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9

심층분석 - 미국의 대폭후퇴, 조선의 압승예감

[한호석의 개벽예감](332)
자주시보 2019년 01월 2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한반도 군비통제상황과 조미비공개접촉에 관한 특별보고
2.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새로운 비핵화 방안
3. 트럼프 대통령을 집단적으로 면담한 조선대표단
4. 워싱턴에서 진행된 김혁철-비건 실무급회담
5.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
6. 트럼프의 대폭후퇴로 조미협상의 견해차이가 해소되다


1. 한반도 군비통제상황과 조미비공개접촉에 관한 특별보고 

2018년 12월 2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미국인 중년남성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이었다. 하루 전 서울에 도착한 그는 숙소로 정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그날 아침 판문점을 향해 출발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그의 판문점 행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비공개방문이었다. 당시 그는 12월 21일에 예정된 한미실무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갔는데, 회의에 참석하기 전날 판문점부터 찾았던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전에도 서울을 네 차례 방문했었고, 방문할 때마다 2박3일 일정을 서울에서 보내곤 했는데, 2018년 12월 19일 서울에 도착하였을 때는 방문일정을 3박4일로 잡았다. 이것은 그가 방문일정 중에 시간이 남아서 즉흥적으로 판문점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서울로 출발하기에 앞서 판문점 비공개방문을 미리 준비하였음을 말해준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그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판문점에 머물렀다고 한다. 판문점에서 3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판문점 방문시점이 사연을 말해준다. 그가 판문점에 나타나기 8일 전인 2018년 12월 12일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거현장들에 대한 상호검증을 완료하였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군비통제를 시작한 중대한 변화다. 한반도 군사상황에 중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미국이 그처럼 중대한 변화를 멀리서 구경이나 하고 있었을 리 만무하다. 미국은 정전체제를 뒤흔드는 변화의 첫 걸음을 내딛은 군비통제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비건 특별대표가 판문점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방문이 아니라 특별한 시찰이었다.

비건 특별대표의 직속상관은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이지만, 그의 판문점 시찰은 국무장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비건 특별대표에게 판문점을 방문하여 군비통제상황을 현장에서 시찰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관한 보고를 이미 받았지만, 서면보고만 가지고서는 만족할 수 없어서 비건 특별대표에게 현장시찰임무를 주어 그를 판문점에 보냈던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12월 19일 서울에 도착하여 3박4일 머물렀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실무단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을 상대로 즉석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비건의 서울방문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는 한미실무단 회의 전날 판문점을 비공개로 시찰하였는데, 그것은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을 현장에서 시찰하고 그 결과를 자신에게 보고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또한 그는 서울방문기간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이미 결정해놓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할 기회를 찾고 있다는 중대한 정보도 흘려주었다. 또한 그는 서울방문기간 중에 주한미국군 주둔지원비 증액문제가 '북핵문제'와 직결되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주한미국군 주둔지원비를 미국이 요구하는 만큼 증액하지 않으면 철군하겠다는 뜻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한국 국방부를 통해 한반도 군비통제추진과정에 은밀히 개입하여 그 속사정을 알고 있는 마이클 미니핸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과 버크 해밀턴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이 비건 특별대표의 판문점 시찰에 동행하여 군비통제상황을 자세히, 그리고 아주 실감나게 해설해준 것으로 생각된다. 비건 특별대표가 무려 3시간 동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머물렀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는 판문점에서 군비통제상황을 시찰하고, 서울에 돌아가 한미실무단 회의를 진행한 다음 2018년 12월 22일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8년 12월 24일 백악관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미국인들이 들뜬 분위기 속에서 성탄절 전야를 맞이하고 있었던 그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두 사람이 들어섰다. 그 중 한 사람은 나흘 전 판문점 시찰을 마치고 워싱턴에 돌아간 비건 특별대표였고, 다른 한 사람은 지나 해스펄 중앙정보국 국장이었다. 그 두 사람은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여기에 실린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곁에 서 있는 비건 특별대표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읽고 있고, 그 옆에 서 있는 해스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보고서를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 촬영된 것이다. 미국 국무부 관리들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에 들어가 직접 보고하는 사람은 팜페오 국무장관인데, 그날은 매우 이례적으로 비건 특별대표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12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문건을 읽고 있는 장면이다. 그 문건은 비건 특별대표가 판문점을 시찰하고 작성한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관한 특별보고서다. 비건 특별대표 옆에 서 있는 여성은 지나 해스펄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이다. 사진 속의 해스펄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려는 특별보고서를 두 손으로 들고 서 있다. 해스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특별보고서는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 초까지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가 조선측과 비공개접촉을 진행한 결과를 종합분석한 특별보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그것이 한반도 평화협정체결문제 및 주한미국군철수문제와 직결되는 선행조건으로 되기 때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특별대표와 해스펄 국장으로부터 각각 특별한 보고를 받았다. 비건 특별대표가 제출한 보고서는 그가 판문점 시찰을 통해 파악한,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관한 특별보고서였고, 해스펄 국장이 제출한 보고서는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가 조선측과 여러 차례 비공개접촉을 진행한 결과를 종합분석한 특별보고서였다. <동아일보> 2019년 1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던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 초까지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는 판문점 등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몇 차례 비공개접촉을 하였다고 한다.

위에 서술된 몇 가지 정보를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지속되던 기간에도 비공개접촉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간접적인 의사소통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특별대표와 해스펄 국장으로부터 각각 특별보고를 받고 자신의 트위터에 세 문장으로 된 메시지를 남겼다.

“성탄절 전야에 우리 사람들로부터 북조선에 관한 설명을 들었음.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음. 김 위원장과 만날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음!”

사건의 전후맥락을 파악한 사람들은 위의 인용문에 담긴 뜻을 다음과 같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성탄절 전야에 한반도 군비통제상황과 조미비공개접촉에 관한 특별보고를 받았다. 한반도에서 군비통제가 시작되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있으며, 조미비공개접촉으로 조미협상 교착상태를 넘어설 길이 열렸으므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할 좋은 여건이 마련되었다!”


2.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새로운 비핵화 방안

2018년 12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아르헨띠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전용기를 타고 가던 중에 그는 자신을 수행한 취재진을 상대로 즉석회견을 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내즉석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월이나 2월쯤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회담개최지로 세 도시를 선정,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고, 앞으로 어느 시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핏 읽어보면, 이건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기내즉석회견에서 위와 같이 말했던 2018년 12월 1일 당시까지만 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해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8년 12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2019년 초에 개최하는 문제를 타진하고 있었지만, 조선은 응답을 주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성급하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의 개최시기 및 개최지에 대해 언급하였고, 앞으로 때가 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워싱턴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까지 밝혔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에서 해담을 찾을 수 있다. 외교소식통의 제보를 인용한 <중앙선데이> 2018년 12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2월 21일 한미실무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었던 비건 특별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 로드맵(추진경로도라는 우리말로 써야 하는 외국어)을 완성했으며, 북한에 설명할 기회를 찾고 있지만 아직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로드맵에는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조치와 연동된 미국의 상응조치가 담겨 있으며, 여기엔 대북제재이슈(문제라는 우리말로 써야 하는 외국어)도 담겨있다.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등을 망라하는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라고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미국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읽을 수 있다.

(1) 비건 특별대표가 위와 같이 발언하였던 2018년 12월 21일 당시, 백악관은 한반도 비핵화 경로도를 준비해놓았다는 사실이다. 그 경로도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과 미국이 각각 실행해야 할 과업들, 단계적으로 실행해가는 순서들, 해당과업들을 언제 시작해서 언제까지 완료하는지를 표시한 추진일정표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으로 보인다. 경로도를 완성했다고 밝힌 비건 특별대표의 말에 나오는 ‘완성’이라는 말이 바로 그런 사정을 반영한 표현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하고 결정한 한반도 비핵화 경로도는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이 전면적으로 반영된 방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발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의 지시와 결정에 따라 대조선협상전략이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2) 조선의 핵신고를 받아내려던 비현실적인 요구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협상전략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조선에게 핵신고를 요구하는 것은 협상을 무한정 교착상태에 빠뜨릴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폭 후퇴하여 그 요구를 철회했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발언할 수 있었던 것은, 조미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핵신고서 요구를 스스로 철회하여 협상의 걸림돌이 제거되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3) 비건 특별대표가 위와 같은 발언을 꺼내놓았던 2018년 12월 21일 당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조선에게 설명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정을 좀 더 명확하게 서술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할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려고 하였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해 내심 안타까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1월 2일 새해 들어 처음 소집된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어 보이면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해 3분 동안 설명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마련해놓고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식을 통일전선부-중앙정보국 비밀연락선을 통해 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2월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친서가 바로 그 친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환영하면서,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조선대표단을 곧 워싱턴에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 속사정을 알게 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2월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환영하면서,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조선대표단을 곧 워싱턴에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응답을 학수고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위와 같은 내용의 친서를 받았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그는 2019년 1월 2일 새해 들어 처음으로 소집된 백악관 각료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나타났다. 미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면서 3분 동안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해 언급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9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북조선과 매우 좋은 대화를 하고 있다. 나는 그 이상 자세한 것을 말하지 않겠지만, 매우 특별한 대화라는 점만 말하겠다.” 매우 특별한 대화라는 것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 초까지 판문점 등에서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가 조선측과 여러 차례 비공개접촉을 진행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게 되었다는 뜻이다. 


3. 트럼프 대통령을 집단적으로 면담한 조선대표단

2019년 1월 17일 저녁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대표단이 워싱턴에 도착하였다. 조선에서는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 대표단이라는 공식명칭을 쓰는데, 이 글에서는 편의상 조선대표단이라고 부른다.

이튿날 조선대표단이 머무는 호텔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 사이에 회담이 진행되었다. 당시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영철-팜페오 고위급회담에 유별나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한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한 것이었다. 조선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한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1) <워싱턴포스트> 2019년 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에 도착하기 직전 중동지역을 순방하고 있었던 팜페오 국무장관은 순방일정을 줄이고 급히 워싱턴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시점을 임박해서야 알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시점이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었기 때문에, 중동에 나가있던 팜페오 국무장관은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한 목적이 김영철-팜페오 고위급회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있었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영철-팜페오 고위급회담은 2019년 1월 18일 오전 11시에 시작되어 45분 만에 끝났다고 한다. 그처럼 짧은 회담시간은 그 회담이 의례적인 회담이었음을 말해준다.

조선대표단이 숙소로 정한 호텔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만나 의례적인 회담을 마친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선 시각은 12시 15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대표단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 자리에는 팜페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동석하였다. 조선대표단의 2019년 1월 18일 백악관 방문과 조선대표단의 2018년 6월 1일 백악관 방문을 비교하면, 몇 가지 다른 점들이 보인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2019년 1월 18일 조선대표단을 이끌고 백악관에 들어간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전했다. 아래쪽 사진은 조선대표단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는 장면이다. 그것은 단독 면담이 아니라 집단적인 면담이었다. 면담에는 팜페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도 동석하였다. 사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문건들을 자신의 책상 위에 잔뜩 펼쳐놓고 조선대표단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할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이 중대한 문제를 설명하느라고, 그는 30분 동안 예정되었던 면담시간을 2시간 가까이 연장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2018년 6월 1일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였는데, 2019년 1월 18일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였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자신의 친서를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전하였다. 최근 두 정상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2018년 6월 1일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통역관을 대동하고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였고, 대표단 성원들인 김성혜 통일전선부 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은 밖에서 기다렸었는데, 2019년 1월 18일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통역관을 대동하고 대표단 성원들인 김성혜 통일전선부 책략실장, 김혁철 참사, 박철 참사와 함께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을 집단적으로 면담하였다. (공식직책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대표단 성원 두 사람에 대해서는 편의상 참사라고 부른다.)

당시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대표단을 면담하는 시간은 1월 18일 오후 12시 15분부터 45분까지 30분으로 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대표단을 30분 동안 면담한 뒤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면담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이례적으로 므누신 재무장관과의 면담시간을 1시간 30분 정도 뒤로 미루고, 장장 2시간 가까이 조선대표단과 면담하였다. 이런 이례적인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대표단과의 면담을 얼마나 고대하였고, 중시했는지를 말해준다.

면담장면을 촬영한 사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서들을 집무책상 위에 펼쳐놓고 손짓을 해가면서 조선대표단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만 봐도, 그 면담이 외교관례에 따라 덕담이나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할 중대한 기회를 기다려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기에게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자기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그들에게 진지하게 설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관련문서를 보아가면서, 그리고 다른 면담일정을 한참 뒤로 미루면서 조선대표단에게 자기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설명하였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4. 워싱턴에서 진행된 김혁철-비건 실무급회담

2019년 1월 22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경제연단 화상연설 직후 질의응답시간에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에 관해 언급하면서 비건 특별대표가 조선에서 새로 지명된 회담상대와 만났으며, 그 만남에서 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미국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와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가 1월 23일 워싱턴에서 진행한 미중실무급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난 1월 18일 워싱턴에서 조미실무급회담도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조선대표단이 워싱턴에 머물고 있었던 지난 1월 18일 조선에서 새로 지명된 회담상대와 비건 특별대표 사이에 실무급회담이 진행되었음을 말한 것이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 새로 지명된,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상대는 김혁철 참사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지난 1월 18일 조선대표단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숙소호텔로 돌아가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마련한 오찬을 마친 뒤에, 김혁철-비건 실무급회담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혁철 참사는 이전에 스위스 제네바 주재 조선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국제핵감축문제를 담당했다고 한다. 제네바에는 조선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65개 나라들이 가입한 유엔군축회의(Conference on Disarmament)가 있는데, 핵보유국들과 비핵국가들이 그 국제기구에서 핵군비통제 및 핵감축문제를 논의한다. 김혁철 참사가 제네바 주재 조선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국제핵감축문제를 담당하였다면, 그는 핵군비통제 및 핵감축문제에 정통한 외교관이다.

여기서 개념정리가 요구된다. 핵감축(nuclear disarmament)은 핵무기를 감축하는 것이고, 핵군비통제(nuclear arms control)는 핵무기를 폐기 또는 감축하지 않으면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핵군비통제와 핵동결은 동의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는 핵동결 완료를 선언하고, 핵군비통제문제에 정통한 외교관을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상대로 임명한 것은 앞으로 조미협상에서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2019년 1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워싱턴을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간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조선대표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결과를 청취하였는데, 그 자리에 김혁철 참사가 동석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9년 1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선대표단 단장인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김영철 부위원장의 보고를 듣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서 대폭 후퇴하였다는 사실을 김영철 부위원장의 보고를 통해 확인하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처럼 환한 미소로 친서를 전달받은 것이다. 아래쪽 사진은 2019년 1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대표단 성원들로부터 트럼프 대통령 면담결과를 청취하는 장면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옆에 앉은 사람은 조선대표단 성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김혁철 참사와 박철 참사다. 국제핵감축문제에 정통한 김혁철 참사는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상대로 지명된 노련한 외교관이고, 영어에 능통한 박철 참사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소속 간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여기서 또 다른 개념정리가 요구된다.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은 조선이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완전히 중단한 것에 상응하여 미국도 조선을 겨냥한 핵무기의 연습, 위협,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다. 핵동결에도 상호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조선과 미국이 상호핵동결을 합의하고 이를 완전히 실행한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박철 참사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소속된 간부인데, 그 위원회 위원장은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박철 참사는 영어에 능통하다. 영어에 능통한 그가 이번에 조선대표단 성원으로 망라된 데는 사연이 있다. 2018년 6월 1일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였는데, 성격이 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시간을 거의 주지 않고 말을 길게 이어가는 바람에, 김영철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길게 이어진 발언내용을 통역을 통해 파악하느라고 어려움을 느꼈다. 그런 사정을 간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조선대표단을 백악관에 파견하면서 영어에 능통한 박철 참사를 대표단 성원으로 임명하였고, 통역을 통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묘한 어감차이나 심리상태까지 세심하게 관찰, 파악하라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워싱턴을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간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고, 조선대표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결과를 청취하였는데, 그 자리에 박철 참사도 동석하였다. 

그런데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일정은 김영철-팜페오 고위급회담과 트럼프 대통령 면담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1월 18일 저녁, 본 비숍 중앙정보국 부국장과 존 플레밍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 신임 총책임자가 조선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대표단이 중앙정보국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비공개회담을 진행하였음을 말해준다. 얼마 전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조선과 미국은 비밀연락선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면서 비공개접촉을 추진한 바 있었다. 조미협상과정에서 뜻밖에 일어날 수 있는, 예측하기 힘든 돌발상황에 대비하여 조선과 미국은 비밀연락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5.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

2019년 1월 18일 저녁,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일정이 거의 끝나가던 때, 미국 국무부가 뜻밖의 내용을 외부에 공지하였다. 비건 특별대표가 이튿날부터 2019년 1월 22일까지 사흘 동안 스웨리예(스웨덴)를 방문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것은 비건 특별대표가 스웨리예 수도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국제회의에 참석한다는 뜻이었다. 스톡홀름 국제회의는 2018년 11월 초에 조미고위급회담이 무산되자 스웨리예 외교부와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것이다. 그래서 반관반민 국제회의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비건 특별대표가 워싱턴에서 김혁철 참사와 실무급회담을 마치자마자 급히 스톡홀름 국제회의에 참석한 까닭은, 그 회의에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이 참석하였기 때문이다. 최선희 부상이 스톡홀름에 도착한 때는 1월 17일 오후였고, 비건 특별대표가 스톡홀름에 도착한 때는 1월 19일 오후였는데, 그 사이에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월 18일 밤늦게 스톡홀름에 도착하였다. 스톡홀름 국제회의는 1월 19일 오후 6시에 시작되어 1월 21일 오전 10시에 끝났다. 스톡홀름 국제회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원래 스톡홀름 국제회의는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3박4일 동안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는데, 하루 일찍 끝났다. 이런 정황은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가 실무급회담에서 장시간 논쟁을 벌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회담분위기는 좋았다.

(2)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 2019년 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스톡홀름 국제회의에서 지역안보체제문제를 논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그 회의에서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가 동북아시아안보문제에 관해 긴 시간 동안 논의하였음을 말해준다, 왜 갑자기 동북아시아안보문제가 제기되었을까? <사진 6>

▲ <사진 6> 위의 사진은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이 2019년 1월 21일 스톡홀름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비건 특별대표와 여러 차례 진행한 실무급회담을 모두 끝마치고 스톡흘름 주재 조선대사관에 도착하여 승용차에서 내리는 장면이다.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는 스톡홀름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별도로 실무급회담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 회담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수립방안과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되었는데, 참으로 놀랍게도, 쌍방의 견해차이가 사실상 해소되었다. 한때 견해충돌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조미협상의 내부사정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진전된 근본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 제기하였던 종전의 비현실적인 요구들을 완전히 철회하면서 대폭 후퇴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머지않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수립문제와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극적으로 합의하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 역사적인 합의에 따라, 올해 3월부터 내년 10월까지 놀라운 격변들이 연속 일어나게 된다. 미국의 대폭후퇴가 조선의 압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동북아시아안보문제는 조선과 미국이 상호핵동결을 이행하는 비핵화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조선이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완전히 중단한 것에 상응하여 미국도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서 조선을 겨냥하는 핵무기의 연습, 위협, 사용을 완전히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선을 겨냥한 핵무기의 연습, 위협,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전진배치한 핵무기체계를 동원하는 대조선전쟁연습을 완전히, 영구히 중단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로 조선을 위협하지 않고, 그 어떤 경우에도 조선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조선과 미국이 역내 관련국들과 함께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을 공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동북아시아안보체제를 세워야 한다. 새로운 동북아시아안보체제는 ‘안보’라는 간판을 내걸고 전쟁을 추구하는 낡은 군사동맹체제가 아니라, 전쟁위험을 해소하는 지역평화체제로 되어야 한다. 그런 동북아시아평화체제가 한반도 평화지대 구축을 중핵으로 하여 세워질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반도에 구축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는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을 공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동북아시아평화체제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지대를 구축하는 데서 결정적인 요인은 주한미국군 철수이며, 동북아시아평화체제를 세우는 데서 결정적인 요인도 역시 주한미국군 철수다. 주한미국군이 철수되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지대도 구축될 수 없고, 동북아시아평화체제도 세워질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조선은 오래 전부터 주한미국군 철수를 중핵으로 하는 새로운 동북아시아평화체제 구축방안을 연구해왔다. 10여 년 전 조선측 대표단 성원으로 6자회담에 참가하여 지역안보문제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최선희 부상은 그 문제에 정통한 노련한 외교관이다. 그에 비해, 비건 특별대표는 청년시절에 부쉬 행정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밑에 들어가 실무자로 일하면서 미국-로씨야 관계에 관한 실무를 잠시 맡아보다가, 포드자동차회사에 들어가 오랜 기간 일했던 경력밖에 없으므로, 동북아시아평화체제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는 애송이 외교관이다. 노련한 외교관과 애송이 외교관이 동북아시아안보문제를 놓고 회담을 하였으니, 그 회담을 누가 주도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6. 트럼프의 대폭후퇴로 조미협상의 견해차이가 해소되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대표단에게 설명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을까? <요미우리신붕> 2019년 1월 27일 보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19년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스톡홀름 국제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과 최선희-비건-이도훈 실무급회담이 각각 병행되었는데, 그 회담에 참석하였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말을 인용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 <요미우리신붕> 보도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중대한 사실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 비건 특별대표는 최선희 부상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계획의 폐기, 핵시설들의 폐기 및 검증을 요구하였다.
(필자의 해설 -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라는 종전의 비현실적인 요구에서 대폭 후퇴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계획’을 폐기하라는 현실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이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는 핵동결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은 핵무기를 폐기하고 검증을 받으라는 종전의 비현실적인 요구에서 대폭 후퇴하여 핵시설들을 폐기하고 검증을 받으라는 현실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이것도 역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는 핵동결을 의미한다. 미국이 이번에 새로 제기한, 종전보다 대폭 후퇴한 요구들은 명백하게도 핵동결 요구다!) 

(2) 최선희 부상은 비건 특별대표에게 제3국의 대조선석유수출과 조선-제3국의 국제금융거래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제재를 완전히 해제할 것을 요구하였다.
(필자의 해설 - 미국은 위와 같은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은 미국에게 제재완화를 요구하지만, 제재완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구는 평화협정체결이다. <로이터즈> 2019년 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과 병행하여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스톡홀름 국제회의에서 “여러 가지 지역안보체제들”에 관해 논의되었다고 하였는데, 이런 보도내용은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문제가 논의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요미우리신붕> 서울특파원이 만난 익명의 제보자는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논의되었는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평화협정체결문제는 철군문제와 직결되는 매우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이므로, 익명의 제보자가 그 문제에 대한 논의사실이 언론에 유출되지 않게 언급을 회피했을 수도 있고,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에서는 평화협정체결문제를 논의하였으나 최선희-비건-이도훈 실무급회담에서는 그 문제를 논의하지 않아서 제보자가 논의여부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두 경우 중에서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3)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는 실행순서 및 실행시기와 관련하여 약간 견해차이를 보였지만, 상대의 요구를 “대체로 받아들일” 의향을 표명하였다.
(필자의 해설 - 이것은 조미협상에서 견해차이가 사실상 해소되었음을 말해준다.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역사적인 대타결이 이루어지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다.)

(4)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는 앞으로 조미협상에서 합의될 목표들의 이행을 “2020년 중에 완료하는” 문제를 논의하였다.
(필자의 해설 -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임기가 사실상 끝나게 되는 내년 10월 말까지 조선의 핵동결문제와 미국의 주한미국군철수문제를 동시에, 완전히 해결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내년까지 해결하고 통일국가건설을 한 걸음 더 앞당기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을 합의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과업을 합의할 것이다. 그 역사적인 합의에 따라, 올해 3월부터 내년 10월까지 놀라운 격변들이 연속 일어나게 된다. 미국의 대폭후퇴가 조선의 압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2019/01/22

평화를 향한 전진,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

[한호석의 개벽예감](331)
자주시보 2019년 01월 2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평화체제수립과 평화지대구축, 어떻게 다른가?
2.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전변시키는 혁명적인 과정
3. 3개월 동안 이룩한 군비통제의 성과들
4. 28년 만에 실행되는 북측의 군비통제방안
5.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 
6. 통일로 가는 평화의 발걸음, 군비통제→평화협정→군축과 철군


1. 평화체제수립과 평화지대구축, 어떻게 다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평화문제를 특별히 강조하였다. 지난해 신년사에는 평화라는 말이 일곱 차례, 평화적 환경이라는 말이 두 차례, 평화수호라는 말이 한 차례 들어있는데, 올해 신년사에는 평화라는 말이 열세 차례, 평화번영이라는 말이 일곱 차례, 평화체제라는 말과 평화시대라는 말이 각각 두 차례, 그리고 평화수호라는 말과 평화보장토대라는 말이 각각 한 차례 들어있다. 이 사실 하나만 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평화문제를 얼마나 강조하였는지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평화문제는 낡은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 과업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우리는 항시적인 전쟁위기에 놓여있는 조선반도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끝장내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시대를 얼어놓을 결심 밑에 지난해 정초부터 북남관계의 대전환을 위한 주동적이며 과감한 조치들을 취하였”고, “우리의 주동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노력에 의하여 조선반도에서 평화에로 향한 기류가 형성되”었다고 언명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인 과업을 강조하였을 뿐 아니라, 그 혁명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도까지 제시하였다. 그 구체적인 방도가 바로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발표장소로 걸어가는 장면이다. 김창선 서기실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수행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인 과업을 강조하였을 뿐 아니라, 평화체제를 일떠세우기 위한 방도까지 제시하였다. 그 방도가 바로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밝힌 평화방략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요구된다. 무지한 상태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을 동시에 언급한 까닭은, 낡은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 과업이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의 연동작용에 의해 수행되기 때문이다.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은 남북관계와 조미관계에서 각각 발생하고, 서로 밀접하게 연동되는 정세변화의 중핵이다. 

우선 상호불가침선언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려는 의지를 다음과 같이 표명하였다. 

“북남 사이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근원적으로 청산하고 조선반도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부동한 의지입니다.”

위의 인용문에는 평화지대라는 개념이 들어있다. 원래 북측에서는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라는 개념이 널리 쓰이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평화체제와 평화지대는 어떻게 다른가? 

평화체제수립과 평화지대구축은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에 의해 실현되는 과업이므로, 그 두 개념은 상대에 대한 적대행위를 서로 중지한다는 뜻을 똑같이 내포하지만, 강조점은 약간 다르다. 

약간 다른 강조점이란 무엇인가? 평화체제가 세워지고 모든 적대행위가 중지된 이후에 미국이 주한미국군 병력과 군사장비를 감축하면서도 병력과 군사장비를 완전히 철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이 주한미국군 병력을 전원 철수하면서도, 그들이 사용하던 군사장비를 한국군에게 판매하고 떠날 가능성도 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미국이 주한미국군 병력과 군사장비를 전면 철수한 이후, 서태평양에 전진배치된 미국군 병력과 군사장비가 한반도 인근 수역과 공역을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평화지대라는 새로운 개념은,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가능성이 말끔히 제거된 평화체제를 일떠세운다는 뜻을 지닌다. 평화를 열망하는 8천만 겨레의 뜻대로 삼천리강토가 평화지대로 전변되기 시작하면, 주한미국군은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철수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이 사용하던 모든 군사장비도 병력과 함께 모조리 철수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그 어떤 나라의 병력이나 군사장비도 평화지대로 전변된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반도의 수역이나 공역을 일시적으로 통과하지도 못하며, 그 곁을 살짝 스쳐가지도 못한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지대화가 실현되면, 한국군은 미국군과 합동하는 군사훈련이나 전쟁연습을 전혀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미국산 군사장비도 전혀 수입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평화체제라는 개념보다 평화지대라는 개념이 더 철저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비핵평화지대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지대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이다. ‘조선반도의 비핵평화지대화’라는 개념이 나온 때는 1980년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198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6차 대회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평화지대화’에 대해 처음 언급한 바 있다. 그 이후 북측에서는 비핵평화지대라는 말을 널리 써왔는데,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에는 그 개념을 더 이상 쓰지 않고, 그 대신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무기를 생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2019년 신년사에서 비핵평화지대화라는 개념이 사용되지 않고, 비핵화라는 개념과 평화지대화라는 개념이 서로 분리되어 사용된 것이다. 그러므로 북측이 추진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조선반도의 평화지대화’는 서로 밀접히 연결되면서도 강조점이 약간 다른 연관개념들인 것이다. 그 연관개념이 지닌 의미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한반도가 평화지대로 전변되면, 남과 북이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것과 더불어 조선과 미국도 적대관계를 해소함으로써 전쟁위험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면, 북측은 완전한 핵동결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조선핵위협을 영구히 중지함으로써 핵전쟁위험이 근원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2.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전변시키는 혁명적인 과정

이 글에서 말하는 상호불가침선언은 남과 북이 불가침을 선언한다는 뜻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남북불가침선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조선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를 열어놓으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를 담아 채택된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북남군사분야합의서는 북남 사이에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서 참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집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와 같은 언명에 따르면, 남과 북은 2018년에 이미 상호불가침을 선언한 것이다. 2018년에 연속적으로, 다발적으로 일어난 정세급변의 한 복판에서 눈부신 자태를 드러낸 불가침선언이다. 지난해 9월 하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었던 때,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며 평양에 머물고 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남측 공동취재단에게 “이것은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합의를 한 것으로 저희는 평가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남북불가침선언의 의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려면, 다음과 같은 해설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제관계가 아니라, 통일국가건설을 지향하는 민족내부관계이므로, 남과 북은 국제법적 효력을 가지는 불가침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 그래서 남북불가침협정이 아니라 남북불가침선언이다. 나라와 나라가 체결한 불가침협정은 국제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하는데, 민족내부에서 채택된 불가침선언은 어떻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인가? 

남북불가침선언은 협정이 아니라 정치선언이므로, 선언당사자들이 그 선언을 이행할 때 효력이 발생한다. 선언당사자들의 이행의지에 의해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불가침선언은 불확정성을 지닌다. 만일 어느 일방이 불가침선언을 채택하고서도 그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 선언은 사실상 무효화되는 것이므로 불확정성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북불가침선언은 불확정성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일까? 그런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고, 더욱이 그런 한계에 갇혀버릴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남북불가침선언이 불이행으로 무효화되지 않도록 하는 일련의 실천행동들이 반드시 수반되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불가침선언을 이행하게 만드는 일련의 실천행동들이 바로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이다. 다시 말해서, 남과 북이 2018년에 채택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은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에 의해 이행의 확정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만일 남북불가침선언 이후에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이 실행되지 않으면, 그 선언은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고 결국 사문화되고 말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기 위한 과정은 자명해진다. 그것은 남과 북이 불가침선언→군비통제→군비감축을 단계적으로 실행함으로써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전변시키는 혁명적인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군비통제(arms control)는 쌍방이 적대행동을 서로 중지하고, 병력과 군사장비를 서로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상태로 후방에 재배치하고, 외부로부터 군사장비를 반입하지 않고, 무력증강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군비감축(arms reduction)은 쌍방이 병력과 군사장비를 단계적으로 상호감축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공격의지와 전쟁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호불가침을 선언한 당사자들은 군비통제로 상호신뢰를 쌓아가면서 전쟁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군비감축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측에서는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운용적 군비통제와 구조적 군비통제라는 말을 쓰고, 북측에서는 군비통제라는 말을 쓰면서도 군비감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무력축감이라는 말을 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9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직후,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에 서명하고 그 문서를 교환하는 장면이다.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군비통제합의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전에도 남과 북은 군사합의서를 몇 차례 채택한 적이 있었지만, 그날 채택한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군비통제를 합의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되었다는 점에서 위상이 다르다. 남과 북이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하면 군비통제를 실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군비감축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언명한 것처럼,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들인데, 그 중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은 상호불가침의 총적 지향과 목표를 합의한 정치적 선언들이고,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상호불가침의 실천방도를 합의한 군사적 선언이다. 상호불가침선언은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으로 이행되는 것이므로, 남과 북이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을 채택한 것은 군비통제로 상호신뢰를 쌓아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는 군비통제를 실행하는 행동지침이 명시되었는데, 남과 북은 그 행동지침에 따라 지난해 후반기에 이미 군비통제를 실행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8년 9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직후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군비통제합의서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군사분야합의서가 채택된 직후 남측 공동취재단에게 “남북은 이번 합의를 통해서 사실상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통제를 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에도 남과 북은 군사합의서를 몇 차례 채택한 적이 있었지만, 2018년 9월 19일에 채택한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군비통제를 합의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되었다는 점에서 위상이 다르다. 
그러므로 남과 북이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하면 군비통제가 실현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군비감축으로 나아갈 수 있다. 


3. 3개월 동안 이룩한 군비통제의 성과들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는 군비통제를 실행하기 위한 4대 행동지침이 담겼다. 그 4대 행동지침은 남과 북이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전변시키고, 서해 ‘북방한계선’(북측에서는 해상경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전변시키고,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취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남과 북은 2018년 9월 19일에 합의한 군비통제를 어떻게 실행해왔을까? 

2018년 10월 25일 남, 북, 미 3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하는 과업을 완수하였다.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지뢰를 제거한 것만이 아니라, 그 구역에 배치되었던 남, 북, 미 3자의 병력과 군사장비를 후방으로 철수한 것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는 2018년 10월 1일에 시작되어 25일 만에 끝났다. 비록 한정된 구역에서 일어난 변화지만, 상호불신이 후방으로 밀리고, 상호신뢰가 전방에 나선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남과 북은 중부전선 철원지역의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남북전술도로를 연결하였다. 2018년 11월 22일에 완공된 남북전술도로는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북측 1.3km, 남측 1.7km를 이어놓은 비포장도로다. 남과 북은 지난 65년 동안 서로에게 겨누었던 총부리를 내리고, 그 땅에서 군사분계선 철책과 지뢰와 우거진 수풀을 제거하고 새 길을 터놓는 도로공사를 불과 3주 만에 끝냈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중부전선 철원지역의 비무장지대를 관통하여 남북전술도로를 연결하는 작업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남북의 군인들이 군사분계선 철책을 제거하고 작업진척상황에 관해 협의하는 모습이 보인다. 2018년 11월 22일에 완공된 남북전술도로는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북측 1.3km, 남측 1.7km를 이어놓은 비포장도로다. 남과 북은 지난 65년 동안 서로에게 겨누었던 총부리를 내리고, 그 땅에서 군사분계선 철책과 지뢰와 우거진 수풀을 제거하고 새 길을 터놓는 도로공사를 불과 3주 만에 끝냈다. 남과 북이 터놓은 새 길은 비포장도로이기 전에 상호신뢰의 길이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남과 북이 군사분계선 및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군비통제를 실행한 것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으로 일어난 중대한 변화다. 낡은 정전체제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것만이 아니라,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에 설치되었던 감시초소들을 철거하였다. 북측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10개소에서 병력과 군사장비를 후방으로 철수하였고, 2018년 11월 20일 그 감시초소들을 모두 폭파, 철거하였다. 남측도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11개소에서 병력과 군사장비를 후방으로 철수하였고, 2018년 11월 12일부터 30일까지 굴착기를 동원하여 그 감시초소들을 모두 철거하였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우발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해상적대행위가 중지된 서해 평화수역은 남북의 길이가 135km다. 남과 북은 135km에 이르는 평화수역 안에서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였고, 해안포 및 함포의 포구와 포신에 덮개를 씌웠고, 포문도 폐쇄하였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위에 열거한 것처럼, 남과 북이 군사분계선 및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군비통제를 실행한 것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으로 일어난 중대한 변화다.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서 특별히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미 시작된 군비통제를 실행하는 정형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그 실행범위를 점차적으로 확대하고, 그런 성과에 기초하여 남북군비감축으로 나아가는 문제를 협의하는 상설기구를 내오기로 합의한 것이다. 


4. 28년 만에 실행된 북측의 군비통제방안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1990년 5월 3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인민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정무원 련합회의는 1988년 11월에 내놓았던 포괄적인 평화방안을 현실적 조건에 맞게 구체화한 새로운 군축방안을 남측에 제안하였다. 새로운 군축방안의 제목은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한 군축제안’이다. 놀라운 것은, 북측이 그 군축제안에서 상호불가침선언, 군비통제, 군비감축을 단계적으로 실현해가는 구체적인 방도를 제시하였다는 사실이다. 

북측은 1990년에 발표한 새로운 군축방안에서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국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서는 현 시점에서 우선 북남 사이에 불가침선언을 채택하여야 한다. 이러한 불가침선언에서는 북과 남 사이에 서로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공하지 않을 데 대하여 확약하는 동시에 그를 위한 실질적인 담보를 예견하여야 할 것”이라고 언명한 바 있다. 북측이 새로운 군축방안에서 남측에게 제안한, 군비통제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지침은 다음과 같다.

(1) 29년 전, 북측은 남측에게 “군사훈련과 군사연습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자고 제안하였다. “외국군대와의 모든 합동군사연습과 군사훈련을 금지”하고, “사단급 이상 규모의 군사훈련과 군사연습을 금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일체 군사연습을 금지”하고, “자기 령내에서 외국군대의 군사연습을 허용하지 않”으며, “군사연습을 사전에 호상통보한다”는 것 등이다. <사진 4> 

▲ <사진 4>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며 우리 강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250km 군사분계선에는 위의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철책과 철조망이 설치되었다. 그런데 분단철조망 옆에 들꽃이 말없이 피어났다. 반만년에 이르는 우리 민족사에서 동족끼리 이처럼 극단적으로 대결하는 불행한 역사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들꽃을 피우는 생명의 힘을 분단철조망으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려는 민족의 힘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강의하고 슬기로운 우리 민족은 자기의 단결된 힘으로 원한 맺힌 분단철조망을 걷어내고 위대한 자주통일강국을 반드시 일떠세울 것이다. 조국통일은 열망이고 신념이며 과학이고 진리다.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도, 조미정상회담도, 남북군비통제도,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평화협정체결도, 남북군비감축도, 주한미국군철수도 모두다 위대한 자주통일강국건설을 향해 나아가는 전진의 발걸음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29년 전, 북측은 남측에게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조치를 취하자고 제안하였다. “비무장지대 안에 배치한 모든 군사인원과 군사장비들을 철수”하고, “비무장지대 안에 설치한 모든 군사시설물들을 해체”하고, “비무장지대를 민간인들에게 개방하여 평화적 목적에 리용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3) 29년 전, 북측은 남측에게 “우발적 충돌과 그 확대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자고 제안하였다. “쌍방 고위군사당국자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운영”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측에 대한 일체 군사적 도발행위를 금지”하는 것 등이다.

(4) 29년 전, 북측은 남측에게 “군비통제와 북남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군사 상의 분쟁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하여 쌍방 군총참모장급을 책임자로 하는 북남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하자고 제안하였다. 

29년 전, 북측이 위와 같은 군비통제방안을 남측에 제안하였을 때, 남측은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당시로 말하면, 노태우 군사독재정권이 집권하고 있었던 정치적 암흑기였으므로, 그렇게 행동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북측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남측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해서 북측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북측은 1990년에 남측에게 제안하였던 불가침선언과 군비통제를 28년이 지난 2018년에 마침내 실행하였다. 어떤 어려움이 앞을 가로막아도, 8천만 겨레가 열망하는 역사적 과업을 반드시 수행하는 철의 의지와 성실한 노력이 28년 역사 위에 아로새겨졌다.    


5.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눈에 보인다. 8천만 겨레의 평화열망에 찬물을 끼얹으며, 정세발전에 역행하는 반동현상이다. 그 기이한 반동현상은 다음과 같이 펼쳐졌다. 

남측 국방부는 2019년 1월 15일에 펴낸 ‘2018 국방백서’에서 2017년에 102회나 진행하였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2018년에는 77회로 축소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한 것으로 알았는데, 약간 축소하였을 뿐 종전대로 계속하고 있다. 남과 북이 서로에게 겨눈 총부리를 내려놓기로 합의한 남북군사분야합의서가 채택된 날이 2018년 9월 19일이었으므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관성적으로 계속하였다고 본대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고작 25회밖에 줄이지 못한 것이니, 문재인 정부에게 합의이행의지가 정말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심스러운 모습을 바라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라고 지적하였던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2019년 1월 11일 남측 국방부는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계획에 따르면, 해당기간에 무려 270조7,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사용하게 된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 국방부가 작성하여 2017년 4월 14일에 발표하였던 '2018~2022년 국방중기계획'에 명시된 238조2,000억원보다 32조5,000억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평화를 파탄시킨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군사비를 각각 연평균 6.1%, 4.2% 증액하였는데,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군사비를 연평균 7.5%로 대폭 증액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새로운 평화체제를 향한 정세변화에 역행하면서, 낡은 정전체제를 무력증강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8천만 겨레의 평화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엄중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중지하여야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최근 남측 국방부가 발표한 무력증강계획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진다. 2019년 1월 11일 남측 국방부가 발표한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해당기간에 무려 270조7,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에 국방부가 작성하여 2017년 4월 14일에 발표하였던 ‘2018~2022년 국방중기계획’에 명시된 238조2,000억원보다 32조5,000억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평화를 파탄시킨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군사비를 각각 연평균 6.1%, 연평균 4.2% 증액하였는데,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군사비를 연평균 7.5%로 대폭 증액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무력증강을 획책하고 있다. 그것은 한반도 주변국들과 군비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평화체제로 향한 정세변화에 역행하면서, 낡은 정전체제를 무력증강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2018년 9월 19일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에 서명하였고, 군비통제 행동지침까지 합의하였던 문재인 정부가 그 합의의 일방인 북을 자극하는 대규모 무력증강을 획책하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남북전술도로를 관통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비무장지대 감시초소들을 철거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해안포 및 함포의 포구와 포신에 덮개를 씌우고 포문을 폐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때는 평화와 공동번영을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뒤를 돌아서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력증강을 획책하면서 북을 자극하고 있다. 극도로 모순된 행동이다. 이것은 8천만 겨레의 평화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엄중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멈추고,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6. 통일로 가는 평화의 발걸음, 군비통제→평화협정→군축과 철군

지난해 2018년에 남과 북이 사실상의 상호불가침을 선언하고, 군비통제를 시작하였으므로, 이제는 군비통제가 시작된 이후에 제기되는 더 높은 단계의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기 시작할 차례다. 더 높은 단계의 역사적 과업은 무엇인가? 올해 남과 북에게 주어진 더 높은 단계의 역사적 과업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평화협정체결이다! 

평화협정이 반드시 체결되어야 하는 필연성, 그 어떤 경우에도 체결될 수밖에 없는 역사적 필연성은, 남과 북이 상호불가침을 선언한 것에 부응하여 남, 북, 미, 중이 4자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남과 북이 실행하는 군비통제가 더욱 진전되고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군비통제는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완성될 수 있으며, 남북군비통제가 완성되어야 남북군비감축과 주한미국군 철수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만일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남북군비통제는 미완성으로 남게 되고, 따라서 남북군비감축과 주한미국군 철수는 실행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남북군비통제를 남북군비감축과 주한미국군 철수로 이끌어갈 강한 견인력은 4자평화협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4자평화협정이 반드시 체결되어야 하는 역사적 필연성은 거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핵동결완료를 선언하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자평화협정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정전협정당사들과의 긴밀한 련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언명하였던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 조미관계, 조중관계에 4자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업을 3중적으로 제기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절묘한 협상전략이다. 

오는 2월 하순에 예정된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체결문제를 극적으로 타결하면, 조선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이 참가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4자회담이 열리게 될 것이고, 그 실무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2019년 1월 18일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장면이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동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문제를 오랜 시간에 걸쳐 협의하였다. 그 협의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악관은 그 회동 직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오는 2월 하순에 열리게 된다고 발표하였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회동시간이 예상을 뛰어넘어 길게 이어진 것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전협의를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오는 2월 하순에 예정된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되면, 조선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이 참가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4자회담이 열리게 될 것이고, 그 실무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과 북은 그에 상응하여 단계적 군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현실이 이런데도, 무지와 오해와 편견에 빠진 남측 언론매체들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하고, 핵동결과 대조선제재완화를 맞바꾸게 될 것으로 보인다느니,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으로 반출하는 문제를 합의할 것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았다.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과 북은 군비통제를 완성시키고 군비감축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남과 북은 군비감축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북측은 29년 전 남측에게 제안한 새로운 군축방안에서 남북군비감축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적 행동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단계적 행동지침은 다음과 같다. 

“병력축감은 쌍방 사이에 군축안이 합의된 때로부터 3~4년 동안에 3단계로 나누어 실시”하는데, “첫 단계에서는 쌍방이 각각 30만명 선으로, 둘째 단계에서는 다시 각각 20만명 선으로 축소하며 세 번째 단계가 끝날 때에는 쌍방이 각각 10만명 아래 수준에서 병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과 함께, 남과 북이 “단계별 병력축감에 상응하게 군사장비들도 축소페기”하는 것이며, “정규무력축감의 첫 단계에서 모든 민간군사조직과 민간무력을 해체”하는 것이다.  

남측 국방부도 군축문제를 언급하였다. 남측 국방부는 2019년 1월 15일에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서 “남북이 최초로 군사력 통제를 통해 우발적 충돌방지, 군사적 신뢰구축 실천방안에 합의해 한반도의 재래식 군사질서가 획기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 맞춰 남북 간에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국방부는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따라 주변환경의 변화와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의 이행정도를 고려하면서 ‘운용적 군비통제’와 ‘구조적 군비통제’를 위한 제반조치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남측 국방부가 군축을 말하면서도 무력증강을 획책하는 모순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은 그들에게 진정한 군축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측 국방부는 무력증강계획을 폐기하고 군비통제를 성실히 실행하면서 남북군축협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의 불가침을 선언한 남과 북이 군비통제를 실행하고, 조선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이 참가하는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과 북은 그에 상응하여 단계적 군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게 될 것이다. 단계적 군축과 단계적 철수는 연동되는 것이다. 낡은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인 과업은 바로 그렇게 완성될 것이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위에 위대한 자주통일국가가 세워질 것이다.

2019/01/15

2019년 신년사에 제시된 두 가지 방략

[한호석의 개벽예감](330)
자주시보 2019년 01월 1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2019년 신년사에 제시된 두 가지 방략
2. 전민족적인 정치회합 개최하여 민족의 운명 바꾼다
3. 민족통일기구 수립으로 실현될 낮은 단계의 연방제
4. 모든 준비는 2016년에 이미 끝났다 


1. 2019년 신년사에 제시된 두 가지 방략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는 평화통일문제와 관련된 특별한 내용이 서술되었다. 해마다 1월 1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하는 신년사에는 통일국가건설위업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는데, 올해 신년사에는 통일운동가들과 통일학자들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특별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 특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과 남은 통일에 대한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이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명한 것은,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는 매우 중대한 과업을 거론한 것이다.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는 것, 바로 이것이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통일방략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1월 1일 조선에서 방영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방송화면에 나온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의 야경사진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본부 청사에서 2019년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2019년 신년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이 서술되었다. 통일방략은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서술되었고, 평화방략은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서술되었다. 2019년 2월에 열릴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견되고, 그 이후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견된다. 이것은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가 개막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런 감격의 시대에 살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려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2019년 상반기에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그 기본합의를 가지고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을 개최하여 평화통일방안을 확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예견하건대,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가 나온 뒤에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 개최되어 그것을 확정하게 되면, 8천만 민족이 그토록 열망하는 통일국가건설의 결정적인 국면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올해 상반기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과연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가 나올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생기는 까닭은,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이라는 말 자체를 회피하고 있고,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도 통일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일의지는 갖지 않았더라도, 신년기자회견에서는 겨레의 최고염원인 통일문제에 대해 슬쩍 한 마디 언급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의례적인 발언조차 회피하였으니 너무 옹졸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가 그러할진대,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떻게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가 나올 수 있을까? 조국통일문제를 회피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옹졸한 태도 때문에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눈여겨보면 그런 의문은 사라진다. 

(1) 2019년 상반기에 열리게 될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으로 성사되는 매우 특별한 남북정상회담으로 될 것인데,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서울방문이 성사되기 전에 먼저 선결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는 점이다. 첨예한 적대관계를 완화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첨예한 적대관계가 유지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 대치지역을 통과하여 서울을 방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두렵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첨예한 적대관계를 그대로 두고 군사분계선 대치지역을 통과하여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평화를 실현하려는 의지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서울방문이 성사되면 첨예한 적대관계가 완화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서울방문으로 남북 사이에 조성된 적대관계는 완화될 수 있지만, 조선과 미국 사이에 조성된 적대관계는 전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 조성된 적대관계 중에서 남북 사이에 조성된 적대관계보다 조선과 미국 사이에 조성된 적대관계가 더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열리게 될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조미적대관계를 완화하는 중대한 선행조치를 단행하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견인하여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평화협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위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철군과 통일로 이어지는 민족사적 대전환을 이루어내기 위해 체결되는 것이다.  

2019년 신년사에는 통일방략과 함께 평화방략도 담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련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언명함으로써 자신의 평화방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방략은 남, 북, 미, 중 4자회담을 개최하고, 그 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9년 1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설주 여사와 함께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을 방문하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와 상봉하고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그날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조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조선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협상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다.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중국측의 측면지원을 이끌어냈다는 뜻이다. 2019년 2월 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설득, 견인하여 평화협정체결을 합의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처럼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합의되면, 그 합의에 따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기 위한 남, 북, 미, 중 4자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는 가운데 8천만 민족의 평화실현의지는 최절정에 이를 것이다. 바로 그런 평화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대관계가 완화되어 평화지대로 전변되기 시작한 판문점을 통과하여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예견된다. 우리는 이런 감격의 시대에 살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으로 열릴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견인하여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강력한 측면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해 첫 정치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2019년 1월 8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중국측의 강력한 측면지원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1월 8일 조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조선반도정세관리와 비핵화협상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발언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조선측이 (미국에게)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조선측의 합리적인 관심사항이 마땅히 해결되여야 한다는데 대하여 전적으로 동감하며 유관측들이 이에 대해 중시하고 타당하게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하면서 중국측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조선동지의 믿음직한 후방이며 견결한 동지, 벗으로서 쌍방의 근본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정세안정을 위해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나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처럼 1월 8일 조중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중국측의 강력한 측면지원을 이끌어냈으므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견인하여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할 것으로 예견된다.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합의되면, 그 합의에 따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기 위한 남, 북, 미, 중 4자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고, 8천만 민족의 평화실현의지는 최절정에 이를 것이다. 바로 그런 고조된 평화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대관계가 완화되어 평화지대로 전변되기 시작한 판문점을 통과하여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예견된다.  

북측의 최고영도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하게 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의 평화실현의지가 최절정에 이른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8천만 민족에게 평화통일방안을 최상, 최대의 선물로 안겨주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의하고, 그를 강력하게 설득, 견인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그런 제의를 거부할 명분도 없고, 그런 제의를 거부해서 얻을 이익도 없다.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민족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런 제의를 거부해서도 안 된다.

돌이켜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에 발표된 판문점선언과 2018년 9월 19일에 발표된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의 원칙을 거듭 확인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업들을 합의한 바 있다. 그러므로 2019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지난해에 합의한 내용들을 또 다시 중복적으로 합의할 필요는 없다.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것처럼, “현재의 남북관계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염원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새로운 내용을 합의해야 하는데, 그 새로운 내용이 바로 평화통일방안인 것이다.  

(2) 올해 안에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렬한 의지는 2019년 신년사에 다음과 같이 서술되었다.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용기백배하여 북남선언들을 관철하기 위한 거족적 진군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올해를 북남관계발전과 조국통일위업수행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력사적인 해로 빛내여야 합니다.”

위에 인용된 문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를 북남관계발전과 조국통일위업수행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력사적인 해로 빛내여야” 한다고 언명한 것은, 올해 안에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함으로써 통일국가건설운동에 획기적인 전환을 일으키려는 강렬한 통일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2019년 상반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게 되면, 그런 강렬한 통일의지를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 견인하여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견된다.


2. 전민족적인 정치회합 개최하여 민족의 운명 바꾼다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은 서울방문과 남북정상회담에서 멈추지 않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명하였을 때, 전민족적인 합의라는 말은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기 위한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을 예고한 말이다.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할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남과 북의 정부당국은 물론이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남, 북, 해외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대표들이 광범위하게 참가하는 정치회합으로 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상하면, 남측 통일부와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공동주최하고, 남과 북의 정당 대표들, 남, 북, 해외의 각계각층 대표들과 개별인사들이 참가하는 것이다. 

70년이 흘렀다. 전쟁화염 속에 흘린 민족의 피눈물은 얼마나 많았으며, 대결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은 고통과 불행은 또 얼마나 뼈아픈 것이었는가! 하지만 전쟁화염도, 대결의 소용돌이도 막지 못했다. 그 누구도 감히 우리 민족의 가슴에 불타는 통일염원을 막지 못했다. 바로 그런 뜨거운 통일염원을 실현하는 것이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다. 지나온 70년을 돌이켜보면, 그 누구도 감히 통일국가건설운동을 가로막지 못했다. 수많은 유명무명의 통일운동가들이 통일국가건설위업에 한생을 바쳤고, 목숨까지 아낌없이 바쳤다. 바로 그런 숭고한 역사를 계승하는 것이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다! 

70년이 넘도록 분단의 불행과 고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통일염원으로 가슴 태워온 우리 민족이 다시 자리를 차고 모두 일어나 자주통일강국을 향해 나아가는 민족운명의 전환은 전민족적 정치회합이 성대히 개최되어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고 자주통일강국건설을 준비해나가는 것, 오직 그 길밖에 없다. 바로 그런 민족의 활로를 열어놓기 위해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이다. <사진 3> 

▲ <사진 3>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과 민족분렬정책으로 국토분단과 민족분렬의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던 1948년 4월 하순, 남과 북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대표자들은 사경에 처한 민족의 운명을 구원하고 자주통일정부를 수립하려는 불타는 일념을 안고 평양으로 모여들었다. 1948년 4월 19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와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가 진행된 것이다. 위의 사진은 1948년 4월 22일 김일성 주석과 김구 선생이 연석회의 회의장으로 걸어가는 장면이다. 1948년 4월 남과 북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대표자들이 평양에 모여 민족분렬을 배격하고 자주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역사적인 회합을 진행하였던 때로부터 70년이 지난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기 위한 통일방략을 제시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와 같은 정세발전을 거론할 때면, 통일국가건설운동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과 민족분렬정책으로 국토분단과 민족분렬의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던 1948년 4월, 남과 북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대표들은 사경에 처한 민족의 운명을 구원하고 자주통일정부를 수립하려는 불타는 일념을 안고 평양으로 모여들었다. 1948년 4월 19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대표자련석회의’와 ‘전조선 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가 진행된 것이다. 단독정부수립책동을 저지하고 자주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 개최된 것이다. 당시 서울에서 발간되던 <자유신문> 1948년 3월 30일부에 실린 ‘남북분렬 3년의 암운을 헤칠 서광’이라는 사설은 성사를 앞두고 있었던 전민족적 정치회합이 가지는 거대한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격정적인 필치로 서술한 바 있다. 

“이 회합은 조선민족이 요구하는 유일한 활로이며 따라서 이를 희망하는 열의가 남조선 방방곡곡에 충만되고 있다. 이 구국운동이야말로 5천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자지를 표현한 것이요, 모든 사대주의와 타력의존주의를 박차고 힘있게 진군하려는 민족의 거보로서 세계의 아무도 정당한 민족의 요구와 지향을 막지 못할 것이며 국내의 누구도 이 충만된 의욕과 의지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평양에서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이 진행되었던 때로부터 40년이 지난 1989년 1월 1일 김일성 주석은 신년사에서 평화통일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정치협상을 제의하였다. 김일성 주석은 1989년 신년사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평양에서 북과 남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인사들을 대표할 수 있는 지도급 인사들로 북남정치협상회의를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하면서, “남조선 민주정의당,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총재들과 김수환 추기경,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을 평양에 초청”하였고, 남북정치협상회의가 가지는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사진 4> 

▲ <사진 4> 김일성 주석은 198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평화통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남측에 제의하였다. 그 제의를 적극적으로 수락한 문익환 목사는 1989년 3월 25일 평양을 방문하였다. 위의 사진은 김일성 주석과 문익환 목사가 환하게 웃으며 다정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미국과 반통일세력이 강요한 민족분렬을 넘어서 우리 민족끼리 화해하고 단합해야 한다는 심오한 뜻을 말해주는 영상이다. 1989년 4월 2일 평양에서 문익환 목사와 허담 당중앙위원회 비서의 공동명의로 발표된 공동성명은 연방제통일방안을 민족공동의 통일방안으로 인정하였다.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난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기 위한 통일방략을 제시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서울방문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기 위한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을 개최하는 것이 통일방략을 실현하는 올해의 정치일정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북남지도급인사들의 정치협상회의는 현 조건에서 가장 쉽게 민족의 의사를 모을 수 있는 민족적 대화의 마당이며 통일방도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이룩할 수 있는 합리적 방도입니다. 이 정치협상회의의 테두리 안에서 북과 남의 지도급 인사들은 다무적인 회담뿐 아니라 쌍무적인 대화도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남조선의 지도급인사들이 건설적인 통일방안을 가지고 평양을 방문한다면 그들을 환영할 것이며, 그들이 내놓은 어떠한 제안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회의할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이 1989년 신년사에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제의한 때로부터 한 달이 지난 1989년 2월 4일 문익환 목사와 백기완 선생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일성 주석이 제의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공식적으로 수락하고 그 회의가 성사되도록 노력할 것을 공표”하였다. 하지만 내외반통일세력의 저지에 가로막혀 그들의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고, 문익환 목사는 1989년 3월 25일 평양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평화통일방안을 협의하였다. 그 협의에 의해 나온 것이 1989년 4월 2일 평양에서 문익환 목사와 허담 당중앙위원회 비서의 공동명의로 발표된 공동성명이다. 공동성명은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가 누구에게 먹히지 않고 일방이 타방을 압도하거나 타방에게 압도당하지 않는 공존의 원칙에서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선택해야 할 필연적이고 합리적인 통일방도가 되며 그 구체적인 실현방도로서는 한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연방제통일방안을 민족공동의 통일방안으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난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기 위한 통일방략을 제시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해결하고, 역사적인 서울방문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서울에서 진행하고,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기 위한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을 개최하는 것이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을 실현하는 올해의 정치일정이다. 


3. 민족통일기구 수립으로 실현될 낮은 단계의 연방제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의제가 분단역사상 처음으로 논의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0년 6월 15일이다. 그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으로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민족공동의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려고 하였다. 남북정상회담 기록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연방제통일방안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상세히 설명하면서 연방제통일방안을 민족공동의 통일방안으로 합의하자고 제의하였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지도자 시절에 3단계 통일방안을 주장하면서 마지막 단계에서 ‘공화국연방’이 출현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고, 1989년 4월 2일에 문익환-허담 공동성명에서 연방제통일방안이 민족공동의 통일방안으로 인정되었으므로, 연방제통일방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저런 구실과 핑계를 대면서 그 제의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어, 6.15공동선언 제2항에는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만 들어갔다. 그 조항은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나가기로 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00년 6월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적인 6.15공동성명에 서명하고 환하게 웃으며 맞잡은 손을 치켜든 장면이다. 미국과 반통일세력이 강요한 민족분렬을 넘어서 우리 민족끼리 화해하고 단합해야 한다는 심오한 뜻을 말해주는 영상이다. 6.15공동선언에는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가 명시되었다. 그것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성을 서로 인정하는 기본합의다.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평화통일방안을 전민족적으로 합의하는 통일방략을 제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9년 전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평화통일방안에 관한 기본합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을 민족공동의 통일방안으로 합의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남측의 연합제안은 남북으로 갈라져 살 수 없는 단일민족을 두 나라로 갈라놓고 평화적으로 공존한다는 평화공존방안이므로, 평화통일방안으로 될 수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지 못했고, 그 대신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성을 서로 인정하는 기본합의에만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하려는 평화통일방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성을 인정하였던 19년 전의 기본합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을 평화통일방안으로 합의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판단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6.15공동선언에 나오는 남측의 연합제안은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평화통일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연합제안은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지도자 시절에 주장한 ‘공화국연합제’를 뜻하는 것인데, ‘공화국연합’은 남과 북이 서로를 주권국가로 상호인정하고, 두 국가가 영국과 캐나다처럼 국가연합(union of states)을 실현하여 평화적으로 공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8천만 민족이 염원하는 조국통일은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지, 단일민족을 남북으로 갈라놓은 두 국가를 연합시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 민족은 수 천 년 동안 단일민족으로 완전히 융합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에도 남북으로 갈려져 살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통일국가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단일민족의 존재방식이 평화통일방안을 논의하는 출발점이며, 평화통일방안을 확정하는 종착점으로 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남북으로 갈라져 살 수 없는 단일민족을 두 나라로 갈라놓고 평화적으로 공존하겠다는 것은 ‘평화공존’이라는 미명 아래 분단체제를 합법화하는 반민족적 범죄다. 8천만 민족이 염원하는 평화의 참된 의미는 단일민족을 두 나라로 갈라놓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교체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두 나라의 평화공존을 말하는 것은 ‘평화적인 분단’을 장기화하여 북측을 그 무슨 ‘점진적인 개혁개방’으로 유인해보려는 흡수통합망상의 변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국가연합-평화공존론의 정체를 간파하지 못한 사람들은 단일민족을 두 나라로 갈라놓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은 쉽고, 단일민족이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힘들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 민족이 선택해야 할 평화통일방안은 연방제통일방안밖에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런 까닭에 2016년 6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련석회의는 “온 겨레가 힘을 합쳐 분렬의 장벽을 허물고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 -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연방제통일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북남수뇌분들이 민족 앞에 확약하고 온 겨레의 지지와 찬동을 받고 있는 련방제는 가장 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하며 유일무이한 우리 민족의 통일방식이다. 이것을 부정하면 북과 남은 어차피 총부리를 맞대고 싸울 수밖에 없다. 8천만 겨레가 꿈에도 소원하던 통일이 전쟁의 방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절대로 안 되며 그 누구도 이를 바라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상과 제도를 가진 북과 남의 련방제통일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 해도 우리 민족이 기어이 이 길을 가야 할 근본리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략) 우리는 통일강국건설에서 그 누구를 본받을 것도 없고 다른 나라의 것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구체적 실정에 맞고 우리의 땅에 어울리는 련방제방식으로 우리가 소원하는 통일의 집, 우리 식의 통일강국을 세상이 보란 듯이 일떠세우자!”

그렇다면 6.15공동선언에 나오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대한 안경호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의 설명이 남측 일간지 <한겨레> 2001년 6월 17일부 대담기사에 실렸다. 대담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질문 - ‘민족통일기구’란 구체적으로 뭔가?
답변 - 민족통일기구는 국가기구다. 남쪽의 연합제와 북쪽 연방제의 공통점에 바탕을 두고 진행해나가는 것이다. 이 기초에는 1국가, 1민족, 2제도, 2정부에 기초를 둔 연합-연방제가 있다. 이런 근본기초에 대한 합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쌍방이 통일방안에 대해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족통일기구는 대외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질문 - 남북의 현 정부는 해소돼야 하는가?
답변 - 그렇지 않다. 두 정부의 정치, 군사, 외교권 등 현존하는 기능과 권한은 유지된다.
질문 - 민족통일기구는 어떻게 구성돼야 된다고 생각하나?
답변 - 국회와 행정기구 구성은 (남북) 쌍방이 우리 실정에 맞게 창발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위에 인용된 대담내용을 읽어보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출현하게 될 민족통일기구는 한시적인 남북정치협상기구 같은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의 두 정부가 행사하는 정치권, 군사권, 외교권을 민족의 공동이익에 맞게 조절하는 중앙정부이며, 국회와 행정부를 가진 명실상부한 통일정부이며, 대외적으로 통일국가를 대표하는 연방정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방제통일방안에 대해 연구해온 통일학자들은 통일정부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높은 단계의 연방제로 ‘진화’하게 된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출현하는 통일정부는 남과 북의 지역정부들이 수행하는 기능과 권한을 민족의 공동이익에 맞게 조절하는 임무를 점차적으로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런 조절임무가 오랜 기간에 걸쳐 강화, 발전되면서 연방정부가 남과 북의 지역정부들에게서 군사권과 외교권을 각각 이양 받게 될 때, 그때 비로소 높은 단계의 연방제가 실현되는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위쪽 사진은 2007년 10월 4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10.4선언에 서명하고 맞잡은 손을 치켜든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20일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서 리설주 녀사와 김정숙 녀사와 함께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맞잡은 손을 치켜든 장면이다. 미국과 반통일세력이 강요한 민족분렬을 넘어서 우리 민족끼리 화해하고 단합해야 한다는 심오한 뜻을 말해주는 영상들이다. 수 천 년 동안 한 강토에서, 한 핏줄을 이어오며, 단일민족의 빛나는 역사와 문화를 창조해온 우리 겨레는 그 어떤 경우에도 남북으로 갈라져 살 수 없으며, 반드시 자주통일국가 안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통일문제는 민족문제이며, 조국통일은 민족분렬을 극복하고 자주통일강국을 건설하는 민족 자신의 역사적 위업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통일국가건설운동은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것으로 완결될 것이다. 통일정부가 남과 북의 지역정부들로부터 군사권과 외교권을 아직 이양 받지 못하더라도, 통일정부가 수립되어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실현되면, 통일국가건설운동은 그것으로 완결되고 조국통일은 완전히 실현되는 것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높은 단계의 연방제로 발전하는 것은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운동이 아니라, 통일국가 안에서 국가주권과 사회통합을 공고화하는 운동이다.   

주목되는 것은, 통일정부수립과 주한미국군주둔이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주적 통일정부가 행정권을 행사하는 삼천리강토에 어떻게 외국군대가 한 명이라도 남아있을 수 있겠는가! 통일정부가 수립되기 전에 평화협정부터 먼저 체결되고, 그 협정에 따라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수되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그 협정에 따라 주한미국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한반도 평화체제 위에 통일정부가 수립될 것이고, 반만년 민족사에서 가장 부강하고 문명한 자주통일강국이 8천만 민족에게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될 것이다.    


4. 모든 준비는 2016년에 이미 끝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통일방략을 2019년 신년사에서 처음 제시한 것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5월 6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하면서 “북과 남은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합니다”라고 언명하여 자신의 통일방략을 제시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에 따라 북측은 그 방략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직후에 이미 끝냈고, 그것을 실행할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부단히 노력해왔다. 

2016년이라고 하면,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완전히 파탄시켰던 암흑기였으나,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에 따라 전민족적인 정치회합을 개최하자는 공식 제안을 남측에게 보냈다. 2016년 6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련석회의는 “온 겨레가 힘을 합쳐 분렬의 장벽을 허물고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 -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우리는 온 겨레의 뜻과 힘을 합쳐 현 난국을 타개하고 북남관계와 조국통일위업수행에서 획기적 전환을 일으켜 나가려는 절절한 념원으로부터 조국해방 일흔한돐을 맞으며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북과 남의 당국, 정당, 단체 대표들과 명망있는 인사들을 비롯하여 진정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회합에서는 민족의 총의를 모아 최악의 상태에 있는 조선반도의 현 정세를 완화하고 북남관계를 새 출발시키며 나라의 통일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출로를 허심탄회하게 론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애국애족적이며 건설적인 이 제의에 해내외 각계층이 적극 호응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를 위한 준비사업에 착수할 것이다.” 

당시 북측은 호소문만 발표한 것이 아니라, 전민족적 정치회합 제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준비사업에 즉시 착수하였다. 2016년 6월 27일 북측은 “남조선과 해외의 당국, 정당, 단체 및 개별인사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제의하였다.

“우리는 조국해방 일흔한돐이 되는 올해 8.15를 전후하여 북과 남의 당국과 해내외 정당, 단체대표들, 각계인사들이 참가하는 민족적 대회합을 평양이나 개성에서 개최하되 회의명칭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련석회의로 하자는 것입니다. 만약 남측에서 련석회의와 관련하여 시기나 장소, 참가대상과 토의안건 등 관심하는 문제들에 대한 건설적 의견을 내놓는다면 그것도 허심하게 검토하고 받아들일 충분한 용의가 있습니다. 당면하여 련석회의 개최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준비위원회를 각 지역별로 내오고 그에 기초하여 전민족공동준비위원회를 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면서 남측과 해외에서 그 실천에 속히 착수하기를 희망하며 7월 중에는 합의되는 장소에서 북과 남, 해외대표들을 망라한 전민족공동준비위원회 결성과 관련한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합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6년 6월 2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는 “온 민족의 통일념원과 지향을 반영하여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제시한 주체적인 조국통일로선과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며 민족의 자주적 운명과 통일번영의 휘황한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을 강력하게 조직전개해나가기 위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내오기로 결정하였다. 그로써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국가기구로 승격되었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5년 8월 15일 서울에 있는 장충체육관에서 남, 북, 해외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대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대회'를 진행하는 장면이다. 우리 민족끼리 단결하여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배격하고 민족분렬을 극복하여 자주통일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투쟁과 노력은 지난 70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되어왔다. 남, 북, 해외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대표자들이 평화통일방안을 합의하기 위해 모이는 전민족적 정치회합은 위의 사진에 나온 남, 북, 해외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대표자들이 참가한 민족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민족사적 의의를 지닌다.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을 실현할 모든 준비를 이미 2016년에 끝내고, 지난 3년 동안 유리한 조건들을 하나씩 만들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월 1일부터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한반도 정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에 따라 전변되기 시작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것만이 아니었다. 2016년 7월 9일 북측은 남측과 해외측에게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련석회의”를 공식 제안하면서,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가 결성되었다고 밝혔다.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는 위원장 1명, 각 부문을 대표하는 부위원장 14명, 각계층을 대표하는 위원 50여 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하여 남북정상회담에 계속 배석하는 것은, 북측에서 전민족련석회의를 개최하는 준비와 전민족공동준비위원회를 결성하는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말해준다.  

2018년 1월 2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련합회의가 또 다시 ‘해내외의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호소문에서는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 실현을 위한 투쟁을 계속 줄기차게 벌려 민족대단결의 새로운 리정표를 세우고 전민족적 통일운동의 일대 전성기를 펼쳐나가자!”고 하였다.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미증유의 사변들로 훌륭히 장식된 지난해의 귀중한 성과들에 토대하여 새해 2019년에 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룩하여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온 민족이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 이 구호를 높이 들고나가야 합니다”라고 언명하였다.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을 실현할 모든 준비를 이미 2016년에 끝내고, 지난 3년 동안 유리한 조건들을 하나씩 만들어왔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일부터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한반도 정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방략과 평화방략에 따라 전변되기 시작하였다.

2019/01/08

핵무력 완성에서 핵동결 완료로 전변된 핵정책

[한호석의 개벽예감](329)
자주시보 2019년 01월 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인식의 지침이 가리키는 것은

2. 1년 만에 전변된 절묘한 핵정책

3. 미국의 무지와 몰이해, 조선의 명쾌한 해설

4. 협상재개돌파구는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1. 인식의 지침이 가리키는 것은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신년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통찰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에 대해 무지하거나 정반대로 착각하고 있는 언필칭 전문가들의 엉터리 해설을 대서특필하여 독자들의 인식을 혼란시켰다. 인식의 혼란에서 벗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신년사 첫머리에 서술한 내용부터 파악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조선의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에게, 남측 및 해외의 동포형제자매들에게, 그리고 세계 각국의 수반들과 벗들에게 새해인사를 보내면서 첫머리에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사진 1>  



▲ <사진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월 1일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지난해까지는 연단에 서서 신년사를 발표하였는데,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도 새해를 맞아 신년사를 발표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집무실 의자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신년사를 발표하는 형식을 이처럼 파격적으로 바꾼 것은 평소에 도식과 모방과 반복을 멀리하고, 혁신과 창조와 변화를 중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는 파격적인 발표형식만큼 그 내용도 예지와 열정과 자신감으로 일관되어 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은 우리 당의 자주로선과 전략적 결단에 의하여 대내외정세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사회주의건설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력사적인 해였습니다. 지난해 4월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는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에 토대하여 우리 혁명을 새롭게 상승시키고 사회주의의 전진속도를 계속 높여나가는 데서 전환적 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계기로 되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인식의 지침은 위에 인용된 두 문장에 담겨있다. 그 인식의 지침이 가리키는 것은,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과 그 결정을 관철하기 위해 조선이 벌인 노력과 투쟁이 “대내외정세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조선의 사회주의건설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2019년 신년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이 무엇이었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18년 4월 21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건설을 더욱 힘있게 다그치”는 과업, 그리고 조선의 “과학교육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일으”키는 과업, 그리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의 “조직문제”가 토의,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 세 가지 의정 가운데서 이 글이 서술하려는 것은 첫째 의정이다. 그 의정은 다음과 같이 토의되었다. 



2018년 4월 21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2013년 3월 전원회의가 제시하였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우리 당의 전략적 로선이 밝힌 력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되였다는 것을 긍지높이 선언하시”면서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였고, 운반타격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여 핵무기병기화완결이 검증”되었다고 언명하였다고 한다. 이 언명은 조선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을 관철하여 핵무력을 완성하였음을 선언한 것이다. 



2017년에 핵무력을 완성한 조선이 2018년 한 해 동안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결론이었다. 그리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라는 구호를 제시하고, “우리가 달성하여야 할 투쟁목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수행기간에 인민경제전반을 활성화하고 상승궤도에 확고히 올려세우며 나아가서 자립적이고 현대적인 사회주의경제, 지식경제를 세우는 것”이라고 언명하였던 것이다. 그에 따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당과 국가의 전반사업을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지향시키고 모든 힘을 총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로선을 채택하였다. 



2018년 4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제시하였고, 그 회의에서 채택한 새로운 전략로선을 구현하기 위해 조선은 2018년 한 해 동안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8월 17일 한반도 동북변방에 있는 함경남도 경성군 온포온실농장건설부지를 현지지도하면서 설계도면을 살펴보는 모습이다. 온포온실농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온실농장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한반도 전역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살인적인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폭염을 무릅쓰고 수많은 생산현장들과 경제활동단위들을 찾아가 근로자들과 현장간부들을 만났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사업방향과 실행방도를 알려주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라는 구호를 제시하였고, 그에 따라 전원회의에서는 사회주의경제건설에 국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로선을 채택하였다. 조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력적인 현지지도를 받으며 2018년 한 해 동안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여 커다란 성과를 이룩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지난해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였다는 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도 현지지도가 경제분야에 집중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에 스물여섯 차례 하였던 경제분야 현지지도를 2018년에는 마흔한 차례나 하였고, 2017년에 마흔두 차례 하였던 군사분야 현지지도는 2018년에 여덟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2018년 한 해 동안 자력갱생로선에 의거한 증산돌격운동, 기술혁신운동, 제품과 설비의 국산화운동을 전개하면서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했다고 한다.  



조선이 2018년 한 해 동안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얼마나 힘썼는가 하는 점은, 군수공업부문에서 군사장비만 생산한 것이 아니라 경제건설에 요구되는 각종 기계제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한 사실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군수공업부문에서는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할데 대한 우리 당의 전투적 호소를 심장으로 받아안고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하였습니다”라고 지적하였다. 강력한 생산력을 가진 조선의 군수공업이 민수용 기계제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한 것은 특별한 일이다. 



위에 열거한 현상들은 조선이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로선을 관철하기 위해 얼마나 힘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2. 1년 만에 전변된 절묘한 핵정책



지금 조선은 새로운 전략로선에 의거한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핵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조선이 수행하는 새로운 핵정책은 무엇인가?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핵정책을 결정한 바 있다.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다.”

“핵시험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페기할 것이다.”

“핵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다.”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를 시험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고, 전파하지 않는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서 재천명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습니다”라고 언명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핵정책은 핵무기를 시험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고, 전파하지 않는다는 3개 원칙을 명시하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하나 더 추가하여 4개 원칙을 새로운 핵정책으로 천명하였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의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한 것에 더하여 핵무기의 생산까지 중단하는 새로운 핵정책을 천명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 그 의의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핵무기연구부문과 로케트공업부문에서는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합니다”라고 언명한 바 있다. 그 언명에 따라, 조선의 군수공업부문에서는 핵무기와 미사일의 대량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미국은 조선이 핵무기의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였으면서도 핵무기의 생산은 중단하지 않고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고 하면서 매우 우려하였다. 미국이 그 문제와 관련하여 매우 우려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최근 사례는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12월 27일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우드로우 윌슨 국제학술쎈터의 제1부소장 로벗 리트웍(Robert S. Litwak)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조선이 현재 추세로 핵무기를 계속 생산하면 내년 2020년에는 영국의 핵무기보유량의 절반에 이르는 약 100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185발로 알려졌다. <사진 3> 



하지만 조선이 2020년까지 핵탄두를 약 100발로 증산할 것이라는 추산은 조선의 핵무기생산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공개된 자료들을 분석해보면, 조선의 핵무기생산능력이 외부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조선은 이미 오래 전에 영국의 핵무기병기화기술수준을 앞질러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를 완벽하게 실현하였을 뿐 아니라, 기존 플루토늄생산체계에 더하여 최신형 고농축우라늄생산체계까지 가동해왔기 때문에 영국의 핵탄두보유량을 넘어섰다.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조선이 “동방의 명실상부한 핵강국, 아시아의 로케트맹주국”으로 자처한 것은 결코 허장성세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8년 신년사에서는 핵무기 대량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하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조선의 핵무기생산이 2018년 후반기 어느 시점에 마침내 최대생산목표에 도달하여 더 이상 추가생산을 계속할 필요가 없으므로 핵무기대량생산이 자연히 중단되었다는 뜻이다. 이 글을 집필하는 2019년 1월 초를 기준으로 조선이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지 외부에서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지만, 세계 정상급 핵무기병기화기술을 개발하고 강력한 핵무기생산시설들을 총가동하면서 핵무기대량생산에 박차를 가했으니 영국의 핵탄두보유량을 크게 앞지른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조선의 핵탄두보유량이 아니라 조선에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가 중단되었다는 사실이다. 핵보유국이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한 것을 국제사회에서는 핵동결(nuclear freeze)이라고 한다. 요즈음 미국, 로씨야, 중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핵군비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오직 조선만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핵동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핵동결은 핵감축으로 나아가는 비핵화의 지름길이다.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 곧 핵동결정책에 따르면, 2018년 4월 2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핵무기의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한다고 결정함으로써 핵동결을 미완으로 남겨두었으나,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가 중단되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핵동결 완료를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고, 2019년 신년사에서는 핵동결 완료를 선언하였으니, 조선의 핵정책은 절묘하게도 1년 만에 핵무력 완성에서 핵동결 완료로 전변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8천만 우리 민족과 전 세계에게 제시한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 곧 핵동결정책은 세계의 비핵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은 선진적인 핵정책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힘있게 추동하는 위력적인 핵정책이다. 





3. 미국의 무지와 몰이해, 조선의 명쾌한 해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미국은 조선이 핵동결을 완료하였다는 중대한 사실을 무심히 대하고 있다. 미국의 수많은 언론매체들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동결완료선언을 보도한 언론매체는 단 한 곳도 없다. 평소에 조선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떨던 미국 국무부 대변인마저 그 선언에 대해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을까? 그 까닭은 미국이 6.12조미공동성명에 명시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무지와 몰이해에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동결완료선언을 그저 무심히 대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고 무식한 소리를 늘어놓는 꼴을 보다 못한 조선은 얼마 전 개인필명의 논평에서 그 뜻을 명쾌하게 해설해주었다. 2018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낡은 길에서 장벽에 부딪치기보다 새 길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 다음과 같은 해설이 담겼다.  



“미국은 이제라도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의 뜻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며 특히 지리공부부터 바로 해야 한다. 조선반도라고 할 때 우리 공화국의 령역과 함께 미국의 핵무기를 비롯한 침략무력이 전개되여 있는 남조선지역을 포괄하고 있으며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할 때 북과 남의 령역 안에서 뿐 아니라 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위협요인을 제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데 대해 똑바로 알아야 한다. (중략) 애초에 비핵지대였던 조선반도에 핵무기를 대량 끌어다놓고 핵전략자산의 전개와 핵전쟁연습 등 우리를 핵으로 끊임없이 위협함으로써 우리가 핵전쟁억제력을 보유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한 장본인이 미국이다. 그렇게 놓고 볼 때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의 핵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의이다.”   



위의 인용문은 미국에서 그 동안 오해와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었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을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명쾌하게 해설해준 것이다. 명쾌한 해설이어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요즈음 미국에는 조선에서 발표된 문서를 읽고서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해 헷갈리는 난독증(dyslexia)에 걸린 사람들이 꽤 있으므로 위의 인용문을 그들에게 친숙한 어법으로 다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6.12조미공동성명에 명시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한반도를 향하고 있는 모든 핵위협요인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다. <사진 4> 



그렇다면 한반도에 핵위협을 가하는 주변지역은 어디인가? 두말할 나위 없이, 일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배치된 주일미국군기지들이다. 일본 요꼬스까 미해군기지에는 초대형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USS Ronald Reagan)이 전진배치되었는데, 24시간 만에 제7함대를 거느리고 동해작전수역으로 출동하는 그 항공모함은 함재기를 이용한 전술핵타격능력을 가졌다. 일본 오끼나와 미공군기지에는 전시에 핵폭탄을 탑재하는 F-22 스텔스전폭기편대가 전진배치되었는데, 그 편대가 오끼나와에서 이륙하여 한반도 상공에 도달하는 비행시간은 약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조선을 위협하는 미국의 핵전략자산은 주일미국군기지들에만 배치된 것이 아니다. 괌(Guam)의 미공군기지에도 전시에 정밀핵타격을 할 수 있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편대가 전진배치되었다. 그 편대가 괌에서 이륙하여 한반도 상공에 도달하는 비행시간은 4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것만이 아니다. 어느 시각에, 어느 바다에 출몰하는지 알 수 없는 미국의 전략잠수함도 조선을 노리는 핵위협수단이다. 



위에 열거한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조선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한데,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조선에게 가해지는 모든 핵위협요인들을 제거하려면 위에 열거한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된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모조리 미국 하와이주 또는 미국 본토로 철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존재가치를 상실한 주한미국군은 철수할 수 있어도,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된 핵전략자산들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된 핵전략자산들을 철수하면, 광활한 서태평양을 통째로 중국에게 내주고 자기들은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해안에 이르는 동태평양만 지배하게 되므로, 서태평양에 전진배치된 핵전략자산을 철수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힘이 강해져, 미국과 중국이 서태평양을 놓고 패권전쟁을 벌이는 지금, 미국이 서태평양에 전진배치한 핵전략자산을 철수하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과 같이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조선을 위협하는 서태평양 핵전략자산을 철수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는 한반도 비핵화를 가로막고 있는 최악의 걸림돌이다. 조선을 위협하는 핵전략자산을 철수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미국이 조선에게 핵무력을 포기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다.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기 힘든 결정적인 원인은 조선의 핵무력 완성이 아니라 미국의 핵전략자산 전진배치라는 사실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조선이 핵동결정책을 시행하면서도 핵폐기정책은 절대로 시행할 수 없는 까닭은,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핵전략자산들을 절대로 철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핵전략자산들을 철수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조선이 핵무력을 폐기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미국과 한국에는 초등학생도 알 만한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고 잠꼬대 같은 ‘북한의 비핵화’를 중얼대는 멍텅구리들이 적지 않다. 



위에 서술한 명백한 사실을 살펴보면, 조선과 미국이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서태평양 핵전략자산들이 철수하는 비핵화도 아니고, 조선의 완성된 핵무력이 폐기되는 비핵화도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그렇다면, 미국의 서태평양 핵전략자산들이 유지되고, 조선의 완성된 핵무력이 유지되는 한반도 비핵화는 도대체 어떤 것인가? 그런 비핵화를 과연 비핵화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명백하게도, 조선과 미국이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비핵화는 무핵화가 아니다. 비핵화를 무핵화로 이해하는 순간, 한반도 비핵화의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누가 번역했는지 모르겠지만, 디누클리어리제이션(denuclearization)이라는 영어단어는 원래 무핵화라고 번역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비핵화라고 번역해놓은 것은 그런 점에서 적절한 번역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한반도 무핵화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조선과 미국이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한반도 비핵화과업 중에서 미국에게 주어진 의무는, 서태평양 핵전략자산들을 철수하지 않으면서도 조선에 대한 핵위협을 제거하는 비핵화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비핵화정책은 8천만 우리 민족을 위협해온 핵도발전략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에 적극 동참하는 것으로 실행된다. 이제껏 독자들이 귀가 아프게 들어온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국군 철수, 조미국교 수립이 바로 그런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공고하게 만들어가는 비핵화정책의 실현과정이다. <사진 5>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실현되더라도 위장평화책동에 매달리는 미국이 기회를 노리다가 그 체제를 다시 뒤집어버릴지 모르는데, 그런 미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하고 의심한다. 하지만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완전철군이야말로 한반도에 공고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유일무이한 최선, 최적의 방도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평화체제가 무조건 실현되어야 하는 것처럼, 그 어떤 경우에도 주한미국군은 무조건 철수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한 뒤에도 핵도발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가 조선에게 핵전쟁을 도발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또 의심한다. 하지만 주한미국군이 철수되어 한반도 평화체제가 실현된 이후에도 조선은 완성된 핵무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므로, 그런 의심은 하지 않아도 된다. 조선의 완성된 핵무력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전쟁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것이고, 그 평화체제 위에 세워질 위대한 자주통일국가를 외세침략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다. 



다른 한편, 조선과 미국이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한반도 비핵화과업 중에서 조선에게 주어진 의무는, 미국의 대조선핵위협중단에 상응하여 미국을 더 이상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 대미안전보장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은 어차피 철수될 것이므로 조용히 철수하게 놔두면 될 것이고, 조선이 서태평양 미국군기지들과 미국 본토에 대한 핵무기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바로 대미안전보장조치다. 조선이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한 핵동결정책은 미국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가장 현실적인 비핵화정책이다. 



조선이 핵동결을 이행하는 비핵화정책 중에서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핵동결에 대한 검증인데, 핵동결 검증에서 결정적인 것은 뭐니뭐니해도 녕변핵시설단지에 대한 현장사찰이다.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국군 철수, 조미국교 수립으로 이어지는 비핵화정책을 실행하고, 그에 상응하여 조선이 핵동결을 완료하고 녕변핵시설단지에 대한 현장사찰을 허용하는 비핵화정책을 실현하면, 8천만 우리 민족이 바라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것이다.  





4. 협상재개돌파구는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2018년 12월 31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이렇게 해도 철군이고, 저렇게 해도 철군이다’에서 논증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철군을 반대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최근에 사임시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수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마련해놓았다. 조미협상의 돌파구는 그렇게 열리고 있었다.   



다른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6.12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페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고, 2019년 신년사에서는 핵동결이 완료되었음을 선언하였다. 조미협상의 돌파구는 그렇게 열리고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협상재개돌파구를 조용히 열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만나 조선의 핵동결 완료를 검증하는 녕변핵시설 현장사찰문제와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를 확약하는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진 6>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여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하면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의사를 표명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그런 신년사가 발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도 신년사가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2019년 1월 1일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나도 또한 북조선이 훌륭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졌음을 잘 아는 김 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2019년 1월 2일 백악관에서 새해 첫 각료회의가 진행되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실 탁자 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놓고 각료들에게 보여주면서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 우리는 아마 또 한 차례의 회담을 가질 것이다.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조선과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고, 우리는 정말 좋은 관계를 맺었다. 그가 만나고 싶어 하고, 나도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조미관계발전과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해 3분 동안 발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에 관해 발언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것은 조급증을 감춰 체면을 차리기 위한 빈말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하루빨리 개최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요구한 대조선제재완화를 실행하려는 의사를 표명하여 협상재개의 걸림돌을 치워놓았을 뿐 아니라, 2018년 12월부터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지를 물색하는 중이다. 2018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취재기자들에게 조선측과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장소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화협정체결문제와 녕변핵시설사찰문제를 동시에 타결하여 철군국면을 열어놓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향해 부푼 희망과 기대를 안고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