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30

무장장비관 견문록(5) 내 손끝에 전해진 화성-13의 짜릿한 금속감촉

[한호석의 개벽예감](72)
자주민보 2013년 07월 3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화성-11과 OTR-21은 서로 무관하다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의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서 내가 끝으로 살펴본 것은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화성-11이다. <사진1>은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3축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11인데, 장방형 전시실에 있는 화성-11 정밀축소모형도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실물과 똑같은 모습이다.

▲ <사진1> 2012년 10월 10일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화성-11.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에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화성-11도 똑같이 생겼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의 말에 따르면, 북에서는 화성-11을 ‘작전로케트’라 부른다고 한다. 거기에 전시된 화성 계열의 다른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들도 모두 작전에 동원되는 미사일인데, 왜 화성-11을 특별히 ‘작전로케트’라고 부르는 것일까? 전시에 화성-11이 단거리미사일타격전에서 주되는 역할을 하는 작전미사일(operational missile)이기 때문에 ‘작전로케트’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미국 군부는 화성-11을 ‘KN-02’라고 제멋대로 부르는데, KN은 그들이 북을 지칭하는 국가약호(country code)다. 미국 군부는 화성-11을 ‘KN-02’라는 자의적 명칭으로 부르면서 때로 ‘독사(Toksa)’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화성-11의 탄두중량은 500kg, 탄길이는 6.4m, 탄지름은 0.65m다. 또한 화성-11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이기 때문에 발사준비시간이 매우 짧다. 그런데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제각기 언급한 화성-11의 사거리는 120km, 140km, 160km 등으로 추정편차가 크다. 아무리 추정이라고 하지만, 편차가 왜 그렇게 큰 것일까? 그 까닭은,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러시아군의 지대지단거리미사일 OTR-21 토취카(Tochka)의 성능지표를 가지고 화성-11의 성능을 추정하였기 때문이다.

몇몇 미사일생산국들이 만든 지대지단거리미사일들은 서로 비슷하게 생겨서 외형만 보고서는 독자개발인지 모방생산인지 구분하기 힘들지만, 화성-11 자행발사대와 OTR-21 자행발사대는 전혀 다르다. <사진2>는 미국 군부가 ‘풍뎅이(Scarab)’라고 제멋대로 부르는 러시아군의 지대지단거리미사일 OTR-21이다. 화성-11을 탑재한 자행발사대는 트럭형 차량이고, OTR-21을 탑재한 자행발사대 ‘BAZ-5921’은 수륙양용차량이다.

▲ <사진2> 러시아군의 지대지단거리미사일 OTR-21.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의 화성-11이 OTR-21 모조품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harpoondatabases.com), 한호석]


러시아군은 1세대 OTR-21을 1975년에 실전배치하였는데, 그 사거리는 70k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러시아군이 성능을 향상시켜 1989년에 실전배치한 2세대 OTR-21의 사거리는 120∼140km로 늘어났다. 이런 정보를 알고 있는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1세대 OTR-21을 역설계하여 화성-11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하면서, 화성-11의 성능을 2세대 OTR-21만큼 향상시켰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화성-11의 사거리를 120∼140km라고 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는 화성-11의 사거리를 가장 짧게 추정하여 120km라고 하였고, 또 다른 군사전문 웹사이트 ‘미사일 위협(Missile Threat)’은 화성-11의 사거리를 그보다 조금 더 길게 추정하여 160km라고 하였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미사일 위협’의 추정자료가 아니라 ‘글로벌 씨큐리티’의 추정자료를 인용하여 화성-11의 사거리를 120km라고 보도하였으며, 그에 따라 남측에는 화성-11의 사거리가 120km로 잘못 알려졌다.

그런데 러시아가 1990년대에 실전배치한 3세대 OTR-21의 사거리는 185km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OTR-21을 모방하여 화성-11을 만들었다고 추정하면서도, 사거리가 185km가 되는 3세대 OTR-21을 모방하였다고는 말하지 않고, 그보다 한 급 낮춰 2세대 OTR-21을 모방하였다는 식으로 과소평가하였다.

북이 OTR-21을 모방하여 화성-11을 만들었다는 모조품설은 ‘글로벌 씨큐리티’에 게시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자료에 따르면, 1996년에 시리아의 미사일기술자들이 두 주간 동안 방북하면서 OTR-21을 북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서술하였고, 북이 시리아로부터 제공받은 OTR-21을 분해하고 역설계하여 화성-11을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서술하였다.

그러나 아래의 정보를 읽어보면,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언급한 위의 모조품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북이 화성-11을 시험발사한 때는 2004년이고, 생산한 때는 2006년이고, 실전배치한 때는 2008년이다. 그렇다면 북은 시리아에서 OTR-21을 제공받은 1996년으로부터 8년이 지난 뒤에 화성-11을 시험발사한 것이므로 OTR-21을 역설계하여 모조품을 만들기까지 무려 8년이나 걸린 셈이다.

한국군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2년 4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북에서 미사일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전문인력은 10,000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처럼 방대한 전문인력이 만든 중거리미사일 화성-10을 1993년에 시험발사하였고, 1994년에는 초정밀타격미사일인 화성-9를 시험발사한 북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기간에 단거리미사일 모조품을 8년이나 걸려 만들었다는 추론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다. 모조품설이 억측과 편견이 빚어낸 엉터리 추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화성-11이 OTR-21 모조품이 아니라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역설적 논거로 된다. 

북의 초단기속결전 시나리오에 나올 만한 화성-9와 화성-11 

북은 6.25전쟁의 3년을 ‘조국통일대전’의 3일로 대폭 축소하는 전쟁시나리오를 준비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전쟁기간을 3년에서 3일로 축소하여 ‘조국통일대전’을 단숨에 끝내야 전쟁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그렇게 전쟁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반도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초단기속결전 시나리오가 전쟁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인민군에게 초단기속결전 시나리오는 전쟁소설이 아니라 실제작전이다.

초단기속결전 시나리오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병원치료에 비유하면 전신마취와 환부수술을 한꺼번에, 단숨에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의사가 중환자를 수술하려면 긴 시간에 걸쳐 전신마취와 환부수술을 해야 하지만,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 비결은 전신마취와 환부수술을 한꺼번에, 단숨에 실행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 시나리오를 예상하면, 남측의 전력망, 통신망, 교통망, 전산망을 전면마비상태에 빠뜨리는 순간 한미연합군기지들을 초정밀타격으로 동시에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전쟁이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화성-9와 화성-11을 실전배치하였으므로, 초단기속결전은 전쟁소설이 아니라 실제작전으로 될 수 있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화성-9 탄두부 꼭지의 타격신관 부위를 화성 계열의 다른 미사일들이 붉은 색으로 칠한 것과 달리 검은 색으로 칠한 것은 화성-9가 남측의 전력망, 통신망, 교통망, 전산망을 찰나에 암흑 속에 빠뜨릴 전자기파탄두(EMP warhead)를 장착하였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탄이 공중에서 터질 때나 전자기파탄이 공중에서 터질 때 모두 전자기파가 방출되지만, 전자기파탄은 핵탄과 전혀 다르다. 전자기파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면 전자기파 파장이 최고점에 이르는 시간이 핵탄이 폭발할 때 걸리는 시간보다 짧으므로, 핵탄폭발보다 훨씬 더 강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래서 방호시설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핵탄폭발에서 방출되는 주파수는 분석할 수 있지만, 전자기파탄 폭발에서 방출되는 주파수를 분석하는 기술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개발하지 못했으므로, 전자기파를 막아낼 방호시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 10월 22일 방위사업청이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군이 건설한 모든 방호시설은 핵탄폭발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만 막을 수 있을 뿐이고 전자기파탄 폭발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는 막지 못한다. 이런 맥락을 보면, 한국군의 주요군사시설 221개소와 야전방호설비 4,654대는 인민군의 전자기파탄에 완전히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전자기파탄두를 장착한 화성-9 한 발을 남측 중앙부의 50km 고공으로 쏘아 올려 폭발시키면, 공중폭발원점으로부터 반경 100km 안에 있는 전력망, 통신망, 교통망, 전산망이 완파된다. 전산망이 그처럼 취약한 것인데도 한국군은 전산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망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이라는 군사교리에 집착하고 있다. 원래 망중심전 교리는 미국군 합참본부가 1996년에 내놓은 것인데, 한국군이 그것을 따라하는 것은 패전으로 전락하는 지름길이다.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전자기파탄두를 장착한 화성-9를 발사하여 남측의 전력망, 통신망, 교통망, 전산망을 완파하는 것으로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두 번째 임무는 초정밀타격능력을 지닌 미사일로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을 기습타격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피습위험을 느낀 한미연합군은 북의 미사일 기습타격으로부터 살아남는 생존방도를 강구하였다. 그들의 생존술은 강력한 방호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강력한 방호시설로 건설된 군사기지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전쟁지휘소, 서울 관악구의 남태령 전쟁지휘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청계산 전쟁지휘소, 충청남도 계룡시 신도안면의 계룡산 전쟁지휘소, 경상북도 대구시 남구의 비파산 전쟁지휘소 등이다.

이 전쟁지휘소들은 산을 끼고 강력한 방호시설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북의 1세대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화성-5로는 타격하기 힘들다. 전시에 북이 미사일로 위에 열거한 전쟁지휘소들을 타격하려면,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고성능 지대지단거리미사일이 있어야 한다. 그런 작전목적에 따라 북이 개발한 고성능 미사일이 <사진3>에서 보이는 화성-11이다. 실제로 화성-11은 GPS(위성항법체계)유도장치와 관성유도장치로 비행하기 때문에 초정밀타격이 가능하다. <로동신문> 2013년 3월 6일부에 서술된 “세상이 알지 못하는 우리식의 정밀핵타격수단”이 바로 화성-11인 것으로 생각된다.

▲ <사진3> 3축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11. 탄두부의 타격신관 부위에 도색된 붉은 색이 선명하다. 화성-11에는 위성항법체계유도장치와 관성유도장치가 이중으로 내장되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Koh Santepheap Daily), 한호석]


화성-11은 아직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어서 작전효과를 알 수 없지만, 러시아군이 두 차례 실전에서 사용한 OTR-21의 작전효과를 알아보면 화성-11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를테면, 1999년 10월 체첸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발사한 OTR-21은 당시 체첸반군이 점령하고 있었던 그로즈니(Grozny)시 중심가를 강타하였다. 또한 2008년 8월 그루지아-오세티아전쟁에서 러시아군은 고리(Gori)시의 타격목표들을 향해 OTR-21 15기 발사하여 전쟁지휘소를 파괴하였다.

러시아군이 OTR-21로 파괴한 전쟁지휘소는 위에 열거한 한국군 전쟁지휘소들 만큼 강한 방호력을 갖춘 기지가 아니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OTR-21 15기를 발사하여 그것을 파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전쟁지휘소들은 매우 강한 방호력을 갖추었으므로 북이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화성-11로는 파괴하기 힘들며, 따라서 전시에 북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1을 그곳에 쏠 것으로 보인다.

북에서 인민군의 기습타격에 대해 말할 때 “불벼락을 친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데,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초정밀미사일인 화성-11이야말로 그런 표현에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북에서 왜 화성-11을 ‘작전로케트’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미국 군부가 왜 화성-11을 ‘독사’라는 별칭으로 부르는지 알 수 있다. 

2013년 7월 25일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2014∼2018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한국군은 전시에 인민군 미사일을 요격할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15조2,000억 원(140억 달러)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군의 미사일방어망이 30∼33분 동안 한반도 북부에서 미국 동북부로 날아가는 인민군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하는 판인데, 미사일방어망 관련기술에서 미국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뒤떨어진 한국군이 한반도 상공을 2∼3분 동안 순식간에 종단비행하는 인민군 미사일을 막으려 한다는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린다. 실패로 끝나게 될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국민의 혈세 140억 달러를 허비하지 말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위해 140억 달러를 쓰면 전쟁위험을 해소하고 평화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

세계 정상급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내가 다섯 차례에 걸쳐 <자주민보>에 연재하는 무장장비관 견문록에서 마지막으로 서술해야 할 아주 중요한 대상이 있다. 전략로케트관 반구형 전시실에 실물이 전시된 화성-13이다. 미국 군부는 화성-13을 ‘KN-08’이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지금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대포동’이라는 명칭의 장거리미사일 2종을 1990년대 후반에 생산하였다는 추론을 정설로 믿고 있다. 그 추론의 구체적인 내용은 탄두중량이 1,000∼1,500kg이고, 사거리가 1,500∼2,500km인 시제품 ‘대포동-1’을 1997년 또는 1998년에 만들었고, 탄두중량은 ‘대포동-1’과 똑같고 사거리만 4,000∼8,000km로 더 늘어난 시제품 ‘대포동-2’를 1999년에 만들었다는 것이다.

1998년 8월 24일 당시 미국군 합참의장 휴 쉘튼(H. Hugh Shelton)은 미국 연방상원의원 짐 인호프(Jim Inhofe)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이 앞으로 3년 뒤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그로부터 한 주간이 지난 8월 31일 북은 광명성 1호를 탑재한 위성운반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원래 ‘대포동미사일’ 추론을 제기한 사람은 북의 군사문제에 관한 집필활동을 오랫동안 계속해온 미국인 군사전문가 조셉 버뮤디즈(Joseph S. Bermudez)다. 그는 1999년에 발표한 논문 ‘조선의 탄도미사일 개발사(A History of Ballistic Missile Development in the DPRK)’에서, 그리고 2000년에 발표한 논문 ‘북코리아의 장거리미사일(North Korea's Long-Range Missile)’에서 ‘대포동미사일’ 추론을 제기하였고, 그것이 서방의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정설처럼 공인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하면서 파악한 정확한 정보에 따르면, 북에서는 ‘대포동’ 계열의 미사일을 만든 적이 없고 오직 화성 계열의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만 만들어온 것이 명백하게 실물로 입증되었다. 만일 버뮤디즈가 추정한 것처럼, 북이 정말로 ‘대포동미사일’을 만들었다면, 당연히 그것을 실전배치했어야 하는데,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 ‘대포동미사일’이 실전배치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정설처럼 믿어온 버뮤디즈의 ‘대포동미사일’ 추론은 근거 없는 소문을 억지로 꿰어 맞춘 허상이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의 머릿속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대포동미사일’의 허상은 <사진4>에서 보는 것처럼,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분열행진에 화성-13 6기가 등장함으로써 깨지고 말았다. 화성-13은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한 세계 정상급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화성-13을 세계 정상급이라고 하면 과대평가가 아니냐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아래와 같은 정보를 살펴보면, 과대평가가 아니라 실제평가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 <사진4>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세계 정상급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세계 5대 핵강국으로 자처하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다섯 나라 가운데 지상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세 나라 뿐이고, 그 중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다. 미국에는 원통형 지하격납고(silo)에 집어넣은 대륙간탄도미사일밖에 없고, 자행발사대(TEL)에 탑재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없다. 인도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사거리 10,000km 수준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애그니(Agni)-6’은 2018년이나 2019년에 가서야 실전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오늘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 러시아, 중국 세 나라밖에 없다.

러시아가 세계 정상급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Topol)-M을 원통형 지하격납고에 실전배치하기 시작한 때는 1998년인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6월에 가서야 <사진5>에서 보이는 토폴-M 자행발사대 9기를 실전배치하였다.

▲ <사진5> 러시아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Topol)-M. 화성-11과 같은 급의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russianmilitaryphotos), 한호석]


그런데 러시아가 세계 정상급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을 탑재한 자행발사대 9기를 실전배치한 때로부터 4년이 지난 2012년 4월 15일 북은 화성-13을 탑재한 자행발사대 6기를 세상에 공개하였다. 북이 화성-13을 탑재한 자행발사대를 실전배치하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의 실전배치시기를 2010년이라고 추정해도 러시아와의 시간적 격차는 불과 2년밖에 나지 않는다. 화성-13과 토폴-M은 모두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되었는데, 차이는 화성-13 자행발사대에는 원통형 발사관이 없고 토폴-M 자행발사대에는 원통형 발사관이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화성-13이 세계 정상급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성-13의 존재는 북이 미국, 러시아,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 핵강국임을 실물로 입증하였다.  

어두운 전시실 한복판에 수직으로 서 있는 화성-13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반구형 전시실에 들어서니, 조명도를 낮춰놓은 실내는 매우 어두웠다. “왜 이렇게 어두울까?” 거대한 반구형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원통형 벽면에 인공별들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나는 그 어두운 전시실이 야간작전상황을 상정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핵타격미사일을 야간에 발사한다는 뜻인가?” 

▲ <사진6>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 반구형 전시실에 수직으로 세워진 여섯 기의 대형 미사일들. 실내 조명이 어두워 이 사진으로는 식별하기 힘들지만, 자세히 보면 사진 중간부에 반구형 천장의 둥그런 모양이 희미하게 보인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어두운 전시실 내부를 촬영한 사진이어서 피사체들이 뚜렷이 보이지는 않지만, <사진6>에서 보는 것처럼 전략로케트관 반구형 전시실 안에 전시된 여섯 기의 대형 미사일 실물들은 모두 수직으로 곧추세워졌다. 크기가 가장 큰 화성-13을 전시실 중앙부에 곧추세워 전시하였고, 그 주위를 돌아가면서 빙 둘러 화성-3, 화성-5, 화성-6, 화성-7, 화성-9도 곧추세워 전시하였다. 밤하늘을 형상한 반구형 천장을 향해 수직으로 서 있는 여섯 기의 대형 미사일들 속에 들어서서 미사일들을 올려다보노라니 불현듯 압도감이 밀려왔다. 

2013년 2월 9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화성-13은 왜 흰옷으로 갈아입었을까?’의 <아사히신붕> 보도기사를 인용한 대목에서 나는 동체가 흰색으로 도색되고, 그 동체 위에 화성-13이라고 쓰인 미사일 모형이 전략로케트관 한복판에 곧추세워져 전시되었다고 서술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현장에 가보니,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화성-13 동체가 흰색으로 도색되었다는 것, 화성-13 동체에 화성-13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는 것, 그리고 화성-13 모형을 전시하였다는 것은 모두 <아사히신붕>의 오보였다. 거기 전시된 화성-13은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화성-13과 똑같이 위장무늬로 도색되었고, 동체에 화성-13이라는 명칭이 아니라 고유번호가 쓰여 있었고, 모형이 아니라 실물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화성-13을 올려다보았다. 산화제와 연료를 채워 넣었을 때 무게가 약 47t이 되는 그 거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높이가 너무 높고 실내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천장 가까이 닿아 있는 탄두부가 잘 보이지 않았고, 동체 중간쯤에 ‘지지부’, ‘고정띠’라는 흰색 글씨가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해설강사는 화성-13을 올려다보는 내게 “이것은 4단 로케트입니다”고 말했다. 이제껏 세상에는 화성-13이 3단 로켓으로 알려졌는데, 4단 로켓이라니 나는 잠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는 내 표정을 재빨리 읽었는지, 총명한 그녀는 화성-13이 3단 추진부와 1단 전투부로 구성되었다는 추가설명을 덧붙였다. 북에서 탄두부를 전투부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알았다. 

▲ <사진7>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화성-13. 탄두부에는 이중원뿔형 재돌입체가 장착되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7>에서 보는 것처럼,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의 탄두부에는 이중원뿔형 재돌입체(double-conic reentry vehicle)가 장착되었다. 그와 달리, 4축8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5와 화성-6의 탄두부에는 단순원뿔형 재돌입체(simple-conic RV)가 각각 장착되었고,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7의 탄두부에는 삼중원뿔형 재돌입체(triconic RV)가 장착되었다. 이중원뿔형 재돌입체는 단순원뿔형 재돌입체나 삼중원뿔형 재돌입체에 비해 우월한 기술적 특성을 지녔다. <사진8>에서 보는 것처럼, 이중원뿔형 재돌입체는 탄두의 질량중심점(center of mass)과 대기의 압력중심점(center of pressure)이 탄두 뒤쪽에 형성되었고, 두 중심점 사이의 거리가 서로 떨어져 있어서, 재돌입체가 타격목표를 향해 내리꽂히며 초고속 낙하비행을 할 때 탄두가 팽그르르 도는 현상을 방지하고 비행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준다.

▲ <사진8> 화성-13 탄두부에 장착된 이중원뿔형 재돌입체(NRV)는 탄두의 질량중심점과 대기의 압력중심점이 탄두 뒤쪽에 형성되고, 두 중심점 사이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다른 원뿔형 재돌입체보다 우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Arms Contrl Wonk), 한호석]


나는 2013년 2월 9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글 ‘화성-13은 왜 흰옷으로 갈아입었을까?’에서 <아사히신붕> 보도기사를 인용하면서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화성-13의 탄길이가 26m이고, 탄지름이 2.4m이어서 천장높이보다 더 높기 때문에 탄두부를 떼어내고 동체만 전시하였다고 서술하였지만, 이번에 현장에 가보니 그것은 <아사히신붕>의 오보였다. 해설강사의 말에 따르면, 화성-13의 탄길이는 22m, 탄지름은 2m이며, 탄두부를 떼어내고 전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성-13의 탄길이는 22m이고, 탄지름은 2m인데, 토폴-M의 탄길이는 22.71m이고 탄지름은 1.85m다. 이것은 화성-13과 토폴-M이 같은 급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런데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를 보면, 화성-13의 탄길이가 17m이고, 탄지름이 1.3m인 것으로 쓰여 있는데, 그것은 미사일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독일인 마르쿠스 쉴러(Markus Schiller)와 로베르트 쉬무커(Robert H. Schmucker)의 왜곡자료를 분별없이 인용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쉴러와 쉬무커는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을 보고 ‘가짜 미사일’이라고 횡설수설하면서 왜곡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화성-13에 설치된 여섯 개의 로켓발동기

▲ <사진9>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2012년 4월 14일에 진행된 무장장비관 개관식 중에 전략로케트관에서 화성-13의 최하단부를 바라보고 있다. 화성-13 실물은 원형기단과 불수강 파이프 지지대 위에 올려져 전시되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9>는 2012년 4월 16일 북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유투브(YouTube)’에 올린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를 모시고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개관식 성대히 진행 주체101(2012). 4. 14.’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당시 전략로케트관을 돌아보던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V자형으로 설치된 굵은 불수강 파이프들을 두 손으로 잡고 위쪽을 올려다보고 있다.

나는 그 기록영화장면을 보았을 때,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무엇을 올려다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번에 전략로케트관 반구형 전시실에 가서 알 수 있었다. 전시실 바닥에 그대로 곧추세워진 다른 미사일들과 달리, 불수강 파이프 여러 개를 V자형 지지대로 전시실 바닥에 설치한 커다란 원형기단 위에 화성-13이 전시된 것이다.

그 원형기단은 강화유리로 만들었다는데, 기단 안에 조명장치가 내장되어 화성-13의 최하단부를 밑에서 훤히 비춰주고 있었다. 지지대를 설치하고 원형기단 안에 조명장치를 내장한 것은, 관람자들이 화성-13의 최하단부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원형기단의 높이는 약 30cm이고, 불수강 파이프 지지대의 높이는 약 2.5m다.

나는 지지대 사이로 들어가 원형기단 위에 성큼 올라섰다. 화성-13의 최하단부 안쪽에 달려있는 또 다른 소형 조명등 두 개가 부분조명을 비춰주고 있었다. 조명광 속에 드러난 화성-13의 최하단부에는 커다란 나팔관처럼 생긴 로켓발동기 분사구(rocket engine nozzle)들과 그것을 서로 연결하는, 이름 모를 금속장치들이 정교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로켓발동기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심층정보까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중앙부에 커다란 로켓발동기 분사구 2개가 설치되고, 그 주위에 빙 둘러 그보다 크기가 작은 로켓발동기 분사구 4개가 설치된 것이 내 눈에 보였다. 화성-13의 강력한 추력(推力)은 바로 그 중심로켓발동기 2개와 보조로켓발동기 4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화성-13 실물을 보지 못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중심로켓발동기 4개와 보조로켓발동기가 4개가 설치되었을 것으로 제멋대로 상상하였지만, 그것은 빗나간 상상이다. 그들의 상상이 빗나간 까닭은, 북이 화성-13 1단 로켓을 새로 만들지 않고 미국 군부가 ‘로동-1’이라고 부르는 화성-7에 설치된 로켓발동기를 그대로 화성-13에 설치하였을 것이라고 잘못 추정하였기 때문이다. 1990년에 만든 화성-7의 로켓발동기를 15년 이상 지난 뒤에 그대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한 것은, 북의 로켓제작기술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의 엉터리 상상이다.

화성-7 로켓발동기의 추력은 27t인데, 만일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추정한 것처럼, 화성-13에 27t급 로켓발동기를 4개나 설치하였다면, 그 추력이 108t이다. 그런데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추정한 것처럼, 3t 추력을 내는 보조로켓발동기 4개를 화성-13에 더 설치하였으므로, 화성-13의 총추력은 120t이나 되는 셈이다. 러시아군이 실전배치한 토폴-M의 추력은 100t인데, 같은 급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3의 추력이 120t이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나는 화성-13에 35t급 중심로켓발동기 2개와 8t급 보조로켓발동기 4개가 설치되었다고 보고, 총추력을 102t으로 추정한다. 

6개의 로켓발동기 분사구에서 일제히 시뻘건 화염과 연기를 내뿜으며 창공으로 솟구치는 화성-13 발사장면의 상상이 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갈 때, 나는 저도 모르게 로켓발동기 분사구를 두 손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짜릿한 금속감촉이 손가락 끝에 전해졌다. 

그런 내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던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가 내게 말했다. 화성-13에는 서로 다른 형태와 크기의 각종 대갈못(rivet)이 수없이 들어갔는데, 그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갈못을 제각기 다른 치수와 형태에 맞춰 하나하나 정밀제작을 하였다는 것이다. 만일 고성능 컴퓨터로 정밀설계하고 컴퓨터수치제어(CNC)공작기계로 정밀제작하는 첨단기술이 없었다면, 화성-13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혹시 답변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해설강사에게 화성-13의 탄두중량과 사거리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그녀로부터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화성-13의 탄두중량과 사거리를 추산하려면, 다른 나라가 만든 같은 급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과 사거리를 알아보면 될 것이다. 화성-13과 같은 급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러시아군의 토폴-M인데, 그 탄두중량은 1,200kg이고, 사거리는 10,500∼11,000km이다. 그러므로 화성-13의 탄두중량도 1,200kg이고 사거리도 10,500∼11,000km에 이를 것이다.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화성-13의 고유번호 ㅈ100021618

화성-13과 같은 급인 토폴-M의 탄두부에 강력한 전략핵단두 한 발이 장착되었으므로, 화성-13의 탄두부에도 강력한 전략핵탄두 한 발이 장착된 것이 확실하다. 전시에 전략핵탄두 한 발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직격하면, 미국의 국가운명은 그걸로 끝이다. 함경북도 산악지대에 있는 지하갱도기지에서 워싱턴 중심부까지 직선거리는 10,580km이므로, 북은 처음부터 그 타격거리를 계산하여 화성-13을 설계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토폴-M을 실전배치하기 전에 네 차례 시험발사를 실시하였는데, 인민군은 화성-13의 시험발사를 생략하고 곧바로 실전배치하였다. 북은 시험발사과정을 생략하고 미사일을 실전배치할 만큼 고도의 미사일제작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이 2013년 5월 29일에 발표한 글에 인용된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AFGSC)의 정보자료에 따르면,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이 진짜 미사일이기는 하지만, 아직 실전배치되지 않았고, 앞으로 5년 안에 실전배치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고, 그와 달리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제임스 클래퍼(James R. Clapper)는 2013년 3월 12일 연방상원 정보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KN-08’(화성-13)이 “이미 실전배치를 위한 초기단계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 군부 안에서 화성-13의 실전배치에 관해 자기들끼리도 서로 엇갈리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음을 말해준다.

러시아군의 경우, 토폴-M 12기를 자행발사대에 탑재하였고, 원통형 지하격납고에 48기를 넣어두었으니, 모두 60기를 실전배치한 것이다. 그러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는 화성-13이 몇 기나 배치되었을까?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은 모두 6기다. <사진10>에서 보는 것처럼, 그 6기의 화성-13 동체들에는 901 또는 904로 시작하는 ㅈ901010418, ㅈ901010212, ㅈ904830215, ㅈ904830216, ㅈ904830218 같은 고유번호가 적혀 있다. 그와 달리, 화성-7 동체에는 30으로 시작하는 고유번호가 적혀 있고, 화성-10 동체에는 70으로 시작하는 고유번호가 적혀 있다. 그런데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화성-13 동체에는 ㅈ100021618이라는 고유번호가 적혀 있다. 이처럼 화성-13의 고유번호들 가운데 901, 904, 100으로 각각 시작하는 세 종류의 고유번호가 있는 것은, 화성-13을 실전배치한 세 개의 서로 다른 단위부대가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 편성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901로 시작되는 고유번호의 화성-13을 배치한 부대, 904로 시작되는 고유번호의 화성-13을 배치한 부대, 그리고 100으로 시작되는 고유번호의 화성-13을 배치한 부대가 각각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사진10>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화성-13 동체에 쓰여진 904로 시작하는 고유번호.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화성-13 동체에 쓰여진 고유번호는 100으로 시작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중국 언론 <환구망> 2013년 6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9개 여단 규모로 편성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략로케트군 9개 여단 가운데는 901, 904, 100으로 시작되는 고유번호의 화성-13을 각각 배치한 3개 여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 전략로케트군은 1개 여단에 토폴-M을 10기씩 배치하였는데,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화성-13 배치상황도 그와 같다고 보면 3개 여단에 총 30기가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13이 30기라면, 갱도진지의 원통형 지하격납고에 들어있는 화성-13은 또 얼마나 되는지 알기 힘들다.

북미관계에서 전쟁위기가 극도로 격화되었던 2013년 봄에 북은 미국에게 “백두산혁명강군의 진짜 불맛이 어떤지를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미국 본토를 화성-13으로 타격할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사진11>은  2013년 3월 29일 새벽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화성-13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최후결전 핵타격작전을 검토하는 최고사령부 작전회의실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그 사진에 보이는 세계지도 위에 그려진 제1직격선은 미국 수도 워싱턴까지 그어져 있다. 당시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작전명령에 따라 화성-13 자행발사대들과 지하격납고들은 일제히 발사태세에 돌입하였고, 미국은 공포를 느꼈다.

▲ <사진11> 2013년 3월 29일 새벽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미국 본토를 화성-13으로 타격하는 최후결전 핵타격작전을 검토하는 최고사령부 작전회의 현장.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2013년 봄 북과 미국이 격하게 대립하였던 핵강국 대 핵강국의 대결상황에서 드러난 것은, 화성-13이 미국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고, 북에게는 ‘최후승리의 상징’이라는 사실이다. 북이 미국에게 핵군축회담을 제안하면서 세계의 비핵화를 언급한 까닭을 알 수 있다.(2013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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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무장장비관 견문록(4) 6종의 전략미사일과 2종의 전술미사일

[한호석의 개벽예감] (71)
자주민보 2013년 07월 2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6종의 핵타격미사일들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을 돌아보고 나서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의 뒤를 따라 전략로케트관으로 향하는 내 가슴은 설레고 있었다. 상상으로 그려보던 어떤 대상을 실물로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밀려오는 감정이었다. 전략로케트관은 그런 묘한 감정으로 설레는 내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을 영구전시하고 대중에게 공개하는 나라가 지구 위에 또 어디 있을까?” 지상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ground-based ICBM)을 실전배치한 세계 4대 핵강국은 북, 미국, 러시아, 중국인데, 그 네 나라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을 영구전시하고 일반 참관자들에게 보여주는 나라는 북밖에 없다.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을 그처럼 세상에 공개한 것은 무심히 대할 문제가 아니다. 

해설강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에 그 사연이 담겨 있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무장장비관 건설을 직접 발기하였을 뿐 아니라 설계와 시공의 전 과정을 정력적으로 지도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무장장비관 시공기간인 2010년 3월 12일부터 2012년 3월 26일까지 총 64차례나 건설현장에 나가 집중적으로 지도하였는데, 무장장비관 정원에 느티나무를 심을 위치나 옥외원형의자를 놓을 위치까지 세심히 지시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무장장비관 전시실에는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무장장비관 설계과정과 시공과정 중 작업현장에 내려 보낸 많은 문건들이 전시되었다.

그처럼 정력적으로 세심하게 지도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무장장비관 전시구역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로케트관의 설계와 시공을 더욱 각별히 지도하였다. 해설강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 무장장비관 건설지휘부는 특수무장관이라는 명칭을 붙인 전시관을 본관의 일부로 설계하였는데,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전략로케트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별관으로 확장하도록 지시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설계를 변경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을 영구전시하고 대중에게 공개하게 된 것이다. 

북측 언론에 보도된, 무장장비관 전경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전략로케트관이 반구형 덮개지붕(dome)을 씌운 별관으로만 건설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 가보니 장방형 전시실을 거쳐 반구형 전시실에 들어가도록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장방형 전시실로 들어서니, 실물을 정밀하게 축소한 6종의 모형 미사일들을 각각 실은 6종의 자행발사대가 커다란 유리상자 안에 전시되어 참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방형 전시실에 전시된 6종의 모형 미사일들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모형은 없는데, 나중에 반구형 전시실에 들어가 보니 화성-13 실물이 거기에 전시된 것을 보았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6종을 생산년도순으로 열거하면, 화성-5, 화성-6, 화성-7, 화성-9, 화성-10, 화성-11이다. 그런데 화성-8은 왜 없는지를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6종의 미사일들에는 모두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라는 분류명칭이 붙어 있다.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라는 분류명칭을 미국 군부의 용어로 바꾸어 말하면 지대지전략미사일(surface-to-surface strategic missile)이 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대지전술미사일에 재래식 탄두가 장착되는 것과 달리 지대지전략미사일에는 비재래식 무기인 핵탄두가 장착된다. 핵탄두는 폭발력 세기에 따라 전술핵탄두와 전략핵탄두로 구별되므로,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각종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들 가운데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하는 핵타격미사일도 있고 전략핵탄두를 장착하는 핵타격미사일도 있는 것이다. 북이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여 핵탄두로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미국 군부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7종의 핵타격미사일을 실전배치한 오늘의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방형 전시실에는 6종의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정밀축소모형과 함께 2종의 지상대지상전술로케트 정밀축소모형도 전시되었다. 2종의 지상대지상전술로케트는 화성-1과 화성-3이다. 왜 화성-2와 화성-4가 없는지를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화성-1과 화성-3은 북이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에 소련에서 도입한 미사일을 분해하고 역설계하여 복제한 지대지전술미사일들인데, 북에서 초기에 생산한 원형미사일(prototype missile)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화성-1과 화성-3은 오래 전에 퇴역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은 1968년에 소련산 미사일을 복제하여 화성-1을 만들었고, 1972년에 그것을 모방생산하였고, 1979년에 시험발사하였다. 또한 북은 1970년대 초에 소련산 미사일을 모방생산하고 그것에 화성-3이라는 고유명칭을 붙였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북은 1973년에 소련에서 도입한 미사일 ‘SSC-2B’를 분해하고 역설계하여 탄두중량이 600kg이고 사거리가 90km인 미사일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화성-3이다.

32년 전에 만든 1세대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화성-5

▲ <사진1>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5. 북은 1세대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화성-5를 1981년 4월에 만들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1>은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5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북은 1973년 10월에 일어난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침략군에 맞서 싸운 이집트군을 군사적으로 적극 지원하였는데, 전쟁이 끝난 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이집트가 1970년대 후반 북에 보낸 소련산 미사일 ‘R-17’을 역설계하고 그것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켜 만든 것이 화성-5다. 미국 군부는 화성-5를 ‘스커드(Scud)-B’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은 1981년 4월에 화성-5를 제작하여 1984년에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 북이 1세대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를 만든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81년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군부는 북이 1981년 4월에 만든 화성-5를 화성-6으로 잘못 알고 있으며, 그들이 유포한 그릇된 정보밖에 알지 못했던 나도 역시 이전에 쓴 글에서 화성-5와 화성-6을 헷갈린 적이 있다.

화성-5의 성능에 대해서는 그와 유사한 ‘R-17’의 성능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군부는 ‘R-17’을 ‘스커드-A’라고 부르고 있으므로, 그들이 ‘스커드-B’라고 부르는 화성-5의 성능은 ‘R-17’의 성능보다 더 향상된 것임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북에서 시제품만 만들고 생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화성-4가 ‘R-17’과 같은 급일 것이다.

‘R-17’의 탄두중량은 600kg, 탄길이는 11m, 탄지름은 0.88m, 사거리는 300km이며, 투발오차는 450m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화성-5의 사거리가 500km이므로, 북은 ‘R-17’의 사거리 300km를 500km로 늘린 화성-5를 만든 것이다. 

‘R-17’ 탄두부에는 50킬로톤급 핵탄두 한 발이 장착되므로, 화성-5 탄두부에도 당연히 핵탄두가 장착된다. 미국 군부는 화성-5가 핵타격미사일이라는 사실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고 있지만,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5에 자탄(子彈) 500개가 들어간 산포탄두(집속탄두)를 장착하거나, 핵탄두를 장착한다.

소련은 ‘R-17’을 탑재한 4축8륜 자행발사대 MAZ-543을 1967년에 처음 만들었는데, 이 자행발사대의 주행속도는 시속 55km이고, 주행거리는 650km다. 북도 MAZ-543과 같은 급의 4축8륜 자행발사대를 자체로 생산하였다. 북이 미사일을 탑재한 4축8륜 자행발사대를 갱도진지에 은폐한 것은 미국군 정찰위성의 탐지망을 완전히 따돌리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미연합군은 대북전쟁 시나리오에서 ‘보복타격’을 논하지만,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미사일 자행발사대들이 갱도진지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특정타격목표를 향해 기습발사를 하고 사라지는 판에 ‘보복타격’을 운운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전시에 개성 인근에 있는 갱도진지에서 밖으로 나온 자행발사대에서 화성-5가 발사되면, 직선거리로 400km 떨어진 부산에 떨어지고, 황해남도 옹진반도에 있는 갱도진지에서 밖으로 나온 자행발사대에서 화성-5가 발사되면, 직선거리로 500km 떨어진 제주도 최남단 서귀포 인근에 떨어진다. 화성-5가 옹진반도에서 서귀포 인근까지 날아가는 데 약 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론 전시에 북은 파괴력이 너무 큰 전략핵탄두를 한반도 안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사용할 필요도 없겠지만, 북이 32년 전에 만든 1세대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만 가지고서도 제주도 최남단까지 타격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은 화성-5를 쿠바, 이란, 이집트, 민주콩고, 시리아 등에 수출하였다. 특히 북은 1985년에 화성-5 완제품 100기를 이란에 수출하였고, 화성-5 설계기술까지 수출하였는데, 나중에 이란이 화성-5 설계기술로 미사일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샤합(Shahab)-1’이다.

비약적으로 발전된 미사일기술로 만든 화성-6

화성-5 정밀축소모형 옆에 화성-6 정밀축소모형이 전시되었다. 화성-5와 화성-6은 모두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어서 외형이 비슷해 보인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은 화성-5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화성-6을 1980년대 중반에 제작하여, 1988년에 시험발사하였다. 미국 군부는 화성-6을 ‘스커드-C’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사진2>는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화성-6이다. 화성-6 동체에 적힌 고유번호 앞에 ‘ㅈ’이 쓰여 있지 않고 아홉자리 숫자만 있는 것으로 봐서, 이 사진은 매우 오래 전에 촬영된 것이다. 북이 아홉자리 고유번호 앞에 추가한 ‘ㅈ’은 전략로케트군을 뜻하는 것이므로, 위의 사진은 인민군 미사일부대가 전략로케트군으로 확대, 개편되기 전에 촬영된 것이다.

▲ <사진2>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6은 위장무늬로 도색된 것이 특징이다. 북은 1993년 5월 29일 화성-6 한 발을 일본 노도반도 쪽으로 위협발사하여 일본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globalsecurity.com), 한호석]


<사진2>에 보이는 것처럼, 화성-6 동체는 얼룩덜룩한 위장무늬로 도색되었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화성-6 동체에도 똑같은 위장무늬가 도색되었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 실전배치된 각종 미사일들 가운데 위장무늬로 도색된 것은 화성-6밖에 없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화성-6은 탄두중량 800kg, 탄길이 12m, 탄지름 1m, 사거리 1,000km, 투발오차 50m다. 화성-5와 마찬가지로, 화성-6도 핵탄두를 장착하는 핵타격미사일이다.

눈여겨보는 것은, 화성-5의 사거리 500km가 화성-6에서 1,000km로 배증하였고, 화성-5의 투발오차 450m가 화성-6에서 50m로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강력한 추력을 내는 로켓엔진을 새로 개발하여 사거리를 늘리고, GPS(위성항법체계)유도장치를 장착하여 타격정밀도를 결정적으로 향상시킨 것이다. 북이 탄도미사일에 GPS유도장치를 장착하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요즈음 화성 계열의 각종 전략미사일들에는 모두 GPS유도장치가 장착되어 타격정밀도가 높다.

1993년 6월 13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데이빗 생어(David E. Sanger) 기자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전쟁위협으로 북미전쟁위기가 격화되었던 1993년 5월 29일에 북은 준중거리미사일 한 발을 동해 쪽으로 위협발사하였는데, 그 미사일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발사되어 직선거리로 730km 떨어진 일본의 동해 쪽 해역에 있는 노토반도(能登半島) 인근 공해상에 탄착하였다. 데이빗 생어는 그 미사일이 어떤 미사일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날 북은 사거리를 일부러 줄여 화성-6을 쏘았던 것이다. 북의 화성-6 위협발사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은 삽시간에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1999년 현재 북은 화성-6을 약 1,000기 실전배치하였고, 시리아, 이란, 파키스탄에 약 500기를 수출하였는데, 이것은 북이 10년 동안 화성-6을 해마다 150기씩 생산해온 것이다. 북의 미사일 대량생산능력에 놀라게 된다.

북이 이란에 수출한 화성-6은 1991년에 시험발사되었고, 시리아에 수출한 화성-6은 1994년에 시험발사되었고, 파키스탄에 수출한 화성-6은 1998년에 시험발사되었다. 이란과 시리아가 모방생산한 화성-6은 ‘샤합-2’가 되었고, 파키스탄이 모방생산한 화성-6은 ‘가우리(Ghauri)-1’이 되었다. 

5축10륜 자행발사대에서 주일미국군기지 149개소를 겨누고 있는 화성-7

<사진3>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분렬행진에 등장한,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7이다. 미국 군부는 화성-7을 ‘로동-1’이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 <사진3>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7. 북은 이 미사일을 1992년에 시험발사하였다. 사거리가 2,000km인 화성-7은 전시에 주일미국군기지 149개소를 일제히 타격할 것으로 예견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화성-7 자행발사대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철문이 달린 공간이 앞쪽 바퀴 두 개와 뒤쪽 바퀴 세 개 사이에 있는데, 그 공간이 사격통제실이다. 화성-7 자행발사대에 사격통제실이 있는 것은, 타격정밀도가 높다는 뜻이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전시된 화성-7 정밀축소모형은 실물과 똑같이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다. 그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이 화성-7을 시험발사한 때는 1992년이다. 또한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군 정찰위성이 화성-7의 존재를 처음 포착한 때는 1990년 5월이다. 북은 신형 미사일을 제작하고 곧바로 시험발사하는 게 아니라 몇 해 뒤에 시험발사하는 관례가 있으므로, 북이 화성-7을 만든 시기는 1990년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화성-7의 탄두중량은 1,000kg, 탄길이는 15.6m, 탄지름은 1.35m, 사거리는 2,000km다. 화성-7과 같은 급의 다른 나라 미사일로는 이란이 만든 사거리 2,000km의 ‘샤합-3’이 있고, 파키스탄이 만든 사거리 2,300km의 ‘가우리-2’가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군은 6.25전쟁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주일미국군기지를 후방거점으로 삼고 대북공격을 감행할 것이므로, 북은 어떻게 해서든지 주일미국군기지를 선제타격으로 파괴하여야 전쟁을 신속히 끝내고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북의 그러한 군사작전적 요구에 따라 주일미국군기지를 선제타격하기 위해 만든 전략미사일이 화성-7이다. 

전시에는 화성-7 탄두부에도 화성 계열의 다른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들과 마찬가지로 핵탄두 한 발이 장착된다. 화성-7의 사거리가 2,000km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일본 각지에 있는 주일미국군기지들을 향해 화성-7을 기습발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중앙일보> 2006년 6월 7일자 기사에 따르면, 기습발사태세를 갖춘 화성-7의 위력에 겁을 먹은 미국은 동해의 일본 쪽 해역에 ‘미사일방위작전구역’을 설정하고 이지스 구축함을 거기에 고정배치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로는 화성-7의 기습발사를 막을 수 없다.

군사분계선 인근 북측 지역에서 일본 도쿄(東京) 중심부까지 직선거리는 1,100km이고, 주일미국군기지들이 밀집된 오키나와(沖繩) 중앙부까지 직선거리는 1,300km다. 일본 전역에 산재한 주일미국군기지는 공군기지 20개소, 육군기지 15개소, 해군기지 31개소, 해병대기지 34개소,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의 공용기지 49개소를 합해 모두 149개소나 된다.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타격미사일 화성-7을 일제히 기습발사하면 약 10분 뒤에 주일미국군기지 149개소는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런 상황은 북이 화성-7을 실전배치함으로써 동북아시아 군사전략균형이 북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고, 미국과 일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개편되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화성-7의 기습발사태세에 겁먹은 미국이 그에 관한 사실왜곡과 정보은폐를 거듭해오는 바람에, 화성-7의 위력은 20년이 지나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전략미사일 화성-9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는 4축8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9 정밀축소모형이 전시되었다. 화성-8은 시제품만 만들고 생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화성 계열의 일련번호가 화성-7에서 화성-9로 건너뛰었다. 그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은 화성-9를 1990년대 초에 만들었고, 1994년에 시험발사하였다. 화성-7의 시험발사시기가 1992년이고, 화성-9의 시험발사시기는 1994년이므로 화성-7을 만든 시기와 화성-9를 만든 시기는 불과 약 2년의 시차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화성-9가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렸다는 점이다. 화성-7이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으므로, 화성-9도 당연히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화성-9가 화성-7에 비해 탄길이가 짧고, 탄두무게가 가볍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외형을 서로 비교해보면, 화성-9는 화성-7과는 좀 다르고, 오히려 화성-6과 더 비슷하게 생겼다.

미사일 개발과정에서 성능이 향상되면 탄길이가 더 길어지고 탄두중량이 더 무거워지는 법인데, 화성-7에서 화성-9로 이어진 개발과정에서는 이례적으로 탄길이가 더 짧아지고 탄두중량이 더 가벼워지는 반대현상이 나타났다. 이례적인 현상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는 전시물 관찰에 열중한 나머지 그 문제에 대해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주목하는 것은,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전시된 화성-9 정밀축소모형의 탄두부 꼭지가 다른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정밀축소모형들의 탄두부 꼭지들과 다르게 도색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정밀축소모형들의 탄두부 꼭지에 있는 타격신관(impact fuse) 부위는 한결같이 붉은 색으로 칠해졌는데, 유독 화성-9의 그 부위는 검은 색으로 칠해졌다. 또한 화성-5의 동체도색은 회색이고, 화성-6과 화성-13의 동체도색은 위장무늬이고, 화성-7과 화성-10의 동체도색은 은백색인데, 유독 화성-9의 동체도색만 청회색이다. 나는 해설강사에게 화성-9의 도색이 왜 그처럼 색다른지 물어보았으나, 그녀로부터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북은 국가경축일을 맞을 때마다 인민군 열병식과 분렬행진을 진행해 왔지만, 동체를 청회색으로 칠하고, 타격신관 부위를 검은 색으로 칠한 화성-9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성-9는 이제껏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북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3도 세상에 공개했으면서, 왜 화성-9를 공개하지 않을까? 그 까닭을 알 수 없지만, 어째든 화성-9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하여 신비감을 주는 미사일이다. 북이 화성-9를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미국 군부는 화성-9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그래서 그들이 화성-9를 제멋대로 부르는 별칭도 없다.

하지만 북으로부터 화성-7 제작기술을 도입하여 미사일을 만들어낸 파키스탄의 미사일개발경험을 살펴보면 화성-9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데, 화성-9의 성능은 파키스탄산 미사일 ‘샤힌(Shaheen)-1’과 같은 급으로 보인다. <사진4>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샤힌-1’은 화성-9와 마찬가지로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는데, 화성-9는 1994년에 시험발사되었고, ‘샤힌-1’은 1999년에 시험발사되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샤힌-1’의 탄두중량은 1,000kg이고, 탄길이는 12m, 탄지름은 1m, 사거리는 750km다.


▲ <사진4> 파키스탄이 1999년에 시험발사한 미사일 샤힌(Shaheen)-1이다. 북이 1994년에 시험발사한 화성-9는 실물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샤힌-1과 같은 급인 것으로 보인다. 화성-9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정밀타격미사일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defense.pk), 한호석]

주목하는 것은, 파키스탄이 이전에 만든 1단 추진체 미사일들과 달리 ‘샤힌-1’은 2단 추진체 미사일이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투발오차를 25∼50m로 축소하였다는 점이다. 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사용하게 된 것은 발사준비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는 뜻이고, 미사일 투발오차가 축소된 것은 타격정밀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을 생각하면, 화성-9도 그와 마찬가지로 2단 추진체로 만들어졌고, 고체연료를 사용하여 발사준비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투발오차가 크게 축소된 정밀타격미사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벽을 부수고 들여다 놓은 화성-10 자행발사대

화성-9 자행발사대 정밀축소모형 옆에 화성-10 자행발사대 정밀축소모형이 전시되었다. 미국 군부는 화성-10을 ‘BM25 무수단’ 또는 ‘로동-2’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 <사진5>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는 중거리미사일 화성-10을 실은 6축12륜 자행발사대 실물이 전시되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는 화성-10 자행발사대 정밀축소모형만이 아니라 실물도 전시되었다. <사진5>은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전시된, 화성-10을 실은 6축12륜 자행발사대 실물이다. 그 자행발사대 차체에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께서 2004년 8월 12일에 보아주신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라고 쓰인 붉은 색 ‘혁명사적표지판’이 부착되었다.

실물을 촬영한 사진만 보고서는 화성-10 자행발사대가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나지 않지만, 내가 현장에서 본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육중하다. 해설강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화성-10 자행발사대를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전시하기 위해 한 쪽 벽을 부수고 진입통로를 낸 뒤에 들여다 놓았다고 하며, 거기에 전시된 화성-10과 자행발사대는 연료만 주입하면 언제라도 작전에 나설 수 있다고 한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화성-10은 탄두중량 1,000kg, 탄길이 12m, 탄지름 1.5m, 사거리 3,500km다. <사진6>은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분열행진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0이다.

▲ <사진6>은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군사행진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0이다. 미사일을 약간 들어올린 것이 눈에 띈다. 북은 1993년 5월 30일 화성-10 두 발을 3,500km 떨어진 태평양 공해상으로 위협발사하여 미국군 지휘부를 공포에 떨게 하였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1993년 6월 13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데이빗 생어 기자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1993년 5월 29일 화성-6 한 발을 위협발사하여 일본을 공포에 몰아넣은 북은 이튿날 화성-6보다 사거리가 훨씬 더 긴 중거리미사일 두 발을 또 다시 위협발사하여 이번에는 미국군 지휘부를 공포에 떨게 하였다. 데이빗 생어는 북이 위협발사한 두 발의 미사일이 어떤 미사일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것은 화성-10이었다. 그날 북은 화성-10 한 발을 미국의 군사전략거점인 미국령 괌(Guam)을 향해 위협발사하였는데, 그 섬에서 약 100km 떨어진 서태평양 공해상에 탄착하였다. 또한 북은 다른 화성-10 한 발을 미국 공군이 관리하는 미국령 웨이크섬(Wake Island)을 향해 위협발사하였는데, 그 섬에서 약 700km 떨어진 북태평양 공해상에 탄착하였다.  

<사진7>은 2012년 4월 15일 군사행진에 2년 만에 다시 등장한 화성-10을 공중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화성-10은 북의 다른 미사일들과 달리, 탄두부가 고깔모자처럼 뾰족하지 않고 우유병 꼭지처럼 뭉툭하며, 북의 다른 미사일들과 달리 꼬리부분에 방향날개가 달리지 않은 것이 외형적 특징이다.

▲ <사진7>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화성-10 자행발사대. 다른 미사일들과 달리 탄두부가 우유병 꼭지처럼 뭉툭하게 생겼고, 꼬리부분에 방향날개가 달리지 않은 것이 외형적 특징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미국 군부는 북이 다탄두 제작기술을 개발하였다는 사실을 전혀 말하지 않고 있지만, 화성-10은 우유병 꼭지처럼 생긴 탄두부에 핵탄두를 여러 개 장입한 다탄두 핵타격미사일이다. 화성-10과 유사한 성능을 지닌 중국의 ‘DF-21C’ 탄두부에는 핵탄두 5기가 들어간다. 

주목하는 것은, 6축12륜 자행발사대 앞부분 왼쪽에 지휘관석이 있고,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같은 급의 자행발사대에는 지휘관석이 없고 오른쪽에 운전석만 있다.

화성-10 자행발사대 촬영사진을 크게 확대한 <사진8>를 보면, 자행발사대 앞쪽 바퀴 3개와 뒤쪽 바퀴 3개 사이에 간격이 있고, 거기에 손잡이가 달린 철문이 보이는데, 그 철문은 컴퓨터조종실로 드나드는 문이다. 화성-10 자행발사대에 컴퓨터조종실이 갖춰져 있는 것은, 화성-10의 타격정밀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일본 방위성 정보를 인용한 <지지통신> 2003년 1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북이 보유한 각종 미사일의 정밀타격도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 <사진8> 화성-10을 실은 자행발사대 차체 중간부분에 컴퓨터조종실로 드나드는 문이 보인다.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화성-10을 쏘면, 괌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화성-10 이동작전에 겁먹은 미국군 지휘부

2013년 4월 초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10 두 기를 기동시켜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화성-10으로 보이는 중거리미사일 두 기가 동해안으로 이동하는 현장을 정찰위성을 통해 포착하였다는 보고를 받은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Chuck Hagel)은 “진짜로 명백한 위험(real and clear danger)”이라고 말했다. 겁먹은 미국군 지휘부는 화성-10 발사위험에 대비한다면서 9,000t급 이지스구축함을 일본 근해에 급파하고, 해상배치 미사일추적레이더(SBX-1)를 서태평양으로 급히 이동시키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괌에 서둘러 배치하였다.

그러나 2013년 7월 5일 미국이 3년 만에 재개한 미사일방어체계 요격시험에서 또 다시 실패한 것이 말해주듯이, 미사일방어체계는 화성-10을 막아내지 못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력이 그처럼 허세에 불과하므로,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3년 5월 30일 북이 화성-10 두 발을 각각 괌과 웨이크섬을 향해 쏘았던 위협발사의 기억이 되살아난 미국군 지휘부는 ‘세계 최강’이라는 체면을 접어두고 그처럼 겁먹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북의 전방지역에서 괌까지 직선거리는 3,300km이므로,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사거리 3,500km의 화성-10을 쏘면 길이가 50km이며, 폭이 10km인 괌은 약 15분 뒤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러시아는 이전 소련 시기부터 단거리미사일, 준중거리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만들면서도 중거리미사일은 만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북이 100% 독자기술로 개발한 이 중거리미사일은 러시아가 중거리미사일을 생산하지 않는 바람에 국제적으로 수요가 높다. <위킬릭스(Wikileaks)>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 비밀전문을 인용한 <워싱턴 포스트> 2010년 1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화성-10 19기를 이미 이란에 수출하였으며, 또한 유엔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6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사거리 3,500km의 미사일을 대당 1억 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판매의사를 영국의 국제무기상에게 전했다고 한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는 화성-10이 몇 기나 배치되었을까? 미국 군사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한 <자유아시아방송> 2010년 10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는 화성-10 200기가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군부의 정보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이란은 화성-10과 유사한 ‘샤합-B3’을 연간 75기씩 생산할 수 있다고 하는데, 미사일부문에서 이란보다 훨씬 앞선 북의 화성-10 연간생산능력은 75기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 군부는 북이 화성-10을 시험발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화성-10의 작전효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미사일을 어떻게 다른 나라들이 수입하겠는가. 미국 군부가 은폐하는 것은, 위에 서술한 것처럼 북이 이미 1993년 5월 30일에 화성-10을 괌과 웨이크섬을 향해 각각 한 발씩 위협발사하였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시험발사는 실전배치 이전에 실시하는 것인데 비해, 위협발사는 실전배치 이후에 실시하는 것이다. 북은 화성-10의 시험발사를 생략하고 곧바로 실전배치하였던 것이다. 중거리미사일 화성-10만 시험발사를 생략하고 실전배치한 것이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도 그렇게 하였다. 그러므로 북이 동해나 서해로 미사일을 가끔 발사하는 것은 시험발사가 아니라 실전배치한 미사일을 쏘는 실전급 발사훈련이 아니면 미국의 대북전쟁위협에 대응하는 위협발사인 것이다. 자체로 생산한 미사일을 시험발사도 하지 않고 곧바로 실전배치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밖에 없다. 이런 특별한 미사일제조방식은 북이 시험발사를 생략하고 능히 실전배치할 만큼 고도로 발전된 미사일기술을 보유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처럼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미국 군부는 북의 장거리미사일이 시험발사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그 능력이 입증된 것이 아니라느니, 또는 타격정밀도가 너무 낮아 실전에서 쓸모가 없을 것이라느니 하면서 횡설수설한다. 예컨대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7월 11일 보도기사에 나온 미국 태평양군사령관 새뮤얼 락클리어(Samuel J. Locklear)의 발언이 그런 횡설수설의 전형이다. 그는 2013년 7월 11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북한은 실물인 것처럼 보이는 여러 급의 미사일을 보여줬지만 아직 이들 미사일의 능력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겁을 먹으면 락클리어처럼 횡설수설하는 법이다.(2013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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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7

무장장비관 견문록(3) 여섯겹으로 덮은 철통같은 공중방벽

[한호석의 개벽예감](70)
자주민보 2013년 07월 1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중무기실에 전시된 자행화승총과 지상대공중로케트

다종다양한 중무기들이 전시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의 넓은 공간을 돌아보던 내 발길이 마지막으로 멎은 곳은 지상대공중로케트 전시구역이다. 지대공미사일(surface-to-air missile)을 북에서 지상대공중로케트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중무기실 참관을 통해 알았다. 북에서는 지대공미사일을 고사로케트와 지상대공중로케트로 구분하는데, 고사로케트는 사거리가 짧고 요격고도가 낮은 저고도 지대공미사일이고, 지상대공중로케트는 사거리가 길고 요격고도가 높은 고고도 지대공미사일이다.

북에서는 저고도 고사로케트를 화승총이라 부르는데, 화승총은 다시 두 종류로 대별된다. 하나는 전투병이 어깨에 메고 육안으로 요격목표를 조준한 뒤에 발사하는 화승총(휴대용 저고도 방공미사일)이고, 다른 하나는 장갑차량에 탑재하고 이동하면서 대공레이더로 요격목표를 탐지하여 발사하는 자행화승총이다.
 
▲ <사진1>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동급의 지대공미사일 은 사거리 7km, 요격고도 3km, 요격비행속도 마하1.5이고, 수륙양용장갑차의 주행거리는 500km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을 촬영한 <사진1>에 나타난 것은 수륙양용장갑차에 저고도 고사로케트를 탑재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이다. 중무기실에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 1대가 전시되어 있다. 인민군의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과 똑같이 생긴 러시아군의 차량탑재식 지대공미사일 9K35 스트렐라(Strela)-10이 처음 실전배치된 때가 1979년이므로, 북이 러시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이 무기를 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 앞에 놓인 해설판에는 “운용인원 3명, 따라사격 5km, 마주사격 8km”라고 적혀 있다. 9K35 스트렐라-10의 성능지표를 보면, 수륙양용장갑차의 주행거리는 500km이고, 거기에 탑재된 지대공미사일은 사거리 7km, 요격고도 3km, 요격비행속도 마하1.5다.
▲ <사진2> 2013년 3월 20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지도한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이 저공으로 내습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급 모의표적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 미국군의 순항미사일, 무인항공기, 공격헬기, 대지공격기를 요격할 수 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2>는 2013년 3월 20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지도한 인민군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이 저공으로 내습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급 모의표적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이다.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과 동급인 9K35 스트렐라-10은 1991년 걸프전쟁에서 미국군 대지공격기 A-10 두 대를 격추하였고, 1998년 코소보전쟁에서도 동종의 대지공격기 두 대를 격상하였다.

지상대공중로케트도 미사일의 일종이므로 나는 미사일 전시구역에서 그것을 볼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였는데, 전시현장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왜 지상대공중로케트를 미사일 전시구역에 전시하지 않고 중무기 전시구역에 전시하였을까? 나는 참관 중에 하나라도 더 알아보려고 정신을 집중하는 통에 해설강사에게 그 까닭을 미처 물어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장장비관에서 미사일을 전시해놓은 곳은 전략로케트관인데 지상대공중로케트는 전략로케트가 아니므로 중무기실에 전시된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렇다면 지상대해상로케트(지대함미사일), 해상대해상로케트(함대함미사일), 해상대지상로케트(함대지미사일), 해상대공중로케트(함대공미사일), 공중대지상로케트(공대지미사일), 공중대공중로케트(공대공미사일), 공중대해상로케트(공대함미사일)도 무장장비관에 전시되었을 텐데, 중무기실에서 그런 미사일들은 볼 수 없었다.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지상대해상로케트, 해상대해상로케트, 해상대지상로케트, 해상대공중로케트는 내가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한 해군무장장비 전시실에 전시된 것으로 생각되었고, 공중대지상로케트, 공중대공중로케트, 공중대해상로케트는 내가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한 항공군무장장비 전시실에 전시된 것으로 생각된다.

만능요격의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

무장장비관 중무기실 중앙통로 왼쪽 맨 뒤에 흰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원통형 발사관 세 개를 실은 차량 한 대가 서 있다. 바로 그 원통형 발사관 안에 지상대공중로케트가 한 기씩 들어있다. <사진3>은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주체식 미싸일 및 요격미사일종합체’라고 부르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발사체계에 속한 지상대공중로케트 자행발사대인데, 중무기실을 참관하던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휘관이 요격명령을 내리면 그 원통형 발사관이 수직으로 세워지고 곧바로 지상대공중로케트가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 <사진3>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 무장장비관 참관을 통해 '번개-5'가 러시아군의 지대공미사일 S-300 최신형 PMU-2와 동급임을 확인하였다. 전 세계에 현존하는 그 어떤 전투기도 '번개-5'의 요격을 피하지 못하며, 탄도미사일 요격확율은 70%에 이른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공중으로 내습하는 적의 각종 비행체를 모조리 격추한다는 이 만능요격의 지상대공중로케트는 북에서 ‘번개-5’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국 군부는 ‘번개-5’를 ‘KN-06’이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에는 북이 자체로 생산하여 실전배치한 4종의 지상대공중로케트가 전시되었는데, 한결같이 ‘번개’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렇게 보면,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각종 지대공미사일은 ‘화승총’과 ‘번개’로 대별된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 앞에 놓인 해설판에서 이런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탄길이 7.5m, 비행속도 마하7, 360도 범위 타격, 준비시간 5분, 100여 개 비행체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음” ‘번개-5’의 이러한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설명하려면, 비교관념이 요구된다. 지대공미사일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자처하는 러시아가 만든 지대공미사일 ‘야심작’이 S-300인데, ‘번개-5’를 그것과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러시아는 그 동안 S-300의 성능개량을 거듭하여 여러 등급의 S-300을 만들어냈는데, 그 가운데서 ‘번개-5’에 비교되는 것은 최신형인 S-300 PMU-2다.

‘번개-5’와 S-300 최신형은 탄길이가 각각 7.5m로 서로 같으며, 360도 범위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서로 같다. S-300 최신형의 발사준비시간은 5분 30초인데, ‘번개-5’의 발사준비시간은 5분이므로, ‘번개-5’가 조금 빠르다.

지대공미사일 성능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격비행속도인데, S-300 최신형은 초속 1,800m로 날아가다가 비행체에 접근하면 속도를 급속히 높여 초속 2,800m로 돌진비행을 한다. ‘번개-5’ 앞에 놓인 해설판에는 초기비행속도와 돌진비행속도가 구분되지 않고 그냥 마하7이라고 적혀 있는데, 마하7은 초속 2,382m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S-300의 초기비행속도와 돌진비행속도를 합친 평균속도가 초속 2,300m이므로 ‘번개-5’와 S-300의 요격비행속도는 서로 같다. ‘번개-5’의 요격비행속도가 마하7이라는 것은, 전투기나 순항미사일은 말할 것도 없고 탄도미사일도 요격한다는 뜻이다. 마하7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지대공미사일은 초고속으로 내습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S-300 최신형의 동시추적능력은 72개인데, ‘번개-5’의 동시추적능력은 100여 개나 되므로, ‘번개-5’의 추적레이더가 좀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다. 

‘번개-5’ 해설판에는 가장 중요한 성능지표들인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이 적혀 있지 않지만, 위에 열거한 성능지표는 ‘번개-5’가 S-300 최신형과 급이 같은 지상대공중로케트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S-300 최신형의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을 알아보면, ‘번개-5’의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도 알 수 있다. S-300 최신형의 사거리는 200km, 요격고도는 27km이며, 비행체 36개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데, ‘번개-5’도 그와 같은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을 지닌 것이다.

북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 현존하는 그 어떤 전투기나 순항미사일도 ‘번개-5’의 요격을 피하지 못한다. 인민군 반항공군부대는 200km 안으로 내습하는 적의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을 ‘번개-5’로 격추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북측 최전방 지역에서 군산공군기지까지 직선거리가 200km이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한미연합군이 군산공군기지보다 더 북쪽에 자리 잡은 공군기지나 공항에서는 ‘번개-5’에 격추될 위험 때문에 전투기를 출격시킬 수 없는 것이다. 초음속 전투기보다 더 느린 아음속으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이 ‘번개-5’ 앞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비행체를 격추하는 요격미사일의 성능지표는 요격확률(probability of kill)로 표시된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전투기나 순항미사일 따위를 격추하는 ‘번개-5’의 요격확률은 사실상 100%에 가까운데, ‘번개-5’가 인위적 비행체 가운데 가장 빠른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경우 그 확률은 얼마나 될까?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S-300 최신형의 탄도미사일 요격확률이 70%이므로, S-300 최신형과 같은 급인 ‘번개-5’의 탄도미사일 요격확률도 70%에 이르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처럼 만능요격무기라고 부를 만한 ‘번개-5’는 얼마나 비싼 무기일까?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S-300을 수출하는 가격은 대당 1억6,000만 달러이므로, ‘번개-5’도 그만큼 값비싼 무기인 것이다.

인민군 반항공군에 ‘번개-5’가 몇 기나 배치되었을까? 군사기밀이어서 알 수 없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이 ‘번개-5’와 같은 급의 지상대공중로케트를 실전배치한 상황을 알아보면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번개-5’와 같은 급인 지상대공중로케트 1,600기를 실전배치하였다고 한다. 중국이 러시아산 S-300 제작기술을 도입하여 복제한 HQ-10을 실전배치한 때가 1995년이고, 북이 자체로 만든 ‘번개-5’를 실전배치한 때가 2000년대 중반이므로, 2013년 현재 ‘번개-5’는 약 450기가 실전배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 <사진4> 2012년 5월 3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면서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를 돌아보는 장면이다. 이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는 '번개-5'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번개-6'인데, 러시아군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S-400과 동급으로 보인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4>는 2012년 5월 3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면서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를 돌아보는 장면이다.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의 전모가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차량 뒤쪽에 수직으로 세워진 원통형 발사관이 보인다. 이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는 위에서 언급한 ‘번개-5’의 성능보다 더 향상된 최첨단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6’이다.

‘번개-6’은 최강의 고고도 지대공미사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러시아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S-400 트라이엄프(Triumf)와 같은 급인 것으로 보인다. S-400 개발을 막 끝마쳤을 때, 러시아 언론은 S-400의 성능이 S-300보다 2.5배 향상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보도한 바 있다. 2007년부터 러시아 반항공군에 배치되기 시작한 S-400의 성능지표를 보면, 사거리 400km, 요격고도 185km, 요격비행속도 마하12다. 이런 성능지표는 S-400이 명실 공히 세계 최강의 지대공미사일임을 말해준다. 러시아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S-400과 같은 급의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6’을 북이 자체로 개발하였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민군이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 인근에서 ‘번개-6’을 쏘면, 남해 연안 상공에 날아가는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다. 외신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2월 26일부 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에 S-400을 구입하고 싶다는 뜻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도 아직 만들지 못하는 최첨단 지대공미사일을 만들어내는 고도의 미사일기술을 가진 북은 미사일 부문에서 최고봉이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냈던 것이다.

무장장비관 참관 이후 완전히 다시 쓰게 된 북의 미사일개발사

‘번개-5’ 이외의 다른 ‘번개’들이 중무기실을 돌아보는 내 발길을 끌어당겼다. 그 ‘번개’들은 북이 ‘번개-5’를 만들어내기 오래 전에 만들어냈던 각종 지상대공중로케트들인데, 그것을 생산연도순으로 열거하면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3’,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4’다. ‘번개-2’는 왜 없는지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사진5>는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이다. 해설판에는 “탄길이 10.6m, 탄체직경 700mm, 비행속도 마하3, 2계단 로케트,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사용”이라고 적혀 있다. 서로 닮은꼴로 생긴 외형을 보고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번개-1’은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75 드바이너(Dvina)와 동급이다. ‘번개-1’ 해설판에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적혀 있지 않지만, S-75의 사거리가 66km이고 요격고도가 35km인 것을 보면, ‘번개-1’의 사거리와 요격고도도 그와 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사진5>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 북이 '번개-1'을 개발한 시점은 1968년 10월 20일이므로, 이제껏 서방세계에 알려진 북의 미사일개발사는 다시 써야 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S-75의 성능지표를 보면, 제1단 로켓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제2단 로켓은 미사일에 4년 동안 저장할 수 있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며, 무선유도장치로 비행하는데, 그와 동급인 ‘번개-1’도 같은 성능을 지녔을 것이다. ‘번개-1’과 동급인 S-75는 실전경험이 풍부한 지대공미사일인데, 1960년 5월부터 1993년 3월까지 미국의 고공정찰기, 전략폭격기, 전투기, 그리고 이스라엘 전투기와 러시아 전투기가 이 미사일에 격추된 바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번개-1’ 270기가 인민군에 실전배치되었다고 한다.

‘번개-1’ 해설판을 읽어가던 내 시선은 “1968년 10월 20일 개발”이라고 쓴 글귀에서 문득 멈추었다. 북이 이집트로부터 넘겨받은 소련산 스커드(Scud) 미사일을 역설계하여 미사일을 만들어냈다는 기존관념이 깨져나가는 순간이었다.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을 때, 북이 전투기 비행사들을 이집트에 파견하여 적극 지원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집트가 북에게 넘겨준 소련산 미사일 스커드-B를 역설계하여 동급 미사일을 만들어냈고, 그 미사일 시험발사를 1984년에 성공하였다는 것, 이것이 이제껏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정설’이다. 그 ‘정설’을 믿은 나도 북의 미사일개발사에 관한 글에서 그런 내용을 서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무장장비관 참관을 통해 새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북이 이집트로부터 스커드-B를 넘겨받기 5년 전에, 그리고 북의 스커드-B급 자국산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하기 16년 전에 북은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계 미사일을 자체로 개발한 것이다. 그러므로 ‘스커드-B 역설계 기원설’은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이 ‘정설’로 믿어온 북의 미사일개발사는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

‘스커드-B 역설계 기원설’을 믿는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스커드-B를 역설계하여 만든 미사일이 ‘화성-5’라고 주장한다. 전략로케트관 참관에 대해 서술할 다음 회 연재물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북이 ‘화성-5’ 시험발사에 성공한 때는 1984년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1984년에 스커드-B급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고 착오하였지만, 북은 스커드-B급 미사일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우수한 성능을 지닌 ‘화성-5’를 1984년에 시험발사한 것이다.

1984년에 ‘화성-5’를 만들어낸 북이 ‘화성-1’은 언제 만들었는지에 대해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화성-1’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략로케트관에 놓인 해설판이 그들의 무지를 일깨워주었다. 해설판에 따르면, 북은 1960년대 말에 소련산 미사일을 모방생산하였고, 모방생산에서 습득한 기술로 1972년에 ‘화성-1’을 만들었고, 1979년에 ‘화성-1’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정설이다.

북이 1972년에 만든 ‘화성-1’의 사거리가 얼마나 긴지 해설판은 말해주지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의 사거리 66km보다 조금 더 긴 100km 수준의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북이 1960년대 말에 역설계로 모방생산을 하면서 미사일기술을 처음으로 습득하였던 소련산 미사일이 바로 S-75 지대공미사일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스커드-B 역설계 기원설’은 ‘S-75 역설계 기원설’로 대체되어야 한다.

놀랍게도, 북은 지대지미사일을 만들기 전에 지대공미사일부터 먼저 만들었다. 다른 미사일생산국들은 먼저 지대지미사일을 만들고 그 다음에 지대공미사일을 만드는 일반적인 개발경로를 밟아갔는데, 예외적으로 북은 역순을 밟아갔다. 이것은 ‘세계 최강’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의 공중무력에 맞서야 하였던 북이 우선 지대공미사일부터 개발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번개-3’과 ‘번개-4’

<사진6>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3축6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지상대공중로케트다. 나중에 다시 논하겠지만, 이 사진에 나타난 것은 러시아산 지상대공중로케트인데, 북이 그것과 외형을 똑같이 만들어낸 자국산 지상대공중로케트의 공싱명칭은 ‘번개-3’이다. 닮은꼴로 생긴 외형을 보고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번개-3’은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125 페초라(Pechora)의 성능을 개량한 것이다. S-125 페초라는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 S-125 네바(Neva)를 해외수출용으로 만든 것이다.
 
▲ <사진6>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3'. 북은 '번개-3'을 이미 1970년대에 실전배치하였다.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번개-3'은 위의 사진과 달리 지상대공중로케트 4기가 탑재된 개량형이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미사일기술의 발전단계를 보면, ‘번개-3’은 ‘번개-1’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된 성능격차를 보인다. 원래 ‘번개-1’은 지상포대에 배치한 고정식 발사대에서 쏘는 1세대 지상대공중로케트인데, 그와 달리 ‘번개-3’은 3축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되어 자유자재로 이동하다가 임의의 지점에서 쏘는 2세대 지상대공중로케트다. 지상대공중로케트 자행발사대가 이동하면, 방공레이더차량도 그와 함께 이동한다. 이것은 지상기지에 고정되어 360도 회전하던 방공레이더와는 질적으로 다른 위상배열레이더로 대체하여 차량에 탑재하고, 그것을 자행발사대와 연결한 것인데, 그렇게 하기까지에는 상당히 발전된 기술력이 필요하다. 해설판에는 ‘번개-3’이 1970년대에 실전배치되었다고 적혀 있는데, 이것은 북이 이미 1970년대에 3축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하는 2세대 지상대공중로케트 기술을 획득하였음을 말해준다.
 
▲ <사진7>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번개-3' 동체에 러시아말이 적혀 있다. 이것은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125 페초라를 수입한 것이므로,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것과는 다르다. [자료사진= Voice of America]


<사진7>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번개-3’ 동체 일부를 확대한 것인데, 러시아말이 쓰여 있는 것이 보인다. ‘번개-3’은 북에서 자체로 만든 지상대공중로케트인데, 어째서 러시아말이 쓰여 있을까? 중무기실을 참관하면서 이에 관해 질문하였더니,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는 이전에 그곳을 참관한 어떤 해외동포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면서, 중무기실에 전시된 ‘번개-3’ 동체에 우리말이 적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것은 3축6륜 자행발사대에 지상대공중로케트 2기를 실은 페초라이고, 중무기실에 전시된 것은 3축6륜 자행발사대에 지상대공중로케트 4기를 실은 ‘번개-3’이라는 것이다. 러시아군도 3축6륜 자행발사대에 4기를 실은 개량형 페초라를 운용하고 있다. 북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서 ‘번개-3’이 아니라 페초라를 공개한 것이다.

‘번개-3’은 중고도 지대공미사일이다. 페초라의 탄길이는 5.95m인데, ‘번개-3’ 해설판에는 탄길이가 6.1m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페초라의 사거리는 25km, 요격고도는 14km이며, 무선유도장치로 비행하고, 50분 만에 4기를 재장전하는데, ‘번개-3’의 성능지표도 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페초라의 실전경험을 말하자면, 코소보전쟁이 막바지에 오른 1999년 3월 27일 유고슬라비아군은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미국의 스텔스 전폭기 F-117을 페초라 한 발로 격추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인민군 반항공군 32개 대대에 ‘번개-3’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1개 대대에 ‘번개-3’ 자행발사대가 6대씩 배치되었으므로, ‘번개-3’ 자행발사대는 192대이고, 자행발사대 한 대에 지상대공중로케트가 4기씩 탑재되었다고 하면, ‘번개-3’ 768기가 실전배치된 것이다.

<사진8>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4’다. 중무기실에는 ‘번개-4’ 1기가 전시되었는데, 해설판에는 “탄길이 10.8m,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사용”이라고 적혀 있다.
 
▲ <사진8>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4'. 러시아군의 지대공미사일 S-200 개량형과 동급이다. 사거리는 300km, 요격고도는 40km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서로 닮은꼴로 생긴 외형을 보고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번개-4’는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200과 같은 급이다. ‘번개-4’와 S-200 개량형은 탄길이가 각각 10.8m로 똑같으므로, ‘번개-4’의 성능은 S-200 개량형의 성능과 같은 것이 분명하다. S-200 최신형의 사거리는 300km, 요격고도는 40km, 발사준비시간 24분이므로, ‘번개-4’의 사거리, 요격고도, 발사준비시간도 그와 동일할 것이다. 위에서 만능요격의 지상대공중로케트라고 평가한 ‘번개-5’의 사거리가 200km이고 요격고도가 27km인데 비해, ‘번개-4’의 사거리는 300km이고 요격고도는 40km다.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북측 지역에서 대구공군기지까지 직선거리가 290km이므로, 인민군 반항공군은 ‘번개-5’로 대구공군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번개-4’를 4개 대대에 배치하였다고 추정하였다. 인민군 반항공군 1개 대대에 ‘번개-4’ 6기씩 배치하였으므로,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번개-4’는 24기가 실전배치된 것이다. 그런데 북은 ‘번개-4’ 20기를 미얀마에 수출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에 20기를 수출하면서 자국에는 24기밖에 실전배치하지 않았다는 추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이므로, ‘번개-4’는 적어도 200기 이상 실전배치되었다고 추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어떤 공중무력도 뚫지 못하는 세계 최강의 6중 공중방벽

<연합뉴스> 2011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반항공군은 중적외선을 추적하는 지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기 때문에 한국군 전투기나 공격헬기가 근적외선을 방사하는 섬광탄(flare)을 쏘고 황급히 회피기동을 하여 지대공미사일의 추적을 따돌리려 해도 인민군 지대공미사일은 근적외선 섬광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끝까지 따라가 격추하고 만다는 것이다. 인민군 반항공군은 그런 중적외선 추적능력을 가진 지상대공중로케트를 겨누고 요격준비를 완료하였으니, 한국군 지휘부가 어찌 곤경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군 지휘부만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이 아니라, 아래에 서술한 내용을 읽어보면 미국군 지휘부도 인민군의 요격준비 앞에서 한국군 지휘부와 똑같이 곤경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 <사진9> 2013년 6월 18일 항공군 및 반항공군 최정예부대인 제1017군부대를 시찰하는 김정은 최고사령관 옆에 유리관 속에 보관된 공대공미사일이 보인다. 이것은 '하늘의 지휘소'라고 부르는 공중경보통제기를 격추하는 k-100급 공대공미사일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나는 ‘유투브(YouTube)’에 최근에 게시된 북의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사업을 현지에서 지도 주체102(2013). 6’을 시청하던 중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를 시찰하는 현장을 촬영한 <사진9>에서 군사전문가들이 보면 깜짝 놀랄 고성능미사일이 보였기 때문이다.

제1017군부대에 배치된 그 고성능미사일은 미국군의 공중경보통제기(AWACS)를 잡는 특별한 공대공미사일이다. 공중경보통제기에 장착된 위상배열레이더의 장거리 탐지능력은 매우 강력하고, 그런 첨단레이더를 가동하면서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인민군 반항공군이 위에 열거한 ‘번개’ 계열의 지상대공중로케트를 쏘아서는 미국군의 공중경보통제기를 격추하지 못한다. 크고 육중한 공중경보통제기를 격추하려면 초음속 전투기를 몰고 날렵하게 돌진비행을 하면서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을 쏘아야 한다. 러시아군의 K-100이 그런 식으로 쏘는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인데, <사진9>는 바로 그 최첨단 미사일이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에 배치되었음을 말해준다.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제1017군부대는 미그(MiG)-29 전투기와 쑤(Su)-25 공격기로 무장한 최정예 항공군부대다.

▲ <사진10> 2007년 모스크바 공중무력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러시아군의 고성능 공대공미사일 K-100. 전투기에서 이 미사일을 쏘면 '하늘의 지휘소'를 격파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가 개발하여 인도에게 제작기술을 넘겨주어 전 세계에서 그 두 나라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이 자체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하였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10>은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공중무력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K-100인데, <사진9>에 나타난 공대공미사일과 똑같이 생겼다. K-100의 사거리는 400km, 요격고도는 30km, 요격비행속도는 시속 4,000km다.

공중경보통제기를 잡는 K-100의 제작기술은 러시아가 오직 인도에만 수출하였으므로, 이제껏 러시아와 인도만 그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 각국 공군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지만, 놀랍게도 북이 그와 동급인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을 자체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한 것이다.

그런데 <사진9>에 모습을 드러낸 그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은 유리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다. 북에서 유리관 속에 보관하는 무기는 오래 전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살펴본 ‘혁명사적무기’들이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첨단 공대공미사일이 북에서 ‘혁명사적무기’로 보관되고 있는 것은, 북이 그 미사일을 오래 전에 생산하였음을 말해준다.

‘공중지휘소’라고 부르는 공중경보통제기가 없으면 미국군 지휘부는 작전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북이 K-100급 공대공미사일을 쏘아 미국군의 ‘공중지휘소’를 격파하면, 미국군 작전상황은 통제불능상태에 빠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사진11> 2009년 12월 12일 태국의 돈므엉 공항에 억류된 그루지아 국적 수송기에 실린 미사일 완제품들. 그것은 북이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공중경보통제기 격추용 공대공미사일들이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2009년 12월 12일 오전 그루지아 국적의 수송기 한 대가 중간급유를 위해 태국의 돈므엉 공항에 착륙하였는데, 그 수송기를 검색하던 공항당국은 35t 분량의 미사일이 적재된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그 미사일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쪽은 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왜냐하면, <사진11>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 수송기에 실린 미사일 완제품들은 북이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K-100급 공대공미사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이 공중경보통제기를 잡는 K-100급 공대공미사일을 해외수출까지 하는 줄도 모르고, 한국군은 대당 5,000억 원씩 주고 미국산 공중경보통제기를 4대나 수입하였다.

<사진12>는 미국 군사전문가가 북의 지상대공중로케트 요격망을 그린 추정도인데, 붉은색 동그라미는 ‘번개-1’ 요격망이고, 파란색 동그라미는 ‘번개-3’ 요격망이고, 보라색 동그라미는 ‘번개-4’ 요격망이다. 그는 북이 ‘번개-5’를 실전배치하였을 뿐 아니라, ‘번개-6’도 개발한 것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북의 지상대공중로케트 요격망을 그처럼 부분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요격망을 제대로 그리면, 제주도 상공을 제외한 한반도 상공 전역을 뒤덮는다.
 
▲ <사진12> 붉은 색 동그라미는 '번개-1' 요격망, 파란색 동그라미는 '번개-3' 요격망, '보라색 동그라미는 '번개-4' 요격망이다. 이 사진에는 화승총 요격망, 고사포 요격망, 자행고사총 요격망, 자행화승총 요격망이 표시되지 않았고, '번개-5' 요격망과 '번개-6' 요격망, 그리고 '하늘의 지휘소'를 격파할 공대공미사일 요격범위도 표시되지 않았다. 이 사진과 달리, 북이 구축한 거대한 6중 공중장벽은 한반도 상공 전역을 덮고 있다. [자료사진= 2010년 6월 IMINT & Analysis]


이처럼 북이 구축한 거대한 공중방벽은 견착식 화승총 12,000기와 견인식 고사포 11,000문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강철밀림’ 속에 그 수량을 가늠할 수 없는 자행고사총(self-propelled anti-aircraft gun)과 자행화승총(장갑차량 탑재식 저고도 지대공미사일)을 조밀하게 실전배치한 것이고, ‘번개-1’ 270기, ‘번개-3’ 768기, ‘번개-4’ 200기 이상, ‘번개-5’ 450기를 합해 1,688기 이상의 지상대공중로케트를 조밀하게 실전배치한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공중지휘소’를 격파할 K-100급 공대공미사일까지 실전배치하였으니, 북의 방공화력밀도는 6중으로 겹겹이 포진한 철통같은 공중방벽이다. 이것은 그 어떤 공중무력도 뚫지 못하는 세계 최강의 공중방벽이 한반도 상공에 덮여 있음을 말해준다. 세상에는 내로라하는 몇몇 군사강국들이 있지만, 북처럼 여섯 겹의 방공화력밀도로 자국 상공 전역을 철통 같이 방어하는 군사강국은 찾아볼 수 없다.

북이 ‘원쑤 미제’라고 부르며 적대하는 미국은 자기의 방대한 공중무력을 ‘천하무적’이라고 이제껏 자랑해왔지만, 북이 구축한 세계 최강의 6중 공중방벽 앞에서 사실상 무력화되고 말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군이 북침공습에 동원할 공중경보통제기, 전투기, 폭격기, 무인항공기,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6종의 공중무력은 북의 6중 공중방벽에 걸려 마가을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세계전쟁사상 초유의 충격상황에 빠질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사실 하나만 보아도, 북이 미국과 맞붙는 전면대결전에서 반드시 이긴다고 공언한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2013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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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9

미국의 대량감시에 침묵하는 ‘아시아의 철녀’

민중의 소리 2013년 07월 0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스노든 이전에 비니가 있었다

2001년 10월 31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신호정보자동화연구센터(Signals Intelligence Automation Research Center)를 떠나는 두 사람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근 40년 동안 국가안보국에서 암호해독관과 정보분석관으로 각각 근무하다가 퇴직한 그 두 사람은 윌리엄 비니(William Binney)와 커크 위비(J. Kirk Wiebe)다. 그 날 그 두 사람의 자진퇴직이 몇 해 뒤에 미국을 충격파로 뒤흔들게 될 줄은 그 무렵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 국가안보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통신도청프로그램을 두 종이나 개발하였다. ‘스텔라 윈드(Stellar Wind)’와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라고 부르는 통신도청프로그램은 매일 15조∼20조 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통신을 도청하는 것이었다. 이런 천문학적 규모의 통신도청은 2001년 당시 미국에서 오가는 거의 모든 국내 및 국제통화와 이메일 등 전자통신을 국가안보국이 날마다 도청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국가안보국은 AT&T와 버라이즌(Verizon) 같은 미국 통신회사들을 자기의 불법도청에 동원하였다.

< 뉴욕 타임스>가 2005년 12월 16일부 기사에서 미국 국가안보국의 통신도청을 폭로하자 미국이 발칵 뒤집혔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강력한 수사역량을 동원하여 국가안보국 통신도청에 관한 극비정보를 <뉴욕 타임스>에 제공한 취재원을 검거하기 위한 집중수사에 착수하였다.

연방수사국 검거반이 윌리엄 비니의 자택을 급습한 때는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지난 2007년 7월 이른 아침이었다. 검거요원들은 아침 출근을 위해 목욕 중이던 윌리엄 비니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벌거벗은 그를 욕실에서 끌어내 두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검거현장을 지켜보는 아내와 자식들 앞에서 그렇게 처참한 몰골로 끌려간 그가 미국 사법당국으로부터 무죄평결을 받은 때는 2010년 1월이었다.

불법도청을 자행하는 ‘거대한 괴물’에 홀로 맞선 윌리엄 비니의 외로운 저항은, 2012년 8월 22일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에 실린, 미국의 저명한 기록영화감독 로라 포이트러스(Laura Poitras)가 만든 기록영화 ‘더 프로그램(The Program)’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그 인터넷판 기록영화를 보면서 국가안보국의 불법도청이 얼마나 악질적인 범죄인지를 불현듯 깨달은 미국인 청년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미국 사법당국의 추적과 검거를 피해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셰레메쳬보 공항 환승구역에서 제3국 망명을 애타게 기다리는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다.

가디언이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
가디언이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CNN 화면 캡처


미국 국가안보국과 중앙정보국(CIA)에서 각각 근무하면서 그 자신이 불법도청프로그램 기술요원으로 일하던 스노든은 국가안보국과 중앙정보국이 미국 국민들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행하는 불법적인 도청감시의 죄악상을 세상에 폭로하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로라 포이트러스에게 연락하였다. 그녀의 주선으로 스노든은 ‘언론의 자유 재단(Freedom of the Press Foundation)’에서 그녀와 함께 활동하는 두 언론인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 그 언론인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 미국판 기자 글렌 그린월드(Glenn Greenwold)와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기자 바튼 겔먼(Barton Gellman)이다.

2013년 5월 자신의 간질병을 치료하겠다는 구실로 국가안보국에서 퇴직한 스노든은 홍콩으로 건너갔고, 미국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해 그곳에 있는 미라 호텔(Mira Hotel)에서 숨어 지내면서 국가안보국과 중앙정보국의 불법적인 도청감시를 <가디언>에 폭로하여 세상을 경악과 충격에 몰아넣었다. 백악관은 그런 그에게 반역자와 간첩의 죄목을 씌우고 긴급검거령을 내렸는데, 이 글을 집필 중인 2013년 7월 7일 현재 스노든은 베네주엘라와 니카라과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은 상태다.


전체주의이자 제국주의 국가, 미국의 ‘대량감시’

미국의 국가안보국, 중앙정보국, 연방수사국 등이 자행하는 무차별적인 도청감시를 미국에서는 ‘대량감시(mass surveillance)’라고 통칭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미국 정부가 대량감시를 자행하는 바람에 자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였다는 식의 주장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것은 개인의 공민적 자유(civil liberty)를 중시하는 미국식 자유주의자들의 편향된 시선이다. 미국의 무차별적인 불법감시활동을 개인의 공민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 보는 인식은, 전체가 아니라 부분만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의 산물이다.
포괄적인 시선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 개인의 공민적 자유에 대한 국가의 침해행위가 보이는 게 아니라, 불법적인 대량감시를 ‘국가안보’라는 미명 아래서 은밀히 자행하는 변태적이고 범죄적인 국가정체성이 드러나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자국민에게 자행하는 무차별적인 대량감시가 미국을 전체주의 국가(totalitarian state)로 만들었고, 미국이 세계 각국에게 자행하는 대량감시가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imperialist state)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국가체제를 장악, 관리하는 소수 지배세력은 입만 벌리면 ‘자유’니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하는 유혹적인 언사를 늘어놓지만, 그들의 그런 언사는 미국이 자국민을 감시-억압하는 전체주의 국가이며 동시에 전 세계를 감시-억압하는 제국주의 국가라는 이중적인 범죄적 정체를 은폐하고 세상을 속이는 기만선전이 아닐 수 없다. 스노든은 바로 그러한 미국의 변태적이고 범죄적인 국가정체성을 세상에 폭로한 것이다.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의 대량감시활동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원래 미국의 전체주의적 불법감시활동은 ‘코인텔프로(COINTELPTRO)’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미국의 급진좌파세력, 진보정치세력을 불법사찰로 감시하고 비밀공작으로 억누르면서 도감청은 물론이고 악선전과 조직파괴, 그리고 심지어 암살까지 자행하는 전체주의적 압제의 전형이었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코인텔프로’의 존재가 세상에 폭로되자 1971년 4월에 그것을 중단하였다고 서둘러 발표하고 넘어갔으나, 이번에 스노든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코인텔프로’는 중단된 것이 아니라 이름만 바뀌었을 뿐 지난 40여 년 동안 계속 가동되어온 것이다.

‘코인텔프로’와 그 후신프로그램이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감시-억압활동이라면, 이번에 스노든이 폭로한 ‘프리즘(PRISM)’이라는 프로그램은 미국 국가안보국, 중앙정보국, 연방수사국이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2007년부터 자행하는 도청감시활동이고, 이번에 스노든이 폭로한 ‘템포라(Tempora)’라는 프로그램은 미국 국가안보국과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가 합동하여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자행하는 도청감시활동이다.

세계 각국에 대한 미국 국가안보국의 도청감시는 미국의 어느 특정 정보기관이 저지른 일시적 일탈행위가 아니라 미국 국가체제 안에서 법제화되고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비밀국가활동이라는 데 문제의 범죄적 심각성이 있다. 이를테면, 세계 각국에 대한 미국 국가안보국의 도청감시는 2007년 9월 11일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쉬의 서명으로 발효된 이른바 ‘미국 보호법(Protect America Act)’에 의해 법제화되었고, 미국 대외정보감시원(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Court)에 의해 상시적인 감독을 받는 비밀국가활동인 것이다.

NSA 휘장과 PRISM 프로그램의 폐해를 은유한 이미지
NSA 휘장과 PRISM 프로그램의 폐해를 은유한 이미지ⓒvr-zone.com


전 세계 전자통신망의 86%, 미국이 엿보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이 세계 각국의 전자통신망을 아주 손쉽게 도청할 수 있는 까닭은, 전 세계 전자통신량 가운데 86%가 미국의 전자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지 때문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알아보면, 전 세계 전자통신량은 12,385 기가바이트(gigabyte)인데, 그 가운데서 미국의 전자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통신량은 86%에 해당하는 10,652 기가바이트다. 1 기가바이트는 10억 바이트다.

미국 국가안보국이 세계 각국의 전자통신을 불법적으로 도청감시하기 위해 동원한 직통로들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애플(Apple), 구글(Google), 야후(Yahoo), 에이오엘(AOL), 페이스북(Facebook), 팰토크(PalTalk), 유투브(YouTube), 스카이프(Skype) 등 미국과 전 세계를 상호연결하는 국제전자통신망을 전면적으로 포괄한다.

또한 미국 국가안보국은 위에서 언급한 ‘스텔라 윈드’와 ‘프리즘’ 이외에도 ‘룸641에이(Room641A)’, ‘맞춤형 접근작전(Tailored Access Operations)’, ‘무한대 첩보원(Boundless Informant)’ 같은 이름을 가진 다종다양한 도청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라, 미국 법무부가 주관하는 대국민감시체계인 ‘전국의혹행동보고활동(NSARI)’, 미국 연방수사국이 주관하는 대국민감시체계인 ‘디씨에스넷(DCSNet)’, 그리고 미국 국가안보국, 중앙정보국, 연방수사국이 3자 합동으로 운용하는 대국민재정활동감시체계인 ‘메인 코어(Main Core)’, 미국 중앙정보국과 재무부가 2자 합동으로 운영하는 ‘테러행위자 재정추적 프로그램(Terrorist Finance Tracking Program)’ 등도 있다.

지금 미국 국가안보국, 중앙정보국, 연방수사국은 미국의 급진좌파세력과 진보정치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평화운동단체들, 환경운동단체들, 미국원주민운동단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광범위하게 도청감시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스노든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미국 국가안보국, 중앙정보국, 연방수사국은 북한이나 이란 같은 미국의 현실적 적국들, 그리고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미국의 잠재적 적국들을 집중적으로 감청감시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프랑스, 독일, 일본, 터키, 브라질, 유럽연합을 비롯한 38개에 이르는 미국의 동맹국 및 우호국까지 상시적으로 도감청하고 있다.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은 워싱턴과 뉴욕에 있는 세계 각국 외교공관들의 전자통신망에 은밀히 침투하여 불법적으로 도청감시하고 있는데, 강력한 통신보안장치가 설치되어 그런 식으로 도청하기 힘든 대상에게는 특수하게 제작된 안테나를 대상 주변에 은밀히 설치하여 무선감청까지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기관들이 이처럼 다종다양하고 전방위적인 비밀감시활동을 벌이는 오늘의 현실은, 3억1,4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국민들과 70억 명에 이르는 인류가 미국의 ‘국가안보’라는 미명 아래서 상시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 마디로, 미국은 ‘대량감시의 제국’인 것이다.


‘아시아의 철녀’는 왜 침묵하는가?

워싱턴과 뉴욕에 있는 세계 각국 외교공관을 상대로 자행된 미국의 도감청이 스노든의 폭로로 세상에 드러나자,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과 프랑스 대통령 프랑쑤아 올랑드(Fran?ois Hollande)는 자국 외교공관에 대한 미국의 불법감시활동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불법감시활동이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또한 유럽연합 법무장관 비비앤 레딩(Viviane Reding)은 자기들의 외교공관에 대한 미국의 불법감시활동에 관해 해명을 요구하는 공식문건을 미국 연방정부당국에 보냈고, 호주 외무장관 밥 카(Bob Carr)는 “호주 국민의 안전과 사생활 보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시적인 도감청에 의해 자국 주권이 훼손당한 나라들이 미국에게 항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항변은 미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꺼내놓은 완곡한 항의표시였다. 강력한 항의의사를 정부성명에 담아 공식 발표한 것이 아니라, 고위관리들이 개별적으로 발언한 것이었다.

자국의 주권이 미국의 불법감시활동에 의해 훼손되었는데도, 왜 그렇게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고 넘어갔을까? 그 까닭은, 그 나라들이 자국을 상대로 미국의 불법감시활동이 자행되고 있는 정황을 이미 오래 전에 감지하였으면서도 그것을 사실상 묵인해왔거나 심지어 미국 국가안보국이 자국 영토에 비밀감청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협조한 ‘공범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스노든은 독일 주간지 <슈피겔> 2013년 7월 7일부 대담기사에서 여러 나라가 미국 국가안보국의 불법감시활동에 협력하였다고 폭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세상에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미국 국가안보국은 독일,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영토에서 각각 비밀감청시설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스노든의 폭로에서 주목하는 것은, 한국도 미국의 불법감시활동으로 피해를 입은 38개국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위에 열거한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미국의 불법감시활동으로 주권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당한 최대 피해자다. 미국이 자행하는 불법감시활동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라고 지적하는 논거는 한미관계의 과거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뉴시스/AP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불법감시활동을 자행한다는 사실은 이미 1970년대 후반에 세상에 드러난 바 있다. 이를테면, <워싱턴 포스트>는 1976년 10월 15일부 기사에서 미국 국가정보기관이 청와대를 도청하고 있다고 보도하였고, <워싱턴 스타>는 1978년 5월 24일부 기사에서 미국 국가안보국이 주미한국대사관을 도청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 두 보도기사에서 폭로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법감시활동은 한미관계가 최악 상태에 빠졌던 박정희 정권 말기에 잠깐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청와대 도청과 주미한국대사관 도청이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암살사건과 함께 종료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허상에 현혹된 나머지 미국의 제국주의적 국가정체성을 알지 못하는 섣부른 속단이다.

미국의 불법감시활동으로 주권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당한 피해자가 한국이라는 사실이 이번에 스노든의 폭로로 35년 만에 또 다시 드러났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에게 항변은커녕 일언반구의 지적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가 대통령 재임 중에 미국의 불법감시활동을 집중적으로 겪으며 시달렸고, 지금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그녀 자신이 자기 아버지와 똑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데도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항변 한 마디 하지 못하는 이 기이한 침묵이야말로 친미주의자의 굴종적 침묵이 아닐 수 없다.

2013년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였을 때, 미국 언론계는 그녀를 ‘아시아의 철녀(Iron Lady of Asia)’라고 부르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굴종적 침묵의 여인’이라는 별명이 더 잘 어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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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8

무장장비관 견문록(2) 고속기동전과 전면타격전의 주역들

[한호석의 개벽예감](69)
자주민보 2013년 07월 0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선군-915’가 앞서고 ‘준마-ㄹ’이 뒤따르는 인민군 고속기동전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을 참관하던 내 앞에 전차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장갑차다. 장갑차는 전차와 함께 고속기동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무기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고속기동전을 벌여 ‘조국통일대전’을 단숨에 끝내겠다고 밝힌 북의 선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은 고속기동화된 철갑무력의 두 축인 전차와 장갑차를 중시하고, 철갑무력의 제작기술개발, 성능향상, 대량생산에 힘써왔다. 내가 참관한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에 전시된 각종 전차와 장갑차들은 북이 고속기동화된 철갑무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말해주었다. 그런데 인민군 장갑차와 관련하여 남측과 미국에서 아래와 같은 부정확한 정보가 나돌고 있다.

첫째, 저들의 부정확한 정보에 따르면, 인민군에 배치된 4축8륜 수륙양용장갑차는 러시아산 1972년식 장갑차 ‘BTR-70’과 동급인 ‘66장갑차’인데, 이 장갑차의 조종병력은 3명, 탑승병력은 7명이라는 것이다.

둘째, 저들의 부정확한 정보에 따르면, 인민군의 주력 장갑차인 5축10륜 수륙양용장갑차는 중국산 장갑차 ‘YW531’과 동급인 ‘VTT-323’인데, 이 장갑차의 조종병력은 3명, 탑승병력은 10명이라는 것이다. 이 장갑차의 존재를 1973년에 처음 포착한 미국 군부는 이 장갑차를 ‘M1973’이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셋째, 저들의 부정확한 정보에 따르면, 인민군의 신형 장갑차인 4축8륜 수륙양용장갑차는 러시아산 1986년식 장갑차 ‘BTR-80’과 동급인 ‘M2010’인데, 이 신형 장갑차의 조종병력은 2명, 탑승병력은 8명이라는 것이다. 이 신형 장갑차의 존재를 2010년에 처음 포착한 미국 군부는 이 장갑차를 ‘M2010’이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그러나 내가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에서 살펴본 인민군 장갑차들은 위에 서술한 내용과 크게 다르다. 인민군 장갑차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아래와 같다.

첫째,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에 전시된 4축8륜 수륙양용장갑차의 공식명칭은 1969년식 장갑차 ‘69’다. 남측과 미국에는 인민군 장갑차 ‘69’가 ‘66’으로 잘못 알려졌다. 또한 남측과 미국에는 1969년식 장갑차 ‘69’의 조종병력이 3명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실제는 2명이고, 탑승병력도 7명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실제는 8명이다.

▲ <사진1>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69년식 장갑차 '69'. 이 장갑차는 4축8륜 수륙양용장갑차로 기동속도가 매우 빨라 고속기동전에 유리하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1>에 나온 장갑차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69년식 장갑차 ‘69’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이 장갑차는 지상에서 최고시속 90km로, 물에서 최고시속 10km로 주행하며, 주행거리는 600km다. 또한 이 장갑차의 무장은 회전포탑에 장착된, 사거리가 2km인 14.5mm 대구경 기관총 1정, 사거리가 1.5km인 7.62mm 기관총 1정이다. 북이 이미 1969년부터 자체로 장갑차를 생산하기 시작하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무기실에 전시된 무한궤도 장갑차의 공식명칭은 1973년식 장갑차 ‘323’이다. 현재 인민군은 이 장갑차를 주력 장갑차로 운용하고 있다. 미국과 남측에는 이 장갑차가 5축10륜 장갑차로 잘못 알려졌는데, 실제는 무한궤도 장갑차다. 또한 미국과 남측에는 1073년식 장갑차 ‘323’의 조종병력이 3명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실제는 2명이고, 탑승병력도 10명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실제는 12명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1973년식 장갑차 ‘323’의 최고주행속도는 시속 65km이고, 주행거리는 500km다. 이 장갑차의 우월성은 강력한 화력이다. 다른 나라 장갑차들은 대체로 12.7mm 기관총 1정을 장착한 것이 일반적인데, 인민군 장갑차 ‘323’은 12.7mm 기관총 2정을 포탑에 장착하였을 뿐 아니라, 강력한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하였다.

▲ <사진2> 인민군의 주력 장갑차인 1973년식 장갑차 '323'. 이 장갑차에는 12.7mm 기관총 2정과 저고도지대공미사일 8기가 장착되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2>에 나온 1973년식 장갑차 ‘323’은 12.7mm 기관총 2정을 장착한 포탑 뒤쪽에 저고도지대공미사일 8기를 장착하였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는 이 장갑차에 장착된 것이 러시아군 저고도지대공미사일인 9K23 ‘아이글라(Igla)’라고 쓰여 있지만, 그것은 러시아산 수입무기가 아니라 북이 자체로 생산한 적외선유도식 고사로케트 ‘화승총’이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고사로케트 ‘화승총’의 해설판에는 “따라사격 사거리 5km, 마주사격 사거리 8km”라고 적혀 있다. 미국군의 저고도지대공미사일 FIM-92 스팅어(Stinger)의 사거리는 4.5km다.

셋째, 중무기실에는 북이 2009년에 생산한 신형 장갑차가 전시되었다. <사진3>에 나온 장갑차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주체98년식 장갑차 ‘준마-ㄹ’다. 북에서는 ‘준마-르’라고 읽는다. 남측과 미국에는 주체98년식 장갑차 ‘준마-ㄹ’가 4축8륜 장갑차로 잘못 알려졌는데, 지탱바퀴가 여섯 개 달린 무한궤도 장갑차다. 또한 남측과 미국에는 ‘준마-ㄹ’의 탑승병력이 8명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실제는 9명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북의 신형 장갑차 ‘준마-ㄹ’의 최고주행속도는 시속 85km, 주행거리는 600km다. 또한 이 신형 장갑차에는 컴퓨터사격통제장치로 가동되는 14.5mm 대구경 기관총 2정이 회전포탑에 장착되었고, 81mm 연막탄 6발과 화생방방호체계를 갖추었다.

▲ <사진3>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인민군 신형 장갑차인 주체98년식 장갑차 '준마-ㄹ'. 컴퓨터사격통제장치로 가동되는 14.5mm 대구경 기관총 2정이 회전포탑에 장착되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놀랍게도, 북은 2009년에 신형 중전차 ‘선군-915’와 신형 장갑차 ‘준마-ㄹ’를 한꺼번에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고속기동화된 철갑무력을 대량생산하는 매우 강력한 현대적인 생산체계가 북에서 가동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의 기계공업부문에서 생산설비의 CNC화와 자동화가 추진되었다는 기사가 북측 언론에 나오기 시작한 때도 2009년이었고, 제철공업부문에서 주체철 생산체계가 가동되고 있다는 기사가 북측 언론에 나오기 시작한 때도 2009년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에서 기계공업 및 제철공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신형 중전차 및 신형 장갑차의 대량생산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인민군 1개 기계화보병대대가 3개 중대, 300명 병력, 장갑차 48대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 추정에 따르면, 인민군 1개 기계화보병대대는 1973년식 장갑차 ‘323’ 32대를 보유한 2개 중대와 신형 장갑차 주체98년식 ‘준마-ㄹ’ 16대를 보유한 1개 중대로 편성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가 이전에 발표한 자료에는 인민군 장갑차가 모두 2,500대라고 적혀 있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적어도 2009년 이전부터 북이 현대화된 철갑무력 대량생산체계를 가동해온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3,000대 수준으로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4> 인민군 고속기동전 훈련장면. 신형 전차 '선군-915'가 앞서고 신형 장갑차 '준마-ㄹ'가 그 뒤를 따른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북의 ‘조국통일대전’ 시나리오에 따라 고속기동전에 출격하게 될 인민군 장갑차에는 특수훈련으로 단련되고 중무장한 정예병력이 타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명령을 내리는 즉시 장갑차 3,000대에 분승할 중무장한 인민군 정예병력 약 30,000명이 최전방에 대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4>가 보여주는 인민군 철갑무력의 기동모습은, 신형 전차 ‘선군-915’가 앞서고 신형 장갑차 ‘준마-ㄹ’가 그 뒤를 따르는 고속기동전 훈련장면이다.  

다종다양한 자행포 가운데 최강자는 ‘주체포’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에 전시된 장갑차들을 살펴보는 나에게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는 “인민군 포무력이 매우 강하다”고 말하며 나를 자행포(자주포)와 방사포(다련장로켓)가 전시된 곳으로 안내하였다.

▲ <사진5> 무장장비관 야외전시장에는 퇴역한 자행포 등이 전시되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무장장비관 중무기실 중앙통로 오른쪽이 각종 포를 전시한 구역인데, 긴 포신을 허공에 쳐든 각종 자행포가 중앙통로 가까이에 전시되었고, 그 바깥쪽에 장갑차와 방사포가 전시되었다. 중무기실에는 현재 인민군 포병부대가 운용하는 자행포와 방사포만 전시되었고, <사진5>에서 보는 것처럼, 퇴역한 자행포는 야외전시장에 전시되었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각종 자행포들은 자행직사포, 자행곡사포, 자행평사포 등이다.

주목하는 것은, 북이 대구경 장거리포를 무한궤도차량에 탑재하여 기동력을 높이는 자행화(self-propellization)를 완료하였다는 점이다. 대구경 장거리포의 자행화는 포무력을 고속기동전에 적합하게 ‘진화’시킨 것이다. 물론 인민군 포병부대에는 견인포도 배치되었지만, 그 견인포는 주로 해안갱도진지에 고정배치된 해안포들이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각종 자행포는 구경이 100mm, 103mm, 122mm, 130mm, 152mm, 170mm로 다종다양한데, 생산연도순으로 열거하면 이렇다.

1972년식 103mm 자행직사포
1972년식 152mm 자행곡사포
1973년식 170mm 자행평사포
1974년식 100mm 자행직사포
1974년식 130mm 자행평사포
1976년식 122mm 자행평사포
1978년식 122mm 자행곡사포
1983년식 170mm 자행평사포

주목하는 것은, 위에 열거한 자행포 8종 가운데 7종이 1970년대에 생산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인민군 포무력의 자행화는 이미 1970년대에 높은 수준에 이른 것이다. 

원래 인민군 자행포가 실전에 처음 등장한 때는 한국군이 자주포라는 말조차 몰랐던 6.25전쟁 시기였다. 인민군 포병부대는 지금으로부터 63년 전에 76mm SU-76 자행포를 몰고 남진하였는데, 1942년 소련에서 처음 생산되기 시작한 이 자행포는 사거리가 14km이고, 최고주행속도가 시속 45km다. 한국군이 미국산 203mm M-110 자주곡사포 99문을 수입한 때는 1966년이었다.
 
▲ <사진6>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2013년 3월 12일 인민군 제641군부대를 시찰하면서 1973년식 170mm 자행평사포를 살펴보았다. 포신 받침대에 '주체포'라고 쓴 흰색 글씨가 선명하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위에 열거한 8종의 자행포를 살펴보던 내 앞에 엄청나게 크고 육중한 자행포가 나타났는데, 그것이 1973년식 170mm 자행평사포다. 북에서는 이 자행평사포를 ‘주체포’라고 부른다. 구경이 170mm나 되고, 포신이 15m로 매우 긴 이 자행평사포는 곁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위압감을 느낄 만하다. 1973년식 170mm 자행평사포는 포를 쏠 때 생기는 엄청난 반동력을 제어하기 위해 평토기 배토판(bulldozer blade)처럼 생긴 접이식 제어판(retractable spade)을 차체 뒤쪽에 장착하였다. <사진6>에서 보는 것처럼,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2013년 3월 12일 인민군 제641군부대를 시찰하면서 1973년식 170mm 자행평사포를 살펴보고 포병들에게 지침을 내렸다. 그 사진을 보면, 포신 받침대에 ‘주체포’라고 쓴 흰색 글씨가 선명하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1973년식 170mm ‘주체포’는 사거리 60km, 최고주행속도 시속 40km, 주행거리 300km이며, 포탄 12발을 싣고 이동한다. 북이 이 ‘주체포’를 생산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5년이 지난 1978년에 이 포가 황해북도 곡산에 배치된 것을 고공정찰로 처음 포착한 미국 군부는 그 포를 ‘M1978’ 또는 ‘곡산포’라고 제멋대로 불렀다. 이 ‘주체포’ 실물이 북측 외부세계에 알려지기까지 12년이 걸렸는데, 1985년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군사행진에 이 ‘주체포’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 <사진7> 1980년부터 1988년까지 계속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은 북으로부터 수입한 1973년식 170mm '주체포'로 이라크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1973년식 170mm ‘주체포’의 위력은 실전에서 입증된 바 있다. 1980년부터 1988년까지 계속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은 북으로부터 1973년식 170mm ‘주체포’를 수입하여 전선에 투입하였다. <사진7>이 말해주는 것처럼,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은 ‘주체포’로 이라크군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 <사진8> 2013년 3월 13일 실전능력판정을 위한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한 1973년식 170mm '주체포'가 불을 뿜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이처럼 실전경험이 풍부한 1973년식 170mm ‘주체포’는 처음 생산된 때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사진8>은 2013년 3월 13일 실전능력판정을 위한 인민군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한 1973년식 170mm  ‘주체포’가 불을 뿜는 모습이다. 북에서는 인민군의 포사격을 흔히 “불벼락을 친다”고 표현하는데, 그것은 ‘주체포’ 사격을 두고 하는 말로 들린다. 

<사진9>는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74년식 100mm 자행직사포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이 자행직사포 앞에 놓여있는 해설판에는 “조종인원 7명, 사거리 27km”라고 적혀 있다. <사진10>은 이 자행직사포를 쏘는 실탄사격훈련장면이다.

그런데 중무기실에 전시된 또 다른 ‘주체포’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1983년식 170mm 자행평사포다. 생산연도를 밝히지 않으면 똑같이 ‘주체포’라고 부르는 2종의 170mm 자행평사포에 대해 좀 헷갈릴 수 있는데, 북에서는 10년 간격을 두고 생산된 170mm 자행평사포 2종을 모두 ‘주체포’라 부른다. 주목하는 것은, 북이 1973년식 170mm 자행평사포를 생산한 때로부터 꼭 10년 만에 성능을 향상시킨 170mm 자행평사포를 생산한 것이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1983년식 170mm ‘주체포’ 앞에 놓여있는 해설판에는 “조종인원 9명, 사거리 40km, 추진탄 사용하여 사거리 연장”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11>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83년식 170mm ‘주체포’다.

▲ <사진9>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74년식 100mm행직사포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 <사진10> 1974년식 100mm 자행직사포를 쏘는 실탄사격훈련장면. 엄청난 발사화염을 뿜어낸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 <사진11>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83년식 170mm 자행평사포 '주체포'. 이 '주체포'를 쏘면, 포탄이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주한미국군사령부에 떨어진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1983년식 170mm ‘주체포’의 최고주행속도는 시속 40km이며, 주행거리는 300km다. 인민군 포병부대들은 일반탄과 추진탄(projectile)을 각각 쏘는데, 추진탄을 쏘면 일반탄보다 20km 더 멀리 날아가므로 1983년식 170mm ‘주체포’의 최장사거리는 60km다. 최전방에 배치된 인민군 포병부대가 이 ‘주체포’를 쏘면, 포탄이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주한미국군사령부에 떨어진다.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의 말에 따르면, 전시에는 이 ‘주체포’가 60km 밖에 있는 타격목표를 향해 ‘특수탄’을 쏜다고 하는데, 그녀는 ‘전시특수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이 ‘주체포’에는 예비포탄 12발이 들어가는 포탄적재함이 설치되었다고 하는데, ‘주체포’ 1문이 ‘전시특수탄’ 12발을 타격목표를 향해 쏘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거대한 숲을 이룬 자행포 7,000문의 강철포신

인민군은 위에 열거한 각종 자행포를 몇 문이나 보유하였까? 남측 국방부는 2012년에 펴낸 ‘국방백서’에서 인민군 중장거리포가 8,600문이라고 썼다. ‘국방백서’는 격년 발행인데, 2008년에 펴낸 ‘국방백서’에는 인민군 중장거리포가 8,500문이라고 쓰여 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이 중장거리포를 5년 동안 100문밖에 더 증강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북의 중장거리포 연간 생산량이 20문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추산오류로 보인다.

인민군 중장거리포가 5년 전에 8,500문이었으므로, 지난 5년 동안 500문이 더 늘어 현재는 9,000문에 이르렀다고 해야 합리적인 추산이다. 2013년 4월 8일 중국 언론 <환구시보>에 보도된 중국군사과학원 세계군사연구부 부부장의 말에 따르면, 인민군이 10,000여 문의 포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인민군 중장거리포 9,000문 가운데 각종 자행포가 7,000문이고, 각종 견인포가 2,000문이라고 추산한다. 자행포 7,000문이 하늘을 향해 일제히 강철포신을 쳐들면 거대한 ‘포신숲’을 이룰 것이다.

‘유투브(You Tube)’에 게시된 북의 예술영화 ‘군관의 안해들’을 보면, 인민군 포병들은 일제히 “일당백!”을 외치면서 포사격을 개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에서 말하는 ‘최후결전의 날’에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타격명령을 내리면, 갱도진지 밖으로 나온 인민군 자행포 7,000문이 “일당백!” 구호와 함께 일제히 불을 뿜는 사상 최대의 포사격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공할 인민군 대량포격에 맞설 어떤 방어수단도 갖지 못한 한미연합군의 현 상황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자행포 전시구역에서 방사포 전시구역으로 발길을 옮기던 내 앞에 3종의 자행박격포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자행박격포라는 말을 그 자리에서 처음 들었는데, 장갑차 뒤쪽에 대구경 박격포 1문을 장착한 것이 자행박격포다. 원래 소구경 박격포는 보병들이 어깨에 메고 운반하는 것인데, 북에서 만든 대구경 박격포는 너무 무거워 그렇게 운반할 수 없으므로 장갑차에 탑재하여 기동력, 파괴력, 방호력을 갖춘 것이다. 중무기실에는 1976년식 82mm 자행박격포, 1978년식 120mm 자행박격포, 1981년식 140mm 자행박격포가 전시되었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각종 포들은 모두 자행화된 것인데, 자행화되지 않은 견인포 1종이 전시되었다. 그것은 1991년식 30mm 6신 견인고사포인데, 해설판에는 “조종인원 5명, 사거리 4km”라고 적혀 있다. 이 견인고사포는 미국군이 벌컨방공포(vulcan anti-air artillery)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국군도 조종인원 4명이 쏘는 차량견인식 20mm 6신 KM-167 벌컨방공포를 실전배치하였는데, 구경이 작아서 사거리가 2.2km에 이른다.

인민군 방사포는 122mm 방사포에서 300mm 방사포까지 모두 8종

인민군 포무력의 중추는 방사포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인민군이 8종의 방사포를 운용하는 것만 봐도, 인민군 포무력에서 방사포의 역할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중무기실을 참관하면서 내가 놀란 것은, 북이 자국산 방사포를 처음 생산한 때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68년이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에서 방사포를 가장 먼저 개발한 소련이 3축6륜차량에 탑재한 122mm 방사포(BM-21 Grad)를 처음 생산한 때가 1963년이었는데, 북은 그로부터 5년 뒤에 무한궤도차량에 탑재한 200mm 방사포를 생산하였으니 북의 선진적인 방사포 개발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방사포를 생산연도순으로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1968년식 200mm 4관 방사포
1973년식 122mm 30관 방사포
1973년식 122mm 40관 방사포
1984년식 240mm 12관 방사포
1984년식 240mm 18관 방사포
1990년식 122mm 40관 방사포
1990년식 240mm 22관 방사포

남측과 미국에 나도는 부정확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민군이 107mm 12관 방사포, 107mm 18관 방사포, 107mm 24관 방사포도 운용하고 있다지만 중무기실에 107mm 방사포가 없는 것을 보면 107mm 방사포는 이미 퇴역된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이전에 남측과 미국에 나도는 부정확한 자료밖에 모르는 상태에서 쓴 인민군 방사포에 관한 몇몇 글들은 이번 무장장비관 참관에서 얻은 새로운 정보에 근거하여 수정되어야 한다.

인민군 방사포를 생산연도순으로 열거한 위의 서술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근 50년에 이르는 북의 방사포 개발사는 구경을 더욱 확장하고, 발사관수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거리 및 파괴력의 증강과 타격정밀도 향상을 추진해온 과정이었다.

▲ <사진12> 2013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73년식 122mm 30관 방사포.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인민군 방사포들 가운데 1968년에 생산된 200mm 4관 방사포를 초기형 방사포라고 한다면, 현재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방사포는 122mm 계열 방사포와 240mm 계열 방사포, 그리고 중무기실에 전시되지 않은 300mm 계열의 신형 방사포로 대별된다. 그러므로 북의 방사포 개발사는 122m 방사포 발사관을 30관에서 40관으로 확대하고, 240mm 방사포 발사관을 12관에서 22관으로 확대하고, 12관 방사포의 구경을 240mm에서 300mm로 확장하는 성능향상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사진13> 2013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90년식 122mm 40관 방사포. 4축8륜차량에 탑재되었고, 예비포탄 40발을 싣고 다니면서 자동장치로 재장전하여 곧바로 2차 사격을 하는 위력적인 무기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 <사진14> 2013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신형 122mm 12관 방사포. 무한궤도장갑차량에 장착되었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2013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3종의 122mm 방사포가 등장하였다. <사진12>에 나온 3축6륜차량에 탑재된 방사포는 1973년식 122mm 30관 방사포이고, <사진13>에 나온 4축8륜차량에 탑재된 방사포는 1990년식 122mm 40관 방사포인데, 예비포탄 40발을 싣고 다니면서 자동장치로 재장전하여 곧바로 2차 사격을 하는 위력적인 무기다. <사진14>에 나온 무한궤도장갑차량에 탑재된 방사포는 신형 122mm 12관 방사포다.

▲ <사진15> 2008년 9월 9일 로농적위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73년식 122mm 24관 방사포. 저고도지대공미사일 '화승총' 2기가 방사포와 함께 차량에 장착되었다. 이 방사포는 로농적위군 여성포병들이 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15>에 나온 방사포는 2008년 9월 9일 로농적위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73년식 122mm 24관 방사포인데, 저고도지대공미사일인 ‘화승총’ 2기가 방사포와 함께 차량에 장착되었다. 2011년 9월 9일 로농적위군 군사행진 장면을 촬영한 <사진16>에는 협동농장 뜨락또르(트랙터)가 끄는 122mm 18관 방사포가 등장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웬만한 나라는 현역 포병부대에게도 122mm 방사포를 갖춰주지 못하는 형편인데, 북은 예비역 포병부대까지 122mm 방사포로 무장시켰으니, 그처럼 막강한 방사포무력을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밖에 없다.

▲ <사진16> 2011년 9월 9일 로농적위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협동농장 트랙터가 끄는 122mm 18관 방사포. 이 방사포는 로농적위군 여성포병들이 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사진17>에 나온 3축6륜차량에 탑재된 방사포는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90년식 240mm 22관 방사포다. 이 방사포는 중무기실에 전시된 7종의 방사포들 가운데 가장 나중에 만든 것이며 따라서 화력이 매우 세다. 그런데 중무기실에 전시된 1990년식 240mm 22관 방사포보다 화력이 훨씬 더 강한 신형 240mm 방사포가 2013년 3월 13일 인민군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하였다. <사진18>에 나온 방사포가 신형 240mm 40관 방사포다. 기존 240mm 방사포는 3축6륜차량에 탑재된 22관 방사포인데, 신형 240mm 방사포는 4축8륜차량에 탑재된 40관 방사포다. 화력이 두 배 정도 증강된 것이다.

신형 240mm 40관 방사포 발사장면을 촬영한 <사진18>이 북측 언론에 보도된 때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2013년 6월 30일 <연합뉴스>는 인민군이 기존 240mm 방사포를 개량형 240mm 방사포로 교체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북이 개량한 신형 240mm 방사포는 기존 240mm 방사포보다 사거리가 5∼10km 더 늘어났다고 한다.

▲ <사진17>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1990년식 240mm 22관 방사포, 인민군이 전개할 전면타격전의 주역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 <사진18> 2013년 3월 13일 인민군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한 신형 240mm 40관 방사포. 재장전장치가 보인다. 이 신형 방사포의 최장사거리는 80km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중무기실에 전시된 각종 방사포들 앞에 놓인 해설판에는 122mm 방사포 사거리가 20.7km라고 적혀 있고, 240mm 방사포 사거리가 50.3km라고 적혀 있는데, 이것은 일반탄을 쏠 때 포탄이 비행하는 거리다. 해설판에는 각종 방사포로 일반탄만 아니라 연장탄도 쏜다고 적혀 있는데, 연장탄 사거리는 “비공개”라고 적혀 있다. 연장탄은 일반탄에 비해 20km 정도 더 멀리 날아가므로, 1990년식 240mm 22관 방사포의 최장사거리는 70km로 추정되고, 신형 240mm 40관 방사포의 최장사거리는 80km로 추정된다.

신형 300mm 12관 방사포는 어디에 있을까?

2013년 5월 23일 남측 언론매체들은 인민군이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동해 쪽으로 발사한 발사체가 단거리미사일이 아니라 신형 300mm 4관 방사포인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나는 2013년 6월 1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글 ‘호도반도 뒤흔든 발사폭음의 정체’에서 당시 인민군은 신형 300mm 방사포를 쏜 것이 아니라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북은 이미 오래 전에 300mm 12관 방사포를 실전배치하였다고 썼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아미 레커그니션(Army Recognition)>은 북이 300mm 12관 방사포 보유국이라고 명시하였다. 지금으로부터 근 30년 전에 240mm 방사포를 생산한 북이 300mm 방사포를 아직 실전배치하지 못하고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는 식의 추측보도는 북의 방사포 개발사를 모르는 무지의 발로다.

<사진19>에 나온 방사포는 러시아군이 실전배치한, 사거리가 90km에 이르는 300mm 12관 방사포다. 중국은 러시아산 300mm 12관 방사포를 수입하여 1996년부터 PHL96 300mm 방사포를 모방생산하였다. 300mm 방사포탄은 120mm 강철장갑을 뚫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

▲ <사진 19> 러시아군이 실전배치한 300mm 12관 방사포. 인민군도 300mm 12관 방사포를 실전배치하였다. 인민군의 300mm 12관 방사포의 최장사거리는 170-200km로 추정된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2013년 6월 29일 강원도 원산 부근에 주둔하는 인민군 제851부대 포사격훈련을 지도하였는데, 보도사진에 나온 방사포 발사장면은 “적진과의 실지거리를 타산하여” 신형 300mm 12관 방사포를 쏘는 실탄사격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신형 방사포는 사거리가 매우 길고 타격력이 매우 강해서 육지 목표를 향해 쏘지 못하고 동해 쪽으로 쏘는 실탄사격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신형 300mm 12관 방사포의 사거리가 170∼200km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였다.

나는 중무기실에 가면 신형 300mm 12관 방사포도 볼 수 있으려니 기대했지만, 거기에는 그 방사포가 없었다. 그런데 중무기실에 전시된 각종 방사포를 살펴보고 발길을 막 돌리려던 내 앞을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포신이 가로막았다. 구경이 무려 370mm나 되는 거대한 포신 세 개가 우람하게 서 있는 게 아닌가. 그 거포의 공식명칭은 1984년식 370mm 3신 자행비반충포다. 다른 자행포들은 무한궤도차량에 포신이 한 개씩 탑재되었는데, 370mm 자행비반충포는 5축10륜 장갑차에 초대형 포신 세 개를 탑재하였다. 인민군은 비반충포라 부르고, 한국군은 무반동포라 부른다. 그 앞에 놓여있는 해설판에는 “조종인원 5명, 사거리 비공개”라고 적혀 있다.

인민군이 산포탄이라 부르는 포탄은 한국군이 집속탄(cluster bomb)이라 부르는 것인데, 자탄들이 꽉 들어찬 모탄이 타격목표 가까운 공중에서 터지면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온 자탄 수 백 개가 넓은 공간에 흩어지면서 2차로 폭발하여 그 일대를 완전히 불바다로 만드는 가공할 대량파괴무기의 일종이다. <사진20>은 인민군이 방사포로 일반탄을 일제사격하여 타격구역 전체를 불바다로 만든 충격적인 실탄사격훈련장면이다. 인민군이 방사포로 일반탄을 쏠 때도 그처럼 불바다가 되는데, 산포탄을 쏘면 그 파괴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이 일제히 발사할 240mm 방사포와 300mm 방사포의 산포탄이 한미연합군 머리 위에 불소나기처럼 쏟아지는데, 심각한 문제는 이것을 막을 방어수단이 한미연합군에게 없다는 것이다.

▲ <사진 20> 인민군의 방사포 일제사격은 타격구역 전체를 불바다로 만든다. 이것은 인민군 방사포의 실탄사격훈련장면이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의 말에 따르면, 북은 1984년에 240mm 방사포를 생산할 때부터 방사포에 정밀타격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이것은 포탄에 유도장치가 들어갔다는 뜻이다. 방사포 최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러시아는 유도장치를 갖춘 방사포를 설계했다가 재정부담이 너무 커서 생산을 포기하였고, 중국은 유도장치를 갖춘 자국산 방사포 WS-2를 개발하였음을 2004년에 공개하였는데, 북이 30년 전부터 유도장치를 갖춘 첨단 방사포를 만들고 있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방사포로 점목표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하던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펴낸 2011년도 ‘군사균형(Military Balance)’이라는 자료에는 인민군 방사포가 5,100문이라고 적혀 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으므로, 현재 인민군 방사포는 5,400문으로 증강되었을 것이다. 인민군 전투력 가운데 약 70%가 전방에 배치되었으므로, 인민군 방사포 5,400문 가운데 70%에 이르는 대구경 방사포 3,700문이 전방에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인민군은 122mm 22관 방사포 5문을 발사하여 연평도 주둔 한국군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사진2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민군의 방사포 일제사격은 먼 거리에 있는 타격구역 전체를 초토화한다.

▲ <사진 21> 인민군이 실탄사격훈련 중에 방사포를 일제사격하는 장면. 4문의 방사포가 후폭풍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자료사진= 인터넷검색, 한호석]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인민군 포병부대들이 전방에 배치한 방사포 3,700문을 일제히 발사하면 그에 맞설 방어수단을 갖지 못한 한미연합군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미연합군이 전투기를 띄워 장거리공대지미사일로 인민군 방사포를 파괴하겠다는 식의 대응시나리오는 그들의 훈련교범에나 나오는 것이지, 실전에서는 한미연합군의 공중무력부터 먼저 파괴될 것이므로 그런 대응시나리오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도가 아니라면 실전과 무관한 대국민 홍보용에 지나지 않는다. 한미연합군이 대북전쟁연습으로 북을 자꾸 자극하여 전쟁위기를 증폭시키는 행동을 중지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할 까닭이 분명해 보인다.(2013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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