 트럼프 대통령뿐이다. 자력갱생과 자립자강으로 국가경제를 발전시켜나가는 조선에게 제재는 사실상 실효가 없는 헛발질 같은 것에 불과하다. 미국이 헛발질 같은 제재에나 매달린다고 해서 협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사정을 살펴보고, 사실상 마지막 담판이 벌어질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대조선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제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4. 미국이 조선에 제의한 상호불가침선언

2019년 1월 31일 미국 스탠퍼드대학 산하 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미국과 북조선,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평화로 전변되는 한반도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미국은 그런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무엇을 선택했을까?

일본 <교도통신> 2019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6일부터 8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협상에서 미국 협상단은 조선 협상단에게 불가침선언 또는 평화선언을 채택할 것을 제의했다고 한다. 요즈음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발표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고, 나는 이전에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종전선언발표를 생략하고 평화협정체결을 제의할 것으로 예견하였다. 그런데 위에 인용된 보도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아니라 불가침선언을 제의한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불가침협정 또는 불가침조약이 아니라 불가침선언이다. 불가침협정이나 불가침조약이 체결되면 미국 연방의회에서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트럼프 반대파가 장악한 연방의회에서 비준을 받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불가침선언이라는 명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불가침선언은 불가침협정 또는 불가침조약보다 국제법적 구속력이 약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협정이나 조약도 체결일방이 파기를 선언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효력이 정지되고, 또한 체결일방이 파기를 선언하지 않고서도 위반할 수도 있고, 더욱이 파기나 위반을 제재할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협정이나 조약은 선언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협정, 조약, 선언은 국제법적 구속력에 의해 지켜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지키려는 체결당사자 또는 채택당사자의 정치군사적 힘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관계에서는 강력한 정치군사적 힘이 필요하다.

조선과 미국이 상호불가침선언을 채택하는 경우, 그 선언은 조선의 정치군사적 힘에 의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군사적 힘의 실체는 핵억지력이다. 만일 조선이 핵억지력을 갖지 못했다면, 조선과 미국이 상호불가침선언을 채택하더라도 그것의 이행을 위한 담보가 없으므로 그 선언은 빈 종이장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협정이나 조약을 위반하거나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상습범’이라는 사실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는데, 그런 ‘상습범’의 말만 믿고 불가침선언을 채택할 나라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11월 하순 비무장지대에 있는 한국군 감시초소가 철거되는 장면이다. 남과 북은 군사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 전 전선에 걸쳐 감시초소 20개에 배치된 병력과 무장장비를 후방으로 멀리 철수하였고, 감시초소들도 2018년 11월 30일까지 모두 철거하였으며, 2018년 12월 12일에는 철거현장에 대한 쌍방의 상호검증도 실행되었다. 그로써 우리 민족끼리 분단선을 뛰어넘어 화해하고 단합하려는 통일의 기운이 강해지기 시작하였다. 어느덧 폐허로 변해버린 감시초소철거현장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8천만 우리 겨레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폐허다. 우리 민족은 분단장벽이 철거된 아름다운 폐허 위에 위대한 자주통일강국을 세울 것이며, 반만년 민족사에 빛나는 천하제일강국을 세울 것이다. 이것은 꿈이 아니라 머지않아 이루어질 가슴벅찬 현실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조선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이 참가하는 2+4 형태의 양자-다자복합회담을 진행하여 채택 또는 체결할 수 있다. 그와 다르게, 상호불가침선언은 한국과 중국은 참가하지 않고, 조선과 미국이 양자회담에서 채택할 수 있다. 미국이 조선에 제의한 상호불가침선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논할 필요가 있다. 

첫째, 2+4 형태의 양자-다자복합회담을 준비하고 합의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데, 양자회담은 그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2020년 11월 3일 대통령선거 전까지 조미관계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크게 절약되는 상호불가침선언을 바라는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조선과 미국이 상호불가침선언을 채택하기 위한 양자회담을 진행하는 경우, 한국이 그 회담에 참가할 수 없으므로, 조선과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반대하는 주한미국군 철수문제와 한반도 핵우산 철거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셋째, 그 동안 종전선언채택문제를 두고 애써온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다자정상회담에 자신도 참가시켜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믿은 것은 큰 실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빼놓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미불가침선언을 채택하려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을 해마다 대폭 증액하여 종당에는 전액 부담시키려는 강도적 요구를 문재인 정부에게 들이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석 같이 믿는 한미동맹이란 그처럼 한 순간에 버림받을 수 있는 물거품 같은 것이다. 


5. 마지막 기회에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2019년 2월 11일 당시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한국 여야 5당 지도급 인사들이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을 면담하는 자리에 동석한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가 12개 이상 합의되었다고 말했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그처럼 많은 의제를 논의하여야 하므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과 다르게 이번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가 왜 그처럼 많아졌을까? 비건의 발언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019년 1월 31일 미국 스탠퍼드대학 산하 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는 (조미)관계전환,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완전한 비핵화라는 싱가폴 정상회담의 목표와 병행하여 그 이상의 진전을 이루어낼 여러 조치들, 두 나라의 신뢰구축에 도움이 되는 조치들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여러 가지 신뢰구축조치들을 합의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2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메히꼬 국경장벽건설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는 기자회견 중에 조미협상에 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단지 시험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시험이란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뜻한다. 미국이 조선에게 바라는 것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는 것이라고 밝힌 그의 발언은 그가 비핵화의 의미를 핵동결로 인식하게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미협상을 바라지 않는 대결주의자들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느니 의구심이 생긴다느니 뭐니 하면서 허튼 소리를 늘어놓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의미를 핵동결로 인식하게 되었으니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정세와 동북아시아정세를 근본적으로 전변시킬 중대한 해결방안들이 합의될 것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여기서 말하는 신뢰구축조치는 관계개선을 추동하는 실질적인 조치이므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여러 가지 신뢰구축조치들을 합의하게 되는 것은 조선과 미국의 관계개선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뜻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그 강연에서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70년의 전쟁과 적대감을 뛰어넘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미협상을 바라지 않는 대결주의자들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느니 의구심이 생긴다느니 뭐니 하면서 허튼 소리를 늘어놓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확신한다면 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정세와 동북아시아정세를 근본적으로 전변시킬 중대한 해결방안들이 충분히 합의될 것이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 쎈토사섬에서 진행된 제1차 조미정상회담 직후 현장에서 미국 텔레비전방송 <ABC>와 단독대담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담진행자가 “당신은 어떤 종류의 안전보장을 주었는가? 협상했는가?”라고 물었을 때, “우리는 그에게 무엇인가를 주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그에게 무엇인가를 주었고, 그는 기뻐할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이 답변은 제1차 조미정상회담 중에 조선에 대한 안전보장조치가 합의되었다는 뜻이다. 어떤 안전보장조치였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단독대담 중에 다른 여러 사안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유독 그 사안에 대해서만은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였는데, 그런 것을 보면, 중대한 안전보장조치를 합의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대담 중에 언급한, 조선에 대한 안전보장조치가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두 정상이 단독회담 중에 조선의 안전보장조치에 대해 구두로 합의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지난해의 조미관계를 돌이켜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대담 중에 언급한 조선의 안전보장조치에 관한 구두합의를 미국이 이행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구두로 합의하였어도 각료들의 만류에 가로막혀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 백악관 내부사정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결정을 만류하던 각료들은 모두 해임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결심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며칠 뒤에 열리게 된다. 각료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의 대조선협상전략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기회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 1월 18일부 사설에서 “우리는 팜페오 국무장관 같은 보좌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분별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권유하기 바라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수리아주둔 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린 최근 결정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는 (보좌관들의 권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서술하였다.

앞으로 제3차 조미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므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된다.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가 2019년 1월 31일 스탠포드대학 산하 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말한 것처럼, 70년 동안 지속된 조미적대관계를 뛰어넘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확신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적대관계를 뛰어넘을 마지막 기회가 다가오는 것이다. 바로 그 마지막 기회에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은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이 거두었던 전략적 승리가 이제는 조미협상에서 조선이 거둘 전략적 승리로 이어지는 대격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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