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4

트럼프의 평양방문, 올해 안에 실현된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65)
자주시보 2019년 09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누가 친서내용을 외부에 발설했을까?
2. 초청의사 들을 때마다 재회를 기대한다고 응답한 트럼프
3. 평양초청 받고 흥분한 트럼프, 10분 동안 이야기했다 
4. 평양에서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은 평화회담
5. 평화체제수립방안은 단계적 실현방안
6.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 제의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7. 3중 구도를 예상한다


1. 누가 친서내용을 외부에 발설했을까?

며칠 전, 조미협상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나왔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9년 9월 16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8월 셋째 주(12~17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그를 평양에 초청하였다고 한다. 언론보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제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하면서 조미협상재개시한을 언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방문용단을 기다리는 중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평양방문용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국가수반에게서 받은 친서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법인데, 어떻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내용이 한국 언론매체에 유출된 것일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내용을 알고 있을 만한 미국 행정부 관리들 중에서 누군가가 한국 외교부 고위관리에게 알려준 친서내용이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한국 언론매체에 유출된 것이 분명하다. <사진 1> 

▲ <사진 1> 2019년 8월 20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서울에 도착하여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각각 만났다. 위의 사진은 2019년 2월 9일 평양에서 조미실무협상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한 비건 특별대표가 외교부 청사를 방문하여 강경화 장관에게 조미실무협상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판문점에서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하자는 미국 국무부의 제안에 대한 조선 외무성의 응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응답은 오지 않았다. 당시 비건 특별대표는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강경화 장관에게 2019년 8월 셋째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친서내용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다.     

친서내용을 알고 있을 만한 미국 행정부 관리들 중에서 백악관에 친서가 전달된 직후 서울에 나타난 사람이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다. 그는 2019년 8월 18일 워싱턴을 떠나 8월 19일 일본 도꾜에 도착하여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났고, 8월 20일 서울로 이동하여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각각 만났다. 당시 비건 특별대표가 서울을 방문한 목적은 조미실무협상이 판문점에서 개최될 것으로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워싱턴을 떠나기 전 조선 외무성에게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개최할 것을 제의하였고, 8월 20일 서울에 도착하여 조선 외무성의 응답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하자 8월 23일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비건 특별대표는 2019년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에 머무는 동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내용을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그를 평양에 초청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보도한 2019년 9월 1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보도내용과 관련된 국회의원의 질문을 받자, “그러한 친서가 얼마 전에 있었다고 하는 것을 미국측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상세한 설명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을 보면, 비건 특별대표가 친서내용을 귀띔해준 것이 아니라 상세히 설명해준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친서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중대한 정보를 문재인 정부에게 알려주어 그에 대비할 필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비건 특별대표가 친서내용을 문재인 정부에게 알려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한 징후로 된다. 


2. 초청의사 들을 때마다 재회를 기대한다고 응답한 트럼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에서 진행된 제1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바 있다. 

<중앙일보> 2018년 6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특사로 백악관에 파견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2018년 7월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것이 아니라, 2018년 7월 중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친서에서 2018년 7월 중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고, 2019년 8월 셋째 주에 보낸 친서에서 2019년 12월 안으로 평양을 방문하도록 또 다시 초청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에 받은 첫 번째 초청은 뒤로 미루었지만, 올해 8월에 받은 두 번째 초청은 뒤로 미룰 수 없다. 왜냐하면, 세 번째 초청은 있을 수 없으므로 두 번째 초청이 그에게 마지막 기회로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근거가 거기에 있다.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상봉한 트럼프 대통령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안내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사상 처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에 들어선 격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음에 평양에 오신다면 세계정치외교사에 커다란 사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초청의사를 또 다시 밝혔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들어가 걸어가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을 밟은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을 공식 방문하는 것이다. 지난 6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에 평양에 오신다면 세계정치외교사에 커다란 사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초청의사를 또 다시 밝혔다.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메시지에 "나는 그와 곧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이것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초청을 우회적으로 수락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판문점 상봉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응답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하고 회담을 진행한 이튿날, 트위터 메시지에 “이번 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은 좋았다. 좋은 만남이었고, 그는 아주 건강하고 좋아보였다. 나는 그와 곧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8월 9일에도 트위터 메시지에 “그리 머지않은 장래(in the not too distant future)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초청을 받고 재회의사를 거듭 밝힌 것은, 평양을 방문하고 싶은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심정을 헤아려 그가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는 친서를 지난 8월 셋째 주에 보낸 것이다. 

2018년 5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을 방문할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It could happen)”고 답변하였다. 사상 처음 평양을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이미 오래 전부터 그의 가슴 속에 움트고 있었다. 그 욕망은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2020년 11월 3일이 다가올수록 점차 더 강렬해지고 있다. 

2020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될 것임을 보여주는 심각한 징후들이 나타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안감을 더해줄수록, 그는 대선이 있는 내년에 경제침체로 동요할 미국을 안정시킬 대응책을 절실히 요구하게 되는데, 그가 고심하는 대응책은 자기의 정적인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인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가 상황오판과 우유부단으로 단행하지 못한 극적인 외교활동, 곧 평양방문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정치적 대사변을 일으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누구도 이루어내지 못한 엄청난 외교업적을 과시하여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고 싶은 것이다.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여 재집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망은 그를 평양으로 떠미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2020년 대선은 그에게 마지막 재집권기회이고, 2019년 평양방문은 그에게 마지막 협상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문제는 9월 말에 개최될 조미실무협상에서 주요의제로 논의될 것이다.


3. 평양초청 받고 흥분한 트럼프, 10분 동안 이야기했다 

평양방문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자신을 초청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으니, 그가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흥분은 다음과 같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익명의 소식통 세 사람으로부터 들은 흥미로운 일화를 전해준 미국 언론매체 <버즈빗뉴스(Buzz Feed News)> 2019년 9월 16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평양에 초청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날로부터 약 1주일이 지난 2019년 8월 25일 프랑스 비아리쯔에서 진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흥미로운 발언을 꺼내놓았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영국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도이췰란드 총리, 꼰떼 당시 이딸리아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아베 일본 총리 앞에서 약 10분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관계에 관한 일화들을 계속 이야기했는데, 존슨 영국 총리가 도중에 잠깐 끼어들었을 뿐 다른 동맹국 지도자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가(What a great guy he was)”라고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했다. 당시 상황을 <버즈핏뉴스>에 전해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아주 매혹되었다(He is so fascinated with him)”는 말까지 했다. 미국 대통령이 주요동맹국 지도자들과 만난 공식 석상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약 10분 동안 길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계속한 것이야말로 그가 자신을 평양에 초청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얼마나 흥분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8월 25일 프랑스 비아리쯔에서 진행된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장면이다.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존슨 영국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도이췰란드 총리, 꼰떼 당시 이딸리아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아베 일본 총리가 참석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공식석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관계에 관한 일화들을 무려 10분에 걸쳐 계속 이야기했다. 당시 상황을 미국 언론매체에 전해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아주 매혹되었다는 말까지 했다. 이런 정황은 그로부터 약 1주일 전 자신을 평양에 초청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를 말해준다.     

2019년 9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신을 평양으로 초청했느냐?”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을 받고, “나는 그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 발언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백악관 출입기자가 “당신은 북조선을 방문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그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어느 때에, 나중에 어느 때에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조미실무협상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성급하게 평양방문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 반대파로부터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저지공작이 벌어질 수도 있으므로, 그는 자신의 평양방문의사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평양방문 이전에 사전준비부터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조미실무협상이 끝나면 그는 평양방문준비에 착수할 것이다. 


4. 평양에서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은 평화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올해 안에 평양으로 초청하여 조미정상회담을 진행하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변혁적 담판을 벌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교체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적이다. 

그런데 친미언론매체들의 저급한 보도행태에 휘둘린 사람들은 조미정상회담의 목적을 알지 못하고 있다. 친미언론매체들은 조선의 비핵화가 조미정상회담의 목적인 것처럼, 다시 말해서 미국이 조선의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것이 조미정상회담의 목적인 것처럼 계속 떠들어대면서, 조선에게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헛된 주장을 앵무새처럼 대변해왔다. 

그러나 그런 것은 사이비보도에 불과하다. 조미정상회담은 조선의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비핵화회담이 아니다. 만일 조미정상회담이 비핵화회담으로 되려면, 조선과 미국이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균등하게 핵무기를 폐기하는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태평양작전지대와 미국 본토에 배치해놓고 조선을 위협하는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면, 조선도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균등하게 자기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겠지만, 미국이 자기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미국이 태평양작전지대와 미국 본토에 배치해놓고 조선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절대로 폐기하지 않는 것처럼,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조선도 자기의 핵무기를 절대로 폐기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미국은 그 어떤 경우에도 조선의 핵무기를 폐기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조미관계에서는 핵무기를 폐기시킨다는 뜻을 가진 비핵화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조미관계에서는 핵폐기를 뜻하는 기존 비핵화 개념을 버리고 새로운 비핵화 개념이 통용되어야 한다. 새로운 비핵화 개념은 조선과 미국이 핵무기를 상호폐기하는 게 아니라 핵위협을 상호제거하는 비핵화 개념이다. 핵위협을 상호제거하는 비핵화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지역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 장면이다. 두 정상의 담화모습에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체제수립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실현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핵폐기를 뜻하는 기존 비핵화 개념을 버리고 새로운 비핵화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비핵화 개념은 조선과 미국이 핵무기를 상호폐기하는 게 아니라 핵위협을 상호제거하는 비핵화 개념이다. 조미정상회담에서 그런 새로운 비핵화 개념을 합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선의 핵동결, 미국의 핵우산 철거, 한국의 핵무기 불보유로 실현되는 비핵화가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1) 조선이 미국을 위협하는 모든 핵활동을 중단하는 핵동결을 실행함으로써 미국이 느끼는 핵위협이 제거되는 것이다. 핵동결은 조선이 핵물질, 핵무기, 핵타격수단을 영구히 생산하지도 배치하지도 않고, 기존 핵시설을 영구히 폐기하고,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공정한 핵사찰을 받는 것이다. 미국이 태평양작전지대와 본토에 있는 핵물질, 핵무기, 핵타격수단을 폐기하지 않으므로,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조선도 이미 생산된 핵물질, 이미 배치된 핵무기와 핵타격수단을 폐기하지 않는다.  

(2)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핵우산을 철거하는 것이다. 핵우산 철거는 미국이 핵타격수단을 한반도와 인근 수역에 전개하여 조선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영구히 중단하는 것이며, 핵타격전초기지인 주한미국군기지들을 모두 폐쇄하는 것이며, 본토에 배치된 전략핵무기로 조선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다. 2018년 10월 31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채택, 발표된 공동성명에 핵우산이라는 용어가 들어있지 않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조선과 미국이 위와 같이 핵위협을 상호제거하는 것에 따라 한국도 핵무기를 영구히 보유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조선의 핵동결, 미국의 핵우산 철거, 한국의 핵무기 불보유가 한반도에서 실현되는 비핵화의 전부이며 핵심내용이다. 

그런데 조미협상에서 그러한 새로운 비핵화 개념을 합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선의 핵동결, 미국의 핵우산 철거, 한국의 핵무기 불보유로 실현되는 비핵화가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조선이 핵동결을 하지 않고, 미국이 핵우산을 철거하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핵동결과 핵우산 철거가 실행된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자동적으로 수립되는 것은 아니다. 핵동결과 핵우산 철거를 실행하는 것과 동시에 당사자들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각자 성실히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철거가 조미정상회담의 최종 목적으로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철거는 조미정상회담의 최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조미정상회담의 최종 목적은 핵동결과 핵우산 철거를 실행하여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세우려는데 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동결과 핵우산 철거라는 쌍무적 행동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최종 담판을 조미정상회담에서 벌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미정상회담은 친미보수언론매체들이 말하는 비핵화회담이 아니라 평화회담이다. 


5. 평화체제수립방안은 단계적 실현방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협상전략에 따라 올해 안에 평양에서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가 토의될 것이다. 평양에서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철거에 관한 원칙적인 문제들이 합의되어야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원칙적인 문제들도 합의되어야 한다.  

평양에서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방안들이 제기될 것인가? 이 중대한 의제는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협상에서부터 토의될 것이다. 실무협상에서 잠정합의에 도달하면, 조미정상회담에서 쉽게 최종합의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9월 말에 진행될 조미실무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9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 오테이 메싸에 가서 미국-메히꼬 국경장벽건설현장을 시찰하면서 취재기자들과 즉석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그는 얼마 전 자기가 백악관에서 내쫓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해왔던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에 대해 또 다시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을 때 그것은 우리를 매우 심하게 지연시켰다. 그래서 나는 존이 과거에 얼마나 서툴게 일했는지 정말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 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비판하고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조미실무협상 조선측 수석대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2019년 9월 20일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새로운 방법을 거론하였음을 지적하면서,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이며 특유한 정치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국이 곧 개최될 조미실무협상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낙관적으로 전망하였다. 낙관적 전망은 조미 쌍방이 실무협상에서 좋은 성과를 내올 것임을 예고한다.     

조미실무협상에 조선측 수석대표로 참석하게 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2019년 9월 20일 담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보았다”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락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낙관적 전망은 조미 쌍방이 실무협상에서 좋은 성과를 내올 것임을 예고한다.     

조미실무협상이 열리면, 조선은 미국에게 평화체제수립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것은 정전체제에 묶여 있는 조미적대관계를 근본적으로 청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이다. 

조선은 평화체제를 단계적으로 수립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견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일거에 실현될 수 없고, 단계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단계적 평화체제수립방안은 단계적 비핵화실현방안에 완전히 부합된다. 조선과 미국이 평화체제를 단계적으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조선과 미국의 상호비핵화(상호핵위협제거)가 단계적으로 실현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제거가 단계적으로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한반도 평화체제가 단계적으로 수립되는 것이다.  


6.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 제의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조미실무협상이 열리면, 미국은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꺼내놓을 것으로 예견된다. 일본 <교도통신> 2019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직전에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종전선언이 아니라 불가침선언 및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꺼내놓았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구상을 외면하고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채택하여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독자적인 전략구상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배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쌍무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러나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채택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구상은 조미정상회담 이전에 조미실무협상에서부터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예견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1) 조선은 미국이 제안할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제관계에서 채택되는 선언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무맥한 약속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협정마저도 위반하거나 파기하기 일쑤인데, 하물며 구속력이 없는 선언을 부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다. 국제사회에서 협정위반상습범으로, 협정파기전과범으로 낙인찍힌 미국이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제안하면, 과연 누가 받아주겠는가.

(2)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으로 전쟁 또는 정전상태를 종식시킨 사례는 세계사에서 찾을 수 없다. 더욱이 정전협정이 체결된 한반도에서, 그 협정을 선언 따위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협정은 반드시 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세계사적 견지에서 보아도 명백하고 보편적이며, 국제법적 견지에서 보아도 정당하고 합리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조선은 미국이 제안할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3) <교도통신> 2019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한국과 중국을 배제하고 조선과 불가침선언 및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남북미중이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4자 구도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4자 구도를 외면하고 조선과 미국이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2자 구도를 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배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쌍무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올해 미국은 중국에게 경제전쟁을 도발하고, 중국의 남중국해 관리권을 침해하려는 군사작전을 벌이고, 대만문제 및 홍콩폭동사태에 개입하면서 노골적인 반중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평화회담에 중국이 참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할 2자 구도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을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미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방안을 합의하였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보도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9년 6월 20일 평양에서 개최된 조중정상회담 직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숙소로 안내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화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평양에서 진행된 조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을 합의하였다. 이 합의는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 중국이 참여하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아마도 조미평화협정의 이행과 남북미불가침선언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4자 평화보장협약에 중국이 참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한반도 평화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을 포함하여 남북미중 4자가 평화보장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평양에서 조중정상회담이 개최되기 하루 전인 2019년 6월 19일 <로동신문>에 발표한 자기의 글에서 “중국측은 조선 동지들과 함께 손잡고 노력하여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조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계획이 토의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신화통신> 2019년 6월 21일 기사에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련락부장은 시진핑 주석의 평양방문이 안겨준 성과와 의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데서 핵심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조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이 합의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배제하고 제시하는 조미 2자 구도 방안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중 4자 구도를 기대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4자 구도는 거론하지 않고, 중국을 참여시킬 것인가 아니면 배제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토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6.25전쟁에 참전하여 조선을 지원하였고, 조선, 미국과 함께 정전협정을 체결하였다. 지금 중국에게는 정전체제를 유지, 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이 없지만, 한반도 안보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을 배제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조선과 미국의 2자 구도 위에 세우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평화회담에서 소외당하는 쪽은 한국이다. 평양에서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국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이승만은 6.25전쟁 초기에 한국군의 작전지휘권(군령권과 군정권을 포함하는 최고군사주권)을 맥아더에게 상납하였으므로 한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권한과 지위를 갖지 못했고, 그래서 조중미 3자 정전회담을 끝까지 반대하고 방해하였을 뿐 아니라, 정전 이후 정전체제를 유지, 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을 미국에게 전적으로 내맡기고 미국의 보호관리체계(한미동맹체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므로 한국에게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과정에 참가할 자격과 권리가 없다. 자주권을 갖지 못한 비극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고 조선, 미국, 중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배제하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 합리적인 방안을 다음과 같이 예상할 수 있다.


7. 3중 구도를 예상한다

평양에서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미중 4자가 지닌 서로 다른 지위와 역할에 따르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평화체제수립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런 평화체제수립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3중 구도를 예상할 수 있다.  

(1) 한반도 평화체제가 세워지는 2자 기본구도  
조선과 미국이 2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 정전체제를 유지, 관리해온 국제법적인 당사자는 조선과 미국이므로, 그 두 나라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것은 응당하고 합리적이다. 또한 평화협정은 주한미국군철수문제와 직결되는 협정이므로 철군을 무턱대고 반대하는 한국이 협정체결과정에 참여하면 평화협정 자체가 체결되기 힘들 것이므로, 평화협정은 조선과 미국이 체결하는 것이 응당하고 합리적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평화선언을 제안하는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설득하여 그것을 조미평화협정으로 격상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2) 2자 기본구도를 뒷받침하는 3자 보강구도 
남북미 3자가 불가침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정전체제에서 조선인민군과 한미연합군이 대치하고 있으므로, 남북미 3자가 불가침선언을 채택하는 것이 응당하고 합리적이다. 불가침조약이 아니라 불가침선언을 채택해야 하는 까닭은, 남북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제관계가 아니라 분단국가 내부의 특수관계이기 때문이다. 조약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제관계에서 채택되는 것이다. 

남북미 3자에게 불가침선언은 낯선 의제가 아니다.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공약하였다. 또한 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제4차 6자회담 제2단계 회담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은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였다”고 명시함으로써 미국의 불가침의사를 공식화하였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불가침선언을 제안하는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설득하여 그것을 남북미불가침선언으로 전환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3) 평화협정 및 불가침선언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4자 구도 
남북미중 4자가 평화보장협약을 채택하는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을 포함하여 남북미중 4자가 조미평화협정의 이행과 남북미불가침선언의 이행을 보장하는 협약을 채택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보장협약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항구적으로, 공고히 유지하기 위한 디딤돌로 될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중요한 문제는, 당사자들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의지를 가졌는가 아니면 갖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실행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번듯한 협정문 또는 선언문을 합의했어도 쓸모없는 종이장으로 될 것이다.  

당사자들의 이행의지는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달렸다. 2자 평화협정, 3자 불가침선언, 4자 평화보장협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는 실천행동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데서 필수불가결한 3대 실천행동이 있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판문점 인근 숲속에 설치된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촬영한 것이다. 정전체제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위태롭고 낡았는지를 말없이 보여주는 그 표지판에는 녹이 잔뜩 슬었고, 언제 땅에 떨어질지 알 수 없을 만큼 낡았다. 저 표지판이 세워지기까지 3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를 흘렸고, 저 표지판을 세운 이후 지난 66년 동안 아메리카핵제국은 우리 민족에게 핵위협을 가하며 불행과 고통을 강요해왔다. 저 낡고 녹슨 표지판을 우리 민족끼리 맞잡은 손으로 뽑아내는 날, 정전체제는 무너질 것이고, 평화정착과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깃발이 창공 높이 휘날릴 것이다. 정전체제가 무너지고 평화체제가 수립되는 것은 8천만 민족의 강렬한 염원이며, 역사적 필연이다. 올해 안에 평양에서 열릴 조미정상회담은 우리 민족의 평화염원을 이루고, 역사적 필연을 현실화하는 시대적 대전환을 불러올 것이다.     

첫째, 비핵화합의에 따라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을 이행하는 조선의 실천행동이다. 
둘째, 평화협정에 따라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미국의 실천행동이다.  
셋째, 남북합의에 따라 군비를 상호감축하는 남과 북의 실천행동이다. 

만약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조선은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을 이행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만약 남과 북이 군비를 상호감축하지 않으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비핵화합의 이행, 미국의 단계적 철군, 남북의 상호군비감축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남북미 3자가 그런 3대 과제를 실천행동에 옮길 때, 평화정착과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위대한 역사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안에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여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원대한 목적이 거기에 있다.   

2019/09/17

볼턴 내쫓고 새로운 계산법 검토하는 트럼프

[한호석의 개벽예감](364)
자주시보 2019년 09월 1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미국의 협상청원 수락한 조선의 특별담화
2. 새로운 대안 가져오라는 조선의 요구
3. 조미실무협상에 포괄적 의제 오른다
4.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에 담긴 뜻
5. 트럼프, 조미협상 가로막은 큰 걸림돌 치웠다 


1. 미국의 협상청원 수락한 조선의 특별담화

“나는 미국에서 대조선협상을 주도하는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실무협상개최에 준비되여 있다고 거듭 공언한 데 대하여 류의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지난 4월 력사적인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립장을 천명하시였다. 나는 그 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론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 나는 미국측이 조미 쌍방의 리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 만일 미국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

위의 인용문은 2019년 9월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발표한 담화의 전문이다. 여섯 문장으로 이루어진 짤막한 담화이지만, 거기에 담긴 정치적 의미는 그 담화를 특별담화라고 불러야 할 만큼 매우 중대하다. 조미실무협상 담당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조선에서 건국 71주년을 맞이한 날에 조미협상에 관한 특별담화를 발표한 것은 중대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특별담화에서 “나는 미국에서 대조선협상을 주도하는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실무협상개최에 준비되여 있다고 거듭 공언한 데 대하여 류의하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공언한 것은 무슨 뜻인가? 

그 동안 미국 국무부는 조미실무협상이 속히 개최되기를 바라는 청원을 여러 차례 조선 외무성에 보냈다. 청원련락을 비공개로 했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고, 따라서 몇 차례나 청원련락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보낸 것이 분명하다. 전형적인 청원외교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 때로부터 약 반년이 지나 조선에서 건국 71주년을 맞이한 2019년 9월 9일 최선희 제1부상이 특별담화를 발표하였다. 특별담화에서 그는 2019년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하여 포괄적인 의제를 토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이것은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으로부터 무시와 질책을 받으면서도 거듭 청원해온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할 수 있다는 조선의 청원수락이다. 특별담화에서 언급한 포괄적인 의제는 미국이 조선에게 제시할 새로운 비핵화방안, 그리고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할 새로운 평화실현방안을 모두 포괄하는 의제라는 뜻이다.     

굳이 청원외교라는 말을 쓰는 까닭이 있다. 만일 미국이 대등한 조건에서 조선에게 협상을 개최하자고 요구했다면, 협상제의라는 말을 써야 하지만, 부등한 조건에서 협상을 개최하자고 요청했으니 협상제의가 아니라 협상청원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무릇 청원이란 낮은 지위에 있는 행위자가 높은 지위에 있는 상대자에게 자기 소원을 아뢰는 행동이다. 오늘날 조미관계에서 조선은 미국으로부터 거듭되는 청원을 받을 만큼 우세한 지위에 있고, 그와는 반대로 미국은 조선에게 청원을 거듭해야 할 만큼 열세한 지위에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조선 외무성이 미국 국무부의 거듭되는 청원을 받고서도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고 무시해버렸다는 사실이다. 거만하고 도도하기로 소문난 미국이건만, 조선으로부터 그처럼 거듭 무시를 당하면서도 반발하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있다. 비공개 청원을 거듭하였으나 조선 외무성의 응답을 받지 못해 고심하던 미국 국무부는 공개 청원으로 돌아섰다. 최근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게 신속한 협상재개를 공개적으로 청원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2019년 8월 27일 마익 팜페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텔레비전방송과 대담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그의 팀을 현장에 보내 나의 팀과 함께 일하는 것으로 미국인들을 위해 훌륭하고 확실한 결과를 이끌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에게 신속한 협상재개를 공개적으로 청원하기 나흘 전인 2019년 8월 23일 이례적인 일이 생겼다. 리용호 외무상이 담화를 통해 팜페오 국무장관을 심하게 질책한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이 그를 질책한 까닭은, 2019년 8월 21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미국 언론매체와 대담하는 중에 “만일 북조선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비핵화가 옳은 길임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시건방진 말투로 중얼거렸기 때문이다. 그런 발언을 들은 리용호 외무상은 8월 23일 담화를 발표하여 팜페오 국무장관을 심하게 질책했던 것이다. 질책담화에서 리용호 외무상은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어떻게 그가 이런 망발을 함부로 뇌까리는지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고, 이런 사람과 마주앉아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지 실망감만 더해줄 뿐”이라고 하면서, 그는 “미국 외교의 독초”이고, “조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군”이라고 책망했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런 질책을 받고 기분이 상했으면서도 내색을 하지 못하고, 나흘 뒤에 조미협상이 하루빨리 재개되기 바란다는 청원의사를 언론대담을 통해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조선에게 조속한 협상재개를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청원해온 미국 국무부의 다급한 사정은 2019년 9월 6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조선특별대표의 연설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는 미시건대학에서 연설하면서 “현재 조미 쌍방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협상탁에 마주 앉아 타협점을 찾고 협상의 운률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즉각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북조선도 협상의 장애물을 찾는 행동을 그만두고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에게 조속한 협상재개를 청원하다가 질책까지 받고서도 내색하지 못하는 미국의 쪼그라든 몰골, 그리고 그들의 거듭되는 청원을 무시할 뿐 아니라 질책까지 주저하지 않는 조선의 위풍당당한 태도, 바로 이것이 오늘 조미관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2. 새로운 대안 가져오라는 조선의 요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특별담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지난 4월 력사적인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립장을 천명하시였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3일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2019년 2월 27일과 28일에 진행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중단된 조미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선결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조미 사이에 뿌리 깊은 적대감이 존재하고 있는 조건에서 6.12조미공동성명을 리행해 나가자면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리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략)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앞으로 조미 쌍방의 리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씌여져야 나는 주저 없이 그 합의문에 수표할 것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였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면적으로 거부한 미국의 계산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는 이른바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이며, 조선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의 강도적인 요구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직전에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작성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람이 바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나는 2019년 4월 1일 <자주시보>에 실린 ‘핵협상 결렬시킨 트럼프, 텔리미트리 점검하는 전략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9년 3월 29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 소속 백악관 특파원이 직접 읽어보았다는 백악관 외교문서, 다시 말해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외교문서에 관한 보도내용을 검토하면서, 그 외교문서에 담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6월 7일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 장미원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직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사진 속에서 두 사람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의견충돌로 사이가 벌어졌다. 볼턴은 적대국들과 협상하는 외교는 시간랑비일 뿐이며, 제재압박과 정권교체와 무력사용으로 적대국들을 굴복시키는 폭압이 효과적이라고 믿는 극우전쟁광이다. 뭐가 뭔지 모르고 분별없이 날뛰는 그런 극우전쟁광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안에서 다른 각료들로부터 소외당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우익세력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려는 생각에서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지만, 그의 극우광기가 너무 심하여 그의 발언과 행동을 제지해야 하였고, 그러는 과정에 그와 수없이 의견충돌을 벌였으며, 종당에는 그를 백악관에서 쫓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키고, 조미협상을 지난 7개월 동안 정체시킨 결정적인 요인으로 되었던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은 볼턴이 입안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것이다.     

(1) 핵동결 - 조선은 현존하는 모든 핵활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핵시설 건설도 중단한다.
(2) 핵신고 - 조선은 자기의 핵프로그램에 관한 포괄적 선언을 한다.  
(3) 핵반출 - 조선은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반출한다.
(4) 핵폐기 - 조선은 핵기반시설, 탄도미사일, 미사일발사차량, 관련시설들, 생화학무기프로그램을 해체한다.
(5) 핵사찰 - 조선은 미국인 전문가들과 국제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찰단에게 핵폐기현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을 허용한다.
(6) 핵기술집단해체 - 조선은 모든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을 비군사직종으로 전직시킨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특별담화에서 “나는 그 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고 하면서, “미국측이 조미쌍방의 리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제시했던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줄 수 있는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조미실무협상에 나오라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 그리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특별담화에서 언급한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3. 조미실무협상에 포괄적 의제 오른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특별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론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으로부터 무시와 질책을 받으면서도 거듭 청원해온 조미실무협상을 오는 9월 하순에 개최할 수 있다는 조선의 청원수락이다. 조선의 청원수락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 

위에 인용된 문장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은 조미실무협상이 열리면 포괄적인 의제를 토의하려는 것이다. 포괄적인 의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이 조선에게 제시할 비핵화방안만 토의하는 게 아니라,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할 평화실현방안도 토의한다는 뜻이다.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할 평화실현방안은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평화협정, 불가침선언, 보장협약의 3중구조 위에 수립하려는 조선의 평화실현방안에 대한 설명은 지면관계상 다음 기회로 미룬다. 

조선이 미국에게 조미실무협상 개최시점으로 제시한 2019년 9월 하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게 제시한 시한(2019년 12월 말)까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이것은 조선이 2019년이 가기 전에, 다시 말해서 앞으로 석 달 안에 조미협상을 타결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해놓은 대미협상시간표에 따라 앞으로 3개월 동안 조미관계와 한반도 정세에서 변화의 급류가 일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9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올해 언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려는가?”고 물은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을 받고 “올해 어느 때 그렇게 된다. 틀림없이 그들은 만나기를 원한다. 그들은 만나고 싶어 한다. 나는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켜보자. 나는 무엇인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도, 백악관 출입기자들 앞에서는 “그들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엉뚱하게 답변하였다. 이 엉뚱한 답변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자기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즉석에서 임기응변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9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정원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어느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올해 언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려는가?"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하면서 올해 안에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기대를 표명하였다. 2019년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가지고 조미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의하면 올해 안에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조건에 맞춰 올해 안에 반드시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임기응변으로 꾸며낸 생뚱맞은 답변이지만, 거기에는 올해 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그의 생각이 녹아있다. 지난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가지고 조미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의하면, 올해 안에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조건에 맞춰 올해 안에 반드시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고 말했다.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는 말은 올해 안에 열리는 조미정상회담이 비핵화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로 될 것이라는 뜻이다. 

조선과 미국은 오는 9월 하순에 열릴 조미실무협상에 각자 외교력량을 집중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2019년 9월 4일 유엔주재조선대표부는 오는 9월 하순 뉴욕에서 진행되는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려던 리용호 외무상이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발표하였다. 2019년 7월 10일 유엔사무국이 발표한 유엔총회 연설자 명단에는 조선의 상급(장관급) 인사가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기로 되었었는데, 지난 8월 30일에 수정된 연설자 명단에는 상급이 대사급으로 바뀌었다. 리용호 외무상은 오는 9월 하순에 열릴 조미실무협상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해야 하므로,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려던 계획을 그만둔 것이다. 조선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오는 9월 하순에 열릴 조미실무협상에 외교력량을 집중해야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해임하고,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는 것은 그런 상황에 대비하는 조치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전격 해임한 조치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4.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에 담긴 뜻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특별담화에서 “만일 미국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앞으로 열리게 될 조미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조선이 받아줄 수 있는 계산법에 기초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분별없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또 다시 꺼내놓으면, 조미협상은 그것으로 완전히 파탄날 것이라고 미리 경고한 것이다. 

2019년 9월 9일 최선희 제1부상이 특별담화를 발표하였음을 알려주는 속보가 <연합뉴스> 웹싸이트에 실린 시각은 오후 11시 39분이었다. 속보가 실린 시점을 보면, 최선희 제1부상은 오후 11시 30분경에 특별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시간으로 오후 11시 30분을 워싱턴 시간으로 환산하면,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이다. 정오가 가까운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안보보좌관들이 영어로 번역한 최선희 제1부상의 특별담화를 받아보았을 것이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의 2019년 9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월 9일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미국 통신사 <블룸벅 뉴스>는 2019년 9월 11일 보도기사에서 지난 9월 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이란제재를 완화하는 문제를 제기하였다가 제재완화를 반대하는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격론을 벌였다고 하였지만, 긴급회의에서는 대이란제재를 완화하는 문제와 함께 최선희 제1부상이 특별담화에서 언급한 조미실무협상개최문제도 논의되었다. 

긴급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실무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였고,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강하게 반대하였다. 대이란제재완화문제와 조미실무협상개최문제를 놓고 두 사람은 격론을 벌였다. 

미국 언론매체들에 실린 동영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3시 10분경 백악관 집무실을 나선 모습이 나타난다. 오후 7시에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엇빌에서 열리는 공화당 대통령선거유세에 참석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으므로, 그는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노스캐롤라이나로 가기 위해 긴급회의를 마치고 백악관 정원으로 나갔던 것이다. 

백악관 정원에서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들 가운데는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발표에 관한 질문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북조선에서 방금 나온 성명(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를 뜻함-옮긴이)을 보았다. 그것(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를 뜻함-옮긴이)은 흥미로운 것이다. 나는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겠지만, 언제나 나는 만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나쁜 것이 아니다.”

위에 인용된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답변을 읽어보면, 최선희 제1부상의 특별담화를 읽고 조미협상개최문제에 기대를 건 그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소집한 긴급회의에서 조미실무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미실무협상이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자기의 의견을 반대한 볼턴에게서 느낀 불편한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페이엇빌을 향해 이륙하는 대통령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페이엇빌 선거유세장으로 가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뜻밖의 긴급보고가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유세장에 도착하기 약 1시간 전인 오후 5시 53분(평양시간으로는 9월 10일 오전 6시 53분) 조선이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또 다시 진행하였다는 긴급보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리둥절하였다. 그의 천박한 정치적 식견으로는 조선이 왜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하자는 특별담화를 발표하자마자 위협적인 시험사격을 단행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9월 10일 이른 아침 평안남도 개천비행장 활주로에 임시로 설치된 지휘소에서 제2차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하는 장면이다.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휘소 밖에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은 미국의 협상청원을 수락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특별담화가 발표된 때로부터 약 7시간 30분 뒤에 진행되었다. 조선이 미국의 협상청원을 수락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했으므로, 시험사격을 자제하거나 연기할 수 있었지만, 조선은 그런 통념을 깨고 미국의 협상청원을 수락한 특별담화를 발표한 때로부터 7시간 30분만에 시험사격을 단행하였다. 특별담화발표와 시험사격단행은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지 않고 끝내 고집하여 조미협상이 파탄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양면조치였다. 만일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지 않고 끝내 고집하여 조미협상이 파탄되면, 조미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무력충돌위기가 조성될 수 있으므로, 조선은 그런 상황에 대처할 압도적인 위력을 시위할 필요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유세장에 들어선 시각은 오후 7시 9분이었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그의 등장에 환호하였지만, 조선이 왜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하자는 특별담화를 발표하자마자 위협적인 시험사격을 단행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선거유세 중에 조미관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동맹국들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 나는 세계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동맹관계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최선희 제1부상이 특별담화를 발표한 때로부터 약 7시간 30분이 지난 9월 10일 오전 6시 53분 평안남도 개천비행장 활주로 공터에서 거대한 불줄기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제2차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 진행된 것이다. 

조선이 미국의 협상청원을 수락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했으므로, 시험사격을 자제하거나 연기할 수 있었지만, 조선은 그런 통념을 깨고 미국의 협상청원을 수락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한 때로부터 7시간 30분 만에 주한미국군에게 죽음의 공포를 안겨주는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단행하였다. 

7시간 30분 시차를 두고 최선희 제1부상의 특별담화가 발표되고,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 진행된 것은,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지 않고 끝내 고집하여 조미협상이 파탄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양면조치였다. 만일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지 않고 끝내 고집하여 조미협상이 파탄되면, 조미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무력충돌위기가 조성될 수 있으므로, 조선은 그런 상황에 대처할 압도적인 무력을 시위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실상을 정확히 보도하지 않아서 독자들이 모르고 있지만, 이번에 조선이 시험사격한 초대형 방사포는 압도적인 위력을 지닌 타격수단이다. 주한미국군에게 죽음의 공포를 안겨줄 만큼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한 초대형 방사포의 시험사격은 백악관에 보내는 조선의 강력한 경고메시지였다.  


5. 트럼프, 조미협상 가로막은 큰 걸림돌 치웠다 

페이엇빌에서 선거유세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그가 움직인 동선을 시간대별로 추적해보면, 그가 백악관으로 돌아간 시각은 오후 10시쯤이다. 창가의 불빛들이 하나 둘 꺼지고, 초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 소리가 밤의 정적 속에 내려앉고 있었던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전화통화는 볼턴에게 국가안보보좌관직을 오늘 밤에 그만두라는 해임통보였다.  

그날 밤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한 통으로 볼턴을 전격 해임할 줄은 각료들과 백악관 고위보좌관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튿날 오전 8시 58분에 트위터로 발표한 볼턴 해임소식을 듣고서야 간밤에 볼턴이 해임되었음을 알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해임을 단행한 까닭은 무엇인가? 

미국 언론매체들은 9월 9일 오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제재를 완화하는 문제를 놓고 볼턴과 격론을 벌인 것이 볼턴을 해임한 이유라고 지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국가안보문제를 놓고 의견충돌을 벌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전격 해임한 까닭은, 오는 9월 하순에 조미실무협상이 실패하면, 조미협상이 파탄될 것이라는 최선희 제1부상의 서릿발 같은 경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2019년 9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볼턴 해임과 관련하여 언급한 발언에서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존(존 볼턴을 지칭-옮긴이)은 나와 아주 잘 어울린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매우 큰 실수를 저질렀다. 리비아 모델은 꺼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그것은 우리를 뒤로 밀어냈다. 솔직히 그는 나보다 더 강경하지 않지만, 강경하게 행동하려고 했다. 알다시피, 그는 강경한 사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우리를 이라크(전쟁터)로 끌어갈 만큼 강경했다. 그는 나와는 매우 좋은 관계를 맺었지만, 행정부의 다른 사람들과는 잘 지내지 못했다. 이것은 내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그가 리비아 모델에 대해 언급하자 재앙이 일어났다. 가다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보라. 나는 그 이후(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꺼내놓아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조선이 대미협상을 중지한 이후라는 뜻-옮긴이), 김정은(위원장)의 발언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는 존 볼턴과 상종하지 않으려 했다. 그것(볼턴의 리비아식 비핵화 발언을 뜻함-옮긴이)은 강경함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것에 대해 말을 삼갈 줄 아는 명석함의 문제다. 존은 우리와 같은 길에 있지 않았다. 때로 그는 우리가 너무 강경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9월 11일 미국 국방부 청사 앞 광장에서 진행된 9.11사태 18주년 추모식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기에 앞서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볼턴 해임과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말해주었다. 그는 볼턴이 제안해서는 안 되는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조선에게 제안하여 "재앙"을 불러일으킨 "매우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하였다. 이런 발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제안하여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재앙의 책임을 볼턴에게 떠넘겼고,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조미협상이 7개월 동안 지체된 재앙의 책임까지 그에게 뒤집어씌워 그를 백악관에서 내쫒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선희 제1부상의 특별담화를 읽고 볼턴을 전격 해임한 것은,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함으로써 조미실무협상이 개최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긍정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위의 발언에서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제기하여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재앙’의 책임을 볼턴에게 떠넘겼고,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조미협상이 7개월 동안 지체된 ‘재앙’의 책임까지 볼턴에게 뒤집어씌워 그를 백악관에서 내쫓아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선희 제1부상의 특별담화를 읽고 볼턴을 전격 해임한 것은,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함으로써 조미실무협상이 개최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긍정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조치에 의해 조미협상을 가로막았던 큰 걸림돌이 치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는 것은 핵동결, 핵신고, 핵반출, 핵폐기, 핵사찰, 핵기술집단해체를 요구한 리비아식 비핵화방안 중에서 핵반출, 핵폐기, 핵기술집단해체를 들어내고,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만 남겨두는 것이다.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에서 핵심내용은 핵반출, 핵폐기, 핵기술집단해체인데, 그런 핵심내용을 들어내고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만 남겨두면, 그것은 더 이상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이 아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주장한 리비아식 비핵화방안을 철회하고,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비핵화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는,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비핵화방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새로운 계산법에 기초한 비핵화방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고, 최선희 제1부상이 지난 9월 9일 특별담화에서 언급한 “조미 쌍방의 리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녕변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바 있고, 2007년 2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제5차 6자회담 제3단계 회담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이행을 위한 2.13합의’에 따라 조선은 녕변핵시설에 대한 핵신고를 실행하고 핵사찰을 허용한 적이 있으므로, 앞으로 조미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되면 녕변핵시설에 대한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을 합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녕변핵시설 이외의 다른 핵시설도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일단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그와 동시에 미국이 등가적 상응조치를 실행하면, 녕변핵시설 이외의 다른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문제도 합의될 수 있다. 2018년 9월 19일에 채택, 발표된 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페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명시되었다. 바로 이것이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한 동시행동원칙에 따른 단계적 비핵화방안이다. 

오는 9월 하순 조미실무협상이 개최되면, 미국은 조선이 제시하는 동시행동원칙에 따른 단계적 비핵화방안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석 달 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원이 풀리게 된다. 

2019/09/10

스텔스비행체와 꼴추가, 그리고 세계 최강 단거리미사일

[한호석의 개벽에감](363)
자주시보 2019년 09월 0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높고 험한 칼벼랑길에 새겨진 사연
2. 그 산의 정상에 꼴추가가 있다
3. 지축을 뒤흔든 두 차례의 시험사격 
4. 미사일개발 최전성기에 들어선 조선
5.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맞춰진 타격좌표


1. 높고 험한 칼벼랑길에 새겨진 사연

한국 국방부는 2019년 1월 15일에 펴낸 ‘2018 국방백서’에서 “앞으로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 맞춰 남북 간에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가 공식문서에서 남북의 단계적 군축문제를 거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것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채택, 발표된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하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되었다. 남과 북은 남북군사분야합의서 1항 1조에서 “쌍방은 군사적 긴장해소 및 신뢰구축에 따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한 판문점선언을 구현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실행대책들을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공약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의 상황은 그런 공약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역류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부터 전례 없는 군비증강사업에 전력하기 시작하였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육해공군무력 전반을 비상히 증강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엄청난 군비증강 중에서도 특히 올해 3월부터 미국에서 F-35A 스텔스전투기를 계속 들여오고 있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스텔스전투기는 교전상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첨단무기체계다. 스텔스전투기가 방공망을 무력화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스텔스전투기는 레이더 스크린에 피탐체적(Radar Cross Section)이 가장 작게 나타나기 때문에, 교전상대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고, 또한 비행 중에 냉각장치를 가동하여 전투기 엔진에서 방출되는 열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교전상대가 발사한 열추적 미사일을 피할 수 있다.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나는 F-35A 피탐체적은 0.0013㎥인데, 이것은 골프공만한 크기다. 지금 한국군이 운용하는 F-15K 전투기의 피탐체적은 10㎥인데, 한국군이 도입하는 F-35A 스텔스전투기의 피탐체적은 0.0013㎥이므로, 차이가 매우 크다. 실전상황에서 F-35A 스텔스전투기는 기체 외부에 커다란 보조연료통, 공대공미사일 2발, 정밀유도폭탄 또는 공대지미사일 4발을 좌우에 주렁주렁 달고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 스크린에 골프공보다 좀 더 큰 비행체로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해도 스텔스전투기를 레이더로 포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중부전선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 있는 오성산 칼벼랑길의 한 구간을 촬영한 사진이다. 해발고가 1,062m인 오성산은 천길 벼랑에 걸쳐있는 152개나 되는 굽이를 돌고 돌아 아슬아슬하게 톺아올라야 하는 높고 험한 산이다. 조선이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른 엄혹한 시련을 겪고 있었던 1998년,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조선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평양을 비롯한 전략거점들을 기습타격으로 파괴할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정황이 조성되었다. 그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찾아간 곳은 뜻밖에도 오성산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8월 3일과 11월 10일 그 산의 정상에 올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성산에 당도한 1998년 8월 3일에는 밤새 비가 내려 칼벼랑길이 온통 진흙탕으로 질척거렸다. 그런데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야전차는 수없이 미끄러지며 굽이굽이 돌고 돌아 오성산 정상으로 향했다. 도중에 야전차 바퀴가 진흙탕에 빠지면서 갑자기 뒤쪽으로 미끄러져 천길 벼랑끝에서 한 발자국을 남겨두고 겨우 멈춰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사회주의수호전을 지휘하며 톺아올랐던 오성산 칼벼랑길에는 그날의 사연을 전해주는 작은 기념비가 세워졌는데, 위의 사진에 나타난 기념비가 바로 그 기념비다. 1990년대 후반 조선에게 있어서 오성산은 사회주의수호전의 상징이었다.     

그렇다면 조선인민군은 F-35A 스텔스전투기의 내습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이 의문에 해답을 찾으려면 조선이 건국 이래 가장 혹심한 시련을 겪으며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었던 1998년에 있었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미국은 이르면 3개월 뒤에, 아무리 늦어도 3년 뒤에는 조선이 반드시 붕괴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을 퍼뜨렸을 뿐 아니라, 조선에 대한 선제기습타격계획을 만지작거리며 불시공격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미국의 불시침공음모는 조선이 당시 겪고 있었던 혹심한 자연재해나 경제난보다 더 큰 시련이었다. 

미국의 조선침공음모는 1997년 1월 1일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사상 처음 실전배치한 것으로 하여 극도로 심각해졌다.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조선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평양을 비롯한 전략거점들을 기습타격으로 파괴할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정황이 조성되었다.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는 불과 3시간 30분이면 한반도 중부전선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 

그처럼 긴장된 위기상황에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사회주의수호전을 지휘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찾아간 곳은 뜻밖에도 오성산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8월 3일과 11월 10일 그 산의 정상에 올랐다. 

철원-평강-김화를 연결하는 이른바 ‘철의 삼각지’ 중심부에 우뚝 솟은 오성산은 해발고가 1,062m나 되는 높고 험한 산이다. 오성산은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 있다. 그 산의 정상에 오르려면 천길 벼랑에 걸쳐있는 152개나 되는 굽이를 돌고 돌아 아슬아슬하게 톺아올라야 한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성산에 당도한 1998년 8월 3일에는 밤새 비가 내려 칼벼랑길이 온통 진흙탕으로 질척거렸다. 차량운행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긴장한 수행간부들은 칼벼랑길이 너무 위험하다면서 만류하였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심은 확고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동무들의 마음은 고맙다. 하지만 고지에 전사들이 있는데 여기까지 왔다가 내가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최고사령관이 오늘과 같은 이런 궂은 전선의 령길을 다녀보아야 우리 전사들의 생활을 잘 알 수 있다. 어서 떠나자”고 말하면서 길을 재촉하였다고 한다. 

야전차가 엔진동음을 울리며 칼벼랑길에 들어섰다. 야전차는 수없이 미끄러지면서도 굽이굽이 돌고 돌아 톺아오르고 있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차량운행이 얼마간 지속되었을까? 야전차 바퀴가 진흙탕에 빠지면서 갑자기 뒤쪽으로 미끄러져 천길 벼랑 끝에서 한 발자국을 남겨두고 겨우 멈춰 섰다. 숨이 턱 막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춘 야전차가 진흙탕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수행간부들과 함께 차체에 어깨를 대고 밀었다. 진흙탕에 빠져 공전하는 차바퀴에서 튀긴 흙탕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옷자락을 흠뻑 적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 때 입은 어깨상처로 오랫동안 고생하였다고 한다. 

훗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오성산을 톺아올랐던 그날을 감회 깊이 회고하면서 “선군의 상징인 오성산이 있어 나라를 지켜냈다. 오성산이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간고하였던 <고난의 행군>, <강행군> 시기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사회주의수호전을 지휘하며 톺아올랐던 오성산 칼벼랑길에는 그날의 사연을 전해주는 작은 기념비가 세워졌다. 그런 눈물겨운 사연을 간직한 산이기에, 오성산은 ‘선군의 산악’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의 역사에 기록되었다. 

1990년 후반 조선에게 있어서 오성산은 사회주의수호전의 상징이었다. 조선의 사회주의수호전을 승리로 이끌어간 어떤 절묘한 방어무기가 오성산 정상의 지하기지에 있는 것이다. 그 절묘한 방어무기는 무엇인가? 


2. 그 산의 정상에 꼴추가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8년에 두 차례나 오성산에 오른 것은 1997년 1월 1일 미국이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선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할 특수장비가 바로 그 산 정상 부근의 지하기지에서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성산 정상 부근의 지하기지에 설치된 특수장비, 그래서 조선의 영공에 접근하는 스텔스비행체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하는 절묘한 특수장비가 바로 꼴추가조기경보체계(Kolchuga Early Warning System)다.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무엇인가? 1983년 10월 미국이 방공레이더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F-117 스텔스전폭기를 처음 실전배치하였을 때, 소련은 그에 대응하여 스텔스비행체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할 새로운 방공탐지장비를 서둘러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되어 1980년대 후반 소련의 기술자들이 설계하고, 우크라이나의 공장에서 제작된 새로운 종류의 방공탐지장비가 완성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꼴추가조기경보체계다.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레이더전파를 쏘아 스텔스비행체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하는 게 아니라, 스텔스비행체가 발신하는 전파신호를 포착하여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한다. 그러므로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레이더와는 전혀 다른 장비다. 

미국군이 운용하는 스텔스기종들은 비행 중에 각종 전파신호를 계속 발신한다. 이를테면, 레이더고도계, 도플러레이더, 사격통제레이더, 피아식별장치, 무선교신장치 등에서 전파신호를 계속 날리면서 비행하는 것이다.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그런 전파신호들을 포착하여 스텔스비행체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한다.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서로 다른 주파수로 발신되는 300개의 각이한 전파신호를 감시, 추적할 수 있고, 1개의 동일한 주파수로 발신된 전파신호 500개를 감시, 추적할 수 있다.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레이더전파를 쏘는 레이더와 달리 전파를 쏘지 않으므로, 교전상대에게 자기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방공레이더기지에서 발신되는 레이더전파를 포착하여 그곳을 타격하는 미국군의 미사일공격을 피할 수 있다. 또한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부피가 그리 크지 않아 군용화물차로 운반할 수 있으므로, 오성산 같은 높은 산 속의 지하기지에 은밀히 설치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오성산 정상 부근의 지하기지에서 꼴추가조기경보체계가 가동되는 줄도 모른 채 상황을 오판한 미국이 만일 1998년 어느 날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켜 조선에 대한 선제기습타격을 시도하였다면, 꼴추가조기경보체계의 탐지망에 걸렸을 것이고, 조선인민군의 ‘번개-4’ 지대공미사일에 맞아 모조리 격추되었을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8년에 두 차례나 오성산에 오른 것은 1997년 1월 1일 미국이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조선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할 특수장비가 오성산 정상 부근의 지하기지에서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성산 정상 부근의 지하기지에 설치되어 조선의 영공에 접근하는 스텔스비행체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하는 절묘한 특수장비가 바로 꼴추가조기경보체계다. 위의 사진은 로씨야군의 군용차량에 탑재된 꼴추가조기경보체계를 촬영한 것이다.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레이더전파를 쏘아 스텔스비행체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하는 게 아니라, 스텔스비행체가 발신하는 전파신호를 포착하여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한다.     

꼴추가조기경보체계의 탐지거리계산법에 따르면, 해발고가 1,062m인 오성산 정상 부근에 설치된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670km 밖에서 4km의 고도로 날아오는 B-2 스텔스폭격기, F-22 스텔스전투기, F-35 스텔스전투기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할 수 있다. 스텔스기종의 통상적인 비행고도는 4km 안팎이다. 그런데 만약 스텔스전투기가 조선인민군의 방공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고도를 1km로 낮춰 저고도 비행으로 내습하더라도, 오성산 정상 부근의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540km 떨어진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스텔스전투기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일 오성산에서 스텔스전투기의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하지 못하면, 곧바로 평양 상공이 위태로워지게 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오성산이야말로 조선의 영공을 지키는 눈동자 같은 존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이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해놓고 조선에 대한 기습타격기회를 노리던 1998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왜 오성산을 두 차례나 톺아올랐는지 알 수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11월 25일 당시 조선을 방문하고 있었던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은 지하에 건설된 조선인민군 방공레이더기지를 방문하였다.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 성원들은 그 지하기지를 돌아보면서 자기들을 안내하는 조선인민군 장교에게 어떤 탐지레이더들이 거기에 설치되었는지 물었으나 조선인민군 장교는 그 물음에 답변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런데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이 조선방문을 마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작성한 내부보고서가 어떤 경로로 외부에 유출되었다. 외부에 유출된 그 보고서에는 2008년 11월 25일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약 60km 떨어진 곳에 있는 조선인민군 지하방공레이더기지를 돌아보았다고 서술한 내용이 들어있다. 지하방공레이더기지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약 60km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세 지점에 각각 60km의 거리를 두고 설치되어야 감시추적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의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오성산 정상 부근의 지하기지 이외에 그 지하기지에서 약 60km 떨어진 서부전선의 어느 지하기지와 동부전선의 어느 지하기지에 각각 설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11월 25일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이 돌아보았던,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약 60km 떨어진 지하방공레이더기지는 오성산 정상 부근 지하기지의 꼴추가조기경보체계와 연결되는 또 다른 꼴추가조기경보체계거점이었던 것이다. 


3. 지축을 뒤흔든 두 차례의 시험사격 

조선의 지하기지에 설치된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한국 공군의 F-35A 스텔스전투기가 비행 중에 발신하는 전파신호를 포착하여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한다. 그런데 만약 F-35A 스텔스전투기가 고의적으로 전파신호를 발신하지 않고 무전파비행을 하면, 꼴추가조기경보체계는 비행궤적을 감시, 추적하지 못한다. 

지금 미국 공군 조종사들로부터 F-35A 스텔스전투기 비행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 공군 조종사들이 비행훈련을 마친 뒤에 무전파비행을 할 수 있을까? 미국 공군 조종사들이나 한국 공군 조종사들은 비행 중에 사고로 목숨을 잃을 위험이 큰 무전파비행훈련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조종사의 육안관측과 비행감각에만 의존하면서 추락위험과 충돌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무전파비행술로 F-35A를 조종할만한 조종사는 그들 중에 없다.  

하지만, 군대가 전쟁에서 이기려면 만약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조선인민군은 한국군의 F-35A 스텔스전투기가 무전파비행으로 내습하는 만약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는데, 그런 가상상황에서는 조선인민군의 꼴추가조기경보체계 감시추적망이 뚫릴 수 있다는 추론이 성립된다. 

이런 추론에 따르면, 요즈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F-35A 스텔스전투기 도입은 작전종심이 매우 짧은 한반도의 특수한 항공작전환경에서 조선인민군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평양을 비롯한 전략거점들을 파괴할 수 있는 공격수단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이제껏 재래식 전투기로 유지되어온 남북 사이의 군사적 균형을 깨뜨리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군사적 균형이 깨지면,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는 법인데, 문재인 정부는 F-35A 스텔스전투기 도입을 강행하여 군사적 균형을 깨뜨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에 중지되었던 대북전쟁연습을 올해 다시 재개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격화시켰다. 그들은 대북공격을 준비하기 위한 한미합동전쟁연습을 북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2019년 8월 11일부터 기어이 감행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F-35A 스텔스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대북공격력을 비상히 증강시켜 남북의 군사적 균형을 깨뜨렸을 뿐 아니라, 한미합동전쟁연습까지 감행하였으므로, 북도 그에 맞서는 비상조치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의 비상조치는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2019년 7월 11일 북측 외무성이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로 담화를 발표하였다. 담화는 “일명 <보이지 않는 살인무기>라고도 불리우는 <F-35A>의 납입이 지역에서 주변나라들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보장하며 특히 조선반도 유사시 북침의 <대문>을 열기 위한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역시 불가불 남조선에 증강되는 살인장비들을 초토화시킬 특별병기개발과 시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경고하였다. 

그 경고는 빈말이 아니었다. 위와 같은 경고가 나온 때로부터 꼭 한 달이 지난 뒤에 북은 문재인 정부가 도입하는 F-35A 스텔스전투기들이 이륙하기도 전에 격납고와 활주로에서 파괴할 수 있는 특별병기를 등장시킨 것이다. 그날은 2019년 8월 10일과 8월 16일이었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두 사진은 2019년 8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제1차 신형 지대지미사일 시험사격장면이다. 위쪽 사진에 나타난 발사대차는 무한궤도로 움직이는 것인데, 무한궤도를 장착한 발사대차는 도로가 없는 산악지대에서 기동할 때 바퀴가 빠질 일이 없으므로 산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서 작전할 때 유리하다. 무한궤도를 장착한 발사대차가 도로를 벗어나 산악지대에 들어가면, 교전상대에게 노출되지 않는 은밀성이 보장된다. 위쪽 사진을 보면, 발사대차에 상자형 발사관 두 문이 실렸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발사관이다. 신형 지대지미사일이 그렇게 큰 발사관에 들어갔으니, 얼마나 강력한 비행능력과 파괴력을 발휘하겠는가. 아래쪽 사진은 신형 지대지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폭음과 화염과 연기를 내뿜으며 상승비행을 하는 장면이다. 탄체에 새겨진 일련번호가 선명하게 보인다. 일련번호 앞에 있는 자음 ㅈ은 전략미사일을 뜻하는 기호다.     

지난 8월 10일과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에서 새로 개발된 신형 지대지미사일 시험사격을 현지에서 지도하였다. 북은 두 차례 시험사격을 진행하면서 신형 지대지미사일의 비행고도를 48km에서 30km로 낮췄는데, 그에 따라 탄착거리도 400km에서 230km로 짧아졌다. 이처럼 비행고도와 탄착거리가 달라졌어도 비행속도는 변함없이 마하 6.1로 나타났다. 마하 6.1은 초음속을 돌파한 극초음속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한 <뉴욕타임스> 2019년 9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북이 시험사격한 신형 지대지미사일의 사거리는 700km에 이른다고 한다.  

2019년 8월 10일과 8월 16일 시험사격에서 대성공을 거둔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저고도비행능력, 극초음속비행능력, 초정밀타격능력을 두루 갖춘 특별한 비탄도미사일이다. 

다른 탄도미사일들은 대기권 밖으로 상승하여 탄도비행을 하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받지 않지만,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은 대기권 안에서 저고도로 날아가므로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 공기저항을 받으면 그만큼 비행속도가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은 대기권 안에서 공기저항을 받으며 날아갔는데도 대기권 밖에서 날아가는 기존 탄도미사일보다 비행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서 초음속을 돌파하고 마하 6.1의 극초음속에 이르렀다.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이 로씨야의 지대지미사일 9K720  이스칸데르와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미사일공학기술의 종합체라는 이스칸데르의 비행속도는 마하 5.9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조선이 미사일비행속도에서 세계적인 기술패권을 틀어쥐었음을 알 수 있다.  


4. 미사일개발 최전성기에 들어선 조선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이 얼마나 뛰어난 무기체계인지 알아보려면, 현재 미국 육군이 운용하고, 한국군이 도입하여 운용하는 지대지미사일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육군이 운용하는 지대지미사일 MGM-140 ATACMS(에이태킴스)는 원래 탄두중량이 560kg인 대형 산포탄(집속탄)을 탑재하고 165km를 날아가는 미사일이었다. 초기형 에이태킴스 블록-1이 바로 그 미사일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미국의 미사일공학기술은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은 2002년에 그처럼 형편없는 미사일을 111문이나 수입하였다.  

미국이 2004년에 한국에 110문을 수출한 에이태킴스 블록-1A는 탄두중량이 160kg인 산포탄을 탑재하는 경우 300km를 날아가고, 탄두중량이 213kg인 단일탄두를 탑재하는 경우 270km를 날아간다. 나중에 개발된 에이태킴스 블록-2는 탄두중량이 268kg인 단일탄두를 탑재하고 140km를 날아간다. 

그 이후 미국은 이 지대지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하여 사거리를 300km로 늘였지만, 그렇게 했어도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 사거리 700km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친미사대주의에 사로잡혀 미국산 무기라면 사족을 못쓰는 얼간이들은 그 형편없는 미사일을 최강의 무기니 뭐니 하고 칭송한다.

지금 미국은 에이태킴스 생산을 중단하고 새로운 지대지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이다. 미국이 개발하는 새로운 지대지미사일은 앞으로 4년 뒤인 2023년에 시험발사를 할 예정이라는데, 이 새로운 지대지미사일이 개발되더라도 그 사거리는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보다 200km나 짧은 500km밖에 되지 않는다. 로씨야가 자랑하는 이스칸데르의 사거리도 500km다. 

에이태킴스의 탄체길이는 4m이고, 탄체지름은 61cm인데,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의 탄체길이는 약 7m, 탄체지름은 약 1m다.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이 에이태킴스보다 훨씬 더 크다. 이스칸데르의 탄체길이는 7.3m, 탄체지름은 0.92m이므로,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은 이스칸데르와 거의 같은 크기다.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은 에이태킴스보다 크기가 훨씬 더 크고 무거운데도, 두 배 이상 빠른 극초음속으로 날아가고, 두 배 이상 멀리 날아간다.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은 중량이 700kg인 대형 탄두를 탑재하고 극초음속으로 700km를 날아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스칸데르는 중량이 700kg인 대형 탄두를 탑재하고 500km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탄두중량이 무거우면 파괴력도 커진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의 파괴력은 에이태킴스의 파괴력에 비할 바 없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탄두중량이 160kg인 산포탄을 탑재한 에이태킴스 1발로 축구장 3개를 합친 20,000㎡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크고 강력한 산포탄을 탑재한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 1발의 파괴력은 축구장 7개를 합친 50,000㎥의 면적에 엄청난 불우박을 쏟아부어 초토화할 수 있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두 사진은 2019년 8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제2차 신형 지대지미사일 시험사격장면이다. 위쪽 사진은 무한궤도를 장착한 발사대차에서 신형 지대지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이다. 엄청난 화염폭풍이 뿜어져나오는 것이 보인다. 이 지대지미사일은 중량이 700kg인 대형 탄두를 탑재하고 미사일요격망을 피해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면서 마하 6.1의 극초음속으로 700km를 날아간다. 이 세상에 현존하는 그 어떤 지대공미사일로도 요격하지 못한다. 아래쪽 사진은 신형 지대지미사일 탄두가 표적에 명중하는 장면이다. 함경남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에 있는 바위섬에 설치된 1m 크기의 작은 표적에 정확히 명중하였다. 이것은 신형 지대지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가 2~3m라는 것을 말해준다. 경이로운 초정밀타격이다. 크고 강력한 산포탄(집속탄)을 탑재한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 1발의 파괴력은 축구장 7개를 합친 5만 평방미터 면적에 엄청난 불우박을 쏟아부어 초토화할 수 있다.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에는 산포탄만이 아니라 전술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     

조선이 탄체지름을 1m로 크게 늘이고, 사거리를 700km로 크게 늘인 신형 지대지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그 미사일에 산포탄만이 아니라 전술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에서 생산된 전술핵탄두는 지름이 60cm이고, 중량이 500kg이므로, 신형 지대지미사일에 얼마든지 탑재할 수 있다.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은 사거리와 파괴력만이 아니라 비행양식에서도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애이태킴스는 저고도로 비행하지 못하고 포물선을 그리면서 50km 상공에서 고고도 탄도비행을 한다. 비행속도도 마하 3으로 매우 느리다.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번개-5’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면, 포물선을 그리면서 마하 3의 느린 속도로 날아오는 에이태킴스를 간단히 요격할 수 있다. 그와 달리,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은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면서 마하 6.1에 이르는 극초음속으로 엄청나게 빨리 날아가므로, 이 세상에 현존하는 그 어떤 지대공미사일로도 요격하지 못한다.  

에이태킴스는 위성항법유도장치를 달고 날아가기 때문에 타격정밀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타격능력을 가졌다. 지난 8월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을 시험사격하였을 때, 함경남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에 있는 바위섬에 설치된 1m 크기의 표적에 정확히 명중하였다. 이것은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가 2~3m 정도라는 것을 말해준다. 타격정밀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이스칸데르의 원형공산오차는 5~7m다. 

위에 열거된 몇 가지 사실을 보면,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이 세계 최고 첨단무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단거리미사일이 개발된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사일설계기술과 미사일제작기술을 꾸준히 축적해온 조선이 요즈음 미국과 로씨야를 앞지르며 미사일개발의 최전성기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5.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맞춰진 타격좌표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을 논할 때, 주목되는 것은 700km에 이르는 사거리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운용하는 각종 단거리미사일들 중에서 사거리가 700km인 것은 화성-6이다. 화성-6을 1988년에 시험발사하였으므로, 30년이 넘은 미사일이다. 나는 2013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할 때, 4축8륜 발사대차에 탑재된 화성-6 실물을 직접 관찰한 적이 있는데, 전시실 해설문에는 화성-6이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라고 적혀있었다. 전략로케트라는 말은 전술핵탄두를 탑재하는 전략미사일이라는 뜻이다. 

화성-6이 전술핵탄두를 탑재하고 700km를 날아가는 전략미사일이라면,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능이 우수한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도 전술핵탄두를 탑재하고 700km를 날아가는 전략미사일인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700km에 이르는 사거리다. 조선이 만드는 단거리미사일들의 사거리는 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700km로 정해진 것일까?

<뉴욕타임스>가 2019년 9월 2일 분석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700km를 날아가는 조선의 신형 지대지미사일 타격범위 안에는 일본 사세보 군항과 이와꾸니 항공기지가 들어간다. 중부전선 북측지역에서 사세보 군항까지 직선거리는 630km이고, 중부전선 북측지역에서 이와꾸니 항공기지까지 직선거리는 716km다.   

이와꾸니 항공기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본 요꼬스까에 배치된 미국 해군 제7함대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소속 제5항모비행단이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주둔하고, 일본 오끼나와에 배치된 미국 제3해병대원정군 산하 제12해병대항공단이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주둔한다.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나 제3해병대원정군은 전시에 한반도로 가장 먼저 들이닥쳐 조선을 공격할 북침돌격대들인데, 그런 북침돌격대의 항공전력이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집결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주둔하는 제12해병대항공단 산하 제121해병대전투비행대대에는 미국이 해외기지에 유일하게 전진배치한 F-35B 스텔스전투기가 배속되었다. 

한국군이 도입하는 F-35A와 달리 F-35B는 사세보 군항에 배치된 미국 해병대의 40,000톤급 상륙강습함에서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함재기다. 그러므로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 해병대 제12해병대항공단은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있는 F-35B 스텔스전투기를 사세보 군항에 대기 중인 상륙강습함에 보내 비행갑판에 탑재할 것이고, 미국 해군 제5비행단은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있는 수퍼 호넷 함재기가 요꼬스까 군항에 대기 중인 핵추진 항공모함에 보내 비행갑판에 탑재할 것이다. 40,000톤급 상륙강습함은 F-35B 스텔스전투기 6대를 실을 수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과 상륙강습함에 수퍼 호넷 함재기와 F-35B 스텔스전투기가 각각 실리면, 그 거함들은 동해작전구역에 진입하여 조선을 공격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와꾸니 항공기지야말로 미국의 북침전략거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조선은 이와꾸니 북침전략거점에 배치된 F-35B 스텔스전투기들과 수퍼 호텟 함재기들이 상륙강습함과 핵추진 항공모함에 실리기 위해 이륙하기 전에 격납고와 활주로에서 그것들을 파괴할 날카로운 타격수단을 가져야 한다. 그런 작전적 요구를 파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의 2중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이와꾸니 항공기지를 단숨에 초토화할 신형 지대지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명령하였던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위의 사진은 일본 야마꾸찌현 이와꾸니시에 있는 이와꾸니 항공기지 정문을 촬영한 것이다. 위병소에 내걸린 표지판에는 영문으로 해병대항공기지라고 쓰여있고, 그 아래 위병들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본 요꼬스까에 배치된 미국 해군 제7함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소속 제5항모비행단이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주둔하고, 일본 오끼나와에 배치된 미국 제4해병대원정군 산하 제12해병대항공단이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주둔한다. 특히 이와꾸니 항공기지에 주둔하는 제12해병대항공단 산하 제121해병대전투비행대대에는 미국이 해외기지에 유일하게 전진배치한 F-35B 스텔스전투기가 배속되었다. 이 스텔스전투기는 사세보 군항에 대기 중인 4만톤급 상륙강습함에서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함재기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와꾸니 항공기지야말로 미국의 북침전략거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조선은 이와꾸니 북침전략거점을 파괴할 날카로운 타격수단을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번에 개발완성된 신형 지대지미사일이다. 만일 이와꾸니 항공기지에서 F-35B 스텔스전투기들과 수퍼 호넷 함재기들이 한꺼번에 이륙하려는 출격징후가 보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가차 없이 신형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여 그 항공기지를 초토화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명령을 받은 조선의 미사일개발기지들인 166공학연구소와 628발동기연구소는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신형 미사일설계사업을 다그쳐 로씨야와 미국의 기술수준을 앞지르는 세계 최강의 지대지미사일을 만들어냈다. 

조선국방과학원 산하 166공학연구소는 미사일을 전문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기관인데, 조선국방과학원 산하 연구소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그 연구소에는 조선 각지에서 선발된 수재급 연구사 약 1,000명, 실험조수 약 500명, 군수노동자 약 8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다른 한편, 조선국방과학원 산하 628발동기연구소는 로켓엔진을 전문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기관인데, 조선 각지에서 선발된 수재급 연구사 약 500명, 실험조수 약 200명, 군수노동자 약 3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조선 각지에서 선발된 수재급 연구집단 1,500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명령을 관철하기 위해 전력하였으므로, 이와꾸니 항공기지를 타격할 세계 최강의 지대지미사일을 그토록 짧은 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미국 국방부가 2018년 2월에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따르면, 조선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기간에 신형 지대지미사일 7종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거기에 더하여, 조선이 2019년 8월에 신형 지대지미사일 2종을 더 개발하였으니 모두 9종을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중국과 로씨야는 지대지미사일을 각각 5종씩 개발하였고, 미국은 1종밖에 개발하지 못했다. 이런 압도적인 차이만 봐도, 조선이 다른 미사일강국들을 기술분야에서 앞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이와꾸니 항공기지에서 F-35B 스텔스전투기들과 수퍼 호넷 함재기들이 한꺼번에 이륙하려는 출격징후가 보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가차 없이 신형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여 그 항공기지를 초토화할 것이다. F-35B 스텔스전투기와 수퍼 호넷 함재기가 싣지 못한 상륙강습함과 핵추진 항공모함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대한 쇳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꾸니 항공기지 같은 주일미국군기지들을 초토화할 조선의 지대지미사일은 이번에 개발된 신형 지대지미사일만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실전배치된 북극성-2형도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2017년 5월 21일 신형 중장거리전략미사일 북극성-2형의 계렬생산준비를 끝내고 실전배치를 위한 최종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당시 89도의 고각으로 발사된 시험발사과정을 분석한 정보에 따르면, 북극성-2형은 발사된 후 7분10초 만에 최고정점고도 633.3km에 도달하였고, 정점고도비행 중에 초속 684m의 속도로 날아갔다고 한다. <조선일보> 2017년 2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북극성-2형의 사거리는 5,500km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조선제재위원회가 2019년 9월 5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은 오끼나와에서 홋까이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일미국군기지들을 타격할 수 있는 북극성-2형 지대지미사일을 조중국경지대에 가까운 전략기지에 실전배치하였다고 한다. 

위와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 조선은 주일미국군기지들을 초토화할 두 종류의 지대지미사일을 보유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이미 실전배치된 북극성-2형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에 개발완성된 신형 지대지미사일이다. 전자는 높은 고도로 날아가고, 후자는 낮은 고도로 날아간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이 두 종류의 미사일을 혼합발사하면,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의 2중 방공망은 무용지물로 되고, 주일미국군기지들은 불과 몇 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미국은 그처럼 초강력한 타격수단을 가진 조선에게 감히 전쟁을 도발하지 못한다. 조선의 전쟁억제력은 날로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국은 무모하고 위험하고 불량한 전쟁연습과 무력증강을 강행하며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세계 최강의 미사일강국으로 등장한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군사적 긴장과 전쟁위험을 해소해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