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3

자유민주주의의 가면 벗어던진 극우독재의 폭거, 통합진보당 해산

[한호석의 개벽예감](143)
자주민보 2014년 12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헌법재판소 사상 초유의 판결을 앞둔 대심판정에 양측에서 제출한 증거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통합진보당이 제출한 증거자료는 908건이고, 법무부가 제출한 증거자료는 2,907건인데, 모두 합하면 175,000여 장이나 되고, 종이무게는 931kg, 높이는 19m나 된다. 헌법재판관 9명은 그처럼 방대한 자료를 제대로 읽어나 보고 판결을 내렸을까?     © 자주민보


극우이념중독자들의 기괴한 정신병리현상
 
“피청구인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러한 피청구인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이 인용문은 지난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강제해산하고, 그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한 선고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런데 이 인용문은 객관적 사실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법무부와 검찰이 증거도 없이 꾸며낸 허구적 내용을 헌법재판소가 그대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 법무부와 검찰이 제소한 정당해산청구건을 매우 신중하고 공정하게 다루었어야 할 헌법재판소가 증거도 없는 허구적 내용에 의거하여 정당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판결을 내렸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사진 1>

따지고 보면, 허구라는 것은 공중에 떠다니는 검은 연기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활동의 산물이므로, 위에 인용한 선고문의 허구적 내용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가운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결정한 8명 재판관의 두뇌 속에서 일어난 의식활동의 결과인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결정한 8명 재판관의 두뇌는 어떤 특정정치이념을 맹신하는 의식활동에 주파수가 맞춰졌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의식활동을 사로잡은 특정한 정치이념은, 두말할 나위 없이 극우이념이다. 그들의 의식활동이 극우이념에 사로잡혔다고 보는 근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하기로 하고, 우선 극우이념에 대해 논하면 다음과 같다.

극우이념과 극좌이념은 서로 용납 못할 대척점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극단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극단성에는 마약성분과 유사한 중독성이 내포되었으므로, 극단적인 정치이념에 한 번 사로잡힌 사람은 누구나 정상적인 사리판단을 하지 못하고 맹신과 맹종에 빠진다. 극우독재나 극좌독재가 파괴적이고 광란적인 악행을 저지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두 눈의 초점이 풀린 마약중독자에게 사물의 어떤 이치를 알아듣게 설명해주어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극우이념중독자들이나 극좌이념중독자들은 자기들의 극단적 정치이념과 다른 그 어떤 정치이념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극우독재나 극좌독재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한 광란극으로 막을 내리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정상적인 의식활동으로 공정하게 법리적 판단을 내려야 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극우이념을 맹신하는 것은 비단 이번에 강제해산당한 통합진보당만이 아니라 헌법을 신뢰하는 한국국민 모두에게 불행과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극우이념중독자들이 드러내는 반이성적 행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극우이념중독자들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부정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의 본질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역사적 현실 속에서도 변하지 않지만, 그 정치이념이 세계정치현실 속에서 실재하는 양상은 실로 다양하다. 이를테면, 오늘날 세계정치현실에 실재하는 민주주의라는 특정정치이념의 양상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 등으로 분화된 것이다. 그러므로 통합진보당 강령에 명시된 진보적 민주주의는 세계정치현실 속에 실재하는 여러 가지 양상의 민주주의들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서로 다른 시대적 환경과 사회역사적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민주주의를 다양하게 실현해가는 세계정치현실을 감히 부정하려든다. 부정할 수 있는 것을 부정해야지,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객관현실을 자기들 손바닥으로 가리며 부정하려는 것이야말로 반이성적인 행태가 아닌가!

둘째, 극우이념중독자들은 극우이념을 맹신하는 탓에 이성이 마비된 정신병리현상을 드러낸다.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역사적 사실을 보면, 1940년대 말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극우반공주의 맥카시즘(McCarthism)에 중독된 미국의 극우독재정권이 적색공포증(red scare)이라는 기괴한 정신병리현상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나타난다. 

모든 정치이념이 제각기 사회계급관계를 반영하는 것처럼, 극우이념도 사회계급관계를 반영한다. 사회과학개념을 준용할 필요 없이 그냥 통속적 개념으로 설명하면, 오늘날 부유층, 중산층, 근로대중으로 분화된 한국의 사회계급관계와 그에 상응한 각이한 정치이념을 다음과 같이 대별할 수 있다. 극우반동주의(far-right reactionism)는 극소수 부유층의 사회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극우정치이념이고, 자유민주주의는 부유층과 중산층이 불안정하게 공유하는 사회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우파정치이념이고, 사회민주주의는 중산층의 사회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중도우파정치이념이고,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구성원의 절대다수인 근로대중의 사회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중도좌파정치이념이다.

위와 같은 정치이념지형을 이해하면, 오늘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극우반동주의가 진보적 민주주의를 ‘종북이념’으로 몰아 압살하는 한편, 사회민주주의를 불온시하는 지배적인 정치이념으로 되었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원래 자유민주주의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용인하고,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친화적인데, 지금 박근혜 정권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사회민주주의를 불온시하는 것은 그 정권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극우반동주의를 맹신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명백한 증거다.
 
▲ <사진 2>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진 극우독재의 장기적 발호는 김영삼 정권 시기에 조금 수그러들었고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위축되었다가 이명박 정권 시기에 반전되더니 박근혜 정권에 와서 절정에 이르렀다. 현 정권은 자기에게 닥친 통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정치세력을 '종북세력', '내란음모세력'으로 몰아 마구 탄압하는 중이다.     © 자주민보

우여곡절 많은 한국정치사가 말해주는 한 가지 진실은,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진 극우독재의 장기적 발호가 김영삼 정권 시기에 조금 수그러들었고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상당히 위축되었다가 이명박 정권 시기에 반전되더니 박근혜 정권에 와서 절정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사진 2>
 
사실관계가 그러한 데도, 지난 12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결정이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논평하였다. 현 정권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압살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극우독재의 정체를 백일하에 드러냈는데도, 그 정권의 수장은 현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냈다는 심한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그것은 맹신이 낳은 착각이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극우독재는 사회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로대중의 정치적 진출을 저지, 탄압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중산층의 정치적 성장마저 방해하고, 노인, 여성, 학생, 장애인, 빈민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사회경제적 혜택을 원천봉쇄하거나 감축하면서 근로대중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막대한 사회경제적 권익을 극소수 부유층에게 ‘합법적으로’ 대량이전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김낙연 동국대학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사회에서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소득 하위 40%는 전체 소득의 2%밖에 차지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사회적 재부가 상위 10%의 부유층에게 극심하게 편중되는 빈부격차는 극우반동주의를 맹신하는 극우독재의 산물인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극우독재의 민낯이 백일하에 뻔히 드러났는데도,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자기들이 아직도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심한 착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진 한국의 극우독재정권은 진보정당을 압살하고,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근로대중과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짓밟고, 심지어 일부 중산층마저 민생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는 중이다.   

셋째, 극우이념중독자들은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숨은 목적”을 가졌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것은 통합진보당을 이른바 ‘종북정당’으로 낙인찍기 위해 조작해낸 기만적 궤변이다.
한국의 극우이념중독자들이 말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란 북에 현실로 존재하는 조선식 사회주의를 말하는데, 법무부와 검찰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은 통합진보당이 조선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고 하였는지를 입증하지 못하자 그 당이 그런 목적을 숨겼다는 이른바 목적 은닉설을 날조하였다. 만일 그들의 궤변처럼 통합진보당이 조선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목적을 정말로 숨겨놓았다면, 법무부는 그것이 어디에 은닉되었는지를 밝혀주는 확실한 증거를 법정에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날조한 목적은닉설을 꺼내놓았고, 헌법재판소는 그런 목적은닉설에 의거하여 강제해산을 서둘러 판결하였다.

이번 정당해산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통합진보당이 숨겨놓은 ‘목적’을 찾아내려고 그 당의 강령을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찾아내려고 애썼어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통합진보당은 검찰이 찾아내려고 하였던 그런 목적을 애당초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간지 <한겨레>는 지난 12월 19일부 보도기사에서 “(통합진보당의) 강령에는 명시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헌재는 (통합)진보당이나 그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펴낸 <강령해설자료집>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집권전략보고서> 등의 내용과 지도부 등의 발언을 종합해, ‘강령의 목표는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강령의 목표를 북한식 사회주의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비교해 보니 거의 전체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런 판단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수많은 글과 발언 중 (헌재의) 결론에 필요한 부분만 가져와 끼워맞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였다.

통합진보당 강령을 뒤진 검찰이 찾아낸 것은 조선식 사회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다. 통합진보당이 조선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숨은 목적을 가졌다는 그들의 황당무계한 주장은 조선식 사회주의를 찾지 못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찾아내자 그 양자가 동일하다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가 동일하다고 우긴 압살음모
 
진보적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조선식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그 양자를 동일시한 법무부, 검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억지인지 밝혀낼 수 있다. 

통합진보당이 자기 강령에서 제시한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내용은 주요산업 국유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이다. 주요산업 국유화란, 쉽게 말해서, 거대재벌들이 독점한 주요산업을 재벌소유에서 국가소유로 전환시킴으로써 주요산업이 창출하는 이익을 전체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하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국민들이 열망하는 경제민주화는 주요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주요산업 국유화란 말만 들어도 펄쩍 뛰며 경련을 일으킨다. 그런 까닭은, 그들이 국유화라는 말에 대해 극심한 무지와 오해와 편견을 가졌기 때문이다. 국유화란 말만 듣고 경련을 일으킬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정보를 살펴보고 주요산업 국유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공공기관은 286개다. 그 가운데 공항, 항만, 철도, 수자원, 광물, 석탄, 석유, 전력, 가스, 원자력, 토지주택, 철도, 도로, 국제자유도시개발, 조폐, 관광, 국민연금 등 주요산업은 재벌에게 넘어가지 않고 공기업화되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이 제시한 주요산업 국유화는 기존 286개 공유기업을 국유기업으로 전환시키고, 국유화 범위를 재벌소유기업들까지 확대하여 한국 경제의 재벌독점구조를 완전히 해체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극소수 거대재벌이 독점해온 사회적 재부가 근로대중과 사회적 약자들과 중산층에게 합리적으로 분배될 것이고, 한국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 사회정치적으로 안정된 민주사회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들에서 집권한 사회민주당이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는 정부가 세금징수로 확보한 사회적 재부를 근로대중과 사회적 약자들과 중산층에서 분배하여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자는 정치이념이지만, 이번에 강제해산당한 통합진보당이 추구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한국 경제의 재벌독점구조를 해체하고 주요산업을 국유화하여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자는 정치이념이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은 왜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를 택하였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답변은 통합진보당이 ‘종북정당’이기 때문에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를 택하였다는 식인데, 이것이야말로 통합진보당의 행동을 무조건 종북모략의 억지논법으로만 규정하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를 택한 까닭은 다음과 같이 두 갈래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사회민주주의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였다는 나라는 스웨덴인데, 한국은 그 나라처럼 과연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28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6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심의한 자료를 분석한 <한겨레> 2014년 1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스웨덴보다 무려 50년이나 뒤졌다. 그처럼 낙후한 한국에서 사회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를 바라는 허망한 기대로 보인다. 

▲ <사진 3> 스웨덴 사민당 정권은 주요산업 국유화를 외면하고 세금징수에 의존하여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려고 하였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2010년 서양의 명절인 크리스마스 전날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거리에 누워있는 노숙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사진은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가 실패로 끝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통합진보당이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를 택하였던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 자주민보

둘째, 앞으로 50년 뒤에 한국이 스웨덴 수준의 사회복지제도를 수립하는 불가사의한 기적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도, 그것으로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제도에서 한국보다 50년이나 앞선 스웨덴은 주요산업을 국유화하지 않고 세금징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여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려고 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사진 3>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타인(Immanuel Wallerstein)이 사회민주주의는 환상이므로 거기에 미래가 없다고 설파한 것처럼, 사회민주주의로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복지국가들이 남긴 실패의 교훈인 것이다. 

위와 같은 세계정치현실을 살펴볼 때, 통합진보당이 스웨덴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사회민주주의의 환상을 포기하고, 사회민주주의보다 더 과학적인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구한 것은 지당한 일이고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권장을 받아야 할 일이다. 한국에서 진보정치의 미래는 비과학적이어서 결국 실패로 끝난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과학적이어서 성공하게 될 진보적 민주주의인 것이다.

▲ <사진 4> 이 사진은 1909년 이후 재미동포사회에서 발간된 <신한민보>가 1942년 11월 12일부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 전문을 전재한 보도기사를 촬영한 사진이다. 주요산업 국유화를 명시한 그 건국강령은 당시 재미동포들 속에서도 지지와 찬동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자기 강령에 주요산업 국유화를 명시하였다는 것을 트집잡아 그 당을 강제해산시켰으니, 정치현실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듯하다.     © 자주민보

통합진보당이 추구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성공을 약속하는 미래만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내용인 주요산업 국유화는 1941년 11월 28일에 제정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에 명시되었다. <사진 4>

그 건국강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한 이승만 계열 극우이념중독자들의 폭거로 끝내 실현될 수 없었으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주요산업을 국유화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건국노선에 따라 신생독립국을 건설하려고 하였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1987년 10월 29일에 개정된 현행 헌법에는 현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었는데, 그런 사실을 명시한 헌법을 누구보다 성실히 준수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에 명시된 주요산업 국유화를 범법행위로 판시하였으니, 헌법적 가치를 부정한 쪽은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아닌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판결한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을 부정한 반역사적 행위이며, 현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하였음을 명시한 현행 헌법을 훼손한 위헌행위다. 

그러면 헌법재판소가 선고문에서 지적한 ‘북한식 사회주의’, 더 정확히 표현해서 조선식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민주주의가 서로 다른 시대적 환경과 사회정치적 현실에 따라 여러 가지 양상의 민주주의로 분화된 것처럼, 사회주의도 서로 다른 시대적 환경과 사회정치적 현실에 따라 여러 가지 양상의 사회주의로 분화되었다. 그런 까닭에 북에 실현된 조선식 사회주의는 지난 시기 존재하였다가 사라진 소련식 사회주의와 다르고, 오늘 현존하는 중국식 사회주의나 중남미식 사회주의와도 다르다. 뭐가 어떻게 다른가?

사회과학개념을 준용할 필요 없이 그냥 통속적 개념으로 설명하면, 조선식 사회주의는 북에서 말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체’와 ‘선군혁명령도’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독자적인 사회주의다. 북에서 통용되는 논리를 인용하면, 사회정치적 생명체란 수령, 당, 대중이 사회정치적 생명을 공유하는 사상의 순결체, 조직적 전일체, 행동의 통일체를 뜻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사회주의들과 달리 조선식 사회주의는 그런 순결체, 전일체, 통일체를 실현한 ‘주체의 사회주의’라는 것이다.

또한 북에서 통용되는 논리를 인용하면, 선군혁명령도란 노동계급보다 혁명군대를 더 선진적인 혁명역량으로 앞세우고, 무엇보다 군사를 가장 중시하는 새로운 영도방식으로 조선식 사회주의를 발전시킨다는 뜻이다. 

위에서 자세히 설명한 것처럼, 통합진보당이 추구한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내용은 주요산업 국유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이고, 북에 실현된 조선식 사회주의의 핵심내용은 ‘사회정치적 생명체’와 ‘선군혁명령도’다. 누가 보더라도,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일 ‘사회정치적 생명체’와 ‘선군혁명령도’를 암시하는 내용이 통합진보당 강령에 털끝만큼이라도 숨어있다면,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를 동일시한 헌재판결을 무분별한 확대해석이라고 논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강령에서는 그런 내용을 암시하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가 동일하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 데도, 극우이념중독자들이 그 양자가 동일하다고 주장한 것은 논박할 가치조차 없는 억지다. 명백하게도, 극우이념중독자들은 통합진보당을 압살하려는 목적에 극도로 집착한 나머지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가 같은 것이라는 궤변을 ‘증거’라고 우긴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간지 <한겨레>는 지난 12월 19일부 보도기사에서 “(통합)진보당이 전체적 차원에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미군 철수 요구와 자주, 민주, 통일이념 등을 나열하며 ‘결국 북한추종세력’이라고 규정한 셈”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러면 철군을 공약한 지미 카터도 ‘종북대통령’인가?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에는 다른 나라 진보정당들의 진보적 민주주의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수강령이 있다. 그것은 주한미국군 철군이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교전을 중지한 정전상태에 있으며, 한반도의 절반이 미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은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체제 수립, 그리고 대미자주권 확립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치과업이다.

그런데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위와 같은 현실을 뒤집어놓고 거꾸로 생각한다. 그들은 주한미국군이 북의 남침위협을 억제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영구히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현실은 그들의 주관적인 생각과는 정반대다. 한반도에서 평화와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면 주한미국군 철군은 불가피하며 필연적이다. 주한미국군이 주둔하는 한, 한반도의 평화와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자기의 한국 지배권과 동북아시아 패권을 유지해보려고 한국에 자국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자국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그처럼 주한미국군을 앞세워 한국 지배권을 유지하려고 하다가 북과 충돌하여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주한미국군을 앞세워 동북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려고 하다가 중국, 러시아와도 심각한 갈등을 빚어 역내안정을 해칠 위험이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오늘 극도로 악화된 북미관계가 그런 현실을 말해주고 있으며, 또한 갈등이 차츰 심해지는 중미관계와 러미관계가 그런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대미자주권을 확립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통합진보당이 주한미국군 철군을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내용으로 포함시킨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한국 국민들과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을 만한 일이다.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언급을 회피하지만, 미국의 각계층에서도 주한미국군 철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케이토연구소(Kato Institute) 선임연구원 덕 밴도우(Doug Bandow)는 1990년대 이후 줄곧 주한미국군 철군을 주장해오고 있고, 2006년 7월 28일 미국의 군사전문 언론인 리처드 핼로런(Richard Halloran)은 외교안보전문 웹사이트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였으며, 2010년 7월 7일 당시 미국 연방하원 금융위원장이었던 바니 프랭크(Barney Frank)는 연방의회에서 주한미국군 철군문제를 제기하였고, 2014년 7월 24일 미국 육군 동북아시아 담당 해외지역 정보장교인 크리스토퍼 리(Christopher Lee)는 안보외교전문지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을 주장하였다. 

주한미국군 철군을 요구하는 미국 각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들 가운데 단연 압권은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가 제시한 철군공약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였던 1975년 1월 <워싱턴 포스트>와 진행한 회견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비록 그는 미국내 반대파의 철군반대여론을 넘지 못하여 자기의 철군공약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대통령직 임기를 마쳤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주한미국군 철군공약을 실행에 옮기려고 힘썼다.  

만일 한국의 극우이념중독자들이 꺼내놓은 억지주장대로 통합진보당이 자기 강령에 명시한 주한미국군 철군이 북의 철군요구를 추종한 것이라면, 주한미국군 철군을 요구한 지미 카터를 비롯한 미국의 각계층 인사들도 통합진보당처럼 북의 철군요구를 추종하였다는, 말이 되지 않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극우이념맹신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병리현상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없는 일을 날조한 궤변과 억지를 진실로 믿어버리는 도착증이다. 

▲ <사진 5> 1940년대 미국 영화계에서 저명한 극작가로, 미국 문학계에서 저명한 소설가로 활동하였던 댈튼 트럼보(Dalton Trumbo)도 맥카시즘에 중독된 극우독재의 희생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하고 윌리엄 와일러가 연출하여 1953년에 상영된, 미국 영화사의 최고 걸작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의 극본도 그가 쓴 작품이다. 미국의 극우독재정권은 그런 그를 그가 1943년부터 1948년까지 미국공산당 당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소련추종자'로 몰아 탄압하였다. 위의 사진은 댈튼 트럼보가 아내와 함께 연방하원 사상검증위원회에 소환된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 자주민보

 
압살폭거 돌파하고 제3진보정당으로 부활하게 될 진보적 민주주의

1940년대 말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맥카시즘에 중독된 미국의 극우독재정권은 자기를 비판, 반대하는 각계층 인사들을 ‘소련추종자’로 몰아 감시하고 탄압하는 폭거를 자행하였다. 당시 극우독재정권의 감시와 탄압을 받은 수많은 각계층 미국인들 가운데는 음악계의 거장 러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최고의 희극배우로 세계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이론물리학의 거봉 앨벗 아인스타인(Albert Einstein), 미국 핵개발 총책임자였던 이론물리학자 로벗 아픈하이머(J. Robert Oppenheimer),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머스 만(Thomas Mann), 미국 연극문학계를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소설 ‘젊은 사자들’로 유명한 작가 어윈 쇼우(Erwin Shaw), 1952년 깐느국제영화제에서 최고여배우상을 수상한 리 그랜드(Lee Grant) 등도 포함되었다. <사진 5>

맥카시즘에 중독된 미국의 극우독재정권이 비판자, 반대자들을 소련을 추종하는 ‘종소세력’으로 몰아 탄압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극우반동주의에 중독된 한국의 극우독재정권은 자기를 비판, 반대하는 통합진보당을 북을 추종하는 ‘종북정당’으로 몰아 압살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계승한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민주주의의 기치를 들고 창당되었던 2000년 1월 이후 14년만에 극우독재정권에 의해 강제해산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그러나 그 비운은 결코 패배가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이 열망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통합진보당과 운명을 같이하는, 10만 명에 이르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심장에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극우독재정권은 통합진보당을 압살하였지만, 그 당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10만 개 심장에 간직된 진보적 민주주의까지 말살하지는 못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진보적 민주주의는 진보정치활동가들의 굴함 없는 신념과 투쟁에 의해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을 계승한 제3진보정당으로 부활하게 될 것이다. 8.15 해방 직후 38도선 이남지역에 출현하여 벌써 관 속에 들어갔어야 할 낡은 극우독재가 결국 소멸되고, 새로운 세기의 첫 해 2000년에 등장하여 파란을 뚫고 성장의 길을 걸어온 새로운 진보정치가 마침내 승리하는 것, 이것은 새 것이 낡은 것을 대체하는 역사의 합법칙적 발전경로다. 

▲ <사진 6> 극우정당인 새누리당과 우파와 중도우파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야합과 갈등으로 얼룩진 정치현실에 도전하였던 통합진보당은 낡은 정치와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진보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며 근로대중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제3정당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 목소리는 민생파탄으로 고통당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의 절박한 외침이었고, 분단의 벽을 뛰어넘어 평화와 평화통일로 나아가려는 민족의 절절한 외침이었다. 강제해산판결로 그들의 당기는 내려졌으나, 그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울려나올 것이다. 진보정치와 조국통일이 실현되는 영광의 그 날까지...     © 자주민보

모략소동과 탄압음모와 압살폭거 속에서도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구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공적이 한국정치사에서 영원히 기억되고, 그 당을 강제해산한 극우독재정권의 폭거가 반드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 이것은 사필귀정의 법칙이다. <사진 6>

정상적 사리판단을 하는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데, 극우반동주의를 맹신, 맹종하는 극우이념중독자들만 모르는 사필귀정의 역사가 있다. 극우독재자 이승만은 민심이반으로 통치위기에 빠지자 사회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강령에 명시한 진보당을 강제해산하고 1959년 7월 31일 그 당의 지도자 조봉암을 사형에 처하는 폭거를 자행하였고, 극우독재자 박정희는 민심이반으로 통치위기에 빠지자, 존재하지도 않는 인민혁명당 재건사건을 날조하여 1975년 4월 8일 진보정치활동가 8명을 사형에 처하는 폭거를 자행하였다.

그런데 1960년 4월 19일 민주항쟁이 일어나자 이승만은 경무대에서 쫓겨나 미국 하와이로 도주하더니 1965년 7월 19일 그곳의 요양원에서 객사하였고, 1979년 10월 16일 부산과 마산에서 민주항쟁이 일어나자 박정희는 궁정동 안가에서 술판을 벌이다가 자기 심복의 총에 피격, 살해당했다.

집권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이어 터져나온 대선부정의혹, 세월호 참사, 정윤회 사건이 민심이반을 촉발시켜 결국 심각한 통치위기에 빠진 박근혜 정권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구한 통합진보당을 ‘종북정당’으로 몰아 강제해산시키고 그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폭거를 자행하였다.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진 극우독재정권의 운명은 코앞에 다가온 2015년에 어떻게 될 것인가? 사필귀정의 역사가 그 운명에 대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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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시리아 격전지에 등장한 ‘천마’와 ‘화승총’

[한호석의 개벽예감](142)
자주민보 2014년 12월 1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이 사진은 시리아의 군사요충지 하마(Hama) 북부의 잘린(Zalin)구릉지대를 기습포위공격으로 탈환한 시리아무장군 소부대의 모습을 2014년 9월 16일에 촬영한 것이다. 정규군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경무장을 갖춘 소규모 전투단위로 분할된 시리아무장군은 내전 3년째로 접어든 지금 반란군에게 빼앗긴 지역을 신속기동과 기습공격으로 속속 탈환하는 전과를 얻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시리아무장군은 왜 반란군을 진압하지 못하는가?
 
사망자 202,354명. 이 통계수치는 45개월째로 접어든 시리아내전이 얼마나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지 말해준다. 총사령관인 바샤르 알아싸드(Bashar Al-assad) 시리아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는 시리아정부군인 시리아무장군, 민간전투부대인 국가방위대, 외국인 지원병의 전사자는 총76,223명이고, 시리아반란군의 전사자는 총59,948명이고, 민간인 사망자는 총66,183명이다. 이러한 집계는 추산에 의거한 것이므로, 실제 사망자는 더 많다. 민간인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 가운데 약 3분의 1인 66,183명에 이른 것과 인접국으로 피란을 떠난 시리아난민이 시리아인구 가운데 약 3분의 1인 2,874,117명에 이른 것은 시리아내전의 참상을 말해주는 재앙적 징표들이다.

누가 그토록 참혹한 내전을 도발하였는가? 시리아반란군을 사주하여 내전을 도발하였을 뿐 아니라 전쟁범죄도 서슴지 않는 시리아반란군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주는 배후에 미국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2012년 7월 9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내란도발과 정권전복을 노리는 ‘친구들’”(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0059)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시리아내전을 배후에서 조종, 지원하는 미국의 목적은 중동지역에서 아랍식 사회주의와 반제자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시리아정권을 폭력으로 전복하려는 데 있다.
 
그런데 얼핏 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은, 육해공 3군체계를 갖춘 정규군인 시리아무장군이 군사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시리아반란군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고 매우 힘겨운 전투를 3년째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아내전이 일어나기 직전 시리아무장군의 경우 공군과 해군을 제외하고 지상군의 무장상태만 살펴보더라도, 전차 4,850대, 정찰장갑차 590대, 전투차량 2,450대, 장갑차 1,500대, 견인포 500문, 자주포 500문, 다련장로켓포 500문, 지대지탄도미사일 90기, 대전차미사일 2,190기 등을 갖추었다. 거기에 더하여, 시리아무장군은 반란군이 갖지 못한 공군무력을 가졌는데, 전폭기 225대, 전투기 150대, 정찰기 48대, 수송기 25대, 훈련기 108대, 작전헬기 163대 등을 갖추었던 것이다. 여기에 열거한 무장장비 통계수치들은 내전 직전에 시리아무장군이 무장력에서 시리아반란군을 압도하였음을 말해준다. 또한 병력수를 보더라도 시리아무장군이 시리아반란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내전이 시작될 때, 시리아무장군 지상군병력은 220,000명이었고, 현재 반란군병력은 100,000~150,000명으로 추산되는데, 그 가운데서 외국인 지원병은 약 20,000명이다.

그런데 왜 그처럼 압도적인 병력과 무장장비를 가진 시리아무장군이 반란군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고 힘겨운 전투를 지속하는 것일까? 두 가지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첫째, 내전이 일어나자 반란군진영으로 넘어가거나 탈영하거나 인접국으로 도주한 시리아무장군 병력이 약 73,000명에 이르렀다. 거기에 더하여 시리아무장군 병력 가운데 약 44,000명이 전사하였다. 내전이 시작될 때 220,000명이었던 시리아무장군은 지상군이 110,000명으로 줄었고, 공군이 63,000명으로 줄었으니 총손실병력이 117,000명이나 된다. 시리아무장군이 지난 43개월 내전기간에 그처럼 막대한 병력손실을 입었으니 반란군을 진압하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시리아무장군이 경무장을 하고 유격전을 벌이는 반란군을 진압하려면, 경무장을 하고 기습공격전을 벌이는 특수전부대를 전선에 투입해야 하는데, 시리아무장군에는 대규모 정규전을 수행하는 중무장한 군부대들만 있고, 소규모 기습공격전을 수행하는 경무장한 특수전부대는 없다. 미국의 군사전문 블로그 <오릭스 블로그(Oryx Blog)>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무장군이 시리아반란군에게 전술적 패배를 당한 주된 원인은 각 진지들에 집결한 전투부대들이 반란군의 신속기동과 기습공격을 당해내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시리아무장군이 자기 나라의 작전환경에 맞는 독자적인 전법을 갖지 못하고 지난 시기 소련군에게서 배웠던 고정격식화된 정규전교리를 답습하다가 전술적 패배를 당하였음을 말해준다.

내전 초기에 반란진압전에서 전술적 패배를 거듭하였던 시리아무장군은 작전실패에서 피의 교훈을 찾고 자기의 작전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법을 도입하면서 전세를 차츰 뒤바꿔놓았다. 레바논의 영자신문 <데일리 스타(Daily Star)> 2014년 10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내전 초기에 시리아반란군의 기습공격을 당해내지 못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시리아무장군은 대규모 전투부대를 소규모 전투단위로 분할하고, 노쇠한 군지휘관을 젊은 군지휘관으로 교체하는 한편, 신속기동과 기습공격을 도입하여 시리아반란군을 제압하는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사진 1>

전황이 이처럼 시리아무장군에게 유리하게 전변되자, 미국은 자기들의 배후조종을 직접개입으로 전환시키면서 시리아내전에 노골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워싱턴 포스트> 2014년 11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초에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반란군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훈련을 시키라는 비밀명령을 내렸다.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은 그 명령에 따라 시리아반란군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비밀군사훈련기지를 시리아 인접국인 요르단에 설치하였고, 최근에는 카타르에 두 번째 비밀군사훈련기지를 설치하였다. 그 비밀군사훈련기지들에서 미국 중앙정보국 군사요원과 미국군 특수전 요원으로부터 무기와 군사훈련을 제공받는 시리아반란군은 연간 약 10,000명에 이른다. 2014년 11월 12일 미국 연방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척 헤이글(Chuck Hagel) 미국 국방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를 비롯한 중동의 친미우호국들이 시리아반란군을 훈련시킬 비밀군사훈련기지를 자국 영토에 설치해도 좋다고 동의하였다고 밝힌 바 있고, 바로 그 주간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 중앙정보국이 제출한 시리아반란군 증강계획을 검토하였다. 터키 언론 <휴리엣 데일리 뉴스(Hűrriyet Daily News)> 2014년 1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 유럽사령부와 중부사령부는 터키군 총사령부에서 진행한 3차 회의에서 시리아반란군 2,000명을 터키군 군사훈련소에서 훈련시키고 미국이 무기와 탄약, 훈련비용을 제공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미국이 직접 모집하고, 훈련시키고, 무장시킨 시리아반란군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하라캇 하즘(Harakat Hazm)이다.

▲ <사진 2> 시리아반란군이 쏜 대전차미사일이 전차를 맞추지 못하고 전차 위로 아슬아슬하게 날아가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대전차미사일 공격에서 살아남은 시리아무장군의 이 전차는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천마-92 개량형이다. 격렬한 전투를 겪으며 수리와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 전차는 온통 흙먼지에 쌓여있고 중기관총과 연막탄발사기도 보이지 않는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시리아내전에 등장한 북의 천마-92 전차
 
지난 12월 1일 미국의 대북정보전문 웹사이트 <엔케이뉴스(NK News)>에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이 실렸다. 기사의 제목은 ‘시리아내전에서 아직 사용 중인 북의 개량형 전차들(N. Korean Upgraded Tanks Still in Use in Syrian Civil War)’이다. 북에서는 전차를 땅크라 부르는데, 그 기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주었다.

첫째, <엔케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북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시리아를 위해 소련산 전차들인 T-54와 T-55 수 백 대의 성능을 개량해주었는데, 그 가운데서 T-54는 모두 퇴역하였으나, T-55는 시리아무장군에서 아직 운용되고 있다. <사진 2>

그러나 위와 같은 보도내용은 부정확하다. 미국의 언론매체들 거의 모두가 북에 관한 정보를 기사화하는 데서 그러한 것처럼, <엔케이뉴스>도 북의 전차무력에 관한 매우 부정확한 정보를 기사화한 것이다. <엔케이뉴스> 기사에서 편견과 오류를 벗겨내고 진실을 밝히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엔케이뉴스>가 언급한 시리아무장군의 그 전차는 북이 성능을 개량하여 시리아에 수출한 소련산 T-55가 아니라 북이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한 1992년식 중땅크 천마-92다. <엔케이뉴스>는 조선산 천마-92와 소련산 T-55를 혼동한 것이다. 

나는 2013년 6월 초 평양 광복거리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방문하였을 때 초대형 중무장전시실에 전시된, 북이 독자적으로 생산한 각종 전차 10대 가운데서 천마-92를 직접 관찰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외형이 서로 비슷하게 생긴 북의 전차종류를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판별기준은 포탑모양이다. 북에서 생산된 전차의 포탑모양은 둥급 포탑과 각진 포탑으로 구분되는데, 1992년에 생산된 천마-92와 2009년에 생산된 최신형 전차인 선군-915는 둥근 포탑을 얹은 전차들이고, 나머지 천마-98, 천마-214, 천마-215는 모두 각진 포탑을 얹은 전차들이다.

▲ <사진 3> 이 사진은 화염방사기와 방사포가 불을 뿜는 실전분위기 속에서 전차전훈련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전차부대의 진격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둥근 포탑을 얹어놓은 이 전차들은 북이 1992년에 생산한 1992년식 중땅크 천마-92 개량형이다.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전차도 천마-92 개량형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내가 중무장실을 참관할 때 천마-92를 관찰하면서 적어놓은 기록을 다시 읽어보니, 거기에는 “둥근 포탑, 지탱바퀴 5개, 조종인원 4명, 중량 38t, 폭발성 덧장갑 있음, 연막탄발사기 없음”이라고 적혀있다. 그에 비해, 소련산 T-55는 둥근 포탑, 지탱바퀴 5개, 조종인원 4명, 중량 39.7t인데, 폭발성 덧장갑과 연막탄발사기가 없다. 또한 천마-92에는 115mm 활강포와 14.5mm 중기관총이 장착되었는데, T-55에는 100mm 강선포와 7.62mm 기관총이 장착되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 천마-92는 T-55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지닌 전차임을 알 수 있다. <사진 3>

그런데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천마-92는 몇 가지 성능이 추가된 천마-92 개량형이다. 북은 레이저거리측정기(laser rangefinder)와 연막탄발사기(smoke grenade launcher)를 추가로 장착한 천마-92 개량형을 시리아에 수출하였던 것이다. <엔케이뉴스>도 위에 인용한 기사에서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개량형 전차들에는 북이 자체로 설계한 레이저거리측정기, 연막탄발사기, 14.5mm 중기관총이 새로 장착되었고 장갑방호력이 향상되었음을 지적하였다.

▲ <사진 4> 이 사진은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군사행진에 등장한 1992년식 중땅크 천마-92 개량형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천마-92 개량형은 북에서 아직 현역전차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천마-92 개량형이 성능면에서 T-55를 훨씬 능가하는 우수한 전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천마-92 개량형이 성능면에서 T-55를 훨씬 능가하는 전차라면, 지난 시기 소련이 T-55 이후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온 각종 후기형 전차들 가운데 어느 전차와 성능이 맞먹는 것일까? <엔케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북의 전차생산은 T-55보다 후기형 전차인 T-62를 모방하고 현대화하는데 기초하고 있는데, 시리아무장군이 사용하는 개량형 전차들은 북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북이 오직 해외수출용으로만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천마-92 개량형이 해외수출용으로만 개발된 것이라는 서술은 사실과 다르다. 북은 천마-92 개량형을 아직 운용하고 있다. <사진 4>

<엔케이뉴스>는 천마-92 개량형의 성능이 마치 소련산 T-62의 성능과 맞먹는 것처럼 서술하였지만, T-62, T-72, T-80으로 이어진 소련산 전차들에 관한 정보를 살펴보면 그런 서술은 사실과 다르다.
T-62에는 115mm 활강포, 12.7mm 중기관총, 연막탄발사기가 장착되었고, T-72에는 125mm 활강포, 12.7mm 중기관총, 레이저거리측정기, 연막탄발사기가 장착되었고, T-80에는 125mm 활강포, 12.7mm 중기관총, 레이저거리측정기, 연막탄발사기, 폭발성 덧장갑이 장착되었다.
천마-92 개량형은 T-62에 없는 레이저거리측정기를 장착하였고, T-72에 없는 폭발성 덧장갑을 장착하였고, T-90에 장착된 중기관총보다 강력한 14.7mm 중기관총을 장착한 것이다. 천마-92 개량형이 위와 같이 우수한 성능을 지녔으니, 북에서 2000년 이후에 생산된 다섯 종의 전차들은 그보다 훨씬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전차들이다. 특히 북이 2009년부터 생산하는 선군-915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첨단전차라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폭발성 덧장갑(explosive reactive armour)이란 남측에서 폭발성 반응장갑이라 부르는 것인데, 세 겹으로 압착시킨 특수합성수지를 티타늄 장갑 위에 덧씌워 방호력을 크게 높인 강화장갑을 뜻한다. 북에서 생산된 10종의 전차들 가운데 처음으로 덧장갑을 씌운 전차는 천마-92다. 소련이 폭발성 덧장갑을 전차생산에 처음 도입하기 시작한 때가 1985년이었는데, 북은 1992년부터 폭발성 덧장갑을 전차생산에 도입하였다.

둘째, <엔케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시리아무장군 제17사단 기갑부대인 제93여단이 락카(Raqqa)전투에서 반란군에게 패하여 T-55를 빼앗겼는데, 반란군은 자기들이 빼앗은 전차를 코바네(Kobane)전투에서 사용하였다. <오릭스 블로그>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인질살해로 악명이 높은,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라고 불리는 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 제93여단에게서 빼앗은 T-55는 수 십대에 이른다고 한다. 

<오릭스 블로그>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내전이 시작되었을 때 시리아무장군이 보유한 전차는 약 2,500대였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에 게시된 자료는 내전이 시작되었을 때 시리아무장군이 보유한 전차가 약 4,850대였다고 추산하였지만, <오릭스 블로그>는 그런 추산이 오류였음을 밝혀냈다. <오릭스 블로그>가 구체적으로 밝혀낸 시리아무장군의 전차보유상황을 보면, T-55 1,200대, T-62 500대, T-72 700대, 기타 100대다.

그런데 지난 45개월 동안 내전 중에 시리아무장군이 손실한 전차는 약 1,000대나 되는데, 그 가운데 대부분이 T-55라고 한다. 2014년 말 현재, 시리아무장군에게 남아있는 T-55는 약 700대다. 시리아무장군은 지난 45개월 동안 내전 중에 약 500대의 T-55를 손실한 것이다.

시리아무장군이 내전 중에 그처럼 많은 전차를 손실한 까닭은 전차를 기동전에 투입하지 못하고 진지에 고착시켜놓고 전투를 벌이다가 반란군의 기습공격으로 파괴되었거나 반란군에게 빼앗긴 것이다. 원래 전차는 기동전에 사용하는 무기인데, 그런 전차를 진지에 고착시켜놓고 전투를 벌였으니 반란군의 기습공격을 받으면 어이없게도 전차를 빼앗기거나 파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T-55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종류는 아닌데, 시리아무장군이 보유한 T-55는 세 유형으로 세분된다. 보유대수가 가장 많은 유형부터 열거하면, T-55A, T-55AM, T-55MV 순이다. 시리아무장군이 보유한 천마-92 개량형은 T-55A 다음으로 보유대수가 많다. 그러므로 시리아무장군이 내전에서 손실한 약 500대의 T-55 가운데 천마-92 개량형은 100~150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리아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으로부터 노획한 두 종류의 화승총
 
현대전에서 없어서는 아니 될 중요한 무기들 가운데 하나는 휴대용 대공미사일(MANPADS)이다. 5~6km 밖에서 3~4km의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헬기, 침투기, 수송기, 순항미사일 등 각종 저고도비행체를 향해 발사하는 이 미사일은 저고도비행체에서 방사되는 적외선을 감지, 추적하며 초음속으로 날아가 격추하는 무기다.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무게가 11~12kg밖에 되지 않아서, 병사들이 어께에 메고 다니다가 아무 데서나 불시에 발사할 수 있다.

전시에 적의 공격헬기는 고속기동전을 전개하는 아군 기갑부대를 로켓포와 미사일로 공격하는데, 그런 공격헬기를 격추하는 데서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특효를 발휘한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 군대이건 기갑무력을 강화할수록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대량으로 배치하는 법인데, 시리아무장군도 기갑무력을 강화하면서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대량으로 배치하였다.

그런데 시리아무장군은 지난 45개월 동안 지속된 내전에서 일시적으로 전술적 패배를 당해 자기의 휴대용 대공미사일 가운데 일부를 반란군에게 빼앗겼다. <뉴욕 타임스> 2013년 7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에게서 빼앗은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러시아산 SA-7, SA-16, SA-24, 그리고 중국산 FN-6(페이누[飛弩]-6) 등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휴대용 대공미사일의 정식명칭을 제멋대로 SA라고 바꿔부르는데, SA-7의 정식명칭은 스트렐라(Strela)-2이고, SA-16의 정식명칭은 이글라(Igla)-1이고, SA-24의 정식명칭은 이글라-S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 2013년 6월 16일 보도기사는 2013년 2월 시리아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 헬기를 향해 휴대용 대공미사일 한 발을 발사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에 관해 보도하면서,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어떻게 반란군의 수중에 넘어갔는지 그리고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것인지 확인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시리아반란군이 2013년 2월 알렙포(Aleppo)에 있는 시리아무장군 기지를 점령하였을 때, 거기에서 노획한 것인지, 아니면 터키가 카타르 또는 크로아티아를 경유하여 시리아반란군에게 제공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산도 아니고 중국산도 아닌, 어느 나라가 만든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시리아 격전지에 등장한 것이다.

▲ <사진 5> 이 사진은 시리아반란군이 점령한 크세쉬공군기지에서 반란군 병사가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조준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 반란군 병사는 오른손 앞에 있는 열축전지/가스병을 왼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그의 왼손은 오른손 뒤에 있다. 휴대용 대공미사일 사용법도 모르면서 사진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한 것이다. 이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러시아산이 아니라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조선산 화승총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더 타임스>의 보도기사가 나온 때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2014년 8월 24일 <오릭스 블로그>는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의 정체를 밝혀주는 기사를 실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원래 자이쉬 알이슬람(Jaish al-Islam)이라는 반란군에게 한때 점령당했던 시리아무장군의 크세쉬(Kshesh)공군기지는 또 다른 반란군인 이슬람국가가 현재 군사훈련기지로 쓰고 있는데, 그 훈련기지를 촬영한 사진에서는 퇴역기종인 소련산 전투기 미그(MiG)-17과 현역기종인 체코산 훈련기 L-39가 주기된 모습이 멀리 배경에 보이고, 시리아무장군에게서 빼앗은 휴대용 대공미사일로 무장한 반란군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사진 5>

그런데 그 사진을 얼핏 보면 반란군이 무장한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소련산 휴대용 대공미사일 이글라(Igla)-1E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자세히 보면 휴대용 대공미사일 맨앞부분인 화문전(火門栓, spike)이 이글라-1E와 다르다. 이글라-1E는 수출용으로 생산된 이글라-1을 뜻한다.

그런데 <오릭스 블러그>는 위의 기사에서 정체불명의 그 미사일이 북에서 생산된 휴대용 대공미사일임을 밝혀냈고, 북이 독자적으로 생산한 휴대용 대공미사일의 이름이 화승총이라는 사실도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시리아반란군이 시리아무장군에게서 빼앗은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화승총이라는 점이 분명한데, <오릭스 블러그>는 그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북에서 생산된 대전차미사일 불새-2와 혼동하였다. 화승총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니까 화승총과 불새를 혼동한 것이다.

북에서는 대전차미사일이라 하지 않고 반땅크로케트라 하는데, 북이 독자적으로 생산한 반땅크로케트는 세 종류다. 내가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 가서 직접 확인한 불새 계열의 반땅크로케트는 1968년식 반땅크로케트 불새-1과 1973년식 반땅크로케트 불새-2다. 불새-1을 수성포 1형이라고도 부르고, 불새-2를 수성포 3형이라고도 부른다. 북이 최신형 전차 선군-915에 장착한 대전차미사일은 불새-3이다.

▲ <사진 6> 2014년 5월 31일 유투브(You Tube)에 게시된 북의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 나오는 장면이다.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화승총-2를 어깨에 메고 조준훈련을 하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사진 7> 시리아반란군 병사가 어깨에 메고 가는 이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그들이 시리아무장군으로부터 노획한 것인데,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화승총-2가 바로 그 미사일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사진 8>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 나오는 또 다른 장면이다.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화승총-3을 어깨에 메고 조준훈련을 하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사진 9> 이 사진은 시리아반란군 병사가 화승총-3을 겨누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 반란군 병사는 오른손 앞에 있는 열축전지/가스병을 왼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그의 왼손은 오른손 뒤에 있다. 휴대용 대공미사일 사용법도 모르면서 사진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한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주목하는 것은, 시리아내전에 등장한 조선산 휴대용 대공미사일 화승총이 두 종류라는 점이다. 현장사진들을 살펴보면, 시리아내전에 등장한 두 종류의 화승총은 화문전이 서로 다르게 생겼다.

<사진 6>에서 보는 것처럼, 화승총-2는 화문전에 꼭지 달린 원뿔형 신관(fuse)이 드러나 보이고 열축전지/가스통(thermal battery/gas bottle)이 조금 뒤쪽에 달렸다. <사진 7>에서 보는 것처럼, 시리아반란군 병사가 어깨에 메고 가는 이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그들이 시리아무장군으로부터 노획한,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화승총-2다.

<사진 8>에서 보는 것처럼, 화승총-3은 열축전지/가스통이 앞쪽에 달렸는데, <사진 9>에서 보는 것처럼, 시리아반란군 병사가 조준훈련을 하는 이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시리아무장군으로부터 노획한,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화승총-3이다. 

▲ <사진 10> 위에서 아래쪽으로 소련이 1980년에 작전배치한 이글라 9K38(SA-18), 1983년에 작전배치한 이글라-1(SA-16), 러시아가 2004년에 작전배치한 이글라-S(SA-24)다. 화승총-2는 이글라-1과 비슷하게 생겼고, 화승총-3은 이글라-S와 비슷하지 않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사진 10>에서 보는 것처럼, 이글라 9K38, 이글라-1, 이글라-S의 화문전 모양이 각각 다른데, 화승총-2는 이글라-1과 비슷해 보이지만, 화승총-3은 이글라-S와 비슷하지 않다. 
북은 최신형 휴대용 대공미사일 화승총-4를 개발하였다.

스웨덴의 군사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05년 6월 7일에 펴낸 ‘2005년도 연감: 군비, 군축, 국제안보’에 나오는 북의 무기수출현황에 따르면, 북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기간에 러시아에 휴대용 대공미사일 1,250기를 수출하였다.

소련이 이글라 9K38을 작전배치한 때는 1980년이고, 이글라-1을 작전배치한 때는 1983년이고, 소련의 계승국 러시아가 이글라-S를 작전배치한 때는 2004년이다. 소련/러시아는 자기들이 생산한 휴대용 대공미사일보다 성능이 더 좋은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북으로부터 수입하였을 것이므로, 소련/러시아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북으로부터 수입한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이글라-1보다 성능이 더 좋은 화승총-2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글라 9K39(미국식 명칭 SA-18)의 제원과 성능은 다음과 같다. 무게 11kg, 탄두무게 1.2kg, 길이 1.7m, 지름 7.2cm, 비행속도 마하 2.3, 최장사거리 5.2km, 최고요격고도 3.5km, 근접신관(proximity fuse)과 근적외선추적장치를 내장하였다.

이글라-1(미국식 명칭 SA-16)의 제원과 성능은 다음과 같다. 무게 12kg, 탄두무게 2kg, 길이 1.7m, 지름 7.2cm, 비행속도 마하 3, 최장사거리 5km, 최고요격고도 3.5km, 접촉찰과신관(contact-graze fuse)과 중적외선추적장치를 내장하였다.

화승총-2의 성능이 이글라-1의 성능보다 더 우수하다는 점은 2005년 12월 남측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엿볼 수 있다. 그 자료에 따르면, 북이 보유한 휴대용 대공미사일 SA-16(화승총-2)의 사거리는 5.2km이고 적외선추적장치가 내장되었다고 한다.

휴대용 대공미사일에 내장된 적외선추적장치는 적외선을 추적하여 미사일을 유도비행시키는 장치이므로, 항공기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기만용 섬광탄을 발사한다. 기만용 섬광탄에서 방사되는 근적외선은 항공기 엔진에서 방사되는 중적외선보다 열이 4배 이상 강한 적외선이다. 항공기 엔진에서 방사되는 중적외선보다 열이 4배나 더 강한 근적외선이 기만용 섬광탄에서 방사되므로,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항공기를 외면하고 기만용 섬광탄을 감지하여 추적하게 된다.

그런데 2010년 12월 31일 남측 국방부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이 보유한 휴대용 대공미사일 SA-16(화승총-2)은 적의 항공기에서 방사되는 중적외선을 감지하여 추적하는 중적외선추적장치를 내장하였다는 것이다. 한국군 항공기가 비행 중에 기만용 섬광탄을 발사해도 북의 화승총-2는 근적외선을 방사하는 기만용 섬광탄을 외면하고 중적외선을 방사하는 항공기를 추적하여 격추하게 되는 것이다. 

기만용 섬광탄으로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피할 수 없게 된 미국은 작전헬기, 수송기, 전투기 등에 적외선방해장치(Infrared Countermeasure)를 장착하였다. 적외선방해장치는 적이 쏜 휴대용 대공미사일의 적외선추적장치를 교란하여 그 미사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 웹사이트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이글라-1은 적의 비행체가 적외선방해장치를 가동하면서 비행해도 격추율을 24~30%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러시아가 이글라-1보다 한 급 높은 성능으로 만들어 2004년에 작전배치한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이글라-S(미국식 자의적 명칭은 SA-24)인데, 이 미사일은 최장사거리 6km, 최고요격고도 3.5km다. 러시아산 이글라-S는 북이 시리아에 수출한 화승총-3과 같은 급이다.

러시아는 아주 최근에 이글라-S보다 한 급 높은 성능의 최신형 휴대용 대공미사일 베르바(Verba)를 개발하였는데, 이 미사일은 최장사거리 6.5km, 최고요격고도 4.5km다. 휴대용 대공미사일 기술부문에서 러시아보다 한 발 앞선 북이 베르바보다 한 급 높은 화승총-4를 개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남측 정부 고위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3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12,000여 기가 넘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보유하였다. 그처럼 방대한 수량의 화승총-2와 화승총-3으로 무장한 조선인민군은 전시에 한미연합군의 작전헬기, 대지공격기, 수송기, 순항미사일을 격추할 것으로 예견되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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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인공태양 만들기에 도전하는 북의 과학자들

[한호석의 개벽예감](141)
자주민보 2014년 12월 0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핵융합기술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미증유의 최첨단기술이다. 핵융합반응은 핵융합로롤 개발하기 위한 실험이다. 핵기술선진국들은 핵융합로를 만들기 위해 열핵실험로를 설치해놓고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는 중이다. 핵융합기술을 완성하는 나라가 과학기술분야와 에너지분야에서 세계적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이 사진은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핵과학자들이 핵융합반응을 실험하기 위해 만든 열핵실험로를 컴퓨터영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자주민보


핵실험이 아니라 핵융합반응실험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0년 5월 12일 북의 언론매체들이 놀라운 소식을 전하였다. “부족하고 어려운 것이 많은 속에서도 우리의 과학자들은 사소한 주저와 동요도 없이 제기되는 수많은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100% 자체의 힘으로 해결함으로써 마침내 핵융합반응에 성공하였다”는 소식이었다.

핵융합반응(nuclear fusion reaction)이란 핵융합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뜻하는데, 핵융합기술은 핵융합로(nuclear fusion reactor)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사진 1> 20세기의 핵기술선진국들은 핵폭탄이 폭발하는 핵분열원리를 이용하여 흔히 원자로라 불리는 핵분열로(nuclear fission reactor)를 만들었는데, 21세기의 핵기술선진국들은 수소폭탄이 폭발하는 핵융합원리를 이용하여 핵융합로를 만들려는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원자력발전이 핵폭탄의 평화적 이용이라면, 핵융합발전은 수소폭탄의 평화적 이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핵융합원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중수소(deuterium) 원자핵은 양자(proton) 1개와 중성자(neutron) 1개로 구성되고, 3중수소(tritium) 원자핵은 양자 1개, 중성자 2개로 구성된다. 2중수소 원자핵과 3중수소 원자핵이 융합하면, 헬륨(helium)-4와 중성자가 생성되는데, 자연상태의 리튬(lithuim)을 분리하여 만들어낸 리튬-6이 중성자 1개를 흡수하면 헬륨과 3중수소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운동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증기터빈을 돌리면 전력이 생산되는 것이다.

핵융합기술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미증유의 최첨단기술이다. 핵기술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미국이나 러시아도 핵융합기술을 완성하려면 아직 멀었다. 앞으로 핵융합기술을 완성하는 나라가 과학기술분야와 에너지분야에서 세계적 패권을 쥐게 될 것이며, 인류과학사를 다시 쓰게 만들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인용한 북측 언론매체들의 2010년 5월 12일 보도는 북의 과학자들이 그처럼 고난도의 핵융합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멀고 험한 과정에서 첫 관문인 핵융합반응실험에 성공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북의 핵문제라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미국은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에 대해 이상하게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고 침묵하였다. 북이 핵융합반응실험에 성공하였다는 보도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할 말을 잃었던 것일까?

북의 핵문제에 대해 미국만큼이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남측 정부는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를 부정하였다. 이를테면, 북의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소식을 전하였던 2010년 5월 12일 남측 정부고위당국자는 취재기자들에게 “핵융합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가의 시설이 필요한데, 이런 시설이 북한에 있다고 보고됐거나 감지된 게 없다. 비밀리에 이런 시설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북의 관련보도내용이)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면서 북의 보도내용을 부정하였다.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가 나왔을 때, 북의 핵융합반응실험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남측에서는 북이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착각하였다. 그래서 2010년 6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지금 그런 추론이 신문에 나왔습니다만, 저희가 지금 판단하기로는 핵실험이라는 건 정확한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고 말하였다. 그렇게 말했던 그는 2010년 11월 2일 국회가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을 하는 자리에 출석했을 때는 “핵융합의 경우 (북에서) 기초적 수준은 시작됐으리라 생각하지만, 명확히 확인된 정보는 제한된다”고 말했다.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에 대해 미국은 ‘이상한 침묵’을 지켰고 남측 정부는 그 보도내용을 사실상 부정해버린 탓에 미국과 남측의 언론매체들은 그 중요한 정보를 더 이상 다루지 않았다. 북이 핵융합반응에 성공하였다는 보도내용을 당시에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던 유일한 글은 내가 2010년 5월 17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북측은 핵융합장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0174)’라는 제목의 글이다. 나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2년 2월 16일에도 <자주민보>에 ‘북, 열핵융합탄 지나 핵탄두소형화 진입’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면서 북의 핵융합기술에 관해 다시 한 차례 논한 바 있다.(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8966)

그런데 내가 <자주민보>에 위의 글을 발표할 때만 해도, 나는 스웨덴 국방연구원 대기과학자(atmospheric scientist) 라스 에릭 데예르(Lars-Erik De Geer)의 논문을 아직 읽지 못하였다.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를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데예르의 학술논문은 군사과학전문지 ‘과학과 세계안보(Science & Global Security)’ 2012년 4/5월호에 실렸다. 그 논문의 제목은 ‘2010년 4월과 5월 북이 실시한 저출력핵실험의 방사성핵종 증거(Radionuclide Evidence for Low-Yield Nuclear Testing in North Korea in April/May 2010)’인데, 이 논문에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이 담겨있다. 

▲ <사진 2> 한국, 일본, 러시아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들은 2010년 4월과 5월 여러 차례에 걸쳐 방사성핵종을 검출하였다. 측정장비들이 포집한 대기표본에서 검출된 그 방사성핵종은 북이 2010년 4월과 5월에 각각 핵융합반응실험을 실시하였음을 말해준다. 위의 사진은 일본열도 최남단인 오키나와에 있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의해 설치된 방사성핵종검측소를 촬영한 것이다.     © 자주민보

첫째, 데예르의 학술논문에 따르면, 일본열도 중간쯤에 위치한 군마현(群馬)현 다카사키(高崎)시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포집한 대기표본을 분석한 결과, 2010년 4월 20일부터 36시간 동안 방사성핵종인 제논(xenon)-133이 세 차례 검출되었다. 또한 일본열도 최남단에 있는 오키나와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도 2010년 4월 27일부터 5월 2일 사이에 방사성핵종인 세슘(cesium)-137이 검출되었다. 이러한 검출자료들은 북이 2010년 4월 15일경에 핵실험을 실시하였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사진 2>

둘째, 데예르의 학술논문에 따르면, 남측 동부전선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거진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2010년 5월 13일 오전 11시부터 23시까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 제논-133이 검출되었다. 5월 15일 0시 23분부터 5월 23일 0시 23분까지 오키나와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는 방사성핵종들인 바륨(barium)-140과 란타늄(lantanum)-140이 여덟 차례 검출되었다. 5월 15일 1시 44분부터 5월 19일 1시 49분까지 러시아 우수리스크(Ussurisk)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치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는 란타늄-140이 네 차례 검출되었다. 5월 15일 18시 46분부터 5월 19일 6시 46분까지 다카사키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치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는 제논-133이 여덟 차례 검출되었다. 이러한 검출자료들은 북이 2010년 5월 12일경에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북은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에 각각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셋째, 데예르의 학술논문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군 거진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포집한 대기물질에서 제논-133이 검출된 것은 북의 핵실험에서 우라늄-235가 사용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북이 2010년 4월과 5월에 각각 고농축우라늄 핵실험을 실시하였음을 의미한다. 국제핵물질위원회는 2012년 1월에 발표한 ‘2011년 세계 핵물질 보고서’에서 “2010년 5월 한국, 일본, 러시아에서 수집된 방사성물질에 대한 분석결과는 조선이 플루토늄 핵실험이 아니라 고농축우라늄 핵실험을 실시했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사진 3> 남측 각지에는 171개나 되는 지진관측소들이 있지만, 북이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에 각각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서 발생한 저출력핵폭발의 인공지진파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그 지진관측소들은 10t급 저출력핵폭발 이하로 내려가는 극저출력핵폭발에서 발생한 미세한 인공지진파는 측정하지 못한다. 당시 북은 3t급 극저출력핵폭발을 일으킨 핵융합반응실험을 실시하였으니, 지진관측소가 그 파장을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 자주민보


미진검측기술로 포착한 미세한 인공지진파

데예르의 학술논문에 따르면, 북이 2010년 4월과 5월에 실시한 핵실험의 인공지진파는 포착되지 않았는데, 그 까닭은 당시 북이 최소 10t급 폭발력에서 최대 200t급 폭발력으로 추산되는 저출력핵실험을 실시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위의 논문에서 데예르는 북이 2010년 4월과 5월에 각각 한 차례씩 저출력핵실험을 실시하였다고 서술하였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북이 당시에 실시한 것은 저출력핵실험을 이용한 핵융합반응실험이었다. 북은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에 각각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서 핵폭발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저출력핵폭발기술을 사용했던 것이다.

저출력핵폭발이라 해도 핵실험은 핵실험이므로 반드시 인공지진파가 발생되는 법이다. 그런데 북이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에 각각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서는 매우 약한 인공지진파가 발생하였다. 당시 북이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서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극도로 핵폭발력을 억제한 저출력핵폭발기술이 사용된 까닭에 남측 각지에 설치된 171개나 되는 수많은 지진관측소들이 그 인공지진파를 포착하지 못했다. <사진 3> 남측 각지에 지진관측소가 171개나 있고,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도 수많은 지진관측소들이 있는데, 아무리 약한 인공지진파라지만 어째서 어느 지진관측소도 그 인공지진파를 포착하지 못했던 것일까?

지진관측소들은 10t급 이하로 내려가는 극저출력핵폭발에서 발생한 미세한 인공지진파는 측정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북이 2010년 5월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의 인공지진파는 10t급 이하의 극저출력핵폭발로 발생한 아주 미세한 파장이었던 것이다.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 북에서 각각 실시된 핵융합반응실험의 인공지진파에 관한 정보가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때는 북이 그 실험을 실시한 때로부터 4년이나 지난 2014년 11월 20일이다. 정보제공자는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이다. 중국과학기술대는 중국의 과학기술분야에서 최고학술기관인 국립중국과학원이 부설한 대학이다. 그들 연구진은 새로 개발된 미진검측기술을 사용하여 북의 핵융합반응실험에서 발생된 아주 미세한 인공지진파를 포착할 수 있었다. 미진검측기술이 개발되지 않았으면, 북의 핵융합반응실험의 진실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측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밝혀냈다.

첫째, 중국측 연구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북은 2010년 5월 12일 오전 9시 8분(현지시각)경 소규모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북의 언론매체들이 핵융합반응 성공소식을 전한 날이 2010년 5월 12일이었는데,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이 밝혀낸 북의 핵융합반응실험 시각은 당일 오전 9시 8분경이다. 이것은 북에서 핵융합반응실험이 실시되자마자 북의 언론매체들이 즉각 그에 대해 보도하였음을 말해준다.

둘째, 중국측 연구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폭심지좌표가 북위 41.2863도(41도 17분 10.68초), 동경 129.0790(129도 4분 44.4초)로 나타났고, 오차범위는 350m라는 것이다. 2013년 6월 20일 <중국신문사>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은 2013년 2월 12일에 실시된 북의 지하핵실험 폭심지좌표가 북위 41도 17분 26.88초, 동경 129도 4분 34.68초로 나타났고, 오차범위는 94m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두 개의 폭심지좌표들은 함경남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만탑산핵실험장 위치와 일치하는데, 이것은 2010년 5월 12일의 핵융합반응실험이 만탑산핵실험장에서 실시되었음을 말해준다.

셋째, 중국측 연구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0년 5월 12일 만탑산핵실험장에서는 2.9t급 핵폭발이 일어났는데, 오차범위는 0.8t이라는 것이다. 2013년 6월 20일 <중국신문사>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은 북이 2013년 2월 12일에 실시한 제3차 지하핵실험에서 12.2kt급 핵폭발력이 발생되었는데, 오차범위는 3.8kt라고 밝힌 바 있다. 2년 전 스웨덴 국방연구원 대기과학자 데예르는 북이 2010년 5월 12일에 최소 10t급에서 최대 200t급의 폭발력을 지닌 저출력핵실험을 실시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이번에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은 당시 3t급 극저출력핵폭발이 일어났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처럼 2010년 5월 12일 만탑산핵실험장에서 극저출력핵폭발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는데도,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월 4일 외교부 출입기자단에게 “일부 중국 학자들이 2010년 5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2010년 당시에도 정부는 북한에서의 지하핵실험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하면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부정하려고 하였다.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은 북이 2010년 5월 12일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 대해 분석하였으면서도, 북이 2010년 4월 15일경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못했다. 그 까닭은, 북이 2010년 4월 15일경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서는 3t급보다 낮은 극저출력핵폭발이 일어나 미진검측장비마저도 그것을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열핵반응장치를 왜 핵실험장에 설치하였을까?
  
북이 2010년 5월 12일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 관한 소식을 전한 북측 언론매체들은 당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첫째,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북의 과학자들은 핵융합반응과 관련한 기초연구를 이미 끝마친 상태였으며, 열핵기술을 독자적으로 완성해나갈 수 있는 강력한 과학기술역량을 갖추었다. 이것은 북의 핵융합기술수준이 2010년 당시 이미 초급단계를 지나 중급단계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앞으로 중급단계를 지나 고급단계에 이르면, 핵융합기술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은 인류가 꿈꾸는 무한정한 에너지원 곧 ‘인공태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유럽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중수소 100kg과 자연상태의 리튬 3t을 연료로 하여 핵융합로를 가동하면, 연간 70억 킬로와트의 엄청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니, 핵융합로를 어찌 ‘인공태양’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둘째,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북의 과학자들은 핵융합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우리식의 독특한 열핵반응장치”(thermonuclear reaction device)를 설계, 제작하였다. 2010년 당시 북이 독자적인 기술로 독특한 열핵반응장치를 제작한 것은 북의 핵융합기술수준이 이미 중급단계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당시 북이 독자적인 기술로 제작한 독특한 열핵반응장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 <사진 4> 2010년 4월과 5월 북은 함경남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만탑산핵실험장에서 극저출력핵폭발기술을 사용한 핵융합반응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하였다. 이 사진은 만탑산핵실험장 전경을 촬영한 위성영상자료를 컴퓨터영상처리기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자주민보

당시 북의 언론매체들은 그 열핵반응장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서 그 윤곽을 짚어볼 수 있다.

2010년 5월 12일 북은 만탑산핵실험장에서 극저출력핵폭발기술을 사용한 핵융합반응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하였으므로, 북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독특한 열핵반응장치는 그 핵실험장에 설치되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진 4> 이처럼 핵융합실험을 핵실험장에서 실시한 것만 보더라도, 북이 핵기술선진국들이 만든 열핵반응장치들과는 다른 아주 독특한 열핵반응장치를 개발하였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핵폭발이 일어난 폭심지의 온도는 섭씨 1,000만도까지 올라가는데, 북의 열핵반응장치가 아무리 고온고압에 견딜 만큼 특수하게 설계, 제작된 것이라고 해도 섭씨 1,000만도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북의 열핵반응장치는 폭심지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북이 개발한 열핵반응장치가 어떤 것인지 좀 더 파악하려면, 다음과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류가 현재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핵분열로는 제어장치를 가동하면서 고체연료를 서서히 태울 때 전력을 생산하는데 비해, 인류가 꿈꾸는 ‘인공태양’인 핵융합로는 플라즈마온도를 극도로 높였을 때 생성되는 열핵플라즈마를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핵융합기술을 발전시키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는 플라즈마온도를 높여 극고온상태의 열핵플라즈마를 얻어내는 기술이다. <러시아의 소리> 2014년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자들은 최근 마이크로파 방사선을 이용하여 플라즈마온도를 섭씨 450만도까지 높이는데 성공하였는데,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플라즈마온도를 섭씨 700만도까지 높이는 기술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핵폭발에서 발생하는 섭씨 1,000만도의 극고온은 2중수소와 3중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키는 점화온도와 같다. 핵폭발이 일어나면 플루토늄 또는 고농축우라늄이 극고온상태의 열핵플라즈마로 변환되는데, 2010년 5월 12일 북이 열핵반응장치를 만탑산핵실험장에 설치하고 극저출력핵폭발을 일으킨 것은, 열핵플라즈마가 생성되는 극고온상태에 근접할 수 있는 열핵반응장치를 개발하는 실험에 성공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은 열핵실험로를 독자적으로 건설하는 것일까?

1951년 소련의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Andrei Sakharov)와 이고르 탐(Igor Tamm)이 설계한 원환체형 자기용기(toroidalnya kamera ee magnetnaya katushka)의 머리글자를 따서 토카막(Tokamak)이라는 이름의 핵융합실험로가 생겨났다. 1980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프린스턴플라즈마물리학연구소(Princeton Plasma Physics Laboratory)가 토카막핵융합실험로를 설계하였는데, 그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그 실험로에서 10.7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성공하였던 때는 1994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4년 현재 토카막핵융합실험로를 설치해놓고 핵융합기술을 개발하는 나라들은 서방에서 미국,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캐나다, 스위스, 포르투갈, 체코 등이고, 동방에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파키스탄 등이다.

▲ <사진 5> 이 사진은 충청남도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의 KSTAR(초전도핵융합장치)를 촬영한 것이다. 2011년 8월 2일 그 연구소는 미국, 일본의 과학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고출력 핵융합가열장치를 개발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장치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토카막핵융합실험로인 국제열핵실험로(ITER)에 도입되었다. 카다리쉬에서 2007년에 착공된 국제핵융합실험로건설공사는 2018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 자주민보

충청남도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국립핵융합연구소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프린스턴플라즈마물리학연구소의 기술지원을 받고 9억4,1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핵융합기술을 개발하는 중인데, 현재 초전도 핵융합장치인 KSTAR를 가동하고 있다. <사진 5> 2011년 8월 2일 국가핵융합연구소는 미국, 일본의 과학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고출력 핵융합가열장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하였다. 이 장치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Cadarache)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토카막핵융합실험로인 국제열핵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ITER)에 도입되었다. 국립핵융합연구소가 운용하는 KSTAR는 카다라쉬의 국제열핵실험로를 완성하기 위한 기술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다.

35개국이 500억 달러를 합작투자하여 2007년 10월 24일에 착공한 국제열핵실험로는 500메가와트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인데, 2019년에 완공될 예정이고, 2027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미래의 무진장한 에너지원천인 ‘인공태양’을 만드는 핵융합기술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은 핵융합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2013년 1월 20일 <로동신문>에 실린 보도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보도기사에는 2중수소와 3중수소를 연료로 쓰는 토카막핵융합기술, 그리고 양자와 붕소(boron)를 연료로 쓰는 레이저핵융합기술을 뛰어넘은 새로운 핵융합기술에 대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거기에 서술된 새로운 핵융합기술은 수소(hydrogen)와 붕소를 연료로 쓰는 핵융합기술이다. 그 보도기사에서는 이 새로운 핵융합기술을 수소-붕소 집초핵융합(focus fusion)이라 불렀는데, 무중성자 핵융합(aneutronic fusion)이라고도 불린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이 새로운 핵융합기술의 장점은, 토카막핵융합이나 레이저핵융합에 비해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은 자금만 있으면 된다는 것, 핵융합과정에서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중성자가 발생되지 않아 방사선피해가 거의 없다는 것, 설비구조가 간단하면서도 효율이 매우 높다는 것, 증기터빈과 발전기가 없이 직접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핵기술선진국들은 그처럼 이상적인 핵융합기술을 실용화한 핵융합로를 왜 아직 만들지 못한 것일까? 그 까닭은 열핵기술수준이 고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수소-붕소 집초핵융합을 일으키는 극고열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2중수소-3중수소 핵융합을 일으키는 점화온도는 섭씨 1,000만도인데, 수소-붕소 집초핵융합을 일으키는 점화온도는 섭씨 1억도나 된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이미 핵융합기술개발에서 성과를 이룩한 우리나라의 과학자들도 수소-붕소 집초핵융합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미 2010년에 독자적인 기술로 열핵반응장치를 설계, 제작하였을 뿐 아니라, 핵융합반응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북이 그 다음 단계에서 추진하는 국책사업은 핵융합반응을 실험하는 열핵실험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북은 열핵실험로를 건설하고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2014년 11월 25일 미국의 대북정보분석 웹사이트 ‘38 노스(North)’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이 관심을 끈다. 미국의 위성사진분석가인 커티스 멜빈(Curtis Melvin)이 쓴 ‘평양의 지속적인 전력문제(Pyongyang's Perpetual Powewr Problems)’라는 제목의 글은 집필자의 왜곡된 대북관과 북의 전력사정에 관한 외부의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사진 6> 미국의 위성사진분석가 커티스 멜빈은 2014년 8월에 북측 각지를 촬영한 상업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하다가, 평양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강동군 삼덕리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건설공사현장을 발견하였다. 이 사진은 북이 그곳에 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라고 오판한 그가 화력발전소 시설물로 잘못 표기한 위성영상자료다. 그의 판독오류와 달리, 북은 그곳에 열핵실험로를 건설하는 중이다.     © 자주민보

그는 미국 상업위성이 2014년 8월에 북측 각지를 촬영한 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하였는데, 평양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강동군 삼덕리의 커다란 건설장이 그 위성영상자료에 나타났다. <사진 6> 그의 영상자료분석에 따르면, 강동군 삼덕리의 건설공사는 2010년 말 또는 2011년 초에 시작되었는데, 지난 8월에 촬영된 상업위성영상자료를 보면 그동안 건설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서 공사 중인 시설물의 위치와 형태를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지닌 커티스 멜빈은 위성영상자료에 나타난 강동군 건설장에서 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고 쉽게 단정해버렸다. 하지만 그러한 단정은 위성영상판독에서 오류를 범한 것으로 된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자기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북의 언론매체들은 강동군 건설장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강동군 건설공사가 화력발전소 건설공사라면 북의 언론매체가 그에 대해 보도하지 않을 리 없다.

북의 언론매체들은 현재 북에서 계단식으로 건설 중이거나 최근에 완공된 수력발전소들인 청천강유역의 희천발전소들, 서두수의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들, 예성강의 청년발전소 등 북측 각지의 발전소건설장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해왔으며, 때로는 상보도 발표하였다. 그런 보도가 자주 나가야 건설자들의 사기와 의욕이 높아지고, 북측 인민들의 건설장지원사업이 군중운동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당조직과 건설자들과 인민들이 대규모 건설공사를 합심하여 함께 추진하는 것은 북이 지켜온 오랜 전통이고, 그런 전통의 계승과 발전을 추동하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건설장에 대한 언론보도인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북의 언론매체들이 강동군 건설장에 대해 당연히 보도해야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보도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착공한 때로부터 근 4년이 되어오는 오늘까지 전혀 보도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완공될 때까지도 그에 관한 보도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북이 강동군 건설공사를 그처럼 조용하게 진척시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런 특이한 현상은 강동군 건설공사가 일반적인 건설공사가 아니라 매우 특별한 건설공사임을 말해준다.
강동군에서 진행되는 매우 특별한 건설공사는 북이 그곳에서 조용히 열핵실험로를 건설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에서 독특한 열핵반응장치가 설계, 제작되었다는 사실과 핵융합반응실험에 성공하였다는 사실이 북의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진 때로부터 약 7~8개월 뒤에 강동군에서 대규모 건설공사가 시작된 것은, 그 건설공사가 화력발전소 건설공사가 아니라 열핵실험로 건설공사라는 나의 견해를 강하게 뒷받침해준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전 세계 35개국이 공동출자와 기술협력을 통해 프랑스 카다라쉬에 국제열핵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게, 북은 단독으로 강동군에 열핵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은 북이 핵융합기술 국제협력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하였으므로, 북은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핵융합기술을 발전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의 핵융합기술과 북의 핵융합기술이 융합되어 동반상승효과를 내오며 세계핵융합기술분야를 선도할 수 있을 텐데, 분단현실은 ‘인공태양’을 향한 남과 북의 원대한 꿈마저 가로막고 있다.

강동군 건설공사가 언제 끝날지 위성영상자료만 보고서 알 수 없지만, 강동군 열핵실험로가 완공되는 날 북은 ‘인공태양’이 무한정한 빛과 열을 안겨줄 내일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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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미국의 나토동진정책으로 북러관계 강화된다

[한호석의 개벽예감] (140)
자주민보 2014년 12월 0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2014년 11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전러시아인민전선'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 연설에서 그는 "그 누구도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강한 대미항전의지를 표명하였다.     © 자주민보


러시아의 안전을 전면적으로 위협하는 미국의 나토동진정책
 
지난 11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전러시아인민전선(All-Russia People's Front, ONF)’ 회의에서 연설하였다. <사진 1> 2011년 5월 6일 푸틴 대통령은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Yedinaya Rossiya)과 각계각층 대중단체들이 망라된 광범위한 정치연합체를 창설하였는데, 그 정치연합체가 바로 ‘전러시아인민전선’이다.

그 날 푸틴 대통령은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 말미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희생시켜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우리를 복종시키기 원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 누구도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로이터통신> 2014년 11월 18일 보도기사는 푸틴 대통령의 위와 같은 연설대목에서 만장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짤막한 보도기사만 읽어보아서는 푸틴 대통령의 연설내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힘들지만,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그가 강한 대미항전의지를 표명하였음을 직감할 수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읽을 수 있는 중대한 의미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지난 11월 18일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내전이 러시아를 굴복시키려는 미국의 책동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지적하였다. 우크라이나내전이 러시아를 굴복시키려는 미국의 책동에 의해 발생하였다는 그의 연설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아래와 같은 배경설명이 요구된다.

미국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면, 우크라이나내전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세력과 친러시아세력 사이에서 벌어진 무력충돌로 보이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면, 유럽전역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지배주의정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이 폭발되었을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친서방세력에 대한 미국의 은밀한 공작으로 내전이 더욱 격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지배주의책동으로 내전이 폭발하였고, 미국의 은밀한 공작으로 내전이 격화되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내전과 시리아내전은 서로 닮은꼴이다. 세계 곳곳에서 약소민족들에게 민족분열을 강제하고, 약소국들을 분쟁과 내전으로 몰아넣는 피비린내 나는 살륙현장마다 아메리카제국의 책동과 공작이 꿈틀거린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내전에서도 확인된다. 그 사연은 아래와 같다.

2010년 7월 우크라이나 의회는 빅토르 야누코비취(Viktor Yanukovych)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출한 우크라이나의 비동맹지위법안을 채택하였다. 이 법안채택으로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시키려던 미국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되었다. 미국은 야누코비취 정권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야누코비취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유럽연합 결합합의’에 서명을 거부하였던 2013년 11월 21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서 친서방세력(Euromaidan)이 반정부폭동을 일으켰다. 만일 야누코비취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 합의문에 서명하였더라면,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에 사실상 종속되고 말았을 것이다. 야누코비취 정권의 전복과 우크라이나-유럽연합의 결합을 요구하며 일으킨 우크라이나 친서방세력의 반정부폭동이 격화되자 결국 2014년 2월 22일 우크라이나의회는 대통령탄핵안을 의결하였고, 2월 24일 우크라이나사법당국은 반정부폭동 중에 사망한 민간인들을 대량살해한 혐의로 야누코비취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였다. 야누코비취 대통령은 그 전날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로 망명하였다.

지난 4월 중순 존 브렌넌(John O. Brennan)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하여 과도정부 지도급 인사들과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 책임자들을 두루 만났다. 지난 5월 4일 독일 일간지 <벨트(Die Welt)>의 보도에 따르면, 브렌넌 국장이 우크라이나를 비밀리에 방문한 직후 미국은 중앙정보국과 연방수사국(FBI)의 비밀요원들을 키예프에 잠입시켜 과도정부를 지원하였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에서 친미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비밀선거공작을 전개하였다. 지난 5월 25일에 실시된 대선에서 미국의 비밀선거공작에 따라 승리하여 대통령이 된 사람은 페트로 포로쉔코(Petro Poroshenko)다.

지난 11월 24일 페트로 포로쉔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비동맹지위를 포기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필요한 요구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였는데, 이 기준이 충족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가입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미인사인 그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을 적극 추종하여 우크라이나를 기어이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18일 워싱턴 디씨에서 오바마-포로쉔코 회담이 진행되었는데, 그 회담에서 포로쉔코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군사지원을 요청하였고, 오바마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포로쉔코 정권에게 5,3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하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유럽에서 러시아와 무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러시아 군사동맹체다. ‘위킬릭스(Wikileaks)’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유럽전선을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인 폴란드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에 새로 가입한 발트3국으로 확장하였고, 이미 2010년 초에 대러전쟁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미국이 이처럼 대러전쟁계획을 움켜쥐고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앞세워 반러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서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력을 더욱 증강하고, 동유럽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와 군사기지를 확장하는 도발적인 반러군사행동으로 전개되는 중이다.

▲ <사진 2> 무력위협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미국은 지난 9월 8일부터 10일까지 흑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인 캐나다, 스페인, 터키, 루마니아의 해군무력과 미가입국인 우크라이나의 해군무력을 동원하여 '해풍-2014'라는 이름의 대러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미국의 대러무력위협은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일으키며 유럽정세를 위험한 지경으로 끌어가고 있다.     © 자주민보

이를테면, 미국은 지난 6월 3일 자국 본토에 배치하였던 B-52 전략핵폭격기 세 대를 영국에 전진배치하는 것과 더불어 미사일구축함 네 척을 스페인 영해에 전진배치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지난 9월 4일과 5일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군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문제와 신속대응군을 창설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에 순환배치하는 문제를 결정하였고, 지난 9월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은 흑해 북서해상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인 캐나다, 스페인, 터키, 루마니아의 군함들과 미가입국인 우크라이나의 군함들을 동원하여 ‘해풍(Sea Breeze)-2014’라는 이름의 대러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였으며, 지난 9월 15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 15개국의 특수전 병력 1,300명을 동원하여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에서 ‘재빠른 삼지창(Rapid Trident)’이라는 이름의 대러지상전연습까지 감행하였다. <사진 2>

이처럼 대러전쟁연습에 부쩍 열을 올리는 미국은 지난 10월 10일 루마니아에서 대러미사일방어기지를 완공하였으며, 폴란드에서도 2018년까지 대러미사일방어기지를 완공하기 위한 공사를 추진 중이며, 2015년까지 전차 100대와 장갑차들로 편성된 기계화부대를 루마니아육군기지에 전진배치하기로 하였다.

 발트3국에 벨로루시 우크라이나까지 친유럽으로 돌려세우면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육로가 막히게 된다. 천연가스, 석유수송관도 당연히 막힌다.

유럽지도를 보면, 동유럽에서 러시아로 통하는 전략요충지의 북부에 발트3국으로 알려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있고, 그 전략요충지의 중부에 벨라루스가 있고, 그 전략요충지의 남부에 우크라이나가 있다. 동유럽에서 러시아로 통하는 전략요충지를 장악하려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은 위에 열거한 다섯 나라에 집중되었다. 미국이 추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이 반러적대정책의 산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데, 그 전개과정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2004년 3월 29일 발트3국을 북대서양조약기구로 끌어들였다. 또한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주재하는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1997회계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한 해 동안만 해도 미국은 벨라루스에서 친미세력의 집권을 지원하기 위한 비밀공작에 1,950만 달러를 지출하였다. 그리하여 미국의 재정지원과 폴란드의 배후조종을 받은 ‘재벨라루스폴란드인연합’은 2006년 9월에 반정부시위를 일으켰다. 이처럼 러시아에 인접한 동유럽나라들에 친미정권을 수립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을 추진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그냥 내버려둘 리 만무하다. 2004년 11월 22일부터 2005년 1월 23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른바 ‘오렌지혁명’이라는 반정부폭동이 일어나 친미우익정당 ‘전우크라이나조국연합’이 집권하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공작목표는 그 나라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는 것인데, 그 문제에 관한 논의는 2008년 3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 외무장관회담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이 동유럽에서 반러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일 우크라이나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미국의 비수가 러시아의 목을 겨누는 매우 위험한 정세가 조성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처럼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러시아는 자국의 흑해함대가 배치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로부터 자국 영토로 귀속시켰고, 친러시아세력과 반러시아세력이 맞붙은 우크라이나내전에 개입하여 친러시아무장세력을 적극 지원하였다.
 
 
러시아의 ‘돈줄’ 끊어버리려는 미국의 대러경제제재

지난 11월 18일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절대로 미국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대미항전의지를 표명하면서, 특히 러시아의 국방부문과 농업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체 러시아 인민들의 단결을 반복적으로 호소하였다.

러시아가 미국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대미항전의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핵강국인 러시아를 무력으로 쉽사리 굴복시키지 못할 것임을 아는 미국은 반러무력증강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러시아에서 친미세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와해시키려는 경제제재의 고삐를 틀어쥐었다. 러시아가 미국에게 굴복할 때까지 강력한 대러적대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 미국의 속셈인 것이다.

<뉴욕타임스> 2012년 3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증진시키기 위해  5,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말한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라는 것은 러시아의 친미세력에게 붙인 위장명칭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내전에 개입하였다는 것을 구실로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을 동원하여 강도 높은 대러경제제재를 감행하고 있다.  미국의 대러경제제재는 러시아의 ‘돈줄’을 끊어놓는 것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국가재정의 상당부분을 석유수출로 충당하고 있으므로, 미국이 러시아의 ‘돈줄’을 끊어놓는 방도는 러시아의 석유수출을 방해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 통신 2014년 11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과 10월 미국은 뉴욕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중동의 친미국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비밀회담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석유수출을 방해하기 위해 석유수출량을 증대시키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경우 원유감산으로 수출량을 감축하여 국제유가의 추가하락을 막아야 하는 게 정상인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월 배럴당 110달러나 하던 국제유가가 8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는데도 원유를 감산하기는커녕 원유증산과 석유수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증산이 불러온 국제유가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나라는 러시아다. 이를테면, 국제유가폭락으로 러시아 통화 루블화의 가치는 올해 초에 비해 30%나 급락했고, 요즈음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9%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

▲ <사진 3> 지금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모결탁하여 국제유가조작책동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수준에서 8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였고, 석유수출국기구가 석유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후에는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유가폭락사태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며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에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가했다. 러시아는 국제유가폭락으로 연간 1,0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러경제제재로 연간 4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     © 자주민보

그런데 지난 11월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친미산유국들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하루 3,000만 배럴을 생산하는 현재 수준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결정하였다. 이런 결정은 국제유가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국제석유부문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였다. <사진 3>

푸틴 대통령은 2014년 10월 16일 이탈리아 밀란에서 포로쉔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에 머문다면, (러시아의) 석유생산체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가 그처럼 우려한 까닭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간의 러시아 국가재정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100달러 선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모결탁으로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나드는 국제유가가 무너져 60달러 선으로 폭락하면, 러시아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영국 <BBC> 텔레비전방송 2014년 11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장관은 국제유가폭락으로 러시아가 연간 1,0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러경제제재로 연간 4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위에 서술한대로 지금 미국이 정치, 군사, 경제부문에 걸쳐 반러총공세를 퍼부으면서 러시아에게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1월 18일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왜 그처럼 강하게 대미항전의지를 표명하였는지 알 수 있다. 

▲ <사진 4> 미국의 반러적대정책과 대러무력위협에 맞서 러시아는 2010년에 발표한 러시아군 군사교리를 수정, 보완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강력한 핵타격수단을 동원한 대응군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 11월 26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 총참모부인 보차로프 루체이에서 군지휘관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 자주민보


미국의 대러무력위협에 맞서는 러시아의 군사활동

푸틴 대통령의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 2014년 11월 18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연설 중에 미국과 유럽연합의 압박에 맞서 국방부문과 농업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체 러시아인민들이 굳게 단결하자는 호소를 반복하였다고 한다. 그는 단결한 러시아인민들에게 총과 빵이 있으면 러시아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전면적인 압박을 받는 러시아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강한 군력이다. 대러전쟁계획까지 세워놓고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러시아 인접국들에로 확장하려는 미국의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생각하면, 러시아에게 군력강화가 얼마나 시급하고 중대한 일인지 직감할 수 있다.

우선 러시아는 기존 군사교리를 수정, 보완하는 것으로 군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지난 9월 2일 미하일 포포프(Mikhail Popov)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부서기는 2010년에 채택된 러시아군 군사교리를 수정, 보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 4>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모스크바 인근에서 진행된 청년대회에 참석하여 “서방나라들은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우리는 어떤 공격에도 대응할 준비태세를 갖추었다”고 말했다. 만일 러시아가 핵강국이 아니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미국의 무력침공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의 핵무력이야말로 아메리카제국의 무력침공위험으로부터 러시아의 자주권과 안전을 지켜주는 가장 믿음직한 전쟁억지력인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를 노리는 미국의 무력위협이 가중될수록 러시아는 핵타격수단을 동원한 군사대응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 9월 4일과 5일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문제와 신속대응군을 창설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들에 순환배치하는 문제가 결정되자마자, 러시아의 뚜(TU)-95 전략핵폭격기들이 아이슬란드 영공, 그린란드 영공, 캐나다 북동부 영공에 순차적으로 접근하면서 미국 본토의 타격목표들을 향해 핵탄을 장착한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공중핵타격연습을 실시하였다.

지난 10월 28일 전략핵폭격기 4대와 공중급유기 4대로 편성된 러시아 공중핵타격비행편대가 북해 상공에 나타났다. 러시아의 전략핵폭격기들은 북해 상공을 지나 영국 영공에 접근하였고, 포르투갈 영공 인근까지 남하하였다. 거의 같은 시각, 미그-31 2대와 수호이-34 2대 등 전투기 7대로 편성된 러시아 요격비행편대가 발트해 상공에 나타났고, 전략핵폭격기와 전투기 4대로 편성된 공중핵타격편대가 흑해 상공을 남하하여 터키 영공에 접근하였다.

지난 11월 12일 세르게이 쇼이구(Serey Shoygu)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뚜-95 전략핵폭격기들이 러시아 국경지대 상공과 북극해 상공은 물론 대서양 서부상공과 태평양 동부상공, 카리브해 상공과 멕시코만 상공까지 남하하여 정기적으로 초계비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략핵폭격기를 동원하는 것만 아니라 공군력과 해군력도 동원하여 미국의 대러무력위협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10월 29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진행된 러시아-벨라루스 국방부 합동회의에서 2015년에 벨라루스 동부지역에 러시아 공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월부터 수호이-27 전투기 4대를 벨라루스 서남부지역에 주둔시키고 있는데, 동부지역에 두 번째 공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11월 초에 펴낸 군사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은 올해 발트해 군사훈련을 지난해보다 70% 증가시켰다고 한다.

▲ <사진 5>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포로쉔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 디씨에서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반러공세를 더욱 강화하려는 밀담을 나누었던 지난 11월 1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파견한 최룡해 특사가 크레믈린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하였다. 같은 날 이루어진 오바마-포로쉔코 워싱턴 회담과 최룡해-푸틴 모스크바 회담의 극적인 대조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과 그에 맞선 북러반제공동전선이 격돌하기 시작하였음 말해준다.     © 자주민보


푸틴 대통령의 평양방문시기 앞당긴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파견 

미국의 무력침공위협과 경제제재압박으로부터 자기의 자주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미전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두 핵강국이 있다. 조선과 러시아다. 북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맞서 싸우고, 러시아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에 맞서 싸운다. 그런 북과 러시아가 반미공동전선에서 손을 잡지 않는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소련의 해체로 세계사회주의진영이 와해된 이후, 북은 사실상 단독으로 미국에 맞서 싸워왔다. 쿠바, 이란, 시리아가 반미공동전선에서 북과 연대해왔지만, 그 나라들은 핵강국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으로 직접적인 안보위협을 받기 시작한 핵강국 러시아가 반미공동전선에 적극 동참하게 된 것은 조국통일대전을 앞둔 북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최근 급속히 강화발전되는 북러관계의 동향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워싱턴 디씨에서 진행된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반러공세를 더욱 강화하려는 오바마와 포로쉔코의 밀담이 오갔던 지난 11월 18일,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대미항전의지를 밝혔던 바로 그 날, 모스크바 크레믈린에 들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러시아에 파견한 최룡해 특사였다. 최룡해 특사는 크레믈린에서 푸틴 대통령을 접견하였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에게 보내는 인사와 친서를 정중히 전달하였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룡해 특사와 푸틴 대통령은 “조로 두 나라 사이의 호혜적인 협조를 더욱 확대발전시키며 뜻깊은 2015년에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들에서 교류와 접촉을 가일층 심화시키려는 쌍방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고 한다.

지난 11월 20일 최룡해 특사는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i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을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만나 회담을 시작하기 직전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를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은 두 나라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밀접히 하고 친분관계를 강화해서 양국 상호관계 발전의 더 큰 성과를 내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친서에서) 정치, 경제, 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조로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방도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였다”고 말했다. 최룡해 특사의 이 발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의 친서에서 북러정상회담에 관한 견해를 표명하였음을 말해준다. 최룡해 특사의 러시아 방문에서 주목해야 할 성과들이 많은데, 이 글에서는 북러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논한다.

첫째, 지난 11월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최룡해 특사와 약 1시간 30분 동안 회담한 직후 단독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최고위급 회담을 포함하여 다양한 수준의 대북접촉을 양측이 합의한 시기에 진행할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발언은 러시아가 북러정상회담 준비를 이미 완료하고 북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북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북러관계의 전후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남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친서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북러정상회담을 제의하였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실제 상황은 그런 추측과는 정반대다. 북러정상회담 준비를 완료하고 상대의 응답을 기다리는 쪽은 러시아다.

지금 러시아는 북러정상회담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 서술한 것처럼,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는 시련을 겪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의 평화와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는 시련 속에서 푸틴 대통령은 14년 전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서명한 ‘조로공동선언’을 상기하였을 것이다. 2000년 7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서 진행한 북러정상회담에서 서명한 ‘조로공동선언’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로씨야에 대한 침략위협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되여 협의와 호상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함께 싸울 든든한 반미우방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하는 때다. 물론 러시아는 중러협력관계를 전반적으로 심화발전시키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과 전면대결을 생각하지 않으므로 러시아에게 중국은 ‘가장 든든한’ 반미우방이 되지 못한다. 러시아에게 가장 든든한 반미우방은 우크라이나내전이 더욱 격화되어 러시아와 미국이 무력충돌을 벌일 경우, 러시아와 함께 대미전쟁에 동참할 나라다. 러시아가 대미전쟁에 나설 경우 중국은 러시아를 지지하겠지만, 대미전쟁에 동참하여 미국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정전상태에서 대미전면대결을 벌여오면서 최후의 반미결전준비를 완료한 핵강국 조선만이 유사시에 러시아의 대미전쟁에 동참하여 미국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 러시아가 왜 북러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절실히 바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둘째, 김정은 제1위원장은 최룡해 특사를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전한 친서에서 북러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회담을 평양에서 먼저 개최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제1차 북러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이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이후 적절한 시기에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제2차 북러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예견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북은 작은 나라이고, 러시아는 큰 나라이므로, 사람들은 북의 최고영도자가 먼저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런 예상은 북이 다른 나라들 특히 큰 나라들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러관계는 소국과 대국의 관계가 아니라 핵강국 대 핵강국의 대등한 관계다. 더욱이 북은 최후의 반미결전에 나설 전면전준비를 이미 완료하였고, 러시아는 뒤늦게 반미대결에 나섰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반제군사전선에서 북이 러시아보다 앞선 나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푸틴 대통령은 반제군사전선에서 러시아보다 앞서나간 북을 먼저 방문하여 북러정상회담을 진행한 선례를 남겼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2000년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여 제1차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2001년 8월 4일과 5일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제2차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2001년 8월 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조로모스크바선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북을 다시 방문하도록 초청하였고, 푸틴 대통령은 그 초청을 “감사히 수락하였다”고 명시하였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밝힌 초청의사가 13년 세월을 뛰어넘어 이제 김정은 제1위원장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2년 전에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방북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붕> 2012년 8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9월 8일과 8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자신이 평양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북러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다. 2년 전 푸틴 대통령의 북러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에 최룡해 특사를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그 제의를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세계적인 범위에서 반미공동전선이 획기적으로 강화,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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