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6

2012년 상황이 재연되는가?

[한호석의 개벽예감](372)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또 다시 등장한 금성친위부대
2. 원산갈마비행장 상공에 나타난 복엽습격기
3.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4. 긴박했던 2012년 상황에 대한 기억
5. 2012년 상황이 재연되는가?


1. 또 다시 등장한 금성친위부대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1월 17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직속 저격병려단 전투원들의 강하훈련을 지도하였다고 한다. 저격병려단이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 가운데 하나인 항공륙전려단을 뜻하고, 강하훈련이란 수송기를 타고 가상적진 상공에 침투한 항공륙전병들이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여 습격전을 벌이는 훈련을 뜻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강하훈련은 저격병들이 생소한 지대에 고공침투하여 전투조 단위별로 정확한 점목표에 투하하여 습격전투행동에로 이전할 수 있는 실전능력을 정확히 갖추었는가를 판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경기형식으로 진행되였”는데, “저격병들의 전투행동을 려단장, 정치위원들이 직접 지휘하였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강하훈련에서는 “조선인민군 제162군부대 전투원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경기형식으로 벌어진 강하훈련에서 제162군부대 전투원들이 다른 부대 전투원들보다 더 높은 판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 제162군부대는 금성친위부대 칭호를 받은 최정예 항공륙전려단이다. 제162군부대와 함께 이번 강하훈련에 참가한 다른 항공륙전려단은 제323군부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4년 8월 27일 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강하 및 대상물타격실동훈련을 지도하였는데, 그 훈련에 제162군부대 소속 항공륙전병들과 제323군부대 소속 항공륙전병들이 참가하였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보면, 이번에도 그 두 부대가 강하훈련에 함께 참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조선인민군에는 수많은 특수작전부대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이 특수작전군이다. 조선인민군은 육군, 해군, 항공군 및 반항공군, 전략군에 이어 제5군종으로 특수작전군을 창설하였다.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창설되었다는 사실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서 특수작전군 열병종대가 행진하였다고 보도한 것으로 하여 외부에 처음 알려졌다. 원래 조선인민군에는 ‘폭풍군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특수작전군단인 제11군단이 있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군단을 확대, 개편하여 제5군종인 특수작전군을 창설하였다. 전 세계에서 특수작전군을 군종으로 편제한 군대는 조선인민군밖에 없는데, 이런 사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수전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말해준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11월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진행된 항공륙전려단 전투원들의 강하훈련을 촬영한 것이다. 특이하게 생긴 낙하산은 조선이 1991년에 자체로 개발한 초저공 낙하산이다. 항공륙전병들은 지상 80m 상공에서 초저공 낙하산을 펴고 1.5초 만에 착지한다. 조선인민군 항공군 및 반항공군 소속 항공륙전려단은 8개이고, 총병력은 3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시에 항공륙전려단이 수행하는 임무는 주한미공군기지들과 한국군 공군기지들, 방공레이더기지들을 습격, 파괴하고, 남측 각지에 있는 공항들을 기습적으로 점령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의 기본임무는 신속하고 은밀하게 적진에 침투하여 공격대상을 습격, 파괴, 점령, 나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늘에서는 수송기, 습격기, 동력활공기를 타고 침투하고, 바다에서는 고속침투정과 공기방석정을 타고 침투하고, 수중에서는 잠수함과 잠수정을 타고 침투하고, 산에서는 산악자전거와 스키를 타고 침투하고, 지하에서는 남진갱도를 타고 침투하는 것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사령부 직속 특수작전대대의 습격전  훈련을 살펴보면, 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인 2016년 12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습격전 훈련이 진행되었는데, 청와대의 절반 정도 규모로 건설해놓은 청와대 모형건물을 습격하여 “역적패당을 모조리 사살”하였고, “심판대에 꿇어앉힐 악당들을 생포”하였으며, 대구경장사정포로 청와대 모형건물을 파괴하였다고 한다. 

남측 자료에 따르면, 제5군종으로 편제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의 총병력은 10만명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한국군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7개 공수특전려단의 총병력은 4,2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병력규모를 비교하면,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한국군 공수특전려단에 비해 약 24배나 많다. 수량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격차다. 

조선인민군에는 제5군종인 특수작전군 이외에 해군 소속 해상저격려단이 3개 있고, 항공군 및 반항공군 소속 항공륙전려단이 8개 있다. 남측 자료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1개 항공륙전려단 예하에 6개 대대가 있는데, 1개 여단병력은 8,000명이고, 1개 대대병력은 700명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항륙전려단 총병력은 3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시에 항공륙전려단이 수행하는 임무는 주한미공군기지들과 한국군 공군기지들, 방공레이더기지들을 습격, 파괴하고, 남측 각지에 있는 공항들을 기습적으로 점령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전투원들의 군사복무기간은 12년이다. 한국군 군사복무기간은 육군 및 해병대가 1년 6개월, 해군이 1년 8개월, 공군이 1년 10개월인데,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군사복무기간은 12년이다. 12년 동안 전술을 연마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전투원들은 특수전을 수행하는 전술과 능력에서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이런 사정은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제대하는 한국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질적 격차를 벌여놓게 된다. 


2. 원산갈마비행장 상공에 나타난 복엽습격기

항공륙전려단 강하훈련에는 항공륙전병들을 전투현장까지 실어날으는 수송기가 동원되는 법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이번 강하훈련에 경수송기들이 동원되었는데, 외형이 로씨야산 경수송기 ‘안-드봐(An-2)’처럼 생긴 프로펠라식 단발엔진 복엽기다. 이 기종은 조선이 2015년부터 자체로 생산하고 있는 복엽습격기다. 조선산 복엽습격기의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씨야산 경수송기 ‘안-드봐’보다 성능이 훨씬 더 우수하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57mm 공대지로켓포를 장착하였고, 병력 20명을 태우고 시속 250km로 비행하며, 항속거리는 500km다. 그런 비행속도라면, 황해남도 태탄비행장에서 이륙하여 36분 만에 서울 상공에 도달할 수 있고, 그런 항속거리라면 태탄비행장에서 부산까지 날아갈 수 있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활주거리가 약 250m밖에 되지 않으므로, 고속도로, 광장, 경기장, 골프장 같은 공간들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비행고도를 최저 30m까지 낮춰 초저공으로 비행할 수 있다. 복엽습격기가 달빛 없는 무월광 심야에 한반도 동부산악지대 협곡 사이를 초저공비행으로 빠져나가면, 한국군 탐지레이더망을 간단히 뚫을 수 있다. 또한 복엽습격기는 엔진과 외부비행등을 모두 끄고 약 2km를 활강할 수 있다. 이런 무소음활강비행으로 야간에 적진 상공에 조용히 침투하면, 지상에서 탐조등을 비춰도 찾아내기 힘들다. 조선이 2015년부터 생산하는 복엽습격기의 기체 위쪽에는 GPS안테나가 부착되었고, 기체 아래쪽에는 지형탐지레이더가 부착되었다. 야간습격비행에 사용되는 장비를 부착한 것이다. 그런 장비를 부착한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야간습격비행을 할 수 있다. 

이번 강하훈련은 낮에 진행되었지만, 원래 항공륙전병 강하훈련은 야간공중침투훈련이다. 무월광 심야에 무소음활강비행으로 적진 상공에 조용히 침투한 복엽습격기에서 항공륙전병들이 낙하산을 타고 소리 없이 강하하여 야간습격전을 벌이는 것이다. 항공륙전병의 저공침투강하고도는 지상으로부터 80m 상공이다. 1996년 9월 19일에 발간된 <시사저널> 제360호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지상 80m 상공에서 펴지는 초저공 낙하산을 1991년에 자체로 개발하였다고 한다. 한국군 공수특전사의 저공침투강하고도는 지상 700m 상공이다. 

조선인민군은 야간침투비행에 사용할 복엽습격기를 약 700대 보유하였다. 선덕, 만포, 연포, 태천, 곽산 등에 복엽습격기 비행장이 있다. 복엽습격기 한 대마다 항공륙전병 20명씩 탑승할 수 있으므로, 항공륙전병 약 14,000명이 각지 비행장들에서 복엽습격기를 타고 이륙하여 무월광초저공비행과 무소음활강비행으로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야간습격전에 돌입할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이번 강하훈련은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강하훈련이 진행된 원산갈마비행장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복엽습격기 비행장은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 있는 선덕비행장이다. 선덕비행장에는 항공군 제970군부대(제6비행사단)가 주둔하는데, 선덕비행장에서 정남쪽에 있는 원산갈마비행장까지 직선거리는 64km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강하훈련은 사전에 예고되고, 준비시간이 주어진 훈련이 아니라, “불의에 떨어진 전투명령을 받고 생소한 지대에서” 진행된 훈련이라고 한다. 이런 불시훈련은 원산갈마비행장에 도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덕비행장에 주둔하는 항공륙전대들과 복엽습격기편대에게 불시에 명령을 내려 강하훈련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강하훈련에 참가한 항공륙전병들은 “지정된 강하지점에 정확히 착지하여 다음 전투행동에로 이전할 준비를 갖추었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그들이 다음 전투행동에로 이전할 준비를 갖추었다고만 서술하였을 뿐, 착지한 이후 어떤 전투행동에로 이전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산갈마비행장에 착지한 것을 보면, 비행장 경비병들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비행장을 점거하는 습격전을 훈련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조선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을 전투현장까지 실어날으는 복엽습격기를 촬영한 것이다. 2019년 11월 17일 강하훈련에 이 복엽습격기가 동원되었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57mm 공대지로켓포를 장착하였고, 병력 20명을 태우고 시속 250km로 비행하며, 항속거리는 500km다. 그런 비행속도면, 황해남도 태탄비행장에서 이륙하여 36분 만에 서울 상공에 도달할 수 있고, 그런 항속거리면 태탄비행장에서 부산까지 날아갈 수 있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활주거리가 약 250m밖에 되지 않으므로, 고속도로, 광장, 경기장, 골프장 같은 공간에서 이착륙할 수 있다.     

<조선일보> 2019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함경남도 선덕비행장에서 남동쪽으로 3km 떨어진 폭격훈련장에 실물과 유사한 F-35A 스텔스전투기 모형, F-15K 전투기 모형, 지대공미사일 모형, 야포 모형, 레이더 모형 등을 만들어놓고 항공륙전병들이 습격전을 훈련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시기에는 복엽습격기들이 그곳에서 맨땅에 그려놓은 원형표적을 타격하는 폭격훈련을 하였는데, 최근에는 복엽습격기를 타고 침투한 항공륙전병들이 그곳에 설치해놓은, 실물과 유사한 무장장비 모형들을 파괴하는 습격전을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요즈음 조선에서는 특수작전부대들이 습격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억을 되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대결과 남북대결이 격화되었던 2013년 3월부터 2017년 8월까지 15차례에 걸쳐 특수작전부대들의 습격전 훈련을 직접 지도한 바 있다. 습격전 훈련 지도일정을 날짜순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 3월 22일 제1973군부대 지휘부 시찰
2013년 3월 23일 제1973군부대 관하 제2대대 시찰
2013년 5월 26일 제291군부대 시찰
2013년 10월 30일 항공륙전병 집단강하훈련이 포함된 종합화력타격훈련 지도
2014년 1월 23일 제323군부대 전술훈련 지도
2014년 1월 19일 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야간훈련 지도
2014년 6월 13일 제863군부대 시찰
2014년 8월 27일 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강하 및 대상물타격실동훈련 지도
2015년 6월 17일 제1차 정찰일군대회 개최
2015년 10월 15일 제350군부대 시찰
2016년 11월 3일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시찰
2016년 12월 10일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청와대습격전훈련 지도
2017년 1월 22일 제1314군부대 시찰
2017년 4월 12일 ‘강하 및 대상물타격경기대회-2017’ 지도
2017년 8월 25일 섬점령을 위한 대상물타격경기 지도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은 조미대결과 남북대결이 격화된 2012년 이전에도 습격전을 훈련했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서 그들이 진행한 특별한 습격전 훈련은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격화되었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기간에 집중되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비행장에서 항공륙전려단 습격전 훈련을 지도한 것은 조미협상재개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오늘의 긴박한 국면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항공륙전려단 습격전 훈련을 직접 지도한 것은 미국이 정세를 오판하여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우물쭈물하다가 2019년 12월 31일로 정해진 조미협상재개시한을 넘기는 경우, 조미협상은 파탄될 것이며, 그에 따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전에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었던 조미무력대결이 2020년에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미국에게 보낸 것이다. 


3.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최근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미국이 조미협상파탄을 피하려면 부차적인 문제들을 건드리며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듭 전했다. 이를테면, 김명길 조선외무성 순회대사는 2019년 11월 14일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변화에 따라 순식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련락사무소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하였다. 

또한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2019년 11월 17일 담화에서 “앞으로 조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문제가 대화의제에 오른다면 몰라도 그 전에는 핵문제가 론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또한 김계관 조선외무성 고문은 2019년 11월 18일 담화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우리와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하면서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였다. 

같은 날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도 담화에서 “미국은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협상에 대하여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길 조선외무성 순회대사는 2019년 11월 19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대화는 언제가도 열리기 힘들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위에 인용된 발언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외무성은 미국이 올해를 넘기지 말고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조미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10월 5일 스웨리예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조미실무협상에 참가한 조선측 대표단이 협상장에 들어서는 장면이다.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은 미국의 오판과 오만으로 결렬되었다. 그 협상이 결렬된 이후 조선외무성 고위당국자들은 담화를 여러 차례 발표하면서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해야 조미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조선이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로 합의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는 뜻이다. 조선과 미국이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면 반드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고, 미국은 그 협정에 의거하여 반드시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선외무성이 미국에게 제기한,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는 요구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적대관계와 충돌위험이 가득한 정전체제를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로 대체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조선과 미국이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면 반드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고, 미국은 그 협정에 의거하여 반드시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한다. 평화협정체결문제와 철군문제는 분리되지 않는다. 철군을 공약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만이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되는 길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버티는 한, 조미협상은 영영 재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전에 일어났던 조미무력대결이 재발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올해 연말로 정해진 시한 안에 조미협상을 재개하느냐 재개하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결단을 내리느냐 내리지 못하느냐 하는 시급한 정책결정문제로 되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은 이런 사정을 외면하면서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이를테면, 2019년 11월 20일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우리에게는 연말시한이 없다. 그것은 북조선이 인위적으로 정한 것이다. 그것은 불행하게도 그들 스스로가 정한 시한으로 되었다”고 하면서 “북조선이 비핵화를 결심하였음을 보여주는 유의미하고 검증가능한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조미협상이 재개되지 않고 내년으로 넘어가면) 북조선이 도발로 회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것은 북조선에게 커다란 실수로, 기회상실로 될 것이다. 하지만 외교적 기회의 창문은 아직 열려있다”고 말했다. 


4. 긴박했던 2012년 상황에 대한 기억

사람들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과거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이를테면, 2012년 8월 이후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에 조성되었던 극도로 긴박하고 첨예한 대결상황이 2020년에 조성될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조짐에 머물러있지만, 그것은 미국과 한국에게 매우 치명적이고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한국에게 다가오는 치명적이고 불길한 조짐이 과연 어떤 것인지 예측하려면,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2년에 겪었던 경험을 기억 속에서 불러내야 한다. 그 기억은 다음과 같다. 

2012년 2월 17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정례언론설명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그런 전제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점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 국무부 대변인이 단언한,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조미협상을 재개하려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조선의 요구였다. 

아닌 게 아니라, 조선은 2012년 1월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기본 장애물인 미제침략군을 남조선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밝혔고,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려야 조미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을 2012년 내내 거듭했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이 조미협상을 시작하는 전제조건으로 제기한 철군문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조선이 2012년 새해 첫날부터 철군문제를 협상조건으로 제기한 것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과 김정은시대 원년을 동시에 맞이한 바로 그 해에 “남조선에서 미제침략군을 철거하여 조국통일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런데 2012년에 집권 마지막 해를 맞은 오바마 행정부는 조미협상을 시작하려면 철군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조선의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는 무대 위에서는 협상의 문을 닫아놓고, 무대 뒤에서는 비공개협상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조선은 오바마 행정부가 조심스럽게 두드린 비공개협상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되어 2012년 4월과 8월 평양에서 조미비공개협상이 진행되었다. <동아일보> 2012년 1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미공군 수송기 한 대가 2012년 8월 17일 괌에서 이륙하여 서해항로를 거쳐 평양으로 들어갔고, 나흘 동안 평양에 머무르다가 20일 평양을 떠났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평양에서 3박4일 동안 조미비공개협상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이 비공개협상은 2012년 4월 7일 평양에서 진행된 비공개협상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2012년 4월과 8월 조선과 미국이 평양에서 진행한 두 차례의 비공개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결렬되었다. 그렇게 된 까닭은 미국이 조선의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 비공개협상에서 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요구는 2012년 8월 31일 조선외무성이 발표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은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의 기본장애’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망록에서 조선외무성은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핵문제 해결의 선결조건이라고 언명하였다.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려야 조미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7년 전이나 오늘이나 조선이 변함없이 견지하는 비타협적인 원칙인 것이다.  

위에 서술된 것처럼, 조선이 7년 전이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의 대미정책에서 대조선적대정책 폐기와 주한미국군 철수는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뜻을 가진 동의어다. 그래서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2012년 9월 7일 담화에서 “미군의 남조선강점은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최대의 표현”이라고 하면서, 미국이 “남조선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면 우리의 전면전쟁맛을 한번 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였다. 조선의 견지에서 바라보면,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침략무력배치, 핵공갈, 전쟁연습, 경제제재, 인권공세, 정권전복공작, 모략선전 등으로 전개되는데, 그 가운데서도 침공무력배치야말로 가장 중대한 적대행위로 보이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전면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조선외무성의 대미위협발언은 말로 그친 것이 아니었다. 2012년 4월과 8월에 진행된 조미비공개협상이 미국의 오판과 오만으로 결렬된 직후, 조선은 ‘새로운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두드린 비공개협상의 문을 열어준 것으로 하여 어렵사리 성사되었던 비공개협상이 결렬된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조선이 미국과 벌인 정치군사적 대결에서 일관되게 견지해온 불퇴전의 의지이며 단호한 행동이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비공개협상이 결렬된 직후 조선이 택한 ‘새로운 길’은 무력통일이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8월 25일 동부전선에서 고위급 군사지휘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선군절 경축연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지금 이 시각 나의 명령을 받은 영용한 인민군 장병들은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의 무모한 전쟁도발책동에 대처하여 전투진지를 차지하고 적들과의 판가리결전을 위한 최후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고 언명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면서 '준전시상태 선포시기'와 '전시 선포시기'를 새로 명시하였다. 2012년 9월 조선은 우발적인 무력충돌 - 준전시상태 선포 - 조국통일대전으로 이어지는 무력통일준비를 완료하였다. 조선의 무력통일은 72시간 초단기속결전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

평양에서 진행된 두 번째 조미비공개협상이 결렬되었던 2012년 8월 20일 이후 조선은 조국통일대전을 개시할 만반의 준비를 완료해놓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총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당시 시시각각 고조되고 있었던 급박한 상황을 돌이켜보면 다음과 같다. 

(1)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8월 25일 동부전선에서 고위급 군사지휘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선군절 경축연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나는 이미 서남전선의 최전방부대들에 나가 적들의 무분별한 추태를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살피며 만약 적들이 신성한 우리 령토와 령해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 반타격을 안기고 전군이 산악같이 일떠서 조국통일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 반공격전에로 이행할 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수표하였습니다. 지금 이 시각 나의 명령을 받은 영용한 인민군 장병들은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의 무모한 전쟁도발책동에 대처하여 전투진지를 차지하고 적들과의 판가리결전을 위한 최후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 <동아일보> 2013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9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04년 4월에 제정된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면서 ‘전시선포시기’라는 새로운 항목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전시사업세칙’은 당과 군대와 인민의 역량을 조국통일대전에로 총동원하는 전시행동지침을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위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선이 ‘전시사업세칙’에 새로운 항목으로 들여놓은 ‘전시선포시기’는 “미국과 남조선의 침략전쟁의도가 확정되거나 공화국 북반부에 무력침공을 했을 때”, 또는 “남조선 애국력량의 지원요구가 있거나 국내외에서 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마련되었을 때”, 또는 “미국과 남조선이 국부지역에서 일으킨 군사적 도발행위가 확대될 때”로 규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개정된 ‘전시사업세칙’에 따르면, 조선은 “적대세력들이 조선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였을 때”, 또는 “미국과 남조선이 전선과 해상에서 군사도발을 감행하였을 때”, 또는 “적대세력들이 조선의 최고 리익을 침해하는 도발을 감행하였을 때” 준전시상태를 선포한다고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3) 미국의 선전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 2012년 3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민군 군관들과 병사들은 영어문장 100개를 암기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암기하는 영어문장들 가운데는 ‘손 들엇(hands up)’, ‘움직이면 쏜다(Don’t move, you will be shot)’ 같은 문장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2012년에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여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이 주한미국군기지를 공격하는 습격전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위에 열거된 사실들은 2012년 8월 이후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격화되고 있었던 대결이 준전시상태로 옮겨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고, 준전시상태에서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명백하게도, 2012년 9월 이후 조선은 우발적 무력충돌→준전시상태 선포→조국통일대전으로 이어지는 무력통일준비를 완료하였던 것이다. 

나는 2012년 9월 3일부터 2015년 7월 31일까지 기간에 조선의 무력통일준비태세를 분석하면서 조국통일대전이 72시간 단기속결전씨나리오에 따라 수행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글 여섯 편을 <통일뉴스>, <자주민보>, <자주시보>에 각각 발표하였는데, 2017년 7월 31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에서는 조선의 핵무력이 고도화된 것으로 하여 72시간 단기속결전씨나리오를 12시간 초단기속결전씨나리오로 수정, 보완하였다. 


5. 2012년 상황이 재연되는가?

사람들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2012년에 펼쳐졌던 상황과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오늘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 서로 같다는 사실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7년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동일한 현상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2012년 조선이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 철회를 조미협상의 전제조건으로 강하게 요구한 것과 똑같이 오늘 조선은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 폐기를 조미협상재개의 전제조건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 2012년 4월과 8월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비공개협상이 미국의 오판과 오만으로 결렬되었던 것과 똑같이 2019년 10월 5일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협상도 미국의 오판과 오만으로 결렬되고 말았다. 2012년에 조미협상과 남북대화가 모두 막히고 대결분위기가 조성되었던 것과 똑같이 오늘도 조미협상과 남북대화가 모두 막혀버렸다. 만일 미국이 오판과 오만에 빠져 2019년 말로 예정된 조미협상재개시한을 넘기면, 조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첨예한 대결상태에 빠져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3) 2012년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최전방 전투부대들을 돌아보면서 전투준비태세를 검열하였던 것과 똑같이 오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을 돌아보면서 전투준비상태를 검열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1월 15일 조선인민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서 항공군의 전투준비태세를 검열하였고, 11월 17일에는 항공륙전려단의 강하훈련에서 특수작전부대의 전투준비태세를 검열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2016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당시 퇴임을 앞두고 있었던 오바마로부터 2012년 긴박했던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선 기간 중에 자기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겠노라고 언명하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 그 언명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조미전쟁위험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우물쭈물하다가 시간만 허비하였고, 조미협상재개시한이 눈앞에 다가오자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아니면 조미군사대결이 재발되는 상황으로 떠밀려갈 것인가 하는 전략적 양자택일의 곤경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각료들은 2012년에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날 뻔했던 긴박한 상황을 기억하고 있을까? 2012년은 그들이 집권하기 4년 전이므로, 그들은 당시 긴박했던 위기상황을 경험하지 못했다. 비록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에 전임 대통령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2012년 상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2016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당시 퇴임을 앞두고 있었던 오바마를 백악관에서 여러 차례 만났는데, 그 회동에서 오바마로부터 2012년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트럼프는 자기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더라면 조미전쟁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몇 차례 거듭했다. 대선 기간 중에 자기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겠노라고 언명하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 그 언명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조미전쟁의 위험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우물쭈물하다가 시간만 허비하였고, 조미협상재개시한이 눈앞에 다가오자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2012년 상황을 알지 못하는 각료들은 조미협상재개시한이 다가와도 무덤덤하지만, 2012년 상황을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곤경에 빠졌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아니면 조미핵대결이 재발되는 상황으로 떠밀려갈 것인가 하는 전략적 양자택일의 곤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곤경에 빠져 고심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가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할 제3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의하는 자신의 친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면 모든 문제는 풀릴 것이다.

2019/11/19

문은 네 개인데, 두 개만 열린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71)
자주시보 2019년 11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평화파괴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2. 50억 달러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3. 감군의 문은 열린다
4. 협상재개의 문은 열린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조미관계와 한미관계에서 몇 가지 묘한 현상들이 복잡하게 뒤엉킨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묘한 현상들은 정치군사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군사적 변화라는 것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한반도의 정치군사상황을 짓눌러온 낡은 정전체제를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나는 이 글에서 낡은 정전체제를 변화시킬 그 묘한 현상들을 문에 비유하여 설명하려고 한다. 비유 속에 나오는 그 문들의 이름을 열거하면, 한미연합공군훈련,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 주한미국군감축, 조미협상이다. 

그런데 저급한 분석력밖에 갖지 못한 언론매체들은 그 네 개의 문이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그 네 개의 문은 내적 연관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그 네 개의 문이 모두 정전체제와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그 네 개의 문이 모두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 어느 문은 열릴 것이고, 어느 문은 끝내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문이 열리고, 어느 문이 끝내 열리지 않는지를 예견하는 것이야말로 묘한 현상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길이다.    

1. 평화파괴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2019년 11월 14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38노스>에 실린 위성사진분석기사에 따르면, 서방측 상업위성이 2019년 11월 11일 강원도 원산 인근 원산갈마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미그-15 전투기 6대, 미그-17 전투기 4대, 쑤호이-25 지상공격기 14대, 미그-29 전투기 6대, 일류신-28 폭격기 6대가 주기장에 늘어서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틀 뒤, 그 주기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미그-15 전투기 5대, 미그-17 전투기 4대가 추가로 주기되어 있는 모습이 나타났고, 미그-21 전투기 13대, 휴즈-500 무장헬기 8대, 밀미(Mil Mi)-14 수송헬기 6대, 안드봐(An-2) 저고도침투기 8대가 주기되어 있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한다. 나중에 보도사진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당시 미그-23 전투기들도 원산갈마비행장 주기장에 날개를 서로 맞대고 늘어서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당시 원산갈마비행장 주기장에는 각종 작전기종 85대가 집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황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거의 모든 작전기종들이 원산갈마비행장에 총집결되었음을 말해준다. 

2019년 11월 16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그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원래는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진행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조선인민군 항공군 각종 작전기 85대가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한 것은, 2019년 11월 13일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에 따르면, “우리의 자주권과 안전환경을 위협하는 물리적 움직임(한미연합공군훈련을 뜻함-옮긴이)”을 “강력하게 제압하기 위한 응전태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응전태세라는 말은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진행한다는 뜻이 아니라, 동해 상공에 출격하여 실탄을 사용하는 대규모 실전연습을 진행한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동해 상공에서 실탄을 사용하는 대규모 실전연습을 계획한 까닭은 미국 국방부가 한미연합공군훈련을 강행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5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라는 작전명칭의 기존 한미연합공군훈련을 대체하는 “연합항공훈련행사(Combined Flying Training Event)”를 11월 중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공군과 주한미공군은 11월 18일부터 각자 항공훈련을 진행하다가 막바지에 연합공군훈련을 진행하려고 준비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2018년 10월 19일 미국 국방부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협상분위기를 고려하여 이제껏 연례적으로 진행해오던 한미연합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취소한다고 발표하였고, 그에 따라 2018년 가을에는 한미연합공군훈련이 진행되지 않았고, 한국 공군만 전투기 수 십 대를 동원하여 ‘전투준비태세종합훈련’을 진행하였었다.  

그래서 조선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한미연합공군훈련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2019년 11월 5일 미국 국방부가 한미연합공군훈련을 11월 중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으니, 조선이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조미협상분위기를 되살리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한대로 대북전쟁연습을 완전히, 영구히 중단해도 모자랄 판인데,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한 차례 중지하였던 대북전쟁연습을 이름만 바꿔 올해에 재개하겠다고 발표하였으니, 조선이 어찌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지난해 중지한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올해 11월 중에 재개하겠다는 미국 국방부의 공식발표가 나온 때로부터 몇 시간 뒤인 2019년 11월 6일 권정근 조선외무성 순회대사가 담화를 발표하였다. 담화에서 그는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결렬된지 한 달 만에 미국이 련합공중훈련계획을 발표한 것은 우리에 대한 대결선언”이고, “미국의 무분별한 군사적 광기는 점점 꺼져가고 있는 조미대화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대결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극히 도발적이고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19년 11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전용기 '참매-1호'가 미그-29 추격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원산갈마비행장 상공에서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가한 조선인민군 항공군 소속 각종 작전기 85대를 공중사열하는 장면이다. 그날 원산갈마비행장에서는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가 진행되었다.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는 사단장들과 여단장들이 전투기를 직접 몰고 참가하였다. 그래서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라는 명칭이 붙었다. 군사지휘관들이 병사들보다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는 것은 조선인민군의 오랜 전통이다. 아래쪽 사진은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가한 전투기들, 폭격기들, 저고도침투기들이 원산 앞바다의 무인도에 설치된 타격목표를 향해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비행술, 사격술, 폭격술을 연습하였다.     

그런 경고담화가 나온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에 출동명령을 내렸다. 출동명령에 따라 조선 각지의 공군기지들에서 이륙한 각종 작전기 85대가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한 각종 작전기들은 “최대무장을 적재”하였다는 것인데, 최대무장을 적재하였다는 말은 무기고에서 각종 폭탄과 로켓탄을 꺼내 기체에 가득 적재하고, 기체에 장착된 기관포에 기관포탄을 장전하여 공격준비를 완료했다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출동명령을 받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최대무장을 적재한 각종 작전기 85대를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시키고 있는 것을 위성감시망을 통해 알게 된 미국 국방부는 찔끔하여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2019년 11월 7일 윌리엄 번 미국군 합참 부참모장이 언론설명회에서 ‘비질런트 에이스’보다 축소된 규모로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가 언급한 훈련규모축소설은 사실이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공군과 주한미공군은 대대급 이하 규모로 축소한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진행하려고 준비하였다고 한다. 지난 시기에 진행되었던 ‘비질런트 에이스’라는 작전명칭의 한미연합공군훈련에 비하면, 대대급 이하 규모는 크게 축소된 연합공군훈련이다. 2017년 12월 4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비질런트 에이스’ 한미연합공군훈련에는 미국 공군측에서 F-22 스텔스전투기, F-35 스텔스전투기, F-16 전투기, F-15 전투기, F/A-18 함재기가 참가하였고, 한국 공군측에서 F-15K 전투기와 F-4 전폭기가 참가하였는데, 총 230대에 이르는 각종 작전기들이 총동원되었었다.   

그렇지만 올해 한미연합공군훈련이 대대급 이하 규모로 축소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조선의 방공망을 공중타격으로 파괴하기 위한 실전연습이기 때문에 조선을 심히 자극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조선은 찔끔하여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미국에게 더 강한 압박공세를 들이댔다. 조선인민군 항공군 소속 각종 작전기 85대가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하여 실전연습준비를 완료한 2019년 11월 13일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하는 것은, 최고령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를 전하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군사연습으로 하여 조선반도 정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예민한 시기에 미국은 자중하여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미국 공군이 한국 공군과 함께 조선을 자극하는 위험한 ‘불장난’을 하면, 조선인민군 항공군은 ‘불장난’을 압도하는 ‘맞불’을 놓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미연합공군훈련은 대대급 이하 규모로 준비되었는데, 그에 대응하는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실전연습은 각종 작전기 85대를 동원한 대규모로 준비되었다. 그러므로 만일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여 소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을 감행하였더라면,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대규모 실전연습에 완전히 압도당했을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대규모 실전연습으로 소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압도해버리겠다는 조선국무위원회의 엄중한 경고를 받고 나서 기가 꺾여 목을 움츠렸다.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 담화가 나온 직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일본 도꾜를 방문하고 서울을 향해 날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기자들에게 “외교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훈련태세를 조정하겠다”고 말했고, 2019년 11월 15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우리 훈련의 목적은 외교적인 노력을 강화하고 증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외교적인 노력이 진행되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우리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한미연합공군훈련을 개시하기 하루 전인 2019년 11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에서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연기한다”고 발표하였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연기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실제로는 조선이 압도적인 규모로 실전연습준비를 완료한 것을 보고 기가 꺾여 소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슬그머니 취소한 것이다. 오직 강한 물리력만이 제국의 횡포를 제압할 수 있다는 진리가 이번에도 현실로 입증되었다.

또한 에스퍼 국방장관은 정경두 국방장관과 상의하여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취소하였다고 말했지만, 그것도 거짓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취소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정경두 국방장관과 상의하여 취소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지시를 정경두 국방장관에게 통보해주었을 뿐이다. 이미 준비가 완료된 한미연합전쟁연습을 취소할 권한은 군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각종 작전기 85대가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한 가운데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이 ‘응전태세’를 취하겠다는 서슬 퍼런 경고담화를 발표하자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취소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에스퍼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지시에 따라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조선인민군 항공군도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한 각종 작전기들을 각기 공군기지들에 돌려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실전연습을 진행하려던 원래 계획을 변경하여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진행하도록 지시하였던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강행하려고 하였던 한미연합공군훈련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대규모 실전연습준비와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의 응전태세 경고담화로 취소되었다. 이처럼 극적으로 전개된 묘한 현상은 한반도 정전체제에 나 있는 네 개의 문 가운데 대북전쟁연습이라는 이름의 문이 열리지 않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평화파괴의 문이 영영 다시 열리지 않는 날, 정전체제는 무너지고 평화체제가 수립될 것이다. 


2. 50억 달러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2019년 10월 미국 출판가의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줄을 붙들고: 매티스 장관과 함께 트럼프의 펜타곤에서(Holding the Line: Inside Trump’s Pentagon with Secretary Mattis)’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그 책을 쓴 사람은 제임스 매티스가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그의 연설문 작성자이며 통신책임자로 근무했던, 미국 해군 항공대 전투비행사 출신 가이 스노드그래스(Guy Snodgrass)다. 그 책에 따르면, 2017년 7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해설모임에 참석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한국이 우리를 이용해먹는 주되는 대상(major abuser)”이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은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벗겨 먹는다”고 비하, 조롱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친미주의자들은 한미동맹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비난하고 비하하고 조롱한다. 그런 내막도 모르고 한미동맹을 찬양하는 멍텅구리 친미주의자들은 허망한 착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또한 그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 18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두 번째 해설모임에 참석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해외주둔미국군이 미국의 안보이익을 지켜준다는 각료의 설명을 듣는 순간, “그것은 손해 보는 거래야! 하지만 한국이 주한미국군을 위해 연간 600억 달러씩 낸다면 괜찮은 거래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위에 인용된 일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금계산에 밝은 부동산재벌답게 미국의 안보이익을 철저히 현금으로 계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냉철한 현금계산법이 그 무슨 ‘철통’ 같이 굳건하다는 한미동맹을 마구 뒤흔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9년 7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국무부가 제시한 새로운 현금계산법에 따라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에서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할 금액을 50억 달러(약 5조9,000억 원)으로 정했으며, 그 금액은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주한미국군유지비부담금을 600억 달러로 생각하였으나, 국무부의 설명을 듣고 그것을 50억 달러로 대폭 깎아주었기 때문에 앞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협상에서 한 푼도 깎아주지 말라고 미국측 협상대표에게 지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7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에게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50억 달러를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9년 10월 23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진행된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제2차 회의에 참석한 한국측 수석대표 정은보 협상대사와 미국측 수석대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이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2019년 7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에게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50억 달러를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정에 따라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박이 문재인 정부를 심히 괴롭히고 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50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실제로는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2월까지로 정해놓은 협상시한을 넘기면, 협상파탄을 구실로 삼아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략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게 주일미국군유지비 8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는데, 주일미국군이 주한미국군보다 약 2배 더 많으므로 그의 현금계산법에 따르면 일본에게 100억 달러를 요구해야 정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게는 20억 달러를 깎아주면서도, 한국에게는 한 푼도 깎아주지 않고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019년 7월 24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장관, 강경화 외교장관을 잇달아 만나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하였다. 그는 말로만 50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한 게 아니라, 50억 달러 명세서까지 전달했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략에 따라 2019년 11월 6일 국무부 소속 관료 네 사람이 한꺼번에 서울에 나타났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데이빗 스틸웰,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 마크 내퍼, 미국 방위비협상대표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 키이스 크라크가 그들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들이 서울에 나타나 문재인 정부에게 단순히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게 아니라 전략적 양자택일을 강요하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적 양자택일이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금계산법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계속주둔은 손익계산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내든지 아니면 주한미국군 철수를 감내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올해 안에 택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금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리 강박해도 연간 50억 달러를 미국에게 상납할 수 없는 매우 딱한 처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가 연간 50억 달러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50억 달러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50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강박하는 목적은 50억 달러를 뜯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50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실제로는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2월까지라고 정해놓은 협상시한을 넘기면, 협상파탄을 구실로 삼아 주한미국군을 감축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략이다.  


3. 감군의 문은 열린다

위에 인용된 스노드그래스의 책에 따르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첫해인 2017년부터 각료들에게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 있는지를 계속 물어보았다고 한다.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문화일보> 2019년 11월 6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에게 몰아닥친 탄핵국면과 2020년 재선여부를 문재인 정부가 지켜보면서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에서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끼고, 주한미국군 철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 2019년 11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드하트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 미국측 대표는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한국측 협상대표에게 전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2019년 1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 연방하원 군사위원장은 11월 13일 워싱턴에서 <동아일보> 특파원과 진행한 대담에서 요즈음 주한미국군 감축론이 워싱턴 정가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워싱턴 정가는 연방의회를 뜻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악관에서 거론되던 감군론이 요즈음에는 연방의회에서도 거론되고 있으니, 워싱턴에서 감군론이 확산되면서 감군조건이 잘 성숙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6,000명 감축을 압박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문재인 정부로부터 50억 달러를 뜯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 부담요구를 거부하는 것을 명분으로 하여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축규모를 6,000명으로 정한 까닭은 무엇인가?  

2015년 7월 2일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국군 제2보병사단 예하 3개 보병전투여단 가운데서 마지막으로 남은 제1기갑여단을 해체하여 순환배치군으로 전환하였다. 그로써 한국에 고정배치된 지상전투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9개월마다 전 세계 어디든지 출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이 한국에 순환배치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미국 본토에 있는 제1기갑사단 예하 제2기갑여단이 한국에 있는 제2보병사단 예하 제1기갑여단을 대신하여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되는 식이다. 

이처럼 주한미지상군이 미국 본토 지상군과 순환배치되는 것만이 아니라, 주한미공군도 미국 본토 공군과 순환배치되고, 주한미공병부대도 미국 본토 공병부대와 순환배치된다. 이렇게 순환배치되는 병력은 약 6,000명이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9년 11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제11차 유지비협상에서 미국측은 한국측에게 주한미국군 순환배치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여 총 50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였고,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에 미국군을 증파하는 비용도 문재인 정부가 부담하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계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부담하지 못할 것이므로, 미국군 6,000명을 한국에 순환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조달할 수 없게 되어 미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순환배치할 6,000명 병력을 한국에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주한미국군을 감축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순환배치될 6,000명 병력을 보내지 않으면, 주한미국군이 자동적으로 감축되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10월 한국에 순환배치되는 미국군 기갑여단의 보병전투차량들이 부산항 부두에 하역된 장면이다. 2015년 7월 이후 한국에는 고정배치된 지상전투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미국 본토에 주둔하는 지상전투부대와 9개월마다 순환배치되는 지상전투부대만 존재한다. 이 순환배치군은 미국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면 전 세계 어디든지 출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이다. 이처럼 주한미지상군이 미국 본토 지상군과 순환배치되는 것만이 아니라, 주한미공군도 미국 본토 공군과 순환배치되고, 주한미공병부대도 미국 본토 공병부대와 순환배치된다. 이렇게 순환배치되는 병력은 약 6,0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되는 미국 본토 병력 6,000명을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부담하지 못할 것이므로, 한미연합전쟁연습에 미국군을 증파하는 비용을 조달할 수 없게 되어 한미연합군의 대북전쟁연습을 취소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교묘한 계략을 쓰고 있는 판이므로, 문재인 정부가 유지비협상에서 시간을 끄는 지연전술을 펼쳐도 소용이 없고, 50억 달러를 좀 깎아주면 부담하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유지비협상은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게 아니라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고, 한미연합군의 대북전쟁연습을 취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몇몇 정세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국익우선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설익은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답변으로는 주한미국군 감축이 미국의 안보이익에 어떻게 결부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이 문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답변을 얻어낼 수 있다.  

(1) 지난 시기 주한미국군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의 자동참전을 보장해줄 ‘인계철선(trip wire)’으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았었다. 그러나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막강한 핵공격력을 보유하게 된 2017년 11월 이후 주한미국군은 ‘인계철선’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하였다. 왜냐하면,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의 핵공격위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에게 닥칠 급선무는 미국군 증원부대를 한반도 전선에 급파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를 조선의 핵공격위험으로부터 방어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안보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물론 미국은 자국 본토를 조선의 핵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능력을 갖지 못했다. 아직 실전에서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미사일방어망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으로부터 방어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본토의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미국의 안보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 시기 미국이 추구하는 가장 중대한 안보이익은 미국 본토 전역이 핵공격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인데,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의 핵공격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국에서 ‘인계철선(주한미국군)’을 철거하여야 하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고, 더 나아가서 전쟁위험을 조성하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교체해야 한다. ‘인계철선’을 하루빨리 철거하는 게 미국에게 이익이다.  

(2) 조선의 핵무력이 차츰 고도화되면서, 주한미국군은 그나마 남아있던 작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오합지졸로 전락하고 말았다. 주한미국군이 자랑하는 기갑무력이나 항공무력은 조선의 기습적인 전술핵타격 앞에서 무용지물로 되었다. 예컨대, 조선인민군이 정밀사격기능을 가진 600mm 핵방사포를 실전배치하면, 평택기지에 집결된 주한미국군은 조선인민군이 전술핵탄을 장착하여 기습사격하는 600mm 핵방사포탄을 막지 못해 순식간에 전멸할 수밖에 없다. 가련한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전멸위험을 안고 있는 주한미국군은 하루빨리 철수하는 게 미국에게 이익이다.

(3) 지난 시기 주한미국군은 중국을 견제하는 ‘전초부대’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중국이 해군력과 공군력을 대폭 강화하여 태평양으로 진출하고 있는 오늘, 주한미국군은 대중전초부대로서의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하였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려면 해군과 공군을 중심으로 편제된 주일미국군을 동원해야 하고, 육군을 중심으로 편제된 주한미국군을 동원할 필요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제7공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제7공군은 일본에 주둔하는 제5공군에 부속되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갖지 못한다. 작전능력을 잃어버리고 불능화된 주한미국군은 하루빨리 철수하는 게 미국에게 이익이다. 


4. 협상재개의 문은 열린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이미 합의된 것인데, 조선과 미국은 그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방법론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여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기 시작하는 것에 상응하여 미국은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선언 또는 종전선언을 채택하고,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였을 때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주장을 꺼내놓았다. 

그러나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려면 3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에 상응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평화협정체결을 30년 뒤로 미루겠다는 해괴한 주장이고, 이것은 사실상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그런 헛소리를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조선의 요구를 올해 2019년 말까지 받아들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한부 통첩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협상시한이 다가오는 데도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평화협정에 주한미국군 철수문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선언이나 종전선언에는 주한미국군 철수문제가 들어가지 않지만, 평화협정에는 주한미국군 철수문제가 반드시 명기된다. 2019년 2월 12일 로벗 에이브럼스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주한미국군이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평화협정은 사실상 철군협정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군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주한미국군을 6,000명만 감축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국군 28,500명 전원을 3단계에 걸쳐 철수하려는 것인데, 우선 1단계로 6,000명을 감축하려는 것이다. 

그는 철군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얼마 전 수리아 점령 미국군을 철수한 사례가 보여주듯이 점령지에서 철군하는 경우 철군을 반대하는 정적들로부터 드센 공세를 받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민주당의 탄핵공세를 받으며 곤경에 빠진 그가 철군반대공세까지 추가로 받으면, 버티기 힘들지 모른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빠졌다. <사진 4>

▲ <사진 4> 요즈음 트럼프 대통령은 곤경에 빠졌다. 그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협상시한이 다가오는 데도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가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평화협정에 주한미국군 철수문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철군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철군결정을 내리는 경우 철군을 반대하는 정적들로부터 드센 공세를 받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민주당의 탄핵공세을 받아 곤경에 빠진 그가 철군반대공세까지 추가로 받으면, 버티기 힘들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빠졌다. 하지만 그가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있다.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평화협정체결요구에 호응하여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는 한편,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잠정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그처럼 아주 간단하므로, 이제 그의 결심만 남은 셈이다. 2019년 11월 17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트위터 메시지에서 곧 만나겠다고 썼다. 곤경에서 빠져나올 결심을 하였을까?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있다.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평화협정체결요구에 호응하여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는 한편,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잠정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해결책을 제시하면, 올해 12월 말 협상시한을 넘겨도 조미협상이 파탄되는 것은 아니며, 내년에 조미협상을 계속 이어갈 여지가 생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는 의사를 가졌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잠정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하면서, 미국 국방부에게 6,000명 감축명령을 내리면 될 것이다. 해결책은 그처럼 아주 간단하므로, 이제 그의 결심만 남은 셈이다.  

2019년 11월 17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트위터 메시지에서 “위원장님, (중략) 당신은 신속히 행동하여 협상을 끝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을 곧 만나겠습니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곤경에서 빠져나올 결심을 하였을까?

2019/11/05

핵방사포의 출현과 그것의 정치적 함의

[한호석의 개벽예감](370)
자주시보 2019년 11월 0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3세대 국방과학자들이 개발한 초강력 방사포
2. 시험사격에서 나타난 방사포의 특징들
3. 사격정확도 높은 방사포를 개발한 이유
4. 해답의 열쇠는 사격시차에 들어있다
5. 5세대 극소형 전술핵탄 탑재될 핵방사포


1. 3세대 국방과학자들이 개발한 초강력 방사포

2019년 10월 31일 한국군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당일 오후 4시 35분경과 38분경 평안남도 순천에서 동해 상공으로 발사체 2발이 발사되었다고 한다. 올해 들어 조선에서는 각종 미사일과 방사포를 이미 11차례나 쏘는 시험사격이 연속 진행되어왔고, 그날에는 12번째 시험사격이 진행되었다.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12번째 시험사격에 대해서도 이전에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여러 성능지표들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거나 낮게 평가하였다. 하지만 진실은 시간이 좀 늦어지더라도 세상에 알려지기 마련이다. 

한국군 합참본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 10월 31일 조선에서 발사된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370km, 비행고도는 약 90km인 것으로 탐지되었다고 한다. 지난 8월 24일 조선에서 발사된 초대형 방사포의 비행거리는 약 380km, 비행고도는 약 97km로 탐지되었고, 지난 9월 10일에 발사된 초대형 방사포의 비행거리는 약 330km, 비행고도는 약 50~60km로 탐지되었다. 이런 사실을 보면, 지난 10월 31일 조선에서 초대형 방사포 제3차 시험사격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8월 25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월 24일 초대형 방사포 제1차 시험사격을 현지에서 지도하면서 “정말 대단한 무기라고, 우리의 젊은 국방과학자들이 한번 본적도 없는 무기체계를 순전히 자기 머리로 착상하고 설계하여 단번에 성공시켰는데 총명하다고, 큰일을 해냈다고 높이 평가”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높이 평가한 것처럼, 조선의 젊은 국방과학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대형 방사포를 자력으로 연구, 개발, 완성하였다. 초대형 방사포를 만들어낸 조선의 젊은 국방과학자들은 누구일까? 

2013년 6월 4일 나는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장전시실을 참관하면서 조선에서 생산된 각종 방사포들을 살펴보았는데, 조선이 1968년에 자체로 개발한 첫 방사포가 200mm 4관 방사포였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고, 조선이 각종 방사포를 개발해온 역사가 장장 50년에 이른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조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각종 방사포를 개발해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올해 초대형 방사포를 만들어낸 그들은 조선국방과학원에서 근무하는 3세대 국방과학자들인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국방과학원은 올해 두 종의 신형 방사포를 각각 성공적으로 시험사격하였다. 조선국방과학원이 지난 7월 31일에 시험사격한 것은 새로 개발한 대구경조종방사포이고, 지난 8월 24일에 시험사격한 것은 새로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다. 조선의 언론보도를 읽어보면, 대구경조종방사포는 조선국방과학원 2세대 국방과학자들이 개발한 것이고, 초대형 방사포는 조선국방과학원 3세대 국방과학자들이 개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올해 개발된 대구경조종방사포는 400mm 6관 방사포이고, 올해 개발된 초대형 방사포는 600mm 4관 방사포다. 조선은 2014년에 300mm 8관 방사포를 실전배치하였는데, 그로부터 5년 뒤 300mm 방사포보다 구경이 2배 더 큰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만들어냈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조선국방과학원이 비약적인 속도로 신형 방사포를 개발해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10월 31일 조선국방과학원이 진행한 600mm 방사포 제3차 시험사격의 한 장면이다. 조선국방과학원은 그날 오후 4시 35분과 38분에 평안남도 순천비행장에서 동해 상공으로 600mm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쏘았다. 비행거리는 약 370km, 비행고도는 약 90km였다. 조선은 2014년에 300mm 8관 방사포를 실전배치하였는데, 그로부터 5년 뒤 300mm 방사포보다 구경이 2배 큰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만들어냈다. 초대형 방사포는 방사포와 미사일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그래서 어떤 군사전문가는 초대형 방사포를 미사일로 분류하기도 한다. 600mm급 초대형 방사포를 개발한 나라는 세계에서 조선과 미국밖에 없다.     

2013년 6월 4일 내가 참관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장전시실에는 지난 시기 조선이 자체로 개발한 8종의 방사포들이 전시되었는데, 거기에 더하여 올해 2종의 신형 방사포가 더 개발되었으니 조선은 모두 10종의 방사포를 보유한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조선이 자체로 개발해온 10종의 방사포를 개발시기순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968년식 200mm 4관 방사포
1973년식 122mm 30관 방사포
1973년식 122mm 40관 방사포
1984년식 240mm 12관 방사포
1984년식 240mm 18관 방사포
1990년식 122mm 40관 방사포
1990년식 240mm 22관 방사포
2013년식 300mm 8관 방사포
2019년식 400mm 6관 방사포
2019년식 600mm 4관 방사포

위에 열거한 10종의 방사포들 가운데 300mm 8관 방사포, 400mm 6관 방사포, 600mm 4관 방사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개발된 대구경 방사포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방사포개발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국방과학원이 올해 개발한 400mm 6관 방사포와 600mm 4관 방사포는, 2016년 5월에 개최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가 제시한 무력건설포병현대화 전략적 방침에 따라” 개발된 초강력한 방사포들이다. 400mm 6관 방사포는 구경이 300mm에서 400mm로 커진 것은 물론이고 저고도수평비행능력, 변칙비행능력, 정밀타격능력을 두루 갖춘 초강력한 방사포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미사일방어체계도 조선이 개발한 400mm 6관 방사포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한다. 400mm급 대구경 방사포를 보유한 나라는 세계에서 조선, 중국, 파키스탄이다. 그런데 파키스탄이 보유한 400mm 방사포는 발사관이 4문인데, 조선이 올해 개발한 400mm 방사포와 중국이 보유한 406mm 방사포는 발사관이 각각 6문씩이다.    

그러면 조선국방과학원 3세대 국방과학자들이 개발한 600mm 4관 방사포는 얼마나 더 위력적인 무기인가?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방사포는 “거대한 전투적 위력”을 가진 무기라고 한다. 600mm 초대형 방사포가 출현한 것으로 하여 방사포와 미사일의 경계가 무너졌다. 그래서 어떤 군사전문가들은 대구경 방사포를 단거리미사일로 분류하기도 한다. 600mm급 초대형 방사포를 보유한 나라는 세계에서 조선과 미국뿐이다. 미국이 보유한 610mm 방사포는 발사관이 2문인데, 조선이 개발한 600mm 방사포는 발사관이 4문이다. 

이렇게 비교하면, 조선의 대구경 방사포 및 초대형 방사포가 다른 나라의 대구경 방사포 및 초대형 방사포에 비해 발사관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발사관이 많을수록 파괴력은 더 강해진다. 그래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이번에 개발된 600mm 방사포를 가리켜 “세계적인 최강의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 또는 “세상에 없는 주체병기”라고 했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8대 방사포강국의 각종 방사포들을 구경이 큰 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나라이름

명칭
포탄지름
발사관
탄두중량
사거리

조선


300mm
방사포

300mm
8
미상
200km

로씨야

9M542
토르나도
300mm
6
280kg
90km

벨라루쓰

폴로네즈
300mm
8
480kg
200km

이스라엘

엑스트라
306mm
8
120kg
150km

이란

파즈르-5
333mm
4
175kg
75km

조선

400mm
방사포
400mm
6
미상
200km

중국

웨이쉬-3
406mm
6
200kg
200km

파키스탄

나스르
400mm
4
400kg
70km

미국

MGM-140
에이태킴스
610mm
2
230kg
300km

조선


600mm 방사포

600mm
4
미상
400km 이상


     
2. 시험사격에서 나타난 방사포의 특징들

방사포의 첫 번째 특징은 빠른 기동력에 있다. 방사포는 구조가 간단하고, 가벼워서 고속기동전에 아주 적합하다. 방사포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에 탑재된 것으로 하여 고속기동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고속기동전을 중시하는 조선인민군은 모든 타격수단들에 엔진과 바퀴를 달아놓고, 전시에 매우 빠른 속도로 진격할 준비를 갖추었다. 이것은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한미연합군을 고속기동전으로 제압하여 전쟁을 72시간 만에 끝내고 전쟁피해를 극력 줄이려는 초단기속결전략에 따라 각종 신속공격무기체계들을 집중적으로 실전배치하였음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국방과학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에 따라 초강력한 방사포를 개발하는 사업에 힘을 집중해온 까닭을 알 수 있다.

2019년 8월 2일 새벽에 진행된 400mm 방사포 시험사격을 현지에서 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포차의 전투전개시간을 측정하시며 대구경조종방사포체계의 운영방식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에 나타난 정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사포병들에게 사격명령을 내리고, 그들이 방사포를 사격지점까지 이동시켜 사격준비를 마친 시간을 직접 측정하였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사포의 작전기동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포차라는 것은 무엇인가? 남측에서는 발사차량이라는 말로 통칭하지만, 북측에서는 방사포를 탑재한 차량을 포차라고 부르고,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차량을 발사대차로 부르면서 양자를 구분한다. 포차에 실린 포대와 발사대차에 실린 발사대는 다른 것이므로, 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방사포를 탑재한 각종 포차들 가운데는 바퀴가 달린 포차도 있고, 무한궤도가 달린 포차도 있다. 방사포를 탑재한 조선의 포차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을까? 조선에서 그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으므로, 다른 나라의 포차들과 비교하면서 추산하는 수밖에 없다. 

로씨야련방군이 운용하는 9A52-4 토르나도 방사포를 탑재한 자국산 4축8륜 KAMAZ-740 포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90km다. 중국인민해방군이 운용하는 웨이쉬-3 방사포를 탑재한 자국산 4축8륜 TAS 포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80km다. 이란혁명수비군이 운용하는 파즈르-5 방사포를 탑재한 도이췰란드산 3축6륜 머씨디즈-벤즈 2631 포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90km다. 

조선이 생산한 각종 포차들 가운데는 300mm 방사포를 탑재한 3축6륜 포차도 있고, 600mm 방사포를 탑재한 4축8륜 포차도 있다. 로씨야련방군, 중국인민해방군, 이란혁명수비군이 각각 운용하는 포차들과 비교하면, 조선에서 생산된 300mm 방사포를 탑재한 3축6륜 포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90km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고, 600mm 방사포를 탑재한 4축8륜 포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80km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조선국방과학원이 2019년 9월 10일 평안남도 개천비행장에서 진행한 600mm 방사포 제2차 시험사격에 나온 4축8륜 포차를 촬영한 것이다. 조선에서 새로 만든 포차다. 이 4축8륜 포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80km인 것으로 보인다. 붉은 마개뚜껑이 닫긴 600mm 발사관 4문이 실려있다. 방사포는 구조가 간단하고, 가벼워서 고속기동전에 아주 적합하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한미연합군을 고속기동전으로 제압하여 전쟁을 72시간 만에 끝내고 전쟁피해를 극력 줄이려는 초단기속결전략에 따라 방사포를 비롯한 각종 신속공격무기체계들을 집중적으로 실전배치하였다.     

조선이 생산한 각종 포차들 가운데 400mm 방사포를 탑재한 포차는 무한궤도가 달린 포차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에 나타난 것을 보면, 그 무한궤도 포차는 앞쪽에 향도바퀴 1개, 중간에 지탱바퀴 8개, 뒤쪽에 추동바퀴 1개가 달렸는데, 최고속도는 시속 60km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각종 전차의 최고속도가 시속 60km다. 

400mm 방사포를 탑재한 조선의 무한궤도 포차는 전시에 미국 정찰위성을 피해 산속에 들어가 자신을 은폐할 수도 있고, 전시에 파괴된 잔해들이 널린 도로에서도 기동할 수 있으며, 수심이 얕은 하천에서 도하장비가 없이 수중도하를 할 수 있다. 

방사포의 두 번째 특징은 연발사격에 있다. 연발식 방사포는 짧은 시간에 여러 발을 사격할 수 있으므로, 기습타격전과 연속타격전에 아주 적합하다. 연발식 방사포는 단발식 탄도미사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한다. 연발사격이야말로 방사포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한다.  

2019년 9월 11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10일 600mm 방사포 제2차 시험사격을 현지에서 지도하면서 “앞으로 방사포의 위력상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되는 련발사격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시였다”고 한다. 그런 평가에 따라 2019년 10월 31일에 진행된 600mm 방사포 제3차 시험사격은 포탄 2발을 3분 간격으로 한 발씩 쏜 연발사격시험이었다. 그에 비해, 지난 8월 24일에 진행된 600mm 방사포 제1차 시험사격에서는 포탄 2발을 15분 간격으로 쏘았고, 지난 9월 10일에 진행된 600mm 방사포 제2차 시험사격에서는 포탄 2발을 19분 간격으로 쏘았다. 600mm 방사포 제3차 시험사격에서 연발사격성능이 검증되었다. 3차에 걸친 시험사격에서 600mm 방사포의 각종 성능이 전반적으로 검증되었으므로, 앞으로 시험사격은 없을 것이다.  


3. 사격정확도 높은 방사포를 개발한 이유

방사포의 세 번째 특징은 밀집사격에 있다. 방사포는 포탄을 쏘아 목표물 한 개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포탄을 연속으로 쏘아 넓은 면적을 초토화한다. 재래식 화력으로 넓은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는 방사포밖에 없다. 방사포의 특징은 단발식 조준사격이 아니라 연발식 밀집사격에 있다. 

그런데 방사포의 특징이 밀집사격에 있다고 보는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 조선에서 벌어졌다. 2019년 9월 11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10일 600mm 방사포 제2차 시험사격을 현지에서 지도하면서 “초대형 방사포무기체계는 전투운영상 측면과 비행궤도특성, 정확도와 정밀유도기능이 최종검증되였다”고 평가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정확도는 사격정확도를 뜻한다. 정밀유도기능을 가져야 사격정확도가 높아지므로, 정밀유도기능을 가진 방사포는 자연히 사격정확도가 높아져 정밀사격기능을 갖게 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국방과학원이 이번에 개발한 600mm 초대형 방사포는 연발사격만이 아니라 조준사격도 할 수 있어서 사격정확도가 매우 높은 방사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방사포의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밀집사격이므로, 600mm 방사포는 사격정확도가 높지 않아도 되는데, 왜 사격정확도가 높은 방사포를 만든 것일까?  

한반도는 작전반경이 넓지 않기 때문에 군사시설이 비군사시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조선인민군이 전시에 비군사시설에 부수적 피해를 주지 않고 군사시설만 족집게식으로 선별하여 공격, 파괴하려면 사격정확도가 높은 무기를 가져야 한다. 예컨대,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기존 방사포는 밀집사격을 하는 무기이므로, 전시에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서울을 공격할 때 혹심한 부수적 피해가 일어나게 되어 도시공격에 섣불리 사용하기 힘들다. 그러나 조선국방과학원이 개발한 신형 방사포는 정밀유도기능을 가졌고, 조준사격을 할 수 있으므로, 전략거점들만 선별하여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고 정밀사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조선국방과학원이 2019년 8월 24일 함경남도 선덕비행장 활주로에서 600mm 방사포 제1차 시험사격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2019년 9월 10일 평안남도 개천비행장에서 진행한 제2차 시험사격에서 조준사격으로 쏜 600mm 방사포탄은 동북쪽으로 날아갔는데, 사격지점에서 330km 떨어진 곳에 있는 함경남도 화대군 무수단리 앞바다 알섬에 설치된 승용차 만한 표적을 정확히 맞췄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300~400km 밖에 있는 승용차를 600mm 방사포 조준련발사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의 1차 공격대상은 주한미국군의 전략거점들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전후방에 흩어져있던 주한미국군기지들을 통폐합하여 집결시킨 경기도 평택의 군사기지가 최우선 공격대상으로 될 것이다. 4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택미국군기지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건설한 해외군사기지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므로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평택미국군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전쟁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중대한 요인으로 된다. 

그런데 평택미국군기지에는 군사시설만이 아니라, 비군사시설도 있다. 이를테면, 주한미국군 가족들이 생활하는 거주구역이 있고, 주한미국군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5개소가 있고, 교회가 5개소가 있으며, 병원, 상가건물, 체육시설도 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평택미국군기지에 있는 비군사시설들과 기지 밖의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군사시설들만 선별하여 파괴하려면, 조준련발사격으로 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사용해야 한다. 정밀유도기능을 가진 기존 탄도미사일은 조준사격으로 쏠 수 있어도 연발사격으로 쏘지는 못하고, 밀집사격기능을 가진 기존 방사포는 연발사격으로 쏠 수 있어도 조준사격으로 쏘지는 못한다. 조준련발사격을 요구하는 군사작전방침에 따라 조선국방과학원이 개발한 신형 무기체계가 바로 400mm 대구경조종방사포와 600mm 초대형 방사포다. 이 신형 방사포들은 정밀사격기능을 지녔다. 이를테면, 300~400km 밖에 주차된 승용차를 조준사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2019년 9월 10일 조선국방과학원이 평안남도 개천비행장에서 진행한 시험사격에서 조준사격으로 쏜 600mm 방사포탄은 동북쪽으로 날아갔는데, 사격지점에서 330km 떨어진 곳에 있는 승용차만한 표적을 맞췄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방사포탄은 사격지점에서 330km 떨어진 함경남도 화대군 무수단리 앞바다에 있는 작은 암초인 알섬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600mm 방사포탄은 바로 그 암초에 설치된 승용차만한 표적에 명중한 것이다.   

군사시설과 비군사시설이 뒤섞인 방대한 군사기지를 경기도 평택에 건설해놓은 미국은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방사포 밀집사격으로 그 기지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조선인민군은 300~400km 밖에 있는 승용차를 조준련발사격으로 파괴할 수 있는 방사포를 보유하였으므로, 평택미국군기지는 더 이상 안전구역이 아니다. 조선이 이번에 새로 개발한 두 종의 신형 방사포로 평택미국군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조준련발사격능력을 검증한 것은 주한미국군에게 그 기지를 버리고 어서 이 땅을 떠나라는 무언의 압박인 것으로 생각된다.  


4. 해답의 열쇠는 사격시차에 들어있다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 2019년 10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국방과학원이 600mm 방사포 제3차 시험사격을 진행하였을 때, 일본 미사와공군기지에서 긴급대피경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미사와공군기지는 일본 혼슈 아오모리현 최북단 태평양쪽에 있다. 홋까이도에서 가까운 곳이다. 미사와공군기지에는 F-16 전투기를 운용하는 미공군 제35전투비행대가 주둔하고,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인근의 엘먼도프-리처드슨합동기지에 본부를 둔 미공군 제373정보-감시-정찰단 산하 미사와안전작전쎈터가 있으며, 일본항공자위대 산하 북부항공방위군 본부가 있다. 

2019년 10월 31일 조선국방과학원이 600mm 방사포 제3차 시험사격을 진행하였을 때 미사와공군기지에서 긴급대피경보가 발령된 까닭은, 미사와안전작전쎈터가 600mm 방사포탄이 자기들이 있는 미사와공군기지까지 날아오는 줄 알고 화들짝 놀랐기 때문이다. 순천비행장에서 미사와공군기지까지 직선거리는 1,320km다. 순천비행장에서 발사된 600mm 방사포탄이 조선의 내륙상공을 통과한 비행거리는 약 170km이고, 그 방사포탄이 동해 해상 탄착점까지 날아간 비행거리는 약 370km이므로, 동해 상공에서 날아간 비행거리는 약 200km다. 함경남도 함흥 인근 동해안에서 미사와공군기지까지 거리는 약 1,180km이므로, 미사와안전작전쎈터는 600mm 방사포탄이 미사와공군기지에서 약 1,000km 떨어진 동해 상공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긴급대피경보를 발령한 것이다. 미사와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주일미국군은 조선의 600mm 방사포 시험사격을 보고 겁에 질려 세인의 웃음거리로 되었다.    

조선국방과학원이 2019년 9월 10일 개천비행장에서 진행한 600mm 방사포 제2차 시험사격에서는 함경남도 화대군 무수단리 앞바다에 있는 작은 암초인 알섬을 향해 쏘았는데, 2019년 10월 31일 순천비행장에서 진행한 600mm 방사포 제3차 시험사격에서는 알섬이 아닌 동해 해상을 향해 쏘았다. 9월 10일에 600mm 방사포를 알섬을 향해 쏜 것은 그곳에 설치된 표적을 향해 조준사격을 하여 정밀사격기능을 검증한 것인데, 10월 31일에는 왜 알섬의 표적을 향해 쏘지 않고 먼바다로 쏜 것일까?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조선국방과학원이 2019년 9월 10일 평안남도 개천비행장에서 진행한 600mm 방사포 제2차 시험사격장면이다. 사격하는 순간 엄청난 화염과 연기와 후폭풍이 발생하였다. 600mm 방사포 제2차 시험사격은 알섬에 있는 고정표적을 향해 쏜 조준사격이었고, 제3차 시험사격은 동해 해수면 위에서 움직이는 이동표적을 향해 쏜 조준련발사격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국방과학원이 600mm 방사포 제3차 시험사격에서 조준련발사격으로 쏜 해상이동표적은 미국 항공모함이나 상륙공격함 같은 거함을 가상한 이동표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조선국방과학원이 개발한 600mm 방사포는 전시에 동해로 들어서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과 미국 해병대 상륙강습전단을 조준련발사격으로 격침시킬 무기다. 그래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600mm 방사포가 조선인민군의 핵심무기로 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던 것이다.     

이 물음을 푸는 해답의 열쇠는 사격시차에 들어있다. 지난 10월 31일 제3차 시험사격에서 600mm 방사포를 동해 먼바다로 쏜 것은 연발사격기능을 검증한 것인데, 제1탄을 쏜 때로부터 약 3분 뒤에 제2탄을 쏘았으니, 연발사격시차는 3분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기존 방사포의 연발사격시차는 대체로 30초 안팎인데, 이번에 600mm 방사포의 연발사격시차는 그보다 6배 더 길어졌다는 점이다. 조선국방과학원이 신형 무기를 개발하여 성능검증시험을 진행할 때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저평가하려고 애쓰는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600mm 방사포의 연발사격시차가 기존 방사포보다 6배 더 길어진 것을 두고 그 방사포의 연발사격기능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느니 뭐니 하면서 심중한 결함이 드러난 것처럼 웅성거렸다. 

그러나 그들은 600mm 방사포가 조준련발사격기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연발사격기능만 가진 것으로 잘못 알았다. 600mm 방사포의 연발사격시차가 기존 방사포보다 6배 더 길어진 까닭은, 동해 해상에서 움직이는 이동표적을 향해 조준련발사격으로 쏘았기 때문이다. 600mm 방사포 제2차 시험사격은 알섬에 있는 고정표적을 향해 쏜 조준사격이었고, 제3차 시험사격은 바다 위에서 움직이는 이동표적을 향해 쏜 조준련발사격이었다.

만일 600mm 방사포를 지상에 있는 고정표적을 향해 조준련발사격으로 쏘면 연발사격시차는 약 1분이지만, 바다 위에서 움직이는 이동표적을 향해 조준련발사격으로 쏘면 연발사격시차는 약 3분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무인전략정찰기가 탐지한 해상이동표적의 위치정보를 지상통제기지가 수신, 분석한 다음, 사격지점에서 대기하는 600mm 방사포에게 발신하기까지 2분 정도 더 걸리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600mm 방사포 제3차 시험사격에서 조준련발사격으로 쏜 표적이 항공모함이나 상륙강습함을 가상한 해상이동표적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조선국방과학원이 개발한 600mm 방사포가 전시에 동해로 들어서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과 미국 해병대 상륙강습전단을 조준련발사격으로 격침시킬 무기라는 점을 말해준다.     


5. 5세대 극소형 전술핵탄 탑재될 핵방사포

파키스탄군 전략군은 2019년 1월 24일 나스르 방사포 제1차 시험사격을 진행하였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월 31일에는 제2차 시험사격을 진행하였다. 파키스탄이 개발한 나스르 방사포는 포탄길이가 6m, 포탄지름이 400mm이며, 무게가 400kg인 탄두를 탑재하고 70km를 날아간다. 파키스탄의 방사포개발기술은 그리 높지 못해서, 사거리가 그처럼 짧은 방사포밖에 만들지 못한다. 나스르 방사포의 사거리는 원래 60km였는데, 사거리를 10km 더 늘려 2019년 1월에 두 차례 시험사격을 진행한 것이다. 조선이 개발한 40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300km인데, 파키스탄이 개발한 40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70km밖에 되지 않으니, 기술수준차이가 너무 크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파키스탄이 개발한 400mm 나스르 방사포의 전투부에 재래식 탄두만이 아니라 핵탄두도 탑재된다는 사실이다. 파키스탄이 개발한 400mm 나스르 방사포에 탑재되는 핵탄두는 지름이 300mm으로 소형화되고, 무게가 400kg으로 경량화되고, 폭발위력이 0.5~5킬로톤으로 감소된 전술핵탄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파키스탄이 자기의 핵탄제조기술을 소형화, 경량화된 전술핵탄을 만드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조선은 핵탄소형화기술을 20년 전에 파키스탄에 전수해주었다. 조선은 1999년에 조선을 비공개로 방문한 파키스탄 핵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평양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떨어진 어느 지하핵무기고로 안내하여 전술핵탄 실물 3발을 보여주면서 핵탄소형화기술을 가르쳐주었다. 지난 1990년대에 조선은 파키스탄에게 핵탄소형화기술만이 아니라 미사일제조기술도 전수하였다. 만일 조선이 그런 핵심기술을 전수하지 않았더라면, 파키스탄은 전술핵탄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고, 그것을 탑재하는 탄도미사일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통신사 <맥클랫취 뉴스페이퍼즈> 2008년 6월 4일 대담기사에서 칸 박사는 자신이 1999년에 조선을 방문하여 목격하였던 조선의 핵탄제조기술에 대해 말하는 중에 “그들은 뛰어난 기술(excellent technology)을 가졌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앞섰다(they are much more advanced than we are). 그들은 매우 정교한 설계(very sophisticated designs)을 가지고 있었다”고 회고하였다. <워싱턴포스트> 2008년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2006년 미국 중앙정보국이 칸 박사와 연계된 스위스 핵기술거래업자 티너에게서 압수한 핵탄설계도는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소형 핵탄을 만드는 설계도라고 하였는데, 바로 그 핵탄설계도가 칸 박사가 1999년에 조선에서 입수한 핵탄설계도의 복사본이다. 그 핵탄설계도를 보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조선이 파키스탄에게 제조기술을 전수한 핵탄은 탄체지름이 600mm이고, 뇌관 64개가 부착된 소형 전술핵탄이었다. 이 소형 전술핵탄은 2016년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한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통해 세상에 실물이 공개되었고, 2017년 12월 12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진행된 평양 4.25문화회관에 전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탄두를 살펴보는 영상문헌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6년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부문의 과학자 및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는 중에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 탑재하는 핵탄두 실물을 살펴보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핵탄두는 탄체지름이 600mm이고, 뇌관 64개가 부착된 소형 전술핵탄이다. 아래쪽 사진은 2017년 12월 12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진행된 평양 4.25문화회관에 전시된 영상문헌인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이 영상문헌에 나타난 핵탄두는 1999년 조선을 비공개로 방문한 파키스탄 핵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평양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떨어진 어느 지하핵무기고에서 직접 관찰한 소형 핵탄두와 같은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으므로, 오늘 조선은 탄체중량을 300kg으로 경량화하고, 폭발위력을 1킬로톤 이하로 감축한 5세대 극소형 전술핵탄을 보유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9년 파키스탄은 탄체지름이 300mm인 소형 전술핵탄을 탑재하는 나스르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이런 정황은 파키스탄이 조선에서 전수한 핵탄소형화기술을 지난 20년 동안 더욱 발전시켜 탄체지름을 300mm로 소형화하고, 탄체중량을 400kg으로 경량화하고, 폭발위력을 1킬로톤 이하로 감축한 극소형 전술핵탄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말해준다. 1킬로톤은 TNT폭약 1,000톤에 해당하고, 탄체중량이 400kg인 파키스탄의 극소형 전술핵탄은 4세대 핵탄으로 분류된다. 

폭발위력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1킬로톤 이하는 극소형 핵탄이고, 1킬로톤에서 15킬로톤 이하는 소형 핵탄이고, 15킬로톤에서 100킬로톤 이하는 중형 핵탄이고, 100킬로톤에서 1메가톤 이하는 대형 핵탄이고, 1메가톤 이상은 초대형 핵탄이다. 핵탄의 폭발위력을 감축하고, 핵탄체적을 소형화하고, 핵탄중량을 경량화하는 것은 고도로 발전된 핵탄제조기술이다. 

20년 전 조선으로부터 핵탄제조기술을 전수한 파키스탄이 오늘날 4세대 극소형 핵탄을 만들었다면, 핵탄제조기술에서 파키스탄보다 20년 이상 앞선 조선은 탄체지름을 300mm로 소형화하고, 탄체중량을 400kg으로 경량화하고, 폭발위력을 1킬로톤 이하로 감축한 4세대 극소형 전술핵탄을 아주 오래 전에 만들었던 것이 분명하다. 일본 <교도통신> 2009년 3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2009년 당시 조선은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소형 전술핵탄을 북부지역에 있는 지하핵무기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보도가 나온 때로부터 10년이 지났으니, 오늘 조선은 탄체중량을 300kg으로 경량화하고, 폭발위력을 1킬로톤 이하로 감축한 5세대 극소형 전술핵탄을 보유한 것이 분명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국방과학원이 올해 3차에 걸친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600mm 방사포에 5세대 극소형 전술핵탄이 탑재된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쏘면 미국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전단을 격상할 수는 있어도 격침할 수는 없고, 5세대 극소형 전술핵탄을 사용해야 그것들을 바다속으로 격침할 수 있다. 

조선에서 올해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개발, 완성된 것은 군사적 의미만이 아니라 정치적 의미도 지닌다. 미국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전단을 향해 조준련발사격으로 5세대 극소형 전술핵탄을 쏘아 격침할 수 있는 600mm 핵방사포의 출현이 조미협상에 주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올해 2019년 말까지 낡은 계산법을 버리고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여야 조미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한부 통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 이제 그 시한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밖에 없다. 미국이 앞으로 두 달 안에 낡은 계산법을 버리고 새로운 계산법을 조선에게 제시할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오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낡은 계산법에 계속 매달리다가 시한을 넘길지 정세분석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글을 집필하는 2019년 11월 초 현재, 미국이 낡은 계산법을 버리고 새로운 계산법을 조선에게 제시하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나는 손익계산에 밝은 트럼프 대통령이 낡은 계산법을 버리고 새로운 계산법을 조선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견한다. 

하지만 조선으로서는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 전략적 오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국이 낡은 계산법에 계속 매달리다가 시한을 넘기는 사태에도 대비하여야 하는 것이다. 

만일 미국이 시한을 넘기면, 지난 2년 동안 중지되었던 조미핵대결이 2020년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여 마련해야 할 것은 2020년에 재개될 수 있는 조미핵대결에 대비하는 방책인데, 조미핵대결이 재개되는 경우 미국 항모타격단과 강습상륙전단이 동해에서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그들에게 핵탄피폭위험을 들씌우는, 가공할 접근차단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조선의 2020년도 대비책이다. 핵위협은 오직 핵위협으로만 막을 수 있다. 이번에 조선국방과학원이 5세대 극소형 전술핵탄을 탑재하는 600mm 핵방사포를 개발, 완성한 것은 내년에 있을지 모르는 조미핵대결에서 수행할 접근차단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이제껏 언제나 변함없이 그러해왔던 것처럼, 지금 조선은 협상재개에도, 핵대결재개에도 모두 준비되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계산법을 조선에게 제시할 것인지 아니면 시한을 넘겨 핵대결을 불러올 것인지 양자택일의 전략적 결정을 내릴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