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30

혹한 속의 야간전술훈련, 그 충격파장(보론 포함)

[한호석의 개벽예감](98)
자주민보 2014년 01월 2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북 인민군 특수부대, 항공륙전대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제38항공륙전려단 구분대의 초인적인 야간전술훈련

지금 한국군과 인민군은 각기 남과 북에서 동계군사훈련을 실시하는 중이다. 남에서나 북에서나 동계군사훈련은 해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것이어서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올해는 인민군 동계군사훈련의 일부가 연속하여 두 차례나 북측 언론에 보도되어 국내외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번에 북측 언론이 보도한 인민군 동계군사훈련과 관련하여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실까지 알게 되면, 충격파는 메가톤급으로 증폭된다.

2014년 1월 20일 북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야간전술훈련을 지도한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였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196개 나라들에서 수많은 군사훈련이 끊임없이 실시되고 있지만,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군사훈련장에 찾아가 훈련과정을 직접 지도하는 사례가 북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있었다는 소식은 아직 국제언론계에 보도된 바 없다. 그런데 북에서는 건국 이래 오늘까지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군사훈련장을 찾아가 훈련과정을 직접 지도하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다. 국제사회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휘하의 조선인민군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야간전술훈련을 지도한 소식을 보도한 기사를 읽어보면,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낱말 두 개가 보인다. ‘항공륙전대’라는 말은 군용수송기를 타고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낙하산을 펴고 강하하는 특수작전군(special operations forces)을 뜻한다. 특수작전군을 특작군(SOF)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군 특작군의 이름은 공수특전대다. 북에서는 특수작전군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편의상 특수전부대라 부른다. 또한 보도기사에 나온 ‘구분대’라는 말은 중대급 미만의 군부대를 일컫는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요즈음 인민군 군부대들이 북측 각지에서 제각기 동계군사훈련을 계속 실시하는 중인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 중에서도 특별히 항공륙전대 구분대들의 훈련장을 불시에 찾아갔다는 점이다. 북에서 군단급 또는 국가급 대규모 군사훈련이 실시될 때 최고사령관이 훈련장을 직접 찾아가 지도한 적은 많지만, 이처럼 구분대 훈련현장을 예고 없이 찾아가 검열, 지도한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4년 1월 12일 인민군 제534군부대 지휘부를 시찰하는 것으로 새해의 첫 군사지도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제534군부대는 인민군에게 물고기를 공급하는 후방사업부대이므로, 새해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첫 지도를 받은 전투부대는 항공륙전대인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왜 새해 첫 군사지도를 항공륙전대 전술훈련에서 시작한 것일까?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4년 1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항공륙전대 구분대 전술훈련은 “평양의 한 공항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평양에 있는 공항은 평양 시내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약 24km 떨어진 평양순안국제공항밖에 없으므로, 항공륙전대 구분대들이 그 공항에서 전술훈련을 실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남측 언론매체들은 항공륙전대 구분대들이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전술훈련을 실시하였다는 단순한 사실만 부각시키면서, 인민군 항공륙전대가 인천국제공항을 기습, 점거하려는 전술훈련을 하였다는 식의 추측보도를 쏟아냈지만, 그것은 억지로 꿰어 맞춘 오보다. 전시에 인민군 항공륙전대의 1차 공격대상은 민간공항이 아니라 공군기지다.

인민군 항공륙전려단은 3개인데, 그 가운데서 제38항공륙전려단이 평양 외곽의 중화군에 주둔하고 있으므로, 그 날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전술훈련을 실시한 구분대들은 제38항공륙전려단 산하 구분대인 것이 확실하다.

제38항공륙전려단은 어느 단위에 소속된 부대일까? 이 부대는 ‘폭풍군단’이라 부르는 인민군 제630대련합부대 산하에 소속되어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최정예부대로 알려진 ‘폭풍군단’ 산하 항공륙전려단 구분대들의 전술훈련을 현장에서 불시에 검열, 지도하는 것으로 자신의 새해 첫 군사지도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군 지휘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세 가지 공포의 대상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잠수함대, ‘폭풍군단’인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바로 그 ‘폭풍군단’ 산하 부대를 직접 검열, 지도하는 것으로 새해 첫 군사지도활동을 시작하였으니, 미국군 지휘부가 어찌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미국군 지휘부가 인민군 ‘폭풍군단’을 두려워하는 까닭에 대해서는 1996년 9월 19일 주간지 <시사저널>에 실린, 인민군 제38항공륙전려단에서 복무한 경력을 가진 탈북자의 체험담이 잘 말해주고 있다. 체험담에 따르면, 3,500명으로 구성된 항공륙전려단은 대대병력 500명, 중대병력 80명, 소대병력 25명, 분대병력 8명으로 편성되었다고 한다. 또한 체험담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륙전병은 기본무장을 갖추고 20kg짜리 모래배낭을 메고 행군훈련을 하는데, 기본무장이란 5.45mm 자동보총 1정, 실탄 300발, 탄창 4개, 수류탄 4발이고, 1개 분대마다 사거리 200m의 수류탄투척기를 겸한 7.62mm 자동보총 2정, 강구지뢰, 철갑탄, 소이탄으로 무장한다고 한다.

인민군 항공륙전병은 그런 무장을 갖추고 40km 거리를 6시간 안에 주파하는 행군훈련을 매주 한 차례씩 실시할 뿐 아니라, 80km 거리를 13시간 안에 주파하는 행군훈련을 매월 한 차례씩 실시하면서 정신력과 체력을 단련하고, 특히 2∼3일 동안 취침을 전혀 하지 않고 160km를 주파하는 초인적인 행군훈련도 실시한다고 한다.

또한 그의 체험담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받으면 폭탄을 안고 적진에 돌진하겠다는 맹세문에 서명하고 매일같이 그 맹세를 암송하여 정신무장이 잘 되어 있으므로 통일전쟁에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 1>은 인민군 항공륙전려단 구분대가 실전급 고강도훈련을 앞두고 결의모임을 진행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연합뉴스> 2014년 1월 20일 보도와 <중앙일보> 2014년 1월 23일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에 항공륙전대 전술훈련에서 항공륙전병 150여 명이 기습침투용 항공기 12대에 분승하여 평안북도 태천에 있는 태천비행장을 이륙한 뒤 평양순안국제공항 상공으로 비행하여 낙하산을 펴고 강하하면서 대상물을 점거하는 공중강습점거훈련을 실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보도내용에 몇 가지 추가정보를 덧붙이면 전반적 훈련상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데, 평양 남쪽 중화군에 주둔하는 제38항공륙전려단 산하 구분대병력 156명이 이틀 동안 취침을 전혀 하지 않고 평안북도 태천비행장까지 160km를 강행군으로 주파한 뒤, 활주로에 대기 중이던 기습침투기 12대에 곧바로 분승하여 평양순안국제공항 상공까지 약 15분 동안 비행한 뒤에 낙하산을 펴고 강하하여 지상의 방어부대를 ‘제압’하고 지정된 대상물을 ‘점거’하는 전술훈련을 실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항공륙전병들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초인적인 전술훈련을 실시하였음을 말해준다. 

▲ AN2기, 북의 안둘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안둘’은 군부대 골프장에 착륙하지 않는다

남측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이 탑승하는 기습침투기는 원래 옛 소련이 오래 전에 생산한 ‘안토노프(Antonov) AN-2 콜트(Colt)’라 부르는 단발프로펠러 복엽기다. 이중날개가 달린 비행기를 복엽기라 한다. ‘AN-2 콜트’의 성능을 보면, 최고비행속도 시속 258km, 순항비행속도 시속 220km, 최대중량을 적재한 항속거리 300km, 최고상승고도 5km, 이착륙 활주거리 400m 등이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북이 ‘AN-2 콜트’를 자체로 생산한다는 사실이다. 북에서는 자국산 ‘AN-2 콜트’ 기종의 명칭을 줄여서 ‘안둘’이라 부른다. 비행사 2명이 조종하는 ‘안둘’에는 무장병력 13명이 탑승한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공중강습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적의 방공망을 뚫고 적진 깊숙이 침투비행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저고도침투기 ‘안둘’이다. 이 기종이 공중침투에서 발휘하는 성능은 아래와 같다.

첫째,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안둘’은 최저 30m 상공까지 비행고도를 낮춘 저고도침투비행을 할 수 있다. 산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서, 더욱이 30층 이상 올라간 고층건물이 많은 도시환경에서 ‘안둘’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저고도침투비행을 하는 경우, 상상을 초월한 작전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 전파발신장치가 없는 ‘안둘’은 무전파스텔스비행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안둘’을 조종하는 비행사는 작전비행 중에 무선교신을 전혀 하지 않으며, ‘안둘’에는 레이더파를 발신하는 장치가 전혀 없다. 원래 지상의 방공레이더는 비행물체 자체를 물리적으로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비행물체에 장착된 무선교신장치나 항법레이더가 발신하는 전파를 먼 거리에서 포착하는 것이다. 전파발신을 전혀 하지 않는 ‘안둘’은 무전파스텔스비행으로 한미연합군의 방공레이더망을 간단히 뚫을 수 있고, 한미연합군이 ‘안둘’의 비행을 포착할 수 있는 방도는 원시적인 육안관측 또는 야시경관측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안둘’은 달빛 없는 무월광 심야에 비행등을 켜지 않고 야간비행을 할 수 있다. 인민군 항공륙전병은 전원이 자국산 야시경(night vision goggle), 자국산 레이저조준경(aiming laser)을 장비하였으므로, 야간전투는 그들의 ‘주특기’다. ‘안둘’이 비행등을 켜지 않고 무월광야간비행을 하면, 지상에서 공중의 비행물체가 전혀 눈에 보이지 않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행기 엔진소리만 멀리 들린다. ‘안둘’의 엔진소음은 한국군과 미국군이 운용하는 기동헬기 UH-60 블랙 호크(Black Hawk)의 엔진소음보다 훨씬 적다.

넷째, ‘안둘’은 강하목표지점 가까운 상공에 이르러 엔진을 끄고 무동력상태로 약 2km 정도 무소음활공비행을 하여 강하목표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 무소음활공비행에는 단엽기보다 복엽기가 훨씬 더 유리하므로, 인민군 항공륙전려단은 복엽기 ‘안둘’을 저고도침투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이 탑승한 ‘안둘’이 저고도침투비행, 무전파스텔스비행, 무월광야간비행, 무소음활공비행으로 주한미국군기지 및 한국군기지 인근 상공으로 기습침투하면 그것을 막을 길이 없다.

어떤 사람은 무월광 심야에 저고도침투비행을 하는 ‘안둘’을 야간비행능력을 지닌 공격헬기가 격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전상황에서 공격헬기는 전선을 돌파하는 기갑부대를 저지해야 하므로 어둠 속에서 ‘안둘’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저고도침투비행을 하는 ‘안둘’을 지상에서 제논탐조등(xenon searchlight)으로 비춰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탐조등의 조사(照射)거리가 3km 정도인데다가, 실전상황에서는 ‘안둘’에 탑승한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이 지상의 탐조등을 멀리서 먼저 발견하고 조준격파할 것이므로 탐조등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 2013년 7월 22일 ‘자유게시판’에 오른, 한국군의 저고도침투방어훈련을 군사복무기간에 여러 차례 목격한 익명의 독자가 댓글에 수록한 체험담에 따르면, 한국군이 ‘안둘’의 침투비행을 저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은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이 탑승한 ‘안둘’이 남측 곳곳 30개소에 산재한, ‘체력단련장’이라 부르는 군부대 골프장에 착륙할 것으로 예상하고, 군부대 골프장마다 긴 쇠밧줄을 야간에 설치해놓아 ‘안둘’이 착륙할 때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대응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이 탑승한 ‘안둘’은 골프장, 스키장, 고속도로, 운동장 같은 넓은 공터에 착륙하지 않고, 항공륙전병들이 ‘안둘’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펴고 강하목표지점에 소리 없이 착지하는 것이다.

명백하게도, 저고도기습침투는 골프장 같은 넓은 공터에 착륙한 ‘안둘’에서 항공륙전병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낙하산을 편 항공륙전병들이 캄캄한 하늘에서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는 집단강하로 전개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북측 언론보도에서는 “밤장막이 내리덮인 훈련장 상공에 항공륙전병들을 태운 수송기들이 날아들고 련이어 항공륙전병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고 그날의 야간강하장면을 묘사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북측 언론보도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검열, 지도한 항공륙전대 구분대 야간훈련을 “담대한 배짱과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정점강하훈련”이라고 하였다. ‘정점강하훈련’이란 무슨 뜻일까? 그에 관해서는 2012년 1월 2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구락부 선수들의 모범경기를 참관한 소식에서 알 수 있다. 그 소식을 전한 북측 보도기사에 따르면, “집단정점강하경기는 지정된 정점에 어느 집단이 더 정확히 내리는가를 겨루는 경기종목”인데, ‘전자식 정점판정기’에 경기성적이 점수로 표시된다고 한다. 북에서 이러한 정점강하경기가 진행되는 것을 생각하면,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의 착지술이 국가대표급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 선수들의 착지술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 선수들은 공중에서 지상물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대낮에 정점강하경기를 진행하지만,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은 캄캄한 밤에 정점강하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항공륙전병들의 강하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 낙하산을 타고 목표물에 정확하게 착지하는 인민군 특수부대, 이정도는 세계 어느 특수부대나 다 할 수 있다. 문제는 인민군 특수부대의 경우 80미터 높이의 초저공 낙하를 자유자재로 한다는 점이다.     © 자주민보, 이창기 기자


▲ 4인 1조 북 인민군 특수부대 낙하훈련     © 자주민보, 이창기 기자


초저공낙하산으로 1.5초 급속강하술 연마해온 항공륙전병들

인민군 항공륙전병들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의 공수특전병들도 군용수송기에 뛰어내려 낙하산을 펴고 가상적진에 공중침투하는 강하훈련을 실시한다. 낙하산을 펴고 공중침투하는 강하훈련 중에서, 지상 1,500m 상공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펴고 땅에 내리는 것을 고공낙하(high altitude parachute jump)라 하고, 지상 760m 상공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펴고 땅에 내리는 것을 저공낙하(low altitude parachute jump)라 한다.

그런데 달빛 없는 무월광 심야에 기습침투비행을 하는 ‘안둘’은 강하목표지점 가까운 상공에 이르면 그 때부터 엔진을 끈 무동력상태에서 무소음활강비행을 하면서 비행고도를 차츰 낮춰 80∼90m 정도까지 낮추게 된다. 그처럼 낮은 비행고도는 ‘안둘’에 탑승한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이 80∼90m 초저공에서 강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용수송기에 탑승하는 다른 나라 공수특전병들은 지상 760m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저공낙하를 연습하는데, ‘안둘’에 탑승하는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은 지상 80∼90m 상공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니,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 것은, 위에 인용한 탈북자의 체험담이다. 다른 나라 공수특전병들은 지상 760m 상공에서 강하하는 저공낙하를 연습하는데 비해, 놀랍게도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은 지상 80m 상공에서 강하하는 초저공낙하를 연습한다는 것이다. 그처럼 초저공낙하를 해야 체공시간을 줄여 지상의 기지방어부대들로부터 오는 공격위험을 피할 수 있고, 강하목표지점에 재빨리 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공수특전병들이 760m 상공에서 뛰어내릴 때 저공낙하 체공시간은 15초 걸리지만, 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이 80m 상공에서 뛰어내릴 때 초저공낙하 체공시간은 1.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나라 공수특전병들이 사용하는 낙하산을 가지고서는 80m 상공의 초저공낙하는 전연 불가능하다. 그래서 북은 초저공낙하산을 자체 기술로 제작하였다. 북은 저고도로 비행하는 ‘안둘’에서 뛰어내린 항공륙전병들이 40m만 낙하하면 즉각 펼쳐지는 초저공낙하산을 1991년에 자체로 개발하였고, 그로써 항공륙전병들은 80m밖에 되지 않는 저고도로 비행하는 ‘안둘’에서 뛰어내려 단숨에 착지하는 1.5초 급속강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번에 검열, 지도한 야간전술훈련 중에 “항공륙전병들은 평시에 련마해온 전투조법과 동작을 원만히 수행하며 지정된 강하지점에 정확히 착지하여 <적진>을 단숨에 타고 앉았다”고 서술한 북측 언론보도는 바로 그런 급속강하장면을 묘사한 것이었다.

북측 당국이 <유투브(You Tube)>에 게시한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 주체(102)년 8-10월’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3년 10월 30일 ‘조선인민군 제4차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참관한 화력타격훈련 중에 훈련장 야산들 사이로 저고도비행을 하는 ‘안둘’ 4기에서 항공륙전병들이 낙하산을 펴고 땅에 내려오는 초저공낙하장면이 나온다. 

<교도통신> 2010년 9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이었던 월레스 그렉슨(Wallace C. Gregson)은 9월 16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문서에서 “AN-2 콜트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아 침투작전에서 식별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그 기종이 인민군) 특수작전군 10만 명과 조합을 이루는 경우 커다란 공격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 북한 특수부대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제11항공저격려단의 초인적인 야간도하훈련과 야간습격훈련

2014년 1월 23일 북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오중흡7련대 칭호를 수여받은 조선인민군 제323군부대의 전술훈련장을 찾으시고 훈련을 지도하시였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2013년 2월 21일에도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부대를 방문하여 병사들의 전투장비를 살펴보면서 세심히 지도한 바 있다. 최고사령관이 해마다 한 차례씩 찾는 군부대가 전시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투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결코 무리한 추측이 아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술훈련을 지도한 인민군 제323군부대는 평안남도 순천에 주둔하는 제11항공저격려단이다. 전시에 인민군 항공저격려단은 어떤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것일까? 위에 인용한 탈북자의 체험담에 따르면, 항공저격려단의 전투임무는 한미연합군의 공군기지, 방공레이더기지, 방공미사일기지를 습격, 파괴하여 공군력을 전반적으로 마비시킴으로써 인민군 항공군의 공중작전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부대명칭에 들어있는 ‘저격’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시에 항공저격려단은 한미연합군의 공군력을 마비시키기 위한 침투, 매복, 저격, 폭파 같은 전투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항공저격려단 습격조는 4명으로 편성된다.

▲ 김정은 원수의 야간 작전 지도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인민군 항공륙전려단의 전투임무가 공격대상을 기습, 점거하는 것이라면, 인민군 항공저격려단의 전투임무는 공격대상을 습격, 폭파하는 것이다. 2014년 1월 23일 <로동신문>에 실린 보도사진 <사진 4>는 제11항공저격려단에 관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첫째, 김정은 제1위원장이 야전감시소 작전대 앞에서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관 리병철 대장의 설명을 듣는 모습을 촬영한 보도사진이 실렸는데,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에게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관이 제11항공저격려단 훈련상황을 직접 보고한 것이다. 이것은 항공저격려단이 항공 및 반항공군 소속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둘째,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관이 훈련장에 나가 현장에서 훈련과정을 지휘한 것은, 그 훈련이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전술훈련이었음을 말해준다.

셋째,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11항공저격려단 훈련장에서 훈련과정을 지도하는 모습을 담은 보도사진은 야간에 촬영된 사진인데, 이것은 제11항공저격려단 훈련이 야간습격훈련이었음을 말해준다.

넷째,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연지리적으로나 기상학적으로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훈련을 진행하였는데 만점이라고 높이 평가하시였다”고 한다.
자연지리적으로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훈련을 진행하였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사진 4>를 보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에게 훈련상황을 보고하는 리병철 대장이 작전지도 한복판에 표시된 강을 지시봉으로 가리키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작전지도 위에 표시된 그 강은 평안남도 동북쪽에 있는 큰 저수지 금성호에서 시작하여 북창군, 순천군, 강동군을 거쳐 평양 중심부로 흘러가는 대동강이다. 지도중앙부에 대동강이 표시된 작전지도를 사용한 것은, 그 날 제11항공저격려단 습격조들이 밤중에 대동강을 건너는 야간도하를 강행하였음을 말해준다.
기상학적으로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훈련을 진행하였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유투브>에 게시된 <조선중앙텔레비죤> 날씨보도를 보면, 훈련 당일 평안남도 내륙지방의 최저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져 매우 추웠다.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작전지도를 펼쳐놓은 탁자표면과 그 위에 놓인 야시경이 온통 허연 서릿발을 뒤집어쓰고 꽁꽁 얼어붙었다. 강물이 완전히 얼어붙는 기상조건은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강추위가 3일 이상 지속되면서 그 기간의 낮 최고기온도 영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므로, 그 날 대동강은 완전결빙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얼음장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제11항공저격려단 습격조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얼음장이 떠다니는 강을 건너야 했던 것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제11항공저격려단 습격조들의 훈련모습을 야시경으로 바라보면서 “전투원들이 극악한 조건에서도 맡겨진 전투임무를 자립적으로, 능동적으로 수행하였다”고 치하하였다고 한다. ‘극악한 조건’이란 제11항공저격려단 습격조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얼음장이 떠다니는 강물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도하하였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공수특전병들은 동계도하훈련 중에 고무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얼음장이 떠다니는 강을 도하하는 혹한기 도하훈련에는 극소수 인원만 방수기능이 있는 설상복을 입고 대낮에 허리에 차는 얕은 물가를 걸어서 건넌다. 그에 비해 인민군 항공저격려단 습격조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얼음장이 떠다니는 깊고 넓은 강을 헤엄쳐 건너는 초인적인 도하훈련을 강행한 것이다.  

다섯째,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결전의 하루를 위해 훈련의 백날, 천날을 땀 속에 흘러보낸 전투원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적>들이 미처 정신 차릴 새 없이 <적진>을 벼락같이 타고 앉았”으며, “극악한 조건에서도 맡겨진 전투임무를 자립적으로, 능동적으로 수행하면서 <적>대상물들을 불이 번쩍 나게 타격소멸”하였다고 한다. 이 인용구에서 <적진>을 벼락같이 타고 앉았다고 서술한 구절은 제11항공저격려단 습격조들이 그 날의 훈련에서 공격목표로 정해진 가상적진을 ‘습격’하여 단숨에 가상제압하였다는 뜻이고, <적>대상물들을 불이 번쩍 나게 타격소멸하였다고 서술한 구절은 제11항공저격려단 습격조들이 가상적진을 ‘습격’하여 타격대상물들을 단숨에 가상폭파하였다는 뜻이다.

그 가상적진은 어디였을까? 대동강 상류가 흐르는 평안남도 북창군의 북창비행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글Google)>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에는 북창비행장 활주로 인근에 흐르는 대동강 상류가 선명하게 보인다. 북창비행장에는 인민군 제1항공사단 제60비행련대와 제6항공사단 직승기(헬기)련대가 주둔하고 있다.

그 날 실전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훈련과정은 영하 13도의 혹한 속에서 야간에 대동강 상류를 도하한 제11항공저격려단 습격조들이 북창비행장을 ‘습격’하여 대상물들을 ‘타격소멸’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지방어역할을 맡은 제1항공사단 제60비행련대와 제6항공사단 직승기련대가 습격조들의 ‘야간습격’으로부터 북창비행장을 방어하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군사훈련에서 그러하듯이 그 날 야간훈련에서도 기지방어부대는 불의의 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완패하였다. 북창비행장을 가상적진으로 삼고 습격한 전투병력은 인민군 최정예부대인 항공저격려단들 가운데서도 특히 “오중흡7련대 칭호”를 수여받은 최강부대였으니, 기지방어부대가 방어전투에서 아무리 잘 싸웠어도 그런 최강부대의 습격을 막아내기는 불가능하였다.



곡괭이 든 민간인에게 굴욕을 당한 군산공군기지 방어태세

위에서 논한 것처럼, 16년 군사복무기간 동안 초인적인 군사훈련으로 정신력과 체력을 단련하고, 기상천외한 공격전술을 연마해온 북의 특수작전능력은 어느 정도 강할까?

주한미국군사령관과 태평양사령관이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인 조선인민군 특수전부대는 20만명 대병력으로 편성되었다고 한다. 20만명 대병력 가운데 전시에 한미연합군 공군기지, 방공레이더기지, 방공미사일기지를 습격, 점거할 최정예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외부에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3개 항공륙전려단 10,500명과 3개 항공저격려단 10,500명을 합해 21,000명으로 추산된다.

남측 국방부가 2008년에 펴낸 ‘국방백서’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인민군이 운용하는 저고도침투기 ‘안둘’은 330대다. 2007년 이후 5년 동안 북이 특수전능력 증강에 각별히 힘써온 것과 더불어 ‘안둘’ 보유대수도 늘었을 것이므로, 2014년 1월 현재 인민군이 운용하는 ‘안둘’은 400대로 추산된다. 따라서 전시에 ‘안둘’ 400대에 탑승한 항공륙전병과 항공저격려단 습격조 5,200명이 대규모 공중강습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전시에 공군기지를 방어해야 할 한미연합군의 준비태세는 어떠할까? 육군교육사령부 전력부장 출신인 이원승 예비역 준장이 2011년 6월 7일 ‘육군대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미연합군기지들의 방어태세가 너무 허술해서 충격을 안겨준다. 그 토론회에서 이원승 예비역 준장은 향토사단 기동중대 전투실험 중에 기지방어훈련을 실시하면서 인민군 특수전부대 출신 탈북자에게 훈련상황을 보여주었더니, 그들은 그처럼 허술한 기지방어훈련이면 인민군 특수전부대가 90% 이상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의 기지방어태세에 관한 몇 가지 사례를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국방일보> 2012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경상북도 예천공군기지에 주둔하는 한국 공군 제16전투비행단은 11월 6일 기지방어훈련을 야간에 실시하였는데, 침투한 가상적기를 “제논탐조등과 대공화기의 유기적 연계로 조기 격퇴”하였고 기지 안으로 내습한 적 특작군을 “전투장갑차의 엄호를 받으며 섬멸”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기사만 읽으면, 공군기지방어훈련을 성과적으로 실시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상황은 매우 다르다.  

기지방어훈련에 참가한 제대군인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체험담에 따르면, 훈련시작을 알리는 경보음(siren)이 울리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동하는” 기지방어훈련이 시작되는데, 방어역할을 맡은 공군과 헌병 등이 공격역할을 맡은 ‘적 특작군’과의 가상전투에서 패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며 심지어는 공군기지를 통째로 점거당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평택시사신문> 2013년 3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3월 14일 오산공군기지에서는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연계된 한미합동기지방어훈련이 실시되었는데, 한국군 제51보병사단이 주도하는 가운데 예비군, 경찰관, 소방관, 행정관, 주한미국군 헌병대가 동원되었다. 주목하는 것은, 오산공군기지 방어훈련의 주력부대인 한국군 제51보병사단이 현역사단이 아닌 향토사단이라는 점이다. 경기도 남서부지역에서 해안경계와 예비군훈련을 담당하는 향토사단이 기지방어에 동원할 전투력은 너무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기지방어훈련이라는 명칭만 내걸었을 뿐, 실제훈련내용은 순찰, 경계근무, 잠복이었다.

공군기지방어태세와 관련하여 가장 충격적인 사태는 군산공군기지에서 일어났다. <연합뉴스> 2012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전라북도 군산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40대 남자가 생활고를 견디기 힘들어 미국으로 망명하기로 결심하고 미국 공군 제8전투비행단이 주둔하는 군산공군기지 철책 밑을 곡괭이로 40cm 정도 파내고 기지 안으로 잠입하였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기지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미국군 헌병들에게 붙잡혔다고 한다. 이 사건은 대낮에 민간인이 곡괭이 한 자루만 있으면 잠입할 수 있을 정도로 군산공군기지가 거의 무방비상태에 있음을 말해준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인민군 최정예부대인 항공륙전려단과 항공저격려단이 무월광 심야에 저고도침투기에 탑승하고 한미연합군 공군기지, 방공레이더기지, 방공미사일기지를 동시다발로 습격, 점거하는 것을 한국군 향토사단이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한미연합군 공군기지를 기습점거하는 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야간전술훈련을 지도한 날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4년 1월 23일 오산공군기지에 나타난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 허벗 칼아일(Herbert J. Carlisle)은 <주한미국군방송(USFKN)>과 대담하면서 미국군 공군력이 인민군 공군력에 대하여 비대칭적 우위에 있다고 지적하고, 북에 대응할 가장 좋은 방도는 공군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에 오산공군기지와 군산공군기지를 비롯한 각지의 공군기지, 방공레이더기지, 방공미사일기지들이 인민군 항공륙전려단과 항공저격려단의 비대칭 기습공격으로 점거 또는 폭파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의 말과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만일 전시에 한미연합군 공군기지, 방공레이더기지, 방공미사일기지들이 21,000명에 이르는 인민군 항공륙전려단과 항공저격려단의 동시다발 기습공격으로 점거 또는 폭파된다면, 전쟁은 전쟁피해가 발생할 새도 없이 3일 이내에 급속히 종전될지 모른다.


[보론] 백악관의 오판은 대재앙 불러올 것 (2014년 01월 29일 추가함)

2014년 1월 28일 북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술훈련에 참가하였던 인민군 제323군부대(제11항공저격려단) 군인들을 평양에 불러 그들의 훈련성과를 또 다시 높이 평가하고 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소식을 보도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제323군부대 전술훈련 지도소식을 북측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날은 2014년 1월 23일이었으므로, 나는 위의 글에서 그 전술훈련이 1월 22일에 실시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런데 오늘 북측 보도기사에 따르면, 제323군부대 전술훈련은 나의 추정과 달리 2014년 1월 18일과 1월 21일에 각각 실시되었다.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은 내용을 위의 글에 덧붙여 설명할 필요가 생겼다.

첫째,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38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야간전술훈련을 불시에 검열, 지도한 소식을 북측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날은 2014년 1월 20일이었고, 제11항공저격려단의 제1차 야간전술훈련을 지도한 날은 1월 18일이었므로, 제38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야간전술훈련은 1월 19일에 실시된 것으로 생각된다. 위의 글에서 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해 첫 군사지도활동을 시작한 전투부대가 제38항공륙전려단 구분대라고 하였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해 첫 군사지도활동을 시작한 전투부대는 제11항공저격려단인 것으로 보인다. 제11항공저력려단이 제38항공륙전려단 구분대들보다 하루 먼저 전술훈련을 실시한 것이 보도를 통해 확인된 조건에서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해 첫 군사지도활동을 시작한 전투부대가 특수전부대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므로, 나의 글에서 이와 관련된 서술내용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

둘째, 나는 나의 글에서 제11항공저격려단의 야간전술훈련이 1월 27일에 실시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그 날 평안남도 내륙지방 최저기온이 영하 13도였다고 서술한 바 있다. 그런데 제11항공저격려단의 야간전술훈련이 실시된 1월 18일과 1월 21일 평안남도 내륙지방 최저기온은 각각 영하 11도를 기록하였다. 비록 2도의 기온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혹한 속에서 야간전술훈련을 실시하였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므로, 이와 관련된 서술내용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

셋째, 인민군이 연초부터 특수전부대 야간전술훈련에 집중하는 것과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 가능성은 서로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청와대는 북의 정권교체와 핵무기 탈취를 상정한 대북전쟁연습을 강행하여 북을 극도로 자극하는 적대행위를 올해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백악관과 청와대의 오판은 대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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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북의 핵무력동원태세는 반복되지 않는다

[한호석의 개벽예감](97)
자주민보 2014년 01월 2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화성-13호 여러 기를 출동시킨 북의 핵무력동원태세

2013년 1월과 2월 북, 미국, 중국이 각기 핵무력동원태세에 돌입하였던 긴박한 군사상황에 관한 몇 가지 정보들이 파편적으로나마 드러난 당시 언론보도를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였던 2013년 1월 초 미국 군부를 공포에 떨게 한 놀라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 놀라운 상황에 관한 군사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였으므로 그에 관한 언론보도가 철저히 통제되었으며, 상황이 발생한 때로부터 근 2개월이나 지난 2013년 3월 14일에 가서야 미국 온라인 언론매체 <워싱턴자유횃불(Washington Free Beacon)>이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여 짤막하게 보도하였을 뿐이다. 그 짤막한 보도는 “미국의 정보감지장치들(intelligence sensors)이 1월 중에 북측 각지에서 몇몇 KN-08이 기동하는 것을 관측하였다”는 한 줄 문장으로 기록된 것이었다. 그 문장에 나오는 ‘정보감지장치’란 미국군 정찰위성을 뜻하고, ‘KN-08’이란 미국 군부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에 자의적으로 붙여놓은 별칭이다.

 
▲ 북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는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망을 뚫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위킬릭스(Wikileaks)>에 폭로된 ‘미국-러시아 공동위협평가회담-2009년 12월’이라는 제목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9년 당시 미국은 무게 500kg의 탄두를 장착한 북의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를 15,000km라고 인정하였다. 그런데도 미국 군부는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가 2013년 4월에 발표한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위협’이라는 제목의 공개자료에서 화성-13호의 사거리가 5,500km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였다.
2009년 12월에 진행한 비밀회담에서는 화성-13호의 사거리를 15,000km라고 인정하였으면서도, 2013년 4월에 발표한 공개자료에서는 그 사거리를 5,500km를 대폭 축소한 것이야말로 북의 미사일능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상투적인 사실왜곡이다. 미국 군부가 왜곡한 자료를 곧이곧대로 믿은 미국 군사전문가들에 의해 화성-13호의 사거리가 5,500km라는 허위사실이 오늘 국제사회에서 ‘정설’처럼 인정을 받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위의 보도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2013년 1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 여러 대를 각 지역 갱도기지들에서 출동시켜 여러 방향으로 분산기동시키면서 발사준비태세를 갖추었던 것이다. 그 보도기사에 언급된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화성-13호를 탑재한 자행발사대 몇 대가 작전기동에 나섰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들은 몇 대인지 몰라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위성영상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였는데도 그냥 “몇몇(several)대”라고만 언급하고 넘어간 것이다.

보도기사에 나온 ‘몇몇(several)’이라는 낱말은 ‘소수(few)’보다는 많고, ‘다수(many)’보다는 적은 수량을 표기할 때 쓰인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취재기자에게 화성-13호의 수량에 대해 그처럼 모호하게 언급하고 넘어간 까닭은,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막강한 핵무력이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미국 군부가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자유횃불>은 화성-13호를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들이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기동한 작전시기가 2013년 1월 중이라고만 서술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작전시기는 2013년 초였던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들이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기동하는 것은 통상적인 기동훈련이 아니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는 핵무력동원태세를 갖춘 것이다.

2013년 1월 초 북은 왜 그처럼 미국을 상대로 핵무력동원태세를 취하였던 것일까? 미국은 북이 2012년 12월 12일 첫 자국산 실용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것을 ‘위법행위’라고 규정해놓고 유엔안보리를 배후에서 조종하면서 2013년 1월 중에 대북제재를 추가하려고 집요하게 획책하는 중이었다. 유엔안보리는 2012년도 활동을 12월 19일에 끝냈고, 2013년 1월 초에 재개하였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평화적인 우주개발사업을 단지 북이 실행하였다고 해서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제재를 추가하려는 미국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북은 2013년 1월 초 미국 본토를 조준한 핵무력동원태세를 갖추었던 것이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무력동원태세에 돌입한 것은 북의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본토를 조준하여 발사준비태세를 갖춘 여러 기의 화성-13호가 동시다발 작전기동에 돌입한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광명성-3호 2호기 발사 이후 40일 동안이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가 2013년 1월 23일에 가서야 유엔안보리를 앞세운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하였는데, 그 결의안을 채택하기 사흘 전인 1월 20일에 갑자기 ‘해중전연습(USWEX)’이라는 명목으로 방대한 해군무력을 동중국해에 황급히 집결시켜놓고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하는 겁먹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미국의 그런 내부사정을 알 길이 없었던 언론매체들은 유엔안보리에서 신속한 합의에 제동을 걸며 시간을 끌었던 중국의 지연전술이 대북재재결의를 40일 동안 지연시킨 원인이라고 추측하였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었다.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이었던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은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화성-13호 작전기동에 관한 보고를 받고 겁을 먹었고, 그래서 그는 대북제재결의안이 채택되기 약 12시간 전인 2013년 1월 23일 용산기지에서 열린 기지내부회합에서 “미국군은 공격 받기 쉬운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나는 누구에게 겁을 주려는 건 아니고, 그렇다는 말이다”고 하면서 주눅이 든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핵탄두를 장착하고 미국 본토를 조준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가 작전기동에 돌입한 판인데 어찌 주한미국군사령관 한 사람만 겁을 먹었겠는가.

화성-13호의 작전기동을 보고 발칵 뒤집힌 미국군 지휘부의 내부사정에 관해 알려준 것은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2월 12일부 보도기사다. 그 보도기사는 “펜타곤의 합참본부가 북의 신형 도로이동식 미사일과 그 미사일이 미국에 주는 위험에 대한 긴급위협평가를 실시하는 중(The Pentagon's Joint Staff is conducting an urgent threat assessment of North Korea's new road-mobile missile and the danger it poses to the United States)”이라고 지적하면서, 속성으로 실시된 그 위협평가는 군사기밀로 처리되어 미국군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에게 즉각 제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미국군 합참본부 대변인은 이러한 속성평가작업이 진행 중인 것에 대한 논평을 요구 받고 언급을 회피하였는데, “속성평가는 미국 정보기관들과 군부가 이 새로운 무기(화성-13호를 뜻함-옮긴이)에 대해 느끼는 우려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하였다. 

위의 보도기사는 2013년 2월 12일 북이 열핵증폭분열탄을 폭발시킨 제3차 지하핵실험 직후에 나온 것이다.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의 작전기동을 보고 질겁하여 황급히 위협평가서를 작성하며 허겁지겁하던 미국군 지휘부는, 북이 전격적으로 실시한 열핵증폭분열탄 폭발시험으로 강타를 한 대 더 얻어맞았다.

2013년 1월 초에서 2월 12일에 걸친 약 한 달 사이에 미국은 북의 화성-13호 작전기동과 열핵증폭분열탄 폭발시험이라는 연속강타를 얻어맞고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세계 유일의 제국주의초대국이 동방의 사회주의국가에게 연속강타를 얻어맞은 것이 너무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 사건이었으므로 겉으로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 B-52 장거리폭격기와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으로 연속 출동시키는 군사행동으로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내막을 알게 되면, 미국의 그런 군사행동이 체면유지에 지나지 않았고, 북미대결에서 승패는 이미 갈리고 있었음이 눈에 보인다. 각기 자국의 핵타격수단들을 전선에 출동시키면서 격렬하게 벌어진 북미대결에서 동방의 사회주의국가는 연속강타를 날리며 제국주의초대국에게 패배를 안겼고, 세계를 지배한다는 제국주의초대국은 체면을 유지하려는 군사대응행동에 매달리며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였다.


북미격돌에 대비하여 핵무력동원태세에 돌입한 중국인민해방군

2013년 초부터 급속히 고조되기 시작한 북미격돌위험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인접국인 중국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북미격돌위험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부 및 남부 해안지대 전체가 미국군, 일본자위대, 한국군의 해공군력에 가로막힌 중국은 자국의 안보를 지키지 위해서 싫건 좋건 북과 전략적으로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있다. 중국인민해방군이 미일동맹군과 충돌하는 경우 중국과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맞서 싸울 나라는 북밖에 없다. 북미격돌위험이 급속히 고조되기 시작하였던 2013년 초에 중국은 위기감을 느끼며 아래와 같이 군사적 비상조치를 연속 취하고 있었다.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부는 2013년 1월 14일 군기관지 <해방군보> 보도기사를 통해 “올해 군은 위기의식을 갖고 군사투쟁을 준비해야 하며 당중앙과 당중앙군사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해방군보> 2013년 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許其亮) 부주석이 산둥반도 남부의 칭다오(靑島)항에 정박 중인 핵동력 추진 전략잠수함에 탑승하여 동행한 군부인사들에게 “구체적인 적을 가상한 실전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하였다.

오늘도 여전하지만, 2013년 1월부터 2월까지 기간에도 중국은 동중국해에 있는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었으므로,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서 중국 군부가 적으로 지목한 대상이 일본자위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미격돌위험이 고조된 당시 상황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의 주적은 미국군이었다. 이를테면, 중국 군부의 공식 ‘웨이보(微博)’를 인용한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2013년 2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중국 공군이 “영어를 하는 제3적”과 맞서 싸우는 실전훈련을 실시하였는데, 그런 이례적인 실전훈련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미국군을 주적으로 여기었음을 말해준다. 요컨대 2013년 1월 중국인민해방군이 미국군을 주적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은, 당시 극도로 격화된 북미격돌위험과 직결된 것이었다.

 
▲ 중국인민해방군의 미사일 둥펑16호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북이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고, 미국이 그에 반발하여 더욱 압박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 2013년 2월 12일 중국은 마침내 핵무력동원태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방군보> 기사를 인용한 <명보(明報)> 2013년 2월 13일 보도와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2월 27일 보도를 종합하면, 2013년 2월 12일부터 중국인민해방군은 저장(浙江)성과 푸젠(福建)성에서 유사시 핵탄두를 장착하는 둥펑(東風)-16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실전연습에 돌입하였는데, 특히 장병들이 군복을 입은 채 취침하면서 24시간 경계태세를 유지한 미사일부대는 강남군산(江南群山) 산악지대에서 동중국해를 향해 둥펑-16 준중거리탄도미사일 신속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이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탑재한 둥펑-16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저장성과 푸젠성에 전진배치하였을 뿐 아니라, 동중국해를 향해 실탄발사훈련까지 실시한 것은 오키나와 미국군기지를 조준한 핵무력동원태세를 갖춘 것이다. 

<중국신문망> 2013년 2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중국인민해방군 소속 여단급 전략미사일부대는 심야에 중국의 군사거점이 핵공격을 받게 되는 긴급상황을 상정하여 미사일자행발사대를 비롯한 10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한 복구훈련과 반격훈련을 실시하였다.

돌이켜보면, 2013년 1월 초부터 북, 미국, 중국은 각기 핵무력동원태세에 돌입하여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있었다. 적대관계에 있는 핵강국들이 그처럼 숨이 막힐 듯한 핵무력대치상황 속에 있었건만, 군사상황에 관한 보도통제 때문에 국민들은 그런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지 못하였다. 국민들이 전쟁이 임박했다는 언론보도를 통해 위급한 상황을 파악한 뒤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쟁징후를 미처 알지 못한 불의의 시각에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방사선형 갱도기지에 배치된 목성-3호의 순환식 기동발사능력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2월 12일 보도기사에는 미국이 두려워하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언급이 들어있다. 보도기사에 나온 명칭기술을 그대로 옮기면, 그 공포의 대상들은 “KN-08 ICBM”, “고정발사식 대포동-2호 ICBM”, 그리고 “무수단이라고 불리는 중거리 핵미사일”이다. 미국 군부를 공포에 몰아넣는 이 세 가지 핵타격수단을 북의 공식명칭으로 다시 적으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 수직갱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2호, 그리고 도로이동식 중거리미사일 화성-10호다.

미국과 때로 협조하고 때로 갈등을 빚기도 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막강한 핵무력을 가졌지만, 미국은 그 두 나라의 핵무력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두 나라는 미국을 전쟁으로 패망시키려는 적대의식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북만이 미국을 전쟁으로 패망시키려는 결심을 지녔기 때문에, 북의 핵무력은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제국의 망동’을 억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정보파악이 뜻밖에도 한심한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서 아래의 몇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 북이 화성-13호를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군사행진에 등장시켜 세상에 처음 공개한 때가 2012년 4월 15일이었는데, 미국은 2013년 1월 초 화성-13호가 작전기동에 돌입한 것을 위성영상자료를 통해 보고 나서야 황급히 그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보파악을 서두르며 야단법석이었다. 화성-13호를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가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뒤에도 미국은 북이 화성-13호를 아직 실전배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오판하였기 때문에 화성-13호에 대한 정보파악에 게을렀던 것이다. 이러한 게으름과 오판은 미국의 대북군사정보가 얼마나 문제투성이인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당시 미국군 합참의장이었던 마이크 멀린(Mike Mullen)은 2011년 1월 27일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와 대담하면서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려면 앞으로 5∼10년이 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가 그런 발언을 꺼내놓기 10여 년 전부터 북은 화성-13호를 비롯한 각종 핵무력을 실전배치하였다.

미국의 대북군사정보파악이 유독 화성-13호에 대해서만 그처럼 한심한 게 아니라, 미국 군부가 ‘KN-06’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북의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호에 대한 미국의 정보파악도 마찬가지다.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5월 2일 보도기사는 “미국 국방부가 북의 신형 4세대 지대공미사일(번개-5호를 뜻함-옮긴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거의 2년이나 걸렸다”고 말한 국제평가전략센터(IASC)의 군사전문가 리처드 피셔(Richard D. Fisher)의 지적을 인용하였다. 북은 2010년 10월 10일 군사행진을 통해 번개-5호를 세상에 처음 공개하였는데, 리처드 피셔의 지적에 따르면 미국은 세상에 공개된 번개-5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2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군사정보가 얼마나 한심한 수준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둘째, 북이 군사행진을 통해 각각 세상에 공개한 화성-13호나 번개-5호에 대한 미국의 정보파악이 그처럼 한심한 지경이므로, 북이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목성 계열의 수직갱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미국의 정보파악이 거의 무지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북은 미국이 ‘대포동-2호’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목성-2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실전배치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러시아 공동위협평가회담-2009년 12월’이라는 제목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무게 500kg의 탄두를 장착한 ‘대포동-2호’(목성-2호)가 2단형 로켓으로 제작된 경우 사거리를 10,000km라고 평가하였으며, 3단형 로켓으로 제작된 경우에는 사거리를 15,000km로 평가하였다. 목성-2호나 화성-13호는 모두 3단형 로켓으로 제작된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므로 그 두 미사일은 무게 500kg의 탄두를 장착하고 15,000km를 날아가는 강력한 미사일이다.

2000년대에 들어와 북은 목성-2호보다 성능이 훨씬 더 향상된, 사거리가 15,000km이고 다탄두를 장착한 목성-3호를 실전배치하였는데, 미국은 북이 이제껏 단탄두를 장착한 목성-2호밖에 실전배치하지 못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에 대해서는 2013년 10월 1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4대에 걸쳐 진보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참조: 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3929

셋째, 위에 인용한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2월 12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발사준비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요구하는 대포동-2호(목성-2호이라는 뜻-옮긴이)가 선제공격에 취약하다고 여긴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런 지적은 북의 미사일기지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생긴 착오다. 이에 관해서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인민군 미사일부대 경비병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진 탈북자가 2013년 3월 16일 서울의 대북방송에서 꺼내놓은 이야기에 따르면, 발사명령을 받은 인민군 미사일부대가 산화제를 주입하고 탄두를 조립하고 타격좌표를 맞추고 발사단추를 누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이라고 한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민군 미사일부대는 항상 자행발사대에 미사일을 탑재한 상태로 24시간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산화제 주입차량이 자행발사대 곁으로 가서 미사일 주입구에 호스를 연결하여 산화제를 주입하기만 하면 발사준비가 끝난다는 것이다.

그는 발사 직전에 산화제를 주입하는 미사일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장기보관용 산화제(storable oxidant)를 항상 주입해두고 대기 중인 미사일도 있고, 고체연료를 내장하였기 때문에 산화제를 주입할 필요가 없는 미사일도 있다. 이런 신형 미사일의 경우 발사준비시간은 5∼8분으로 단축된다. 그러므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화성-13호를 비롯한 각종 핵타격수단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5∼8분 정도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5∼8분 간의 작업마저도 갱도기지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군 정찰위성이 인민군의 미사일발사태세를 전혀 탐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전략미사일을 탑재한 자행발사대가 드나드는 갱도기지는 미국군 정찰위성이 탐지하기 힘든 험준한 산악지대에 건설되었고, 위장도로를 가짜 갱도입구까지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설령 미국군 정찰위성이 갱도기지로 통하는 도로를 발견했다고 해도 어느 것이 진짜 도로인지 알 수 없게 되어있다. 

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3년 10월 10일 보도기사가 북의 수직갱발사기지에 관해 말해주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은 량강도 삼지연군 북서쪽에 있는 해발고 2,171m의 소백산 산악지대에 수직갱발사기지를 건설하였는데, 2000년대 중반에 착공하여 2013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공사기간이 7∼8년이나 걸린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난공사일지라도 대체로 3∼4년이면 끝내는 인민군 공병부대의 건설속도로 봐서, 소백산 수직갱발사기지 건설공사가 7∼8년이나 걸린 것은 그 규모가 얼마나 방대하고, 그 시설능력이 얼마나 견고한지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위의 보도기사는 소백산에 완공된 수직갱발사대가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라고 지적하였는데, 그것은 수직갱을 여러 군데 건설하였다는 뜻이 아니라 수직갱발사기지 출입구를 여러 곳에 낸 거대한 갱도기지를 건설하였다는 뜻이다.

<상해역보(上海譯報)> 선임편집자의 말을 인용한 중국 온라인 언론매체 <환구망(環球網)> 2013년 6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순환식 기동발사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공격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순환식 기동발사란 사방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가진 방사선형 갱도망을 따라 자행발사대들이 여러 방향으로 재빨리 이동하면서 미사일을 연속 발사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정보를 읽어보면, 소백산에 완공된 수직갱발사기지에는 순환식 기동발사능력을 갖춘 목성-3호 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기가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한 당시 미국군 합참부의장  제임스 카트라이트(James E. Cartwright)는 2009년 10월 1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북에는 고정식 발사대가 고작 몇 대밖에 없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기를 연속 발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북의 고정식 발사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선제타격으로 그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는 무지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위에 인용한 탈북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북에 건설된 미사일발사기지는 큰 산을 관통하는 갱도를 나뭇가지처럼 방사선형으로 뚫어놓았는데, 길이가 약 11km가 되는 장거리관통갱도 안에 미사일을 탑재한 자행발사대 17대, 보장차량 5대, 연료차량 등을 주차하듯이 들여놓았다고 한다. 여기서 5대의 보장차량이란 기중기탑재차량, 압축기탑재차량, 컴퓨터차량, 발전기탑재차량, 통신차량이다. 그러므로 북의 미사일갱도기지는 크게 구분하여 자행발사대 보관갱도, 보장차량 보관갱도, 연료차량 보관갱도 등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 북 대륙간탄도미사일 예상 궤도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위에 인용한 <환구망>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직접 명령을 받는 9개 여단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산하에 편성되었는데,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1개 여단은 5개 대대로 편성되었고, 1개 여단 중에 미사일 자행발사대를 배치한 대대는 3개 대대라고 한다. 나머지 2개 대대 가운데 1개 대대는 산화제 처리를 담당한 대대이고, 다른 1개 대대는 기지경비를 담당한 대대라고 한다. 위에 인용한 탈북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1개 대대마다 미사일 자행발사대가 3대씩 배치되었으므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실전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와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호는 80기 이상으로 추산된다. 거기에 더하여 수직갱발사대에 배치된 목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알 길이 없다. 유사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화성 계열과 목성 계열의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제히 발사하면,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1,500km 상공의 우주공간에까지 올라가는 그 미사일들은 지구를 감싸고 도는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초고속 돌진비행으로 낙하하여 여러 지상목표물들을 한꺼번에 타격함으로써 미국 본토를 불바다에 잠기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런 심각한 사정을 거의 알지 못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보유한 핵탄두 수량을 최대 10기 정도라고 추정하였는데, 위에서 논한 내용을 살펴보면 북은 아무리 적게 추산해도 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핵무력동원태세는 반복되지 않는다

2014년 1월 16일 북측 국방위원회는 북측 정부, 정당, 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남측 당국에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한 중대제안을 전하였다. 그 중대제안은 아래와 같다.

첫째, 2014년 1월 30일부터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제안이다.

둘째, “상대방에 대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고 하면서, “2월 말부터 강행하려는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훈련부터 중단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였고, “특히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서해 5개섬 열점지역을 포함하여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중지할 때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여 제안”하였다.

셋째, “이 땅에 초래할 핵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도 호상 취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하면서, “남조선당국이 더 이상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이는 무모한 행위에 매달리지 말 데 대하여 정중히 제안”하였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언급한 세 가지 중대제안 가운데서 상호비방중상을 전면중지하자는 제1제안은 청와대가 생각만 바꾸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전쟁연습을 중단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제2제안은 청와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미합동전쟁연습은 백악관의 단독결정으로 기획, 실시되는 것이고, 청와대는 그 결정과 요구에 따른 의무만 이행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핵타격수단들이 남측 지역과 그 주변에 출동하는 것도 역시 백악관의 단독결정에 따른 것이지, 청와대는 백악관에서 그런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내려지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 현실을 잘 알면서도 북은 백악관의 결정과 요구에 따른 의무만 이행해야 할 뿐 아니라, 백악관의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내려지는지 알지도 못하는 청와대에게 백악관의 결정을 거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므로 제2제안과 제3제안은 그것을 실행할 권한이 없는 청와대에 전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실권을 행사하는 백악관에 전했어야 한다. 그런데 북은 그런 제안을 백악관에 전하지 않고 청와대에 전하였다. 북은 왜 그처럼 매우 이례적인 행동을 취하였을까?

백악관에 제안해야 할 것을 청와대에 제안한 것은, 북이 미국에게 어떤 제안도 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관계단절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서, 북은 미국을 더 이상 말로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년 동안 북은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한 제안을 미국에게 수없이 전하였지만, 미국은 단 한 차례도 귀담아듣지 않았으며 되레 북을 핵무력으로 위협하며 격돌위험만 끊임없이 격화시켜온 것이다. 미국의 전쟁광신증을 60년 동안 겪어온 북이 이제 말로 미국을 상대하는 협상에 더 이상 무슨 미련을 두겠는가!

북측 국방위원회의 중대조치 제안에서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이 제안의 실현을 위하여 우리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명시한 대목이다. 북이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해 먼저 실천행동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북이 말한 실천행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한국군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문화일보> 2014년 1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월 현재 인민군은 수백명이 참가한 중대급, 대대급 규모의 동계군사훈련을 진행하는 중인데, 2월에는 수천명이 참가한 연대급, 사단급 규모로 확대하고, 3월에는 수만명이 참가한 군단급, 국가급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북이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해 먼저 실천행동을 취하겠다는 말은 다음달인 2014년 2월에 실시하기로 예정된 연대급, 사단급 규모의 동계군사훈련을 중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이 2014년 2월에 실시하기로 예정된 동계군사훈련을 중지하는 경우, 미국은 2월 말에 실시하기로 예정된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는 상응한 신뢰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미국은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해 동계군사훈련을 중지한 북의 성의를 이번에도 무시할 것이며,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예정된 일정에 따라 강행할 것이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중대제안을 발표한 때로부터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2014년 1월 16일 오전 백악관 대변인은 취재기자들에게 미국은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발언하였다.

북이 중대제안에 따라 자기의 동계군사훈련 전면중지를 먼저 실행하겠다는 성의를 보였는데도 지금 미국과 남측은 그 성의를 ‘무력도발을 노리는 위장된 평화공세’라고 비난하며 대북전쟁연습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럴 경우 북은 마지막 선택이 무력 충돌밖에 없다고 판단할 심각한 우려가 있다. 2013년 1월과 2월에 조성된 북미격돌위험을 상기하면, 북의 무력사용은 핵무력사용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해석의 맥락을 파악하면, 2014년 1월 하순 현재 북미격돌위험은 2013년 1월보다 훨씬 더 위태로운 지경으로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격돌위험이 고조된 가운데 적대세력과 맞서는 군사행동에서 반복은 곧 패배에 직결될 것이므로, 북은 2013년 1월과 2월에 있었던 핵무력동원태세 압박전술을 올해에 그대로 반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핵무력동원태세 압박전술을 또 다시 반복하려는 게 아니라, 불의의 핵무력사용으로 ‘최후 결전’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실 한반도는 북미 사이에 휴전 즉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정전협정 상태에 처해 있다. 그리고 실제 서해 5도지역에서는 분계선마저 획정되지 않아 수시로 무력 충돌이 벌어져왔으며 기어이 서로의 영토에 포탄을 수백, 수천 발씩 주고  받아 섬들이 초토화되는 국지전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반도는 지금 전쟁 중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올 들어 북과 미국, 남과 북 사이에 새해벽두부터 전에 없던 엄중한 경고들이 오가고 있다.

부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온 민족이 깨닫아 전쟁을 막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민족의 숙원인 평화적 통일을 조금이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 모두 다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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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4

완성단계에 이른 북의 초대형 우주발사체

[한호석의 개벽예감] (96)
자주민보 2014년 01월 1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북의 첫 실용위성 광명성-3호 2호기 성공적 발사를 경축하는 연회가 2012년 12월 21일 국가연회장인 목란관에서 열렸다. 북에서 최고 수준의 음악연주로 절찬 받는 모란봉악단이 공연하는 연회장 무대 한 쪽에 은하-9호 모형이 은하-3호 모형과 함께 전시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은하-9호 모형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은하-4호부터 은하-8호까지 쏘아올린 뒤에 등장할 미래의 전망목표를 보여주는 무대장식물로 생각되었다. 허나 그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2013년 1월 현재 북은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거의 완성하였다. 전설 처럼 이야기되던 은하-9호는 2014년 중에 우주를 향해 솟구쳐오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2012년 12월 21일의 굳은 맹세    

나는 2012년 12월 31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글 ‘은하-9호에 인공달위성이 실린다’에서 북이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북이 달을 향해 은하-9호를 쏘아올릴 것으로 예견하였다. 하지만 당시 그 글을 읽은 독자들 가운데는 “그처럼 놀라운 일이 정말 일어나겠는가?” 하며 선뜻 믿지 못한 사람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원래 은하-9호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는 북의 국가경축연회에서 전해진 것이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의 첫 실용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간부들을 모두 평양에 초청하여 성대하게 환대를 베풀며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였고, 북의 공민이 받는 최고 영예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우주개발공로자 101명에게 수여하였으며, 2012년 12월 21일 국가연회장인 목란관에서는 모란봉악단의 음악공연과 함께 경축연회가 열렸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목란관 높은 천정에 닿을 만큼 큼지막하게 만들어진 은하-9호 모형은 바로 그 경축연회장 무대 옆에 은하-3호 모형과 함께 우뚝 서 있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날 목란관 경축연회장에 전시된 은하-9호 모형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곁에 있는 우주개발공로자들에게 “자세히 보았는가?”고 물어보았다. 이 의미심장한 장면을 보도한 <로동신문>은 더 이상 서술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 말 한 마디만 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상상컨대,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다그쳐 2015년 이전에 신형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려는 자신의 결심을 표명하였고, 우주개발공로자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리라고 굳게 맹세하였을 것이다. 그 맹세의 날로부터 1년이 지난 2013년 12월 9일 교육시설, 의료시설, 상점, 편의시설, 공원, 휴식공간 등이 잘 갖추어진 대형 아파트단지 ‘은하과학자거리’가 완공되었는데, 북의 우주개발공로자들이 그 거리의 현대식 아파트를 무상으로 받고 입주하던 날 그들은 또 다시 감격과 기쁨에 잠겼다.

북의 우주개발공로자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원대한 우주개발구상을 이른 시일 안에 반드시 실현하자고 맹세하였던 2012년 12월 21일부터 그들이 ‘은하과학자거리’의 현대식 아파트를 무상으로 받았던 2013년 12월 10일까지 1년 동안 북의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은 어느 정도 진척되었을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북의 우주개발사업을 담당하는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간부들은 2013년 한 해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기들의 지혜와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으면서 신형 우주발사체 개발작업을 밀고 나갔을 것이다. 아니, 작업이 아니라 전투를 벌였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최상의 영예와 배려를 받았을 뿐 아니라,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신형 우주발사체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맹세하였으니, 그들이 어찌 결사관철의 전투를 벌이지 않았겠는가. 정신력을 폭발시키며 치열하게 전개된 신형 우주발사체 개발전투는 마침내 8개월 만에 경이로운 성과를 이루었다. 불가사의한 ‘기적’처럼 보이는 그 성과를 세상에 알려준 것은, 뜻밖에도 미국 상업위성이 북의 서해위성발사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이었다.

2013년 9월 23일 미국의 대북정보 웹사이트 <38노스(North)>는 2013년 8월 하순 서해위성발사장을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분석한 글에서, 길이가 9∼10m, 지름이 2.5m로 보이는 원통형 물체가 위성사진에 나타났는데, 그것은 개량형 은하-3호의 2단 추진체 또는 새로 개발 중인 대형로켓의 2단 또는 3단 추진체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38노스>의 분석가들은 위성사진에 나타난 원통형 물체가 우주발사체 일부분이라는 사실만 파악하였을 뿐, 좀 더 구체적으로 판별하지는 못했다. 나의 판단으로는, 위성사진에 나타난 추진체가 북의 우주개발부문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간부들이 2013년 초부터 8개월 동안 결사관철의 전투를 벌이며 만들어낸 신형 우주발사체의 3단 추진체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이 글에서 차차 서술할 것이다.

북의 서해위성발사장은 그 이후에 촬영된 위성사진들의 분석결과가 언론에 보도될 적마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를테면, 미국 존스합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가 2013년 10월 9일 서해위성발사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은 “견고하고 폭넓은” 도로를 서해위성발사장에 새로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은 서해위성발사장에 왜 넓은 도로를 건설하는 것일까?
▲ < 사진 2> 2011년 9월 20일 중국 깐쑤성에 있는 주콴위성발사장에서 중국 최초의 우주선 텐궁-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창정-2F를 멀리 보이는 조립시설에서부터 발사탑까지 이동발사대로 옮기는 장면이다. 2013년 1월 현재 북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이동발사대 도로를 신설하고 기존 발사탑을 증축하는 대규모 공사가 거의 마감단계에서 추진되는 중이다. 미국 존스합킨스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는 2013년 10월 28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해위성발사장의 대규모 증축공사가 2014년 중반에 완료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은 우주선진국들이 대형 우주발사체를 발사탑(launch umbilical tower)에 수직으로 세울 때는, 우주발사체가 너무 크고 너무 무겁기 때문에 발사탑 꼭대기에 설치된 대형 기중기로 들어올려 발사탑에 세울 수 없으므로 이동발사대(mobile launcher platform)를 사용한다. 위성발사장에 있는 조립시설 안에서 최종 조립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탑까지 옮길 때 이동발사대를 사용하게 되는데,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초대형 우주발사체(super space launch vehicle)를 수직으로 세워놓은 거대한 이동발사대는 도로폭이 넓은 특수도로 위에서 시속 1.5km의 저속으로 발사탑을 향해 천천히 움직여 가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파악하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건설되고 있는 “견고하고 폭넓은” 도로는 거대한 이동발사대를 이동시킬 특수도로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지금쯤 거의 완공되었을 특수도로만 그런 게 아니라, 얼마 전에 증축된 발사탑도 전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주선진국들의 위성발사장에 세워진 발사탑은 높이가 최소 70m 이상이 되어야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릴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케네디우주발사장에 서 있는 발사탑은 높이가 115m이고, 중국의 주콴(酒泉)위성발사장에 서 있는 발사탑은 높이가 75m다. 그런데 미국 존스합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가 2013년 10월 9일 서해위성발사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3년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도로신설공사와 함께 발사탑을 증축하는 공사도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서해위성발사장의 발사탑 증축공사는 기존 발사탑을 70m 이상으로 더 높이는 증축공사인 것이다.

2013년 11월 5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은 북이 2013년 5월부터 서해위성발사장 확장공사를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처럼 이동발사대가 오가는 특수도로가 건설되고, 발사탑이 더 높이 증축된 것은, 북이 이동발사대를 사용하여 발사탑에 수직으로 세울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만들고 있음을 말해주는 ‘방증’들이다.

그런데 이런 ‘방증’들보다 더 결정적인 정보는 미국이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미국은 북이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만들고 있다는 충격적인 정보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여 정보차단에 신경을 썼지만,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 우리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정보차단막에 ‘유출구’가 뚫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유출구’에서 흘러나온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2013년 11월 26일 미국 온라인매체 <워싱턴자유횃불(Washington Free Beacon)>에 실린 장문의 기사에 들어있다. 그 보도기사와 그에 관련된 다른 보도기사들이 전해준 정보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놀라운 장면이 시야를 압도한다.

첫째, 국가정보보고서를 다루는 미국 정부관리들의 말에 따르면, 2013년에 들어와 몇 달 동안 이란의 샤히드 헤맛 산업그룹(Shahid Hemmat Industrial Group)의 기술진이 평양을 연속 방문하였는데, 가장 최근에는 2013년 10월 말에 평양을 방문하였다. 이란의 항공우주산업기구(Aerospace Industries Organization) 계열사인 샤히드 헤맛 산업그룹은 위성운반로켓과 미사일 추진체를 제작하는 기업체다. 이란이 이제껏 쏘아올린 위성운반로켓들과 각종 미사일 추진체들은 모두 그 기업체에서 만든 것이다.

둘째, 국가정보보고서를 다루는 미국 정부관리들의 말에 따르면, 샤히드 헤맛 산업그룹 기술진의 방북목적은 북이 2013년에 개발 중인 신형 로켓추진체 제작기술을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 <교도통신> 2012년 12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군사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근무하는 몇몇 전문가들이 북중 국경에서 85km 떨어진 북의 군사시설에 배치될 것인데, 이란은 북으로부터 로켓추진체의 공중분리기술, 미사일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을 비롯한 첨단로켓기술을 배우려 한다는 것이다.

셋째, 국가정보보고서를 다루는 미국 정부관리들의 말에 따르면, 2013년 당시 북이 만들고 있는 신형 로켓추진체는 “북이 이제껏 만들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서, “중량급 우주발사체(heavy-lift space launcher) 또는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super ICBM)에 필요한 신형 로켓추진체”라는 것이다.

2013년 11월 5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은 북이 2013년 8월부터 10월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로켓엔진연소시험을 다섯 차례 실시하였다고 밝혔고, 일본 텔레비전방송 <NHK>도 북이 2013년 8월 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며칠에 걸쳐 대형엔진연소시험을 연속 실시하였음을 미국이 확인했다고 보도하였다.

위에 열거한 정보들은 2013년에 북이 은하-3호와는 전혀 다른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북이 2013년에 만들고 있었던 초대형 우주발사체는 얼마나 크고 강력한 것일까? 국가정보보고서를 다루는 미국 관리들의 제보를 인용한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11월 26일 보도기사는 당시 북이 80t의 추력을 내는 신형 로켓엔진을 만들고 있었다고 지적하였다. 북이 2012년 12월 12일에 쏘아올린 은하-3호 1단 추진체의 발사추력(sea level thrust)은 120t이었는데, 고작 80t의 추력을 내는 로켓엔진을 만든다면 그것을 어찌 ‘초대형’ 우주발사체라 할 수 있을까?

은하-3호 1단 추진체의 발사추력이 120t이라는 말은, 30t의 추력을 내는 로켓엔진 4개를 한데 묶었을 때 발생하는 발사추력이 총120t이라는 뜻이다. 은하-3호와 마찬가지로, 북이 2013년에 만들고 있었던 신형 우주발사체도 로켓엔진 4개를 한데 묶은 것이므로, 북이 80t의 추력을 내는 신형 로켓엔진을 만든다는 말은, 그런 로켓엔진 4개를 한데 묶어 320t의 발사추력을 내는 1단 추진체를 만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북이 2013년에 만들고 있었던 신형 우주발사체 1단 추진체는 은하-3호 1단 추진체에 비해 2.67배나 더 강력한 발사추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단번도약의 대사변으로 그들을 불러일으킨 노래

320t의 발사추력을 내는 북의 신형 우주발사체 1단 추진체가 얼마나 크고 강력한 것인지를 알려면, 중국의 우주발사체 창정(長征)-2F의 1단 추진체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원래 창정-2F는 중량 8.4t의 위성을 지표면으로부터 800∼1,500km 상공에 있는 저지구궤도(Low-Earth Orbit)에 올려놓을 수도 있고, 중량 3.5t의 위성을 적도 상공 35,786km에 있는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설계, 제작된 초대형 우주발사체인데, 지금으로부터 2년 3개월 전인 2011년 9월 29일 중국 최초의 유인우주선 톈궁(天宮)-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아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우주인 3명을 태우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톈궁-1호는 835일 동안 지구를 공전한 뒤 지구로 무사히 돌아왔다. 중량이 8.5t인 톈궁-1호를 쏘아올리기 위해 창정-2F 1단 추진체는 75.5t의 추력을 내는 로켓엔진 4개를 한데 묶어 302t의 발사추력을 냈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게도, 북이 2013년에 만들고 있었던 신형 우주발사체 1단 추진체의 발사추력은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린 창정-2F 1단 추진체의 발사추력보다 18t이 더 강하다. 북이 발사추력 120t급 1단 추진체를 장착한 은하-3호에 중량 100kg의 소형 실용위성을 실어 쏘아올린 때가 2012년 12월 12일이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뒤에 그들은 중량이 무려 8,500kg이나 되는 대형 탑재물을 싣고 우주로 솟구칠 발사추력 320t급 1단 추진체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우주발사체 개발부문에서 무려 85배의 중량격차를 단숨에 뛰어넘는 불가사의한 기술공학적 진보를 이룩하는 것이며, 그로써 북은 세계우주개발사에서 유례없는 단번도약의 대사변을 일으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2년 12월 21일 목란관 국가경축연회에 전시된 거대한 은하-9호 모형 앞에서 모란봉악단은 ‘단숨에’라는 북의 인기가요를 경쾌한 선율로 연주하였는데,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맨 앞자리에서 ‘단숨에’의 노래선율을 듣고 있었던 김정은 제1위원장의 눈가에는 어느덧 이슬이 맺혔고, 은하-3호와 광명성-3호 2호기 완성을 위해 헌신분투의 구슬땀을 흘린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간부들도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날 모란봉악단이 연주한 노래 ‘단숨에’는 은하-3호에서 은하-9호로 단숨에 뛰어오르는 대비약의 뜻을 암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신보> 2012년 12월 14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장명진 서해위성발사장 총책임자는 취재기자에게 서해위성발사장 발사탑은 400t급 우주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유인우주선 톈궁-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창정-2F의 총중량은 464t이었다. 서해위성발사장 발사탑이 400t급 우주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말은, 중국의 유인우주선 운반로켓 창정-2F 같은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뜻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2013년 9월 23일 미국의 대북정보 웹사이트 <38노스>는 2013년 8월 하순에 촬영한 서해위성발사장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길이가 9∼10m로 보이는 추진체가 나타났다고 하는데, 그것은 북이 만들고 있는 신형 우주발사체의 3단 추진체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창정-2F 1단 추진체의 길이 28.46m는 북이 만들고 있는 신형 우주발사체 1단 추진체의 길이와 엇비슷할 것이므로, 북이 만들고 있는 신형 우주발사체 2단 추진체의 길이가 1단 추진체의 길이보다 18m 이상 짧은 9∼10m로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정-2F 2단 추진체의 길이가 14.22m이므로, 북이 만들고 있는 신형 우주발사체 2단 추진체의 길이도 약 14m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북은 그처럼 초대형 우주발사체에 위성을 탑재하여 어디로 쏘아올리려는 것일까? 다른 우주선진국들의 경험에 비춰보면 두 가지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첫 번째 예상되는 가능성은 적도 상공 35,786km에 있는 정지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 것이다. 정지궤도위성은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춰 지구 둘레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바라보면 마치 우주공간에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정지궤도에 떠 있는 위성은 대개 통신위성들인데, 미국은 통신위성만이 아니라 미사일조기경보위성(DSP)과 해양감시위성까지 정지궤도에 올려놓았다.

인도는 1987년에 자국산 실용위성을 처음 쏘아올렸는데, 2010년에 비록 궤도진입은 실패했으나 자국산 정지궤도위성을 처음 쏘아올리기까지 23년이 걸렸는데, 만일 북이 올해 정지궤도위성을 발사한다면 북은 첫 실용위성을 쏘아올린 때로부터 불과 2년 미만의 짧은 기간에 정지궤도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비교해보면, 북이 초고속으로 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1월 현재 정지궤도위성을 탑재한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자체기술로 만드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인도밖에 없으므로, 북이 정지궤도위성을 발사하면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하는 것이다.

▲ <사진 3> 2007년 10월 24일 중국이 시촨성 시창우주발사장에서 쏘아올린 중국의 첫 달위성 창어-1호의 모습이다. 북도 올해 이런 달위성을 쏘아올릴 것으로 보인다. 질량이 2,350kg인 창어-1호는 달표면 상공 200km에서 원형궤도를 타고 127분 주기로 1년 4개월 동안 공전하며 달표면을 촬영한 영상자료를 지구로 전송하였다.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두 번째 예상되는 가능성은 지구로부터 38만4,400km 떨어진 달을 향해 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이다.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달위성(lunar orbiter)은 달궤도를 공전하면서 촬영한 달표면사진을 지구로 전송하게 된다.

1987년에 자국산 실용위성을 처음 쏘아올린 인도가 2008년에 자국산 달위성을 쏘아올리기까지 21년이 걸렸는데, 2012년 말에 자국산 실용위성을 처음 쏘아올린 북이 2014년 중에 달위성을 발사하면 인도의 우주개발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른 무서운 속도로 우주개발사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북이 위성통신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으므로, 북의 2014년도 우주개발목표는 달위성 발사가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달위성을 탑재한 미국의 새턴-5호(Saturn V) 1단 추진체는 346t의 발사추력을 냈고, 달위성을 탑재한 일본의 H2A 1단 추진체는 303t의 발사추력을 냈는데, 북은 달위성을 탑재할 320t급 추진체를 거의 완성하였으니 북의 달위성 발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북이 2013년 초 제작에 착수하여 2014년 1월 현재 완성단계에 이른 신형 우주발사체는 2014년 중에 달위성을 싣고 달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결전의 시각이 다가오는 것인가? 

북이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만들고 있다는 정보를 파악하고 화들짝 놀란 쪽은 백악관이었다. 백악관은 북의 신형 우주발사체 개발에 관한 정보를 황급히 차단하였다.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11월 26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이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만들고 있다는 정보가 미국 정부기관들 사이에 알려졌으나, 백악관은 쉬쉬 하면서 그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차단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정보차단행위는 북이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는 경우 미국의 대북적대행위가 극에 이를 것이라는 예감을 느끼게 만든다.

북이 달위성을 쏘아올리는 경우 미국은 북이 광명성-3호 2호기를 발사하였을 때보다 더 광폭한 대북제재압박 소동을 벌일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적대행위는 유엔안보리를 배후에서 조종하여 대북제재조치를 또 다시 추가하며 북미관계를 전쟁재발위기로 몰아가는 파국적 사태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북은 그런 파국적 사태를 일으킨 미국을 응징하기 위해 제4차 지하핵실험을 즉각 실시하게 될 것이다. 2014년 1월 현재 북은 지하핵실험을 언제라도 실시할 모든 준비를 갖추고 대기하는 중이다. 북미관계가 극도로 격화되면, 2013년 2월부터 4월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핵전쟁을 불사하는 북과 미국이 대격돌위험이 2014년 중에 또 다시 조성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요즈음 미국의 대북전쟁준비 움직임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문화일보> 2014년 1월 7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군 당국은 최근 “최신화된 북한의 정보와 표적을 감안해”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을 일부 조정하고 있으며, ‘합동요격지점(JDPI)’을 새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보도기사에 나온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이란 무엇인가? 한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3년 8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은 “30여 개에 이르는 북한의 기습도발시나리오를 상정하여 작성”된 것인데, 그 가운데는 “서북도서에 대한 (인민군의) 기습포격이나 무력강점, 공기부양정이나 저속항공기의 기습침투, 특수부대의 후방침투, 잠수함의 함정공격 등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미연합군이 작성한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에 들어있는 무력충돌은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6여단과 황해남도에 주둔하는 인민군 4군단 26사단의 무력충돌위험이 이미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여기서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이 상정한 전쟁범위가 결코 국지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3년 8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에는 한국군과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과 태평양사령부의 전력까지” 한반도에 출동하는 전쟁시나리오가 들어있다. 다시 말해서,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미국은 태평양사령부 휘하의 모든 전투력을 동원하여 북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북공격은 국지전이 아니라 명백하게도 전면전이다. 미국군 가운데서도 주력부대인 태평양사령부 휘하 대규모 부대들이 총동원되어 북을 공격한다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 <사진 4> 미국군은 해마다 4월이면 경상북도 포항만에서 한미연합해병대 상륙전연습을 감행한다. 포항만이 원산만과 비슷한 작전환경이라서 원산상륙전연습을 거기서 하면서도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이 방어적 성격의 연례훈련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며 궤변이다. 올해 미국의 대북전쟁연습은 이전보다 더 심하게 북을 자극하며 전쟁재발위험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결전의 시각이 다가오는 것인가?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한반도 전면전 도발의사가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 같은 전쟁계획서에만 반영되는 게 아니라,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실전준비행동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군의 실전준비행동에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군은 2013년 2월 1일 한미연합전구 미사일방어연습을 실시하였고, 2013년 2월 19일부터 24일까지는 동해에서 대잠수함훈련을 실시하였는데, 이런 일련의 군사행동은 미국군이 전면전을 상정한 실전준비를 다그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013년 10월 1일 미국군 수뇌부는 무장정찰헬기 30대와 병력 380명으로 편성된 1개 공격정찰헬기대대를 미국 본토에서 차출하여 경기도 평택의 미국군기지로 이동, 배치하였는데, 이것도 실전준비행동의 일환이다.

2014년 1월 9일 미국군 수뇌부는 M1A2 전차와 M2A3 장갑차로 무장한 1개 기계화대대 800명을 미국 본토에서 차출하여 주한미국군 2사단 1여단에 배속시켰는데, 이것도 실전준비행동의 일환이다.

또한 미국군 수뇌부는 미국 본토에 주둔하는 F-16 전투기 12대와 공군병력 300명을 차출하여 2014년 1월 중순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하게 되는데, 이것도 역시 실전준비행동의 일환이다.

위에 열거한 것처럼, 미국군이 한반도에서 미사일방어연습과 대잠수함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전투기, 기갑무력, 무장정찰헬기를 증강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금 군사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태평양사령부 휘하 미국군이 도발하려는 한반도 전면전에 핵무력이 동원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공동국지도발계획’을 비롯한 미국의 한반도 전쟁계획은 핵무력으로 북을 공격하려는 핵전쟁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2013년 2월부터 4월까지 북미관계에서 전쟁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미국은 전례 없이 핵동력추진 전략잠수함, 장거리 전략핵폭격기, 스텔스 전략핵폭격기를 연속적으로 한반도에 출동시키며 위험천만한 핵공격위협에 광분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Chuck Hagel)은 2014년 1월 8일과 9일 미국 본토에 있는 핵무력시설들을 연이어 돌아다니며 핵전쟁열기를 고취하였다.

물론 북도 미국이 한반도 통일전쟁에 무력개입을 감행하려는 조짐을 포착하는 즉시 미국 심장부를 향해 핵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북의 핵무력준비태세에 대해서는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여러 차례 상론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의 통일전쟁준비를 ‘대남도발위협’이라고 맹비난하지만, 미국이야말로 그 규모를 보았을 때 북이 ‘북침전쟁’이라고 북이 비난하는 대북전쟁준비에 거의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재발위험이 상존하는 정전상태에서 무력으로 대치한 쌍방이 이처럼 각자 실전준비를 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인식하면, 자기의 대북전쟁준비는 방어적인 것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북의 통일전쟁준비만 ‘대남도발위협’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미국의 비난은 파렴치한 짓이다.

위와 같은 군사상황을 살펴보면,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한국군과 인민군의 무력충돌이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그 무력충돌은 한반도 통일전쟁과 북미핵대전으로 즉시 확대되리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지금 미국이 그처럼 긴박한 군사상황에서 핵무력을 동원한 대북전쟁연습을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감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이라고 부르는 2014년도 대북전쟁연습이 그것이다.

2013년 경우 미국은 ‘폴 이글(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을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계속하였고, ‘키 리졸브’ 대북전쟁연습은 3월 11일부터 3월 21일까지 계속하였다. 2014년 3월 1일부터 미국이 ‘연례훈련’이라는 명목을 내걸고 또 다시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면, 2013년에 그러했던 것처럼 전쟁재발위험이 극도로 격화되면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급속히 고조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북이 초대형 우주발사체를 완성하여 쏘아올리면, 미국은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북의 우주개발을 가로막기 위해 비이성적인 대북적대행위를 감행하게 될 것이다.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으로 전쟁재발위기가 고조된 긴박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의 우주개발을 가로막기 위해 비이성적인 대북적대행위를 감행하는 경우, 전면전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2014년 중에 고조될 전면전 위험에 대비하여 인민군은 통일전쟁준비를 완료하였고, 지금 미국군은 한국군과 함께 대북실전준비를 다그치고 있다. 결전의 시각이 다가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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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8

북은 왜 초병대회로 2013년을 마감했나?

[한호석의 개벽예감](95)
자주민보 2014년 01월 0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븍은 최정예 특수부대 야전지휘관들이 총집결한 조선인민군 초병대회로 2013년을 마감하였다. 인민군 초병대회는 비공개로 진행되었는데, 격술훈련만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 사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격술훈련에서 특수부대 병사들이 격파시범을 보여주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 자주민보



30년 만에 비공개로 열린 조선인민군 초병대회
    
2013년 12월 31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정세전망보고서에서 북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하는 가운데 최근 서북도서에 공격형 헬기 60여 대와 다연장포 200문을 집중배치”하였다고 하면서, 2014년 3월 한미군사훈련이 끝난 직후 한미연합군의 대북경계태세가 이완된 시점에 ‘대남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전쟁재발위험이 고조되었던 2013년 3월 12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당시 인민군의 전투준비태세 돌입을 ‘대남심리전술’이라고 규정하고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소가 ‘대남무력도발’ 가능성을 예고하였으니 올해 한반도 군사상황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인다.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그처럼 심각한 위험을 예고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김관진 국방장관은 2014년 1월 1일 한국군 군부대 지휘관들에게 보낸 ‘장관서신’에서 “2014년은 국가안보적인 면에서 대한민국의 국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해”라고 하면서, 한국군은 “국지전과 전면전에 동시에 대비하면서 적이 도발하면 그 세력들을 가차 없이 응징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시하였다. 한국군 수뇌부가 예하 군부대들에 내려보내는 그런 유형의 지시는 요즈음 계속 반복되고 있다.

‘장관서신’을 기다렸다는 듯이 2014년 1월 2일 이영주 해병대사령관은 서해 썰물 때마다 북측 함박도와 개펄로 이어지는 우도에 주둔하는 해병대경비대를 찾아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였고, 같은 날 오전 6시 30분 한국군 제3야전군 전체 부대들은 전면전 상황을 가상한 대규모 전투훈련에 돌입하였다. 수도권과 중부전선을 방어하는 제3야전군은 수도군단, 1군단, 5군단, 6군단, 7기동군단 등으로 편성된 엄청난 규모의 주력부대다.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의 2014년 무력충돌 전망, 국방장관의 전투준비태세 유지지시, 한국군 주력부대의 대규모 전투훈련 돌입이 새해 벽두부터 연속되는 가운데, 북에서도 전투준비를 완성하기 위한 각종 군사적 움직임들이 빨라졌다. 그런 움직임들 가운데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2013년 12월 28일 전후하여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초병대회다.


초병대회라는 명칭만 들으면, 보초병들이 참가한 대회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놀랍게도, 인민군 초병대회는 폭풍군단, 저격려단, 정찰총국 등을 포괄하는 특수부대의 야전지휘관들이 참가한 대회였다. 인민군 특수부대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 적진 깊숙이 기습침투하여 맨손으로 적을 제압하는 일격필살의 고강도 격술훈련을 연마한 최정예 부대로 알려졌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후돌격명령을 내리면 핵배낭을 지고 돌격하는 동시다발 육탄공격으로 적진을 불바다로 만들 세계 유일의 자폭핵공격대로 알려졌다. 북에서 2013년을 그런 특수부대 야전지휘관들이 총집결한 초병대회로 마감한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아래와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2013년 12월 2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체육관에서 조선인민군 초병대회 격술훈련이 진행되었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인민군 제3168군부대와 제695군부대 군인들이 격술시범을 보였다. 그런데 격술훈련을 진행하였다는 소식만 북측 언론에 보도되었고, 초병대회가 언제 시작하여 언제 끝났는지는 보도되지 않았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초병대회가 비공개로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특수부대의 전투준비태세는 1급 군사기밀이므로 초병대회를 비공개로 진행한 것이다.
    

둘째, 조선인민군 초병대회가 열린 시점도 매우 이례적이다. 평양에서 진행된 각종 대회들 가운데 세밑에 진행된 대회는 이번 초병대회가 처음이다. 이것은 2013년을 넘기지 않고 인민군 초병대회를 개최해야 했던 어떤 사연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 사연은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준비’를 2013년을 넘기지 않고 완성하려는 인민군 수뇌부의 결심이 초병대회 일정선택에 반영되었음을 말해준다.
    

셋째, 평양에서 진행되는 각종 대회의 공식명칭을 보면, 그 대회가 역사적으로 몇 번째 개최되었는지 알 수 있는데, 2013년이 저무는 세밑에 개최된 조선인민군 초병대회는 몇 차 대회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조선인민군 초병대회는 1983년 2월에 처음 개최된 바 있으므로 이번 초병대회는 제2차 초병대회라 할 수 있으나, 무려 30년이나 지난 뒤에 다시 열렸으므로 제2차라는 연속성을 명시하기도 힘들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북이 왜 30년 만에 인민군 초병대회를 다시 개최하였는가 하는 문제다.
    

돌이켜보면, 제1차 초병대회가 열렸던 1983년 정세는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제한적인 침략무력증강으로 소련을 굴복시키려는 위험한 발상에 도취한 미국의 레이건 극우정권은 영국의 대처 극우정권, 일본의 나카소네 극우정권과 공모, 결탁하여 세계적 범위에서 핵전쟁위험을 고조시켰으며, 특히 한반도에서는 12.12 군사반란과 광주민중학살의 피를 두 손에 묻히고 분별없이 날뛰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앞세워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대북선제핵타격의 적기를 노리고 있었다. 1983년은 숨이 막힐 지경으로 긴박한 시기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꼭 30년이 지난 오늘의 정세는 어떠한가? 남과 북이 근 10년에 걸쳐 노력한 끝에 평화통일 정치방침으로 합의하여 민족의 양심 앞에 바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이 내외 반통일세력의 준동으로 무참히 짓밟히는 바람에 남북관계가 증오와 적대감만 덧쌓인 파국으로 밀려갔으며, 대북국제제재를 강화하면서 각종 핵타격수단들까지 동원한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는 미국의 집요한 적대행위로 북미관계는 핵대전을 우려하는 극단상태로 악화되었으며, 거기에 더하여 미국군 수뇌부는 미국군, 일본자위대, 한국군, 호주군을 통합지휘하는 4자합동전쟁체계를 틀어쥐고 북과 중국을 연속 자극하고 있으며, 그런 분위기에 편승한 일본의 아베 극우정권은 야스쿠니진자의 전범들 뒤를 따라 침략무력증강에 광분하는 중이다. 1983년과 마찬가지로, 오늘 한반도와 그 주변의 정세도 시시각각 밀려오는 전쟁위험으로 숨이 막힐 지경인 것이다.  
 

이런 복잡한 사정을 살펴보면, 북이 왜 30년 만에 인민군 초병대회를 비공개로 진행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30년 만에 인민군 초병대회를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그 어떤 전쟁이 일어나도 그에 대처하여 승리할 수 있다는 전투준비완성, 곧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준비’가 2013년 12월 31일을 기해 마침내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특유의 방식으로 알린 것이다.
    

요즈음 남과 북에서 각각 전개되는 심상치 않은 군사동향들을 살펴보면, 2014년 상반기에 무력충돌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지울 수 없다. 한국군 수뇌부는 2014년 상반기에 ‘대남무력도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무력충돌이 대남무력도발로 일어날지 아니면 대북무력도발로 일어날지는 속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대남도발이니 대북도발이니 하는 말은 피하고 무력충돌이라는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위에 인용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정세전망보고서에서 언급된 것처럼, 2014년 상반기에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좀 더 분석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의 포병들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와 그 일대에서 매우 제한적인 포격을 주고받았지만, 만일 올해 상반기에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또 다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이번에는 연평도가 아니라 백령도에서 불길이 치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예측하는 근거는, 남과 북의 야전부대들이 각각 백령도 무력충돌에 대비한 전투태세를 전례 없이 강화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한국군 수뇌부는 백령도에 주둔하는 해병6여단에 K-9 자주포를 증강배치하였고, 다련장로켓포 ‘구룡’, 1발 가격이 3억 원이나 하는 이스라엘산 스파이크미사일, 대당 가격이 34억 원이나 하는 해상감시레이더를 새로 배치하여 타격력을 크게 강화하였다.
    

▲ <사진 2> 2013년 11월 1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4차 적공일군열성자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2013년 12월 17일 적공국은 백령도 주둔 한국군 해병6여단에게 보내는 선동전단 수천 장을 공중에서 집중살포하였다.     © 자주민보



백령도에 선동전단 공중살포한 인민군 적공국 

<조선일보> 2013년 12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북이 백령도 상공에 뿌린 “괴뢰6해병려단에 보내는 통첩장”이라는 제목의 전단과 “탈출만이 살 길”이라는 제목의 전단 수천 장이 이 날 오전 백령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런 선동공작을 전담하는 군사단위를 북에서는 ‘적군와해공작국’이라 부르는데, 줄여서 ‘적공국’이라 한다. 북에서 말하는 ‘적군와해공작’이란 한국군을 상대로 수행하는 선전선동공작을 뜻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흔히 심리전이라 부른다.
    

<로동신문> 2012년 11월 12일 보도와 <사진 2>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4차 ‘적공일군열성자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적공국 야전지휘관들이 참가한 대회가 당시 평양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것이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에 적공국은 백령도에 선동전단 수천 장을 공중살포한 것이다.
    

인민군 적공국은 선동전단에서 “괴뢰6해병려단은 우리가 소멸해야 할 첫 타격 대상”이라고 지목하면서 “전대미문의 파괴력을 가진 타격수단들이 목표를 확정하고 발사준비상태에 있다. 우리는 빈말을 모르며 한다면 한다”고 위협하였으며, “백령도는 거대한 무덤으로 될 것이다. 시체마저 타버릴 불가마 속에서 섬귀신이 되고 싶지 않다면 용단을 내려, 뛰라”고 집단탈출을 선동하였다.
    

그런 종류의 선동전단은 이전에도 남과 북이 각기 상대쪽에 뿌린 적이 많으므로 크게 신경을 쓸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13년 12월 17일 인민군 적공국의 대남선동전단이 백령도 주둔 한국군 해병6여단을 상대로 공중살포되었다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인민군 적공국은 왜 하필이면 백령도 주둔 군부대를 상대로 선동전단을 살포한 것일까?
    

백령도가 연평도보다 더 위험한 무력충돌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보는 까닭은,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쟁의 전개양상과 백령도가 서로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부대는 황해남도에 기습상륙하여 인민군 후방을 공격하게 된다. 그래서 백령도에는 육군이 아니라 상륙전을 전문으로 하는 해병대가 주둔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은 무조건 백령도부터 공격하여 자기 후방을 노리는 한국군 해병6여단을 제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전쟁상황을 뒤집어보면, 인민군의 백령도 공격은 그 섬을 점령하는 국지전이 아니라 북에서 말하는 통일전쟁의 시작인 것이다. 따라서 인민군이 백령도 공격준비를 완성한 것은 곧 통일전쟁준비를 완료하였음을 뜻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 서술한 놀라운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2013년 3월 11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선인민군 제641군부대 관하 장거리포병구분대와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하였다. 북측 보도기사에 따르면, 인민군 제641군부대는 “백령도의 적들을 타격소멸할 화력임무를 맡고 있는” 부대이고, 월내도방어대는 “백령도가 지척에 바라보이는 서부전선 최대열점지역의 전초기지”다.
    

북측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제641군부대가 “최고사령부의 작전전술적 기도에 맞게 전투준비를 빈틈없이 갖추고 있으며 타격할 적대상물들을 빠짐없이 장악하고 사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였고, “백령도의 적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괴뢰6해병려단 본부와 관하 해병대대들을 무자비한 화력타격으로 초토화할 데 대한 임무를 수립하시였다”고 한다. 또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백령도를 타격할 구분대 포병들의 ‘주체포’ 발사준비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하면서 사격준비시간을 판정하였고, “모든 작전지역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전변시킨 데 대하여 다시금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북측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같은 날 백령도에서 11km 떨어진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하면서 “월내도방어대의 포병들도 최고사령관의 명령이 내리면 조국통일대전의 첫 포성, 신호탄을 쏘아올려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싸움의 날 불바다에 잠기고 처참하게 짓이겨지는 적진을 방어대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 최고사령부에 전송하라”고 월내도방어대장에게 지시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전면대결전 준비를 철저히 갖출 데 대한 최고사령부의 의도대로 감시소를 비롯한 전투진지들을 잘 꾸렸다고, 모든 것이 만족하다고 하시면서 이 섬방어대는 백점 만점짜리 부대, 방어기지로부터 타격기지로 전환된 부대라고 대만족을 표시”하였으며, “방어대를 난공불락의 요새, 불침의 전함으로 만든 방어대장과 정치지도원에게 최고사령관의 명령으로 현지에서 직접 한 등급의 높은 군사칭호를 수여”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 9월 3일 작은 발동선을 타고 6개월 만에 두 번째로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하였다. 연평도를 지척에 둔 장재도방어대와 무도방어대를 시찰한 이튿날 월내도방어대를 연이어 시찰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641군부대와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하면서 “백령도의 적대상물들을 3중, 4중으로 타격할 수 있다. 백령도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에 넘쳐 말씀하시였다”고 북측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6여단 병력은 총4,000명인데, 인민군 제641군부대와 월내도방어대가 그 부대를 3중, 4중으로 연속타격하는 경우 백령도의 전투진지들은 모두 초토화될 것으로 보인다. 크지 않은 섬이므로 어디로 대피할 수도 없어서,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6여단은 전멸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한국군 수뇌부가 들으면 공포와 충격을 받을 해병6여단의 전멸위험설은 과연 어디까지 사실일까?
    




백령도를 겨냥한 인민군 화력타격준비태세 말해주는 위성사진

2013년 5월 7일 조선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는 “서남전선지구에 전개된 로케트군부대의 즉시적인 행동개시를 계기로 모든 타격집단들은 조선서해 5개 섬부터 불바다로 타번지게 만들 것”이라는 작전명령을 하달하였다. 이 명령에서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의 백령도 공격이 로케트군부대의 화력타격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에서 로케트는 미사일을 뜻하므로, 인민군의 백령도 1차 공격은 미사일공격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백령도에 대한 인민군의 1차 공격이 미사일공격으로 되는 까닭은,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6여단의 야전지휘소, 방공레이더망, 통신기지, 발전시설, 탄약고, 항구 등 핵심시설을 정밀타격미사일로 파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1차 공격이 실제로 가능한가?
    

2013년 1월 14일 미국의 위성사진분석가 커티스 멜빈(Curtis Melvin)은 웹사이트 ‘노스 코리언 이코노미 웟취(North Korean Economy Watch)’에 황해남도 강령군 하부포에 건설된, 도로이동식 미사일이 들어가는 대형방호진지 3개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실었다. 그는 그 위성사진에 나타난 대상물들이 방사포가 들어가는 방호시설인 것 같다고 하였지만, 규모가 매우 큰 것을 보면 도로이동식 미사일이 들어가는 방호진지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 방호진지공사는 2011년 초에 시작되어 2012년 6월 20일 현재 거의 완공되었다. 제1방호진지와 제3방호진지는 위성사진에 명료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제2방호진지가 미사일발사차량 3대가 동시에 들어가는 규모로 건설된 것을 보면, 방호진지 3개소에 미사일발사차량 9대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위성사진이 말해주는 것처럼, 정밀타격미사일을 백령도에 집중발사하여 한국군 해병6여단 핵심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1차 공격이다.
    

인민군의 백령도 공격은 정밀타격미사일 발사로 끝나는 게 아니다. 2013년 10월 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국정원 간부의 발언에 따르면, 인민군 포병부대들이 신형 240mm 22관 방사포를 서북지역에 배치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서북지역이란 백령도를 지척에 둔 황해남도 해안 인근지역을 뜻한다. 주목하는 것은, 그 지역의 인민군 포병부대들에 새로 배치된 신형 240mm 22관 방사포가 기존 240mm 22관 방사포에 비해 사거리를 더 연장한 것이 아니라 파괴력을 더 강화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파괴력이 엄청나게 강화된 산포탄을 탄두부에 장착한 신형 240mm 22관 방사포를 새로 배치한 것이다. 북에서는 산포탄이라 부르고, 남에서는 집속탄 또는 확산탄이라 부른다.


산포탄 방사포를 발사하면 타격목표 상공에서 모탄 탄체가 자동으로 갈라지면서 수많은 자탄들이 넓은 공간에 퍼져 자유낙하하다가 지상물체와 접촉하는 순간 한꺼번에 폭발한다. 인민군 포병부대에 배치된 240mm 방사포탄의 탄두중량은 90kg인데, 거기에는 무게 600g짜리 자탄 150발이 들어 있다. 자탄 한 발은 수류탄 한 발과 비슷한 파괴력을 가지므로, 신형 240mm 방사포탄을 단 한 발만 쏘더라도 수류탄 150발이 터져 80㎡의 면적을 파괴하는데, 그로써 축구장만한 공간이 초토화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2010년 11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1개 방사포려단에 3개 방사포대대가 있고, 각 대대마다 방사포가 18문씩 배치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인민군 1개 방사포려단에 배치된 신형 240mm 22관 방사포는 총54문이다. 신형 240mm 22관 방사포 1문이 22발을 연속하여 쏘면 1㎢에 이르는 면적을 초토화하는데, 그처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방사포가 각 방사포려단마다 54문씩 배치된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북에서 말하는 ‘백령도 초토화작전’에 2개의 방사포려단이 동원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무력충돌이 벌어지는 시각에 인민군 방사포려단은 백령도를 향해 신형 240mm 22관 방사포 108문을 일제히 사격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인민군 포병부대에 배치된 170mm ‘주체포’도 동시에 사격하게 될 것이다. 2013년 3월 29일 인민군 2군단 포병부대가 갱도에서 꺼내 사격훈련에 동원한 장거리포는 40여 문이었으므로, 백령도 타격에 동원할 170mm ‘주체포’도 40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방사포려단이 신형 240mm 22관 방사포 108문을 일제사격하고, 인민군 포병부대가 170mm ‘주체포’ 40문을 일제사격할 때, 장갑관통산포탄(armor-piercing submunition)과 열압산포탄(thermobaric submunition)을 혼합하여 집중사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백령도에서 살아남는 것은 북에서는 덧장갑이라 부르고, 남에서는 폭발반응장갑이라 부르는 강력한 장갑방호력을 지닌 신형 전차뿐이다. 그 밖의 구형 전차, 상륙장갑차, K-9 자주포, 견인포, 공격헬기, 군용차량 등은 거대한 화염 속에서 모조리 녹아버리고 만다. 또한 지상에 서 있는 모든 건물들은 파괴될 것이며 견고한 지하방호시설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백령도 2차 공격이다.
    

인민군 4군단 26사단 49포병련대 3대대 참모장으로 근무하였다가 1997년 9월에 월남한 탈북자는 <조선일보> 2010년 4월 12일 보도기사에서 “(인민군) 4군단의 1차 타격목표로 선정돼 있는 서해 백령도는 전쟁개시와 함께 첫 타격으로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다. 섬의 특정지역을 강타하는 것이 아니라 섬전체를 하나의 목표물로 정해 포탄으로 뒤덮어버리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밀대전략’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면서 “선제타격을 받는 곳은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군출신 탈북자의 그런 발언은, 인민군 방사포려단과 포병부대의 집중타격으로 백령도 주둔 한국군 해병6여단이 반격에 나설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전멸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 <사진 3> 2012년 1월 2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항공군 제354군부대를 시찰하면서 활주로에 있는 미그-19 239호기를 살펴보고 있다. 북은 1950년대에 생산된 노후기종인 미그-19를 100대 이상 운용하고 있는데, 대지공격기로 전부 개조하였다. 백령도를 공격하기에 적합한 위치에 있는 평안남도 온천비행장에 집중배치된 미그-19 대지공격기들은, 2014년에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이 공격기들이 백령도 공격에 투입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자주민보



노후기종의 ‘화려한 변신’과 백령도 3차 공격     

백령도에 대한 인민군의 1차 공격과 2차 공격에서도 살아남은 한국군 신형 전차들을 파괴하기 위해 3차 공격이 이어질 것인데, 백령도 3차 공격에 동원되는 타격수단은 인민군 항공군의 대지공격기(ground attack aircraft)다. 백령도 공중폭격에 출격할 대지공격기에 관련하여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사진 3>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1월 20일 인민군 항공군 제354군부대를 시찰하면서 비행훈련을 지도하는 중에 활주로에서 239호 전투기를 살펴보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을 실은 <조선중앙통신> 2012년 1월 20일 보도기사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239호기를 돌아보시면서 모든 비행사들이 사회주의조국수호의 귀중한 전투기재인 비행기를 잘 관리하여 어느 때든지 출격명령을 받으면 즉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게 준비하고 있는 데 대하여 치하하시였다”고 기록되었다. 그 사진에 나타난 전투기는 스텔스도료를 기체표면에 도장하지 않은 미그(MiG)-19다.
    

소련 공군이 미그-19를 실전배치하기 시작한 때는 1955년인데, 60년 전에 등장한 미그-19를 이제껏 현역기종으로 운용하는 나라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미그-19는 군사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인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60년 묵은 미그-19를 현역기종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은 활주로에 대기 중인 미그-19 239호기를 살펴보면서 제354군부대가 그 전투기를 잘 관리하여 즉각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치하하면서 ‘귀중한 전투기재’라고 하였다.

▲ <사진 4> 인민군 항공군기지 활주로에 주기된 미그-17을 촬영한 것이다. 북은 1950년대에 생산된 노후기종인 미그-17을 107대 운용하고 있는데, 대지공격기로 전부 개조하였다. 백령도가 지척에 보이는 황해남도 과일비행장에 집중배치된 미그-17 대지공격기들은, 2014년에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이 공격기들이 백령도 공격에 투입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자주민보

    
<사진 4>는 인민군 항공군기지 활주로에 주기된 미그-17을 촬영한 것이다. 미그-17은 미그-19보다 더 오래된 노후기종인데, 6.25전쟁 중인 1952년 10월 소련 공군에 실전배치되기 시작하였다.

북은 이미 오래 전에 퇴역시켜 폐기하였을 미그-17과 미그-19를 오늘도 활발히 운용하는 중인데, 미국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민군 항공군은 미그-17을 107대 운용하고, 미그-19를 100대 이상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 같으면 거저 가져가라고 주어도 싫다고 고개를 가로저을 ‘고물전투기’를 북에서 무려 207대 이상 대량으로 운용할 뿐 아니라 ‘귀중한 전투기재’로 아끼고 있는 불가사의한 현실에는 어떤 사연이 들어있다.
    

북이 대량으로 운용하는 미그-17과 미그-19에 관한 깊은 정보를 알지 못하는 군사평론가들은 실전에서 쓸모없는 노후기종이나 잔뜩 보유하였다는 식으로 북의 공중무력을 얕보지만, 인민군 항공군이 1950년대에 생산된 노후기종을 왜 200대 이상 운용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미국의 군사평론 웹사이트 <KPA 블로거(Blogger)>에 실린 영상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영상자료의 설명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미그-17과 미그-19는 대지공격기로 전부 개조되었다는 것이다. 북에서는 각종 전투기 부품을 자체로 생산하고, 자체 기술로 전투기를 정비하고 있으므로, 인민군 항공군이 보유한 전투기들은 아무리 오래 전에 생산된 것이라 해도 출고 당시의 최적성능을 유지해오는데다가, 한반도 작전환경에 맞춰 개조까지 하였으니 실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맞춤형 작전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방에 배치된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전차, 장갑차, 자주포들은 그들이 노후기종이라고 얕보았던 인민군 대지공격기 편대가 장갑관통폭탄을 싣고 초저공 비행술로 기습폭격을 하면 순식간에 궤멸될 위험을 안고 있다.
    

<조선일보> 2013년 10월 18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그-17은 황해남도 과일군에 있는 과일비행장에, 미그-19는 평안남도 온천군에 있는 온천비행장에 각각 배치되었다. 이것은 대지공격기로 개조된 미그-17과 미그-19가 이륙 후 곧장 서해 상공으로 진입하는 과일군 및 온천군 해안지대의 항공군기지에 집중배치되었음을 말해준다. 대지공격기로 개조된 미그-17과 미그-19가 백령도를 지척에 둔 과일비행장과 온천비행장을 이륙하면 서해 상공을 초저공으로 비행하여 불과 몇 초 안에 백령도 군사시설들을 폭격하게 될 것이다. 미그-17과 미그-19가 자체 레이더를 모두 끄고 조용히 이륙하여 해수면을 스칠 듯이 초저공으로 비행하면 한미연합군 방공레이더망은 탐지하지 못한다. 예컨대 <신동아> 2000년 8월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1981년 인민군 미그 전투기 6대가 백령도 상공에 기습적으로 진입하였을 때 한미연합군 방공레이더는 2대의 항적밖에 탐지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인민군 항공군이 200대 이상의 노후기종을 위력적인 대지공격기로 개조하여 단거리 기습폭격에 투입하는 것은, 북측 언론보도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 식의 전법과 전술을 능란하게 활용하는” 작전방식으로 보인다.
    


백령도 4차 공격으로 통일전쟁 시작된다     

정밀타격미사일을 동원한 인민군 로케트군부대의 백령도 1차 공격, 방사포와 ‘주체포’를 동원한 인민군 포병부대의 백령도 2차 공격, 대지공격기를 동원한 인민군 항공군부대의 백령도 3차 공격이 연속된 직후 인민군 직승기부대(남측에서는 헬기부대)와 특수전부대가 공중과 해상에서 합동으로 백령도 4차 공격에 나서게 된다. 백령도 4차 공격에 동원되는 타격수단은 공격헬기와 공기부양정인데, 이에 관해서는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2년 7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은 2012년 5월부터 황해남도 태탄군 태탄비행장과 황해남도 봉천군 누천비행장에 공격헬기 20여 대를 전진배치하였다고 한다. 그 두 비행장은 북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인민군 항공군기지들인데, 거기서 공격헬기가 이륙하면 불과 5분 안에 백령도 상공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2013년 1월 14일 미국의 위성사진분석가 커티스 멜빈은 황해남도 태탄군 기암리에 있는 태탄비행장에 신설된 공격헬기 격납고 35개를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웹사이트 ‘노스 코리언 이코노미 웟취’에 실었다. <조선일보>는 2012년 5월에 태탄비행장과 누천비행장에 공격헬기 20여 대가 전진배치되었다고 보도했었는데, 2013년 1월에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태탄비행장에만 1개 대대 규모의 공격헬기 35대가 전진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정황을 보면, 태탄비행장과 마찬가지로 누천비행장에도 1개 대대 규모의 공격헬기 35대가 전진배치되었을 것이므로, 백령도 4차 공격에 동원되는 공격헬기는 2개 공격헬기대대로 편성된 70대다.


▲ <사진 5> 북이 1980년대 중반부터 자체로 생산하고 있는 공격헬기 '혁신-2'를 촬영한 것이다. 이 공격헬기는 23mm 기관포, 57mm 로켓포, 대전차미사일 '불새-3'을 장착하였고, 공대공미사일과 대지공격폭탄을 탑재하였다. 지금 인민군 항공군은 '혁신-2' 공격헬기 300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70대가 백령도 공격에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 자주민보

    
<사진 5>는 북이 소련산 공격헬기 Mi-2를 역설계하고 성능을 개량하여 1980년대 중반부터 자체로 생산하고 있는 공격헬기 ‘혁신-2’를 촬영한 것이다. 조선산 공격헬기 ‘혁신-2’는 23mm 기관포, 57mm 로켓포, 대전차미사일 ‘불새-3’을 장착하였고, 공식명칭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공대공미사일과 대지공격폭탄을 탑재하였다. <글로벌 씨큐리티>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북이 1990년에 100대를 보유하였던 공격헬기 ‘혁신-2’는 1995년에 140대로 증가되었는데, 2015년까지 20년 동안 140대 수준을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북이 자체로 생산하는 공격헬기 보유대수가 1995년 이후 20년 동안 단 한 대도 증가되지 않는다는 <글로벌 씨큐리티>의 예측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아마도 ‘혁신-2’의 20년 간 증산추세를 외부에서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그처럼 납득하기 힘든 예측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5년 동안 40대를 생산한 추세를 유지한다면 지난 20년 동안 160대를 더 생산하였을 것이므로, 2015년도 ‘혁신-2’ 보유대수는 300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0대에 이르는 ‘혁신-2’ 공격헬기 가운데 70대가 백령도 4차 공격에 동원되는 것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3차에 걸친 인민군의 집중타격으로 백령도 군사거점들은 이미 초토화되었을 것이므로, 4차 공격에 동원되는 ‘혁신-2’ 공격헬기들은 백령도 함락소식을 듣고 그 섬을 향해 황급히 달려오는 한국군 함대를 상대하게 될 것이다.
    

<동아일보> 2011년 9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특수부대는 백령도에서 80km 떨어진 황해남도 비파곶기지에 최정예 특수전병력 3,000명으로 편성된 해상저격려단을 배치하였다. <연합뉴스> 2012년 2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특수부대는 척당 40명씩 탑승하는 조선산 ‘공방급’ 공기부양정 70여 척을 지상계류장에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기부양정기지를 백령도에서 50km 떨어진 황해남도 고암포에 건설하였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그 공기부양정기지는 공군기지의 전투기 격납고처럼 생겼다.
    

‘공방급’ 공기부양정 70척에 나누어 탄 해상저격려단 병력 3,000명은 70대로 편성된 ‘혁신-2’ 공격헬기 2개 대대의 공중강습작전과 합동으로 불과 10분 만에 백령도에 기습적으로 상륙하게 될 것이다. 해상저격려단 병력 3,000명은 이미 초토화된 백령도에 저항을 받지 않고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백령도 4차 공격이다.
    

주목하는 것은, 백령도 4차 공격이 백령도 상륙 및 점령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북에서 말하는 통일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중앙통신> 2012년 8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서해5도 분쟁수역의 섬방어대들을 연속 시찰하면서 “적들이 감히 서툰 불질을 해대며 우리의 령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그것을 서남전선의 국부전쟁으로 그치지 말고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으로 이어가라고 단호히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비록 공식적인 작전명령은 아니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위와 같은 명령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14년에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인민군이 백령도 국지전을 한반도 통일전쟁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2013년 5월 7일 조선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는 “조선서해 5개섬부터 불바다로 타번지게 만”든 뒤에 차후명령에 따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최종비준한 작전계획에 따른 군사행동에 일제히 돌입할 것”을 명령하였다. 이 명령은 미국이 북의 통일전쟁에 무력개입을 감행할 경우 제주도로 진격하던 통일전쟁이 미국의 심장부를 공격하는 ‘조국통일대전’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의 무력충돌을 한반도 통일전쟁으로 이어가고, 통일전쟁에 대한 미국의 무력개입에 대응하여 ‘조국통일대전’으로 확전할 작전계획을 이미 2013년에 마련해둔 것이다.
    

그렇다면 북은 올해 2014년에 그 작전계획을 “광고를 내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실행에 옮길 것인가? 한국군 수뇌부의 분주한 전쟁준비활동과 강경한 대북적대발언이 이 심각한 물음에 대한 답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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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1

‘백마 타고 오는 초인’ 기다리는 말띠해

자주민보 2014년 01월 0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노래하며 자주독립투쟁의 짧은 한 생을 마감한 항일시인 이육사의 절절한 육성을 오늘 다시 듣는다. 분단시대가 69년으로 접어든 말띠해 2014년 첫 아침에 자주민보 독자들과 함께...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2014년 새해가 밝았다. 묵은 12월 달력을 한 장 떼어낸 게 아니라, 새로운 한 해를 뭉클한 가슴 속에 맞이한 것이다. 동해 푸른 물결 위로 아침노을 붉게 비치며 새해 첫 태양이 떠오르는 그 장엄한 시각, 내 가슴은 왜 뭉클한 감동을 느끼고 있었던가. 어느 옛 시인의 절절한 육성이 내 귓가에 울려왔기 때문이다.

이육사라는 이름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하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를 야만적으로 수탈하던 일제의 식민지수탈거점 조선은행 대구지점에 사제폭탄을 던진 항일투쟁에 가담하였다가 일제경찰에 체포되어 대구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던 중 자기가 입은 재소복 가슴팍에 적힌 수감번호 ‘264’를 이육사라는 필명으로 썼다고 한다.

내가 이육사와 그의 시를 잊지 못하는 까닭은, 그가 항일혁명운동에 자신을 바치면서 자기의 항일사상을 부단히 발전시켜 나간 견결한 신념의 투사이자 영원한 청년시인이기 때문이다. 피끓는 몇몇 열혈청년들이 은행지점에 사제폭탄을 던지는 파편적 투쟁으로는 강대한 일제를 타도하고 조선독립을 실현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항일사제폭탄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항일타격수단을 민중 속에서 찾아내자, 바로 이것이 이육사가 대구형무소 쇠창살 안에서 깨달은 항일혁명의 진리였다.

식민지조선의 자주독립을 실현하려면, 뿔뿔이 흩어져 절망과 탄식 속에 날을 맞고 보내는 각계각층 민중을 항일의 기치 아래 묶어세우고 그들을 강력한 대중투쟁으로 불러일으킬 핵심골간 곧 군정간부를 키워내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어느 날 이육사는 압록강 건너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에서 그가 조선혁명군 군관학교에 입교한 때는 1931년이었다. 1933년에 조선혁명군 군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압록강을 넘나들며 항일혁명운동자금을 모으고 똑똑한 조선청년들 중에서 군관학교 지원생을 모집하는 비밀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던 중 일제의 마수에 검거되었다. 그것은 청년 이육사에게 어느덧 열일곱번째 투옥이었다.

이육사의 열일곱번째 투옥은 그에게서 39년 생애를 앗아갔다. 일제교형리들의 악독한 고문을 받은 그는 경성감옥에서 쓰러져 39세의 시퍼런 나이에 항일투사로서 짧은 생을 마쳤다. 1944년 1월 16일 경성감옥 간수로부터 이육사 사망통보를 받고, 그날 저녁 5시 경성감옥으로 달려간, 이육사의 항일동지였던 이병희 여사는 코에서 피와 거품이 흐르는 시신을 부여잡고 목놓아 울었다. 일제강점기에 문필가로 이름을 날린 식민지문인들이 허다하지만, 이육사처럼 항일혁명과 자주독립의 길에 자기 목숨까지 바친 진짜배기 시인은 드물다.

그가 나서 자란 고향산천인 경상북도 안동에는 ‘이육사문학관’이 있는데, 그가 남긴 39편의 시들 가운데 후세에 가장 널리 전하는 애송시는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하여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두렴”으로 끝나는 시 ‘청포도’다. 서울에서 살 때 청포도처럼 푸르싱싱한 꿈을 꾸던 나의 학창시절, 시 ‘청포도’를 애송하였던 아련한 기억이 문득 뇌리에 스친다.

항일시인 이육사가 남긴 39편의 시를 꿰뚫고 있는 주옥같은 시어를 하나 고르라면, 나는 선뜻 기다림이라는 시어를 고르겠다. 시 ‘청포도’에서 그는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라는 시구절을 엮어가며 자기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 기다림의 사연을 노래했다. 항일시인이 절절한 육성으로 노래한 기다림이란 무엇이었나?

일제침략자들의 차디찬 쇠창살과 가혹한 고문형틀도, 그리고 조국의 푸른 하늘을 다시 우러러 볼 수 없게 만든 죽음의 마지막 순간도 이육사의 가슴에서 기다림을 결코 앗아가지 못하였나니, 그에게 기다림은 곧 자주독립과 동의어가 아니었던가. 항일투사 이육사가 자주독립이라는 투쟁구호를 외치다 그 길에 목숨을 바쳤다면, 항일시인 이육사는 기다림이라는 시어로 시를 쓰다가 그 길에 목숨을 바친 것이다.

활활 타는 불꽃처럼 식민지시대의 어둠과 싸우며 살았던 이육사가 오늘 무덤에서 다시 일어난다면, 분단시대의 어둠 속에서 웅성거리며 서 있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질타할지 모른다. “미국놈들이 갈라놓은 삼천리 금수강산이 69년 동안 피눈물 흘리는데 어찌하여 너희들은 여태 조국을 통일하지 못했느냐!” 이육사의 시세계를 지배하는 기다림의 언어를 가장 빼어난 시적 형상으로 빚어낸 그의 대표작은 ‘광야’라는 시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나는 조국분단 69년이 되는 갑오년 새해를 맞으며 시 ‘광야’를 다시 읽었다. 조국에서 멀리 떨어진 뉴욕의 하늘 아래서 그가 노래한 ‘광야’를 마음의 눈길로 오래도록 바라보던 내 눈가에 눈물이 젖어들었다. 바로 그 때, 눈물에 젖어 뿌연 시야를 뚫고 펼쳐진 광야 한 복판에서는 어느덧 말발굽 소리 우렁우렁 울려와 내 가슴을 마구 흔들었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아침노을 속에서 홀연히 다가오고 있었다. 말띠해를 맞은 분단시대의 광야에 서서 나도 그 옛날 시인처럼 목놓아 부르고 싶었다. 이육사가 부르다가 쓰러진 기다림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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