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4

세계가 놀랄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의 위력

[한호석의 개벽예감](118)
자주민보 2014년 06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이 두 장의 사진은 2014년 6월 15일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하기 위해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위쪽 사진은 잠수함기지에서 출항한 직후 흰 물살을 가르며 동해로 나가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고,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 함교(navigation bridge)에서 오른 손을 들어 전방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넓은 바다로 나가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하기 위해 함장에게 침로를 정해주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런데 잠수함 함교에 나있는 창문들 가운데 오른쪽 창문 하나가 열려 있다. 잠수함 내부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잠항하기 전에 그처럼 창문을 열어놓고 수상항진을 한 것은, 이 잠수함이 잠수함기지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바다 한복판까지 나아가 잠항하였음을 의미한다.     © 자주민보

 


잠수함 타고 전술기동훈련 지도한 김정은 제1위원장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요즈음 북의 군사부문에서는 전례 없는 사변들이 연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북에서 방영된 기록영화에서 북의 주력잠수함들과 부두정박식 잠수함기지가 처음 공개되었고,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이번에는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잠수함부대를 시찰하면서 몸소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사실이 북측 언론에 보도되었다.

오늘날 전 세계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194개 나라들마다 국가수반이 있지만, 군사를 중시하여 군부대를 직접 시찰하고 장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국가수반은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화인민공화국 주석밖에 없다. 
▲ <사진 2> 이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4월 9일 하이난성 싼야해군기지를 시찰하면서 중국인민해방군 남중국해함대 소속 11,000t급 핵추진 잠수함인 094형 잠수함 통제실에서 잠망경을 들여다보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그의 손에 낀 흰 장갑이 눈길을 끈다.     © 자주민보

이를테면, 2012년 11월 15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된 시진핑 주석은 12월 8일 중국인민해방군 광저우군구(廣州軍區)를 시찰하면서 7,000t급 052C형 구축함에 승선하였다. 또한 그는 2013년 3월 14일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으로 선출된 직후인 4월 9일에는 하이난성(海南省) 싼야(三亞)해군기지를 시찰하면서 중국인민해방군 남중국해함대에 배속된 신형 핵추진 잠수함인 11,000t급 094형 잠수함에 탑승하였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당시 중국 언론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이 핵추진 잠수함 통제실에서 잠망경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군사지도활동은 군부대 훈련을 현장에서 직접 지도하는 식이 아니라, 군사장비와 군사시설을 둘러보고 장병들을 격려하는 식이다.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군사작전지휘를 맡고,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중국인민해방군에 대한 정치적 영도를 맡고 있으므로, 시진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군부대를 시찰해도 군부대 훈련을 직접 지도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군사에 정통하지 못한 국가수반은 군부대 훈련을 지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북의 군사체계는 중국의 군사체계와 다르다. 북의 최고영도자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조선인민군에 대한 정치적 영도를 책임질 뿐 아니라,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서 군사부문 전반을 지도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조선인민군 전군을 직접 지휘통제한다. 따라서 군사에 정통하지 못하면 북의 최고영도자로 추대될 수 없다. 국가수반이 최고사령관으로서 자국 군대를 직접 지휘통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이 유일하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사장비와 군사시설을 시찰하는 것만이 아니라 군부대 훈련을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고, 군사작전명령을 내리고, 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를 지시하는 것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2013년 4월 9일 시진핑 주석은 094형 핵추진 잠수함에 탑승하였지만, 그 잠수함을 타고 남중국해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것은 아니었고, 싼야해군기지에 정박된 잠수함 내부격실을 돌아보았을 뿐이다. 그와 달리, 2014년 6월 15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잠수함을 타고 동해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하였고, 잠수함 작전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를 지시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 잠수함부대 시찰에서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 다른 군부대를 시찰할 때도 언제나 그렇게 한다. 군사에 정통하지 못한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이 따라갈 수 없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사지도활동은 원래 김일성 주석이 마련한 것인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로 계승하여 심화시켰고, 오늘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 자신이 변함없이 계승하여 더욱 발전시켜가는 북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인 것이다. 
▲ <사진 3> 이 사진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하기 위해 잠수함을 타고 동해로 나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속력으로 잠항 중인 잠수함의 통제실에서 잠망경으로 해수면 위의 정황을 살펴보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수중에서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것은 전무후무한 사변이다.     © 자주민보

지난날 북측 언론에 보도된 적은 없었으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잠수함에 승함하여 내부격실을 시찰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하였던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수중에서 항진하는 잠수함의 통제실에서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두 손으로 잡은 잠망경 손잡이를 다른 군인이 곁에서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은, 잠망경을 해수면 위로 올려놓고 수중에서 전속력으로 잠항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을 타고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한 것은 세계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한 사변일 뿐 아니라, 북에서 말하는 ‘혁명무력령도사’에서도 일찍이 없었던 특기할 사변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도 군사부문을 지속적으로, 정력적으로 지도해오고 있다. 조선인민군은 최고영도자들의 정력적인 지도를 그처럼 3대에 걸쳐 65년 동안이나 집중적으로 받아온 세계 유일의 군대인데, 그런 군대가 강군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 북에서 자기 군대를 무적강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특별한 사변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북에 대한 무지와 오해, 착각과 편견에서 벗어난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그 뜻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북에 대한 무지와 오해, 착각과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잠수함 전술기동훈련 지도에 관한 소식을 듣고서도 그 뜻을 알지 못해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횡설수설하였다. 예컨대,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그런 횡설수설의 대표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북이) 잠수함 내부 모습까지 (보도영상으로) 내보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데 아마 북한 잠수함 전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영상을 내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탑승한 그 잠수함은 오래 전에 건조된 “녹슨 잠수함”이라고 깎아내리는 소리가 남측 언론보도에서 들려오는 판인데, 국방부 대변인은 북이 잠수함 전력을 과시하려 하였다고 말한 것이다. 만일 북이 정말로 잠수함 전력을 내외에 과시하려 하였다면, 오래 전에 건조된 “녹슨 잠수함”이 아니라 지난번 기록영화에 나온 4세대 주력잠수함을 등장시켰어야 마땅한 일이다. 이번에도 국방부 대변인은 앞뒤가 맞지 않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횡설수설한 것이다.     
▲ <사진 4> 이 위성사진은 함경남도 리원군에 있는 차호 잠수함기지를 촬영한 것이다. 리원만 전역을 잠수함기지로 전변시켜 어마어마한 대잠수함기지를 건설한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사진 중앙부에는 잠수함과 수상함이 정박하는 부두가 곳곳에 보이고, 사진 중앙부 맨 아래쪽에는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의 출입구가 보이고, 사진에서 맨 오른쪽 아래에는 잠수함이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에서 출항하여 동해로 나아가는 물길식 직통로도 보인다. 2014년 6월 15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하기 위해 바로 이 잠수함기지에서 잠수함을 타고 동해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     © 자주민보


최정예 잠수함부대가 주둔하는 대잠수함기지를 시찰한 김정은 제1위원장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4년 6월 15일 조선인민군 해군 제167군부대의 “혁명사적교양실과 연혁실”을 돌아보면서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전 불과 몇 척의 전투함선을 가지고 조직된 군부대가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현명한 령도에 의하여 대잠수함기지로 전변되였다”고 지적하였다고 한다. 동해안 북측 지역에 자리 잡은 북의 잠수함기지들은 외부에 알려진 것만 해도 넷이나 되는데, 원산 잠수함기지, 락원 잠수함기지, 마양도 잠수함기지, 차호 잠수함기지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차호 잠수함기지가 가장 규모가 큰 잠수함기지로 알려졌다.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시찰하면서 “대잠수함기지로 전변되었다”고 지적한 그 곳은 북의 동해안 잠수함기지 네 곳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차호 잠수함기지인 것으로 생각된다.

차호 잠수함기지는 군항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지리적 환경을 갖춘 함경북도 리원군의 리원만에 있다. 차호 잠수함기지의 각종 시설들은 리원만 일대의 방대한 지역에 건설되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기지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2013년에 촬영된 <사진 4>에 보이는 것이 위성사진에 나타난 차호 잠수함기지다. 그 위성사진에는 부두정박식 잠수함기지가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 출입구도 보이고, 잠수함이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에서 출항하여 동해로 나가는 물길식 직통로도 보인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에 제167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수중종합훈련실에서 어뢰돌격훈련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실내훈련”을 보았다고 한다. 수중종합훈련실은 잠수함해병들이 각종 수중훈련을 할 수 있는 다종다양한 구조로 건설된 훈련시설임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어뢰공격훈련이라고 하지 않고 어뢰돌격훈련이라는 생소한 말을 썼을까? 어뢰공격훈련은 아군 잠수함에서 적함을 향해 상용어뢰를 쏘는 일반적인 훈련을 뜻하는 말인데, 그와 달리 어뢰돌격훈련은 아군 잠수함에서 적함을 향해 특수어뢰를 쏘는 특별한 훈련인 것으로 생각된다. 북에서 상용어뢰를 쏘는 훈련은 어뢰공격훈련이라 부르고, 핵어뢰를 쏘는 특별한 훈련은 어뢰돌격훈련이라고 구분해서 부르는 것일까?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잠수함 748호에 들어가서 내부격실들을 돌아보고 그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실동훈련”을 직접 지도하였다고 한다. 실동훈련이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뜻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출항명령을 내리자, 잠수함해병들이 “번개 같이” 출항준비를 마치고 잠수함 748호를 기동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2월 6일 조선인민군 해군 제158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어뢰정을 타고 바다로 나가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하였는데, 이번에는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것이다.
▲ <사진 5>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탑승한 잠수함 748호는 제167군부대에서 훈련용 잠수함으로 쓰는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은 오래 전에 건조되었으나,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내부설비가 아주 말끔히 유지, 관리되었고, ARP라는 상호가 적힌 액정화면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컴퓨터화된 전자통신기기도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훈련용 잠수함이라지만, 실전에 얼마든지 출전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인다.     © 자주민보

<사진 5>에 나온 잠수함 748호는 미국 군부가 이른바 ‘로미오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잠수함인데, 내가 파악한 정보에 따라 좀 더 정확하게 분류하면 그 잠수함은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이다. 잠수함 748호는 2011년 8월 4일 원산항에 입항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수상훈련함을 맞이한 환영행사에 나온 조선인민군 해군 훈련용 잠수함과 외형이 똑같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인 잠수함 748호는 제167군부대에 배속된 훈련용 잠수함들 가운데 한 척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보도사진에서 보면, 잠수함 748호는 오래 전에 건조되었는데도 내부설비는 아주 말끔히 유지, 관리되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고, ARP라는 상호가 적힌 액정화면이 한 쪽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컴퓨터화된 전자통신장비도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훈련용 잠수함이라지만, 실전에도 얼마든지 출전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선인민군 해군 제167군부대에 배속된 훈련용 잠수함을 타고 차호 잠수함기지를 출항하여 동해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하였는데,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은 잠수함을 타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 훈련은 아군함 역할을 맡은 잠수함이 가상적함으로 지정된 잠수함을 추적하여 가상어뢰로 격침하는 실전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전술기동훈련이다. 그래서 이번 훈련에 잠수함 두 척이 등장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탑승한 잠수함 748호는 아군함 역할을 맡았고, 또 다른 잠수함인 잠수함 730호는 가상적함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처럼 실전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전술기동훈련실태를 요해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잠수함 748호 함장에게 침로를 정해주고 “항해술에서 나서는 묘수”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해병들이 사랑하는 조국땅을 멀리 떠나 망망대해 작전수역에 가서도 당과 혁명을 목숨 바쳐 사수하는 바다의 결사대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게 그들 속에서 정치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와 같은 지시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왜냐하면, 북의 잠수함이 전시가 아닌 평시에 “조국땅을 멀리 떠나 망망대해 작전수역에” 진출하여 대양작전을 수행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군부는 북에는 오래 전에 건조되어 노후하고 조그만 잠수함들밖에 없어서 북의 잠수함부대는 기껏 연안작전만 수행할 뿐이고, 대양작전은 수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였다. 북의 핵추진 잠수함이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망망대해 작전수역에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북의 디젤-전동식 잠수함도 얼마든지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이제껏 세상에 잘못 알려진 왜곡된 사실과 달리, 북의 잠수함부대는 평시연안작전만이 아니라 평시대양작전도 수행하는 것이다.
▲ <사진 6> 이 사진은 태평양에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고 중국으로 복귀 중인 중국인민해방군 소속 디젤-전동식 035형 잠수함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해상초계기가 2003년 11월 12일 오전 8시 일본열도 최남단에 있는 오오스미해협 공해상에서 촬영한 것이다. 035형 잠수함은 중국에서 건조된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인데, 미국 군부는 밍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른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함체도색이 벗겨져 노후한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도 그처럼 태평양에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는데, 그보다 성능이 더 좋은, 북이 운용하는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이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오늘도 북의 잠수함들은 괌 인근수역이나 하와이 인근수역에서 정찰임무와 경계임무를 은밀히 수행하는 평시대양작전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 자주민보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사진 6>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진은 태평양에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고 중국으로 복귀 중인 중국인민해방군 소속 디젤-전동식 035형 잠수함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해상초계기가 일본열도 최남단에 있는 오오스미해협 공해상에서 촬영한 것이다. 촬영시각은 2003년 11월 12일 오전 8시다. 원래 035형 잠수함은 중국에서 오래 전에 건조된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인데, 미국 군부는 밍(明)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른다.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잠수함 함체도색이 전반적으로 벗겨진 모습을 보면 노후한 잠수함임을 직감할 수 있다.

중국이 운용하는 노후한 잠수함인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도 그처럼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는데, 그보다 성능이 더 좋은, 북이 운용하는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이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북의 주력잠수함인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이 60일 동안 작전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북의 잠수함 작전수역이 한반도 인근수역을 넘어 동중국해를 포괄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태평양 군사전략거점들인 괌이나 하와이가 위치한 서태평양 전역을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군부에게는 등골이 오싹하는 무시무시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조선인민군 해군은 핵추진 잠수함과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괌 앞바다나 하와이 앞바다까지 진출시켜 은밀히 정찰임무와 경계임무를 수행하게 한 뒤에 북으로 복귀시키는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미국의 항모타격단과 맞설 최강의 전투부대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에 제167군부대의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뒤에 “당중앙은 잠수함련합부대들을 대단히 중시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그러한 언급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가 최고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지녔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부대라는 일반용어를 쓰지 않고 잠수함련합부대라는 특수용어를 썼다는 점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다른 나라들에 있는 잠수함부대와 구분되는, 오직 북에만 있는 잠수함련합부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그로써 조선인민군 해군에 잠수함련합부대들이 배치되었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번에 시찰한 제167군부대는 잠수함련합부대들 가운데 한 부대다. 북의 언론보도에서 그 부대가 ‘오중흡7련대 칭호’를 수여받은 부대라고 소개된 것을 보면, 제167군부대는 잠수함련합부대들 가운데서 최정예 잠수함련합부대임을 직감할 수 있다.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다른 나라들의 잠수함부대와 어떻게 다른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가 어떻게 편성되었으며, 얼마나 강한 무장력을 갖추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지만, 북에서 고유명칭에 연합이라는 말을 포함시킨 단위들을 생각해보면 잠수함련합부대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다. 북에서 고유명칭에 연합이라는 말을 포함시킨 단위들은 련합회사, 련합기업소, 대련합부대 등이다. 북의 련합회사는 동일업종의 여러 공장과 기업소를 통합하여 자재공급과 판매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거대한 경영단위이고, 북의 련합기업소는 생산과정이 연관된 여러 계열공장들을 통합하여 자재공급과 생산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대한 생산단위이고, 북의 대련합부대는 각 병종부대들을 통합하여 특정구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하는 강력한 전투단위다. 규모를 비교한다면, 북의 대련합부대는 남의 군단급 부대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잠수함전과 대잠수함전을 수행하는 각종 전투부대들을 통합하여 특정해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하는 강력한 해군부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배수량 등급별로 대형 잠수함, 중형 잠수함, 소형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각종 잠수함을 운용하고, 작전양상별로는 전략잠수함, 공격잠수함, 정찰잠수함, 침투잠수함에 이르기까지 각종 잠수함을 운용하고, 위에 열거한 잠수함들을 자체로 수리, 정비하는 시설까지 갖춘 매우 강력한 잠수함부대인 것이다. 다만 북이 보유한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무력과 구분되는 핵무력의 일환이므로 잠수함련합부대에 배속되지 않고 전략군에 배속된 것으로 보인다. 북의 강력한 잠수함 전력에 관해서는 2013년 12월 24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사상 최강 수준으로 증강되는 인민군 잠수함대’(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4591)와 2014년 6월 9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북의 잠수함이 진화한 비밀, 마침내 밝혀졌다’(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6445)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주목하는 것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에 각종 잠수함들만 배속된 것이 아니라, 적국 잠수함을 잡는 대잠수함전에 동원되는 무장장비들도 배속되었다는 사실이다. 잠수함전 능력과 대잠수함전 능력을 단일한 작전단위로 통합하였을 때, 작전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 <사진 7> 이 사진은 호주 해군 대잠헬기가 구축함 비행갑판에 착륙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도 대잠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갑판을 갖춘 2,500t급 호위함, 3,000t급 구축함, 4,000t급 구축함을 운용하고 있다. 북이 건조한 4,000t급 신형 구축함은 대잠헬기 두 대가 이착륙할 수 있는 대형 비행갑판을 갖추었다. 주목하는 것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가 각종 잠수함들과 구잠함, 그리고 대잠헬기를 탑재한 호위함, 구축함으로 편성된 최강의 수중-해상합동타격단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항모타격단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 자주민보

일반적으로, 대잠수함전에 동원되는 핵심적인 무장장비는 구잠함(submarine chaser)과 대잠헬기(anti-submarine helicopter)가 손꼽힌다.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에 구잠함이 배속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부대에 대잠헬기가 배속된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잠수함에는 대잠헬기를 탑재할 수 없고, <사진 7>에서 보는 것처럼 배수량이 2,000t을 넘는 중형 또는 대형 전투함에 비행갑판을 설치하여야 대잠헬기를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에 대잠헬기가 배속되었다면, 그 잠수함련합부대에는 각종 잠수함과 구잠함 이외에 2,000t급 이상의 전투함도 배속되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는, 조선인민군 해군이 2,500t급 호위함, 3,000t급 구축함, 4,000t급 구축함을 운용한다는 말을 처음 듣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군부는 북이 1973년과 1975년에 각각 건조한 라진급 호위함(frigate) 두 척과 1983년에 건조한 서호급 호위함 한 척이 북에서 운용되는 가장 큰 전투함들이라고 밝혔고, 그런 정보가 마치 ‘정설’처럼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라진급 호위함은 배수량이 1,500t이고, 서호급 호위함은 배수량이 1,845t이다. 라진급이니 서호급이니 하는 전투함분류명칭은 미국 군부가 제멋대로 사용하는 자의적 별칭인데, 북이 사용하는 정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라진급 호위함에는 대잠헬기가 이착륙하는 비행갑판이 없지만, 서호급 호위함에는 대잠헬기 한 대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갑판이 있다. 서호급 호위함의 특징은 대잠헬기 비행갑판이 있다는 점만이 아니라, 홀쭉한 선체 두 개를 나란히 붙여놓은 것처럼 생긴 쌍둥이 선체(catamaran hull)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서호급 호위함은 선체 길이에 비해 선체 폭이 상당히 넓고, 그래서 위성사진에서는 뭉뚝한 직사각형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 군부가 퍼뜨린 위와 같은 군사정보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해군이 운용하는 가장 큰 전투함은 30여 년 전에 건조된, 대잠헬기 한 대를 탑재하는 서호급 호위함 단 한 척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 군부가 퍼뜨린 그런 군사정보는 북의 해군력을 깎아내리기 위해 조작한 허위정보다.

그렇다면 북의 수상함 전력에 관한 진실은 무엇일까? 미국의 군사전문가 조셉 버뮤디즈(Joseph S. Bermudez, Jr.)가 2014년 5월 15일 미국 웹사이트 <38 노스(North)>에 발표한 글 ‘발견된 북의 신형 헬기 탑재 호위함들(New North Korean Helicopter Frigates Spotted)’에 따르면, 북은 1990년대 말 각종 신형 전투함을 건조하였다고 한다. 그가 언급한 군사정보에 따르면, 1990년대 말에 북은 최첨단 선박건조기술인 스텔스 설계기술(stealth design technology)과 파도관통식 설계기술(wave-piercing trimaran design technology)을 자체로 개발하여, 쌍둥이 선체 고속경비정, 스텔스 고속침투상륙정, 시속 110km 이상의 속도로 파도를 뚫고 고속항진하는 파도관통식 미사일고속정,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 등을 건조하였다고 한다. 북의 각종 최첨단 전투함들이 엄혹한 고난과 시련이 몰아치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건조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세상이 잘 알지 못하는 북의 저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11월 24일 남포에 있는 조선인민군 서해함대사령부를 방문한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작성한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그 군사대표단은 남포선박설계연구소가 해외수출용으로 건조한 2,500t급 호위함을 돌아보았는데, 바로 그 호위함이 버뮤디즈가 위의 자료에서 언급한, 북이 1990년대 말부터 건조하기 시작한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이다. 당시 북이 2,500t급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을 미얀마에 수출하려고 한 것은, 2000년대 말 북의 신형 호위함 건조능력이 상당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이 건조한 대잠헬기 탑재 전투함에 관한 이야기는 버뮤디즈의 글과 미얀마 군사대표단의 내부보고서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 2007년 11월 7일 보도기사에는 북의 3,000t급 구축함을 촬영한 위성사진이 실렸으며, 그보다 앞서 2004년에 ‘구글 어스(Google Earth)’에 나온 위성사진에는 쌍둥이 선체로 설계되고, 대잠헬기 두 대가 이착륙할 수 있는 대형 비행갑판을 갖춘 북의 4,000t급 구축함이 등장한 바 있다.

위에 열거한 군사정보들은 조선인민군 해군이 대잠헬기를 탑재하는 2,500t급 신형 호위함, 3,000t급 신형 구축함, 4,000t급 신형 구축함을 운용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언급한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잠수함을 주축으로 하여 구잠함,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 대잠헬기 탑재 구축함이 배속된 수중-해상합동타격단으로 편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하여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을 운용하지만, 조선인민군 해군은 각종 잠수함들을 주축으로 하여 구잠함,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 대잠헬기 탑재 구축함으로 편성된 잠수함련합부대를 운용하는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면 북과 미국이 해전으로 맞붙을 기회조차 없이 사흘 안에 종전되겠지만, 북과 미국의 해전상황을 가정하면 미국의 항모타격단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를 결코 당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북의 잠수함련합부대가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을 격침할 최강 무기로 전 세계가 공인하는 각종 잠수함들로 편성된 막강한 수중무력을 대미해전에 출전시키는 것과 더불어, 미국의 항모타격단에 배속된 핵추진 잠수함을 격침할 강력한 대잠무력도 함께 대미해전에 출전시킨다는 데 있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라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포에 떨게 하는 치명적인 핵어뢰까지 준비할 터이니, 어느 측면을 견주어 봐도 미국의 항모타격단이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최강의 무적함대’로 자처하며 다른 나라들을 위협해온 미국의 항모타격단은 이제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에게 그 별칭을 넘겨주고 뒤로 물러서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잠수함련합부대인 제167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우리 조국의 바다에 기여드는 적함선들의 등허리를 무자비하게 분질러놓으라”고 명령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전시가 아니라 평시에 한반도 인근수역에 접근하는 적함대를 “무자비하게” 격침하라는 명령이다. 북에서 말하는 적함대는 미국의 항모타격단을 뜻하므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미국 해군 7함대 항모타격단이 평시에 대북전쟁연습에 동원되어 한반도 인근수역에 나타나면 즉각 격침하라는 명령을 잠수함련합부대들에게 내린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련합부대에 내린 명령은 미국에게 보낸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추상같은 경고였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4/06/17

1초 동안만 드러낸 북의 금성-2호 대함미사일

[한호석의 개벽예감](117)
자주민보 2014년 06월 1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북, 미사일 콜벳함에서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 자주민보


▲ <사진 1> 북의 기록영화에서 집어낸 이 순간포착장면이 깊은 사연을 전해준다. 1초 동안 비춰진 순간포착장면이어서 피사체가 흐릿하게 보이지만, 이 사진에 나타난 것은 북의 전함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대함미사일이다.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작전배치한 이 대함미사일의 정체는 무엇일까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의 기록영화에 나오는 대함미사일 발사장면
   

지난 6월 9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출입기자들 앞에서 “북한이 대남심리전 일환으로 군사력을 자주 공개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훈련행태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여러분들이 여러 번 보셨을 것입니다. (북이 이번에 방송한 기록영화도) 그런 것의 일환으로 보시면 되고...”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북의 기록영화는 지난 5월 31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를 뜻한다.

황당무계한 소리를 꺼내놓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에도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무식한 발언을 꺼내놓았다. 북에서 방송된 그 기록영화는,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의 군력을 어떻게 강화, 발전시켜오는지를 북의 군대와 인민들에게 알려주는 ‘영상문헌’이지, 대남심리전을 위해 제작한 동영상편집물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은 대남심리전을 수행하는 방송국이 아니다. 그 기록영화는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자체로 제작한 일상적인 방송편집물이 아니라, 북측 최고영도자의 ‘령도업적’을 수록한 문헌을 편찬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관련부서가 특별히 제작한 ‘영상문헌’이다. 위에 인용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황당무계한 까닭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령도업적’을 수록한 ‘영상문헌’을 대남심리전에 전용(轉用)하는 것은 북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측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관련된 영상기록이 대북심리전에 전용될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을 비롯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의 대남심리전과는 전혀 무관한 기록영화를 시청하였으면서도 자기들이 북으로부터 심리전 공세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 그렇게 느낀 것일까? 그 까닭은 그들이 그 기록영화를 시청하는 동안 조선인민군의 강한 군력을 감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북의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는 김정은시대의 조선인민군에 대해 연구하는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 기록영화를 정밀분석하면, 조선인민군의 사기와 군풍, 훈련수준과 훈련방식, 군사장비와 전술운용을 비롯한 그들의 군력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사부문에 대한 안목이 없는 사람은 그처럼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영상기록을 시청해도 뭐가 뭔지 분간하지 못한다. 사람은 그 자신이 아는 만큼 보고 느끼고 받아들인다는 명제는 사람의 인식활동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밝혀주는 진리다.

나는 지난 6월 9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글 ‘북의 잠수함이 진화한 비밀, 마침내 밝혀졌다’에서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 나오는 조선인민군 잠수함대의 주력잠수함인 4세대 잠수함이 얼마나 위력적인 군사장비인지에 대해 상론하였는데, 그 기록영화에는 잠수함은 물론이고 조선인민군이 군종별, 병종별로 운용하는 각종 군사장비들이 아주 다종다양하게 등장한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그처럼 다종다양한 군사장비들을 모두 열거하면서 하나씩 거론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그 기록영화에 등장한 다종다양한 군사장비들 가운데 대함미사일을 특정하고 그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한다.

그 기록영화에 나오는 각종 군사장비들 가운데서 하필 대함미사일을 특정한 까닭은, 지난 6월 9일 남측 언론매체들이 한국군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하여 그 대함미사일에 대해 일제히 보도함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조선일보> 2014년 6월 9일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소식통은 “최근 북한의 선전용 영화에서 미국의 ‘하푼’ 대함미사일과 비슷한 신형 대함미사일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가 개발한 Kh-35 ‘우란’(나토명 SS-N-25)이거나 북한이 이를 모방생산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북의 신형 대함미사일은 49분 33초 동안 상영되는 기록영화 중에서 49분 19초에 접어든 맨 끝부분에 등장한다. 기록영화에 나타난 것은, 발사관에서 튀어나와 화염을 뿜으며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1초 동안에 순간적으로 포착한 장면이다. <사진 1>은 그 대함미사일의 발사순간을 포착한 장면을 기록영화에서 집어낸 것인데,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화면이어서 미사일의 모습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위의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소식통은 <사진 1>에 나타난 대함미사일이 소련-러시아에서 생산된 Kh-35 유런(Uran) 대함미사일 또는 북이 그 대함미사일을 모방생산한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그것은 완전히 빗나간 추정이다. 북은 Kh-35 대함미사일을 수입한 적이 없고, 그 대함미사일 실물을 해체하고 역설계하여 복제품을 생산한 적도 없다. <사진 1>에 나타난 대함미사일은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대함미사일이다. 그 대함미사일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는 조선인민군이 사용하는 다종다양한 무기들이 나오는데, 남측 국방부 관계자들은 왜 유독 그 대함미사일에 주목한 것일까? 그 대함미사일이 이번에 처음 공개되었기 때문에 남측 국방부 관계자들이 그처럼 주목하였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 대함미사일이 지닌 전술적 가치가 예상을 뛰어넘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무기의 전술적 가치는 그 무기의 성능지표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불과 불이 오가는 실전에서 현실로 입증되는 법이다. 세계 무기개발사를 훑어보면, 기술자료에 나타난 우수한 성능지표로 호평을 받았던 무기가 정작 실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패사례도 있고, 그와 반대로 기술자료에서는 호평을 받지 못한 무기가 실전에서 뜻밖의 전과를 거둔 성공사례도 있다. 이번에 북의 기록영화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남측 군부가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주시한 북의 대함미사일이 과연 어떤 전술적 가치를 지녔는가 하는 문제도 대함미사일이 실전에서 사용된 경험을 살펴보아야 정확히 요해할 수 있다.
    

해상교전에서 눈부시게 활약한 대함미사일     

대함미사일이 해상교전에서 발휘한 위력에 대해 말해주는 첫 번째 실전경험은 47년 전에 있었다. 1967년 10월 21일 이집트 사이드항(Port Said)에 대기하던 이집트 해군 소속 66t급 소형 미사일고속정은, 이집트 앞바다에서 초계활동을 하고 있던 이스라엘 해군 소속 1,700t급 구축함 에일럿(INS Eilat)을 향해 대함미사일 네 발을 쏘며 기습공격을 가했다. 대함미사일 네 발을 맞은 이스라엘 구축함은 반격할 겨를도 없이 47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100여 명이 부상을 당한 채 침몰하였다. 그 날 이스라엘 구축함을 격침한 강력한 무기는 소련이 생산하여 이집트에 수출한 P-15 터밋(Termit) 대함미사일이다. 미국 군부는 이 대함미사일을 스틱스(Styx) 또는 SS-N-2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른다.

66t급 미사일고속정이 대함미사일을 쏘아 1,700t급 구축함을 격침한 때로부터 여섯 해가 지난 1973년 10월 6일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는데, 전쟁 이틀째 되는 날 시리아 앞바다에서 시리아 해군 미사일고속정 다섯 척과 이스라엘 해군 미사일고속정 여섯 척이 격돌하였다. 이것이 래터키아 해전(Latakia Naval Warfare)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여섯 해 전에 이집트 해군 미사일고속정이 쏜 대함미사일을 맞고 구축함 한 척을 잃은 이스라엘 해군은 그 동안 대함미사일 공격에 맞설 방어수단을 개발해놓았다. 이스라엘 해군이 개발한 방어수단은 타격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대함미사일의 순항비행을 유도해주는, 대함미사일에 장착된 추적레이더를 혼란에 빠뜨리는 전자교란장비였다. 일반적으로, 대함미사일은 발사된 이후 순항비행 중에 타격목표를 탐지, 추적하기 위해 능동형 레이더를 켜는데, 이스라엘 해군은 바로 그 레이더를 전자장비로 교란한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해군은 채프(chaff)라고 불리는, 사람 손바닥만한 알루미늄 박막을 허공에 널리 산포하여 대함미사일의 추적레이더를 교란하는 장비도 사용하였다. 이처럼 이스라엘 해군은 전자교란장비와 박막살포장비로 이중대응을 하였으니, 시리아 해군 미사일고속정들이 쏜 P-15 터밋 대함미사일은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래터키아 해전에서 이스라엘 해군 미사일고속정들이 그런 방어수단들을 사용한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뜻밖의 공격수단을 사용한 것이다. 이스라엘 해군 미사일고속정들은 당시로서는 최신형인 개브리얼(Gabriel) Mk-1 대함미사일을 쏘았다. 그 대함미사일은 해수면 위 3m 높이에서 스칠 듯이 초저공비행으로 날아가 시리아 해군 미사일고속정 세 척을 격파하였다. 그 해상교전에서 이스라엘 해군은 해수면 밀착비행(sea-skimming)이라고 부르는 첨단성능을 지닌 새로운 유형의 대함미사일을 세계 해전사상 처음으로 발사하였다.

해수면 밀착비행능력을 지닌 새로운 유형의 대함미사일이 적함에게 공포를 주는 까닭은, 적함에 설치된 대공감시레이더가 해수면을 스칠 듯이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설령 포착해도 그처럼 초저공에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격추할 요격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사거리는 짧지만, 고속연발로 화망(火網)을 구성하는 근접방어무기(close-in weapon)인 고속기관포를 쏘아 대함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처럼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은 근접방어무기로 막지 못한다. 실전에서 대함미사일에 피격당하여 격침되거나 대파된 전함들의 경험이 그런 사실을 입증한다. 40년 전이나 오늘이나 전함은 해수면 밀착비행능력을 지닌 대함미사일 공격 앞에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것이다.

그런데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해군 미사일고속정이 발사한 대함미사일은 해수면 밀착비행능력을 자랑하면서도 기술공학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사거리가 20km밖에 되지 않은 것이 한계였다. 해수면 밀착비행 대함미사일을 어떻게 하면 20km 이상 더 멀리 날려 보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프랑스가 만들어낸 엑소제(Exocet) 대함미사일이다. 프랑스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강력한 로켓엔진을 개발하여 대함미사일의 사거리를 70km까지 연장하였고, 나중에는 증폭기(booster)와 터보제트엔진(turbojet engine)을 추가로 장착하여 사거리를 180km까지 큰 폭으로 연장하였다.

프랑스가 만든 엑소제 대함미사일은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격돌한 해전에서 미증유의 위력을 발휘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1982년 4월 2일부터 6월 14일까지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남대서양에 있는 말비나스 제도(Islas Malvinas, 아르헨티나 명칭) 또는 포클랜드 제도(Falkland Islands, 영국 명칭)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그 섬들과 주변해역에서 격전을 벌였는데, 아르헨티나는 1981년에 수페 에텐달(Super Ѐtendard) 전투기 다섯 대와 그에 탑재하는 엑소제 대함미사일 다섯 발을 프랑스에서 수입하였다. 1982년 5월 4일 작전해역 상공에 도달한 아르헨티나 제2해군 비행대 소속 수페 에텐달 전투기 두 대는 영국 함대 소속 4,800t급 미사일구축함 쉐필드(HMS Sheffield)를 발견하고 32~48km 거리에서 엑소제 대함미사일을 각각 한 발씩 쏘았다. 공중에서 발사되어 고도를 낮추며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날아간 엑소제 대함미사일 두 발 중에서 한 발은 빗나갔고, 다른 한 발이 미사일구축함 쉐필드 흘수선(waterline) 위쪽으로 약 2.5m 되는 곳에 명중하였다. 기관실에 공급되는 디젤유가 폭발한 미사일구축함 쉐필드는 화염에 휩싸였는데, 엿새 동안이나 불타더니 결국 침몰하였다.

엑소제 대함미사일이 거둔 눈부신 전과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1987년 5월 17일 이란-이라크 전쟁 중에 출격한 이라크 공군 전투기 한 대가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는 미국 해군 미사일프리깃함 스탁(USS Stark)을 향해 엑소제 대함미사일을 두 발 쏘았다.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적함의 레이더를 피해 날아간 첫 번째 미사일은 미사일프리깃함 스탁의 흘수선 위 약 3m 되는 곳에 명중하였고, 두 번째 미사일도 좌현에 명중하였다. 미사일프리깃함 스탁에는 근접방어무기가 있었으나 대응사격을 한 발도 하지 못한 채 대파되었고, 37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당한 아비규환 속에서 인근 바레인의 해군기지로 퇴각하여 간신히 침몰을 면하였다.

프랑스 해군이 1979년에 작전배치한 엑소제 대함미사일은 총중량 670kg, 탄두중량 165kg, 길이 4.7m, 지름 34.8cm, 사거리 70~180km, 순항비행속도 마하 0.92다.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적함의 레이더를 피해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 <사진 2> 이것은 소련-러시아 해군이 1983년부터 작전배치한 Kh-35 유런 대함미사일 모형도다. 이 대함미사일은 마하 0.8 속도로 130km를 날아가 적함을 타격한다.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적함의 레이더를 피해 날아간다. 이 대함미사일은 프랑스가 만든 엑소제 대함미사일보다 우수하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사진 3> 이 사진은 러시아군이 해안지대에 배치한 4축8륜 자행발사대 BAL-E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 자행발사대는 Kh-35 대함미사일 32발을 20초 동안 대량발사하여 해안으로 접근하는 적국의 함대도 격침할 수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 <사진 4> 전투기가 타격목표로부터 130km 떨어진 위치에서 Kh-35 대함미사일을 공중발사하면, 그 대함미사일은 해수면 위 10-15m 높이로 고도를 낮춰 날아가다가 타격목표로부터 20km 떨어진 위치에서 타격목표의 정확한 좌표를 탐지하는 즉시 고도를 해수면 위 3m 높이로 더 낮춰 해수면 밀착비행을 시작한다. 적함은 이처럼 해수면을 스칠 듯이 비행하며 날아오는 Kh-35 대함미사일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하며, 근접방어무기로 요격하지도 못하고 피격당하는 수밖에 없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소련-러시아의 대함미사일, 중국의 대함미사일, 그리고 이란의 대함미사일  

해상교전에서 눈부신 전과를 거두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엑소제 대함미사일의 위력을 일찌감치 간파한 소련이 신형 대함미사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끝에 마침내 개발에 성공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Kh-35 유런 대함미사일이다. 소련 해군은 이 대함미사일을 1983년부터 작전배치하였다. 현재 러시아 해군이 사용하는, <사진 2>에 나온 이 대함미사일은 총중량 520kg, 탄두중량 145kg, 길이 3.85m, 지름 42cm, 사거리 130km, 순항비행속도 마하 0.8이다.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적함의 레이더를 피해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제원과 성능을 비교하면, 소련-러시아가 만든 Kh-35 대함미사일은 프랑스가 만든 엑소제 대함미사일보다 한 수 위에 있다. Kh-35 대함미사일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함미사일들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아래의 사실에서 입증된다.

첫째, Kh-35 대함미사일은 다른 동급 대함미사일과 비교하여 파괴력이나 사거리는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볍다. 소련-러시아는 Kh-35 대함미사일의 길이를 엑소제 대함미사일에 비해 85cm 짧게, 총중량을 150kg 가볍게 만들었다.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벼운 까닭에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러시아산 4축8륜 자행발사대 BAL-E 한 대가 Kh-35 대함미사일 32발을 대량으로 발사할 수 있다. 해안지대에 배치된 BAL-E 자행발사대가 Kh-35 대함미사일 32발을 한꺼번에 쏘면 해안으로 접근하는 적국의 함대도 격침할 수 있다. 또한 미사일고속정 한 척에 Kh-35 대함미사일 16발을 탑재할 수 있고, 전시에는 예인망 어선에 발사대를 설치해놓고 쏠 수도 있다.

둘째, Kh-35 대함미사일은 순항비행 중에 고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타격목표로부터 130km 떨어진 위치에서 Kh-35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면, 고도를 해수면 위 10~15m 높이로 낮춰 날아가다가 타격목표로부터 20km 떨어진 위치에서 타격목표의 정확한 좌표를 탐지하는 즉시 고도를 7~13m 더 낮춰 해수면 위 3m 높이에서 해수면 밀착비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셋째, Kh-35 대함미사일 32발을 20초 동안 대량으로 발사할 수 있다. 여러 발을 발사하는 경우, 각 미사일들이 같은 목표로 몰려가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날아가 타격하게 된다.

넷째, Kh-35 대함미사일은 적함에 명중하는 순간, 폭발하는 게 아니라 적함 장갑을 뚫고 들어가 안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파괴력이 더욱 강하다.

다섯째, Kh-35 대함미사일의 기당 판매가격 50만 달러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동급 대함미사일에 비해 아주 싼 편이다. 예컨대, 미국이 자랑하는 하푼(Harpoon) 대함미사일의 기당 판매가격은 120만 달러다. Kh-35 대함미사일의 싼 가격은 그 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도 재정적 부담을 그 만큼 덜어준다.

소련-러시아의 뒤를 이어 중국도 프랑스의 엑소제 대함미사일에 버금가는 대함미사일을 만들어 1985년 8월 시험발사에 성공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잉지(鹰击)-8 대함미사일이다. 1990년대에 중국은 이 대함미사일을 알제리, 방글라데쉬, 인도네시아, 이란, 파키스탄, 미얀마, 타이, 시리아에 수출하였다. 잉지-8 대함미사일을 수입한 여러 나라들 가운데서 특히 이란은 원래 150발을 중국에 주문하였으나 미국의 대이란적대정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중국은 1996년에 이란에게 60발만 수출하였다.

이란은 중국에서 사들인 잉지-8 대함미사일을 분해하고 역설계하는 공정을 거치면서 습득한 제조기술로 자국산 대함미사일을 만들어내었으니, 그것이 잉지-8 대함미사일에 필적하는 누르(Noor) 대함미사일이다. 이 대함미사일의 사거리는 170km다. 이란은 누르 대함미사일을 2000년에 시험발사하였고, 2004년 1월부터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이란이 만든 누르 대함미사일은 시리아를 거쳐 헤즈볼라에게 제공되었는데, 레바논전쟁 중인 2006년 7월 14일 헤즈볼라는 베이루트 인근 해상을 지나던 이스라엘 해군 소속 1,200t급 콜벳함 해닛(INS Hanit)을 향해 누르 대함미사일 한 발을 발사하였다. 콜벳함 해닛에는 근접방어무기가 있었지만 대응사격을 전혀 하지 못한 채 피격당하여 네 명이 사망하였고, 추진기관이 파손되었으며, 갑판에 불이 붙은 채로 애쉬돗항(Port Ashdod)으로 간신히 대피하였다.

이란은 누르 대함미사일을 개발한 자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2011년에 사거리가 200km로 늘어난 차세대 대함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카데르(Qader) 대함미사일이다.
   
▲ <사진 5> 이 사진은 러시아 해군의 1241설계급 미사일콜벳함을 정면에서 촬영한 것이다. 미국 군부는 이 전함을 터랜툴급으로 분류한다. Kh-35 대함미사일이 들어있는 원통형 발사관 4개가 보인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 <사진 6> 이 사진은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의 해군무력 전시실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맨 앞쪽에 보이는 것이 북의 미사일콜벳함 모형이고, 그 뒤쪽에 보이는 것은 특수수면효과 미사일고속정이다. 미사일콜벳함에는 금성-2호 대함미사일 여덟 발이 탑재되었다. 북이 이처럼 위력적인 신형 전함들을 자체로 생산하여 작전배치하였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금성-2호는 미사일콜벳함에 여덟 발 탑재되었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뉴욕 타임스> 1994년 6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북은 18개월 동안 개발한 신형 대함미사일을 동해에서 시험발사하였는데, 그 신형 대함미사일은 사거리가 160km이고,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이라고 하였다. 저고도 비행은 해수면 밀착비행과 다른 개념이므로, 북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개발한 이 신형 대함미사일은 해수면 위 10~15m 높이에서 날아가는 성능을 지닌 것이다. 북이 20년 전에 개발한 이 대함미사일은 북의 1세대 대함순항미사일 금성-1호다. 미국 군부는 금성-1호를 소련-러시아의 스틱스 대함미사일, 또는 중국에서 생산된 스틱스 계열의 실크웜(Silkworm) 대함미사일과 똑같은 대함미사일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지만, 금성-1호는 스틱스 대함미사일 또는 실크웜 대함미사일보다 훨씬 더 우수한 대함미사일이다.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워싱턴 타임스> 2003년 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2월 24일 사거리가 160km인 신형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북이 금성-1호 대함미사일을 1990년대 후반에 대량생산하고 작전배치까지 이미 마쳤음을 말해준다.

2013년 11월 22일 <조선일보>는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여 놀라운 사실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북은 사거리를 300km로 크게 연장한 최신형 대함미사일의 개발을 끝내고 황해남도 등 최전방에 작전배치하였다는 것이다. 2013년 현재 북에 작전배치된, 사거리가 300km인 최신형 대함미사일은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 1초 동안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최신형 대함미사일의 공식명칭은 금성-2호다.

북이 금성-2호를 언제부터 생산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자료는 찾을 길 없지만, 2000년대 중반에 개발을 끝내고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008년 10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10월 7일 서해 상공에서 저공침투기 AN-2에서 금성-1호(보도기사에서는 스틱스라고 착오함)를 개조한 대함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였다고 한다. 저공침투기 AN-2에 탑재하여 발사할 수 있는 대함미사일이라면 길이가 5.8m, 지름이 76cm, 무게가 2.3t인 금성-1호보다 크기를 작게 무게를 가볍게 만든 것이므로, 2008년 10월 7일 북이 발사한 대함미사일은 금성-1호보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금성-2호인 것이 확실하다.

러시아가 만든 최신형 Kh-35U 대함미사일은 오래 전 소련이 만든 Kh-35 대함미사일의 사거리 130km를 260km로 연장하고, 타격목표 탐지거리도 20km에서 50km로 연장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북이 2000년대 중반에 만든 금성-2호 대함미사일은 1990년대 중반에 만든 금성-1호 대함미사일의 사거리 160km를 300km로 연장한 것이다. 금성-2호의 순항비행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해군이 운용하는 Kh-35 대함미사일보다 성능을 더 향상시켰으므로 Kh-35 대함미사일의 순항비행속도 마하 0.8보다 조금 더 빠른 것으로 보인다.

금성-2호 대함미사일에 비해, 미국군에 작전배치된 하푼 블록(Block)-II 대함미사일은 사거리가 124km이고, 순항비행속도는 마하 0.72이며, 2006년부터 한국군에 작전배치된 해성 대함미사일은 사거리가 150km이고, 순항비행속도는 마하 0.85다.

주목하는 것은, 그처럼 사거리를 크게 연장하고 순항비행속도를 높인 금성-2호 공격을 방어할 수단이 한국군 함대에게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2014년 6월 9일자 보도기사에서 한국 해군이 이지스함과 한국형 구축함 등 신형 함정에 탑재된 고속기관포와 전자교란장비로 금성-2호를 요격하고 교란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였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금성-2호의 해수면 밀착비행은 적함의 근접방어무기(고속기관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금성-2호의 대전자전장비(electronic counter-countermeasure)는 적함의 전자전을 무력화한다.

2007년 6월 5일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블러퍼스 가이드(Bluffer’s Guide)>에 게시된 자료 ‘북코리아 해군력(North Korean Naval Power) 2007’에 따르면, 인공위성이 북측 지역을 촬영한 ‘구글 어스(Google Earth)’에서만 찾아볼 수 있고, 그 이외의 자료에는 나오지 않은 북의 신형 전함이 있는데, 위성사진에 나타난 모습을 보면 배수량이 500t, 함체 길이가 60m, 함체 폭이 7.3m 정도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그 자료에서는 그 전함이 북의 사리원급 콜벳함을 개량한 신형 콜벳함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그 신형 전함은 <사진 5>에 나오는, 러시아 해군의 1241설계급 미사일콜벳함(Project 1241-class missile Corvette)과 같은 급의 미사일콜벳함이다. 미국 군부는 이 미사일콜벳함을 터랜툴급(Tarantul-class)으로 분류한다. 북에서 그 미사일콜벳함을 어떤 명칭으로 부르는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 미사일콜벳함 모형은 2012년 4월 14일에 개관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 전시되었다.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의 해군무력 전시실 내부를 촬영한 <사진 6>을 보면, 맨 앞쪽에 북의 미사일콜벳함 모형이 놓여있고, 그 뒤쪽에 특수수면효과 미사일고속정이 놓여있다. 조선인민군 해군의 미사일콜벳함이 러시아 해군의 1241설계급 미사일콜벳함과 같은 급이라면, 만재배수량 540t, 함체 길이 56m, 함체 폭 10.5m이며, 금성-2호 대함미사일 여덟 발을 탑재하고 최고 시속 78km로 항진하는 것이다. 그런 미사일콜벳함과 비교하여, 한국군이 2008년부터 작전배치한 검독수리급 고속함은 만재배수량 570t, 함체 길이 63m, 함체 폭 9m이며, 해상 대함미사일 여덟 발을 탑재하고 최고 시속 74km로 항진한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해군은 금성-2호 여덟 발을 탑재한 미사일콜벳함을 출전시킬 것이다. 북의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는 금성-2호가 1초 동안 모습을 드러낸 화면이 나오기 직전에 전함 한 척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멀리서 촬영한 화면이 1초 동안 나오는데, 바로 그 전함이 금성-2호를 탑재한 미사일콜벳함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함순항미사일인 금성-2호를 여덟 발 탑재하고 고속으로 돌진하는 미사일콜벳함들은 역시 금성-2호를 탑재한 전투기, 자행발사대와 함께 출전할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금성-1호와 금성-2호만 보유한 것이 아니라, 금성-3호도 보유하였다. 금성-1호와 금성-2호는 비행속도가 음속보다 조금 느린 아음속(subsonic) 순항미사일인데, 금성-3호는 음속보다 빠른 초음속(supersonic) 순항미사일이다.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작전배치한, 사거리가 420km인 초음속 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2009년 7월 6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항공모함을 향해 날아가는 ‘바닷새’’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5260)

금성 계열의 대함미사일들을 해상, 공중, 지상에서 동시다발로 대량발사하는 입체적 미사일공격을 피할 수 있는 함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북의 기록영화에서 1초 동안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금성-2호의 순간포착장면은 조선인민군 해군의 강한 공격력을 암시하였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4/06/10

북의 잠수함이 진화한 비밀, 마침내 밝혀졌다

[한호석의 개벽예감](116)
자주민보 2014년 06월 0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이것은 중국이 035형 잠수함의 성능을 크게 개량하여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간에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을 촬영한 것이다. 035B 잠수함이라는 공식명칭으로 불리는 이 잠수함은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수중에서 잠대함미사일, 음향감응유도어뢰, 지상타격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매우 위력적인 잠수함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기록영화에 등장한 잠수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언론보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인민군은 첨단무기 및 군사장비의 일부를 2012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상에 공개하고 있다. 지난 시기 국제사회에 존재 자체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거나 소문으로 들어왔던 조선인민군의 첨단무기 및 군사장비의 일부가 군사행진이나 기록영화를 통해 세상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처럼 조선인민군이 첨단무기 및 군사장비의 일부를 공개해온 일련의 무력시위는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다”고 선언하고 ‘조국통일대전’에서 승리할 것으로 자신하는 김정은시대의 중요한 특징들 가운데 하나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인민군이 첨단무기 및 군사장비의 일부를 공개해온 일련의 무력시위는, ‘세계 최강’이라고 허풍을 치는 미국의 오판과 오만을 한풀 꺾어놓는 억지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미국은 북의 대미무력시위에 대응한다고 하면서 한반도와 주변에서 대북무력시위로 맞서고 있지만, 2012년 이후 미국의 대북무력시위는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다”고 선언한 북의 대미무력시위 앞에서 긴장과 불안을 느끼며 수세에 몰린 행동인 것이다. 예컨대, 2012년 이후 미국이 강도 높은 대북전쟁연습을 강행한다고 크게 광고하면서도, 그들의 주력부대인 항모타격단이 동해나 서해의 접적수역(接敵水域)까지 차마 북상하지 못하고 동중국해 북부수역에서 맴도는 이전과 다른 현상이야말로 북의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 선언’과 대미무력시위에 지레 겁을 먹고 기가 꺾인 미국이 북미대치 군사전선에서 수세에 몰렸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2012년 이후 조선인민군이 군사행진과 기록영화를 통해 공개한 것은 대부분 지상무력이었고, 항공무력과 해군무력을 공개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서방의 군사강국들은 자기들의 항공무력이나 해군무력을 과시하는 항공전시회(air show) 또는 관함식(naval review)을 때로 진행하면서 자국군의 사기를 올려주고 자국산 무기의 해외수출을 촉진하는데, 북은 그런 행사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북의 항공무력과 해군무력은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5월 31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방영시간 49분 33초 길이의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는 북이 이제껏 공개하지 않았던 잠수함과 잠수함기지를 처음으로 보여주어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기록영화에서 잠수함 관련 영상이 나오는 시간은 26분 22초부터 34초까지 12초 동안, 그리고 48분 38초부터 46초까지 8초 동안이다. 20초 동안의 짧은 방영시간에 흘러가는 장면들은, 어느 군항에 정박한 잠수함 3척을 정면에서 근접촬영한 장면, 어느 군항에서 해수면으로 떠오르는 잠수함 1척을 측면에서 원격촬영한 장면, 잠수함들이 정박한 어느 군항에서 출항하는 잠수함 1척을 측면에서 원격촬영한 장면, 해상기동훈련 중에 다른 수상함들과 함께 항진하는 잠수함 1척을 측면에서 원격촬영한 장면 등이다.

북에는 부두정박식 잠수함기지와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가 있는데, 위의 기록영화에서 그 모습이 잠깐 비춰진 북의 잠수함기지는 부두정박식이다. 부두정박식 잠수함기지에 있는 잠수함들은 그 위치가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되어도 크게 문제로 되지 않는 디젤-전동식 잠수함들이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해수면에 떠올라 운항할 때는 디젤엔진으로 전동기(electric motor)를 돌리고, 해수면 아래로 내려가 잠항할 때는 디젤엔진에서 발생시켜 축전지에 저장해둔 전기로 전동기를 돌린다. 잠수함이 해수면에 떠올라 공기를 흡입하면서 디젤엔진을 돌릴 때나, 해수면 아래서 해수면 위로 내민 통기구(snorkel)를 통해 공기를 흡입하면서 디젤엔진을 돌릴 때는 내연기관 동음이 크게 들리지만, 잠항하면서 디젤엔진을 끄고 전동기만 돌릴 때는 동음이 크게 줄어든다. 해수면 아래에서 잠항하는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위치를 포착하기가 매우 어려운 까닭이 거기에 있다.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은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 등장한 북의 잠수함들을 보고 대뜸 로미오급(Romeo-class) 잠수함이라고 지적할 것이다. 로미오급이라는 잠수함분류명칭은 미국 군부가 지난날 소련에서 생산한, 수중배수량이 1,830t급인 디젤-전동식 잠수함에 제멋대로 붙여놓은 자의적 별칭이다. 자기 눈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데 길들여진 친미국가들에서는 소련에서 생산한 그 잠수함의 정식명칭이 있는데도 미국 군부가 퍼뜨린 로미오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쓰고 있다. 원래 로미오라는 이름은 16세기 후반에 문필활동을 펼쳤던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쓴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인데, 미국 군부가 소련 잠수함을 비극소설의 주인공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경위는 알기 힘들다. 비극소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미오처럼 소련 잠수함도 자멸의 운명을 지닌다는 뜻을 담아 로미오급이라고 부른 것일까?

지난날 소련이 건조한 그 잠수함의 정식명칭은 633설계급(Project 633 class) 잠수함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 잠수함을 633설계급이라는 정식명칭으로 부른다. 633설계급 잠수함 계열로 분류되는 여러 유형의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해온 나라는 전 세계에서 소련, 중국, 북밖에 없다.

소련은 1957년 10월부터 1961년 12월까지 기간에 633설계급 잠수함 20척을 건조하였는데, 그것이 633설계급 계열의 1세대 잠수함이다. 그 기간에 소련이 건조하였던 633설계급 잠수함은 함체 길이가 76.6m, 폭이 6.7m이며, 수상배수량이 1,475t이고, 수중배수량이 1,830t이다. 함체 내부에 설치된 전동기 2대가 함미에 장착된 쌍발추진기를 돌려 앞으로 나아가는데, 수상운항속도는 시속 28km, 수중운항속도는 시속 24km이며, 시속 17km의 속도로 운항하는 경우 항속거리는 14,484km에 이른다. 또한 이 잠수함은 함수에 533mm 어뢰발사관 6기, 함미에 2기를 각각 장착하였고, 승함인원은 54명이다.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 등장한 북의 잠수함들을 로미오급 잠수함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고, 633설계급 잠수함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난날 소련이 건조했던 633설계급 잠수함이 북과 중국에서 몇 세대에 걸쳐 ‘진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 등장한 북의 잠수함들은 몇 번째 세대로 ‘진화’한 633설계급 잠수함들인가?
    

633설계급 잠수함은 어떻게 ‘진화’하였을까?    

1963년에 소련은 633설계급 잠수함의 설계도와 기술자료를 중국에 보내주었고, 중국은 그것을 바탕으로 잠수함 건조기술을 습득하여 1963년부터 1984년까지 기간에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 84척을 건조하였는데, 이 잠수함은 033형 잠수함이라는 정식명칭으로 불린다. 중국은 033형 잠수함을 건조해온 기간에 단순한 복제생산을 계속한 것이 아니라 성능개량을 거듭하였는데, 디젤엔진, 수중음향탐지기(sonar), 통신장비, 냉방장치 등을 개량하였다.

중국의 잠수함 성능개량사업은 ‘무산계급문화혁명기(1966-1971)에 일시적으로 침체되었는데, 1971년부터 2000년까지 기간에 기존 033형 잠수함의 성능을 크게 개량하여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 21척을 건조하였다. 그 잠수함의 공식명칭은 035형 잠수함인데, 미국 군부는 밍(明)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른다.

중국이 성능개량을 거듭하여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인 035형 잠수함은 지난날 소련이 건조한 같은 계열의 1세대 잠수함보다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무겁다. 이를테면, 035형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1,584t, 수중배수량은 2,113t이고, 함체 길이는 76m, 폭은 7.6m이다. 또한 수상운항속도는 시속 28km이고, 수중운항속도는 시속 33km이며, 잠수심도는 150m다. 승함인원은 55명이고, 작전가능시간은 60일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간에 035형 잠수함의 성능을 더 개량하여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 4척을 건조하였다. 이 잠수함이 <사진 1>에 나오는 035B형 잠수함이다. 소련에서 개발되었고 중국에서 ‘진화’한 633설계급 계열의 잠수함은 마침내 4세대 잠수함(035B 잠수함)에 이르러 현대전에 적합한 고도의 작전능력을 갖게 되었는데, 수중에서 잠대함미사일, 음향감응유도어뢰, 지상타격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매우 위력적인 타격력을 가진 우수한 잠수함으로 개조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633설계급 계열의 1세대 잠수함과 4세대 잠수함의 성능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 군부는 그처럼 엄청난 성능격차를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그 계열의 모든 잠수함들을 무조건 로미오급 잠수함으로 부르는 교묘한 왜곡선전을 펴면서 세상을 기만해왔다.

이 글의 주된 관심사는 북의 잠수함 건조사업이다. 북은 633설계급 잠수함 건조사업을 어떻게 진척시켜왔을까?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북은 중국이 건조한 633설계급 2세대 잠수함(033형 잠수함)을 1973년에 2척, 1974년에 2척, 1975년에 3척 수입하였고, 1976년부터는 033형 잠수함을 자체로 건조하기 시작하여, 1994년까지 모두 18척을 건조하였다고 한다.

위와 같은 서방측 자료에서 잠수함 건조에 처음 착수한 시점을 서로 비교하면, 북이 중국보다 13년 뒤진 셈이다. 아래에서 다시 논하겠지만, 633설계급 계열로 분류되는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업에서 북은 중국에게 뒤진 13년 시간격차를 따라잡아 독자적인 건조기술로 같은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을 건조하였다.

그런데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자체로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 18척, 중국에서 수입한 같은 계열의 2세대 잠수함 4척을 합해 동급 잠수함을 모두 22척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북이 자국 잠수함에 관련된 정보를 그 동안 세상에 전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자의적으로 추정하여 작성한 자료에서 드러나는 오류는 너무 심하다. 633설계급 계열의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업을 1976년부터 추진해온 북이 38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을 18척밖에 건조하지 못했다고 보는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은 이치에 맞지 않는 명백한 오류다.

1963년 이후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033형 잠수함)을 건조하였고, 1971년 이후 3세대 잠수함(035형 잠수함)을 건조하였고, 2000년 이후 4세대 잠수함(035B형 잠수함)을 건조하였던 중국의 경험을 살펴보면, 중국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열의와 노력으로 잠수함 건조사업에 달라붙은 북도 1976년에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033형 잠수함)을 자체로 건조한 이후 그것의 성능을 더욱 개량한 후속형 잠수함들을 계속 건조해왔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이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을 건조한 이후 약 30년 동안 후속형 잠수함을 건조하지 못한 채, 1970년대 후반에 건조했던 노후한 2세대 잠수함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미국 군부와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북이 세상에 공개한, 잠수함에 관련된 흔치 않은 사진자료와 영상자료를 살펴보면,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도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 3세대 잠수함, 4세대 잠수함을 순차적으로 건조해왔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래의 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사진 2> 2011년 8월 4일 조중우호조약체결 50주년을 맞아 조선인민군 동해함대사령부가 있는 강원도 원산항을 친선방문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훈련함 2척이 입항하였을 때,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인민군 해병들이 잠수함 상판에 도열하였다. 맑은 바닷물이 햇빛에 반사될 때 나타나는 비취색으로 도색된 이 잠수함은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이다. 조선인민군 잠수함대는 이 노후한 잠수함을 훈련용으로 사용한다. 미국 군부가 로미오급 잠수함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 훈련용 잠수함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사진자료들이 말해주는 북의 잠수함이 ‘진화’한 비밀  

<사진 2>에 나타난 잠수함은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은 미국 군부가 로미오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잠수함이고, 중국에서는 033형 잠수함이라고 부르는 잠수함이고, 북이 1970년대 후반에 건조한 잠수함이다. 북이 아주 오래 전에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은 맑은 바닷물이 햇빛에 반사될 때 나타나는 비취색으로 도색되었다.

비취색으로 도색된 그 잠수함은 조선인민군 잠수함대의 전투용 잠수함이 아니라, 잠수함대에 갓 들어간 신입 병사들의 훈련용 잠수함으로 보인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2011년 8월 4일 원산항에 입항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훈련함을 맞이한 환영행사에 조선인민군 해군이 훈련용 잠수함을 내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사진 3> 동해에서 수상함들과 함께 해상기동훈련을 벌이는 이 잠수함은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이다. <사진 2>에 나오는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과 외형을 비교하면, 함체도색이 다르고, 함교도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사진 4>이 사진은 북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한, 부두정박식 잠수함기지를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잠수함 3척은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들이다. <사진 3>에 나오는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과 외형을 비교하면, 함체도색도 다르고, 함교모양도 다르고, 함수에 코뿔소의 뿔처럼 생긴 중거리 기뢰음향탐지기를 설치한 것도 다르다. 이 잠수함들은 <사진 1>에 나오는 중국의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035B형 잠수함)과 동급이다. 이 4세대 잠수함은 수중에서 잠대함미사일, 음향감응유도어뢰, 지상타격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강력한 무장을 갖추었으며, 공기불요추진장치(AIP)까지 설치하여 오랫동안 해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150m 물밑에서 작전할 수 있으며, 수중방사음향이 12dB밖에 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은 전시에 수중음향탐지망을 뚫고 적진에 은밀히 접근하여 핵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도 격침시킬 수 있는 강력한 공격력을 지녔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은 1970년대 후반에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을 건조한 이후 그 건조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기술을 개발하여 지난 30여 년 동안 3세대 잠수함과 4세대 잠수함을 순차적으로 건조해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외형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드러나 보이는 잠수함들이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 등장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사진 3>에 나오는 잠수함은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이고, <사진 4>에 나오는 잠수함은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이다. 북에서 이 4세대 잠수함을 부르는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이 글에서는 4세대 잠수함이라고 부른다.

북의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은 <사진 1>에서 보는 중국의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035B형 잠수함)과 외형이 매우 흡사하다. 위의 사진자료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북이나 중국에서 건조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은 이전 세대 잠수함들에 비해 외형상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그 특징은 마치 코뿔소(북에서는 서우)의 뿔처럼 생긴 알루미늄색 큰 물체가 함수에 곧추세워진 것이다. 코뿔소의 뿔처럼 생긴 그 알루미늄색 물체가 바로 중거리 기뢰음향탐지기(medium-range mine detection sonar)다. 이전에 건조된 2세대 잠수함이나 3세대 잠수함의 함수에도 기뢰음향탐지기가 설치되었지만, 크기가 좀 작아서 먼 거리에서 촬영된 사진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의 함수에는 크기가 매우 클 뿐 아니라 성능이 향상된 개량형 기뢰음향탐지기가 설치되었다.

북의 4세대 잠수함은 중국의 4세대 잠수함(035B형 잠수함)이 그러한 것처럼, 수중에서 잠대함미사일, 음향감응유도어뢰, 지상타격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강력한 무장을 갖추었다. 그것만 아니라, 열에너지를 역학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스털링엔진(Stirling engine)을 사용하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r-independent propulsion)가 북의 4세대 감수함에 설치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공기불요장치를 설치한 북의 4세대 잠수함은 공기를 흡입하여 디젤엔진을 돌리기 위해 이따금씩 통기구를 해수면 위로 내밀지 않고 해수면 아래 150m 심해에서 계속 머물며 작전할 수 있다. 이것은 북의 4세대 잠수함이 적의 정찰위성, 대잠초계기, 대잠헬기, 수상함 등으로 이루어진 대잠방어망을 뚫고 적진에 은밀히 접근하여 기습적으로 잠대함미사일, 음향감응유도어뢰, 지상타격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이 4세대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수중방사음향을 얼마나 적게 줄였는가 하는 점이다. 수중방사음향을 줄이면 적의 수중음향탐지망을 뚫고 은밀히 접근하여 기습공격을 가할 수 있다. 능동형 수중음향탐지기로 잠수함의 은밀한 접근을 포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것이지 실전상황에 들어가면 잠수함의 은밀한 접근을 포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남대서양에서 벌어진 잠수함작전이 그것을 입증한 바 있다.
    

영국 함대에 홀로 맞서 싸운 잠수함 싼 루이스    

1982년 4월 2일부터 6월 14일까지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남대서양에 있는 말비나스 제도(Islas Malvinas, 아르헨티나 명칭) 또는 포클랜드 제도(Falkland Islands, 영국 명칭)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그 섬들과 주변해역에서 격전을 벌었는데, 그 전쟁에서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잠수함작전이었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영국 함대에 맞서 디젤-전동식 잠수함 2척을 출전시켰다. 미국 해군에서 퇴역하여 1971년에 아르헨티나에 수출된, 수중배수량 2,480t급의 노후한 잠수함 싼타 페(ARA Santa Fe), 독일에서 건조되어 1978년에 아르헨티나에 수출된, 수중배수량 1,285t급의 신형 잠수함 싼 루이스(ARA San Luis)였다. 당시 아르헨티나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은 싼타 페와 싼 루이스 2척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 해군이 출전시킨 잠수함 싼타 페는 영국 해군이 출전시킨 만재배수량 6,850t급 구축함 앤트림(HMS Antrim)에서 발진한 대잠헬기에게 위치가 포착되어 대잠헬기의 폭뢰공격을 받았다. 폭뢰의 수중폭발로 일어난 엄청난 충격파에 의해 전기장치들이 작동을 멈춘 잠수함 싼타 페는 잠항을 계속할 수 없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자, 하는 수 없이 해수면으로 떠올랐다. 잠수함이 전투 중에 해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영국 해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잠헬기 4대를 출동시켜 대구경 기관총과 대함미사일로 공격했고, 집중공격을 받은 잠수함 싼타 페는 치명타를 입고 허겁지겁 대피하다가 해안에 좌초하였으며, 결국 투항으로 자기의 종말을 맞았다. 잠수함 싼타 페는 미국 해군이 태평양전쟁과 6.25전쟁에 투입하였다가 퇴역시킨 뒤에 아르헨티나에 팔아넘긴 노후한 잠수함이었기 때문에 영국 대잠헬기의 수중음향탐지를 피하지 못하고 자기 위치를 노출하였고, 그로써 대잠헬기의 집중공격을 받고 종말을 고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노후한 잠수함 싼타 페와 달리, 신형 잠수함 싼 루이스는 전혀 다른 작전상황을 펼쳐갔다. 순양함과 구축함은 물론 핵추진 잠수함까지 동원한 강력한 영국 함대에 홀로 맞서 싸운 잠수함 싼 루이스는 전구(戰區)를 종횡무진 누비며 영국 함대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영국 함대는 533mm 중어뢰 발사관 8개를 장착한 잠수함 싼 루이스 1척을 잡아내기 위해 대잠수함전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만일 잠수함 싼 루이스의 승조원들이 실수로 어뢰발사관의 전선을 잘못 연결하여 어뢰발사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영국 함대는 싼 루이스의 어뢰공격으로 치명타를 입고 대패하였을 것이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전선을 잘못 연결한 사소한 실수가 전쟁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것이다.

잠수함이 얼마나 치명적인 무기인지를 현실로 입증한 사례는 더 있다. 미국 해군 태평양작전사령부가 주관하고 태평양 연안국가 해군들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 하와이 주변해역에서 2년마다 한 차례씩 진행되는 환태평양(RIMPAC)훈련과정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한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은 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한국 해군으로 구성된 연합함대가 수중음향탐지망을 설치해놓았는데도, 그것을 감쪽같이 뚫고 자유자재로 잠항하면서 놀라운 작전능력을 발휘하였다. 이를테면,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은 1998년에 환태평양훈련에 처음 참가하여 미국 해군 소속 7,300t급 핵추진 잠수함 캐미하미하(USS Kamehameha)를 가상어뢰로 격침시켰을 뿐 아니라, 미사일구축함 2척, 미사일호위함 1척, 구축함 1척, 호위함 1척, 상륙함 1척을 포함하여 모두 13척을 가상어뢰로 격침시켰다.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은 2000년도 환태평양훈련 중에도 각종 수상함 11척을 가상어뢰로 격침시켰고, 2002년도 훈련에서도 각종 수상함 10척을 가상어뢰로 격침시켰고, 2004년도 훈련에서는 미국 해군 소속 이지스순양함 2척 및 이지스구축함 2척,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구축함 4척, 한국 해군 소속 구축함 2척을 가상어뢰로 격침시켰고, 미국 해군 소속 10만t급 초대형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USS John C. Stennis)까지 가상어뢰로 격침시켜 미국 해군 지휘부를 놀라게 하였다. 당시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의 가상어뢰공격을 받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미국 해군 소속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2척뿐이었다.

위와 같은 환태평양훈련의 잠수함작전 경험은 해전에서 수상함으로는 잠수함에 맞서지 못한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는데, 핵추진 잠수함과 핵추진 항공모함까지 격침하는 중형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가공할 위력을 체감한 미국 해군은 2004년 4월 8일 대잠수함전함대사령부(Fleet Anti-Submarine Warfare Command)를 창설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잠수함이 북에 있다    

잠수함이 잠항 중에 발생하는 수중방사음향은 데시벨(decibel, dB) 음향단위로 표시된다. 수중배수량이 엄청나게 큰 핵추진 잠수함이라 할지라도 잠항할 때 수중방사음향을 크게 내면 전시에 격침위험에 쉽게 노출될 것이다. 수중배수량이 큰 대형 잠수함일수록 잠항할 때 수중방사음향을 크게 낼 수밖에 없으므로, 초대형 핵추진 잠수함이라고 해서 무조건 만능이 아니다. 중형 디젤-전동식 잠수함이 초대형 핵추진 잠수함을 가상어뢰로 격침시킨 사례는 위에서 언급한 환태평양훈련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초대형 잠수함이 무조건 우수한 잠수함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며, 데시벨 수치가 적은 ‘조용한’ 잠수함이 적의 수중음향탐지망을 쉽게 뚫을 수 있는 우수한 잠수함이다.

1998년도 환태평양훈련에서 미국 해군 해상초계기 P-3C가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의 항적을 5분 동안 포착하였으나 금방 놓쳐버린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 2년마다 계속 열린 환태평양훈련 중에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이 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한국 해군으로 구성된 연합함대의 수중음향탐지망에 포착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러한 경험은 수중음향탐지기술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바다 속에서 돌아다니는 잠수함을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작성한 수중방사음향 추산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25.1dB, 러시아의 아쿨라급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24.0dB, 영국의 트라팔가급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22.7dB, 중국의 091형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22.3dB, 프랑스의 루비급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19.7dB, 일본의 유시오급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19.0dB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의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12dB이다. 원래 중국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19.4dB이었는데, 몇 차례 성능을 개량하면서 12dB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런 정도의 음향은 귀에 들릴 듯 말 듯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와 같다.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도 12dB 정도로 아주 적은 음향밖에 내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잠수함이다.
    

아메리카 제국을 멸망시킬 최후의 타격수단    

전시에 잠수함은 533mm 중어뢰 한 발로 1만t급 순양함을 격침하는 엄청난 공격력을 발휘한다. 자기의 항모타격단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미국 해군도 상상을 초월한 공격력을 지닌 적의 잠수함대 앞에서는 기가 눌리게 된다. 잠수함은 항공모함을 위협하는 위력적인 무기다. 잠수함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는 잠수함밖에 없다. 그러므로 잠수함강국은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최강 수준의 군사강국이다.

지난날 중국이 소련에게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중국은 1958년에 독자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겠다고 결정하였다. 당시 중국은 곡물수출국들로부터 곡물을 수입해야 하였던 어려운 처지에 있었으나,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독자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기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 어려운 결정을 내린 정치국 회의에서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허리띠를 졸라매고서라도 핵추진 잠수함을 자력으로 건조하려는 단호한 결심을 이렇게 표명하였다. “앞으로 만년이 걸린다 해도 우리는 핵추진 잠수함을 반드시 건조해야 한다.”

그런 결정이 내려진 때로부터 12년이 지난 1970년 중국은 마침내 자국산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였고, 그로부터 4년 뒤 그 핵추진 잠수함을 북해함대에 배치하였으며, 1988년에는 핵추진 잠수함에 탑재한 전략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였다. 그리하여 오늘 중국은 091형, 092형, 093형, 094형, 096형으로 분류되는 다섯 유형의 핵추진 잠수함 약 10척을 운용하고 있다. 2013년 12월 22일 중국 동북부 보하이(渤海)해역에서 094형 핵추진 잠수함이 수중발사한, 사거리 9,000km의 다탄두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쥐랑(巨浪)-2 한 발이 중국 서부의 신장(新疆)에 있는 미사일시험장을 향해 날아갔다. 중국은 수 십 년에 걸쳐 완성해온 자기의 핵무력을 그렇게 시위하였다.

중국은 첫 핵추진 잠수함을 1970년에 건조하였고 1974년에 작전배치하였는데, 북은 1990년대 초반에 핵추진 잠수함 개발사업에 착수하여 2000년대 초에 마침내 첫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였다. 북은 2010년 10월 10일 당창건 경축 군사행진에 6축12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사거리 4,000km의 다탄두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화성-10호를 처음 공개함으로써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세상에 알렸다.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망을 벗어난 북의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 안에서 대기하는 잠수함들은 세상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이 그 존재 자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는 핵추진 잠수함들이다.

북이 핵추진 잠수함을 자력으로 건조하고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2년 2월 23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2012년 9월 17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이 글에서 재론할 필요가 없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과 주요언론매체들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흘려준 왜곡된 북의 군사정보만 듣고 북이 노후한 잠수함 몇 척만 운용한다고 보는 착각에 빠져 있지만, 1970년대부터 잠수함 전력구축에 국력을 기울여온 북은 지금 핵추진 잠수함과 여러 유형의 디젤-전동식 잠수함들로 구성된 최강의 잠수함대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 해군 7함대 항모타격단이 서해와 동해의 접적수역으로 감히 북상하지 못하고 북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동중국해 북부해상에서 맴도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대는 동해와 서해에서 정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은 남해에도 출동하여 엔진을 끄고 해상(seabed)에 내려앉는 착저매복전술(着底埋伏戰術)을 연습하면서 전시에 일본 사세보항에서 출항할 미국 해군 7함대 항공모함을 불시에 해저에서 공격하는 기습능력을 연마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만일 전시에 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한국 해군으로 구성된 연합함대가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작전활동을 벌이는 경우, 격침위험을 느끼며 공포에 떠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래 조선인민군 해군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격침시키기 위한 다양한 공격전술을 개발하고 그 전술훈련에 열중해왔는데, 만일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면 북의 잠수함대가 일본에서 출항할 7함대 항모타격단의 출동을 일본 인근해역에서 사전에 막아버리는 선제공격대오의 맨 앞장에 설 것으로 예견된다.

주목하는 것은, 전시에 북의 핵추진 잠수함이 수행하게 될 작전이다. 만일 전시에 미국이 대북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대의 보복공격범위는 한반도 주변해역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해군 소속 핵추진 잠수함은 태평양으로 사전에 출동하여 미국 서부해안에 가까운 심해에서 공격명령을 대기하고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미국 본토를 향해 보복공격을 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 <사진 5> 이것은 2013년 10월 18일 중국의 <환구시보>에 나온 보도기사의 일부다. 이 보도기사에 따르면, 전시에 만일 중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미국 본토를 향해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사망자가 500만-1,2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아메리카 제국의 멸망을 뜻한다. 중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그런 대미보복 시나리오를 준비하였다면, 당연히 북도 그런 대미보복 시나리오를 준비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중국과 달리, 북은 '최후 결전'의 날이 오면 조선인민군의 총공격으로 아메리카 제국을 지구 위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여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을 자극하는 대북전쟁연습을 영구히 중지하고 주한미국군 철군을 단행해야 할 까닭이 거기에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위와 같은 예견이 소설적 상상이 아니라는 점은 중국의 <환구시보> 보도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사진 5>에서 보는 것처럼, 2013년 10월 28일 중국의 <환구시보>는 전시에 태평양으로 출동한 중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하는 경우 사망자가 무려 500만~1,2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도기사를 실어 아메리카 제국에게 공포감을 안겨주었다. 중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동원한 대미핵보복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면, 당연히 북도 핵추진 잠수함을 동원하여 아메리카 제국을 멸망시킬 대미핵보복 시나리오를 준비하였을 것이다. 북이 미국에게 경고해온 ‘최후 결전’은 그런 것이다.

7함대 항모타격단이 격침당하는 수준의 패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메리카 제국이 통째로 멸망할 위험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예감하였다면, 그들은 북의 핵공격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대북핵전쟁연습을 영구히 중지하고 주한미국군 철군을 단행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4/06/03

뜻밖에 일어난 전변, 북일 관계개선 합의

[한호석의 개벽예감] (115)
자주민보 2014년 06월 0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북과 일본은 지난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정부급 회담을 진행하고 관계개선을 합의하였다.  왼쪽이 송일호 조선 외무성 조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이고, 오른쪽은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다. 이번에 나온 관계개선 합의는 북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 자주민보



북은 왜 일본의 극우정권을 상대로 협상을 벌인 것일까?

2014년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송일호 조선 외무성 조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북측 정부대표단과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일본 정부대표단이 회담을 진행하였다. <사진 1> 이 회담은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북과 일본이 진행한 국장급 회담의 후속회담이다. 북일 스톡홀름 회담의 합의사항은 ‘조일 정부 간 회담에서 합의된 발표문’으로 정리되어 지난 5월 29일 평양과 도쿄에서 동시에 발표되었다. 이 글에서는 ‘조일 정부 간 회담에서 합의된 발표문’을 5.29 발표문으로 약칭한다.

5.29 발표문의 충격파는 동북아시아 정세를 흔들었고,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김정은시대에 북은 국제사회가 예측하기 힘든 사변을 연속적으로 일으키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북일 관계개선 합의도 그런 놀라운 사변들 가운데 하나다. 

5.29 발표문에 담긴 합의사항들이 이행되는 경우 북일관계정상화라는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동북아시아 정세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불가피하다. 5.29 발표문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5.29 발표문의 의의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북일 스톡홀름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북일관계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조망하면서 그 발표문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남측과 일본의 언론매체들에 떠돌아다니는 5.29 발표문에 대한 해설이나 분석은 천박한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그런 해설이나 분석은 5.29 발표문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결정적인 요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느 한 부문만 확대해석한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올해에 들어와서 북일 국장급 회담이 베이징과 스톡홀름에서 연속 진행되고 이번에 마침내 관계개선 합의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북의 외교술이다. 다시 말해서, 북이 외교술을 발휘하여 북일 관계개선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교도통신>은 2014년 5월 29일부 보도기사에서 “이번 협의(북일 스톡홀름 회담을 뜻함-옮긴이)는 북조선측으로부터 개최타진이 들어와 성사됐다”고 지적하면서, 북과 일본이 관계개선 합의에 이른 것은 “북조선이 전향적이라는 증거”라고 말한 일본 외무성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하였다. 이번에 대일협상에 나선 북의 태도가 일본 외무성의 시각에 ‘전향적’으로 보일 만큼 북은 대일 관계개선 협상에 매우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제가 시야에 들어온다. 북의 협상상대인 일본의 현 정권은 일본의 평화헌법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겠다고 하면서 이른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준비를 막바지에서 다그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집단적 자위권’이란 지난 시기 일본이 전범국으로 저질렀던 군국주의 죄악을 청산하기는커녕 전범국의 침략적 야욕을 계승하여 무력을 증강하고 전쟁권까지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북은 그처럼 위험천만한 일본의 극우정권을 상대로 국교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한 협상을 진척시켜 마침내 관계개선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북은 왜 일본의 극우정권을 상대로 관계개선을 하려는 것일까? 선뜻 풀기 힘든 이 수수께끼 같은 물음과 관련하여 요즈음 남측과 일본의 언론매체들에서 들을 수 있는 몇 가지 견해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교도통신> 2014년 5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2007년 7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일관계개선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는데, 이를 변경하는 지시를 내리지 않은 채 서거하였으므로 대일관계개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으로 되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승계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대일외교를 담당한 북측 외무성 고위관리가 2012년 당시 일본 민주당 정권의 실세에게 전해준 것이라고 한다.

대일관계개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므로 북이 그 유훈을 관철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왜 하필이면 일본의 극우정권을 상대로 그 유훈을 관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힘들다. 북이 ‘선대수령의 유훈’을 관철하려 할 때에는 반드시 시기와 조건을 타산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일관계개선 유훈을 왜 일본의 극우정권을 상대로 관철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둘째, 북은 요즈음 국가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마련해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는데, 북이 대일관계개선을 자금조달통로로 보기 때문에 일본의 극우정권을 상대로 국교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는 견해도 있다. <산케이신붕> 2012년 9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2002년 9월 17일 조일평양회담에서 합의한, 북의 대일배상청구액 규모는 114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북에게 자금조달요구가 절실해졌기 때문에 대일관계개선을 추진하였다고 보는 것은, 중대한 정치문제를 경제적 이해관계로 좁혀서 해석하는 천박한 견해로 보인다. 북은 돈에 눈이 팔려 정치적 결정을 함부로 내리는 나라가 아니다.

셋째, 북이 대일관계개선을 추구한 것은, 북에게 적대적인 한미일 삼각동맹관계에 균열을 내려는 목적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금 오바마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대북관계를 개선하기는커녕 기존 대북대화창구마저도 틀어막고, 대북전쟁연습을 앞세운 극단적인 대북적대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다. 이런 살벌한 판국에 북과 일본이 관계개선에 나선다면, 한미일 삼각동맹관계에 영향을 주게 되리라는 점은 누구나 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북일관계개선이 파장을 발생시킨다 해도, 그 파장이 미일안보동맹, 한미안보동맹, 한일안보협력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현 정권은 자기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대북관계개선에 나선 것이므로, 그들이 대북관계를 개선하는 범위는 한미일안보동맹을 해치지 않는 ‘금지선’ 안에 한정되는 것이지 그 선을 절대로 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이 일본의 극우정권을 상대로 관계개선을 합의한 까닭은 무엇일까? 일본의 극우정권을 상대해서라도 관계개선 협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던 급박한 사정이 북에게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북이 직면한 급박한 사정은 무엇일까?

현재 북이 직면한 급박한 사정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산을 지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말하는 유산은 북의 해외공민조직인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총련)를 뜻한다. 6.25전쟁 직후 혹심한 전쟁피해를 입은 북측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움막에서 살아야 했던 그처럼 어려운 시절에도 김일성 주석은 총련 산하 각급 조선학교의 민족교육을 위해 막대한 교육원조비를 보내주었는데, 전후복구기라서 국고에 현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북의 금광에서 캐낸 금덩이를 현금을 대신하여 보내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총련과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김일성 주석의 각별한 사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북의 시각에서 보면, 총련은 단순한 해외공민조직이 아니라 ‘선대수령들의 유산’인 것이다. 김정은 조선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5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총련 제23차 전체대회에 축하문을 보냈는데, 이것은 북이 총련과 재일조선인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그런데 지금 일본의 극우정권과 극우세력은 총련과 재일조선인에 대한 탄압과 차별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총련과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그들의 탄압과 차별은 어제오늘에 있는 일이 아니지만, 지난 몇 해 사이에 전례 없이 난폭해졌다. 이를테면, 일본의 극우정권은 총련간부들이 자기들의 조국인 북을 왕래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고, 재일조선인들이 자기들의 조국인 북에 송금하지 못하도록 하고 어떤 물품도 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고, 재일조선인사회와 북을 연결해주는 만경봉호의 일본 입항을 금지시켰고, 일본전세기의 대북왕래도 금지시켰다. 그것만이 아니라 재일조선인사회의 후대를 길러내는 각지역 조선학교들을 무상지원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민족교육을 재정난으로 떠밀었다. 
▲ <사진 2> 일본 도쿄 중심부에 있는 재일조선인총련합회(총련) 중앙본부 청사다. 북측 국기를 게양하는 이 건물은 재일조선인사회의 정신적 기둥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그 청사와 부지를 강제로 매각하려는 책동을 벌여놓았다. 북에게 있어서 재일조선인은 그 지위와 권리를 보호해야 할 해외공민이며, 재일조선인을 대표하는 해외공민조직인 총련은 '선대수령들의 유산'이다. 그런 까닭에 북은 총련중앙본부 청사와 부지가 강제매각되는 사태를 시급히 저지해야 한다. 이번에 나온 북일 관계개선 합의사항에 총련과 재일조선인에 관련된 문제가 포함된 것은 그런 급박한 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총련과 재일조선인에 대한 그들의 탄압과 차별이 가장 집중적으로 표출된 사건은, 도쿄 중심부에 있는 총련중앙본부 청사와 부지를 강제로 매각하려는 책동이다. <사진 2> 총련 산하 신용조합의 파산으로 발생한 채권 약 627억 엔을 인수한 일본측 정리회수기구가 총련중앙본부 청사와 부지를 경매에 넘겼는데, 지난 3월 24일 도쿄지방법원은 그 청사와 부지를 일본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하도록 허가하였다. 그런데 경매의 제1낙찰자인 몽골법인의 입찰액에 비해 제2낙찰자인 일본 부동산 투자회사의 입찰액은 28억 엔이나 더 적었다. 그런 경우에는 도쿄지방법원이 또 다시 경매에 넘기도록 판결했어야 정상인데, 일본 부동산 투자회사에게 헐값으로 급히 처분하는 부당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총련은 도쿄지방법원의 부당한 판결이 재일조선인에 대한 민족차별임을 지적하고 상급법원에 항고하였다.

총련중앙본부 청사와 부지가 일본 부동산 투자회사에 넘어가는 경우, 재일조선인사회가 겪게 될 정신적 충격과 실망은 너무 클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북은 총련중앙본부 청사와 부지의 강제매각을 시급히 차단하는 것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산을 지키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극우정객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일본 총리직에 오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참여(행정자문관)을 2013년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자신의 밀사로 평양에 보냈는데, <교도통신> 2013년 5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이지마 내각관방참여의 방북기간 중에 진행된 일련의 회담들에서 총련중앙본부 청사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일본 당국이 조치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3월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북일 국장급 회담에 참석한 송일호 조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는 총련중앙본부 청사 매각문제는 북일관계를 개선하는 데서 “기본적인 문제”이므로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일관계가 진전될 수 없다는 견해를 일본측에 전했다고 취재기자들에게 직접 밝힌 바 있다. 또한 <교도통신> 2014년 5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북일 스톡홀름 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송일호 조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는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기자들을 잠시 만난 자리에서 이번 북일 관계개선 합의에 총련중앙본부 청사 매각문제가 포함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북일관계 12년의 굴곡진 경로

북과 일본이 관계개선으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전환점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2년 9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쥰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를 만난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조일평양선언의 핵심내용을 요약하면, 지난 시기 조선을 식민지로 강점, 약탈한 범죄에 대해 일본이 “사죄의 뜻을 표명”한 조건에서 북과 일본은 “국교정상화를 빠른 시일 안에 실현”함으로써 전쟁배상금을 “무상자금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북에 지불하는 문제와 “재일조선인들의 지위문제와 문화재문제” 등을 해결하기로 공약한 것이다. <산케이신붕> 2012년 9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정상회담에서 일본측은 전쟁배상이라는 말을 조일평양선언에서 사용하면 남측이 다시 대일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하는 바람에 북이 전쟁배상이라는 말을 삭제했다고 한다.

조일평양선언에 따라, 북과 일본은 2002년 10월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국교정상화협상을 진행하였고, 2006년 2월 4일 국교정상화협상을 재개하였고, 2007년 3월 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1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을 진행하였고, 같은 해 9월 5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제2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을 진행하였으며, 2008년 8월 11일 중국 선양에서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을 진행하였다. 북과 일본은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에서 관계개선 합의에 이르렀다.

북과 일본이 2008년 8월 13일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에서 관계개선을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북미관계에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성과가 나타난 긍정적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를테면, 2008년 6월 26일 북은 녕변원자로 가동기록문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였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북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조치에 착수하였으며, 이튿날 북은 녕변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였다. 그런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북과 미국은 2008년 10월 3일 평양에서 핵검증방식을 합의하였고, 미국은 10월 11일 북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였던 것이다.

만일 북과 일본이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관계를 개선하였더라면,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오늘 북일관계는 국교정상화를 실현하는 단계에 들어섰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에서 북과 일본이 합의한 관계개선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왜 이행되지 않았을까?

북과 일본이 2008년 8월 13일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에서 합의한 관계개선이 전혀 이행되지 않은 까닭은, 일본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적극 추종하였기 때문이다. 2008년 8월 13일 북과 일본은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에서 관계개선을 합의하였건만, 당시 미국은 북에서 채취한 핵시료를 자기들이 가져가 검사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2008년 10월 3일에 채택된 북미합의 이행을 고의적으로 지체시키다가 2009년 4월 5일 북의 인공위성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4월 14일에 채택하여 북미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갔다. 그에 대응하여 북은 6자회담 불참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기존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4.14 외무성 선언을 발표하였다. 그 선언에 따라 북은 2009년 5월 25일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하였는데, 일본은 그에 반발하여 자기의 독자적인 기존 대북제재조치를 더욱 강화하여 일본의 대북수출마저 금지함으로써 북일관계를 전면적으로 파탄시키는 극단적인 적대행위를 취하였다. 일본의 대북적대행위로 하여 북일교역이 완전히 끊어진 때는 2009년 7월이었다. 그런 적대행위로도 성에 차지 않은 일본은 북의 항구들에 출입하는 선박들 가운데서 자기들이 자의적으로 지목한 선박을 일본해상보안청이 공해상에서 정선시키고 강제로 검색하려는 이른바 ‘화물검사특별조치법’의 효력을 2010년 7월 4일부터 발생시켰다. 

이처럼 일본이 미국의 대북제재조치를 추종하여 자체로 대북제재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극단적인 적대행위를 취한 때로부터 약 2년이 지난 2012년 8월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 외무성 유성일 일본과장과 일본 외무성 오노 게이이치(小野啓一) 북동아시아과장이 참석한 예비회담이 진행되었다.

그러는 동안 정세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2012년 4월 15일 북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공개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고, 12월 12일에는 북의 첫 실용위성을 발사하여 또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이것은 북이 그 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자기의 강력한 핵무력을 공개한 것이고, 위성발사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북의 핵무력 공개 및 위성발사능력 과시는 북의 핵무력과 미사일능력을 해체시키기 위해 미국이 집요하게 추구해온 대북정책이 2012년에 이르러 완전히 파탄되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그처럼 완전히 파탄되자 미국을 추종해온 일본도 덩달아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곤경에서 빠져나갈 탈출로를 모색한 사람이 바로 일본 총리 아베 신조다. 아베 총리의 구상은 일본이 대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곤경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아베 총리에게는 북일관계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정치적 경험이 있다. 그의 경험 가운데 하나는, 그 자신이 26년 전에 겪었던 극적인 경험이다. <조선일보> 2014년 5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1988년 9월 일본인 피랍자 부모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당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을 찾아가 영국 런던에서 5년 전에 행방불명된 자신의 딸이 북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 그 때 아베 신타로를 대신하여 피랍자 부모를 일본 외무성과 경시청으로 직접 안내하며 도와준 사람이 아베 신조였다. 아베 신타로의 둘째 아들인 아베 신조는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자기 아버지의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한 극적인 경험은 그가 정계에 입문한 직후 그로 하여금 일본인 피랍자 문제에 매달리게 하였고, 총리가 된 뒤에는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자신이 맡은 최우선 과제라고 여기며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커다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하였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일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2012년 12월 26일 제57대 일본 총리가 되었다. 그는 총리로 입각한 직후인 2013년 1월 14일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생존자를 즉시 귀국시켜야 하고, 생사가 불명한 사람들에 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북에 망명한 요도호 납치범이 송환되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요도호 납치사건은 이렇다. 1970년 3월 30일 일본 적군파 조직원 9명이 탑승객과 승무원 129명을 싣고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날아가던 일본항공기 요도호를 납치하여, 김포공항에 비상착륙하였다. 그들은 김포공항에서 탑승객을 풀어주고 일본 운수성 차관을 인질로 잡고 다시 이륙하여 평양에 도착한 뒤 망명하였다. <마이니치신붕> 2014년 5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44년 전 북에 망명한 일본 적군파 조직원들과 그 가족들은 평양에서 약 20km 떨어진 대동강 주변에 조성된 ‘일본혁명촌’에서 36명이 함께 살았는데, 지금은 6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  <사진 3> 2002년 9월 1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일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쥰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를 만나는 장면이다. 당시 부관방장관으로 고이즈미 총리를 수행하였던 아베 신조가 뒷쪽에 서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아베 총리가 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에 배석한 경험은 그에게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북협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는 학습효과를 주었다.      ©자주민보 , 한호석 소장 제공


아베 총리의 두 가지 경험 가운데 다른 하나는,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를 수행한 부관방장관으로 2002년 9월 17일 조일평양선언이 발표된 역사적인 정상회담에 배석한 것이다. <사진 3> 이 경험은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싫건 좋건 대북협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음을 그에게 가르쳐준 것이었다.

그런 경험을 지닌 아베 신조는 일본 총리직에 오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지지통신> 2013년 5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밀사를 북에 파견하는 비밀사업을 2013년 3월부터 추진했다고 한다. 당시 아베 총리가 대북밀사로 선택한 사람은, 2002년과 2004년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하였을 때, 총리비서관으로 수행한 이지마 내각관방참여였다. 그는 2013년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아베 총리의 밀사로 평양을 방문하였다. 이지마 내각관방참여는 평양 체류 기간 중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일 조선로동당 국제담당 비서, 송일호 외무성 조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 등과 각각 회담하였다. 그는 평양을 방문하고 도쿄로 돌아간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평양방문으로 북일 국교정상화협상 재개 등과 관련된 대북실무협의가 완료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북일 국교정상화회담 재개 등과 관련된 대북실무협의가 완료되었다고 밝힌 것은, 북과 일본이 국교정상화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였을 뿐 아니라 장차 재개될 협상에서 논의할 의제까지 합의하였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2014년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북일 국장급 회담이 진행될 수 있었고, 2014년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일 국장급 회담에서 관계개선에 합의하여 5.28 발표문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사히신붕> 2014년 5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5.28 발표문에 포함된,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 외무성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였지만, 아베 총리가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문제를 대북교섭수단으로 사용하도록 사전에 승인하는 등 북일 스톡홀름 회담에서 관계개선을 합의하도록 적극 추동하였다고 한다.


주목해야 할 합의문과 발표문의 차이
주목하는 것은, 북일 스톡홀름 회담 합의사항이 ‘조일 정부 간 합의’라는 명칭으로 발표되지 않고, ‘조일 정부 간 회담에서 합의된 발표문’이라는 특이한 명칭으로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국제관계에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합의는 합의문으로 발표되는 게 상례인데, 북일 스톡홀름 회담에서는 왜 발표문을 내놓은 것일까? 그 까닭은, 북일 스톡홀름 회담에서 합의된 사항들 가운데는 외부에 공개하기 힘든 중대하고 예민한 사항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과 일본은 양측이 합의한 합의문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 아니라 양측이 외부에 공개하기로 합의한 발표문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조일 정부 간 회담에서 합의된 발표문’이라는 특이한 명칭이 생겨난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러므로 북일 스톡홀름 회담 합의문은 따로 있고, 언론보도를 통해서 발표문만 알려진 것이다.  

5.28 발표문에 따르면, 북과 일본은 “조일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현안문제를 해결하며 국교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진지한 협의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 협의에서 북은 일본인 피랍자만이 아니라 일본인 행불자, 일본인 배우자, 1945년을 전후하여 북에서 사망한 일본인 유골 및 묘지, 잔류 일본인을 포함하여 “모든 일본인”에 대한 조사를 “포괄적으로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로 하였다.” 북이 모든 일본인에 대한 조사를 포괄적,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합의사항에는 44년 전 일본항공기 요도호를 납치하여 북에 망명한 일본인 4명을 일본으로 송환한다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토머스 쉬퍼(J. Thomas Schieffer) 당시 주일미국대사가 작성하여 2008년 8월 13일 본국에 전송하였고, 나중에 ‘위킬릭스(Wikileaks)’의 폭로로 세상에 공개된 2급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8년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선양에서 진행된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의 합의사항 가운데는, 당시 일본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부인하였지만, 일본항공기 요도호를 납치하여 북에 망명한 일본인 4명을 일본으로 송환한다는 합의사항도 들어있었다. 이번에 북과 일본은 일본인 망명자 송환문제와 관련하여 6년 전에 합의했던 사항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5.29 발표문에 따르면, 북은 북의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특별조사위원회>를 내오기로 하였다.” 북은 “일본인 유골 및 묘지, 잔류 일본인 및 일본인 배우자를 비롯하여 일본인과 관련한 조사 및 확인정형을 수시로 일본측에 통보하며 그 과정에 발견되는 유골의 처리와 생존자의 귀국을 포함한 거취문제는 일본측과 적절히 협의하기로 하였”으며, 피랍자 및 행불자에 대한 조사정형을 수시로 일본측에 통보하며, 조사과정에서 일본인 생존자가 발견되는 경우 귀국시키는 방향에서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으며, 일본측 관계자의 방북체류, 관계자와의 면담, 현장방문을 허용하고 관련자료를 일본측과 공유하기로 하였다.

위에 열거한 합의사항들도 이번에 처음 합의한 것이 아니라, 2008년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선양에서 진행된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에서 이미 나왔던 합의사항들을 이번에 재확인한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위킬릭스’의 폭로로 세상에 공개된 주일미국대사관의 2급 비밀전문에 따르면,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 셋째날인 8월 13일 아래와 같이 합의하였다. 

첫째, 북은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조사를 실시하는 목적은, 북에 생존하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를 찾아내 일본으로 송환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둘째, 일본인 피랍자 문제에 대한 조사는 북이 설치하는 조사위원회가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조사작업을 2008년 가을까지 완료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의하였다.


셋째, 북은 조사과정에 찾아낸 일본인 생존자에 관한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고 일본과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

넷째, 북은 조사활동에 관련된 인원, 자료, 현장에 일본 당국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조사결과를 “직접 확인”하려는 일본 당국의 노력에 “협조”하기로 합의하였다.

2008년 8월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에서 합의하였고, 이번에 북일 국장급 회담에서 재확인한 위의 합의사항을 보면, 일본은 조일평양선언에 따라 국교정상화를 실현할 의사를 밝히고 북일관계에서 신뢰조성과 관계개선을 추진하기로 공약하였다. 또한 일본은 북의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작업이 개시되는 시점에 맞춰 인적 왕래를 금지한 조치, 대북송금보고 및 휴대수출신청금액과 관련한 대북제재조치, 북측 선박의 일본 입항을 금지한 조치를 모두 해제하기로 하였다. 특히 대북송금보고 및 휴대수출신청금액과 관련한 대북제재조치를 해제하기로 한 것은 제3차 국교정상화실무회담에서는 합의되지 않았던 것인데, 이번에 합의되어 북일관계개선에서 진일보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사진 4> 일본 도쿄에 있는 조선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이다. 여학생들은 흰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차려 입었다. 그들이 학교에 갈 때마다 언제나 입는 교복이다. 재일조선인을 혐오하는 일본깡패들이 치마저고리를 입고 등하교길을 오가는 재일조선인 여학생들에게 협박하고 욕하고 심지어 칼로 치마를 자르는 폭행을 저질러왔어도 그들은 물러서지 않고 치미저고리를 지켰다. 그들이 입는 치마저고리에는 일본의 극단적인 민족차별과 인권유린에 굴하지 않고 자기의 민족성을 지키가는 재일조선인들의 투쟁정신이 어려있다.     © 자주민보


또한 5.29 발표문에 따르면, 일본은 재일조선인의 지위와 관련한 문제를 “조일평양선언에 따라 성실히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 <사진 4> 북과 국교를 맺지 않은 일본은 재일조선인들이 북의 해외공민인데도 그들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일조선인들이 지닌 ‘조선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이라는 뜻이 아니므로, 일본은 재일조선인들을 무국적자로 내몰았다. 무국적자는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으므로, 재일조선인들은 일본 극우정권과 극우세력으로부터 탄압과 차별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식민지강점기에 사실상 무국적자로 전락한 조선인들에게 자행된 일제의 극악한 민족차별과 인권유린이 70년이 지난 오늘에도 일본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유엔인권이사회는 북을 헐뜯으려는 동기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재일조선인들이 겪는 민족차별과 인권유린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재일조선인들의 법적 지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도는, 북과 일본이 국교정상화를 실현함으로써 일본이 재일조선인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인정하는 길밖에 없다. 5.29 발표문에서 일본이 재일조선인의 지위와 관련한 문제를 조일평양선언에 따라 성실히 협의해나가기로 공약한 것은 일본이 재일조선인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인정하기 이전이라도 그들에 대한 민족차별과 인권유린을 중단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국적자의 설움을 겪는 재일조선인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감싸안으려는 북의 해외동포정책이 두드러져 보인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