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6

중재시도와 망공격예비작전이 모두 실패한 내막

[한호석의 개벽예감](279)
지주시보 2017년 12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구떼헤스의 중재시도는 왜 실패하였을까?
2. 군사적 선택 불가피론과 ‘과수원 작전’ 경험
3. 불가사의한 공습작전에 비밀이 있었다
4. 2017년 9월 23일 망공격예비작전이 실패한 내막

1. 구떼헤스의 중재시도는 왜 실패하였을까?

조미협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고, 군사분계선 우발사태가 기폭제로 되어 조미핵대결이 전쟁으로 폭발할 위험만 보인다. 경이로운 사변들, 충격적인 사건들, 위태로운 사태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던 2017년이 그 위험 속에서 저물고 있다. 무심히 스쳐 보낼 수 없는 사건들 속에는 핵대결을 벌이는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를 서보려던 안또니오 구떼헤스(Antonio Guterres) 유엔사무총장의 시도도 있었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그 중재시도 내막을 <워싱턴포스트> 2017년 12월 19일부 기사에서 엿볼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은 2017년 12월 5일부터 9일까지 제프리 펠트먼 (Jeffrey D. Feltman) 유엔사무부총장을 자신의 특사로 평양에 파견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하였다고 한다. 그 친서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알 수 없지만,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친서에는 “핵억제력을 확보하려는 조선의 시도가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하며, 이런 내용을 사전에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에게 알려주어 검토하게 하였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2017년 12월 5일 안또니오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의 특사로 조선을 방문한 펠트먼 유엔사무부총장과 수행원들이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하여 공항청사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에서 가운데 있는 사람이 펠트먼이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의 친서를 조선외무성 당국자에게 전하였다. 하지만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이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를 서려던 시도는 실패작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하지만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의 그런 중재시도는 조미핵대결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실패작이었다. 조미핵대결이 발생한 근본원인은 조선의 핵무력 건설이 아니라 미국의 대조선 핵위협이라는 사실은 명백한 것인데, 유엔사무총장이 “핵억제력을 확보하려는 조선의 시도가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하면서 중재를 서겠다고 했으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펠트먼 특사가 평양에서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에게 꺼내놓은 제안은 아래와 같다. 

(1) 유엔사무총장은 펠트먼 특사를 통해 군사분계선 우발사태가 전쟁으로 확대, 비화될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오래 전에 중단된 군사회담을 재개하는 문제를 조선에게 제안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군사회담은 남북군사회담을 뜻한다. 과거경험을 보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자 그 해에 남북국방장관회담이 한 차례,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이 세 차례, 남북군사실무회담이 일곱 차례 진행되었다. 그 이후에도 남북군사실무회담은 2008년에 두 차례,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되었다가 완전히 중단되었다.  
조미핵대결은 조선과 미국이 벌이는 대결이고, 군사분계선 우발사태는 남과 북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력충돌이므로, 그런 우발사태를 예방하려면 남북군사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선과 미국이 핵대결을 종식시키지 못한 상황에서는 남과 북이 아무리 군사회담을 계속해도 전쟁위험을 해소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2) 유엔사무총장은 펠트먼 특사를 통해 조선이 지난 11월 29일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으니 이제는 조미회담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미국에게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였다. 
대결하는 쌍방 사이에서 중재를 서려면, 중립에 서야 마땅한데, 조선이 먼저 미국에게 ‘회담신호’를 보내라는 엉뚱한 소리나 늘어놓았을 뿐 아니라, 위에 서술된 두 가지 제안을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에게 미리 보내 사전검토까지 받았으니, 그런 중재시도는 실패를 예고한 것이나 다르지 않았다. 

그런 제안을 받은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유엔사무총장의 중재시도가 너무도 한심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펠트먼 특사와 회담하면서 아래와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1)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기 바라는가를 묻는 펠트먼 특사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을 회피하였다. 왜 답변을 회피하였을까? 미국이 대조선 적대정책을 완전히, 되돌릴 수 없게, 검증할 수 있도록 포기하는 문제는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문제이므로, 그 문제는 조미직접협상으로만 해결될 수 있고, 제3자가 중재할 수 없으며, 중재하려고 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과 미국이 비공개로 협상해야 할 철군문제를 제3자가 주제넘게 질문한 것은 잘못이었다. 

(2)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다는 11월 29일 선언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를 묻는 펠트먼 특사의 질문을 받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답변을 회피하였다.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은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을 뜻하는 것인데,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것이므로, 그런 엉뚱한 질문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사진 2> 

▲ <사진 2> 2017년 12월 6일 박명국 조선외무성 부상이 평양을 방문 중인 펠트먼 특사와 만나는 장면이다. 펠트먼 특사는 자신이 평양에서 만난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에게 전혀 긴박감이 없었다고 하였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완성된 것으로 하여 국가안보파탄의 벼랑끝에서 금방 떨어질 것 같아 위태롭게 보이는 백악관은 시간과 기회를 다 잃어버리고 허겁지겁하면서, 실효도 없는 제재와 압박에 매달려 갈팡질팡하고 있는 반면, 조선은 긴박감을 느끼지 않고 여유만만한 것이다. 조미관계에서 나타난 그런 극적인 대조는 조미핵대결의 승자가 누구이고 패자가 누구인지를 예고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앞으로 필요하면 남북군사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펠트먼 특사는 자신이 평양에서 만난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에게 “전혀 긴박감이 없었다(no sense of urgency)”고 하였다. 긴박감이 없다니, 이건 무슨 뜻인가?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완성된 것으로 하여 국가안보파탄의 벼랑끝에서 금방 떨어질 것 같아 위태롭게 보이는 백악관은 시간과 기회를 다 잃어버리고 허겁지겁하면서, 실효도 없는 제재와 압박에 매달려 갈팡질팡하고 있는 반면, 조선은 긴박감을 느끼지 않고 여유만만하다는 뜻이다. 조미관계에서 나타난 그런 극적인 대조는 조미핵대결의 승자가 누구이고 패자가 누구인지를 예고해준다.  

(4)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궁극적인 장기목표(ultimate long-term goal)”라고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그 목표를 추구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펠트먼 특사는 앞으로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어 핵군축협상을 벌이고, 궁극적으로 세계의 비핵화를 추구하려는 조선의 원대한 목표를 알지 못했다. 중재를 서려면, 중재대상에 대한 심층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유엔사무총장은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려는 조선의 전략적 의도를 읽지 못했다. 

(5)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조선이 “최강의 지위에서(from a position of maximum strength)” 조미협상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조선이 최강의 지위에 올라섰을 때, 조미협상을 한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은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지만, 그 시험발사성공만으로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최강 수준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없다. 앞으로 조선은 이미 완성된 국가핵무력을 질적으로, 양적으로 더욱 강화하여 최강 수준에 올라서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화성 계렬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북극성 계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더 쏘아올려야 한다. 조선이 최강 수준에 오른 국가핵무력을 실물로 입증하게 될 때, 미국은 조선에게 정치적으로 굴복하고 조건 없이 협상하자는 다급한 제의를 보낼 것으로 예견된다.  

2. 군사적 선택 불가피론과 ‘과수원 작전’ 경험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이후 미국의 극우파는 조선을 비핵화하려던 책략이 파탄되었으니 ‘군사적 선택’이 불가피해졌다고 강변하기 시작하였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 속에서 군사적 선택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언론매체 <텔리그라프(Telegraph)> 2017년 12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몇 달 동안 대조선 외교(제재와 압박이라는 뜻)가 자기 의도대로 작동되지 않자, 군사적 선택을 준비하도록 다그쳤고, 그에 따라 미국 국방부는 조선을 공격하기 위한 군사적 선택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한다.   

군사적 선택 불가피론은 백악관과 펜타곤 밖에서도 들려온다. 2017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너주 애쉬빌에서 진행된 송년회 연설에서 군사적 선택 불가피론을 강변한 존 볼튼(John R. Bolton)을 손꼽을 수 있다. 극우파 대표자로 통하는 그는 2000년대 중반 부쉬 행정부에서 유엔주재미국대사를 지냈고, 지금은 미국기업연구원(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이다.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 2017년 12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연설에서 조미협상 가능성이 사라졌고, 조선이 2018년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므로, 이제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군사적 선택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변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극우파가 말하는 군사적 선택은 2018년 안에 조선의 핵시설, 미사일시설을 공습하여 핵능력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일 미국이 정세를 오판하여 조선의 핵시설, 미사일시설을 공습하면, 조선이 즉각 보복공격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쟁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극우파가 강변하는 군사적 선택 불가피론은 요즈음 미국 언론에서 떠도는 ‘2018년 조미전쟁설’과 동일궤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극우파는 조선의 핵시설, 미사일시설 공습 → 조선의 즉각적인 보복공격 → 조미전쟁 폭발로 이어지는 전쟁씨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너주 애쉬빌에서 진행된 송년회 연설에서 존 볼튼이 조선을 공격하는 군사적 선택이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연설장면이다. 극우파 대표자로 통하는 그는 조미협상 가능성이 사라졌고, 조선이 2018년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므로, 이제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군사적 선택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변하였다. 미국의 극우파가 말하는 군사적 선택은 조선의 핵시설, 미사일시설을 공습하는 예방타격, 그리고 군사분계선 우발사태로 정세가 격화되어 긴박한 전쟁징후가 보일 때 조선의 방공망을 먼저 공습하는 선제타격을 뜻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의 극우파가 강변하는 군사적 선택은 조선의 핵시설, 미사일시설을 공습하는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 그리고 군사분계선 우발사태로 정세가 격화되어 급박한 전쟁징후가 보일 때 조선의 방공망을 먼저 공습하는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을 뜻한다. 어떤 경우에나 조미전쟁이 폭발하게 된다는 점은 명백하고, 어떤 경우에나 미국 공군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출격하게 된다는 점도 명백하다. 
그런데 군사정보를 심층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미국 공군의 공습작전을 거론하는 경우, 스텔스전략폭격기가 전자전 항공기를 앞세우고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조선의 방공망을 뚫고 침투하는 영화장면을 상상하겠지만, 실제 공습작전은 그런 영화장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정황 속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9월 6일에 있었던 예방타격작전을 분석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고찰대상은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하였던 ‘과수원 작전(Operation Orchard)’이다. 그 공습작전은 아래와 같이 여러 단계에 걸쳐 전개되었다. 

첫째, 감시활동이다. 2007년 초여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싸드(Mossad)는 노동자로 위장시킨 간첩 한 명을 그들이 공습대상으로 정한 시리아 군사시설에 잠입시켜 밀착감시를 시작하였다. 
둘째, 정찰활동이다. 이스라엘군은 공중정찰과 지상정찰을 병행하였다. 이스라엘군은 오펙(Ofek)-7 첩보위성을 정지궤도로 발사하여 시리아 군사시설을 24시간 감시하는 가운데, 쌔이예렛 맛칼(Sayeret Matkal) 정찰부대 소속 정찰병 12명이 시리아군 군복으로 위장하고 그 군사시설 인근에 침투하였다. 그들은 공습대상 주변에 접근하여 사진을 촬영하고 토양견본을 채취하다가 시리아군 경비병들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황급히 철수하였다.  
셋째, 정치적 준비다.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하려는 예방타격계획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의견차이를 드러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하면 시리아의 보복공격을 불러와 중동전쟁이 또 다시 일어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예방타격작전을 만류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시리아 군사시설을 핵시설이라고 우기면서, 시리아가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에 예방타격으로 핵시설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이스라엘은 미국을 설득하여 예방타격에 대한 동의를 받아냈다.
넷째, 공습훈련이다. 엘리저 쉬케디(Eliezer Shkedy) 당시 이스라엘군 총사령관은 이스라엘 공군 전투비행사들 중에서 최정예 비행사들을 직접 선발하여, 몇 주 동안 네게브 사막에서 집중적인 공습훈련을 받게 하였다. 그 공습훈련은 전투기를 몰고 크기가 작은 지상타격목표를 향해 약 30도 각도로 돌진하면서 폭탄을 투하하는 고난도 훈련이었다. <사진 4>

▲ <사진 4>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군사시설을 핵시설로 지목하고, 시리아가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에 핵개발능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군사시설을 공습으로 파괴하였다. 이스라엘은 이 예방타격작전을 '과수원 작전'이라 불렀다. F-15 전투기 7대로 편성된 이스라엘 공습편대는 레이저유도폭탄 17톤을 투하하여 그 군사시설을 완전히 파괴하였다. 왼쪽 사진은 공습으로 파괴되기 전에 상업위성이 촬영한 시리아 군사시설이고, 오른쪽 사진은 공습으로 파괴된 이후에 상업위성이 촬영한 폐허현장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준비단계를 거쳐 마침내 공습예정일이 왔다. 이스라엘 공군 F-15 전투기 10대가 전자전 항공기 2대와 함께 F-16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라맛 데이빗 공군기지(Ramat David AFB)에서 출격하였다. 공습작전에 투입된 F-15 전투기 10대 가운데 3대는 시리아군 방공망의 감시를 분산시키기 위한 기만비행을 하다가 출격기지로 되돌아갔고, 그 틈을 타서 나머지 7대가 지중해 상공을 우회하여 시리아군 방공망을 뚫고 시리아 영공 깊숙이 침투하였다. 
레이저유도폭탄을 탑재한 F-15 전투기 7대가 정밀타격을 할 수 있도록 공습대상 인근에 미리 잠입해있던 이스라엘군 샬닥(Shaldag) 특공대원들이 레이저광선을 공중으로 쏘면서 공습편대의 돌진비행을 유도하였다.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은 시리아 군사시설을 레이저유도폭탄으로 완파하고 시리아 영공을 빠져나가 출격기지로 돌아갔다. 
당시 시리아군은 얼마나 강력한 방공망을 구축해놓았던가? 시리아군 방공망을 살펴보면, 전투기만이 아니라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는 러시아산 또르(Tor)-M1 지대공미사일과 1999년 3월 27일 코소보전쟁 중에 유고슬라비아군이 미국 공군 F-117 스텔스전투기를 격추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러시아산 페초라(Pechora)-2A 지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고, 시리아 각지에 건설된 21개 공군기지들에는 미그(MiG)-21 53대, 미그-23 89대, 미그-25 2대, 미그-29 20대, 수호이(Sukhoi)-22 40대, 수호이-24 20대가 배치되었다. 
이런 방공체계는 시리아군 방공망이 허술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방공망이면, 이스라엘 공군이 침투시킨 F-15 전투기 7대를 능히 요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스텔스전투기들이 아닌 F-15 전투기 7대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은 채 시리아군 방공망을 감쪽같이 뚫고 시리아 영공 깊숙이 침투하여 공습을 감행했고, 역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은 채 시리아 영공을 유유히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남긴 출입흔적은 나중에 지상에서 발견된, F-15 전투기에서 떨어뜨린 빈 연료통 한 개 뿐이었다. 

3. 불가사의한 공습작전에 비밀이 있었다

‘과수원 작전’은 기존 군사개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공습작전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군사기밀에 가려진 그 불가사의한 공습작전의 전모를 파헤치지는 못했으나, 아래와 같이 분석하였다. 

(1) ‘과수원 작전’은 무인항공기를 시리아 영공으로 침투시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스라엘군 무인항공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하자, 시리아군은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즉시 방공망을 가동하였다. 이스라엘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리아군 방공망의 레이더전파 발사방향 및 무선교신 주파수를 파악하였다.   

(2) ‘과수원 작전’에 투입된 이스라엘군 F-15 전투기 7대는 시리아군 방공레이더 탐색을 피하기 위해 해수면 가까이 내려간 저공비행으로 지중해 상공을 우회하여 시리아 북부 상공으로 침투하였고, 시리아-터키 국경지대에 있는 시리아군 지대공미사일기지의 방공레이더 2개를 공습으로 파괴하였다. 시리아군은 자국 영공을 침범하여 방공레이더 2개를 공습한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을 격퇴하기 위해 방공망 전체를 가동하였다. 바로 그 순간을 노리고 있었던 이스라엘군은 즉각 시리아군의 전체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강력한 전자전에 돌입하였다. 

(3) 당시 이스라엘군이 전자전에 투입한 장비는 전자전 항공기였다. 이스라엘군은 자기들이 보유한 걸프스트림(Gulfstream) G550 항공기 3대 가운데 2대를 ‘과수원 작전’에 투입하였다. 이 항공기는 원래 미국에서 민수용 항공기로 생산된 것인데, 이스라엘은 그 민수용 항공기를 수입하여 전자전 항공기로 개조하였다. 섀빗 특수전자임무항공기(Shavit Special Electronic Mission Aircraft/SEMA)라고 부르는 전자전 항공기가 그것이다. 이 전자전 항공기에는 전자전을 수행하는 EL/1-3001 공중통합신호정보체계(Airborne Integrated Signal Intelligence System)가 탑재되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2007년 9월 6일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할 때, F-15 전투기들과 함께 출격시킨 전자전 항공기의 비행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민수용 항공기로 생산된 이 기종을 수입하여 전자전 항공기로 개조하고, 섀빗 특수전자임무항공기라는 이름을 달아놓았다. 이 전자전 항공기에는 전자전을 수행하는 공중통합신호정보체계가 탑재되었다. 이 전자전 항공기의 전자전 전개방식은 미국 공군이 개발한, 적국의 방공망을 향해 공중에서 전자전공격과 싸이버전공격을 가하는 망공격체계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4) ‘과수원 작전’에 투입된 섀빗 특수전자임무항공기들의 전자전 전개방식은 미국 공군이 개발한 쑤터공중망공격체계(Suter Airborne Network Attack System) 기술을 도입, 모방한 것이었다. 이것은 적국의 방공망을 공중에서 공격하는 전자전 기술이다. 이 첨단 전자전무기체계는 군사기밀이어서 그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진 방공망에 접근한 전자전 항공기가 교란전파를 발사하여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던 기존 전자전 전개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방공망 전자통신체계를 해킹(hacking)하여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미국 공군은 망공격체계에 두 종의 전자전 항공기를 투입하는데, RC-135 리빗합동전자감시항공기(Rivet Joint Electronic Surveillance Aircraft)와 EC-130 컴퍼스콜전자공격항공기(Compass Call Electronic Attack Aircraft)가 그것이다. 이스라엘 공군도 미국 공군의 그런 전자전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그들이 개발한 전자전 전술을 모방하였으므로, 자기들의 ‘과수원 작전’에 섀빗 특수전자임무항공기 두 대를 투입하였던 것이다. 

(5) ‘과수원 작전’에 투입된 섀빗 특수전자임무항공기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시리아군 방공레이더의 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 발사방향을 바꿔놓았고, 다른 한 대는 시리아군 중앙방공통제소의 전자통신체계를 해킹하여 전자자료(data)를 가짜 전자자료로 바꿔놓았다. 그러자 공습대상을 향해 접근하는 이스라엘군 F-15 전투기들이 시리아군 방공레이더 화면에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이스라엘군 F-15 전투기 7대가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하고 시리아 영공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시리아군 전체 방공망은 완전히 무력화되었던 것이다. 

4. 2017년 9월 23일 망공격예비작전이 실패한 내막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한 예방타격작전에서 망공격체계의 작전성능이 입증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미국군은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망공격체계를 사용해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 국방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치밀하게 조선의 방공망을 노린 망공격작전을 준비하였고, 마침내 2017년 9월 23일 밤 11시 30분경 미국 공군 공습편대가 동해 북부 상공으로 북상하여 약 두 시간 동안 망공격예비작전을 감행하였다.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11공군 산하 제36비행단 소속 B-1B 전략폭격기 2대, 그리고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5공군 산하 제18비행단 소속 F-15 전투기 6대가 망공격예비작전에 투입되었다. 이 공습편대는 강원도 원산에서 동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동해 공해 상공으로 북상하였다가, 거기에서 약 150km나 더 북상하여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였다. 일촉즉발의 정황이 조성되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국 공군 B-1B 전략폭격기들과 F-15 전투기들이 비행하는 장면이다. 미국은 2017년 9월 23일 밤 11시 30분경 B-1B 전략폭격기 2대와 F-15 전투기 6대로 편성된 공습편대를 동해 북부 공해 상공으로 출동시켜 조선의 방공망을 상대로 2시간 동안 망공격예비작전을 감행하였다. 이 공습편대는 강원도 원산에서 동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동해 상공으로 북상하였다가, 거기서 약 150km나 더 북상하여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망공격예비작전을 간파한 조선인민군 방공망은 일절 대응하지 않았고, 미국군의 망공격예비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미국 공군 공습편대가 동해 상공을 북상해 약 2시간 동안 자극하였는데도, 조선인민군 방공망은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조선인민군이 방공망을 가동하지 않고 잠잠했던 까닭은 미국군이 자기들을 자극하여 방공망을 가동하게 유인하고, 방공망 가동방식에 관한 총체적인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공습편대를 접근시키고 있었음을 간파하였기 때문이다. 
과연 그러하였다. 그날 미국군이 망공격예비작전을 감행하였을 때, 동해 북부 상공으로 날아가던 공습편대 바로 뒤에는 E-3 공중조기경보기 한 대가 줄곧 따라붙었다. 이 공중조기경보기는 조선의 방공망에서 발신되는 각종 전파를 포착, 식별하여 방공망의 위치와 작전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그 작전에 투입되었다. 
10년 전 ‘과수원 작전’에서 이스라엘군은 무인항공기를 시리아 영공에 침투시키는 수법으로 시리아군 방공망의 레이더전파 발사방향 및 무선교신 주파수를 파악하였는데, 지난 9월 23일 망공격예비작전에서 미국군은 B-1B 전략폭격기 2대와 F-15 전투기 6대를 동해 북부 상공으로 보내 조선인민군 방공망의 위치와 작전능력을 파악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제 딴에는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했다는 망공격예비작전은 그들의 작전의도를 간파한 조선인민군이 적절히 대응하는 바람에 완전히 실패하였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월하다고 자랑하는 쑤터공중망공격체계도 조선인민군 앞에서는 무용지물로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지금도 그렇지만, 10년 전 시리아군의 싸이버전 능력은 뒤떨어졌었다. 싸이버전을 담당하는 ‘시리아전자군(Syrian Electronic Army)’은 시리아군이 ‘과수원 작전’으로 피해를 입은 때로부터 4년이 지난 2011년 3월 15일에 창설되었다. 
그런데 시리아군 방공망이 이스라엘군의 ‘과수원 작전’으로 무력화되었던 그 무렵, 조선인민군은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해킹공격으로 마비시킬 강력한 싸이버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2006년 6월 한국 국방부가 작성한 ‘육군 정보보호 종합발전계획’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2006년에 조선인민군의 싸이버전 능력을 평가하는 모의컴퓨터시험을 진행하였는데, 조선인민군 싸이버전부대가 미국 태평양사령부 지휘통제소를 싸이버공격으로 마비시키고 미국 본토 전산망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조선인민군 싸이버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조선일보> 2017년 12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과 싸이버보안업체들은 조선이 핵무력, 미사일능력과 함께 싸이버전 능력을 3대 전쟁수행력으로 간주하고 적극 강화해왔으므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평가하였다고 한다. 
한국 국방부가 펴낸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조선에서 약 6,800명의 해커가 활동하고 있으며,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산하에 싸이버전지도국이 있다고 한다. 미국군 싸이버부대는 9,000명이고, 한국군 싸이버부대는 700명이다. 
10년 전 이스라엘군은 싸이버전 능력이 빈약했던 시리아군 방공망을 해킹공격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었지만, 오늘 미국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싸이버전 능력을 가진 조선인민군 방공망을 망공격체계로 해킹하려고 시도하더라도 실패할 것이다.    
  
(2) 시리아의 국가전산망은 미국이 관리하는 세계망(인터넷) 안에 있다. 사정이 그러했으므로, 시리아군이 자기 방공망에 해킹방지장치를 설치해놓았지만, 이스라엘군 싸이버전부대는 그 해킹방지장치를 교묘히 뚫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조선의 국가전산망은 세계망과 완전히 단절되었다. 조선은 ‘광명망’이라고 불리는 독자적인 국가망을 운영하는 유일한 전산망독립국이다. 더욱이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금별’이라고 부르는 내부망에는 강력한 해킹방지장치가 구축되었다. ‘광명망’도 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미국군 싸이버부대가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해킹방지장치가 설치된 ‘금별’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오는 것처럼 불가능해 보인다.  

(3) 시리아군 방공망은 무선교신으로 지휘통제되지만, 조선인민군 방공망은 유선교신으로 지휘통제된다. 조선인민군은 한미연합군의 신호감청을 차단하기 위해 빛섬유통신까벨(광섬유통신케이블)을 지하에 매설해놓은 유선교신체계를 운용하거나 연락병을 파견한다. 물론 전술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반군사통신은 무선교신체계로 진행된다. 유선교신체계는 신호감청을 차단해주고, 방공망에 대한 전자전 공격도 효과적으로 차단해준다. 

(4) 시리아군 방공망은 중앙집중체계로 구축되었다. 그러므로 중앙방공통제소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무력화되면, 전국적 범위의 방공망을 구성하는 각지의 방공레이더기지들, 지대공미사일기지들, 고사포기지들, 공군기지들이 한꺼번에 마비되는 취약한 구조다. 그와 완전히 다르게, 조선인민군 방공망은 권역별 분산체계로 구축되었다. 조선 전역을 몇 개로 나눈 권역들마다 방공망을 분산, 구축해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어느 권역방공망이 무력화되더라도, 다른 권역방공망들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물론 방공망을 권역별 분산체계로 구축해놓은 경우, 권역방공망들 사이에 ‘사각지대’가 생기는 약점을 피하기 힘들지만, 미국군은 그런 ‘사각지대’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므로 약점이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5)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할 때 스텔스기능이 없는 F-15 전투기를 작전에 투입하였지만, 만일 미국군이 조선의 핵시설, 미사일시설을 공습한다면,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F-22 스텔스전투기를 작전에 투입할 것으로 예견된다. 
스텔스기술은 비행체의 피탐면적을 최소화하여 레이더화면에 형체가 거의 나타나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다. 스텔스기술에도 수준 차이가 있는데,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텔스기술로 만들었다는 것이 F-22 스텔스전투기다. F-22의 피탐면적은 군사기밀이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 스텔스전투기를 생산한 락키드 마틴(Lockheed Martin) 군수기업이 2009년에 F-22의 피탐면적에 대해 언급하면서 방공레이더 화면에 그 형체가 “쇠구슬(steel marble)” 만한 크기로 나타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주장이 과장이 아니라면, 기존 방공레이더 화면에는 F-22의 형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조선인민군이 F-22 스텔스전투기를 탐색할 최첨단 방공레이더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군사기밀이어서 외부에서 알 수 없으므로, F-22를 탐색하는 최첨단 방공레이더를 개발한 중국과 러시아의 경험을 살펴보면서 조선의 사정을 추리하는 수밖에 없다.  

첫째, X-밴드(band) 같은 저주파를 발사하는 방공레이더는 F-22를 탐색할 수 있다. 그런데 저주파레이더의 약점은 탐색거리가 너무 짧은 것이다. 탐색거리가 공대지미사일의 사거리보다 짧은 방공레이더는 실전에서 쓸모가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탐색거리가 짧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저주파레이더와 고고도무인항공기를 결합시킨 기술을 개발하였다. 저주파레이더를 탑재한 고고도무인항공기를 자국 영토에서 멀리 떨어진 공해 상공 높은 고도에 전진배치해놓고 F-22의 접근을 조기에 탐색, 포착하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저주파레이더와 고고도무인항공기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조선도 그 두 체계를 결합시킨 새로운 탐색수단을 개발하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진 7>

▲ <사진 7> 양자정보기술을 방공레이더에 도입한 양자레이더를 만들면, F-22 스텔스전투기를 탐색할 수 있다. 재래식 방공레이더 화면에 쇠구슬 크기로 나타난다는 이 스텔스전투기를 탐색하는 가장 확실한 방도는 양자레이더를 사용하는 것이다. 양자정보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조선과 중국은 그 부문에서 선진기술강국들이다. <로동신문> 2016년 1월 31일부 보도기사는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집단이 양자암호통신기술을 개발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위의 사진은 2017년 3월 24일 조선의 온라인 매체 <내나라>에 보도된 양자암호통신기 실물을 촬영한 것이다. 룡남-2호라는 제품명은 룡남산이 있는 김일성종합대학의 연구집단이 개발하였음을 의미한다. 룡남-1호도 있을 것이므로, 조선의 양자암호통신기술은 두 세대에 걸쳐 발전한 것이다. 양자암호통신 오류율은 선진국들에서 10%인데, 조선에서는 3.5%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이 개발한 양자레이더 시제품의 탐색거리는 100km인데, 조선도 그런 수준의 양자레이더 시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양자레이더의 탐색거리는 300km가 되어야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완성단계에 이르려면 시간이 좀 더 요구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양자정보기술을 방공레이더에 도입한 양자레이더(quantum radar)를 만들면, F-22를 탐색할 수 있다. 양자정보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조선과 중국은 그 부문에서 선진기술강국들이다. 중국이 개발한 양자레이더 시제품의 탐색거리는 100km인데, 조선도 그런 수준의 양자레이더 시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자레이더의 탐색거리가 300km 정도는 되어야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완성단계에 이르려면 시간이 좀 더 요구된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미국군이 조미전쟁에서 망공격체계를 사용하여 선제타격을 감행하려고 덤벼들더라도 실패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군의 작전계획은 망공격체계를 사용하지 못하면 선제타격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미국군이 선제타격을 하지 못하면, 되레 조선인민군의 선제타격을 받을 심각한 위험이 있다. 현대전에서 선제타격이 전쟁승패를 결정하게 되므로, 미국군이 조선인민군의 선제타격을 받을 위험을 안고 있다는 말은 패전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가 최근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위험한 세계에서 미국의 군사능력과 군대(U.S. Military Capabilities and Forces in a Dangerous World)’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그 연구보고서가 지적한 것은, 군사훈련이 불충분하고 전쟁준비가 부족한 미국군이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제기되는 중대한 도전들에 맞서기에 힘들고, 군사력에서 다른 군사강국들보다 앞서지 못했기 때문에 전쟁에서 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백악관에 던지는 심중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백악관은 실효도 없는 대조선 제재조치를 계속 남발하면서 허송세월만 할 것이 아니라 랜드연구소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조선과의 핵결전에서 패망하지 않으려면, 백악관은 이제껏 조선을 상대로 무모하게 벌여온 핵대결을 조건 없이 종식시키고 조미철군협상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운명적인 2018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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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제8차 군수공업대회와 ‘2018년 조미전쟁설’

[한호석의 개벽예감](278)
자주시보 2017년 12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완성에로 이끈 다섯 가지 ‘특대사변’들 
2.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열핵탄두 장착된다
3. 군사분계선 우발사태를 우려하는 펜타곤
4. 조선의 통일대전인가, 조선과 미국의 핵결전인가

1.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완성에로 이끈 다섯 가지 ‘특대사변’들 

2017년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평양에 있는 4.25문화회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성대히 진행되었다.  
제1차 군수공업대회에서부터 제7차 군수공업대회까지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그 일곱 차례 군수공업대회들이 각각 언제 진행되었는지 외부에서는 알지 못한다. 이제껏 군수공업대회라는 말 자체가 외부에 알려진 바 없었다. 김일성 주석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병진로선을 제시하였던 때가 1962년 12월이었으므로, 군수공업대회는 19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국방공업부문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룩될 때마다 한 차례씩 진행되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서 말하는 국방공업이란 국방과학연구와 군수공업생산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조선 각지에 있는 국방과학연구기지들과 군수공장들이 그 실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 동안 한 차례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군수공업대회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조선의 국방공업부문에서 획기적 발전이 이룩되었으므로,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진행된 것이고, 그 대회를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17년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평양에 있는 4.25문화회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제8차 군수공업대회의 한 장면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단 한 차례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군수공업대회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조선의 국방공업부문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룩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래쪽 사진은 조선에서 방영된 기록영화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장군 2 조국수호의 전초선에 계시여'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느 군수공장 생산현장을 시찰하면서 기계 앞에서 공장일군들과 담화하는 장면이다. 조선의 국방공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 강화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번에 진행된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몇 해 사이에 조선의 국방공업부문에서 이룩된 획기적인 발전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각종 첨단무기들이 개발, 완성된 것이다. 제8차 군수공업대회 개막식 보고에서 태종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은 “적대상물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각종 공격수단들과 우리 식의 위력한 저격무기, 땅크, 장갑차, 반땅크로케트 그리고 현대적인 함상무장장비들과 무인전투장비 등 첨단무기들과 전투기술기재들이 마련된 것은 인민군대의 싸움준비완성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성과들”이라고 지적하였다. 이 지적 중에서 무인전투장비라는 말에 관심이 쏠린다. 전투장비의 무인화는 최첨단 현대군사과학기술의 응축이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만들어진 무인전투장비들 가운데 무인타격기만 세상에 공개되었고, 다른 무인전투장비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이 어떤 무인전투장비들을 만들어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인타격기 이외에 무인정찰공격기, 무인잠수정, 무인전투함 등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국가핵무력이 완성된 것이다. 제8차 군수공업대회 개막식 보고에서 태종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은 “우리 조국은 남들이 수십년을 두고도 이루지 못할 군사적 기적들을 불과 1~2년 안에 이룩하며 세계적인 핵강국, 군사강국의 전렬에 당당히 들어설 수 있었다”고 하면서,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완성에로 이끈 다섯 가지 ‘특대사변’들을 열거하였다. 
(1) 2016년 1월 6일에 수소탄기폭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2017년 9월 3일에 수소탄두기폭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수소탄두기폭시험을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시험’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 기폭시험이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2) 2017년 3월 18일 대출력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대출력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3.18혁명’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 지상분출시험이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3) 2017년 7월 4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제1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제1차 시험발사를 ‘7.4혁명’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제1차 시험발사가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4) 2017년 7월 28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제2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제2차 시험발사를 ‘7.28의 기적적 승리’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제2차 시험발사가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5)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에서 이 시험발사를 ‘11월 29일의 위대한 대승리’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 시험발사가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이 첨단무기들을 만들어내고, 국가핵무력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국방공업을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정보화하였기 때문이다. 제8차 군수공업대회 개막식 보고에서 태종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은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정보화를 실현하여 국가핵무력 완성과 우리 식의 위력한 주체무기들을 개발생산하기 위한 사업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고 지적하였다.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2월 12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보도사진들 가운데서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진행되는 4.25문화회관 내부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커다란 은백색 구면체처럼 생긴 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핵탄두 표면에 마치 꼭지처럼 생긴 작은 물체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듬성듬성 튀어나온 것이 보인다. 이 사진은 2017년 12월 13일 영국 에서 방영되어 군사전문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진에 나타난 핵탄두는 1999년에 조선을 방문하였던 파키스탄의 핵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게 조선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핵탄두다. 당시 조선은 그에게 핵탄두 3발을 보여주면서 '관찰학습'을 하도록 배려하였는데, 그 핵탄두의 직경은 약 60cm이고, 뇌관 64개가 장착되어 있었다고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열핵탄두 장착된다

영국 <BBC> 2017년 12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2월 12일 중국의 어떤 트위터 사용자 한 사람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려놓은 사진 한 장이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사진은 2017년 12월 12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진행되는 4.25문화회관 내부모습을 촬영한 보도사진인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이 보인다. 사진에 나타난 핵탄두는 커다란 농구공처럼 생긴 은백색 구면체인데, 표면에는 마치 꼭지처럼 생긴, 크기가 작은 은백색 물체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듬성듬성 튀어나왔다. <사진 2>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펴본 그 핵탄두는 1999년에 조선을 방문하였던 파키스탄의 핵개발 총책임자였던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에게 조선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핵탄두이고, 당시 칸 박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직경이 약 60cm이고 뇌관 64개가 장착된 바로 그 핵탄두이며, 그가 “완벽한 핵탄두, 파키스탄의 핵탄두보다 기술적으로 더 진보된 핵탄두”라고 평하였던 바로 그 핵탄두인 것이다.   

제8차 군수공업대회 개막식 보고에서 태종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은 “나라 사정이 제일 어려웠던 시기 우리 조국이 핵보유의 민족사적 대업을 이룩하고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 전변된 것은 위대한 장군님의 강철의 담력과 불굴의 공격정신이 안아온 력사의 기적”이라고 지적하였다. 나라 사정이 제일 어려웠던 시기에 핵보유의 민족사적 대업을 이룩하였다는 말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핵탄두를 생산하였다는 뜻이다. 

나는 2016년 6월 20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 ‘핵탄생산 20년, 동방의 핵대국이 등장하다’에서 “이미 1990년에 시험용 핵기폭장치를 완성한 조선은 1996년부터 실전용 핵탄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생산된 핵탄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8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살펴본 핵탄두와 다른 것이다. 은백색 구면체로 생김새는 똑같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 표면에는 꼭지처럼 생긴, 크기가 작은 은백색 물체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는 1세대 핵탄두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는 2세대 핵탄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6년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은백색 구면체로 생긴 것은 <사진 2>에 나오는 핵탄두와 똑같지만, 이 핵탄두에는 표면에 꼭지처럼 생긴 물체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는 1세대 핵탄두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살펴본 핵탄두는 2세대 핵탄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2017년 11월 29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이전 핵탄두들과 전혀 다른 열핵탄두들이 장착되었다. 시험발사에서는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장약을 넣지 않으므로, 화성-15형에는 장약 없는 열핵탄두가 장착되었다. 이 열핵탄두는 조선이 2017년 9월 3일 기폭시험에서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열핵탄두다. 화성-15형에 장착된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 안에 들어가는 열핵탄두는 화성-13에 장착된 단발재돌입체 안에 들어가는 핵탄두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은 핵탄두를 생산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20년 만에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 열핵탄두를 생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 말하는 국가핵무력 완성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열핵탄두만 생산한다고 해서 국가핵무력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열핵탄두를 지구 반대쪽으로 날려 보내는 강력한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생산해야 국가핵무력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데, 2017년 9월 3일 열핵탄두기폭시험에서 성공을 거둔 조선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 정부 소식통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디플로맷(Diplomat)> 2017년 12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총비행시간은 53분 49초였는데, 그 가운데서 1단 로켓 연소시간은 2분 8초였고, 2단 로켓 연소시간은 2분 41초였다고 한다. 
최대고각발사로 이 정도의 비행시간이며 정상각으로 쏘았을 때 거의 30여분에 이를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정상각 30여분 비행으로 미본토 전역을 타격한다. 

특히 화성-15형은 2단연소시간이 매우 길다. 이 2단의 기능은 사거리를 확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그재그비행 등을 통해 미국의 지상배치발사요격미사일(GBI) 회피기동도 담당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비행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화성-15형은 그것이 가능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

북이 지금까지 미리 예고하고 발사한 광명성위성 탑재 은하로켓 발사시험 중 단분리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 북의 단분리 기술은 이미 안정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따라서 북도 3단으로 얼마든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데 2단으로만든 것은 그만큼 3.18혁명이라고 부르는 신형로켓의 추진력과 성능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2단으로 만들면 각 연료통만 약간 늘리면 되고 엔진 하나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비용면에서 매우 유리할 것이다. 단순 비교한다면 2대만들 비용으로 3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화성-15형은 그 양을 늘려 실전 배치도 매우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위력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화성-15형 1단로켓은 14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으로 추정한 바 있다.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6966) 미니트맨의 1단로켓은 비록 액체에 비해 추력이 떨어지는 고체연료로켓이기는 하지만 90여톤포스급으로 화성-15형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화성-15형에 대해서는 전세계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대륙간탄도미사일라고 다들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핵심 전문가들도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11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준비장면이다. 9축18륜 자행발사대차에 실린 화성-15형이 조립공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다. 자료에 의하면, 화성-15형의 평균상승비행속도는 초속 11.5km이고, 미국의 미닛맨-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평균상승비행속도는 초속 5.6km다. 화성-15형이 미닛맨-III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상승비행을 한 것이다. 화성-15형은 미국, 러시아,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비행을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2월 12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 폐막식 연설에서 “조선로동당의 위대한 령도가 있기에 우리의 국방공업, 자위적 국방력은 상상할 수 없이 비상한 속도로 강화되고 우리 공화국은 세계 최강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더욱 승리적으로 전진비약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이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2017년에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선 조선을 ‘세계 최강의 핵강국’으로 더 높이 올려세우기 위해 국가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는 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15일 화성-12형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천명한 것처럼,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할 때까지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지금 미국이 이런 엄청난 현실을 외면한 채, 무턱대고 조선의 핵무력을 포기시키겠다는 ‘비핵화’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억설이 아닌가.   


3. 군사분계선 우발사태를 우려하는 펜타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 2017년 12월 13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렸다. 그 공개서한이 관심을 모으게 된 까닭은 미국 육군 퇴역장성 28명, 미국 해군 퇴역장성 12명, 미국 공군 퇴역장성 11명, 미국 해병대 퇴역장성 7명을 비롯하여 퇴역장성 58명의 이름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군 퇴역장성 58명이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것은 특이한 사건이다. 공개서한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1) 조선의 핵포기를 추구해온 미국의 대조선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그들은 공개서한에서 “미국이 택하고 있는 현재의 해결방법은 북조선의 핵기술 및 미사일기술 개발을 중지시키는 데서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들은 실패하고 있다는 현재진행형으로 서술하였지만, 조선은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 핵무력을 완성하였다고 선포하였으므로, 미국의 대조선정책은 실패로 끝났다는 과거완료형으로 서술해야 더 정확하다.   
(2) 대조선정책에서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군사적 선택방안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만일 미국이 조선을 먼저 공격하면 조선의 보복공격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혹심한 전쟁피해를 입을 것이 그들의 우려다. 그들은 공개서한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행동은 서울에 대한 즉각적인 대량보복을 촉발시켜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내게 될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150,000명이 넘는 미국인들의 생명도 위험에 처해있다”고 지적하였다. 
(3) 트럼프 대통령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조미전쟁위험을 피해야 하고, 조선의 핵동결 및 긴장완화를 위한 외교해법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제안이다. 그들은 공개서한에서 “미국은 북조선의 핵개발 및 미사일개발을 동결시키고,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공격적이고, 긴급한 외교노력을 개시하고 주도해야 한다. 군사적 선택방안들이 바람직한 행동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특이한 공개서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군 퇴역장성 58명은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였고, 조미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이 상상을 초월하는 혹심한 전쟁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그와 함께 재한미국인들도 위험에 빠지게 될 것으로 우려하였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오판과 뒤섞여 있는 것이다. 현역에서 물러난 퇴역장성들은 최신 군사정보를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판한 것으로 생각된다. 퇴역장성들의 오판은 접어두고, 미국 국방부가 우려하는 이른바 ‘2018년 조미전쟁설’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1월 23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입각하자마자 미국 국방부에 있는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미국군 고위지휘관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장면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2018년 조미전쟁설'이 떠돌고 있고, 펜타곤은 군사분계선 우발사태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섭 던포드 미국군 합참의장은 중국 군부에게 한반도에서 우발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그것이 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이 있다고 하면서, 이 문제를 다룰 상설회의체를 내오자고 중국 군부에게 제안하였다. 그리하여 미국군과 중국군은 2017년 11월 29일 워싱턴에서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을 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국방부는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조미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군사분계선에서 발생한 우발사태(contingency)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발사태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는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이 전혀 예상치 못한 우발사태에 휘말려 총격전을 벌이면, 그것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비화되면서 조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미국군 합참의장의 행동이 눈길을 끈다. <AP통신> 2017년 1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8월 중순 베이징을 방문한 그는 팡펑후이(房峰輝)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만난 고위급 군사회담 중에 한반도에서 우발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그것이 곧바로 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다룰 상설회의체를 내오자고 제안하였고, 중국 군부와 합의하여 2017년 11월 29일 워싱턴에서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이 열렸다고 한다. 이 군사회담에 관해서는 2017년 12월 11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조용한 군사회담에서 펠트먼 평양방문까지’에서 상세히 논하였는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군 지휘부가 예상치 못한 우발사태로 조미핵대결이 폭발하여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7085)

그런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발사태가 2017년 11월 13일 군사분계선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은 그 우발사태로부터 보름 뒤에 진행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우발사태라는 것은, 조선인민군 비무장 탈영병 한 명이 군용차량을 몰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접근하더니, 차량을 버리고 남측으로 탈주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서자 조선인민군 경비병들의 집중사격을 받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는데, 한국군 장병 3명이 포복으로 접근하여 사경을 헤매는 그를 끌어내 헬기편으로 후송한 사건이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적측으로 탈주하는 탈영병을 사살하는 것은 군율이다. 이런 군율은 북측이나 남측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군 탈영병이 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탈주하는 경우라도, 한국군 경비병들은 탈주장면을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집중사격으로 그를 사살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우려되는 문제는, 군사분계선에서 일어난 그런 우발사태가 쌍방의 무력충돌을 불러올 수 있고, 무력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비화되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면 아래와 같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세계일보> 2017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탈영병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탈주하였을 때, 한국군 지휘부는 2개 소대 병력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지역에 긴급증파하였고, 인근 전방사단 포병부대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련장로켓포를 조선인민군 제4경비초소를 향해 발사할 사격준비를 갖추고 비상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판문점에서 서울로 통하는 작전지대에 배치된 한국군 제6야전포병단은 3개 K-9 자주포대대와 2개 K-55 자주포대대로 편성되었는데, 1개 자주포대대마다 자주포가 18문씩 배치되었으므로, 5개 자주포대대는 총 90문의 자주포로 무장하였다. 또한 천무 다련장로켓포는 2015년 8월부터 한국군 제1군단에 실전배치되기 시작하였는데, 생산량이 제한되어 제1군단에 1개 대대밖에 배치하지 못했다. 1개 대대에 천무 27문이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당시 사격준비를 갖추고 비상대기하고 있었던 한국군 화력은 자주포 90문과 천무 다련장로켓포 27문이었다. 
그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만일 쌍방 경비병들이 판문점 일대에서 치열한 총격전을 벌였다면, 판문점 인근에 있는 한국군 포병부대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제각기 포문을 열고 불을 뿜었을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10월 27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지역에서 북측을 바라보면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왼쪽이 매티스 장관이고, 오른쪽이 송영무 장관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판문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초소를 시찰하면서, 송영무 장관은 언덕 너머 북측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매티스 장관에게 군사분계선 너머 북측에 21개 포병대대가 있다고 하면서, 저들의 엄청난 화력을 방어하는 것은 실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군사분계선에서 발생한 우발사태가 포격전으로 확대되는 경우,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한국군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펜타곤이 우발사태를 우려할 만도 하다.     ©

위의 보도기사에 나오는 한국군 소식통은 한국군 포병부대가 포사격으로 조선인민군 제4경비초소를 완전히 파괴할 것처럼 말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뉴욕타임스> 2017년 10월 27일 보도에서 감춰진 진실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0월 27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미국 국방장관이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초소를 시찰하였을 때, 송영무 장관은 언덕 너머 북측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매티스 장관에게 “저쪽에는 21개 대대가 있다. 내 견해로는 이처럼 많은 장거리포들에 맞서는 방어는 실행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영무 장관이 지적한대로, 판문점 인근 북측 지역에 배치된 조선인민군 21개 포병대대의 화력은 얼마나 강할까?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와 자행포부대가 최전방에 배치되었는데, 12개 방사포대대와 9개 자행포대대가 배치되었다고 보면, 그 화력은 아래와 같이 엄청나다. 조선인민군 1개 방사포대대는 3개 방사포중대로 이루어졌는데, 방사포중대마다 방사포가 9문씩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12개 방사포대대는 총 324문의 방사포로 무장한 것이다. 또한 조선인민군 자행포대대는 2개 자행포중대로 이루어졌는데, 자행포중대마다 자행포가 9문씩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9개 자행포대대는 총 162문의 자행포로 무장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송영무 장관이 언급한, 판문점 일대에 배치된 조선인민군 21개 포병대대는 방사포 324문과 자행포 162문으로 무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자주포 90문과 천무 다련장로켓포 27문으로 무장한 한국군 포병부대와 자행포 162문과 방사포 324문으로 무장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화력격차는 너무 크다. 포격전이 벌어지는 경우, 압도적인 화력을 가진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단숨에 한국군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펜타곤이 군사분계선에서 우발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할 만도 하다.   


4. 조선의 통일대전인가, 조선과 미국의 핵결전인가

조선외무성은 2017년 4월 6일에 발표한 ‘미국의 반공화국전쟁책동과 우리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우리의 통일대전은 외세에 의하여 강점된 령토를 되찾기 위한 정정당당한 국가자주권의 행사로 되며 어떤 경우에도 침략으로 매도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조선외무성이 비망록에서 통일대전의 정당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미국에게 우려를 안겨주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은 군사분계선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무력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비화되면, 조선이 주저 없이 통일대전에 돌입하게 되리라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정기기고자인 대니얼 드레즈너(Daniel W. Drezner) 미국 터프츠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는 2017년 12월 14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지난 12월 초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을 만난 경험을 이렇게 서술하였다. 그의 서술에 따르면, 국가안보관리들은 미국이 조선을 억제할 수 없게 되어 전쟁은 불가피한 귀결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며, 조선이 통일대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기묘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를 요약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은 조미핵대결→우발사태→조선의 통일대전으로 전개될 대사변을 우려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조선이 통일대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다. 조선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으므로, 그들은 조선이 통일대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우려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조선은 자국의 핵무기가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태평양작전지대와 미국 본토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다. 조선이 남조선이라고 부르는 자국 영토를 핵무기로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자기 핵탄을 자국 영토에 떨어뜨리는 나라는 없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의 화력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조선인민군은 통일대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한국군을 이길 수 있다고 그들 스스로 믿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조선인민군은 통일대전에서 자기들이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전쟁피해를 극소화하고 통일대전을 단숨에 결속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전에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들에서 여러 차례 거론하였던 ‘72시간 통일대전씨나리오’는 전쟁소설이 아니라 현실예상이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6.25전쟁 정전 62주년에 즈음하여 2015년 7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5'의 개막식 장면이다. 조선인민군 군악대가 땅바닥에 깔아놓은 미국 국기를 발로 밟고 전승곡을 연주하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전승곡을 연주하는 중에 군악대 성원 두 사람이 땅바닥에서 짓밝힌 미국 국기를 두 쪽으로 찢어버리는 장면이다. 이 사진은 조선인민군의 대미적개심이 얼마나 고조되었으며, 미국과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그들의 신념이 얼마나 강렬해졌는지를 극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조선이 우려하는 문제는 미국이 조선의 통일대전에 무력으로 개입할 가능성이다. 조선이 통일대전에서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을 압도적인 화력으로 제압하고, 재한미국인 20여 만 명의 발을 묶어놓으면, 미국은 조선에게 항복하든지 아니면 조선과 전면전을 벌이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 정세를 오판하여 조선의 통일대전에 무력으로 개입하여 조미전쟁이 벌어지면, 그 전쟁은 핵강국과 핵강국이 맞붙는 미증유의 핵결전으로 될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조미핵대결→우발사태→조선의 통일대전→미국의 무력개입→조미핵결전으로 전개될 새로운 전쟁씨나리오를 거론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들어 미국 언론매체들은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예상한 조미핵결전씨나리오를 몇 차례 기사화하였다. 

하지만 조선의 핵무력에 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조선과의 핵전쟁에서 혹심한 피해를 입겠으나 최종승리는 미국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판박이 결론’을 이구동성으로 전파하고 있다. 잘못된 가정과 잘못된 전제 위에서 내리는 그런 ‘판박이 결론’을 논박하려면, 이 글의 지면이 너무 모자라므로, 여기서는 그들이 예상한 조미핵결전 인명손실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12월 8일부에 실린 가상씨나리오에 따르면, 조미핵결전에서 조선의 핵공격으로 미국, 한국, 일본에서 근 2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내셔널 인터레스트> 2017년 11월 22일부에 실린 가상씨나리오에 따르면, 조미핵결전에서 조선의 핵공격으로 미국인 8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조미핵결전에서 미국이 그처럼 참혹한 인명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은 조미핵결전이 사실상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처럼 참혹한 인명손실을 예상한 미국은 조선과 핵결전을 감히 벌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과 핵결전을 감히 벌이지 못하도록 억지한다는 점에서, 조선의 핵무력은 가장 확실한 대미핵억지력으로 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미핵대결→우발사태→조선의 통일대전으로 전개될 72시간 통일대전씨나리오가 실제상황에 가장 가까운 가상씨나리오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관리들은 조미핵대결이 고도의 긴장상태에 들어선 최종국면에서 군사분계선 우발사태가 일어날 위험성을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이다. 

그런 심각한 우려는 펜타곤만이 아니라 백악관에서도 대조선핵공포지수가 날로 높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악관은 날로 높아가는 핵공포지수를 보면서도 조선의 핵포기를 유도해보겠다는 억설만 계속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철군협상을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조선의 핵무력 완성으로 너무 절박해진 국가안보파탄위험에서 벗어날 미국의 마지막 탈출구는 그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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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조용한 군사회담에서 펠트먼 평양방문까지

[한호석의 개벽예감](277)
자주시보 2017년 12월 1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리처드 클락과 샤오위안밍의 조용한 군사회담
2. 화약고 안의 불장난은 자구책이며 전선이동징후
3. 펠트먼을 평양에 보낸 구떼헤스의 구상
4. 55년 만에 되살아난 우탄트의 기억
5. 구떼헤스의 중재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1. 리처드 클락과 샤오위안밍의 조용한 군사회담

조선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2017년 11월 29일 <AP통신>에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이 실렸다. 제목은 ‘북조선과의 긴장 속에서 미국과 중국이 진행한 조용한 군사회담’이다. 보도기사에 서술된 “조용한 군사회담(quiet military talks)”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하나는 고위급 군사회담이 아니라 준고위급 군사회담이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비공개 군사회담이라는 뜻이다. 그날 비공개 군사회담은 워싱턴에 있는 국방대학교(National Defense University) 교내에서 진행되었다. 국방대학교는 미국 국방부가 직영하는 고등군사교육기관이다. 또한 그 비공개 군사회담에는 미국군 합동참모본부 기획국장인 리처드 클락(Richard D. Clarke) 육군 중장과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인 샤오위안밍(邵元明) 육군 소장이 각각 회담대표로 참석하였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날 진행된 미국-중국 준고위급 군사회담은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미국군 합참의장이 지난 8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팡펑후이(房峰輝)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을 만나 고위급 군사회담을 진행할 때 준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자고 합의하였고, 그 합의에 따라 지난 11월 29일에 열린 것이라고 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던포드-팡펑후이 군사회담에서는 미국군 합동참모본부 기획국장 리처드 클락과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샤오위안밍을 각각 대표로 하는 ‘합참대화기구(Joint Staff Dialogue Mechanism)’라고 부르는 상설회의체를 개설하기 위한 합의서를 채택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7년 11월 29일 워싱턴에 있는 국방대학교에서 진행된 준고위급 군사회담은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조용한 군사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되었을까?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8월 15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조섭 던포드 미국군 합참의장이 팡펑후이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의 영접을 받으며 그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이다. 당시 던포드-팡펑후이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준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자고 합의하였는데, 그 합의에 따라 2017년 11월 29일 워싱턴에 있는 국방대학교 교내에서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이 열렸다. 합참대화기구는 상설회의체다. 이 회담에는 미국군 합참본부 기획국장 리처드 클락과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샤오위안밍이 각각 대표로 참석하였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에서 쿠바미사일위기에 대한 공동의 사례연구결과가 논의되었다고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AP통신>은 2017년 11월 29일 보도기사에서 지난 8월 중순 베이징을 방문한 던포드 미국군 합참의장은 팡펑후이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에게 조선의 “우발사태(contingencies)들”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였고, 양측은 “발생할 수 있는 갈등(conflict) 또는 핵재앙(nuclear disaster)의 위험”에 대해 논의하였다고 하면서, 이번에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에서도 그 문제를 또 다시 논의하였을 것이라는 중국문제전문가들의 추측발언을 인용하였다. 던포드-팡펑후이 회담에서 논의되었다는 ‘갈등’이라는 것은 조미핵대결 위험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을 뜻하는 말이고, 그 회담에서 논의되었다는 ‘핵참화’라는 것은 조미핵대결이 우발사태를 도화선으로 폭발한 핵전쟁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조미핵대결→우발사태→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태와 관련하여 <워싱턴포스트> 기고자 데이빗 이그네이셔스(David Ignatius)는 2017년 12월 5일 그 신문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가 전해준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에서 “쿠바미사일위기에 대한 공동의 사례연구(a joint case study of the Cuban Missile Crisis)”가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조미핵대결이 최종국면에 접어든 지금, 미국 군부 대표들과 중국 군부 대표들이 상설회의체를 개설하고 쿠바미사일위기 사례연구를 진행하였다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쿠바미사일위기 사례연구를 진행한 것은 조미핵대결 최종국면과 쿠바미사일위기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미핵대결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쿠바미사일위기를 재평가하는 토론을 진행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에서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오판을 어떻게 예방하고, 오해의 위험을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문제를 논의”하였다고 지적한, 미국 합참본부가 <AP통신>에 보내온 보도자료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회담에서 그들은 조미핵대결이 우발사태를 도화선으로 하여 핵전쟁으로 폭발하지 않도록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오판을 어떻게 예방하고, 오해의 위험을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해법을 쿠바미사일위기 해결경험에서 찾으려고 하였던 것이다. 

조미핵대결 최종국면과 쿠바미사일위기를 비교하면서 어떤 해법을 찾아보려는 논의는 미국군 합참본부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다. 조미핵대결 해법을 쿠바미사일위기 해결경험에서 찾아보려는 미국의 전직 외교관리, 정치분석가, 언론인들의 주장과 견해들이 올해 들어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에 지속적으로 보도되었다. 온라인에서 눈에 띄는 것만 추려내더라도, 2017년 4월 16일 <뉴욕타임스>, 8월 9일 <워싱턴포스트>, 8월 23일 <더 네이션(The Nation)>, 9월 25일 <포츈(Fortune)>, 10월 26일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 12월 6일 <뉴스윅(Newsweek)> 등이 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조미핵대결 해법을 쿠바미사일위기 해결경험에서 찾으려는 논의가 빈번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그러므로 그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도 조미핵대결 해법을 쿠바미사일위기 해결경험에서 찾으려는 내부논의를 진행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주요언론매체들이 활발히 논의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에서까지 논의된 문제를 정작 책임 있는 당사자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외면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조선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자,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시간과 기회를 잃어버려 다급해질 대로 다급해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 문제를 논의하였다면, 지금쯤 그와 관련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게 정상이다. 아래에 서술한 두 가지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2. 화약고 안의 불장난은 자구책이며 전선이동징후 

2017년 12월 6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알꾸드스(Al-Quds)를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한다고 선언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알꾸드스로 이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람들이 무심코 예루살렘이라고 부르는 그 도시의 아랍어 명칭은 알꾸드스다. 예루살렘은 히브리어 명칭이다.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강점한 그 도시는 팔레스타인의 고유한 영토이므로, 독도를 ‘다께시마’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것처럼 알꾸드스를 ‘예루살렘’으로 부르면 안 된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결정은 무리수를 넘어 자충수를 둔 것이었다. 트럼프의 자충수가 미국과 중동에 얼마나 큰 해악을 불러오게 되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트럼프 이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미국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유대인계 정치세력을 의식한 나머지 자기들의 대선공약에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알꾸드스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약방의 감초처럼 어김없이 집어넣곤 하였지만, 집권한 뒤에는 그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슬그머니 접어두었다. 왜냐하면, 미국이 알꾸드스를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경우, 전 세계 이슬람국가들과 격렬한 충돌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고, 국제사회와 유엔으로부터 백악관으로 몰아칠 반대와 저항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폭탄뇌관 같은 그 문제를 대선공약 안에 슬쩍 끼워 넣었다가, 백악관에 들어간 뒤에는 흐지부지 넘어가는 관례를 불문율처럼 지켜왔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2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팔레스타인의 알꾸드스를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한 문서에 서명한 뒤에 그 문서를 자랑스럽게 취재진에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마익 펜스 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알꾸드스로 이전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강점한 알꾸드스는 팔레스타인의 고유한 영토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의 성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알꾸드스를 아랍민족의 적인 이스라엘에게 넘겨주겠다는 망발을 늘어놓았으니 거대한 화약고 안에 들어가서 불장난을 하는 꼴이다. 그는 왜 그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자해행동을 저지른 것일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 ‘불문율’을 제 손으로 깨버렸다. 거대한 화약고 안에 들어가서 불장난을 하는 꼴이다. 미치광이 대통령의 ‘불장난’이야말로 중동에서 극도의 정치혼란과 새로운 전쟁위험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사회에서 반미테러위험과 미국의 외교고립을 겹겹이 자초하는 자해행동이 아닐 수 없다. 미치광이 대통령의 ‘불장난’에 격노한 팔레스타인 민중은 곧바로 항쟁(Intifada)에 궐기하였고, 이스라엘군은 그들의 항쟁을 난폭하게 진입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 침략동맹에 맞서 싸우는 팔레스타인 민중항쟁이 차츰 격화되면서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왜 그런 자해행동을 저지른 것일까? 미국의 정치분석가들은 제각기 이 문제에 대한 여러 해석들을 내놓았는데, 최근 백악관을 불안과 공포에 몰아넣은 이른바 트럼프-러시아 내통사건에 대한 특검수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러시아 내통사건이란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 직후인 2016년 12월 당시 그의 최측근이었던 마이클 플린(Michael T. Flynn)이 쎄르게이 킬스약(Sergey Kilsyak) 당시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와 은밀히 접촉하였던 사건이다. 지금 특검의 수사방향은 그 비밀접촉이 미국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를 파헤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다.

2017년 12월 1일 전격적으로 특검에 기소된 플린은 자신과 킬스약의 비밀접촉이 트럼프의 사위이며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럿 쿠쉬너(Jared C. Kushner)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폭탄진술’을 내던졌다. 이 ‘폭탄진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왜냐하면 쿠쉬너가 플린에게 전달한 지시는 곧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지시였기 때문이다. 만일 플린에 이어 쿠쉬너까지 줄줄이 특검에 기소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내통’을 쿠쉬너에게 지시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피할 길이 없어진다. 이것은 정치생명을 끊어버릴 실각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엄습하기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위중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에 기소당할 위험에 빠진 쿠쉬너를 구출하려는 ‘긴급구조’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구조’를 요청한 지지세력은 워싱턴의 정계 및 관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대계 미국인 정치인맥이다. 이들 유대계 미국인 정치인맥과 직통하는 사람이 재럿 쿠쉬너의 아버지인 찰스 쿠쉬너(Charles Kushner)다. 찰스 쿠쉬너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보내는 5대 후원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며, 유대복고주의(Zionism)를 지지하는 부동산개발업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대계 미국인 정치인맥을 움직여 쿠쉬너를 위험에서 구출하려면, 그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어야 하는데, 그 숙원이 바로 알꾸드스를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하는 대통령의 조치다. 이런 내막을 살펴보면, 자해행동처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 결정은 실제로는 궁색스러운 자구책인 것이다. 

알꾸드스를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놓고 미국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분석기사의 논지는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그 결정 속에 깔려있는 속셈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아래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3>

▲ <사진 3> 팔레스타인의 알꾸드스를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하는 문제는 커다란 '폭탄뇌관'이므로, 당연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신중히 논의, 결정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의제로 꺼내놓았을 때, 그의 핵심측근들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비롯한 대다수 성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다수의 반대의견을 돌려세우고, 자기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그들을 설득할 강한 명분을 꺼내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전선이동론이었다. 전선을 한반도에서 중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리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알꾸드스를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하는 문제는 커다란 ‘폭탄뇌관’이므로, 그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혼자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문제는 당연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논의, 결정되었다. 미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의제로 제기하자,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인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이 반대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꾸드스를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하는 경우, 미국에게는 얻을 것이 별로 없고, 잃을 것이 거의 전부일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그 핵심측근을 반대의견으로 끌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반대하였다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들 대다수가 반대한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 대다수의 반대의견을 돌려세우고 자기 의사를 관철하려면 그들을 설득할 강한 명분을 꺼내놓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놓은 명분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전선이동론이었다. 전선이동론이란 전선을 한반도에서 중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리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조선을 상대로 벌여왔으나 이미 패색이 짙어진 한반도 전선에서 발을 빼고, 그 대신 중동에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요즈음 정치력, 군사력, 경제력이 날로 약해지고 있는 미국에게는 이전처럼 한반도와 중동의 두 전선에서 동시에 싸울 수 있는 힘이 없다. 미국이 이른바 ‘두 개의 전쟁전략’을 폐기한 지도 오래 되었다.   
그런 미국이 이미 패색이 짙어진 조선과의 핵대결을 무모하게 계속하면서 그와 동시에 중동전쟁을 벌이는 확전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어느 한 전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패색이 짙어진 조선과의 핵대결을 포기하고, 새로운 중동전쟁의 길을 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과의 핵대결을 포기한다는 말은, 조선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 미국이 사실상 패한 핵대결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협상의 길을 택한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며칠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약고 안에서 저지른 불장난’은 자신에게 몰아닥친 정치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자구책인 동시에 전선을 한반도에서 중동으로 이동시키려는 징후라고 말할 수 있다. 

▲ <사진 4> 이 사진은 리용호 조선 외무상이 2017년 12월 7일 조선을 방문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을 만나는 장면이다. 펠트먼을 평양에 보낸 사람은 안또니오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이다.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은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를 서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펠트먼의 조선방문을 계기로 조선과 유엔사무국은 각이한 급에서 내왕하면서 의사소통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구떼헤스가 이끄는 유엔사무국이 핵대결을 벌이는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과연 중재를 제대로 설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유엔사무국의 중재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펠트먼을 평양에 보낸 구떼헤스의 구상  

2017년 11월 29일 워싱턴에서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이 진행된 때로부터 엿새가 지난 12월 5일 평양국제공항에 착륙한 고려항공 여객기에서 낯선 미국인 한 사람이 내렸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그 미국인 손님은 유엔사무국 정치부 수장인 제프리 펠트먼(Jeffrey D. Feltman) 유엔사무차장이었다.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국무부에서 중동담당 국무차관으로 일하였는데, 미국 국무부는 2012년에 그를 유엔사무차장에 천거하여 임명되도록 하였다. 그런 배경과 경력을 가진 사람이 조미핵대결위기가 고조된 시점에 평양에 나타난 것이다. <사진 4>

<교도통신> 2017년 12월 9일 보도에 따르면,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을 평양에 보낸 사람은 안또니오 구떼헤스(Antonio Guterres) 유엔사무총장이다. 그 보도기사에서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은 “북조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조선과 관계국 간의 의미 있고, 열린, 건설적 대화가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유엔사무국이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를 서겠다는 말이다.
중국 <신화통신> 2017년 12월 8일 보도에 따르면,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의 중재의사를 전하기 위해 평양에 간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은 원래 3박4일이었던 체류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였다고 한다. 체류일정은 연장한 것은 조선 외무성과 유엔사무차장 사이에서 대화가 원만히 진행되었음을 말해주는 징후였다.

징후는 즉각 현실로 되었다. <조선중앙통신> 2017년 12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우리측과 유엔사무국측은 이번 유엔부사무총장의 방문이 우리와 유엔사무국 사이의 리해를 깊이 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각이한 급에서 래왕을 통한 의사소통을 정례화할 데 대하여 합의하였다”고 한다. 각이한 급에서 내왕을 통한 의사소통을 정례화한다는 말은,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를 서겠다는 유엔사무국의 제안을 조선이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각이한 급에서 내왕한다는 말은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의 조선방문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7년 9월 말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하였을 때, 이고르 모르굴로브(Igor V. Morgulov) 러시아 외무차관이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를 설 용의가 있다고 하였지만, 조선은 러시아의 중재제안을 거절하였다. 2017년 11월 17일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하여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안을 제시하였으나, 조선은 중국의 중재안을 거절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조선은 유엔사무국의 중재제안을 받아들였다.

러시아의 중재제안와 중국의 중재안을 각각 거절한 조선이 유엔사무국의 중재제안을 받아들인 까닭은,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의 정치성향이 중재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은 포르투갈 사회당 총비서로 재직하던 기간에 국제사회주의(Socialist International) 의장과 포르투갈 총리를 겸임하였던 중도좌파 정치인이다. 중도좌파 구떼헤스가 이끄는 유엔사무국이 핵대결을 벌이는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과연 중재를 제대로 설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유엔사무국의 중재 이외에 다른 대안은 찾기 힘들다.


4. 55년 만에 되살아난 우탄트의 기억 

나는 이 글을 시작하면서, 조선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 자기의 핵무력을 완성한 2017년 11월 29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미국-중국 합참대화기구 제1차 회담이 진행되었는데, 그 회담에서 조미핵대결 해법을 찾기 위해 쿠바미사일위기 사례연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55년 전 쿠바미사일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쿠바미사일위기→우발사태→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중재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유엔사무국이었다. 55년 전 유엔사무국의 중재경험은 아래와 같다.

쿠바미사일위기가 격화되면서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위험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던 1962년 10월 26일 당시 유엔사무총장이었던 우탄트(U Thant)는 미국, 소련, 쿠바 3국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펼치겠다는 의사를 공식 발표하였다. 우탄트는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쿠바를 침공하지 않는다는 중재안, 다시 말하면 소련의 핵무력 철수와 미국의 쿠바 불가침을 맞바꾸는 중재안을 미국과 소련에게 각각 제시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1960년 11월 20일 쿠바미사일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중재노력을 펼치던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이 유엔본부 청사에서 양측 대표들과 회담을 마치고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서 우탄트의 왼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미국측 회담대표들이고, 그의 오른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소련측 회담대표들이다. 이 사진을 보면,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이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만 중재노력을 펼친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미국, 소련, 쿠바 3자 사이에서 중재노력을 펼치면서 쿠바미사일위기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니끼따 후르쇼브(Nikita S. Khrushchev)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우탄트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소련이 미국과 협상하는 동안에는 소련군 미사일을 실은 수송선을 쿠바에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요즈음 쓰이는 말로 표현하면, 핵동결을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1962년 10월 27일 쿠바혁명군은 자국 영공을 침범하여 공중정찰을 감행하던 미국군 고고도정찰기 U-2를 S-75 지대공미사일로 격추하였다. 쿠바미사일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던 시점이었으므로, 미국은 그 사건으로 ‘개망신’을 당했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오늘도 미국은 오산공군기지에서 U-2를 매일같이 군사분계선 상공으로 출동시켜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을 감행하고 있고, 조선인민군은 S-75를 개량한 번개-1 지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U-2가 군사분계선 상공을 조금이라도 넘어서기만 하면 격추해버릴 즉시발사태세를 갖추고 있다.

55년 전, 미국 군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실행위원회는 쿠바혁명군의 U-2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쿠바무력침공을 주장하였다. 백악관과 펜타곤은 무력침공을 떠벌였으나, 존 케네디(John F. Kennedy) 당시 대통령은 남다르게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가 각료들과 군부의 무력침공주장에 맞장구를 치지 않았던 까닭은,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소련과의 핵전쟁을 두려워하는 겁쟁이였기 때문이다.

흥미로는 사실은, 케네디가 후르쇼브도 자기처럼 겁쟁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그래서 케네디는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면, 소련이 미국과 전쟁을 벌일 것으로 생각하였고, 그 전쟁은 곧 핵전쟁으로 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공포를 느꼈다. 바로 이것이 케네디가 쿠바무력침공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였던 원인이다. 하지만 케네디만큼 겁쟁이였던 후르쇼브에게는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는 경우, 미국과 핵전쟁을 벌여서라도 쿠바를 끝까지 지켜주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 그러므로 만일 케네디가 쿠바침공을 명령하였더라면, 미국군은 군사력이 약한 쿠바를 점령했을 것이다. 이처럼 쿠바를 점령할 기회를 놓쳐버린 겁쟁이 케네디는 쿠바침공에 광분하던 전쟁광신자들의 저격으로 암살당하였으니, 그 때가 쿠바미사일위기로부터 1년이 지난 1963년 11월 22일이었다.

겁쟁이 케네디가 쿠바무력침공을 결정하지 못하면서 마음속으로 기대를 걸었던 것은 우탄트의 중재노력이었다. 그래서 케네디는 소련이 국제사찰단 감시 하에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면, 그에 상응하여 쿠바에 대한 불가침을 보장하고, 터키에 전진배치한 미국군 미사일을 철수한다는 우탄트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터키는 자국 영토에 배치된 미국군 미사일들이 철수되는 것을 반대하였으나, 케네디는 그것을 철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1962년 10월 28일 후르쇼브 서기장은 케네디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조건을 받아들였고, 그 사실을 피델 알레한드로 까스뜨로 루쓰(Fidel Alejandro Castro Ruz) 쿠바공화국 수상(당시 직책)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까스뜨로는 자기와 한 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케네디와 타협하여 쿠바에서 핵무력을 철수하려는 후르쇼브의 비겁하고 굴욕적인 처사에 격노하였다.

위기상황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자,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이 다시 중재에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쿠바를 방문하여 까스뜨로 수상과 회담하였다. 그 자리에서 우탄트는 격추당한 미국군 정찰기 U-2 조종사의 시신을 미국에 반환해줄 것과 국제사찰단이 쿠바에 입국하여 소련군 미사일 철수과정을 감시할 수 있게 허락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국제사찰단 입국을 쿠바의 주권침해로 본 피델 까스뜨로 수상은 국제사찰단 입국을 거부하였고, 미국군 정찰기 조종사의 시신만 반환하였다. <사진 6>

▲ <사진 6> 1962년 10월 28일 피델 까스뜨로 쿠바 수상은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타협하여 쿠바에서 핵무력을 철수하려는 후르쇼브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비겁하고 굴욕적인 처사에 격노하였고, 후르쇼브-케네디 비밀협상을 전면 거부하였다. 까스뜨로 수상은 쿠바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5개항을 발표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미국과 끝까지 싸울 결의를 표명하였다. 위쪽 사진은 쿠바미사일위기 당시 까스뜨로 수상이 반미결사항전에 나선 쿠바혁명군 고사포부대를 시찰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쿠바혁명의 영원한 지도자들인 피델 까스뜨로와 에르네스또 체 게바라가 담화하는 장면이다. 체 게바라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그의 혁명생애만큼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우탄트의 중재안을 거부한 피델 까스뜨로는 쿠바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5개항을 발표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미국과 끝까지 싸울 결의를 표명하였다. 그의 명령에 따라 반미결사항전을 결의해 나선 쿠바혁명군과 쿠바인민은 전투동원태세에 진입하였다. 그가 제시한 평화안은 미국은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와 경제제재를 중단할 것, 미국은 쿠바 정부에 대한 전복활동, 무력침공, 침투공작을 중단할 것, 미국은 쿠바 선박에 대한 해적행위를 중단할 것, 미국은 쿠바 영공 및 영해에서 모든 불법행동을 중단할 것, 미국군은 쿠바의 관따나모 해군기지에서 철수할 것 등이었다. 

겁쟁이 케네디와 비겁한 후르쇼브는 비밀협상으로 쿠바미사일위기를 해결하였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들의 비밀협상을 거부하고 결사항전을 결의한 쿠바는 케네디-후르쇼브의 해법을 걷어차 버렸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발생한 쿠바미사일위기가 케네디-후르쇼브 비밀협상으로 종식된 이후에도, 미국과 쿠바 사이에서 발생한 쿠바미사일위기는 종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쿠바미사일위기가 1962년 10월 28일에 종식되었다는 주장은 쿠바를 제외시킨 미국과 소련의 편중된 시각으로 쿠바미사일위기를 바라본 반쪽짜리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1962년 11월 2일 후르쇼브는 아나스따스 미꼬얀(Anastas I. Mikoyan) 소련 제1부수상을 쿠바에 급파하여 국제사찰단을 받아들이라고 피델 까스뜨로 수상을 여러 날 동안 설득해보았으나, 까스뜨로 수상은 그런 굴욕적인 요구를 거부하면서 쿠바의 주권과 자존심을 지켰다. 그렇게 되자 미국이 조작해놓은 국제사찰단은 미국 공군 해상정찰기의 공중지원을 받는 가운데 미국 해군 군함을 타고 쿠바 영해로 접근하여 쿠바 영해 밖에서 대기 중이던 소련 수송선들에 승선하여 사찰놀음을 벌이는 수밖에 없었다.


5. 구떼헤스의 중재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위에 서술한 쿠바미사일위기 해결경험을 보면, 유엔사무국이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발생한 위기를 해소하는 데서 중재역할을 수행한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과 쿠바 사이에서 발생한 위기를 해소하는 데서는 중재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군사력이 약한 쿠바를 얕잡아보고 국제사찰단을 들이밀려는 주권침해의도를 버리지 않았고, 쿠바는 반미결사항전을 결의하고 자기의 자주권을 지키려는 투쟁정신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유엔사무국의 중재노력도 허사로 되었던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보면서, 조미핵대결과 쿠바미사일위기를 굳이 비교한다면, 조미핵대결은 미국과 소련 사이의 타협가능한 대결보다는 미국과 쿠바 사이의 비타협적인 대결에 더 가깝다. 조선은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주한미국군을 철수시켜 자주권을 지키려고 하고, 미국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계속 얻어맞으면서도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겠다고 버티기 때문에 조미핵대결은 비타협적인 대결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타협적인 대결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은 아니고, 수세에 몰려 얻어맞는 쪽이 공세를 펴며 들이치는 쪽에게 굴복하는 것으로 멀지 않아 종식될 것이다.

그런데 미국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내용만 읽어보면, 이번에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이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을 조선에 파견한 중재시도가 백악관과의 사전조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유엔사무국이 백악관에게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미국의소리> 2017년 12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의 조선방문은 유엔사무국이 미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추진한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렇게 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7년 1월 1일 안또니오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이 2017년을 평화의 해로 만들자고 전 세계에 호소하는 장면이다. 지금 그는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노력을 펼치려고 하지만,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타협적인 핵대결이 유엔사무국의 중재로 과연 종식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엔사무국이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떠맡을 중재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아메리카제국의 체면을 고려하여 미국의 굴복을 굴복이 아닌 타협처럼 포장해주는 중재역할로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7년 12월 5일 헤더 노어트(Heather A. Nauert)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설명회에서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이 조선에 갈 때 미국 정부의 어떤 메시지도 지참하지 않았고, 미국 정부를 대표하여 조선을 방문한 것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왜냐하면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은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이 중재를 시도하기 위해 조선에 보낸 유엔사무국의 외교사절이므로, 처음부터 미국의 의사를 조선에 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이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을 조선에 파견한 것은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하려는 노력이므로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이 유엔사무국으로 돌아가면 구떼헤스 유엔사무총장은 그를 통해 전달받은 조선의 의견을 백악관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타협적인 핵대결이 유엔사무국의 중재로 과연 종식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유엔사무국이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조미핵대결 최종국면에 일정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있다. 유엔사무국이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떠맡을 중재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아메리카제국의 체면을 고려하여 미국의 굴복을 굴복이 아닌 타협처럼 포장해주는 중재역할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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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5

동해의 밤하늘에 나타난 붉은 섬광체 3개

[한호석의 개벽예감](276)
자주시보 2017년 12월 0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시킨 화성-15형 시험발사
2. 제3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의 엄청난 위력
3. 화성-15형 전투부 표면에서 자취를 감춘 분사구들
4. 전 세계에서 조선에만 있는 9축18륜 자행발사대차


1.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시킨 화성-15형 시험발사

2017년 11월 29일, 이 날은 조선이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날이다. 미국의 안보문제 온라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의 군사문제 편집자인 데이브 마줌다(Dave Majumdar)는 조선이 화성-15형을 쏘아올린 날 그 매체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조선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이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고 썼다. 정말로 그러하였다.

유엔안보리를 장악하고 세계정치계를 제멋대로 주무르는 기존 5대 핵강국들이 지난 60여 년 동안 자기들은 마음대로 만들고, 시험발사하고, 실전배치하면도 다른 나라들은 절대로 가지면 안 되고, 가질 수도 없다고 하였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가. 더욱이 반제군사전선의 맨 앞장에서 미국의 핵공갈과 핵위협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조선은 절대로 가지면 안 된다고 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선의 개발노력을 저지, 강압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가. 핵강국들이 보유한, 사거리가 11,000km 이상 되는 여러 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 가운데서도 기존 5대 핵강국들이 어리둥절해질 만큼 강력하고 위력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조선이 100% 자력으로 보란 듯이 만들어냈으니, 어찌 세계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으며, 어찌 미국이 경악하지 않을 수 있으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충격적인 등장은, 1917년 10월 러시아 사회주의혁명 이후 100년 동안 계속되는 사회주의와 제국주의의 불상용적인 대결이 가장 심각하고, 첨예한 형태로 응축된 조미핵대결에서 사회주의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한 제국주의미국이 완패를 당하고 있는 최종결산국면을 전 세계 앞에 뚜렷이 현시한 세계사적 사변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11월 29일 새벽,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9축18륜 자행발사대차가 발사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조립시설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다. 거대한 발사대차를 조립시설 안에서 돌려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후진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장에서 몸소 지휘하는 모습이 보인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충격적인 등장은, 1917년 10월 러시아 사회주의혁명 이후 100년 동안 계속되는 사회주의와 제국주의의 불상용적인 대결이 가장 심각하고, 첨예한 형태로 응축된 조미핵대결에서 사회주의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한 제국주의미국이 완패를 당하고 있는 최종결산국면을 전 세계 앞에 뚜렷이 현시한 세계사적 사변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나는 2017년 11월 6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이 2017년 12월 중에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할 것으로 예측하였는데, 조선은 그 사업의 완료시점을 한 달이나 앞당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성공을 거둔 11월 29일 “오늘 비로소 국가핵무력완성의 력사적 대업, 로케트강국위업이 실현되였다”고 선포하였다.

화성-15형은 도대체 얼마나 강력하고, 얼마나 위력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이기에 조선이 장장 4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추진해온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대업이 그 미사일의 시험발사로 실현되었다고 말하는 것일까? 이 물음과 관련하여, 조선의 언론보도에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답변들이 제시되었다.

(1) 화성-15형은 “지난 7월에 시험발사한 화성-14형보다 전술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이 훨씬 우월한 무기체계이며 우리가 목표한 로케트무기체계개발의 완결단계에 도달한 가장 위력한 대륙간탄도로케트이다.”
(2) 화성-15형은 2017년 11월 29일 오전 2시 48분(평양시간) 평양의 교외지역에서 발사되었다.
(3) 최대고각으로 쏘아올린 화성-15형은 최고정점고도 4,475km까지 상승하여 950km를 비행하였다.
(4) 화성-15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53분 동안 비행하였다.
(5) 화성-15형 모의탄두는 “조선동해 공해상의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었다.” 
(6) 화성-15형 전투부에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7) 화성-15형은 “100% 조선의 힘과 기술로, 조선의 실정에 맞게 개발되였다.”
(8) 화성-15형은 조선이 100% 국산화한 신형 9축18륜 자행발사대차에 탑재된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여덟 가지 발표내용들만 읽으면, 화성-15형의 놀라운 위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기존 5대 핵강국들과 마찬가지로, 신흥 핵강국인 조선도 자기의 전략무기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개괄적인 내용만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화성-14형과 화성-15형이 모두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지만, 그 두 미사일의 제원을 비교해보면, 화성-15형이 화성-14형에 비해 얼마나 더 강력하고 위력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인지 알 수 있다. 아래의 비교표에 나오는 여러 수치들은 미국의 미사일전문가들이 조선의 보도사진들에 나타난 그 두 미사일들의 실물형태를 제각기 분석한 추산결과를 취합하고, 재정리한 것이다.

▲ 화성-14형과 화성-15형의 비교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화성-15형의 놀라운 위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화성-14형과 제원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화성-15형에 도입된 최첨단 핵심기술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적 고찰이 더 요구된다.


2. 제3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의 엄청난 위력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사진들에 나타난, 화성-15형이 내뿜는 화염형태를 보면, 화성-15형은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5대 핵강국들은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는데, 조선은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
차별성은 그것만이 아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사진들을 보면, 화성-15형은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로 이루어진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기존 5대 핵강국들 중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기술이 가장 앞섰다는 미국, 러시아, 중국은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는데, 조선은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
이런 차별성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고체추진제보다 더 강한 추력을 내는 액체추진제를 화성-15형에 사용하였으므로, 구태여 3단형으로 만들지 않고 2단형으로만 만들었어도 다른 핵강국들이 만든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들보다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1월 29일 오전 2시 48분(평양시간) 평양의 교외지역에서 화성-15형이 거대한 발사폭음과 불줄기와 후폭풍을 내뿜으며 솟구쳐 오르는 장면이다. 최대고각발사체계로 진행된 시험발사에서 화성-15형은 최고정점고도 4,475km까지 상승하여 950km를 53분 동안 비행하였고, 동해의 설정된 수역에 탄착하였다. 화성-15형 전투부에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가 장착된다고 한다. 화성-15형의 사거리는 14,000km로 추산된다. 화성-15형은 100% 조선의 힘과 기술로, 조선의 실정에 맞게 개발되었다고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액체추진제를 탄체 내부 저장통에 주입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발사준비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따라서 적군에게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진 통념이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해서 발사준비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아니고, 적군에게 발사징후를 노출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탄도미사일을 발사지점에 이동시켜 수직으로 세워놓고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액체추진제를 주입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 조선에서는 탄도미사일 탄체 내부의 저장통에 미리 주입해놓고 이동할 수 있는 저장가능한 액체추진제(storable liquid propellant)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지하기지 안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탄체 내부의 저장통에 액체추진제를 주입한 뒤에 지하기지 차폐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발사지점까지 신속하게 이동하므로, 미국의 정찰위성들이 발사징후를 전혀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추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체추진제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하는 것보다 추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액체추진제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점이 자명해진다. 화성-15형은 그런 효율성과 이점을 지닌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 추력발생의 강도는 추진제성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보다도 로켓엔진성능에 의해 1차적으로 결정된다. 화성-15형에 장착된 로켓엔진은 조선이 지난 40여 년 동안 개발, 축적해온 고도의 로켓엔진공학기술이 집약된 최신형 로켓엔진이다. 그 최신형 로켓엔진이야말로 화성-15형의 위력을 세계에 과시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그 최신형 로켓엔진의 위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아래에 서술하는 두 가지 선행경험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 2016년 9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정지위성운반용 대출력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백두산로켓엔진이 사용되었다. 조선에서는 그 로켓엔진을 ‘백두산 계렬 80tf급 액체로케트’라고 하였다. 80톤포스(ton-force)라는 것은 지구 표면의 표준중력상태(standard gravity)에서 무게가 80t 나가는 물체를 밀어올리는 힘을 뜻한다. 2016년 9월 19일에 등장한 조선의 신형 로켓엔진은 80톤포스급 제1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이었던 것이다.

(2) 2017년 3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대출력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사용된 대출력로켓엔진의 추력은,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100톤포스 이상”이다. 100톤포스 이상이라고 했으므로, 그 추력을 110톤포스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3월 18일에 등장한 조선의 대출력로켓엔진은 110톤포스급 제2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이다. 2017년 7월 중에 조선이 두 차례 발사하였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대출력로켓엔진이 바로 110톤포스급 제2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이다.

그런데 화성-15형 1단 추진체에는 화성-14형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제2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이 그대로 장착된 게 아니라, 처음 보는 새로운 대출력로켓엔진이 장착되었다. 제2세대 백두산로켓엔진과 구별되는 새로운 대출력로켓엔진이 화성-15형 1단 추진체에 장착되었다는 사실은 아래와 같이 두 갈래로 설명된다. 

첫째,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5형 개발사업이 진척되던 나날에 “발동기분출시험장들에 나가시여 실태를 수시로 직접 료해하시면서 국방과학자, 기술자, 로동자들을 오늘의 성공에로 이끌어오시였다”고 한다. 이것은 화성-15형에 장착할 제3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을 개발하는 지상분출시험들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사진 3> 왼쪽 사진은 2017년 7월에 두 차례 발사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고, 오른쪽 사진은 2017년 11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화성-14형의 1단 추진체는 중앙에 추진로켓 1개가 장착되었고, 그 주위에 자세제어추진기 4개가 장착되었는데, 화성-15형의 1단 추진체는 중앙에 추진로켓 2개만 장착되었을 뿐, 그 주위에 자세제어추진기들이 보이지 않는다. 자세제어추진기가 장착되지 않은 것은, 화성-15형에 장착된 2개의 추진로켓들이 비행 중에 추력만 내는 것이 아니라 자세제어능력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최첨단 추진로켓은 분사구를 좌우로 움직여 추력의 분사방향을 조종함으로써 추진체의 비행자세와 비행속도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사진 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화성-14형의 1단 추진체는 중앙에 추진로켓(main rocket) 1개가 장착되었고, 그 주위에 자세제어추진기(vernier thruster, 조종로켓이라고도 부름) 4개가 장착되었는데, 화성-15형의 1단 추진체는 중앙에 추진로켓 2개만 장착되었을 뿐, 그 주위에 자세제어추진기들이 보이지 않는다. 자세제어추진기가 장착되지 않은 것은, 화성-15형에 장착된 2개의 추진로켓들이 비행 중에 추력만 내는 것이 아니라 자세제어능력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추력발생에 더하여 자세제어능력까지 첨가된 새로운 개념의 추진로켓은 추력방향제어(thrust vector control)능력을 지닌 최첨단 추진로켓이다. 이 최첨단 추진로켓은 분사구(nozzle)를 전후좌후로 움직여 추력의 분사방향을 조종함으로써 추진체의 비행자세와 비행속도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5형에 장착된 최신형 로켓엔진을 “중간비행구간 자세조종 및 속도교정에 의한 명중성, 추진력벡토르조종을 실현한 대출력발동기”라고 지적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추진력벡토르조종’이라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추력방향제어(thrust vector control)를 뜻한다. 화성-15형의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추력방향제어능력을 가진 최첨단 로켓엔진이 바로 제3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이며, 위에서 언급한 110톤포스급 제2세대 백두산로켓엔진보다 더 강한 추력을 내는 최고 수준의 로켓엔진이다. 제3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은 얼마나 강한 추력을 내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려면, 1960년대 후반 미국이 수직갱발사대에 실전배치하였던 타이튼(Titan)-II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숱한 대륙간탄도미사일들 가운데 하필이면 타이튼-II를 화성-15형의 비교대상으로 선정한 까닭은, 그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화성-15형과 마찬가지로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일 뿐 아니라, 1단 추진체에 대출력로켓엔진 2개를 장착하였기 때문이다.
화성-15형과 타이튼-II가 똑같이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해도, 타이튼-II는 수직갱발사대에서 쏘아올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므로 자행발사대차에 싣고 이동하는 화성-15형보다 몸집이 훨씬 더 크고 우람하다.
타이튼-II의 경우, 1단 추진체 길이는 20m, 1단 추진체 지름은 3m였다. 그런 1단 추진체에 장착되었던 대출력로켓엔진 LR87의 추력은 195톤포스였다. 그에 비해 이번에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에 나타난 화성-15형의 실물형태를 분석하면, 화성-15형의 1단 추진체는 길이가 15.3m이고, 지름이 2.4m인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1960년대 후반 미국이 수직갱발사대에 실전배치하였던 타이튼-II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촬영한 것이다. 화성-15형과 타이튼-II는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며, 1단 추진체에 대출력로켓엔진 2개를 장착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뭉툭하게 생긴 전투부 외형도 서로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타이튼-II는 수직갱발사대에서 쏘아올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므로, 자행발사대차에 싣고 이동하는 화성-15형보다 몸집이 훨씬 더 크고 우람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서술된 화성-15형의 1단 추진체와 타이튼-II의 1단 추진체를 비교하면, 화성-15형의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제3세대 백두산로켓엔진은 14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이라고 볼 수 있다. 3세대까지 진화를 거듭해온 백두산 계렬 로켓엔진들의 경우, 이전 세대의 기술을 넘어설 때마다 추력이 30톤포스씩 더 강력해졌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날 타이튼-II는 1단 추진체에 195톤포스급 로켓엔진 2개를 장착하고 390톤포스의 추력을 낼 수 있었는데, 그보다 크기가 작은 화성-15형은 1단 추진체에 140톤포스급 로켓엔진 2개를 장착하고 280톤포스의 추력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타이튼-II의 2단 추진체는 길이가 8.8m, 지름이 3m였던 것에 비해, 화성-15형의 2단 추진체는 길이가 3.5m, 지름이 2.4m로 추정된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5형의 2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을 “비추진력이 높은 발동기”라고 하였다. 이 로켓엔진도 이번에 새로 개발된 것이다.
타이튼-II의 2단 추진체에 장착된 LR91 로켓엔진의 추력이 45톤포스였으므로, 그것보다 크기가 절반 정도 되는 화성-15형의 2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의 추력은 22톤포스인 것으로 생각된다.

화성-15형의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제3세대 백두산로켓엔진 2개가 280톤포스의 추력을 냈고, 2단 추진체에 장착된 신형 로켓엔진 1개가 22톤포스의 추력을 냈다면, 화성-15형의 사거리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화성-14형의 사거리가 12,000km이고, 타이튼-II의 사거리가 15,000km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화성-15형의 사거리는 14,000km인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의 미사일성능에 대해 언제나 축소지향적으로 발표해오는 한국 국방부는 화성-15형의 사거리를 13,000km 이상으로 추산하였다.

▲ <사진 5> 조선은 전투부가 뭉툭하게 생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전에도 세상에 공개한 적이 있다. 위쪽 사진은 2015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 열병행진에 8축16륜 자행발사대차에 실려 등장했던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촬영한 것인데, 전투부가 뭉툭하게 생겼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8일에 현지지도한 핵무기병기화공장에 놓여있었던 그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뭉툭한 전투부를 촬영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화성-15형 전투부 표면에서 자취를 감춘 분사구들

화성-15형의 위력을 말할 때, 중요하게 언급되는 대상은 그 미사일의 전투부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사진을 보면, 화성-15형 전투부는 길이가 길고, 굵기도 굵으며, 뾰족하지 않고 뭉툭하게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은 전투부가 그처럼 뭉툭하게 생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전에도 세상에 공개한 적이 있다. <사진 5>는 2015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 열병행진에 8축16륜 자행발사대차에 실려 등장했던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촬영한 사진,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8일에 현지지도한 핵무기병기화공장에 놓여있었던 그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전투부를 촬영한 사진이다. 미국은 그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KN-14’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른다.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11월 29일 조립시설 안에서 발사준비를 갖추고 있는 화성-15형의 뭉툭한 전투부를 촬영한 것이다. 얼핏 보면, 화성-15형 전투부와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가 비슷해 보이지만, 유심히 관찰하면 전혀 다른 종류인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표면에 마치 혹처럼 달려있는 자세제어추진기 분사구 4개와 그 표면에 마치 조그만 구멍처럼 나 있는 역추진로켓 분사구 10개가 화성-15형 전투부 표면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성-15형 전투부 표면에서 자세제어추진기 분사구와 역추진로켓 분사구가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전투부 안에 각개발사식 대발재돌입체들이 들어있음을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징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얼핏 보면, 화성-15형 전투부와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가 비슷해 보이지만, 유심히 관찰하면 전혀 다른 종류인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사진 6>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표면에 마치 혹처럼 달려있는 자세제어추진기 분사구 4개와 그 표면에 마치 조그만 구멍처럼 나 있는 역추진로켓(retro-rocket) 분사구 10개가 화성-15형 전투부 표면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세제어추진기는 전투부의 비행방향과 비행속도를 조종하는 소형로켓이고, 역추진로켓은 전투부 덮개를 전투부 안에 있는 재돌입체와 분리시키는 초소형로켓이다. 화성-15형의 2단 추진체 표면을 다시 살펴보면, 길고 가는 형태로 도드라진 전선통로(cable duct) 아래쪽 표면에 자세제어추진기 분사구들이 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화성-15형 전투부 표면은 그런 자세제어추진기 분사구가 전혀 없이 아주 매끈하다.
전투부 표면에서 자세제어추진기 분사구와 역추진로켓 분사구가 보이지 않은 것은, 그 전투부 안에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들(multiple independently targeting reentry vehicles/MIRVs)이 들어있음을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징표다.

화성-15형 전투부 표면에서 흰색으로 칠해진 맨 앞부분 안에 소형고체로켓 1개가 들어있는데, 그것이 분사하면서 전투부 덮개와 그 안에 있는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들을 서로 분리시킨다. 그러므로 역추진로켓들이 필요하지 않으며, 겉에서 그 소형고체로켓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전투부 안에 있는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들의 밑부분에 소형고체로켓들이 1개씩 장착되었는데, 그것들이 비행 중에 방출되어 분사하면서 재돌입체의 비행방향을 유도한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화성-15형 전투부는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들이 들어간 다탄두전투부인 것이 분명하다. 겉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다탄두전투부 안에 들어있는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 1개 안에 핵탄두와 핵탄두폭발조종장치가 각각 1개씩 들어간다. 화성-15형 다탄두전투부 안에 들어있는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들이 돌진낙하비행 중에 각각 분리, 방출되면, 제각기 소형고체로켓엔진을 점화, 분사하면서 예정된 비행궤도에 따라 타격대상을 향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진낙하비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제아무리 미사일방어체계를 고도의 기술로 개발했다고 해도, 그렇게 여러 방향에서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들을 요격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 앞에서 미국 본토를 방어한다는 미사일방어체계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화성-15형 다탄두전투부에서는 핵탄두가 몇 발이나 방출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어줄 중요한 실마리는, 매우 흥미롭게도 동해의 밤하늘을 날아가던 민간항공기 조종사들이 전해준 목격담에서 발견되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7년 11월 29일 오전 3시 18분(평양시간으로 오전 2시 48분) 조선에서 발사된 화성-15형은 950km를 비행한 후, 오전 4시 11분(평양시간으로 오전 4시 41분) 일본 혼슈(本州) 최북단 아오모리(靑森)현 서부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ZZ) 안에 탄착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미우리신붕> 2017년 11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도꾜를 출발하여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던 일본항공(JAL) 여객기 조종사는 11월 29일 새벽 4시경 일본 니이가다(新潟)항 앞바다 상공을 지나던 중에 150km 이상 떨어진 동해 상공에서 “밝은 불덩어리 같은 것이 낙하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또한 동해 중앙부에 있는 대화퇴 어장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 오징어잡이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도 11월 29일 새벽 4시경에 유성보다 큰 붉은 섬광체가 밤하늘을 통과하고 있는 특이한 장면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위에 서술한 목격담에서 주목되는 것은 목격시각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5형의 탄착시각은 오전 4시 11분이었는데, 그들이 섬광체를 목격한 시각은 오전 4시경이다. 그들은 탄착시각보다 약 10분 전에 동해의 밤하늘에 나타난 섬광체를 목격한 것인데, 이것은 그들의 목격시각과 탄착시각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재돌입체가 최고정점을 지나 지상을 향해 돌진낙하하는 속도는 재돌입체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대기권 진입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그 평균속도를 마하 20(초속 6.8km)으로 본다. 초속 6.8km로 돌진낙하하는 재돌입체를 탄착시각보다 10분 전에 목격하였다면, 목격한 시각에 그 재돌입체의 비행고도는 지표면으로부터 3,000km 이상 되는 우주공간에 있었다. 그렇게 멀리 떨어진 우주공간에 날아가는 작은 섬광체를 사람의 육안으로 포착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일본항공 조종사와 일본 오징어잡이배 선원들은 허깨비를 본 것일까?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당시 화성-15형 전투부에서 여러 발의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들이 밤하늘에 터져오른 축포의 불꽃처럼 한꺼번에 분리, 방출된 것이 아니라, 돌진낙하하면서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분리, 방출되었다는 사실이다.
화성-15형의 탄착시각으로 보도된 오전 4시 11분은 돌진낙하하면서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분리, 방출된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들 가운데 맨 끝에 분리, 방출된 마지막 재돌입체가 동해 해수면에 탄착한 시각이다. 다른 재돌입체들은 그보다 앞서 분리, 방출되어, 오전 4시 11분 이전에 먼저 탄착하였다. 그러므로 일본항공 조종사와 일본 오징어잡이배 선원들은 먼저 탄착한 재돌입체가 오전 4시 11분 이전에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던 것이다.

위에 서술된 목격담에서 두 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탄착위치와 목격위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5형 재돌입체는 아오모리현 서부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동해 해상에 탄착하였다. 그런데 일본항공 조종사는 니이가다현 니이가다항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상공을 지날 때 밤하늘에서 섬광체를 목격하였다고 관제소에 신고하였고, 일본 오징어잡이배 선원들은 아오모리현 서부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대화퇴 어장에서 밤하늘을 통과하는 섬광체를 목격하였다고 관제소에 신고하였다. 아오모리현 서부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탄착위치에서부터 니이가다항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위치까지 거리는 약 300km이고, 아오모리현 서부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탄착위치에서부터 대화퇴 어장 중심부까지 거리는 약 250km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3개의 서로 다른 재돌입체들이 각각 다른 해상위치에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2017년 11월 29일 오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성-15형이) 발사시점에는 한 발만 관측되었으나, 떨어질 때는 몇 개로 나뉘었다. (다탄두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7>

▲ <사진 7> 위쪽 사진은 2017년 11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15형 발사현장 인근에 설치된 감시소에서 창문 밖으로 화성-15형이 상승비행하는 모습을 올려다보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화성-15형이 동해의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하였다는 보고를 받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행원들과 함께 기뻐하는 장면이다. 위쪽 사진에 보이는 컴퓨터 현시대에는 화성-15형의 상승궤도가 빨간 줄로 표시되었는데, 아래쪽 사진에 보이는 똑같은 컴퓨터 현시대에는 화성-15형의 낙하궤도가 전혀 표시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화성-15형의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들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낙하, 탄착하는 궤도가 그 현시대에 표시되었으나, 모호성의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 보도되는 사진에서는 그 낙하탄착궤도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화성-15형의 다탄두전투부에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 3개가 장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5형을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또 하나의 신형 대륙간탄도로케트무기체계”라고 하였다. 이전에 화성-14형은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케트”라고 하였는데, 이번에 화성-15형은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케트”라고 하였다. 화성-14형에 비해 화성-15형의 핵폭발위력이 훨씬 더 커졌다는 뜻이다.

화성-15형에 장착된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3발은 조선에서 생산되고 있는 경량화, 소형화, 표준화, 규격화된 기존 핵탄두들이 아니라,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에 장입되는 열핵탄두(수소탄두)들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바로 그 열핵탄두를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라고 표현한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의 선행경험을 보더라도, 사거리가 13,000km 이상 되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핵탄두가 아니라 열핵탄두를 장착한다.

화성-15형에 장착된 열핵탄두 3발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3개의 타격대상들을 약간의 시차를 두고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수 있다. 만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15형 6발을 미국 본토를 향해 동시에 발사하면, 미국 본토에 있는 대도시 18개를 약간의 시차를 두고 지도 위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
핵공학기술 측면을 보면, 조선은 각개발사식 다발재돌입체들이 들어간 다탄두전투부를 개발하는 것으로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려고 하였는데, 그런 다탄두전투부가 화성-15형에 장착되었으므로 국가핵무력이 완성된 것이다.


4. 전 세계에서 조선에만 있는 9축18륜 자행발사대차

<연합뉴스> 2013년 6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2010년 10월 중국 후베이싼장항텐완산(湖北三江航天万山)특종차량유한공사가 생산한, 벌채원목을 운반하는 데 쓰이는 8축16륜 특수차량 WS51200의 이동차대(rolling chassis) 6대를 수입하였다. 이동차대라는 것은 엔진, 변속기, 차축, 바퀴만으로 이루어진 기본구성체를 뜻한다. 중국은 그 이동차대에 미국 커민스(Cummins)사가 만든 8기통 엔진과 독일에서 생산된 자동변속기를 장착하였다. 차량생산에서 핵심기술은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만드는 기술인데, 중국은 8축16륜 특수차량에 들어가는 8기통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여 조립하였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당시 조선이 수입한 8축16륜 이동차대는 미국, 독일, 중국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사진 8> 위쪽 사진은 2017년 7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서 성대히 진행된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을 경축하는 음악무용종합공연무대의 초대형 배경화면에 나타난, 조선의 50년 미사일개발사를 보여주는 190편의 사진영상들 가운데 한 장면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 당시 후계자와 함께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 제작현장을 현지지도하는 장면이다. 뒤쪽에 화성-13을 탑재한, 아직 도색되지 않은 8축16륜 자행발사대차가 보인다. 그 자행발사대차는 아직 도색되지 않아 빨간색으로 칠해진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물체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차에 실리는 발사판(launch pad)이다. 아래쪽 사진은 2010년 10월 중국이 조선에 6대를 수출하였던 WS51200의 이동차대를 촬영한 것이다. 중국은 그 이동차대에 미국산 8기통 엔진과 독일산 자동변속기를 장착하였다. 조선은 미국, 독일, 중국의 기술이 도입된 그 특수차량 이동차대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각종 장비와 장치들을 조립, 설치하여 8축16륜 자행발사대차를 만들어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은 미국, 독일, 중국의 기술이 도입된 그 특수차량 이동차대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각종 장비와 장치들을 조립, 설치하여 8축16륜 자행발사대차를 만들어냈다. <사진 8>은 중국에서 수입한 8축16륜 이동차대가 8축16륜 자행발사대차로 개조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개조된 8축16륜 자행발사대차 6대는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각각 1발씩 탑재하고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 열병행진에 등장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사진 9>

▲ <사진 9> 이 사진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을 경축하는 열병행진에 화성-13을 탑재하고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차를 촬영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그 발사대차의 이동차대를 조선에 수출한 중국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쳤지만, 그 이동차대의 엔진이 미국산 엔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5년 전, 화성-13을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차가 등장하였을 때, 충격에 휩싸인 미국은 그 발사대차의 이동차대를 조선에 수출한 중국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쳤지만, 그 이동차대의 엔진이 미국산 엔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행진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관을 실은 신형 7축14륜 자행발사대차가 등장하였다. 이 자행발사대차는 조선부성회사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러시아의 유럴자동차공장(Ural Automotive Plant)과 기술합작으로 생산한 ‘태백산’이라는 대형화물차를 자행발사대차로 개조한 것이다. 합작생산이 끝난 2011년부터는 조선부성회사가 단독으로 ‘태백산’을 생산하고 있다. 자행발사대로 개조된 7축14륜 ‘태백산’에는 조선이 러시아와 기술합작으로 만든 240마력 8기통 엔진이 장착되었다. <사진 10>

▲ <사진 10>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행진에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관을 탑재하고 등장한 7축14륜 자행발사대차를 촬영한 것이다. 차량 전면 왼쪽에 '태백산'이라는 흰색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 자행발사대차는 조선부성회사가 생산한 대형화물차를 자행발사대차로 개조한 것이다. 자행발사대차로 개조된 7축14륜 '태백산'에는 조선이 러시아와 기술합작으로 만든 240마력 8기통 엔진이 장착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7축14륜 ‘태백산’ 자행발사대차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때로부터 불과 7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신형 9축18륜 자행발사대차가 등장하였던 것이다. 조선의 개발속도는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줄 만큼 참으로 빠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7년 11월 28일 밤, 화성-15형 발사준비현장에 도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축18륜 자행발사대차를 살펴보면서 “군수공업부문에서 발사대 차체와 발동기, 대형 다이야와 권양팔, 발사탁, 유압장치, 전기조종장치, 동력장치를 비롯한 모든 요소들을 100% 국산화, 주체화하는 돌파구를 열어제낌으로써 이제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대차를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한다.

9축18륜 자행발사대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 조선은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7축14륜 자행발사대차, 8축16륜 자행발사대차, 9축18륜 자행발사대차를 모두 보유하였는데, 그 중에서 7축14륜 자행발사대차와 9축18륜 자행발사대차는 자체로 생산하고 있다. 그 두 종의 자행발사대차를 자체로 생산하는 것은, 거기에 탑재되는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계렬생산(serial production)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렬생산이라는 말은 각급 제조공정들을 조직화한 대량생산을 뜻한다. <사진 11>

▲ <사진 11> 이 사진은 2017년 11월 29일 발사지점에 도착한 9축18륜 자행발사대차가 화성-15형을 발사판에 수직으로 세워놓은 뒤에 현장에서 벗어나는 장면이다. 화성-15형 발사는 차탄분리식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은 7축14륜 자행발사대차를 세상에 공개한 때로부터 불과 7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9축18륜 자행발사대차를 등장시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9축18륜 자행발사대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 이것은 조선이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계렬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화성-15형의 계렬생산과 9축18륜 자행발사대차의 계렬생산은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현대화, 첨단화된 핵공격력을 다져놓은 전환점으로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조선은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무서운 속도로 전력질주하는 중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7년 9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 제2차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동행한 당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연구부문의 책임일군들에게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핵반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적 공격능력을 계속 질적으로 다지며 곧바로 질주해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조선의 현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력적인 지도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그런 변화, 발전의 한복판에 화성-15형을 탑재한 신형 9축18륜 자행발사대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므로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화성-15형 계렬생산과 9축18륜 자행발사대차 계렬생산은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현대화, 첨단화된 핵공격력을 다져놓은 전환점으로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은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무서운 속도로 전력질주하는 중이다. 최종목표를 향해 곧바로 달려가는 조선의 질주속도를 아래의 비교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에 현존하는, 사거리가 가장 긴 10대 대륙간탄도미사일들>
▲ 각국 대륙간탄도미사일 비교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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