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6

미국의 특수작전기들은 왜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는가

[한호석의 개벽예감](340)
자주시보 2019년 03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미국의 특수작전기들이 한반도에 집결한 심각한 상황
2. 미국이 감행하려는 해상검문검색,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
3.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갑자기 철수한 이유
4. 한반도의 비핵화 넘어 태평양의 비핵화 제기한 김정은 위원장


1. 미국의 특수작전기들이 한반도에 집결한 심각한 상황

한반도 정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악화되었다.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낭패를 본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조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성사되었는데 한반도 정세가 설마 더 악화되겠는가 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최근 한반도 정세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알지 못해서 생겨나는 착오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계속 악화시키고 있는 사건들은 무엇인가?  

(1)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9년 3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본토에서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배치된 RC-135U 전자정찰기가 서해 상공을 비행하면서 조선을 감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미국군에 단 두 대밖에 없는 RC-135U 전자정찰기는 레이더파를 감시하거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특수작전기다. 이 전자정찰기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인근에 있는 오펏공군기지에 배치된 것인데, 최근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로 이동배치되어 조선인민군의 레이더파를 감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 <중앙일보> 2019년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RC-135W 전자정보수집기가 RC-135U 전자정찰기와 함께 최근 수시로 한반도 인근 상공에 나타나 조선을 감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RC-135W는 무선통신을 감청하는 전자정보수집기다. 미국군이 특수작전기들을 동원하여 조선인민군의 레이더파를 감시하고, 조선인민군의 무선통신을 감청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정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2) <중앙일보> 2019년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 E-3 조기경보통제기가 일본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동해 상공을 비행하였다가 오산미공군기지에 착륙하였고, U2 고고도정찰기와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도 한반도 상공에 출현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미국군이 조선인민군에게 공중감시활동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정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공군이 단 두 대밖에 운용하지 않는 RC-135U 전자정찰기를 촬영한 것이다. 이 전자정찰기는 레이더파를 감시하거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특수작전기다. 원래 이 전자정찰기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인근에 있는 오펏공군기지에 배치된 것인데, 최근 일본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로 이동배치되어 조선인민군의 레이더파를 감시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 전자정찰기와 함께 무선통신을 감청하는 RC-135W 전자정보수집기도 한반도 인근 상공으로 출동시켜 대조선감시작전을 벌이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미국은 조기경보통제기, 고고도정찰기, 무인정찰기도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키고 있다. 이런 정황은 한반도 정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미국이 전자정찰기, 전자정보수집기, 조기경보통제기, 고고도정찰기, 무인정찰기를 비롯한 특수작전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집결시킨 목적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징후를 탐지하려는 데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선통신과 레이더파를 발신하게 되고, 9축18륜 발사대차를 발사지점으로 이동시키게 되므로, 미국은 여러 종류의 감시수단들을 한반도 상공에 집결시켜 발사징후를 탐지하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정황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징후를 노출하였기 때문에, 미국이 바짝 긴장하여 각종 특수작전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집결시켰음을 말해준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2017년 12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던 2017년 11월 29일 당시 미국은 시험발사 72시간 전에 발사준비정황을 포착하였고, 시험발사 2시간 전에는 화성-15를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가 야간에 발사지점으로 이동하여 거대한 미사일 동체를 수직으로 세우는 장면을 포착하였다고 한다. 당시 미국이 화성-15 시험발사준비정황을 72시간 전에 포착했다는 말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신한 무선통신과 레이더파를 포착하였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만일 RC-135U 전자정찰기와 RC-135W 전자정보수집기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무선통신과 레이더파를 포착하여 본부에 긴급보고하게 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그로부터 72시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 2017년 11월에 쏘았던 화성-15를 다시 쏘는 게 아니라 아직 한 번도 시험발사하지 않은 화성-16을 쏠 것이 분명하다. 만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16 시험발사를 단행하면, 2017년 11월에 있었던 화성-15 시험발사와는 대비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메가톤급 충격파가 워싱턴을 강타할 것이다. 그것 한 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생명을 마감하게 될 것이고, 미국은 국가안보파탄위험의 충격과 공포 속에 빠져들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조선은 왜 미국을 상대한 협상을 중단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노출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언약한 중대한 공약을 위반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미국군과 한국군이 합동으로 전개하는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고 언약해놓고서도, 올해 들어와 그 중대한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미국군과 한국군은 ‘키 리졸브’라는 작전명칭을 내걸었던 대조선전쟁지휘예행연습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동맹’이라는 작전명칭을 내건 새로운 대조선전쟁지휘예행연습으로 대체하였다. 미국군과 한국군은 ‘동맹 19-01’이라는 작전명칭을 내건 전쟁지휘예행연습을 2019년 3월 4일부터 12일까지 7일 동안 감행하였다. 일본 오끼나와에 전진배치된 미국 해병 제3원정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이며, 한미연합해병대를 지휘하는 연합해병구성군사령관인 에릭 스미스가 ‘동맹 19-01’ 전쟁지휘예행연습에 참가하였는데, 그는 전쟁지휘소에 들어앉아 컴퓨터모의프로그램으로 가상적인 전쟁예행연습을 지휘한 줄로 알았더니,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실전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미국 해병대의 기습상륙전연습을 직접 지휘하였다. 

그의 지휘통제를 받으며 미국 해병대와 특수작전대가 대규모 기습상륙전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군 소식지 <스타즈 앤드 스트라입스> 2019년 3월 22일 보도를 통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제31해병원정대, 제3해병사단, 제3해병병참대, 제1해병항공대, 미국 공군 제353특수작전대, 미국 육군 제1대대 및 제1특수작전대가 ‘동맹 19-01’이 감행되고 있었던 지난 3월 11일부터 14일까지 대규모 기습상륙전을 가상한 ‘원정전진기지작전’이라는 것을 일본에서 벌여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그들은 일본 오끼나와에 속한, 미국 해병대 훈련기지가 있는 섬 리시마(伊江島)에 기습상륙하여 점령하는 연습을 감행하였는데, F-35B 전투기들이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하고, 해병대 포병부대가 장거리포를 쏘아대고, 해병대 상륙부대와 특수작전부대가 수송기를 타고 공중급유를 받아가면서 1,440km를 날아가 가상적진에 강하하는 기습상륙전연습을 실전분위기 속에서 감행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기습상륙전연습에서 공중기동거리를 왜 1,440km로 정했을까? 오끼나와에서 원산까지 직선거리가 약 1,440km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그들이 오끼나와에서 이륙한 수송기를 타고 원산 해안에 강하하여 그 도시를 점령하는 기습작전을 연습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2019년 3월 21일 조섭 던포드 미국군 합참의장은 워싱턴에 있는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인 애틀랜틱 카운슬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지난날 ‘독수리’라는 작전명칭을 내걸었던 한미합동야전기동훈련을 올해는 대대급, 중대급으로 나뉘어 중령 이하 지휘관들이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단급 전투부대를 동원하였던 기존 한미합동야전기동훈련을 대대급 및 중대급 전투부대를 동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한미합동야전기동훈련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한미합동야전기동훈련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내막을 살펴보면,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간판만 바꿔달거나, 형식만 바꿔놓고 여전히 감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세상을 속이려는 어설픈 기만술책이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한다고 언약하였던 중대한 공약을 올해에 들어와 깨버리고, 기만술책으로 변형시킨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라는 명령을 미국군에게 내렸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위반과 기만술책, 바로 이것이 조선을 자극하여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킨 근본원인이다. 

조미협상은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공약을 지킬 필요가 없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언약한 대조선전쟁연습 중단공약을 위반하였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약한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 중단공약을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최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노출한 까닭은, 중대한 공약을 위반하여 조미협상을 위기에 빠뜨리고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망동을 징벌하는 대응행동이다. 


2. 미국이 감행하려는 해상검문검색,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

미국은 조미협상을 위기에 빠뜨린 이후에도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9년 3월 21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른바 ‘불법환적주의보’라는 것을 갱신, 발표하였다. 그들이 불법환적주의보를 발표하는 목적은, 유엔안보리의 대조선제재조치를 위반하면서 정제유를 불법환적으로 수입하고, 석탄을 불법환적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과 화물선에게 국제감시를 집중시키고, 경고를 주려는 데 있다. 2018년 2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 24척을 불법환적주의보에 등재하였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만이 아니라 조선과 교역하는 다른 나라들의 유조선과 화물선까지 추가하여 95척을 무더기로 등재하는 횡포를 저질렀다. 

대조선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행동은 불법환적주의보 갱신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2019년 3월 25일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4,500톤급 최신형 경비함 버솔프함이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하였다. 이 경비함은 2019년 1월 20일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항을 떠나 3월 3일 일본 나가사끼현 사세보항에 전진배치되었다가, 이날 제주해군기지로 들어간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경비함은 한국 해양경찰 소속 경비정과 함께 합동검문검색연습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검문검색은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을 해상에서 강제로 정선시켜 검문검색한다는 뜻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에 나타난 사람은 미국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이다. 그는 조선, 중국, 러시아, 꾸바, 베네주엘라 같은 나라들에게 제재조치를 가하는 소동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이 그런 소동을 일으키는 진원지다. 2019년 3월 21일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른바 불법환적주의보라는 것을 갱신, 발표하였다. 2018년 2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 24척을 불법환적주의보에 등재하였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만이 아니라 조선과 교역하는 다른 나라들의 유조선과 화물선까지 추가하여 95척을 무더기로 등재하는 횡포를 저질렀다. 제재조치는 적대감을 표시하는 대결행위이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제재조치에 매달리는 한, 조미핵협상은 진전되기 힘들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과 핵협상을 재개하려면 제재조치부터 중지해야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하였으면, 미국이 그것을 빌미로 삼아 조선에게 들씌웠던 제재조치도 마땅히 해제되어야 하는데, 미국은 인민경제에 대한 제재조치부터 우선 해제하라는 조선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였을 뿐 아니라,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조선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면서, 조선의 유조선과 화물선에 대한 검문검색까지 감행하려는 것이다. 만일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과 한국 해경 소속 경비정이 국제해로를 정상적으로 운항하는 조선의 유조선이나 화물선을 강제로 정선시키고 검문검색을 감행하면,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여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조미협상은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므로,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한 조선의 조치를 외면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취하였으므로, 조선도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한 선의의 조치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최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노출하는 까닭은,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한 조선의 성의 있는 노력을 외면하였을 뿐 아니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의 핵시설을 먼저 해체하라는 ‘강도적인 요구’를 꺼내놓아 회담을 결렬시켰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대조선제재조치를 더 강화하려는 도발행동으로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재무부가 앞으로 며칠 뒤에 발표하려던 대조선추가제재조치를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만일 미국이 대조선추가제재조치를 발표하면, 조선이 그에 대응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단행할까봐 겁을 먹은 트럼프 대통령은 황급히 취소명령을 내린 것이다. 미국이 약소국들을 강압하는 데 써먹었던 도발행동이 조선에게도 통하리라고 타산했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3.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갑자기 철수한 이유   

2019년 3월 22일 오전 9시 15분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북측이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상주하는 자기측 인원들을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고 남측에 통보한 뒤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이다. 그 동안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는 북측에서 15~20명, 남측에서 23명이 상주해왔다. 북측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면서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고 남측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긴급지시에 따라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격적으로 철수하였음을 말해준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룩된 소중한 성과들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9월 14일 개성에 설립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개소식 이후 189일 만에 무기한 가동정지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함으로써 여러 방면에서 추진되어오던 남북관계개선은 무기한 중단되었다.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갑자기 철수하면서 남북관계개선이 무기한 중단되자, 문재인 정부는 큰 충격을 받고 매우 당황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남북관계개선을 중단하였을까?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까지 중단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론하였지만, 그것은 뭐가 뭔지 모르는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 조미협상이 중단되었다고 해서 남북관계개선까지 중단할 필요는 없다. ‘통남봉미’라는 말도 있듯이, 북측은 조미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남북관계개선을 더 진척시켜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해야 할 형편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을 중단하였으니,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결렬과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을 중단한 까닭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위반하면서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에 적극 가담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의 경험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화근은 언제나 남측 정부의 대미추종이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입으로는 대화니 협력이니 하는 요란한 수식어를 늘어놓고, 그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국을 추종하여 동족에게 칼을 겨누는 전쟁연습을 벌여놓았으니, 북측으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외세추종과 동족대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저히 배격하는 최악의 행위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9월 14일 개성에 설립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촬영한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립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룩된 소중한 성과들 가운데 하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는 북측에서 15~20명, 남측에서 23명이 상주하였다. 그런데 2019년 3월 22일 북측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상주해온 북측 인원을 상부의 지시에 따라 전격적으로 철수하였다. 이 정황은 남북관계개선이 무기한 중단되었음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는 큰 충격을 받고 매우 당황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을 중단한 까닭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위반하면서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에 적극 가담하였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대화니 협력이니 하는 요란한 수식어를 늘어놓고, 그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국을 추종하여 동족에게 칼을 겨누는 전쟁연습을 벌여놓았으니, 북측으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돌이켜보면, 북측은 남북관계가 오늘처럼 위기와 난관에 빠지기 오래 전에 문재인 정부가 알아들을 만큼 심중한 경고를 주었었다. 북측 언론매체들은 2019년 1월 7일과 1월 13일 한국군이 미국군과 합동하여 북침전쟁연습을 더 이상 감행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남측이 미국산 전쟁장비들을 반입하는 것도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위반하고 한미연합군의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였으며, 미국산 전쟁장비들을 반입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입으로는 남북관계개선을 말하면서, 등 뒤에서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에게 칼을 겨눈다면, 그를 누가 대화상대로 인정하겠는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킨 엄중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걸핏하면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떠들어대지만, 조선을 침공하려는 전쟁연습을 벌여놓고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궤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궤변을 그만두고,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여 조미핵협상을 재개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다른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걸핏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상호협력을 말하지만, 미국과 야합하여 북을 침공하려는 전쟁연습을 벌여놓고 평화니 협력이니 하는 수식어를 늘어놓는 것은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궤변을 그만두고,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여 남북관계개선을 재개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4. 한반도의 비핵화 넘어 태평양의 비핵화 제기한 김정은 위원장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센터 총책임자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비롯한 조미협상에 직접 참가하였고, 2018년 12월에 퇴임한 앤드루 김(김성현)이 며칠 전 서울을 방문하였다. <동아일보> 2019년 3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앤드루 김은 3월 20일 서울에서 진행된 비공개 강연회에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조미협상내막을 밝혔다고 한다. 그의 강연내용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때부터 미국이 핵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해왔을 뿐 아니라, 괌과 하와이에 배치된 미국의 핵전략자산도 미국 본토로 철수되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이제껏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에 앤드루 김의 비공개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협상전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협상전략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넘어 태평양의 비핵화로 확장된 것이다. 태평양의 비핵화! 이것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제껏 사람들은 비핵화라고 하면 의례히 한반도의 비핵화만을 생각하였고, 태평양의 비핵화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하였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협상전략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한 태평양의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은 신중하지 못한 속단이다. 태평양의 비핵화라는 개념이야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상상을 초월하는 핵협상전략을 말해주는 핵심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태평양의 비핵화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공약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안전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하였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이 인용문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 눈길을 끄는데, 그것은 안전담보라는 개념이다. 

조미핵협상이 진전되어 미국이 조선에게 제공해야 할 안전담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약속한 안전담보는 무엇인가? 그것은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위험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전담보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조선에 대한 핵공격위험을 제거하는 안전담보는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핵우산이 철거되는 것이다.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핵우산은 한반도 상공 높은 곳에 떠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설치된 곳은 미국의 태평양작전구역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핵우산을 철거하려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된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미국 본토로 멀찌감치 철수되어야 한다.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된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한 태평양의 비핵화다.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어떤 핵전략자산을 배치하였는지는 미국의 핵안보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이 2005년 9월 28일에 발표한 논문 ‘미국 핵무기의 한국 배치역사(A History of U.S.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가 잘 말해주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은 1958년부터 1991년까지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폭발력이 1킬로톤급에서 100킬로톤급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W70 핵탄두 54발을 괌의 핵무기고에 보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전라북도 군산공군지기에 주둔하는 제8전술비행단,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18전술비행단, 필리핀 클락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3전술비행단을 출격시켜 조선을 침공하는 핵공격계획(SIOP)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B61 핵폭탄을 탑재한 전투기들을 활주로 끝에 24시간 대기시켰다고 한다.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은 1991년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1991년까지 군산공군기지, 가데나공군기지, 클락공군기지에서 핵폭탄을 탑재하는 전투기들이 조선에 대한 기습공격명령을 24시간 대기하고 있었다면, 1991년 이후에는 괌에 있는 앤더슨공군기지에서 더 많은 핵폭탄을 탑재하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들이 조선에 대한 기습공격명령을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기습공격명령을 받은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가 핵폭탄을 싣고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하면 6시간 만에 한반도 중부 상공에 도착한다. 이런 가공할 현실을 직시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태평양의 비핵화를 요구하였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핵전략자산을 배치하고 조선침공을 노리고 있는 현실이 이처럼 심각할진대, 설령 미국이 조선에게 불가침선언문을 써주더라도 조선이 그것을 어떻게 안전담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핵전략자산을 배치하고 있는 한, 미국이 조선에게 불가침선언문을 100장 써준대도, 그것은 종잇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미국의 서태평양 군사전략기지 괌의 앤더슨공군기지 활주로를 촬영한 것이다. 활주로에 주기되어 있는 작전기들은 전시에 장거리를 비행하여 적국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들이다.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가 핵폭탄을 싣고 앤더슨공군기지를 이륙하면 6시간 만에 한반도 중부 상공에 도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조선에 안전담보를 제공하겠다고 확언하였는데, 조선에 안전담보를 제공하려면 조선을 겨냥한 핵우산을 철거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핵우산 철거는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한 핵전략자산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것을 뜻한다.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한 태평양의 비핵화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험성은 그것만이 아니라, 더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 협정, 합의를 위반하고 파기하는 악질상습범으로 국제사회에서 악명이 높다. 이를테면, 2018년 5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에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상대로 하여 다자협정으로 체결한 이란핵합의(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에서 탈퇴하였고,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 행정부가 1987년에 소련과 체결하였던 중거리핵무력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파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처럼 조약이나 협정마저 제멋대로 위반하거나 파기하는 미국이 조약이나 협정과 달리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불가침합의 또는 불가침선언을 이행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구태여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현실이 이처럼 심각할진대, 설령 미국이 조선에게 불가침선언문을 써주더라도 조선이 그것을 어떻게 안전담보로 믿을 수 있겠는가. 외교문서가 아니라 핵전략자산 철수가 안전담보로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태평양의 비핵화방안은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된 핵전략자산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안전담보방안이다. 하지만 미국에게 있어서 태평양의 비핵화는 태평양지배체제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구한 태평양의 비핵화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태평양의 비핵화를 요구한 것일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선의 비핵화(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 포기)를 요구하는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핵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태평양의 비핵화(미국의 태평양지배체제 포기)를 요구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협상전략은 철두철미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태평양의 비핵화를 요구한 까닭은 미국이 조선을 겨냥한 핵전략자산을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하고 있는 한, 조선도 그에 맞서는 자위적 핵억제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이 조선의 지위적 핵억제력을 포기시키려는 헛수고를 할 게 아니라 조선의 핵억제력을 인정하고 핵전쟁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깨우쳐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협상술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인정하고 핵전쟁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를 합의하는 것이다. 

조선의 핵동결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녕변핵시설단지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에 관련된 시설을 폐쇄하는 것이다. 조선의 핵동결은 미국이 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인정하고 핵전쟁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비핵화 해법으로 된다. 핵동결 이외에 다른 해법은 있을 수 없다. 

다른 한편,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하는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는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한 핵전략자산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지 않는 조건에서 조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안전담보로 된다. 철군 이외에 다른 안전담보는 있을 수 없다. 

물론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더라도, 태평양작전구역에 핵전략자산이 배치되었으므로 조선에 대한 핵위협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 조선의 핵동결이 실현되더라도, 조선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으므로 미국에 대한 핵위협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가 상호핵위협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이외에 두 나라가 합의할 수 있는 다른 해법은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는 최선의 해법으로 된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2월 28일 윁남 수도 하노이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 둘째날 회담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태평양의 비핵화를 요구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선의 비핵화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의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태평양의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담은 결렬되었다. 앞으로 조선과 미국이 핵협상을 재개하려면, 미국이 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인정하고 핵전쟁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최선의 해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를 합의하는 것이다. 다른 해법은 있을 수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나 얼마 전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명백한 진리를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능지수가 낮아서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자위적 핵억제력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협상을 잘 하면 조선의 자위적 핵억제력 가운데 60% 정도는 포기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2019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한반도전문가들과 사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일 조선이 미국이 요구한 핵폐기대상들 중에서 60%만 해체해도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사석에서 털어놓은 이 발언은 그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를 협상목표로 정해놓았음을 말해준다.

(2)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제기한, 조선이 핵무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판단을 무시하면서,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핵협상을 통해 조선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조선의 비핵화라는 것은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협상을 벌여 조선의 핵무력 가운데 60%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3) 미국 언론매체 <타임> 2019년 3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뉴욕 주재 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과 연락통로를 다시 개설하려는 것을 중지시켰다고 한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과의 핵협상을 중지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선과의 핵협상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자기가 직접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협상을 벌이면,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다. 만일 그의 생각대로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를 실현하려고 한다면, 미국도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한 핵전략자산 가운데 60%를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부분적 비핵화를 실현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적 비핵화가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므로 미국이 태평양의 부분적 비핵화를 실현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부분적 비핵화라는 환상을 버리고 조선의 핵동결을 협상목표로 정해야 하며,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하여 미국이 조선에게 제공할 안전담보로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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