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30

‘평화의 악수’는 끝났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58)
자주시보 2019년 07월 2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남북관계개선공약을 파기한 배신행위
2. 천문학적 예산을 집중시킨 공격무력증강
3. 북의 거듭되는 비난, 경고, 예고
4. 스텔스전투기를 파철로 만드는 특별병기
5. 그리고 ‘평화의 악수’는 끝났다   


1. 남북관계개선공약을 파기한 배신행위 

2019년 3월 29일 오후 2시 35분, 충청북도 청주공군기지 활주로에 처음 보는 전투기 두 대가 내려앉았다. 착륙한 전투기 조종석에서 미국 공군 조종사 두 사람이 내렸다. 그 전투기는 문재인 정부가 거액을 주고 미국에서 반입한 F-35A 스텔스전투기다. 2019년 3월 24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룩공군기지에서 이륙한 F-35A 스텔스전투기 두 대는 하와이를 거쳐 여러 차례 공중급유를 받으며 13,800km를 비행하여 청주공군기지에 도착하였다. 

2014년 3월 24일 박근혜 정부는 대당 가격이 1억달러나 되는 F-35A 스텔스전투기 40대를 미국에서 반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 스텔스전투기는 북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평양을 폭격한다는 첨단공격무기다. 그런 스텔스전투기를 40대나 반입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결정은 북을 극도로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시켰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를 촛불민심으로 퇴진시키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파탄시킨 스텔스전투기 반입을 중단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에 전투기 조종사들과 정비사들을 미국에 파견해 F-35A 비행훈련 및 정비훈련을 받도록 조치하였다. 그렇게 되어 2018년 3월 28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스텔스전투기 생산공장에서는 F-35A 스텔스전투기 1호기를 문재인 정부에게 넘겨주는 출고식이 진행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위험한 행동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20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반입하기로 한 F-35A 스텔스전투기 40대에 더하여 20대를 추가로 반입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파탄시킨 박근혜 정부의 광란적 공격무력증강을 중단하기는커녕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준 충격사건이었다. 

돌이켜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서명, 채택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서 군사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민족 앞에 공약하였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 환영사에서, “김 위원장과 나는 진심을 다해 대화했습니다. 마음이 통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 공존하는 새 길을 열었습니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결광신자 박근혜가 벌여놓은 공격무력증강을 중단하기는커녕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3월 29일 F-35A 스텔스전투기가 충청북도 청주공군기지 활주로에 착륙하는 장면이다. 대당 가격이 1억 달러나 하는 이 스텔스전투기는 북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평양을 폭격한다는 첨단공격무기다. 그런 스텔스전투기를 40대나 반입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결정은 북을 극도로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시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반입하기로 한 F-35A 스텔스전투기 40대에 더하여 20대를 추가로 반입하겠다고 결정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8천만 겨레와 전 세계가 지켜본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전쟁위험이 없는 한반도를 말하며 적대관계해소를 강조했으면서도, 평양공격을 상정한 한미합동전쟁연습을 간판만 바꿔달고 계속해왔으며, 대결광신자 박근혜가 벌여놓은 공격무력증강을 중단하기는커녕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것은 남북정상회담에서 8천만 겨레에게 제시한 남북관계개선공약을 파기하는 배신행위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서명,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에서도 실질적인 전쟁위험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해소를 실행하기로 민족 앞에 공약하였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을 서명한 직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습니다. 남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협을 없애기로 합의했습니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결광신자 박근혜가 벌여놓은 공격무력증강을 중단하기는커녕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천만 겨레와 전 세계가 지켜본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전쟁위험이 없는 한반도를 말하며 적대관계해소를 강조했으면서도, 북을 공격하기 위한 각종 전쟁수단들을 외국에서 반입하거나 자체로 개발하는 대규모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모순되는 행동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의 악수’는 연출이었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시험을 중단하였고,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및 발사훈련도 중단하였고, 핵시험장을 폐쇄하였으며, 녕변핵시설단지를 폐쇄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해마다 계속해오던 조선인민군 군사훈련도 대폭 축소하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공격을 상정한 한미합동전쟁연습을 간판만 바꿔달고 계속 감행해왔으며, 대결광신자 박근혜가 벌여놓은 공격무력증강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것은 남북정상회담에서 8천만 겨레에게 제시한 남북관계개선공약을 파기하는 배신행위다. 


2. 천문학적 예산을 집중시킨 공격무력증강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나 그의 지지자들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 비무장화되었고, 군사분계선 일부구역에서 남과 북의 초소들이 상호폐쇄되었고, 남북을 잇는 군용전술도로가 개통된 것을 남북관계개선의 성과를 내세울지 모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전쟁준비를 위한 무력증강예산을 해마다 급증시키는 충격적인 현실 앞에서 그런 초보적인 성과들은 의미를 상실한다. 더 엄밀하게 지적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개선의 초보적인 성과들을 내보이며 전쟁위험을 해소하는 척하면서, 막후에서는 ‘방위력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9년 7월 2일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서울에서 진행된 제22회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장면이다. 연설에서 그는 2020년에는 올해보다 9.3% 늘어난 16조8,000억원의 방위력개선비를 지출할 것이라고 하면서 F-35A 스텔스전투기, 고고도무인정찰기 같은 첨단무기와 정보정찰능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연설에서 2019년 7월 1일 자신이 주한미국군사령관을 만났는데,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 100회 이상 강도 높은 육해공군훈련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오늘 문재인 정부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면서 공격무력을 증강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사태가 남북대화를 단절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남북관계는 계속 악화될 것이므로 '평화의 악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방위력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박근혜 정부보다 더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가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는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남북군사대결에 광분한 박근혜 정부가 2017년에 책정했던 ‘방위력개선예산’은 12조2,000억원이었는데, 남북관계개선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에 책정한 ‘방위력개선예산’은 10.7% 급증한 13조5,000억원이었고, 올해 2019년에는 무려 13.7%나 급증한 15조4,000억원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총 94조1,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집중시킨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을 실행하면서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F-35A 스텔스전투기 20대를 추가로 반입하는 예산, 중고도무인정찰기(MUAV)와 해상초계기 P-8A를 반입하는 예산, 차기 구축함 KDDX를 건조하는 예산, 미사일방어체계 KAMD를 구축하는 예산 등이 포함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반입 또는 개발하는 첨단공격무기들은 중국, 일본, 로씨야와 대결하는 전쟁수단이 아니라, 북을 공격하기 위한 전쟁수단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무력증강을 박근혜 정부의 수준으로 동결하였더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의 악수’를 의심하지 않겠지만, 오늘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능가하여 공격무력증강에 전력하고 있으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날 박근혜 정부는 적개심을 드러내며 공격무력을 증강했다면, 오늘 문재인 정부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면서 공격무력을 증강하고 있다. 두 정부 사이에는 노출이냐 은폐냐 하는 사소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런 엄중한 사태는 남북대화를 단절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남북관계는 계속 악화될 것이므로, ‘평화의 악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3. 북의 거듭되는 비난, 경고, 예고

남북관계가 차츰 악화되는 동안 북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개선공약을 이행해주기 바라면서 처음에는 비교적 가벼운 비판과 경고만 보냈다. 이를테면, 2019년 1월 20일 <로동신문>은 ‘긴장완화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정세해설에서 문재인 정부가 F-35A 스텔스전투기를 2019년 3월부터 넘겨받게 된 것을 지적하면서 “남조선 군부세력의 무력증강움직임은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하였고, “조선반도 정세긴장의 근원인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고, “군사적 대결이 관계개선의 분위기를 망쳐놓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런 비판과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2019년 3월 F-35A 스텔스전투기를 반입하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북은 비판수위를 비난수위로 높였다. 2019년 4월 7일 북은 ‘첨단전쟁장비도입책동은 무엇을 보여주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F-35A 스텔스전투기가 청주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을 두고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적대행위로서 온 겨레의 염원과 우리의 평화애호적인 노력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북남선언들과 북남군사분야합의서에 배치되게 박근혜 역도가 대결시대에 계획하였던 전쟁장비반입놀음을 고스란히 실행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배신적 망동”이라고 비난하였고, “사드와 같은 전쟁장비들을 하나라도 끌어내갈 대신 도리어 스텔스전투기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현 당국의 처사가 선제타격을 떠들며 동족대결에 광분하던 박근혜 정권과 과연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몰아세웠다.  

그리고 2019년 4월 12일 북의 최고령도자가 문재인 정부의 위험한 행동에 대해 경고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날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 함께 허울만 바꿔 쓰고 이미 중단하게 된 합동군사연습까지 다시 강행하면서 은페된 적대행위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조선군부호전세력의 무분별한 책동을 그대로 두고 (중략)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때늦기 전에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고 경고하였던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미국과 함께 허울만 바꿔 쓰고 이미 중단하게 된 합동군사연습까지 다시 강행하면서 은페된 적대행위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조선군부호전세력의 무분별한 책동을 그대로 두고 (중략)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때늦기 전에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경고하였다. 북은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문재인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엄중한 경고를 보냈고, 최근에는 특별병기를 개발하고 시험하겠다고 예고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북의 거듭되는 비난, 경고, 예고를 무시하고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을 자극하는 도발행동을 계속하였다. 북은 문재인 정부의 도발행동에 물리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9년 4월 25일 북은 ‘남조선당국의 배신적 행위는 북남관계를 더욱 위태로운 국면으로 떠밀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당국은 민족의 지향과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기대를 외면한 채 과거의 체질화된 도발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북남관계를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하였고, “앞에서는 <평화>와 <대화>를 운운하고 뒤에서는 여전히 동족을 반대하는 불장난질을 하고 있는 남조선당국의 이중적 행태를 리해할 수 없으며 추태를 예리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고 하면서, “남조선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책동을 로골화한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 (중략) 우리를 반대하는 로골적인 배신행위가 북남관계전반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분별 있게 처신하여야 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2019년 7월 11일 북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담화를 통해 “이번 전투기반입이 우리의 반발을 초래하고 조선반도정세를 군사적 긴장격화에로 떠미는 위험천만한 행위로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상전인 미국의 비위를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남조선당국의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력을 떠들어대고 있는 것을 보면 뻔뻔스럽기도 하고 가련하기도 하다”고 비난하면서 “우리 역시 불가불 남조선에 증강되는 살인장비들을 초토화시킬 특별병기 개발과 시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였다”고 예고하였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북은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문재인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엄중한 경고를 거듭 보냈고, 최근에는 특별병기를 개발하고 시험하겠다고 예고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북의 거듭되는 비난, 경고, 예고를 무시하고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을 자극하는 도발행동을 계속하였다. 

그래서 북은 문재인 정부의 도발에 물리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은 지난 7월 11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이 담화에서 예고하였던 특별병기를 꺼내들었다. 


4. 스텔스전투기를 파철로 만드는 특별병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7월 25일 신형 전술유도탄 무력시위사격을 현장에서 조직지도하면서 그 전술유도탄을 가리켜 “우리 국가의 안전에 무시할 수 없는 위협으로 되는 그것들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초기에 무력화시켜 쓰다 버린 파철로 만들기 위한 위력한 물리적 수단”이라고 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반입한 F-35A 스텔스전투기들을 임의의 시각에 신형 전술유도탄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무력시위사격을 현장에서 조직지도하면서 신형 전술유도탄을 개발, 보유한 것은 “우리 무력의 발전과 국가의 군사적 안전보장에서 커다란 사변적 의의를 가진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처럼 높이 평가한 전술유도탄의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의 언론매체들은 신형 전술유도탄 또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불렀다. 

신형 전술유도탄 발사과정을 관찰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체계의 우월성과 완벽성을 더 잘 알게 되였다”고 하면서, “특히 이 전술유도무기체계의 신속한 화력대응능력, 방어하기 쉽지 않을 전술유도탄의 저고도활공도약형 비행궤도의 특성과 그 전투적 위력에 대해 직접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을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높은 평가를 받은 신형 전술유도탄의 특성과 위력은 다음과 같다.  

(1) 신속기동과 신속발사 

북의 언론보도에 실린 이번 위력시위사격 보도사진을 보면, 신형 전술유도탄을 탑재한 4축8륜 발사차량이 등장하는데, 처음 보는 발사차량이다. 이 신형 발사차량은 2019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신형 전술유도탄을 탑재하고 등장했던 4축8륜 발사차량과 다르고, 2019년 5월 4일과 9일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진행한 화력타격훈련에 신형 전술유도탄을 탑재하고 등장했던 4축8륜 발사차량과도 다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9년 7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력시위사격을 현장에서 조직지도하는 장면이다. 사진 속에 나타난 물체는 신형 전술유도탄을 탑재한 신형 4축8륜 발사차량이다. 이 신형 발사차량은 위에 탑재된 전술유도탄을 방호하는 장갑덮개를 설치하였다. 평지에서 시속 70km로 달릴 수 있으며, 작전주행거리는 1,100km다. 신형 전술유도탄은 임의의 시각에 재빨리 발사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신속발사형 전술유도탄이다.     

이 신형 발사차량은 위에 탑재된 전술유도탄을 방호하는 장갑덮개를 설치하였다. 평지에서 시속 70km로 달릴 수 있으며, 작전주행거리는 1,100km다. 

또한 예비유도탄, 탑재용 기중기, 차량연료를 실은 보급차량이 따라다니므로, 한 발 쏘고 나서 곧바로 재장전할 수 있고, 장거리 기동 중에 차량연료가 떨어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신형 전술유도탄은 우수한 신속기동무기인 것이다. 

더욱이 신형 전술유도탄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므로, 발사명령을 받으면 액체연료를 주입할 필요 없이 곧바로 발사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임의의 시각에 재빨리 발사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신속발사형 전술유도탄인 것이다.   

(2) 극초음속비행과 저고도비행 

신형 전술유도탄의 특성들 가운데 하나는 극초음속비행이다. 신형 전술유도탄의 비행속도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전술유도탄의 비행속도는 초속 2km(마하 6.0)다. 같은 유형의 전술유도탄인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 비행속도도 초속 2km에 이른다. 초음속은 마하 1부터 5까지이고, 마하 6부터는 극초음속이다.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은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경이로운 무기다. 

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한국군, 주한미국군, 일본자위대가 배치한 미국산 페이트리엇 요격미사일의 비행속도를 보면, 구형 PAC-1의 비행속도는 마하 2.8이고, 신형 PAC-2와 PAC-3의 비행속도는 마하 4.1이다. 그런 비행속도로는 마하 6.0으로 날아가는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을 따라잡지 못한다.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 앞에서 미국산 페이트리엇 요격미사일은 무용지물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7월 25일 이른 아침 함경남도 호도반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밑에 진행된 위력시위사격에서 발사된 전술유도탄이 대지를 박차고 상승하는 장면이다. 사진에 나타난 비행궤적만 봐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상승비행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신형 전술유도탄의 비행속도는 초속 2km(마하 6.0)다. 비행속도가 마하 4.1밖에 되지 않는 미국산 페이트리엇 요격미사일로는 요격은커녕 따라잡지도 못한다. 신형 전술유도탄의 특성은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것이다. 화성 계열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는 130km 안팎인데, 신형 전술유도탄의 정점고도는 40~50km밖에 되지 않는다. 최저요격고도가 50km인 미국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저고도로 날아오는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을 요격하지 못한다.     

신형 전술유도탄의 또 다른 특성은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것이다. 화성 계열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는 130km 안팎이다.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를 130km 이하로 낮추면, 사거리가 비례적으로 줄어든다. 원래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은데, 그런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줄어들면 방사포를 쏘는 게 더 낫다. 

이전에 북은 미국산 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을 피하기 위해 화성 계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정상적인 정점고도인 130km보다 20km 더 높은 150km에서 비행하도록 발사하는 고각발사훈련을 해왔지만, 이번에 등장한 신형 전술유도탄은 매우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신형 전술유도탄의 정점고도는 40~50km밖에 되지 않는다. 단거리탄토미사일의 정점고도가 130km 정도인데, 신형 전술유도탄의 정점고도는 40~50km밖에 되지 않으니, 신형 전술유도탄이 얼마나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산 요격무기 PAC-3의 최고요격고도는 40km 이하이고, 미국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최저요격고도는 50km이므로, PAC-3의 요격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을 피하려면 정점고도를 40~50km에 맞춰야 하는데,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이 도달하는 정점고도가 바로 그 고도에 맞춰져 있다. 이런 사실을 보면, 미국산 요격무기가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을 요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절묘한 비탄도비행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은 탄도비행을 하지 않는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 상승비행 - 정점고도 도달 - 하강비행으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규칙적인 탄도비행을 하지만, 신형 전술유도탄은 복잡하고, 불규칙하게 비행한다. 탄도비행을 하지 않는 유도탄을 탄도미사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북에서는 전술탄도탄, 전술미사일이라고 부르지 않고 전술유도탄, 전술유도무기라고 부른다. 그런데도 미국 국방부와 남측 국방부는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을 단거리전술미사일이라고 부르며 자기들의 무지를 드러냈다.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은 발사 - 상승 - 정점고도 도달 - 하강 - 수평활공 - 급격도약 - 수직락하로 이어지는 복잡하고 불규칙한 비탄도비행을 한다. 발사된 후 탄체가 상승하여 40~50km의 정점고도에 이르면 곧바로 하강하기 시작하는데, 고도 20km 정도까지 하강하면, 하강을 멈추고 저고도 수평활공을 시작한다. 

저고도 수평활공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저고도 수평활공 중에 지휘차량이 발신하는 지령신호에 따라 비행방향을 다른 타격목표로 바꿔 비행궤도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9년 7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밑에 진행된 위력시위사격에서 발사된 신형 전술유도탄이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가는 장면이다. 아침해가 떠오르는 동해 상공으로 전술유도탄이 힘차게 비약하고 있다. 이 신형 전술유도탄은 탄도미사일이 흉내낼 수 없는 비탄도비행을 하는 특성을 지녔다. 발사 - 상승 - 정점고도 도달 - 하강 - 수평활공 - 급격도약 - 수직락하로 이어지는 복잡하고 불규칙한 비탄도비행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고도로 날아가는 수평활공이다. 저고도 수평활공 중에 지휘차량이 발신하는 지령신호에 따라 비행방향을 다른 타격목표로 바꿔 비행궤도를 변경할 수 있다.     

저고도에서 수평활공을 하던 탄체가 타격목표에 차츰 가까워지다가, 갑자기 급격도약으로 고도 30km 정도까지 솟구쳐 올랐다가 80~90도의 각도를 유지하면서 극초음속(마하 6.0)으로 타격목표에 내리꽂히는 수직락하를 한다. 

모든 미사일요격무기들은 포물선 탄도비행궤도를 컴퓨터로 계산하여 요격체를 발사하는데, 위와 같이 복잡하고, 불규칙적인 비탄도비행궤도를 컴퓨터로 계산하여 요격체를 발사하는 미사일요격무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은 모든 종류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천하무적 유도무기인 것이다. 

(3) 엄청나게 늘어난 사거리

이전에 등장한 4축8륜 발사차량들은 전술유도탄 두 발을 탑재했었는데, 이번에 등장한 신형 4축8륜 발사차량은 전술유도탄 한 발만 탑재했다. 두 발을 탑재하는 4축8륜 발사차량에 한 발만 탑재한 것은, 이번에 등장한 신형 전술유도탄이 이전에 등장한 전술유도탄에 비해 탄체길이는 같지만, 탄체지름은 더 길고, 탄체중량도 더 무겁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보도사진에 나타난 탄체를 비교해 보면, 이번에 등장한 신형 전술유도탄 탄체가 기존 전술유도탄에 비해 더 퉁퉁하고 굵어 보인다. 퉁퉁하고 굵은 탄체에는 고체연료가 더 많이 들어가므로, 연소시간이 그만큼 더 길어지고, 그에 따라 사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위력시위사격에서 발사된 신형 전술유도탄은 690km를 날아갔다. 미국은 처음에 신형 전술유도탄이 690km를 비행하였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600km라고 수정하였다. 자기들도 믿어지지 않아서 비행거리를 제멋대로 90km나 축소한 것이다. 미국은 북의 위력적인 무기성능을 어떻게 해서든지 축소하려고 애쓴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9년 7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밑에 진행된 위력시위사격을 시작하기 위해 4축8륜 발사차량에 탑재된 신형 전술유도탄을 수직으로 세우는 장면이다. 이전에 등장한 4축8륜 발사차량들은 전술유도탄 두 발을 탑재했었는데, 이번에 등장한 신형 4축8륜 발사차량은 전술유도탄 한 발만 탑재했다. 두 발을 탑재하는 4축8륜 발사차량에 한 발만 탑재한 것은, 이번에 등장한 신형 전술유도탄이 이전에 등장한 전술유도탄에 비해 탄체지름이 더 길고, 탄체중량이 더 무겁다는 것을 말해준다. 위의 사진에 나타난 모습을 보면, 신형 전술유도탄 탄체가 기존 전술유도탄에 비해 더 퉁퉁하고 굵어 보인다. 이런 현상은 고체연료가 더 많이 들어있음을 말해주는 것인데, 그에 따라 연소시간이 더 길어지고, 사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신형 전술유도탄의 사거리는 700km다.     

비행거리와 사거리는 서로 다르다. 발사점에서 탄착점까지의 환경-지리적 조건에 맞춰 사거리를 조절하여 쏘기 때문에 사거리는 비행거리보다 더 길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신형 전술유도탄의 사거리가 700km에 이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로씨야가 보유한 이스칸데르 전술유도탄의 사거리는 500km다. 이스칸데르는 유사한 종류의 전술유도탄 가운데 가장 긴 사거리를 자랑하는 세계기록을 보유하였는데, 놀랍게도 이번에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이 이스칸데르의 세계기록을 깨고 1위에 올라섰다.

상승, 하강, 수평활공으로 700km를 날아가려면, 많은 고체연료를 연소해야 하므로, 탄체는 2단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스칸데르 전술유도탄의 사거리가 500km를 넘지 못하는 까닭은, 1단 탄체는 아무리 고성능 고체연료를 사용하더라도 500km 이상 날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단으로 설계된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은 500km 한계를 돌파하여 약 200km를 더 날아갔다. 불가사의한 비행성능이다.  

(4) 경이로운 타격정밀도

신형 전술유도탄 위력시위사격을 보도한 현장사진들을 살펴보면, 약간 도드라지고 기다란 한 줄의 전선관이 탄체표면에 부착된 것이 눈길을 끈다. 전선관에는 전선이 들어있다. 전선관에 들어있는 전선은 탄체 앞부분에 있는 유도장치와 탄체 뒷부분에 있는 방향조절장치를 연결해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도장치가 전선을 통해 보내는 전기신호에 따라 방향조절장치가 좌우로 움직이며 탄체의 비행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종류의 전술유도탄인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탄체표면에 나있는 전선관은 탄체 중간부분에서 탄체 뒷부분까지 연결되어 길이가 짧다.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 탄체표면에 나있는 전선관은 탄체 앞부분에서 탄체 뒷부분까지 길게 연결되었다. 이것은 탄체 앞부분에 탄두가 있고, 탄체 중간부분에 유도장치가 있는 이스칸데르와 달리,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은 탄체 앞부분에 유도장치를 설치했음을 말해준다. 유도장치를 왜 탄체 앞부분에 설치했을까?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2019년 7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밑에 진행된 위력시위사격에서 신형 전술유도탄이 발사되는 장면이다. 엄청난 화염과 후폭풍이 뿜어져나오고 있다. 이 사진에 나타난 탄체를 유심히 살펴보면, 약간 도드라진 기다란 전선관이 탄체표면에 부착된 것이 눈길을 끈다. 이 전선관에 들어있는 전선은 탄체 앞부분에 있는 유도장치와 탄체 뒷부분에 있는 방향조절장치를 연결해준다.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의 유도장치가 탄체 앞부분에 설치된 것은,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가 설치되었음을 말해준다.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가 설치된 신형 전술유도탄은 타격오차범위를 5m 안팎으로 축소시킨 경이로운 타격정밀도를 자랑한다.     

탄체 앞부분에 설치된 유도장치는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Electro-Optical Digital Scene Matching Area Correlation)다. 이 유도장치는 반드시 탄체 앞부분에 있어야 하는데, 신형 전술유도탄의 유도장치가 탄체 앞부분에 있는 것은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가 설치되었음을 말해준다.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는 각종 유도장치들 가운데 정밀도가 가장 높은 최첨단유도장치다. 그런 최첨단유도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하여 신형 전술유도탄의 타격오차범위는 5m 안팎으로 축소되었다. 이스칸데르 전술유도탄들 가운데는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가 설치된 유형도 있고, 그렇지 않은 유형도 있는데, 전자광학유도장치가 설치된 이스칸데르의 타격오차범위는 5~7m다. 이스칸데르처럼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가 설치된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은 타격오차범위를 5m 안팎으로 축소시킨 경이로운 타격정밀도를 자랑한다. 2019년 5월 4일 북에서 진행된 화력타격훈련 중에 발사된 전술유도탄에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가 설치되었는데, 발사점에서 약 240km 떨어진 동해의 어느 돌섬에 설치된 작은 사각립면체 타격목표 정중앙에서 1m 정도 오른쪽으로 비껴나간 부위에 명중하였다.     


5. 그리고 ‘평화의 악수’는 끝났다    

북의 신형 전술유도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은 북에서 전승절을 이틀 앞둔 2019년 7월 25일이었다.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형 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을 조직지도하시였다”고 한다. 위력시위사격은 처음 듣는 말이다. 

북의 언론매체들은 이번 위력시위사격에 등장한 신형 전술유도탄과 유사한 전술유도탄과 대구경장거리방사포를 혼합사격하였던 2019년 5월 4일과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시였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위력시위사격을 조직지도하시였다”고 보도하였다. 두 개념은 서로 다르다. 화력타격훈련은 전투준비를 위한 일상적인 군사활동이고, 위력시위사격은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병기의 위력을 시위하는 비일상적인 군사활동이다. 

미국 국방부와 남측 국방부는 북이 신형 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했지만, 북은 시험발사가 아니라 위력시위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두 개념은 서로 다르다. 시험발사는 새로 만든 무기의 전투성능을 판정, 검열하는 군사활동이고, 위력시위사격은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병기의 위력을 시위하는 군사활동이다.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7월 25일 위력시위사격은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군부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이라고 하였다. 인용문에 나오는 “남조선지역에 반입되는 첨단공격형 무기들”은 F-35A 스텔스전투기를 뜻하는 말이고, “남조선지역에서 강행하려는 군사연습”은 2019년 8월 5일부터 시작되어 3주간 동안 진행될 한미합동전쟁연습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신형 전술유도탄 위력시위사격의 목적은 F-35A 스텔스전투기를 반입하고 전쟁연습을 재개하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엄중한 경고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북으로부터 엄중한 경고를 받은 문재인 정부가 F-35A 스텔스전투기 반입을 중단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한미합동전쟁연습을 중단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전쟁위험과 군사긴장을 해소하기로 민족 앞에 공약한 남북합의를 이행할 것인가 아니면 남북합의에 배치되는 공격무력증강과 전쟁연습재개를 감행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의 엄중한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전쟁연습을 재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극도로 자극을 받은 북은 사태를 관망하지 않을 것이며, 강경조치로 대응할 것이다. 이런 상황악화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합의를 외면하고, 북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면서 공격무력증강과 전쟁연습재개를 감행함으로써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사진 9>

▲ <사진 9> 이 사진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7월 25일 신형 전술유도탄 위력시위사격을 현지지도하면서 "남조선당국자들이 세상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반입과 합동군사연습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엄하게 비판하였다. 이런 사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연출한 '평화의 악수'가 끝났음을 말해준다. 지금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으로 다가서고 있다.     

지금 한일관계는 일본의 경제전쟁도발로 파국에 처했는데, 거기에 더하여 남북관계마저 파탄되면, 문재인 정부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가 공격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대북전쟁연습을 재개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해행동이 아닐 수 없다.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성사되었는데, 설마 남북관계가 파탄되기야 하겠는가 하는 안이한 생각은 금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위력시위사격을 현지지도하면서 “남조선당국자들이 세상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공격형 무기반입과 합동군사연습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엄한 비판이다. 이 엄한 비판은 문재인 대통령이 연출한 ‘평화의 악수’가 끝났음을 말해준다.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에 다가서고 있다.

2019/07/23

일본의 비수가 한국의 급소를 찔렀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57)
자주시보 019년 07월 2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일본의 비수가 한국의 급소를 찔렀다
2. 트럼프의 단계적 압박수법 따라하는 아베
3. 109년 동안 계속되는 싸움 
4. 미국과 일본의 공모로 조작된 강화조약 
5. 다가끼와 사또가 체결한 불법조약
6. 한일기본조약을 파기해야 하는 이유
7. 부속협정을 파기해야 하는 이유


1. 일본의 비수가 한국의 급소를 찔렀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으로 광분하고 있었던 1943년 9월, 평양에 있는 어느 이발소에서 이발사 조수로 일하던 17살 소년은 월급도 많이 주고, 학교에도 갈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본으로 끌려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오사까에 있는 일본제철소였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한 직후 소년은 월급도 많이 주고, 학교에도 갈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았다는 사실을 이내 알았다. 그곳은 생지옥이었다. 일본인 관리자들은 조선인 징용자들에게 하루 먹을 식량을 사흘분으로 나눠주면서 하루 10시간씩 혹사시켰는데, 야구방망이처럼 생긴 ‘정신봉’으로 때리며 노예노동으로 내몰았다. 월급은 적금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찾아갈 수 있다고 속이면서, 담배 두 갑을 살만한 돈만 월급으로 주었다. 

일제가 패망하고 노예노동에서 풀려나 서울에 돌아간 그 소년은 일흔 살이 넘은 노년기에 이르러서야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그것은 자신이 강제징용으로 노예노동을 했던 오사까 일본제철소가 자신에게 지급하지 않은 미불임금 460엔이 오사까공탁소에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이었다. 460엔을 당시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소를 열 마리를 살 수 있는 돈이다. 미불임금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74살이 되던 1997년 12월 다른 강제징용피해자 8명과 함께 미쯔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미불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벌였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그들에게 패소판결을 내렸고, 심지어 부산고등법원과 서울고등법원마저도 그들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2012년 5월 24일 한국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부당판결과 한국 고등법원의 부당판결을 뒤엎고, 강제징용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 역사적인 판결은 일제식민통치가 국가범죄라는 사실을 한국 대법원이 법적으로 공인한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정부는 일제식민통치범죄를 공식적으로 사죄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생길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을 당했다고 한국 정부에 신고한 22만4,835명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고,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한국인 피해자들에게도 배상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식민통치범죄를 영원히 덮어버릴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일본 정부는 당황하였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일제식민통치범죄를 드러내고 그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한국을 억누르기 위한 공격조치를 검토했다. 그들이 검토한 공격조치는 무엇인가?    

2013년 11월 14일에 발매된 일본의 우익주간지 <슈간분슌(週刊文春)>에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라는 매우 선정적인 제목의 특집기사가 실렸다. 특집기사는 한국인 강제징용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하여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금을 강제적으로 징수당하면 (일본의) 대항조치는 금융제재밖에 없다. 한국에는 대형은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고, 가장 큰 우리은행의 재정규모는 미쯔비시 도꾜은행의 10분의 1 이하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끊으면, 삼성도 하루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폭언을 늘어놓았다.

이 폭언에서 드러난 것처럼, 지금으로부터 6년 전에 벌써 아베 정권은 한국의 정당한 배상요구를 억누르기 위한 공격조치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오늘 아베 정권은 날카로운 비수로 한국의 ‘급소’를 찌르기 시작하였다. <사진 1> 

▲ <사진 1> 2019년 7월 4일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경제재재를 발동하였다. 일본은 경제제재라는 비수로 한국의 급소를 찔렀다. 일본이 비수로 찌른 한국의 급소는 한국 경제의 대일종속이다. 일본이 대일종속이라는 급소를 비수로 찌르면 대일종속이 죽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가 쓰러지고, 종당에는 한국 경제가 죽게 된다. 사태는 심각하다. 이에 당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7월 7일부터 11일까지 일본을 급히 방문하였다. 그는 도꾜에 머무는 동안 일본 은행가들과 만나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였다고 한다. 위의 사진은 그런 사정을 보도한 일본 텔레비전 보도화면이다.     

6년 전, 일본의 주간지가 특집기사에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는 제목을 달아놓은 우연이 아니었다. 2012년 12월 26일에 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와 그의 각료들은 일본이 덮어버린 일제의 식민통치범죄를 한국이 다시 들춰내어 한일관계가 정면충돌로 치닫게 될 때, 한국의 ‘급소’를 찔러버리면 한국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은 오판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한국에게는 일본의 비수공격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된 ‘급소’가 있다. 일본의 비수는 무엇이고, 한국의 ‘급소’는 무엇인가? 

일본의 비수는 경제제재이고, 한국의 ‘급소’는 한국 경제의 대일종속이다. 한국의 ‘급소’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 경제의 대들보라고 할 수 있는 전자산업이 일본의 전자산업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전자산업의 핵은 반도체다. 반도체산업이 발전해야 전자산업 전반이 발전하는 법이다. 한국 경제에서 그처럼 중요한 자리인 반도체산업의 형편은 어떠한가? 2019년 6월 25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도 한국의 반도체생산액은 122조9,084억원이고, 반도체소자생산액은 2조7,024억원이다. 또한 2018년도에 한국의 반도체부문수출액은 1,260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전체 수출액 6,049억 달러의 20%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반도체장비를 국산화한 비률은 18.2%밖에 되지 않고, 반도체소재를 국산화한 비률도 50.3%에 그쳤다. 2017년을 기준으로 세계 반도체장비시장 점유률을 보면, 일본은 28.2%인데, 한국은 3.6%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커다란 격차는 한국이 일본산 반도체장비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좌우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수출물량만 생각하면, 한국은 반도체강국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상황이 보인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체격이 크지만 체질과 체력은 매우 허약하다. 체질과 체력이 허약한 사람이 외부공격을 받으면, 어이없게 쓰러진다. 만일 한국의 허약한 반도체산업이 일본의 집중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 한국 경제 전반이 시들어 죽게 된다. 그런데 2019년 7월 4일부터 일본은 그런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비수로 찌르는 치명적인 공격을 개시하였다. 사태는 심각하다. 

(2)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한국의 전자산업은 일본에게 종속되었다. 대일종속이라는 말은 한국의 전자제품생산업체들이 일본에서 수입한 핵심소재와 핵심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들고, 거기에 자기 상표를 붙여 세계시장에 판매한다는 뜻이다. 세계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삼성전자제품들을 뜯어보면, 일본산 핵심소재들과 핵심부품들이 들어있다. 이를테면, 액정텔레비전화면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세계수출시장에서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하지만, 거기에 핵심부품으로 들어가는 편광판의 소재로 쓰이는 필름(TAC)의 세계수출시장은 일본 기업들인 후지필름과 고니까 미놀타가 100% 장악하였다. 또한 세계수출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품목인 삼성전자의 지능손전화기(smart phone)를 보면, 터치패널은 스미또모화학의 제품이고, 적층쎄라믹콘덴서와 무선랜모듈은 무라다제작소의 제품이다. 또한 반도체 원판인 씰리콘 웨이퍼의 경우, 일본의 세계수출시장점유률은 70%인데, 한국이 수입하는 씰리콘 웨이퍼 수입량 중에서 일본산 수입량은 34.6%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기업들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차량반도체를 국산화한 비율은 2~3%밖에 되지 않지 않고, 차량반도체에서 핵심부품인 전자제어장치(ECU)는 일본 덴소에서 수입한다.   


2. 트럼프의 단계적 압박수법 따라하는 아베

한국 경제는 속이 비어있는 강정을 닮았다. 기술자립도가 매우 낮고,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아 대일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일본이 대일종속이라는 급소를 더 강하게 찌르면, 한국의 경제는 쓰러질 것이다. 대일종속이라는 급소를 강하게 찔린 한국 경제가 쓰러지는 불길한 예상씨나리오는 한국에게 악몽이지만, 2019년 7월 4일 아베 정권이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찌르는 경제제재를 발동한 것으로 하여 그 악몽은 현실로 다가섰다. 긴박해진 사정은 다음과 같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2019년 7월 4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생산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일본산 3대 핵심소재를 한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경제제재를 발동하였다. 일본의 경제재재는 반도체생산에서 필수적인 3대 핵심소재인 감광액(포토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허가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놓고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까다로운 수출허가절차를 통해 엄격히 관리하는 것은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다는 뜻이다.  

감광액을 생산하는 도꾜오까공업, JSR, 신에쯔화학,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스텔라 케미파, 모리따화학공업, 그리고 불화폴리이미드를 생산하는 스미또모화학은 60~103년 전에 창설된 세계 굴지의 일본 기업들인데, 한국에 자회사나 합작사로 생산공장을 차려놓고 일본의 첨단기술로 반도체 핵심소재를 생산하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에 판매해왔다. 그러나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있는 일본 반도체기업의 자회사나 합작사가 생산하는 핵심소재를 한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으며, 다급해진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이 제3국에 설립한 생산공장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입하는 것도 가로막았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2018년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일관계는 심각하게 악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까에서 진행된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은 싸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8초 동안 악수만 하고 헤어졌다. 한일정상회담은 없었다. 한국을 외교거래를 할 수 없을 만큼 어리석은 나라라고 모욕하고 멸시하는 망언을 사석에서 늘어놓은 아베를 만나 정상회담이나 한다고 뭐가 해결될까? 일본이 경제재재라는 비수로 한국의 급소인 대일종속을 찔렀으니, 이제는 속 빈 강정 같은 수출강국타령은 그만하고, 대일종속에서 벗어나는 경제자립전략을 서둘러야 할 때다. 남과 북이 힘을 합하면 민족경제를 자립화하고, 자주통일강국의 민족자립경제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굴욕적이고 불안정한 대일종속경제는 자주적이고 안정적인 민족자립경제로 대체되어야 한다. 민족공동번영의 길이 거기에 있다.     

이러한 경제제재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기업인 ASML이 2018년에 생산한, 대당 가격이 1,500억원이나 하는 극자외선(EUV)설비 12대를 1조8000억원을 들여 수입하였다. 이 초고가 극자외선설비는 삼성전자가 차세대반도체(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최첨단 설비다. 차세대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기 위한 필수품목이다. 현재 차세대반도체부문에서 대만적체전로제조공사(TSMC)는 세계시장점유률을 49%로 끌어올려 세계 1위이고, 시장점유률이 19%인 삼성전자는 세계 2위다. 대만적체전로제조공사와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극자외선설비를 가동하여 2030년까지 차세대반도체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려는 야심만만한 도전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극자외선설비를 가동하려면 자체로 만들지 못하는 감광액을 도꾜오까공업, JSR, 신에쯔화학에서 전량 수입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일본의 경제제재에 가로막혀 감광액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었고, 1조8000억원을 들여 수입한 극자외선설비들도 멈춰서 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전자산업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다. 2019년 7월 9일 한국의 중소기업중앙회가 269개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결과를 공개하였는데, 일본의 경제제재가 지속되면 한국의 중소기업 가운데 5.9%는 1개월도 버틸 수 없고, 23%는 1개월 이상 3개월까지 버틸 수 있고, 30.1%는 3개월 이상 6개월까지 버틸 수 있고, 40%는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중소기업 가운데 46.8%는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7월 4일에 발동한 경제제재는 2단계 조치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만일 한국이 1단계 제재를 받고서도 계속 버티면, 2단계 제재를 발동하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아베 정권은 한국이 굴복할 때까지 추가제재를 가중시키면서 최대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다. 평소에 트럼프에게 붙어 돌아가며 아첨하는 아베는 경제제재에서도 트럼프의 단계적 압박수법을 따라하고 있다. 

일본이 노리는 2단계 제재 가운데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것은 돈줄을 끊어버리는 금융제재다. 2019년 7월 9일 한국의 경제전문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금융기관들로부터 빌린 융자액은 2018년 9월 현재 586억달러(69조1773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일본금융기관들로부터 248억달러를 빌렸고, 해외에 있는 일본금융기관들로부터 338억달러를 빌린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일본이 금융제재를 발동하여 한국의 돈줄을 끊어버리면, 한국 경제는 수습하기 힘든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지금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경제가 무너지는 꼴을 보든지 아니면 일본에게 굴복하든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사태는 심각하다.   


3. 109년 동안 계속되는 싸움   

2013년 11월 14일에 발매된 일본우익주간지 <슈간분슌>에 실린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특집기사에는 아베 총리 주변에 있는 어느 소식통이 전한 이야기가 있다.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언젠가 아베 총리는 “중국은 어처구니없는 나라지만, 아직은 이성적인 외교거래를 할 수 있으나,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나라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망언은 일본이 한국과 중국을 각각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들의 시각으로 보면, 중국은 어처구니없지만 외교거래는 할 수 있는 존재로 보이고, 한국은 외교거래마저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리석은 존재로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날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조선민족을 멸시하였던 일제침략자들의 범죄심리가 아베 총리에게 전이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중국 대륙에 침략전쟁의 불을 지르고 중화민족을 멸시하였던 일제전범들의 범죄심리가 아베 총리에게 전이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본의 범죄심리에 따르면, 한국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제식민통치범죄를 지적하면서 일본을 자극하고 있으므로, 그처럼 어리석게 구는 한국을 경제제재로 압박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일제식민통치범죄를 사죄하고 그에 합당한 배상을 하기는커녕 되레 한국을 멸시하고, 한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경제제재를 발동하였다.   

그런 멸시와 압박을 받은 한국은 격분했지만, 격분만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한일관계에서 파열음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에서 파열음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은 한일관계사에서 찾을 수 있다. 한일관계사를 돌이켜보면, 한일관계를 국제법적으로 규정한 세 개 조약이 눈길을 끈다. 한일관계는 바로 이 조약들에 의해 결정되었다.  

대한제국과 일본제국이 1910년 8월 22일에 조인하고, 8월 29일에 발효시킨 한일병합조약이 있다. 창덕궁에서 진행된 대한제국의 마지막 어전회의에서 한일병합조약체결문제가 논의되었다. 그 문제에 대해 각료 8명은 찬성하였고, 각료 1명은 반대하다가 퇴장당했다. 그 직후, 일왕 메이지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조선통감 데라우찌 마사다께는 순종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을 자기 관저로 불러 한일합병조약문을 함께 조인하였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생각하면, 한일합병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조약을 체결한 형식과 절차에서 불법성이 없었던 듯하다. 

그런 까닭에 한일병합조약에 따르면, 일본제국이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탄한 것이 아니라, 대한제국이 자진해체되고 일본제국에게 자발적으로 통합되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일본은 바로 그런 논리를 들고 나와 한일병합조약체결이 합법이었다고 강변한다. 

만일 일본이 강변하는 것처럼 한일병합조약체결이 합법이라면, 일제식민통치도 합법으로 되고, 조선인들을 징병, 징용, 학병, 종군위안부로 끌어간 것도 합법으로 되는 것이다. 만일 일본이 강변하는 것처럼 한일병합조약체결이 합법이라면, 일제식민통치체제를 타도하기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한 조선의 항일무장투쟁과 항일독립운동은 모두 불법으로 되는 것이며, 항일선렬들도 불법행위자로 되는 것이다. 만일 일본이 강변하는 것처럼 한일합병조약체결이 합법이라면, 한국은 일본에게 식민통치피해를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요구하지 못하게 된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대한제국과 일본제국이 1910년 8월 22일에 조인한 한일병합조약문 일부를 촬영한 것이다.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의 서명날인과 조선통감 데라우찌 마사다께의 서명날인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한일병합조약은 조약으로 성립될 수 없는 불법조약이다. 왜냐하면, 조약체결당사자인 이완용이 조약을 체결할 법적 자격과 권한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순종이 그를 내각총리대신에 임명했어야 적법인데, 이또 히로부미가 그를 임명했으니 임명 자체가 불법이다. 또한 이완용은 당시 일제의 무력강점과 식민통치를 반대한 조선민족 절대다수의 의사를 배반한 매국역적이었으므로 조약을 체결할 법적 자격과 권한을 갖지 못했다. 조약을 체결할 법적 자격과 권한을 갖지 못한 부적격자가 체결한 한일합병조약은 원천무효다.     

한국에서는 한일합병조약이 합법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일본에서는 한일합병조약이 합법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109년이 지난 오늘 한국은 조약체결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일본은 조약체결이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큰 쟁점은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한 당사자에게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법적 자격과 권한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 입증하는 것처럼, 조약체결당사자인 이완용은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할 법적 자격과 권한을 갖지 못했다. 왜냐하면, 일제가 조선을 강점, 병탄하기 위해 그를 내각총리대신에 불법적으로 임명하였기 때문이다. 순종이 임명했어야 적법인데, 이또 히로부미가 임명했으므로 불법이다. 이완용은 불법적으로 내각총리대신에 임명되었으므로, 조약체결당사자로서 법적 자격과 권한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조선민중은 이완용이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되기 이전, 친일반민족행위를 자행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그를 매국역적으로 심판하고, 그를 처단하려고 하였다. 그의 매국역적행위를 보고 격노한 민중은 1907년 6월과 7월 두 차례나 이완용의 집에 몰려가 불을 지르면서, 그를 체포, 처단하려고 하였다. 그 때마다 이완용과 그의 가족은 남산 왜성대로 피신하여 목숨을 건졌다. 민중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매국역적 이완용을 처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가두시위, 허수아비화형식, 규탄집회를 계속 진행하였고, 열혈청년들은 그를 처단하기 위한 암살단을 곳곳에서 조직하였다. 1909년 10월 26일 항일의병장 안중근은 중국 하얼빈 역두에 나타난 이또 히로부미에게 정의의 총탄을 발사하여 그를 처단하였고, 1909년 12월 22일 항일투사 이재명은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벨지끄황제추도식에 참석하고 나오는 이완용의 가슴팍에 정의의 칼을 꽂았다. 치명상이었는데, 당시 서울을 방문 중이던  일본인 외과의사들이 두 달 동안 치료해주는 바람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 자상후유증에 시달리던 이완용은 1926년에 죽었다.

위와 같은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완용은 당시 조선민족 절대다수의 의사를 배반한 매국역적이었고, 일제침략자들이 불법적으로 임명한 허수아비 내각총리대신이었으므로, 그에게는 조약을 체결할 법적 자격과 권한이 없다. 조약을 체결할 법적 자격과 권한을 갖지 못한 부적격자가 체결한 한일합병조약은 원천무효다.  


4. 미국과 일본의 공모로 조작된 강화조약    

1951년 9월 8일 미국 쌘프랜시스코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교전국 48개국과 패전국 일본이 강화조약을 체결하였다. 이 강화조약이 체결된 것으로 하여 제2차 세계대전의 교전관계가 국제법적으로 종식되었다. 교전국과 패전국이 교전관계를 국제법적으로 종식시키는 것은, 전쟁 중에 패전국이 강점했던 점령지를 교전국에게 되돌려주는 영토귀속문제를 국제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고, 전쟁 중에 패전국이 교전국에게 입힌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문제를 국제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처럼 중대한 조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로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교전국이 아니라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비록 교전국 지위를 갖지 못했더라도, 교전단체 지위를 가졌더라면, 조약체결당사자로 될 수 있었지만,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이 체결되던 1951년 당시 한국 정부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각료가 한 명도 없었다. 초대 국무총리 이범석과 초대 무임소장관 지청천이 대일전쟁에 참전한 적이 있었지만,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초까지 대일전쟁에 참전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0년 9월 17일 중국 충칭에서 광복군이 창설되었을 때, 이범석과 지청천은 광복군 고위지휘관으로 취임하였지만, 그들이 지휘한 광복군은 일본군과 한 번도 교전하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군과 교전하였던 조선의 유일한 교전단체는 조선인민혁명군이었고, 그 교전단체의 주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창건하였으므로, 쌘프란시스코 강화조약체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교전국으로 참가하여야 마땅한 일이었으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미국과 국교를 맺지 않았으므로, 조약체결을 주도한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조약체결에 참가시키지 않았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1951년 9월 8일 일본 총리 요시다 시게루가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문에 서명하는 장면이다. 이 강화조약이 체결된 것으로 하여 제2차 세계대전의 교전관계가 국제법적으로 종식되었고, 전후 영토귀속문제와 전후 전쟁피해배상문제가 국제법적으로 해결되었다. 그런데 일제침략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우리 민족이 배제된 채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이 체결되었다.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체결은 전쟁범죄국이며 식민통치범죄국인 일본에게 행운이었고, 그들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는 불운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민족에게 불운을 안겨준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이 박정희 친일독재정권과 사또 우익정권이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의 모체조약으로 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의 공모로 조작된 강화조약은 오늘도 우리 민족에게 불행과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일제침략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우리 민족이 배제된 채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이 체결되었으므로, 그 조약에서 한반도 영토귀속문제(독도를 한국 영토로 귀속시키는 문제)에 관한 논의, 그리고 일제침략전쟁에서 우리 민족이 입은 막대한 전쟁피해를 배상하는 문제에 관한 논의는 완전히 배제되거나, 일본의 의사대로 부당하게 처리되고 말았다.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체결은 전쟁범죄국이며 식민통치범죄국인 일본에게 행운이었고, 그들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는 불운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민족에게 불운을 안겨준 쌘프랜시스코 강화조약이 박정희 친일독재정권과 사또 우익정권이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의 모체조약으로 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의 공모로 조작된 강화조약은 오늘도 우리 민족에게 불행과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5. 다가끼 마사오와 사또 에이사꾸가 체결한 불법조약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던 1951년에 시작된 이후 장장 14년 동안 실무협상을 무려 1,500여 차례나 진행한 끝에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되었다. 한국에게 불행만을 안겨준 그 조약이 체결된 날은 1965년 6월 22일이다.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실무협상이 그처럼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까닭은 이승만 친미독재정권이 일본에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협상이 진척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다. 1949년에 이승만 친미독재정권이 처음으로 작성한 ‘배상조서’에는 일제식민통치범죄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문제가 전혀 기록되지 않았고, 1950년 10월 주일대표부 대일강화조사위원회가 작성한 ‘대일강화조약에 대한 기본태도와 그 법적 근거’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일제의 식민통치조약들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일제식민통치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추인 또는 묵인”할 수 있다고 서술되었다. 이승만 친미독재정권은 1952년 2월 20일에 진행된 한일 재산 및 청구권 문제 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일제식민통치피해에 대한 배상청구를 포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제강점기에 만주군관학교에 지원하면서 일제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써서 바쳤고, 졸업 후에는 일제침략군에 입대하여 복무하였던 친일민족반역자 박정희(다가끼 마사오)가 1961년 5월 16일 군사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찬탈하였다. 그때부터 한일관계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1962년 11월 11일 미국 대통령 존 케네디의 초청을 받고 워싱턴으로 가는 길에 도꾜를 방문한 박정희는 일본 총리 이께다 하야또와 비밀회담을 진행하였다. 케네디가 박정희를 백악관에서 만나주는 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이께다를 먼저 만나보고 자기에게 오라는 것이었는데, 박정희는 그 요구를 따랐다. 도꾜 비밀회담에서 이께다는 식민통치피해배상금이 아닌 경제협력자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그것도 5,000만 달러밖에 주지 않을 것이며, 현찰지급이 아니라 산업시설을 건설해주겠다는 망언을 늘어놓았다. 

1962년 11월 박정희의 심복인 김종필(당시 중앙정보부장)과 일본 관방장관 오히라 마사요시가 밀약을 맺었다. 밀약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무상자금 3억 달러, 정부 차관 2억 달러, 민간신용공여 1억 달러를 받는다는 것이었는데, 밀약문서에는 대일청구권이라는 말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이것은 박정희 친일독재정권이 배상금을 받아내려던 것을 포기하고, 일본의 요구에 굴복하여 경제협력자금을 받아내기로 밀실담합하였음을 뜻한다. <사진 5> 

▲ <사진 5> 위의 사진은 1965년 12월 17일 박정희가 청와대에서 한일기본조약 협정비준서에 서명하는 장면이다. 한일기본조약은 1965년 6월 22일에 체결되었고, 협정비준서는 12월 17일에 조인되었고, 이튿날 조약체결쌍방이 교환하였다. 위의 사진에는 협정비준서에 서명하는 박정희 곁에 국무총리 정일권, 비서실장 이후락, 외무장관 이동원, 주일대사 김동조 등이 둘러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박정희는 일제강점기에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군 육군소위로 복무한 친일반민족행위자이고, 정일권은 봉천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군 장교로 복무한 친일반민족행위자이고, 이후락은 일본항공기정비학교를 졸입하고 일본 육군 하사로 복무한 친일반민족행위자이고, 김동조는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의 저항을 일본인들에게 밀고한 공로로 조선인들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배급하는 전시책임자가 된 친일반민족행위자다.     

박정희 친일독재정권은 굴욕적인 한일기본조약체결을 반대하는 민중의 투쟁을 경찰폭력으로 짓누르고 1965년 6월 22일 사또 우익정권과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였다. 

1962년 11월 박정희-이께다 비밀회담으로 한일기본조약체결을 위한 협상이 재개되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3년 뒤인 1965년 6월에 한일기본조약이 체결된 것은 협상이 매우 신속하게 마무리되었음을 말해준다. 신속하게 마무리된 원인은 무엇인가? 그 원인은 배상을 포기하고 경제협력자금을 받아내 경제개발을 추진하려는 박정희의 무분별한 욕망, 또는 한일관계를 정상화하여 미국이 관리하는 동북아시아 반공반소진영을 강화하려는 백악관의 전략 등으로 설명되는데, 거기에 더하여 일본의 뇌물을 받아먹고 매수된 박정희가 일본의 요구를 받아주는 바람에 한일기본조약이 그처럼 신속히 체결되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일본이 박정희를 뇌물로 매수하였다는 사실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1966년 3월 18일에 작성한 비밀보고서에 들어있다. ‘한일관계의 미래’라는 제목의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961년부터 1965년까지 민주공화당(당시 총재는 박정희)에게 총 6,600만 달러를 주었고, 한국 정부가 방출한 쌀 60,000톤을 일본에 수출한 한국 기업 8개도 민주공화당에 115,000달러를 상납했다고 한다. 한일기본조약은 뇌물수수와 검은 뒷거래로 체결된 불법조약이다.  


6. 한일기본조약을 파기해야 하는 이유

한일기본조약은 일제식민통치범죄를 사면해주고, 한국의 독도영유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일본에게 받아내야 할 식민지피해배상청구를 포기하게 만든 불법조약이며, 민족의 존엄과 자주성을 훼손한 반민족적 조약이다. 개정협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불법적이고 반민족적이다. 그 불법조약 중에서 이 글의 주제에 맞춰 일제식민통치범죄 및 한국의 대일청구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박정희 친일독재정권은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할 때, 일본의 강도적 요구를 받아주면서 일제식민통치범죄를 합법화하였다.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반민족적 죄악이다.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명기되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제가 조작한 식민통치조약 및 협정은 처음부터 무효인데도, 박정희 친일독재정권은 “이미(already)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명기하려는 일본의 교활한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미 무효”라는 말은 “처음부터 무효”라는 말을 쓰지 않기 위해 일본이 의도적으로, 교묘하게 집어넣은 대체용어다. 다시 말하면, 일제가 조작한 식민통치조약 및 협정은 원래 합법적으로 체결된 것인데, 1945년 8월 15일 일제 패망으로 무효화되었다는 일본의 강도적 요구를 박정희 친일독재정권이 받아들인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위쪽 사진은 1944년 어느 날 일본 홋까이도 비바이탄광에 끌려가 노예노동을 강요당한 조선인 강제징용피해자들이 찍은 기념사진이고, 아래쪽 사진은 일제강점기에 생지옥 같은 탄광노동에 내몰린 광부가 막장에서 채탄작업을 하는 장면이다. 일제강점기에 악명 높은 전범기업이었던 미쯔비시가 운영한 비바이탄광에는 조선인 75명이 징용으로 끌려가 노예노동을 강요당했는데, 그 가운데서 7명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10대 소년들이다. 일제는 조선인 780만명을 12,627개소의 작업장에 끌어가 노예노동을 강요하였다. 강제징용으로 혹사당하다가 억울하게 희생된 조선인은 15만명에 이른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을 강제징용한 전범기업들 가운데 지금도 남아있는 기업은 미쯔비시, 미쯔이, 스미또모, 히다찌, 닛산, 마쯔다, 도요다, 니콘, 도시바, 가네보, 기린, 파나소닉 등 299개나 된다. 우리는 일제침략자들이 우리 선조에게 자행한 극악하고, 야만적인 식민통치범죄를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하며, 자주통일강국을 세워 반드시 결산해야 한다.     

박정희 친일독재정권과 사또 정권이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서 식민통치조약 및 협정체결을 합법화하였기 때문에, 조선을 무력으로 강점하고 폭압과 약탈을 자행한 일제식민통치는 국가범죄가 아니라 합법통치로 되었고, 그에 따라 일본은 식민통치범죄를 한국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해야 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났고, 일제가 조선에게 입힌 식민통치피해를 배상해야 할 법적 책임에서도 벗어났다. 바로 이것이 한일기본조약체결 이후에 등장한 일본의 역대 정권들이 식민통치범죄를 공식적으로 사죄하라는 한국의 요구를 무시하는 국제법적 근거이며, 식민통치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는 국제법적 근거다.  

그러므로 한일기본조약이 존치되는 한, 일본은 식민통치범죄를 사과하라는 한국의 요구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고, 식민통치피해를 배상하라는 한국의 요구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대일관계에서 민족적 존엄과 자주권을 수호하려면, 그리고 한일관계를 올바르게 재정립하려면 불법조약을 파기해야 마땅하다.


7. 부속협정을 파기해야 하는 이유

박정희 친일독재정권과 사또 우익정권은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면서, ‘한일 재산 및 청구권문제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을 부속협정으로 체결했다. 당시 체결된 다른 부속협정들도 몇 개 있지만, 이 글에서는 글의 주제에 맞춰 이 부속협정에 대해서만 논한다. 

협정명칭부터 반민족적이다. 협정명칭을 ‘식민통치피해배상청구에 관한 협정’이라고 해야 공명정대하고 정당한데, 느닷없이 ‘재산’이라는 말이 협정명칭에 들어갔다. ‘재산’은 무엇을 뜻하는가? 여기서 말하는 ‘재산’은 패망한 일제가 식민지조선에서 떠나갈 때, 미처 가져가지 못한 자기들의 부동산과 대형 설비를 뜻한다.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 박정희 친일독재정권이 대일청구권을 거론하면, 일본은 그에 맞서 패망한 일제가 식민지조선에 남겨둔 재산반환권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일제가 소유한 ‘재산’과 한국이 청구한 배상을 맞바꿔 상쇄하자는 궤변을 늘어놓았는데, 박정희 친일독재정권은 그 궤변을 받아주었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에게 요구한 재산문제와 한국이 일본에게 요구한 청구권문제가 상쇄되는 방식으로 해결되었다는 내용이 부속협정에 들어간 것이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1945년 5월 28일 미국 대중잡지 '라이프'에 실린 사진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일본 오끼나와 어느 바닷가에 서 있는 강제징용피해자들의 합동묘지 나무표말이다. 일제강점기 남양군도에 강제징용된 조선인은 5,000명 이상이었다. 조선총독부는 남양군도로 이주하면 10년 뒤에 농지를 주겠다고 속여 그들을 배에 태웠다. 남양군도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비행장건설, 요새건설, 사탕수수재배에 동원되어 노예처럼 혹사당했다. 1941년 12월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남양군도의 조선인 징용피해자들은 뱃길이 끊긴 작은 섬들에 고립되어 미국군의 폭격으로 죽고,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었다. 지금도 남양군도에는 아이고다리라고 부르는 다리들이 여러 개 있다. 남양군도로 끌려간 조선인 장제징용피해자들이 교량건설의 고된 노역으로 너무 지치고 힘들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끝없이 탄식하였는데, 그 탄식소리를 들은 원주민들은 다리이름을 아이고다리라고 붙인 것이다. 1945년 3월 18일 간악한 일제는 남양군도 마셜제도에 끌려가 노예노동을 강요당하던 조선인들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저항하자, 중무장한 토벌대를 보내 집단학살하는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다.     

거기에 더하여, 일본은 한국에게 식민통치피해를 배상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게 그 무슨 ‘독립축하금’이라는 것을 주겠다는 황당한 궤변을 꺼냈는데, 그것이 통하지 않자, 나중에는 경제협력자금을 주겠다는 또 다른 궤변을 꺼내놓았다. 일본이 꺼내놓은 그 궤변도 그 부속협정에 들어갔다.  

부속협정에 따르면, 일본은 1,080억엔(3억달러)을 향후 10년 동안 무상으로 한국에 제공하고, 720억엔(2억달러)를 향후 10년 동안 유상으로 한국에 빌려주는 것으로 한일청구권문제를 “완전히, 동시에, 최종적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궤변을 합법화해준 부속협정이 존치되는 한, 한국은 일본에게 식민통치피해를 배상하라는 요구를 하지 못하게 된다. 한국이 일본에게 식민통치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할 때마다, 일본은 1965년에 체결된 한일기본조약 부속협정에서 “완전히, 동시에,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를 왜 자꾸 번복하면서 성가시게 만드는가 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이 대일관계에서 민족적 존엄과 자주권을 수호하려면, 그리고 한일관계를 올바르게 재정립하려면, 불법협정을 파기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