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7

백악관의 실패원인, 역사는 알고 있다

[한호석의 개벽에감](349)
자주시보 2019년 05월 2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백악관이 미사일협상에 매달린 이유
2. 즉석에서 제시된 파격적인 미사일해법
3. 조선의 우라늄농축문제 물고 늘어진 미국
4. 핵무기를 더 많이 만드는 조선
5. 완전히 파탄된 미국의 공중정찰작전


1. 백악관이 미사일협상에 매달린 이유

가을정취가 짙어가던 2000년 10월 24일 평양고려호텔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조선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진행한 기자회견이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클린턴 대통령의 친서를 전하고 3시간 동안 회담하였으며, 조명록 차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백남순 외무상과 각각 회담하였다. 그처럼 중요한 방문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장에 나왔으므로, 내외신 취재진은 그가 과연 무슨 이야기를 꺼내놓을지 무척 궁금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중에서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발언은 다음과 같다.

“김정일 위원장과 나는 조선의 고유한 미사일 프로그램과 미사일 수출 등 미사일에 관한 상호관심사를 폭넓게 논의하였다.”

“나는 다음 주에 두 나라 미사일전문가들이 회담을 재개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위와 같은 발언을 들어보면, 2000년 당시 조미협상의제는 핵문제가 아니라 미사일문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클린턴 행정부 시기의 백악관은 조선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었고, 조선의 미사일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었다. 그런 사실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조선을 방문하기 14일 전인 2000년 10월 9일 조명록 차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하여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10월 12일 평양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 사이의 공동코뮈니케’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조미공동코뮈니케에는 다음과 같은 합의사항이 들어있다.  

“쌍방은 미사일문제의 해결이 조미관계의 근본적인 개선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은 새로운 관계구축을 위한 또 하나의 노력으로 미사일문제와 관련한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모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 미국측에 통보하였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백악관이 그처럼 핵문제를 외면하고 미사일문제에만 매달린 까닭은 다음과 같은 사연에서 밝혀진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00년 10월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을 방문한 매들리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환영하기 위해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마련한 만찬 중에 축배를 드는 장면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에게 파격적인 미사일해법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2000년 12월 안에 평양에서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미사일해법을 최종적으로 타결하자는 놀라운 제안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냈다. 만약 클린턴 대통령과 참모들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미사일해법을 받아들였다면, 오늘 우리 겨레는 자주적 평화통일이 실현된 나라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1) 클린턴 대통령과 참모들은 조선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조선이 핵무기 개발을 막 시작한 초보적 수준에 있는 것으로 오판하였다. 미국의 탐사보도기자 쎄이무어 허쉬가 잡지 <뉴욕커> 2003년 1월 27일부에 발표한 장문의 기사에 따르면, 2002년 6월 미국 중앙정보국은 부쉬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조선의 핵무기개발현황을 분석한 ‘국가정보평가서’를 제출하였는데, 거기에는 “1997년 이후 정밀기술, 핵탄두설계정보, 핵무기시험자료 등을 파키스탄으로부터 넘겨받은” 조선이 우라늄을 농축하여 핵폭탄을 만들고 있다는 정보판단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1999년 조선이 파키스탄에게 정밀한 핵탄두설계도를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미국 중앙정보국은 거꾸로 파키스탄이 핵탄두설계정보 등 핵무기기술자료를 조선에게 넘겨준 것으로 오판하였고, 조선이 파키스탄에서 핵무기기술을 이전받아 핵폭탄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오판하였다. 오판이 더 큰 오판을 낳은 것이다.

2019년 5월 20일 <자주시보>에 실린, ‘파키스탄과 리비아를 거쳐 미국에 간 조선의 핵탄두설계도’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가 상세히 논한 것처럼, 6.25전쟁이 끝난 뒤 1950년대 말, 소련으로부터 핵폭탄설계도와 무기급 플루토늄 200kg을 입수하고 핵무기제조기술을 전수받았던 조선은 1960년대 중반에 핵폭탄을 10발 정도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 발로치스탄주 차가이사막에 건설된 임시핵시험장에서 비공식 핵시험을 진행하였으며, 1999년에 평양을 방문한 파키스탄 핵무기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에게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된 핵탄두 3발을 보여주고 핵탄두설계도 사본을 넘겨주었다. 그런데 미국 중앙정보국은 그런 중요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국가정보평가서’에 뚱딴지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던 것이다. 

뚱딴지같은 소리가 담긴 ‘국가정보평가서’를 읽은 클린턴 대통령과 참모들이 조선의 핵문제에 대해 오판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전략적 오판에 빠진 클린턴 대통령과 참모들은 조선이 1999년에 파키스탄으로부터 기술자료를 넘겨받아 핵개발을 시작했으니, 2005년쯤 되면 일류쉰-76 전략수송기에 실을 크고 무거운 ‘원시적인 핵폭탄’이나 한 두 발쯤 만들지 않을까 예상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핵협상을 외면하고, 미사일협상에 매달렸다.  

(2) 1991년에 파키스탄은 중국에서 탄도미사일을 수입하였다. 미사일을 해외에 수출하는 경우 사거리를 300km로 제한하고, 탄두중량을 500kg으로 제한한다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규정을 준수하는 중국은 사거리가 290km밖에 되지 않는 전술미사일을 파키스탄에 수출하였다. 파키스탄은 중국산 전술미사일을 역설계한 복제품을 만들어 1997년 7월 4일에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는데, 당시 파키스탄이 절실히 요구한 것은 전략미사일이었다. 핵탄두를 장착할 중거리탄도미사일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파키스탄에게 전략미사일 개발기술을 지원해줄 나라는 조선밖에 없었다. 중국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의 수출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려고 조심했고, 로씨야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파키스탄은 그 두 나라에게 전략미사일수출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압둘 카디르 칸은 당시 파키스탄 총리 베나지르 부토에게 조선의 전략미사일 개발기술을 전수받는 의견을 내놓았다. 칸의 의견을 받아들인 부토 총리는 측근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선을 방문하였다. 그날은 1993년도 다 저물어가던 12월 29일이었다. 영국 출신 언론인들이며 국제정치저술가들인 에이드리언 레비와 캐더린 스캇-클락이 공동집필하여 2007년 10월에 펴낸 ‘속임수: 파키스탄, 미국, 국제핵거래음모’라는 제목의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에 도착한 부토 총리는 김일성 주석에게 파키스탄의 숙적인 인디아로부터 핵공격위협을 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관해 하소연하였고, 인디아 내륙 깊숙이 날아갈 중거리탄도미사일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미사일설계도를 요청하였다. 부토 총리의 하소연을 들으며 미국으로부터 핵공격위협을 받고 있는 조선의 상황을 생각한 김일성 주석은 파키스탄을 도와주기로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김일성 주석은 부토 총리가 평양을 떠나기 전날 밤, 화성-7 설계도가 저장된 컴퓨터 디스크 보따리를 그에게 주었다.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화성-7은 사거리가 1,500km이고, 5축10륜 발사대차량에 싣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화성-7 탄체에는 우리글 자음 ㅈ과 9개 자리 숫자가 일련번호로 새겨져 있는데, ㅈ은 전략미사일이라는 뜻이다. 당시 파키스탄의 숙적인 인디아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아직 갖지 못했다.    

파키스탄은 화성-7 설계도를 받았으나, 그들의 기술로는 전략미사일을 만드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요구되었다. 신속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다급한 심정을 안고 1994년에 조선을 찾아온 칸과 파키스탄 군사지휘관들에게 조선은 화성-7 완제품 10발을 넘겨주었고, 조선의 미사일기술자 10명을 파키스탄에 파견하여 전략미사일개발을 직접 지도해주었다. 그렇게 되어 파키스탄은 1998년 4월 6일 화성-7을 복제한 중거리탄도미사일 가우리를 시험발사할 수 있었다. 

인디아의 핵공격위협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파키스탄에게 보내는 조선의 지원과 방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키스탄은 조선의 전폭적인 기술지원을 받아 가우리 전략미사일을 만들었으나, 핵탄두를 가우리에 장착할 만큼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하는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칸과 파키스탄 군사지휘관들은 1999년에 조선을 또 다시 찾아갔다. 조선은 그들에게 소형화, 경량화된 핵탄두 실물 3발을 보여주면서 핵탄두설계도가 저장된 방대한 분량의 컴퓨터 파일 복사본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200발도 수출하였다. 조선이 탄도미사일을 한번에 200발씩 대량수출한 것은 엄청난 미사일생산능력을 가졌음을 말해준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조선이 핵탄두설계도를 파키스탄에게 넘겨주었다는 극비정보는 알지 못했고, 조선이 파키스탄에게 화성-7 제조기술을 이전하고,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수출하였다는 정보만 파악하였다. 중앙정보국의 정보보고를 통해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백악관은 조선의 미사일기술이전을 차단하고, 미사일생산능력을 억제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였다. 바로 이것이 클린턴 대통령과 참모들이 조선과의 미사일협상에 매달리게 된 사연이다.    


2. 즉석에서 제시된 파격적인 미사일해법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은 자주적 평화통일의 앞길을 밝혀주는 6.15공동선언을 채택, 발표하였다. 민족의 가슴마다 통일열기가 끓어올랐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조선은 미국을 상대로 미사일협상을 진행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은 미사일협상을 넘어 원대한 목표를 지향하였다. 미사일협상이라는 강력한 지렛대로 백악관을 움직여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거하는 자주와 평화의 대격변을 일으키고, 6.15공동선언에 명시된 연방제통일을 실현하는 결정적인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것, 바로 이것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자주통일전략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자주통일전략은 미사일해법으로 펼쳐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시한 미사일해법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는데, 2001년 3월 22일 미국 외교문제협의회(CFR) ‘한반도변화관리특별전문의원회’가 부쉬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서한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시한 미사일해법은 조선이 미사일수출을 중단하는 것에 상응하여 미국은 매년 10억 달러를 현금 또는 현물로 보상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이 조선의 인공위성발사를 지원해주는 것에 상응하여 조선은 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 및 생산을 중단하고 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가입한다는 것이었다. 파격적인 미사일해법이었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12월 안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조선을 방문하면 미사일해법을 최종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합의방법과 합의시한까지 제시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파격적인 미사일해법을 받은 클린턴 대통령은 이것이 자기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호기임을 직감하였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시기인 2000년 12월 중에 조선을 방문하여 미사일협상을 최종적으로 타결하려고 서둘렀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커다란 걸림돌이 평양으로 향하려던 클린턴 대통령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00년 10월 1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차수와 일행이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을 접견한 뒤에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조명록 차수는 먼저 국무부를 방문하였는데, 거기서 백악관으로 출발하기 직전 양복을 군복으로 갈아입고 백악관에 들어섰다. 위의 사진을 보면, 클린턴 대통령 옆에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리용호 부상의 모습이 보이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웬디 셔먼 국무부 특별보좌관의 모습이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미사일해법을 받아가지고 워싱턴으로 돌아온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으로부터 방문보고를 받은 직후 백악관에서 대책회의를 소집하였다. 2001년 5월 1일 서울에서 발간된 <민족 21>은 그 대책회의에 관해 다음과 같은 사연을 전해주었다. 

대책회의에는 주한미국대사 출신들인 제임스 릴리, 제임스 레이니, 도널드 그렉, 그리고 사회과학연구협의회 동북아시아협력안보프로그램 책임자 레온 씨걸 등이 참석하였다. 참석자들의 의견은 세 갈래로 갈라졌다. 레온 씨걸은 클린턴 대통령의 조선방문을 지지하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고, 제임스 릴리와 제임스 레이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미사일해법을 검증하기 전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조선을 방문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고, 도널드 그렉은 조선과 미사일협상을 개최하여 미사일해법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확인한 뒤에 클린턴 대통령이 조선을 방문하면 좋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절충안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렇게 되어 2000년 11월 1일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조미미사일협상이 진행되었다. 

미사일협상에서 조선은 미국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미사일해법을 실행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2000년 12월에 조선을 방문하면 미사일해법이 최종적으로 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워싱턴에 감돌던 지배적인 의견은 신중론이었다. 신중론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미사일해법에 대한 무지와 불신, 편견과 오해가 뒤엉킨 오판이었다. 워싱턴의 신중론자들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조선방문을 마치고 평양을 떠나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했던 다음과 같은 극적인 장면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바로 어제(2000년 10월 23일) 우리는 대집단공연(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뜻함-옮긴이)을 함께 관람하던 중에 조선의 대포동미사일(인공위성 광명성-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백두산위성운반로켓을 뜻함-옮긴이)의 영상이 (공연장 배경대) 화면에 나타났다. 바로 그때 김정일 위원장이 나에게 이것은 첫 번째 위성발사이며 동시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처럼 극적인 분위기 속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에게 진정성 있는 미사일해법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조선에 대한 무지와 불신, 편견과 오해에 사로잡힌 워싱턴의 신중론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진심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신중론자들이 평양으로 향하려던 자신의 발걸음을 붙잡아버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좌고우면하며 어물어물하던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12월 21일 아침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대중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김하중은 2015년 1월에 출판된 자신의 회고록에서 당시 정황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전에 조선의 미사일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자신의 조선방문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2001년 1월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워싱턴에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튿날 클린턴 대통령은 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워싱턴 방문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전하였다.  

그러나 그런 희망은 허망한 것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통령 권한을 당선인 부쉬에게 넘겨주고 사실상 자연인으로 돌아간 클린턴과는 정상회담을 할 수 없었다. 더욱이 2000년 11월 7일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복잡한 선거개표문제 때문에 12월 13일에 가서야 당선이 확정된 부쉬는 클린턴의 조선방문을 반대하였으므로, 정상회담은 고사하고 미사일협상마저 중단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클린턴 대통령이 조선을 방문하여 미사일해법을 타결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야 보나마나, 조선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거기에 장착되는 메가톤급 열핵탄두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미국은 국가안보파탄위험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에 대한 무지와 불신,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백악관은 절호의 기회를 놓쳤고, 그로써 국가안보파탄위험이라는 불행 속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3. 조선의 우라늄농축문제 물고 늘어진 미국

1998년 4월 6일 파키스탄은 가우리 전략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 발사대차량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른 그 미사일은 9분 58초 동안 비행하면서 정점고도 350km에 도달하였고, 1,100km를 날아가 발로치스탄 사막에 설치된 타격목표에 명중하였다. 파키스탄에 파견되어 미사일개발기술을 전수해온 조선의 미사일기술자 10명은 그것으로 자기 임무를 완수하였다. 

1998년 5월 어느 날, 귀국을 앞둔 조선의 미사일기술자들에게 칸은 우라늄농축장비인 P-1(1세대 원심분리기) 20기를 감사표시로 조선에 보내겠다고 하였다. 조선의 미사일기술자들은 이왕이면 P-2(2세대 원심분리기)를 달라고 했다. 칸은 상부와 협의하고 나서 그들이 요구한 P-2 원심분리기 4기를 감사표시로 조선에 보냈다.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감시하던 미국 중앙정보국은 파키스탄의 원심분리기가 조선에 넘어간 것을 알았다. 중앙정보국은 조선이 그 원심분리기를 역설계하여 독자적으로 원심분리기를 개발할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중앙정보국은 감시의 눈초리를 조선의 우라늄농축에로 돌렸다.   

조선의 미사일기술자들이 P-2 원심분리기 4기를 가지고 귀국한 때로부터 4년이 지난 2002년 10월 3일 아침, 미국 공군 수송기 한 대가 평양국제공항에 착륙하였다. 미국인 8명이 내렸다. 그들은 미국 대표단 성원들이었다. 대표단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제임스 켈리를 단장으로 하고, 대조선교섭담당 대사 잭 프릿처드, 코리아과장 데이빗 스트로브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들이 평양에 도착하였던 2002년은 조미관계가 악화된 때였다. 2002년 1월 29일 부쉬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발표하면서 조선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모독하는 폭언을 내뱉었고, 2002년 5월 국무차관 존 볼턴은 부쉬보다 한 술 더 떠서 조선, 이라크, 이란, 리비아, 수리아, 꾸바를 모조리 싸잡아 ‘악의 축’이라고 모독하는 2차 폭언을 토해냈다. 폭언과 모독의 광란은 협상을 중단하고, 대결을 재개하려는 흉심의 표출 이외에 다른 게 아니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02년 1월 29일 조지 부쉬 대통령이 연방상하원 앞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장면이다. 그의 뒤에서 딕 체니 부통령과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이 손뼉을 치고 있다. 부쉬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조선, 이란, 이라크를 이른바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폭언을 내뱉었다. 그가 그런 폭언을 내뱉은 것은 이전 클린턴 행정부가 진행해오던 조선과의 미사일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조선에 대한 핵대결도발책동을 시작하려는 흉심의 표출이었다. 부쉬 행정부는 2002년 10월 조선의 우라늄농축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제네바 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였고, 2003년에는 조선에 대한 핵대결을 도발하여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8천만 민족의 안전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한 제2차 조미핵위기는 그렇게 조성되었다.     

조선과 미국이 그처럼 험악한 분위기 속에 있었던 때에 미국 대표단이 평양에 나타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해하기 힘든 사연은 2009년 11월 18일 데이빗 스트로브가 서울을 방문하였을 때 <연합뉴스> 취재기자에서 털어놓은 회고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2002년 10월 국무부 코리아과장으로 미국 대표단에 망라되어 조선을 방문하였던 스트로브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2002년 10월 3일 미국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한 첫날 오후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켈리 국무부 차관보를 각각 양측 수석대표로 하는 협상이 진행되었다. 켈리 차관보는 “우리는 조선이 고농축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추궁발언을 꺼내놓았다.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김계관 부상은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하면서 “이것은 조미관계의 진전을 바라지 않는 자들의 책동”이라고 맞받아쳤다. 첫째날 협상은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둘째날 오전에 협상이 재개되었는데, 켈리 차관보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조선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자기들이 알고 있다느니 뭐니 하면서 추궁발언을 또 다시 꺼내들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셋째날 오후 5시에 마지막 협상이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김계관 부상보다 직급이 높은 강석주 제1부상이 나왔다. 그는 “어제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고위책임자들이 회의를 진행하여 논의한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하면서 30분 동안 발언하였다. 

스트로브는 2009년 11월 서울에서 만난 취재기자에게 자신의 회고담을 들려줄 때, 강석주 제1부상의 발언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켈리 차관보의 발언내용만 주로 언급하였다. 자기들에게 불리한 정황은 덮어두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황만 드러내는 화술이다. 

켈리 차관보가 조선의 우라늄농축에 관한 의혹을 물고 늘어지자, 강석주 제1부상은 “그런 것은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그것보다 더 강한 것도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미국이 우려하는 문제를 담판으로 해결할 수 있다. 최고령도자급 회담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주 제1부상의 위와 같은 발언은 조선의 우라늄농축을 자인한 것이 아니라, 2000년 12월에 성사될 뻔하다가 부쉬의 반대로 무산된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여 핵문제를 해결하자는데 강조점을 찍은 것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는 조미정상회담밖에 없으므로, 당시 부쉬 대통령이 조선을 ‘악의 축’으로 모독하면서 조미관계를 악화시켰지만, 그런 그에게도 과거를 묻지 말고 조미정상회담을 다시 준비하자고 제안한 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량 있는 협상의지였다.


4. 핵무기를 더 많이 만드는 조선  

그러나 부쉬 대통령과 참모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량 있는 협상의지를 외면하였을 뿐 아니라, 강석주 제1부상이 켈리 차관보와 회담하는 중에 조선의 우라늄농축을 사실상 인정하였다느니, 또는 조선이 원심분리기 제조에 사용할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수입했다느니 뭐니 하면서 마구 떠들어댔다. 

부쉬 대통령과 참모들이 2002년 10월부터 조선의 우라늄농축문제를 물고 늘어진 까닭은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1994년 10월 21일 조선과 미국이 채택, 발표한 제네바 기본합의에서 미국은 조선에게 경수로 2기를 2003년까지 지어주기로 하였고,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명의로 작성한 공약이행담보서한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냈으면서도 착공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1997년 10월에 착공식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공약이행시한으로 정해진 2003년이 눈앞에 다가온 2002년 말이 되자, 부쉬 행정부는 미국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덮어버리기 위해 제네바 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렸다.  

미국의 일방적인 합의파기는 핵대결도발음모로 이어졌다. 정세는 극도로 긴장되고 있었다. 8천만 민족의 안전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미국의 핵대결도발과 그에 맞서싸우는 조선의 대응행동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함경남도 신포의 금호지구에 있는 경수로 공사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은 1994년 10월 21일 조선과 채택한 제네바 기본합의에서 조선이 플루토늄핵시설을 폐쇄하는 것에 상응하여 신포에 100만킬로와트급 경수로 2기를 2003년까지 건설해주겠다고 공약하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네바 기본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담보서한까지 보냈다. 신포 경수로 건설비는 46억 달러인데, 미국은 건설비의 70%인 32억2천만 달러를 김영상 정부에게 떠넘겼다. 클린턴 행정부가 경수로 건설비를 한국, 일본, 유럽연합에게 떠넘기기 위한 경비분담협상을 벌여놓은 바람에 경수로 건설공사 착공은 1997년 8월 19일로 늦춰졌다. 그런데 2002년 10월 부쉬 행정부는 조선의 우라늄농축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이전 클린턴 행정부가 조선과 채택한 제네바 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렸다. 경수로 건설도 중단되고 말았다. 미국의 합의파기농간 때문에 한국이 경수로 건설비로 지출한 11억3,700만 달러, 일본이 지출한 4억700만달러, 유럽연합이 지출한 1,800만달러가 하루아침에 허공에 날아갔다.     

2002년 1월 부쉬 행정부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연방의회에 비공개로 제출하였다. 그 문서에서 부쉬 행정부는 조선, 이란, 이라크, 리비아, 수리아가 “즉시적이고, 잠재적이고, 예상할 수 없는 도발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핵공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는 나라들”이라고 지목하면서, 미국 국방부에게 핵전쟁계획을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고 서술하였다. 그들이 말한 핵전쟁계획은 선제핵타격계획을 뜻하는 것이었고, 선제핵타격계획에 선정된 1차 대상은 미국의 전쟁광신자들이 가장 적대시하는 조선이었다.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인데, 전쟁광신자들이 노골적인 핵전쟁도발책동까지 벌여놓았으니, 조선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조선은 2003년 2월 10일 외무성이 발표한 성명에서 분노를 표출하였다. 

“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다. (중략) 우리는 이미 부쉬 행정부의 증대되는 대조선고립압살정책에 맞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단호히 탈퇴하였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 우리의 핵무기는 어디까지나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위에 명시된 것처럼, 조선은 미국의 핵공격위협에 대응하여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였을 뿐 아니라, 앞으로 핵무기를 더 많이 만들겠다고 성명하였다. 조선이 그처럼 명백한 어법으로 성명했는데도, 무지와 불신, 편견과 오해에 사로잡힌 부쉬 대통령과 참모들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 조선이 파키스탄으로부터 핵무기개발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오판한 그들은 조선이 실전에서 사용하지 못할 만큼 크고 무거운 핵폭탄 3~4발을 만들어놓고 허세를 부리는 줄로 착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조선이 그런 원시적인 핵폭탄을 몇 발 더 만든다고 해도 미국의 국가안보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오판하였다. 부쉬 대통령과 참모들이 그런 착각과 오판에 빠졌으므로, 그들은 2002년 10월 5일 평양에서 진행된 셋째날 협상에서 강석주 제1부상이 켈리 차관보에게 전한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무시해버렸다.  

그러나 만일 부쉬 대통령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조선은 핵보유-핵증산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고, 조미핵대결은 중지되었을 것이며, 조미핵협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5. 완전히 파탄된 미국의 공중정찰작전

전략적 오판에 사로잡힌 부쉬 대통령과 참모들은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길을 선택하였다. 핵협상을 중단하고 핵대결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결코 이기지 못하고 종당에는 패배할 수밖에 없는 핵대결이었다. 

미국이 도발한 핵대결은 조선을 핵무기증산과 핵무력완성의 길로 이끌어갔다. 당시 부쉬 대통령과 참모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핵대결을 선택한 때로부터 15년이 지난 2017년에 조선은 마침내 메가톤급 수소탄두 기폭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고,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조미핵대결 25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백악관의 전략적 오판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파탄위험에 빠뜨리는 근본원인으로 되었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조선은 부쉬 행정부의 핵대결도발에 단호한 대응조치로 맞섰다. 조선이 2003년 2월 10일 핵보유-핵증산 성명을 발표한 것은 부쉬 행정부의 핵대결도발을 강하게 내리친 대응조치였다. 

조선의 핵보유-핵증산 성명으로 심하게 얻어맞은 미국의 전쟁광신자들을 이성을 잃고 광분하였다. 그들은 조선에 대한 선제공격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뉴욕타임스> 2003년 2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국 국방부는 조선에 대한 “외과수술식 미사일공격, 집중폭격,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선제공격”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한다.  

전쟁광신자들은 선제핵타격을 감행하기에 앞서 공중정찰활동부터 서둘렀다. 2003년 3월 2일 뜻밖의 사건이 터졌다. 그날 오전 탄도미사일발사준비에 관련된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미국 공군의 RC-135S 정찰기 한 대와 통신신호정보를 수집하는 일본해상자위대 EP-3E 정찰기 한 대가 겁도 없이 조선을 정찰하려고 동해 상공에 나타났다. RC-135S 정찰기가 앞섰고, EP-3E 정찰기가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의 정찰비행을 감시하던 조선인민군 항공군은 그 두 정찰기를 공중에서 나포해 강제착륙시키기 위해 미그-29 전투기 2대와 미그-23 전투기 2대를 긴급히 출동시켰다. 뜻밖의 위험에 빠진 정찰기들은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사진 5> 

▲ <사진 5> 2012년 1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인민군 공군 제1017군부대를 시찰하고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를 지도하였다. 평안북도 선천군에 있는 그 부대는 오중흡7련대 칭호를 받은 정예부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부대 시찰과 전투비행훈련지도를 마치고 부대장의 집을 방문하였다. 위의 사진은 부대장의 집을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허룡 부대장과 그의 아내 김성실의 손을 다정히 잡고 걸어나오는 장면이다. 허룡 부대장은 2003년 3월 2일 조선 동해안에서 241km 떨어진 공역에서 정찰활동을 벌이던 미국 공군 RC-135S 정찰기와 일본해상자위대 EP-3E 정찰기를 공중에서 나포하여 강제착륙시키는 항공작전에 출전하였던 4명의 전투비행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들은 정찰기들이 자기들의 접근비행을 포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전투기에서 발신되는 모든 전파장치를 끄고 오로지 전투비행사의 육안식별과 비행감각에만 의존하여 해수면을 스치는 듯한 무전파초저공비행으로 240km를 날아가, 15m까지 바짝 접근하였고, 20분 동안 그 정찰기들의 주위를 포위비행하면서 나포위협과 격추위협으로 그들의 정신을 쑥 빼놓았다. 혼비백산한 정찰기들은 전속력으로 도망쳐 나포위험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허룡 부대장은 이 항공작전에서 세운 공로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받았다. 미국과 일본이 정찰기 두 대를 동해에 출동시킨 것은 조선에 대한 선제핵타격을 준비하기 위해 감행한 공중정찰작전이었는데, 조선의 전투비행사들은 용맹한 무전파초저공비행으로 미일합동공중정찰작전을 완전히 파탄시켰다.     

조선인민군 전투기들은 정찰기 전방에 바짝 붙어 비행하다가 추력엔진을 분사하여 비행을 방해하는가 하면, 어느 새 정찰기 후방에 따라붙어 비행하다가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사격통제레이더를 켜면서 격추위협을 가했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가 엄지손가락 하나만 살짝 누르면 공대공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날아가 그 두 정찰기를 바다에 쳐박을 판이었다. 20분 동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그 두 정찰기는 전속력으로 도망쳐 나포위험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전쟁광신자들이 선제핵타격을 준비하기 위해 감행한 공중정찰작전은 완전히 파탄되었다.  

이 경악할 사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발칵 뒤집어졌다. 전쟁광신자들은 새로운 핵전쟁계획을 작성하려고 서둘렀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제임스 엘리스 전략사령관에게 새로운 핵전쟁계획을 작성하라고 지시하였다. 그 지시에 따라 미국 전략사령부가 새로운 핵전쟁계획을 작성하였는데, 그것이 2003년 3월 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제출된 ‘전략핵전쟁계획서’라는 제목의 극비문서다. 

미국이 핵전쟁을 도발하려면 계획서는 물론 작전계획도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 전략사령부는 조선의 군사전략거점들을 선제핵타격으로 파괴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작성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2003년 11월에 완성된 ‘개념계획(CONPLAN) 8022’다. 2004년 6월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개념계획 8022’를 발효시키는 ‘임시적인 전지구적 타격 경계명령(Interim Global Strike Alert Order)’을 전략사령부에 하달하였다. 이 명령은 조선에서 공격징후가 나타나는 즉시, 미국이 지상군을 파견하기 전에 장거리스텔스전략폭격기 B-2 편대와 장거리전략폭격기 B-52H 편대를 재빨리 출동시켜 조선의 군사전략거점들을 선제핵타격으로 파괴하는 실전준비를 명령한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핵안보연구가 핸스 크리스텐슨이 2008년 7월 25일 미국과학자동맹(FAS) 웹싸이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4년 가을 제임스 카트롸잇 전략사령관은 ‘개념계획 8022’를 슬그머니 철회하였다고 한다. 전쟁광신자들이 광분했던 핵전쟁도발책동은 물거품처럼 꺼졌다. 

그로부터 어언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백악관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기간에 겪었던 실패경험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망각의 늪에 빠져있다. 조선에게 리비아식 비핵화를 적용하려는 망상이 망각의 늪에서 독초처럼 자랐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망각과 망상의 이중주에 맞춰 어지럽게 오판의 춤을 추며 돌아가고 있다. 망각과 망상은 2019년 12월이 가기 전에 그들에게 전략적 실패를 안겨줄 것이다.

2019/05/21

파키스탄과 리비아를 거쳐 미국에 간 조선의 핵탄두 설계도

[한호석의 개벽예감)(348)
자주시보 2019년 05월 2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압둘 카디르 칸의 국제핵거래망과 CIA의 고용간첩들
2. 압수한 기밀자료 놓고 신경전 벌인 미국과 스위스
3. 설계도에 나오는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된 핵탄두
4. 왜 우라늄핵탄 만들지 않고, 플루토늄핵탄 만들었을까? 
5. 우라늄핵탄, 플루토늄핵탄, 수소탄 만드는 동방의 핵강국 


1. 압둘 카디르 칸의 국제핵거래망과 CIA의 고용간첩들

2003년 6월 21일 목가적인 풍경이 흐르는 스위스 동부지역의 조용한 산간마을 제니스에 외지인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은 빅 블랙 리버 테크놀로지라는 유령회사의 최고경영인으로 위장하고, 제임스 킨스먼과 션 매허피라는 가명을 쓰는 미국 중앙정보국 소속 공작원들이었다. 공작원 두 사람은 제니스에서 고용간첩을 만나 비밀계약을 체결하였다. 비밀계약의 내용은 진공밸브(vacuum valve)의 지적 소유권 및 판매권을 고용간첩들이 소유한다는 것, 그리고 중앙정보국이 고용간첩에게 지급하는 공작금 100만 달러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로드 타운에 설립된 위장회사인 트라코 그룹 인터내셔널의 은행계좌에 입금한다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 2008년 8월 25일) 

진공밸브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의 핵심부품이다. 원심분리기(centrifuge)는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 또는 핵무기의 핵물질을 만드는 우라늄농축장비다.  

제니스에서 비밀계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4개월이 지난 2003년 10월, 리비아로 가던 도이췰란드 선적 화물선 BBC 차이나가 이딸리아 남부 타란또항에서 전격 나포되었다. 나포사건의 배후에 미국이 있었다. 나포된 화물선을 수색하자, P-1 원심분리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주문한 장비들이다. 

원심분리기를 압수한 미국은 가다피 정권의 비밀핵개발계획이 드러났다고 떠들어대면서 리비아에게 핵포기를 강요하였다. 미국의 드센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가다피 정권은 핵개발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찰단을 리비아에 급파하여 P-1 원심분리기, 우라늄농축공장 설계도, 핵탄두 설계도를 모조리 압수하였다. 그 핵탄두 설계도는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어느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세탁물보관자루에 쌓여있었다. 이런 정황은 가다피 정권이 가지고 있던 P-1 원심분리기, 우라늄농축공장 설계도, 핵탄두 설계도가 파키스탄에서 만들어졌음을 말해준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에 나타난 것은 미국이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에게서 압수하여 2004년에 미국 본토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반출해온 원심분리기들이다. 테네시주 오크리지에는 핵무기연구소인 오크리지국립실험소가 있다. 위의 사진에 나타난 원심분리기들은 나무상자에 2기씩 들어있다. 이 원심분리기들은 파키스탄이 개발한 P-1(1세대 원심분리기)이다. 가다피 정권은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이 운영하는 국제핵거래망을 통해 이 원심분리기를 수입하여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칸의 국제핵거래망에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고용간첩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중앙정보국은 고용간첩들이 보내주는 첩보를 분석하면서 국제핵거래망을 감시, 추적해왔다. 리비아와 이란은 칸의 국제핵거래망을 통해 핵무기개발장비와 핵탄두 설계도 등을 입수하려고 하다가 미국 중앙정보국의 차단공작에 걸렸다.     

가다피 정권은 파키스탄이 제작한 P-1 원심분리기를 10,000개나 수입하여 우라늄농축공장을 건설하려던 판이었는데, 만일 그 공장이 미국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계획대로 건설되었다면, 해마다 핵탄두 10발씩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 2004년 2월 12일)

미국 중앙정보국과 영국 정보기관 M16은 리비아에서 압수한 원심분리기, 우라늄농축공장 설계도, 핵탄두 설계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든 압수물품들이 국제핵거래망을 통해 리비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디언 2008년 6월 15일) 여기서 말하는 국제핵거래망은 당시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 총책임자였던 압둘 카디르 칸이 운영해온 국제핵거래망이다. 미국은 칸의 국제핵거래를 불법으로 낙인찍었지만, 실제로 국제핵거래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자기가 핵거래를 하면 합법이고, 남이 핵거래를 하면 불법이라는 미국의 이중적 법리판단이야말로 궤변 중의 궤변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에 고용된 스위스 국적 간첩 3명이 칸의 국제핵거래망에서 핵심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중앙정보국의 고용간첩들은 프리드리히 티너, 우르스 티너, 마르코 티너다. 프리드리히는 우르스와 마르코의 친아버지이고, 우르스는 마르코의 친형이다. 

프리드리히 티너는 진공밸브를 발명하여 국제특허까지 받은 스위스의 저명한 기계공학자다. 그가 개발한 진공공학기술은 기계공업부문과 우라늄농축부문에서 사용되는 이중용도의 첨단기술이다. 원심분리기에 핵심부품으로 들어가는 진공밸브를 개발한 것을 인연으로 하여, 프리드리히 티너는 1970년대 중반 이후 근 30년 동안 압둘 카디르 칸과 함께 일해왔다. 

칸과 손잡고 원심분리기를 개발해온 프리드리히 티너는 칸이 운영하는 국제핵거래망에 자연스럽게 관여하게 되었는데, 가다피 정권이 칸의 국제핵거래망을 통해 원심분리기를 수입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칸과 티너 3인의 관계는 더욱 밀착되었다. (뉴욕타임스 2008년 8월 25일) 

그러나 칸은 티너 3인이 미국 중앙정보국의 고용간첩들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중앙정보국은 티너 3인의 간첩활동을 통해 칸의 국제핵거래망을 손금 보듯 들여다보며 감시했다. 클린턴 행정부와 부쉬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장을 지낸 조지 테닛은 국장직에서 퇴임한 후 2007년 미국에서 출판된 자신의 회고록에서 중앙정보국은 10년 이상 칸의 국제핵거래망을 집중적으로 추적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칸의 국제핵거래망을 호시탐탐 노린 중앙정보국의 감시와 추적에 걸려든 나라가 리비아와 이란이다. 티너 3인이 중앙정보국의 고용간첩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난 때로부터 5년이 지난 뒤, 부쉬 행정부 관리들은 취재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비밀을 털어놓았다. “중앙정보국 요원들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티너에게 1,000만 달러를 지급하였는데, 때로는 여행가방에 현금을 가득 채워 주기도 했다. 그 대가로 티너는 리비아의 (핵)폭탄프로그램을 종식시키는데 도움이 된 비밀정보와 이란의 핵개발사업을 말해주는 비밀정보, 그리고 칸의 핵거래암시장을 무력화하는 비밀정보 등을 (중앙정보국에) 제공하였다.” (타임 2008년 8월 28일) 

중앙정보국은 칸의 국제핵거래망을 감시만한 게 아니라, 리비아와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교란공작도 감행했다. 티너 3인은 리비아와 이란에 핵개발장비들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중앙정보국의 비밀공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08년 8월 25일) 


2. 압수한 기밀자료 놓고 신경전 벌인 미국과 스위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리비아와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려는 중앙정보국의 방해공작과 교란공작에 고용간첩으로 깊숙이 개입한 티너 3인은 결국 스위스 사법당국에 체포되었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그들의 집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파일과 기밀문서를 압수하였다. 압수된 기밀자료는 수백만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었다. 

압수한 기밀자료를 조사하던 스위스 사법당국은 아연실색하였다. 왜냐하면 파키스탄, 리비아, 이란이 연계된 국제핵거래망에 관한 비밀정보들, 그리고 티너 3인이 국제핵거래망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의 고용간첩으로 활동해온 내막에 관한 비밀정보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부쉬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타임> 2008년 8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기밀자료에는 핵폭탄 설계도와 원심분리기 설계도만이 아니라 티너와 중앙정보국의 연계에 관한 기록물들을 비롯하여 티너의 활동에 관한 10여 년 간의 기록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08년 8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기밀자료에는 핵무기개발에 관한 기술자료들, 원심분리기에 관한 기술자료들, 미사일유도체계에 관한 기술자료들, 그리고 “매우 정밀한 핵폭탄 설계도”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신병과 물증을 확보하였으나, 이 엄청난 사건을 처리할 방도를 찾지 못해 고심했다. 왜냐하면, 미국 중앙정보국이 그 사건에 깊숙이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스위스 사법당국은 티너 3인을 법적으로 처벌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넘겨달라고 미국에게 거듭 요청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스위스 사법당국의 거듭되는 요청을 번번이 무시하면서 응답하지 않았다.  

스위스 사법당국의 요청에 한동안 응하지 않던 미국은 갑자기 해괴한 요구를 꺼내들었다. <뉴욕타임스> 2010년 12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부쉬 행정부의 국무장관 칸돌리자 라이스는 스위스 외교부 고위관리들에게 티너 3인에 대한 수사를 중지하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칸의 국제핵거래망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의 고용간첩으로 활동하였던 스위스 국적자 우르스 티너의 신상기록자료를 촬영한 것이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고용간첩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프리드리히 티너, 우르스 티너, 마르코 티너를 체포하였고, 그들의 집과 사무실에서 수백만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기밀자료를 압수하였다. 압수된 기밀자료에는 파키스탄, 리비아, 이란이 연계된 국제핵거래망에 관한 비밀정보들, 티너 3인이 국제핵거래망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의 고용간첩으로 활동해온 내막에 관한 비밀정보들, 핵무기개발에 관한 기술자료들, 원심분리기에 관한 기술자료들, 미사일유도체계에 관한 기술자료들, 매우 정밀한 핵탄두 설계도 등이 들어있었다. 티너 3인을 고용하여 국제핵거래망에서 벌여온 중앙정보국의 비밀공작내막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한 미국은 스위스 사법당국에게 압수한 기밀자료를 모두 파기하고, 체포한 혐의자 3인을 석방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스위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였다.     

티너 3인에 대한 스위스 사법당국의 사법처리가 미국의 비협조와 방해로 난항을 겪으면서 어느덧 4년이 흐른 2007년 7월 말, 스위스 법무장관 크리스토프 블로허는 미국 법무장관 앨버토 곤잘레스와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로벗 뮬러를 만나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스위스 법무장관은 티너 3인에 대한 사법처리문제를 논의하려고 워싱턴에 갔으나, 미국은 사법처리에는 관심이 없었고, 스위스 사법당국이 티너 3인을 체포하면서 압수한 기밀자료를 넘겨달라는 생뚱맞은 요구를 꺼내놓았다. (뉴욕타임스 2008년 8월 25일)

스위스 법무장관은 기밀자료를 넘겨달라는 요구만 듣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랬더니 미국은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기밀자료를 파기하라는 또 다른 요구를 꺼내놓았다. (타임 2008년 8월 28일) 미국이 스위스 사법당국에게 기밀자료를 파기하라고 요구한 까닭은, 티너 3인을 고용하여 국제핵거래망에서 벌여온 중앙정보국의 비밀공작내막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부쉬 행정부 관리들이 전한 말에 따르면, “중앙정보국은 (티너의) 재판과정에서 티너와 미국의 관계가 세상에 드러나 핵밀거래자들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이 불거지지나 않을까 우려했을 뿐 아니라, 이란의 핵개발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던 시기에 (중앙정보국의 대이란첩보사업을 위한) 신입간첩모집사업이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타임 2008년 8월 28일) 

미국의 압력을 받은 스위스 정부는 저항을 포기하고 굴복을 택했다. 2007년 8월 말, 스위스 대통령 파스칼 코체핀은 티너 3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하였고, 같은 해 11월 14일에는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기밀자료를 전부 파기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말했다. 2008년 5월 23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스위스 대통령 코체핀은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기밀자료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하에 전부 파기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스위스 사법당국이 기밀자료들을 파기했다는 소식을 들은 미국 중앙정보국 고위간부는 “우리는 그 문서들이 파기되어 매우 기쁘다”고 반색하였다. (타임 2008년 8월 28일) 

그러나 그들이 기뻐한 이유는 기밀자료가 파기된 것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스위스 국제방송 2009년 4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사법당국이 전부 파기하였다는 기밀자료의 사본이 스위스 검찰청에 보관되었다고 한다. 그 사본들은 미국에 넘어갔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2006년에 프리드리히를 석방했고, 우르스와 마르코를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에 각각 석방했다. 핵확산을 저지한다는 미명 아래 자행된 중앙정보국의 국제간첩활동은 참으로 어수선하게 막을 내렸다. 


3. 설계도에 나오는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된 핵탄두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1,000기가바이트 분량의 30,000개 파일들 가운데서 눈길을 끈 것은 매우 정밀하게 작성된 핵탄두 설계도다. 그 설계도에 나오는 핵탄두는 어떻게 생겼을까? 

(1) 설계도에 나오는 핵탄두는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핵탄두다. 영국 언론매체 <가디언> 2008년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설계도에 나오는 핵탄두는 조선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노동’(공식명칭은 화성-7)과 이란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샤합-3에 각각 장착될 수 있는 핵탄두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디언>은 설계도에 나오는 핵탄두가 화성-7이나 샤합-3에 장착되는 것만이 아니라, 파키스탄의 중거리탄도미사일 가우리에도 장착된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좀 더 심층적인 정보를 살펴보면, 파키스탄과 이란은 조선에서 화성-7의 설계기술과 완제품을 직수입하여 가우리와 샤합-3을 각각 만들었다. 그러므로 가우리와 샤합-3은 화성-7의 복제품들이다. 이런 정황은 그 3종의 중거리탄도미사일들에 장착되는 핵탄두가 조선의 핵탄두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2) 설계도에 나오는 핵탄두는 외형과 성능이 파키스탄 핵탄두와 매우 비슷하다.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기밀자료를 조사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들의 말에 따르면, 컴퓨터 파일에 들어있는 핵탄두 설계는 파키스탄의 핵탄두 설계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 2008년 6월 15일) 그들은 매우 비슷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핵탄두 설계도는 파키스탄 핵탄두 설계도의 디지털 사본이다. 우르스 티너는 파키스탄 핵탄두 설계도의 디지털 사본을 자기 컴퓨터 파일에 저장해놓고, 핵탄두 설계도를 고액으로 사려는 구매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파키스탄 핵탄두 설계도의 디지털 사본은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우르스 티너의 컴퓨터 파일에만 들어있었던 게 아니다.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도 칸의 국제핵거래망을 통해 파키스탄 핵탄두 설계도의 디지털 사본을 입수하였다. 이 핵탄두 설계도 사본은 2006년 미국이 리비아에 파견한 사찰관에게 압수되어 미국으로 반출되었다. 미국이 리비아에서 압수, 반출한 파키스탄 핵탄두 설계도의 디지털 사본이 지금 미국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2006년 당시 미국 언론매체들은 미국이 리비아에서 3종의 핵탄두 설계도를 압수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사진 3>


▲ <사진 3> 맨위쪽 사진은 중국이 1964년 10월 16일 자국의 첫 핵시험에서 기폭시킨 핵폭탄 모형이다. 이 핵폭탄은 지름이 1.6m 정도로 크고 무거워서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없었고, 수송기에 싣고 적진 상공에서 공중투하해야 하였다. 그래서 이 핵폭탄의 뒷부분에는 공중투하용 방향날개가 달렸다. 미국이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에게서 압수한 3종의 핵무기 설계도 디지털 사본들 가운데 첫번째 설계도가 바로 이 구식 핵폭탄 설계도였다. 가운데 사진은 2017년 12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서 제8차 군수공업대회가 진행되었을 때, 행사장으로 사용된 4.25문화회관의 복도에 게시된 사진문헌들 가운데 하나다. 촬영시점과 촬영장소를 알 수 없는 이 사진문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핵탄두 표면에 마치 꼭지처럼 생긴 작은 물체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듬성듬성 튀어나온 것이 보인다. 사진문헌에 나타난 핵탄두는 1999년에 조선을 방문하였던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에게 조선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핵탄두다. 당시 조선은 그에게 핵탄두 3발을 보여주면서 '관찰학습'을 하도록 배려하였는데, 그 핵탄두의 직경은 약 60cm이고, 뇌관 64개가 장착되었다고 한다. 맨아래쪽 사진은 2016년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촬영한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에서 핵탄두만 추출, 확대한 사진이다. 표면이 매끄럽게 생긴 구면체 핵탄두다. 이 핵탄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3 전투부에 장착된다. 핵탄두가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되었으므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 계렬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만이 아니라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 계렬의 중거리탄도미사일들에도 충분히 장착될 수 있다.     

첫 번째 설계도에 나오는 핵무기는 크기가 너무 커서 탄도미사일에 장착하지 못하는 구식 핵무기였다. (워싱턴포스트 2008년 6월 15일) 이 구식 핵무기는 1960년대 중반 중국이 만든 1세대 핵무기다. (뉴욕타임스 2008년 6월 16일) 압둘 카디르 칸은 2003년 10월 12일 자기 아내에게 쓴 편지에서 1982년에 중국이 핵무기 설계도를 파키스탄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중국의 첫 핵시험은 1964년 10월 16일에 진행되었는데, 첫 핵시험에서 기폭된 핵폭탄은 지름이 1.6m 정도나 되는 크고 무거운 핵폭탄이었으므로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없었다. 중거리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려면, 탄두지름을 90cm 이하로 줄여 소형화, 경량화하여야 한다. 

<뉴욕타임스> 2010년 12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리비아에서 압수한 3종의 핵무기 설계도 가운데서 중국의 구식 핵폭탄 설계도 이외의 다른 2종의 설계도는 고도의 핵기술로 정밀하게 작성한 핵탄두 설계도라고 한다. 고도의 핵기술로 작성한 핵탄두라는 말은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소형화, 경량화된 핵탄두라는 뜻이다. 

그 정밀한 핵탄두 설계도는 스위스 사법당국이 압수한 우르스 티너의 컴퓨터 파일에 저장되었던 바로 그 핵탄두 설계도였다. 리비아 가다피 정권은 칸의 국제핵거래망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미국 중앙정보국 고용간첩 우르스 티너에게서 그 핵탄두 설계도를 입수한 것이다. 


4. 왜 우라늄핵탄 만들지 않고, 플루토늄핵탄 만들었을까? 

조선 영토의 80%가 ‘보물고’다. 그 ‘보물고’에는 석유, 철광석, 석탄, 석회석, 마그네싸이트, 금, 은, 구리, 아연, 흑연, 희토류, 망간, 니켈, 크롬, 티탄, 우라늄, 지르코늄 등 값비싸고 희귀한 지하자원들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그처럼 거의 모든 종류의 지하자원을 골고루, 풍부히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 조선의 애국가 1절에 나오는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이라는 구절은 시가적 표현만이 아니라 현실인식의 반영인 것이다. 

조선에 매장된 각종 지하자원들 가운데서 천연우라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에는 얼마나 많은 천연우라늄이 매장되어 있을까? <뉴욕타임스> 2014년 8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고품질 천연우라늄 400만톤이 조선에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천연우라늄 매장량은 473만톤으로 추산되는데, 조선에 고품질 천연우라늄이 400만톤이나 매장되어 있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조선은 세계 최고 천연우라늄 부국이다.     
그런데 좀 이해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 세계 최고 천연우라늄 부국에서 개발된 핵무기가 우라늄핵탄이 아니라 플루토늄핵탄이라는 사실이다. 천연우라늄 부국이 왜 우라늄핵탄을 만들지 않고, 플루토늄핵탄을 만들었을까?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에 나타난 노란색 물질은 흔히 노란 케익(yellowcake)이라고 불리는 천연우라늄을 정련한 가루다. 우라늄광산에서 캐낸 천연우라늄광석을 곱게 분쇄, 정련하여 이런 가루를 만드는데, 이것을 농축하면 핵물질인 우라늄 235을 얻어낼 수 있다. 저농축하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연료로 되고, 고농축하면 우라늄핵탄에 들아가는 핵물질로 된다. 조선은 세계 최고 천연우라늄 부국이다. 조선에서는 위의 사진에 나타난 노란 케익이 대량생산된다. 그런데 조선은 왜 우라늄핵탄을 만들지 않고, 플루토늄핵탄을 만들었을까?     

플루토늄핵탄을 만들려면, 반드시 원자로를 건설해야 한다.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에서 1986년부터 흑연감속로를 가동해오는 주된 목적은 전기생산이 아니라 플루토늄생산이다. 흑연감속로는 지하에 은폐할 수 없기 때문에, 조선은 미국의 집중적인 감시와 방해와 압박을 받게 되었고, 결국 조선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격렬한 핵대결을 벌여야 했다. 만일 조선이 우라늄핵탄을 만들었더라면, 자국에 풍부히 매장된 천연우라늄을 사용하여 핵원료의 주체화를 실현하기에도 좋았을 것이고, 우라늄농축공장을 지하에 건설하여 미국의 감시를 따돌리기에도 유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자기에게 유리한 우라늄핵탄개발을 외면하고, 자기에게 불리한 플투토늄핵탄개발을 선택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다음과 같다.

2011년 9월 1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에 실린 압둘 카디르 칸의 자술서에 따르면, 조선은 6.25전쟁이 끝난 뒤 1950년대 말, 소련으로부터 핵폭탄 설계도와 무기급 플루토늄 200kg을 입수했고, 그것을 가지고 핵폭탄을 만들었다고 한다. 수송기로 운반하는 크고 무거운 핵폭탄을 만든 것이다. 이 놀라운 사실은 1990년대 후반 핵무기개발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장기체류하던 조선의 장성급 군사지휘관 강태윤이 칸에게 직접 들려준 이야기다. 

6.25전쟁 중에 미국은 핵폭탄을 무더기로 투하하여 조선과 중국 동북지방을 초토화하려고 광분했는데, 그런 가공할 핵위협을 체험한 소련은 미국과 3년 간의 격전을 벌인 조선과 중국에 각각 핵기술을 지원했다. 그렇게 되어 중국은 1958년에 핵무기개발을 시작했고, 조선도 거의 같은 시기에 핵무기개발을 시작했다. 핵무기개발과정에 부닥치는 수많은 기술적 난관을 뚫고 나간 조선과 중국은 1960년대 중반에 각각 핵폭탄을 완성할 수 있었다.  

1950년대 말 소련이 조선과 중국에 전수한 핵무기제조기술은 무기급 플루토늄 15kg을 가지고 커다란 핵폭탄 1발을 만드는 수준이었다. 그런 핵무기제조기술을 전수받은 조선은 무기급 플루토늄 200kg을 가지고 핵폭탄을 10발 정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핵무기에 대해 알지 못하고 원자탄이라는 말이나 간혹 쓰였던 1950년대 말에 조선은 핵폭탄을 만들고 있었다. 

1950년대 말 조선이 소련으로부터 입수한 핵무기제조기술이 플루토늄핵탄을 만드는 기술이었으므로, 조선은 지난 60년 동안 플루토늄핵탄제조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세계 최고 수준의 핵탄제조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정보부족과 편견으로 훼손된 낡은 관념을 버리고,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아야, 조선의 핵강국 선언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 


5. 우라늄핵탄, 플루토늄핵탄, 수소탄 만드는 동방의 핵강국 

그렇다면 조선은 플루토늄핵탄만 만들고, 우라늄핵탄은 만들지 않았을까? 조선의 핵무기개발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조선이 플루토늄핵탄만 만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문제를 해명하려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사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1) 조선의 우라늄광산은 황해북도 평산과 평안남도 순천에 있고, 우라늄제련공장은 황해북도 평산과 평안북도 박천에 있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안북도 구성과 함경북도 선봉에도 매장량이 풍부한 우라늄광산이 있다. 조선에서 가동되는 우라늄광산 및 우라늄제련공장의 연간 총생산량은 약 2,000톤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연간 우라늄생산량은 1,850톤이므로, 조선은 미국보다 조금 많은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100개나 되는 미국의 원자력발전소들이 소모하는 연간 우라늄총량은 약 18,400톤인데, 미국에서 생산된 우라늄 1,850톤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므로, 미국은 로씨야에서 저농축 핵연료를 대량 수입하여 원자력발전소들에 공급해왔다. 

그런데 조선의 연간 우라늄생산량이 미국보다 조금 더 많은 약 2,000톤이라는 사실이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조선이 우라늄을 생산하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중반인데, 원자력발전소가 없는 조선이 우라늄광산을 개발한 이후 지난 30년 동안 해마다 우라늄 2,000톤을 생산하였다면, 60,000톤을 생산한 것이다. 그 많은 우라늄을 어디에 사용해온 것일까?   

(2) 2011년 9월 15일 <팍스 뉴스>에 실린 칸의 자술서에 따르면, 조선은 1990년대 초에 6불화우라늄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칸은 자술서에서 조선의 6불화우라늄생산공장이 언제 건설되었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건설 직후에는 6불화우라늄을 연간 2톤씩 생산하다가 생산능력이 더욱 확장되어 연간 10톤으로 증가되었다고 했다. 6불화우라늄을 분리하면, 핵무기에 들어가는 우라늄 235를 추출할 수 있으므로, 조선이 1990년대 초에 6불화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었다는 것은 우라늄 235를 추출하여 우라늄핵탄을 생산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3) 2011년 9월 15일 <팍스 뉴스>에 실린 칸의 자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에 파견되어 미사일개발기술을 전수하던 조선의 미사일기술자 10명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1998년 어느 날, 칸은 P-1(1세대 원심분리기) 20기를 감사표시로 조선에 보내려고 하였는데, 조선의 미사일기술자들은 이왕이면 P-2(2세대 원심분리기) 4기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사실을 두고, 미국은 조선이 파키스탄에서 가져간 P-2를 가지고 원심분리기를 개발하여 우라늄을 농축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그런 추정은 사실과 다르다.   

만일 조선이 파키스탄에서 P-2를 가져가 원심분리기를 개발하려고 했다면, 칸이 조선의 미사일기술자들에게 감사표시로 보내려고 하였던 P-1을 P-2로 바꿔달라는 사적인 요청을 하지 않고, 정부 대 정부의 관계에서 수출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다. 파키스탄이 P-1을 P-2로 교체한 때는 1983년이었으므로, 조선은 파키스탄이 P-2를 개발하였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았으면서도, P-2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선은 국가 차원에서 P-2에 무관심했고, 그래서 조선의 미사일기술자들은 귀국길에 감사표시로 받은 P-2 4기를 가져갔다. 그렇기 때문에, 칸은 2009년 9월 31일 파키스탄 방송과의 대담에서 파키스탄이 조선의 탄도미사일기술을 이전받는 대가로 조선에 원심분리기를 넘겨주었다는 미국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였다. 

그렇다면 조선은 왜 원심분리기에 무관심했던 것일까? 그 까닭은 조선이 파키스탄의 원심분리농축기술과는 전혀 다른 우라늄농축기술을 개발하여 우라늄 235를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라늄농축기술에는 원심분리농축기술만 있는 게 아니다. 파키스탄은 원심분리농축기술을 개발했지만, 조선은 그보다 더 우월한 기술을 개발했다. 조선이 개발한 것은 레이저분리기를 사용하는 우라늄농축기술이다. 레이저분리농축기술은 원심분리농축기술보다 전기를 더 적게 쓰면서도 우라늄은 더 많이 농축할 수 있고, 언제나 골칫거리로 되는 방사능 폐기물은 더 적게 나온다. 조선은 그처럼 우월한 레이저분리농축기술을 개발하여 우라늄핵탄을 만들어왔다. 미국은 조선에서 원심분리기가 가동되는 우라늄농축공장들이 은폐되었다고 의심하면서 감시와 추적을 해오고 있지만, 그건 헛발질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모어에 있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실험소에 설치된 실험용 레이저분리농축기를 촬영한 것이다. 설비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이 레이저분리농축기를 가동하여 우라늄을 농축한다. 파키스탄은 원심분리기농축기술을 개발했지만, 조선은 그보다 더 우월한 레이저분리농축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은 조선에서 원심분리기가 가동되는 우라늄농축공장들이 은폐되었다고 의심하면서 감시와 추적을 해오고 있지만, 그건 헛발질이다. 조선은 레이저분리농축기가 설치된 우라늄농축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4) <뉴욕타임스> 2008년 6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2006년 리비아에서 압수하여 반출한 3종의 설계도들에 나온 3종의 핵탄두들은 모두 내폭형 우라늄핵탄으로 설계되었고, 농구공처럼 생긴 구면체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08년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그 3종의 설계도 중에서 2종의 설계도에 나오는 핵탄두는 중국이 핵개발 초기에 만들었던 핵폭탄에 비해 크기는 절반밖에 되지 않고, 파괴력은 두 배나 크고, 현대적인 전자장치들이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칸은 2008년 6월 4일 미국 통신사 <맥클랫취 뉴스 페이퍼즈>와의 대담에서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이 입수했던 핵탄두 설계도의 디지털 사본은 파키스탄 핵탄두 설계도의 디지털 사본을 복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칸은 파키스탄의 핵탄두 설계도를 어느 나라에서 입수했는지 정확한 답변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하지만 현대적인 설계기술로 정밀하게 작성된 그 핵탄두 설계도는 파키스탄의 기술지원요청을 받은 조선이 파키스탄에게 넘겨준 조선의 핵탄두 설계도 디지털 사본이다. 이런 놀라운 사실은 다음과 같이 논증된다. 

칸은 2008년 6월 4일 미국 통신사 <맥클랫취 뉴스 페이퍼즈>와의 대담에서 자신이 1994년에 조선을 방문하였을 때, 조선은 파키스탄의 핵기술보다 “훨씬 더 발전되고(much more advanced)”, “훌륭한(excellent)” 핵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매우 정교한(very sophisticated)” (핵탄두)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칸의 자술서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2009년 12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1999년에 평양을 방문한 칸에게 뇌관 64개가 설치된 핵탄두가 1발씩 들어있는 보관함 3개와 핵탄두 격발기가 1개씩 들어있는 보관함 3개를 모두 보여주면서, 이 핵탄두들은 한 시간 안에 미사일에 장착되어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날 칸이 조선의 지하핵무기고에서 관찰하였던 핵탄두 3발은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탄두지름을 60cm으로 축소시킨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된 핵탄두다. 

조선을 방문하여 조선의 핵탄두설계기술이 얼마나 높은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알게 된 칸은 조선의 핵과학자들로부터 세계 정상급 핵탄제조기술을 전수받았다. 칸의 자술서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2009년 12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핵탄두 기폭장치의 일종인 고속전기스위치 크라이트론(krytron)을 만드는 제조법을 조선에서 배웠다고 했는데, 조선에게서 어찌 그것만 배웠겠는가.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이스라엘의 미사일전문가 탈 인바르가 작성한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를 보여주는 개념도다. 왼쪽에 있는 것은 핵탄두가 들어간 화성-13 전투부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수소탄두가 들어간 화성-14 전투부다. 조선은 지난 30년 동안 고품질 천연우라늄 60,000톤을 생산하고, 레이저분리농축기술을 개발하여 우라늄핵탄을 계속 만들어온 동방의 핵강국이다. 또한 조선은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 총책임자가 인정한 세계 정상급 핵탄두설계기술로 플루토늄핵탄, 우라늄핵탄, 수소탄을 만들어온 동방의 핵강국이다. 미국은 동방의 핵강국에게 핵무기를 폐기하라는 말이 되지 않는 요구를 들이대며 정세를 악화시킬 게 아니라, 조선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동방의 핵강국과 공존하는 평화의 길을 택해야 한다.     

(5) 1998년 5월 30일 조선은 파키스탄 영토에서 비공식 핵시험을 하였다. 12킬로톤의 폭발위력이 나왔다. 조선은 2006년 10월 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지하핵시험장에서 사상 처음 공식 핵시험을 진행하였는데, 그보다 8년 앞서 파키스탄 발로치스탄주 차가이사막에 있는 임시핵시험장에서 비공식 핵시험을 하였던 것이다. 파키스탄은 그보다 이틀 앞선 5월 28일 차가이사막의 임시핵시험장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핵시험장에서 우라늄핵탄 4발을 기폭시키는 핵시험을 하였는데, 1998년 5월 30일 차가이사막의 임시핵시험장에서 기폭된 것은 플루토늄핵탄이었다. 1998년 당시 파키스탄은 우라늄핵탄만 가지고 있었고, 플루토늄핵탄은 없었다. 파키스탄이 중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조하라바드에 건설한 40메가와트급 쿠삽 연구용 원자로는 1998년 4월에 가동되었으므로, 파키스탄이 어떻게 원자로를 가동한지 한 달 뒤에 플루토늄핵탄을 만들어 핵시험에 사용할 수 있었겠는가. 

주목되는 것은, 1998년 5월 30일 조선이 차가이사막의 임시핵시험장에서 핵탄두 2발을 연속적으로 기폭시키는 핵시험을 하려고 준비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조선은 12킬로톤급 핵탄두 2발을 핵시험에 사용하려고 파키스탄에 가져갔었는데, 그 가운데서 1발만 기폭시켰고, 다른 1발은 기폭시키지 않았다. 핵탄기폭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핵탄을 의도적으로 기폭시키지 않은 것이다. 조선이 1998년 5월 30일 핵시험에서 기폭시키려고 준비하였으나 기폭시키지 않은 두 번째 핵탄두가 바로 우라늄핵탄이다. 

지난 30년 동안 고품질 천연우라늄 60,000톤을 생산하고, 레이저분리농축기술을 개발하여 우라늄핵탄을 계속 만들어온 동방의 핵강국은 지금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까?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 총책임자가 인정한 세계 정상급 핵탄두설계기술로 플루토늄핵탄, 우라늄핵탄, 수소탄을 만들어온 동방의 핵강국은 지금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까? 바로 이 물음의 해답 속에, 미국이 조선에게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요구할 수 없는 명백한 이유가 들어있다. 미국은 동방의 핵강국에게 핵무기를 폐기하라는 말이 되지 않는 요구를 들이대며 정세를 악화시킬 게 아니라, 조선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동방의 핵강국과 공존하는 평화의 길을 택해야 한다.

2019/05/14

미사일개념 바꿔놓은 천하무적 미사일의 출현

[한호석의 개벽예감](347)
자주시보 2019년 05월 1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이야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 화력타격훈련에 출현한 조선의 신종 미사일
3. 항모타격단의 미사일방어망 뚫어버리는 신종 미사일


1. 이야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4월 1일 <자주시보>에 실린 ‘핵협상 결렬시킨 트럼프, 텔레미트리 점검하는 전략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미국군 전자정보수집기가 조선에서 발신된 텔레미트리 신호를 지난 3월 25일부터 몇 차례 감청한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사일위협발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뚜렷한 징후로 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텔레미트리를 점검한 그 미사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인지 알 수 없지만, 2018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처음 등장했던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인 것으로 생각된다.” 

위와 같은 예측은 그 글이 발표된 때로부터 약 한 달 뒤 우리의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의 신속반응능력을 판정검열하기 위한 훈련이 2019년 5월 4일과 9일 각각 진행된 것이다. 5월 4일에는 동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이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로 기동전개하여 화력타격훈련을 진행하였고, 5월 9일에는 서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이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으로 기동전개하여 화력타격훈련을 진행하였다. 대구경 방사포를 운용하는 부대들, 대구경 자행포를 운용하는 부대들, 전술유도무기를 운용하는 부대들이 화력타격훈련에 참가하였다. 

5월 4일 화력타격훈련에 참가한 부대들은 동부전선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도반도에 긴급히 출동하여 훈련개시명령을 받았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예고 없이 불의에 조직한 화력타격훈련”이 호도반도에서 진행되었는데, “언제 어느 시각에 명령이 하달되여도 즉시 전투에 진입할 수 있게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동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받자마자 “화약에 불이 달린 것처럼 번개같이 기동하여 화력타격준비를 끝내”는 “신속반응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한편, 5월 9일 화력타격훈련에 참가한 동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은 서부전선에서 후방으로 멀리 떨어진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으로 출동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어떤 불의의 사태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있는” 동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받고 “기동전개와 화력습격”이 배합된 화력타격훈련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맨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5월 9일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진행된 서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쌍안경으로 관측하는 장면이다. 가운데 사진은 5월 9일 화력타격훈련에 출동한 4축8륜 자행발사차량이 왼쪽 덮개를 열고 전술유도무기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우는 장면이다. 맨아래쪽 사진은 5월 9일 화력타격훈련 중에 전술유도무기가 화염과 굉음과 폭풍을 내뿜으며 솟구치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발사지점은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 있는 어느 작은 하천의 다리 옆에 있는 도로다. 이런 불특정한 위치에서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된 것은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전술유도무기를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각에 기습발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화력타격훈련에 대한 워싱턴의 반응이 좀 유별났다. 워싱턴에서 당혹감과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세인의 시선을 끌었다. 미국의 온라인매체 <봑스>가 2019년 5월 4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조선에서 화력타격훈련이 진행되었다는 긴급보고를 받고 “버럭 화를 냈다(pissed off)”고 한다. 

무릇 사람들은 자기의 기존관념을 뒤집어엎는 돌발상황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심리적 불안을 느끼곤 하는데, 발칵 뒤집어졌다는 표현이 그런 경우에 잘 어울린다. 이번에 조선에서 화력타격훈련이 두 차례 연속하여 진행된 소식을 듣고 워싱턴이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 서울의 반응도 그와 비슷했다.  

워싱턴과 서울이 발칵 뒤집어진 까닭은, 조선인민군 화력타격훈련에 새로운 전술유도무기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그 전술유도무기가 도대체 어떤 무기이기에 워싱턴과 서울이 발칵 뒤집어진 것일까? 조선의 새로운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이 이 글을 집필한 목적이다.

조선의 새로운 전술유도무기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복절 69주년을 하루 앞둔 2014년 8월 14일 강원도 원산시 갈마반도에서 미사일 5발이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연속발사되었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발기와 세심한 지도 속에 개발완성된 초정밀화된 우리 식의 위력한 전술로케트탄시험발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전술로켓탄 5발은 발사지점으로부터 200~220km 떨어진 동해 해상에 낙탄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초정밀화된 전술로켓탄이 미국군과 한국군이 파악한 조선인민군의 대구경 방사포나 단거리탄도미사일과는 전혀 다른 비행궤도로 날아갔다는 사실이다. 그 전술로켓탄의 비행궤도는 대구경 방사포의 비행궤도와 비슷했고, 비행거리는 화성-11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비슷했다. 비행궤도는 대구경 방사포와 비슷한데, 비행거리는 화성-11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비슷하였으므로, 미국군과 한국군이 어리둥절하였다. 그로부터 닷새 뒤, 미국군과 한국군은 전술로켓탄발사장면을 보여주는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분석한 끝에 그 전술로켓탄이 화성-11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다른 새로운 전술미사일이라고 결론하였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2014년 9월 1일 자강도 남동부에 있는 룡림군에서 전술로켓탄시험발사가 또다시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1발이 발사되었는데, 220km를 날아가 동해 해상에 낙탄하였다. 그리고 추석을 앞둔 2014년 9월 6일 갈마반도에서 또 다시 발사된 전술로켓탄 3발이 220km 안팎의 거리를 날아가 동해 해상에 낙탄하였다. 전술로켓탄시험발사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조선은 2015년 2월 8일 전술로켓탄 5발을 동해 해상으로 또다시 시험발사하였는데, 이번에도 비행거리는 이전과 같이 220km 안팎이었다. 반세기가 넘는 조선의 미사일개발사에서 총11발을 시험발사하는 복잡한 성능판정과정을 거친 미사일은 그 전술로켓탄 뿐이다. 이런 정황은 그 전술로켓탄의 초정밀타격능력을 판정하는 시험을 통과하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웠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당시 조선은 각종 대구경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을 수없이 발사하면서 미국을 드세게 압박하고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 전술로켓탄시험발사도 대미압박행동들 가운데 하나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 전술로켓탄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차츰 희미해졌지만, 조선은 그 새로운 전술로켓탄의 초정밀타격능력을 판정한 직후인 2015년부터 계렬생산을 시작하였고, 전선에 주둔하는 화력타격부대들에 실전배치하였다. 하지만 조선 밖에서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진 2>      
▲ <사진 2> 위쪽 사진은 광복절 69주년을 하루 앞둔 2014년 8월 14일 강원도 원산시 갈마반도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전술로켓탄 5발을 연속적으로 시험발사하는 장면이다. 이 전술로케트탄들은 발사지점으로부터 200~250km 떨어진 동해 해상에 낙탄하였다. 아래쪽 사진은 2019년 5월 4일 동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이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로 기동전개하여 진행한 화력타격훈련 중에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되어 하늘로 솟구쳐오르는 장면이다. 2014년 8월 14일에 시험발사된 전술로켓탄은 성능판정시험을 통과하여 2015년부터 실전배치되었고, 2019년 5월 4일과 5월 9일 화력타격훈련에서 사용되었다.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에 실전배치된 새로운 전술로켓탄이 대미압박무력시위에 처음으로 등장한 날은 2017년 8월 26일이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이끌고 ‘을지프리덤가디언’이라는 간판을 내건 북침전쟁연습을 시작한지 엿새가 되던 그날 강원도 원산시 남쪽 안변군에 주둔하는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가 깃대령에 출동하여 새로운 전술로켓탄 3발을 기습발사하였다. 전술로켓탄들은 동해안을 왼쪽으로 끼고 동북방향으로 약 250km를 날아가 함경북도 김책시 앞바다에 낙탄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2018년 2월 8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그 전술로켓탄을 각각 2발씩 탑재한 자행발사차량 6대가 위용을 드러내었다. 그 장면을 본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의 새로운 전술로켓탄이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와 흡사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미국식으로 왜곡된 러시아라는 국명을 쓰지 말고, 그 나라의 원음표기에 맞는 국명을 써야 한다.) <사진 3>

▲ <사진 3> 이 두 장의 사진은 2018년 2월 8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새로운 전술로켓탄을 2발씩 탑재한 4축8륜 자행발사차량 6대가 행진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본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의 새로운 전술로켓탄이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매우 흡사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이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흡사하다고 말했던 이 새로운 전술로켓탄은 2019년 5월 4일과 9일 조선인민군 동부 및 서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이 진행한 두 차례의 화력타격훈련에서 사용된 바로 그 전술유도무기다.     

2014년 8월 14일부터 2015년 2월 8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총11발을 발사하는 어려운 성능판정시험을 통과하여 마침내 실전배치된 새로운 전술로켓탄, 그리고 2017년 8월 26일 한미연합군 북침전쟁연습에 대응한 대미압박무력시위에 처음 등장한 새로운 전술로켓탄, 그리고 2018년 2월 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전술로켓탄은 이번에 동부 및 서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이 기동전개와 화력습격을 배합한 훈련에서 발사한 바로 그 전술유도무기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그 새로운 화력타격수단을 언급할 때 전술탄도탄 또는 전술탄도미사일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전술로켓탄 또는 전술유도무기라는 용어를 쓰는 까닭은 그것이 기존 미사일개념을 뛰어넘은 신종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이 신종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 아니기 때문에 화성 계렬 탄도미사일로 분류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평가하면,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의 장점과 순항미사일의 장점만 골라서 융합시킨 사상 최고의 걸작품 미사일이다.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신종 미사일을 운용하기 시작한지도 어언 4년이 지났다. 신종 미사일을 2발씩 탑재한 자행발사차량 12대를 1개 여단이 운용하는데, 조선에는 신종 미사일을 배치한 여단이 최소 3개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추정하는 까닭은, 신종 미사일을 탑재한 3종의 자행발사차량이 출현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정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이번에 신형 미사일을 처음으로 시험발사를 하였다느니, 신형 미사일의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느니 하며 횡설수설하였다.  


2. 화력타격훈련에 출현한 조선의 신종 미사일

2018년 2월 5일 로씨야 언론매체들은 로씨야가 뽈쓰까와 리뜨바 사이에 있는 로씨야의 역외영토 깔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전진배치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미국식으로 왜곡된 폴란드, 리투아니아라는 국명들을 쓰지 말고, 그 나라의 원음표기에 맞는 국명을 써야 한다.) 로씨야가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트해 연안지역에 전진배치한 까닭은, 유럽전선에서 로씨야에게 무력위협을 가증시키는 미국의 도발에 대응하고 차후도발을 차단하기 위한 단호한 행동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로씨야가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깔리닌그라드에 전진배치하자, 도이췰란드의 수도 베를린이 미사일타격권 안에 들었다. (독일이라는 국명은 ‘도이찌’라는 일본식 국명의 한자음을 차용한 일제잔재용어이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서유럽나라들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며 긴장과 불안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탄도미사일도 아니고 순항미사일도 아닌 전혀 새로운 개념의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신형 미사일이 아니라 신종 미사일이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적진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존 미사일방어체계는 탄도미사일도 아니고 순항미사일도 아닌 신종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전 세계의 모든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타격목표를 파괴하는 완벽한 의미의 스텔스미사일인 것이다. 이처럼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요격할 도리가 없기 때문에, 미국과 서유럽나라들은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보고 긴장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 네 장은 로씨야가 자랑하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촬영한 것이다. 2018년 2월 5일 로씨야 언론매체들은 로씨야가 역외영토 깔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전진배치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적진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존 미사일방어체계는 탄도미사일도 아니고 순항미사일도 아닌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과 서유럽나라들은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보고 긴장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과 서유럽나라들을 긴장과 불안으로 떨게 만든 이스칸데로 미사일과 외형과 성능이 매우 유사한 신종 미사일이 이번 조선인민군 화력타격훈련에 출현하였다. 미국 국방부와 합참본부는 조선인민군 화력타격훈련에 출현한 신종 미사일이 깔리닌그라드에 전진배치된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같은 급의 최첨단 미사일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차마 그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고, 탄도미사일이니 뭐니 하면서 횡설수설하였고, 한국 국방부와 합참본부도 차마 그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고 발사체니 뭐니 하면서 횡설수설하였다. 

그러나 진실은 횡설수설로 가릴 수 없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몇 가지 정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이번 조선인민군 화력타격훈련에 출현한 신종 미사일의 특징과 위력을 파악할 수 있다. 

(1) 번개처럼 빠른 신속기동전개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4축8륜 자행발사차량에 탑재되기도 하고, 무한궤도 자행발사차량에 탑재되기도 한다. 4축8륜 자행발사차량은 차체중량이 40톤이고, 탑승인원은 3명이며, 평지운행속도가 시속 70km까지 나가므로, 신속기동전개능력이 뛰어나다. 무한궤도 자행발사차량은 굴곡이 심한 산악지대 또는 장애물이 널려있는 작전지대에서 운행할 수 있으므로, 신속기동전개능력이 뛰어나다. 조선의 신종 미사일을 탑재한 자행발사차량은 산속이나 지하기지, 또는 고속도로 차굴이나 건물 안에 매복하고 있다가 발사명령을 받는 즉시 무징후기습발사를 할 수 있다. 또한 조선의 신종 미사일을 수송기로 실어나를 경우, 신속기동전개능력은 대폭 강화된다. 

(2) 벼락같은 연속사격능력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발사명령을 받으면 8분 안에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 신종 미사일을 탑재한 자행발사차량 위쪽에는 좌우로 갈라져 절반이 접히면서 여닫히는 철제 덮개가 씌워져있는데, 미사일을 발사할 때 한 쪽 덮개가 열리면, 탄체가 장착된 발사대가 수직으로 세워진다. 신종 미사일은 자행발사차량 1대에 2발씩 탑재되는데, 첫 번째 미사일이 발사되고 두 번째 미사일이 발사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미만이다. 2발을 모두 발사하면, 멀리 떨어진 지하기지로 돌아가서 재장전한 다음 다른 발사지점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미사일을 실은 재장전차량이 자행발사차량을 따라다니며 미사일 2발이 모두 발사될 때마다 재빨리 보충해준다. 이런 재장전작업은 작전 중에 계속 반복된다. 그러므로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화성 계렬의 기존 탄도미사일들이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연속사격능력을 지닌 것이다. 

이번에 조선의 화력타격부대들이 진행한 화력타격훈련은 신종 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대구경 자행포를 혼합편성한 동시다발-밀집사격훈련이었다. 미사일, 방사포, 자행포를 동시다발-밀집사격하면 거대한 화염구름이 일어나 교전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도하게 된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탑재한 4축8륜 자행발사차량을 따라다니는 재장전차량이 기중기를 사용하여 그 미사일을 자행발사차량에 옮겨싣는 장면이다. 이스칸데르 미사일 2발이 모두 발사되면, 자행발사차량이 멀리 떨어진 기지로 돌아가서 재장전한 다음 다른 발사지점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미사일을 실은 재장전차량이 자행발사차량을 따라다니며 미사일 2발이 모두 발사될 때마다 재빨리 보충해준다. 조선의 신종 미사일도 이런 식으로 재장전된다. 이것은 조선의 신종 미사일이 화성 계렬의 기존 탄도미사일이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연속사격능력을 지녔음을 말해준다.     

(3) 신기에 가까운 절묘한 비행궤도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5월 4일 화력타격훈련에서 발사된 신종 미사일 2발의 최고비행고도는 약 60km, 비행거리는 약 240km였다고 한다. 또한 5월 9일 화력타격훈련에서 발사된 신종 미사일 2발의 최고비행고도는 약 40km, 비행거리는 약 270km와 약 420km였다고 한다. 420km를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최고비행고도는 80km에 이르게 되는데,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420km를 비행하면서도 최고비행고도는 40km밖에 되지 않았다.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기존 탄도미사일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절묘한 저고도 비행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로씨야가 자랑하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최고비행고도는 약 50km인데, 조선이 자랑하는 신종 미사일의 최고비행고도는 그보다 좀 더 낮은 약 40km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의 신종 미사일이 중간비행구간에서 저고도 수평비행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를 보면, 조선의 신종 미사일 4발이 제각기 다른 비행고도로 비행하였고, 제각기 다른 비행거리를 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신종 미사일이 타격방향과 타격목표에 따라 비행고도와 비행거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불규칙한 비행궤도로 날아가는 놀라운 성능을 발휘하였음을 말해준다. 

탄도미사일은 포물선형 비행궤도를 따라 탄도비행을 하지만,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저고도 수평비행, 수직락하비행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저고도 수평비행 중에 지휘차량이 발신하는 지령에 따라 비행방향을 다른 타격목표로 바꾸는 비행궤도변경도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저고도 수평비행 중에 무인전략정찰기로부터 실시간 정보를 받아 타격목표를 바꾸는 놀라운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순항미사일도 불규칙한 비행궤도로 날아가지만, 음속 이하의 느린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적진의 미사일방어체계로부터 요격당할 위험이 크다. 그러나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불규칙한 비행궤도를 극초음속(hypersonic speed)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규칙적인 비행궤도를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이나 아음속으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밖에 없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로는 요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적진의 미사일방어망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적진 상공을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천하무적 미사일인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위쪽 사진은 2019년 5월 9일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조선인민군 서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이 진행한 화력타격훈련 중에 발사된 신종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쳐오르는 장면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엔진을 가동하기 때문에 하얀 연기를 많이 내뿜으며 날아간다. 아래쪽 사진은 로씨야군 병사들이 재장전차량의 기중기를 이용하여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4축8륜 자행발사차량에 옮겨싣는 장면인데, 그 미사일의 엔진분사구가 드러나 보인다. 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것이 보조로켓엔진분사구들이다. 두 개의 분사구가 주력로켓엔진분사구를 중심으로 위쪽과 아래쪽에 각각 있고, 한 개의 분사구가 주력로켓엔진분사구를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있다. 비대칭구도로 설치되었다. 바로 이 보조로켓엔진분사구들이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비행고도와 비행거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그 미사일을 불규칙한 비행궤도로 날아가게 한다. 조선의 신종 미사일에 달려있는 보조로켓엔진분사구들도 이와 똑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4) 경탄을 자아내는 초정밀타격능력 

2019년 5월 4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사진들 중에서 군사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진 한 장이 있다. 그것은 신종 미사일이 종말비행구간에서 극초음속으로 돌진락하하면서 타격목표에 명중하는 장면이다. 그 명중장면에 얽힌 사연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2019년 5월 4일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에서 진행된 화력타격훈련에 참가한 조선인민군 동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은 함경북도 김책시 앞바다에 있는, 지도에 나타나 있지 않은 아주 작은 돌섬을 향해 신종 미사일 2발을 연속발사하였다. 북동쪽으로 날아간 그 미사일 2발은 발사지점에서 약 240km 떨어진 돌섬에 설치된 가로 5m, 세로 5m, 높이 3m의 사각립면체 타격목표에 명중하였다. 현장보도사진에 나타난 낙하각도를 관찰하면, 사각립면체 정중앙에서 1m 정도 오른쪽으로 비껴나간 부위에 명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놀라운 명중장면은 신종 미사일의 타격오차범위가 5m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로씨야가 자랑하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타격오차범위는 5~7m인데, 조선의 신종 미사일도 그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타격능력을 지닌 것이다. <사진 7>

▲ <사진 7> 2019년 5월 4일 강원도 원산시 갈마반도 해안에서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력타격훈련에서 조선인민군 동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은 함경북도 김책시 앞바다에 있는 작은 바위섬을 향해 신종 전술유도무기 2발을 발사하였다. 신종 전술유도무기 2발은 최고비행고도 약 60km를 유지하면서 약 240km를 비행하였다. 왼쪽 사진은 신종 전술유도무기가 240km 떨어진 바위섬에 설치된 가로 5m 세로 5m, 높이 3m의 사각립면체 타격목표에 극초음속으로 돌진락하하는 장면이고, 오른쪽 사진은 타격목표에 명중되어 화염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다. 낙하각도를 자세히 보면, 사각립면체 타격목표의 정중앙에서 약간 비껴나간 오른쪽 부위에 명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조선에서 발사된 신종 미사일의 타격오차범위가 약 5m라는 놀라운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화염폭발한 사각립면체 타격목표보다 더 작은 사각립면체 타격목표가 바위섬 왼쪽 상단에 설치된 것이 보인다. 이 사진은 조선인민군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가 공중에서 촬영한 것이다.     

어떻게 그처럼 신묘한 초정밀타격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이 의문을 풀어준 실마리는 조선의 신종 미사일이 타격목표에 명중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 속에 있었다. 돌섬 상공에 띄워놓은 무인전략정찰기가 촬영한 그 사진은 신종 미사일의 초정밀타격과 무인전략정찰기의 상관관계를 말해준다. 

조선의 신종 미사일이 발사될 때,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에 배속된 정보처리차량은 지휘차량과 자행발사차량을 따라다니면서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가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전자영상정보를 컴퓨터로 분석하여 신종 미사일의 극초음속 돌진락하비행을 조종하면서 초정밀타격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중간비행구간에서 위성항법장치와 관성항법장치를 이중으로 사용하여 저고도 수평비행을 하다가, 타격목표에 가까운 종말비행구간에 이르면 타격목표 인근 상공에 미리 출동하여 은밀히 잠복비행을 하는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로부터 실시간 전자영상정보를 받아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Electro-optical Digital Scene Matching Area Correlation, DSMAC)를 가동하면서 타격목표를 향해 극초음속으로 돌진락하비행을 하는 것이다.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는 신종 미사일의 전투부 첨두에 들어있다. <사진 8>

▲ <사진 8> 맨위쪽 사진은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전투부 첨두에 장착된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다. 가운데 사진은 조선이 해외수출품으로 생산한 최첨단 동영상송신통제체계인 GR-510을 소개하는 웹싸이트 광고화면이다. 화면 왼쪽에 '글로컴'이라는 회사이름이 선명하게 보인다. 글로컴은 조선의 해외수출전담 군수기업체가 해외에 설립한 지사다. 이 제품에는 최신 정보통신기술인 동영상압축기술과 DS-SS통신기술이 적용되었다. 바로 이 최첨단 동영상송신통제체계가 무인정찰기나 무인수상함에 설치되는 것이다. 조선이 그런 최첨단 동영상송신통제체계를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해왔다면, 당연히 그런 체계를 장착한 무인전략정찰기를 만든 것이 분명하다. 조선이 2016년에 개발한 제5세대 무인정찰기는 '방현-5'라고 부르는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다. 무인전술정찰기가 아니라 무인전략정찰기이며, 게다가 스텔스기능까지 완벽하게 갖춘 '방현-5'의 항속거리는 2,000km다. 맨아래쪽 사진은 GS-2200이라고 부르는 최첨단 정보통신장비를 설치한 전술지휘차량이다. 이 전술지휘차량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즈라는 조선의 군사장비수출회사가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중간비행구간에서 위성항법장치와 관성항법장치를 이중으로 사용하여 저고도 수평비행을 하다가, 타격목표에 가까운 종말비행구간에 이르면 타격목표 인근 상공에 미리 출동하여 은밀히 잠복비행을 하는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로부터 실시간 전자영상정보를 받아 전자광학영상유도장치를 가동하면서 타격목표를 향해 극초음속으로 돌진락하비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신종미사일은 타격오차범위를 5m로 대폭 줄인 신묘한 초정밀타격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위에 서술된 내용은 상상 속에서 꾸며낸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인민군은 최신정보통신기술인 동영상압축기술과 DS-SS통신기술이 도입된 최첨단 동영상송신통제체계인 GR-510을 사용하고 있으며, ‘방현-5’라고 부르는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를 2016년에 실전배치하였으며, GS-2200이라고 부르는 최첨단 정보통신장비가 설치된 전술지휘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이런 최첨단 장비들이 연결된 최첨단 전자정보체계로 신종 미사일의 비행을 유도하면, 정밀타격수준을 뛰어넘어 초정밀타격을 능히 할 수 있다. 자동항법장치만 사용하여 정밀타격을 하는 기존 탄도미사일은 타격오차범위가 30~70m에 이르지만, 전자광학유도장치를 사용하여 초정밀타격을 하는 조선의 신종 미사일은 타격오차범위가 5m로 대폭 줄어든다. 

(5) 상상을 초월한 파괴력 

로씨야가 자랑하는 이스칸데르 미사일 전투부에는 타격목표에 따라 고폭탄, 산포탄(집속탄), 관통탄 중에서 어느 한 가지가 선택적으로 장착된다. 조선에서는 그 밖에도 파편지뢰탄, 지하침투탄, 흑연탄을 더 장착한다. 고폭탄은 레이더기지 같은 고정목표를 공격할 때 사용하고, 산포탄은 보병부대나 기갑부대를 공격할 때 사용하고, 관통탄은 견고한 지휘통제시설이나 방호시설을 공격할 때 사용한다. 파편지뢰탄은 비행장 활주로나 전술도로를 파괴할 때 사용하고, 지하침투탄은 지하시설을 공격할 때 사용하고, 흑연탄은 전력공급망을 물리적 파괴 없이 단절시킬 때 사용한다. 

조선의 신종 미사일 전투부에 장착되는 것 중에는 50킬로톤급 핵탄두도 있다. 이것은 조선이 신종 미사일을 사용하여 핵전자기파공격을 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공기밀도가 낮은 50km 고도에서 핵탄이 폭발하면, 핵폭풍은 일어나지 않고, 매우 강력한 전자기파(EMP)가 방출된다. 핵폭풍은 일어나지 않고 전자기파만 방출되므로, 50km 아래에 있는 지상의 생명체들과 구조물들은 손상을 입지 않고 전자장비들과 전기장치들만 파괴된다. 바로 이것이 고공폭발식 핵전자기파공격이다.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이번 화력타격훈련에서 발사한 신종 미사일이 50킬로톤급 핵탄을 기폭시키는 고공핵폭발식 핵전자기파공격에 적합한 40~60km의 고도로 날아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항모타격단의 미사일방어망 뚫어버리는 신종 미사일

조선처럼 중국도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외형 및 성능이 매우 유사한 신종 미사일을 만들었다. 중국이 만든 신종 미사일은 둥펑-12다. 둥펑-12는 2011년 2월 24일 아랍추장국련방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2013년부터 중국인민해방군에 실전배치되었다. 조선이 신종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시기가 2015년이므로, 중국은 조선보다 약 2년 앞서 신종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것이다. 

조선과 중국이 각각 신종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었던 시기에 로씨야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 다양화, 전문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일곱 가지 유형 가운데서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스칸데르-M(기본형 미사일), 이스칸데르-K(순항미사일), 이스칸데르-E(해외수출용 미사일) 뿐이고, 그 밖의 네 가지 유형은 비밀에 쌓여있다. 

그런데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네 가지 비밀 중에서 한 가지 비밀이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2018년 11월 6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중국국제항공항천박람회에서 풀렸다. 중국의 최신형 지대함미사일 CM-401이 그 박람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4축8륜 자행발사차량에 2발씩 탑재된 이 최신형 지대함미사일은 둥펑-12 지대지미사일의 변종이다. <사진 9>

▲ <사진 9> 이 두 장의 사진은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2018년 11월 6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중국국제항공항천박람회에 전시된 중국의 최신형 지대함미사일 CM-401을 촬영한 것이다. 특이한 컴퓨터무니로 외색도장을 한 4축8륜 자행발사차량에 그 미사일이 실려있었다. 이 지대함미사일은 중국이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하게 만들어낸 둥펑-12 지대지미사일의 변종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나 중국의 둥펑-12는 모두 지대함미사일 변종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신종 미사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변종들 가운데 둥펑-12의 변종인 CM-401 지대함미사일과 유사한 지대함미사일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로씨야가 발트해 연안지역인 깔리닌그라드에 전진배치한 이스칸데르 미사일 가운데는 지대지미사일도 있고 지대함미사일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깔리닌그라드에 전진배치된 이스칸데르 지대함미사일이 전시에 발트해에 출동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공격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스칸데르 지대함미사일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초정밀타격으로 항공모함 사령탑을 단 한 방에 완파하는 절묘한 공격을 펼치게 될 것이다. <사진 10>


▲ <사진 10> 맨위쪽 사진은 조선의 신종 전술유도무기이고, 가운데 사진은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고, 맨아래쪽 사진은 중국의 둥펑-12 미사일의 변종인 지대함미사일 CM-401이다. 이 사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미사일들은 외형이 서로 똑같다. 또한 이 미사일들은 성능과 위력도 대동소이하다. 만일 유럽전선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깔리닌그라드에 전진배치된 로씨야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초정밀타격으로 항공모함 사령탑을 한 방에 완파하는 절묘한 공격을 펼치게 될 것이다.만일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중국 해안지대에 전진배치된 CM-401은 대만으로 접근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초정밀타격으로 항공모함 사령탑을 한 방에 완파할 것이다. 만일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조선의 전방지대에 전진배치된 신종 미사일은 동해에 출동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초정밀타격으로 항공모함 사령탑을 한 방에 완파할 것이다.     

그런 초정밀타격씨나리오는 한반도에서도 그려질 수 있다. 만일 전쟁이 벌어지면, 조선인민군은 신종 미사일을 동시다발-밀집사격으로 집중발사하여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국군기지와 충청남도 계룡대에 있는 한국군 육해공군본부, 그리고 동해에 출동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눈 깜빡할 사이에 공격할 것이다. 미국이 믿는 미사일방어체계들인 페이트리엇-3 저고도미사일방아체계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조선의 신종 미사일의 출현은 위와 같은 초정밀타격씨나리오가 결코 공상소설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님을 말해준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7년 8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에서 고위급 군사지휘관들과 함께 괌포위사격계획을 검토하는 장면을 촬영한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작전지휘소 벽에 게시된 ‘남조선작전지대’라는 제목의 작전지도에는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을 4개의 미사일타격권으로 구분해놓은 것이 나타나있는데, 평택 미국군기지와 계룡대 한국군 육해공군본부는 조선의 신종 미사일이 조준하는 제2타격권에 들어있다. 그 신종 미사일의 초정밀타격 앞에서 평택 상공과 계룡대 상공은 무방비로 뻥 뚫려 있다. <사진 11>

▲ <사진 11> 이 사진은 2017년 8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에서 고위급 군사지휘관들과 함께 괌포위사격계획을 검토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작전지휘소 벽에 게시된 '남조선작전지대'라는 제목의 작전지도가 눈길을 끈다. 이 작전지도에는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을 4개의 미사일타격권으로 구분해놓은 것이 나타나있는데, 평택 미국군기지와 계룡대 한국군 육해공군본부는 조선의 신종 미사일이 조준하는 제2타격권에 들어있다. 그 신종 미사일의 초정밀타격 앞에서 평택 상공과 계룡대 상공은 무방비로 뻥 뚫려 있다.     ©

2016년 1월 29일 이란 텔레비전방송은 이란혁명수비군 무인전략정찰기가 페르시아만 해상에서 대이란무력시위를 감행하는 미국 해군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함의 머리 위로 낮게 비행하면서 촬영한 영상자료를 방영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런 정황은 무인전략정찰기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방공감시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거대한 코끼리가 자기 급소를 파고드는 생쥐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비대한 항공모함도 자기 급소를 파고드는 무인전략정찰기를 두려워한다. 

전시에 조선의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가 동해에 출동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방공감시망을 뚫고 들어가면,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신종 미사일을 발사하여 항공모함 사령탑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사진 12>

▲ <사진 12> 이 사진은 2016년 1월 이란혁명수비군 무인전략정찰기가 페르시아만 해상에서 대이란무력시위를 감행하는 미국 해군 항공모함 해리 트르먼함의 머리 위로 낮게 비행하면서 촬영한 영상자료다. 이 영상자료는 2016년 1월 29일 이란 텔레비전방송에서 방영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런 정황은 무인전략정찰기기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방공감시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전시에 조선의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가 동해에 출동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방공감시망을 뚫고 들어가면,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내들은 신종 미사일을 발사하여 항공모함 사령탑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신종 미사일의 초정밀타격으로 미국 해군 항공모함 사령탑을 한 방에 날려버리면, 그 항공모함은 거대한 10만톤급 고철덩어리로 돌변하여 망망대해를 정처 없이 표류하게 될 것이다. 항공모함을 따라다니는 순양함, 구축함, 호위함, 보급함은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의 초정밀타격과 잠수함대의 집중공격을 공중과 수중에서 연거푸 얻어맞으며 동해의 깊은 바다속에 모조리 수장될 것이다. 핵추진 항공모함이 격침되면 동해가 방사능에 오염될 것이므로, 조선인민군은 항공모함을 격침하지 않고 사령탑만 날려버려 표류시킬 것이다. 동해로 급파된 미국의 구조함과 예인선은 조선의 잠수함대가 펼쳐놓은 수중공격망이 두려워 동해에 감히 들어서지 못하고, 정처 없이 표류하는 10만톤급 난파선에 갇힌 미국 해군 6,000여 명은 식수 및 식량공급이 끊어져 비참한 최후를 맞을 것이다. 조선은 미국 본토 심장부를 날려버릴 핵보복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미국은 항모타격단이 궤멸당해도 조선에게 섣불리 핵공격을 감행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게 될 것이다.    

누구나 느끼는 것처럼, 요즈음 정세는 불안정하다. 미국이 조선의 핵무장해제와 정권전복을 노린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제기한 것으로 하여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조미관계와 한반도정세는 핵협상과 핵대결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조선은 미국과 핵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며, 세상을 놀라게 하는 각종 미사일들을 발사하는 화력타격훈련으로 대미압박강도를 차츰 높이면서 백악관을 옥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