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3

최근에 나타난 심각한 징후들

[한호석의 개벽예감](449)

자주시보 2021년 06월 2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미국 해군 제5항모타격단의 이상한 징후

2. 중국인민해방군을 과소평가하는 미국 군부

3.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준비와 조선의 격동상태

4. 야간전투훈련에 힘쓰는 조선인민군

 

 

1. 미국 해군 제5항모타격단의 이상한 징후

 

2021년 5월 27일 미국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Wall Street Journal)>에 흥미로운 보도기사가 실렸다. 인도-태평양에 전진배치된 미국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USS Ronald Reagan)가 올여름 중동으로 이동배치될 것이라는 보도기사다. 일본 요꼬스까(橫須賀)해군기지에 전전배치된 니미츠급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제5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 5)의 주력이고, 제5항모타격단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지배를 안받침해주는 제7함대의 중추무력이다.  

 

미국이 제5항모전투단을 중동으로 이동배치하려는 까닭은, 제10항모타격단의 주력인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USS Dwight D. Eisenhower)가 올여름 핵연료교체와 함체정비(refueling and overhaul)를 받기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Norfolk)에 있는 미국 해군 정비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제10항모타격단은 미국의 중동지배를 안받침해주는 제5함대의 중추무력이다. 

 

페르시아만, 아라비아해, 홍해, 인디아양 서부를 관할하는 미국 해군 제5함대는 중동에 있는 바레인왕국(Kingdom of Bahrain)의 해군기지에 전진배치되었다. 바레인 해군기지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보고 있는데, 이것은 미국이 제5함대를 앞세워 이란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에 열거한 정황을 살펴보면, 올여름 미국 해군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가 핵연료를 교체하고 함체를 정비하기 위해 버지니아주 정비소로 떠나면, 빈자리를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로 메우려는 것이 분명하다. 

 

핵추진 항공모함에 설치된 원자로에서 사용한 핵연료봉은 25년마다 새 핵연료봉으로 교체되어야 하고, 핵추진 항공모함에 설치된 전자장비들과 무기들도 25년마다 수리, 보수를 받아야 한다. 100,000톤급 핵추진 항공모함이 핵연료를 교체하고 함체를 정비하려면, 1년 6개월이 걸린다. 

 

이런 사정은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를 대체하여 중동에 배치될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2021년 여름부터 2022년 겨울까지 1년 6개월 동안 중동에 계속 머무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보도에 따르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4개월 동안 페르시아만에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아라비아해, 홍해, 인디아양 서부를 돌아다니며 순찰항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6월 8일 미국 해군 소식지에 따르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일본 요꼬스까해군기지에서 약식정비를 받았는데, 이번 정비작업은 2021년 5월 13일에 완료되었다고 한다. 2021년 5월 27일 미국군 소식지 <성조(Stars & Stripes)> 보도에 따르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지난 5월 19일 일본 요꼬스까해군기지를 출항하여 일본자위대 구축함과 함께 필리핀해로 이동하여 해상합동훈련을 했다고 한다. 정비작업이 완료되자마자 엿새 뒤에 출항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 해군연구소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6월 14일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필리핀해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해에는 대만과 필리핀 루존섬 사이의 좁은 바다인 루존해협(Luzon Strait)이 있는데, 이 해협은 필리핀해와 남중국해의 길목에 있는 전략요충지다. 2021년 6월 15일 영국 언론매체 <로이터즈> 보도에 따르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제5항모타격단은 남중국해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를 보면, 제5항모타격단이 동중국해와 루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남하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2021년 6월 21일 현재 제5항모타격단은 남중국해에서 해상훈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을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중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투기, 폭격기, 전자전기, 정찰기, 구축함, 호위함을 대만 인근으로 출동시키면서 대만과 가까운 중국 본토에서도 실전급 지상훈련을 하고 있다.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은 대만을 ‘중화민국’이라고 참칭하고 있지만, ‘중화민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중화인민공화국만 존재한다. 이런 현실인식에 의거하여 ‘일개중국원칙(One-China Principle)’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대만을 침공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대만의 무력충돌은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것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이 자기 영토 안에서 국토완정의 역사적 임무를 수행하는 내전이다. 따라서 중국의 ‘대만침공’이라는 개념은 성립될 수 없다. 중국 내전의 목적은 국가분렬세력이 점령한 지역을 해방하는 것이므로, 중국 내전은 곧 대만해방전쟁이다. 미국에서 널리 쓰이는 ‘대만해협위기’라는 말은 대만해방전쟁이 임박한 상황을 뜻한다. 

 

2017년 10월 3일 미국 언론매체 <워싱턴자유횃불(Washington Free Beacon)>은 외부로 유출된 중국인민해방군 전쟁계획을 분석한, ‘중국침공위협(Chinese Invasion Threat)’이라는 제목의 책에 실린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래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해방전쟁을 2020년까지 수행할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에 대만해방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은 중국이 대만해방전쟁계획을 2020년 이후로 연기하였음을 말해준다. 2021년 7월 1일 창건 100주년을 맞이하는 중국공산당은 국토완정의 역사적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준비에 촉각을 곤두세운 미국은 해군 제7함대의 주력인 제5항모타격단을 남중국해로 출동시켰다.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떼어내 자국의 지배 아래로 끌어들이려고 광분하는 미국이 대만해방전쟁을 준비하는 중국에 맞서 제5항모타격단을 남중국해로 출동시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미국은 남중국해에 배치한 제5항모타격단을 올여름에 페르시아만으로 보내려고 한다. 2021년 여름 제5항모타격단이 남중국해에서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여 1년 4개월 동안 중동에서 머물게 되면, 그 기간에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남중국해에 배치된 제5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으로 보내려는 미국의 의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일본 요꼬스까해군기지에 배치된 미국 해군 제5항모타격단의주력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해상기동훈련을 하는 장면이다. 조기경보기와 정찰기들이 로널드 레이건호 위로 날아가고 있다. 실전상황에서는 그런 군사행동을 취할 수 없으므로, 항공모함과 조기경보기, 정찰기를 동시에 출연시킨 것은 '멋있는 무력시위'를 보여주기 연출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 전 미국 해군은제7함대 주력부대인 제5항모타격단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남중국해로 출동시켰는데, 올여름에는 제5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으로 이동배치하려고 한다. 이상한징후로 보인다.  



2. 중국인민해방군을 과소평가하는 미국 군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준비에 촉각을 곤두세운 미국이 제5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으로 보내는, 이해하기 힘든 문제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의문을 해명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의문은 중국이 대만해방전쟁준비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제5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으로 이동배치하려는 것은 대만해방전쟁을 저지하려는 생각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이 의문을 해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보아야 한다.  

 

올해 들어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구축함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대만해협을 지나가면서 중국을 자극했고, 미국 해군 소속 정찰기들과 미국 공군 소속 정찰기들도 올해 들어 매일 두 번 이상 중국 본토 연안 상공에 접근하여 정찰비행을 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또한 미국 육군 안보지원려단은 2021년 4월부터 5월까지 대만에 머물면서 대만 육군의 전투훈련을 지도했으며, 미국 해병대는 특수전부대를 대만에 파견하여 대만 특수전부대의 전투훈련을 지도할 예정이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을 자극하는 군사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대만문제를 외면하기는커녕 대만문제에 더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의문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해방전쟁보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을 더 급박한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제5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이 의문을 해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보아야 한다.  

 

2021년 4월 28일 이스라엘 언론매체 <제루살럼 포스트(Jerusalem Post)> 보도에 따르면, 제익 설리번(Jacob J. Sulliva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메이르 벤 샤바트(Meir Ben-Shabbat)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4월 27일 워싱턴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비공개회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2021년 4월 30일 미국 <합동통신(Associated Press)> 보도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Anthony J. Blinken) 미국 국무장관과 요씨 코헨(Yossi Cohen) 당시 이스라엘 대외정보국(Mossad) 국장이 지난 4월 29일 워싱턴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비공개회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2021년 5월 2일 미국의 언론매체 <액시오스(Axios)> 보도에 따르면, 요씨 코헨 대외정보국장은 지난 4월 30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접견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대외정보국장이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각각 만나 비공개회담을 연속적으로 진행한 목적은 이란의 핵시설을 습격, 파괴하는 작전에 대해 미국의 동의를 얻으려는 데 있었다. 이란이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는 상황에 대처하여 이스라엘은 특수요원을 침투시켜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을 습격, 파괴하려고 광분하고 있다. 만일 이스라엘이 나탄즈 핵시설을 파괴하면, 이란은 즉각 보복할 것이며, 그로써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은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런 위기상황을 인지한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을 우려하여 이란핵합의에 복귀하려던 행동을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미봉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미봉책으로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위험을 전혀 해소할 수 없었다. 2021년 6월 2일 이란이 보유한 군함들 가운데 가장 큰 군함인 9,500톤급 하르크(Khark)호가 오만만에서 항해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침몰했는데, 이 사건은 이스라엘 대외정보국 특수요원들이 자행한 적대행위로 보인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지금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위험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만일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편에 서서 이란을 공격할 것이다. 미국의 이란공격에는 중동에 이미 전진배치해둔 육군, 해군, 공군이 동원될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은 쿠웨이트의 육군기지에 13,000명, 카타르의 공군기지에 10,000명, 바레인 해군기지에 7,000명, 아랍에미리트련합의 공군기지에 5,000명, 싸우디 아라비아의 공군기지에 2,500명을 배치했다. 

 

만일 중동에 전진배치된 미국의 무력이 이란을 공격하기에 부족하다면, 남중국해에 있는 제5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 쌘디에고에 배치한 제9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에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남중국해에 있는 제5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으로 보내려는 것을 보면, 무슨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수수께끼 같은 사연을 알아보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1) 2021년 3월 9일 당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 필립 데이비슨(Philip S. Davidson)은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대만은 분명히 중국이 품은 야망들 가운데 하나”라고 하면서, “(중국의 대만공격) 위협이 앞으로 10년 안에, 그러니까 앞으로 6년 안에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1년 6월 17일 마크 밀리(Mark A. Milley) 미국군 합참의장은 연방상원 세출위원회가 국방예산을 심의하기 위해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대만 전역을 점령할 만한 군사력을 아직 완비하지 못했다. 중국이 (대만점령에) 필요한 군사력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단기간 안에 대만을 침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려는 의도와 동기는 현재 거의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대만에 무력행사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중국의 대만침공은 가까운 장래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위의 발언내용을 보면, 미국 군부는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해방전쟁준비가 아직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따라서 대만해방전쟁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이 남중국해에 배치된 제5항모타격단을 올여름 페르시아만으로 보내려는 것은, 대만문제를 외면해서가 아니라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준비가 아직 미흡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 군부는 중국이 대만상륙에 필요한 40,000톤급 강습상륙함 건조계획을 완수하려면 앞으로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준비가 아직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40,000톤급 강습상륙함 8척을 건조하는 방대한 계획을 수립한 중국은 1년에 한 척씩 건조하고 있는데, 2021년 6월 현재 3척을 건조했다. 그러므로 중국이 40,000톤급 강습상륙함 8척을 모두 건조하려면, 앞으로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이 40,000톤급 강습상륙함을 3척밖에 갖지 못했기 때문에 대만해방전쟁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국 군부의 판단은 무기를 기준으로 전쟁능력을 평가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사고방식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돌이켜보면, 1950년 당시 빈약한 무기밖에 갖지 못한 중국인민지원군은 항모전투단과 핵무기를 가진 강적 미국에 맞서 항미원조전쟁을 수행했었다. 하지만 오늘 중국인민해방군은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수 있는 최신 무기들을 가졌다. 그런 중국인민해방군이 40,000톤급 강습상륙함을 3척밖에 갖지 못해서 대만해방전쟁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 그보다 더 큰 오판은 없을 것이다.   

 

2) 2021년 4월 26일 영국 국방부는 65,000톤급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을 올여름 동아시아로 파견할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2021년 5월 영국을 떠나 지중해, 홍해, 아라비아해, 인디아양을 거쳐 올여름 동아시아 해역에 도착할 것이고, 일본, 인디아, 싱가포르와 각각 합동해상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 국방부는 영국 항모타격단이 올해 하반기에 부산에 기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해외에 파견되는 것은 1978년 이후 처음이고, 더욱이 동아시아에 파견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정황은 남중국해에 배치된 미국 해군 제5항모타격단이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한 이후에 발생할 동아시아의 전력공백을 영국 항모타격단의 동아시아 배치로 메우려는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2021년 6월 17일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는 캐롤라인 윌슨(Caroline E. Wilson) 중국주재 영국대사를 베이징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중국과 영국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이례적인 회담에서 중국은 부산에 기항할 영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한국 해군과 함께 중국에 자극적인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21년 6월 17일 마크 밀리 미국군 합참의장이 연방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상원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중국이 대만전역을 점령할 만한 군사력을 아직 완비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은 가까운 장래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군부의 그런 판단은 무기를 기준으로 전쟁능력을 평가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사고방식에서 흘러나온 것이다.미국 군부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전쟁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3.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준비와 조선의 격동상태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6월 11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2차 확대회의에서 “최근 급변하는 조선반도 주변정세와 우리 혁명의 대내외적 환경의 요구에 맞게 혁명무력의 전투력을 더욱 높이고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중요한 과업들”을 제시하면서 조선인민군이 “고도의 격동태세를 철저히 견지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고 한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군사동향을 인지해야 위에 인용한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1) 중국인민해방군은 2021년 6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기간에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을 제압하기 위한 전투훈련을 진행했는데, 그 가운데 언론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진 전투훈련은 다음과 같다. 

 

2021년 6월 1일 중국인민해방군 제82집단군 산하 항공륙전려단은 윈(運)-20 전략수송기를 동원하여 3문4로 강하훈련을 밤낮으로 진행했다. 윈-20 전략수송기는 경전차 2대와 항공륙전대원 100명을 실을 수 있다. 3문4로 강하훈련은 윈-20 전략수송기에 탑승한 항공륙전대원들이 기체의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나있는 출입문에서 1줄씩, 그리고 기체 후미의 경사출입문(ramp door)에서 2줄씩 모두 4줄로 강하하는 훈련이다. 지금 중국인민해방군은 윈-20 전략수송기 20대를 실전배치해놓고 경전차, 장갑차, 항공륙전대원을 대만 상공에서 지상으로 투하하는 강습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중국인민해방군 제82집단군은 1950년 11월 20일 항미원조전쟁 중에 평안남도 개천시 인근에서 벌어진 송구펑(松骨峰)전투에 참가한 전투부대다. 당시 제82집단군 소속 전투원 100여 명이 미국군 제2사단 7,000명과 맞선 70 대 1의 싸움이 벌어졌는데, 제82집단군 소속 전투원은 100여 명 중에 7명밖에 남지 않을 때까지 혈전을 벌인 끝에 고지를 사수했다. 송구펑전투는 중국인민지원군이 싸운 8대 혈전 중의 하나로 전쟁사에 기록되었다. 그 전투에서 전사한 중국인민지원군 전투원들의 유해는 평안남도 개천시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렬사묘에 안치되었다.  

 

2021년 6월 8일 중국인민해방군 제72집단군 산하 해상륙전려단이 대만해협을 마주보는 푸젠성(福建省) 해안에서 상륙함에 장갑차와 전투장비를 싣고 상륙훈련을 했다. 이것은 대만해협을 건너가는 대만상륙전연습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이 운용하는 40,000톤급 강습상륙함은 공격헬기 30대와 해상륙전대원 800명을 실을 수 있다. 현재 중국이 실전배치한 40,000톤급 강습상륙함은 2척이고, 1척은 시험운전을 하는 중이다.

 

2021년 6월 9일 중국인민해방군 로켓군 미사일려단은 둥펑(東風)-26 탄도미사일 발사준비훈련을 야간에 진행했다. 사거리 5,000km인 둥펑-26 탄도미사일은 6축12륜 발사대차에 탑재되었는데, 바다에서 움직이는 항공모함을 수 천 km 밖에서 타격하는 항모격침미사일이다.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제7함대 항모타격단이 대만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차단무기가 바로 둥펑-26 탄도미사일이다.

 

2021년 6월 15일 중국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전투기 20대, 폭격기 4대, 조기경보기 2대, 전자전기 1대, 대잠작전기 1대가 한꺼번에 이륙하여 대만 남쪽을 말굽형으로 포위했다. 각종 작전기 28대가 대만 인근 상공으로 출동한 것은 사상 최대의 항공무력을 출동시킨 것이다. 

 

2021년 6월 18일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소속 군함 3척이 대만해협의 반대쪽에 있는 대만 동쪽 바다를 통과했다. 

 

위에 열거한 군사동향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의 서쪽, 남쪽, 동쪽 3면을 말발굽형으로 동시에 포위하는 전투훈련에 힘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6월 11일 당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2차 확대회의에서 “최근 급변하는 조선반도 주변정세”에 관해 언급한 것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정세에 관해 언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그날 확대회의에서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정세와 더불어 “우리 혁명의 대내외적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우리 혁명”이라는 말은 북에서 말하는 ‘남조선해방전쟁’을 뜻하므로, 김정은 총비서는 남조선해방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대내외적 조건에 대해 언급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는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정세와 남조선해방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정세가 연동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2021년 6월 18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6월 11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미국의 중국 견제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중국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더 격화되면, 우리가 형제국가인 중국을 지원해야 하므로, 우리는 그에 맞는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

 

“연평도 포격전처럼 적들을 전률케 하는 기습공격으로 남반부를 순식간에 타고 앉으려는 정신으로 모든 전선에서 고도의 격동태세를 견지해야 하며, 군인들을 현대전에 능숙하게 준비시켜야 한다.” 

 

위의 인용문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6월 11일 당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2차 확대회의에서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나는 급변사태에 대처하여 조선인민군이 ‘남조선해방전쟁’에 돌입할 수 있도록 고도의 격동태세를 견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중국인민해방군 해상륙전려단이 전투훈련을 하는 장면이다. 최근 중국인민해방군 제72집단군 산하 해상륙전려단은 대만해협을 마주보는 푸젠성해안에서 상륙함에 장갑차와 전투장비를 싣고 상륙훈련을 했다. 대만해협을 건너가는 대만상륙전연습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에 대비하여 대만의 서쪽, 남쪽, 동쪽 3면을 말발굽형으로 동시에 포위하는 전투훈련에 힘쓰는 중이다.  



4. 야간전투훈련에 힘쓰는 조선인민군

 

그러면 조선인민군이 고도의 격동태세를 어떻게 견지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2021년 5월부터 6월까지 기간에 조선인민군의 특이한 동향은 다음과 같다. 

 

2021년 5월 20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2021년 5월 12일 0시부터 5월 26일까지 15일 동안을 특별경비근무기간으로 정하고 조선인민군에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했다고 한다. 1호 전투근무태세가 발령되자, 각지 군단사령부들은 작전통제훈련을 하기 위해 갱도진지 안으로 들어갔고, 작전기, 헬기, 군함, 전차, 장갑차, 방사포, 자행포, 미사일발사대차, 작전차량들은 전시운행에 사용할 연유(휘발유 또는 경유)를 공급받았으며, 포탄과 폭탄과 미사일을 장착했다. 또한 전투원들은 무기와 탄약을 지급받았고, 전투비행사들은 출격준비태세를 갖추었다. 또한 특수작전군, 정찰부대, 경보려단은 15일 동안 산악행군과 도하로 가상 적진에 침투하여 매복술, 습격술, 파괴술, 저격술, 야전생존술을 훈련했다. 

 

위와 같은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와 총참모부는 임의로 선정한 전투부대들에 불시에 명령을 내려 전투에 돌입하는 실전훈련을 진행했다. 

 

조선인민군은 2021년 7월 1일부터 여름철 기동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2021년 6월 14일과 6월 18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6월 5일 다음과 같은 명령을 전투부대들에 하달했다고 한다. 

 

1) 올해 여름철 기동훈련은 전부 야간훈련으로 조직하여 2021년 7월 5일부터 8월 25일까지 50일 동안 야간에 기동훈련을 진행할 것.

 

2) 전략군 부대들은 발사대차에 미사일을 탑재하고 야간기동훈련을 진행할 것.

 

3) 기계화군단은 기동전 장비를 동원하여 평양-개성고속도로의 평양-사리원 구간에서 야간기동훈련을 진행할 것.

 

4) 항공군은 추격기, 습격기, 폭격기, 헬기를 다른 비행장 또는 비상활주로로 이동하는 야간비행훈련을 진행할 것. 

 

5) 보병사단은 완전무장을 갖추고, 주둔지에서 수십km 떨어진 곳까지 행군하여 야간실탄사격훈련을 진행할 것.

 

6) 로농적위군과 주민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불빛막이훈련, 대피훈련, 소개훈련, 주요시설에 대한 반항공훈련을 진행할 것. 

 

위에 열거한 조선인민군의 최근 동향은 조선인민군과 로농적위군과 인민들이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남조선해방전쟁준비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3년 10월 18일 <동아일보>가 외부로 유출된 조선인민군 내부문건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고위급 군사지휘관들에게 “통일의 대사변을 주동적으로 맞이하기 위해 빈틈없이 준비하여, 청와대 깃대에 공화국기를 꽂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는 2020년 9월 15일에 출판된 자신의 책 ‘격노(Rage)'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8월 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들어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했다.

 

“현재와 미래에 남조선군은 나의 적이 될 수 없다. 당신이 언젠가 말했듯이, 우리는 특별한 수단이 필요 없는 강한 군대를 갖고 있고, 남조선군은 우리 군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2021/06/16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실현되는 날

[한호석의 개벽예감](448)

자주시보 2021년 06월 1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2000년 2월부터 5월까지 남북미 3자관계의 동향

2.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안을 합의하다

3. 21년 동안 이루어놓은 남북합의가 전부 사문화되었다

4. 급변하는 주변정세와 두 개 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

 

 

1. 2000년 2월부터 5월까지 남북미 3자관계의 동향

 

2021년 6월 15일은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때로부터 21년이 되는 날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상봉과 정상회담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진행되었다. 분단체제를 뒤흔든 역사적인 사변이었다. 6.15공동선언에 따르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데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역사적 사변이었다고 한다. 

 

시선을 격동의 2000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김대중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추진했던가? 이 의문을 풀어주는 이야기는 의외로 골프장에서 시작된다. 

 

21년 전, 경기도 하남시에 미8군 골프장이 있었다. 원래 미8군 골프장은 1958년 서울에 있는 미국군 용산기지에 속한 90,000여 평의 대지에 건설되었는데, 1991년 노태우 정부가 경기도 하남시에 28만2,000여 평이나 되는 거대한 성남골프장을 건설하여 미국에 상납했다. 미국은 성남골프장을 상납 받자마자 즉각 캘리포니아주에 편입시켰다. 남측 정부가 미국에 무상으로 상납한 토지들은 모두 캘리포니아주에 편입되었다. 

 

2019년 4월 1일 문재인 정부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국군기지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 영내에 성남골프장보다 더 크고 멋진 골프장을 건설하여 미국에 상납했다. 지금 주한미국군이 사용하고 있는 평택골프장의 이름은 리버 벤드 골프코스(River Bend Golf Course)다.

 

지난 63년 동안 용산에서 성남을 거쳐 평택으로 옮겨온 미8군 골프장의 이전사는 미국의 한국지배와 한국의 대미예속이 응축된 굴욕의 역사다. 굴욕의 역사 속에서 미8군 골프장만이 아니라, 알짜배기 땅에 들어앉은 주한미국군기지들이 모두 캘리포니아주에 편입되었다. 이런 참담한 현실은 주한미국군이 우리 땅을 불법적으로 타고 앉은 점령군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2000년 3월 중순 어느 날, 당시 점령군사령관 토머스 슈워츠(Thomas A. Schwartz)가 성남에 있는 미8군 골프장에 한국군 장성들과 함께 행차했다. 2019년 9월 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날 토머스 슈워츠는 한국군 장성들과 함께 성남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한국군 장성들에게 “나는 당신네 정부가 뭐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2000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었는데, 점령군사령관이 한국군 장성들에게 남북정상회담이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당시 한국군 장성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비밀리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으므로, 점령군사령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점령군사령관의 골프회동발언은 2000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한 비밀사항을 미국이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2019년 9월 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0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 덩푸팡(鄧樸方)을 통해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게 남북정상회담 개최제의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청탁했었다. 덩푸팡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의 청탁을 전달받은 장쩌민 주석은 2000년 3월 5일 황쥐(黃菊) 당시 상하이 당서기를 특사로 평양에 파견했다. 

 

장쩌민 주석의 특사가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평양에 도착한 시점과 거의 같은 시점에 또 다른 중개자가 평양에 도착했다. 2003년 2월 13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일무역회사 신니혼산교(新日本産業) 사장이었으며, 총련계 재일동포 2세로 일본에 귀화한 요시다 다께시(吉田孟)는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제의를 2000년 3월 초 자신이 북에 전달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제의를 두 개의 경로를 통해 전달받고, 그 제의를 수락했다. 그에 따라, 2000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폴에서 비공개 예비접촉이 있었다.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송호경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싱가폴 예비접촉에서 만났다. 남과 북은 2000년 3월 17일 상하이 예비접촉과 3월 22일 베이징 예비접촉에 이어 4월 8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제4차 예비접촉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2000년 4월 9일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상황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에게 보고했고, 이튿날 청와대는 남과 북이 2000년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했다. 2000년 4월 30일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외교통상부 차관 반기문을 백악관에 보내 클린턴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그런데 2020년 7월 27일 <월간조선>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알려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남과 북은 2000년 4월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예비접촉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를 확정한 ‘남북합의서’를 채택하면서 비공개 합의서도 채택하였다는 것이다.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라는 제목의 비공개 합의서에 따르면, 남측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5억 달러를 (북측에) 제공”할 뿐 아니라, ”민족적 협력과 상부상조의 정신에 입각하여 북측에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및 경제협력차관을 사회간접부문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위에 인용한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이행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국정원 계좌를 통해 북에 4억5,000만 달러를 송금했고, 나머지 5,000만 달러를 현물로 제공했다고 한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 달러의 투자 및 경제협력차관을 북에 제공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한 대북송금은 백악관의 노여움을 불러일으켰다. 백악관의 시각에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자기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것도 괘씸한 일이었을 뿐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30억 달러나 되는 현금, 투자금, 차관을 북에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대조선경제제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보였던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대북송금이 미국의 대조선경제제재를 무력화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김대중 정부가 북에 30억 달러를 제공하지 못하게 합의이행을 가로막았다. 그들의 차단압박에 굴복한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송금에 합의한 30억 달러 가운데 5억 달러만 제공했고, 나머지 25억 달러는 제공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송호경 부위원장을 만나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한 것으로 하여 미국의 미움을 받은 박지원 특사는 대북송금이라는 죄목으로 2003년 6월에 구속되었고, 2006년 5월에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또한 당시 대북협력자금을 출연한 것으로 하여 미국의 미움을 받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도 대북송금으로 고초를 겪던 중 2003년 8월 4일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한 달 정도 앞둔 2000년 5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요구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박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날로부터 한 주간 뒤인 2000년 5월 7일 당시 미국 국무부 고문 웬디 셔먼(Wendy R. Sherman)을 서울로 급파했다. 2019년 9월 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0년 5월 8일 서울에 도착한 셔먼 고문은 당시 외교통상부 차관보 장재룡에게 6월에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북의 핵문제와 미사일문제를 거론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셔먼 고문은 5월 9일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했는데, 그 자리에서도 똑같은 요구를 꺼내놓았다.   

 

그런데 2000년 5월 7일 서울에 나타났던 웬디 셔먼이 6월 5일 또 다시 서울에 나타났다. 셔먼은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고, 남북정상회담 실무준비를 전담하고 있었던 당시 국정원장 임동원도 만났다. 이처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5월 7일에 이어 6월 5일에 또 다시 셔먼을 서울에 급파한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6월 3일 평양을 방문한 임동원 특사를 접견하였기 때문이다. 2008년 6월 14일 북의 대남언론매체 <우리민족끼리> 보도에 따르면, 그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임동원 특사를 4시간 30분 동안 접견하는 중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북남수뇌상봉에서 발표할 문건은 지난날의 것을 반복하고 모방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내용으로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할 문건에 새로운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접견석상에서 그 발언을 직접 들은 임동원 특사도 알지 못했고, 나중에 특사의 보고를 받은 김대중 대통령도 알지 못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조금 달랐다.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의 보고를 통해서 남북정상회담 준비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그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떤 문제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기하게 될는지 예상했다. 그래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셔먼을 또 다시 서울에 급파했던 것이다. 

 

서울에 도착한 셔먼은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만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국군 철군문제를 거론하는 경우 철군을 반대할 것을 요구했고, 북의 핵문제와 미사일문제를 거론할 것을 다시 요구했다. 그것은 외교적 요청이 아니라, 내정간섭을 자행하는 강박이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00년 5월 9일 미국 국무부 고문 웬디 셔먼이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하는 장면이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문제와 관련하여 김대중 대통령이 보낸 친서를 받고, 한 주간 뒤에 웬디 셔먼을 서울로 급파했다. 셔먼 고문은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북의핵문제와 미사일문제를 거론할 것을 요구했다. 셔먼 고문은 2000년 6월 5일에 또 다시 서울에 나타나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을 각각 만났다. 그 자리에서 셔먼 고문은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한미국군 철군문제를 거론하는 경우 철군을 반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은 내정간섭을 자행하는 강박이었다.  



 

2.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안을 합의하다

 

그러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예상과 요구는 모조리 빗나갔다.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철군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철군문제는 조미협상에서 제기될 중대한 문제이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철군문제에 대한 발언권조차 갖지 못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의 핵문제와 미사일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서 그 문제를 거론하여 회담을 난관에 빠뜨리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3일 임동원 특사에게 남북정상회담 문건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던 ‘새로운 내용’은 조국통일방안을 합의하는 문제였다.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조국통일방안을 제시했다. 남과 북의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조국통일방안을 합의하는 것이야말로 통일국가건설과업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매우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2000년 당시 남측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작업을 총괄했던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2008년 서울에서 ‘피스 메이커’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 회고록에는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조국통일방안을 합의하자고 제의한 발언이 다음과 같이 서술되었다. 

 

“이번에는 첫째로 민족자주의지를 천명하고, 둘째로 통일문제와 관련해서는 련방제통일을 지향하되 일단 낮은 단계의 련방제부터 하자는 데 합의하십시다.”

 

“내가 말하는 낮은 단계의 련방제라는 건 남측이 주장하는 련합제처럼 군사권과 외교권은 남과 북의 두 정부가 각각 보유하고 점진적으로 통일을 추진하자는 개념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합의합시다. 남측의 련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 련방제가 뜻이 같은 것이니까, 낮은 단계 련방제로 북남이 협력해나가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 방안을 합의하자고 제의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통일방안은 여기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면서 그 제의를 거부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거부로 조국통일방안에 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회담에 배석한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이 끼어들었다. 배석자가 주제넘게 회담에 끼어든 것도 결례였지만, 그가 연방제를 반대하기 위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늘어놓은 것은 더 큰 결례였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남과 북에 현존하는 서로 다른 체제가 갑자기 연방제로 통일할 수 없다고 하면서, 연방제통일을 실현하려면 남과 북이 군대를 통합하고 외교를 통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조국통일방안을 합의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기 위해 꾸며낸 궤변이었다. 남과 북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체제를 그대로 두고 통일하는 것이 연방제인데, 그는 남과 북에 현존하는 서로 다른 체제가 갑자기 연방제로 통일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니, 궤변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남과 북이 군사권과 외교권을 각각 보유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인데, 그는 남과 북이 군대를 통합하고 외교를 통합하는 연방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니, 궤변이 아닐 수 없었다. 

 

협상상대가 연방제라는 말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조국통일방안으로 합의하자고 설득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그래서 6.15 공동선언 제2항은 매우 모호한 문장으로 표기되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위의 인용문에 들어있는,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장은 무슨 뜻인지 알기 힘들다. 그 문장에 들어있는 “이 방향”이라는 말에 구체적인 내용이 감춰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 말에 담긴 속뜻을 분석적으로 고찰해보자.   

 

위에 인용한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의 연합제 방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을 거부했고, 두 방안의 공통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장은, 남측의 연합제 방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안의 공통성을 인정한 기초 위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모호한 문장으로 서술된 6.15 공동선언 제2항을 다음과 같이 해석해야 속뜻이 명료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그 공통성의 기초 위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을 실현하는 방향에서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기로 합의하였다.” 

 

위와 같은 합리적인 해석에 따르면,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 제2항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조국통일방안으로 합의한 것이다. 연방제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반통일론자들은 남과 북이 6.15 공동선언 제2항에서 아무 것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위에 서술한 대로 남북정상회담 상황을 분석적으로 고찰하면 남과 북이 6.15 공동선언 제2항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조국통일방안으로 합의하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00년 6월 13일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담화하는 장면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중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조국통일방안으로 합의할 것을 제의하면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관해 자세히 해설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그 제의를 거부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 발표된 6.15 공동선언 제2항은 조국통일방안에 관해 모호하게 서술되었지만, 남북정상회담 상황을 분석적으로 고찰하면 남과북이 6.15 공동선언 제2항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조국통일방안으로 합의하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시한 조국통일방안은 남과 북이 서로 다른 현존사회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군사권과 외교권도 각각 보유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안이었다. 그런데 대북적개심에 사로잡혀 논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극우세력은 연방제통일과 ‘적화통일’이 같은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말하는 ‘적화통일’은 북이 남을 적화(赤化)하는 통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적화통일’은 북이 남을 사회주의화(=적화)하고, 남과 북의 군사권과 외교권을 급진적으로 단일화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남과 북이 서로 다른 현존사회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군사권과 외교권도 각각 보유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북측이 남을 적화하는 통일이 아니다. 통일학의 관점에서 보면, 연방제통일은 ‘적화통일’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런데도 극우세력은 상반되는 두 개념이 똑같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적화통일론’이야말로 파란 색을 붉은 색이라고 우겨대는 궤변이며, 8천만 민족의 조국통일념원을 모독하는 망언이다.   

 

3. 21년 동안 이루어놓은 남북합의가 전부 사문화되었다

 

6.15 공동선언이 채택, 발표된 이후 지난 21년을 돌아보면, 그 기간에 출현 남측 정부들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선언을 전면적으로 배격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6.15 공동선언이라는 말조차 기피했지만, 6.15 공동선언을 채택, 발표한 김대중 정부도 이행하지 않았고, 노무현 정부도 이행하지 않았으며, 현재 문재인 정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사연은 다음과 같다. 

 

6.15 공동선언 제1항에 따르면,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는데, 그 선언을 채택, 발표한 김대중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자기들의 회담준비상황을 보고했으며, 그런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한 백악관은 셔먼을 서울에 파견하여 김대중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을 두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했다. 준비과정에서부터 미국의 간섭을 받았던 김대중 정부는 6.15 공동선언 제1항을 철저히 외면했다.

 

6.15 공동선언 제2항에 따르면,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였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중에 조국통일방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연합제 방안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안의 공통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조국통일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거부한 김대중 정부는 6.15 공동선언 제2항을 철저히 외면했다.  

 

6.15 공동선언 제3항에 따르면, “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기로 하였”는데, 남북리산가족상봉은 몇 차례 진행되다가 중단되었고, 비전향장기수 송환은 2000년 9월에 한 번만 진행되었다. 6.15 공동선언 제1항과 제2항이 이행되지 않았는데, 제3항만 제대로 이행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6.15 공동선언 제4항에 따르면,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나가기로” 하였는데, 남북경제협력은 대조선경제제재를 계속하는 미국의 차단과 방해에 걸려 초기단계에 좌절되었고, 다른 여러 분야의 협력과 교류도 몇 차례 진행되다가 남북관계경색으로 중단되었으며, 그로써 남북관계에서 신뢰가 쌓이기는커녕 불신만 더 커졌다. 

 

노무현 정부의 고위관리 세 사람이 함께 저술하여 2015년 10월 서울에서 펴낸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6.15 공동선언이 채택, 발표된 이후 5년을 돌이켜보면, 그 선언이 “상징화된 빈 구호가 되었고, 빈 종이, 빈 선전곽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6.15 공동선언만 사문화된 것이 아니라, 2007년 10월 4일 채택, 발표된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도 사문화되었고, 2018년 4월 27일 채택, 발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과 2018년 9월 19일 채택, 발표된 ‘평양공동선언’도 사문화되었다. 남북합의들은 전부 사문화되고 말았다. 미국은 남측 정부가 남북합의를 이행하지 못하도록 간섭하고 가로막았고, 남측 정부는 위에 열거한 네 개의 선언들과 배치되는 반북대결정책을 폐기하지 않았다. 미국이 지난 21년 동안 강화해온 대조선제재가 남북합의를 사문화시킨 주범이고, 미국과 남측 정부가 지난 21년 동안 지속해온 북침전쟁연습이 남북합의를 사문화시킨 주범이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한미련합군 전차부대가 북침전쟁연습을 하는 장면이다. 한미련합군이 지난 21년 동안 지속해온 북침전쟁연습은 남북합의를 사문화시킨 주범이다. 2000년 6월의 6.15 공동선언, 2007년 10월의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선언, 2018년 4월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2018년 8월의평양공동선언은 모두 사문화되었다. 남측 정부가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받고 있는현실, 그리고 남측 정부 자체가 반북대결정책을 폐기하지 않는 현실은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안겨준다. 남북정상회담으로는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남측 정부가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받고 있는 현실, 그리고 남측 정부 자체가 반북대결정책을 폐기하지 않는 현실은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안겨준다. 남북정상회담을 다시 개최한다 해도,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받는 남측 정부가 합의사항을 여전히 이행하지 못할 것이고, 남측 정부 자체가 반북대결정책을 여전히 폐기하지 않을 것인데, 북이 그런 무익한 남북정상회담을 왜 다시 하려고 하겠는가. 이런 참담한 현실은 남북정상회담으로는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면, 북은 어떤 방도로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2021년 5월 9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서 찾을 수 있다. 

 

 

4. 급변하는 주변정세와 두 개 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함으로써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평화통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1년 전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함으로써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려는 의지와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의지와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당규약에서 천명한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것처럼,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것은 정상회담으로 실현할 수 없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당규약에 명시된 철거문제와 청산문제는 정상회담이 아니라 무력사용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이 통하지 않는 제국주의국가를 상대로 정상회담을 할 수 있지만, 그런 정상회담은 전술적 의의를 넘어서지 못한다. 세계사에 기록된 수많은 경험과 교훈은 어느 나라에서나 제국주의지배체제를 타도하는 반제투쟁은 해방전쟁으로 발전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날 항일선렬들이 일제를 타도하기 위해 전개한 반제투쟁도 해방전쟁으로 발전되었다. 조선인민혁명군도 광복군도 독립군도 모두 일제를 타도하는 해방전쟁을 위해 존재한 항일무장조직들이었다. 그러므로 반제투쟁의 시각에서 보면, 제국주의국가의 식민통치는 악이며, 그 악을 제거하는 반제해방전쟁은 선이다. 조선총독부는 악의 화신이었고, 항일전쟁은 정의의 전쟁이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것은, 조선로동당의 용어를 빌리면, 남조선해방전쟁을 수행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조선로동당은 2021년 5월 9일에 개정된 당규약에서 남조선해방전쟁을 당면목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남조선해방전쟁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북의 문헌들은 ‘전시사업세칙’과 ‘조선인민군 학습제강’이다. 북에서 2012년 9월에 개정되었고, 2013년 8월 22일 <동아일보>에 보도된 ‘전시사업세칙’을 보면, 제2장 제37항에 “전시무력기관사업의 기본은 (중략) 공화국 남반부를 해방하고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출판사가 2000년에 출판하였고, 2003년 1월 일본 언론매체가 보도한 ‘조선인민군 학습제강’에도 “남반부 해방을 위한 혁명전쟁”, “남조선을 해방하고 조국통일을 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명시되었다. 

 

통일학의 관점에서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보면, 21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북에서 말하는 남조선해방전쟁이 결속된 직후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학의 관점에서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보면, 북에서 말하는 남조선해방전쟁이 북에서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르는 6.25전쟁과는 양상이 전혀 다른 전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날 6.25전쟁은 미국이 무력침공을 자행하는 바람에 전쟁기간이 3년으로 늘어났고, 그로써 남과 북이 모두 참혹한 전쟁피해를 입었지만, 오늘날 북에서 말하는 남조선해방전쟁은 미국의 무력침공을 원천봉쇄한 상태에서, 매우 짧은 기간에, 전쟁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결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군사학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기간의 단축, 전쟁피해의 최소화, 전쟁의 신속한 결속은 현대전의 3대 특징이다. 20세기에 있었던 6.25전쟁이나 윁남전쟁과 달리, 21세기 현대전이 그런 3대 특징을 보이는 까닭은, 정밀한 작전계획, 첨단화된 무기체계, 현대화된 전략전술에 의거해 수행되기 때문이다. 북에서 말하는 남조선해방전쟁도 21세기 현대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의 ‘전시사업세칙’에는 그들이 남조선해방전쟁을 수행할 필요조건이 몇 가지 제시되었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반도 주변정세에서 조국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는 것을 남조선해방전쟁의 수행조건으로 인정한 것이다. 한반도 주변정세에서 조국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면, 조선인민군이 남조선해방전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중국인민해방군 전투원들이 대만상륙전을 연습하는 장면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2020년까지 대만해방전쟁준비를 완료했고, 2021년 현재는대만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군사학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을 시작하는 날, 조선인민군도 남조선해방전쟁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의 언론보도를 분석해보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가 남조선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를 불러올 것에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최근 한반도 주변정세가 북이 바라는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세변화는 중국이 목적의식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정세의 급변이 아니라 한반도 주변정세의 급변이다. 

 

한반도 주변정세가 북이 바라는 방향으로 급변한다는 말은, 대만해방전쟁을 수행할 준비를 완료한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극도로 긴장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왔다. 2016년 9월 1일 대만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2020년까지 대만해방전쟁준비를 완료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중국문제전문가 이안 이스턴(Ian Easton)은 외부에 유출된 중국인민해방군의 비밀전쟁계획문서들을 분석한 데 기초하여 집필한, 2017년 10월에 출판된 자신의 저서 ‘중국침공위협(The China Invasion Threat)'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이 2020년에 대만해방전쟁을 수행할 비밀전쟁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중국인민해방군이 이처럼 대만해방전쟁준비를 완료하고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는 현재 상황이야말로 한반도 주변정세에서 조국통일에 유리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지금이 대만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인가 아닌가하는 것은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판단한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대만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하고, 중국인민해방군에 총공격명령을 내리는 순간, 대만해방전쟁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금이 남조선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인가 아닌가하는 것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판단한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남조선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하고, 조선인민군에 총공격명령을 내리는 순간, 남조선해방전쟁은 시작되는 것이다. 군사학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을 시작하는 날, 조선인민군도 남조선해방전쟁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대만해방전쟁이 개전시각으로부터 100시간 만에 중국의 승리로 끝나는 4일전쟁 씨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하여 늦어진대도 10일 만에 중국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는 한반도의 군사상황을 분석한 데 기초하여 북의 남조선해방전쟁이 72시간 만에 북의 승리로 끝나는 3일전쟁 씨나리오를 예상한 글을 이미 2013년 이후 몇 차례 <자주시보>에 발표한 바 있다. 

 

대만해방전쟁문제와 관련하여 중국공산당의 정치일정에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중국공산당은 2021년 7월 1일 당창건 100주년을 맞이하고, 2022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이런 정치일정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창건 100주년을 맞은 중국공산당이 지난 10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국토완정의 역사적 임무(=대만해방)을 수행해야 할 절박한 의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절박한 의무감이라는 말은 문학적 표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차이잉원(蔡英文)을 우두머리로 하는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이 미국의 사촉과 지원을 받으며 대만군 무력을 증강하고, 미국이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려고 책동하고, 미국이 일본을 비롯한 추종국들을 긁어모아 반중국전선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은 중국이 대만해방전쟁을 수행하기에 불리한 정세를 조성하는 것이므로, 시진핑 총서기는 대만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를 앞당겨야 할 절박한 의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이 직면한 급박한 사정은 매우 심각한 군사정세가 한반도 주변에 조성되었음을 말해준다.    

 

매우 심각한 군사정세가 한반도 주변에 조성되었으므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최근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0년 7월 18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 중에 별도로 15명만 참석한 비공개회의가 진행되었는데, 비공개회의에서는 “조선반도 주변에 조성된 군사정세와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중요부대들의 전략적 임무와 작전동원태세를 점검”하였다고 한다.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1년 6월 11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2차 확대회의에서 “최근 급변하는 조선반도 주변정세와 우리 혁명의 대내외적 환경의 요구에 맞게 혁명무력의 전투력을 더욱 높이고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중요한 과업들이 제시”되었고,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군이 “고도의 격동태세를 철저히 견지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가 확대회의에서 언급한 고도의 격동태세는 조선인민군이 총공격명령을 받으면 언제든지 남조선해방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전투동원태세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위와 같은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가 남조선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를 불러올 것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21/06/09

심층분석 - 개정된 당규약에 명시된 최고강령과 최저강령

 [한호석의 개벽예감](447)

자주시보 2021년 06월 0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 - 김일성-김정일주의

2.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주한미국군 철거

3.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미국의 대남지배 청산과 외세간섭 배격

4.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근원적인 군사위협 제압

5.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연방통일국가 건설

6.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

7.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남조선혁명

8.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 건설

9. 조선로동당의 최종목적 - 인민의 이상적인 사회 건설

 

 

1.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 - 김일성-김정일주의

 

2021년 1월 초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제5일에 토의된 의정은 조선로동당 규약을 개정하는 문제였다. 2021년 1월 10일 <로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중앙위원회는 혁명발전의 요구와 당 앞에 나선 새로운 투쟁과업에 따라 당사업발전과 원리에 맞게 당규약의 일부 내용들을 수정보충하여 당 제8차 대회 심의에 제기하였”고, 당 제8차 대회에서 <조선로동당 규약개정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가 전원일치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규약 개정안이 채택된 날은 2021년 1월 9일이다.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2021년 6월 1일 남측 언론매체들이 당 제8차 대회에서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관해 뒤늦게 보도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관한 남측의 언론보도는 최악의 오보였다. 남측 대북전문가들도 최악의 오보에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을 보면, 남조선혁명을 사실상 포기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느니, 또는 조국통일을 사실상 포기하고 ‘두 개의 조선’을 인정한 남북평화공존으로 전환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느니 뭐니 떠들어대며 허언랑설을 퍼뜨렸다. 남측 언론의 오보와 대북전문가들의 착오를 뛰어넘어야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을 이해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 중에서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 조국통일과 조선혁명(Korean revolution)에 관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조선로동당 규약은 당의 최고강령을 명확히 서술했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조선로동당은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당의 최고강령으로 한다”고 명시되었다. 이 짧은 문장 속에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과 최고강령이 명시되었다. 

 

원래 당의 강령은 최고강령(maximum Program)과 최저강령(minimum program)으로 구분되는데, 최고강령은 당이 실현하려는 최종목적을 밝힌 것이며, 최저강령은 당의 최고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당면목적을 밝힌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서 조선로동당은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자기의 지도사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밝혔다. 그런데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자기의 지도사상이라는 조선로동당의 견해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려면, 다음과 같은 선행인식이 요구된다. 

 

자본주의집권당들에게는 개인주의(individualism), 자유주의(liberalism), 이기주의(egoism)가 혼란스럽게 뒤엉킨 이념적 혼합물이 있을 뿐, 과학적인 지도사상은 없다. 자본주의(capitalism)은 약육강식과 빈부격차의 야만적 법칙이 지배하는 낡고 썩은 사회체제를 뜻하는 개념이지, 과학적 지도사상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본주의집권당들에게 지도사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지도사상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는다. 

 

그와 달리, 사회주의집권당들에게는 지도사상이 있다. 그들의 지도사상을 사회주의(socialism)이라고 통칭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사회주의집권당들은 자기의 지도사상에 의거하여 창건되었고, 그 지도사상에 의거하여 발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집권당의 존립근거이며 발전동력이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사람들이 사회주의라고 통칭하는 혁명사상은 지난 150년 동안 세계사회주의운동의 현실 속에서 부단히 검증되고, 발전되어왔는데,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그 검증발전과정의 최고정점에 도달한 완성체가 김일성-김정일주의(Kimilsung-Kimjongilism)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전일적으로 체계화된 혁명과 건설의 백과전서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투쟁 속에서 그 진리성과 생활력이 검증된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사상”이라고 명시된 것이다. 

 

문외한들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맑스-레닌주의에서 갈라져나온 파생사상이라고 생각하거나, 맑스-레닌주의가 조선의 현실에 구현된 토착사상이라고 생각하거나, 맑스-레닌주의가 계승발전된 아류사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주의는 파생사상도 아니고, 토착사상도 아니고, 아류사상도 아니며, 독창적인 혁명사상이라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맑스-레닌주의와는 근본이 다른, 독창적이고, 새로운 사상이라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세계철학사에 제기된 철학의 근본문제(fundamental question of philosophy)에 완벽한 해답을 준 사상이고, 사회력사발전의 합법칙성을 가장 과학적으로 해명한 사상이며, 혁명과 건설에서 제기되는 모든 원칙과 과업과 방도를 전면적으로 밝혀준 사상이라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6년 10월 2일에 발표한 ‘김일성주의의 독창성을 옳게 인식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과 1996년 7월 26일에 발표한 ‘주체철학은 독창적인 혁명철학이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맑스-레닌주의와 어떻게 근본적으로 다른, 독창적이고 새로운 사상인지를 논증한 바 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독창성에 관해 고찰하려면 방대한 서술이 필요하므로, 그 문제에 대해 논하는 것은 여기서 멈춘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20년 12월 20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대표증수여식 장면이다. 대표증수여식장에는 '전당과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자!'라는 구호가 게시되었다. 이 구호는 조선로동당이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자기의 지도사상으로 한다는것을 의미하며, 조선로동당이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는 최종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주한미국군 철거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서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는 것을 자기의 당면목적으로 인정했다. 이 인용문은 세 가지 구성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첫 번째 구성부분은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이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는” 것임을 밝힌 것이다. 

 

“미제의 침략무력”이라는 용어는 주한미국군을 뜻한다. 조선로동당의 시각에서 보면,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은 외국(=대한민국)이 아니라 자국 영토(=공화국남반부)이므로, 주한미국군은 공화국의 남반부지역을 무력으로 강점하고 북침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침략군으로 보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나 자국 영토를 강점한 침략군을 무조건, 하루빨리 영토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 침략군 철거는 누구도 시비할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주권국가의 당면임무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서는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수시킨다”고 하지 않고, “철거시킨다”고 했다. 철수는 남측에서 자국군대를 거두어들인다는 뜻이고, 철거는 남측에서 미국군대를 몰아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남측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라는 말을 쓰는 것은 오류다. 주한미국군 철거라는 말을 써야 한다. 

 

위에 인용된 문장은 주한미국군 철거가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원래 당면목적이라는 말은 눈앞에 다가온 시급한 목적이라는 뜻이므로, 조선로동당은 자기의 당규약에 따라 하루빨리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려는 것이다. 

 

 

3.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미국의 대남지배 청산과 외세간섭 배격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것이라고 한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주한미국군을 철거시켜야 남측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국적 청산”은 다른 일을 하고 마지막에 청산한다는 뜻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청산한다는 뜻이다. 

 

조선로동당의 시각에서 보면, 남조선을 정치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중추기관들은 주한미국군사령부, 주한미국대사관, 미국중앙정보국 한국지부로 보일 것이므로, 이 3대 중추기관을 전부 철거해야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서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온갖 외세의 간섭”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온갖 외세”는 복수 형태로 쓰인 말이다. 조선로동당이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고 미국의 대남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정세의 대격변 중에 주변대국들이 정세에 개입, 간섭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주변대국들의 간섭이란 중국과 로씨야의 간섭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로동당이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고 미국의 대남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민족의 자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그 어떤 외세도 간섭할 수 없고, 간섭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4.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근원적인 군사위협 제압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압이라는 말은 강한 힘으로 상대를 억누르고 통제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선로동당은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강력한 국방력으로 억누르고 통제하는 것을 자기의 당면목적으로 인정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을 다시 읽어보면, 조선로동당이 강력한 국방력으로 제압하려는 대상(=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이 단수가 아니라 복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로동당이 강력한 국방력으로 제압하려는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조선로동당의 시각에서 보면,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가 한반도를 노리는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회보고에서 “우리의 국가방위력이 적대세력들의 위협을 령도 밖에서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언명한 바 있다. 다시 말해서, 조선로동당은 영토 밖에서 한반도를 위협하는 적대세력들인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를 강력한 국방력으로 억누르고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주한미국군은 조선로동당의 철거대상이고,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는 조선로동당의 제압대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고,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를 제압하는 것은 조선로동당의 눈앞에 다가온 당면목적이다. 조선로동당이 그런 당면목적을 실현할 결정적인 시기가 언제인지 누구도 정확히 예언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1년 뒤에 올 수도 있고, 2년 뒤에 올 수도 있다. 요즈음 한반도,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첨예한 정세가 결정적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3년 뒤로 늦춰질 것 같지는 않다.   

 

 

5.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연방통일국가 건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인용문은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강령을 서술한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강령은 두 개의 문장으로 서술되었다. 

 

첫 번째 문장을 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강령에 천명된 민족자주의 원칙과 민족대단결의 원칙은 이미 수많은 문헌들에서 거듭 확인되었다. 

 

2016년 5월 9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는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강령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었는데, 이것은 1972년 5월 3일 김일성 주석이 평양을 방문한 남측 정부대표(이후락)에게 제시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서는 자주의 원칙과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평화통일의 원칙을 생략하고, 자주의 원칙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따라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고 서술했다. 당규약 개정안을 준비하는 중에 실수로 평화통일의 원칙을 생략한 것이 아니라, 당규약에서 평화통일의 원칙을 삭제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조선로동당이 조국통일 3대 원칙에서 제2원칙인 평화통일의 원칙을 삭제한 것은, 평화통일의 원칙을 무력통일의 원칙으로 변경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은 자주, 무력통일, 민족대단결로 변경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는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고 명시되었는데, 평화통일의 원칙을 무력통일의 원칙으로 변경한 것과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무력통일의 원칙에 따라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무력통일의 원칙에 따른다는 말은 조국통일전쟁을 수행한다는 뜻이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는 말은 조국통일전쟁 이후에 평화적으로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조국통일전쟁과 연방통일국가건설은 논리적 모순관계가 아니라 절차적 선후관계인 것이다. 

 

연방제통일은 조국통일전쟁 이후에 실현될 평화통일이고, 조국통일전쟁은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선결절차라는 것이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 담겨있는 새로운 인식이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는 “조국의 평화통일을 실현한다”고 서술된 것이 아니라,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고 서술되었다. 앞당긴다는 말은 예상한 시기 또는 예정된 시기보다 더 일찍 실현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연방통일국가를 예상시기보다 더 일찍 건설하려는 조기실현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연방제통일을 조기에 실현하려는 조선로동당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조선로동당이 연방제통일을 실현하는 결정적인 시기가 언제인지 누구도 정확히 예언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1년 뒤에 올 수도 있고, 2년 뒤에 올 수도 있다. 요즈음 한반도,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매우 첨예한 정세가 결정적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3년 뒤로 늦춰질 것 같지는 않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9년 8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2019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조국통일촉진대회'의 한 장면이다. 그 대회에서 참가군중은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파기시키자는 결의를 표명했다. 조국통일촉진대회에서 반미투쟁을 결의한 것은, 미국의 대남지배체제를 제거해야 조국통일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반미자주화를 언급하지 않는 조국통일론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6.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는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고 서술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민족의 공동번영은 남측 사회, 북측 사회, 해외동포사회가 다함께 번영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연방통일국가를 조기에 건설하고, 8천만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하려는 조선로동당의 의지가 당규약에 표명된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연방통일국가를 조기에 건설하고, 8천만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투쟁방도는 “전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며, 해외동포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권리와 리익을 옹호보장하고 그들을 애국애족의 기치 아래 굳게 묶어세우며 민족적 자존심과 애국적 열의를 불러일으켜 조국의 통일발전과 륭성번영을 위한 길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로동당이 “전조선(=남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는 것을 당면목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사실이다. 조선로동당의 표현을 빌리면, 공화국북반부의 사회주의력량과 남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는 것은 조선로동당이 창건 이후 75년 동안 견지해온 전략로선이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는 통일전선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부서가 있다. 국정원이나 통일부가 상대하는 통일전선부가 바로 그 전문부서다. 2020년 6월 12일과 6월 17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각각 담화를 발표했고, 2020년 6월 5일에는 익명의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했다. 

 

원래 통일전선(united front)은 정치적 성격이 다른 세력들이 어떤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연합하는 것이다. 통일전선은 한시적, 전술적으로 제휴하다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시적, 전략적으로 연합한 단일역량으로 편성되는 정치적 연합이다. 일시적으로 이용하다가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함께 투쟁하는 것이 통일전선전략이다. 

 

통일전선전략은 세계사회주의운동에서 중요한 혁명전략이다. 세계사회주의운동사 초기에 통일전선을 구축하는 문제는 정치적 성격이 다른 세력들이 한시적, 전술적으로 제휴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1930년대 항일전쟁시기에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독창적인 반일민족통일전선로선은 통일전선이 전술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밝힌 것이라고 한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제국주의의 폭압에 의해 국가가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에서 통일전선은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과 지역적 범위의 통일전선으로 구축되는데,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은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민족적 통일전선이고, 지역적 범위의 통일전선은 남조선혁명을 수행하기 위한 지역통일전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전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한다고 명시된 것을 보면,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국적 통일전선에 대해 언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서 통일전선의 연합대상은 남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이다. 이것은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을 구축하는 데서 정치적 연합의 기준은 애국주의(patriotism)과 민주주의(democracy)라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매국적이고 반민주적인 세력은 통일전선의 연합대상이 아니라 타도대상이다. 조선로동당이 전국적 범위에서 통일전선을 강화하는 당면목적은 애국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사회정치세력들과 손잡고 연방통일국가를 조기에 건설하는 것이다. 

 

 

7.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남조선혁명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남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은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2016년 5월 9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는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 남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이라고 서술되었는데,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는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남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이라고 서술했다.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남조선혁명의 성격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으로 규정했다면,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는 남조선혁명의 과업을 남조선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전 당규약에 서술된 남조선혁명의 성격과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서술된 남조선혁명의 과업을 결부시켜야 조선로동당이 수행하는 남조선혁명전략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로동당은 남조선혁명의 성격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고 규정했고, 남조선혁명의 과업을 남조선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음을 알 수 있다.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이라는 말은 남측에서도 널리 쓰이는 일상적인 언어다. 

 

조선로동당은 남조선혁명에 관한 문헌들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조선로동당의 남조선혁명전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대남공작원으로 남파되었다가 1995년 10월 24일 충청남도 부여에서 국정원 요원들에게 체포된 김동식이 집필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전개와 변화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조선로동당의 남조선혁명전략에 관한 대략적인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논문의 주요내용은 <월간조선> 2013년 3월호에 실렸다. <월간조선> 보도내용에 따르면, 1991년 5월 24일 김정일 총비서가 “대남부서 책임간부들 앞에서 한 연설”은 북에서 “5.24 비공개 문헌”으로 출판되었는데, 김정일 총비서는 비공개 문헌에서 남조선혁명의 성격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으로 규정하였다고 한다.    

 

남파공작원 출신 김동식은 2017년 1월 31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강연했는데, 그의 강연원고를 읽어보면 조선로동당이 수행하는 남조선혁명의 과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강연원고는 전문이 2017년 2월 4일 자유경제원 웹싸이트에 실렸다. 강연원고에 따르면, 민족해방혁명의 과업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식민통치체제를 타도하고 남조선사회의 자주적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고, 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은 남조선의 예속적 자본주의체제를 전복하고 남조선사회의 민주주의적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2021년 1월 초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연단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조선로동당은 제8차 당대회에서조선로동당이 추구하는 최종목적이 인민의 이상적인 미래사회 곧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명백히 밝혔다. 김정은 총비서는 모든 인민들이 무탈하여 편안하고화목하게 살아가는 사회,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돕고 이끌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공산주의미덕과 미풍이 확립되어 있는 사회가 곧 미래의 공산주의사회라고 언명한 바있다. 조선로동당은 다른 나라 사회주의정당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공산주의사회의 새로운 미래상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 건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명시된, 조선로동당이 수행하는 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은 두 가지다. 조선로동당이 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을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고 보는 까닭은, 분단체제가 분리시킨 북측 지역(공화국북반부)과 남측 지역(공화국남반부)에서 발전단계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혁명이 각각 수행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북측에서 수행되는 사회주의혁명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는 사회주의혁명은 인민의 이상사회인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행되는 계속혁명인 것이라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은 계속혁명을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이라 부른다. 김일성 총비서는 1970년 11월 조선로동당 제5차 대회에서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을 제시했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은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사상의식을 자주적으로 개조하는 사상혁명을 앞세우면서 기술혁명과 문화혁명을 따라세우는 것이다. 또한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은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낡은 문화와 생활양식의 구속에서 해방시키고,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사회주의생산력을 고도로 발전시키는 사회변혁이라는 것이다. 

 

 

9. 조선로동당의 최종목적 - 인민의 이상적인 사회 건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은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당의 최고강령으로 한다”고 하였다. 조선로동당이 말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화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그것은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이 종국적으로 승리함으로써 인민의 자주성이 고도로 실현되어 사회주의적 인간관계가 완성되고, 물질기술적으로 끝없이 발전하여 부강한 사회주의적 생산력이 완성되고, 문명한 사회주의적 생활양식이 완성된 인민의 이상적인 사회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인민의 이상적인 사회는 곧 미래의 공산주의사회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은 조선로동당의 최종목적을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고 명시했던 것이다. 

 

일찍이 칼 맑스(Karl Marx)는 1875년 5월에 집필한 ‘고타강령비판(Critique of the Gotha Program)'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적 생산력이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수요에 따라 분배를 받을 수 있을 만큰 고도로 발전된 이상적인 미래사회가 공산주의사회라고 정의했었다. 김일성 총비서는 1975년에 출판된 ’김일성저작선집‘ 제3권에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공산주의적 생활원칙이 완전히 실현된 이상적인 미래사회가 공산주의사회라고 정의했다. 2021년 5월 14일 <로동신문>에 실린 ‘인민의 심부름군당’이라는 제목의 정론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공산주의사회는 모든 인민들이 무탈하여 편안하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사회,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돕고 이끌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공산주의미덕과 미풍이 확립되여 있는 사회”라고 언명했다고 한다. 조선로동당은 다른 나라 사회주의정당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공산주의사회의 새로운 미래상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