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3

붉은 핵탄 앞에서 헛발질하는 미국

[한호석의 개벽예감](154)
자주신보 2015년 04월 1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고트니 사령관은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말하였는가?
2.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실에서 진행된 심야회의
3. 칸의 회고, 쿠마체브의 발언, 크루취코브의 보고
4. 미국의 억제전략위원회 결성은 헛발질이다 

▲ [사진1]미국북부사령부 제6대 사령관이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제23대 사령관인 윌리엄 고트니(William E. Gortney) 해군제독     ©자주시보


1. 고트니 사령관은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말하였는가?
 
2015년 4월 7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다. 회견장에 나온 사람은 미국북부사령부 제6대 사령관이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제23대 사령관인 윌리엄 고트니(William E. Gortney) 해군제독이다. <사진 1> 그의 발언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가 지휘하는 미국북부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가 무슨 임무를 수행하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의 피터슨공군기지에 자리를 잡은 미국북부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미국 본토, 알래스카, 캐나다를 포괄하는 북미대륙공역(空域)의 공중정찰, 공중작전통제, 공중방어를 맡은 항공우주전략지휘부다. 만일 그 지휘부가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적국의 공격징후를 탐지하지 못하면, 미국 본토는 치명적인 핵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처럼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항공우주전략지휘부의 사령관이 기자회견에 나왔으니, 취재진의 질문공세가 빗발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그의 회견내용 중에서 조선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에 소형핵탄을 장착하여 작전배치하였다는 발언내용만 보도하였고, 더욱이 그의 그런 발언내용이 미국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주장한 한국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을 후속보도로 내보내는 바람에 국민들은 헷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시에 조선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요격하는 임무를 맡은 사령관이 기자회견에서 조선이 소형핵탄을 그 미사일에 장착하였다고 밝혔는데도, 그 발언이 미국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보도한 한국 언론매체들의 행태는 말장난으로 보인다.

윌리엄 고트니 사령관의 4월 7일 회견내용 중에서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은, 더 중요한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언론매체 <워싱턴자유횃불(WFB)> 2015년 4월 7일 보도에 따르면, 기자회견에서 고트니 사령관은 미국이 직면한 세 가지 군사문제를 거론했다. 그가 거론한 순서대로 열거하면, 중국이 남중국해에 배치한 진급(晉級) 핵추진잠수함, 조선이 작전배치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 그리고 러시아가 미국 본토 남쪽의 멕시코만과 카리브해 상공에 출현시키는 Tu-160 전략폭격기다. 

그런데 고트니 사령관은 중국의 진급 핵추진잠수함 3척에는 아직 수중발사탄도미사일이 탑재되지 않았으며 미국 본토 쪽으로 접근하여 순찰하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고, 러시아의 전략폭격기가 미국 본토 남방상공에 출현한 사태에 대해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중국의 핵추진잠수함이나 러시아의 전략폭격기는 미국에게 위험요인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말한 내용을 뒤집어보면, 미국에게 위험요인으로 되는 것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핵탄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또 그런 적대적 발언을 해야 할 처지도 아니다. 중국의 핵추진잠수함과 러시아의 전략폭격기가 미국 본토에 인접한 바다나 하늘에 출현해도, 그것은 실전연습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압박 또는 대러시아압박에 맞선 대응행동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에서 조선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전혀 다른 처지에 있다. 조선과 미국이 격전을 벌였던 6.25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전쟁재발위험이 항시 도사리고 있다. 더욱이 조선의 주장에 따르면, 자기 영토의 절반인 “남조선을 타고앉은 미제침략군”은 한국군과 함께 평양을 점령하기 위한 대규모 실전연습을 감행해온다는 것이다. 이 글을 집필하는 지금도 미국군과 한국군은 ‘독수리연습’을 감행하는 중이다.
 
만일 러시아 남부지역을 점령한 미국군이 그 점령지에서 독일군과 함께 모스크바를 점령하기 위한 대규모 실전연습을 주기적으로 감행한다면, 러시아는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미국과 싸워 자기의 빼앗긴 영토를 되찾으려고 할 것이다. 만일 중국 남부지역을 점령한 미국군이 그 점령지에서 일본자위대와 함께 베이징을 점령하기 위한 대규모 실전연습을 주기적으로 감행한다면, 중국은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미국과 싸워 자기의 빼앗긴 영토를 되찾으려고 할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이 왜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작전배치하고, 즉시 전쟁에 돌입할 격동적인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남측은 북측을 자신의 영토라고 여기겠지만 조선은 조선대로 자국 영토가 미국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지고, 미국군이 그 남반부를 점령하였다고 보는 분단원년으로부터 무려 70년이 지난 올해 2015년에 그들이 ‘조국통일대전’이라 부르는 최후결전을 준비하였고, 그것을 결행할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 [사진2] 샤이엔산악복합체Cheyenne Mountain Complex)라고 불리는 샤이엔기지는 화강암층 산을 뚫고 건설한 지하기지     © 자주시보

조미관계에서 그런 상황이 조성되었으니 미국군 수뇌부가 조선의 화성-13호를 자기들에게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지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트니 사령관은 4월 7일 펜타곤 기자회견에서 미국북부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를 피터슨공군기지에서 샤이엔기지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샤이엔산악복합체Cheyenne Mountain Complex)라고 불리는 샤이엔기지는 화강암층 산을 뚫고 건설한 지하기지인데, 핵공격, 전자기파공격, 화학탄공격, 생물학탄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설계된 난공불락의 요새다. 그 거대한 지하요새는 30메카톤급 전략핵탄(일반폭약 2,000만t의 파괴력)이 반경 2km 안에서 폭발해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본토의 항공우주방어임무를 맡은 사령부가 지상기지를 떠나 지하요새로 들어가는 긴급이전조치는, 미국군 지휘부가 미국 본토를 핵타격으로 날려버리겠다는 조선의 초강경한 발언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2.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실에서 진행된 심야회의

역대 미국 국방장관들 가운데서 미국의 항공우주전략지휘부를 1박2일 동안 시찰한 사람은 척 헤이글(Chuck Hagel)밖에 없다. 그는 국방장관에 재임 중이던 2013년 6월 27일 미국북부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를 시찰하였고, 이튿날 샤이엔기지도 시찰하였다. 미국 국방장관이 펜타곤 집무실을 떠나 현장을 시찰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인데, 미국 본토에서 1박2일 일정으로 현장시찰을 한 것은 매우 특별한 경우다. 그가 항공우주전략지휘부를 시찰한 까닭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조선의 핵타격준비태세가 매우 위협적임을 실감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척 헤이글 당시 국방장관이 항공우주전략지휘부를 시찰하기 3개월 전에 일어난 심각한 사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13년 3월 28일 정오쯤 미국 본토에서 발진한, 검은 박쥐처럼 생긴 B-2A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가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의 직도 상공에 나타나 공중핵타격예행연습을 감행하였다. 명백하게도, 그 예행연습은 항모타격단을 동원하는 것보다 자극강도를 훨씬 더 높인 전쟁광기였다.

그로부터 약 12시간이 지난 2013년 3월 29일 0시 30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실에서 작전회의를 소집하였다. 그 작전회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비롯한 각종 핵탄미사일로 미국 본토와 태평양작전구역을 “사정을 보지 말고 타격”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비준하였고,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사격대기명령을 하달하였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긴박한 전투동원태세에 돌입하였음을 말해준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의 핵타격은 적국에게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는 빨찌산식 불시기습선제타격이 될 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조선의 타격징후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2013년 3월 29일 당시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최고사령부에서 진행된 핵타격작전회의를 보도한 것은, 당시 조선이 미국 본토와 태평양작전구역을 실제로 타격하려고 하였던 것은 아니고,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키며 전쟁광기를 부린 미국에 맞서 군사대응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그러한 군사대응조치는 통상적인 조치로 끝난 게 아니었다. 그것은 조선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의 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국 본토와 태평양작전구역을 핵탄으로 불시에 기습타격할 수 있음을 예고한 징표로 된다. 미국은 그런 징표를 정확히 읽었고, 그래서 미국 국방장관이 항공우주전략지휘부를 2박3일 일정으로 시찰하였던 것이다. 

▲ [사진3]     © 자주시보

전시에 조선이 발사한 핵탄들이 미국 본토와 태평양작전구역으로 불시에 날아갈 것임을 예고하는 사진들이 있다. <사진 3>은 그 날 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핵타격작전회의가 진행된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실 내부를 촬영한 것인데, 벽면에 고정설치된 두 개의 작전지도와 이동식 거치대에 걸려있는 작전지도에 시선이 멎는다. 그 사진을 확대하면, 왼쪽 벽면에 고정설치된 작전지도는 미국의 태평양작전구역을 표시한 것이고, 오른쪽 벽면에 고정설치된 작전지도는 일본자위대 기지를 표시한 것이고, 이동식 거치대에 걸린 작전지도는 미국 본토를 표시한 것이다.

▲ [사진4]     © 자주시보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본토를 표시한 작전지도에는 네 줄의 타격선이 그어졌는데, 그 직선의 끝은 미국 본토와 하와이에 있는 핵타격대상들을 가리키고 있다. 그 네 줄의 타격선 가운데 위로부터 두 번째 타격선은 피터슨공군기지를 가리키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조선이 미국북부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를 핵탄으로 타격하려는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에 조선이 미국북부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를 핵탄으로 타격하려는 것은, 미국의 ‘두 눈’을 뽑아 앞을 보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사진을 확대하면,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실 왼쪽 벽면의 작전지도 옆에 벽면게시판이 고정설치되었는데, 거기에 “잠수함 40척, 상륙함 13척, 소해함 6척, 보조함선 27척, 비행기종 1,852대”라고 적혀있다. 이것은 미국의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된 군사장비수량을 열거한 것이다.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같은 다른 군사장비수량은 다른 쪽 벽면게시판에 적혀있는데 사진촬영각이 좁아 거기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 모든 군사장비들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선제핵타격목표라는 점은 명백하다.

미국과 전쟁을 할 필요가 없는 중국은 다른 나라를 핵탄으로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조선은 그런 선언을 하지 않았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조선은 그런 선언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미국의 선제핵타격전략에 대응해야 하는 조선의 선택은 선제핵타격전략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자는 조선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면서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선제핵타격연습에 집착해오는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에게 조선이 부질없는 외교발언을 건네야 하는가? 


3. 칸의 회고, 쿠마체브의 발언, 쿠르취코브의 보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조선의 핵탄보유량을 제각기 추론한다. 미국의 저명한 핵물리학자 씩프릿 헥커(Siegfried S. Hecker)는 2014년 12월 11일에 진행된 대담에서 조선의 핵탄보유량이 2016년까지 20발로 늘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의 조선문제전문가 로벗 칼린(Robert L. Carlin)은 2015년 2월 11일에 진행된 토론회에서 조선의 핵탄보유량이 2017년까지 최대 60발로 늘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의 조선문제전문가 조엘 위트(Joel S. Wit)는 2015년 2월 24일에 진행된 대담에서 조선의 핵탄보유량이 2020년까지 최대 100발로 늘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2010년 2월 10일에 발표한 논문에서 조선의 핵탄보유량이 2019년까지 14~18발로 늘어날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늘은 추산값을 크게 올려잡았다. 아무리 추산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제각기 들쭉날쭉한 것을 보면, 조선의 핵탄보유량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추산은 신뢰도가 너무 낮다.  

나는 2006년 10월 10일에 발표한 글 ‘북(조선)이 개시한 핵실험 대공세에 대하여’에서 조선의 핵탄보유량을 50발 정도로 추산한 바 있다. 9년 전에 그 글을 읽었던 독자들은 나의 그런 추산을 과대추산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지금도 조선의 핵탄보유량을 최대 10발이라고 추산하는데, 9년 전에 내가 조선의 핵탄보유량을 50발로 추산하였으니, 나의 그런 추산이 당시 독자들의 눈에 과대추산으로 비친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9년 전에 내가 추산한 조선의 핵탄보유량은 과대추산이 아니라 과소추산한 것이다. 그 글을 집필하였던 2006년에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중요한 정보들이 지난 9년 동안 세상에 알려졌는데, 그 동안 세상에 알려진 정보들은 2006년 당시 조선의 핵탄보유량을 50발 정도로 보았던 나의 추산이 과소추산이었음을 입증하였다.    

2006년 당시 나는 조선의 핵탄제조기술이 파키스탄의 핵탄제조기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조선의 핵탄보유량을 50발 정도라고 추산한 것인데, 그것은 정보부족으로 생긴 착오였다. 그 동안 새로 밝혀진 관련정보들에 따르면,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고 9년 전에도 조선은 핵탄제조기술에서 파키스탄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조선이 핵탄제조기술에서 파키스탄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 [사진5] 파키스탄핵실험     © 자주시보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에서 그 나라 역사상 첫 핵실험이 실시되었다. 이 핵실험은 5월 28일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된 것이다. 라스코산악의 화강암층에 뚫은 수평갱에서 실시된 첫 번째 핵실험은 핵탄 5발을 연쇄폭발시킨 것이었는데, 거대한 산을 뿌리째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력이 발생하였다. <사진 5>에서 흰색 기체가 산을 뒤덮은 것이 보이는데, 그것은 구름이 아니라 산이 통째로 흔들리면서 일어난 거대한 모래폭풍이다. 그와 달리, 카란사막에 파놓은 수직갱에서 실시된 두 번째 핵실험은 핵탄 1발만 폭발시킨 것이었다. 왜 핵탄 6발을 한 장소에서 실험하지 않고, 5발을 실험하고 이틀 뒤에 핵실험장을 바꿔 1발을 더 실험한 것일까? 수수께끼 같은 그 사연은 지난날 파키스탄 핵개발사업을 지휘한 총책임자였던 압둘 카디르 칸(Adul Qadeer Khan)의 회고에서 밝혀졌다. 그는 조선의 핵탄제조기술에 관해 외부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핵과학자이며, 조선의 핵탄제조기술과 미사일제조기술이 고도로 발전되었음을 국제사회에 알려준 유일한 정보전달자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1999년에 조선을 방문하였을 때 그는 당시 파키스탄의 기술로는 만들지 못하는 조선의 핵탄 3발을 직접 관찰하였다고 한다. 지름이 약 60cm인 그 핵탄은 64개의 신관을 정밀하게 연결한 폭선뇌관이 설치된 소형핵탄이었다. 지름이 약 60cm인 소형핵탄의 무게는 400~500kg이다. 이처럼 소형화된 핵탄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와 중거리미사일 화성-10호에 장착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4축8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사거리 700km의 단거리미사일 화성-6호에도 장착된다. 1988년에 화성-6호 시험발사에 성공한 조선은 1990년부터 화성-6호를 매달 4~8발씩 대량생산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수출까지 하였는데, 지난 25년 동안 그처럼 대량으로 생산해왔으니 지금은 화성-6호 약 2,000발이 작전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다른 미사일들은 그만두고 화성-6호만 집중발사해도 군사분계선 이남지역 전체가 초토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칸의 회고에 따르면, 1998년 5월 30일 카란사막에서 실시된 핵실험은 원래 핵탄 2발을 실험하려고 준비한 것이었는데, 첫 번째 핵탄을 실험하고 나서 두 번째 핵탄은 실험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첫 번째 핵탄의 실험성공으로 기대성능지표들에 도달하였고, 따라서 두 번째 핵탄을 실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5월 28일의 핵실험에 사용된 5발의 핵탄과 달리, 5월 30일의 핵실험에 사용된 1발의 핵탄은 당시 파키스탄의 핵기술로는 만들 수 없는 핵탄이었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러하였다. 파키스탄에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은 있으나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시설은 없는데, 5월 30일의 핵실험에 사용된 1발의 핵탄은 파키스탄에서 만들지 않은 플루토늄핵탄이었다. 이것은 조선이 미국의 감시와 정찰을 따돌리고 카란사막에서 자기의 핵탄을 사용하여 핵실험을 실시하였음을 말해준다.

그것만이 아니다, 5월 30일의 핵실험에서 일어난 핵폭발력은 2~6킬로톤이었는데, 당시 파키스탄은 그런 소형핵탄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지 못하였다. 소형핵탄을 만들려면, 핵탄에 삽입하는 반사체(reflector)의 무게와 두께를 소형화하는 기술, 고폭장약이 폭발할 때 핵물질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반사재(tamper)를 소형화하는 기술, 핵탄 안에서 중성자를 발생시키는 기술, 핵탄에 삽입하는 정교한 기폭장치를 소형화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당시 소형핵탄을 제조하지 못하던 파키스탄에서 소형핵탄을 사용한 핵실험이 진행된 것은, 조선이 카란사막에서 자기의 핵탄을 사용하여 핵실험을 실시하였음을 말해준다.

더 놀라운 것은, 5월 30일의 핵실험에 사용된 1발의 소형핵탄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핵탄두였고, 출력강화기술로 폭발력을 300~400% 증폭시킨 증폭핵분열탄이었다는 사실이다. 증폭핵분열탄은 고폭장약기폭으로 핵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발생하는 플라즈마상태에서 이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부분적인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핵분열을 증폭시키는 고급핵탄이다.

주목하는 것은, 조선이 부분적인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는 기술을 개발하였다는 사실이다. 조선이 핵융합반응실험에 성공하였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나온 날은 2010년 5월 12일이었는데, 조선은 부분적인 핵융합이 일어나는 증폭핵분열탄실험을 1998년 5월 30일에 진행하였다. 
중국이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한 날은 1996년 7월 29일이었는데, 그것은 중국에게 마지막 핵실험이었다. 중국은 그 마지막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미임계핵실험(subcritical nuclear test)만 실시해오고 있다. 핵강국들이 컴퓨터체계로 작동, 통제하는 미임계핵실험을 실시하게 된 이후에는 핵폭발이 일어나는 핵실험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조선도 당연히 미임계핵실험을 실시하고 있는데, 2006년, 2009년, 2013년에 핵실험을 실시한 까닭은 미국의 대북압박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것은, 핵실험을 실시한 횟수에서 조선과 중국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중국은 1996년 7월 29일에 실시한 마지막 핵실험으로 증폭핵분열탄제조기술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45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하였는데, 조선은 1998년 5월 30일 핵실험을 연이어 두 차례 실시하기로 준비했다가 첫 번째 핵실험만 실시하고 두 번째 핵실험은 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단 한 차례의 핵실험으로 증폭핵분열탄제조기술을 완성하였음을 말해준다. 중국이 45차례의 핵실험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증폭핵분열탄제조기술을 조선이 단 한 차례의 핵실험으로 완성한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그처럼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선이 1998년 5월 30일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하였다는 정보가 공개되어도 국제사회는 그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이 1998년 5월 30일 이전에도 몇 차례 핵실험을 실시하였다는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 조선이 1998년 5월 30일 증폭핵분열탄실험에 성공한 것은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국제사회는 조선이 1998년 5월 30일에 핵실험을 실시하였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는데, 조선이 그 이전에 몇 차례 핵실험을 실시하였다는 말을 들으면 농담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조선이 카란사막에서 핵실험을 실시하기 4년 전인 1994년 2월 14일 <아전스 프랑스 프레스(AFP)>가 보도한 러시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블라디미르 쿠마체브(Vladimir  Kumachev)의 충격적인 발언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조선은 핵탄두(nuclear warheads)를 여러 발 가지고 있다. 우리는 조선이 전체주의정권 하에 있는 일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몇 차례 핵실험을 실시하였음을 알고 있다.” 

▲ [사진6] 블라디미르 크루취코브(Vladimir Kruchkov)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 위원장     ©자주시보

쿠마체브의 위와 같은 발언이 보도된 때가 1994년 2월이었으므로, 조선은 이미 1980년대에 핵탄을 개발하였고,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에 아프리카에서 몇 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쿠마체브의 그런 발언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사진 6>에 나온 블라디미르 크루취코브(Vladimir Kruchkov)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 위원장이 1990년 2월 22일에 작성하여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 제출한 보고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문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그 보고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국가안보위원회가 믿을 만한 소식통을 통하여 입수한 정보는 조선에서 핵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조선의 영도자들, 특히 위에 언급한 연구사업을 직접 감독하는 김정일 영도자는 한국에 대한 조선의 군사적 우세를 추구하고 있으며, 핵보유국으로 동참하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정보자료에 따르면, 조선은 평안북도 녕변의 핵연구소에서 핵장치(nuclear device)개발을 이미 끝마쳤다. 조선은 자기들이 핵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와 국제감시기관들에게 감추어야 하므로, 현재 조선이 그 핵무기를 실험할 계획은 없다. 국가안보위원회는 이와 관련된 정보를 검토하기 위해 차후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이상과 같이 보고한다.” 
 
 
4. 미국의 억제전략위원회 결성은 헛발질

위에 열거한 칸의 회고, 쿠마체브의 발언, 크루취코브의 보고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은 1980년대에 핵무기를 만들었고,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에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핵실험을 실시하였으며, 1998년 5월 파키스탄에서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하였고, 그로부터 3개월 뒤 인공위성을 발사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입증하였다.

그런데 2006년 10월까지만 해도 나는 과소평가된 자료만 접하고 있었던 터라, 조선의 핵탄보유량을 파키스탄의 핵탄보유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50발이라고 추산하였으니 착오에 빠졌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선의 핵탄보유량을 파키스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산할 게 아니라 중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까닭은, 조선의 핵탄제조기술이 고도화되어 중국의 핵탄제조기술을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증폭핵분열탄제조기술에서 조선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1990년대 후반에 2년으로 좁혀졌다. 

미국 군비통제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가 2015년 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핵탄보유량은 중국 250발, 프랑스 290발, 영국 225발로 추산된다. 핵탄보유량에서 다른 핵보유국을 크게 앞지르는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중국, 프랑스, 영국의 핵탄보유량은 대략 250발 수준이다. 이런 사실을 보면, 핵탄제조기술에서 중국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 조선도 현재 250발 정도의 핵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 우리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서술한 <로동신문> 2013년 5월 21일부 보도기사가 말해준 것처럼, 조선의 핵탄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된 핵탄이다. 2013년 4월 1일 조선에서 채택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은 조선의 핵탄이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하는데 복무한다”고 규정하였는데, ‘침략의 본거지들’이란 미국 본토와 태평양작전구역의 전략거점들을 뜻하고, 섬멸적 보복타격이란 핵타격으로 소멸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붉은 핵탄’을 발사하여 미국 본토와 태평양작전구역의 전략거점들을 소멸하겠다는 뜻이다.

▲ [사진7]     © 자주시보

그러면 미국은 조선의 ‘붉은 핵탄’에 맞서 어떤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을까? 애쉬튼 카터(Ashton B. Carter)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4월 10일 서울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 합의한 사항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사진 7> <연합뉴스> 2015년 4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양국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기술과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이 최정점에 도달했다고 판단,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한미억제전략위원회’를 이달 중 출범시키기로 했다.” 조선의 핵무력이 ‘최정점’에 도달했다는 미국의 최신 정보평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조선의 ‘붉은 핵탄’에 대응하기 위해 2011년부터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실시해오면서, 2013년 9월 ‘맞춤형 억제전략’을 완성하였고, 2014년 10월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와 미사일대응능력위원회(CMCC)를 통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정에 따라 2015년 4월에 결성되는 통합회의체가 억제전략위원회(DCS)인 것이다.

억제전략위원회에서는 조선의 ‘붉은 핵탄’에 대응할 작전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그 작전계획의 중심내용은 2013년 11월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언급한 4D작전개념이다. 4D는 방어(Defense), 탐지(Detect), 교란(Disrupt), 파괴(Destroy)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미국군은 조선의 타격징후를 탐지하였다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붉은 핵탄’을 발사하면 즉각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로 요격체를 쏘아올려 파괴하는 다층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한다는 것인데, 지난 3월 27일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 미국 합찹의장이 최윤희 한국 합참의장과 회담하면서 언급한 통합미사일방어(IAMD)가 다층미사일방어망이다. 다층미사일방어망 구축은 2015년 4월에 결성되는 억제전략위원회가 수립할 새로운 작전계획의 핵심내용이다.

그러나 미국이 억제전략위원회를 결성하는 것도, 그 위원회가 4D작전개념을 가지고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모두 헛발질이다. 그렇게 혹평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한국이 구축하려는 저고도미사일방어망(KAMD)은 조선의 ‘붉은 핵탄’을 요격하지 못한다. <문화일보> 2015년 4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저고도미사일방어망으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하므로, 한국군은 미국의 고고도 및 중고도미사일방어망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15년 4월 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고고도 및 중고도미사일방어망도 적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이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요행수를 바라는 것이나 다르지 않으므로, 이미 100억 달러나 들여 구축해놓은 미사일방어망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미사일방어망을 모두 통합하여 운용하더라도 조선의 ‘붉은 핵탄’을 요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요격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도, 미국은 억제전략위원회에서 4D작전개념을 가지고 다층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는 새로운 작전계획을 세우겠다고 하니 현실과 동떨어진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조선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면 불시에 기습발사된 ‘붉은 핵탄’의 첫 타격으로 전쟁승패가 결정될 것인데, 요격성공의 요행수를 바라는 작전계획을 뒤늦게 수립하는 것은 때를 놓친 헛발질이 아니고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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