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7

청와대가 중재한 조미예비회담, 왜 무산되었나?

[한호석의 개벽예감](288)
자주시보 2018년 02월 2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남, 북, 미 3자구도로 복잡하게 얽힌 사연
2. 서훈-팜페오 비밀회담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최종결정
3.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서 조용히 진행된 정치곡예
4. 대남특사파견 예측하지 못해 상황을 오판한 청와대와 국정원
5. 조미예비회담이 무산된 원인은 백악관의 자가당착 괴행

1. 남, 북, 미 3자구도로 복잡하게 얽힌 사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보도기사가 <워싱턴포스트> 2018년 2월 20일부에 실렸다. 그 보도기사의 핵심내용을 간추리면, 평창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지난 2월 10일 당시 서울에 머물고 있었던 조선 고위급 대표들과 미국 고위급 대표들이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담을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는데, 회담을 시작할 시간이 2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여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연을 <워싱턴포스트> 취재기자에게 털어놓은 제보자는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미국 부통령과 함께 그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닉 에이어스(J. Nick Ayers) 부통령 비서실장이다. 

그날 조선 고위급 대표들이 취소한 회담은 백악관이 조선에게 몇 차례 만나자고 제의하였으나 조선이 번번이 거절하는 바람에 조선에게 말도 붙여보지 못했던 ‘조건 없는 조미예비회담’이다. <세계일보> 2018년 1월 8일부 보도기사에서 미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표면을 하면 언제든 북미직접대화가 열릴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북한측에 회담개최제안을 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그런 제안은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에도 공식 전달됐고, 이후에도 이 채널이 수시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에서 언급한 <워싱턴포스트> 2018년 2월 20일부 보도기사가 나왔을 때, 한국 언론매체들은 곧바로 그와 관련된 기사들을 써냈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연들이 그 보도기사들을 통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조선 고위급 대표들과 미국 고위급 대표들이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하였던 조미예비회담은 워낙 극비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보도기사 몇 편만 읽어봐서는 어떤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워싱턴포스트> 2018년 2월 20일부에 실린 그 보도기사는 백악관의 제보자가 전해준 사연을 듣고 작성된 것이므로 남, 북, 미 3자구도로 복잡하게 얽힌 사연을 전체적으로 밝혀주지 않았다. 백악관의 시각으로 치우친 서술내용을 남, 북, 미 3자구도로 넓혀 서술균형을 바로잡을 때, 복잡하게 얽힌 사연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1월 4일 오후 10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이다.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다. 그날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 북, 미 3자구도가 복잡하게 얽힌 사연이 시작된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미예비회담을 중재하려고 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조선인권공세로 강화된 최대압박공세를 계속 감행하여 남북관계개선을 '통제'하려고 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의한 조미예비회담을 소극적으로 수용하였다. 다른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남관계개선을 적극 추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였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한 조미예비회담 제의를 받았다가 백악관이 조선을 모욕하고 남북관계개선을 방해하는 망동을 부리는 것을 보고 그 회담을 취소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남, 북, 미 3자구도로 복잡하게 얽힌 사연이 시작된 날은 2018년 1월 4일이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은 전화통화를 하였다. <워싱턴포스트> 2018년 1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옆집 아이 부르듯 ‘재인아(Jae-in)’라고 하대하였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통령님(Mr. President)’이라는 존칭으로 깍듯이 공대하였던 전화통화였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날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대화계획에 대해 설명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남북대화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공을 세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 발언에는 남북관계개선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지만, 남북관계개선이 마치 자기 노력으로 시작된 것처럼 착각한 것은 그가 정상인보다 약간 낮은 지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2018년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엿새 만에 또 다시 전화통화를 하였다. <로이터통신> 2018년 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그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월 9일에 있었던 남북고위급회담이 잘 진행되었다고 설명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적절한 시점과 상황에서 조선과 대화하려고 한다”고 말하였고, 펜스 부통령을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 단장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하였음을 알려주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이 적절한 시점과 상황에서 조선과 대화하려고 한다”고 말하면서 대화의사를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 발언이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던 1월 20일 당시에는 그가 무슨 속셈을 가지고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북측 고위급 대표들과 미국 고위급 대표들이 만나는 회담을 중재하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그날 두 정상이 전화통화에서 주고받은 대화내용을 좀 더 명료하게 재구성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미예비회담을 중재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고, 그런 의향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도 적절한 시점과 상황에서 조선과 회담하려고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위에 인용한 <세계일보> 2018년 1월 8일부 보도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은 이미 2017년 12월에 조선에게 회담을 하자고 몇 차례 제의하였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는데, 해가 바뀌면서 시간이 더욱 촉박해지는 바람에 백악관은 조선과의 회담을 급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백악관이 그런 곤경에 빠진 때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미예비회담을 중재해보겠다고 제의하였으니,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제의를 반대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미예비회담을 중재하고 싶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향을 들은 뒤에 조미예비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기대감은 <가디언> 2018년 1월 10일부 보도기사와 <블룸벅뉴스> 2018년 1월 10일부 보도기사에서 각각 찾아볼 수 있다. 그 두 보도기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우리와 북조선 사이에는 확실히 문제들이 있지만, 지금 유익한 대화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좋은 에너지들이 많이...매우 좋은 일이다. 바라건대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기대감을 제 손으로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적인 괴행을 저지르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2. 서훈-팜페오 비밀회담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최종결정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예비회담을 중재하고 싶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런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혼자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고, 반드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공식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자신의 조미예비회담 중재제의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후속작업을 추진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후속작업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서훈 국정원장에게 맡겼다. 원래 국정원은 은밀히 움직이는 비밀활동기관이므로, 극비로 추진해야 할 조미예비회담 중재업무를 국정원장에게 맡기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더욱이 2017년 5월 평택미국군기지 안에 대조선첩보기관인 ‘코리아임무쎈터(Korea Mission Center)’를 설치한 미국 중앙정보국은 대조선첩보사업에서 국정원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게 되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2017년 6월 1일에 취임하였으므로,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중앙정보국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관계는 전화통화를 주고받을 만큼 밀착되어 있었다.   

<조선일보> 2018년 2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서훈 국정원장은 2018년 1월 하순 워싱턴을 극비로 방문하였다. 그는 워싱턴에서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을 만나 비밀회담을 진행하였다. 서훈-팜페오 비밀회담에서 조미예비회담 중재문제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훈 국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의한 조미예비회담 중재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결정해달라고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에게 요청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그 비밀회담에서 서훈 국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대북관계개선이 조선의 비핵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므로, 미국도 평창동계올림픽의 호기를 놓치지 말고 조선과 예비회담을 하여 비핵화협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식으로 설득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6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훈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담화하기 위해 다른 방으로 걸어가는 장면이다. 그보다 한 달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은 평택미국군기지 안에 대조선첩보기관인 '코리아임무쎈터'를 개설하는데, 그로써 대조선 첩보사업에서 국정원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게 되었다. 2018년 1월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자신의 조미예비회담 중재제의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후속작업을 추진하였는데, 미국 중앙정보국과 통하는 서훈 국정원장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그리하여 2018년 1월 하순 서훈 국정원장은 워싱턴을 극비로 방문하여 마익 팜페오 중앙정보국장과 비밀회담을 진행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백악관 대결파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서훈 국정원장의 그런 설명을 듣고 공감을 표시하였다. 다시 말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관계개선구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비핵화구상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이 그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어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예비회담 추진문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회의를 소입하였는데, 그날은 2018년 2월 4일이었다. <워싱턴포스트> 2018년 2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그날 트럼프 대통령이 소집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 마익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John F. Kelly) 대통령 비서실장, 닉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었고, 출장 중인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전화통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참석하였다고 한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하고 싶다고 한 조미예비회담에 대해 찬성하였다고 한다. 조미예비회담에 대한 백악관의 최종결정이 내려진 그날은 펜스 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출발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3.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서 조용히 진행된 정치곡예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서 중재외교를 벌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곡예는 계속되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조미예비회담 중재의사를 전해야 하였다. 그는 이 임무도 대북비밀사업을 전담해온 서훈 국정원장에게 맡겼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기에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을 비공개로 준비할 때 상대하였던 북측 기관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였다. 그래서 서훈 국정원장은 국정원-통전부 연락통로를 복구하였다. 여기서 복구라는 말을 쓰는 까닭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 가동되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끊어버린 국정원-통전부 연락통로가 다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복구된 국정원-통전부 연락통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조미예비회담 중재의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재제의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중앙일보> 2018년 2월 23일 보도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보도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학교 특임명예교수는 2018년 1월 말 <중앙일보> 취재기자를 만났을 때, “북한이 북미접촉을 주선하는 우리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서훈 원장이 상당히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정인 특보의 이 발언은 지난 1월 말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조미예비회담 중재제의를 받지 않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사진 3>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북측 고위급 대표단 성원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특사로부터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읽는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 옆자리에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이 자리를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통일전선부 비밀연락통로를 통해 자신의 조미예비회담 중재의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였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재제의를 흔쾌히 받지 않았고, 김여정 특사를 파견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조미예비회담 중재제의를 받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보도한 바 없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조선과 회담을 하려면 백악관이 선행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결문제는 대조선전쟁연습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백악관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완전히 중단해야 조미예비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입으로는 대화하겠다고 떠들면서도 상대에게 총구를 겨눈다면, 대화가 어떻게 시작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조미예비회담을 중재하려던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백악관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유예하는 중이므로, 대조선전쟁연습에 대한 백악관의 속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에, 다시 말해서 대조선전쟁연습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 백악관이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지켜본 뒤에 백악관의 회담요청을 들어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상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통전부 연락통로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중재제의를 거듭 전하였다. <동아일보> 2018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청와대는 “펜스 부통령의 격에 맞는 최고위급 인사가 와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북측에 전달하면서 설득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상봉하게 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봐서 그의 중재제의를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펜스 부통령의 회담상대로 남측에 파견하였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남측에 파견한다는 북측 통보가 남측에 전달된 날은 2018년 2월 4일이었고, 펜스 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중간기착지인 일본 도꾜를 향해 워싱턴을 떠난 날은 한반도 시간으로 그 이튿날이었다. 그런데 2월 4일까지만 해도, 북측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남측에 파견한다는 것과 대표단 성원이 몇 명이라는 것만 통보하였을 뿐, 고위급 대표단 전체 명단은 통보하지 않았다. 


4. 대남특사파견 예측하지 못해 상황을 오판한 청와대와 국정원

펜스 부통령이 중간기착지인 도꾜에 잠시 머물고 있었던 2018년 2월 7일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그날 북측은 고위급 대표단 전체 명단을 통보하였는데, 그 명단을 받아본 청와대는 자기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임을 직감하였다. 

(1) 조선 고위급 대표들이 조미예비회담에 참석하려고 하면, 대미회담경험이 있는 외교관이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되어야 한다. 예컨대 지난날 조미회담이 진행되었을 때, 조선외무성 외교관들이 대미회담에 나선 것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북측이 그날 통보한 고위급 대표단 명단에는 대미회담경험이 있는 외교관이 없었고, 대남사업전문가들만 있었다. 
(2) 놀라운 것은,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이름이 고위급 대표단 명단에 들어있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세상에 알려졌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고 그를 평양에 초청한다는 의사를 구두로 전하는 특명을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주어 그를 특사로 남측에 파견하였던 것이다. 

2018년 2월 20일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것은 조선에게 ‘최대압박공세’를 가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소스라치게 만든 것 같다”고 지적하였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특사를 파견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된 까닭은 대북정보를 분석하는 국정원이 오판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관계개선구상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예측하지 못하고 상황을 오판하였다. 당시 국정원은 북측이 전략적 차원의 남북정상회담이 아니라 전술적 차원의 장관급회담을 제의해올 것으로 오판하였다. 당시 국정원이 그렇게 오판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근거는 국정원 직속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017년 12월에 펴낸 대북정보분석자료 ‘2018년 북한 정세 8대 관전 포인트’에서 발견된다. <연합뉴스> 2017년 12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보도 당일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층에 있는 식당 설가온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그 자료를 공개했는데, 거기에는 북측이 2018년에 한미관계를 이간시킬 목적으로 전술적 차원의 남북대화를 제의해올 가능성, 그리고 미중관계 및 미러관계를 이간시킬 목적으로 6자회담 재개를 제의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오판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12월 18일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이 세종문화회관 지하층에 있는 식당 설가온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장면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이다. 그날 기자간담회에서 조동호 원장이 공개한 '2018년 북한 정세 8대 관전 포인트'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자료에서는 북측이 2018년에 한미관계를 이간시킬 목적으로 전술적 차원의 남북대화를 제의해올 것으로 예견하였다. 하지만 북측은 전술적 차원의 장관급회담이 아니라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였다. 국정원은 2018년도 남북관계전망에서 오판하였던 것이다. 서훈 국정원장으로부터 빗나간 정세분석을 듣고, 북측이 전술적 차원의 남북회담을 제의해올 것으로 잘못 예상하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뜻밖에 남북정상회담 제의가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서훈 국정원장으로부터 빗나간 정세분석을 듣고, 북측이 전술적 차원의 남북회담을 제의해올 것으로 잘못 예상하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뜻밖에 남북정상회담 제의가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위에 서술한 몇 가지 사실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예비회담을 추진하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돌리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조미예비회담이 설령 성사되었다고 하더라도,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펜스 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려고 하였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백악관도 그와 비슷한 회담대처방식을 생각하였다. 당시 청와대에서 진행하려고 하다가 무산된 조미예비회담에는 대조선회담경험이 있는 국무부 외교관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였는데, 미국측 회담참석예정자 명단에는 그런 외교관의 이름이 들어있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 2018년 2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무산된 조미예비회담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대표하는 펜스 부통령, 미국 국가정보기관을 대표하는 정보관료 한 사람, 그리고 닉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하려고 하였다고 한다. 

원래 예비회담은 본회담에 어떤 의제를 상정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사전준비회담인데, 이번에 무산된 조미예비회담은 사실상 회담 쌍방이 사전준비회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건성으로 진행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번에 조미예비회담이 설령 성사되었더라도, 서로 입장차이만 확인하였을 뿐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5. 조미예비회담이 무산된 원인은 백악관의 자가당착 괴행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예상한 것보다 더욱 심하게 꼬이면서, 그가 기울여온 중재노력을 완전히 가로막아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버금가는 막말쟁이로 악명이 높은 펜스 부통령은 중간기착지인 일본 도꾜에 들렀을 때부터 조선을 자극하고 남북관계개선을 방해하는 망언을 늘어놓았을 뿐 아니라, 한국에 도착한 뒤에는 한 술 더 떠서 꼴불견 망동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다. 조미예비회담에 미국 대표로 참석하려고 하였던 펜스 부통령이 회담 직전에 그처럼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고 남북관계개선을 방해하는 망언과 망동을 저질렀던 데는 사연이 있었는데, 그 사연은 아래와 같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백악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었다. <뉴욕타임스> 2018년 1월 17일 보도기사는 그들의 고심을 이렇게 전했다. “백악관 관료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궁극적인 목표가 한반도에서 미국군을 몰아내고 두 개의 코리아를 하나의 깃발 아래 통일하려는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 (줄임) 올림픽 개막식 한 차례가 통일을 향한 발걸음으로 되기는 힘들겠지만, 통일기(unified Korea flag)를 들고 행진하는 남북단일선수단의 모습은 트럼프의 보좌관들이 우려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과시하는 계기로 될 것이며, 남과 북의 군중들이 함께 응원하는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위협에 맞서는 극적인 대조장면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줄임) 남과 북의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 특히 일본 선수들과 경기를 할 때, 강한 민족주의의식은 남과 북이 함께 자기 선수들을 응원하도록 추동할 것이다.” <사진 5>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8년 2월 2일 강원도 원주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 출범식을 진행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2018년 2월 10일 북측 응원단이 평창동계올림픽 속도빙상경기에 출전한 남북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우리 민족이 함께 부르는 아리랑을 목청껏 부르며 남북선수들을 응원하였다.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남북선수들은 공동으로 응원하였다. 이것은 민족분열의 질곡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끼리 마음과 힘을 합하고, 하나의 국기 아래 자주통일강국을 건설하려는 강렬한 통일의지를 고조시켰다. 백악관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민족이 민족분열의 질곡에서 벗어나 단합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 그에 대응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였다. 백악관은 남북관계개선을 '통제'하기 위해 대조선인권공세로 더욱 강화된 최대압박공세에 매달렸다. 그러나 백악관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통일기를 휘날리며 남북관계개선으로 전진하는 우리 민족의 발걸음을 가로막지 못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의 인용문이 말해주는 것처럼, 백악관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단합의식을 고조시키고, 남북관계개선의 강한 추동력을 얻게 되는 것을 우려하였고, 그에 대응하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이 미국에게 머리를 숙이고 회담을 제의해올 때까지 섣불리 조미회담을 시작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백악관 대결파는 당시 워싱턴에 퍼져나가고 있었던 위와 같은 고심과 우려의 틈새를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지난 1월 10일 전화통화에서 조건 없는 조미예비회담을 중재해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의를 덜컥 받아준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한’ 행동을 못마땅하게 보면서, 조선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남관계개선을 공세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우려한 백악관 대결파는 자기들에게 불리한 정세변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백악관 대결파의 우두머리로 악명이 높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남북관계개선과 조미예비회담 중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되어 2018년 1월 13일 미국 쌘프랜씨스코에서 맥매스터-정의용 비밀회담이 진행되었다.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그 비밀회담에 야찌 쇼따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도 동석시켰다. 

백악관 대결파는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공세를 강화하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추세에 편승하여 조선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하려는 대남관계개선에 ‘맞불’을 놓으려는 방해공작을 준비하였다. 남북관계개선에 대해 우려하면서 대책수립에 고심하고 있었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018년 1월 23일에 진행된 회의에서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공세’를 더욱 강화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조선과의 예비회담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공세를 더욱 강화하려는 그들의 결정은 악질 탈북자들을 앞세운 대조선인권공세로 전개되었다. 이를테면,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0일 연방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 탈북자를 참석시키고 조선의 ‘인권실태’를 맹비난하는 악담을 늘어놓았고, 2월 2일에는 탈북자 8명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들여 조선의 ‘인권실태’를 청취하면서 “북조선은 살기 힘들고 위험한 곳”이라고 중얼거리는 어설픈 광대극까지 연출하였던 것이다. 

백악관 대결파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공세’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벌여놓은 대조선인권공세를 남북관계개선을 방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였다. 펜스 부통령은 백악관 대결파가 만들어준 각본에 따라 지난 2월 8일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 악질 탈북자들을 불러놓고 꼴불견 광대극을 연출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만인의 시선은 온통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남측 방문과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집중되었으므로, 펜스의 광대극을 구경한 관객은 악질 탈북자들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하려는 조미예비회담에 참석하겠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대조선인권공세로 강화된 ‘최대압박공세’에 분별없이 매달린 백악관의 행동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었다. 대화하고 싶은 상대를 악담과 망동으로 적대하는 자가당착적인 괴행을 의학적으로 규명하면 조현병(schizophrenia)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증상을 보이는 백악관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혼란과 불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조미예비회담에 참석하겠다고 하면서도 대조선인권공세로 강화된 ‘최대압박공세’에 매달리는 백악관에게 조선은 또 다시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2월 10일 청와대를 방문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조미예비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다.  
그날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청와대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동안 머물렀다. 그러므로 조미예비회담은 오후 4시에 청와대에서 북측 고위급 대표들과 미국 고위급 대표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국대사관 관저에서 조미예비회담을 시작할 시각이 되었으니 청와대로 들어오라는 연락이 오겠지 하고 대기하고 있었던 펜스 부통령은 조선 고위급 대표단이 그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는 통보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에 조미예비회담이 무산된 원인과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 조미예비회담은 제3자가 중재하기 보다는 당사자인 백악관이 직접 조선에게 제의하여야 성사될 수 있다.
(2) 백악관은 조선에게 예비회담을 제의하기 전에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는 선행조치를 취함으로써 대화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3) 문재인 대통령은 조미예비회담을 중재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백악관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남북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4) 백악관은 조미예비회담과 대조선압박공세를 동시에 추진하는 자가당착에서 벗어나, 조미예비회담을 추진하는 것에만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5) 백악관은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조선의 비핵화를 독백하며 허송세월할 것이 아니라, 조선과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여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밝혀야 국가안보파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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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예비회담, 어떻게 성사될까?

[한호석의 개벽예감](287)
자주시보 2018년 02월 1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남북관계가 아니라 조미관계에서 결정된다
2. 트럼프의 이상한 침묵, 문재인-펜스 회담
3.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착오와 헛된 꿈
4. 백악관의 대조선정책은 어떻게 바뀌었나?
5. 불변의 전략 추진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1. 남북관계가 아니라 조미관계에서 결정된다

불꽃이 타올랐다. 이 강산을 화해의 열기로 녹이며 평화의 빛을 안겨주는 불꽃,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역사적인 방문이 지펴올린 소중한 불꽃이다. 이 불꽃은 민족의 통일열풍을 활화산처럼 불러일으키며 남북정상회담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다. 아직은 이렇게 문학적 수사로 표현하는 수밖에 없지만, 장엄한 통일시대의 개막은 꿈결 같은 상상이 아니라 70년 통일국가건설운동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우리 민족은 가슴 벅찬 격변기를 맞이한 것이다. 

바로 그 격변기에 두 가지 역사적인 대사변이 일정에 올라있다. 70년 동안 고통과 치욕을 강요해온 분단체제 한 복판에 붕괴의 파열구를 뚫어놓을 역사적인 대사변은 남북정상회담과 조미담판이다. (회담 또는 협상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지만, 적대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회담 또는 협상이므로 담판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남북정상회담과 조미담판이 열릴 것이라는 정세전망을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서술하려는 것이 이 글을 집필한 목적이다. 

서술의 출발점은, 우리 민족에게 감동과 흥분을 안겨주고, 전 세계적으로 놀라움과 찬탄을 불러일으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특사파견이다. 2018년 2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분단선을 넘어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였다.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특사의 대화내용을 읽어보면, 친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의 통일염원을 받들어 이른 시일 안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분단선을 넘어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특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다. 김여정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했는데, 친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의 통일염원을 받들어 이른 시일 안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전달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남측 방문은 민족의 통일열풍을 활화산처럼 불러일으키며 남북정상회담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지자, 남측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와 관련하여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우리 민족의 통일국가건설운동을 방해하고 반대해온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가로막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떨쳐버리기 힘든 것이다.   
그런 우려 속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의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는가 또는 불발되는가 하는 문제는 남북관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조미관계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백악관이 반대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비극적 현실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얽혀있는 한미동맹의 은폐된 모습이다. 그러므로 백악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반대할 것인가 아니면 묵인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의 반대에 가로막혀 평양을 방문하지 못하게 될 것이 확실한데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를 평양에 초청하였을까? 그런 것은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악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반대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그를 평양에 초청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악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반대하지 못하는 여건을 만들어놓고 그를 평양에 초청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특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초청을 받고,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화답하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여건을 만들어놓고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응답하였다.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떤 여건을 만들어놓은 것일까?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핵타격사정권 안으로 끌어넣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여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것이 바로 그 여건이다.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이 승리한 것이 어째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성사시킬 여건으로 되는 것일까?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배하였으므로, 이제 남은 것은 조미담판밖에 없는데, 백악관이 조선과 담판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반대할 수 없고, 묵인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 백악관이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는데도, 조선이 백악관과 담판하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다. 백악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묵인하는 조건에서만 조미담판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아직 완성하지 못하였다면, 남북정상회담이나 조미담판은 거론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여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하였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과 조미담판이 성사될 전망이 열린 것이다.  


2. 트럼프의 이상한 침묵, 문재인-펜스 회담

백악관이 조선과 담판하려는 의사를 가졌는가 또는 갖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가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된다. 조선과 담판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틀어쥐고 있으므로, 그가 그 중대사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문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현직 고위관리들 또는 전직 고위관리들, 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전문가들이 언론매체에서 조미관계에 관한 이러저러한 발언을 늘어놓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최종결정권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관심의 초점을 집중시켜야 백악관이 조선과 담판하려는 의사를 가졌는지 또는 갖지 않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백악관 측근들이 제발 좀 그만두라고 말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위터를 끊임없이 계속하면서 할 소리, 못할 소리를 늘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의 남측 방문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침묵하였다. 김여정 특사의 남측 방문으로 전 세계가 깜짝 놀라며 술렁이었는데, 트위터 수다쟁이로 소문난 트럼프 대통령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당시에 전개된 정황을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그는 침묵할 수 없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김여정 특사의 남측 방문에 관한 내부논의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고, 그 논의의 끝자락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린 것도 분명하다.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섣부른 소리를 꺼내놓지 못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특사를 남측에 파견한 것과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내린 중요한 결정은 무엇이었을까? 그 결정이 무엇인지를 외부에 알려준 사람은 놀랍게도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이다. 
얼마 전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펜스 부통령의 행동거지를 보면, 그는 미국 선수단을 이끌고 남측에 들어가서 남북관계개선을 방해하고 북측을 심히 자극하는 망언과 망동을 저지르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런 망언과 망동에 시선을 빼앗기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의 남측 방문과 관련하여 어떤 중대한 결정을 내렸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2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펜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다. 그 회담에서 펜스 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관계개선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선수단을 이끌고 남측에 들어가서 남북관계개선을 방해하고 북측을 심히 자극하는 망언과 망동을 저지르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펜스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하면서는 남북관계개선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니, 그처럼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중대한 결정을 용케 알아낸 재주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미국의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문제에 관한 글을 <워싱턴포스트>에 자주 발표하는 유명언론인 조쉬 로긴(Josh Rogin)이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2018년 2월 11일부에 실린 자신의 글 ‘미국은 북조선과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에서 펜스 부통령에게서 들은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특별기 안에서 펜스 부통령과 조쉬 로긴이 단독대담을 진행했는데, 그 자리에서 펜스 부통령은 2018년 2월 8일 자신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할 때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관계개선을 계속 추진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조쉬 로긴은 관여(engagement)라는 미국식 용어를 썼지만, 그것은 남북관계개선이라는 우리식 용어와 같은 뜻이다. 

남북관계개선을 가로막는 망언과 망동을 저지르며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었던 펜스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회담에서는 남북관계개선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펜스 부통령이야말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펜스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관계개선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그의 개인견해를 밝힌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김여정 특사의 남측 방문을 논의한 끝에 내린 결정을 전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조쉬 로긴은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펜스 부통령이 방한체류 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매일 협의하였다”고 썼는데, 이것은 남북관계개선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펜스 부통령의 회담발언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정책변화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발언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백악관은 남북정상회담을 묵인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백악관이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파악하는 것보다,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3.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착오와 헛된 꿈

2018년 2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취재기자실을 들렀을 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인가 하는 어느 외신기자의 질문을 받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답변하였다. 이 즉석답변은 그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자고 제의하였는데, 그 제의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다. 

2018년 2월 15일 남측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측 국민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남북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문재인 대통령은 이상하게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왜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그처럼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것일까? 이 의문에 답을 얻으려면, 아래에 서술한 두 가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7일 평창동계올림픽 취재기자실에 들렀을 때, 취재진에게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이 발언에서 남북관계 개선문제와 조미회담 개최문제를 바라보는 그의 생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조미회담이 성사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조미회담이 성사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므로, 남북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백악관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싶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인 것이다. 그런 생각에 따르면, 남북관계를 결정적으로 개선시킬 남북정상회담은 조미회담이 성사된 이후에 개최될 수 있으며, 만일 조미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남북정상회담도 개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그가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하기 전에 백악관의 눈치부터 살펴야 하는 민망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2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자단쎈터를 방문하였을 때 외신기자와 담화하는 장면이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인가를 물은 외신기자의 질문을 받고,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답변하였다. 이 답변은 그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금은 조미회담이 성사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므로, 남북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백악관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싶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인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과거경험이 있다. 2000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조미고위급회담 추진문제를 협의하는 조미예비회담이 진행되었고, 3월 9일 싱가포르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문제를 협의하는 남북특사회담이 진행되었다. 조미예비회담과 남북특사회담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된 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었다. 이 경험은 조미관계개선과 남북관계개선이 동시에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과거경험에 비춰보면, 조미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남북정상회담도 할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그 양자가 동시에 추진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착오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판단착오를 버리고, 백악관의 눈치를 너무 살피지 말고, 이른 시일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의지가 너무 박약하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의 통일의지가 너무 박약하다는 표현보다 그에게 통일의지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이라는 말을 입 밖에 일절 꺼내지 않는 것만 봐도, 그에게 통일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관심하는 문제는 통일문제가 아니라 평화문제다. 그의 소원은 조선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여 한반도에 평화가 실현되는 것, 오로지 그것뿐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2월 17일 평창동계올림픽 취재기자실에 들렀을 때, 취재진에게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개선되어도, 더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어도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는 게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될 것으로 믿는다. 그가 소원하는 한반도의 평화는 평화적인 분단체제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그러나 단적으로 말하면, 평화적인 분단체제는 언제가도 이루어지지 않을 헛된 꿈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건설되기 전에는, 다시 말해서 분단체제 아래서는 평화체제가 절대로 구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정전상태가 지속되고, 평화가 실현되지 않는 근본원인은 분단체제가 유지되는데 있다. 한반도가 분단되었기 때문에 평화가 실현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한반도 평화체제는 오직 자주통일국가가 건설될 때만 구축될 수 있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교체되면, 평화적인 분단체제가 세워지는 게 아니라 자주적인 통일국가가 건설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화적인 분단체제라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루어질 수 없는 조선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로운 분단체제를 소원하는 헛된 꿈을 버리고, 민족의 통일염원을 받들어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는 지상과업에 관심과 노력을 돌려야 할 것이다. 


4. 백악관의 대조선정책은 어떻게 바뀌었나?

우리 민족 전체가 기대하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조미예비회담이 열려야 하는데, 조미예비회담이 열릴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사실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대조선정책이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2018년 2월 11일부에 실린 조쉬 로긴의 기사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그 기사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특별기 안에서 조쉬 로긴이 펜스 부통령에게 조선이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하고 물었다고 한다. 조선이 제재에서 벗어난다는 말은 조미회담이 열린다는 뜻이므로, 그 질문은 백악관이 조선과 회담하기 위해 조선에게 무슨 조건을 요구하는가를 물은 것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질문을 받은 펜스 부통령의 답변이 참으로 ‘걸작’이었다. 그는 “나는 모른다. 그것이 회담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답변하였다. 
조선과 회담하기 위해 백악관이 조선에게 요구할 조건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펜스 부통령의 답변은 무슨 뜻인가? 백악관이 조선에게 요구할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조선과 회담해야 한다는 그의 답변은 또 무슨 뜻인가?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2월 8일 오산미공군기지에 특별기편으로 도착한 마익 펜스 미국 부통령과 그 부인이 임성남 외무차관의 영접을 받으며 주한미공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이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선수단을 이끌고 남측에 들어가서 남북관계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북측을 심히 자극하는 망언과 망동을 계속 자행하며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런 그가 남측 체류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특별기 안에서 미국 언론인과 마주 앉아 단독대담을 진행하면서 백악관이 조선에게 조건 없는 예비회담을 제의할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것은 그의 개인견해가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정책변화를 말해주는 발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단적으로 말하면, 펜스 부통령의 답변은 조선에게 이른바 조건 없는 예비회담(preliminary talks without precondition)을 제의하려는 백악관의 속내를 반영한 것이다. 백악관이 조선에게 조건 없는 예비회담을 제의한다는 말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대조선정책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조쉬 로긴은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기사의 첫 문장에서 “지난 주간 남한에서 미국과 북조선 사이에 서로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으나, 막 뒤에서는 워싱턴과 평양이 조건 없이 직접 대화를 시작할 새로운 외교의 개막을 향한 실제적인 진전(real progress)이 이루어졌다”고 썼던 것이다. 또한 미국의 <블룸벅 뉴스>도 위에 인용한 조쉬 로긴의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대해 보도하면서, 백악관이 조선과 회담하려는 “정책변동(policy shift)”을 보여주었다고 논평하였던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백악관은 한심한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었다. 조선이 비핵화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조선과 회담할 수 있다느니, 비핵화를 논의하는 회담이 아니라면 조선과 회담할 필요가 없다느니, 조선을 비핵화하기 위한 ‘최대압박공세’가 효과를 보고 있다느니, 조선이 먼저 머리를 숙이고 대화를 제의해오면 응해주겠다느니 뭐니 떠들어대면서 줄곧 헛발질만 하다가, 조미핵대결에서 패하고 나서 정신을 좀 차렸는지, 이제야 조건 없는 예비회담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은근히 드러낸 것이다.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배하였으므로, 백악관이 대조선정책을 그렇게 바꾸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2018년 2월 13일 헤더 노어트(Heather A. Nauert)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국무부 출입기자들에게 “우리가 (조선과) 논의하고 싶은 의제를 정하기 위해, 그 의제는 비핵화가 될 것인데, 우리는 무엇을 논의할 것인지에 관한 예비대화(preliminary chat)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도 역시 조건 없는 예비회담에 대해 언급한 것이 분명하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예비회담이란 본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진행되는 법이다. 백악관이 그처럼 본회담과 예비회담을 구분하여 순차적으로 추진하려는 속내를 은근히 드러낸 것은 자칫 결렬되기 쉬운 조미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사표명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발언에서 노어트 대변인은 앞으로 조미예비회담이 성사되는 경우 조선의 비핵화 문제가 회담의제로 정해질 것처럼 말했지만, 그것은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중얼대는 횡설수설이다. 조선은 비핵화 문제를 의제로 삼으려는 회담은 무조건 거부하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언명하였으며, 백악관도 조미회담에서 자기들이 비핵화라는 말을 입에서 꺼내는 순간 회담이 즉각 결렬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펜스 부통령과 노어트 대변인은 조미예비회담에 대해 간접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각각 언급하였으나, 백악관이 조미예비회담을 언제쯤 조선에게 공식적으로 제의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조미예비회담을 개최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백악관이 시간을 질질 끌만한 처지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백악관이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여 최악의 곤경에 빠졌으니 시간에 쫓기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 2018년 2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고 떠들어대면서도, 막 뒤에서는 이란에게 세 차례나 협상을 제의하였는데, 이란은 미국의 협상제의를 모조리 거부하였다고 한다. 핵무기를 갖지 못한 이란에게도 그런 수모를 당하며 협상을 애걸해야 하는 미국이 핵무력을 완성한 조선에게 협상을 애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런 사실은, 최악의 곤경에 빠졌으면서도 제국의 체면과 위신을 유지해보려고 거드름을 피우며 최대압박공세니 뭐니 하는 허장성세에 매달리는 백악관의 정치연극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위에 서술한 몇 가지 사실들을 살펴보면, 백악관이 조선에게 예비회담을 제의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백악관이 조선에게 예비회담을 제의하더라도, 조선이 그 제의를 받아줄지 아니면 이전처럼 또 다시 외면해버릴지 예견하기는 힘들다. 조미예비회담 개최문제는 백악관이 성의 있는 태도로 예비회담을 제의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진정성 문제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5. 불변의 전략 추진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과 미국이 예비회담을 거쳐 본회담(담판)으로 나아가는 씨나리오는 이미 18년 전에 실현된 바 있다. 2000년 3월 8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조미차관급회담이 진행되었고, 7월 28일에는 타이 방콕에서 조미외무장관회담이 진행되었다. 백남순 당시 조선 외무상과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K. Albright)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그 회담에 참석하였다. 조미외무장관회담의 결정에 따라 2000년 9월 27일부터 10월 2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조미차관급회담이 진행되었으며, 2000년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명을 받은 조명록 특사가 백악관을 방문하였다. 

당시 조선과 미국은 예비회담에서 무엇을 합의하였던가? 2000년 10월 12일 평양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발표된 조미공동코뮈니께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은 새로운 관계구축을 위한 또 하나의 노력으로 미사일문제와 관련한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모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 미국측에 통보하였다”는 문장이 들어있다. 
2000년 당시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아직 완성하지 못하였으므로, 조선은 “모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미사일발사 유예조치를 백악관에 통보하였고, 그런 유예조치에 상응하여 백악관은 대조선관계개선을 추진하기로 공약하였다. 
조선이 미사일발사 유예조치를 발표하고, 그에 상응하여 백악관이 대조선관계개선을 공약하였던 2000년 10월 12일에서 11일이 지난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접견을 받았는데, 바로 여기까지가 조미예비회담 진행과정이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00년 10월 2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 있는 백화원 국빈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베푼 만찬에서 축배를 드는 장면이다. 미국 뉴욕에서 조미차관급회담이 진행되었던 2000년 3월 8일부터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10월 25일까지 약 7개월 동안 조선과 미국은 예비회담을 진행하였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올해 조미예비회담이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은 2000년 진행기간보다 짧아질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미본회담(조미담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12월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당시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여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을 진행하려는 것이었으나, 워싱턴의 반대파가 그의 평양방문을 가로막는 바람에 조미정상회담은 불발되었다. 만일 빌 클린턴이 평양을 방문하여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더라면, 조선은 미사일발사를 유예하는 게 아니라 중지하고, 그에 상응하여 백악관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기로 합의하였을 것이다. 

위에 서술한 2000년 조미회담경험을 살펴보면, 오늘 조미예비회담과 조미본회담이 열리는 경우, 어떤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는지 예견할 수 있다.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고, 백악관은 대조선제재조치를 최대로 확대해놓은 조건에서 조미예비회담이 성사되면,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와 핵시험을 유예한다는 것을 백악관에 통보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상응하여 백악관은 대조선제재조치를 전면적으로 해제하고 대조선관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미예비회담 합의에 기초하여 조미본회담이 성사되면,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와 핵시험을 중지하는 포괄적 핵동결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상응하여 백악관은 주한미국군 완전철수를 공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바로 조미담판 씨나리오다. 

18년 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뒤에 미국과 담판하려고 하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남전략 및 대미전략을 계승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른 시일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미국과 담판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대를 이어 계승된,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불변의 전략이다. 올해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신년사에 그 불변의 전략이 반영되어 있다. <사진 6> 

▲ <사진 6> 2018년 2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온 북측 고위급 대표단 성원들로부터 보고를 듣고, 남북관계개선 추진방향을 제시하였으며, 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18년 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뒤에 미국과 담판하려고 하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남전략 및 대미전략을 계승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미국과 담판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대를 이어 계승된 불변의 전략이다. 올해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신년사에 그 불변의 전략이 반영되어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 2월 13일 댄 코우츠(Daniel R. Coats) 미국 국가정보국장과 마익 팜페오 미국 중앙정보국장은 연방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조선이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이 한반도를 통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Jr.) 미국 태평양사령관도 2018년 2월 14일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확보하려는 목적(국가핵무력을 완성한 목적이라고 해야 옳다)은 체제를 수호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한반도를 통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전에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실을 이제야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그들이 청문회에서 공히 인정한 것처럼, 조선은 한반도를 통일하려는 국가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목적도 한반도의 통일이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미국과 담판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시키려는 목적도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대를 이어 계승된,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불변의 목적이다.

누구나 예감할 수 있는 것처럼,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예비회담이 성사되면, 정세변화는 급진전될 것이다. 남북해외 각계각층, 각당각파가 민족통일대축전에 총결집하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실현하고 조국통일의지를 고조시킬 것이며, 남과 북이 당국과 민간을 가릴 것 없이 각 부문에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70년 동안 지속되어오는 우리 민족의 통일국가건설운동은 주한미국군을 철수시키고 통일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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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우리는 하나다, 우리 민족은 영원히 하나다

[한호석의 개벽에감](286)
자주시보 2018년 02월 1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휘날리는 깃발 아래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모습
2. 그 순간 남과 북이 따로 없고 오직 민족만 있었다
3. 3막에서 완전히 파탄된 음흉한 행동각본
4.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장 가까운 ‘혁명동지’, 청와대에 가다

▲ <사진 1> 2018년 2월 9일 밤,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선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단일선수단이 통일기를 높이 들고 입장하였다. 민족의 통일염원이 피와 땀과 눈물로 아로새겨진 그 숭고한 깃발 아래서 남과 북은 그렇게 두 손을 뜨겁게 맞잡고 감격의 순간을 맞이하였다. 개막식장을 가득 메운 35,000명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성을 터뜨렸다. 주석단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 그리고 바로 그 뒤에 자리를 잡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남북단일선수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동포애의 정을 보냈다. 남과 북이 따로 없었다. 오직 '우리'라고 부르는 민족만 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휘날리는 깃발 아래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모습

참으로 아름다웠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018년 2월 9일 밤, 가슴에 벅차도록 아름다운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선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개막식장에 들어선 남북단일선수단이 커다란 깃발을 높이 들었다. 그 깃대에 통일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민족의 통일염원이 피와 땀과 눈물로 아로새겨진 그 숭고한 깃발 아래서 남과 북은 그렇게 두 손을 뜨겁게 맞잡고 감격의 순간을 함께 맞았다. “우리는 하나다”, 평소에 무심히 외우던 그 여섯 글자가 그 때처럼 민족의 가슴속에 뜨겁게 파고든 때는 없었다. 그것은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 민족만 느낄 수 있는 가슴 떨리는 감동이었다. 

남북단일선수단이 통일기를 휘날리며 입장하는 순간, 개막식장을 가득 메운 35,000명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성을 터뜨렸다. 주석단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 그리고 바로 그 뒤에 자리를 잡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남북단일선수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동포애의 정을 보냈다. 남과 북이 따로 없었다. 오직 ‘우리’라고 부르는 민족만 있었다. <사진 1>

이윽고 올림픽 성화를 점화하는 순서에 이르렀다. 남북 선수 두 사람이 불타는 성화봉을 함께 들고 입장하였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는 민족의 목소리에 이끌려 그들은 가파른 계단을 딛고 성화대를 향해 올라갔다. 민족분열의 고난을 상징하는 그 가파른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톺아올랐다.   
반목과 대결의 세월은 어느덧 저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장장 70년 험난한 분단시대를 피눈물로 헤쳐온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이제는 남북으로 갈라져 싸우지 말자고, 함께 살아가자고 부르짖는 절절한 염원이 올림픽 성화보다 더 뜨겁고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처럼 아름다운 장면을 텔레비전 중계방송으로 목격한 전 세계는 평창의 밤하늘에 통일기를 휘날린 우리 민족에게 찬탄과 지지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토마스 바흐(Thomas Bach)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외신과 진행한 대담에서 “남북공동입장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전 세계가 전율하였을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격동된 심정을 피력하였다. 

이처럼 우리 민족 전체가 열광적으로 환호하고, 전 세계에 전율적 감동을 안겨준 올림픽 개막식장에서 오직 두 사람만 괴이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마익 펜스(Mike R. Pence) 미국 부통령과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였다. 그 두 사람은 우리 민족과 전 세계가 감격과 흥분으로 환호하는 순간에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박수를 보내지도 않으고 딴청을 부리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괴이한 모습이 외신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혔고, 곧바로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그로써 전 세계는 미국과 일본이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싫어하고, 우리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게 되었다. 남측 <MBC> 텔레비전방송의 위촉을 받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장에서 생중계 해설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던 김미화 희극배우는 남북단일선수단이 통일기를 휘날리며 공동입장하는 순간, “평창동계올림픽이 잘 안 되길 바랐던 어떤 분들도 계실 텐데, 그 분들은 진짜 이 평창의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들고 서 계셔야 한다”고 일갈하였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 민족이 평창에 쌓인 눈더미를 화해와 단합의 온정으로 다 녹일 때까지 펜스나 아베 같은 극악한 대결주의자들은 눈밭에서 두 손을 들고 서 있는 엄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 <사진 2> 위쪽 사진은 2000년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서 남측 동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진행되었던 평양학생소년예술단 서울공연에 출연한 어린 소녀가수가 독창하는 장면이다. 그 소녀가수의 이름은 김주향이고, 나이는 8살이었다. 김주향은 그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통일이여라'라는 제목의 노래를 열창했는데, "통일된 조국을 우리에게 넘겨주세요!"라고 외치며 노래를 끝마쳤다. 8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공연무대에 펼친 통일노래와 통일염원은 산울림처럼 길고 깊은 감동의 여운을 관중들에게 남겼다. 그런데 바로 그 어린 소녀가수가 18년이 지난 오늘 훌륭한 여성가수가 되어 남측 동포들 앞에 다시 나타나 통일노래를 불렀다. 아래쪽 사진에서 맨 오른쪽에 있는 가수가 이번에 삼지연관현악단 가수로 출연한 김주향이다. 그가 "통일된 조국을 우리에게 넘겨주세요!"라고 외친 때로부터 18년이나 지났어도, 조국통일의 결정적 국면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그 순간 남과 북이 따로 없고 오직 민족만 있었다

<사진 2>는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0년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서 남측 동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진행되었던 평양학생소년예술단 서울공연에 출연한 어린 소녀가수가 독창하는 장면이다. 그 소녀가수의 이름은 김주향이고, 나이는 8살이었다. 김주향은 그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통일이여라’라는 제목의 노래를 열창했는데, “통일된 조국을 우리에게 넘겨주세요!”라고 외치며 노래를 끝마쳤다. 8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공연무대에서 펼친 통일노래와 통일염원은 산울림처럼 길고 깊은 감동의 여운을 관중들에게 남겼다.  
그런데 바로 그 어린 소녀가수가 18년이 지난 오늘 훌륭한 여성가수가 되어 남측 동포들 앞에 다시 나타나 통일노래를 불렀다. 18년의 긴 세월은 그를 세련미 넘치는 성악가수로 키워 통일을 노래하는 뜻깊은 공연무대에 세워주었다. 

삼지연관현악단이 2018년 2월 8일 강릉에서, 그리고 2월 11일 서울에서 각각 펼쳐놓은 역사적인 음악공연은 격정과 감동의 선율로 남측 동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왕재산예술단 청봉악단에 소속되어 성악가로 활동하는 김주향 가수도 삼지연관현악단이 펼친 그 역사적인 공연무대에 섰다. <조선중앙통신> 2015년 7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청봉악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원대한 구상과 직접적인 발기에 의하여 조직”되었고, 청봉악단이라는 이름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달아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조선식의 경음악단 청봉악단은 북측에서 모란봉악단과 더불어 인민들의 사랑을 받는 최고 수준의 음악예술단체로 등장했는데, 9명의 가수와 13명의 연주자로 구성되었다. 이전에 왕재산예술단 모란봉중창조에서 성악활동을 하였던 김주향 가수도 그 9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번 남측 공연에는 8명만 왔다.)

2018년 2월 11일 저녁, 서울에 있는 해오름극장에서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이 황홀한 막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한 자리에 앉아 함께 그 역사적인 공연을 관람하였다. 남측 대통령이 북측 고위급 대표단과 한 자리에 앉아 북측 예술단의 서울공연을 함께 관람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남북관계개선은 그처럼 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2월 11일 저녁, 서울에 있는 해오름극장에서 황홀한 막을 올린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장의 주석단 모습이다. 왼쪽부터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영부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함께 앉아 음악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남측 대통령이 북측 고위급대표단과 한 자리에 앉아 북측 예술단의 서울공연을 관람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획기적인 사변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남측 동포들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킨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은 세계 정상급 음악공연이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만큼 보고 느끼는 법이다. 그 특별공연을 <유투브>를 통해 제대로 감상하려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1) 우선 관현악 편성부터 달랐다. 새납과 꽹과리 같은 민족악기들과 서양관현악 악기들, 전자바이올린과 전자첼로 같은 전자악기들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배합관현악은 북에서 창조하고 발전시켜온 주체음악예술의 독창적인 분야이다. 배합관현악만이 표현하는 독특하고 매력적이고 우수한 선율과 음색의 세계가 있다. 

(2) 북측 작곡가들의 편곡실력이 매우 놀랍다. 음악공연수준은 편곡에서 1차적으로 결정되는 법이다. 북측 노래들을 위한 관현악 반주곡들도 이번 특별공연을 위해 새로 편곡되었다. 더욱이 남측 가수들이 부른 유행가 10곡을 관현악 연주와 여성중창에 맞춰 편곡하여 새로운 곡처럼 연주한 실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절묘하였다. 

(3) 관현악과 여성중창을 결합시킨 음악적 구성이 돋보였다. 삼지연관현악단 지휘자들과 연주자들은 세련된 연주기교와 음악적 형상, 풍만한 음향으로 음악공연의 극치에 이르렀다. 2008년 2월 26일 세계 3대 교향악단 가운데 하나인 뉴욕교향악단을 이끌고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공연한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Lorin V. Maazel)은 조선국립교향악단을 지휘하고 나서 “조선의 교향악단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조선에 와서 세계음악계의 보물을 하나 더 발견하였다. 조선의 국립교향악단을 미국에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뾰뜨르 챠이꼽스끼(Pyotr I. Tchaikovsky)의 교향곡을 악보 없이 연주하는 고도의 연주실력을 갖추었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4) 여성가수 8명은 세련된 창법과 형상기법, 맑고 고운 음색과 풍부한 음량, 3중 고음 화성조직(ensemble), 그리고 매혹적인 감정표현과 박진감 넘치는 율동까지 그 모든 음악공연요소들을 매 곡들마다 완벽하게 조화시키고 융합시킨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사진 4> 

▲ <사진 4> 북측이 이번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남측에 전한 강렬한 메시지는 맨 마지막 순서로 감동의 무대를 장식한 통일노래에서 울려나왔다. 위의 사진은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을 이끈 현송월 단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통일노래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열창하는 장면이다. 그 순서에서 음악공연은 최절정에 올랐다. 현송월 단장은 풍만한 저음으로 민족의 통일염원을 이렇게 노래했다. "백두에서 조국통일 해맞이하고, 한나에서 통일만세 우리 함께 부르자, 민족의 뭉친 힘 온 세상에 떨칠 때, 우리 민족 하나되는 통일이여라, 아 통일 통일 통일이여라"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남측 취재기자들은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을 보도하면서, 자기들의 귀에 익은 남측 유행가들이 연주된 것을 대서특필했지만, 북측이 특별공연에서 남측에 전한 강렬한 메시지는 맨 마지막 순서로 감동의 무대를 장식한 통일노래에서 울려나왔다.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을 이끈 현송월 단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통일노래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열창하였을 때, 공연은 최절정에 올랐다. 현송월 단장이 부른 통일노래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의 가사를 옮기면 이렇다. 

해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한나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
(원래 가사는 ‘제주도 한나산도 내 조국입니다’이다.)
백두와 한나가 서로 손을 잡으면
삼천리가 하나되는 통일이여라
아 통일, 통일, 통일이여라

슬기론 우리 겨레 한피줄입니다
그리움 안고 사는 한식솔입니다
북과 남 형제들 서로 정을 합치면
우리 민족 하나되는 통일이여라
아 통일, 통일, 통일이여라

백두에서 조국통일 해맞이하고
한나에서 통일만세 우리 함께 부르자
민족의 뭉친 힘 온 세상에 떨칠 때
우리 민족 하나되는 통일이여라
(원래 가사는 ‘태양조선 하나되는 통일이여라’이다.)
아 통일, 통일, 통일이여라  

현송월 단장이 통일노래를 열창하고 무대를 내려가자, 이번에는 북측 가수 송영과 남측 가수 서현이 무대에 함께 올랐다. 그 두 가수가 우리 민족 누구나 부르는 노래 ‘우리의 소원의 통일’을 부르며 목소리를 합치고, 노래가 끝나자 무대 위에서 서로 뜨겁게 포옹한 것은 참으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거기에는 남과 북이 따로 없었다. 오직 ‘우리’라고 부르는 민족만 있었다.  
백두산과 한라산이 갈라설 수 없는 한줄기 지맥으로 손잡고 일어선 것처럼 한줄기 혈맥으로 이어진 우리 민족은 영원히 하나라는 것, 우리 민족끼리 힘과 지혜를 합쳐 해와 별이 찬란한 통일국가를 하루빨리 세우자는 것, 남과 북이 다시 만나 조국통일의 새 국면을 활짝 열어놓자는 것, 바로 이런 절절한 통일염원이 열정의 선율을 타고 남측 동포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거기에는 남과 북이 따로 없었다. 오직 천만년 함께 살아야 할 우리 민족만 있었다. 진정 그러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8년 2월 11일 서울에서 진행된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른 북측 가수 송영과 남측 가수 서현이 우리 민족 누구나 부르는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른 뒤, 무대 위에서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이다. 통일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주 불러온 노래이건만, 그처럼 민족의 가슴을 울려주는 감동은 처음 느꼈다. 통일노래를 함께 부를 때, 남과 북이 따로 없었다. 오직 '우리'라고 부르는 민족만 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반목과 대결을 접고 화해와 단합으로 나아가려는 민족의 한결같은 마음은 평창동계올림픽 종목들이 진행되는 경기장 곳곳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2018년 2월 10일 남북단일팀이 출전한 첫 경기가 강릉에서 진행되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예선전이었다. 남북단일팀의 상대는 여자 아이스하키 부문에서 세계 6위에 오른 스위스팀이었다. 첫 경기에서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났지만, 남북단일팀 선수들은 앞가슴마다 통일기와 KOREA라는 단일국호를 아로새긴 경기복을 입고 출전하였다. 그들은 세계 상위권 강자를 상대로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비록 남북단일팀은 8 대 0으로 졌지만,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친 아름다운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북측 응원단과 자리를 함께하고 남북단일팀을 열렬히 응원하였다. 남북단일팀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은 모든 동포들의 심정도 한결같았다. <뉴스1> 2018년 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박혜숙 여성은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칠 때, 마음이 통한 것 같았다”고 말했고, 김현진 여성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단어가 북한 응원단에서 먼저 나오고 같이 하게 됐을 때 울컥했다”고 말했다. 남과 북이 따로 없었다. 오직 ‘우리’라고 부르는 민족만 있었다. 
경기가 끝났을 때,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남북단일팀 선수들에게 “승패도 중요하지만, 한 민족끼리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달린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격려하였다. 남북단일팀의 정수현 북측 선수는 취재기자에게 “갈라진 둘보다 합쳐진 하나가 더 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단일팀으로 하나로 합쳐서 나갔으면 한다. 그러면 체육을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사진 6>

▲ <사진 6> 위쪽 사진은 2018년 2월 10일 강릉에서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영부인,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함께 남북단일팀을 응원하는 장면이다. 가운데 앉은 사람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다. 바로 그 앞에서 북측 응원단이 통일기를 흔들며 남북단일팀을 열렬히 응원하였다. 남북단일팀은 세계적인 강자인 스위스팀과 맞붙어 8 대 0으로 졌지만,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친 아름다운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였다. 아래쪽 사진은 경기가 끝난 직후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남북단일팀 선수들은 앞가슴마다 통일기와 코리아 단일국호를 아로새진 경기복을 입고 출전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 2월 10일 속초에서 시범출연을 진행한 남북태권도시범단도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는 민족의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안겨주었다. 600명이 들어가는 행사장은 동서남북 각지에서 밀려든 관람인파로 차고 넘쳤다. 북측 태권도 선수들은 공연 마지막 순서에서 품새를 마무리하면서 “조국통일”을 힘차게 외쳤다. 그 공연을 보기 위해 원주에서 속초까지 찾아간, 올해 83세인 김정희 할머니는 “남북합동공연을 보는 것이 꿈이었다. 마지막에 양옆으로 남북이 같이 서 있는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 할머니는 자신의 심정을 소박한 말로 그렇게 표현하였지만, 우리 민족은 영원히 하나라는 진리가 할머니의 눈물 속에 비껴있었다. 남과 북이 반목과 대결을 접고 화해와 단합으로 나아가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어찌 그 할머니만 두 눈을 적셨겠는가. 


3. 3막에서 완전히 파탄된 음흉한 행동각본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진행되기 몇 시간 전, 평양국제공항을 이륙한 특별기 ‘참매-2호’가 서해직항로를 지나 남측으로 내려가더니 오후 1시 46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였다.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특별기에서 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남관표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북측 고위급대표단을 공항에 나가 영접하였다. 
남측 정부의 의전규범에 따르면, 국가수반이 국빈으로 내방하는 경우 장관 또는 차관급 인사가 공항에 나가 영접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날은 장관 1명과 차관 2명이 공항에 나가 북측 고위급대표단을 영접하는 파격적인 예우를 갖추었다. 더욱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남관표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북측 특별기 안에까지 들어가, 천해성 차관은 김여정 제1부부장을, 남관표 2차장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각각 안내하여 밖으로 나왔다. 이것은 국가수반이 국빈으로 내방하는 경우 차관 아래 실장급 관리가 기내영접을 하도록 규정된 남측 정부의 의전규범을 뛰어넘은 파격적인 예우였으며, 차관급 관리 두 사람이 한꺼번에 기내에 들어가 영접한 것도 파격 중의 파격이었다. 조명균 장관, 천해성 차관, 남관표 2차장은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인천을 출발하여 평창으로 가는 동안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 이것 또한 전례 없이 극진한 영접이었다. 

그에 비해, 오산미공군기지에 도착한 마익 펜스 미국 부통령이나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한 아베신조 일본총리는 임성남 외교부 차관이 각각 영접하였다. 기내에 들어가 영접한 것이 아니라 승강대 밑에서 영접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의전규범을 뛰어넘어 북측 고위급대표단을 극진히 영접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그처럼 극진히 영접한 것은 반목과 대결의 분위기를 없애고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로 될 수 있었다.
미국 부통령과 일본 총리는 남측에 도착하는 시각부터 북측 고위급대표단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대접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아래와 같다. 

2018년 1월 10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을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 단장으로 파견하기로 하였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결정을 전화통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알려주었다. 그 날 이후, 백악관 안보관리들은 화해와 단합을 지향하는 남북관계개선을 감히 가로막아보려는 음흉한 행동각본을 작성하였다. 펜스 부통령이 연출할 행동각본은 3막으로 구성되었다. 제1막은 펜스 부통령이 도꾜를 방문하여 아베 총리와 함께 화해와 단합을 지향하는 남북관계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대결망언을 늘어놓는 것이다. 제2막은 펜스 부통령이 남측에 들어가자마자 천안함 잔해 앞에서 악질 탈북자들을 불러놓고 대결망언을 또 다시 늘어놓는 것이다. 제3막은 펜스 부통령이 행사장에서 북측 고위급대표단과 인사도 나누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장보도사진에서 북측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촬영되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앉는 것이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8년 2월 7일 마익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기에 앞서 도꾜에 들러 아베신조 일본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이다. 그 두 사람은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재를 뿌리는 망언소동을 피웠다. 펜스 부통령은 미리 작성해놓은 행동각본에 따라 남북관계개선을 저지하고 한반도 정세를 격화시키려는 온갖 망동을 다 저지르며 광분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는 올림픽 개막식 환영만찬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남북관계개선을 저지해보려고 백악관이 꾸며낸 펜스의 행동각본은 그렇게 파탄나고 말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 행동각본 제1막에 따라,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는 2018년 2월 7일 도꾜에서 만나 약 2시간 동안이나 무슨 쑥덕공론을 벌이더니,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남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망언소동을 피웠다. 이를테면, 펜스 부통령은 “남과 북이 이제껏 여러 차례 올림픽에 함께 나갔지만 북조선은 도발을 계속했다. 북조선이 첫 핵시험을 진행한 것도 2006년 2월 남북이 토리노동계올림픽에 공동으로 입장한 때로부터 8개월 뒤였다”고 떠들어대면서, “깡패국가 북조선에 맞서기 위해 일본과 협력하겠다”느니, “미국이 이전보다 더 강력한 대조선제재조치를 곧 발표하겠다”느니, “북조선이 핵무기를 완전히 없앨 때까지 제재를 계속하겠다”느니, “북조선의 체제선전이 올림픽을 탈취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느니, “북조선이 올림픽 깃발 아래 도발행위를 숨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느니 뭐니 하면서 악담을 쏟아냈고, 아베 총리도 그에 맞장구를 쳤다. 
행동각본 제2막에 따라, 펜스 부통령은 남측에 도착한 뒤에 천안함 잔해 앞으로 악질 탈북자 4명을 불러놓고 북측을 향해 “잔인한 독재”니 “감옥국가”니 떠들어대면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늘어놓았다. 
제2막까지는 행동각본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으나, 제3막에서 완전히 파탄되고 말았다.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에 열린 각국 정상만찬에서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 부부가 앉을 자리를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앉을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잡아달라고 청와대에게 미리 요구하였다. 청와대는 그 요구대로 펜스 부통령 부부의 자리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자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정해주었다. 둥그런 원탁의 어느 한 지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은 대각선으로 마주 보이는 지점이므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통령 부부는 대각선으로 마주 보이는 자리에 각각 앉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주빈탁이 12명밖에 앉지 않는 작은 원탁이라는 점이었다. 그처럼 작은 원탁에 대각선으로 앉으면,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능지수가 낮은 까닭에,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펜스 부통령은 너무도 당혹스러운 나머지 만찬참석을 거부하였다. 그는 환영만찬이 시작된 때로부터 무려 29분이 지난 뒤에 만찬장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더니 5분 동안 얼굴을 잠깐 내비치고 밖으로 횡 나가버렸다. 뜻밖에 벌어진 이 돌발정황은 머저리 한 사람이 올림픽 개막식 환영만찬을 어지럽히려고 좀스럽게 투정질하다가 결국 개망신만 당하고 밖으로 황망히 밀려나는 가소로운 장면이었다.      


4.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장 가까운 ‘혁명동지’, 청와대에 가다 

나는 2018년 1월 8일 <자주시보>에 실린 ‘조미핵대결 종식된 2018년, 남북정상회담 성사될 길조 보인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섰다.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가장 중대하고, 결정적인 조치는 남측에서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부르고, 북측에서 북남최고위급회담이라고 부르는 역사적인 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북과 남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북남관계를 개선하며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이 바로 남북정상회담 개최인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남북관계개선의 최고봉인 남북정상회담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2018년 1월 9일 판문점에서 진행될 남북고위급회담은 남북최고위급회담을 예고하는 길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개선의지에 적극 호응한다면, 우리 민족은 70년 통일국가건설운동사에서 전례 없이 획기적인 대전환을 맞이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에는 올해 남북관계개선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서 전민족적인 통일국가건설운동의 전성기를 펼쳐가려는 정책적 구상과 전략적 의도가 담겨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예견한 그 글이 발표된 때로부터 한 달이 지난 2018년 2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특사가 청와대에 들어섰다. 북측 최고영도자가 대남특사를 통해 남측 대통령에 친서를 전한 것은 분단 70년사에서 처음 있는 획기적인 사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대남특사는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다. 
이전에 진행되었던 남북관계개선 경험을 살펴보면, 북에서 대남관계개선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다. 그런 관례에 따르면, 이번에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대남특사로 파견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혀 뜻밖에 김여정 제1부부장을 대남특사로 파견하였다. 

김여정 대남특사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어느 부서의 제1부부장인지 알려지지 않았는데, <연합뉴스> 2018년 2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서기실 책임자라고 한다. <신동아> 2017년 3월호 기사에 따르면, 서기실은 당중앙위원회 청사 3층에 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부서라고 한다.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당중앙위원회 서기실은 대통령 비서실보다 더 막중한 책임과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할 수 있다.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이 관장하는 행정부의 사업범위 안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기관인데 비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서기실은 당, 국가, 군대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범위에서 조선로동당 위원장의 직무를 보좌하는 기관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여정 대남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장 가까운 ‘혁명동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을 대남특사로 파견해온 기존 관례를 접어두고, 자신의 가장 가까운 ‘혁명동지’를 대남특사로 파견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커다란 신뢰의 표시로 된다. 그런 까닭에, 문재인 대통령은 남측 정부의 의전규범을 접어두고, 파격적인 예우로 김여정 대남특사를 영접하였던 것이다. 

2018년 2월 10일 오전 김여정 대남특사는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 들어가기 직전, 청와대 방명록에 활달하고 특이한 필체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 
김여정 대남특사는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였다. 친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장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새겨진 파란색 표지 안에 들어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친서를 읽었다. 그리고 친서 표지를 다시 덮은 뒤에 그것을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건넸다. 문재인 대통령 이외에 누구도 그 친서를 읽을 수 없었다. 청와대는 내부규범에 따라 친서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하였다. <사진 8>


▲ <사진 8> 위쪽 사진은 2018년 2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특사로 파견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자리에 서 친서를 읽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을 대남특사로 파견하던 기존 관례를 접어두고, 자신의 가장 가까운 '혁명동지'를 대남특사로 파견하고, 친서를 전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커다란 신뢰의 표시로 된다. 아래쪽 사진은 그날 김여정 대남특사가 청와대 방명록에 남긴 글발이다. 45도 각도로 도약하는 듯한 활달하고 특이한 글씨체가 눈길을 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남특사를 통해 이른 시일 안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의하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 제의를 즉각 수락하였다. 남북관계개선의 결정적 사변으로 되는 남북정상회담은 그로써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의사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제안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날 오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김여정 대남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면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한 시기에 평양 방문을 요청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의사를 구두로 전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나가자”고 응답했다고 한다.  
2016년 12월 16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김용옥 교수와 대담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에 먼저 가겠다고 말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간직하였던 순수한 초심이 지금에 와서 되살아나게 되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김여정 대남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직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오찬석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면 좋겠다. 문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다. 한 달 하고도 조금 지났는데 과거 몇 년에 비해 북남관계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 북남 수뇌분의 의지가 있으면 분단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통일이)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른 시일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의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였고, 초청의사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즉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하였다는 사실이다. 이 놀라운 정황은 남북정상회담이 2~3개월 안에 평양에서 성사되어 통일국가건설운동의 최전성기가 펼쳐질 것임을 예고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일국가건설운동의 최전성기를 올해 안에 열어놓기 위해 지금 남북관계개선을 정력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김여정 대남특사를 파견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친서를 전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하였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남측에 파견하는 것과 함께 삼지연관현악단, 평창동계올림픽 응원단, 태권도시범단을 동시다발적으로 파견하여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개선의 결정적인 계기로 만들었다.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을 채택한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었던 2000년 4월 직후의 남북관계개선보다 오늘 추진되고 있는 남북관계개선이 더 폭넓고, 더 힘차다.  
그처럼 남북관계에 폭넓고 힘찬 전환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적극 화답하였다. 그리하여 지금 남북관계에서는 이전에 상상하기 힘든 경이로운 사변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사진 9>       

▲ <사진 9> 위의 사진은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에서 첫번째 음악공연을 하는 장면이다. 무대 뒤에 설치된 대형화면에 영롱한 통일무지개가 비낀 한반도가 자태를 드러냈다. 우리 민족이 천만년 함께 살아갈 신성한 조국강토, 삼천리 금수강산이다. 이번에 삼지연관현악단 연주자들이 입은 무대의상은 진달래 분홍빛이다. 민족의 꽃 진달래와 통일무지개가 한데 어우러져 눈부시게 피어나는 통일조국의 아름다운 미래상을 형상하고, 통일국가건설운동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 미국이 제아무리 우리 민족끼리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길을 가로막으려고 발버둥쳐도, 우리 민족은 힘과 슬기를 합해 그 난관을 뚫고 통일국가건설운동을 힘차게 전진시킬 것이다. 1,000년을 통일국가 안에서 함께 살아온 우리 민족은 갈라질 수도, 헤어질 수도 없는, 영원히 함께 살아야 한핏줄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하지만 이번에 펜스 부통령이 남측에 머물면서 드러낸 대결망동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은 남과 북이 관계개선을 진전시켜 통일국가건설운동의 새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것을 반대하면서 사사건건 방해하려들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우리 민족끼리 추진하는 통일국가건설운동의 앞길에 어두운 전망을 드리워놓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방해를 예견하고, 그 방해책동을 돌파할 여러 묘책들을 이미 세워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방해책동을 돌파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묘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그런 묘책을 세워놓지 않고서야 어찌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른 시일 안에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의사를 보낼 수 있었겠는가! 

▲ 이철수 판화가가 그림을, 신영복 서예가가 글을 써서 합작한 작품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의 김여정 특사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     © 청와대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반대하고 방해할수록 그 어려운 난관을 뚫고 나갈 문재인 대통령의 지혜와 의지가 더 절실히 요구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청와대를 내방하기 직전, 남측에서 민중판화가로 유명한 이철수 판화가가 창작한 커다란 판화 한 폭을 청와대 안에 걸어놓게 하였다. 성의 있는 준비가 돋보인다.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청와대를 방문하였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그 판화 앞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그리고 김여정 대남특사와 함께 각각 기념사진을 찍었다. 
울릉도와 독도가 뚜렷이 표시된 한반도를 새긴 판화 아래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막다른 데서 길을 찾고, 길 없는 데서 길을 낼 결심이 분단극복과 통일로 가는 길에서는 더욱 절실합니다.” 이 문구는 미국의 방해책동을 뚫고 나가야 할, 참으로 힘든 책무를 지닌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민족이 보내는 간절한 호소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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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100년을 압박해도 가로막지 못할 전진행로

[한호석의 개벽예감](285)
자주시보 2018년 02월 0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거짓말투성이 연두교서에 나오는 ‘조만간’이라는 낱말
2. 전면봉쇄 받아도 조선의 경제지표는 추락하지 않는다
3. 천지개벽 예고하는 두 장의 위성사진
4. 최대압박공세와 심리압박은 부질없는 헛발질


1. 거짓말투성이 연두교서에 나오는 ‘조만간’이라는 낱말

2018년 1월 30일 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하였다. 그는 연방의회에서 1시간 21분 동안 연두교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의례히 연두교서를 발표해왔건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져 그가 발표한 연두교서는 국제사회로부터 야유와 비난을 받았다. 요즈음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화제의 책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에서 폭로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가족과 백악관 참모들로부터 지능과 대통령 자격을 의심받는 사람인데, 그런 그가 자신의 연두교서가 왜 야유와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저급한 지능으로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AP통신>이 자체로 검사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두교서에서 무려 18가지에 이르는 주요현안들에 관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날조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사정이 그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연두교서가 거짓말투성이라는 야유와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18가지 왜곡과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고 폭로하면서도, 거기에 들어있는 허위사실 한 가지는 지적하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갔다. <AP통신>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간 허위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를 ‘독재국가들’이라고 모욕하는 독설을 늘어놓았고, 더욱이 조미관계에 걸려있는 중대한 현안문제와 관련하여 속이 빤히 드러나 보이는 거짓말을 이전처럼 또 다시 늘어놓은 것이다. 공식석상에서 아프리카나라들을 ‘똥구덩이(shithole)’라고 모욕한 추잡스런 입으로 무슨 욕설, 무슨 독설인들 토해내지 않겠는가!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1월 30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도중 박수갈채를 받자 기분이 좋아 어쩔줄 모르는 장면이다. 그가 발표한 연두교서는 사실왜곡과 거짓말, 그리고 조선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욕설과 독설으로 가득차 있어서 국제사회로부터 야유와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 사진 속에서 그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얼굴에 웃음을 담으며 마치 어릿광대 같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거짓말투성이 연두교서를 발표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대통령의 지능도 저급하고, 그런 그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람들의 지능도 또한 저급하다. 그런 점에서, 미국 정치와 광대극은 구별하기 힘들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슬람국가인 이란을 제외하고, 조선, 쿠바,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국가들인데,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사회주의를 언급할 때마다 ‘빠블로브(Pavlov)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독재정치를 연상하는 괴벽을 가졌다. 저급한 지능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하기가 좀 힘들겠지만, ‘월가(Wall Street)의 우두머리들’이라고 불리는 극소수 과두제 지배자들(oligarchs)이 절대다수 근로대중을 발밑에 두고 복종시키는 미국의 금융과두제(financial oligarchy)야말로 독재정치의 완결판이다. 자본주의선동가들은 자본주의국가가 전제군주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전환되었다는 허위선전나발을 불어대지만, 그런 허위선전과 달리 실제로는 봉건과두제라는 낡고 투박한 독재정치가 금융과두제라는 새롭고 교묘한 독재정치로 바뀐 것이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미국은 금융과두제가 가장 조악한 형태로 성립된 최상위 독재국가다. 미국의 금융과두제를 들여다보면, 미국 전체 인구 중에서 1%밖에 되지 않는 과두제 지배자들이 99%의 절대다수 근로대중을 발밑에 두고 그들의 노동력을 무한대로 착취하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절대다수 근로대중의 두뇌에 거짓정보를 주입하여 그들을 금융과두제에 복종, 순응시킨다. 미국의 금융과두제는 한 줌도 되지 않는 과두제 지배자들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아먹으며 그들을 적극 옹호해주는 공화-민주 양당체제, 그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군부와 사법기관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매체들과 연구기관들, 그들의 후비를 육성, 배출하는 고등교육기관들, 그들의 행태를 미화, 찬양하는 문화예술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을 줄줄이 거느리며 거대한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명백하게도, 미국의 과두제 지배자들이 혐오하고 적대하고 공격하는 대상은 사회주의국가들과 반미국가들이다. 사정이 이러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중에 조선, 쿠바, 베네수엘라 같은 사회주의국가들, 이란 같은 반미국가에 대해 언급할 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두교서에서 조미관계에 걸려있는 중대한 현안문제를 언급하면서 속이 빤히 드러나 보이는 거짓말을 하였다는 사실이다. 그 거짓말 원문을 번역,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북조선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는 조만간 우리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최대압박공세(campaign of maximum pressure)를 수행하고 있다.”

이 인용문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부인하는 철면피한 거짓말 문장이다. 그의 거짓말은 헛소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백악관의 대조선정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되기 때문에, 그냥 스쳐버릴 수 없다. 아래의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2017년 11월 29일 조선은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여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완성되었음을 온 세상에 선포하였다. 이것은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핵타격권 안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2018년 1월 29일 마익 팜페오 미국 중앙정보국장이 영국 텔레비전방송 와 대담하는 장면이다. 조선은 이미 미국 본토 전역을 핵타격권에 넣었는데도, 그는 대담 중에 조선이 앞으로 몇 달 안에 미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조선이 "조만간" 미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고,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방송대담에서 조선이 "몇 달 안에" 미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미국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은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부정하기 위해 풍성한 거짓말 잔치를 벌여놓은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면서, 조선의 미완성 국가핵무력이 조만간 완성될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미국 중앙정보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2018년 1월 29일 영국 텔레비전방송 <BBC>와 진행한 대담에서 “우리는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칭함-옮긴이)가 미국에 도달하는 핵무기 능력을 앞으로 몇 달 안에 갖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이라고 거짓말을 했고,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몇 달 안”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이 그처럼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부정하는 까닭은, 자기들이 조선을 최대로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핵무력을 이미 완성한 조선에게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조선을 최대로 압박하는 적대행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인정하면, 국가핵무력 완성을 저지하겠다는 최대압박공세가 무의미하게 되고, 따라서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배하였다는 사실이 온 세상에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그는 미국의 패배를 감추면서 조선을 최대로 압박하기 위해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번 연두교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거짓말이기는 하지만, 미국 본토가 “조만간(very soon)” 조선의 핵타격권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과 저녁 사이를 뜻하는 조만간(早晩間)이라는 낱말은 매우 짧은 시간개념을 표시할 때 쓰는 한자말인데, ‘머지않아 곧’이라는 순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이라는 말을 쓴 것은, 지금 백악관이 시간에 쫓기는 다급한 처지에 몰려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 본토가 조만간 조선의 핵타격권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뒤집어보면, 시간에 쫓겨 다급한 처지에 몰린 백악관이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공세를 조만간 끝낼 수밖에 없다는 속뜻을 들춰낼 수 있다. 


2. 전면봉쇄 받아도 조선의 경제지표는 추락하지 않는다

이번 연두교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공세라는 것은 유엔안보리 제재범위를 사상 최대로 확대하였다는 뜻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백악관이 유엔안보리의 대조선 제재범위를 사상 최대로 확대할 수 있었던 데서 중국의 대미공조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2017년 11월 29일 조선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여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자, 극도로 반발한 미국은 2017년 12월 23일 유엔안보리를 사촉하여 열 번째 대조선 제재결의를 조작하였는데, 중국이 그 조작에 적극 가담하였다. 이 제재결의는 그들이 2017년 한 해 동안 무려 네 번째로 조작해낸 것이다. 유엔안보리는 미국의 사촉을 받아가며 대조선 제재결의를 연거푸 조작하느라고 2017년을 너무 바쁘게 보냈다. <사진 3> 

▲ <사진 3> 2017년 11월 29일 조선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여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자, 극도로 반발한 미국은 2017년 12월 23일 유엔안보리를 사촉하여 열 번째 대조선 제재결의를 조작하였고, 중국이 그 조작에 적극 가담하였다. 이 사진은 그날 유엔안보리가 조선에 대한 열 번째 제재를 결의하면서 거수로 표결하는 장면이다. 유엔주재 미국대사 니키 헤일리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14명의 '거수기'들이 헤일리가 보내는 신호에 맞춰 일제히 손을 쳐들었다. 그들이 조작해낸 열 번째 제재결의는 조선의 산업전반을 질식시키려는 흉악한 적의를 드러낸 것이다. 유엔안보리는 한 유엔성원국의 산업전반을 질식시키는 전대미문의 범행을 저지르며 유엔헌장을 스스로 짓밟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공조하여 유엔안보리에서 열 번째로 조작된 대조선 제재결의는 조선의 대외교역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봉쇄하는 사상 최악의 제재결의였다. 이를테면, 식료품, 농산물, 수산물, 기계제품, 전기전자제품, 광물, 토석, 목재, 선박, 운송수단, 철강재 및 금속 등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품목을 조선이 수출하지도 수입하지도 못하도록 모조리 금지한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조선에 정유와 원유를 수출하는 것도 극도로 제한하였다. 이를테면, 조선에 대한 정유공급량 상한선을 연간 약 6만t으로, 원유공급량 상한선을 연간 약 50만t으로 각각 제한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산업의 생명선인 석유가 조선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것이야말로 조선의 산업전반을 질식시키려는 흉악한 적의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엔안보리는 한 유엔성원국의 산업전반을 질식시키는 전대미문의 범행을 저지르며 유엔헌장을 스스로 짓밟은 것이다.  

2,500만 명이 사는 나라가 모든 종류 교역품목들의 수출입을 봉쇄당하고, 연간 6만t의 정유와 연간 50만t의 원유만으로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지난 시기 경험을 살펴보면, 조선에서 국가경제활동을 주도하는 연합기업소들과 공장들은 주요설비부품들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할 뿐 아니라, 원유를 연간 120만t 정도 확보해야 국가경제를 원만히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조선은 사상 최악의 전면봉쇄를 받으며 거의 모든 교역품목들을 수입할 수 없는 것만이 아니라, 원유도 연간 수요량보다 70만t이나 부족하여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시기에 겪었던 유류난을 또 다시 겪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백악관은 조선이 그처럼 가혹한 전면봉쇄에 버티지 못하고 미국에게 조만간 항복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전 세계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그러했던 것처럼 조선의 공장과 거리와 마을에서 또 다시 불빛이 꺼지지 않겠는가 하는 불안한 눈길로 조선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현상이 일어났다. 조선은 사상 최악의 전면봉쇄를 받는데도, 국가경제지표들이 추락하기는커녕 2016년에 시작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계획’을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생산단위들이 조선에서 말하는 ‘만리마 속도’로 기술혁신운동과 생산증대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인민들에게 희열과 낭만을 안겨주는 모란봉악단의 경쾌한 선율이 울려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소설적 상상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현실이다. 아래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1월 31일 평양무궤도전차공장을 현지지도하는 장면이다. 산뜻하고 깔끔하게 꾸려진 작업장이 눈길을 끈다. 아래쪽 사진은 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신형 무궤도전차들이다. 평양무궤도전차공장은 방대한 개건현대화공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사상 최악의 전면봉쇄를 받으면서도, 그 공장은 자력으로 생산공정전반을 현대화하였고, 생산설비와 부속품을 국산화하였으며, 기술혁신운동과 생산증대운동을 추진하여 전례 없이 커다란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진 4>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1월 31일 새로 개건된 평양무궤도전차공장을 현지지도하는 장면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평양무궤도전차공장은 “방대한 개건현대화공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방대한 개건현대화공사라는 것은,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신정보기술을 도입하여 통합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생산공정전반을 자동화, 흐름선화한 것, 생산설비의 국산화비중을 92% 이상 끌어올려 각종 부속품들을 자체로 만들게 된 것 등이라고 한다. 이것은 그 공장이 자력으로 생산공정전반을 현대화하였고, 생산설비와 부속품을 국산화하여 신형 무궤도전차를 생산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하면, 사상 최악의 전면봉쇄를 받으면서도, 기술혁신운동과 생산증대운동을 추진하여 전례 없이 커다란 성과를 이룩한 것이다.   
비단 평양무궤도전차공장만 그런 게 아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국가경제를 주도하는 중공업, 화학공업, 동력공업에서 자력갱생의 기술혁신운동과 생산증대운동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에 뒤질세라 경공업, 농산, 수산, 축산, 과수, 유통(상업봉사)에서도 기술혁신운동과 생산증대운동을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면이 제한된 이 글에서 그 모든 생산부문들을 다 살펴볼 수 없으므로, 조선의 화학공업을 대표하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조선의 제철공업을 대표하는 황해제철련합기업소, 조선의 석탄공업을 대표하는 순천지구청년탄광련합기업소, 조선의 동력공업을 대표하는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에서 각각 나타난 최근 동향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 <사진 5> 위의 두 사진은 2018년 1월 4일 인터넷언론매체 '조선의 오늘'에 소개된, 남흥화학련합기업소 생산현장의 일부를 촬영한 것이다. 조선의 화학공업을 대표하는 이 연합기업소는 국산원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생산설비를 들여놓았고, 석탄가스화공정을 새로 구축하였으며, 부속품을 국산화하였고, 생산공정전반을 자동화, 흐름선화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되어 미국이 원료수입선과 부속품수입선을 끊어놓고, 원유수입선마저 조이면서 사상 최악의 전면봉쇄로 압박해도 조선의 국가경제지표는 추락하지 않고 활기차게 전진하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은 2018년 1월 초 ‘현지방송’이라는 제목의 연속편집물에서 위에 열거한 연합기업소들의 최근 동향을 보도하였는데, 2018년 1월 4일과 5일 인터넷매체 ‘조선의 오늘’이 그 연속편집물을 각각 소개하였다.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그 연속편집물에서 현장취재를 통해 보도한 내용을 종합, 정리하면, 위에 열거한 연합기업소들에서 아래와 같은 새로운 동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5> 

(1) 외국산 원료를 수입하여 사용해오던 기존 생산설비를 들어내고,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생산설비를 들여놓았다. (바로 그런 까닭에, 미국이 조선의 원료수입선을 끊어놓았어도 조선의 경제지표는 추락하지 않는 것이다.)
(2) 원유에 의존하던 기존 생산공정을 들어내고, 산소열법공정과 석탄가스화공정을 새로 구축하였다. 그로써 원유의존을 청산하였을 뿐 아니라, 원유를 사용하던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런 까닭에, 미국이 조선의 원유수입선을 조였어도 조선의 경제지표는 추락하지 않는 것이다.) 
(3)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중에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각종 부속품들을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고 자체로 제작하기 시작하였고, 그로써 설비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생산량이 대폭 증대되었다. (바로 그런 까닭에, 미국이 조선의 부속품수입선을 끊어놓았어도 조선의 경제지표는 추락하지 않는 것이다.) 
(4) 최신정보기술을 도입하여 생산공정전반을 자동화, 흐름선화하였다. 그로써 제품의 질이 높아졌고, 증산목표를 초과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런 까닭에, 미국이 사상 최악의 전면봉쇄로 압박해도 조선의 국가경제는 활기차게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 6> 이 두 장의 사진은 미국의 위성사진분석가 커티스 멜빈이 2018년 1월 31일에 공개한 위성사진들이다. 이 위성사진들은 불과 20여 일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수많은 공장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일떠서고 있는 놀라운 현실을 보여준다. 조선에서 말하는 '만리마 속도'는 빈말이 아니다. 사진 속의 건설현장은 평안남도 순천시 인근에 있는 순천화학련합기업소에 일떠서는 거대한 탄소하나화학공업단지 건설현장이다. 탄소하나화학공업단지 착공식은 2017년 5월 14일 현지에서 진행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천지개벽 예고하는 두 장의 위성사진

여기에 실린 두 장의 <사진 6>은 미국의 위성사진분석가 커티스 멜빈(Curtis Melvin)이 2018년 1월 31일에 공개한 위성사진들이다. 위쪽 사진은 2018년 1월 6일에 촬영되었고, 아래쪽 사진은 1월 30일에 촬영되었다. 이 위성사진들은 불과 20여 일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수많은 공장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일떠서고 있는 놀라운 현실을 보여준다. 이 두 장의 위성사진만 봐도, 조선에서 말하는 ‘만리마 속도’가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불과 20여 일만에 수많은 공장건물들이 들어선 사진 속의 건설현장은 평안남도 순천시 인근에 있는 순천화학련합기업소에 일떠서는 거대한 탄소하나화학공업단지 건설현장이다.  

조선의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 이동상황에만 감시를 집중하는 백악관은 그런 건설현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겠지만, 2017년 5월 14일은 조선에서 머지않아 일어나게 될 천지개벽을 예고한 날이었다. 순천화학련합기업소에서 탄소하나화학공업단지 착공식이 진행된 것이다. 이 착공식이 왜 천지개벽을 예고한 것인지를 알려면, 탄소하나화학공업(C1 Chemical Industry)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은 석탄가스화기술(coal gasification technology)을 사용하여 탄소원자 개수가 1개인 화학물질들을 가지고 탄소원자 개수가 2개 이상인 다종다양한 유기화학물질들을 생산하는 21세기 최첨단 화학공업이다. 조선이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면, 이제껏 원유를 수입하여 정제, 생산해오던 휘발유, 디젤유, 항공유, 윤활유 같은 각종 합성연유들을 석탄가스화공정에서 생산할 수 있고, 합성섬유, 합성수지, 합성고무, 계면활성제 같은 기초화학제품들과 농약, 의약품, 화장품, 칠감, 화약 같은 다종다양한 응용화학제품들도 원유 한 방울 쓰지 않고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에서 탄소하나화학공업창설은 화학공업의 원유의존을 완전히 청산하고, 20세기 에너지소모형, 환경오염물질방출형 석유화학공업을 21세기 에너지절약형, 노동력절약형, 환경친화형 석탄화학공업으로 전변시키며, 비날론공업의 주체화를 100% 달성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탄소하나화학공업창설은 화학공업의 천지개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5월 7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기간에 석탄가스화에 기초한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여 화학공업의 주체성과 자립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거창한 경제발전전략구상을 펼친 바 있는데, 바로 그 전략구상에 따라 지금 탄소하나화학공업단지가 고속으로 건설되고 있다. 조선은 1999년 9월 7일 평안남도 안주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 사상 처음으로 자국산 석탄가스화발전설비를 설치한 이후, 지난 18년 동안 석탄가스화기술을 더욱 고도로 발전시켜 마침내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7> 

▲ <사진 7> 위의 두 사진은 지금 조선에서 창설하고 있는 탄소하나화학공업 생산공정들 가운데 일부를 설명하는 개념도들이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은 석탄가스화기술을 사용하여 탄소원자 개수가 1개인 화학물질들을 가지고 탄소원자 개수가 2개 이상인 다종다양한 유기화학물질들을 생산하는 최첨단 화학공업이다. 조선에서 탄소하나화학공업창설은 화학공업의 원유의존을 완전히 청산하고, 20세기 에너지소모형, 환경오염물질방출형 석유화학공업을 21세기 에너지절약형, 노동력절약형, 환경친화형 석탄화학공업으로 전변시키며, 비날론공업의 주체화를 100% 달성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탄소하나화학공업창설은 화학공업의 천지개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자주시보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조선이 사상 최악의 전면봉쇄를 받는데도 국가경제지표가 추락하기는커녕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만리마 속도’로 기술혁신운동과 생산증대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불가사의한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모든 의문이 풀렸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1일 국가과학원을 현지지도하면서 “자립적 민족경제의 토대가 있고 우리가 육성한 든든한 과학기술력량과 그들의 명석한 두뇌가 있기에 적들이 10년, 100년을 제재한다고 하여도 뚫지 못할 난관이 없다”고 언명하였다고 한다. 올해 2018년은 조선의 경제자립도가 건국 이래 가장 높은 경지에 올라서는 시기이며, 앞으로 그 최고기록은 해마다 갱신될 것이다. 조선을 최대로 압박하면 조선의 국가경제지표가 급격히 추락하여 조만간 굴복하게 될 것이라는 백악관의 허망한 기대는 100년을 압박해도 조선의 전진행로를 가로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무지의 산물이다.


4. 최대압박공세와 심리압박은 부질없는 헛발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두교서에서 언급한 것처럼, 백악관은 조선을 최대로 압박하는 중인데, 그와 별도로 심리압박공세가 자행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심리압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공식 결정에 따라 자행되는 적대행위가 아니라, 백악관 3인방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공식 결정이 없이 은밀히 자행하는 적대행위다. 백악관 3인방이 자행하는 심리압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에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을 가하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날조한 허위정보를 언론에 흘려주면서 조선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이다. 예방타격이란 요즈음 미국 언론계에 떠돌아다니는 이른바 ‘코피타격(bloody nose attack)’을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선에 대한 예방타격은 조선의 군사전략거점 몇 군데를 동시에 공습으로 파괴하여 조선을 굴복시키고, 조선을 비핵화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조선에 대한 예방타격방안은 실재하지 않고 뜬소문 속에 어른거리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코피타격’이라는 말 자체가 영국 언론매체 <텔리그라프(Telegraph)> 2017년 12월 20일부에서 날조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예방타격방안을 논의하는 중에 의견이 갈려 찬성파와 반대파가 논쟁하고 있다는 미확인 소문을 전한 미국 언론보도들은 백악관 3인방이 대조선 심리압박을 자행하려고 날조해낸 허구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 
예방타격방안에 관한 소문이 심리압박을 자행하기 위해 날조된 허구라는 사실은 <뉴욕타임스> 2018년 2월 1일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보도에 따르면,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은 “조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신뢰성을 가지려면, 미국은 잘 짜인 군사계획들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 인용문을 다시 읽으면, 조선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빈말이 아니라 진의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예방타격방안이 논의되는 것처럼 외부에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미국 공군 소속 B-1B 전략폭격기가 호위기들에 둘러싸여 공습비행연습을 하는 장면이다. 그 전략폭격기는 2017년 한 해 동안 한반도 상공에 자주 출동하여 우리 민족 전체에게 핵위협과 핵공갈을 감행하였다. 요즈음 미국 언론계에서 뜬소문처럼 떠도는 이른바 '코피타격'이라는 예방타격방안은 미국이 조선의 군사전략거점 몇 군데를 동시에 공습으로 파괴하여 조선을 굴복시키고, 조선을 비핵화시키겠다는 허황된 소리인데, 그런 예방타격에 동원되는 공습수단들 가운데 하나가 B-1B 전략폭격기이다. 하지만, 대조선 예방타격방안에 관한 소문은 백악관 3인방이 조선에 대한 심리압박공세를 자행하기 위해 조작해낸 유치한 공작소재에 불과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예방타격방안에 관한 소문이 날조된 허구라는 사실은 2018년 1월 22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더 크고 엄청난 정세변화 일으킬 남북관계개선’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그에 관한 서술은 여기서 멈춘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7642)
심리압박을 자행하는 백악관 3인방을 거명하면, 허벗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마익 팜페오 중앙정보국장, 맷 포팅어(Matt Pottinger)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다. 위에 인용한 <뉴욕타임스> 2018년 2월 1일 보도기사를 읽어보면, 백악관 3인방은 예방타격방안을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고 있을 뿐이고, 결정권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 3인방이 예방타격방안을 쑥덕거리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속사정을 살펴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맥매스터, 팜페오, 포팅어 3인방이 대조선 예방타격을 주장하고,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합참의장 3인방은 그 주장을 반대하여 논쟁이 벌어진 것처럼 묘사한 미국 언론보도들은 ‘정치소설’의 한 장면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런데도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1월 29일 영국 텔레비전방송 <BBC>와 진행한 대담에서 “우리의 임무는 미국 대통령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일, 그 위험(미국 본토가 조선의 핵타격권에 들어가는 위험-옮긴이)을 비외교적인 수단들(non-diplomatic means)로 해소하는 일련의 선택방안들을 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비외교적인 수단은 예방타격을 뜻하므로, 위에 인용한 그의 대담발언에 따르면 그 자신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방타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의 그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미국 국방부의 전쟁기획자들은 이미 50년 전부터 적국들에 대한 예방타격방안을 개념계획(conceptual plan)으로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개념계획이란 구체적인 작전방식을 아직 갖추지 못한 추상적인 작전개념이다. 개념계획이 작전계획(operational plan)으로 구체화되어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것을 군사적 선택방안으로 채택하여 국방장관에게 지시할 수 있고, 그 지시를 받은 미국 국방부는 전법을 확정하고 그 전법에 따른 전투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추상적인 작전개념으로 존재하는 예방타격방안은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만한 군사적 선택방안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런데도 백악관 3인방은 작전개념 수준에 있는 예방타격방안이 실전용 작전계획으로 완성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심리압박공세에 매달리고 있고, 그런 속사정을 모르는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만일 조선에 대한 예방타격을 감행하면, 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수 백 만 명의 사상자가 나게 될 것이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이것이야말로 심리압박공세에 사용된 허구가 또 다른 허구를 확대재생산하는 꼴이다. 

설령 예방타격방안이 개념계획 수준을 넘어 실전용 작전계획으로 완성되었다고 가정해도, 조선은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은 미국의 예방타격을 몇 배 능가하는 보복타격계획을 이미 준비해놓았고, 그 계획에 따른 ‘주체전법’을 확정하고, 그 전법을 연마하는 실전급 전투훈련을 끊임없이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의적인 상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현실이라는 점은 아래에서 설명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8월 25일 동부전선을 시찰하던 중 현지에서 진행된 선군절 경축연회 연설에서 “나는 이미 서남전선의 최전방부대들에 나가 적들의 무분별한 추태를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살피며 만약 적들이 신성한 우리 령토와 령해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 반타격을 안기고 전군이 산악같이 일떠서 조국통일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 반공격전에로 이행할 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수표하였습니다”고 언명하였다. <사진 9>

▲ <사진 9>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8월 25일 선군절 경축연회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미국이 조선의 영토와 영해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타면 즉시 섬멸적 반타격을 가하고 전군이 조국통일대전에로 이행하라는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수표하였다고 언명한 바 있다. 그러므로 만일 미국이 전략적으로 오판하여 예방타격을 감행하면, 조선은 조국통일대전으로 응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국군 28,500명은 '화성의 불바다' 속에서 몰살될 것이고, 한국에 체류하는 미국 민간인 23만 명은 해외대피로가 끊겨 독 안에 든 쥐처럼 인질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므로 백악관 3인방은 그 무슨 심리압박공세라는 것에 집착하는 경거망동을 즉각 중지해야 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에 따르면, 미국이 전략적으로 오판하여 예방타격을 감행하는 경우 조선인민군은 미국의 몇몇 군사전문가들이 착오한 것처럼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는 보복타격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전투준비를 완료한 ‘통일대전작전계획’을 즉각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의 방대한 화력은 장차 통일조국에서 함께 살아야 할 서울시민들에게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조국통일을 가로막고 핵공갈과 핵위협에 광분하는 미국군에게로 향하게 되리라는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만일 미국이 전략적으로 오판하여 조선에 대한 예방타격을 감행하는 경우, 주한미국군 28,500명은 ‘화성의 불바다’ 속에서 몰살될 것이고, 한국에 체류하는 미국 민간인 23만 명은 해외대피로가 끊겨 독 안에 든 쥐처럼 인질로 전락할 것이다. 이런 충격적인 예상에 대해서는 72시간 통일대전씨나리오에 관해 내가 이전에 발표한 몇몇 글들에서 자세히 서술하였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 않는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3931)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압박공세가 조만간 실효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그와 별도로 백악관 3인방은 언론매체를 이용한 심리압박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위에서 논증한 것처럼, 그런 적대행위들은 100년을 자행해도 조선의 전진행로를 가로막지 못할 헛발질에 불과하다. 트럼프의 최대압박공세와 백악관 3인방의 심리압박공세가 부질없는 헛발질이라는 사실은 조만간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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