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5

평양정상회담, 통일의 기운 넘쳤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15)
자주시보 2018년 09월 2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그 아래서 함께 살기로 약속한 깃발
2. 마침내 해체되기 시작한 ‘세계의 화약고’
3. 핵무기도 없고, 핵위협도 없는 삼천리강토


1. 그 아래서 함께 살기로 약속한 깃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8일 평양에서 만나 9월 20일 삼지연에서 헤어질 때까지 54시간. 70년을 헤아리는 통일국가건설운동에서 처음 보는 격동적인 사변을 민족사에 아로새기며 꿈같은 54시간이 흘러갔다. 5,000년을 함께 살다가 70년 동안 갈라진 민족분열의 통한을 잠시 접어두고, 누구라 할 것 없이 감격과 흥분을 진정하지 못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펼쳐놓은 역사적인 상봉과 회담과 교제의 순간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 시간 속에서 겨레의 넋은 통일의 기운으로 뜨거워졌고, 민족과 통일이라는 네 글자가 겨레의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상봉과 회담과 교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메시지, 그 역사적인 사변이 8천만 겨레에게 전하는 강렬하고 절절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1) 2018년 9월 18일 오전 10시 문재인 대통령과 일행이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였을 때부터 9월 20일 오후 3시 30분 삼지연비행장을 출발할 때까지 일정을 수록한 영상기록과 사진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면, 체류일정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특별한 피사체가 눈길을 끈다. 그것은 흰 기폭에 파란색 삼천리강토를 아로새긴 통일기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18년 9월 18일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접을 받으며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서 있는 뒤쪽 벽면에는 통일기와 똑같이 삼천리강토를 형상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아래쪽 사진은 2018년 9월 19일 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관람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 첫 장에서 '아리랑'의 선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커다란 통일기가 5.1경기장 상단에 공식 게양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통일기 아래서 2박3일 동안 역사적인 상봉과 회담과 교제를 이어갔다. 그 깃발 아래서 남과 북은 더 이상 갈라져 살지 말자고, 우리 모두 통일강국 새 나라에서 함께 살자고 뜨겁게 약속했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남측에서는 단일기 또는 한반도기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잘못 부르고 있는데, 그 기의 올바른 명칭은 통일기다. 원래 통일기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남측 올림픽위원회와 북측 올림픽위원회는 1990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처음으로 그 기를 응원기로 사용하였고, 이듬해 일본 지바현에서 개최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선수단이 출전하였을 때 그 기를 선수단 단기로 사용하였다. 당시 남과 북은 그 기의 정식 명칭을 정하지 않은 채 ‘선수단 단기’라고 합의서에 명기하였다.  

이처럼 1990년대에 남북단일선수단의 단기로만 사용되던 그 기는 2000년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통일국가건설운동이 대전환기를 맞아 남북해외 각계각층 인사들이 회합하는 민족통일행사들에서 사용되면서, 남북체육교류를 상징하는 단일선수단 단기에서 겨레의 통일의지를 아로새긴 통일기로 승화되었다. 

그러나 통일기는 민족통일행사들에서만 사용되었을 뿐, 네 차례 진행된 이전의 남북정상회담들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섯 번째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측은 통일기를 공식 게양하였다. 그렇게 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천만 겨레에게 전하는 민족단합과 조국통일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형상한 통일기를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체류기간 내내 내걸도록 지시하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일행을 위한 체류일정준비를 지도하면서 심지어 식단표까지 세심히 검토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단합과 조국통일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시각매체로 통일기를 선정한 것이다.   

그 깃발 아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적인 상봉과 회담과 교제가 이루어졌다. 백두산과 한라산, 울릉도와 독도까지 우리나라 삼천리강토를 아로새긴 그 깃발 아래서 남과 북은 더 이상 갈라져 살지 말자고, 우리 모두 통일강국 새 나라에서 함께 살자고 뜨겁게 약속했다.  

그 아름다운 약속은 문재인 대통령과 일행을 맞은 북측 인민들이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공화국기와 함께 통일기를 흔들면서 열렬히 환영하는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일행을 환영하는 예술공연이 진행된 평양대극장에서도, 그리고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이 진행된 5.1경기장에서도 통일기는 그 아름다운 약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일행을 위한 환영연회가 진행된 국가연회장 목란관에서도, 평양랭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에서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일행을 위한 마지막 오찬이 진행된 삼지연 호반의 이깔나무숲 설레는 오찬장에서도 통일기는 그 아름다운 약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온 겨레의 힘으로 분단장벽을 허물고 자주통일 새 나라에서 영원히 함께 살려는 아름다운 약속이 그 기폭에서 영롱히 빛나고 있었다.  

(2) 2018년 9월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관람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의 첫 장에서 ‘아리랑’의 선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커다란 통일기가 5.1경기장 상단에 공식 게양되었다. 그 깃발 아래서 연단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감동적인 연설을 하였다. 그 연설 속에 강렬하고 절절한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5.1경기장 관람석을 메운 10만명 평양시민들은 폭풍 같은 만세소리를 터치며 열광적으로 환호하였고, 그 연설장면을 텔레비전방송화면으로 지켜본 남북해외 모든 동포들도 환호하였다. 남측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민족단합과 조국통일의 의지를 그처럼 확실하게 천명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 <사진 2>
  
▲ <사진 2> 위쪽 사진은 2018년 9월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이 5.1경기장에 구름처럼 모여든 10만명 평양시민들 앞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한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기 아래서 맞잡은 두 손을 높이 치켜든 장면이다. 그 순간, 5.1경기장 관람석을 메운 10만명 평양시민들은 폭풍 같은 만세소리를 터치며 열광적으로 환호하였고, 그 연설장면을 텔레비전화면으로 지켜본 남북해외 모든 동포들도 환호하였다. 아래쪽 사진은 2018년 9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리설주 녀사와 김정숙 여사와 함께, 그리고 남북의 수행원들과 함께 백두산 장군봉에 오른 뒤에 삼지연으로 내려와 오찬을 나누는 장면이다. 흰색 초대형 천막과 붉은 융단으로 꾸려진 오찬장에 통일기들이 내걸렸다. 온 겨레의 힘으로 분단장벽을 허물고 자주통일 새 나라에서 영원히 함께 살려는 아름다운 약속이 그 기폭에서 영롱히 빛나고 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2018년 9월 20일 목요일 오전, 이 땅의 모든 산악을 낳아 키운 백두산이 가슴을 활짝 열었다. 쪽빛 하늘을 머리에 이고 솟아있는 민족의 성산이 눈앞에 나타났다. 216개 백두련봉의 전설이 깃든 천지의 잔잔한 물결이 눈앞에 펼쳐졌다. 백두산 천하절경은 수려한 풍치를 넘어 신비롭고 장엄한 세계를 펼쳐보였다.  

8천만 겨레에게 평화와 번영과 통일을 약속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그 천하절경 속에 한 폭의 그림처럼 등장하더니, 이윽고 굳게 맞잡은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 격정의 순간, 통일의 기운은 마침내 최절정에 이르렀다.    

선조들이 수수천년 신령한 산으로 우러르며 국태민안을 빌었던 백두산 장군봉 마루에서 천지의 맑은 물을 굽어보며 두 손을 굳게 맞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수수천년 후대들에게 물려줄 백두산통일강국의 약속을 천지물에 붓을 적셔 백두산정에 불멸의 문자로 기록하였다. 통일국가건설의 여명은 백두산에서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장군봉 마루에서 두 손을 맞잡고 번쩍 치켜든 순간, 8천만 겨레는 백두산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전율하였다. 아메리카핵제국의 방해책동을 꺾어버리고 삼천리강토에 끝없이 융성번영할 백두산통일강국을 일으켜 세울 거대한 힘이다. 백두산의 힘이 삼천리강산 휘감으며 저 멀리 한라산까지 죽 내리벋을 때, 우리 겨레는 백두산통일강국의 주인으로 용약 일어서리라!  

백두산통일강국에서 함께 살자는 8천만 겨레의 약속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통일기라면, 그 약속을 문서화한 것은 평양공동선언이다. 평양공동선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의 남북관계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염원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나가기로” 굳게 약속하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9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리설주 녀사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8천만 겨레에게 평화와 번영과 통일을 약속한 두 정상이 굳게 맞잡은 두 손을 백두산정에서 높이 쳐드는 순간, 통일의 기운은 마침내 최절정에 이르렀다. 두 정상은 수수천년 후대들에게 물려줄 백두산통일강국을 세우자는 약속을 천지물에 붓을 적셔 백두산정에 불멸의 문자로 기록하였다. 통일국가건설의 여명은 백두산에서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백두산의 힘이 삼천리강산을 휘감으려 저 멀리 한라산까지 죽 내리벋을 때, 우리 겨레는 백두산통일강국의 주인으로 용약 일어서리라!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마침내 해체되기 시작한 ‘세계의 화약고’

평양공동선언에서 주목되는 것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이하 군사분야합의서로 약칭함)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그 선언문을 교환한 직후, 그 자리에서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군사분야합의서에 서명하고, 그 합의서를 교환하였다. 

군사분야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문서로 채택한 것은, 그 합의사항을 이행하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전에도 남과 북은 군사분야합의서를 채택한 적이 있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는데, 이번에는 철저하게 이행하려는 것이다. 

<동아일보> 2018년 6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2018년 6월 14일 10여 년 만에 성사된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남측에게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60km 안에서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정찰활동을 중단하고,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40km 안에서 상대방에 대한 공중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파격적인 제안이다. 

그 제안을 받은 남측은 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하였기 때문에 단독으로 검토할 수 없었고, 남측의 작전통제권을 가진 주한미국군사령부와 함께 북측의 제안을 검토하였다. <뉴시스> 2018년 9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남측 국방부 관계자는 남과 북이 ‘군사분야합의서’를 채택하기 전에 남측은 주한미국군사령부와 그 합의서 초안을 놓고 사전협의를 충분히 하였다고 한다. 

남과 북은 2018년 9월 13일과 14일에 진행된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합의문안을 조율하여 ‘군사분야합의서’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군사분야합의서’는 2018년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 부속문서로 채택되었다. 

‘군사분야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지상평화지대, 해상평화수역, 공중평화구역을 각각 조성하기 위한 조치들을 합의하였는데,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2018년 9월 18일 평양남북정상회담 첫째날 회담이 진행되는 장면이다. 남측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배석하였고, 북측에서는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배석하였다. 아래쪽 사진은 2018년 9월 19일 평양남북정상회담 둘째날 회담이 진행되는 장면이다. 남측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북측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각각 배석하였다. 이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거친 뒤에 역사적인 '9월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었고, 평양공동선언 부속문서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가 발표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지상에 평화지대를 조성한다 

- 남과 북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5km 안에서 포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에 있는 감시초소들을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조치로 상호 1km 이내에 근접한 남북의 감시초소들을 완전히 철수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하기로 하였다. 

(2) 해상에 평화수역을 조성한다 

- 남과 북은 2018년 11월 1일부터 서해에서 남측의 덕적도 이북 해상으로부터 북측의 초도 이남 해상에 이르는 수역에서, 그리고 동해에서 남측의 속초 이북 해상으로부터 북측의 통천 이남 해상에 이르는 수역에서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 및 함포의 포구포신에 덮개를 씌우고, 포문을 폐쇄하기로 하였다. 덕적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있고, 초도는 남포특별시 항구구역에 있으므로, 서해평화수역의 남북길이는 135km다. 속초는 남강원도 양양군과 인제군에 인접해 있고, 통천은 북강원도 회양군과 안변군에 인접해 있으므로, 동해평화수역의 남북길이는 80km다. 

- 남과 북은 2004년 6월 4일에 진행된 제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서명한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에 관련된 사항들을 재확인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복원, 이행해나가기로 하였다. 여기에는 서해 접경수역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조성하는 문제,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안에서 남과 북이 공동으로 해상순찰을 하는 문제, 남과 북이 한강(임진강)하구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한 문제 등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3) 공중에 평화구역을 조성한다

- 남과 북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그 구역 안에서 고정익 항공기(전투기나 폭격기)의 공대지유도무기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 비행금지구역은 다음과 같다. 전투기 같은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동부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40km까지 구역에서 비행을 금지하고, 서부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0km까지 구역에서 비행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공격헬기 같은 회전익 항공기의 경우,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10km까지 구역에서 비행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무인항공기의 경우, 동부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15km까지 구역에서, 서부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10km까지 구역에서 비행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비행선 같은 기구의 경우, 동부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15km까지 구역에서, 서부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10km까지 구역에서 비행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뉴시스> 2018년 9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남측 국방부 관계자는 남과 북이 ‘군사분야합의서’를 채택하기 전에 남측 국방부가 주한미국군사령부와 그 합의서 초안을 놓고 사전협의를 충분히 하였으므로, 남과 북이 합의한 비행금지구역은 미국군에게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오산미공군기지에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출동하는 미국군 고고도유인정찰기 U-2는 오는 11월 1일부터 서부에서는 군사분계선 이남 20km 밖으로, 동부에서는 군사분계선 이남 40km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또한 오산미공군기지에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출동하는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도 오는 11월 1일부터 서부에서는 군사분계선 이남 10km 밖으로, 동부에서는 군사분계선 이남 15km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4) 합의서를 실질적으로 이행한다

주목되는 것은, ‘군사분야합의서’에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남측 차관급 당국자와 북측 부상급 당국자가 공동위원장직을 맡게 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군사분야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방지를 위한 항시적인 연계와 협의를 진행”하는 상설기구다. 

이제껏 남과 북은 무려 60여 차례에 이르는 군사회담을 개최하고 수없이 협상해왔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가동되면, 군사분야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수시로 점검하면서 이행을 다그칠 것이다. 남북공동군사위원회는 통일공화국이 세워질 때까지 군사긴장완화 및 평화체제수립이라는 공동목표를 추구할 것이다. 

남과 북이 지상과 해상과 공중에 각각 평화지대, 평화수역, 평화구역을 조성한 것과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우발적 무력충돌을 예방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첫 걸음이다. 6.25전쟁을 아직 끝내지 못한 정전체제 아래서 중무장한 전투부대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밀집되어 크고 적은 무력충돌을 수시로 일으켰던 ‘세계의 화약고’가 마침내 해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9일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그 선언문을 들어보이는 장면이다. 두 정상은 선언문을 교환한 뒤에 그 자리에서 진행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 서명식에서 남측 국방장관과 북측 인민무력상이 그 합의서에 서명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로써 평양공동선언은 군사분야합의서를 부속문서로 가지게 되었다. 군사분야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지상평화지대, 해상평화수역, 공중평화구역을 각각 조성하기 위한 조치들을 합의하였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합의들은 2018년 11월 1일부터 이행될 것이다. 이 중대한 합의가 이행되면, 6.25전쟁을 아직 끝내지 못한 정전체제 아래서 중무장한 전투부대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밀집되어 크고 적은 무력충돌을 수시로 일으켰던 '세계의 화약고'는 마침내 해체되기 시작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5) ‘세계의 화약고’ 해체되면, 유엔사령부도 해체된다 

남과 북이 ‘세계의 화약고’를 해체하는 도중에 유엔사령부가 해체될 것이다. 미국이 유엔 명칭을 도용하여 불법적으로 조작해놓은 유엔사령부는 43년 전에 해체되었어야 한다. 1975년 11월 18일 유엔총회 제30차 본회의에서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기 위한 표결이 진행되었는데, 그 회의에서 미국이 상정한 3390a호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결의안에 따르면, 정전협정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이 “정전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상호 수락할 수 있는 대안에 동의한다면, 미국 정부는 1976년 1월 1일 유엔사령부를 종료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한, 1975년 6월 27일 유엔안보리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 유의하면서”, “정전협정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과 더불어 유엔사령부가 해체될 수 있도록 제1단계 조치로서 모든 직접 당사자들이 조속한 시일 안에 협의할 것을 촉구”하고, “유엔사령부가 1976년 1월 1일을 기하여 해체되고, 남코리아에 유엔 기치를 든 군대가 잔류하지 않도록 위에 언급한 협의가 완결되기 바란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미국의 사기극이었다. 왜냐하면, 유엔사령부 해체문제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결정되어야 하는데도, 미국은 그 문제를 협의하는 별도의 회담을 진행하려고 획책하였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미국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시간만 질질 끌다가 회담을 무산시킬 흉계를 품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당시 사회주의국가들은 미국의 주도로 채택된 기만적인 결의안과 배치되는 3390b호 결의안을 유엔총회 제30차 본회의에 상정하였다. 그 결의안은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유엔 기치 아래 남코리아에 주둔하는 모든 외국군을 철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간주”하고, 정전협정의 실제적 당사자들에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도록 촉구”하였다. 3390b호 결의안은 채택되었으나, 친미국가들을 동원한 미국의 방해공작으로 이행되지 못했다.  

동서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사회주의진영이 해체된 이후, 유엔사령부 해체문제는 유엔총회에 상정되지 않았고, 조선만 그 문제를 줄기차게 유엔에 제기하였다. 그런데 2018년 9월 17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유엔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사령부의 불법성을 거론하였던 것이다. 마차오쉬(馬朝旭) 유엔주재중국대사는 “유엔사령부는 냉전시대의 산물”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유엔사령부가 조선반도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로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쟈(Vasily Nebenzya) 유엔주재러시아대사는 “유엔사령부가 21세기 베를린장벽인가”고 묻고 나서, 유엔사령부는 1950년에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당시 소련은 중국 국민당 정부가 유엔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것을 반대하여 유엔안보리 회의에 불참한 시점에 “역사적 맥락을 거스르며 (그 결의안이) 통과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만장일치제로 결의안을 채택하는 유엔안보리에서는 유엔사령부 해체문제가 상정되어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므로, 유엔안보리에서 유엔사령부 해체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엔사령부 해체문제는 1975년에 그러했던 것처럼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다수가결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유엔사령부 해체문제는 아무 때나 불쑥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다.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군사분야합의서’가 어느 정도 이행되면, 미국이 6.25전쟁을 위해 조작한 유엔사령부는 존재근거를 상실할 것인데, 그런 변화가 일어날 때 조선은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예견된다. <사진 6>  


▲ <사진 6> 2018년 7월 27일 6.25전쟁 정전 65주년이 되는 날, 조선은 6.25전쟁 중 사망한 미국군 유골 55구를 미국에게 송환하였다. 오산미공군기지에 마련된 안치소에는 성조기와 함께 유엔기가 내걸리고, 모든 유골함에 유엔기가 덮혀 있었다. 이것은 미국군이 6.25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하였고, 정전 이후 유엔사령부가 존재하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연출하는 기만극이다. 유엔사령부는 미국의 작간에 의해 불법적으로 조작되었고, 유엔과 전혀 무관하게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제멋대로 그 이름을 도용하는 것이며, 유엔군은 실체가 없는 유령군대다. 남과 북이 이번에 채택한 '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하여 '세계의 화약고'를 해체하면, 유엔사령부도 해체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핵무기도 없고, 핵위협도 없는 삼천리강토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그 선언문을 문재인 대통령과 서로 교환한 뒤에 진행된 기자회견 발언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습니다”고 언명하였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5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조선반도에서 무력충돌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립장이며 자신의 의지라고 비핵화의지를 거듭 확약하시면서 조선반도의 비핵화실현을 위해 북과 남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가자고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9월 5일에 천명하였던 비핵화의지는 9월 19일에 채택된 평양공동선언 제5항에 그대로 담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개념은 조선반도에서 핵위협만 제거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위협과 핵무기를 모두 제거한다는 뜻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이 문제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한반도를 핵위협이 없는 땅으로 만든다는 말은 한반도에 드리운 미국의 핵우산을 철거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핵우산이란 핵폭발력을 타격대상에 맞춰 조절하는 신형 전술핵탄으로 정밀타격하는 선제핵타격을 뜻한다. 지난 시기의 핵우산은 전략핵탄의 핵폭발력이 너무 커서 실제로 사용하지는 못하고 핵위협만 가하는 핵공격억제를 뜻하였으나, 정밀타격능력과 핵폭발력조절기능을 지닌 전술핵탄이 출현한 이후 핵우산은 실전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선제핵타격을 뜻하게 되었다. 

조선은 미국의 핵우산을 어떻게 철거하려는 것일까? 조선이 미국에 대한 핵위협을 제거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핵우산을 철거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조선이 미국에 대한 핵위협을 제거한다는 말은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조선이 핵무기에 관련된 모든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핵우산을 철거해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이 철거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미국이 한국에게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군사동맹체제에서 알맹이는 떨어져나가고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핵우산 철거는 한미군사동맹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한미군사동맹이 무력화되면, 그 동맹에 근거하여 주둔해온 주한미국군은 존재근거를 상실하고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핵위협 없는 조선반도’는 미국의 핵우산이 철거되고 그에 따라 주한미국군도 철수된 조선반도라는 뜻이다. 

(2) 2013년 6월 16일 조선국방위원회 대변인이 발표한 ‘중대담화’는 “우리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언명하였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를 목표로 삼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과 미국이 한반도 전역에서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한반도 전역에서 상호핵사찰을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선에서만 핵사찰을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상호사찰은 미국이 사찰단을 조선에 보내 조선의 핵시설들을 사찰하는 것과 더불어 조선도 사찰단을 남측에 보내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사찰한다는 뜻이다. 그런 상호사찰을 하려면, 조선이 미국에게 사찰대상을 신고하는 것과 더불어 미국도 조선에게 사찰대상을 신고해야 한다. 지금 미국은 조선에게 핵신고서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미국도 마땅히 조선에게 핵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핵신고서 제출은 일방적 의무가 아니라 쌍방적 의무다.  

하지만 상호핵신고와 상호핵사찰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조선과 미국이 모두 상호핵신고와 상호핵사찰을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실현될 수 없는 상호핵신고 및 상호핵사찰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이미 오래 전부터 파악하고 있어서 조선이 미국에게 구태여 신고할 필요가 없는 조선의 핵시설들을 해체하고 사찰한다는 뜻이다. 

조선이 미국에게 구태여 신고할 필요 없이 미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는 조선의 핵시설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되었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동창리발동기시험장과 로케트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고 명기되었다. 이것은 서해위성발사장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과 위성운반로켓발사대를 국제사찰단의 참관 하에 해체한다는 뜻이다. 서해위성발사장에는 그 이외에도 다른 시설들이 있지만, 그 두 가지 핵심시설이 해체되면, 서해위성발사장은 사실상 폐기된다. 그러므로 위의 합의조항은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폐기한다는 뜻이다.

또한 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 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페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명기되었다. 이것은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을 국제사찰단의 참관 하에 폐기하는 경우,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조선은 녕변핵시설도 해체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녕변핵시설도 서해위성발사장과 마찬가지로 국제사찰단의 참관 하에 해체되는 것이다.  

이제 명백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에서 조선이 이행해야 할 의무는 서해위성발사장과 녕변핵시설을 국제사찰단의 참관 하에 해체하여 폐기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2018년 5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미정보당국이 파악한 조선의 핵시설 15개소는 대부분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있는데, 한미정보당국은 자기들이 알지 못하는 핵시설까지 합하면 약 100개소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평양공동선언에 폐기대상으로 명기된 서해위성발사장과 녕변핵시설을 합하면 15개소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미정보당국은 그 이외에도 약 85개소의 핵시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과 녕변핵시설의 15개소를 폐기하는 경우, ‘조선반도의 비핵화’에서 조선이 이행해야 할 의무가 끝났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중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은 평양공동선언에 들어있다. 그 선언에는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페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라고 명기되었다. 이것은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한 이후 미국이 추가적인 상응조치를 취하면 그에 부응하여 다른 대상들도 추가로 폐기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직후 취재진 앞에서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시설 가운데 20%만 해체하면 이른바 '불가역적 비핵화'기 실현될 수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과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고, 미국의 추가적 상응조치에 따라 몇 개소의 핵시설으 추가로 더 해체하면 '조선반도의 비핵화'에서 조선이 이행해야 할 의무는 끝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조선반도의 비핵화'에서 미국이 이행해야 할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올해 안에 발표하고, 2019년에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의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0년 12월 이전에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그 평화체제 위에 우리 겨레가 열망하는 자주적인 통일공화국이 세워질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 암시는 매우 기묘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과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직후 취재진에게 당시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Siegfried S. Hecker)가 <뉴욕타임스>에 실린 글에서 조선의 비핵화를 완결하려면 15년이나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런 잘못된 것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나, 20%를 (비핵화)하는 지점에 이르면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이며 저명한 과학자인 자기 삼촌 존 트럼프(John G. Trump)와 핵문제에 관해 여러 차례 이야기하면서 그런 정보를 알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존 트럼프는 1985년에 별세했는데, 당시 부동산개발에 열을 올리며 조선의 핵문제에 무관심했던 30대 재벌총수 도널드 트럼프가 자기 삼촌과 핵문제를 논하고 심층정보를 알게 되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아마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대통령에게만 주어지는 조선의 핵문제에 관한 정보보고를 통해 그런 심층정보를 파악했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시설을 100%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20%만 해체하면 이른바 ‘불가역적 비핵화’가 실현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녕변핵시설은 한미정보당국이 추정하는 조선의 전체 핵시설들 가운데 약 15%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체되기를 바라는 조선의 핵시설은 약 20%다. 그러므로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과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고, 미국의 추가적 상응조치에 따라 몇 개소의 핵시설을 추가로 더 해체하면 ‘조선반도의 비핵화’에서 조선이 이행해야 할 의무는 모두 끝나게 될 것이다. 

조선은 평양공동선언에서 확약하기 이전부터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하였으므로,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대로 서해위성발사장이 국제사찰단의 참관 하에 완전히 해체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제사찰단의 참관 하에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는 작업은 2018년 안에 완료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조선의 종전선언 발표요구에 응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올해 안에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발표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2018년 9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인 백두산 등정을 마치고 삼지연으로 내려와서 못가를 산책하는 장면이다. 백두산의 정기를 머금은 밀림 속에 자리잡은 삼지연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두 정상은 그 풍경화 속에서 산책하며 신뢰를 더욱 쌓았다. 두 정상이 8천만 겨레에게 굳게 약속한 평양공동선언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평화와 번영과 통일의 대사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발표되면, 2019년 초부터 조선은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대로 국제사찰단의 참관 하에 녕변핵시설을 해체하기 시작할 것이다. 녕변핵시설 해체작업은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견된다. 2019년 여름에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를 폐기하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2019년 여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하고, 남과 북은 상호군비축소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2020년 말에는 한반도 전역을 포괄하는, 공고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예견된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0년 12월 이전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은 조선과 미국의 공통된 목표다. 그 평화체제 위에 우리 겨레가 열망하는 자주적인 통일공화국이 세워질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8천만 겨레에게 굳게 약속한 평양공동선언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평화와 번영과 통일의 대사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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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8

트럼프를 곤경에서 구출할 제2차 조미정상회담

[한호석의 개벽예감](314)
자주시보 2018년 09월 1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대통령에게 불충한 국방장관의 퇴출
2. ‘순한 개’가 출현한 뒤에 나타난 ‘반역자’
3. 조미협상 교착국면은 조미정상회담이 타개한다
4. 2018년 8월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이 중단되다


1. 대통령에게 불충한 국방장관의 퇴출

2018년 9월 12일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가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을 교체하려는 생각을 지난 몇 달 동안 해왔다는 것이며, 실제로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를 마친 뒤에 그를 해임시키거나 그가 스스로 사임할 것으로 예견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을 해임시키려는 이유는 그 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의 불화 때문이라는 것이 미국 언론매체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트럼프-매티스 불화설은 사건내막을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사건내막을 정확히 표현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매티스 국방장관의 불충이라고 해야 한다. 불충이라는 말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든 국가수반들이 그러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자기에게 충성하는 심복형 각료를 선호하고 중용하는데, 매티스 국방장관은 충성하지 않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임시킬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티스의 불충은 그 동안 미국 언론매체에 보도되지 않았고, 어떤 때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과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처럼 잘못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런 사실은폐와 오보의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연이 얽혀있다.  

첫째, <폴리티코> 2018년 9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다른 각료들과 달리 입이 무겁기로 악명이 높다”고 한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말을 아껴왔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의 불충한 모습이 오랜 기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매티스 국방장관은 면종복배 처신술에 능한 사람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는 대통령의 방침이나 지시를 따를 것처럼 말해놓고 펜타곤에 돌아가서는 제멋대로 대통령의 방침이나 지시를 중단시키거나 변경시키거나 그와 반대되는 조치를 강행하였으며, 나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이나 지시를 받는 것마저 꺼려한 나머지 백악관 출입을 되도록 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 또는 지시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것을 제멋대로 변경하거나 반대하거나 그것을 집행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폴리티코> 2018년 9월 4일부에 실린 장문의 보도기사에서 발견된다. 이 장문의 보도기사에는 매티스 불충설을 입증하는 민감한 정보들이 들어있는데, 그 정보들은 최근 미국에서 미증유의 인기열풍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유명언론인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가 펴낸 책에 서술된 것이다. 그 책의 제목은 ‘두려움: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인데,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백악관 내부의 비사들로 가득한 전형적인 폭로서적이다. 시장에 출시된 첫 날 하루 만에 무려 75만 부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그 화제의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외교안보정책과 관련된 중대한 방침 또는 조치들을 놓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들과 의견충돌을 빚은 여러 비사들이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출시 첫 날 그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해놓고 택배를 기다리는 중인데, 그 책을 입수하면 거기에 폭로된 비사들을 정밀분석한 글을 <자주시보>에 발표하려고 한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정책을 보좌하는 각료이므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새로운 군사정책에 관한 조치들 검토하거나 결정하려고 할 때마다 그것을 가로막은 것이 분명하다. <폴리티코> 2018년 9월 4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이란, 북조선에 대한 자신의 외교정책방침을 자주 반대해온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진저리를 냈다”고 하는데,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려고 하였으나 매티스 국방장관이 철군을 반대하는 바람에 “마지못해(reluctantly)” 철군의사를 접어야 했던 사건이 그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첫 계기였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여름 어느 날,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회의 중에 담화하는 장면이다.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려고 하였으나 매티스 국방장관이 철군을 반대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철군의사를 접어야 했던 사건이 그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한 첫 계기였다.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러시아, 이란에 대한 자신의 외교정책방침을 계속 반대해온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진저리를 내게 되었고, 결국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 직후 그를 해임할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5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Jr.) 합참의장,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John F. Kelly) 당시 국토안보장관(현재 백악관 비서실장)이 백악관 상황실에 모여 아프가니스탄전략을 개편하기 위한 각료회의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 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아프가니스탄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되어 최종적으로 결재를 받았는데, 프랑스 통신사 <아전스 프랑스 쁘레스(Agence France-Presse)> 2017년 6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국군 병력규모를 정하는 문제를 자신이 직접 결정하지 않고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넘겼다고 한다. 이것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반대하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내맡겼음을 의미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8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별장 캠프 데이빗(Camp David)에서 소집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전략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새로 확정된 아프가니스탄전략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7년 10월 이후 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에 미국군 3,500명을 증파하기로 하였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중폭격을 이전보다 3배나 증가시켰다. 이것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의사와는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아프가니스탄전략을 변경시켰음을 말해준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아프가니스탄전략만 그렇게 주무른 것이 아니다. 우드워드의 폭로서적 ‘두려움: 백악관의 트럼프’가 출시되기 직전, 미국 주요언론매체들이 그 책에 실린 주요내용을 미리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려고 하였던 6.25전쟁 종전선언 발표,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철거, 주한미국군 철수, 한미자유무역협정 폐기도 가로막았으며, 조미핵대결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던 2017년에는 미국 본토에서 시행되는, 조선에 대한 선제타격을 가상한 모의폭격연습을 승인하였다고 한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중앙일보> 2018년 8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2018년 12월 중에 미국 본토와 해외미국군기지들에서 증원무력을 동원하고 한국 공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비질런트 에이스(Vigilent ACE)’라는 작전명칭으로 불리는 대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진행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동원무력규모를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거역하면서 또 다시 스텔스전투기들을 동원하는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여 조미협상에 장애를 조성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으려는 방해책동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시키는 조선의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극렬하게 가로막고 있는 방해세력의 맨 앞장에 매티스 국방장관이 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티스 국방장관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는 ‘주범’인 것이다. 

그런 매티스 국방장관과 비교하면,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고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그 두 사람은 매티스 국방장관보다 급이 낮은 ‘종범’들로 분류될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거역하고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간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움을 살 수밖에 없었는데, 위에 인용된 우드워드의 폭로서적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놓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심각한 의견충돌을 빚은 뒤, 격앙된 심리상태로 펜타곤에 돌아가 자기 측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초등학교 5~6학년 애들의 지능밖에 갖지 못했다”고 모욕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의견충돌을 빚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일 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국가 건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므로 우드워드의 폭로서적에 서술된 원문을 정밀분석한 뒤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논하려고 한다. 

위에 인용된 우드워드의 폭로서적에 서술된 것처럼,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모욕하였다는 사실이 미국 언론보도를 통해 2018년 9월 3일 세상에 알려지자, 화들짝 놀란 매티스 국방장관은 자기가 대통령을 모욕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하면서 사태를 수습해보려고 허둥지둥하였지만, 이미 물이 엎질러진 판이어서 수습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2. ‘순한 개’가 출현한 뒤에 나타난 ‘반역자’

<폴리티코> 2018년 9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하여 자기 뜻을 계속 거스르는 매티스 국방장관을 새로운 별명으로 불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매티스 국방장관을 사석에서 ‘순한 개(Moderate Dog)’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매티스 불충설과 관련된 내막을 모르면, ‘미친 개’라는 별명은 욕처럼 들리고, ‘순한 개’라는 별명은 그보다 덜 모욕적으로 들리겠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미친 개’라는 원래 별명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장성급 지휘관으로 복무할 때, 전투에서 미친  개처럼 싸워 한 차례도 지지 않는다는 좋은 뜻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붙여준 ‘순한 개’라는 새로운 별명은 전투에서 패하여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었다는 나쁜 뜻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을 ‘순한 개’라고 부른 것은, 자기를 “초등학교 5~6학년 애들의 지능을 가졌다”고 모욕한 그를 해임할 생각을 굳혔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당시 국무장관이 2017년 7월 하순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우라질 얼간이(fucking moron)”라고 비방하였다는 사실이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에 세상에 드러나는 바람에 그를 해임했는데, 이번에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초등학교 5~6학년 애들의 지능을 가졌다”고 모욕하였으니,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을 해임하면, 그 동안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아온 가장 큰 걸림돌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매티스 국방장관이 물러나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같은 또 다른 걸림돌들이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두 사람의 처지는 매티스의 처지와 명백하게 다르다. 양자의 처지가 어떻게 다른지는 다음에 서술하는 사실들이 말해준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4월 29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Fox News)>와 대담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떠들면서, 조선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로 반출하는 것이 비핵화해법이라는 흉측한 망발을 늘어놓았는데, 미국 국무부 내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6월 6일 보도에 따르면, 볼턴의 그런 망발은 당시 일정에 오른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불거진 것이라고 한다. 또한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런 망발을 늘어놓은 것을 알고 격분하여 그를 조미협상과 관련된 업무에서 배제시켰다고 한다. 그런 사건을 겪으면서 혼쭐이 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조미협상에는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미협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발언수위를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  

위에 인용된 우드워드의 폭로서적에 따르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반발하여 울화통을 터뜨릴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무가내”라고 비아냥거렸을 뿐 아니라, 몇몇 관료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말하면서 “그는 바보(idiot)다. 그에게 어떤 일을 납득시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는 완전히 탈선했어”라고 모욕하였고, “우리는 미친 소굴(Crazytown)에 들어있는 거야.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를 일이야. 이것(백악관 비서실장직을 뜻함-옮긴이)은 내가 이제껏 해본 일 중에 가장 나쁜 일이야”라고 떠들어댔다는 것이다. 또한 켈리 비서실장은 다른 자리에서 “나는 사직서를 써서 트럼프의 궁둥이에 여섯 번이나 들이밀었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처지도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처지와 비슷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2018년 8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에게 보낸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편지를 읽어보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하면서 소집한 긴급대책회의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되었을 때,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회의석에 앉지도 못한 채 뒤에 서서 대책회의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사실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과 관련된 업무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그를 모두 배제시켰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8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편지를 읽어보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하면서 소집한 긴급대책회의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 위에서 무엇인가 쓰고 있고, 그 앞에 펜스 부통령, 성 김 조미실무협상 책임자, 팜페오 국무장관,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앉아 있다. 그런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뒤에 서서 대책회의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 사진에서 맨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이 사실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과 관련된 업무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모두 배제시켰음을 알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 와중에 2018년 9월 5일에는 백악관을 또 한 번 발칵 뒤집어놓은 충격사건이 벌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백악관 고위관리가 기고한 폭로문이 <뉴욕타임스>에 실린 것이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저항파 일원이다”라는 제목부터 너무 자극적이다. 그 폭로문을 쓴 백악관 고위관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사분오렬된 모든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면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폭로하였다. 또한 그는 “각료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한때 모의한 적도 있었으나, 헌정질서위기에 빠지는 것을 바라는 각료들이 없었기에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행정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처럼 충격적인 폭로문이 세상에 널리 공개되자,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글을 <뉴욕타임스>에 발표한 것은 반역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로문을 쓴 ‘반역자’를 색출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고, 그에 따라 백악관 각료들 가운데서 네 사람이 ‘모반혐의자’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모반사건’을 더 이상 파헤칠 만한 처지에 있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중간선거가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모반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반역자’를 색출하고, 그를 백악관에서 퇴출시킬 경우 그 사건은 백악관을 감당하기 힘든 충격 속에 밀어넣을 것이고, 미국의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이며, 따라서 그러지 않아도 공화당이 연방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위험이 커진 중간선거에서 여지없이 참패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모반사건’에 대한 백악관의 자체조사는 곧바로 흐지부지되었는데, ‘반역자’의 폭로문이 언론에 공개되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만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반역자’는 그런 상황을 예상하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내상을 입히기 위해 폭로문을 공개한 것으로 생각된다. 

조사중단으로 미궁에 빠져버린 ‘모반사건’은 미국의 외교안보정책 전반을 ‘미국우선주의’로 개편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내부 반대파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또 다시 보여주었다. 미국 민주당과 미국 주요언론매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앞길을 가로막았어도, 그는 이제껏 오기와 반격으로 버텨가며 어려움을 헤쳐갔지만, 백악관 내부 반대파의 공격까지 받아 곤경에 빠졌으니, 그러지 않아도 진전시키기 힘든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어떤 특별한 돌파계기가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곤경에서 빠져나와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타개하고 협상을 진전시키기 힘들게 되었다.   


3. 조미협상 교착국면은 조미정상회담이 타개한다

이런 급박한 사정을 간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협상을 전진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였다. 긴급조치는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뒤집어버리기 시작하였는데,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과 지시를 반대하고 그의 앞을 가로막는 각료들과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내쫒고 싶어 모반도 불사하는 ‘반역자’들이 우글거리는 판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을 추진시킬 동력은 매우 약해졌다.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조미협상의 진전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제거하고 그 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는 긴급조치를 취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백악관으로 직접 전달되지 않고, 팜페오 국무장관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특사를 파견하는 경우에는 친서가 백악관으로 직접 전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국무장관을 거쳐 전달되는 것이 외교관례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8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파키스탄과 인도를 공식 순방하고 있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2018년 9월 7일 인도 뉴델리에서 미국-인도 2+2회담에 참석 중이던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우선 전달되었다. 뉴델리를 떠나 워싱턴으로 돌아간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날은 9월 8일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9월 10일 백악관 기자실에서 쌔라 쌘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발언기회를 주면서 지목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쌘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하면서, 친서에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가 담겨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백악관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바로 그 전날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자마자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제2차 조미정상회담 준비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백악관 안팎에서 반대파들의 집중공격을 받고 곤경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위기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다급히 찾고 있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는 친서를 보내주었으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고맙고 다행한 일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 9월 10일 쌔라 쌘더스(Sarah H. Sanders)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매우 따뜻하고, 매우 긍정적인 친서였다. 우리가 그 친서 전문을 공개하는 것을 북조선 지도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그 친서의 주된 목적은 대통령과 만나는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그 일정을 알아보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에 대해 열려있고 이미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다. (중략) 그리고 그 친서는 조미관계진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중략) 그리고 그 친서는 우리가 계속 추구하기 바라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징후로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는데, 쌘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월 10일 백악관이 이미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자마자 곧바로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중간선거가 눈앞에 닥쳤는데, 미국 민주당과 주요언론매체들은 물론 백악관 내부 반대파까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자기에게 집중공격을 퍼붓고 있는 판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위기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다급하게 찾고 있었다. 그런 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는 친서를 보내주었으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고맙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는 회신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생각을 하기에 앞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부터 서둘러 시작하였던 것이다. 

이런 내막을 살펴보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대로 진행될 것이고, 그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4. 2018년 8월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이 중단되다

2017년 11월 4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평성시에 있는 3월16일공장을 현지지도한 소식을 일제히 전하였다. 1977년 3월 16일에 설립된 3월16일공장은 조선의 육상운수에서 널리 사용되고, 해외에도 수출되는 태백산 계열의 각종 대형 화물차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조선인민군이 사용하는 태백산 계열의 각종 미사일탑재차량들과 방사포탑재차량들도 생산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1월 3일 그 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3월16일공장을 모체로 하여 현대적인 자동차공업을 창설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해당부문과 공장의 일군들, 과학자, 기술자, 종업원들이 공장을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생산기지로 꾸릴 대담한 목표와 야심을 안고 달라붙어야 한다”고 독려한 바 있다. 

그런데 2018년 1월 4일 미국의 관영매체 <미국의소리(VOA)>가 특이한 현상을 보도하였다. 2017년 11월 21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은 3월16일공장 건물의 중앙 앞쪽에 가로 15~18m, 세로 약 35m, 높이 약 35m인 보조건물이 세워진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 보조건물에는 대형 기중기를 설치하는 구조물이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2017년 10월 24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에서는 그 보조건물이 보이지 않았는데, 11월 21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에 갑자기 그 보조건물이 나타났으므로, 불과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매우 신속히 그 보조건물을 지은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은 2017년 11월 29일 조선이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바로 그 보조건물 안에서 9축18륜 발사대차에 탑재되었다고 보았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월16일공장 작업현장에서 화성-15를 9축18륜 발사대차에 탑재하고, 화성-15를 발사 직전에 지상에 곧추세우는 수직기립가(elevation cradle)와 차탄분리발사판(detachable launch table)의 작동을 시험하는 발사준비공정을 직접 지도하였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가 3월16일공장에서 생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진 4> 

▲ <사진 4> 위쪽에 있는 두 장의 사진은 미국의 관영매체 <미국의소리>가 2018년 1월 4일에 보도한 평안남도 평성시에 있는 3월16일공장을 촬영한 민간위성사진들이다. 3월16일공장은 태백산 계열의 민수용 대형 화물차와 태백산 계열의 군사작전용 발사대차를 생산한다. 왼쪽 사진은 2017년 10월 24일에 촬영된 것인데, 그 공장 앞마당에 아무런 건물도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사진은 2017년 11월 21일에 촬영된 것인데, 공장건물 중앙 앞쪽에 가로 15~18m, 세로 약 35m, 높이 약 35m인 보조건물이 세워졌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보조건물이 신속히 세워진 것이다. 2017년 11월 29일 조선이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그 공장에서 생산된 9축18륜 발사대차에 탑재하는 마지막 발사준비공정이 바로 그 보조건물 안에서 진행되었다. 아래쪽 사진은 미국의 온라인 매체 <38노스>가 2018년 9월 12일에 보도한 것인데, 2018년 9월 1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에서는 그 보조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3월16일공장 보조건물이 2018년 8월 하순에 철거된 것은,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기 전에 조선이 먼저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실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좌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2018년 9월 12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38노스(North)>가 또 다른 특이한 현상을 보도하였다. 2018년 9월 1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을 보면, 3월16일공장에 있는 보조건물이 완전히 철거된 것이다. 위성사진이 촬영된 시점을 생각하면, 그 보조건물은 2018년 8월 하순에 철거된 것으로 보인다. 보조건물이 철거된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3월16일공장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9축18륜 발사대차 생산을 중단하였다는 뜻이다. 9축18륜 발사대차를 생산하지 않으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생산할 수 없으므로, 조선은 2018년 8월 하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것이 분명하다. 

이미 2017년 12월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화성-15는 미국 본토 전역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조선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 시험발사에서 성공함으로써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다. 

그런데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화성-15 생산을 2018년 8월 하순부터 중단하였다. 이것은 조선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수단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므로,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기 전에 조선이 먼저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실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좌다. 

주목되는 것은, 조미협상 교착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조선이 핵무기생산시설들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조선은 2018년 7월 하순 서해위성발사장 핵심시설을 해체하기 시작하였고, 2018년 8월 하순에는 화성-15 생산을 중단하였다. 원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제작→시험→완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공정을 거치는 법인데, 조선은 화성-15 발사시험은 물론이고, 화성-15 제작공정과 작동시험공정까지 모두 중단한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생산시설들을 단계적으로 해체하는 조선의 비핵화노력을 뻔히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등가적 상응조치도 취하지 않고, 조선에게 그 무슨 ‘핵신고’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선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단계적 조치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조선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자발적으로,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미국에게 ‘핵신고’를 하지 않고 비핵화를 실행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선에게 요구하는 ‘핵신고’는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에게 조선의 최고국가기밀을 넘겨주는 것이므로, 그런 ‘핵신고’는 전쟁에서 패한 패전국의 굴욕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이란이슬람공화국도 자국의 핵무기개발사업과 관련된 국가기밀을 미국에게 넘기지 않았는데, 그 나라보다 자주성과 존엄을 더 중시하는 조선에게, 그것도 미국과 벌인 25년 핵대결에서 승리한 조선에게 미국이 패전국에게나 요구할 굴욕적인 ‘핵신고’를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굴욕적인 ‘핵신고’는 천년이 가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며, 조선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무지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정상회담에서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타개하고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굴욕적인 ‘핵신고’에 의한 비핵화방안이 아닌 다른 형태의 합리적인 비핵화방안을 합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그런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행될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의하는 다른 형태의 합리적인 비핵화방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형태의 합리적인 비핵화방안이란 미국이 조선으로부터 ‘핵신고’를 일방적으로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 후속되는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쌍방의 상호합의에 의하여 핵시설을 지정하는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역사적인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공동성명 서명을 마친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 희열이 넘친다.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전향적인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그것은 조미 쌍방의 상호합의에 의하여 핵시설을 지정하는 합리적인 비핵화방안을 전향적으로 합의하는 것이며,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 구체적으로 말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합의하는 것이다. 곤경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런 두 가지 조치를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두말할 나위 없이, 미국은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조선의 핵시설을 상호합의에 따라 지정하는 것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이 취해야 할 전향적인 조치,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단행해야 할 전향적인 조치는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그 조치가 평화협정체결이라는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2018년 9월 12일 러시아 울라지보스또끄에서 진행된 동방경제연단(EEF)이 진행되는 중에 정상좌담회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남북미 3자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당사자라고 지목하였다. 이것은 중요한 발언이다. 

2018년 8월 17일 중국을 방문한 한국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3당 간사단은 8월 16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외사위원회 주임과 회담하였는데, 장예쑤이 주임은 3당 간사단에게 중국이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방안을 미국에게 제안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시진핑 국가주석은 남북미 3자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당사자라고 말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중국이 한 발 양보하여 남북미 3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앞이 훤히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미 3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의할 것으로 예견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 제의를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으므로, 각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그 제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바로 그 순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또 한 차례 획기적인 정세격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통일국가건설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국통일전략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중대한 성과를 이루어낼 것으로 예견된다. 교착은 끝났고, 진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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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1

교착국면 돌파하는 힘의 실체

[한호석의 개벽예감](313)
자주시보 2018년 09월 1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비밀편지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나?
2. 조선의 협상시간표가 바뀐 사연
3. 지연전술에 얽혀있는 두 가지 연유
4.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와 백악관 긴급대책회의
5. 교착국면 돌파하는 힘의 실체


1. 비밀편지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나?

사람들이 조미협상 교착국면이라고 부르는 이상현상이 지속되어 오던 중, 얼마 전에는 그 교착국면을 더 심각한 지경으로 끌어간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2018년 8월 24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갑자기 취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븐 비건(Stephen E. Biegun)을 북조선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직후, 팜페오 국무장관이 비건을 대동하고 평양에 가기 위해 워싱턴을 출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취소결정을 내렸으니 누구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건이었다.

당시 팜페오 국무장관은 평양을 방문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출발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조선과 미국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후속되는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평양에서 진행하기로 이미 합의하였음을 말해준다.

일본 언론 <요미우리신붕> 2018년 8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8월 21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회담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Jr.) 주한미국대사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9월 9일 전에 평양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 요청에 따라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이 일정에 오른 것이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취소한 것은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취소하였음을 의미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국무부 북조선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이 2018년 8월 23일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자기 식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명문서에 서명하는 장면이다. 임명식을 마친 팜페오 국무장관은 국무부 출입기자들에게 비건 북조선정책특별대표를 소개하면서 평양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튿날 비건을 대동하고 워싱턴을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보다 앞서 조선은 2018년 8월 21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회담에서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9월 9일 전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여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진행하자고 제의하였고, 미국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으로 떠나기 불과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조선방문계획을 갑자기 취소하였고, 그로써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은 열리지 못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갑자기 취소한 까닭은 무엇인가?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Reuters)> 2018년 8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를 읽어보고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 다시 말해서,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도대체 그 비밀편지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고위급회담을 막판에 갑자기 취소한 것일까?

위에 인용된 <로이터즈>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이 보낸 비밀편지에는 “만일 미국이 (조선에게) 아무 것도 제공(offer)할 것이 없으면, 마익 팜페오는 평양에 오지 말아야 한다”는 다소 위압적인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이 미국에게 없는 한, 조미고위급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없으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이 헛걸음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조미협상 교착국면과 관련하여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쏟아내는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내용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종전선언을 발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읽어보고 회담일정을 갑자기 취소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하였다. 하지만 그런 추측은 빗나간 것이다. 조미협상내막을 알려줄 만한 정보들은 협상전략에 관한 기밀사항이므로 세상에 거의 공개되지 않고, 그 대신 피상적인 정보들만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조미협상의 전모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고,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전해주는, 때로는 피상적이고, 때로는 왜곡된 보도내용만 듣고 억측하거나 오판하기 십상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에서 종전선언을 요구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을 발표하자고 제의하지 않고 있다. 


2. 조선의 협상시간표가 바뀐 사연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이 심중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국면의 흐름과 동떨어진 고정관념이나 뭐가 뭔지 모르고 그저 수다스러운 왜곡보도를 모두 접어두고, 조미협상의 전모와 진상을 말해주는 객관적 사실들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종전선언문제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객관적 사실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봑스(Vox)>가 조미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하여 2018년 8월 20일에 실은 분석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 11일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워싱턴에 파견되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자신을 만난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하였고,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 뒤에 곧바로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하였다고 한다. <조선일보> 2018년 6월 14일부는 한 술 더 떠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초안을 가지고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참석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발표를 공약한 까닭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2018년 6월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이미 중지하였고,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기로 약속하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도 그에 상응하여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고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하였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처럼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두 차례나 약속하였으므로, 조선은 6.25전쟁 정전 65주년을 맞은 2018년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였다. 이것이 2018년 6월 하순 조미관계에 조성된 낙관적인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조선과 미국은 2018년 7월 6일부터 7일까지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는데, 당시 조선은 그 회담에서 7.27 종전선언발표가 합의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7월 6일부터 7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을 마치고 평양을 떠나기 직전 평양국제공항 활주로에 나타난 팜페오 국무장관이 수행기자들과 즉석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수행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팜페오 국무장관의 표정이 어둡다. 그도 그럴 것이,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에서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종전선언을 발표하자고 제의하였으나, 팜페오 국무장관은 묵묵부답으로 그 제의를 거절하였고, 그로 인하여 쌍방이 논란만 거듭하다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회담을 끝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백악관에 파견된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공약하였고, 그로부터 11일 뒤에 열린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거듭 공약하였다. 그래서 조선은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종전선언발표문제가 합의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팜페오 국무장관은 말이 되지 않는 생억지를 부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발표공약을 이행하려 하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조미협상 교착국면이 조성된 근본원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근거하여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에서 7.27 종전선언발표를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조선은 회담 중에 낙관적 전망을 접어야 했다. 일본 언론 <아사히신붕> 2018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종전선언은 미국이 우리를 보통국가로 인정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면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하지 않으면 비핵화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하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하자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제의를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못한 팜페오 국무장관이 묵묵부답으로 거절하였음을 말해준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종전선언을 발표하자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제의를 듣고서도 묵묵부답으로 거절하였기 때문에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은 기대하였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 

그러자 조선은 2018년 7월 16일 판문점 북측 지역에 있는 통일각에서 진행된 미국군 유골송환을 위한 조미장성급회담에서 미국에게 종전선언을 또 다시 요구하였으나, 미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공고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통일국가건설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원한 전략구상에 따르면, 6.25전쟁 정전 65주년을 맞은 2018년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한 다음,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올해가 지나기 전에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이 조선의 협상시간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조선은 종전선언발표와 평화협정체결에 각각 상응하는 단계적인 비핵화조치들을 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의 협상시간표를 거스르는 장애현상이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두 차례나 공약하였는데도, 팜페오 국무장관은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었다. 6.25전쟁 정전 65주년을 맞았던 2018년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던 조선은 협상시간표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3. 지연전술에 얽혀있는 두 가지 연유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발표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질질 끌고 있는 팜페오 국무장관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지연전술에 매달린 것일까?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 2018년 8월 27일부에 실린 언론인 조쉬 로긴(Josh Rogin)의 분석기사에서 그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분석기사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는 동떨어진 정치적 조치(political step)에 지나지 않으며, 종전선언이 발표되더라도 평화협정은 매우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야 체결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국무부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서로 분리시키고, 종전선언을 알맹이 없는 언론발표문 수준으로 격하시키려고 생각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이 종전선언을 언론발표문 수준으로 격하시키려고 하면서도 그것을 발표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연유가 얽혀있다.

첫째, 2018년 7월 6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으로부터 핵신고 문서를 넘겨받아야,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고 우겨대면서 생억지를 부렸다. 그가 말한 ‘핵신고’라는 것은 조선이 보유한 핵물질 및 핵무기에 관한 국가기밀, 그리고 조선에 존재하는 핵시설 및 핵프로그램에 관한 국가기밀을 문서로 작성하여 미국에게 넘기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의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극비문서를 넘겨받으면, 평화협정과 분리되어 사실상 종이장이나 다르지 않은 종전선언문을 조선에게 넘겨주겠다고 우겨댔으니, 이것이야말로 생억지가 아니면 무엇인가!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그처럼 말이 되지 않는 생억지를 부렸으므로, 합의도출은 생각할 수 없었고, 그는 기대하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지 못한 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평양을 떠났던 것이다.

둘째, 위에서 인용된 조쉬 로긴의 분석기사와 2018년 8월 23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그의 또 다른 분석기사에 따르면,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은 종전선언발표를 반대한다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회의에서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이 종전선언발표를 반대하고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자신의 종전선언발표공약을 밀어붙이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5월 어느 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국가안보회의 각료회의 현장사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보이고, 그 뒤에 얼굴이 거의 가려진, 백발의 마익 펜스 부통령, 당당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 노쇠한 탓인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콧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차례로 앉아있다. 그런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회의에서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볼턴과 매티스가 종전선언발표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자신의 종전선언발표공약을 밀어붙이기 힘들다. 그것만이 아니라, 다른 한 쪽에서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종전선언발표와 조선의 최고국가기밀(핵신고)을 맞바꾸자고 우겨대며 생억지를 부렸으니 조미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약속한 종전선언발표공약을 이행하려는 생각을 가졌으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 공약이행을 가로막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종전선언발표와 조선의 최고국가기밀을 맞바꾸자고 우겨대며 생억지를 부렸으므로 조미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정이 그런데도,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이 ‘핵신고’를 하지 않고 버티기 때문에 조미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진 것처럼 제멋대로 왜곡한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으니, 조미협상 교착국면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너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지금 그 어떤 언론매체도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조미협상 교착국면의 전모와 내막을 파악하면, 미국이 평화협정과 분리시키려는 종전선언, 그리고 미국이 생억지를 부리며 ‘핵신고’와 맞바꾸는 부등가교환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종전선언은 2018년 7월 27일 이후 정치적 의미를 상실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취재진에게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에게 “한미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평화협정과 분리시키고, 조선의 ‘핵신고’와 맞바꾸는 부등가교환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종전선언이 정치적 의미를 상실하였다는 사실을 그런 화법으로 언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의미를 상실하였으므로, 이제부터는 종전선언발표를 생략하고 평화협정체결을 미국에게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종전선언발표를 생략하고 평화협정체결을 미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지연전술로 추진일정이 늦어진 조미협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대응책으로 될 수 있다.

그런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018년 9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취재진에게 설명하면서 종전선언이 조선과 미국의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느니, 북측도 그런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느니 하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18년 9월 5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블룸벅> 같은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이 조선의 ‘핵신고’와 종전선언발표를 맞바꾸는 것을 지지한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제각기 사설을 통해 늘어놓은 것이다. 이것은 2018년 7월 6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제1차 조미고위급회담에서 드러난 팜페오 국무장관의 생억지, 조선의 표현을 빌리면, “강도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를 조선에게 또 다시 들이대려는 파렴치하고 백해무익한 여론조작이다. 


4.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와 백악관 긴급대책회의

이런 심각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조선은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비상조치는 종전선언을 먼저 발표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던 기존 협상전략을 수정하여, 종전선언발표를 과감히 생략하고 곧바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김영철 부위원장은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향해 떠나려던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에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에 올 필요가 없다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던 것이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8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서 미국이 (조선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조미협상)과정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비핵화회담(조미협상을 비핵화회담이라고 표현한 것은 오류-옮긴이)은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고, 결렬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8월 24일 아침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로 달려온 팜페오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보여준 김영철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읽어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트위터 메시지에 이렇게 썼다. “나는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이번에 북조선에 가지 말라고 요구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충분한 진전(sufficient progress)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가 위의 문장으로 끝났다면, 조미협상 교착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일정이 무기한 연기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계속되었다. “팜페오 장관은 가까운 장래에, 아마도 우리와 중국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뒤에 북조선에 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와 동시에 나는 김 위원장에게 가장 따뜻한 인사와 경의를 보내고 싶다. 나는 그와 곧 만나기를 기대한다!”

여기에 인용된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에 나오는 미중무역관계에 대한 언급은 군더더기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미중무역관계와 조미고위급회담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은 미중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앞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 미중무역전쟁이 끝난 뒤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을 방문하여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말은 그 회담이 무기한 연기된다는 뜻이므로, 이치에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에서 군더더기를 없애고 알짜배기만 건져내면, “팜페오 장관은 가까운 장래에(in the near future) 북조선에 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이 하루빨리 개최되기를 바라는 자신의 속마음을 그렇게 조선에 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협상과 관련하여 트위터 메시지를 발신할 때마다, 가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언급하는데, 이번에도 그러하였다. 그는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가장 따뜻한 인사와 경의를 보내고 싶다”고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곧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가 조미협상과 관련한 트위터 메시지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언급하는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여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2018년 7월 중 평양에 초청하여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친서를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는 사실은 <중앙일보> 2018년 6월 11일부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8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취소한 트럼프 메시지를 발신한 직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조선협상전략을 검토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면서 팜페오 국무장관, 성 김 필리핀주재미국대사, 스티븐 비건 북조선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를 회의에 불렀다. 이 4명의 관료들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아본 김영철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읽고, 전격적으로 취소했던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준비해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보면, 펜스 부통령도 그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하였다. 펜스는 아무런 실권이 없는 핫바지 부통령이지만, 부통령이라는 높은 지위 때문에 예우차원에서 그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현장사진을 보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앞자리에 나와 앉지 못하고 뒤쪽에 서서 긴급대책회의를 지켜보고 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를 발신한 직후,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준비해온 관료들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였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메시지만 발신하고 말았다면, 그 메시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겠지만, 그가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준비해온 관료들을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협의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였다는 사실은 댄 스커비노(Dan Scavino)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이 자기 트위터 계정에 올려놓은 현장사진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8월 24일 트위터 메시지가 발신된 시각은 오전 10시 36분이고, 댄 스커비노 국장이 긴급대책회의 현장사진들을 트위터로 발신한 시각은 오후 1시 46분이다. <CNN> 2018년 8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과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8월 24일 오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목격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4일 아침 팜페오 국무장관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와 자기에게 보여준 김영철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읽고,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으며, 그 취소결정을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알렸을 뿐 아니라, 그 직후 관료들을 자기 집무실로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한 정황이 드러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백악관 국장급 관리에게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긴급대책회의현장을 촬영할 권한도 없고, 그 사진을 외부에 공개할 권한도 없다. 따라서 댄 스커비노 국장이 현장사진들을 트위터에 올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 지시에 의해 취해진 이례적인 조치인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긴급대책회의 현장사진을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이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바라는 자신의 속마음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8년 8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한 트위터 메시지를 발신한 직후 대통령 집무실에서 소집한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인데, 종이에 자신의 견해를 쓰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고, 아래쪽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적은 종이를 손에 들고 각료들에게 말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 발언하는 모습을 보면, 그 긴급대책회의에서 대조선협상전략에 관한 중대한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그러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에게 회의장면을 촬영하여 외부에 공개하라고 지시하였다. 스커비노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4장의 현장사진을 촬영하였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 사진들을 공개하였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긴급대책회의 현장사진을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이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바라는 자신의 속마음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위터에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을 읽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두 번째 비밀편지를 보내라고 지시하였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가까운 장래에 평양에서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진행하자는 내용으로 작성된 두 번째 비밀편지를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동아일보> 2018년 9월 8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5일 방북특사단에게 “김 부장(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지칭-옮긴이)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편지를 (다시) 보냈다. 편지엔 ‘그렇게 강한 비난을 한 것도 아닌데 방북을 취소할 것까지야 있느냐고 썼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금 조선과 미국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을 방문하는 문제를 다시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두 번째 비밀편지를 보낸 것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방북특사단파견을 앞두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였다. 2018년 9월 4일에 이루어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구두메시지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중앙일보> 2018년 9월 7일 보도기사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특사단 단장으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일보>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구두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정의용 실장에게 부탁하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는 9월 6일 아침 정의용 실장과 전화통화를 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한다.


5. 교착국면 돌파하는 힘의 실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9월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구두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해놓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언제면 받아볼까 하고 기다렸다.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확인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전한 시각은 9월 6일 오전 7시경(워싱턴시간)이었고,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전달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때는 9월 6일 오전 8시경(워싱턴시간)이었다.

그런데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약 4시간 전인 9월 6일 오전 3시 58분(워싱턴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짤막한 글을 올렸다. “북조선의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표시하였다. 김 위원장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함께 그 일을 해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전달받기 약 4시간 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감사인사부터 먼저 발신하였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답메시지를 무척 고대하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9월 5일 오후 9시 40분(워싱턴시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취재진에게 설명한 내용이 백악관 번역관에 의해 영어로 번역되기를 기다렸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재진에게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북미협상에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음을 특히 강조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8년 9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평양을 방문한 남측 특사단을 조선로동당 본부청사 회의실에서 접견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옆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앉았고, 그 맞은 편에는 특사단 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그리고 그와 동행한 서훈 국정원장 등 다섯 사람이 앉았다. 정의용 실장은 이튿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재진에게 특사단의 방북성과를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의 특사단 방북성과설명을 영어로 번역한 보고자료가 나오기를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그 번역본을 읽고 난 뒤 새벽 3시 58분에 트위트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방해세력의 준동을 짓누르고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돌파하여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추동하는 위력적인 힘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와 같은 발언이 영어로 번역된 보고자료를 받아볼 때까지 밤잠을 자지 않고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그 보고자료를 읽고 새벽 3시 58분에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의 영어번역본을 새벽이 오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린 트럼프 대통령의 간절한 심정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간절한 심정을 헤아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6일 그에게 또 다시 친서를 보냈다. 그에 고무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9월 7일 취재기자들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내게 보낸 친서가 오고 있다. 그 친서는 어제 국경(판문점을 뜻함-옮긴이)에서 건네졌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새로운 통신기기가 생겨나기 한참 전에 사용되었던 품위있는 방식이다. 긍정적인 친서일 것으로 생각한다. 친서는 내게 전달되는 중인데, 곧 받게 될 것이다. 훌륭한 임무를 수행하는 팜페오 장관이 (그 친서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에서 엿보이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의사소통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두 정상의 의사소통은 친서 전달, 구두메시지 전달, 트위터 메시지 발신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 바로 이것이 방해세력의 준동을 짓누르고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돌파하여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추동하는 힘이다. 그 힘은 만난을 물리치고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원한 전략구상을 떠받들고 있다. 그 힘은 지난 7월과 8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던 한반도 정세를 평화협정으로 이끌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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