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7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투쟁, 세상을 놀라게 한다

 [한호석의 개벽예감](429)

자주시보 2021년 01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흑백격자무늬 표시한 첨단전술핵무기들 

2. 지하핵무기고 가득 채울 초강력한 열핵탄두들

3. 대륙간탄도미사일 작전성능을 고도화하는 과업

4. 극초음속활공비행체 개발사업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조선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2021년 1월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제1일 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를 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2016년 5월 7차 당대회 이후 5년 동안 국방공업부문에서 이룩한 성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새로운 첨단무기체계를 련속 개발완성하도록 하여 우리 국가의 군사기술적 강세를 불가역적인 것으로 되게 하고 전쟁억제력, 전쟁수행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웠”으며, “국가핵무력건설대업을 빛나게 완성하고 국가방위력강화에서 커다란 전변을 가져옴으로써 우리나라를 명실공히 세계적인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부상시키였”는데 이것은 “제7기 중앙위원회가 당대회 결정관철에서 이룩한 가장 뜻깊고 긍지 높은 대승리”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또한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9차 당대회가 열릴 2026년까지 5년 동안 “국방공업을 비약적으로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중핵적인 구상과 중대한 전략적 과업들”을 제시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국방공업강화사업에서 가장 중핵적이고 중대한 것은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사업이다.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하여 조선의 국방공업 전반을 앞으로 5년 안에 급속히 강화발전시키려는 것이 김정은 총비서의 계획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세계 최초의 핵사용국이며 전쟁괴수인 미국에 의하여 국토와 민족이 분렬되고, 이 침략세력과 세기를 이어 장기적으로 직접 맞서있는 조선혁명의 특수성과 우리 국가의 지정학적 특성은 인민의 안녕과 혁명의 운명, 국가의 존립과 자주적 발전을 위하여 이미 시작한 핵무력건설을 중단 없이 강행추진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언명하였다. 이 언명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과 직접적으로, 장기적으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력을 완성한 것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며, “핵위협이 부득불 동반되는 조선반도 지역에서의 각종 군사적 위협을 주동성을 유지하며 철저히 억제하고 통제관리할 수 있”도록 핵무력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력을 고도화는 목적을 언급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당중앙은 력사적인 2017년 11월 대사변 이후에도 핵무력고도화를 위한 투쟁을 멈춤 없이 줄기차게 령도하여 거대하고도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였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총비서가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일련의 과업들은 다음과 같다.  

 

 

1. 흑백격자무늬 표시한 첨단전술핵무기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지난 5년 동안 “상용탄두위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 전술로케트와 중장거리순항미싸일을 비롯한 첨단핵전술무기들도 련이어 개발함으로써 믿음직한 군사기술적 강세를 틀어쥐였다”고 밝혔다. 이것은 조선이 핵무력건설에서 이룩한 여러 성과들 가운데서 첨단전술핵무기에 관한 언급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조선의 신형 전술로케트에는 세계를 압도하는 위력을 가진 상용탄두(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가 장착되고, 조선의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에는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1) 세계를 압도하는 위력을 가진 상용탄두를 장착한 신형 전술로케트는 2017년 8월 16일 시험발사를 진행했고, 2019년 7월 25일 “위력시위사격”을 진행했으며, 2020년에 실전배치된 바로 그 첨단전술유도무기다. 사거리가 700km이며, 비행고도가 30~40km인 이 첨단전술유도무기는 2019년 7월 25일에 진행된 위력시위사격에서 한국군의 반항공레이더로 추적할 수 없는 낮은 고도에서 탐지회피비행을 한 것만이 아니라, 어떤 미사일방어망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매우 복잡한 활공도약형 변칙비행으로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에게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이 첨단전술유도무기는 반경 700km 범위 안에 있는 모든 타격대상을 절제수술식으로 파괴하는 정밀타격무기다. 

 

이 첨단전술유도무기의 타격범위는 제주도 남해안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한국군은 더 이상 피할 데가 없다. 또한 전시에 제주도나 남해안에 상륙하는 미국군 증원부대를 공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일미국군의 북침전략거점인 일본 사세보 해군기지도 선제적인 정밀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 

 

이 첨단전술유도무기는 타격대상에 따라 상용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고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우리 영토 안에서 한국군을 공격할 때는 상용탄두를 장착하고, 우리 영토 밖에 있는 미국군이나 일본자위대를 공격할 때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2)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을 밝혔다. 조선이 단거리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은 오래 전에 외부에 알려졌지만,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밝힌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은 어떤 것인가?    

 

나는 2020년 11월 2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화성-16형, 새로운 시대를 열어놓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020년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사일에 대해 서술한 바 있다. 5축10륜 발사대차에 탑재된 원통형 발사관 4문에 들어있는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은 당시 번개-6 반항공미사일이 행진한 뒤에 등장했기 때문에 그 글에서 나는 번개-6을 능가하는 신형 반항공미사일이 아닐까 하고 추론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2021년 1월 14일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또 다시 등장했다. 당창건 75주년 열병식과 8차 당대회 열병식에 연속 등장한 그 정체불명의 미사일이 바로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이다. 

 

한미정보당국자로부터 들은 “극비정보”를 인용한 2009년 4월 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군단급 대부대를 공격할 때 사용할, 극소형 핵탄두를 장착하는 전술핵무기를 연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5세대 핵탄두의 무게를 200~450kg로 추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극소형 핵탄두는 무게가 200~450kg인 전술핵탄두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언급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은 무게가 200~450kg인 극소형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군단급 대부대를 공격할 때 사용되는 미사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이 오래 전에 실전배치한 지대함순항미사일들은 사거리가 200~300km인데,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언급한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얼마나 긴 것일까? 미국이 보유한 토마호크순항미사일도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인데, 사거리가 1,300km인 것도 있고, 1,700km인 것도 있고, 2,500km인 것도 있다. 타격대상에 따라 서로 다른 사거리를 가진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그런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의 탄체길이는 6.25m이고, 탄체지름은 0.25m인데,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이 들어있는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와 지름이 더 길어 보인다. 이것은 조선의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의 사거리보다 더 길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2009년 12월 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이란의 순항미사일개발사업에 기술을 지원해주었는데, 기술을 지원해준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3,000km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언급한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3,000km에 이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은 대지를 누비는 5축10륜 발사대차에서도 쏠 수 있고, 바다를 누비는 미사일전투함에서도 쏠 수 있고, 바다속을 누비는 공격잠수함에서도 쏠 수 있다.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의 작전특징은 저공비행으로 교전상대의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 절제수술식 정밀타격을 하는 것이다. 2016년 10월 23일 <로동신문>은 “핵순항미싸일의 명중정확도는 초기에 수 km 범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최대로 30m 반경 범위까지 그 정밀성을 높이였다”고 서술했는데, 이것은 조선의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 타격정밀도가 반경 30m라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다.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사거리가 3,000km인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은 해수면을 스치는 듯한 초저공비행으로 동해를 건너가 일본 도꾜에 있는 방위성 청사에 명중하고, 해수면을 스치는 듯한 초저공비행으로 동중국해를 건너가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가데나 주일미공군기지 관제탑에 명중한다. <사진 1>

 

 

 

▲ <사진 1> 2021년 1월 14일 평양에서 진행된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세 종류의 신형 전술핵무기가 등장하여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맨 위쪽 사진은 사거리가 700km인 첨단전술유도무기이고, 가운데 사진은 사거리가 3,000km로 추정되는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이고, 맨 아래쪽 사진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다. 이 세 종류의 신형 전술핵무기 전투부에는 흑백격자무늬가 도색되었다. 이 세 종류의 신형 전술핵무기는 매우 복잡한 경로로 변칙비행하면서 교전상대의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 정밀타격을 할 수 있는 첨단전술유도무기들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기습적인 선제타격으로 발사되는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탑재한 미국 미사일구축함들이 동해작전구역에 나타나 조선을 위협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 이제는 거꾸로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신형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조선의 5축10륜 발사대차들과 미사일전투함들과 공격잠수함들이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를 직접 위협하는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0년 3월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한 자리에서 “어떤 적이든 만약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군사적 행동을 감히 기도하려든다면 령토 밖에서 소멸할 수 있는 타격력을 더욱 튼튼히 다져놓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은 미국군과 일본자위대가 조선에 대한 전쟁도발징후를 보이는 경우 그들이 공격을 개시하기 전에 그들을 영토 밖에서 소멸할 선제공격능력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3) 2021년 1월 14일 평양에서 진행된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신형 전술핵무기가 또 하나 등장하여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석 달 전 바로 그 광장에서 진행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술핵무기다. 이 새로운 전술핵무기는 이번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행진순서 중에 맨 마지막에 등장했는데, 신형 5축10륜 발사대차에 2발씩 탑재되었다.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매우 복잡한 경로로 변칙비행을 하면서 교전상대의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간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해주에서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쏘면, 제주도 남쪽 서귀포에 있는 해군기지에 정박한 전투함을 격침시킬 수 있다. 이것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이 땅에서 피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보다 발전시켜 현대전에서 작전임무의 목적과 타격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위에 열거한 것처럼 조선은 이미 세 종류의 첨단전술핵무기를 확보했다. 사거리가 700km인 첨단전술유도무기, 사거리가 3,000km인 중장거리순항미사일, 8차 당대회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새로운 첨단전술유도무기가 그것이다. 

 

이 세 종류의 첨단전술유도무기 전투부에는 똑같이 흑백격자무늬가 표시되었다. 탄체 전투부에 표시된 흑백격자무늬는 핵무기를 뜻하는 무늬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다종다양한 전술핵무기들을 더 많이 개발할 과업을 제시했으므로, 앞으로 조선에서는 흑백격자무늬를 표시한 다종다양한 핵무기들이 많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월 21일 <로동신문>은 “오늘 우리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서술했고, 2016년 10월 23일 <로동신문>은 “핵탄의 형태와 용도에 따라 핵탄두, 핵폭탄, 핵포탄, 핵유도어뢰, 핵조종지뢰 등으로 갈라본다”고 서술했는데, 이런 서술은 조선이 다종다양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2. 지하핵무기고 가득 채울 초강력한 열핵탄두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초대형 핵탄두생산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초대형 핵탄두라는 말은 핵폭발위력이 엄청나게 강한 전략핵탄두 또는 열핵탄두(수소탄두)를 뜻한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전술핵탄두와 더불어 전략핵탄두도 더 많이 생산하여 거대한 지하핵무기고를 가득 채우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열핵탄두 실물을 2017년 9월 2일에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공개했고, 이튿날 바로 그 열핵탄두기폭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까지 조선의 핵무기병기화공장에서는 열핵탄두를 계속 생산해온 것이 분명한데,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는 열핵탄두를 더 많이 생산하는 과업을 제시했다.  

 

조선의 전술핵무기가 주일미국군기지와 일본자위대기지를 조준하는 전술타격수단이라면, 조선의 전략핵무기는 괌, 하와이, 알래스카를 비롯한 태평양지역의 미국 영토에 있는 군사기지들과 미국 본토에 있는 군사전략거점들을 조준하는 전략타격수단이다. 또한 조선의 전술핵무기가 절제수술식 선제타격수단이라면, 조선의 전략핵무기는 넓은 지역을 초토화하는 보복타격수단이다. 

 

2020년 9월 3일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Bruce W. Bennett)은 <미국의소리> 취재기자에게 조선이 중국의 핵무기보유량과 맞먹는 200~3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핵무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25일 미국 언론 <월스트릿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 인사들은 조선이 지난 1년 동안 핵무기 12기를 생산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이 이번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수행하려면 그런 수준을 넘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에 힘을 집중할 것으로 생각된다. 

 

1) 유능한 새 세대 핵과학자와 핵기술자를 많이 양성하여 조선핵무기연구소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0월 31일에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조선의 핵과학자는 200명이었고, 핵기술자는 9,000명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오늘에는 조선핵무기연구소에 새 세대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이 많이 충원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에서는 핵과학기술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핵과학기술교육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무기를 대폭 증산하는 과업을 제시하였으므로, 조선의 핵과학기술교육부문에서 새 세대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이 많이 배출되어 조선핵무기연구소의 연구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2) 평안북도 녕변(영변이 아니라 녕변으로 써야 한다)에 있는 녕변핵시설단지 이외에 핵분렬물질을 생산하는 새로운 시설을 더 건설하여 재처리한 플루토늄과 고도로 농축한 우라늄을 대폭 증산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우라늄광산의 채광능력도 확장될 것이고, 우라늄정광생산시설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8월 28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제는 식민지시기에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야심을 품고 북조선에 매장된 우라늄을 조사했었는데, 그들이 남긴 광물조사자료에는 북조선에 고품질 우라늄 400만t이 매장되었다는 사실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현재 세계에서 우라늄매장량 1위를 자랑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우라늄매장량은 170만t인데, 조선에 매장된 고품질 우라늄은 무려 400만t이다. 이것은 조선에 고품질 우라늄이 무진장 매장되어있음을 말해준다. 최근 국제우라늄시장에서 우라늄 원광은 1kg에 약 60달러로 거래되고 있으므로, 조선에 매장된 고품질 우라늄 원광 400만t의 가치를 국제시가로 환산하면 무려 2,400억 달러다.  

 

2016년 8월 17일 조선원자력연구원은 일본 <교도통신>이 제기한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녕변) 흑연감속로에서 꺼낸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했다. 핵무력건설과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계획대로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5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를 가동시킨 후 8,000여 개의 사용후 연료봉(총무게 50t)을 3~4개월 동안 재처리하면, 약 35kg의 고순도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2016년 9월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핵기술이 발전된 조선에서는 고순도 플루토늄 2~4kg으로 핵무기 1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1년에 고순도 플루토늄 약 35kg을 생산하면, 핵무기를 10~12기밖에 만들지 못한다. 이런 사정은 핵분렬문질을 다량으로 생산하려는 조선이 고순도 플루토늄 이외에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9월 2일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열핵탄두(수소탄두) 실물을 살펴보는 장면이다. 열핵탄두 실물을 외부에 공개한 나라는 조선밖에 없다. 김정은 총비서가 열핵탄두를 살펴본 이튿날 조선은 열핵탄두를 기폭하는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기개발사업을 담당한 간부들에게 2018년까지 10메가톤급 수소탄두를 개발하고, 다탄두기술을 상용화하고, 사거리가 10,000km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업을 제시했다. 조선의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은 김정은총비서가 제시한 3대 핵무력강화과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여 2018년까지 세 가지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제시했다. 열핵탄두에는 핵탄두보다 더 많은 핵분렬물질이 들어가므로, 조선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핵분렬물질을 대폭 증산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9월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핵기술이 발전된 조선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15kg으로 핵무기 1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농축도가 90%인 고농축 우라늄 15kg을 생산하려면, 원심분리기 600기를 1년 동안 계속 돌려야 한다.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우라늄농축공장에서는 원심분리기 6,000기가 돌아가고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연간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은 핵무기 10기를 만들 수 있는 약 150kg이다. 

 

조선의 핵시설들에서 고순도 플루토늄 약 35kg을 생산하고, 고농축 우라늄 약 150kg을 생산하면, 연간 핵무기 생산량은 20~22기에 이른다. 하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핵시설들에서도 핵분렬물질이 생산되고 있다. 2016년 1월 22일 일본 <아사히신붕>이 전직 청와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평양 근교에서 가동되는 우라늄농축공장들만 해도 약 10개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 각지에 분산배치된 비공개 우라늄농축공장들에서 고농축우라늄이 다량으로 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 500㎡(150평) 넓이의 공간만 있으면, 원심분리기 600기를 설치할 수 있다.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우라늄농축공장에서는 방사열과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으므로 굴뚝을 세울 필요가 없다. 그래서 우라늄농축공장을 지하에 건설하면 미국의 위성감시망을 완벽하게 따돌릴 수 있다. 

 

3) 조선의 핵무기병기화공장이 확장 또는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3월 8일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였다. 그 핵무기병기화공장의 명칭이 무엇인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에서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핵무기병기화공장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 2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정보당국은 북의 핵무기생산시설이 30여 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그들이 얼추 추산한 것만 해도 약 30개소이므로, 실제로는 약 50개에 이르는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제시하였으므로, 조선에서는 핵무기병기화공장들이 생산능력을 더 확장할 것이고, 새로운 핵무기병기화공장도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4) 원심분리기 10,000기를 1년 동안 계속 가동하는 경우, 엄청난 전기가 소모된다. 인구와 산업시설에 비해 수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가 비교적 많은 조선에서 항상 전기가 부족한 이유는 전국 각지에 분산배치된 수많은 핵분렬물질생산시설들에서 엄청난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열핵탄두를 생산하려면 핵탄두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핵분렬물질보다 더 많은 핵분렬물질이 필요하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열핵탄두증산과업을 수행하려면, 조선은 핵분렬물질을 증산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력생산능력을 확장하는 한편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동력공업창설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계획들”을 언급한 것은 조선에서 새로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3. 대륙간탄도미사일 작전성능을 고도화하는 과업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당중앙이 더 위력한 핵탄두와 탄두조종능력이 향상된 전지구권타격로케트개발을 결심하고 이 력사적 과업을 국방과학자들의 애국충정심에 의거하여 빛나게 관철한 데 대하여 언급하면서 당창건 75돐 경축 열병식장에서 11축 자행발사대차에 장착되여 공개된 새 형의 거대한 로케트는 우리 핵무력이 도달한 최고의 현대성과 타격능력을 남김없이 과시하였다고 확언하였다.” 이것은 2017년 11월 29일 정점고도 4,475km까지 솟구쳐 올랐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일본 홋까이도에서 가까운 동해에 탄착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고각시험발사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평가다.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방정보국에서 20년 동안 근무했고,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는 2020년 11월 18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지 않고 정상각으로 발사하면 대기권재진입체(re-entry vehicle)가 충분히 정상 작동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내부평가를 서술했다.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가 등장한 것을 보고, 나는 2020년 11월 2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에서 화성-15형의 사거리를 14,000km로 추정했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15,000km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2021년 1월 14일 11축22륜 발사대차에 실려 8차 당대회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6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15,000km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는 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화성-16형이라고 지칭하지 않았지만, 화성-15형 다음에 출현하였으므로 화성-16형으로 부를 수 있다. 

 

나는 2020년 11월 2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화성-16형, 새로운 시대를 열어놓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화성-16형의 사거리를 16,000km로 추정했는데, 김정은 총비서의 사업총화보고에 따르면, 화성-16형의 사거리는 15,000km다. 중국이 보유한 둥펑(東風)-41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15,000km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2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6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그날 화성-16형은 세계 최대의 11축22륜 발사대차에 실려 자기의 위용을 세상에 과시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8차 당대회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화성-16형의 사거리는 15,000km다. 김정은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화성-16형의 타격명중률을 더욱 제고하는 과업을 제시했다. 이것은 각개발사식 재진입체의 다탄두개발유도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타격명중률을 제고할 것이라는 뜻이다. 화성-16형의 각개발사식 재진입체에는 열핵탄두12기가 들어간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화성-16형의 타격명중률을 더욱 제고하는 과업을 제시했다. 화성-16형의 타격명중률을 더욱 제고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는 각개발사식 재진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MIRVs)가 들어간다. 각개발사식 재진입체의 작동원리는 여러 기의 핵탄두를 실은 후추진체(post-boost vehicle)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비행을 하다가 서로 멀리 떨어진 타격대상들을 향해 핵탄두를 한 기씩 분리사출하면 다탄두개별유도기능에 따라 타격대상을 향해 돌진락하비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필요한 것이 핵탄두 여러 기를 각각 개별적으로 유도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2020년 10월 12일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 앤킷 판다(Ankit Panda)는 화성-16형 전투부에 핵탄두 4기가 들어간다고 추론했지만, 그런 추론은 엉터리다. 탄체지름이 2.25m인 중국의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 핵탄두가 12기나 들어가는데, 탄체지름이 둥펑-41보다 더 길어서 3m에 이르는 조선의 화성-16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가 4기밖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의 핵무력을 어떻게 해서든지 깎아내리려는 습관에 빠져있기 때문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헛소리를 버젓이 늘어놓는다. 화성-16형 전투부에 핵탄두 12기가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화성-16형의 타격명중률을 더욱 제고하는 과업은 후추진체에 실려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비행을 하면서 한 기씩 분리사출된 12기의 핵탄두들이 다탄두개별유도기능에 따라 12개의 타격대상들에 각각 명중하는 능력을 제고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이 보유한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circular error probability)는 100m인데, 이것은 타격대상을 향해 돌진락하비행을 하는 여러 핵탄두들 가운데서 절반이 반경 100m의 원 안에 떨어지고, 나머지 절반은 원 밖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로씨야의 토폴(Topol)-M의 원형공산오차는 둥펑-41보다 낮은 200m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는 과업은 화성-16형의 원형공산오차를 100~200m로 축소하여 타격명중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각개발사식 재진입체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를 축소하여 타격명중률을 제고하려면, 시험발사에서 원형공산오차를 실측해야 한다. 그런데 국토면적이 좁은 조선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를 하려면 12기의 모의핵탄두들을 북태평양 한복판에 설정된 12개의 탄착점들에 각각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미국을 너무 자극하게 되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는 아직 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선은 화성-16형의 원형공산오차를 실측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무슨 뜻인지를 알 수 있다. 조선이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몇 달 안에 완성하면, 화성-16형의 원형공산오차를 실측하기 위해 화성-16형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를 단행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에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밝혔으므로, 조선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여 화성-16형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화성-16형을 정상각으로 쏘는 시험발사를 단행하면, 일본렬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간 화성-16형 후추진체가 12기의 모의핵탄두를 12개의 탄착점들을 향해 날려보내게 될 것이다.    

 

4. 극초음속활공비행체 개발사업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조선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개발도입할 것”이며, “신형 탄도로케트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체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전투적 사명의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극초음속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라는 것은 지구 위의 어느 곳이든 1시간 안에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무기이며, 현대 미사일공학기술의 최고결정체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극초음속활공체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사업이 이미 결속되었고, 지금은 시제품을 제작하는 준비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2020년 4월 6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미국의 제한핵전쟁도발, 누가 억제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조선은 극초음속활공체를 개발하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서술한 바 있다. 

 

2021년 1월 현재 극초음속활공체를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로씨야와 중국밖에 없다. 조선과 미국이 로씨야와 중국을 바짝 추격하면서 각각 극초음속활공체를 개발하는 중이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21년 1월 현재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AGM-183A 극초음속활공체가 대기권 밖에서 비행하는 장면이다. 이 극초음속활공체는 2020년 3월 20일에 진행된 시험발사에서 마하 17의 극초음속으로 날아갔다. 미국은 이 극초음속활공체의 최고비행속도를 마하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조선은 아마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쏘아올리는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초음속활공체 개발사업에서 조선은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지금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속활공체의 명칭은 AGM-183A다. 이 극초음속활공체는 지상발사대가 아니라 전략폭격기에서 공중발사되는 것이다. 2020년 12월 11일 미국 국방부는 AGM-183A 극초음속활공체를 B-52 장거리전략폭격기에 장착하는 장면을 외부에 공개했다. AGM-183A 극초음속활공체는 2020년 3월 20일에 진행한 시험발사에서 마하 17의 극초음속으로 날아갔다. 미국의 목표는 이 극초음속활공체의 최고비행속도를 마하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미국이 보유한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F-22의 비행속도가 마하 2.25인데, 극초음속활공체의 최고비행속도가 마하 20라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속도다. 미국은 AGM-183A 극초음속활공체 개발사업을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에 완료하겠다고 하면서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나라가 조선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총비서의 사업총화보고에 따르면, 조선은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가까운 기간은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아마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조선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쏘아올리는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다. 

 

조선이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을 시험발사하려면, 일본렬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쏘아올려야 한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조선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화성-16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북태평양 상공으로 쏘아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거기에 더하여 극초음속활공체 시제품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북태평양 상공으로 쏘아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충격과 공포에 빠진 미국은 전쟁도발위협과 추가경제제재를 조선에 집중시키면서 광분할 것이다. 상황을 오판한 미국이 그런 광란적 행동으로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키면, 조선은 조국통일대전에 돌입할 준전시태세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01/20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8차 당대회 결정

[한호석의 개벽예감](428)

자주시보 2021년 01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8차 당대회, 8개의 중요한 문건들

2. 남북관계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3. 선대선은 없고 강대강만 있다

4. 당규약에 명시된 새로운 조국통일강령 

5.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1. 8차 당대회, 8개의 중요한 문건들

 

8천만 우리 민족과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킨 가운데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2021년 1월 5일부터 1월 12일까지 8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되었다. 당대회는 8일 동안 진행되었지만, 2020년 12월 30일 당대회 대표증수여식이 진행되었고, 폐막 직후인 2021년 1월 12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1월 13일 당대회 참가자 강습회와 당대회 경축 대공연, 1월 14일 당대회 기념 열병식, 그리고 1월 14일부터 16일까지 네 차례의 기념사진촬영에 이르는 부대행사일정까지 합하면 당대회 일정은 17일로 늘어난다.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정은 무엇인가?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당대회일정은 2021년 1월 10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총비서 선거였다. <로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총비서 선거를 가장 중시하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당의 조직적 의사를 체현한 혁명의 최고수뇌부이며 령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인 조선로동당 총비서를 “정확히 선거하는 것은 혁명위업의 계승기와 새로운 발전기에 더욱 중요하고 사활적인 요구로 나선다.” 

 

위의 인용구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대구분법이다. 조선에서는 “혁명위업의 계승기”와 “새로운 발전기”로 시대를 구분한 것이다. 그런 시대구분법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김정은 당위원장이 총비서로 선거된 2021년 1월까지 10년은 “혁명위업의 계승기”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선거됨으로써 조선은 “혁명위업의 계승기” 1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발전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의 역사적 의의가 있다는 것이 조선의 견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전당의 조직적 의사를 체현한 혁명의 최고수뇌부이며 령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인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여러 후보들이 출마하여 투표하는 식으로 선거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8차 당대회에서는 투표절차가 아닌 추대절차가 진행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선거당일 리일환 당대표가 김정은 당위원장을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추대할 것을 당대표들에게 제의하였고, 전체 당대표들은 그 제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전원일치로 찬동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총비서로 추대하였고, 곧이어 김재룡 당대표가 제의한, 김정은 위원장을 총비서로 추대할 데 대한 결정을 전원일치로 채택했다고 한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8개의 중요한 문건이 발표 또는 채택되었다. 개회사,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 당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보고, 결론, 폐회사가 각각 발표되었고, 당규약 개정에 대한 결정서, 총비서 선거에 대한 결정서, 제8차 당대회 결정서가 각각 채택되었다. 그 중요한 문건들에는 조선로동당이 지난 5년 동안 이룩한 성과와 경험, 아직 극복하지 못한 한계와 결함들이 서술되었고, 조선로동당이 앞으로 5년 동안 달성해야 할 목표와 실현하려는 계획이 담겨있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이 추구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와 당령도전략과 경제건설구상을 12자 구호로 축약하여 조선로동당과 조선인민에게 제시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12자 구호는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결론에서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바로 여기에 우리 당의 향도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비결이 있고, 우리 당이 군중 속에 더 깊이 뿌리박기 위한 근본방도가 있으며, 우리가 유일하게 살아나가고 앞길을 개척할 수 있는 근본담보가 있다”고 언명하였다.  

 

이 글에서 매우 방대한 그 8개의 문건을 전부 고찰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발표한 사업총화보고, 그리고 당대회에서 채택된 당규약 개정에 대한 결정서에 각각 서술된 남북관계문제, 조미관계문제, 조국통일문제를 선별적으로 고찰하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2021년 1월 5일부터 1월 12일까지 8일 간의 일정으로 평양에 있는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되었다. 8차 당대회 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정은 2021년 1월 10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총비서 선거다. 조선의 시대구분법에 따르면, 지난 10년은 "혁명위업의 계승기"이고,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조선로동당 총비서로 추대됨으로써 조선은 "새로운 발전기"에 들어섰다고 한다.  



2. 남북관계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남조선에서는 의연히 조선반도 정세를 격화시키는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공화국 모략소동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북남관계개선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과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 

 

1) 첨단군사장비를 반입하는 적대행위 

2)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는 적대행위

3)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남북합의이행에 역행하는 반통일적인 행위 

4)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과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만 북에 제안하는 비정상적인 행위 

 

계속하여 김정은 총비서는 “이 엄중한 상황을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하며 파국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제기한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김정은 총비서는 문재인 정부가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하며”,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버릴 때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북남관계개선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이런 언명은 남북관계개선의 새로운 길을 열어놓으려면 문재인 정부가 첨단군사장비를 반입하지 않고,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고, 남북합의를 이행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첨단군사장비를 반입하지 않고,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고, 남북합의를 이행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발표한 세계 각국 군사비 지출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 10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올해 2021년에 문재인 정부가 지출할 군사비는 52조8,401억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첫해인 2017년에는 연간군사비가 사상 처음 40조원을 넘었고, 그로부터 4년 만에 12조원이 더 증액되었는데, 이것은 연평균 7% 이상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2021년부터 5년 동안 국방중기계획예산이라는 명목 아래 연평균 6.1%의 증액률을 유지하면서 총 300조7,000억원을 군사비로 쓰겠다고 결정했다. 그런 천문학적인 군사비 가운데서 33.3%인 100조1,000억원은 첨단군사장비반입에 사용될 것이고, 66.7%인 200조6,000억원은 전투력증강에 사용될 것이다. 첨단군사장비반입에는 경항공모함 건조, 핵추진잠수함 건조, 각종 미사일 증강배치, 초소형 정찰위성 발사, 무인전투체계 도입 등이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군사장비반입은 북을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된다.

 

2) 2020년 11월 11일 서욱 국방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서 “한미연합훈련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확보하고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요소”라고 지적하면서 “한미가 긴밀히 공조해서 연습에 대한 것을 가속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2021년 3월 초에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한국군이 미국군의 지휘를 받으며 실시하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은 북을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된다. 

 

3)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021년 1월 4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보건의료, 기후변화, 재해재난 등에 대처하는 대북지원사업, 식량과 비료를 보내주는 대북지원사업, 그리고 북의 철도와 도로를 현대화하는 대북협력사업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를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최우선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군사적 긴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의 근본문제를 외면하고 비본질적인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은 북에게 불신을 안겨주고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20년 12월 28일 서욱 국방장관이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대회의실에서 고위군사지휘관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이다. 그는 2020년 11월 11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서 2021년에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강행하는 대북전쟁연습은북을 자극하고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된다.  



3. 선대선은 없고 강대강만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적한 미국의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조선에 대한 적대의식을 뜻한다. 이런 지적은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가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또한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을 “조선혁명의 기본장애물”이며, “최대의 주적”이며, “전쟁괴수”라고 규정하였다. 이런 규정은 미국을 협상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조미정상회담이나 조미고위급회담에 대한 기대를 접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말했지만, 미국의 대조선정책의 본심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을 보면,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조미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조미협상이 재개되지 않으면, 조미대결이 재개될 가능성만 남게 된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언명했는데, 이것은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면 조선도 강경하게 대응하고, 미국이 선의로 대하면 조선도 선의로 대할 것이라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불법무도하게 날뛰는 적대세력들과 강권을 휘두르는 대국들에 대하여서는 강대강으로 맞서는 전략을 일관하게 견지하여야 한다”고 단언한 것을 보면, 앞으로 조선은 선대선으로 대하는 대미전략이 아니라 강대강으로 맞서는 대미전략을 추진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강대강으로 맞서는 대미전략을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킨다”는 뜻으로 설명했다. 이것은 미국을 대미협상으로 끌어내 외교력으로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반미대결전으로 끌어내 군사력으로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분별없는 군비증강으로 국제적인 힘의 균형이 파괴되고 있는 실정에서 이 땅에서 전쟁접경과 완화, 대화와 긴장의 악순환을 영원히 해소하고 적대세력들의 위협과 공갈이라는 말 자체가 종식될 때까지 나라의 군사적 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요즈음 미국은 로씨야와 체결한 군사협정에서 탈퇴하고, 군비증강에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덩달아 일본도 군사예산을 전례 없이 대폭 증액했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한국의 군사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중국과 로씨야도 각각 군사예산을 증액했다. 조선이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2021년 1월 20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앞마당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취임식이 진행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우익세력이 대선결과를 부정하면서 의회난입사건을 일으켰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취임식은 주방위군과 경찰병력의 삼엄한 경비 속에 비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우익세력이 무장폭동이나 테러를 감행할 위험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세력의 지속적인 도전을 받으며정치적 불안정을 느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바이든은 조미정상회담에 무관심하고, 대북혐오감을 가지고 있으며, 조선의 핵무력을 일방적으로 제거하려는 비현실적인 생각에 빠져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대결과 충돌을 불러올 것으로예상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4. 당규약에 명시된 새로운 조국통일강령 

 

2021년 1월 10일 <로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조선로동당의 당면과업을 다음과 같이 수정, 보충했다고 한다.

 

1) “사회주의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사회주의제도적 우월성을 더욱 공고발양시키면서 사회주의완전승리를 앞당기며 공화국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할 데 대한 내용을 보충하였다”는 것이다.

2) “해외동포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권리와 리익을 옹호보장하고 그들을 애국애족의 기치 아래 굳게 묶어세우며 민족적 자존심과 애국적 열의를 불러일으킬 데 대한 내용을 새로 명기하였다”는 것이다.

3)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하여 명백히 밝히였다”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내용 중에서 조국통일강령과 관련된 것은 세 번째로 서술된 내용이다. 2021년 1월 10일 <로동신문>은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을 개정한 것은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하여 조선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립장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 원문이 북측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개정된 조국통일강령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2012년 4차 당대표자회에서 개정된 당규약 서문과 비교, 고찰하면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

 

2012년 4차 당대표자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것이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은 1972년 평양에서 채택된 7.4남북공동성명에 명시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이다. 7.4남북공동성명에 명시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자주통일의 원칙 -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평화통일의 원칙 -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해야 한다.”

민족대단결의 원칙 - “사상과 리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한다는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한다는 말은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로동당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서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정책적 의사를 천명한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연단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한다는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 이것은 통일전쟁을 의미하는 말이다. 조선로동당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서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정책적 의사를 천명했다.  

 

돌이켜보면, 김정은 총비서는 2016년 5월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는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이것은 북이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할 것인가 아니면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왔음을 말해준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북은 반북대결과 흡수통합을 주장하던 박근혜 정부가 촛불투쟁으로 물러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새로 들어선 정부에 한때 기대를 걸었었다. 그런 기대가 무르익던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이 연속 세 차례나 성사되자, 북은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할 새로운 국면이 혹시 열릴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2019년이 지나도록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합의사항에 역행하는 일만 골라서 했다. 북이 2018년에 가졌던 가느다란 희망은 2019년에 실망으로 바뀌었고, 2020년의 남북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밀려갔다. 2020년에 일어난 파국은 다음과 같다.   

 

2020년 6월 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대북전단살포를 감행하는 탈북자들의 반북모략행위를 묵인해주는 문재인 정부에게 강한 경고를 보냈고, 2020년 6월 16일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또한 2020년 6월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대남군사행동계획을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고, 6월 19일에는 “평양 시안의 청년학생들과 근로자들이 천추에 용납 못할 쓰레기들의 망동짓(탈북자들의 대북전단살포를 뜻함-옮긴이)과 그를 묵인하고도 구차한 변명만을 일삼는 남조선 당국(문재인 정부를 뜻함-옮긴이)에 준엄한 심판을 내리기 위한 보복성전에 떨쳐나설 결의를 다지고 있다”는 북측 보도기사가 나왔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20년 6월 23일에 진행된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제출한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 이유는 당시 외부에서 알 수 없었지만,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대남군사행동계획은 한국군에 대한 선제타격계획인데, 조선인민군이 대남군사행동계획에 따라 한국군을 선제타격하면, 무력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그 전쟁은 곧 통일전쟁이다. 그런데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중대한 정치문제(통일전쟁문제)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정치문제를 결정하는 최고지도기관이 아니라 군사문제를 결정하는 최고지도기관이다. 통일전쟁에 관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최고지도기관은 조선로동당 정치국이다. 조선로동당 정치국이 그런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려면, 당규약을 개정해야 한다.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기존 조국통일강령을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새로운 조국통일강령으로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당규약은 당대회에서 개정해야 하므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20년 6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제출한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고, 당규약의 조국통일강령을 개정할 8차 당대회가 2021년 1월에 소집될 까지 6개월 동안 기다렸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6년 5월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만일 남조선당국이 천만부당한 <제도통일>을 고집하면서 끝끝내 전쟁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반통일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며 겨레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성취할 것”이라고 언명하였는데,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새로운 조국통일강령이 당규약 서문에 들어갔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지금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흡수통합야망을 버리지 않고 한미합동전쟁연습과 군비증강에 전력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적 방법으로는 통일을 실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비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새로운 조국통일강령이 당규약에 명시된 이유다.

 

 

5.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조선로동당 당규약에는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군국주의의 재침책동을 짓부신다”고 명시되었는데, 이것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경로가 아니라 반미자주화를 실현하는 경로를 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화국남반부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는” 군사행동은 통일전쟁이 아니라 대미전쟁인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대미전쟁과 통일전쟁은 전쟁의 대상, 전쟁의 성격, 전쟁의 전략에서 서로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미전쟁의 대상은 미국이고, 통일전쟁의 대상은 남측의 반통일정권이다. 또한 대미전쟁의 성격은 국제전이고, 통일전쟁의 성격은 내전이다. 대미전쟁의 전략은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으로 미국을 제압하여 전쟁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지만, 통일전쟁의 전략은 우리나라 영토에서 동족끼리 파괴, 살상하는 것을 극력 피하면서 전쟁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6.25전쟁은 전황을 오판한 미국이 무력개입을 감행하는 바람에 내전이 국제전으로 비화, 확전되어 남과 북에서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이 일어났는데, 지금 북이 말하는 통일전쟁은 그런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이 또 다시 되풀이되는 참혹한 전쟁이 아니다. 만일 통일전쟁에서 6.25전쟁처럼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이 되풀이된다면, 그런 참혹한 전쟁은 다시 해서도 안 될 것이고, 다시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체제와 주한미국군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조선인민군이 통일전쟁을 수행하면, 미국이 무력개입을 감행하여 내전이 국제전으로 비화되고, 통일전쟁이 대미전쟁으로 확전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조선이 절대로 원치 않는 일이다. 그래서 조선은 미국이 통일전쟁에 무력개입을 감행하지 못하게 만들 강력한 억지력을 반드시 가져야 했다. 그것이 바로 핵무력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의 핵무력은 통일전쟁에 대한 미국의 무력개입을 원천봉쇄하는 강력한 억지력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 국가의 핵무력은 (중략)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됩니다”라고 언명했던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2021년 1월 14일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이 진행되었다. 위의 사진은 그날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두 발씩 탑재한 발사대차들이 맨마지막 순서로 행진하는 장면이다. 가장 중요한 군사장비를 열병식의맨마지막 순서에 등장시키는 법이다.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그날 처음 공개되었는데, 전술핵탄두가 장착되는 매우 위력적인 전술핵무기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8차당대회에서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조선의 군수공업부문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핵무력고도화계획에 따라 다종다양한 신형 핵무기들을 계속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조선에게 비핵화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이 6.25전쟁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또 다시 전황을 오판하여 통일전쟁에 대한 무력개입을 감행할 위험성은 매우 높다. 조선은 그런 위험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조선은 통일전쟁에 대한 미국의 무력개입을 완전히, 철저하게 봉쇄하여 그런 우려를 해소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조선은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해야 한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하는 계획을 밝힌 것은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이번 8차 당대회 기념열병식에는 미국에게 전황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고도로 강화된 두 종류의 신형 핵무기가 등장하여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그 두 종류의 신형 핵무기에 대해서, 그리고 이번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된 핵무력을 고도로 강화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다음 주 월요일에 발표할 글에서 논할 것이다.) 

 

조선이 우리나라 영토에서 동족끼리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을 가하는 것을 피하면서 통일전쟁을 수행하려면, 결정적인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통일전쟁을 수행할 결정적인 시기는 군사분계선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시기 또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에 돌입하여 미국군이 페르시아만으로 몰려들거나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에 돌입하여 미국군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로 몰려드는 시기 등이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은 그런 결정적인 시기가 오면 지체 없이 개전하여 기발한 전법과 우세한 화력으로 조국통일대전을 72시간 만에 신속히 결속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하려면 조선인민군의 정밀타격전, 고속기동전, 후방침투전, 산악전, 전자교란전 등 작전능력을 더욱 고도화하여야 하고,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전쟁결정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지난번 당창건 75주년 열병식과 이번 8차 당대회 기념열병식에서 거듭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조선인민군의 부대편제와 무기체계는 그들의 작전능력이 고도로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서는 개전문제를 1시간 안에 결정할 신속한 의사결정구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당중앙군사위원회는 토의문제의 성격에 따라 회의성립비률에 관계없이 필요한 성원들만 참가시키고 소집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새로 보충함으로써 긴박하게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토의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실천적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우리 민족 8천만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가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21/01/13

한층 더 위태로워진 2021년의 군사상황

 [한호석의 개벽예감](427)

자주시보 2021년 01월 1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첨예한 군사대결 중에 결정된 니미츠함 귀항

2. 트럼프는 왜 귀항결정을 번복했을까?

3. 홍해에서 대기 중인 이스라엘 잠수함

4.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군사대결

 

 

1. 첨예한 군사대결 중에 결정된 니미츠함 귀항

 

2020년 12월 말에서 2021년 1월 초로 넘어가는 기간에 심상치 않은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우선 2021년 1월 3일 미국 국방부에서 일어난 심상치 않은 사건부터 살펴보자. 그날 크리스토퍼 밀러(Christopher C. Miller) 국방장관 대행은 페르시아만에 배치한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을 미국 본토 워싱턴주 브레머튼항으로 귀항시키라고 명령했던 것을 번복하여 계속 페르시아만에 남겨두겠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31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근 10개월 동안 작전임무를 수행한 니미츠함에 귀항명령을 내렸는데, 그로부터 나흘 만에 갑자기 귀항명령을 번복한 것이다.  

 

나흘 만에 귀항명령을 번복한 이상한 현상을 해명하려면, 2020년 12월 이란이슬람공화국과 미합중국이 얼마나 첨예한 군사대결을 벌이고 있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20년 12월 중에 이란을 상대로 군사도발위협을 전례 없이 고조시켰다. 페르시아만에 출현한 니미츠함 갑판에서는 수많은 함재기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발진했고, 미국 본토에서 이륙하여 장거리비행으로 페르시아만 상공에 나타난 B-52H 장거리전략핵폭격기들은 이란 해안에서 약 10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근거리까지 접근하는 위협비행을 감행했으며,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 한 척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했다. 2020년 12월 31일 미국의 언론매체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니미츠함 귀항명령을 내리기 바로 전날인 2020년 12월 30일에도 B-52H 장거리전략핵폭격기 두 대가 페르시아만 상공에 출현했다고 한다. 이것은 B-52H 편대가 2020년 12월에 들어 세 번째로 페르시아만 상공에서 이란에 대한 근접위협비행을 감행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군사도발위험이 고조되자, 이란은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0년 12월 31일 자바드 자리프(Zavad Zarif) 이란이슬람공화국 외교장관이 남긴 트위터 통보문이 이란의 긴장상태를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동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것 대신에 B-52들과 함대들을 우리 지역에 보내면서 수십억 달러를 소비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들어온 정보는 그것이 전쟁구실을 조작하는 음모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란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우리 인민과 안보와 사활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공개적으로 수호할 것이다.” 

 

페르시아만에서 이처럼 무력충돌위험이 고조되었는데,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페르시아만에서 작전임무를 수행하는 니미츠함에 왜 귀항명령을 내린 것일까? 그 내막은 2021년 1월 11일 <뉴욕타임스> 보도기사에서 읽을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2021년 1월 3일은 미국이 무인항공기를 출동시켜 카셈 쏠레이마니(Qasem Soleimani) 이란혁명수비군 특수작전사령관을 암살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므로, 미국은 암살 1주기를 맞아 이란으로부터 군사적 보복을 받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의 퇴장을 앞둔 정권이양기에 미국이 이란과의 무력충돌에 말려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란에게 긴장완화신호를 보내려고 했고, 그에 따라 니미츠함에 귀항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마크 밀리(Mark A. Milley) 미국 합참의장과 케네스 맥켄지(Kenneth F. McKenzie Jr.) 미국 중부사령관을 비롯한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니미츠함을 귀항시키려는 밀러 국방장관 대행의 의견을 반대했으나, 에즈라 코헨-왯닉(Ezra A. Cohen-Watnick) 국방부 정보담당 부장관을 비롯한 몇몇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니미츠함을 페르시아만에 배치하는 것이 이란에 대한 억제조치로 되기 힘들다는 회의론을 주장했고, 다른 몇몇 국방부 관리들은 이란의 군사적 보복이 임박했다는 정보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USS Nimitz)이 전속기동을하는 장면이다. 1975년에 취역한 10,000t급 니미츠함은 시속 58km로 항진할 수 있다. 2020년 4월 니미츠함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는 바람에니미츠함은 27일 동안 격리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니미츠함은 2020년 7월 남중국해에배치되어 중국을 견제하다가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여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을가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미국 국방부에서 니미츠함 귀항문제를 놓고 찬반토론이 벌어진 끝에 결국 귀항을 결정했고, 그런 결정에 따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니미츠함에 귀항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이런 내막을 알고 나면,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왜 니미츠함에 귀항명령을 내렸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미국 국방부가 니미츠함을 귀항시키기로 결정한 날로부터 나흘이 지난 2021년 1월 3일 갑자기 귀항명령을 번복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변에는 반드시 어떤 곡절이 있는 법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미국 국방부의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시킬 최고권력자는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의 결정을 번복시켰다는 사실은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21년 1월 4일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1월 3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수장위원회(principal committee)에서 미국 국방부의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하여 니미츠함을 페르시아만에 계속 남겨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그날(1월 3일) 곧바로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하는 명령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발표문을 냈다.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알려진 조건에서 나는 니미츠함의 일상적인 재배치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니미츠함은 미국 중부사령부 작전구역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의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위에 인용한 발표문에서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들을 위협했기 때문에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그냥 핑계로 내세우는 소리에 불과하다. 2021년 1월 2일 이란은 쏠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군 특수작전사령관의 암살을 테러범죄로 규정하고, 암살지령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 48명에 대한 적색수배(red notice)를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Interpol)에 요청했지만, 국제형사경찰기구는 이란이 제기한 적색수배요청을 거부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가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 48명을 수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인사들을 위협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했다는 밀러 국방장관 대행의 말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 트럼프는 왜 귀항결정을 번복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니미츠함 귀항결정을 번복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2021년 1월 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긴급성명에 있다. 긴급성명에 따르면, “이란원자력기구(Atomic Energy Organization of Iran)는 최근 이란이슬람공화국 헌법수호위원회에서 채택된 법에 따라 포르도연료농축공장(Fordow Fuel Enrichment Plant)에서 20%의 순도로 농축한 저농축우라늄(LEU)을 생산할 것이라고 통고했다”고 한다. 

 

이란이 20%의 순도로 농축한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면, 2020년 8월 이후 이란에서 일어난 몇 가지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8월 이란헌법수호위원회에 중요한 법안이 상정되었다. 그 법안은 미국이 2018년 5월 이란핵합의(공식명칭은 공동의 포괄적 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에서 탈퇴한 후 그 합의에 남아있는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 로씨야, 중국 중에서 이란을 제재하는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 세 나라가 1개월 안에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이란은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한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이란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것에 상응하여 이란핵합의 서명국들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되어있다. 이란은 그 합의사항에 따라 핵개발을 중단했지만, 미국은 이란핵합의에서 아예 탈퇴해버렸고,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았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었으므로, 이란은 이란핵합의를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이란헌법수호위원회는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1개월 안에 완화하지 않으면, 우라늄농축을 재개하겠다는 법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란헌법수호위원회가 그 법안을 검토하고 있었던 2020년 11월 27일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사건이 일어났다. 이란의 핵개발사업을 이끌어온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Mohsen Fakhrizadeh)가 이스라엘 국가정보기관 모싸드(Mossad) 소속 암살단이 자행한 테러공격으로 피살된 것이다. 모싸드 암살단이 파크리자데를 잔인하게 암살한 것에 격분한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지금 이란은 파크리자데 암살범들을 수배하고 있지만, 암살범들은 원격조종 첨단무기를 사용하여 테러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에 그들의 신원을 파악하기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조건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하는 방도는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핵개발을 재개하여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 2020년 12월 1일 이란헌법수호위원회는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가 1개월 안에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이란은 우라늄농축을 재개한다는 법안을 채택했던 것이다. 그 법안을 통과시킨 이란헌법수호위원회 성원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이라는 투쟁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이란의 핵시설에 설치된 원심분리기를 촬영한 것이다. 원심분리기는 육불화우라늄을 농축하여 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기기다. 우라늄정광을 변환시켜 육불화우라늄을 만드는데, 2021년 1월 5일 이란원자력기구의 발표에 따르면,이란은 올해 2021년부터 이전보다 8배나 더 많은 우라늄정광을 생산하고,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1,000기나 더 설치하여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총 120kg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란핵합의가 완전히 파기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란핵합의 당사국들인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는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것에 상응하여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한다는 이란핵합의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으며, 미국은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강도를 더 높이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을 강화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과학자를 암살하면서 광분했다. 제국주의국가들이 자행한 그러한 적대행위들은 이란을 핵합의 파기로 이끌어갔다.  

 

그 법안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했어야 하는데, 미국을 추종하는 그 나라들은 제재를 완화하기는커녕 이란에게 핵합의를 준수하라는 헛소리만 늘어놓으며 딴전을 피웠다. 그런 작태를 보면서 인내가 한계점에 이른 이란은 2020년 12월 31일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에게 우라늄농축을 재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란은 이란핵합의를 채택하기 전에 이미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다시 가동하면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언제라도 생산할 수 있다.  

 

2021년 1월 4일 이란의 핵과학자들이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조치가 시작된 것이다. 그 보복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는 이란원자력기구가 2021년 1월 5일에 발표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1) 이란원자력기구는 이란핵합의가 채택되기 전에 연간 4~5t씩 생산해왔던 우라늄정광(yellow cake)을 올해 2021년부터는 8배나 더 많은 35~40t씩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우라늄광산에서 우라늄원광을 채굴하면, 화학공정을 통해 우라늄원광에서 우라늄정광(U3O8)을 추출하고, 우라늄정광을 우라늄농축에 적합한 육불화우라늄(UF6)로 변환시킨 다음, 육불화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서 농축하여 농축우라늄을 생산한다.) 

 

2) 이란원자력기구는 고성능 원심분리기 1,000기를 추가로 설치하여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매시간 17~20g씩 계속 생산하고, 매월 8~9kg씩 계속 생산하여 총 120kg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고성능 원심분리기들인 IR-4 원심분리기와 IR-6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는데, 이란핵합의에 따르면, IR-4 원심분리기는 2026년까지 1기만 가동하면서 직렬련결식 다단계 구조(cascade)로 연결해 10기만 시험가동할 수 있도록 제한했고, IR-6 원심분리기는 2024년 7월부터 1기만 가동하면서 직렬련결식 다단계 구조로 연결해 30기만 시험가동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그런데 이란원자력기구는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1,000기나 더 설치하려는 것이다.)    

 

3) 이란원자력기구는 우라늄을 40~60% 순도로 농축하는 능력도 가졌다고 밝혔다. (이란이 40~60% 순도로 농축한 우라늄을 생산하면, 그것을 핵추진잠수함의 소형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물론 20% 순도로 농축한 우라늄도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런 저농축우라늄은 연료교체주기가 5~6년밖에 되지 않아서 핵연료로서의 실익이 떨어진다. 적어도 40~60% 순도로 농축된 우라늄을 사용해야 핵추진잠수함의 연료교체주기가 더 늘어나게 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란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도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순도를 90%로 농축한 고농축우라늄은 핵탄두에 들어가는 핵물질이다. 이란원자력기구는 우라늄을 90% 순도로 농축하는 기술은 아직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라늄을 40~60% 순도로 농축하는 기술을 가졌으므로 머지않아 우라늄을 90% 순도로 농축하는 기술도 개발할 것이다.) 

 

위와 같은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조치로 본격적인 핵무기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타격권 안에 놓이게 될 것이다. 자기 핵무기를 믿고 이란을 비롯한 아랍국가들에 군사공격과 국가테러를 자행해온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타격권 안에 놓이면, 그런 깡패짓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다. 

 

 

3. 홍해에서 대기 중인 이스라엘 잠수함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는 방도는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그 공장을 파괴하려면,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작전을 벌여야 한다.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은 F-15 전투기 4대를 동원하여 수리아 사막지대 알 키바르(Al Kibar)에 있는 원자로를 공습, 파괴한 적이 있다. 당시 이스라엘군 전자전기는 공중에서 교란전파를 발신하여 수리아군 반항공레이더를 교란했고, 그러는 사이에 수리아 영공을 침범한 F-15 전투기 4대는 야간에 저공비행으로 알 키바르 원자로 상공에 접근하여 오전 1시경 정밀유도폭탄으로 그 원자로를 공습, 파괴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공습하는 것은 수리아의 알 키바르 원자로를 공습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 알 키바르 원자로는 사막지대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은 험준한 산악지대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공습하기 힘들다. 또한 이란의 반항공레이더망은 이스라엘 전자전기가 발신하는 교란전파에 교란당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며, 이란의 반항공미사일은 야간저공비행으로 내습하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을 격추할 수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전투기 공습으로는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전투기 공습으로 자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공습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은 2017년 4월 7일 오전 4시 40분 동지중해에 배치된 미해군 구축함 두 척에서 토마호크순항미사일 60발을 발사하여 240km 떨어진 곳에 있는 수리아군 샤이라트공군기지를 공습했다. 그러나 1발은 지중해에 떨어졌고, 36발은 어디에 떨어졌는지 행방조차 알 수 없고, 나머지 23발은 샤이라트공군기지에 떨어졌으나 경미한 피해만 입혔을 뿐이다. 이스라엘은 이처럼 타격명중도가 떨어지는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하기 힘들다. 더욱이 이란혁명수비군은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300 반항공미사일을 공장 인근에 배치했다.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할 수 없으므로, 그들이 선택할 방도는 특공대원을 잠입시켜 그 공장을 습격, 파괴하는 것이다. 이란혁명수비군이 촘촘한 반항공망을 구축해놓았기 때문에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이 수송기를 타고 이란에 잠입하는 것은 자멸행위에 가깝다. 따라서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은 이란 해안에 은밀히 상륙하여 잠입하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2020년 1월 5일 미국의 언론매체 <은밀한 해안(Covert Shore)>에 주목할 만한 보도기사가 실렸다. 이스라엘이 돌고래-2급 잠수함 한 척을 홍해에 있는 이스라엘의 유일한 항구인 에일랏(Eilat)에 대기시켰다는 것이다. 수중배수량이 2,400t인 그 잠수함은 2020년 12월 19일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여 에일랏항에 도착했다. 주목되는 것은, 그 잠수함에 공기불요추진체계(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가 설치되었고, 그 잠수함 갑판에 수중격납고가 탑재되었다는 사실이다. 수중격납고에는 이스라엘 특수작전부대 샤이에텟(Shayetet) 13에 소속된 특공대원 10명이 들어간다. 

 

공기불요추진체계가 설치된 그 잠수함은 공기를 흡입하기 위해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2주간 동안 계속 바다 속에서 잠항할 수 있고, 수중격납고에 탑승한 이스라엘 특공대원 10명은 이란 해안으로 수중침투하여 은밀히 상륙할 수 있다. 또한 이스라엘 특공대원 10명은 이란에서 암약하는 이스라엘 고정간첩망의 도움으로 포르도연료농축공장에 접근한 다음 그 공장을 습격, 파괴할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제국주의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를 광란적으로 벌이자 이란은 이미 빈 종이장으로 전락한 핵합의를 파기하고 2012년 1월 1일부터 포르도연료농축공장에서 순도 20%의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려고 광분하는 이스라엘은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미국도 이스라엘과 보조를 맞춰가면서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도발위협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중동의 군사상황은 매우 심각해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는 경우, 이란의 보복공격을 촉발하여 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기 전에 반드시 미국과 비밀협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이 수리아 원자로를 공습하기 전에 당시 이스라엘 수상 에후드 올머트(Ehud Olmert)는 당시 미국 대통령 조오지 부쉬(George W. Bush)에게 비밀리 연락하여 공습문제를 상의했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20년 12월 하순 이스라엘 수상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에게 비밀리 연락하여 이란의 포르도연료농축공장 습격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스라엘이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우려하여 미국 국방부의 니미츠함 귀항명령을 번복시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도발위협과 경제제재로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중단시키려고 하지만 이란과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면, 전쟁에서 이기지도 못하고 엄청난 전쟁피해를 입고 패할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을 피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 11월 16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1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수장위원회에서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이 거론되었지만, 이란에 대한 미사일공격은 전쟁을 불러올 위험성이 너무 커 논의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수상이 이란과의 전쟁을 불사하면서 습격문제를 이야기했을 때, 그의 군사모험주의에 제동을 걸면서 미국이 군사도발위협으로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으므로 전쟁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네타냐후를 설득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내막을 알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니미츠함을 페르시아만에 그대로 남겨둔 것은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이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의 군사모험주의에 제동을 거는 억제조치라는 점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군사모험주의에 빠진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그런 억제조치가 언제까지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란의 핵무기개발이 지금보다 더 진척되어 중단시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공장을 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스라엘이 군사모험주의에 사로잡혀 광분할수록 미국도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강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 2021년 1월 7일 미국 노스대코다주에 있는 마이넛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2대가 36시간 동안 장거리비행을 하여 이란 해안에서부터 약 100km 떨어진 페르시아만 상공까지 바짝 접근했다. 이것은 미국이 지난 12월 초 이후 네 번째로 페르시아만 상공에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출동시킨 군사도발위협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도발위협강도를 높일수록 이란은 그것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대응행동을 더 강도 높게 벌이게 된다. 이를테면, 이란혁명수비군은 2021년 1월 5일부터 이틀 동안 이란 중북부에서 무인항공기를 동원한 전투훈련, 감시정찰훈련, 전자전훈련을 실시했고, 2021년 1월 7일에는 페르시아만 아살루예(Asaluyeh) 앞바다에서 무장쾌속정 700여 척이 참가한 대규모 해상전투훈련을 실시했고, 1월 8일에는 페르시아만에 있는 거대한 지하미사일기지를 이란 언론에 공개했다. 2020년 7월 5일 이란혁명수비군 해군사령관은 이란 언론과 대담하면서 페르시아만의 이란 해안선 2,200km 전체 구역에 지하미사일기지들과 지하해군기지들이 건설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군사모험주의에 사로잡힌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여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수리아, 헤즈볼라, 하마스, 안싸룰라를 비롯한 반미-반이스라엘세력들이 일제히 봉기하여 이스라엘과 중동의 미국군기지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로써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은 중동 전역에서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다. 

 

 

4.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군사대결

 

이번 연말연시를 지나는 동안 중동에서만 군사상황이 위태로워진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군사상황도 그에 못지않게 위태로워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의 국가분렬세력 사이에서 격화된 적대적 모순관계가 협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전쟁으로 해결해야 하는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2021년 1월 4일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중국인민해방군 전군에 군사훈련을 명령하면서 “전쟁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실전훈련수준과 승전능력을 전면적으로 높여야 한다. 실전훈련과 더불어 전쟁과 작전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작전과 훈련을 일체화하며 전시에 대비해야 한다. 언제든지 전쟁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훈시하면서, “중국인민해방군 모든 장병들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으며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부여한 시대적 사명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날은 2021년 7월 23일이므로, 시진핑 주석의 명령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오는 7월 23일까지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부여한 시대적 사명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중국인민해방군에게 부여한 시대적 사명은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조국통일위업을 성취하는 것, 다시 말해서 통일전쟁의 승리다. 

 

그와는 정반대로 미국은 대만의 국가분렬세력과 손잡고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켜 ‘중화민국’이라는 친미독립국가를 세우려고 광분하고 있다. 이를테면, 2020년 8월 31일 데이빗 스틸웰(David R. Stillwell)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워싱턴에서 진행된 화상토론회에서 레이건 행정부가 1982년 7월 대만에게 비밀리에 공약했던 6항보증을 재확인한다고 하면서, 6항보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미국-대만관계에 대한 미국의 외교원칙을 명시한 6항보증은 다음과 같다.  

 

1)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단하는 시한을 정하지 않는다.

2)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와 관련하여 중국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

3) 미국은 중국과 대만의 중재역할을 하지 않는다.

4)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수정하지 않는다.

5) 미국은 대만의 주권과 관련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6) 미국은 대만에게 중국과 담판하라는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소속 Y-8 대잠초계기가 대만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여 초계비행을 하는 장면이다. 중국은 2012년에 이 기종을 대잠초계기로개조하여 작전배치하였다. 기체 앞부분 아래쪽에 커다란 탐지레이더가 달려있고, 기체 옆면에는 ISA레이더가 장착되었다. 중국인민해방군 작전기들은 2020년 한 해 동안 380차례나 대만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이것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키려는미국과 대만의 국가분렬책동을 파탄시키기 위한 군사활동의 일환이다. 지금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는 중국인민해방군을 한편으로 하고 미국군과 대만군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첨예한 군사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가고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해도 대만문제와 남중국해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쌍방의 군사대결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중동의 군사상황과 더불어 동북아시아의 군사상황도매우 심각해졌다.  

 

2020년 11월 12일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라디오방송 대담에 출연하여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라는 망발을 늘어놓으며 중국을 자극했다. 2021년 1월 6일 클라크 쿠퍼(R. Clarke Cooper)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담당차관보와 대만 외교부 및 국방부 관리들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화상회의형식으로 진행했다. 2021년 1월 9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 인사들이 대만 정부 인사들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해온 내부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방문하거나 대만 총통이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는 뜻인데, 대만을 친미독립국가로 공인하여 중국을 분렬시키려는 국가분렬책동의 마지막 절차이다. 만일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방문하거나 대만 총통이 백악관을 방문하는 마지막 금지선을 넘을 경우, 중국은 지체 없이 대만통일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과 대만이 밀착하여 국가분렬책동을 더욱 악랄하게 벌일 것이므로, 중국에게 시간은 촉박하다. 그래서 중국은 대만통일전쟁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테면, 시진핑 주석은 2020년 11월 14일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작성한 ‘중국인민해방군 연합작전강요’라는 제목의 군사작전문서를 비준했다. 또한 2020년 12월 26일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는 국가방위법 개정안을 채택했고, 개정된 국가방위법은 2021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개정된 국가방위법은 국가분렬을 반대하고, 국가발전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고 전쟁을 수행한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대만의 국가분렬책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통일전쟁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한 개정된 국가방위법은 이전 시기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이 행사해왔던 전쟁개전권한과 전쟁물자동원권한을 중앙군사위원회로 이양시켰다. 이런 법적 정비조치는 전쟁지휘권이 중앙군사위원회에로 일원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중앙군사위원회가 전쟁지휘권을 장악하고 전쟁수행력을 한층 더 강화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중국공산당의 영도에 따라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한 군사활동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2020년 한 해 동안 중국인민해방군 작전기들이 380차례나 대만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중국은 대만방공식별구역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대만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중국인민해방군 작전기들이 그 구역에 진입할 때마다 대만은 전투기를 긴급히 출동시켜 대응해야 한다. 제한적인 공군력밖에 갖지 못한 대만이 전투기를 긴급히 출동시키는 대응작전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의 소모전과 심리압박에 말려드는 것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2021년 1월 1일 중국인민해방군 조기경보기 1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는데, 당시 미국군 대잠초계기 P-8A 한 대가 바로 그 방공식별구역 상공에서 정찰비행을 하고 있었다. 또한 1월 4일 오전 8시 59분부터 오전 11시 31분까지 중국인민해방군 전자전기 2대, 대잠초계기 1대, 기술정찰기 1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연속 진입했는데, 당시 미국군 고고도장거리무인정찰기 MQ-4C 한 대가 바로 그 방공식별구역 상공에서 정찰비행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인민해방군을 한편으로 하고, 미국군과 대만군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첨예한 군사대결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가고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해도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쌍방의 군사대결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대만분리독립책동은 미국의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계속 추진되어왔다. 

 

그런데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려고 광분하는 이스라엘이 포르도연료농축공장을 습격, 파괴하고, 그에 대한 이란의 보복공격으로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으로 쏠리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각 대만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2020년보다 한층 더 위태로워진 2021년의 군사상황 속에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당위원장은 그 대회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이 조선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는 경우,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바로 그 ‘새로운 길’이다.    

 

2021/01/06

한 나라 영토에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한호석의 개벽예감](426)

자주시보 2021년 01월 0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한 나라 영토에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2.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현상

3. 통일국가건설을 경제성장문제로 왜곡하는 현상

4. 두 지역으로 분렬된 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분단원흉

 

 

1. 한 나라 영토에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아침은 밝아왔어도, 통일의 여명은 아직 보이지 않는 2021년 새해 첫날, 지도를 펼쳤다. 20여 년 전 어느 날 통일강연을 하기 위해 고속렬차를 타고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에 내려 우연히 들른 역전책방에서 구입한 1:1,050,000 축적의 지도다. ‘우리나라 지도’라고 쓴 굵은 글씨체 제목이 선명하다. 미국에서 40년을 살아온 나에게 우리나라 지도는 떠나온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표상이다. 선조들이 수수천년 살아온 산천이 그 지도 속에 보이고, 내가 태어나 자란 서울의 낯익은 거리가 그 지도 속에 보이고,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날 다시 돌아가고픈 새로운 세상이 그 지도 속에 보인다. 

 

지도에는 우리나라 국경이 표시되었다. 북방으로는 790km에 이르는 압록강과 547km에 이르는 두만강까지, 그리고 남방으로는 제주도 남쪽 11km에 있는 작은 섬 마라도까지 우리나라 영토다. 우리나라 중부지역의 동서를 관통하는 240km의 군사분계선은 국경선이 아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의해 그어진 군사분계선은 하루빨리 철폐되어야 할 분단선이지, 국경선이 아니다. 우리나라 북방국경선은 압록강 하구에서 두만강 하구에 이르는 1,400여 km에 걸쳐있으며, 우리나라 최남단영토는 섬면적이 0.3㎢밖에 되지 않아 한 개의 작은 점으로 지도에 표시되는 마라도이다. 새해 아침에 펼쳐본 지도는 조국의 영토관념을 일깨워주었다.  

 

북쪽으로는 백두산 천지에, 남쪽으로는 마라도에 이르는 우리나라 영토에는 두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한 나라 영토에 두 나라가 존재한다는 말은 궤변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마라도에 이르는 우리 영토에는 오직 한 나라만 존재한다. 이런 진리를 깨달으면, 우리나라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분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우리나라는 두 나라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통일국가가 건설될 때까지 서로 다른 두 개의 국명을 남과 북에서 각각 사용하는 것이다. 

 

남과 북이 한 나라 안에서 국명을 각각 다르게 사용하는 것은 상대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은 남조선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남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북은 남조선을 미국이 점령한 미해방지역으로 인정하고, 남은 북한을 미수복지역으로 인정하고, 미국은 북조선을 미점령지역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북은 미해방지역인 남조선을 해방하려는 것이고, 남은 미수복지역인 북한을 수복하려는 것이며, 미국은 미점령지역인 북조선을 점령하려는 것이다. 이런 첨예한 대결구도가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고 전쟁재발위험을 항시적으로 조성하는 근본원인이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오늘까지 존속하는 첨예한 대결구도를 해체하고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통일국가가 건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은 미해방지역을 무력으로 해방하려는 것이고, 남은 미수복지역을 무력으로 수복하려는 것이며, 미국은 미점령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국가를 건설하지 않으면, 평화와 안정은 언제가도 실현될 수 없고, 전쟁재발위험은 항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통일국가가 건설될 때까지 남과 북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남북평화공존은 분단체제에서 실현될 수 없으며, 평화적 분단체제라는 말도 어불성설인 것이다. 이처럼 명백한 이치를 알지 못하면, 남과 북이 분단체제에서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고, 분단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명백하게도, 분단체제와 평화체제는 그 어떤 경우에도 공존할 수 없는 상극체제이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의 평화운동과 달리, 분단체제에서의 평화운동은 독자적 지위를 갖지 못하며,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조국통일운동에 종속된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분단체제에서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궤변이 남측 사회에서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성인 남녀 1,000여 명을 직접 만나 면접하는 방식으로 통일의식에 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는 통일연구원이 2019년 12월 12일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1990년 8월에 제정된 민족통일연구원법에 의거하여 1991년 4월에 창립되었는데, 2020년 4월 문재인 정부는 탈북자를 원장에 임명했다. 대북적개심을 지닌 탈북자가 원장에 임명되었으니, 통일연구원의 사업이 얼마나 반북적으로 흘러갈 것인가는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진행한 통일의식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1) 우리나라가 통일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률은 2016년 37.3%, 2017년 31.7%, 2018년 32.4%, 2019년 28.8%로 해마다 낮아졌다.

 

2)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공존할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고 응답한 비률은 2016년 43.1%, 2017년 46.0%, 2018년 48.6%, 2019년 49.5%로 해마다 높아졌다. 

 

위에 인용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4년 동안 남측 사회에서 조국통일의식이 점차 박약해진 반면, 남과 북이 분단체제에서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궤변이 점차 확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여론조사결과는 모든 연령층 응답자들 가운데서 20대 청년들이 남북공존론을 가장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장차 통일국가의 주역으로 나서야 할 청년들 가운데서 상당수가 분단체제에서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궤변에 속아 넘어가 조국통일의지를 상실한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우리나라 북변에 있는 백두산 천지의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고,아래쪽 사진은 제주도 남쪽에 있는 우리나라 최남단영토인 마라도의 모습을 보여준다.백두산에서 마라도까지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신성하고 아름다운 삼천리금수강산이다. 백두산에서 마라도에 이르는 우리나라 영토에는 두 나라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민족의 성산 백두산은 민족분렬의 상처를 안고 고통과 불행을 겪는 우리 민족을 통일국가건설에로 부르고 있다. 우리 민족이 백두산의 강의한 기상을안고 통일국가건설운동을 힘있게 밀고나가면, 미국과 종미예속세력의 방해와 도발을꺾어버리고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자주통일위업을 실현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1,084년 전에 등장했던 강대한 통일국가 고려를 계승하는 새로운 자주통일강국이 탄생하는 것이다. 오늘 8천만 민족은 비록 괴질확산 속에서 시련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자주통일강국의 탄생이라는 웅대한 목표를 바라보며 2021년 새해를 맞았다.  

 

 

2.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현상

 

우리 민족사에 처음 등장한 통일국가는 918년에 세워진 고려다. 통일국가를 건국한 태조 왕건(877~943)은 신성대왕이었다. 발해가 926년에 멸망했고, 후기신라가 935년에 멸망했고, 후백제가 936년에 멸망했으므로, 고려가 진정한 의미의 통일국가로 등장한 때는 936년이라고 보아야 한다. 통일국가 고려의 등장을 민족사적 대사변으로 보아야 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1) 왕건대왕은 18년 동안 지속된 통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위대한 통일국가를 건설했다. 왕건대왕은 후기신라와 후백제를 각각 항복시키고 그 두 나라를 포섭하는 방식으로 통일전쟁을 수행하였고,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을 적대시하면서 발해의 유민을 고려에 받아들였다. 통일전쟁에서 동족끼리 싸우더라도 살상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왕건대왕의 통일전쟁원칙이었다. 

 

2) 고려는 중국과 거란에 굴종하지 않는 자주통일국가였다. 왕건대왕이 고려를 건국했을 때, 중국은 오대십국시대(907~979)로 분렬되어 있었고, 거란(916~1125)의 국력은 아직 약한 상태에 있었다. 침략외세인 당나라와 동맹하여 동족국가들인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후기신라(676~935)는 고구려 영토에 재건된 고구려의 계승국 발해(698~926)와 공존하였으므로, 통일국가가 아니었다. 후기신라를 ‘통일신라’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 민족사에서 발해를 배제시키는 엄중한 과오다. 

 

3)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 위대한 통일국가였다. 왕건대왕은 서경(오늘의 평양)을 전략거점으로 중시하면서 고구려의 옛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힘썼다. 고려의 북방국경선은 요수(遼水)에 그어졌는데, 그로써 광개토대왕의 강국건설정책에 따라 402년에 고구려의 영토로 편입되었던 요수의 광대한 동부지역(요동6주=강동6주)이 고려의 영토로 되었다. 오늘날 랴오허(遼河)라고 부르는 요수는 고구려 때부터 고려 때까지 압록수(鴨淥水)라고 불렀는데, 압록수는 오늘의 압록강이 아니다. 압록수의 록(淥)은 밭을 록자이고, 압록강의 록(綠)은 초록빛 록자다. 일본제국의 역사학자 쓰다 쏘우끼찌(津田左右吉)는 1913년에 펴낸 ‘조선력사지리’에서 고려의 북방국경선인 압록수(오늘의 랴오허)를 오늘의 압록강으로 바꿔놓고 고려의 영토를 반도로 축소시켰다. 일제의 식민사관은 강대한 대륙국가 고려를 왜소한 반도국가로 만들었다.    

 

고려가 통일국가로 등장한 이후 올해까지 1,084년 세월이 흘렀다. 그 장구한 세월 동안 우리 선조들은 하나의 국가 안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왔다. 1,084년 동안 국가는 변천되었으나, 민족은 공고하게 결합된 사회적 집단으로 장성해왔다. 

 

민족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민족이라는 말은 근대적 국가관념이 형성되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2019년에 집필한 논문에 따르면, 1900년 <황성신문>에서 민족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되었고, 1919년 3.1운동을 거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예컨대, 1920년 4월 6일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민족은 역사적 산물이며, 생명을 가진 실체라고 서술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민족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시대는 일제식민통치에 저항하여 민족동질의식이 강화되고 민족주의가 출현했던 반일항쟁기였다. 반일항쟁기에 등장한 민족주의가 민족담론을 자기의 전유물처럼 만드는 바람에 민족담론과 계급담론을 대치시키는 인식착오가 생겨났지만, 원래 민족담론은 민족주의의 전유물이 아니며, 민족담론과 계급담론은 서로 대치되는 것이 아니다. 민족담론은 근대적 민족국가의 출현과 더불어 생겨났지만, 근대적 민족국가가 출현하기 이전에도 우리 민족은 스스로를 겨레라고 불렀다. 

 

중화민족, 일본민족, 윁남민족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겨레들이 한 나라 안에 공존하는 복합민족이지만, 우리 민족은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단일겨레가 통일국가를 건설한 단일민족이다. 단일혈통과 단일언어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이다. 1,084년 세월 동안 우리의 단일언어 안으로 몇몇 외래어가 흘러들어왔어도 민족어의 단일성과 순수성이 변함없이 보전되어온 것처럼, 1,084년 세월 동안 우리의 단일혈통 속에 몇몇 외래혈통이 흘러들어왔어도 민족혈통의 단일성과 순수성은 변함없이 보전되었다. 단일혈통과 단일언어에 관한 담론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을 밝혀주는 것이지, 민족우월주의나 민족배타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도 언제나 변함없이 존재하는 바다처럼 민족은 크고 넓고 깊은 존재다. 사회적 관계로 결합된 여러 집단들 가운데서, 민족은 가장 크고 넓고 깊은 집단이다. 약 37조 개의 세포들이 결합된 개별적 생명체인 사람처럼 우리 민족은 약 8,000만 개의 개별적 구성원들이 결합된 집단적 생명체다. 인체에 상처가 나면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집단적 생명체인 민족도 분렬의 상처를 입고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우리나라의 분단은 1,000년 통일민족사를 훼손한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재난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남과 북으로 분렬된 민족에게 통일국가건설은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과업으로 된다. 

 

우리가 통일국가를 반드시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집단적 생명체인 민족이 분렬의 고통과 불행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완성하고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국가는 민족이라는 집단적 생명체의 필수불가결한 존재근거이며, 통일국가건설은 민족이라는 집단적 생명체의 자주적인 요구다. 반일항쟁기에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민족적 권리였던 것처럼, 오늘 분단시기에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민족적 권리다. 통일국가건설의 기초는 민족의 자주성이다. 자주민족의식을 가져야 민족관을 세울 수 있고, 민족관을 세워야 자주통일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통일국가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궤변이 남측 사회에서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심각한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12월 말 통일연구원이 펴낸 ‘통일 이후 통합방안: 민족주의와 편익을 넘어서 통일담론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통일국가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비률은 41.1%였고, 그와 반대되는 의견에 응답한 비률은 23.6%였다고 한다.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통일국가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비률을 연령층으로 구분하면, 20대는 49.7%, 30대와 40대는 각각 43.8%, 50대는 37.2%, 60대 이상은 34.0%라고 한다. 또한 남과 북이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소망이라고 응답한 비률을 보면, 20대는 13.7%, 30대는 18.2%, 40대는 22.6%, 50대는 32.2%, 60대 이상은 30.3%라고 한다. 

 

위에 인용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남측 사회에서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그런 이완현상이 지금보다 더 악화되어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해체되면, 통일국가건설의 정신적 기초가 무너지고 통일국가건설운동은 쇠락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현상이 20~30대 청년들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장차 통일국가의 주역으로 되어야 할 청년들 속에서 민족동질의식과 조국통일의지의 결합이 이완되는 것은 매우 위중한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05년 8월 15일 서울에서 진행된 8.15민족대축전 참가자들이 커다란 통일기를 펼치며 조국통일의지를 드높이는 장면이다. 통일기는 일본이 감히 강탈하려는 독도가 우리나라의 영토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2005년 8.15민족대축전에는남측 대표단 300명, 북측 대표단 200명, 해외동포 대표단 100명이 참가했다. 나도 해외동포 대표단의 한 성원으로 그 축전에 참석했었다. 우리는 분렬될 수 없는 단일민족이며, 우리나라는 분렬될 수 없는 단일국가라는 조국통일의지가 통일기에 어려있다. 통일기에 어려있는 그런 심오한 의미를 외면하고 통일이라는 말을 꺼려하는 가짜들이 '한반도기' 또는 '단일기'라는 이상한 명칭을 조작해냈다. 분단이 75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오늘, 8천만 민족은 통일기 아래 단결하고, 통일기를 높이 휘날리며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더욱 힘있게 투쟁해야 한다. 단결과 투쟁만이 자주통일국가건설의 원동력으로 된다.  

 

 

3. 통일국가건설을 경제성장문제로 왜곡하는 현상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통일국가를 반드시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집단적 생명체인 민족이 분렬의 고통과 불행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완성하고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런데 남측 사회에서는 통일국가건설을 경제성장문제로 왜곡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10월 7일 통일부의 용역을 받은 연구진이 10개월 동안 연구하여 작성했다는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전망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가 2020년에 통일된다고 가정하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30년에는 통일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3조6,550억 달러로 급증하여 세계 8위의 경제강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2030년에 통일된다고 가정하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40년에는 통일국가의 국내총생산이 5조4,081억 달러로 급증하여 세계 7위의 경제강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 보고서는 통일국가가 환서해경제권과 환동해경제권을 중심국가로서 동북아시아의 중심축이 되고, 통일국가의 교통망이 아시아의 대륙교통망 및 태평양 항로와 각각 연결되어 세계의 중심적 물류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국가건설을 경제성장문제로 왜곡하는 현상은 원래 미국의 국제금융자본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2009년 9월 21일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금융기관인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우리나라가 통일되면 30~40년 뒤에 국민소득이 87,000달러로 급증하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강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남측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버리고 파산위기에 빠져든 오늘의 현실을 보면, 지금으로부터 9년 전에 나온 그런 장밋빛 전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비과학적 전망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비과학적인 경제전망을 가지고 통일국가의 미래를 예상하였다는 사실이다.  

 

국제금융자본의 비과학적인 전망은 조선을 핵포기와 개혁-개방으로 유인하여 사회주의계획경제를 무너뜨리고 자본주의시장경제로 변질시키려는 흡수통일론의 경제적 변종이다. 그런 흡수통일론은 북을 극도로 자극하는 도발담론에 불과하므로, 더 이상 거론할 가치가 없다. 

 

그와 다르게, 합리적인 정세분석에 기초한 전망은 통일국가가 건설되는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과두제(international financial oligarchy)가 통일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해 경제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통일을 반대하는 국제금융과두제가 신생통일국가에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조선의 사회주의계획경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시장경제로 변질될 것이라는 도발담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합리적이며 과학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통일국가가 건설되면 북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남의 산업기술이 결합하여 통일국가의 경제가 급속히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것은 빗나간 예상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과두제가 통일국가에 가하는 경제제재 앞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남의 산업기술력은 무용지물로 될 것이다. 이런 예상은 북의 자립경제가 통일국가의 경제발전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준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과두제가 통일국가에 경제제재를 가해도, 미국의 집요한 방해와 도발을 꺾고 통일국가를 건설하게 될 우리 민족은 오랜 통일국가건설운동 속에서 단련되고 강고해진 주체력량으로 국제금융과두제의 경제제재를 무력화하고 자립경제를 급속히 발전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국제금융과두제의 경제제재를 받는 통일국가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자립경제로선을 추구하는 길밖에 없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개성시 남동부에 있는 개성공업지구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개성공업지구는 군사분계선에서 2.5km 떨어져있다. 개성공업지구는 2007년부터 운영되었으나, 2016년 2월 10일 남측의 종미예속세력은 개성공업지구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결정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개성공업지구는 폐쇄되어있다. 통일국가가 건설되어야개성공업지구가 재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은 분단체제에서 남과 북의 평화공존이나 상호협력이 실현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안겨주었다. 명백하게도, 우리 민족이 통일국가를 건설하지 못하면, 민족의 자주적 발전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연방통일국가가 건설되면, 개성공업지구 같은 남북경제협력지구들이 연방국가의 남측 지역과 북측 지역 곳곳에 출현하여 연방국가의 통일적 경제발전을 적극 추동할 것이다.  

 

 

4. 두 지역으로 분렬된 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분단원흉

      

2018년 12월 21일 <동아일보>에 또 다른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2018년 12월 2일 국회미래연구원이 진행한 ‘미래공론조사’에 참여한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의 체험담이다. ‘미래공론조사’에 참여한 그 대학생은 <동아일보> 취재기자에게 자신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0여 년 동안 학교에서 통일 아니면 분단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교육을 받다가 그 중간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런 중간의 국가간 형태들을 세계 각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왜 그걸 남북관계에 적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나 안타까움도 있었어요.” 그는 남북관계가 2030년에는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되고, 2050년에는 건국 초기의 미국처럼 느슨한 연방국가로 전환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그 대학생 한 사람만 그렇게 희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공론조사에 참가한 응답자들 가운데 46.3%가 앞으로 10년 뒤에 남북관계가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되기를 바랐고, 응답자들 가운데 27.4%가 앞으로 30년 뒤에 남북관계가 느슨한 연방국가로 전환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공론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국회미래연구원이 나누어준 자료집을 읽고 학습과 토론을 벌이면서 세 차례의 설문조사에 응했는데, 1차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의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참여자들은 2차 설문조사와 3차 설문조사를 거치면서 통일지연론에 더 깊이 빠져들어가는 바람에 통일시기를 평화공존시기 이후로 더 지연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명백하게도, 이런 의식변화는 선평화, 후통일론을 주입받았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통일국가건설운동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선평화, 후통일론을 주입하면, 통일지연론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통일국가건설을 평화공존 이후로 지연시키는 선평화, 후통일론은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담론에 불과하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위에 서술한 것처럼,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공론조사’에서 우리 민족이 느슨한 연방국가를 건설하는 시기를 2050년으로 예상했다. 그런 예상에 따르면, 연방제 통일은 분단원년인 1945년을 기준으로 산정할 때, 105년 뒤에나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통일국가건설을 100년 뒤로 지연시키는 것도 용납될 수 없지만, 2050년으로 예상하는 통일시점도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제멋대로 설정한 것이므로, 연방제 통일이 105년 뒤에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은 통일국가건설시기를 사실상 무한정 연기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바로 여기서 선평화, 후통일론의 반역사성이 드러난다. 선평화, 후통일론은 우리 민족이 통일국가를 건설하여 자주적으로 발전하려는 노력을 무한정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반역사적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시기 일제가 장악한 식민지체제에서 우리 민족이 수행해야 했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업은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었고, 그와 마찬가지로, 현 시기 미국이 장악한 분단체제에서 우리 민족이 수행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업은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반일항쟁기 36년 동안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는 시기를 하루도 지연시켜서는 안 되었던 것처럼, 오늘 분단시대 75년 동안 우리 민족은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시기를 하루도 지연시킬 수 없다. 우리 민족은 75년 동안 깊어진 분렬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해야 한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통일국가건설을 무한정 지연시키는 선평화, 후통일론이야말로 반역사적 담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위에 서술한 것처럼,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공론조사’에서는 남북관계가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남북관계가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우리나라가 두 나라로 완전히 갈라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누구나 직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두 나라로 분렬될 것이라는 말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반민족적인 망언이다. 남과 북 두 지역으로 분렬된 우리나라가 두 나라로 완전히 분렬되면, 우리 민족도 두 민족으로 분렬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것은, 통일국가 고려가 등장한 이후 1,084년 동안 집단적 생명체로 살아온 단일민족의 사회정치적 생명을 끊어버리려는 잔인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분단체제를 무너뜨리고 하루빨리 통일국가를 세워야 할 판에, 두 지역으로 분렬된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완전히 분렬시키려는 것은 극악한 국가분렬범죄가 아닐 수 없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우리나라 영토를 보여주는 위성사진이다.8천만 민족이 저 영토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국이 분할점령정책으로 갈라놓으려고 광분했으나 분렬되지 않은 우리나라 영토이며, 종미예속세력이 국가분렬정책으로 갈라놓으려고 광분했으나 분렬되지 않은 우리나라 영토다. 우리나라는 절대도 두 나라로분렬되지 않을 것이며, 뜻밖에 통일국가건설시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앞당겨질 것으로보인다. 왜냐하면, 남과 북의 민족주체력량이 분할점령정책과 국가분렬정책을 전면적으로 배격하면서 통일국가건설운동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비록 통일의 여명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우리 민족이 주체력량으로 가까운 장래에 통일국가를 건설할 것이라는전망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정적이다. 통일국가건설은 과학이며 신념이다.  

 

두 지역으로 분렬된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국제음모를 꾸며낸 범죄자는 미국이다. 1975년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는 1975년 9월 22일 제30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면서 남과 북에 대한 주변국들의 교차승인(cross-recognition)을 제안했다. 그는 “조선과 동맹국들이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미국과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이르는 세계사의 격변기에 소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체제가 연속 붕괴되고, 중국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정세변화에 편승한 미국은 노태우 독재정권을 앞세워 이른바 ‘북방외교’를 추진했다. 노태우 독재정권의 북방외교는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키씬저의 교차승인음모를 실행에 옮긴 반민족적 외교정책이었다. 노태우 독재정권이 북방외교를 추진한 것으로 하여 1990년 9월 30일 한국과 소련이 수교합의의정서에 서명했고,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한중외교관계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런 정세격변 속에서 미국이 노린 것은 남과 북을 유엔에 별개의 국가로 가입시켜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는 유엔동시가입이었다. 북은 남북유엔동시가입을 반대하면서 남북단일의석가입을 주장했다. 

 

1991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는 회고록에서 ‘북방외교의 성과’에 의해 소련과 중국은 남측이 유엔에 단독가입을 신청해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고, 만일 북측이 끝까지 유엔동시가입을 거부하면 남측이 단독으로 유엔에 가입할 작정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만일 북이 남북유엔동시가입을 반대하고 남북단일의석가입을 끝까지 주장하면, 남측만 단독으로 유엔에 가입하고, 북측은 유엔에 가입하지 못하는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북은 1991년 5월 자기의 남북단일의석가입안을 철회하고, 유엔에 가입신청을 냈다. 그렇게 되어 남과 북은 1991년 9월 17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별개의 국가로 동시에 가입했다. 

 

키씬저가 꾸며낸 교차승인음모에 따르면,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과 일본도 조선과 수교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수교한 때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미국과 일본은 조선과 수교하기는커녕 조선과 대결하는 적대정책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 키씬저의 교차승인은 세상을 속인 기만음모였다. 30년 전 노태우 독재정권은 키씬저의 교차승인음모에 따라 남북유엔동시가입을 추진하면서 남과 북이 별개의 국가로 각각 유엔에 가입하더라도 일단 유엔에 들어가면 유엔성원국으로서 상호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떠들었지만, 지난 30년 동안 남과 북은 유엔에서 상호협력하기는커녕 정면대결만 계속해왔다.  

 

북위 38도선을 분할선으로 획정하고 그 이남지역을 점령하였을 뿐 아니라, 남과 북을 유엔에 동시에 가입시켜 우리나라를 두 나라로 분렬시키려고 광분한 미국은 오늘도 여전히 분할점령정책에 집착하고 있다. 또한 그런 분단원흉을 숭상하고 추종하는 종미예속세력은 선평화, 후통일론이라는 궤변을 퍼뜨리며 국가분렬정책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분할점령정책에 집착하고, 종미예속세력이 국가분렬정책을 자행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절대로 두 나라로 분렬되지 않을 것이며, 뜻밖에 통일국가건설시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남과 북의 민족주체력량이 분할점령정책과 국가분렬정책을 전면적으로 배격하면서 통일국가건설운동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분할점령정책에 계속 집착하고, 종미예속세력이 국가분렬정책을 계속 자행하면, 북은 그런 반민족적 책동을 저지, 파탄시키기 위해 통일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분단체제를 우호적인 국가관계로 변화시키려는 그 어떤 기도도 실패할 것이며, 그런 기도를 자행하는 세력은 파멸을 면치 못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비록 통일의 여명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우리 민족이 주체력량으로 가까운 장래에 통일국가를 건설할 것이라는 전망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정적이다. 통일국가건설은 과학이며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