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30

중동 사막의 모래수렁 속에 빠져드는 늙은 사자

[한호석의 개벽예감] (131)
자주민보 2014년 09월 2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이슬람국가'라고 불리는 반란군은 그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를 확장하면서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하였다. 원래 소규모 테러조직이었던 그들을 강력한 반란군조직으로 확대, 강화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이었다. 그 전쟁의 불길 속에서 그들은 반란군조직으로 세를 확장하고 강화되었다. 미국의 이라크무력침공은 10년 만에 '이슬람국가'의 테러공격이라는 보복을 미국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의 자업자득이다.     © 자주민보

이라크군의 ‘막장 드라마’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오판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국의 대규모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공습대상은 국제사회에서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로 불리는 반란군이다. 최근 미국이 그 반란군에 대한 공습규모를 확대하는 바람에 반란군의 존재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이슬람국가’는 원래 1999년에 이라크에서 소규모 테러조직으로 결성되었다가 차츰 세를 확장하면서 반란군조직으로 강화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슬람국가’를 반란군으로 통칭한다. <사진 1>

결성초기에 알카에다(al-Qaeda) 국제테러조직에 연계되었던 반란군은 중동지역에서 암약하던 소규모 테러조직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미국이 이라크침략전쟁을 도발한 2003년 이후부터 전쟁의 혼란 속에서 급속히 세를 확장하더니,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3년에는 이슬람근본주의를 통치이념으로 하는 이른바 ‘신정국가(Theocracy)’를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내전을 도발하였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약했던 테러조직을 강력한 반란군조직으로 확대, 강화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은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미국을 전쟁과 테러의 수렁에 빠뜨렸다. 미국은 테러조직척결이라는 명분을 내건 저강도전쟁을 무한정 지속할 수도 없고, 이제 와서 그만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침략전쟁을 도발하여 미국의 중동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잘못 판단하였고, 그들의 그러한 전략적 오판이 아메리카 제국을 진퇴양난에 몰아넣은 것이다.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강점한 외래점령군이 점령지에서 급조한 군대가 예외 없이 그러하듯,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점령지에서 급조한 이라크군도 전쟁을 할 수 없는 오합지졸이다. 이라크군은 반란군의 공격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패퇴하였다.

미국은 반란군과 맞선 전투에서 패퇴하던 이라크군을 지원하기 위한 비밀계획을 2013년 12월부터 행동에 옮겼다. 그 비밀계획은 무인정찰기를 동원하여 반란군 진영을 촬영한 실시간 정보를 이라크군에게 넘겨주는 식의 제한적인 군사행동에 머물렀다. 당시 미국이 그처럼 소극적인 지원활동을 전개한 까닭은, 60만 명의 대병력으로 편성된 이라크군이 불과 15,000명밖에 되지 않는 반란군에게 설마 패퇴하겠는가 하고 승리를 낙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이라크군과 반란군이 맞붙은 전투는 미국의 낙관적 기대를 여지없이 뒤엎어버렸다. 병력수와 무장장비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이라크군은 자기보다 40분의 1밖에 되지 않고 무장도 변변치 않은 반란군에게 연전연패하였다. 반란군의 맹렬한 진격기세에 눌려 정신력이 꺾인 이라크군은 총포성이 울리면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에 바빴고, 반란군과 전투를 벌이기도 전에 집단적으로 투항하는 어이없는 사태도 일어났다. 

그렇게 된 원인은 후세인 정권을 무력침공으로 무너뜨린 미국이 그 정권의 휘하에 있었던 이라크군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유능한 지휘관들을 후세인 지지자로 규정하여 내쫓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2014년 8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에서 실전으로 단련된 유능한 지휘관들이 거의 모두 쫓겨난 이라크군은 전투력과 기강이 한꺼번에 실종되었고, 군부대 안에서 하급병사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일상화되었고, 군수품을 빼내어 암거래를 하는 등 와해조짐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라크군의 그런 와해조짐은 가혹행위, 총기난사, 성폭력, 자살, 군납비리, 군사기밀유출 등으로 시달리는 한국군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위의 보도에 따르면, 전투를 앞두고 상부의 작전명령에 불만을 품은 이라크군의 일부 지휘관들은 자기 부대를 자진해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니 시쳇말로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신정국가’를 건설하려는 전쟁목표를 내걸고 강공을 퍼붓는 반란군을 기강이 문란한 오합지졸 이라크군이 막아내리라고 미국이 예상한 것은 커다란 오판이었다. <월 스트릿 저널(Wall Street Journal)> 2014년 6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에 파견되어 이라크군의 내부사정을 조사한 미국 국방부 조사단이 이라크군의 실상을 절망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받아보고서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자기들이 오판하였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라크군에게 극도로 불리해진 전황을 방치하는 경우 수도 바그다드마저 함락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지난 6월 19일 특수군 병력 300명으로 편성된 긴급지원부대를 이라크에 급파하고, 지휘통제소 두 개소를 이라크에 구축하는 식의 ‘긴급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맹렬한 기습공격으로 점령지를 확대해나가는 반란군의 기세를 그런 빈약한 ‘긴급처방’으로 꺾을 수 없었다. 이라크의 전황은 날이 갈수록 반란군에게 유리하게 전변되었다. 이를테면, 반란군은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면서, 전선을 시리아 북동부로 확대하였고, 그로써 이라크 서부와 시리아 북동부를 포괄하는 광활한 지역을 점령하였던 것이다. 미국이 지난 8월 8일부터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들에 대한 공습작전에 황급히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 <사진 2> 이 사진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직접 지휘를 받는 친위특수군인 쿠즈군이 행진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란은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연전연패하는 이라크군을 지원하기 위해 쿠즈군 야전지휘관으로 편성된 군사고문단을 이라크에 파견하였다. 이라크군 지원활동에서 이란은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주도권을 틀어쥔 것이다. 이라크 전선의 주도권을 이란에게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 미국도 특수군 긴급지원부대를 황급히 이라크에 파견하였다. 이라크 전선에서 이란군과 미국군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자주민보

이란군과 미국군의 주도권 싸움, 누가 이겼나?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그처럼 황급히 공습작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을 이라크군에게 불리해진 전세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군이 이라크에서 철군한 이후 이라크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온 미국과 이란의 대치상태를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적대관계에 있는 그 두 나라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라크 전선의 주도권을 누가 먼저 틀어쥐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싸움이었다. 

그런 사정에 대해 <뉴욕 타임스> 2014년 6월 25일 보도기사가 말해주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이라크군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주기 시작하였다. 이를테면, 이란의 쿠즈군(Quds Force)을 지휘하는 카씸 술레이마니(Qassim Suleimani) 당시 사령관이 바그다드에 있는 이라크 국방부를 두 차례 방문하여 작전방침을 협의한 직후 이란은 쿠즈군 야전지휘관 12명으로 편성된 강력한 군사고문단을 비밀리에 이라크에 파견하였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의 불길 속에서 창설되어 정예병력 15,000명으로 장성한 쿠즈군은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최고지도자의 직접 지휘를 받는 친위특수군이다. 이란은 최정예 특수군부대를 이라크 전선에 보낸 것이다. <사진 2>

이라크 전선에 나타난 쿠즈군은 미국 공군이 2011년 12월에 철군하기 전까지 사용했던 바그다드 인근의 라쉬드 공군기지(Rasheed AFB)에 지휘통제소와 통신감청거점을 구축했고, 아바빌(Ababil) 무인정찰기 편대를 이라크 영공에 보내 공중정찰작전을 전개하였다. 또한 이란은 무인정찰기, 군사장비, 군수물자를 실은, 적재량 70t급의 군용수송기를 하루에 두 차례씩 이라크로 계속 보냈으며, 이란군 10개 사단과 전투기 24대를 이란-이라크 국경지대에 집결시켜놓고 임의의 시각에 전면전에 돌입할 준비를 완료하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반란군이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바그다드가 함락될 위기에 몰리는 경우, 이란군의 참전이 시간문제로 되었음을 말해준다.

만일 이란군이 이라크의 반란군 점령지로 진격하여 반란군을 격퇴하면 그 여세를 몰아 시리아의 반란군 점령지로 진격할 것이고, 그 곳에서도 반란군을 격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으로 자기의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는 것이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에서 전략적 패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중동의 주도권이 그처럼 이란에게 넘어가는 것은 미국에게 견딜 수 없는 악몽이다. 2011년 12월에 이라크에서 철군을 완료한 뒤에 이라크를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이 각각 통치하는 3개 나라로 분할하려는 흉계를 꾸미던 미국이 2013년 6월에 특수군 병력 300명으로 편성된 긴급지원부대를 이라크에 급파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 <사진 3> 이라크 전선의 주도권을 놓고 이란과 미국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가운데 미국은 중앙정보국 특수작전집단을 이라크에 보냈다. 위의 사진은 지난 날 아프가니스탄전선에서 암약하던 중앙정보국 특수작전집단 소속 요원들을 촬영한 것이다. 비밀요원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얼굴 영상이 흐릿하게 지워졌다. 적진에 잠입하여 납치, 고문, 암살 폭파를 자행하는 것으로 하여 악명 높은 이들은 정규군이 아니므로 복장과 무기도 제각기 다르다. 똑같은 납치, 고문, 암살, 폭파인데도, 미국 중앙정보국이 그렇게 하면 특수작전으로 되고, 반란군이 그렇게 하면 테러가 된다.     © 자주민보

하지만 300명밖에 되지 않는 특수군 긴급지원부대를 파견하는 것만으로는 작전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특수작전집단(Special Operation Group)도 이라크에 보냈다. 특수작전집단은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특수전을 수행하는 군사조직인데, 특수전 임무에서 미국군 특수전부대들과 중복되기 때문에 중앙정보국과 미국 군부는 저강도전쟁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 갈등을 빚어왔다. <워싱턴 타임스> 2014년 9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에 잠입한 중앙정보국 특수작전집단은 무인정찰공격기 발진기지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진 3>

그러나 특수군 긴급지원부대와 중앙정보국 특수작전집단을 보낸 이후에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바그다드가 함락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심초사하였다. 그래서 척 헤이글(Chuck Hagel) 미국 국방장관은 병력 500명으로 편성된 보병 1사단 사령부를 오는 10월 말쯤 바그다드 합동작전본부, 에르빌 합동작전본부, 이라크 국방부 등에 분산배치하는 방안을 승인하였다. 특수군 긴급지원부대, 중앙정보국 특수작전집단, 보병 1사단 사령부로 이어진 증파추세는 미국이 전쟁과 테러의 수렁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3개 무력단위를 이라크 전선에 순차적으로 증파해온 미국은 자기보다 한 발 앞서 이라크 전선에 특수군을 파병하고 대규모 군사장비를 지원해준 이란에게 반란군 격퇴전에 동참해달라고 은밀히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란은 그런 요청에 담긴 미국의 “불순한 의도”를 간파하고 그 요청을 거절하였다. 지난 9월 15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취재기자들 앞에서 이란이 미국의 그런 요청을 비공개적으로 거절하였다고 말하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란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전선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하면서, 미국이 시리아의 허락을 받지 않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 이라크침략전쟁에서 겪은 곤경을 또 다시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의 발언으로 아메리카 제국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 미국은 왜 자기의 적국인 이란에게 반란군 격퇴전에 동참해달라고 은밀히 요청하였을까? 두 가지 의도가 엿보인다.

첫째,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전선에 이란을 끌어들이면, 미국군 사령관이 이라크 전선에 파병된 이란군을 지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이란을 자기 발밑에 두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지적한 미국의 “불순한 의도”는 그런 것이었다.

둘째, 미국은 반란군 격퇴전에서 피를 흘리지 않는 공습작전을 자국군에게 맡기고, 피를 많이 흘리는 지상작전은 이란군에게 맡겨보려고 구상하였다.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지적한 미국의 “불순한 의도”는 그런 것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다급해진 미국이 적대국가인 이란에게까지 반란군 격퇴전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미국이 공습만으로는 반란군을 격퇴할 수 없음을 자인한 것이며, 미국이 지상군 파병을 매우 꺼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미국은 추종국들 가운데서 지상군을 파병해줄 나라를 물색하고 있지만, 전쟁과 테러의 수렁에 미국을 대신하여 몸을 던져줄 만큼 어리석은 나라는 없다.

▲ <사진 4> 이 사진은 러시아 반항공군이 첨단미사일방어체계인 S-300의 지대공미사일 발사관을 세워 발사준비태세를 갖추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러시아는 시리아에게 이 첨단미사일방어체계를 수출하였다. 시리아군이 S-300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미국은 지레 겁을 먹고 공습방향을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동쪽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고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미국은 공습을 개시하기 전에 시리아에게 공습이 임박하였음을 알려주는 사전통보를 보냈다. 북이 2010년에 작전배치를 완료하였고,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도 영구전시한 '주체식 요격미싸일종합체'는 S-300급 첨단미사일방어체계다.     © 자주민보

창과 방패의 승부를 비켜간 5세대 스텔스 전투기
 
누구나 아는 것처럼, 공습은 미사일공격과 폭탄투하로 이루어지는 작전개념이다. 미국의 공습은 해상에 배치한 이지스함에서 타격대상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타격대상에 접근하여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미국은 그런 공습전법을 매우 중시하면서 자기의 공중우세를 자랑하지만, 미국의 공습전법은 미국이 1990년 8월 2일에 도발하였던 걸프전에서 사용하였고 그 이후에도 다른 나라를 쳐들어가는 무력침공을 도발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도식화된 전법이다. 미국은 24년 전부터 사용해온 노후전법을 아직도 새로운 전법으로 대체하지 못한 것이다. 도식화된 노후전법의 반복이 공습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미국이 또 다시 반복한 노후전법의 전개과정을 분석할 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쏜 위치와 전투기가 발진한 위치가 각각 어디였는가 하는 점이다. 발사위치와 발진위치가 타격대상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비행시간과 정밀유도폭탄을 실은 전투기의 비행시간이 길어지는 것이고, 그런 시간흐름에 맞춰 반란군은 대응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 시리아 주변 지도     © 자주민보

미국이 반란군의 시리아 거점을 공습하려면, 이지스함들과 항공모함을 시리아 서쪽 지중해 연안에 배치해놓고 거기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전투기를 출격시켰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순항미사일과 전투기의 비행시간을 크게 줄여 반란군에게 대응시간을 주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은 이지스함들과 항공모함을 시리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페르시아만과 홍해에 각각 배치해놓고 거기서 순항미사일을 쏘고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왜 가까운 거리를 택하지 않고 먼 거리를 돌아가는 공습작전을 벌인 것일까? 미국이 그처럼 장거리를 비행하는 공습작전을 선택한 까닭은, 미국이 시리아군 방공망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이다.

시리아군은 지중해를 향한 서쪽 방향과 이스라엘을 향한 남쪽 방향에 방공망을 집중시켰고, 이라크를 향한 동쪽 방향에는 방공망을 그다지 집중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은 시리아군의 방공망이 좀 허술한 방향을 택해서 순항미사일을 쏘고 전투기를 투입하는 식으로 장거리 공습작전을 전개한 것이다.
 
미국이 제한공습에서 확대공습으로 넘어가기 직전인 지난 9월 16일 반란군은 시리아군 전투기 한 대를 고사포 사격으로 격추하였다. 지대공미사일과 방공레이더망을 갖지 못한 반란군이 재래식 고사포로 전투기를 격추한 것을 보고 공습작전을 준비하던 미국은 흠칫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리아군은 러시아산 첨단미사일방어체계인 S-300을 작전배치하였기 때문이다. 이 민감한 군사문제에 대해서는 설명이 좀 더 요구된다.

미국,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는 시리아가 러시아산 S-300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때는 2010년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시리아제재조치를 들먹이면서 S-300을 시리아에 수출하지 말라고 러시아를 압박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시리아와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였다. 2013년 5월 30일 바샤르 알 아싸드(Bashar al-Assad) 시리아 대통령은 레바논의 알 마나르(Al-Manar) TV와 진행한 대담에서 S-300 “1차 인도분(first shipment)”이 얼마 전 시리아에 도착하였고 앞으로 더 인계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4>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디펜스 업데이트(Defense Update>) 2013년 5월 18일 보도와 러시아 통신사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의 2008년도 자료를 종합하면, 러시아가 시리아에 수출한 S-300은 12개의 비행체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고, 한꺼번에 6기의 지대공미사일을 쏘아 2기의 지대공미사일로 타격목표 한 개를 파괴할 수 있다. 또한 S-300의 지대공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발사할 수도 있고, 높은 고도로 발사할 수도 있다. S-300의 방공레이더가 비행체를 추적할 수 있는 거리는 300km에 이르고, 지대공미사일이 도달하는 최장사거리는 195km이고, 최고요격고도는 27km다. 또한 S-300은 미국의 공습에 동원되는 전투기들인 F-16, F-15, F-18을 격추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 자랑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Raptor)도 격추할 수 있다.

위에 열거한 S-300의 놀라운 성능지표들은 그 미사일방어체계가 미국 공군의 전투기들이 정밀유도폭탄을 발사하기 전에 먼저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여 전투기들을 격추시킬 수 있음을 말해준다. S-300의 놀라운 성능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S-300은 날아오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40~70km 밖에서 요격할 수 있고,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또한 S-300은 미국군이 전투기 편대 앞에 전자전기를 앞세우고 날아오며 전자파공격을 가해도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S-300의 발사준비시간은 불과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리아군이 그처럼 위력적인 미사일방어체계를 가졌으니, 미국이 겁을 먹고 공습방향을 동쪽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하고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미국은 공습을 개시하기 전에 시리아에게 공습이 임박하였음을 알려주는 사전통보까지 슬그머니 보냈다. 미국의 공습은 시리아의 적인 반란군을 공격하는 것이므로 시리아군이 미국의 공습에 반격하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사전통보를 보냈던 것이다.

▲ <사진 5> 미국은 제한공습을 확대공습으로 전환하던 날 지난 8년 동안 '비장의 무기'로 간직해온 F-22 스텔스 전폭기를 사상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하였다. 위의 사진은 F-22가 기체 안에 설치된 폭탄창을 열고 비행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첨단전폭기 F-22와 첨단요격수단 S-300이 시리아 영공에서 맞붙는 창과 방패의 승부는 뒤로 미루어졌다. 미국이 만든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폭기' F-22와 북이 만든 S-300급 첨단미사일방어체계가 맞붙어 승패를 겨룰 창과 방패의 숙명적 대결은 북에서 말하는 '최후의 결전'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자주민보

특히 미국의 이번 공습에서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미국이 작전배치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8년 동안이나 ‘비장의 무기’로 간직해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의 움직임이다. <사진 5>

미국 공군 통합사령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F-22는 제한공습이 확대공습으로 넘어간 첫 날인 지난 9월 23일 새벽에 출격하여, 시리아 북부지역에 있는, 인구 22만 명이 거주하는 라카(Raqqah)시의 반란군 지휘통제소를 정밀타격으로 파괴하였다고 한다. 이번 공습을 보도한 미국 언론매체들은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있는 알 다프라 공군기지(Al Dhafra AFB)에서 출격한 F-22가 정밀유도폭탄인 통합직격탄(JDAM) 한 발을 발사하여 반란군 지휘통제소를 파괴하였다고 보도하면서, 그 스텔스 전투기가 시리아군 방공망을 뚫고 들어갔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F-22가 공습할 때 반란군 지휘통제소는 텅 비어 있었다. 공습을 예감한 반란군 지휘부는 오래 전에 대피한 것이다. 미국은 F-22가 정밀타격으로 반란군 지휘통제소를 파괴하였다는 사실만 부각시키면서 공중우세의 신화를 들먹였지만, 한 대에 4억1,200만 달러나 하는 F-22가 한 발에 25만 달러나 하는 정밀유도폭탄을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떨어뜨린 것은 ‘지상 최대의 흥행’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매체들이 F-22의 빈 집 폭격을 두고 시리아군의 강력한 방공망을 뚫고 들어간 공습이었다고 보도한 것도 실제와는 좀 다르다. 시리아군은 자기의 적인 반란군을 공습하는 미국군 전투기들에게 지대공미사일을 쏠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강력한 스텔스 기능을 가졌다는 F-22가 이번 공습작전에서 S-300의 강력한 방공레이더망을 정말로 뚫고 들어갔는지는 시리아가 밝히지 않아서 알 수 없다. 

미국이 작전배치한 F-22는 이번에 실전에서 처음 사용된 첨단전투기이고, 시리아가 작전배치한 S-300은 아직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첨단요격수단이다. F-22와 S-300이 사상 처음으로 시리아 영공에서 격돌하여 창과 방패의 승부를 가릴 좋은 기회였으나, S-300의 위력을 잘 아는 미국이 시리아에게 자기들의 공습을 사전통보하면서 매우 조심하는 바람에 창과 방패의 승부는 가리지 못했다. 

▲ <사진 6> 지금 미국은 공습효과가 반감된 헛발질 공습을 하면서도 반란군 격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루에 전비를 1,000만 달러씩 투입한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이 사진은 미국이 공습작전에 사용하는 정밀유도폭탄이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을 촬영한 것인데, 통합직격탄 한 발은 25만 달러나 한다. 미국은 그런 값비싼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하면서 막대한 전비를 탕진하고 있다. 전비를 탕진하는 폭발음이 들려올 때마다 미국의 군수산업자본은 폭발적 이윤증식으로 쾌재를 부른다.     © 자주민보

중동 사막의 모래수렁 속에 빠져드는 늙은 사자
 
미국과 추종국들은 이라크-시리아 전선에 지상군을 보내지 못하고, 공습작전에만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공습작전만으로 반란군을 격퇴할 수 없다는 점은 1980년대부터 저강도전쟁을 벌여온 미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정규전을 벌이는 반란군을 격퇴하는 방도는 강한 무장력을 갖추고 잘 훈련된 지상군을 전선에 보내는 것밖에 없다는 점도 미국은 알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이라크-시리아 전선에 지상군을 보내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까닭은, 그 전선에 파병된 지상군이 반란군을 격퇴하기는커녕 자칫하면 인명손실과 전비탕진이라는 두 가지 치명상을 입게 되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지상군을 보냈다가 수많은 인명손실만 입고 막대한 전비만 탕진한 쓰라린 경험을 지닌 미국은 그 치욕을 또 다시 겪고 싶지 않는 것이다. 또한 섣부른 지상군 파병은 인명손실과 전비탕진이라는 군사적 패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반전여론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사회에서 반미감정을 촉발시키는 정치적 패배까지 불러올 것이므로 미국은 지상군을 파병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군 투입문제를 고민해오던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 미국군 합참의장은 지난 9월 26일 미국 국방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라크군, 쿠르드족 무장조직, 시리아반군을 긁어모은 3자 연합군으로 반란군을 격퇴하는 지상전을 벌이겠다는 작전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그 동안 서로 갈등을 빚어온 그 3개 무력단위들이 미국군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행동을 통일할 가능성도 없거니와, 오합지졸 이라크군이나 정규군도 아닌 쿠르드족 무장조직과 시리아반군이 반란군 격퇴전에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지금 미국은 추종국들을 끌어들인 대규모 공습으로 이라크-시리아 전선에서 전세가 역전된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과 거리를 둔 선전일 뿐이고 실제 전황은 미국의 그런 선전과 크게 다르다. 이란이 선점한 전선의 주도권을 탈환해보려고 허겁지겁 밀어붙인 미국의 공습작전이 제대로 전개될 리 없다. 공습을 해도 제대로 해야 작전효과를 얻을까 말까한 복잡한 상황에서 미국의 공습은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미국은 지난 8월 8일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들에 대한 첫 공습을 하였는데, 첫 공급에 동원한 무력수단은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항공모함 조지부쉬호(USS George W. Bush)에서 발진한 F/A-18 호넷(Hornet) 전투기 두 대였다. 공습을 개시한다고 하면서 전투기 두 대만 출격시켰으니 그 전투기들이 적진에 타격을 입혔으면 얼마나 큰 타격을 입혔겠는가. 그 전투기 두 대는 페이브웨이(Paveway) 레이저유도폭탄으로 겨우 반란군의 견인포와 견인차량 한 대를 파괴하였을 뿐이다.

지난 9월 10일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들에 대한 기존의 제한공습을 반란군의 시리아 거점들에 대한 확대공습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로부터 12일 지난 9월 23일 미국의 공습범위는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 이외에 반란군의 시리아 거점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미국과 추종국들의 언론매체들은 미국이 그 날 전격적으로 공습을 단행하기 시작한 것처럼 대서특필하였지만, 그것은 오보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미 지난 8월 8일부터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들에 대한 제한공습을 해오던 미국은 지난 9월 10일에 기존의 공습범위를 시리아 전선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고, 9월 23일에는 이라크-시리아 전선에 걸쳐 있는 반란군의 거점들을 대상으로 확대공습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제한공습이란 이라크 전선에 한정된 공습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출격한 전투기 두 대가 정밀유도폭탄으로 반란군의 차량 한 두 대를 파괴하는 식으로 전개해온 공습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진 6>

그처럼 제한공습을 이미 한 달 전에 시작하였던 미국은 공습을 시리아 전선으로 확대하겠다는 작전구상까지 공개한 뒤로 무려 12일 동안 시간을 끌었으니 그 동안 반란군이 공습에 충분히 대비한 것이 분명하다.

만약 미국이 이번에 반란군에게 도피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기습적인 대규모 공습을 가했더라면 반란군의 기세를 푹 꺾어놓을 수 있었겠지만, 반란군에게 도피할 시간적 여유를 준 뒤에 공습을 시작하였으니 그 작전효과는 인명살상보다는 시설파괴에 그쳤다. 지금 미국은 공습효과가 반감된 헛발질 공습을 하면서도, 반란군 격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루에 전비를 1,000만 달러씩 투입하고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공습을 피해 각지로 분산, 도피한 반란군으로부터 되레 무차별 테러공격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말려든 꼴이다. 지금 해외 각국에 널려있는 자국의 군사기지들이나 외교관저들, 그리고 뉴욕이나 워싱턴에 있는 지하철이나 공공건물들에 대한 테러공격위험을 예감한 미국은 초긴장상태에 있다. 미국의 공습은 반란군을 격퇴하기는커녕 무차별적인 국제테러를 촉발시킨 작전실패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과의 대결에서 밀려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더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대결에서도 밀려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번에는 이라크-시리아 전선에서 또 다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세계는 중동 사막의 모래수렁 속에 빠져드는 늙은 사자를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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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6

해수면 위로 떠오른 북의 핵공격잠수함

[한호석의 개벽예감](130)
자주민보 2014년 09월 1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상업위성이 북의 서해함대사령부 휘하 디젤-전동식 잠수함들과 잠수정들이 정박되어 있는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 정찰위성은 이보다 더 해상도가 높은 위성사진을 촬영한다. 얼마 전 미국 정찰위성은 해수면 위로 떠오른 북의 핵공격잠수함 한 척을 촬영하였다. 북이 핵공격잠수함을 보유하였다는 놀라운 사실이 알려지면, 미국의 동맹국들과 추종국들이 심각한 불안과 동요를 느낄 것이고 군사전략균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이므로 미국은 그 사실에 대해 침묵하였다.     © 자주민보

사상 처음으로 모습 드러낸 북의 핵공격잠수함 
 
이제껏 실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던 북의 핵공격잠수함이 마침내 해수면 위로 떠올라 자기 모습을 드러낸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북의 핵공격잠수함에 관한 진실이 알려지면, 국제사회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2012년 9월 17일 <자주민보>에 실린 글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0616)에서 북이 핵공격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논하였다. 그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추가정보들을 살펴보면, 그 글에서 몇 군데 수정해야 할 점이 눈에 띄지만, 지금 북이 핵공격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글은 북에는 노후화된 소형 잠수함들만 있다는 미국의 왜곡선전을 깨뜨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 글을 집필하던 때만해도 북의 핵공격잠수함이 해수면 위로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북의 핵공격잠수함이 해수면 위로 떠올라 마침내 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그 모습은 정찰위성으로 북을 감시하는 미국만 관측할 수 있었다. <사진 1>

북의 핵공격잠수함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 전략적 가치와 비중을 가진 것인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분에 사로잡히게 될 그 놀라운 이야기는 지난 8월 26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워싱턴자유횃불(Washington Free Beacon)>에 실린 한 편의 흥미로운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그 기사는 우파 언론인 빌 거츠(Bill Gertz)가 쓴 것인데, 그가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전해들은 민감한 군사정보를 기사화할 때마다 미국 언론계와 군사전문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난날 그가 써낸 많은 군사관련기사들 가운데는 북의 군사문제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기사도 있다. 그런 그가 지난 8월 26일 “미사일잠수함 건조 중인 북(North Korea Building Missile Submarine)”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빌 거츠는 “북의 잠수함에 관한 정보를 잘 아는 미국 국방부 관리 두 사람”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가지고 그 기사를 썼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북의 잠수함에 설치된 미사일발사관(missile launch tube)이 얼마 전 미국 정보기관들에 의해 관측되었고, 평양의 공산주의정권의 미사일과 핵위협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잠수함이 해수면 아래서 지상목표물을 향해 쏘는 잠대지 미사일은 핵탄미사일이므로, 미사일발사관을 설치한 잠수함은 당연히 핵공격잠수함(nuclear attack submarine)이다. 요즈음 핵공격잠수함들은 모두 소형 경수로를 동력원천으로 하는 핵추진식 잠수함(nuclear-powered submarine)들이어서, 핵공격잠수함과 핵추진식 잠수함이 동의어로 쓰이지만, 핵추진식 잠수함만이 핵공격잠수함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잠대지 핵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이라면 그것이 디젤-전동식 잠수함(diesel-electric submarine)이건 핵추진식 잠수함이건 모두 핵공격잠수함으로 통칭한다. 

그런데 빌 거츠는 그 기사에서 핵공격잠수함이라는 말을 한 차례도 쓰지 않고, 미사일 잠수함 또는 신형 잠수함이라는 약간 모호한 용어만 줄곧 쓰면서 북의 핵공격잠수함 보유사실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읽어보아도 그 기사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의 핵공격잠수함을 관측하였음을 알려준 것이고, 또한 북의 핵공격잠수함을 관측한 미국 군부와 정보기관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음을 말해준 것이다. 

빌 거츠는 그 기사에서 관측(observe)이라는 말을 썼는데, 그 말은 미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북의 핵공격잠수함을 육안으로 보았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북의 핵공격잠수함 위성사진을 보았다는 뜻이다.

그 기사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이 북의 핵공격잠수함을 촬영한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잠수함에 몸소 승함하여 잠수함실동훈련을 지도한 이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타고 조선인민군 해군 제167군부대의 잠수함실동훈련을 직접 지도한 날은 2014년 6월 15일이었으므로, 미국 정찰위성은 지난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 기간 중 어느 날 북의 핵공격잠수함을 촬영하였던 것이다. 

그 기사에서 빌 거츠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관측한, 미사일발사관이 설치된 북의 신형 잠수함은 북이 1970년대에 러시아와 중국에서 각각 수입한 로미오급 잠수함(Romeo-class submarine)을 개조한 것이거나 북이 1990년대 중반에 러시아에서 수입한 골프급 잠수함(Golf-class submarine)을 개조 또는 모방생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론하였다. 

그런데 함체 높이가 8.5m인 로미오급 잠수함에는 길이가 13~14m인 미사일발사관을 수직으로 설치하지 못한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들의 관심은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북의 핵공격잠수함과 북이 오래 전에 러시아에서 수입한 골프급 잠수함의 상관관계에 자연히 집중되게 된다. 그 기사에서 빌 거츠도 영국의 ‘제인스정보집단(Jane's Information Group)’이 펴낸, 세계 각국 전투함들을 수록한 연감인 <제인스 전투함(Jane's Fighting Ships) 1994-95>에 실린 리처드 샤프(Richard Sharpe)의 서문을 인용하면서, 북의 핵공격잠수함과 러시아의 골프급 잠수함의 상관관계에 주목하였다. 영국 해군장교 출신인 리처드 샤프는 그 연감이 출판된 1994년 5월 당시 그 연감의 편집인이었다.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북의 핵공격잠수함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려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일어난 일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94년은 북의 잠수함개발사에서 전환적 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때였다. 북은 이미 1970년대부터 자체 기술로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건조해오고 있었는데, 그 잠수함들에 미사일발사관을 설치하지 못했고 어뢰발사관만 설치되었다. 그러던 북이 1994년부터 미사일발사관이 설치된 신형 잠수함 개발에 달라붙었던 것이다. 미사일발사관이 설치된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는 북의 전략사업은 러시아에서 골프-II급 잠수함을 수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북에서 핵공격잠수함대 창설하기 위한 전략사업의 출발점 
 
북이 러시아에서 골프-II급 잠수함을 수입한다는 정보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려준 것은 <도쿄신붕> 1994년 1월 16일부에 실린 한 편의 보도기사였다. 러시아 해군 태평양함대의 고위급 지휘관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그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골프-II급 잠수함 10척을 북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다. 그 지휘관은 골프-II급 잠수함 10척을 북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말했지만, 나중에 러시아 언론과 미국 언론에 보도된 더 정확한 정보에 따르면 그보다 2척이 더 많은 12척을 수출하는 계약이었다.

북과 러시아의 잠수함 거래는 군사정세를 뒤흔드는 엄청난 문제이기 때문에 두 나라는 구체적인 사정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그런 사정으로 내용이 서로 엇갈리는 보도기사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를테면,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ce Weekly)> 2004년 8월 4일부 기사는 북이 1993년에 러시아에서 골프급 잠수함과 팍스트롯급 잠수함(Foxtrot-class submarine) 12척을 수입하였다고 하였다. 수중배수량이 2,475t인 팍스트롯급 잠수함은 골프-II급 잠수함보다 덩치가 작다. 다른 한편, 위에서 인용한 <제인스 전투함 1994-95>는 북이 러시아에서 퇴역잠수함 40척을 수입했는데, 그 가운데 골프급 잠수함과 로미오급 잠수함이 여러 척 포함되었다고 하였다. <뉴욕 타임스> 1994년 1월 20일부 보도기사는 북이 “노후한 공격잠수함” 40척을 러시아 해군 태평양함대에서 수입하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 <사진 2> 이 사진은 지난날 소련이 건조한 골프-II급 잠수함이 순항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북은 1994년에 러시아에서 골프-II급 잠수함 12척을 수입하였다, 당시 북이 골프-II급 잠수함 12척을 수입한 것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핵위협에 맞서 독자적으로 핵공격잠수함대를 창설하려는 전략사업의 출발점이었다.     © 자주민보

위에 열거한 보도기사들은 서로 조금씩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두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첫째, 북은 골프-II급 잠수함 12척 이외에 다른 종류의 잠수함도 여러 척 수입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북이 잠수함 12척을 수입했다는 보도도 있고 40척을 수입했다는 보도도 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북이 잠수함을 40척이나 한꺼번에 수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2척보다는 많고 40척보다는 적다고 보아야 하는데, 20여 척을 수입하였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사진 2>

당시 북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잠수함 20여 척 가운데는 골프-II급 잠수함 12척 이외에 양키 놋취(Yankee Notch) 잠수함 2척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양키 놋취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11,500t인 핵추진식 잠수함이다.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2005년 4월 8일부 기사에 따르면, 북은 1993년에 러시아에서 양키급 잠수함(Yankee-class submarine) 12척을 수입하였다고 하였는데, 핵추진식 잠수함 12척을 수입하였다는 것은 오보였고, 퇴역한 양키 놋취 잠수함 2척을 수입한 것으로 보아야 이치에 맞는다. 이에 관해서는 2012년 2월 23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9010)에서 논한 바 있다.

1994년 2월 10일 서울에서 발간된 주간지 <시사저널> 제224호 기사에 따르면, 북이 러시아에서 골프-II급 잠수함 12척을 수입하는 계약을 중재한 일본의 도엔상사 사장 시바타 아리요시(柴田在慶)가 그 거래를 중재한 시기는 1993년 10월이었다. 북이 러시아의 골프-II급 잠수함 12척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던 1993년은 소련이 붕괴된 때로부터 2년밖에 되지 않는 때여서 러시아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었다.

1985년에 당권을 장악한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는 소련의 국방비를 삭감하기 시작하였고, 그가 소련 대통령에 취임한 1990년에는 국방비 삭감조치가 최고조에 이르렀는데, 그에 따른 군비부족으로 소련 해군은 군함과 잠수함을 199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에 대거 퇴역시켰다. 잠수함 분야만 살펴보아도, 디젤-전동식 잠수함들인 골프급 잠수함과 팍스트롯급 잠수함, 그리고 핵추진식 잠수함들인 노벰버급 잠수함(November-class submarine), 호텔급 잠수함, 양키급 잠수함이 그 기간에 줄줄이 퇴역되었던 것이다.

이런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면, 1993년은 북이 러시아에서 잠수함을 수입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그 기회에 북은 골프-II급 잠수함을 한꺼번에 12척이나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이다.

지난날 소련은 골프급 잠수함을 모두 23척 건조하였는데, 1966년부터 1972년 사이에 건조된, 성능이 개량된 골프급 잠수함 14척이 골프-II급 잠수함으로 분류된다. 북이 1994년에 수입한 그 잠수함 12척은 러시아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에 건조한 잠수함들이었으니 북이 노후잠수함을 수입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당시 소련 해군은 골프-II급 잠수함이 노후화되었기 때문에 퇴역시킨 것이 아니라 군비삭감조치에 따라 퇴역시켰으므로 그 잠수함은 얼마든지 계속 사용될 수 있었다. 예컨대 지금 미국이 운용하는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Los Angeles-class submarine)들 가운데 1970년대 후반에 건조된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잠수함이 언제 건조되었는가 하는 것보다 평소에 얼마나 수리정비를 잘 해왔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째든 북은 소련이 건조한 골프-II급 잠수함 14척 가운데 12척을 수입하였으니, 통속적인 말로 ‘싹쓸이’를 하다시피 한 것이다. 북은 왜 골프-II급 잠수함을 그렇게 많이 수입한 것일까? 그 까닭은 골프-II급 잠수함이 덩치가 작은 디젤-전동식 잠수함이면서도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쏘는 핵공격잠수함이기 때문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 속담은 골프-II급 잠수함을 두고 하는 말로 들린다. 북의 골프-II급 잠수함 대량수입은, 북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핵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해 강력한 핵공격잠수함대를 창설하는 전략사업의 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 <사진 3> 이 사진은 골프-II급 잠수함이 해수면 아래 40-50m 깊이에서 잠항하면서 R-21 잠대지 핵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그린 상상도다. 그 잠수함에는 잠대지 핵탄미사일을 쏘는 수직발사관 3문이 설치되었다. R-12 탄두부에는 800킬로톤-1메가톤급 전략핵탄 한 발이 장착되는데, 사거리는 1,650km다. 그런데 북이 그런 핵공격미사일 12척을 수입하였으니 북의 숙적들인 미국과 일본이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자주민보

수입한 잠수함의 수직발사관에 미사일이 들어있었다
 
골프-II급 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은 3,553t, 함체 길이는 98.9m, 함체 너비는 8.5m, 흘수선 높이는 8.2m다. 이 잠수함은 3,880킬로와트급 전동기 3개를 돌리면서 수중에서 시속 23km로 잠항한다. 해수면 위에 전망탑(sail)을 드러내고 순항하는 항속거리는 29,600km이고, 공기흡입관(snorkel)만 해수면 위에 내밀고 순항하는 항속거리는 22,200km다. 최저작전심도는 해수면으로부터 300m에 이른다. 승조원 83명을 태우고 70일 동안 계속 작전할 수 있다.

주목하는 것은 골프-II급 잠수함의 무장장비인데,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쏘는 수직발사관 3문이 설치되었으며, 533mm 어뢰를 쏘는 중어뢰발사관 6문도 함께 설치되었다. 중어뢰발사관은 함수에 4문, 함미에 2문이 각각 설치되었다. 수중에서 지상목표를 향해 쏘는 잠대지 탄도미사일인 R-21은 탄체 길이가 12.9m이고 탄체 지름이 1.4m인데, 800킬로톤~1메가톤급 전략핵탄 한 발을 싣고 1,650km를 날아간다. 골프-II급 잠수함은 전시에 그런 잠대지 핵탄미사일을 척당 3발씩 싣고 출동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그 잠수함이 해수면 아래 40~50m에서 시속 7.4km의 속도로 잠항하면서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 3>

만약 800킬로톤~1메가톤급 전략핵탄 3발이 미국 본토의 심장부를 강타하면 미국은 멸망할 것이다. 북이 그처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 36발을 탑재하는 골프-II급 잠수함을 무려 12척이나 수입한다는 정보를 파악하고 경악과 충격에 빠진 쪽은 북의 숙적들인 미국과 일본이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러시아에게 그 잠수함들을 북에 수출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러시아는 그들의 압박강도를 완화하려는 의도에서 두 가지 확인할 수 없는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첫째는 골프-II급 잠수함을 북에 인도하는 작업을 보류하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골프-II급 잠수함에서 R-21 잠대지 미사일과 수직발사관을 제거하고 북에 고철로 팔았다는 것이다.

그런 정보를 들은 <도쿄신붕>은 1994년 2월 2일부 보도기사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압력을 받은 러시아가 북에 골프-II급 잠수함을 인도하는 작업을 보류하였다고 밝혔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는 북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정해진 기간에 그 잠수함들을 모두 북에 인도하였던 것이다.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1994년 4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일본 외무성은 러시아가 북에 인도한 잠수함들이 고철로 해체되는지를 감시할 러시아 전문가를 북에 파견할 것을 러시아 정부에게 촉구하면서, 만일 북이 러시아에게 잠수함해체 현장감시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북과 러시아의 잠수함 거래를 훼방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서툰 협박이 북에게 통할 리 만무하였다. <연합뉴스> 1994년 5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골프-II급 잠수함을 고철로 해체하는 북의 작업현장에 러시아 전문가를 파견하고 싶다는 의사를 북에게 몇 차례 전했으나, 북은 러시아에게 현장감시를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가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과 수직발사관을 제거한 골프-II급 잠수함 12척을 북에 고철로 수출하였다는 미확인 정보를 들은 미국 언론매체들은 북이 실전에서 쓸 수 없는 골프-II급 잠수함을 해체하여 고철로 쓰려고 수입했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북은 다른 나라에서 고철을 수입할 정도로 철생산량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더욱이 핵공격잠수함을 해체하여 고철로 쓰려고 수입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미국과 일본의 반발을 의식한 러시아는 자기들이 북에 수출한 골프-II급 잠수함의 상태에 대해 함구하였으나, 북과 러시아의 골프-II급 잠수함 수출입계약을 중재한 시바타 아리요시는 <워싱턴 타임스> 1994년 5월 24일 보도기사에서 “(잠수함들의)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제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은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과 수직발사관이 제거되지 않은 골프-II급 잠수함 12척을 수입하였다는 말인가?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인용한 <워싱턴자유횃불> 2014년 8월 26일 기사에서 빌 거츠는 국제평가전략센터(IASC)의 아시아군사문제 선임연구원 리처드 피셔(Richard Fisher)의 말을 인용하면서, 러시아가 북에 수출한 골프-II급 잠수함 12척 가운데 한 척에는 북과 러시아의 계약조건에 따라 SS-N-6 잠대지 탄도미사일 1~2발이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가 지적한 SS-N-6 미사일은 러시아 해군의 양키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사거리 2,400km의 R-27 잠대지 핵탄미사일의 미국식 별칭인데, 골프-II급 잠수함 수직발사관에 R-27 잠대지 탄도미사일 1~2발이 들어있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은 약간 빗나간 추정이었다. 왜냐하면 골프-II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 탄도미사일은 R-27이 아니라 R-21이기 때문이다.

시바타 아리요시가 말한 것처럼, 북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골프-II급 잠수함 12척은 수직발사관이 제거되지 않은, 관리상태가 양호한 잠수함들이었다. 또한 리처드 피셔가 추정한 것처럼, 그 잠수함들 가운데 어느 한 잠수함의 수직발사관에는 핵탄두를 제거한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 1~2발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 <사진 4> 이 사진은 북에서 건군절을 맞은 1995년 4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형 잠수함 모형 앞에서 당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었던 김광진 차수의 보고를 받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1995년 4월 당시 놀랍게도 북은 자체 기술로 신형 핵공격잠수함 건조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 자주민보

북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신형 핵공격잠수함
 
골프-II급 잠수함 12척을 러시아에서 수입한 북이 그것으로 만족하였을 리 만무하다. 북은 그 잠수함 12척 가운데 적어도 한 척을 분해하여 역설계하면서 그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신형 핵공격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건조하는 기술을 습득하였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사진 4>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 사진은 2012년 7월 14일 북의 온라인매체 <우리민족끼리>에 게시된 기록영화 ‘련속참관기-장군님과 동지, 조선혁명박물관을 찾아서 제9회’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 기록영화에서 해설강사가 말한 바에 따르면, 조선혁명박물관에 보존된 이 사진은 북에서 건군절을 맞은 1995년 4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형 잠수함 모형 앞에서 당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었던 김광진 차수의 보고를 받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1997년 불치의 병으로 별세한 김광진 차수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를 북의 주체전법과 한반도 작전환경에 맞게 현대화하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를 집행하며 공을 세운 무력강화사업 책임자였다. 그런 김광진 차수가 건군절에 신형 잠수함 모형에 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은 1995년 4월 당시 북이 신형 잠수함 건조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명백하게도, 당시 북이 추진하기 시작한 신형 잠수함 건조사업은 골프-II급 잠수함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신형 핵공격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이었다.  

▲ <사진 5> 북의 핵공격잠수함 모형에 나타난 특징은, 잠수함 함체 등부에 2층 공간을 얹은 것이다. 그에 따라 잠수함 함체 높이가 높아졌다. 이 모형에 따르면, 그 확장된 공간에 잠대지 핵탄미사일이 들어가는 수직발사관 10문이 설치되는 것이다.     © 자주민보


<사진 4>에 나타난 신형 잠수함 모형을 확대한 <사진 5>를 보면, 북이 1995년 당시 개발하기 시작한 핵공격잠수함 모형에서 뚜렷한 특징이 돋보인다. 당시 북이 개발하기 시작한 신형 잠수함은 함체 등부(dorsal)에 2층처럼 생긴 공간을 얹은 독특한 구조로 설계된 것이었다. 북이 함체 등부에 2층처럼 얹은 확장공간은 수직발사관이 들어가는 공간이다.

▲ <사진 6> 지난날 소련은 골프-II급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을 설치하기 위해 함체 밑비닥을 아래쪽으로 확장하고, 거기에서 전망탑 맨 꼭대기에 이르는 공간에 수직발사관 3문을 설치하였다. 아래쪽 사진은 골프-II급 잠수함의 전망탑 꼭대기에 있는 수직발사관 뚜껑을 열어놓은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 자주민보


골프-II급 잠수함에 탑재하는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의 탄체 길이는 12.9m이므로 그 잠수함에 설치된 수직발사관의 길이는 그보다 조금 더 길다. 그래서 <사진 6>에서 보는 것처럼, 골프-II급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을 설치하기 위해 함체 중앙부 밑바닥 공간을 아래쪽으로 더 확장하였고, 거기에 설치한 수직발사관은 전망탑 맨 꼭대기까지 이르도록 설계되었다. 그런 까닭에 골프-II급 잠수함은 R-21 잠대지 미사일을 발사할 때, <사진 6>에서 보는 것처럼, 전망탑 맨 꼭대기에 있는 뚜껑(hatch)를 열고 쏘게 된다.

골프-II급 잠수함의 공간이 일부 확장되었다고는 하지만, 확장된 공간은 그리 넓지 못하기 때문에 그 잠수함에는 수직발사관을 3문밖에 설치하지 못했다. 그와 다르게, 북은 함체 등부에 2층 공간을 얹는 방식으로 수직공간을 크게 확장하였다. <사진 5>를 다시 살펴보면, 전망탑 앞쪽과 뒤쪽에 각각 2층 공간을 확장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전망탑 앞쪽 2층 공간에 수직발사관 5문, 전망탑 뒤쪽 2층 공간에 수직발사관 5문을 각각 설치하여 모두 10문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직발사관 10문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함체 공간이 확장된 비율에 따라 잠수함 크기도 당연히 커졌다. 이를테면, 북의 신형 핵공격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5,000t, 함체 길이가 110m, 함체 너비가 13m, 흘수선 높이가 11m인 것으로 추산된다.

북이 스텔스 잠수함을 개발하였다는 소식이 남측 언론매체에 처음 보도된 때는 2010년이었으므로, 북의 핵공격잠수함들은 당연히 스텔스 잠수함으로 개조되었을 것이다.

▲ 북한 당창건 65돌 기념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북한의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 10호타격부대  ©자주민보

▲ <사진6>은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군사행진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0이다. 이 미사일은 하부에 방향조종날개가 없는 점 등을 보아 잠수함발사 겸용으로  추정됨

북은 두 종류의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
 
북은 핵공격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하면서 거기에 탑재하는 잠대지 탄도미사일도 만들었다. 북이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정보가 미국과 남측의 언론매체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때는 2003년 9월이었다.

미국에서 조선인민군 연구자로 유명한 조셉 버뮤디즈(Joseph S. Bermudez, Jr.)는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2004년 8월 4일부에 실린, ‘신형 미사일들을 배치한 북코리아(North Korea Deploys New Missiles)’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은 2003년에 신형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작전배치하였고, 2004년에 신형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작전배치하였다고 서술하였다. 그가 말한, 북이 2003년에 작전배치한 신형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화성-10호다. 버뮤디즈는 화성-10호를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라고 보았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 것이다. 201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군사행진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화성-10호가 6축12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되어 등장하였으므로,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그 미사일을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지만, 화성-10호는 원래 잠대지 탄도미사일이다.

화성-10호의 탄체 길이는 6축12륜 자행발사대의 차체 길이보다 훨씬 짧아서 미사일과 자행발사대가 불균형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균형한 모습은 원래 잠수함 수직발사관 안에 들어있던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공개하기 위해 6축12륜 자행발사대에 옮겨 싣고 군사행진에 참가하였던 것임을 말해준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작성한 추정자료에 따르면,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의 탄체 길이는 12.9m이고, 탄체 지름은 1.4m인데, 화성-10호의 탄체 길이는 12m이고, 탄체 지름은 1.5m라고 한다. 추정자료의 수치들이 실제 수치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R-21과 화성-10호는 탄체의 길이와 지름이 서로 똑같은 잠대지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이 1994년에 러시아에서 수입한 골프-II급 잠수함 12척 가운데 한 척은 역설계를 위해 해체하였고, 나머지 11척이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대에 작전배치되었다면, 그 11척 잠수함의 수직발사대에 들어가는, R-21과 똑같은 크기의 잠대지 탄도미사일 33발이 당연히 요구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북은 탄체의 길이와 지름이 R-21과 똑같은 쌍둥이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화성-10호다.

북이 수입한 골프-II급 잠수함 11척의 수직발사대 33문에 들어갈, R-21과 똑같은 크기의 화성-10호를 33발을 만들기 위해 방대한 생산설비를 제작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북은 잠대지 탄도미사일과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겸용하는 화성-10호 생산체계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잠대지 탄도미사일 화성-10호가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변신’하여 군사행진에 등장하였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위에서 인용한 버뮤디즈의 글에는 북이 2003년에 신형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작전배치하였고, 2004년에 신형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작전배치하였다고 서술되었는데, 2003년에 작전배치된 신형 잠대지-지대지 겸용 탄도미사일이 화성-10호라면, 2004년에 작전배치된 또 다른 신형 잠대지 탄도미사일은 무엇일까?

북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골프-II급 잠수함을 역설계하여 그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신형 핵공격잠수함을 건조하였는데, 거기에 탑재할 신형 잠대지 탄도미사일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북은 자체 기술로 건조한 신형 핵공격잠수함들에 탑재할 신형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따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버뮤디즈의 글에서 언급된 신형 잠대지 탄도미사일이다.
이 글에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북이 2000년대 초에 개발한 두 종류의 잠대지 탄도미사일들을 화성-10호(가), 화성-10호(나)로 각각 부른다.

그런데 버뮤디즈는 자신의 글에서 화성-10호(나)의 탄체 길이와 무게, 탄두 무게, 명중률이 알려지지 않았고, 다만 탄체 지름이 1.5m라는 사실만 알려졌다고 서술하였다. 북의 핵공격잠수함 실존 여부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거기에 탑재되는 잠대지 탄도미사일의 제원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화성-10호(나)는 북의 신형 핵공격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 탄도미사일이므로, 화성-10호(가)보다 크기와 무게가 조금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북의 신형 핵공격잠수함 한 척당 10발씩이나 탑재되는 잠대지 미사일이 골프-II급 잠수함에 한 척당 3발씩밖에 탑재되지 않는 잠대지 미사일에 비해 크기와 무게가 조금 축소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화성-10호(가)는 탄체 길이 12m, 탄체 지름 1.5m, 탄체 무게 12t, 탄두 무게 1,000kg, 사거리 4,000km이며, 그 가격은 6축12륜 자행발사대를 포함하여 한 발에 1억 달러가 넘는다.

화성-10호(나)가 화성-10호(가)에 비해 크기와 무게가 조금 축소되었다면, 탄체 길이는 12m에서 10m로, 탄체 무게는 12t에서 10t으로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체 지름은 버뮤디즈가 지적한 것처럼 서로 같은 1.5m이고, 탄두 무게는 다탄두인 경우 1,000kg이고 단탄두인 경우 650kg인 것으로 보인다. 군사행진에 등장한 화성-10호 탄두부가 우유병 꼭지처럼 뭉툭하고 크게 생긴 것은 그 미사일에 다탄두가 장착되었음을 의미한다. 화성-10호에 장착된 다탄두에 관해서는 2011년 8월 15일 <통일뉴스>에 실린 나의 글 ‘‘우유병 꼭지’ 보고 놀란 미국의 태도변화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5697’에서 논한 바 있다. 

지난날 소련이 1970년대 기술로 만든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650km인데, 북이 2000년대 기술로 만든 잠대지 탄도미사일들인 화성-10호(가)의 사거리는 4,000km로 확장되었고, 화성-10호(나)의 사거리는 3,000km로 확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북의 잠대지 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핵탄두는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 지난날 소련이 1970년대 기술로 만든 R-21 잠대지 탄도미사일에 장착된 핵탄두 한 발은 800킬로톤~1메가톤급 전략핵탄이었는데, 북이 2000년대 기술로 만든 잠대지 탄도미사일들 가운데는 그만한 폭발력을 가진 전략핵탄을 장착한 것도 있고 핵폭발력을 그보다 감소시킨 전술핵탄을 장착한 것도 있고, 다탄두 핵탄을 장착한 것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사진 7>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사부문을 시찰하는 모습을 촬영한 이 사진은 북의 기록영화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장군 2 조국수호의 전초선에 계시여'에 나오는 것이다. 시찰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사진에 나타난 것은 신형 잠수함 함체다. 그것이 신형 핵공격잠수함인지, 아니면 다른 신형 잠수함인지 알 수 없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할 막강한 핵공격잠수함대를 창설한 것은 한반도 군사전략균형을 뒤집은 획기적인 사변이 아닐 수 없다.     © 자주민보

미국의 종말을 경고하는 북의 신형 핵공격잠수함
 
북이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 설계공정, 시제품 건조공정, 시험운항공정, 생산설비 건설공정, 건조공정, 잠대지 탄도미사일 개발공정 등을 거치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보면, 북은 늦어도 2002년부터는 신형 핵공격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북이 신형 핵공격잠수함을 건조하는 능력을 연간 1척씩이라고 하면, 2002년부터 오늘까지 12년 동안 북은 신형 핵공격잠수함 12척을 건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이전에 러시아에서 수입한 골프-II급 잠수함 11척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인민군 해군 핵공격잠수함대에는 핵공격잠수함 23척이 작전배치된 것이다.

그 23척 핵공격잠수함에 탑재된 잠대지 탄도미사일은 모두 153발이다. 전시에 그 미사일 153발에는 단탄두만이 아니라 다탄두도 장착될 것이므로, 조선인민군 해군 핵공격잠수함대는 전략핵탄과 전술핵탄을 153발 이상 보유한 초강력한 잠수함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글의 도입부에 미국 정찰위성이 북의 신형 잠수함을 지난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 기간 중 어느 날에 촬영하였다는 빌 거츠의 기사를 인용하였는데, 북의 핵공격잠수함이 해수면 위로 떠올라 미국 정찰위성에 자기 모습을 노출한 것은 실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다. 잠수함실동훈련을 실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핵공격잠수함을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한 것은,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해 오판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핵공격잠수함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된다.  

북의 핵공격잠수함을 정찰위성을 통해 확인하였을 때, 미국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컸다. 정신적 충격을 받고서 얼마나 급했던지, 당시 필리핀해에서 머물다가 긴급출동명령을 받고 전속력으로 북상한 7함대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는 일본 사세보항에 들러 군수지원을 받을 새도 없이 부산항으로 허겁지겁 직행하여 거기서 군수지원을 받았다. 조지워싱턴호가 황급히 부산항에 나타난 날은 지난 7월 11일이다. 미국은 그처럼 조지워싱턴호를 한반도 남해로 긴급출동시킨 가운데, 원래 10월에 실시하던 한미일 해상연합훈련을 앞당겨 7월에 서둘러 실시하며 부산을 떨었다. 이것은 미국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말해준다.

그러나 미국이 항모타격단을 한반도 남해에 긴급출동시킨 것은 패착이었다. 해수면 위에서 자기 위치를 노출한 채 움직이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해수면 아래 바다속에서 자기 위치를 노출하지 않고 은밀히 움직이는 조선인민군 해군 핵공격잠수함대를 당해내지 못한다. 스텔스 잠수함 자체가 막강한 전략무기인데, 거기에 더하여 절대무기인 잠대지 핵탄미사일까지 153발 이상 보유한 북의 초강력한 핵공격잠수함대는 은밀성과 타격력에서 이미 미국의 7함대 항모타격단을 압도하는 것이다.

북의 핵공격잠수함 출현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미국이 항모타격단을 남해로 긴급출동시킨 그 이튿날 북측 국방위원회는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였다. 담화에서는 “지난 세기의 <포함외교>나 다름없는 미국의 핵공갈과 위협에 놀랄 우리 군대와 인민이 아니”라고 하면서, “(미국이) 부질없는 핵공갈과 위협에 매달릴수록 첨단수준에서 항시적인 타격태세를 갖추고 있는 우리의 자위적 핵무력은 더욱 더 강화될 것”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북의 스텔스 핵공격잠수함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위의 경고가 미국의 종말을 경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전시에 북이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초정밀 전술핵탄미사일로 선제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대북핵공격을 개시하려는 징후를 보이는 경우, 북의 스텔스 핵공격잠수함들은 해수면 아래서 은밀히 잠항하여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는 최적의 공격위치로 이동한 다음, 핵탄이 장착된 잠대지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동서남북에서 미국 본토를 향해 전방위동시다발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으로 미국은 종말을 고하게 된다. 지금 북의 신형 핵공격잠수함들은 미국의 종말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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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9

제3핵시대에 ‘인계철선’ 붙들고 있는 미국

[한호석의 개벽예감](129)
자주민보 2014년 09월 0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지금 우리는 전술핵탄과 정밀타격수단이 상호결합한 제3핵시대에 살고 있다. 정밀타격미사일에 장착되는 전술핵탄은 실전에서 얼마든지 사용되는 무기다. 위의 사진은 미국군이 전술핵탄을 장착한 핵포탄을 시험발사하는 장면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미국은 그런 전술핵탄을 남측에 무더기로 배치해놓고 북을 끊임없이 위협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북이 그런 전술핵탄을 초정밀타격수단에 장착하고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북미핵대결에서 제3핵시대의 긴박성이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며,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은 제3핵시대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부에서 살아가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에게 뒤통수 얻어맞은 미국
 
오늘 우리는 제3핵시대(third nuclear age)에 살고 있다. 현 시대를 제2핵시대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그런 견해는 핵강국들이 핵무기 개발기술을 발전시켜온 시대적 전환계기를 잘못 읽은 것이다. 

제1핵시대는 미국이 1945년의 핵독점체제를 유지했던 시대였다. 미국의 핵독점이 불과 4년 만에 무너지면서 도래한 제2핵시대는 미국과 소련이 전략핵탄을 서로 겨누며 대치상태를 이어간 냉전기였다. 제2핵시대에 미국과 소련은 대기권 핵실험을 경쟁적으로 실시하면서 전략핵탄을 증산, 배비하였고, 그런 증산과 배비가 몰고 온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에 대한 공포가 미국과 소련의 전략핵탄사용을 억제하였던, 그리하여 이른바 ‘핵공포의 균형’이 유지되었던 그런 시대였다.

그에 비하여 제3핵시대는 실전에서 사용하는, 폭발력 1킬로톤(폭약 1,000t) 안팎의 전술핵탄이 개발되고, 적의 특정시설을 선별적으로 타격할 정밀타격수단이 등장하고, 마침내 그 두 부류의 첨단무기들이 상호결합함으로써 핵교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현 시대다. <사진 1>
 
제3핵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핵강국들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이외에 신흥핵강국과 핵보유국들이 세계무대에 연이어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흥핵강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고, 핵보유국들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다.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는 날까지 제3핵시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3핵시대의 핵강국은 메가톤급 전략핵탄만이 아니라 1킬로톤 안팎의 소형화, 경량화된 전술핵탄까지 보유하고 단거리, 준중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포괄하는 범위를 겨눈 정밀타격망을 구축한 나라들이다. 기존 5대 핵강국들과 신흥핵강국인 북이 바로 그런 나라들이다.

핵탄제조기술과 미사일제작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제3핵시대의 전쟁양상은 이전 시대의 전쟁양상과 아주 다르게 변모되었다. 전술핵탄을 장착한 정밀타격수단으로 적의 ‘급소’를 선별적, 선제적, 기습적으로 타격하여 전쟁을 급속히 종결짓는 단기속결전 양상으로 변모된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도발한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제3핵시대에 예상되는 전쟁양상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고전적인 전쟁양상으로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그 두 전쟁에 각종 첨단무기를 동원하였노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미국이 보여준 전법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낡은 전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낡은 전법을 썼으니, 미국은 전쟁비용을 하루 평균 750만 달러씩 계속 퍼부었으면서도 그 두 전쟁의 수렁에 두 다리가 모두 빠져 허우적거렸던 것이다.

미국이 시험발사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미국 내 반대파들의 저항까지 받으면서도 미사일방어체계를 확장, 구축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까닭은, 전술핵탄을 장착한 적의 정밀타격미사일을 막지 못하면 자기의 국가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심각한 위기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제3핵시대의 전쟁에 대처할만한 군사준비태세를 아직 갖추지 못하였다. 미국은 아마도 그런 군사준비태세를 영구히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지금 미국이 적의 전술핵탄공격을 막아내려는 유일한 대비책으로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체계라는 것도 사실은 실전에서 검증되지 못한, 부실한 무력수단이기 때문이다. 설령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완료하더라도 그 무력수단이 과연 제3핵시대의 변모된 전쟁양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는 미국 자신도 모른다. 그들에게 미사일방어체계는 실전용 무력수단이라기보다는 한낱 심리적 위안수단일 뿐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 <사진 2> 이 사진은 2014년 6월 29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전략군 전술로케트발사훈련에서 정밀타격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외기권을 향해 솟구쳐오르는 장면이다. 전시에 이 정밀타격미사일에는 전술핵탄이 장착될 것이다. 북은 그 날 발사훈련을 통해 주체적인 로케트사격방법이 완성되게 되었다고 밝혔는데, 그것은 전술핵탄을 장착한 정밀타격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완료하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제3핵시대의 진정한 군사강국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전술핵탄을 가지고, 단거리-준중거리-중거리-장거리를 포괄하는 4중 정밀타격망을 구축한 나라인데, 북이 그런 능력을 두루 갖추었다. 이를테면, 북은 이미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핵탄을 가졌다고 공언한 바 있고, 기존 정밀미사일보다 한 급 높은 초정밀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전술핵탄을 발사하는 4중 초정밀타격망 구축에 성공하였음을 입증하였다. <사진 2>

북이 보유한 전술핵탄과 북이 구축한 4중 정밀타격망은 기존 핵강국들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가 세계 및 역내 군사정세를 경쟁적으로 주도하던 시대가 바야흐로 막을 내리고, 신흥핵강국으로 부상한 북이 미국을 향한 ‘최후의 핵타격’을 앞두고 있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새로운 군사정세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군사정세의 급격한 전환은 북이 세계전쟁사에서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술핵탄을 사용하여 거대한 아메리카제국을 굴복시키려는 ‘최후의 핵타격’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한다.

그래서 미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북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보려고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며 애간장을 태웠지만, 북은 5대 핵강국들만 배타적으로 보유하였다는 전술핵탄과 4중 초정밀타격망을 마침내 손에 움켜쥠으로써 북의 핵무기 개발을 극력 저지하려던 미국의 뒤통수를 후려친 격이 되었다.

▲ <사진 3> 이 사진은 미국 육군이 운용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의 중요한 구성부분인 요격미사일 8발을 4축8륜 발사차량에 실어 이동배치하는 장면이다. 미국 육군은 미국 텍사스주, 하와이, 괌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주한미국군기지에도 배치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미국 육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은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에 탑재된 요격미사일과 함께 북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7호를 요격하려는 무력수단이다. 그러나 그런 요격시도는 북의 전법 앞에서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은 화성-7호 막지 못한다
 
북의 전술핵탄과 4중 초정밀타격망을 두려워하는 상대는 당연히 미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의 전술핵탄과 4중 초정밀타격망이 겨냥한 ‘최후의 핵타격 대상’이 다름 아닌 미국군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기들이 그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면서 내색을 하지 않지만, 최근에 미국이 서두르는 긴급행동들에서 그들에게 파고든 두려움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북의 전술핵탄과 4중 초정밀타격망에 대한 미국의 은폐된 두려움은 두 가지 긴급행동에서 노출되었는데, 그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전진배치하려는 것과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려는 것을 말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전진배치하려는 미국의 긴급행동부터 먼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지금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eater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을 한반도에 전진배치하려고 서두르는 중이다. 원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은 준중거리미사일(MRBM)을 외기권에서 직격, 파괴한다는 탄도미사일요격체계다.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포트 블리스(Fort Bliss) 육군기지에 가장 먼저 배치하였고, 곧이어 하와이와 괌에도 배치하였는데, 이제는 주한미국군기지에도 배치하려는 것이다. <사진 3>

지금 미국이 세계적 범위에서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는 4중 체계다. 미국은 북의 단거리미사일(SRBM)을 대기권 상층에서, 그리고 북의 준중거리미사일(MRBM), 중거리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각각 외기권에서 쏘아 맞춘다는 4중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국력을 기울여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은 준중거리미사일을 쏘아 맞춘다는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주한미국군기지에 추가로 배치하려는 것이다.
 
원래 북이 발사한 준중거리미사일을 쏘아 맞추는 요격임무는 전시에 동해에 출동할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이지스구축함이 수행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미국 육군도 거기에 가세하여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는 자기들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으로 북이 발사한 준중거리미사일을 쏘아 맞춰보겠다는 것이다.

준중거리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3,000km에 이르는 미사일이다. 북에서 괌까지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3,400km이므로, 미국 육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은 괌에 있는 미국군기지들이 아니라 일본열도에 산재하는 미국군기지들을 향해 날아갈 북의 준중거리미사일을 요격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전시에 북이 주일미국군기지들을 향해 발사할,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준중거리미사일 화성-7호를 고고도미사일방어망으로 쏘아 맞추겠다는 것이다.

전시에 동해에 출동할 항모타격단의 이지스구축함에서 미국 해군의 요격미사일 SM-31A를 쏘는 것으로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게 된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한 미국 육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에서도 요격미사일을 추가로 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은 미국의 그런 요격준비태세를 헛수고로 여길 것이다. 왜냐하면 북은 전시에 우선 주한미국군기지들부터 불시기동-기습타격으로 파괴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고, 그와 동시에 동해로 접근하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부터 불시기동-기습타격으로 격침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이 배치될 주한미국군기지들이 빠짐없이 북의 선별-선제-집중타격대상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여기서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 북에서 말하는 선별-선제-집중타격전법은 군사분계선 전반에 걸친 총공격으로 적을 후퇴시켰던 6.25전쟁 시기의 고전적인 전법과는 전혀 다르게, 전후방에 있는 적의 ‘급소’를 먼저 선별적, 선제적 집중타격으로 강타하고, 적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돌파한 주력부대가 ‘급소’를 맞고 비틀거리는 적을 포위망에 가두어 놓고 전후방에서 동시협공하여 짧은 시간에 섬멸한다는 새로운 전법이다. 이 새로운 전법에서는 전선에서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있을 리 없고, 오직 선별적, 선제적 집중타격과 돌파공격, 포위공격만 있을 뿐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특수군, 포병부대와 전차부대, 항공군부대와 해군전투함대와 잠수함대가 바로 그런 전법을 지속적으로 연마해온 것이다.

전시에 북이 동해에 접근할 항모타격단을 불시기동-기습타격방식으로 공격할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는, 지난 7월 4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륙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의 섬상륙전투훈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투브>에 실린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사업을 현지에서 지도 주체103(2014) 7’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보면, 지난 7월 4일에 진행된 섬상륙전투훈련의 중심내용은 집중타격목표로 정해진 어느 작은 무인도를 향해 육해공군 협동작전으로 강력한 화력타격을 가하는 것인데, 그 작전양상은 항모타격단을 입체적으로 공격하는 연습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은 채 불시기동-기습타격을 개시하는 순간, 동해에 접근하는 항모타격단의 이지스구축함이나 주한미국군기지에 구축된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은 요격미사일 한 발도 쏘지 못한 채 전술핵탄의 거대한 화염과 폭음 속에 사라질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그런 전술핵탄공격은 공상이 아니다. 미국신안보센터(CNAS)가 지난 3월 17일에 펴낸 ‘대북억제가 실패한다면: 한반도 분쟁 재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남측은 북측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미국의 확장억제가 북의 핵공격을 억제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북은 소규모 핵공격이라면 미국이 핵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계산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보고서에서 지적한 북의 소규모 핵공격은 전술핵탄 발사를 뜻한다. 또한 그 보고서에 지적한 대로, 미국이 북의 전술핵공격을 받고서도 핵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미국이 자국 본토에 대한 북의 전략핵공격과 그에 따른 미국의 멸망이 두려워 북에게 감히 핵보복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전술핵탄으로 항모타격단과 주한미국군기지를 공격할 것으로 보는 예견은 결코 섣부른 공상이 아니다.

▲ <사진 4> 이 사진은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 나오는 장면이다. 대구경방사포들이 일제히 사격한 방사포탄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가고 있다. 최전방에 주둔하는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은 대구경방사포, 대구경장거리포, 로켓무기, 전술미사일 등 10,000여 발을 한꺼번에 쏠 일제사격준비를 갖추고 있다. 초탄 10,000여 발이 형성한 거대한 불폭풍 속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한 초정밀미사일들이 섞여 날아가게 된다. 미국군이 무슨 수로 그 거대한 불폭풍을 막을 수 있겠는가.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주목하는 것은,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포병부대들과 함께 협동작전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불시기동-기습타격방식으로 쏜 대구경방사포, 대구경장거리포, 로켓무기, 전술미사일 등 초탄 10,000여 발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오는 불폭풍 속에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쏜, 전술핵탄을 장착한 초정밀미사일들도 섞여 있을 텐데, 미국군이 무슨 수로 그 거대한 불폭풍을 막을 수 있을까. <사진 4>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포병부대들이 협동작전으로 펼칠 엄청난 화력타격의 불폭풍 앞에서 미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는 허망하게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 <사진 5> 이 사진은 2011년 6월 8일 서울 북방 45km 지점에 있는 파주 인근의 사격훈련장에서 대북공격연습을 실시하는 주한미국군 제2사단 기갑부대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M2A2 전투차량을 타고 돌격준비를 갖춘 미국군 병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 미국은 한국군 1개 기갑여단을 주한미국군 제2사단 휘하에 끌어들여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궤멸위험 무릅쓰고 ‘인계철선’에 집착하는 미국 
 
미국 군부는 자기의 한반도 군사전략을 거론할 때 ‘인계철선’이라는 개념을 중시한다. ‘인계철선(tripwire)’이란 미국군을 남측에 무기한 배치해두었다가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자동적으로 한반도 전쟁에 개입하게 만드는 기능을 나타내는 비유어다.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주한미국군은 미국을 전면전으로 끌어당기는 유력한 ‘인계철선’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그 ‘인계철선’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 군부에 반환하는 것과 함께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겠노라고 공약하였으면서도, 그런 공약은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22년 전에 없어진 한미연합야전부대를 다시 창설하려는 것이야말로 바로 그런 병적인 집착의 일면이다.

2014년 9월 4일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군은 주한미국군 제2사단과 한국군 1개 기갑여단을 단일지휘체계로 통합시킨 연합사단을 “2015년 초까지” 창설하기로 한국군과 합의하였다고 한다. 그 연합사단 지휘권은 미국군 육군 소장이 행사하게 된다. 평시에 한미연합사단은 미국군 소장이 사단장을 맡고 한국군 준장이 부사단장을 맡는 식으로 구성된 한미연합참모부로 운영되다가, 전시에는 한국군 기갑여단이 주한미국군 제2사단에 배속되게 된다. 이것은 주한미국군 제2사단이 한국군 기갑여단을 하위에 끌어들여 종속시키는 것이니, 동서고금 그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군사종속이다. <사진 5>

한국군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뉴스1> 2014년 9월 4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합동참모본부에서 추진하기 아주 오래 전부터 미8군과 (한국) 육군 간(에) 연합사단 창설을 계속 논의해온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고, 특히 “이번 연합사단 편성은 미국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보도기사는 한미연합사단이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에 따라 창설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원래 미국은 1971년부터 21년 동안 한미연합군단을 운영해오다가 1992년에 해체하였는데,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오늘 미국은 한미연합사단을 다시 창설하려는 것이다. 편성규모를 군단에서 사단으로 줄이기는 했지만, 양측의 핵심기갑전력을 통합하여 전투력을 더 증강시켰을 뿐 아니라, 22년 전에 사라진 한미연합야전군을 사실상 더욱 증강된 전투단위로 재창설하는 것이다. 미국의 그러한 행동이야말로 그들이 ‘인계철선’에 얼마나 병적으로 집착하는지를 말해주는 증좌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과 정반대인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미국이 남측에 설치해놓은 ‘인계철선’은 전시에 북의 전술핵탄공격을 받고 끊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 평택에 건설 중인 방대한 규모의 종합군사기지는 201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는데, 요즈음 전술핵탄공격연습을 계속 실시하는 북의 이례적인 행동을 보면, 북은 평택기지가 완공되기도 전에 그것을 파괴하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시에 한미연합사단을 비롯한 주한미국군 전체부대들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전술핵탄공격으로 궤멸될 위험이 매우 높아 보이는데, 미국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주한미국군을 ‘인계철선’으로 언제까지나 남겨두려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전술핵탄공격 위험을 아직 감지하지 못해서 ‘인계철선’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첨단성능을 지닌 각종 정찰수단을 동원하여 북을 집중감시한다는 미국이 북의 전술핵탄과 초정밀타격능력 보유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미국에게는 ‘인계철선’의 궤멸위험을 무릅쓰면서도 그것에 어쩔 수 없이 집착하는 어떤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품고 있는 말 못할 사연은 아래와 같은 극비문서에서 엿볼 수 있다.

▲ <사진 6> 이 사진은 1949년 2월 28일 미국 중앙정보국이 펴낸 극비문서 '1949년 봄 주한미국군 철군의 결과'의 겉표지다. 이 극비문서에서 중앙정보국은 주한미국군을 철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근거들을 제시하였는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65년 전에 나온 그 극비문서에 제시된 철군불가근거들을 지금도 철석같이 믿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1949년 2월 28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펴낸, ‘1949년 봄 주한미국군 철군의 결과(Consequences of US Troop Withdrawal from Korea in Spring, 1949)’라는 제목의 극비문서가 있다. <사진 6> 오래 전에 기밀해제된 이 극비문서는 미국 대통령실,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자원부, 국무부, 국방부, 육군부, 해군부, 공군부, 3군조정위원회, 합동참모본부, 원자력위원회, 조사개발부에 각각 제출된 것이다.

극비문서에서 중앙정보국은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경우 “미국의 지원을 받는 대한민국이 붕괴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대한민국의 붕괴는 “미국의 국위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극동에서 미국의 안보이익에 불리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극비문서에 따르면, 미국의 극동지역 안보이익에 불리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말은, 일본공산당의 역량강화, 소련 군사기지의 한반도 남하배치, 한반도-만주-연해주를 통합한 새로운 경제공동체 수립 등을 뜻하는 것이다.

극비문서는 주한미국군을 철군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경우 “미국이 동해, 서해, 보하이만을 지배하고, 소련의 해군력과 남만주를 지상공격으로 위협하고, 일본과 주변 해역을 공중과 공수 및 수륙양용공격으로 위협하고, 소련과 중국 영토 깊숙한 곳에 있는 목표들을 장거리공중공격으로 위협할 유리한 위치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극비문서는 “미국에게 남코리아의 전략적 중요성은, 미국이 소련과 전쟁을 벌이는 경우 소련군이 일본과 류구열도에 있는 미국군기지들을 곧바로 위협하거나 무력화시키는 전진기지를 갖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방하는데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런데 그 극비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 육군 정보국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위와 같은 판단에 대해 반대견해를 꺼내놓았다고 한다. 미국 육군 정보국은 “주한미국군 철군이 대한민국 붕괴의 주된 요인으로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철군이 남코리아에 대한 소련의 즉각적인 지배를 허용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육군 정보국은 “북코리아 인민군의 남코리아 침공은 아마도 틀림없이 일어날 일이라기보다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보았다.

이처럼 중앙정보국의 판단과 육군 정보국의 판단이 서로 엇갈린 가운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육군 정보국의 판단을 인정하였다. 그에 따라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군하였는데, 그로부터 1년도 되지 않아 6.25전쟁이 일어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방대한 무력을 전선에 출동시켰으나 결국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을 겪은 미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하자마자 주한미국군의 무기한 주둔을 보장하는 ‘한미상호방위협정’을 서둘러 체결하였던 것이다. 

지난 시기 미국이 겪은 위와 같은 역사적 경험을 돌이켜보면, 지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65년 전에 미국 중앙정보국이 지녔던 정세인식에 여전히 잠겨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된 북미대결과정에서 미국이 북으로부터 온갖 압박과 위협을 받으면서도 북이 요구한 철군담판을 끝내 거부하며 버텼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과 ‘절단형 억제전략’의 마지막 대결
   
군사부문에서 흔히 쓰이는 억제(deterrence)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적의 공격력을 제거하고 적의 지휘체계를 무너뜨리는 작전능력을 가졌을 때 비로소 억제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억제는 적과 힘을 겨루는 균형상태가 아니라, 적을 힘으로 압도하는 우위상태를 뜻한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정전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첨예하게 서로 대치하고 있는 북과 미국은 각자 상대를 압도하는 억제력을 가졌노라고 공언한다. 북은 미국에 대해서, 미국은 북에 대해서 각각 상대의 군사력을 압도하는 우위상태에 있다고 공언하는 것이다. 북과 미국이 각자 상대를 겨누고 있는 억제력을 군사전략개념으로 표현하면, 미국군은 북의 핵무기와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하려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가졌고, 조선인민군은 미국의 ‘인계철선’을 제거하려는 ‘절단형 억제전략’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맞춤형 억제전략’부터 먼저 논할 필요가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2013년 10월 2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4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Chuck Hagel) 미국 국방장관이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공식화된 미국의 대북전쟁전략이다. 그 전쟁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위기국면을 북의 핵위협단계, 핵사용임박단계, 핵사용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맞춰 억제전략을 밀고 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맞춤형 억제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미국군과 한국군이 북의 핵사용임박단계에서 북의 공격징후를 포착하면 대북선제공격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반도 군사정세가 미국의 그런 요구대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은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선제공격을 개시할 것이므로 미국군과 한국군은 아무런 징후도 포착하지 못한 채 되레 선제공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시작하는 초단기 속결전이므로, 조선인민군이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다는 말은, 공격징후가 드러나지 않는 공격준비를 완료하였다는 뜻이다. 또한 그것은 북이 미국의 ‘맞춤형 억제전략’을 물리적으로 압도할 ‘절단형 억제전략’을 완성하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북에서는 ‘절단형 억제전략’이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그 동안 북에서 진행된 ‘조국통일대전’ 준비태세에 관한 언론보도내용을 종합, 분석하면 북의 전쟁전략을 ‘절단형 억제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절단형 억제전략’이란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미국의 ‘인계철선’을 순식간에 절단함으로써 미국의 핵보복과 증원군 전개를 억제하는 전쟁전략을 뜻한다. 조선인민군이 ‘조국통일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인계철선’을 순식간에 절단함으로써 미국의 핵보복과 증원군 전개를 억제하는 길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절단형 억제전략’이 바로 그런 전쟁수행방식을 밝혀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일 북이 공격징후를 노출하거나 ‘인계철선’을 단숨에 절단하지 못하여 미국의 핵보복과 증원군 전개를 허용하게 되면, 다시 말해서 ‘절단형 억제전략’이 실패하게 되면, 한반도와 미국 본토는 각각 상상을 초월한 핵교전 피해를 입게 될지 모른다. 그러므로 전시에 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단형 억제전략’을 단숨에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 <사진 7> 이 사진은 2014년 7월 9일 새벽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의 전술로케트 발사연습장면이다. 이 연습은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황해남도에서 자행발사대의 신속한 기동과 화력타격을 배합하여 진행되었는데, 주한미국군기지를 전술핵탄으로 타격하기 위한 '절단형 억제전략'을 연습한 것이다. 그들의 주한미국군기지 핵타격연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에서 ‘전승절’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2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력타격연습이 바로 그러한 ‘절단형 억제전략’을 연습한 것이었다. <사진 7> 당시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날 화력타격연습에 참가한 조선인민군 전략군부대는 “남조선주둔 미제침략군기지 타격임무를 맡고 있는” 부대였다고 한다. 이처럼 주한미국군기지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가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배속되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주한미국군기지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 이외에 주일미국군기지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도 있고, 괌, 알래스카, 하와이의 군사기지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도 있고, 미국 본토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시에 각종 핵탄을 탑재한 미사일을 쏘는 군사단위이므로,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서 언급된 “남조선주둔 미제침략군기지 타격임무”는 전술핵탄으로 주한미국군기지를 타격하는 임무라는 뜻이다.

당시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날 화력타격연습현장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남조선주둔 미제침략군기지들의 현 배치상태와 그를 타격소멸할 수 있게 가상하여 세운 발사계획을 보아주신 다음 로케트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남조선강점 미제침략군과 그 추종무리들을 하루빨리 이 땅에서 쓸어버리고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위와 같은 강력한 의지표명은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초정밀전술핵탄으로 소멸하려는 ‘절단형 억제전략’이 이미 준비되었음을 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지난 9월 6일에도 그들은 신형 전술미사일 세 발을 발사하였다. ‘절단형 억제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신형 전술미사일 발사연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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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조용한 만탑산 핵실험장, 분주한 서해위성발사장

[한호석의 개벽예감](128)
자주민보 2014년 09월 0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1 > 이 사진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을 3차원 영상기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흰색 줄로 그어진 거대한 계곡이 지하핵실험장 지표면 구역이다. 거기서 갱도를 얼마나 깊이 파고 들어가 얼마나 많은 격실들과 차폐문들을 곳곳에 만들어놓았는지 외부에서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북은 국토면적이 좁기 때문에 핵폭발력이 큰 핵탄을 폭발실험에 사용할 경우 인근도시들에 인공지진피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폭발력을 줄인 소형핵탄을 폭발실험에 사용하였던 것이다. 올해 들어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영상자료에서는 지난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들이 나타났는데, 요즈음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용한 분위기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 자주민보

지하핵실험장 갱도입구에 드리운 커다란 가림막이 벗겨지는 날
 
지난 8월 11일 미국의 대북정보웹사이트 <38 노스(North)>에 주목할 만한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영상자료에서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가 뚜렷이 나타났었는데, 요즈음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조용하더라는 것이다. 그 기사를 쓴 분석가 잭 류(Jack Liu)는 요즈음 북의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이 왜 그처럼 조용한지 알 수 없다고 궁금해 하였다. <사진 1>

지난 5월 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은 미국 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서 북이 만탑산 지하핵실험장 갱도입구를 가림막으로 가려놓았다고 하였다. 지난 6월 25일 미국 관영언론매체 <미국의 소리>에 실린, 미국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CISAS) 객원연구원이며 위성영상자료분석가인 닉 핸슨(Nick Hansen)의 대담에 따르면, 북이 지하핵실험장 갱도입구를 가림막으로 가려놓으면 군사정찰위성 또는 민간관측위성이 갱도입구로부터 25~30m에 이르는 범위를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북이 지난 시기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길이가 25~30m나 되는 커다란 가림막을 지하핵실험장 갱도입구에 설치해왔음을 알 수 있다.

닉 핸슨은 그 날 대담에서 그런 식으로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형적인 북한식 위장술”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위장술이라는 말을 썼지만, 위장이라기보다는 은폐이므로 은폐술이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갱도입구에 도착한 특수수송차량에서 핵탄상자와 관련장비들을 꺼내어 갱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미국군 정찰위성이 촬영하지 못하게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은 무슨 은폐술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의 집중감시를 받지 않는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같은 핵보유국들은 지난 시기 핵실험을 실시할 때 가림막을 드리울 필요가 없었지만,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으면서 미국으로부터 집중감시를 받는 북이 가림막도 드리우지 않고 지하핵실험을 준비하는 작업을 적대국에게 노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과 미국이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현실을 망각한 채,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비적대적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북의 행동을 인식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오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은 지하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핵탄을 폭발시키기 직전에 갱도입구를 봉쇄하고 가림막을 걷어내게 된다. 그런 까닭에 위에서 언급한 <CNN>방송 보도기사는, 북이 커다란 가림막으로 갱도입구를 가려놓은 것은 지하갱도 깊은 곳에 마련한 특수격실에서 핵탄을 폭발시키는 시각이 가까웠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북은 갱도입구를 봉쇄한 시각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핵탄을 폭발시키게 되는데, 북이 갱도입구에 드리워놓은 커다란 가림막은 미국군 정찰위성의 시야를 가려 갱도입구가 언제 봉쇄되는지 알지 못하게 하므로 미국은 북의 핵실험이 얼마나 임박했는지 미리 알지 못한다. 가림막 아래서 갱도입구를 봉쇄한 북은 미국군 정찰위성이 지하핵실험장 상공을 지나가는 시간대를 피해 가림막을 걷어낸 다음 즉시 핵탄을 폭발시킴으로써 지하핵실험 실행시각을 미국에게 미리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북이 갱도입구에 가림막을 드리우는 바람에 지하핵실험이 임박한 징후가 나타났던 지난 4월 하순, 언론계보다 군부가 한 발 더 먼저 움직였다. 위에서 인용한 <CNN>방송의 보도가 나오기 며칠 전인 지난 4월 21일 남측 국방부와 합참본부는 북의 제4차 지하핵실험에 대비하기 위한 통합위기관리실무반을 가동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지난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기간에 북의 지하핵실험 준비태세는 핵탄폭발에 임박한 상황까지 도달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석 달이 지난 지금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은 왜 그처럼 조용한 것일까? 위성영상자료에서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고 적막감마저 감도는 것 같은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의 ‘이상한 분위기’가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하려면 아래와 같은 설명이 요구된다.

첫째, 북의 핵무력을 터무니없이 과소평가한 각종 오류정보들만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미국의 핵전문가들은 북이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기 위한 핵폭발실험을 실시했다는 식의 주장을 계속해왔다.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려고 핵폭발실험을 실시한다는 주장은 핵보유국들이 컴퓨터모의실험기술과 임계전핵실험기술을 아직 몰랐던 1980년대에나 들을 수 있는 ‘옛 이야기’인데, 21세기를 사는 핵전문가들의 입에서 그런 엉뚱한 소리가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는 데서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남측 국방부다. 이를테면, 지난 4월 23일 남측 국방부는 “한미정보당국의 분석결과 북한이 탄두중량을 1,500kg 이하로 줄였지만, 1,000kg까진 줄이지 못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가시화하고 있지만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남측 국방부의 그런 주장은 아마 그들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다. 북이 <로동신문> 2013년 5월 21일부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오늘 우리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인용문은 북이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한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핵탄을 다종화, 정밀화한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뜻한다. 나는 지난 8월 19일 <자주민보>에 실린 글 ‘북의 핵개발사 다시 쓰기와 ‘최후 결전’ 예견’에서 국내외 자료들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북이 1993년부터 1994년 사이에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였음을 논증한 바 있다.

그러나 남측 국방부는 북이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는 <동아일보> 2014년 5월 8일부 보도기사가 해명해주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만약 북한이 (핵탄의) 소형화, 경량화를 달성했다고 하면 핵무기 보유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되고 이는 곧 한국의 북핵정책 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책 및 핵비확산정책의 실패”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남측은 북이 핵탄을 아직 소형화, 경량화하지 못했다는, 자기들도 믿지 않을 황당한 주장을 어쩔 수 없이 되풀이하는 것이다.

둘째, 북이 실시한 제1차 지하핵실험(2006년 10월 9일)과 제2차 지하핵실험(2009년 5월 25일)은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라, 당시 북미협상에 의도적으로 난관을 조성한 미국을 압박하여 북미협상을 재개하고 최종적으로는 미국을 철군담판으로 끌어내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두 차례의 선행 지하핵실험들과 달리, 북이 2013년 2월 12일에 실시한 제3차 지하핵실험은 대미압박이 아니라 대미응징에 목적을 둔 것이었다. 2013년 2월은 철군담판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2009년 7월 이후 근 4년이나 지난 때였으므로 북은 2013년 2월에 지하핵실험으로 미국을 압박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았다. 2013년 2월 당시 북은 2012년 12월 12일에 자기들이 실시한 인공위성발사를 ‘범죄행위’로 몰아가며 유엔안보리를 사주하여 대북제재조치를 추가한 미국의 적대행위를 물리적으로 응징할 필요가 있었는데, 북의 제3차 지하핵실험이 바로 그런 대미응징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집요한 거부로 철군담판을 더 이상 추진할 필요가 없게 된 이후 ‘조국통일대전’ 준비에 박차를 가해오는 북은 미국을 압박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므로, 앞으로도 북은 미국을 압박하려고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려고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은 더욱 아닐 것이다. 북의 핵실험은 적대행위를 감행하는 미국을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응징하기 위해 실시될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에서 지하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북은 미국이 북의 위성발사를 ‘범죄행위’로 몰아 대북제재조치를 또 다시 추가하는 적대행위를 감행할 경우 핵실험으로 미국을 응징하려고 대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예견하는 것처럼, 북이 지하핵실험으로 미국을 응징하는 것은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전제로 한 행동이다.
북의 핵개발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보려고 하다가 결국 실패한 미국은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우주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보려는 것이다. 그런 의도를 지닌 미국이 북의 위성발사를 또 다시 ‘범죄행위’로 몰아 제재조치를 추가하는 적대행위를 감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이 그런 식으로 대북적대행위를 감행할 경우 북이 그에 상응하여 그보다 더 강경한 보복행동에 나서는 것도 역시 불가피하다.

이처럼 미국의 적대행위와 북의 보복행동이 반복되는 악순환은 ‘조국통일대전’에서 북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할 때까지 계속되면서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전쟁위험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그 모든 책임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철군담판을 끝내 거부하고, 대북적대행위에만 집착해오는 미국에게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14년 9월 현재 한반도 정세는 미국의 대북적대행위와 북의 대미보복행동의 반복적인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 매우 긴장된 상황에 놓여있음이 자명해진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문제는,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지금 북이 신형 위성운반로켓과 신형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자기의 우주개발사업을 막바지에서 힘껏 다그치고 있으며, 멀지 않아 위성발사폭음을 울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지금 주시해야 할 곳은 핵실험준비를 완료하고 조용히 대기 중인 만탑산 지하핵실험장이 아니라 각종 공사를 벌이며 한창 바쁘게 돌아가는 서해위성발사장이다. 

▲ <사진 2> 2012년 4월 북이 외래기자들과 외래전문가들에게 공개한 서해위성발사장 종합지휘소의 벽에는 위와 같은 총배치도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 북은 그 모든 시설들을 완전히 일신시키는 전면적인 개건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며, 오는 10월과 11월 사이에 완공하게 된다. 더 많은 위성들을 우주공간에 쏘아올리며 우주개발부문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려는 북의 원대한 구상과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자주민보

60m로 증축된 거대한 위성발사탑과 궁금증 불러일으키는 수송열차 지하구간

북이 지하핵실험을 단행하는 목적이 대미압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의 우주개발을 막아보려는 미국을 응징하는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목적도 대미압박을 위한 것이 아니고 미국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우주개발을 추진하려는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의 위성발사는 북미관계의 변동상황과 무관한 것이며, 어디까지나 북이 자체로 정한 우주개발시간표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만약 북이 위성발사준비를 모두 끝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서해위성발사장에 위성운반로켓을 세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그 동안 벌여온 대대적인 공사를 마무리단계에서 다그치고 있는 중이다. 그 공사는 기존시설을 부분적으로 보완, 보강하는 공사라고 하기보다는 기존시설을 현대적인 대형시설로 대체하는 전면적인 개건공사라고 보아야 한다.

2012년 4월 북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언론인들과 위성전문가들에게 공개한 서해위성발사장 종합지휘소에는 커다란 ‘서해위성발사장 총배치도’가 벽에 걸려 있었다. 그 배치도를 보면, 종합지휘소, 관리운영소, 위성발사장, 련동시험장, 발동기시험장, 원격관측소, 숙소, 도로 등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2> 그런데 지금 북은 그 모든 시설들을 완전히 일신하는 전면적인 개건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개건공사에 대해서는 지난 8월 21일 닉 핸슨이 <38 노스>에 실은 글 ‘북코리아의 서해위성발사장: 증축공사 거의 완성, 더 많이 발사하려고 준비하나?’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닉 핸슨이 이전에 서해위성발사장에 관해 쓴 몇몇 글들이 모두 그러하듯 이번에도 민간관측위성이 촬영한 영상자료를 분석하는 글을 썼다. 최근 그가 <38 노스>에 발표한, 서해위성발사장에 관한 글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첫째, 서해위성발사장 발사장은 길이가 200m로 매우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생겼고 전체가 콘크리트로 포장되었는데, 거기에 이동식 발사대(movable launch platform)와 발사탑(gantry tower)이 설치되었다.

전면적인 개건공사가 벌어지기 이전에는 위성운반로켓을 발사탑에 세울 때 쓰는 높이 11m, 길이 28m의 대형기중기가 발사탑 맨꼭대기에 얹혀 돌아갔는데, 그 대형기중기는 지난 7월에 철거되었다. 대형기중기를 철거한 것은, 3단으로 분리된 위성운반로켓 동체를 이동식 발사대 위에 조립해 세운 뒤에 그 이동식 발사대를 발사탑으로 이동시켜 위성운반로켓을 발사탑에 장착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전면적인 개건공사가 벌어지기 이전에는 3단으로 분리된 위성운반로켓 동체를 대형수송차량 세 대에 각각 나누어 싣고 발사탑까지 가서, 발사탑 꼭대기에 설치된 대형기중기로 들어올려 조립하는 식이었다.

▲ <사진 3> 이것은 서해위성발사장의 위성발사탑을 컴퓨터도면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것은 위성발사탑을 증축하기 전 모습이다. 북은 이 위성발사탑을 10층에서 13층으로 증축하여 높이를 46m에서 60m로 높였다. 60m로 증축된 위성발사탑이라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을 쏘아올릴 수 있으며, 장차 우주선도 쏘아올릴 수 있다.     © 자주민보
▲ <사진 4> 이 사진은 2012년 12월 12일 광명성-3호 2호기를 쏘아올리는 장면이다. 위성발사탑 윗부분에 증축한 3층을 흰색으로 표시하였고, 은하-3호보다 25m나 더 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 길이를 붉은 색으로 표시하였다.     © 자주민보

둘째, 위성발사탑 증축공사는 이미 끝났다. 독일의 미사일전문가 노르베르트 브뤼게(Norbert Brűgge)의 분석에 따르면, 서해위성발사장 위성발사탑은 10층에서 13층으로 증축되어 높이가 46m에서 60m로 높아졌다. <사진 3>

60m 높이로 증축된 북의 위성발사탑을 중국의 위성발사탑, 우주선발사탑과 비교하면, 우주개발에서 북의 위성발사탑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중국 시촨성(四川省)에 있는 시창위성발사중심(西昌衛星發射中心)의 위성발사탑 높이는 45m이며, 중국 고비사막에 있는 주콴위성발사중심(酒泉衛星發射中心)의 위성발사탑 높이는 45m이고, 우주선발사탑 높이는 75m다.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북의 위성발사탑은 중국의 위성발사탑보다는 15m 높고 우주선발사탑보다는 15m 낮은 것이다. 하지만 북의 위성발사탑이 중국의 우주선발사탑보다 15m 낮다고 해서 북의 위성발사탑에서 위성만 쏘아올릴 수 있고 우주선은 쏘아올릴 수 없는 것은 아니며, 60m 높이의 발사탑에서도 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다. 

60m로 높아진 서해위성발사장 위성발사탑에서는 길이가 55m가 되고, 지름이 4m가 되는 위성운반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북이 지난 2012년 12월 12일에 쏘아올린 은하-3호 위성운반로켓은 길이가 30m, 지름이 2.4m였는데, 북이 쏘아올릴 새로운 위성운반로켓은 은하-3호보다 길이가 25m나 더 길고, 지름이 1.6m 더 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4> 멀지 않아 등장할 그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이 과연 은하-9호라는 이름을 달고 나타나게 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셋째, 서해위성발사장을 일신하는 전면적인 개건공사가 끝나면, 위성발사준비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짧아지게 된다. 지난 6월 25일 <미국의 소리>에 실린 닉 핸슨의 대담에 따르면, 이전에는 평양에서 제작된 위성운반로켓과 인공위성을 함경북도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으로 옮겨 조립하고 발사대에 세우고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기까지 준비시간이 약 45일이나 걸렸는데, 2011년 초에 완공된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준비시간이 두 주간이나 단축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2012년부터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위성발사준비를 30여일만에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해위성발사장이 전면적으로 개건되면, 위성발사준비시간은 30일 미만으로 더 단축될 것이다.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발사준비시간을 그처럼 크게 단축시키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수송조건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이다. 이번에 북은 위성발사장으로 통하는 폭넓은 도로를 새로 닦았을 뿐 아니라, 1.42km에 이르는 철도지선까지 깔아놓았다. 도로건설공사와 철도지선부설공사를 위해 기관차 두 량, 철로부설차량 한 량, 부속차량 두 량, 수송열차 18량이 동원되었다. 도로건설공사와 철도지선부설공사는 이미 지난 7월 초에 끝났다. 새로 놓인 철도지선은 위성발사장에 이르러 마치 갱도처럼 생긴 지하구간으로 연결되는데, 수송열차가 통과할 지하구간은 길이가 120m이고, 폭이 4m다.

수송열차 철도지선을 평지에 부설할 수 있는데, 북은 왜 공사하기도 힘든 땅속에 수송열차 지하구간을 건설한 것일까? 위성영상자료만 보고서는 그 이유를 알기 힘들다.

▲ <사진 5> 이 사진은 서해위성발사장에 신축되고 있는 반구형 건물을 촬영한 위성영상자료다. 지금은 외부공사를 마치고 내부공사도 거의 끝냈다. 이 건물의 지름은 50m이고, 4층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건물의 쓰임새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은 체육관 같기도 하고, 음악공연관 같기도 한 이 건물을 무엇을 위해 위성발사장 한 쪽에 세운 것일까? 지금은 상상력을 동원해도 잘 알 수 없으나, 앞으로 북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을 쏘아올리는 날 그 정체가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 자주민보

쓰임새 알 수 없어 궁금증 불러일으키는 반구형 건물 두 채
 
닉 핸슨이 위에 언급한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서해위성발사장을 전면적으로 개건하는 공사에서 외부인들에게 가장 커다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반구형 건물이다. 2013년 중반에 착공했던 반구형 건물 두 채는 약 1년 동안 신축공사를 마치고 지난 7월 초 마침내 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내부공사가 거의 마감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제1반구형 건물은 지름이 50m인데, 지름이 30m인 반구형 지붕을 덮었고,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바깥쪽으로 기울어진 폭 20m의 고리형 지붕이 그 반구형 지붕을 둘러싸고 있다. 그 건물에는 커다란 출입구가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한 개씩 나있다. <사진 5>

제1반구형 건물의 외부는 연한 파란색으로 도색되었다. 그 건물에 도색된 연한 파란색은 지난 3월 31일에 제정된 북측 국가우주개발국 표장의 위성자리길(위성궤도)에 칠해진 바로 그 색이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그 표장 안에 연한 푸른색으로 표시된 위성자리길에 대해 해설하면서 “우주의 모든 궤도에 공화국의 위성을 계속 쏘아올리려는 우주개발전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둘째, 제2반구형 건물은 제1반구형 건물 인근에 신축되었다. 제2반구형 건물은 지름이 18m이고, 내부가 2층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건물에 씌워진 반구형 지붕은 지름이 10m이고, 제1반구형 건물과 마찬가지로 건물의 외부가 연한 파란색으로 도색되었다.

셋째, 제2반구형 건물 옆에 길이가 28m인 직사각형 건물이 신축되었는데, 그 앞마당에 깃대 네 개가 한 줄로 서 있는 것을 보면, 실내주차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넷째, 지름이 50~60m인 평평한 원형공간이 신축되었고, 그 원형공간으로 통하는 폭 4m의 도로가 신설되었다. 그 공사는 지난 8월 초에 끝났다. 그 평평한 원형공간은 제1반구형 건물로부터 160m 떨어진 곳에 있는데, 바깥쪽에 폭이 각각 5m인 원형통로 두 개를 이중으로 배치하였고, 안쪽에는 지름이 33m인 원형공간을 조성하고 표면에 콘크리트를 깔아놓았다. 그 원형공간 출입구에는 폭이 15m이고 길이가 18m인 앞마당이 펼쳐져 있다. 그런 공간배치를 보면, 이 평평한 원형공간은 헬기착륙장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제1반구형 건물과 제2반구형 건물이 무슨 쓰임새로 사용될 건물들인지 알 수 없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지난 5월 28일 반구형 지붕을 아직 덮기 전에 촬영된 위성영상자료에서 제1반구형 건물내부를 엿볼 수 있다. 제1반구형 건물내부는 4층으로 이루어졌는데, 건물내부 북쪽 공간에는 2층을 얹지 않은 대신, 건물내부 남쪽 공간에만 2층을 얹었다. 3층은 말발굽형으로 빙 둘러 얹었다. 이것은 2층과 3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수 있게 설계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2층과 3층에 좌석만 들여놓으면 마치 음악공연장처럼 보일 것이다.

또한 제1반구형 건물에는 반구형 지붕을 떠받쳐주는 커다란 중심기둥 한 개가 정중앙에 세워졌는데, 그 중심기둥의 맨꼭대기 부분이 반구형 지붕 정중앙에서 마치 꼭지처럼 밖으로 튀어나와 원뿔형 부착물이 반구형 지붕 꼭지점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평양에 세워진 대표적인 원형 건물들은 류경정주영체육관, 인민극장,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이다. 25,000석의 대형체육관인 류경정주영체육관과 북의 전략미사일들을 곧추세워 전시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은 모두 반구형 지붕을 씌운 원통형 건물들이고, 인민극장은 평면지붕을 씌운 원통형 건물이다.

그런데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서해위성발사장에 신축된 제1반구형 건물은 그 내부구조로 봐서 체육관이나 음악공연관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체육관이나 음악공연관에는 없는 중심기둥이 제1반구형 건물에 있다는 것이다. 북이 위성발사장 경내에 체육관이나 음악공연관을 신축할 리 없지만, 정중앙에 중심기둥을 세운 것을 보더라도 그 건물이 체육관이나 음악공연관이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그렇다면 그 건물은 위성운반로켓전시관인 것일까?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에는 중심기둥이 없는데, 제1반구형 건물에는 중심기둥이 있고, 전략로케트관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제1반구형 건물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건물은 위성운반로켓전시관이 아닌 것 같다.

쓰임새를 알기 힘든 제1반구형 건물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 그 옆에 세워진, 그보다 작은 제2반구형 건물도 무슨 쓰임새로 사용될 건물인지 알기 힘들다. 만일 위성운반로켓 발사장면을 전망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라면 모양과 크기가 서로 비슷한 반구형 건물을 한 곳에 두 채나 세울 리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북이 다른 위성발사국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기 식의 독특한 건설계획을 가지고 서해위성발사장을 특색 있게 개건하였음을 직감할 수 있다.

    
개건공사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까닭
 
닉 핸슨의 예견에 따르면, 서해위성발사장 개건공사는 2014년 가을에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한다. 오는 10월이나 11월에 완공된다는 뜻이다. 이전에 쓴 글에서 그는 2015년에 가서야 그 개건공사가 끝날 것으로 보았으나, 올해 들어 공사속도가 매우 빨라져 완공예상시점을 몇 달 앞당긴 것이다.

예컨대, 북은 반구형 건물 두 채에 반구형 지붕을 덮는 작업을 탑식 기중기 한 대만 설치해놓고 40일만에 끝냈는데, 이것은 작업을 매우 빠른 속도로 진척시킨 것이다. 북에서 쓰이는 통속적인 표현을 빌리면, “불이 번쩍 나게 와닥닥 해제낀 것”이다. 요즈음 북의 생산현장과 건설현장에서 구호로 내세운 ‘조선속도’가 서해위성발사장 개건공사에서도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이 그처럼 서해위성발사장 개건공사속도를 얼마 전부터 갑자기 부쩍 높인 까닭은, 거기에서 쏘아올릴 위성운반로켓 제작이 완료되는 때에 맞춰 개건공사도 끝내려고 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위성운반로켓 제작은 로켓엔진연소실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2014년 2월 13일 일본 <NHK> 방송보도에 따르면, 북은 2013년 12월 25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여섯 번째 로켓엔진연소실험을 실시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북이 2013년 한 해 동안 평균 두 달에 한 차례씩 로켓엔진연소실험을 실시한 것인데, 그 사실만 봐도 북의 위성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신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열성적으로 노력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북의 위성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신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들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모습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 <사진 6> 2012년이 저물어가던 12월 29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광명성-3호 2호기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위성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당일군을 모두 평양에 불러 영웅으로 축하와 환대를 베풀어주고 그들과 함께 당중앙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 10월 10일 당창건기념일에는 그들에게 위성과학자거리를 통째로 안겨주어 좋은 거주환경에서 생활하며 일하도록 배려하였다. 감격한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형 위성운반로켓과 신형 인공위성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였다. 그들의 열정이 빚어낸 위성운반로켓과 인공위성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 멀지 않았다.     © 자주민보

<로동신문> 2013년 1월 3일부 기사에는 광명성-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데 공헌한 북의 위성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당일군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각별한 신임과 배려로 평양에 모두 올라가 영웅으로 축하와 환대를 받던 중 갑자기 몸이 불편하게 되어 병원에 입원하였던 어느 위성과학자의 이야기가 실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중앙위원회 청사 앞에서 위성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당일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 병상에 누운 그가 기념사진촬영에 빠지지 않도록 특별히 배려하였다고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특별배려를 받고 크게 감동한 그 위성과학자는 “얼굴과 옷자락이 온통 눈물범벅”으로 되어 “더 많은 위성발사로 보답하겠다”고 맹세하였고, “단숨에 <은하-9>까지 쏴올릴” 결의를 표명하였다고 한다. 그런 심정과 결심이 어찌 그 한 사람에서만 일어났겠는가. <사진 6>에서 보는 것처럼, 은하 계열의 위성운반로켓과 광명성 계열의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데 공헌한 북의 위성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당일군들도 모두 그와 같은 심정을 느끼고 그와 같은 결심을 세웠으리라.

닉 핸슨이 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지난 5월 초와 7월 초에 각각 한 차례씩 로켓엔진연소실험을 실시하였다. 이런 추세로 가면, 북은 9월 초에 또 다시 로켓엔진연소실험을 실시하게 되는데, 만약 9월 초가 지났는데도 로켓엔진연소실험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은 이미 8월 중에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신형 위성운반로켓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탑재할 신형 인공위성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일정까지 생각하면 올 가을에는 모든 작업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북은 전면적으로 개건된 위성발사장에서 새로 만든 초대형 위성운반로켓에 새로 만든 인공위성을 실어 우주로 쏘아올리게 될 것이다. 북에는 국가명절에 즈음하여 중대사를 치루는 관행이 있는데, 그런 관행을 고려하여 발사시기를 예측한다면 북에서 ‘광명성절’로 지키는 2015년 2월 16일 직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0년 동안 끊임없는 압박과 전횡으로 북의 핵개발을 막으려다가 결국 실패한 미국이 자기의 실패경험을 망각하고 북에게는 통하지 않을 압박과 전횡으로 북의 우주개발을 또 다시 막으려 한다면 그것은 북을 대미응징과 ‘조국통일대전’으로 떠미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북은 우주개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은 북의 우주개발을 막아보려는 적대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미국의 대북적대행위와 북의 대미응징이 중첩되면서 그 동안 쌓여온 적대감이 어느 순간 폭발하면,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2015년에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2015년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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