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6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낸 조선의 핵정책

[한호석의 개벽예감](304)
자주시보 2018년 06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미국 국무장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색다른 단어
2.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
3. 조선의 핵정책 관철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4. 한반도의 핵군축, 이미 시작되었다


1. 미국 국무장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색다른 단어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 공화국의 쎈토사섬에서 조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역사적인 공동성명에 서명하였다. 공동성명 문안이 작성되고 최종문안이 합의되는 과정은 어떠했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최종문안을 합의하는 임무를 실무자들에게만 맡기지 않고, 전 과정을 면밀히 지도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성명의 문장구성, 개념사용, 서술방식, 용어선택은 말할 것도 없고, 토씨 하나, 점 한 개까지 낱낱이 검토하고, 수정하고, 가필하고 나서 최종 승인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8천만 민족의 안전과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는 막중한 임무가 담긴 역사적인 문서인데, 어찌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겠는가! 사정이 외부에 알려진 바 없어서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그 깊은 사연의 일단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조미실무협상을 주도해온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에게 공동성명 최종문안 합의와 관련하여 지시를 주는 장면이다.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는 거대한 의의를 가지는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합의하는 전 과정을 면밀히 지도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성명 최종문안이 합의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심한 지도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지도해온 공동성명에 양국 정상이 서명한 직후, 그 역사적인 문서를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수표가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그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최종문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의사와 견해가 반영되도록 실무관리들에게 지침을 내리고 감독해온 것이 분명하지만, 전략도 없고, 지략도 없는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이며 작성과정과 합의과정을 시종 이끌었던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지도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읽어볼수록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 뜻이 깊은 문서다. 옛말에 글을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한다 했거늘,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꼼꼼히 반복해서 읽으면, 섬광처럼 번득이는 전략과 지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에로 관통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전략이 그 문서에 담겼으며, 협상상대의 심중을 꿰뚫어보고 그에 맞춰 합의를 이끌어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출한 지략이 그 문서에 비껴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23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중에 그 지역 기업가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대한 협상가”라고 칭송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과장이 아니라, 문서와 정보자료에서 충분히 입증되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런 객관적인 사실을 논증하는 이 글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백악관의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을 총괄하였던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국무장관이다.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의 격동과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2018년 6월 13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싱가폴에서 서울로 직행하였다. 조미정상회담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보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에 도착한 팜페오 국무장관의 행동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주한미국대사관이 선발한 아주 소수의 외신기자들과 마주앉은 것이었다. 한국 기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기자간담회였다고 해도, 주한미국대사관이 민감한 시점에 서울에서 진행된 국무장관 기자간담회에 한국 기자를 부르지 않은 것은 좀 이상한 일이었다.   

그 이상한 기자간담회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기존관념을 깨뜨리는 놀라운 이변을 연출하였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잔뜩 궁금해진 외신기자들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당신은 2021년 1월에 끝나게 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한반도에서) 주요한 핵군축이 실현되기를 바라는가?”고 물었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 앞에서 누구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왜냐하면, 외신기자들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할 때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주요한 핵군축(major nuclear disarmament)”이라는 전혀 생소한 용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오랜 취재생활 중에 남달리 예민하게 발달된 감각을 가진 외신기자들은 하루 전에 발표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한반도의 핵군축을 뜻한다는 점을 간파했기에,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의 격정과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2018년 6월 13일 싱가폴에서 서울로 직행한 마익 팜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6월 14일 청와대를 방문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보하였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의 서울방문 중에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청와대 방문이 아니라 그가 주한미국대사관이 선발한 소수의 외신기자들과 만난 기자간담회였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뜻밖의 발언을 꺼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 질문을 받고 핵군축이라는 말을 비핵화라는 말로 바로잡고 답변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팜페오 국무장관은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주저 없이 맞장구를 치면서 이렇게 답변하였다. “그렇다. 매우 확실하게, 정말로 그렇다...당신들은 주요한 군축(major disarma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나? 우리는 2년 반 안에 그것을 실현하기 바란다.”  

핵군축이라는 말을 전혀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오로지 비핵화라는 말만 줄곧 외워대던 팜페오 국무장관의 입에서 느닷없이 핵군축이라는 생소한 말이 튀어나온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두 가지 사실이 그 뜻밖의 답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1)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까지 앞으로 2년 6개월이 남아있는 기간에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행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8천만 민족의 운명을 바꿔놓을 정세격변이 앞으로 2년 6개월 사이에 연속적으로, 숨가쁘게 일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계기로 8천만 민족은 한반도의 핵군축이 실현되는 ‘개벽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2)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행하기로 합의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고위관리들은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나 그 회담이 성사된 이후에도 비핵화라는 용어만 줄곧 사용하고 있으며, 핵군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팜페오 국무장관은 서울에서 진행된 외신기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의 핵군축을 2년 6개월 안에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내용적으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핵군축을 뜻한다는 비밀을 드러낸 것이다. 


2.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고 명기되었다.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말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을 재확인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구절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에 근거하여 실현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공동성명 문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을 재확인한다는 말을 공동성명에 넣지 말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말을 넣으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에 근거하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뜻을 공동성명에 명시하였다. 명백하게도,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나오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항에 근거한 완전한 비핵화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구절이 들어있다. 이 구절에서 중요한 것은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인데, 이 개념도 조선과 미국이 이전에 합의한 문서에 근거하여 해석해야 한다.   

조선과 미국이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을 처음 명기한 문서는 1994년 10월 21일에 채택,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 사이의 기본합의(약칭 제네바기본합의)다. 제네바기본합의에는 “량측은 핵 없는 조선반도(nuclear-free Korean Peninsula)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명기되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제네바기본합의에 명기되었던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이 판문점 선언에 다시 등장하였을 뿐 아니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재확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1994년 10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조미기본합의 서명식에서 강석주 조선외무성 제1부부장과 로벗 갈루치 미국 핵협상대표가 서명한 문서를 서로 주고받는 장면이다. 강석주 제1부부장은 2016년에 노환으로 별세하였고, 갈루치 대표는 은퇴노인이 되었지만, 제네바기본합의에 천명된,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현하는 원칙과 방도는 24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조미관계에서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 세상이 다 알지 못하는 곡절도 많았고, 위험한 고비도 많았던 조미관계의 복잡한 역사는 2018년 6월 12일 전환점을 통과하면서 한반도의 핵군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궤도를 바꿔 흐르기 시작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네바기본합의에 처음 명기되었고, 24년 뒤 판문점 선언에 다시 등장하였으며,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재확인된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핵 없는 조선반도’라는 개념을 해명한 제네바기본합의에는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에 관한 공식적인 담보(formal assurance)를 조선에 제공한다”고 명기되었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제네바기본합의가 채택, 발표되었던 1990년대 중엽 조선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핵무력을 아직 갖지 못하였으므로, 그 문서에는 “미국이 조선을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조선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공식적인 담보를 조선에 제공한다”고 명기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알고 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게 완성된 2017년 이후에는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의 의미가 달라져,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제네바기본합의가 발표되기 1년 전, 조선과 미국이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개념을 사상 처음으로 합의한 문서를 이미 채택, 발표하였다는 사실이다. 그 문서는 1993년 6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채택,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미합중국 공동성명’이다. 그 공동성명은 “쌍방은 회담에서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데서 나서는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하”였다고 하면서,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러한 무력으로 위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고 명시하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미증유의 조미핵대결이 시작되었던 1993년에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므로,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알고 있다. 2018년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과 1993년 조미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말은 표현만 다를 뿐 내용적으로는 같은 뜻이라는 사실을...

조미핵대결이 25년의 격렬한 역사를 가진 것처럼, 그 핵대결을 종식시킬 해법을 모색해온 노력도 25년의 치열한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 앞에 마주설 때,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이 뜻하는 것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핵군축 실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3. 조선의 핵정책 관철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조선의 핵정책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조선반도의 핵군축’이다. 조선외무성은 2010년 4월 21일에 발표한 ‘조선반도와 핵’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정책”이 조선에게 침략이나 공격행위를 하지 않는 나라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의 핵정책에 따르면, 미국이 조선에 대한 침략의도와 공격계획을 폐기하는 경우, 조선과 미국은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 상호핵군축이 실현되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이 채택, 발표되기 7일 전인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에는 “(조선의)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명기되었고,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기되었다. 이것은 핵군축을 지향하는 조선의 핵정책이 정세변화의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견지되었으며, 판문점 선언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각각 관철되었음을 말해준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언하는 장면이다. 판문점 선언이 채택, 발표되기 7일 전에 진행된 그 회의에서는 핵군축을 지향하는 조선의 핵정책이 반영된 결정서가 채택되었다. 이것은 핵군축을 지향하는 조선의 핵정책이 정세변화의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견지되었으며, 판문점 선언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각각 관철되었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을 명기한 판문점 선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조선의 핵군축의지를 함께 확인하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된다.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고 명기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과 미국이 서로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조선의 핵군축의지를 재확인하였다는 사실을... 

미국의 핵정책은 적국에 대한 선제핵공격을 노리는 파괴적인 핵정책이지, 핵군축을 지향하는 평화적인 핵정책이 아니다. 그런 파괴적인 핵정책을 추구하는 핵제국의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한 자리에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조선의 핵정책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하였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화와 안전을 절절히 염원해온 8천만 민족에게, 핵전쟁위험을 핵군축으로 극복하는 새로운 시대의 출현을 고대해온 인류에게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안겨주는 거대한 의의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보증(담보)하는 것은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선이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조선과 미국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동시적 행동으로 보증해야 하는 중대과제다. 

조선과 미국은 서로에 대한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단계별-동시적 행동으로 어떻게 보증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조선과 미국이 상호핵군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4. 한반도의 핵군축, 이미 시작되었다

한반도의 핵군축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이 조선에 대해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보증하는 핵군축은,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고, 핵전쟁연습거점인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핵전쟁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수행해야 할 한반도의 핵군축임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1단계 핵군축 -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정상회담 확대회담 중에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요구를 흔쾌히 받았다. 그래서 미국은 모든 유형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는 중이다.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합의로 삽시에 열린 것은 쎈토사섬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공화국의 쎈토사섬에서 개최된 조미정상회담 확대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다. 그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정책이 관철된 공동성명에 함께 서명하였다. 이것은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수 십년 간 힘써온 조선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음을 입증한 사변이다. 정세는 한반도의 핵군축을 실현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에 따라 급변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의 2단계 핵군축 - 핵전쟁연습거점인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한다. 

조미관계가 전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한반도의 핵군축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는 필연적이다.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는 문제는 미국군이 장악한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돌려주는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된다.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한국군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자동적으로 환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군과 미국군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산하의 ‘전작권환수실무단(COTWG)’을 앞세워 이른바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구성하는 문제를 논의해왔다. 2018년 2월 22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한국군 대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부의 사령관을 맡고, 미국군 대장이 그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 말을 뒤집어보면 미래한미연합사령부가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는 숨겨진 뜻이 드러난다. 미국군 대장이 다른 나라 대장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는 것은 핵제국의 자존심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미국군 대장이 다른 나라 대장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은 사례는 없으며, 아무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군 대장이 한국군 대장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노발대발할 것이다. “연례적”이라는 명분으로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기 위해 한미연합사령부가 필요한 것인데, 대조선전쟁연습이 영구히 중단되었으므로 한미연합사령부도 존재이유를 상실했다. 대조선전쟁연습 중단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3단계 핵군축 - 핵전쟁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철수한다.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2012년 9월 7일 담화에서 “미군의 남조선강점은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최대의 표현이다. 미군이 남조선에 남아있는 한 미국은 우리에 대하여 적대의도가 없다는 말을 할 수 없으며, 한다 해도 그 말을 곧이 믿을 사람은 없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핵억제력을 유지강화할 수밖에 없으며, 조선반도 핵문제의 해결은 그만큼 료원해지게 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이 담화가 역설하는 것처럼, 조선이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각료들과 펜타곤과 연방의회가 반대해도 자기 임기 중에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다. 그것은 핵전쟁돌격대를 철수하는 핵군축을 약속한 것이었다. 구두약속에 관해서는 2018년 6월 18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트럼프가 말하지 않은 조미정상회담의 비밀’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조선이 미국에 대한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을 보증하는 핵군축도 논해야 마땅하다. 조선의 핵군축임무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시험장과 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폐쇄하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시설들을 폐쇄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영구히 중단하는 1단계 핵군축을 이미 실행하였으니, 이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고, 핵시험장과 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폐쇄하는 2단계 핵군축도 이미 실행하였으니, 이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을 폐쇄하는 3단계 핵군축만 남았다. 

그런데 조선의 3단계 핵군축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을 폐쇄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말하면, 조선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 의문을 풀려면 두 가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첫째, 핵군축이라는 개념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상호감축하고 감축정형을 상호검증한다는 뜻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 그 개념은 핵무기의 불위협과 불사용이라는 뜻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상호감축과 상호검증을 뜻하는 핵군축은 조미관계에서 실현될 수 없다. 왜냐하면, 조선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감축하려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도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같은 비율로 감축해야 하고, 미국이 조선의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정형을 검증하려면 그에 상응하여 조선도 미국의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정형을 검증해야 하는데, 조미관계에서 그런 상호감축과 상호검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는 소련-러시아하고만 핵무력을 상호감축하고 상호검증한 특별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을 폐쇄하는 3단계 핵군축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그것은 평안북도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는 시설을 폐쇄한다는 뜻이다. 1994년 제네바기본합의에는 “(미국이 책임적으로 지어주기로 공약한) 경수로 건설사업이 완료될 때 조선의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시설의 해체도 완료된다”고 명기되었는데, 이것은 정세발전에 따라 흑연감속로와 관련시설들이 해체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은 매우 낡았고, 제네바기본합의에 따라 한때 동결된 적도 있으므로, 조선은 한반도의 핵군축 진전에 따라 그 시설들을 폐쇄할 것이 분명하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평안북도 녕변핵시설단지에 건설된 실험용 경수로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이다. 촬영시점은 2016년 3월 12일이다. 조선은 2010년 7월 31일 실험용 경수로 건설공사에 착공하였고, 2018년 2월 완공하였다. 이 실험용 경수로는 100% 자력으로 설계와 시공, 관리와 운영을 진행하는데, 지금 시험가동에 들어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한반도의 핵군축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을 모두 폐쇄해야 하는데, 실험용 경수로와 관련시설들은 전력생산시설들이므로 폐쇄할 필요가 없다.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을 전부 폐쇄하고, 미국 사찰단의 폐쇄현장방문을 허용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바라던 '검증'이 실현되었다고 못내 기뻐하면서,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릴 것이다.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내어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한반도의 안전을 수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이 실현되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녕변핵시설단지에는 핵물질생산시설들만 있는 게 아니라, 전력생산시설들도 있다.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을 비롯한 전력생산시설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경수로에는 농축우라늄이 들어가므로,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이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함께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험용 경수로 건설공사는 2010년 7월 31일에 시작되었다. 조선은 2010년 11월 2일부터 6일까지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소장 잭 프릿처드(Charles L. Pritchard)를 초청하여 실험용 경수로 건설공사현장을 보여주었고, 곧이어 2010년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Sigfried S. Hecker)와 스탠퍼드대학교 명예교수 존 루이스(John W. Lewis)를 초청하여 그 건설공사현장을 또 보여주었다. 이에 관해서는 2010년 11월 15일 <통일뉴스>에 실린 나의 글 ‘북측이 추진하는 자력갱생 경수로 건설’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조선원자력연구원은 2016년 8월 17일 <교도통신>이 제기한 서면질의에 답변하면서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력 10만 킬로와트급 실험용 경수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명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실험용 경수로가 8년에 걸친 건설공사를 끝내고 마침내 시험가동을 시작하였다. 2018년 2월 25일 실험용 경수로 굴뚝에서 증기가 나오는 장면이 상업위성사진에 나타났다. 

이 실험용 경수로는 설계와 시공, 관리와 운영에 이르기까지 100% 자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력갱생 경수로’다. 이 실험용 경수로가 생산하는 전력을 공급하면 중소도시 소비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실험용 경수로와 여러 개의 희천발전소들이 전력을 많이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으므로, 평양의 야경이 화려한 불장식과 조명으로 장식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므로, 한반도의 핵군축이 진전되어도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을 비롯한 전력생산시설들을 폐쇄할 필요는 없다. 물론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생산되는 핵물질을 재처리하면 무기화할 수 있지만, 조선이 실험용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을 비롯한 전력생산시설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허용하면 문제로 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핵군축이 진전되는 데 따라,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있는 흑연감속로와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한 핵물질생산시설들을 폐쇄하고, 미국 사찰단의 폐쇄현장방문을 허용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바라던 ‘검증’이 실현되었다고 못내 기뻐하면서, 대통령 직권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명령을 내릴 것이다. 핵제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내어 8천만 민족을 핵전쟁위험에서 구원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전략이 실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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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트럼프가 말하지 않은 조미정상회담의 비밀

[한호석의 개벽예감](303)
자주시보 2018년 06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민족사적 의의와 세계사적 의의
2. 막판까지 논쟁 벌인 두 가지 중대한 문제
3. 트럼프가 말하지 않은 조미정상회담의 비밀
4. 종전선언은 왜 합의되지 않았는가? 
5. 역사적인 공동성명에 명기된 네 가지 합의사항
6. 오찬에서 작별까지 극적인 장면들


1. 민족사적 의의와 세계사적 의의

8천만 민족과 76억 인류가 고대해온 조미정상회담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의 쎈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시대와 민족에게 안겨준 거대한 의의를 두 갈래로 설명할 수 있다. 

(1) 고구려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이후 오늘까지 강대국들의 침략과 강점, 지배와 간섭을 받아온 1,350년의 민족수난사에서 우리 민족이 강대국을 상대로 대등한 담판을 벌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선이 1,350년 만에 그 상상을 뛰어넘었다. 조선은 세계의 지배자로 자처하는 미국을 상대로 대등한 담판을 벌였을 뿐 아니라, 그 담판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로써 조선은 반만년 민족사를 새로 썼다. 8천만 민족은 조선의 승리로 빛나는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의 민족사적 의의를 목도하였다. <사진 1>   

▲ <사진 1> 8천만 민족과 76억 인류가 고대해온 조미정상회담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의 쎈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위의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회담장 복도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조선은 세계의 지배자로 자처하는 미국을 상대로 대등한 담판을 벌였을 뿐 아니라, 그 담판을 승리로 이끌었다. 세계정치사에 일찌기 없었던 기적 같은 사변이 일어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세계정치사에 두드러진 자취를 남긴 역사적인 정상회담들이 있다. 1961년 6월 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미소정상회담이 열렸고, 1972년 2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열렸다. 그 두 정상회담은 대국 대 대국의 담판이었다. 그처럼 적대관계에 있는 대국들이 정상회담을 벌인 사례들은 있었지만, 적대관계에 있는 소국과 대국이 정상회담을 벌인 사례는 없었다. 더욱이 소국이 대국과 대등한 담판을 벌여 승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세계정치사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조선의 강한 힘은 그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조선은 ‘유일초대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을 상대로 대등한 담판을 벌였을 뿐 아니라, 그 담판을 승리로 이끌어 세계정치사를 바꿔놓았다. 76억 인류는 조선의 승리로 빛나는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의 세계사적 의의를 목도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 사이에 진행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주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옆자리에서 조역을 맡았을 뿐이다. 그러므로 조역의 시각이 아니라 주역의 시각에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진행과정을 고찰해야 전모와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2. 막판까지 논쟁 벌인 두 가지 중대한 문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018년 6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에 도착하였다. 이튿날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과 성 김(김성용) 미국측 협상대표는 싱가폴에서 실무회담을 진행하였다.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여섯 차례나 진행하면서도 합의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으므로,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막판 실무회담을 진행한 것이다. 두 가지 중대한 문제를 합의하지 못했었다. 

(1)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을 잘 아는 워싱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8년 6월 14일부 보도기사를 보면, 미국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비핵화의 범위와 시간표”를 명기할 것을 요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막판 실무회담에서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아니라 “비핵화의 범위와 시간표”를 요구하였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조선은 그 요구마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기 요구를 기어이 관철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 하루 전인 2018년 6월 11일 싱가폴에서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과 성 김(김성용) 미국측 협상대표가 실무회담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여섯 차례나 진행하면서도 합의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서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막판 실무회담을 진행한 것이다. 그들은 막판까지 "비핵화의 범위"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하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거듭하며 실무회담을 진행하였는데, 조선은 "비핵화의 범위"를 공동성명에 명기하려는 미국의 계략을 봉쇄하고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을 공동성명에 명기하게 만들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은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비핵화의 범위와 시간표”를 명기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그 까닭은, 미국이 비핵화의 범위를 한반도로 확대하지 않고, 조선으로 한정시키려고 획책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의 비핵화”를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만일 미국의 요구대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조선의 비핵화”라고 명기하면, 미국은 핵전략자산을 한국에 반입하거나 배치해도 되지만, 조선은 그런 핵위협을 받으면서도 비핵화 합의를 이행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조선이 “비핵화의 범위”를 공동성명에 명기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만일 미국의 요구대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비핵화의 범위”를 명기하면, 미국의 사찰단은 ‘현장검증’을 구실로 조선에 들어가 일방적인 핵사찰을 감행하게 될 것이다. 조선이 “비핵화의 범위”를 공동성명에 명기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 또 다른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와 반대로, 조선의 요구대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조선반도의 비핵화”라고 명기하면, 조선과 미국은 현장검증을 위한 상호핵사찰을 해야 하는데, 상호핵사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조선의 사찰단에게 개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조선반도의 비핵화”라고 명기하는 문제는 “조선의 비핵화”라는 개념을 “비핵화의 범위”라는 개념으로 바꿔치기하여 합의하려던 미국의 계략을 봉쇄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 다시 말해서 조미정상회담의 승패를 결정짓는 매우 심중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쌍방 실무협상단은 막판까지 “비핵화의 범위”를 공동성명에 명기하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거듭하였던 것이다. 
조선은 “비핵화의 범위”를 들고나온 미국의 계략을 봉쇄하였고, 공동성명에는 조선이 제기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명기되었다. 

(2) 대미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8년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조미정상회담 전날인 6월 11일 자정을 조금 넘겨 끝난 마지막 실무회담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미국인 범죄자 3명을 송환하고, 지하핵시험장을 폐기하는 성의 있는 행동을 하였는데, 미국은 그에 상응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문제를 공동성명에 명기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튿날 발표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문제가 명기되지 않았다. 그렇게 된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여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참석한 백악관 각료들이 조선의 제재해제요구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들과 다른 견해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현장에서 진행된 단독기자회견에서 “(조선의) 핵무기가 더 이상 위험요인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 (대조선)제재가 해제될 것이다. 제재는 큰 역할을 하였으나, 바로 그 지점에서 해제될 것이다. 나는 빨리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데, 제재는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그가 대조선제재를 이른 시일 안에 해제하려는 의사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그에 상응하여 대조선제재를 해제하기 시작할 것이다.  


3. 트럼프가 말하지 않은 조미정상회담의 비밀

2018년 6월 12일 오전 9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국기들이 나란히 걸려있는 상봉장소에서 악수를 나누었다. 이 역사적인 상봉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65년 세월을 마감하는 기적적인 사변이었다. 

양국 정상은 역사적인 상봉을 마치고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겨 단독회담을 시작하였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석자 없이 진행한 단독회담이다. 

2018년 6월 14일 조선에서 방영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기록영화에 나오는 해설에 따르면, 단독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수십년간 지속되여온 적대적인 조미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깃들도록 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실천적 문제들에 대하여 솔직한 의견을 나누시였”다고 한다. 솔직한 의견을 나누었다는 말은 마음을 터놓고 담화하였다는 뜻이다. 

마음을 터놓고 담화하였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문제를 제기하였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문제를 제기하였을 것이다.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향이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단독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장면이다. 양국 정상은 단독회담에서 마음을 터놓고 깊은 담화를 하였다.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철군조치에 상응하여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다. 주한미국군의 완전한 철수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단계별-동시적 행동원칙에 따라 실현해나갈 것을 구두로 합의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나는 2018년 6월 11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결승선이 보인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워싱턴포스트> 2018년 6월 7일부 기사를 인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임기 중에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고집에 가까운 의지를 가졌다는 사실을 서술한 바 있는데, 그가 미국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의지를 가진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그는 단독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이 분명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철군조치에 상응하여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의 완전한 철수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단계별-동시적 행동원칙에 따라 실현해나갈 것을 구두로 합의한 것이다. 바로 이 구두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의 비밀이다. 

단독회담에서 철군문제와 비핵화문제를 구두로 합의하면서 마음이 서로 통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8년 6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에 이어 진행된 확대회담 중에 양측 배석자들에게 “우리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서로 자주 통화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양국 정상은 단독회담 중에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쌔라 쌘더스(Sarah H. Sanders) 백악관 대변인을 각각 불러 그들에게 양국 정상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로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위성전화를 이용한 직통연락선을 갖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와 진행한 대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직접 연결되는 내 전화번호를 주었다. 그는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나도 그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하면서, 2018년 6월 17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미관계개선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척되기 시작했다.  


4. 종전선언은 왜 합의되지 않았는가? 

<연합뉴스> 2018년 6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확대회담 중에 “전 세계 사람들은 내 책상 위에 있는 핵단추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치워지게 됐다는 걸 알고 당신을 존경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2018년 6월 14일 조선에서 방영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기록영화에 나오는 해설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확대회담 중에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뿌리 깊은 불신과 적대감으로부터 많은 문제가 산생되였다. 조선반도의 평화를 이룩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량국이 서로에 대한 리해심을 가지고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며 이를 담보하는 법적, 제도적 조치를 취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며 이를 담보하는 법적, 제도적 조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조선은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는 법적, 제도적 조치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것으로 완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의사를 가진 것은 분명하다. 그는 평화체제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핵전쟁위험도 해소할 수 없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회담장에서 진행된 단독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전협정이 체결되었어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전쟁은 곧 끝날 것이다. 과거가 미래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 어제의 갈등이 내일의 전쟁으로 이어져도 안 된다. 역사가 거듭 증언하는 것처럼, 적이 벗으로 될 수 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준비과정을 잘 아는 워싱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8년 6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 초안을 만들어 가지고 싱가폴에 갔다고 한다. 만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이 합의되었더라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한반도 종전선언문이 동시에 발표되었을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확대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이다. 양측에서 3명의 배석자들이 각각 참석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 초안을 만들어 가지고 싱가폴에 갔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따돌리고 한반도 종전선언을 발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에 이바지하기 바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을 고려하여야 했고, 종전선언과 평화체제구축을 분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왜 평화협정이 아니라 종전선언인가? 만일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그 협정은 미국 연방의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요즈음 미국 연방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들과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철군을 반대하는 연방의회가 평화협정을 비준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워싱턴 정치권의 내부사정이 그처럼 복잡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의회의 비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종전선언을 준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은 합의되지 않았다. 초안까지 준비해왔으면서도, 왜 합의되지 않았을까?  

원래 한반도 종전선언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부쉬(George W. Bush) 대통령에게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한 사안인데,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발표하려는 조짐을 미리 눈치 채고, 자신도 싱가폴에 가서 남북미 3자가 한반도 종전선언을 합의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소망을 갖게 된 까닭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다음과 같이 명기되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하고,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합의하려고 초안을 준비했던 것이다. 만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이 합의되면, 판문점 선언은 훼손될 판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따돌리고 한반도 종전선언을 발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에 이바지하기 바라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도 고려해야 했다. 베이징과 싱가폴의 외교소식통들이 전한 말을 인용한 <교도통신> 2018년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자신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개최시점에 맞춰 싱가폴을 전격 방문하는 문제를 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직전까지 검토하였다고 한다.  

거기에 더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종전선언과 평화체제구축을 분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종전선언과 평화체제구축을 분리시키지 말고 포괄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종전선언을 합의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한 행동을 중지시켰다.  


5. 역사적인 공동성명에 명기된 네 가지 합의사항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합의사항에는 조선과 미국이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되었다. 이것은 국교를 수립하게 된다는 뜻이다. 특수한 사정에 놓인 조선과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에 국교를 수립할 것이다. 

두 번째 합의사항에는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명기되었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라는 개념은 임시적이고 불안정한 정전체제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반드시 조미국교도 수립될 것이고, 조선과 미국이 국교를 수립하려면 평화체제가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조선과 미국이 일반관례에 따라 평화협정을 채택하면, 미국 연방의회를 장악한 반대파의 비준저지선을 돌파하기 어렵다. 협정(treaty)이라는 용어 대신 합의(agreement)라는 용어를 쓰면, 의회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 1973년 1월 27일 북베트남과 미국은 프랑스 빠리에서 ‘베트남에서 전쟁종식과 평화회복에 관한 합의’라는 사실상(de facto)의 평화협정을 채택함으로써 평화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세 번째 합의사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고 명기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명기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서는 위에서 논하였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조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지금 미국과 한국에서 횡설수설, 시끌벅적하지만, 그 조항을 정확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확대회담을 마치고 진행된 오찬장면이다. 양측에서 7명의 배석자들이 각각 참석하였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오찬에서는 조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공고히 하고 조미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하여 쌍방 사이에 의사소통과 접촉 및 내왕을 활성해나갈 데 대한 의견들이 교환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조선이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고 공동성명에 명기한 까닭은, 판문점 선언에 명기된 비핵화 조항에 따라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된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혀야 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명기되었는데, 바로 이 조항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재확인된 것이다. 
(2) 조선이 공동성명에 명기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조선이 주한미국군철수에 상응하여 단계적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뜻이며, 조선이 외부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비핵화를 실현한 뒤에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었음을 확정, 발표한다는 뜻이며, 미국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할 수도 없고, 검증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3)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된 조선반도, 다시 말해서 판문점 선언에 명기된 “핵 없는 조선반도”는 조선의 핵무기가 완전히 폐기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함으로써 핵전쟁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확대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6.25전쟁 중에 포로로 잡혔거나 행방불명된 미국군의 유골을 발굴하고, 이미 발굴, 확인된 유골들을 즉시 미국에 송환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원래 이 문제는 정상회담 의제에 들어있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요청을 즉석에서 흔쾌히 수락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2018년 6월 14일 조선에서 방영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기록영화에 나오는 해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조선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고 한다. 그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고, 조선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조미관계개선이 진척되는 것에 상응하여 대조선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전향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6. 오찬에서 작별까지 극적인 장면들

확대회담을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수행원들과 함께 오찬에 참석하였다. 2018년 6월 14일 조선에서 방영된 기록영화에 나오는 해설에 따르면, 오찬에서는 “조미회담의 성과를 공고히 하고, 조미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하여 쌍방 사이에 의사소통과 접촉 및 래왕을 보다 활성화해나갈 데 대한 의견들이 교환되였”다고 한다. 이처럼 조선과 미국이 의사소통, 접촉, 내왕을 활성화하기로 하였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적자의 조선여행을 금지시킨 행정명령을 취소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오찬 직후 양국 정상은 배석자나 통역관을 대동하지 않고 카펠라 호텔 경내의 산책길을 거닐었다. 이름 모를 열대식물들이 피어난 산책길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조선과 미국이 불신과 적대를 뒤로 하고 이해와 소통의 새로운 길로 들어섰음을 보여준 극적인 장면이다. <사진 6> 

▲ <사진 6>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오찬을 마치고 배석자나 통역관을 대동하지 않고 카펠라 호텔 경내의 산책길을 걸어가는 장면이다. 산책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양국 정상의 모습은 조선과 미국이 불신과 적대를 뒤로 하고 이해와 소통의 새로운 길로 들어섰음을 보여준 극적인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산책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통령 전용차로 안내하여 전용차 내부를 공개하는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비밀공간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호의를 표시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흥분하였다. 그래서 그는 산책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야수(beast)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차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안내하여 전용차 내부를 공개하였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비밀공간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호의를 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5일 <팍스 뉴스>와 진행한 대담에서 “나는 지금 북조선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는 마음이 잘 통했다”고 말했다.     

이윽고 공동성명 서명식이 진행되었다. 양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서명식장에서 양국 정상은 역사적인 문서에 서명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과 상봉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훌륭한 대화를 나누고, 여러 가지 좋은 일을 시작하려고 합의하였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와 관련하여 사의를 표하며, 이번 수뇌상봉이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훌륭한 결과들에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력사적인 공동성명에 서명하게 된다. 세계는 중대한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역사적인 장면이다. 양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은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마익 팜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서로 교환하였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은 8천만 민족과 76억 인류의 열망과 기대에 부응하는 영원불멸의 자취를 역사에 아로새겼다. 개벽의 새로운 시대가 밝아오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 각각 서명한 직후, 굳은 악수를 나누며 기념사진을 촬영하였고, 곧이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조선이 지난 44년 동안 온갖 풍파를 헤치며 성사시키려고 애써온 조미정상회담은 역사상 처음으로 조미국교수립과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로 공약한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은 8천만 민족과 76억 인류의 열망과 기대에 부응하는 영원불멸의 자취를 역사에 아로새겼다. 인천 월미도에 상륙한 미국군이 200대의 군용트럭을 타고 서울에 들어가 38도선 이남지역을 점령하였던 1945년 9월 9일로부터 장장 73년 동안 흘러온 낡은 시대가 저물고, 바야흐로 개벽의 새 시대가 밝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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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트럼프의 마음 사로잡은 특사파견과 친서외교

[한호석의 개벽예감](301)
자주시보 2018년 06월 0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중대현안 논의하지 않은 조미고위급회담
2. 친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흥분한 트럼프 
3. 조미정상회담 성사과정은 ‘유훈관철과정’
4. 트럼프의 파격행동, 무슨 뜻인가?
5. 최대압박 중지와 제재 해제 언급한 트럼프
6. 조미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질 “대단한 타협”
7. 최소강령과 최대강령, 단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1. 중대현안 논의하지 않은 조미고위급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파견한 김영철 특사가 2018년 5월 30일 뉴욕에 왔다. 김영철 특사와 수행원들은 중국 베이징을 떠난 중국국제항공(Air China)편으로 뉴욕에 있는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백악관은 뉴욕에 도착한 김영철 특사를 국빈급 의전과 경호로 영접하였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백악관이 전례 없는 특급 의전으로 김영철 특사를 맞이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뉴욕에서 김영철 특사의 첫 일정은 2018년 5월 30일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국무장관이 마련한 환영만찬에 참석한 것이었다. 환영만찬은 맨해튼 38가에 있는 유엔주재 미국차석대사의 관저에서 당일 오후 7시부터 약 90분 동안 진행되었다. 김영철 특사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는 만찬이었으므로, 팜페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특사 두 사람만 만찬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환영만찬에 통역이 필요하였다. 김영철 특사는 자신을 수행하는 통역관을 환영만찬에 동석시켰고, 팜페오 국무장관은 우리말을 잘 하는 앤드루 김(김성현)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를 환영만찬에 동석시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환영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5월 30일 김영철 특사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팜페오 국무장관이 마련한 환영만찬 장면이다. 환영만찬은 뉴욕 맨해튼 38가에 있는 유엔주재 미국차석대사의 관저에서 약 90분 동안 진행되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다. 조선측에서는 김영철 특사와 통역관이, 미국측에서는 팜페오 국무장관과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환영만찬에 참석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튿날인 5월 31일 김영철 특사는 둘째날 방미일정을 진행하였다. 전날 저녁 환영만찬을 나눈 그 장소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열렸다. 회담은 오전 9시 5분경에 시작되어 오전 11시 25분경에 끝났다. 회담시간이 예상한 것보다 짧아진 까닭은 김영철 특사의 방미목적이 팜페오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에게 전하고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영철 특사와 팜페오 국무장관이 진행한 고위급회담에 참석한 조선측 배석자는 김성혜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조선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이다. 미국측 배석자는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와 마크 램벗(Mark Lambert) 국무부 코리아과장이었다. 양측 통역관도 각각 한 사람씩 참석하였다. 이처럼 조선외무성에서 부상급 인사가 아닌 국장급 인사가 배석하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보좌하는 통일전선책략실장이 배석하였으며, 미국 국무부에서도 차관급 인사가 아닌 과장급 인사가 배석한 것을 보면, 5월 31일 뉴욕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은 중대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전날 저녁 환영만찬이 있었던 장소에서 2018년 5월 31일에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 장면이다. 사진 오른쪽 앞에서부터 최강일 조선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 김영철 특사, 통역관, 김성혜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순으로 앉았고, 맞은 편에 마크 램벗 국무부 코리아과장, 팜페오 국무장관, 통역관,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 순으로 앉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3류 소설’을 제멋대로 써갈기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뉴욕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이 “비핵화 해법을 놓고 탐색전을 벌였을 것”이라느니, 또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을 것”이라느니, 또는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담판을 시도하였다”느니 하는, 말도 되지 않는 별별 억측을 다 늘어놓았다. 특히 <연합뉴스> 취재기자는 한 술 더 떠서 “미국은 이날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시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보장과 북한의 경제적 번영지원 등을 약속하며 북한의 확고한 결단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써갈겼으니, 이것은 ‘3류 소설’도 되지 못한 유언비어로 들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악관에 특사를 파견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한 것은 조미정상회담 의제가 오래 전에 확정되었음을 의미한다. 만일 조미정상회담 의제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를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미정상회담 의제는 언제 확정되었나? 2018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접견하고 두 차례 진행한 회담에서 이미 확정되었고, 당시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별도로 진행한 두 차례 회담에서 조미정상회담 의제에 관한 세부적인 토의까지 마쳤다. 이에 관해서는 2018년 5월 21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나의 글 ‘비밀에 쌓인 조미정상회담 핵심의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다’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그런데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한 달이 지나도록 알지 못한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미정상회담 의제가 아직 확정되지 못한 것으로 착각하고, 이번에 뉴욕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양측이 ‘탐색전’, ‘신경전’, ‘담판’을 벌였을 것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억측을 늘어놓았으니,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보도행태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 친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흥분한 트럼프 

김영철 특사의 방미일정 중에 가장 중요한 일정은 백악관 방문이었다. 2018년 6월 1일 오전 6시 50분경 김영철 특사와 수행원들은 두 대의 의전차량을 타고 경호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맨해튼을 출발하여 워싱턴으로 향했다. 맨해튼에서 워싱턴까지 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약 4시간이다. 

오후 1시 12분경 김영철 특사와 수행원들이 탄 두 대의 의전차량이 백악관 경내에 들어서자, 존 켈리(John F. Kelly) 백악관 비서실장이 문 밖에 나와 김영철 특사를 영접하고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하였다. 수행원들은 김영철 특사와 함께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였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김영철 특사를 접견하는 시간이 대략 10~15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백악관의 예상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김영철 특사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약 80분 동안 회담하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6월 1일 김영철 특사 일행이 탄 두 대의 의전차량이 백악관 경내에 들어서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문 밖에 나와 김영철 특사를 영접하고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하는 장면이다. 특사의 수행원들은 김영철 특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였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김영철 특사를 접견하는 시간이 대략 10~15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백악관의 예상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80분 동안 김영철 특사를 접견하고 회담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영철 특사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정중히 전하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열어보지도 않고 흥분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흥분한 그는 친서를 두 손으로 정중히 받쳐 들고 환하게 웃으며 김영철 특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치 교장선생님이 안겨준 표창장을 받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중학생처럼...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수반들로부터 친서들을 많이 받지만,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친서를 두 손으로 정중히 받쳐 들고 특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전례는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아들고 흥분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말해준다. <사진 4> 

▲ <사진 4> 김영철 특사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정중히 전하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열어보지도 않고 흥분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친서를 두 손으로 정중히 받쳐 들고 환하게 웃으며 김영철 특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치 교장선생님이 주는 표창장을 받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중학생처럼...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흥분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와 회담을 마치고 그와 수행원들을 배웅한 직후 백악관 마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 친서는 매우 좋은 친서다. 기자 여러분들은 그 친서에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지 직접 읽어보고 싶나? 얼마나 보고 싶은가? 얼마나 보고 싶어?”라고 말하면서 흥분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곧이어 그는 “나는 일부러 그 친서를 열어보지 않았다. 나는 국장(김영철 특사를 정찰총국장으로 생각하여 그렇게 지칭함-옮긴이) 앞에서 친서를 열어보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친서를 열어보기 바라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중에 읽어봐도 된다고 대답했다. 내가 보기에 그 친서에 놀라운 내용이 들어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까? 국가수반이 보내온 친서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법이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내용도 알 길이 없지만,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그 친서에는 “(조미)정상회담을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치와 함께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내용이 들어있다”고 백악관 출입기자에게 귀띔해주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조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였을 것이고, 조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성사되기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기념사진을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두 손으로 받쳐든 친서겉봉이 유별나게 크다. 그렇게 큰 겉봉에 들어있는 친서의 크기도 그만큼 클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크기가 그처럼 유별나게 큰 까닭은, 절반을 접지 않는 표창장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절반을 접는 형태였으므로, 그렇게 크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표창장만큼 유별나게 큰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에는, 검은 이익집단의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을 물리치고 정상회담을 살려낸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표창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3. 조미정상회담 성사과정은 ‘유훈관철과정’

김영철 특사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한 뒤에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였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배석하였다.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국가수반이나 특사와 회담할 때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것이 백악관의 관례이건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와 회담할 때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을 배석시키지 않았다. 얼마 전,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으로 광분하며 조선을 향해 폭언을 늘어놓았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조선의 첫 번째 혐오대상이라는 사실을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분위기를 고려하여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회담에 배석시키지 않고 팜페오 국무장관만 배석시킨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에 부화뇌동했던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회담에 배석시키지 않았다. 백악관의 관례를 벗어나 자기 측근들을 회담에 배석시키지 않으면서 온화한 회담분위기를 조성한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가 보인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영철 특사와 회담하는 장면이다. 사진 오른쪽에 미국측 통역관, 팜페오 국무장관, 김영철 특사, 조선측 통역관 순으로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관례를 벗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그 자리에 배석시키지 않고, 팜페오 국무장관만 배석시켰다. 볼턴은 얼마 전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으로 광분하며 조선을 향해 폭언을 늘어놓았고, 켈리는 조미정상회담 방해책동에 부화뇌동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일부러 배석시키지 않은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주목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이 외국 특사를 만나 80분 동안 회담한 전례가 없다는 사실이다. 2018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시간은 약 21분밖에 되지 않았다. 2000년 10월 10일 조명록 특사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대통령에 전하고, 약 45분 동안 회담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특사가 매우 이례적으로 80분 동안 회담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하고 있으며,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특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입장을 전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조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확고한 입장을 이미 팜페오 국무장관의 방북보고를 통해 들은 바 있지만, 이번에 김영철 특사를 통해 직접 확인한 것이다. 김영철 특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와 의지를 직접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아들 때처럼 흥분하였을 것이다. 회담시간이 그렇게 길어진 까닭이 거기에 있다. 

김영철 특사의 백악관 방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파견한 조명록 특사가 2000년 10월 10일 백악관을 방문한 때로부터 18년 만에 이루어진 쾌거다. 당시 조명록 특사는 미국 국무부 청사를 먼저 방문하여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K. Albright) 국무장관과 회담한 직후 자신이 입은 양복 정장을 왕별이 달린 차수복으로 갈아입고 곧장 백악관에 들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하고 회담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게 된 계기였으나, 클린턴 대통령이 검은 이익집단의 저지선을 넘지 못하는 바람에 조미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00년 10월 10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미국에 파견된 조명록 특사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접견하고 회담하면서 찍은 기념사진이다. 왕별이 달린 차수복으로 갈아입고 백악관에 들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전했던 조명록 특사는 2010년 11월 노환으로 별세하였고, 클린턴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2001년 1월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김영철 특사의 백악관 방문은 조명록 특사가 백악관을 방문한 때로부터 18년 만에 이루어진 쾌거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18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가 이루지 못했던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유훈관철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므로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18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가 이루지 못했던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유훈관철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조선에서 선대 수령들의 유훈을 실현하는 것은 뒤로 미루거나 어길 수 없는 최상의 과업이다. 이런 관점에 서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가 가지는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18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를 계승, 발전시킨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는 18년 전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와 전혀 무관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8년 전 클린턴 대통령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특사로 평양에 파견한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팜페오 국무장관을 특사로 평양에 파견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파견 및 친서외교와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파견 및 친서외교 사이에는 연속성이나 계승성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단절만 있을 뿐이다. 백악관 각료들 가운데 18년 전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를 기억하고 그 경험을 계승하려는 사람은 없다. 

18년 전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를 계승, 발전시키며 ‘유훈관철’에로 힘을 집중시키는 조선의 외교역량이 전혀 그렇지 못한 미국의 외교역량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4. 트럼프의 파격행동, 무슨 뜻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행동과 충격발언에서 거듭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와 회담을 마치고 그와 수행원들을 배웅하면서 백악관의 관례를 뛰어넘는 파격행동을 보여주었는데, 그 상황은 이러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김영철 특사와 함께 백악관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회담에 배석하였던 팜페오 국무장관도 그 뒤를 따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특사는 함께 백악관 밖으로 걸어 나오는 동안에도 계속 담화를 나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가 타고 온 의전차량 앞까지 다가갔다. 미국이 중시하는 주요동맹국의 국가수반들이 백악관 회담을 마치고 떠날 때,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현관 앞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관례를 벗어나 백악관 마당을 걸어 나와 의전차량 앞에까지 가서 김영철 특사를 배웅하였으니 파격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특사는 의전차량 앞에서 통역을 통해 몇 분 동안 담화를 계속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 없이 80분 동안 장시간 회담을 진행하였으면서도, 작별하기 아쉬운 듯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김영철 특사와 백악관 마당에 서서 담화하였다. <사진 7>

▲ <사진 7> 위쪽 사진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전례 없는 80분 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밖으로 걸어나오는 김영철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이 담화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가 타고 온 의전차량 바로 앞까지 갔다. 파격행동이 아닐 수 없다. 아래쪽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특사가 의전차량 앞에서 통역을 통해 몇 분 동안 담화를 계속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뒤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미소를 담은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바로 그 때, 김영철 특사는 백악관 밖에서 자신이 회담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던 김성혜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조선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하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과 악수하면서 인사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격행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행동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뒤에 서 있는 팜페오 국무장관을 앞으로 부르더니, 김영철 특사 일행과 함께 또 다시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사진 8>

▲ <사진 8> 김영철 특사는 회담이 일찍 끝나는 줄 알고 백악관 밖에서 오래동안 기다리던 수행원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하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과 악수하면서 인사하고, 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위의 사진이 바로 그 기념사진이다. 위의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곁에 있는 팜페오 국무장관을 부르더니, 김영철 특사 일행과 함께 또 다시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파격에 파격을 거듭한 행동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영철 특사 일행이 탄 의전차량들이 백악관을 떠날 때,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특사를 배웅하면서 보여준 파격행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진 9>

▲ <사진 9> 위쪽 사진은 김영철 특사가 의전차량에 오르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담화하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김영철 특사 일행이 탄 두 대의 의전차량이 백악관을 떠날 때,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특사를 배웅하면서 보여준 그런 파격행동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을 간파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은 2018년 6월 2일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판과 우려를 쏟아냈다. 그들의 비판과 우려를 요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과의 관계에서 커다란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느니, 조선의 선전전술에 말려들었다느니, 일관성 없고 순진한 외교로 조선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느니 하는 따위들이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이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은,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승리하였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능하고 무기력해서 그렇게 된 것이 결코 아니다. 그 어떤 위대하고 유능한 미국 대통령이 나타나더라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미핵대결에서 완패한 미국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길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핵대결에서 완패한 미국을 국가안보파탄위기에서 건져내는 궁여지책으로 조미정상회담에 그처럼 매달리게 된 것이다. 조미정상회담을 궁여지책으로 진행하는 수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회담에서 패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패자에게 주어지는 선택범위는 회담에서 자기의 패배범위를 되도록 축소하는 것밖에 없다.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은폐하는 바람에 세상이 모르고 있었던 그런 놀라운 사실이 조미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드러나기 시작한 것뿐이다.    


5. 최대압박 중지와 제재 해제 언급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특사 일행을 배웅한 직후 백악관 마당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꺼내놓은 충격발언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충격발언이라고 표현했으나, 세기적인 대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이미 패하고 있다는 숨겨진 사실을 알면, 그다지 충격적인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나는 북조선에게 최대압박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조미)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대조선)제재를 하지 않겠다. 나는 (대조선)제재가 해제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을 중지하고, 대조선제재를 해제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조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에 호응한 것이다. 이것은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이후에 취해야 할 조치를 예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그것은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을 중지하고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는 미국 정세분석가들의 어설픈 예상을 뛰어넘는 발언이었다. <사진 10>

▲ <사진 10>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특사 일행을 배웅한 직후 백악관 마당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다. 그의 곁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기자회견에서 충격발언을 꺼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그 충격발언에서 그의 숨겨진 진심이 살짝 드러났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쏟아내는 엉터리 분석기사와 추측보도를 밀쳐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숨겨진 진심이 살짝 드러난 기자회견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관리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을 전담하는 팜페오 국무장관마저도 조선이 비핵화를 실현할 때까지 조선에 대한 미국의 최대압박이 유지되고, 대조선경제제재가 지속될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 대한 최대압박을 중지하고 대조선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싶다는 전향적인 의사를 백악관 출입기자들 앞에서 표명하였다. 이런 전향적인 의사표명이야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파견과 친서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6. 조미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질 “대단한 타협”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담(6월 12일에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을 뜻함-옮긴이)에서 대단한 타협(big deal)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과정이 될 것이며, 우리는 (6월) 12일에 무엇인가에 서명하지는 않을 것이고, 하나의 과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한 차례 회담으로 진행된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시작이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한 차례 회담에서 일어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나는 오늘 그들(김영철 특사를 지칭함-옮긴이)에게 천천히 하자고 말했다. 우리는 빨리 갈 수도 있고, 천천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무엇인가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매우 성공적이고,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위의 인용문은 평소에도 정확한 어휘와 개념을 사용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꺼내놓은 발언이어서, 조리 있는 내용이 아니었으나, 백악관 고위관리들이 말하지 못하는 중대한 내용이 그 발언에 들어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 발언내용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오는 6월 12일 싱가폴(Singapore)에서 열리는 조미정상회담에서 “대단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단한 타협”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발언 중에 코리아전쟁을 종식시키는 문제를 슬쩍 언급한 것으로 봐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이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할 별도의 정상회담들에서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을 각각 따로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오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 중 어느 회담에 참석하느냐 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은 별도의 정상회담을 각각 개최해야 할 만큼 서로 분리될 사안이 아니므로 단번에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이 합의되고, 남북미 정상들이 아니라 외교수장들이 이른 시일 안에 평화회담을 개최하여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7. 최소강령과 최대강령, 단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조미정상회담에서 “대단한 타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조미정상회담은 조미 쌍방이 일련의 과정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될 해결방안은 “천천히” 이행될 것이라는 것, 바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또 다른 내용들이다. 그가 언급한 “천천히”라는 말은 이행속도가 늦다는 뜻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단계적 해법을 주장하여 합의점을 아직도 찾지 못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위에 인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견을 따라 단계적 해법을 받아들였음을 말해준다. 

단계적 해법이란 조미 쌍방이 각각 제시한 등가적 해결방안들을 단계적으로 합의하고,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뜻이다. 이행만 단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행에 앞서 합의도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단계적 해법은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고 그 이후 이행하여야 할 최소강령과 최대강령을 구분하고, 그것을 정세발전단계에 맞춰 순차적으로 합의, 이행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첫 단계에서 최소강령을 합의하고 그것을 이행하며, 조미 쌍방이 최소강령을 충실히 이행하였을 때 둘째 단계로 넘어가 최대강령을 합의하고 그것을 이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강령은 종전선언 발표와 평화협정 체결이고, 최대강령은 주한미국군 완전철수다. 주한미국군 완전철수에 상응하는 또 다른 최대강령은,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표현을 빌리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조선의 핵무기를 완전히 해체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전쟁위험이 완전히 소멸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은 조선이 핵무기가 사라진 한반도라는 뜻이 아니라 핵전쟁위험이 사라진 한반도라는 뜻이다. 조선은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은 조선의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없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5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5월 초 미국 중앙정보국이 새로 작성하여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에게 회람시킨 정보보고서에는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되었다고 한다. 팜페오가 중앙정보국장에서 국무장관으로 영전한 날이 2018년 5월 2일이었으므로, 그는 국무장관에 취임하기 직전,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한 정보보고를 받았고, 그 정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한 정보보고를 받은 직후, 평양을 방문하여 2018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회담하였다. 그러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 두 차례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미국이 오해한 것처럼 조선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라는 점을 파악하였고, 그에 대해 동의하였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판단이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라는 점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사진 11>

▲ <사진 11> 이 사진은 2018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회담한 직후 촬영한 사진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과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모습은 그 회담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중앙정보국 정보보고를 받은 직후,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회담하였다. 그러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 두 차례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조선의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라는 점을 파악하였고, 그에 대해 동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런 진실을 은폐하면서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는 고육책에 매달리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만일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에 대한 해석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다면,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이 더 이상 진척될 수 없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회담이 진행되었던 5월 9일로부터 오늘까지 한 달이 지나면서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이 꾸준히 진척되어온 것을 보면, 그 문제가 이미 지난 5월 9일 평양회담에서 합의된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은, 조선의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조선에 대한 불신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을 설득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불신을 해소시켜주었을 것이다. 조선의 핵무기가 미국을 위협하지 않고, 미국의 핵무기가 조선을 위협하지 않는 전향적인 조치들(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국군 철수, 조미국교수립)를 조미 쌍방이 합의하고 실행하면, 조미 쌍방은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이다.  

그런데도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 무슨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말을 여전히 외우고 있으며, 그의 입만 쳐다보는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도 앵무새처럼 그 말을 외워대고 있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조선의 핵무기를 완전히 해체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견해에 동의하였으면서도, 그런 사실을 은폐하는 고육책에 매달리고 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그런 고육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까닭은,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굴복한 것으로 보이게 되고, 그로써 미국과 동맹국들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폴에서 열리는 조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될 공동성명의 문안조율은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과 성 김 미국측 회담대표가 판문점 통일각에서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진행해온 실무회담에서 수행되고 있는데,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그 공동성명에 당연히 명시될 것이다. 하지만 조선은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될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이 조선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라고 발표하지 않을 것이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반도의 비핵화’ 개념해석에 관한 진실을 은폐해온 고육책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 쌍방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최소강령을 합의하여 한반도의 평화가 실현되고,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 쌍방이 핵전쟁위험을 완전히 해소하는 최대강령(주한미국군 철수와 조미국교수립)을 합의하여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되는 새로운 시대를 뚜렷이 전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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