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6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따라가는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

[한호석의 개벽예감](267)
자주시보 2017년 09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미국 정치사에 세 번째 출현한 미치광이전략
2. 미치광이전략의 핵심내용은 최대 압박과 군사적 선택
3. 소련에게 북베트남 압박 요구한 닉슨, 중국에게 조선 압박 요구하는 트럼프
4. 실패로 끝난 키신저의 ‘오리낚시작전’
5. 미치광이전략의 종착점은 완전철군과 동맹포기
6. 닉슨의 참혹한 실패를 불러오는 트럼프의 비극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9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그는 연설에서 조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모독을 쏟아냈다. 그가 미치광이연설로 유엔총회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소식을 듣고 전 세계가 경악하였다. 트럼프의 미치광이연설은 몇 달 전부터 미치광이전략을 수행해오는 과정에서 나타난 광기표출현상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미국 정치사에 세 번째 출현한 미치광이전략

2017년 9월 19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단에서 조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모독을 토해냈다. 그 소식이 전파를 타고 보도되자, 전 세계가 경악하였다. 미국의 주요일간지들도 폭언과 모욕을 내뱉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이를테면,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파괴폭언과 관련하여 해명해야 한다고 비판하였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깡패두목의 발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난하였고, <월스트릿저널>은 그의 연설이 그를 야만인으로 보는 외교전문가들을 불쾌하게 만들었으며, 10대 청소년들이나 할 수 있는 모욕처럼 들렸다고 비난하였다. <사진 1>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폭언과 모독을 내뱉은 대목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지구 위에 있는 어떤 나라도 이 범죄집단이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미국은 강한 힘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으나, 자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에게는 북조선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은 없을 것이다. 로켓 쏘는 사람은 자신과 자기 정권의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누가 들어봐도 위의 인용문은 미치광이가 아니면 내뱉을 수 없는 폭언과 모독이다. 조선의 초강력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지난 8개월 동안 실컷 두들겨 맞은 트럼프는 두뇌타박후유증으로 정말 미쳐버린 게 아닐까? 유엔총회 연설 이전이나 이후 그의 발언과 행동을 살펴보면, 그가 정신질환에 걸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는 유엔총회 연단에서 왜 미치광이처럼 굴었던 것일까? 

미국의 언론매체들과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미치광이연설을 비난하기만 하였을 뿐, 그 연설 뒤에 보이지 않는 속사정까지 밝혀내지는 못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속사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연설 속에 숨겨진 속사정을 들춰내려면, 우선 그 연설문이 작성된 경로를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연설문은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백악관 선임정책보좌관이 연설문을 작성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필하였다고 보도하였는데, 연설문을 작성하고 가필한 실무절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미치광이연설을 강행하려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는가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진행한 연설은 매우 중요한 정치활동인데, 그처럼 중요한 정치활동을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하였을 리 만무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17년 9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기 하루 전인 9월 18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들이 연설문을 “검토(review)하고 심사(vet)하였다”고 한다. 이런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미치광이연설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이 분명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17년 9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들이 자기 연설문을 검토하고 심사한 직후 연설문에 가필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극악한 폭언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심히 모독하는 인신공격을 가필한 뒤에, 유엔총회 연단에 올라 미치광이노릇을 연출했던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왜 전 세계를 경악시킨 미치광이연설을 강행하려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일까? 이 의문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미치광이전략(madman strategy)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17년 9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지난 몇 달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독하는 인신공격을 감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argue)해왔다”고 한다. 이것은 그들이 몇 달 전부터 미치광이전략을 수행하는 방도를 놓고 설왕설래해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전문지들은 이미 지난 4월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전략을 거론하였다. 이를테면, 정치전문지 <슬레잇(Slate)> 2017년 4월 13일부에 실린, ‘돌아온 미치광이이론(Return of Madman Theory)’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 그리고 외교전문지 <포른 팔러씨(Foreign Policy)> 2017년 4월 18일부에 실린, ‘트럼프의 미치광이이론은 전략적으로 예측불가능한 게 아니라 미친 짓일 뿐(Trump's Madman Theory Isn't Strategic Unpredictability. It's Just Crazy)’라는 제목의 분석기사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연설은 미치광이전략의 수행과정에서 나타난 광기표출현상이라는 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전략은 몇 달 전부터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며 실행되어오다가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광란적으로 표출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사진 2> 이 사진은 1951년 7월 8일 개성에서 진행된 정전회담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정전회담 초기에는 판문점이 아니라 개성에서 회담이 진행되었다. 미국 정치사에서 미치광이전략을 처음으로 꺼내든 사람은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6개월 전 전쟁종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선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직에 취임한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드와잇 아이젠하워였다. 그는 미국이 도저히 이길 가망이 없는 6.25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조선과의 정전회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조선과 중국에게 핵공갈과 핵위협을 들이대는 미치광이노릇을 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치광이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작품’이 아니다. 트위터에 거의 매일 같이 잡소리나 늘어놓는 그의 저급한 지적 능력으로는 방대하고,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어내는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 
미국 정치사에서 미치광이전략을 처음으로 꺼내든 사람은 6.25전쟁 마지막 해에 전쟁을 자기가 끝내겠노라고 큰소리를 쳤던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드와잇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였다. <사진 2>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6개월 전 전쟁종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선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직에 취임한 그가 6.25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꺼내든 것이 미치광이전략이다. 아이젠하워는 미국이 도저히 이길 가망이 없는 6.25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정전회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조선과 중국에게 핵공갈과 핵위협을 들이대는 미치광이노릇을 했다. 이를테면, 아이젠하워는 1953년 5월 국무장관 존 덜레스(John F. Dulles)를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 파견하여 인도 총리 자와할랄 네루(Jawahalral Nehru)에게 6.25전쟁이 조기에 끝나지 않고 계속되면,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핵공갈을 중국에게 전하도록 조치하였다. 핵공갈로 미국의 패전을 막아보려고 미친 듯이 날뛰었던 아이젠하워의 종전전략, 바로 이것이 미국 정치사에 처음 출현한 미치광이전략이다. 
여기서 말하는 핵공갈이란 핵무기를 사용할 것처럼 공갈하여 적국이 핵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르는 행위다. 그와 달리, 핵위협이란 핵타격수단을 동원하여 적국이 핵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르는 행위다. 

▲ <사진 3> 이 사진은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의 패색이 짙어진 1969년 1월 20일 미국의 제3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리처드 닉슨이 미국 텔레비전방송에 출연하여 베트남전쟁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다. 아이젠하워처럼 닉슨도 미국이 도저히 이길 가망이 없는 베트남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북베트남과의 종전회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북베트남과 소련에게 핵공갈과 핵위협을 들이대는 미치광이전략에 매달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의 패색이 짙어진 1969년 1월 20일 미국의 제3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도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미치광이전략에 매달렸다. <사진 3> 아이젠하워처럼 닉슨도 미국이 도저히 이길 가망이 없는 베트남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종전회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북베트남과 소련에게 핵공갈과 핵위협을 들이대는 미치광이노릇을 했다. 바로 이것이 미국 정치사에 두 번째 출현한 미치광이전략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이젠하워와 닉슨의 뒤를 따라 트럼프도 미국이 사실상 패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고, 조선과의 최후담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조선에게 핵공갈과 핵위협을 들이대고 있다. 바로 이것이 미국 정치사에 세 번째 출현한 미치광이전략이다.   


2. 미치광이전략의 핵심내용은 최대 압박과 군사적 선택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이 무엇인지 밝혀주는 비밀문서들이 2015년 5월에 기밀해제되었다. 세상이 알지 못하는 백악관의 은밀한 행동은 비밀문서에 수록되었으므로, 닉슨의 미치광이전략도 백악관 비밀문서들에서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 백악관 비밀문서들이 말해주는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은 사람들이 피상적으로 알고 있거나 정반대로 잘못 알고 있는 허상을 걷어내고, 충격적인 진상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 진상을 서술하면, 아래와 같다.  

닉슨 행정부가 출범한 날로부터 1개월 13일이 지난 1969년 3월 2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Henry A. Kissinger)의 특별보좌관이었던 알렉샌더 헤익(Alexander M. Haig)이 키신저에게 보낸 비망록이 있다. 그 비망록에는 멜빈 레이어드(Melvin R. Laird)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1969년 2월 21일에 작성한 비망록이 첨부되었다. 헤익의 비망록에 따르면, 닉슨은 대통령직에 취임한 날로부터 1주일이 지난 1969년 1월 27일 백악관에서 비밀회의를 소집하였다. 비밀회의에는 닉슨, 키신저, 레이어드, 합참의장 얼 윌러(Earl G. Wheeler)가 참석하였다. 4인 비밀회의에서 그들은 베트남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북베트남을 최대로 압박하기로 결정하였고, 합참의장에게 군사적 선택방안(military option)을 작성하는 과업을 맡겼다.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1969년 1월 27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4인 비밀회의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닉슨 대통령,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 레이어드 국방장관, 윌러 합참의장이 그 비밀회의에 참석하였다. 4인 비밀회의에서 그들은 베트남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북베트남을 최대로 압박하기로 결정하였고, 합참의장에게 군사적 선택방안을 작성하는 과업을 맡겼다.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4인 비밀회의 결정에 따라, 1969년 2월 21일 국방장관 레이어드는 북베트남을 최대로 압박하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작성하였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북베트남 해군기지를 공격하는 공수-상륙합동작전을 전개한다.
(2) 북베트남군이 라오스 접경지대와 캄보디아 접경지대에 설치한 통신망과 군사거점을 파괴하는 공수-공습합동작전을 전개한다. 
(3) 북베트남 하이퐁항과 북베트남 해군기지를 해상봉쇄하기 위한 공군-해군합동작전을 전개한다. 
(4) 북베트남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내란을 준비한다.
(5) 핵공갈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인다. 

1969년에 북베트남을 윽박지르기 위해 작성되었던 군사적 선택방안은 근 반세기의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오늘 다시 출현하였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게 이른바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하면서 군사적 선택방안을 들먹이고 있다.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이 닉슨의 미치광이전략과 다른 점은 조선의 보복공격이 두려워 조선에 대한 선제타격을 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조선의 보복공격이 두려워 해상봉쇄를 고강도 경제제재로 대체한 것이다.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에서 주목되는 것은 핵공갈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위에 인용한 백악관 비밀문서에 따르면,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은 미국의 핵무기전문가들을 동북아시아(오끼나와를 뜻하는 것으로 보임-옮긴이)에 파견하거나, 미국 국방부가 핵타격수단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성명을 미국군 고위지휘관들이 발표하게 하여 미국이 베트남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북베트남에게 강하게 암시하면서 핵공갈 수위를 높였다. 

그에 비해, 오늘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은 핵공갈과 핵위협을 혼합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를테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을 향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언급한 것, 그리고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이 “예방전쟁”을 언급한 것은 미치광이전략에서 드러나는 전형적인 핵공갈이다. 그와 더불어,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같은 핵타격수단들을 한반도 작전구역에 거듭 출동시키는 행동,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2017년 4월 26일, 5월 3일, 8월 2일에 각각 시험발사한 행동, 2017년 9월 13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이 미국 최대 핵공격기지인 미놋 공군기지(Minot AFB)를 시찰한 행동 등은 미치광이전략에서 드러나는 전형적인 핵위협이다.  


3. 소련에게 북베트남 압박 요구한 닉슨, 중국에게 조선 압박 요구하는 트럼프

1969년 3월 22일 키신저가 닉슨에게 제출한 ‘베트남 문서(Vietnam Papers)’에 따르면, 만일 소련이 북베트남을 압박하면,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키는 데서 소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소련이 북베트남을 압박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비밀문서에 따르면, 베트남전쟁이 장기화되어 미국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으며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소련에게 알려주고, 북베트남에 대한 무력공격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북베트남을 압박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소련이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소련이 북베트남을 압박하게 만들어 베트남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려고 하였던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은 오늘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으로 전이되었다. 지금 트럼프는 중국이 조선을 압박하게 만들어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려는 미치광이전략에 매달리고 있다. 이를테면, 2017년 9월 21일 백악관은 조선과 거래하거나 조선에게 금융을 지원하는 중국의 기업, 은행, 개인들을 미국이 단독으로 제재하는 이른바 제3자 제재조치(secondary boycott)를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소련이 북베트남을 압박하게 만들려고 하였던 닉슨의 미치광이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이다. 

그러나 소련이 북베트남을 압박하게 만들어 베트남전쟁을 미국에게 유리하게 종식시키려던 닉슨의 술책은 그들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소련에게는 북베트남을 압박하려는 의사도, 그렇게 할 능력도 없었으며, 프랑스 빠리에서 진행되던 종전회담은 미국의 요구대로 진전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 난감해진 키신저는 닉슨에게 또 다른 군사적 선택방안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1969년 4월 11일 레이어드가 키신저에게 보낸 비망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비망록에 따르면, 키신저가 닉슨에게 제시한 군사적 선택방안은 미국 태평양사령부에 배속된 항공모함에서 함재기들을 출격시켜 필리핀 인근해역과 통킹만(Gulf of Tonkin, 북베트남과 남중국에 걸쳐 있는 해역)에서 각각 기뢰투하연습을 감행하여 북베트남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사진 5> 기뢰투하연습계획을 작성한 레이어드 국방장관은 자신이 작성한 계획이지만 실행을 보류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하였고, 윌러 합참의장도 그 계획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오려고 안달하던 닉슨과 키신저는 군수뇌부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기뢰투하연습계획을 강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사진 5> 이 사진은 1972년 11월 베트남전쟁 중에 미국 태평양사령부에 배속된 군함들이 북베트남과 남중국에 걸쳐 있는 통킹만에서 기뢰투하연습을 감행하는 장면이다. 그보다 앞서 1969년에 기뢰투하연습계획을 작성한 레이어드 국방장관은 그 계획실행을 보류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하였고, 윌러 합참의장도 그 계획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오려고 안달하던 닉슨과 키신저는 군수뇌부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기뢰투하연습계획을 강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두말할 나위 없이, 기뢰투하연습은 미국이 북베트남을 질식시킬 해상봉쇄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베트남을 굴복시켜보려는 술책이었다. 1969년 5월 13일에 작성된 미국 해군 제7함대 사령관의 비밀통보문에 따르면, 닉슨의 명령에 따라 제7함대 소속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함(USS Enterprise)에서 이륙한 A-6 함재기, A-7 함재기 편대들이 필리핀 수빅(Subic)만에서 기뢰투하연습을 감행하였다. 
그러나 북베트남은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필리핀 수빅만에서 감행된 기뢰투하연습을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기뢰투하연습은 실효가 없었다.  


4. 실패로 끝난 키신저의 ‘오리낚시작전’

기뢰투하연습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닉슨은 북베트남 수도 하노이(Hanoi)로 직통하는 전략요충지 하이퐁(Haiphong)항을 봉쇄하여 북베트남 경제를 질식시키는 기뢰투하계획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에 따라 미국군 지휘부가 작성한 것이 ‘오리낚시(DUCK HOOK)’라는 작전명으로 불린 해상봉쇄작전이다. 1969년 7월 21일 레어드가 키신저에게 보낸 서한에는 미국 해군 작전사령관실이 작성한 50쪽 분량의 비밀문서가 첨부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항공모함 3척을 동원하는 대규모 기뢰투하작전으로 하이퐁항을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오리낚시작전’ 문서다. 

1969년 7월 15일 백악관에서 쟝 쌩뜨니(Jean Saintney)를 만난 닉슨은 그에게 자신의 밀사로 하노이를 방문하여 자신의 구두친서를 북베트남에 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쌩뜨니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을 태평양전쟁 중에 점령한 일본이 패망을 앞둔 시점에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하노이에 파견하였던 프랑스 정치인이다. 1969년 7월 16일 쌩뜨니가 작성한 비망록에 따르면, 닉슨이 쌩뜨니에게 부탁한 것은 미국이 북베트남 해상봉쇄를 단행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북베트남에게 전해주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빠리에서 진행 중이던 종전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결과가 1969년 11월 1일까지 나오지 않으면, 북베트남 해상봉쇄를 단행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1969년 7월 키신저는 닉슨에게 제출한 ‘오리낚시작전을 실행하기 위한 개념계획’이라는 제목의 비밀문서에서 그 작전을 실행하기 위한 개념계획을 서술하였다. 그 비밀문서에서 키신저는 ‘오리낚시작전’이 군사적 선택방안에 외교적 선택방안을 첨가한 방식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서술하였다. 이것은 북베트남 무력침공과 빠리 종전회담을 병행하겠다는 뜻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빠리종전회담에 북베트남 대표로 참석한 레둑토 베트남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 위원장과 미국 대표로 참석한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이 통역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장면이다. 빠리종전회담은 1968년 5월 10일에 첫 회담을 시작하였고, 1973년 1월 27일 빠리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 기간에 닉슨은 미치광이전략에 매달리면서 종전을 미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온갖 술책을 동원하였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969년 9월 17일특별보좌관 앤서 키신저의 니 레이크(Anthony K. Lake)가 키신저에게 제출한 ‘베트남 급변사태 계획: 작전개념’이라는 제목의 비밀보고서는 군사적 선택방안에 외교적 선택방안을 첨가한 ‘오리낚시작전’이 “모든 선택방안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명백한 사례(clear example of putting all options on the table)”로 된다고 지적하였다. 
2017년 8월 29일 조선이 북태평양 상공으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을 향해 “모든 선택방안들이 탁자 위에 있다”고 말하였는데, 48년 전 키신저의 보좌관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이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사실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레이크가 키신저에게 제출한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키신저가 최종 결재한 군사적 선택방안은 아래와 같다.
(1) 공습으로 북베트남의 방공망과 발전소들을 파괴한다. 
(2) 상륙작전으로 북베트남을 침공한다.  
(3) 전술핵타격으로 북베트남군이 라오스에 설치한 남진통로를 파괴한다. 
(4) 전술핵타격으로 북베트남과 중국을 연결하는 두 개의 철로를 파괴한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군사적 선택방안에 더하여, 베트남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는 즉시 그에 대응하고, 소련에게 미국의 단호한 결의를 보여줄 수 있도록 전략항공사령부가 핵공격준비태세를 갖추는 군사적 선택방안이 거론되었다. 1971년 전략항공사령부가 작성한 ‘역사연구 제117호’라는 제목의 비밀문서에 따르면, 핵공격준비태세는 아래와 같이 네 단계에 걸쳐 전개되는 것이었다. 
(1) 1969년 10월 12일부터 경계태세를 갖춘다.
(2) 10월 18일 전략폭격기 편대비행을 재개한다.
(3) 10월 25일부터 30일까지 경계태세를 갖춘다. 
(4)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자이언트 랜스 작전(Operation Giant Lance)’을 수행한다. 

‘자이언트 랜스 작전’은 제92전략항공비행단 소속 B-52 장거리전략폭격기 18대가 전략핵폭탄을 가득 싣고 소련군 방공레사진 7이더망에 일부러 포착되도록 북극해 상공에서 공중급유를 받으며 장시간 비행하는 대소핵타격위협이었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베트남전쟁 중에 북베트남 영공을 침범한 B-52 전략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는 무차별 공습장면이다. 닉슨은 1969년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전략핵폭탄을 가득 실은 B-52 전략폭격기 18대를 소련군 방공레이더망에 일부러 포착되도록 북극해 상공에서 공중급유를 받으며 장시간 비행하는 대소핵타격위협을 감행하였다.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은 그처럼 위험천만하고, 무모하며, 광란적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69년 10월 28일에 작성한 ‘공산주의자들이 미국의 군사준비태세시험에 대해 보일 수 있는 반응들’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에 따르면, 키신저는 미국군이 핵공격준비태세에 진입하기 직전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에게 소련이 미국의 핵공격준비태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탐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미국 중앙정보국의 탐지보고는 키신저의 기대와 크게 어긋났다. 미국은 대소핵타격위협을 노린 핵공격준비태세를 격상시키며 소련에게 핵위협을 가했으나, 소련의 베트남정책은 변동을 보이지 않았으며, 당시 빠리에서 진행 중이던 종전회담에서 북베트남의 태도도 여전하였다. 


5. 미치광이전략의 종착점은 완전철군과 동맹포기

키신저는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소련과 비밀협상을 벌였다. 1969년 5월 14일에 작성된 회담비망록에 따르면, 그 날 키신저는 워싱턴 주재 소련대사 아나톨리 도브리닌(Anatoly Dobrynin)과 비밀회담을 진행하였는데, 그 회담 중에 키신저는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회담비망록에 따르면, 키신저는 도브리닌에게 “(베트남전쟁) 종전합의가 결속되는 시점과 남베트남 정치체제가 안정되는 시점 사이에 매우 합리적인 시간적 간격(interval)이 주어진다면, 닉슨은 남베트남에 어떤 정치체제가 들어서는 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은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면, 백악관은 완전철군과 동맹포기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다.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키느냐 아니면 남베트남의 안보를 지켜주느냐 하는 전략적 양자택일의 벼랑끝에 내몰린 닉슨은 결국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남베트남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키신저-도브리닌 비밀회담이 진행된 때로부터 불과 몇 시간 뒤에, 닉슨은 텔레비전방송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였다. 그는 담화에서 1970년에 미국군과 북베트남군이 동시에 남베트남에서 철수하자는 동시철군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닉슨의 동시철군방안이 베트남의 분단선을 국경선으로 대체하려는 정치음모라는 것을 간파한 북베트남은 그 제안을 거부하였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1968년 3월 16일 미국군이 베트남의 두 농촌마을들인 미라이와 미케에서 무고한 주민 504명을 무참히 학살한 장면이다. 학살당한 주민 대부분은 여성들과 어린이들이었다. 미국군은 베트남의 다른 마을들에서도 무고한 주민을 학살하였다. 미국의 돈을 받고 베트남전쟁에 동원된 한국군도 무고한 베트남 주민을 학살하였다. 이런 양민학살만 보더라도,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은 명백한 전쟁범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미치광이전략에 매달리며 전쟁범죄를 저지른 닉슨과 키신저는 전범으로 처형받았어야 했다. 그런데 전범으로 처형받았어야 할 키신저에게 노벨평화상이라는 것을 주었으니, 너무 기가 막힐 노릇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주목되는 것은, 닉슨이 키신저-도브리닌 비밀회담에서 남베트남을 포기하고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키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같은 날에 있은 담화에서는 동시철군안을 북베트남에게 제안하였다는 사실이다. 동시철군안은 북베트남이 거부하리라고 예상하고 꺼내놓은 가짜제안이었고, 키신저-도브리닌 비밀회담에서 닉슨이 남베트남을 포기하고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킬 준비가 되었다고 밝힌 것은 진짜속셈이었다. 

그로부터 48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조미핵대결로 파탄에 빠진 자국의 국가안보를 건져내느냐 아니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느냐 하는 전략적 양자택일의 벼랑끝에 내몰렸다. 그래서 요즈음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정상회담을 진행할 때마다 “철통같은(ironclad) 한미동맹”을 유지할 것이라는 약속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회담비망록을 읽어보면, 트럼프의 그런 재확인 발언은 진짜속셈과는 동떨어진 입버릇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69년 6월 8일 닉슨은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당시 남베트남 대통령 응웬 반 티우(Nguyen Van Thieu)를 만나 그에게 철군계획을 통보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1969년 7월 8일 미국군 전투병력 800명이 남베트남에서 제1진으로 철수하였다. 미국군 철수는 그 날부터 1972년 11월까지 15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사진 9> 

▲ <사진 9> 이 사진은 1969년 12월 24일 베트남전쟁에 동원되었던 미국 해병대 제3사단 병력 22,000명이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해병대기지로 퇴각하기 위해 베트남 다낭항에서 트리폴리 상륙함에 승선하는 장면이다. 그보다 앞서 1969년 6월 8일 닉슨은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당시 남베트남 대통령 응웬 반 티우를 만나 그에게 철군계획을 통보하였다. 1969년 7월 8일부터 시작된 남베트남 주둔 미국군 철수는 1972년 11월까지 15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이 도달한 종착점은 완전철군과 동맹포기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군 철수는 곧 남베트남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1972년 10월 23일에 작성된 키신저와 헤익의 대화록에 따르면, 닉슨은 헤익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것(키신저가 추진하는 종전회담을 뜻함-옮긴이)을 표면적인 타협이라고 부르던지 아니면 뭐라고 부르던지 괜찮다. 그것은 남베트남이 살아남을 기회를 주는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남베트남이 언제까지나 살아남을 필요는 없으며, 적당한 시간 동안 살아남아주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빌어먹을, 우리가 제몫은 했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나는 남베트남이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이 도달한 종착점은 베트남전쟁 패전에 따른 완전철군과 동맹포기였다. 지금 닉슨의 전철을 밟고 있는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이 도달하게 될 종착점도 조미핵대결 패배에 따른 완전철군과 동맹포기로 귀결될 것이다. 역사는 미래를 내다보는 창문이다.


6. 닉슨의 참혹한 실패를 불러오는 트럼프의 비극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을 밝혀준 비밀문서는 1969년 10월 말에 작성된 비밀문서까지만 기밀해제되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 이후 미국이 남베트남을 포기하는 과정, 남베트남이 패전하여 베트남이 통일되는 과정을 밝혀주는 비밀문서들은 아직 기밀해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1970년 1월부터 빠리평화조약이 체결된 1973년 1월 27일 까지 베트남전쟁의 전개상황은 닉슨이 미치광이전략에 더욱 광분하였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1970년 4월 30일 미국은 캄보디아를 무력침공하였다가 6월 30일에 철수하였다. 1970년 9월 5일 미국은 ‘제퍼슨 글렌 작전(Operation Jefferson Glenn)’이라는 작전명으로 북베트남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였다. 이것은 미국군이 단독으로 감행한 마지막 공격이었다. 
그 이후 미국은 미국군 사상자를 많이 내는 지상작전은 더 이상 하지 못하였으나, B-52 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하는 북베트남 공습을 계속 감행하였다. 북베트남 공습을 날짜순으로 열거하면, 1970년 8월 24일, 1971년 1월 19일, 1971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 동안, 1972년 4월 10일, 1972년 4월 15일이다. <사진 10> 

▲ <사진 10> 위쪽 사진은 1972년 5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제1차 라인백커 작전에 동원된 미국 전투기들이 공중급유를 받으며 비행하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최근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1B 전략폭격기가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조선을 자극하기 위해 한반도 중부 상공을 비행하는 장면이다. 반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의 미치광이전략은 공습이라는 군사적 선택방안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은 전략폭격기와 호위기들을 조선인민군의 방공미사일 사정권 안으로 밀어넣는 매우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빠리종전회담에서 평화조약이 체결되기 직전 미국의 북베트남 공습은 극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미국은 1972년 5월 9일부터 10월 22일까지 제1차 라인백커 작전(Operation Linebacker 1)을 감행하였다. 이 공습에서 전략폭격기, 전투기, 함재기들이 무려 40,000회나 출격하였으며, 북베트남에 125,000t 이상의 폭탄을 투하하였다. 
1972년 11월 30일 미국은 남베트남에서 단계적 철군을 완료하였으면서도, 북베트남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은 1972년 12월 18일부터 12월 29일까지 제2차 라인백커 작전을 감행하였다. 이 공습에서 폭탄 100,000발을 하노이와 하이퐁에 투하하였으며. 무차별 공습으로 하노이에서만 민간인 1,31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은 남베트남에서 미국군을 철수하고, 빠리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결국 파산되고 말았다. 더욱이 닉슨은 ‘워터게잇 추문사건(Watergate Scandal)’이 폭로되어 거센 탄핵역풍이 몰아치자 1974년 8월 9일 백악관에서 쫓겨나는 치욕과 수모를 겪었다.  

1975년 4월 30일 오전 11시경 사이공(Saigon, 당시 명칭)으로 진격한 북베트남군의 T-54 전차와 T-55 전차가 남베트남 대통령궁 철문을 깔아뭉개고 진입하였다. 그보다 조금 앞서 오전 10시 24분에 라디오방송을 통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였던 남베트남의 마지막 대통령 두옹 반 민(Duong Van Minh)은 휘하각료 30명과 함께 대통령궁 대회의실에 놓인 커다란 타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최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베트남군 전투원들이 그 회의실에 들이닥친 순간, 모든 것을 체념한 두옹 반 민은 “혁명이 여기에 있소. 당신들이 여기에 있소. 우리는 정권을 넘겨주려고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었소”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두옹 반 민은 라디오방송을 통해 “나는 사이공 정부가 완전히, 전면적으로 해체되었음을 선언한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였다. <사진 11>

▲ <사진 11> 이 사진은 1975년 4월 30일 오전 11시경 사이공(당시 명칭)으로 진격한 북베트남군의 T-54 전차가 남베트남 대통령궁 철문을 깔아뭉개고 진입하는 장면이다. 그 시각 남베트남의 마지막 대통령 두옹 반 민은 휘하각료 30명과 함께 대통령궁 대회의실에 놓인 커다란 타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최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베트남군 전투원들이 그 회의실에 들이닥친 순간, 모든 것을 체념한 두옹 반 민은 "혁명이 여기에 있소. 당신들이 여기에 있소. 우리는 정권을 넘겨주려고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었소"라고 말했다. 베트남전쟁에서 패하여 결국 완전철군과 동맹포기로 귀결되었던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을 지금 트럼프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베트남전쟁에서 패하여 결국 완전철군과 동맹포기로 귀결되었던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이른바 ‘품위 있는 철수(decent withdrawal)’를 완료하기까지 북베트남과 소련에 대한 핵공갈과 핵위협으로 현상을 유지하려고 몸부림쳤던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그 전략을 놀랍게도 지금 트럼프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24년 동안 지속되어온 조미핵대결에서 결국 패하여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나버린 천길 벼랑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작 40여 년 전에 파산된 미치광이전략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일까?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면, 전 세대의 참혹한 실패를 또 다시 되풀이하는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트럼프의 비극이며, 그의 통치를 받는 미국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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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너무 낡은 B61 열핵폭탄, 너무 힘든 철군결정

[한호석의 개벽예감](266)
자주시보 2017년 09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화성-12형 발사징후를 24시간 동안 노출한 까닭
2. 미국의 국가안보 파탄시킨 조선의 열핵무기체계
3.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할 전술핵무기는 없다
4. 트럼프와 배넌의 은밀한 소통, 무엇을 협의하는 것일까? 


1. 화성-12형 발사징후를 24시간 동안 노출한 까닭

2017년 9월 15일 조선이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지난 8월 29일에 이어 또 쐈다. 한국군 합참본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는 8월 29일에 발사된 것보다 220km 정도 더 높아진 약 770km였고, 비행거리는 8월 29일에 발사된 것보다 1,000km 정도 더 길어진 약 3,700km였다고 한다. 

미국 군사정보기관들은 화성-12형을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하지만, 조선에서는 화성-12형을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한다. 중거리와 중장거리의 차이가 생긴 까닭은, 사거리 장단에 따라 탄도미사일의 급을 정하는 분류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자기의 독자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고, 세상만사를 미국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국에서는 미국식 미사일분류법만 있는 줄로 착각하지만, 조선식 미사일분류법도 있고, 러시아식 미사일분류법도 있다. 

미국에서는 단거리탄도미사일(1,000km 미만), 준중거리탄도미사일(1,000~3,000km), 중거리탄도미사일(3,000~5,500km)로 각각 분류하고, 사거리가 5,500km를 넘는 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그와 달리, 조선에서는 단거리탄도미사일, 중거리탄도미사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조선이 각급 탄도미사일들의 사거리 범위를 어떻게 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거리가 1,000km 미만인 것은 단거리탄도미사일, 사거리가 1,000~5,000km인 것은 중거리탄도미사일, 사거리가 5,000~10,000km인 것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사거리가 10,000km 이상인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화성-12형의 사거리를 약 5,000km라고 추정하는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식 분류법에 따라 그 미사일을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분류하지만, 화성-12형의 사거리를 약 8,400km로 추산하는 나는 조선식 분류법에 따라 그 미사일을 중장거리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미국식 분류법에 따르면, 사거리가 약 8,400km로 추정되는 화성-12형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되는데, 그렇게 되면 화성-12형과 화성-14형이 동급으로 분류되는 논리적 모순이 생긴다. 조선의 탄도미사일들을 조선식 분류법에 따라 분류해야 정확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맨위쪽 사진은 2017년 9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안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진행된 화성-12형 발사를 현지지도하기 위해 현장에 마련된 임시관측소에서 발사시각을 기다리는 장면이다. 동녘하늘에 여명이 밝아오는 이른 아침 시각이다. 가운데 사진은 김정은 국뮈원장이 화성-12형을 싣고 발사지점으로 출발하는 발사대차를 바래워주는 장면이다. 그 발사대차에는 발사작업을 진행할 전투원이 7명밖에 타지 않았다. 맨아래쪽 사진은 화성-12형이 거대한 화염과 폭음을 내뿜으며 발사되는 장면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발사된 화성-12형의 발사지점, 비행방향이 8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2형의 발사지점, 비행방향과 같았다는 사실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평양 북쪽에 있는 순안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화성-12형을 발사하였고, 일본 홋까이도(北海道) 오시마(渡島)반도 상공과 에리모(襟裳)갑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상공으로 멀리 날려보낸 것이다. 

왜 같은 지점에서 발사하고, 같은 방향으로 날려보낸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동아일보> 2017년 9월 16일 보도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화성-12형을 발사하기 하루 전인 9월 14일 새벽부터 화성-12형을 실어놓은 발사대차, 대형 화물차, 병력의 이동상황을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하였고, 순안국제비행장 활주로에 임시관측소를 세우고 그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도 거의 실시간으로 노출하였다고 한다. 

이전에는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기만전술, 은폐전술, 교란전술을 펼치며 미사일발사징후를 전혀 노출하지 않았던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화성-12형 발사징후를 미국 정찰위성에 24시간 동안 계속 노출하였다. 의도적인 행동이 분명한데, 왜 그랬을까?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백악관을 짓누르는 압박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조선은 이번에 발사징후를 일부러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백악관을 짓누르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지난 9월 3일에 진행된 열핵탄두기폭시험에 이어 12일 만에 진행된 화성-14형 발사로 압박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명백하게도, 조선은 유엔안보리 경제제재나 미국 및 그 동맹국들의 독자제재와는 무관하게, 아니 그런 경제제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략적 핵압박공세의 압박강도를 차례로 한 단계씩 높여가는 것이다. 

조선 외무성은 지난 9월 11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가 취하게 될 다음번 조치들은 미국으로 하여금 사상 류례 없는 곤혹을 치르게 만들 것이다. 세계는 우리가 미국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강력한 행동조치들을 련속적으로 취하여 날강도 미국을 어떻게 다스리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2. 미국의 국가안보 파탄시킨 조선의 열핵무기체계

한 발만 쏴도 광활한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조선의 1Mt급 열핵탄두, 그리고 그런 열핵탄두를 30분이면 미국 본토로 날려보낼, 사거리가 12,000km인 조선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이 초강력한 열핵무기체계의 출현은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이 거의 종착점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선의 열핵무기체계 출현으로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화성-14형 재돌입체가 돌진낙하 마지막 순간에 대기마찰을 견디지 못하고 소멸되었다느니 또는 열핵탄두 폭발위력이 140kt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느니 하는 식으로 상투적인 여론공작을 벌였지만, 그들의 작은 손바닥 두 쪽으로 푸른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하루 앞둔 2017년 9월 2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열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열핵탄두는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안에 들어간다. 열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이루어진 조선의 열핵무기체계가 출현함으로써 미국의 국가안보는 사실상 파탄나고 말았다. 미국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은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은 미국과 최후결전을 벌일 각오로 끝장을 볼 때까지 맞서 싸우고 있다. 미국은 그런 조선을 가리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조선이 열핵무기체계를 틀어쥐고 미국의 태평양작전지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미사일발사를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하고 있으니, 조선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의 국가안보가 어찌 파탄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말은 추상적인 언술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분석하고 내린 결론이다. 그 결론을 아래와 같이 세 갈래로 서술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나의 분석은 주한미국군과 주한미국민간인들이 고립되고 위험에 빠졌다는 뜻이다. <조선일보> 2017년 4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 신고된 주한미국군과 주한미국민간인은 23만 명이라고 한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23만 명의 안전문제다. 

한 대에 400명이 탄다는 보잉 747 항공기가 575대나 있어야 미국인 23만 명을 일본으로 피신시킬 수 있는데, 그처럼 많은 항공기를 동원할 수도 없거니와, 소개작전용 항공기를 다만 몇 대라도 동원하는 전쟁징후가 보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기습적인 미사일공격으로 남측에 있는 모든 공항들의 활주로와 관제탑이 파괴될 것이며, 조선인민군 잠수함대들의 기습적인 종심타격과 후방공격으로 남측에 있는 모든 항구들이 봉쇄될 것이다. 하늘길과 뱃길이 끊기면, 주한미국인 23만 명 가운데 전투원들은 퇴로가 막힌 전쟁포로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 비전투원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인질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지금 보다 더 고조되는 경우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에 대비해서 주한미국인 23만 명을 미리 일본으로 데려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소개작전을 시작하는 것은 미국이 곧바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매우 심각한 전쟁도발징후이므로, 조선은 주저 없이 선제공격을 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주한미국인 17,000명이 참가하는 ‘비전투원소개작전(NEO)’을 긴장국면에서 연습하는 경우, 조선이 전쟁준비로 오해할까봐 연습을 한 달 정도 뒤로 미뤘다고 한다. 

주한미국인 23만 명이 그처럼 고립되어 위험에 빠졌는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그저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으니, 이것이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이 아니면 무엇인가.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주한미8군사령부의 지휘 밑에 주한미국인들이 긴급소개작전을 연습하는 장면이다. 어린아이도 보인다. 주한미국군과 주한미국민간인을 모두 합하면 23만 명이 되는데, 미국은 전시에 그들을 일본으로 긴급소개한다는 비현실적인 작전계획을 세워놓고 저렇게 연습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시상황에서는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으로 한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모든 하늘길과 뱃길들이 끊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국인 23만 명 가운데 전투원들을 퇴로가 막힌 전쟁포로로 될 것이고, 비전투원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인질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나의 분석은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된 미국군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핵공격사정권 안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그들의 서태평양작전지대는 하와이주에서 동아시아연안까지 광활한 범위를 포괄한다. 그처럼 광활한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산재한 육군기지들, 해군기지들, 공군기지들에 전진배치되어 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미국군 병력은 184,460명이다. 만일 조미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된 전투원들부터 먼저 한반도 전선에 보내게 된다. 

그런데 조선이 서태평양작전지대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공격력을 갖추고, 서태평양작전지대를 대상으로 하는 미사일발사를 계속함으로써 그 작전지대에 조성된 조미대결상황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만일 조미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주일미국군 해군과 공군을 가장 먼저 한반도 전선으로 보내려는 작전계획을 갖고 있다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주일미국군 해군기지들, 공군기지들부터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집중적인 미사일공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조미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한 전투원들을 증원군으로 한반도 전선에 보내기는커녕, 태평양사령부마저 조선인민군의 전략적 타격을 받을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증원부대를 한반도 전선에 보낼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은 주한미국군 28,500명을 조선인민군의 집중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방치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주한미국군이 철수하지 않는 한, 전시에 그들이 살아남을 방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된 미국군 184,460명이 그처럼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핵공격사정권 안으로 깊숙이 끌려 들어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그저 속수무책으로 앉아있으니, 이것이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이 아니면 무엇인가. 

셋째,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나의 분석은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열핵무기체계 공격범위 안으로 끌려들어갔다는 뜻이다. 
예컨대, 미국의 ‘관심하는 과학자 동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이 2017년 7월 28일에 발표한, ‘북조선 대륙간탄도미사일, 미국 주요도시들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제목의 분석자료에서 그들은 화성-14형의 사거리를 10,400km 추산하였는데,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14형을 동쪽으로 발사하는 경우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아 사거리가 더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래서 분석자료에 따르면, 동쪽으로 발사된 화성-14형이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으며 날아가면 로스앤젤레스, 덴버, 시카고, 보스턴, 뉴욕 같은 대도시들이 모조리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데, 조선에서 워싱턴까지 거리는 11,000km이고, 화성-14형의 사거리는 10,900km이므로 화성-14형이 워싱턴에 도달하려면 100km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분석자료에서 화성-14형의 사거리를 10,400km로 추산한 것은 부정확하다. 사거리를 정점고도의 3배로 추산하더라도, 정점고도가 3,700km에 이른 화성-14형의 사거리는 11,100km이므로, 조선은 그 미사일로 워싱턴을 직격할 수 있다. 

조선이 워싱턴을 그처럼 열핵무기체계 공격권 안에 두었다는 말은 미국이 조선의 강력한 핵억제력에 짓눌리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의 핵억제력은 미국이 조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미국이 섣불리 군사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매우 강력한 물리력이다. 

지난날 전쟁연습을 벌일 때마다 조선을 일방적으로 압박, 위협해오던 미국이 이제는 조선의 강력한 핵억제력에 짓눌리고 있으니, 이것이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이 아니면 무엇인가. 


3.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할 전술핵무기는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이 그런 강한 유혹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9월 8일 보도기사에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3일 조선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단행한 시각으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점심시간 직후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선택방안들을 제출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한국이 요청하는 경우,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선택방안도 거기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이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는 선택방안을 거론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 아니다. <NBC> 2017년 4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미중정상회담에 열리기 며칠 전에도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주한미국군기지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문제가 포함된 여러 가지 선택방안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였다고 한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국립원자시험박물관에 전시된 B61 열핵폭탄을 촬영한 것이다. 열핵폭탄이 핵무기고에 있지 않고, 왜 박물관에 전시된 것일까? 그 까닭은 그 열핵폭탄이 실전상황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어 박물관에나 전시해야 할 노후폭탄이기 때문이다. 1963년 미국에서 개발된 낡은 기술로 만든 B61 열핵폭탄은 유도장치가 없어서 전략폭격기에 싣고 타격목표상공까지 날아가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리거나, 타격목표상공에서 자유낙하방식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더욱이 열핵폭탄의 작전수명은 7년밖에 되지 않아, 작전수명이 끝나기 전에 열핵폭탄의 핵심부품들을 새 것으로 바꿔줘야 하는데, 국가재정파산위험에 빠진 미국은 예산부족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B61 열핵폭탄을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려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였고, 열핵폭탄이 뭔지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자유한국당은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해달라고 미국에게 애원했으니, 모두들 정신이 나간 모양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누구나 아는 것처럼, 재래식 무력으로 핵무력에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므로, 핵무력에는 핵무력으로 맞서야 한다. 그러니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들에 전술핵탄을 전진배치하여 조선의 핵공격위협을 상쇄하려는 강한 유혹을 느낄 만하다. 

그들이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할 가능성을 거론한 전술핵무기가 바로 B61 열핵폭탄(소형화된 수소폭탄)이다. 지금 미국이 실전배치한 전술핵무기는 B61 열핵폭탄과 B80 열핵탄두 2종밖에 없다. 그런데 B80 열핵탄두는 순항미사일에 장착하여 전략폭격기와 전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것이므로, 주한미국군기지에 고정배치하지 못한다. 

미국 공군이 실전배치한 B61 열핵폭탄은 작전임무에 따라 폭발위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최대폭발위력은 340kt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만 보면, 그 열핵폭탄이 대단한 열핵무기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내막을 파헤치면 아주 딴판이다. 1963년에 미국에서 개발된 낡은 기술로 만든 B61 열핵폭탄은 유도장치가 없는 노후폭탄이다. 유도장치가 없으므로, B-52H 전략폭격기에 싣고 타격목표상공까지 날아가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리거나, 타격목표상공에서 자유낙하방식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원시적인 방공무기밖에 없는 약소국들에게는 B61 열핵폭탄이 공포의 무기로 되겠지만, 장거리 공중감시망을 운용하면서 장거리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다층방공망을 갖춘 조선을 상대해서는 그처럼 낡은 열핵폭탄을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의 ‘관심하는 과학자 동맹’이 2013년 5월에 펴낸 분석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B61 열핵폭탄을 3,155발이나 생산하였는데, 2012년 현재 그 가운데서 2,200발을 폐기, 해체했고, 955발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겨둔 955발 가운데서 520발은 곧 폐기, 해체되고, 435발만 남게 된다고 한다. 

왜 그렇게 많은 B61 열핵폭탄을 폐기, 해체해야 했을까? 그 까닭은 B61 열핵폭탄이 계속 노후화되기 때문이다. B61 열핵폭탄은 1968년부터 계렬생산되기 시작하였는데, 작전수명은 7년밖에 되지 않는다. B61 열핵폭탄에 내장된 6,000여 개 각종 부품들 가운데 핵심부품들을 7년이 지나기 전에 새 것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실전상황에서 터질지 안 터질지 알 수 없으므로 폐기, 해체해야 한다. 

미국 <원자과학자회보(BAS)> 2013년 10월 25일부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은 2012년 현재 남아있는 B61 열핵폭탄 435발 가운데 대부분의 작전수명이 2019년에 끝나게 되므로, 2017년부터 그 열핵폭탄의 핵심부품들을 새 것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쓸모가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국방부는 B61 열핵폭탄의 작전수명연장사업에 필요한 790억 달러를 예산으로 책정해달라고 연방의회에 요청하였으나, 재정파산위험에 빠진 미국은 그처럼 막대한 예산을 마련할 길이 없어, 그 요청이 거부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2년 뒤 B61 열핵폭탄은 군사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B61 열핵폭탄 180발을 몇몇 서유럽 동맹국들에 있는 미국군기지들에 전진배치하였다고 하지만, 그 열핵폭탄들도 작전수명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그처럼 작전수명이 거의 끝나가면서 폐기, 해체를 앞둔 B61 열핵탄두를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려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였으니, 그들이 과연 제 정신으로 그렇게 하였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그런 사정을 전혀 알 턱이 없는 자유한국당은 얼마 전 워싱턴에 대표단을 급파하여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해달라고 애걸복걸했으니, 자유한국당이야말로 극우무뢰한들의 집합소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4. 트럼프와 배넌의 은밀한 소통, 무엇을 협의하는 것일까? 

 미국은 자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능력을 개발하려는 조선의 노력을 좌절시키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보았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아무런 과학적 타산도 하지 못한 채, 조선을 압박하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어버린 전략적 오판에 빠진 미국은 조미핵대결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면 앞으로 5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둥,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 경량화하려면 앞으로 5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둥 자기들도 믿지 못할 엉터리 정보들만 늘어놓으며 전쟁연습, 경제제재, 인권공세, 모략공세 등 각종 적대행위에 집착하다가 결국 그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사태는 조미적대관계의 본질과 변화방향을 정확히 꿰뚫어볼 유능한 책사가 백악관에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미국이 국가안보파탄이라는 재앙을 겪게 된 또 다른 원인이 거기에 있다.

조미적대관계와 관련된 전략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책사를 손꼽으라면, 얼마 전까지 선임전략가로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스티브 배넌(Stephen K. Bannon)이 있다. 그는 백악관 내부의 권력암투에서 패하여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대조선전략의 비밀을 언론에 유출한 장본인이다. 원래 그는 트럼프의 사위인 재럿 쿠쉬너(Jared C. Kushner)와 함께 지난 대선기간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면서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일등공신’이었다. 그래서 트럼프는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쿠쉬너를 선임고문으로, 배넌을 선임전략가로 각각 임명하였다. 그런데 배넌은 백악관의 막후실세인 쿠쉬너와 충돌한 권력암투에서 밀렸고, 나중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허버트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와 충돌한 권력암투에서도 밀렸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내부를 너무 어지럽히는 권력암투를 정리하라고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한 존 켈리(John F. Kelly)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는 바람에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에 나타난 세 명의 인물들은 오른쪽부터 스티브 배넌 백악관 선임전략가(당시 직책), 재럿 쿠쉬너 백악관 선임고문, 켈리앤 컨웨이 백악관 고문이다. 배넌은 백악관의 막후실세인 쿠쉬너와 충돌한 권력암투에서 밀렸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충돌한 권력암투에서도 밀렸으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는 바람에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배넌은 미국이 주한미국군 철수와 조선의 핵동결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고 미중경제전쟁에 전력해야 한다는 전략구상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이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그와 은밀히 소통하면서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권력암투에서 패한 배넌은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대조선전략의 비밀을 언론에 유출하였다는데, 그 비밀은 무엇일까? 2017년 8월 16일 미국의 온라인매체 <미국의 전망(American Prospect)>에 실린 배넌의 대담기사에서 그 비밀을 읽을 수 있다. 배넌은 대담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선의 핵위협에 대처하는) 군사적 해결은 없다. 그런 것은 잊어버려라. 서울 인구 1천만 명이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전쟁 개시 30분 만에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는 방정식을 누군가 풀어주기 전에는 나는 당신(대담자를 지칭함-옮긴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다. 군사적 해결은 없다.” 

위에 인용한 배넌의 발언은 한반도 군사정세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내용이어서 무슨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뉴저지주에 있는 골프클럽에서 진행된 회합에서 “북조선은 미국에게 더 이상 위협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들은 세계가 알지 못하는 불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술 더 떠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에 대한 ‘예방전쟁(preventive war)’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식의 폭언을 늘어놓은 바로 그 시점에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배넌이 조선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결’ 같은 것은 없다고 일갈했으니, 이것이야말로 미국 대통령의 협박발언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폭언이 허풍을 치는 수사적 표현이라는 ‘비밀’을 폭로한 것이었다.  

배넌의 폭로발언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대담기사에서 그는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대신 중국으로 하여금 조선이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게 하는 외교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중국의 개입이라는 비현실적인 요인을 들여놓은 결함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배넌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와 조선의 핵동결문제를 맞바꾸는 선택방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배넌의 그런 전략구상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핵대결을 중지하고 대중국경제전쟁에 전력해야 한다는 시급한 요구가 들어있었다. 다시 말해서, 지금 미국에게는 대조선핵대결과 대중국경제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만한 힘이 없으므로, 전자를 중지하고 후자에 전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넌은 대담기사에서 그 ‘비밀’을 털어놓은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결정으로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자신이 곧 해임될 것을 예감한 그가 고의적으로 그 ‘비밀’을 언론에 유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배넌이 백악관을 떠났을 때, 그가 선임전략가로서 자기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월스트릿저널> 2017년 9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홍콩을 방문 중이던 배넌은 비공개 오찬회합에서 자기가 “트럼프 대통령과 2~3일마다 통화한다”고 하면서, “어제(9월 11일을 뜻함-옮긴이) 저녁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가량 통화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배넌의 빈번한 전화통화는 안부를 주고받는 게 아니다. 더욱이 백악관의 공식직책을 가진 관리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지 못하는 판인데, 일반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장시간 통화하고, 해외에 나가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통화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배넌은 당시 홍콩에 머무는 동안 어느 회합에서 연설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을 방문하게 된다는 외국방문일정을 세상에 공개하여 청중들을 놀라게 하였다. 백악관의 공식발표가 나오기 전에 그가 미국 대통령의 중국방문일정을 먼저 세상에 공개한 것이다. 이런 내막을 들춰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과 은밀히 소통하면서 중대현안들을 협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트럼프와 배넌이 자기들의 은밀한 소통에서 협의하는 중대현안은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는 문제와 미중경제전쟁에 대처하는 문제인 것이 분명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와 조선의 핵동결을 맞바꿈으로써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고, 미중경제전쟁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배넌의 전략구상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1월 22일 선임전략가로 임명된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취임을 축하해주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초 자신이 일본, 한국, 중국을 순방할 것이라는 해외방문일정을 밝힌 바 있다. 배넌은 미국이 주한미국군 철수와 조선의 핵동결을 맞바꾸는 식으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고 미중경제전쟁에 힘을 집중할 결정적인 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해외순방에서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7년 9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수행기자단 앞에서 자신이 오는 11월 초 일본, 한국, 중국을 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넌은 <니혼게이자이신붕> 2017년 9월 14일부 대담기사에서 “미국과 중국이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방중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와 조선의 핵동결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배넌의 전략구상을 받아들였음을 보여주는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요즈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 대한 대응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이를테면, 조선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단행하고, 계속해서 화성-12형을 북태평양으로 발사하였는데도 미국은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키지 않았다. <동아일보> 2017년 9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송영무 국방장관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미국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그리고 정경두 합참의장은 당시 서울을 방문 중인 스캇 스위프트(Scott H. Swift)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을 만난 자리에서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에 대응하여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백악관은 한국군 지휘부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7함대 항공모함과 B-1B 전략폭격기는 한반도 작전구역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행동변화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가 한풀 꺾였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에게 철군결정은 너무 힘든 난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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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2

해발고 2,205m 화강암산 통째로 뒤흔든 거대한 폭발진동

[한호석의 개벽예감](265)
자주시보 2017년 09월 1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전 세계에서 사상 처음 공개된 회백색 열핵탄두
2. 열핵탄두기폭시험까지 자력갱생 간고분투 30년
3. 핵융합탄의 일반적인 기본구조, 구성요소, 작동원리
4. 조선의 열핵탄두에 대한 공학기술적 고찰
5. 만탑산 통째로 뒤흔든 1Mt급 폭발진동
6. 조선핵무기연구소 앞에 남아있는 마지막 공정

▲ <사진 1>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핵무기연구소 핵과학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열핵탄두를 살펴보고 있다. 열핵무기는 기초과학분야에서 여러 가지 최첨단이론들을 습득하고, 응용과학분야와 기술공학분야에서 수많은 최첨단기술들을 확보해야 만들 수 있는, 현대과학기술이 응축된 최정상급 종합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전 세계에서 사상 처음 공개된 회백색 열핵탄두

조선핵무기연구소가 열핵탄두 실물사진을 세상에 공개하고, 그로부터 약 6시간 뒤 열핵탄두기폭시험을 단행한 2017년 9월 3일. 전 세계 핵과학자들과 군사전문가들은 충격을 받았고, 전 세계 진보정치계는 찬탄을 금지 못했으며, 백악관과 연방의회는 경악실색하였다.  

흔히 수소탄이라고 불리는 열핵무기(thermonuclear weapon)는 수학, 물리학, 화학 등 기초과학분야에서 여러 가지 최첨단이론들을 습득하고, 핵공학, 컴퓨터공학, 금속공학, 기계공학, 열역학, 유체역학을 비롯한 응용과학분야, 기술공학분야에서 수많은 최첨단기술들을 확보해야 만들 수 있는, 현대과학기술이 응축된 최정상급 종합체다. <사진 1>

조선보다 먼저 열핵무기를 만든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대 핵강국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프랑스가 열핵폭탄기폭시험을 진행한 1968년 8월 24일 이후 오늘까지 근 반세기 동안 열핵무기는 5대 핵강국들이 장악한 국제핵과두체제(international nuclear oligarchy)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5대 핵강국들로부터 유례없는 초강도 경제재재를 받고 있는 조선이, 인구는 미국에 비해 13분의 1밖에 되지 않고, 영토는 미국에 비해 7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조선이 5대 핵강국들만 만들 수 있다던 열핵무기를 자력으로 만들어냈으니, 전 세계 핵과학자들과 군사전문가들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며, 전 세계 진보정치계가 어찌 찬탄하지 않을 수 있으며, 백악관과 연방의회가 어찌 경악실색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국제핵과두체제를 장악한 5대 핵강국들이 유엔안보리 권위를 내세워 자기들 마음대로 나눠먹고 주물러온 불온한 국제정치현실은, 국제핵과두체제의 전횡에 단독으로 맞서 싸우는 조선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성공시킨 2017년 9월 3일을 기하여 마침내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이미 최종단계에 들어선 조미핵대결도 국제핵과두체제의 지각변동 속에서 종식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이 주는 정치적 의의가 거기에 있다.  
나의 정세전망에 따르면,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은 마지막 격돌을 앞둔 조미핵대결을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종식시킬 결정적인 요인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그 마지막 격돌이 머지않아 어떤 양상으로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숨 막히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그것을 단숨에 뒤집어버릴 극적인 대반전을 예감할 수 있다. 이것이 2012년부터 오늘까지 5년 동안 <자주민보>, <자주시보>에 내가 매주 월요일마다 발표해온 220여 편의 글에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서술해오고 있는 ‘개벽예감’의 총주제다. 그러고 보면, ‘개벽’을 예감하기까지 꼬박 5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개벽’을 예감하지 못하는 미국의 핵과학자들과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이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성공하였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들은 초강도 국제경제제재를 받을 뿐 아니라 핵기술이전도 철저히 봉쇄당한 동방의 작은 나라가 어떻게 열핵탄두를 자력으로 만들 수 있느냐고 하면서 설레설레 도리질을 쳤다. 하지만, 그들은 볼멘소리나 하면서 도리질을 칠 게 아니라, 조선의 과학기술발전사를 무지와 편견으로 대해온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해야 할 것이다.  

현대과학기술의 최고 정수가 응축된 열핵탄두를 만들려면,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과학이론난제들을 자력으로 풀어야 하고,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공학기술난관들을 자력으로 돌파해야 한다. 국제핵과두체제를 장악한 5대 핵강국들은 열핵탄두제조기술을 국가기밀로 철저히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열핵탄두의 간단한 내부구조와 작동원리만 세상에 알려졌을 뿐, 열핵탄두제조법은 여전히 비밀에 쌓여있다. 5대 핵강국들은 열핵탄두를 촬영한 사진마저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5대 핵강국들 가운데 열핵공학기술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미국은 40여 년 전에 만든, 열핵탄두가 들어있는 재돌입체를 찍은 사진을 세상에 공개하였으나, 그 사진에 나타난 피사체는 재돌입체이지 열핵탄두는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미국이 만든 열핵탄두 재돌입체만 기억하고 있었을 뿐, 열핵탄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지 못했다.  

미국이 실전배치한 열핵탄두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처음으로 알려준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언론매체 <쌘호제 머큐리 뉴스(San Jose Mercury News)> 1999년 6월 보도기사였다. 지금은 누구나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열핵탄두구조를 보여주는 도해(diagram)는 그 보도기사에 간략하게 수록된 열핵탄두에 관한 서술내용에 바탕을 두고 형상한 상상도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누구나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열핵탄두구조를 보여주는 간단한 구조도다. 조선보다 먼저 열핵무기를 만들었던 5대 핵강국들은 열핵탄두제조기술을 국가기밀로 철저히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열핵탄두의 간단한 내부구조와 작동원리만 세상에 알려졌을 뿐, 열핵탄두제조법은 여전히 비밀에 쌓여있다. 5대 핵강국들은 열핵탄두를 촬영한 사진마저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이 실전배치한 열핵탄두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처음으로 알려준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언론매체 <쌘호제 머큐리 뉴스> 1999년 6월 보도기사였다. 위의 사진은 그 보도기사에 간략하게 수록된 열핵탄두에 관한 서술내용에 바탕을 두고 형상한 상상도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놀랍게도, 열핵탄두 실물사진이 전 세계에서 사상 처음 공개되었다. 2017년 9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였는데, 그 현지지도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에서 조선핵무기연구소가 만든 열핵탄두 실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기존 5대 핵강국들이 지난 40여 년 동안 공개하지 못한 열핵탄두를 신흥 핵강국 조선이 보란 듯이 공개한 것은 열핵무기분야에서 5대 핵강국들과 겨루게 된 조선의 패기만만한 행동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핵무기연구소가 열핵탄두를 만들어낸 것은, 기초과학성과들의 토대 위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열핵공학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그 분야의 정보와 기술을 축적, 개발해온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결실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9일 핵과학자, 기술자들을 위한 축하연회에서 연설하면서 “이번에 울린 수소탄의 폭음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피의 대가로 이루어낸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격찬하였던 것이다. 


2. 열핵탄두기폭시험까지 자력갱생 간고분투 30년 

열핵공학기술을 자력으로 개발하기 위한 조선핵무기연구소의 자력갱생 간고분투는 핵융합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공개된 자료들에서 그 배경과 사연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흔적을 더듬을 수 있다. 

첫째, 오늘날 5대 핵강국들이 개발하고 있는 핵융합기술은 관성집초융합(inertial confinement fusion)과 자기집초융합(magnetic confinement fusion)으로 구분된다. 관성집초융합이란 중수소(deuterium)와 삼중수소(tritium)로 구성된 아주 작은 알갱이 모양의 혼합연료에 금(gold)을 씌운 다음, 레이저를 쏘아 그 혼합연료를 초고온, 초고압으로 압축하는 방식으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기집초융합이란 자기장(magnetic field)을 사용하여 고온융합연료를 플라즈마 상태로 변환시켜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이다. 
조선은 그 두 종류의 핵융합기술 중에서 관성집초융합기술을 개발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문화일보> 2017년 9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1980년대 중반 중국에서 레이저융합설비를 수입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이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레이저를 사용하는 관성집초융합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둘째, 2013년 1월 20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기존 핵융합기술개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수소-붕소 집초융합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은 조선의 핵과학자들이 관성집초융합기술개발에서 성과를 이룩한 뒤에 수소-붕소 집초융합기술을 새로 개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원자력에너지와 핵무기를 연구, 개발하는 사업을 지휘하는 미국 연방정부 산하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는 2009년 3월 31일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에 국립점화시설(National Ignition Facility)을 완공하고, 그 시설에서 레이저를 사용하는 관성집초융합연구를 더욱 심화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관성집초융합방식보다 훨씬 더 우월한 최신 핵융합기술인 수소-붕소 집초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미국의 핵융합기술과 열핵무기제작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연구사업을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원자력에너지 및 핵무기를 연구, 개발하는 데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있는 국립점화시설내부의 작업장 일부를 촬영한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에너지부는 2009년 3월 31일 국립점화시설을 완공하고, 그 시설에서 레이저를 사용하는 관성집초융합연구를 더욱 심화시키도록 하였다. 그런데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관성집초융합방식보다 훨씬 더 우월한 최신 핵융합기술인 수소-붕소 집초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미국의 핵융합기술과 열핵무기제작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연구사업을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고 있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셋째, 2010년 5월 15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핵과학자들이 “우리 식의 독특한 방법으로” 핵융합반응을 성공시켰다고 한다. 조선의 핵과학자들이 핵융합반응을 성공시켰다는 사실은 다른 나라 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논문들에서 입증되었다. 
스웨덴 국방연구원 소속 대기과학자 라스 에릭 데예르(Lars-Erik De Geer)는 2012년 2월 3일 과학전문지 <네이쳐(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1일경 한국, 일본, 러시아에서 포집된 대기표본들에서 평소보다 매우 높은 농도의 방사성핵종들이 검출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조선이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한 소규모 핵시험을 진행하였다고 결론하였다. 또한 중국과학기술대학 지질학연구진은 2014년 12월 20일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지진을 검측하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조선이 2010년 5월 12일에 진행한 소규모 핵시험에서 발생된 약한 인공지진파를 포착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이 2010년에 진행한 소규모 핵시험들은 열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융합기술을 개발하는 핵시험들이었다. 레이저를 사용하는 관성집초융합기술을 습득한 조선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 핵분렬로 열핵장약을 압축, 점화하여 핵융합을 일으키는 기술을 개발하였던 것이다.  

넷째, 조선 정부는 2016년 1월 6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당일 오전 10시 조선의 첫 수소탄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정부 성명에서 언급된 것처럼, 그 수소탄은 “시험용 수소탄”이었다. 시험용 수소탄이란 아직 무기화되지 못한 핵융합탄을 말한다. 조선은 핵융합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융합기술을 개발하는 소규모 핵시험들을 연속 진행한 2010년으로부터 5년 뒤에 시험용 핵융합탄기폭시험을 진행한 것이다. 

다섯째, 위에 열거한 것처럼 수많은 연구, 개발, 시험을 거쳐온 조선의 핵과학자, 기술자들은 시험용 핵융합탄 기폭시험을 진행한 때로부터 약 1년 6개월 뒤에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열핵탄두를 만들었고, 마침내 2017년 9월 3일 열핵탄두기폭시험을 성공시켰다.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9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한 현장에 걸려있는 사진을 확대한 것이다. 다른 글씨들은 식별하기 힘들지만,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쓴 제목과 열핵탄두 구조는 식별할 수 있다. 이 사진이 말해주는 것처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 열핵탄두 1발이 장착된다. 화성-14형 전투부는 길이가 3.2m이고, 지름 1.3m로 추산된다. 거기에 들어가는 열핵탄두는 격발기를 제외하고 길이 1.4m, 가장 긴 부위의 지름이 65cm, 무게가 700kg인 것으로 추산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진 4>는 2017년 9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한 현장에 걸려있는 사진을 확대한 것이다. 확대과정에서 영상이 흐려져 사진에 나타난 작은 글씨들은 식별할 수 없지만,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쓴 제목과 열핵탄두 구조는 식별할 수 있다. 이 사진이 말해주는 것처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 열핵탄두 1발이 장착된다. 
화성-14형 전투부는 길이가 3.2m이고, 지름이 1.3m로 추산되므로, 거기에 들어가는 열핵탄두는 격발기를 제외하고 길이가 1.4m, 가장 긴 부위의 지름이 65cm, 무게가 700kg인 것으로 추산된다. 격발기 무게까지 합하면 열핵탄두의 총중량은 850kg인 것으로 추산된다. 


3. 핵융합탄의 일반적인 기본구조, 구성요소, 작동원리

조선핵무기연구소가 열핵탄두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부닥친 수많은 공학기술난관들 가운데서 돌파하기 가장 힘들었던 난관은 방사능내폭설계기술과 열핵장약대칭압축기술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구체적인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 두 가지 열핵공학기술이 어떤 것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하려면, 핵융합탄의 기본구조, 구성요소, 작동원리에 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핵융합탄의 기본구조는 다음과 같다. 핵융합탄은 1차계(primary stage), 주면체(cylinder), 2차계(secondary stage)로 이루어졌다. 1차계 외형과 2차계 외형은 구면체(sphere)처럼 생겼는데, 원통형으로 생긴 주면체가 1차계와 2차계를 연결한다. 조선의 열핵탄두 외형이 장구처럼 중간부분이 잘록하게 생긴 까닭이 거기에 있다. 

둘째, 핵융합탄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1차계는 농구공처럼 생긴 구면체 핵분렬탄(핵폭탄)이다. 1차계와 2차계를 연결한 주면체의 내부표면은 방사선이 사방으로 흩어져 복사되지 않게 하는 반사재(reflector)로 만들어졌고, 주면체 안에는 방사선을 잘 통과시키는 무색투명한 합성수지의 일종인 폴리스티렌(polystyrene)이 채워졌다. 2차계에는 열핵장약이 이중구조로 채워졌는데, 안쪽에는 중수소화 리튬(lithium deuteride)이 들어있고, 바깥쪽에는 핵융합반응을 촉발시키는, 점화전(sparkplug)이라 불리는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이 들어있다. 중수소화 리튬의 주입량에 따라 핵융합탄의 폭발위력을 조절할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이스라엘의 '항공 및 우주 전략연구 피셔연구원(Fisher Institute for Air & Space Studies)' 소속 연구원들이 컴퓨터로 작성한 조선의 열핵탄두 합성사진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열핵탄두 1차계는 농구공처럼 생긴 구면체 핵분렬탄이다. 열핵탄두 2차계에는 열핵장약이 이중구조로 채워졌다. 1차계와 2차계를 연결한 주면체의 내부표면은 방사선이 사방으로 흩어져 복사되지 않게 하는 반사재로 만들어졌고, 주면체 안에는 방사선을 잘 통과시키는 폴리스티렌이 채워졌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셋째, 핵융합탄의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1차계에서 일어난 핵분렬(핵탄기폭)은 열핵방사능(thermoradiation)과 중성자(neutron)를 방출한다. 열핵방사능은 주면체의 방사능 반사재를 초고온으로 가열하면서 폴리스티렌을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다. 주면체의 방사능 반사재는 열핵방사능과 중성자를 2차계로 방사한다. 1차계에서 2차계로 방사된 열핵방사능이 2차계의 열핵장약을 압축하면 중수소와 헬륨(helium)이 융합되어 더 강력한 중성자가 방출된다. 강력한 중성자는 열핵장약 안에 있는 리튬과 반응하여 삼중수소를 생성시키고, 생성된 삼중수소는 중수소화 리튬 안에 내포된 중수소와 반응하여 핵융합을 일으킨다. 또한 중성자는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에 충격을 주어 2차 핵분렬을 일으킨다. 핵융합탄은 이처럼 핵분렬 → 핵융합 → 핵분렬로 이어지는 순간연쇄반응으로 폭발위력을 엄청나게 증폭시킨다.  

▲ <사진 6>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리홍섭 조선핵무기연구소 소장의 해설을 들르며 열핵탄두를 살펴보고 있다. 뒤쪽에는 그 열핵탄두가 들어갈 화성-14형 전투부가 세워져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열핵탄두의 폭발위력을 타격대상에 따라 수십kt급으로부터 수백kt급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열핵탄두 2차계에 들어가는 열핵장약의 주입량을 조절하면 폭발위력을 조정할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4. 조선의 열핵탄두에 대한 공학기술적 고찰  

위에 서술한 핵융합탄의 기본구조, 구성요소, 작동원리를 파악하면, 조선핵무기연구소가 만든 열핵탄두에 관해 설명한 그 연구소의 성명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사진 6>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리홍섭 조선핵무기연구소 소장의 해설을 들으며 열핵탄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에 나타난 열핵탄두는 장구처럼 중간부분이 잘록하게 생긴 회백색 금속물체다. 핵분렬탄이 들어있는 1차계는 거의 완전한 구면체이고, 열핵장약이 들어있는 2차계는 1차계보다 조금 더 큰, 약간 일그러진 구면체다. 열핵탄두 옆에 놓여있는 것은 핵분렬탄을 기폭시키는 격발기다.

그 사진에서 첫 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1차계에 들어있는 핵분렬탄의 크기가 조선에서 표준화, 규격화한 기존 핵분렬탄의 크기보다 조금 작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조선핵무기연구소가 열핵탄두에 들어가는 더 소형화된 핵분렬탄을 별도로 만들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열핵탄두에 들어간 핵분렬탄은 핵분렬로 열핵방사능과 중성자를 방출하는 일종의 기폭장치이므로, 적은 분량으로도 핵분렬이 잘 일어나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사용한 핵분렬탄인 것으로 생각된다. 플루토늄은 고농축우라늄에 비해 중량 대 폭발위력의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핵분렬탄에 적은 분량의 플루토늄을 장입해도 쉽게 기폭된다.

그 사진에서 두 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2차계의 크기가 1차계의 크기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2차계에는 열핵장약인 중수소화 리튬과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이 들어있는데, 그 열핵장약의 주입량에 따라 열핵탄두의 폭발위력을 조절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지지도소식을 전한 조선의 2017년 9월 3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핵탄위력을 타격대상에 따라 수십kt급으로부터 수백kt급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우리의 수소탄”이라고 하였는데, 열핵탄두설계에서 예정한 폭발위력에 맞춰 2차계의 열핵장약을 조절, 주입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사진에 나타난 열핵탄두의 크기와 미국이 실전배치한 열핵탄두의 크기를 비교하면, 조선이 이번에 기폭시험을 진행한 열핵탄두의 폭발위력은 미국이 실전배치한 열핵탄두의 폭발위력보다 2배 정도 더 큰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핵무기연구소 성명에 따르면, “시험을 통하여 수소탄 1차계의 압축기술과 분렬련쇄반응시발조종기술의 정밀성을 재확인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1차계의 압축기술이란 무기급 플루토늄을 장입한 핵분렬탄을 기폭, 압축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분렬련쇄반응시발조종기술의 정밀성”이라는 말은 1차계의 핵분렬탄을 기폭, 압축시킬 때 일어나는 핵분렬반응을 정밀하게 조종하는 기술을 뜻한다. 그 성명은 1차 핵분렬반응을 정밀하게 조종하는 체계를 가리켜 “밀집배치형 핵폭발조종체계”라고 하였다. 조선핵무기연구소는 그 핵폭발조종체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핵분렬반응을 정밀하게 조종하는 고도의 기술로 핵분렬 폭발위력을 임의로 조정한 것이 분명하다.

조선핵무기연구소 성명에 따르면, “1차계와 2차계의 핵물질리용률이 설계에 반영된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1차계에 들어간 무기급 플루토늄의 이용률과 2차계에 들어간 열핵장약(무기급 고농축우라늄과 중수소화 리튬)의 이용률이 설계에서 예정된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뜻이다. 핵물질이용률이 높을수록, 폭발위력이 강해진다. 핵물질이용률이 높다는 말은 열핵탄두를 정밀하게 설계하였다는 뜻이므로, 핵물질이용률은 열핵탄두설계의 정밀도를 말해주는 지표다. 조선핵무기연구소는 열핵탄두설계의 정밀화를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7년 9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인민극장에서 성대히 진행된, 열핵탄두기폭시험 성공을 축하하는 음악공연 중 공연무대에 설치된 대형화면에 나타난 장면이다. 세 사람이 열핵탄두를 조립하는 모습이다. 그들이 조립하고 있는 열핵탄두에 수소탄이라고 쓰인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조선핵무기연구소는 성명에서 1차계와 2차계의 핵물질이용률이 설계에 반영된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이것은 1차계에 들어간 무기급 플루토늄의 이용률과 2차계에 들어간 열핵장약의 이용률이 설계에서 예정된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뜻이다. 핵물질이용률이 높을수록 폭발위력이 강해진다. 핵물질이용률이 높다는 말은 열핵탄두를 정밀하게 설계하였다는 뜻이다. 조선핵무기연구소는 열핵탄두설계의 정밀화를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핵무기연구소 성명에 따르면, “수소탄 2차계의 핵융합위력을 높이는 데서 핵심기술인 핵장약에 대한 대칭압축과 분렬기폭 및 고온핵융합점화, 뒤이어 매우 빠르게 전개되는 분렬-융합반응들 사이의 호상강화과정이 높은 수준에서 실현된다는 것을 확증함으로써 우리가 수소탄제작에 리용한 1차계와 2차계의 지향성결합구조와 다층복사내폭구조설계가 매우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은 2차계의 열핵장약을 대칭적으로 압축하는 기술, 2차계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기폭, 압축시키는 핵분렬기술, 2차 핵분렬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열핵장약점화기술, 그리고 핵분렬과 핵융합의 연쇄내폭으로 폭발위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 이번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확증되었음을 말해준다.

조선핵무기연구소 성명은 “이번 시험을 통하여 우리는 1차계와 2차계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물리적 과정들에 대한 우리식의 해석방법과 계산프로그람들이 높은 수준에 있으며 2차계의 핵장약구조 등 주체식으로 설계한 핵전투부로서의 수소탄의 공학구조가 믿음직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2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분렬 및 열핵장약을 비롯한 수소탄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100% 국산화되고 무기급 핵물질생산공정으로부터 부분품정밀가공 및 조립에 이르기까지 핵무기제작에 필요한 모든 공정들이 주체화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강위력한 핵무기들을 마음먹은 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5. 만탑산 통째로 뒤흔든 1Mt급 폭발진동

조선은 2017년 9월 3일 평양시간으로 정오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에 있는 지하핵시험장에서 열핵탄두기폭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조선이 기폭시킨 열핵탄두의 폭발위력수치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폭발과정에서 발생된 인공지진규모는 외부에서 측정되었다. 인공지진은 폭발위력에 직결되는 요소이므로, 인공지진규모를 파악하면 폭발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진규모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아래와 같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첫째, 핵시험장의 지질 및 지층구조, 기폭심도, 갱도의 차폐능력에 따라 인공지진규모가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지하핵시험장에서는 다른 핵보유국들이 사용한 지하핵시험장들에 비해 인공지진규모가 실제보다 적게 나타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진 8>

▲ <사진 8> 만탑산 지하핵시험장 상상도다. 조선의 핵시험장 기폭실은 화강암층으로 이루어진 해발고 2,205km의 만탑산 정상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약 2km 아래 깊은 땅속에 있다. 이것은 기폭실이 2km의 화강암층 안에 설치되었음을 의미한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기폭실 가까운 곳의 지하갱도는 달팽이처럼 감겨있고, 지하갱도에는 10개의 강철차폐문이 설치되었다. 조선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차폐시설을 건설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조선의 지하핵시험장이 자리 잡은 만탑산 해발고는 한라산 해발고보다 255m나 더 높은 2,205m다. 더욱이 만탑산은 암석 중에서도 강도가 가장 높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돌산이다. 조선은 한라산보다 더 높은 돌산을 파내어 지하핵시험장을 건설한 것이다.
(2) 조선의 핵시험장 기폭실은 만탑산 정상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약 2km 아래 깊은 땅속에 있다. 이것은 기폭실이 2km의 화강암층 안에 설치되었음을 의미한다.
(3) 조선의 핵시험장 갱도입구에서 기폭실까지 가려면, 수평갱도에 설치된 10개의 강철차폐문을 차례로 열고 들어가야 한다. 기폭실 가까운 곳의 지하갱도는 달팽이처럼 감겨있는 모양으로 굴설되었다. 조선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차폐시설을 건설한 것이다.

둘째, 인공지진파가 발생한 기폭점으로부터 지진관측소까지의 거리 및 지질상태에 따라 인공지진규모가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조선에서 진행된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발생한 인공지진규모를 측정, 분석한 결과는 측정기관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왔다. 이를테면, 일본기상청과 포괄적핵시험금지기구는 각각 6.1이라고 발표하였고, 미국지질조사국과 중국지진국은 각각 6.3이라고 발표하였으며,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지질물리국 캄챠카지부는 6.4라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한국 기상청만 5.7이라고 축소발표하여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국제망신을 샀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발생한 인공지진규모는 가장 적게 추산해도 6.1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공지진규모를 폭발위력으로 환산하는 계산법이 측정기관들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폭발위력 추산값이 매우 큰 편차를 드러냈다. 이를테면, 미국 정보기관은 140kt(킬로톤)으로 추산했고, 중국과학기술대 연구진은 약 150kt으로 추산했고, 일본 방위성은 160kt으로 추산했고, 동아시아 영문매체 <디플로맷(Diplomat)> 2017년 9월 6일 보도기사는 500kt 이상일 가능성을 언급하였고, 러시아는 1,000kt으로 추산했다. 1kt은 상용폭약(TNT) 1,000t이 폭발하는 위력이고, 1,000kt은 1Mt(메가톤)이다. 1Mt는 상용폭약 1백만t이 폭발하는 위력이다. 상용폭약 1백만t은 적재중량이 10t인 대형 화물차 10만대로 실어 나를 엄청난 분량이다. 10t급 화물차 10만대가 5m 간격을 두고 일렬종대로 운행하면, 그 행렬의 길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3.4배에 이른다.

▲ <사진 9> 위쪽 사진은 포괄적핵시험금지기구의 지진측정장치에 나타난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 인공지진파장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공지진규모가 6.1이라고 발표하였다. 아래쪽 사진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지질물리국 캄챠카지부의 지진측정장치에 나타난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 인공지진파장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공지진규모가 6.4라고 발표하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이 2006년에 작성한, 지진규모를 폭발위력으로 환산하는 '켈리 킬로톤 지표'에 따르면, 6.0의 지진규모를 폭발위력으로 환산하면 1Mt이고, 6.1의 지진규모를 폭발위력으로 환산하면 1.4Mt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발생한 인공지진규모를 6.0-6.1로 보면, 폭발위력은 1-1.4Mt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나는 조선이 이번에 기폭시험을 진행한 열핵탄두의 폭발위력을 1Mt으로 추산한다. 그렇게 추산하는 네 가지 논거들은 아래와 같다.

(1)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이 2006년에 지진규모를 폭발위력으로 환산하는 ‘켈리 킬로톤 지표(Kelly Kiloton Index)’를 만들었는데, 그 지표에 따르면 6.0의 지진규모를 폭발위력으로 환산하면 1Mt이고, 6.1의 지진규모를 폭발위력으로 환산하면 1.4Mt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발생한 인공지진규모를 6.0~6.1으로 보면, 폭발위력은 1~1.4Mt이다. <사진 9>

(2) 현재 미국이 실전배치한 열핵탄두들 가운데 공학기술적으로 가장 진보되었다는 열핵탄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Trident)-2 전투부에 8~12발 들어가는 W88인데, 이 열핵탄두의 무게는 360kg이다. 그런데 조선이 이번에 기폭시험을 진행한 열핵탄두의 무게는 700kg으로 추산된다. 무게가 2배 더 무거우면, 폭발위력이 2배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W88의 폭발위력은 475kt이므로, 조선이 이번에 기폭시험을 진행한 열핵탄두의 폭발위력은 그보다 약 2배 강한 1Mt으로 추산된다.

(3)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 폭발시각으로부터 약 8분 30분초 지났을 때, 지하핵시험장 갱도에서 인공지진규모가 4.6에 이르는 함몰지진이 발생했다. 조선이 이전에 진행한 지하핵시험들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함몰지진이 이번에 처음 발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하핵시험에서는 폭발위력에 상응하는 초고온과 초고압이 발생하는데, 기폭점 주변의 암반이 초고온과 초고압으로 30배 이상 팽창되고, 그에 따라 동굴 같은 팽창공간이 땅속에 생기고, 그 팽창공간이 무너지면서 함몰지진이 발생한다. 이번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처음으로 강력한 함몰지진이 발생한 것은 폭발위력이 엄청나게 컸음을 의미한다. 만일 폭발위력이 1Mt 미만이라면, 인공지진규모가 4.6에 이르는 강력한 함몰지진이 일어날 수 없다.

(4) 미국 온라인매체 <38 노스(North)> 2017년 9월 5일 분석기사에 실린 상업위성사진은 조선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진행한 이튿날 만탑산을 촬영한 것인데, 그 위성사진을 보면 조선의 지하핵시험장이 자리 잡은 만탑산 정상과 그 주변 골짜기들에서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발생한 폭발진동으로 산사태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만탑산 전체가 거대한 폭발진동으로 덜덜 흔들리는 놀라운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만일 폭발위력이 1Mt 미만이라면, 한라산보다 더 높은 화강암산을 통째로 흔드는 폭발진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6. 조선핵무기연구소 앞에 남아있는 마지막 공정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2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핵무기연구소가 국가핵무력완성을 위한 마감단계의 연구개발전투를 빛나게 결속하기 위한 총돌격전을 힘있게 벌려야 한다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2017년 9월 4일에 발표된 조선핵무기연구소 성명도 이번 열핵탄두기폭시험은 “국가핵무력완성의 완결단계목표를 달성하는데서 매우 의의있는 계기로 된다”고 지적하였다.

조선핵무기연구소가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소형화, 경량화된 열핵탄두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위의 인용문들은 조선의 핵무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였다. 그렇다면 이번에 기폭시험에 성공한 열핵탄두 이외에 무엇을 더 만들어야 핵무력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열핵탄두를 더 소형화, 경량화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안에 여러 발 장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조선은 자기의 핵무력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들(MIRVs)에 들어가는 소형화, 경량화된 열핵탄두를 만들어내는 마지막 공정이 조선핵무기연구소 앞에 남아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실전배치한 열핵탄두들 가운데 공학기술적으로 가장 진보되었다는 W88 열핵탄두는 길이가 85cm이고, 가장 긴 부위의 지름은 40cm로 추산되는데, 조선이 이번에 기폭시험을 진행한 열핵탄두는 길이가 1.4m이고, 가장 긴 부위의 지름이 65cm로 추산된다. 지름이 65cm인 열핵탄두는 크기가 너무 커서 화성-14형 전투부에 1발밖에 넣을 수 없다.
조선의 열핵탄두를 각개발사식 재돌입체에 넣으려면, 열핵탄두 지름을 40cm 정도로 줄여 좀 더 소형화, 경량화해야 한다. 그렇게 소형화, 경량화된 열핵탄두 재돌입체들은 전투부 지름이 화성-14형보다 60cm 정도 더 긴 전투부를 얹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다. 지름을 40cm 정도로 줄여 소형화, 경량화된 신형 열핵탄두들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열병식에서 7축14륜 발사대차와 8축16륜 발사대차에 실려 등장한, 아직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에 장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열핵탄두 8발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열핵탄두를 그 정도로 소형화, 경량화하면, 폭발위력은 500kt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500kt급 열핵탄두 8발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총폭발위력은 약 4배가 커진 4Mt으로 크게 증폭될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 500kt급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열핵탄두 8발을 장착하는 과제, 다시 말해서 소형화, 표준화, 규격화된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열핵탄두를 만들어내는 과제, 바로 이것이 조선핵무기연구소가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해 달성해야 할 마지막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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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5

화성-12형 북태평양으로 날려보낸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

[한호석의 개벽예감](264)
자주시보 2017년 09월 0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백년숙적 머리 위로 날아간 ‘징벌의 화염’
2. 엄청난 추력 분출하는 백두산 계렬 액체로켓엔진들
3. 화성-12형 전투부 모양이 약간 달라진 이유
4. 미일연합함대를 속수무책으로 만든 화성-12형
5. 태평양 상공에 펼쳐질 다섯 차례의 미사일발사훈련

▲ <사진 1> 이 사진은 1930년대 일본제국에서 우편엽서로 널리 사용되던 "일만관계요도(日滿關係要圖)"라는 지도다. 조선 영토가 일본제국의 해외영토로 표시된 이 지도는 조선이 주권과 영토를 빼앗기고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던 치욕의 역사를 말해준다. 일본제국의 식민지노예로 살아야 했던 2,000만 조선인들은 가혹한 망국노의 치욕과 고통을 겪으며 36년 동안 피어린 항일투쟁을 벌였다. 일본제국은 수십만 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을 죽였고, 징용, 징병, 학병, 종군성노예로 끌어갔으며,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조선의 천연자원, 생산물, 문화재를 약탈했다. 일본제국이 패망한지 72년이 지난 오늘도 일본은 우리 민족에게 식민통치죄악을 사죄하기는커녕 그 죄악을 덮어버리고, 독도를 강탈하여 동해를 일본해로 강점하려는 간악한 책동에 광분하고 있다. 식민통치죄악을 사죄하지 않고, 전쟁범죄와 식민지피해를 배상하지 않고, 독도강탈과 재침무력증강에 광분하는 한, 일본은 우리 민족의 백년숙적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백년숙적 머리 위로 날아간 ‘징벌의 화염’

2017년 8월 29일은 107년 전 일본제국에게 우리나라를 빼앗긴 치욕의 날이었다. 반만년을 헤아리는 민족사에서 여러 차례 외국군의 침략을 받기는 했어도 나라를 강탈당한 것은 1910년 8월 29일에 자행된 ‘한일합병’ 뿐이다. 1910년대, 1920년대, 1930년대에 발행된 세계지도를 보면, 조선 영토는 일본제국의 해외영토로 표시되었다. <사진 1>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일본제국은 조선에서 청일전쟁을 일으킨 1894년 7월부터 패전으로 항복한 1945년 8월까지 50년 동안 수십만 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을 죽였고, 수십만 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을 징용, 징병, 학병, 종군성노예로 끌어갔으며,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조선의 천연자원, 생산물, 문화재를 약탈했다. 일본제국이 패망한지 72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 민족 앞에 식민통치죄악을 사죄하기는커녕 그 죄악을 덮어버리고, 전쟁범죄와 식민지피해를 배상하지 않고, 독도강탈과 재침무력증강에 날뛰는 일본은 우리 민족의 백년숙적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사에 가장 치욕스러운 날로 기록된 지난 8월 29일 백년숙적의 머리 위로 ‘징벌의 화염’이 날아갔다. 일본을 벌벌 떨게 만든 ‘징벌의 화염’은 조선의 화성-12형이 내뿜은 불줄기였다. 조선이 화성-12형을 일본열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려보낸 발사훈련은,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107년 전 <한일합병>이라는 치욕스러운 조약이 공포된 피의 8월 29일에 잔악한 일본 섬나라 족속들이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 8.29 발사훈련은 식민통치죄악을 은폐하고, 독도강탈책동에 매달리면서, 재침무력증강에 날뛰는 일본에게 징벌을 경고한 것만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당시 한미연합군이 강행하고 있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전쟁연습에 맞선 “대응무력시위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서 다시 논한다.

한국군 합참본부 발표에 따르면, 조선은 지난 8월 29일 오전 5시 57분경(평양시간으로는 오전 5시 27분경) 화성-12형 1발을 평양 북쪽에 있는 순안국제비행장에서 발사하였는데, 비행거리는 약 2,700km였고, 정점고도는 약 550km였다고 한다. 발사 직후 일본 관방장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화성-12형은 오전 6시 6분경 홋까이도(北海道) 에리모갑(襟裳岬) 상공을 통과하여 오전 6시 12분경 에리모갑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1,180km 떨어진 북태평양 수역에 낙탄하였다고 한다. <사진 2>

▲ <사진 2> 위쪽 사진은 2017년 8월 29일 오전 5시 57분경 순안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화성-12형이 발사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그 날의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장감시소 탁자 위에 설치된 컴퓨터 화면을 확대한 사진이다. 화성-12형의 비행거리는 약 2,700km였고, 정점고도는 약 550km였다. 화성-12형은 일본 홋까이도 남동쪽에 있는 에리모갑에서 동쪽으로 약 1,180km 떨러진 북태평양 수역에 낙탄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7년 5월 14일 화성-12형이 고각으로 발사되었을 때, 정점고도는 2,111.5km였는데, 정상각으로 발사하면 사거리는 정점고도의 4배에 이르게 되므로, 화성-12형의 사거리는 약 8,400km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 추산이 과장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번에 진행된 화성-12형 발사훈련에서 나타난 몇 가지 현상을 분석하면, 그런 추산은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래에 서술하는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8월 10일 김략겸 전략군사령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략군이 괌포위사격을 단행할 경우 화성-12형은 3,356.7km를 17분 45초 동안 날아가 괌의 주변수역에 낙탄될 것이라고 하였다. 화성-12형이 3,356.7km를 17분 45초 동안 날아간다면, 평균비행속도는 초속 3.15km다. 
지난 8월 29일 화성-12형은 오전 5시 57분경 발사되었고, 오전 6시 12분경 북태평양 수역에 낙탄되었으므로 비행시간은 약 15분이었다. 발사지점으로부터 낙탄수역까지 거리는 약 2,700km이므로, 화성-12형의 평균비행속도는 초속 3km다. 

그런데 인도 국립고등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Advanced Studies)이 펴낸 분석자료에 따르면, 사거리가 2,000km인 파키스탄의 탄도미사일 샤힌(Shaheen)-2는 851km를 8분 26초 동안 날아갔다고 한다. 이것은 샤힌-2의 평균비행속도가 초속 1.68km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평균비행속도가 초속 1.68km인 샤힌-2에 비하면, 평균비행속도가 초속 3km인 화성-12형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간 것이다. 화성-12형에 강력한 로켓엔진이 장착되었기 때문에 그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로켓엔진은 탄도미사일의 비행속도와 비행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사진 3> 이 사진은 2016년 9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서해위성발사장 지상분출시험장에서 진행된 신형 액체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장면을 보도한 조선의 언론보도사진들 가운데 하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 놓인 해설도면 사진을 확대하였더니,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백두산 계렬 80tf 액체로케트"라는 제목이 식별되었다. 이 사진은 그 날 지상분출시험에 사용된 신형 액체로켓엔진의 추력이 80톤-포스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80톤-포스는 784킬로뉴튼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엄청난 추력 분출하는 백두산 계렬 액체로켓엔진들

화성-12형에 장착된 강력한 액체로켓엔진은 조선이 독자적인 기술로 만든 백두산로켓엔진이다. 이 액체로켓엔진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16년 9월 20일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보도 전날인 9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액체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이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 놓인 해설도면이 촬영된 보도사진을 확대하면,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백두산 계렬 80tf급 액체로케트”라는 제목을 식별할 수 있다. 이 제목은 그 날 지상분출시험에 사용된 신형 액체로켓엔진의 추력이 80톤-포스(ton-force)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80톤-포스는 784킬로뉴튼(kilonewton)이다. 

그런데 그 해설도면 제목은 80톤-포스급 백두산액체로켓엔진이라고 되어 있지 않고, 백두산 계렬 8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이라고 되어 있었다. 여기서 계렬이라는 말은 연관성 및 유사성을 가지고 파생된다는 뜻이므로, 당시 조선이 백두산 계렬 액체로켓엔진을 여러 종 개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3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신형 액체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이 또 다시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액체로켓엔진이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한 것을 두고 “로케트공업발전에서 대비약을 이룩한 오늘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 <3.18혁명>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력사적인 날”이라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형 액체로켓엔진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처럼 격찬한 것일까? 

<연합뉴스> 2017년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에 나타난 신형 액체로켓엔진의 분사장면을 분석한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그 액체로켓엔진을 100톤-포스급 로켓엔진으로 평가하였다고 한다. 100톤-포스는 980킬로뉴튼이다. 2016년 9월 19일에 진행된 지상분출시험에서 8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이 등장했는데, 2017년 3월 18일에 진행된 지상분출시험에서는 10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17년 9월 현재 백두산 계렬 액체로켓엔진은 2016년형 80톤-포스급과 2017년형 100톤-포스급으로 각각 개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2017년 3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서해위성발사장 지상분출시험장에서 신형 액체로켓엔진이 분사되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액체로켓엔진 개발에 성공한 것이 너무 기뻐 로켓엔진기술자를 등에 업어주는 장면이다. 이 날 분사시험에 성공한 신형 액체로켓엔진의 추력은 100톤-포스로 추산되었다. 100톤-포스는 980킬로뉴튼이다. 지금 조선이 보유한 백두산 계렬 액체로켓엔진은 2016년형 80톤-포스급과 2017년형 100톤-포스급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0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이 얼마나 강력한 로켓엔진인지 알려면, 소련이 1967년부터 1973년까지 실전배치하였던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 SS-11에 장착된 RD-0217 액체로켓엔진과 비교하면 된다.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의 추력이 980킬로뉴튼인데, RD-0217의 추력은 219킬로뉴튼밖에 되지 않는다.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이 RD-0217보다 4.5배나 더 강한 추력을 내는 것이다. 그처럼 강력한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이 화성-12형에 장착되었으므로, 샤힌-2보다 1.8배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었다.    

백두산로켓엔진이 등장하자 조선의 로켓공학기술발전은 비상히 도약하였다. 하지만 조선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찬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백두산로켓엔진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는 여론공작을 벌였다. 여론공작은 백두산로켓엔진이 냉전기에 소련의 설계로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된 RD-250 로켓엔진의 복제품이라는 거짓정보를 미국의 언론인과 미사일전문가에게 흘려준 것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작, 유출한 거짓정보가 2017년 8월 14일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뉴욕타임스> 보도와 국제전략연구원(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선임연구원의 보고서를 통해 각각 ‘공식화’되면서 삽시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진실로 둔갑하였다. 조선이 독자적인 기술로 새로운 미사일이나 로켓엔진을 개발할 때마다 소련산 복제품이 나온 것처럼 떠들어대면서 거짓정보를 조작, 유포하는 장본인이 미국 중앙정보국이라는 사실은 <위킬릭스(Wikileaks)>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의 비밀전문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명백하게도, 백두산로켓엔진은 RD-250 로켓엔진의 복제품이 아니다. 그 두 로켓엔진은 전혀 다른 종류의 로켓엔진들이다.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의 추력은 980킬로뉴튼인데 비해, RD-250의 추력은 788.5킬로뉴튼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은 복제품이라는 조작설을 전면 배격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 화성-12형의 비교대상으로 거론하는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SS-11에는 RD-250 액체로켓엔진이 아니라 RD-0217 액체로켓엔진이 장착되었다. RD-0217 액체로켓엔진을 장착한 SS-11은 탄체길이가 19.5m이고, 탄체지름이 2m인데, 화성-12형은 탄체길이가 16.5m이고, 탄체지름이 1.5m이므로 화성-12형에는 SS-11에 비해 추진제가 더 적게 주입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SS-11은 2단형 탄도미사일이고, 화성-12형은 1단형 탄도미사일이다. 

백두산로켓엔진이 RD-0217보다 4.5배나 더 강한 추력을 낼 수 있어도, 백두산로켓엔진이 연소하는 추진제의 양이 RD-0217이 연소하는 추진제의 양보다 적고, 1단형과 2단형이라는 구조적인 차이도 있으므로, 화성-2형의 사거리가 SS-11의 사거리에 비해 짧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거리는 얼마나 짧은 것일까? 약 3,600km 짧은 것으로 추산된다. SS-11의 사거리는 약 12,000km이고, 화성-12형의 사거리는 약 8,400km다.  
  

3. 화성-12형 전투부 모양이 약간 달라진 이유

8.29 발사훈련소식을 전해준 조선의 언론보도기사에서 화성-12형을 “새로 장비하였다”는 표현을 몇 차례 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새로 장비한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의 실전운영능력”, “새로 장비한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의 전투적 성능”, “새로 장비한 첨단로케트체계” 등이다. 새로 장비하였다는 말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여단 산하 타격대들에 화성-12형이 이미 실전배치되었다는 뜻이다. 화성-12형이 실전배치되었으므로, 그 미사일을 장비한 타격대가 이번에 첫 발사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그들의 실전배치속도는 미사일만큼 빠르다.

발사훈련에서는 당연히 정상각으로 쏘아야 한다. 그보다 앞서 진행된 화성-12형 시험발사나 화성-14형 시험발사에서는 90도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되어 사거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낙탄점이 동해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8.29 발사훈련에서 40도 안팎의 정상각으로 발사된 화성-12형은 동해와 일본열도를 훌쩍 뛰어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갔다. 
화성-12형이 그처럼 정상각으로 발사되었으면 약 8,400km를 날아갔어야 하는데, 8.29 발사훈련의 비행거리는 약 2,700km였다. 실제 사거리의 3분의 1정도밖에 날아가지 못한 것이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두 갈래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추진제를 화성-12형에 가득 넣지 않고, 3분의 1만 넣으면 사거리는 3분의 1로 줄어든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므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둘째, 화성-12형 전투부 안에 무거운 탄두를 넣으면, 사거리가 줄어든다.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세계일보> 2017년 8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8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2형 사진과 5월 14일에 발사된 화성-12형 사진을 비교, 분석하였더니, 얼핏 보아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라는 것은 8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2형은 5월 14일에 발사된 화성-12형에 비해 전투부 길이가 10% 정도 줄어들었고, 전투부 지름은 약간 늘어난 것을 뜻한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8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2형 발사훈련 보도사진들 가운데 하나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축 12륜 발사대차에 실려 발사지점인 순안국제비행장 활주로로 출발하기 직전 화성-12형을 살펴보는 장면이다. 이른 새벽시간이라 주위가 어둡지만, 첨두 끝부분과 종말유도추진체를 노란색으로 도색한 화성-12형 전투부의 모습이 선명히 보인다. 그런데 그 날 발사된 화성-12형 사진과 지난 5월 14일에 발사된 화성-12형 사진을 비교하면, 그 날 발사된 화성-12형은 5월 14일에 발사된 화성-12형에 비해 전투부 길이가 10% 정도 줄어든 대신 전투부 지름이 약간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화성-12형 탄두부 모양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수수께끼 같은 물음을 풀어줄 실마리는 뜻밖에도 일본 언론보도에 들어있었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 간부들은 화성-12형이 “일본 동북부 상공(홋까이도 상공이라는 뜻-옮긴이)을 지나 (북태평양 상공에서) 3개로 분리된 것”을 주목하였다고 한다. 화성-12형이 북태평양 상공에서 3개로 분리되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화성-12형 발사지점인 순안국제비행장으로부터 일본 홋까이도 에리모갑까지 거리는 1,500km이므로, 화성-12형이 홋까이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상공에서 3개로 분리되었으면, 정점고도 약 550km를 지난 뒤에 분리된 것이다. 화성-12형이 정점고도를 지난 뒤에 왜 3개로 분리되었는가 하는 의문을 풀려면,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의 일반적인 비행경로부터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은 지상발사 → 상승구간 비행 → 중간구간 비행 → 정점고도 도달 → 중간구간 비행 → 재돌입체 분리 → 종말구간 진입 → 대기권 재돌입 → 돌진낙하 → (모의)공중기폭으로 이어지는 경로로 날아간다. 이런 비행경로를 보면, 화성-12형은 정점고도를 지나고, 중간구간에서 종말구간으로 넘어갈 때 3개로 분리된 것이다. 중간구간에서 종말구간으로 넘어갈 때 나타나는 분리현상은 종말유도추진체(post-boost vehicle)의 추력비행이 끝나면서 그 추진체에 장착된 재돌입체들이 떨어져 나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진낙하하기 시작하는 현상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정점고도 약 550km까지 올라갔던 화성-12형 재돌입체는 약 200km를 낙하한 뒤 약 250km 고도에서 종말유도추진체에서 분리되어 돌진낙하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화성-12형이 3개로 분리되었다는 말은 종말유도추진체에서 각개발사식 재돌입체(MIRVs) 3개가 떨어져나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자위대 감시레이더 화면에 현시된 화성-12형의 종말구간 항적에 종말유도추진체 1개와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가 4개의 광점(光點)으로 나타난 것이다.  
화성-12형 종말유도추진체에서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가 분리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낙탄하였으므로, 북태평양 해수면 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낙탄점 3개가 형성된 것이 분명하다. 5월 14일에 발사된 화성-12형에 비해 8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2형의 전투부 길이가 10% 정도 줄었고, 전투부 지름이 약간 늘어난 까닭은 그 전투부에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미국 핵무기연구소가 1970년대에 개발한 Mk-12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를 촬영한 것이다. 화성-12형 전투부에 들어간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의 모양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된다. 위의 사진에 나타난 재돌입체는 길이가 182.8cm, 지름이 55.8cm, 무게가 363kg이다. 이 재돌입체에는 무게가 115kg인 열핵탄두 W62가 들어갔는데, 이 열핵탄두의 폭발위력은 170kt이다. 미국은 이 재돌입체를 1,725개 생산하여 미닛맨-3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였다. 이 재돌입체는 2010년까지 실전배치되었다가, 작전수명이 다하여 퇴역되었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7년 1월 24일 파키스탄은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를 장착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아바빌(Ababeel)을 처음 시험발사하였는데, 지난날 파키스탄에게 미사일공학기술을 가르쳐준 조선이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를 아직 만들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억측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종말유도추진체에서 재돌입체가 분리되는 순간, 재돌입체 뒤쪽에 장착된 2개의 소형 가스발생기(gas generator)에서 내뿜는 가스분사력으로 재돌입체는 팽이처럼 자전운동을 하게 된다. 재돌입체가 더 낮은 고도로 낙하하여 그 표면에서 엄청난 대기마찰이 발생하기 전까지, 재돌입체는 팽이처럼 자전운동을 하면서 낙하한다. 만일 재돌입체가 자전운동을 하지 않으면, 중심을 잃고 제멋대로 팽글팽글 돌면서 돌진낙하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대기마찰로 소멸되고 만다. 

종말유도추진체에서 분리된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들은 예정된 타격대상들을 향해 제각기 흩어져 분산낙하하고, 더욱이 그 분리된 물체들 가운데는 기만탄두도 섞여있기 때문에 교전상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이런 혼란은 교전상대의 요격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교전상대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요인으로 된다. 그러므로 조선이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를 장착한 화성-12형을 일본열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하였을 때, 미국과 일본은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4. 미일연합함대를 속수무책으로 만든 화성-12형

일본은 조선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 자기 머리를 넘어 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가는 공포의 날이 차츰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하였다. 그래서 일본 방위상은 2016년 8월 일본 자위대에게 파괴조치명령을 내렸다. 파괴조치명령이라는 것은 일본 자위대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가 조선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 일본을 향해 날아오면 동해 상공에서 그것을 요격하라는 명령이다. 

그런데 이번에 화성-12형이 홋까이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날아갔는데도, 일본 방위상의 파괴조치명령은 실행되지 않았다. 왜 실행되지 않았을까?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지스 구축함 4척을 운용하는데, 그 구축함들에는 조선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외기권에서 요격할 수 있다는 미국산 미사일방어체계가 설치되어 있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오직 일본에게만 넘겨준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방어체계는 SM-3 블록(Block) lB라는 요격미사일을 발사한다. 미국은 SM-3 블록 계렬 요격미사일의 성능을 계속 향상시키고 있는데, SM-3 블록 1B가 2016년에 실전배치된 최신형이다. 다른 개량형 요격미사일은 아직 개발단계에 있다.  

미국은 이지스 구축함 16척을 태평양 곳곳에 배치해놓았는데, 그 중에서 일본 근해에 전진배치한 7척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제7함대에 배속되어 조선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작전에 동원된다. 그런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2척이 지난 6월과 8월에 각각 민간선박들과 충돌하는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앞으로 오랫동안 선박수리소 신세를 져야 하므로, 지금은 5척만 남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5척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4척을 포함하여 총 9척으로 편성된 미일연합함대가 북태평양 상공을 향해 날아가는 화성-12형을 향해 최신형 요격미사일 SM-3 블록 1B를 발사할 수 있었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서 최신형 요격미사일 SM-3 블록 1B가 발사되는 장면이다. 일본 근해에 배치된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5척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4척은 북태평양 상공을 향해 날아가는 화성-12형을 향해 그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일연합함대는 자기들 머리 위로 날아가는 화성-12형을 레이더 화면에서 뻔히 보면서도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격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미일연합함대에 탑재된 요격미사일로는 화성-12형을 요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자주시보

그러나 미일연합함대는 자기들 머리 위로 날아가는 화성-12형을 레이더 화면에서 뻔히 보면서도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격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미일연합함대는 화성-12형이 일본열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갔는데도 왜 속수무책으로 있었을까? 그 까닭은, 미일연합함대에 탑재된 SM-3 블록 1B를 쏘아봤자 화성-12형을 격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일연합함대가 화성-12형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딱한 사정은 아래와 같다. 

첫째, 주요성능지표를 비교하면, SM-3 블록 1B는 화성-12형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한다. ‘미국 군사용 로켓 및 미사일 편람(Directory of U.S. Military Rockets and Missiles)’에 나온 SM-3 블록 lB의 주요성능지표와 화성-12형의 주요성능지표를 비교하면, 미일연합함대가 왜 요격미사일을 쏠 수 없었는지 알 수 있다.


만일 화성-12형이 상승구간에서 비교적 느린 속도로 상승하면서 SM-3 블록의 요격고도인 160km 고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을 때, 미일연합함대가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면 혹시 격추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미일연합함대가 함경남도 신포에서 약 100km 떨어진 수역까지 접근해서 쏘는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 해안방어미사일 사정권과 조선인민군 동해함대 공격권 안으로 죽으러 들어가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둘째, 미일연합함대에 설치된 AN/SPY-1 위상배렬레이더는 성능이 그리 우수하지 못해서 화성-12형을 탐지할 능력이 부족하다. 탄도미사일을 제대로 탐지해야 요격미사일을 정확히 쏠 수 있는데, 그 위상배렬레이더의 탐지거리가 200km 정도로 짧은 것이 결정적인 성능한계다. 이번에 화성-12형이 발사된 순안국제비행장에서 강원도 원산까지 거리는 152km이므로, 미일연합함대가 화성-12형이 발사된 순간을 즉각 탐지하려면 원산에서 약 150km 떨어진 동해 해상까지 접근하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 해안방어미사일 사정권과 조선인민군 동해함대 공격권 안으로 죽으러 들어가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설령 미일연합함대가 조선의 동해안으로 ‘몰래’ 접근했다고 가정해도, 그 함대에 설치된 AN/SPY-1 위상배렬레이더는 화성-12형의 비행정보를 전부 파악하지 못한다. 왜 그런가?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요격미사일로 격추하려면, 요격대상의 비행속도, 비행고도, 비행방향을 알려주는 3차원 요격정보가 필요한데, 미일연합함대에 설치된 AN/SPY-1 위상배렬레이더는 요격대상의 비행속도와 비행고도에 관한 정밀정보는 알려주지 못하고, 비행방향에 관한 1차원 정보밖에 알려주지 못한다. 요격대상의 비행속도, 비행고도, 비행방향에 관한 정밀정보가 없으면, 3차원 요격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미일연합함대에 설치된 AN/SPY-1 위상배렬레이더를 촬영한 것이다. 6각형 창문처럼 생긴 것이 바로 그 위상배렬레이더다.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요격미사일로 격추하려면, 요격대상의 비행속도, 비행고도, 비행방향을 알려주는 3차원 요격정보가 필요한데, 그 위상배렬레이더는 비행방향에 관한 1차원 정보밖에 알려주지 못한다. 미국의 조기경보위성들이 알려주는 요격대상의 비행속도와 비행고도에 관한 정밀정보까지 파악해야 3차원 요격정보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격정보를 전달하고, 종합하고, 상부에 보고하고, 상부의 최종결정을 기다리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사이에 어느덧 1분 30초가 지나면, 화성-12형은 SM-3 블록 1B의 요격고도인 160km를 벗어나게 되고, 미일연합함대는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만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를테면, 요격대상의 비행속도에 관한 정보는 지구표면으로부터 약 35,000km에 떠있는 정지궤도위성(GEO)이 알려주는 것이고, 요격대상의 비행고도에 관한 정보는 지구표면으로부터 약 40,000km에 떠있는 고고도타원궤도위성(HEO)이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조기경보위성들이 적외선감지장비를 가동하여 적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신속히 포착하는 감시체계를 우주공간적외선체계(Space-based Infrared System)라고 한다. 일본은 우주공간적외선체계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산 AN/SPY-1 위상배렬레이더를 설치한 이지스 구축함 4척을 운용하면서도 언제까지나 미국 해군 제7함대 심부름노릇이나 하는 처량한 신세다.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에 있는 북미주항공우주사령부(NORAD)가 정지궤도위성과 고고도타원궤도위성이 보내주는 요격대상의 비행속도와 비행고도에 관한 정밀정보를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보내주면, 그 구축함에 설치된 위상배렬레이더가 파악한 비행방향에 관한 정보와 통합되어 3차원 요격정보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일본 근해에 전진배치된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5척은 북미주항공우주사령부와 연결된 직통통신망을 가졌지만,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4척은 그런 직통통신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 4척의 구축함은 북미항공우주사령부가 미국 해군 제7함대로 보내주는 요격정보를 한 다리 건너 전달받는 것이다.  

하지만 미일연합함대가 3차원 요격정보를 파악했다고 해서 즉각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아니고, 미국 국방장관이 요격결정을 내리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는 퇴임 후 2014년 10월에 펴낸 회고록에서 북미주항공우주사령부 감시장교들은 미국 국방장관이 조선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시간적 여유가 불과 몇 초밖에 없다는 점을 자신에게 일깨워준 적이 있었음을 서술하였다.  
이처럼 정보전달, 정보종합, 상부보고, 최종결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사이에 어느덧 1분 30초가 지나면, 화성-12형은 SM-3 블록 1B의 요격고도인 160km를 벗어나게 되고, 미일연합함대는 닭 쫒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만다.   


5. 태평양 상공에 펼쳐질 다섯 차례의 미사일발사훈련

2017년 8월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고 괌포위사격계획을 비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월 21일부터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전쟁연습을 중단하라는 충고를 미국에게 보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에 한 마디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세계 면전에서 우리에게 또 다시 얻어맞는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리성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면서,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므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충고를 듣지 않고,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을 강행하였다. 미국군 참가병력을 조금 줄이고, 항모전투단과 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하지 않는 식으로 수위를 약간 낮추기는 했지만, 그것은 하나마나 한 부질없는 행동이었고, 꼼수를 부린다는 의혹만 조선에게 안겨주었을 뿐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 8.29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미국이 저들의 행태를 지켜볼 것이라고 한 우리의 경고에 호전적인 침략전쟁연습으로 대답하였다고 준절히 말씀하시면서, 오늘 전략군이 진행한 훈련은 미국과 그 졸개들이 벌려놓은 <을지프리덤가디언>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의 서막일 따름이라고 언명”하였다고 한다. <사진 9>

▲ <사진 9>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8월 29일에 진행된 화성-12형 발사훈련을 지도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그 날 진행된 발사훈련에서 화성-12형이 시뻘건 불줄기와 폭음을 내뿜으며 우주공간으로 솟구쳐 오르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29 발사훈련현장에서 "오늘 전략군이 진행한 훈련은 미국과 그 졸개들이 벌려놓은 <을지프리덤가디언>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의 서막일 따름이라고 언명"하였다고 한다. 화성-12형을 북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한 것이 서막이면, 그 다음에는 나오는 제1장은 괌포위사격일 것으로 예상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도 미국은 귀와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예컨대, 2017년 9월 2일 빈센트 브룩스(Vincent K. Brooks)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이번에 ‘을지프리덤가디언’전쟁연습에 참가한 미국군 병력을 줄였는데도, 조선은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이상한 불평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에게 보낸 경고가 ‘을지프리덤가디언’전쟁연습을 중단하라는 뜻이라는 것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한 미국은 2017년 8월 31일 F-35B 스텔스전투기 4대와 B-1B 전략폭격기 2대를 강원도 태백산 필승포격장으로 출동시켜 통합직격탄과 MK-84 폭탄을 투하하는 폭격훈련을 감행하였고, 거기에 동참한 한국군 전투기들도 MK-82 폭탄을 투하하는 폭격훈련을 감행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 8.29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차후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고 하였는데, 미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경고도 이해하지 못하고 스텔스전투기와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는 차후행동으로 조선을 더욱 자극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 8.29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이번 탄도로케트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 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 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으로 된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케트발사훈련을 많이 하여 전략무력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사진 10>

▲ <사진 10> 이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에 있는 쌘디에고 해군기지를 촬영한 것이다. 이 해군기지에는 항공모함 2척, 순양함 7척, 구축함 25척, 상륙함 13척, 잠수함 5척, 연안전투함 4척, 보급함 5척, 호위함 3척, 소해함 3척, 예인함 2척, 병원선 1척 등이 배치되었는데, 규모로 따지면 영국 해군보다 더 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29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에게 앞으로 태평양을 무대로 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시하였는데, 위의 사진에 나타난 태평양지역 최대 규모의 쌘디에고 해군기지 앞바다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는 발사훈련도 거기에 포함된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에게 그보다 더 강한 압박공세는 없다. 조선의 연속강타를 한 주에 한 번씩 계속 얻어맞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미사일발사훈련장은 2017년 8월 이후 동해에서 태평양으로 대폭 확장되었다. 미국이 내해처럼 장악하고 있는 태평양에서 감히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하겠다고 나선 대담한 나라는 없다. 핵강국이라는 러시아나 중국도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태평양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하지 못하고, 자국 영토에서 사거리를 약간 줄여서 한다. 그런데 조선은 매우 대담하게 태평양에서 미사일발사훈련을 하겠다고 선언하였으니, 미국에게 그보다 더 강한 압박공세는 없다. 

광활한 태평양을 무대로 하여 전개될 조선의 미사일발사훈련은 괌포위사격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8월 10일 김락겸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관은 괌포위사격방안을 발표하면서 화성-12형이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찌현 상공을 지나 괌으로 날아가 괌의 주변 30~40km 해상수역에 탄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전략군이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4개가 들어간 화성-12형 1발을 괌을 향해 발사하여 동서남북 주변해상에 각각 1개씩 떨어뜨리는 식으로 4면 포위사격을 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이번 발사훈련을 보면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가 들어간 화성-12형 1발을 괌을 향해 발사하여 주변해상에 떨어뜨리는 식으로 3면 포위사격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군의 발사훈련대상은 괌 이외에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하와이주 호놀룰루, 워싱턴주 씨애틀, 캘리포니아주 쌘디에고에 있는 미국의 태평양군사전략기지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화성-12형을 북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한 것이 서막이라면, 그 다음에는 제1장부터 제5장까지 다섯 차례의 태평양발사훈련이 전개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에서 거리가 가까운 대상부터 차례로 열거하면, 서막 이후 제1장은 괌포위사격, 제2장은 앵커리지근접사격, 제3장은 하와이포위사격, 제4장은 씨애틀근접사격, 제5장은 쌘디에고근접사격 순으로 예정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글의 집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사업 시찰에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된 열핵탄두가 세상에 공개되었다는 놀라운 소식과 함경북도 길주군 만탑산 지하핵시험장에서 열핵탄두기폭시험이 진행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한꺼번에 들려왔다. 조선의 연속강타를 한 주에 한 번씩 계속 얻어맞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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