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2

북의 핵무력동원태세는 반복되지 않는다

[한호석의 개벽예감](97)
자주민보 2014년 01월 2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화성-13호 여러 기를 출동시킨 북의 핵무력동원태세

2013년 1월과 2월 북, 미국, 중국이 각기 핵무력동원태세에 돌입하였던 긴박한 군사상황에 관한 몇 가지 정보들이 파편적으로나마 드러난 당시 언론보도를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였던 2013년 1월 초 미국 군부를 공포에 떨게 한 놀라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 놀라운 상황에 관한 군사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였으므로 그에 관한 언론보도가 철저히 통제되었으며, 상황이 발생한 때로부터 근 2개월이나 지난 2013년 3월 14일에 가서야 미국 온라인 언론매체 <워싱턴자유횃불(Washington Free Beacon)>이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여 짤막하게 보도하였을 뿐이다. 그 짤막한 보도는 “미국의 정보감지장치들(intelligence sensors)이 1월 중에 북측 각지에서 몇몇 KN-08이 기동하는 것을 관측하였다”는 한 줄 문장으로 기록된 것이었다. 그 문장에 나오는 ‘정보감지장치’란 미국군 정찰위성을 뜻하고, ‘KN-08’이란 미국 군부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에 자의적으로 붙여놓은 별칭이다.

 
▲ 북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는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망을 뚫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위킬릭스(Wikileaks)>에 폭로된 ‘미국-러시아 공동위협평가회담-2009년 12월’이라는 제목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9년 당시 미국은 무게 500kg의 탄두를 장착한 북의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를 15,000km라고 인정하였다. 그런데도 미국 군부는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가 2013년 4월에 발표한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위협’이라는 제목의 공개자료에서 화성-13호의 사거리가 5,500km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였다.
2009년 12월에 진행한 비밀회담에서는 화성-13호의 사거리를 15,000km라고 인정하였으면서도, 2013년 4월에 발표한 공개자료에서는 그 사거리를 5,500km를 대폭 축소한 것이야말로 북의 미사일능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상투적인 사실왜곡이다. 미국 군부가 왜곡한 자료를 곧이곧대로 믿은 미국 군사전문가들에 의해 화성-13호의 사거리가 5,500km라는 허위사실이 오늘 국제사회에서 ‘정설’처럼 인정을 받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위의 보도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2013년 1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 여러 대를 각 지역 갱도기지들에서 출동시켜 여러 방향으로 분산기동시키면서 발사준비태세를 갖추었던 것이다. 그 보도기사에 언급된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화성-13호를 탑재한 자행발사대 몇 대가 작전기동에 나섰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들은 몇 대인지 몰라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위성영상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였는데도 그냥 “몇몇(several)대”라고만 언급하고 넘어간 것이다.

보도기사에 나온 ‘몇몇(several)’이라는 낱말은 ‘소수(few)’보다는 많고, ‘다수(many)’보다는 적은 수량을 표기할 때 쓰인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취재기자에게 화성-13호의 수량에 대해 그처럼 모호하게 언급하고 넘어간 까닭은,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막강한 핵무력이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미국 군부가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자유횃불>은 화성-13호를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들이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기동한 작전시기가 2013년 1월 중이라고만 서술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작전시기는 2013년 초였던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들이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기동하는 것은 통상적인 기동훈련이 아니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는 핵무력동원태세를 갖춘 것이다.

2013년 1월 초 북은 왜 그처럼 미국을 상대로 핵무력동원태세를 취하였던 것일까? 미국은 북이 2012년 12월 12일 첫 자국산 실용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것을 ‘위법행위’라고 규정해놓고 유엔안보리를 배후에서 조종하면서 2013년 1월 중에 대북제재를 추가하려고 집요하게 획책하는 중이었다. 유엔안보리는 2012년도 활동을 12월 19일에 끝냈고, 2013년 1월 초에 재개하였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평화적인 우주개발사업을 단지 북이 실행하였다고 해서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제재를 추가하려는 미국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북은 2013년 1월 초 미국 본토를 조준한 핵무력동원태세를 갖추었던 것이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무력동원태세에 돌입한 것은 북의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본토를 조준하여 발사준비태세를 갖춘 여러 기의 화성-13호가 동시다발 작전기동에 돌입한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광명성-3호 2호기 발사 이후 40일 동안이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가 2013년 1월 23일에 가서야 유엔안보리를 앞세운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하였는데, 그 결의안을 채택하기 사흘 전인 1월 20일에 갑자기 ‘해중전연습(USWEX)’이라는 명목으로 방대한 해군무력을 동중국해에 황급히 집결시켜놓고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하는 겁먹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미국의 그런 내부사정을 알 길이 없었던 언론매체들은 유엔안보리에서 신속한 합의에 제동을 걸며 시간을 끌었던 중국의 지연전술이 대북재재결의를 40일 동안 지연시킨 원인이라고 추측하였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었다.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이었던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은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화성-13호 작전기동에 관한 보고를 받고 겁을 먹었고, 그래서 그는 대북제재결의안이 채택되기 약 12시간 전인 2013년 1월 23일 용산기지에서 열린 기지내부회합에서 “미국군은 공격 받기 쉬운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나는 누구에게 겁을 주려는 건 아니고, 그렇다는 말이다”고 하면서 주눅이 든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핵탄두를 장착하고 미국 본토를 조준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가 작전기동에 돌입한 판인데 어찌 주한미국군사령관 한 사람만 겁을 먹었겠는가.

화성-13호의 작전기동을 보고 발칵 뒤집힌 미국군 지휘부의 내부사정에 관해 알려준 것은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2월 12일부 보도기사다. 그 보도기사는 “펜타곤의 합참본부가 북의 신형 도로이동식 미사일과 그 미사일이 미국에 주는 위험에 대한 긴급위협평가를 실시하는 중(The Pentagon's Joint Staff is conducting an urgent threat assessment of North Korea's new road-mobile missile and the danger it poses to the United States)”이라고 지적하면서, 속성으로 실시된 그 위협평가는 군사기밀로 처리되어 미국군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에게 즉각 제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미국군 합참본부 대변인은 이러한 속성평가작업이 진행 중인 것에 대한 논평을 요구 받고 언급을 회피하였는데, “속성평가는 미국 정보기관들과 군부가 이 새로운 무기(화성-13호를 뜻함-옮긴이)에 대해 느끼는 우려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하였다. 

위의 보도기사는 2013년 2월 12일 북이 열핵증폭분열탄을 폭발시킨 제3차 지하핵실험 직후에 나온 것이다.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의 작전기동을 보고 질겁하여 황급히 위협평가서를 작성하며 허겁지겁하던 미국군 지휘부는, 북이 전격적으로 실시한 열핵증폭분열탄 폭발시험으로 강타를 한 대 더 얻어맞았다.

2013년 1월 초에서 2월 12일에 걸친 약 한 달 사이에 미국은 북의 화성-13호 작전기동과 열핵증폭분열탄 폭발시험이라는 연속강타를 얻어맞고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세계 유일의 제국주의초대국이 동방의 사회주의국가에게 연속강타를 얻어맞은 것이 너무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 사건이었으므로 겉으로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 B-52 장거리폭격기와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으로 연속 출동시키는 군사행동으로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내막을 알게 되면, 미국의 그런 군사행동이 체면유지에 지나지 않았고, 북미대결에서 승패는 이미 갈리고 있었음이 눈에 보인다. 각기 자국의 핵타격수단들을 전선에 출동시키면서 격렬하게 벌어진 북미대결에서 동방의 사회주의국가는 연속강타를 날리며 제국주의초대국에게 패배를 안겼고, 세계를 지배한다는 제국주의초대국은 체면을 유지하려는 군사대응행동에 매달리며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였다.


북미격돌에 대비하여 핵무력동원태세에 돌입한 중국인민해방군

2013년 초부터 급속히 고조되기 시작한 북미격돌위험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인접국인 중국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북미격돌위험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부 및 남부 해안지대 전체가 미국군, 일본자위대, 한국군의 해공군력에 가로막힌 중국은 자국의 안보를 지키지 위해서 싫건 좋건 북과 전략적으로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있다. 중국인민해방군이 미일동맹군과 충돌하는 경우 중국과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맞서 싸울 나라는 북밖에 없다. 북미격돌위험이 급속히 고조되기 시작하였던 2013년 초에 중국은 위기감을 느끼며 아래와 같이 군사적 비상조치를 연속 취하고 있었다.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부는 2013년 1월 14일 군기관지 <해방군보> 보도기사를 통해 “올해 군은 위기의식을 갖고 군사투쟁을 준비해야 하며 당중앙과 당중앙군사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해방군보> 2013년 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許其亮) 부주석이 산둥반도 남부의 칭다오(靑島)항에 정박 중인 핵동력 추진 전략잠수함에 탑승하여 동행한 군부인사들에게 “구체적인 적을 가상한 실전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하였다.

오늘도 여전하지만, 2013년 1월부터 2월까지 기간에도 중국은 동중국해에 있는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었으므로,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서 중국 군부가 적으로 지목한 대상이 일본자위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미격돌위험이 고조된 당시 상황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의 주적은 미국군이었다. 이를테면, 중국 군부의 공식 ‘웨이보(微博)’를 인용한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2013년 2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중국 공군이 “영어를 하는 제3적”과 맞서 싸우는 실전훈련을 실시하였는데, 그런 이례적인 실전훈련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미국군을 주적으로 여기었음을 말해준다. 요컨대 2013년 1월 중국인민해방군이 미국군을 주적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은, 당시 극도로 격화된 북미격돌위험과 직결된 것이었다.

 
▲ 중국인민해방군의 미사일 둥펑16호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북이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고, 미국이 그에 반발하여 더욱 압박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 2013년 2월 12일 중국은 마침내 핵무력동원태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방군보> 기사를 인용한 <명보(明報)> 2013년 2월 13일 보도와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2월 27일 보도를 종합하면, 2013년 2월 12일부터 중국인민해방군은 저장(浙江)성과 푸젠(福建)성에서 유사시 핵탄두를 장착하는 둥펑(東風)-16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실전연습에 돌입하였는데, 특히 장병들이 군복을 입은 채 취침하면서 24시간 경계태세를 유지한 미사일부대는 강남군산(江南群山) 산악지대에서 동중국해를 향해 둥펑-16 준중거리탄도미사일 신속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이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탑재한 둥펑-16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저장성과 푸젠성에 전진배치하였을 뿐 아니라, 동중국해를 향해 실탄발사훈련까지 실시한 것은 오키나와 미국군기지를 조준한 핵무력동원태세를 갖춘 것이다. 

<중국신문망> 2013년 2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중국인민해방군 소속 여단급 전략미사일부대는 심야에 중국의 군사거점이 핵공격을 받게 되는 긴급상황을 상정하여 미사일자행발사대를 비롯한 10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한 복구훈련과 반격훈련을 실시하였다.

돌이켜보면, 2013년 1월 초부터 북, 미국, 중국은 각기 핵무력동원태세에 돌입하여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있었다. 적대관계에 있는 핵강국들이 그처럼 숨이 막힐 듯한 핵무력대치상황 속에 있었건만, 군사상황에 관한 보도통제 때문에 국민들은 그런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지 못하였다. 국민들이 전쟁이 임박했다는 언론보도를 통해 위급한 상황을 파악한 뒤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쟁징후를 미처 알지 못한 불의의 시각에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방사선형 갱도기지에 배치된 목성-3호의 순환식 기동발사능력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2월 12일 보도기사에는 미국이 두려워하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언급이 들어있다. 보도기사에 나온 명칭기술을 그대로 옮기면, 그 공포의 대상들은 “KN-08 ICBM”, “고정발사식 대포동-2호 ICBM”, 그리고 “무수단이라고 불리는 중거리 핵미사일”이다. 미국 군부를 공포에 몰아넣는 이 세 가지 핵타격수단을 북의 공식명칭으로 다시 적으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 수직갱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2호, 그리고 도로이동식 중거리미사일 화성-10호다.

미국과 때로 협조하고 때로 갈등을 빚기도 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막강한 핵무력을 가졌지만, 미국은 그 두 나라의 핵무력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두 나라는 미국을 전쟁으로 패망시키려는 적대의식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북만이 미국을 전쟁으로 패망시키려는 결심을 지녔기 때문에, 북의 핵무력은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제국의 망동’을 억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정보파악이 뜻밖에도 한심한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서 아래의 몇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 북이 화성-13호를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군사행진에 등장시켜 세상에 처음 공개한 때가 2012년 4월 15일이었는데, 미국은 2013년 1월 초 화성-13호가 작전기동에 돌입한 것을 위성영상자료를 통해 보고 나서야 황급히 그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보파악을 서두르며 야단법석이었다. 화성-13호를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가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뒤에도 미국은 북이 화성-13호를 아직 실전배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오판하였기 때문에 화성-13호에 대한 정보파악에 게을렀던 것이다. 이러한 게으름과 오판은 미국의 대북군사정보가 얼마나 문제투성이인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당시 미국군 합참의장이었던 마이크 멀린(Mike Mullen)은 2011년 1월 27일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와 대담하면서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려면 앞으로 5∼10년이 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가 그런 발언을 꺼내놓기 10여 년 전부터 북은 화성-13호를 비롯한 각종 핵무력을 실전배치하였다.

미국의 대북군사정보파악이 유독 화성-13호에 대해서만 그처럼 한심한 게 아니라, 미국 군부가 ‘KN-06’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북의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호에 대한 미국의 정보파악도 마찬가지다.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5월 2일 보도기사는 “미국 국방부가 북의 신형 4세대 지대공미사일(번개-5호를 뜻함-옮긴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거의 2년이나 걸렸다”고 말한 국제평가전략센터(IASC)의 군사전문가 리처드 피셔(Richard D. Fisher)의 지적을 인용하였다. 북은 2010년 10월 10일 군사행진을 통해 번개-5호를 세상에 처음 공개하였는데, 리처드 피셔의 지적에 따르면 미국은 세상에 공개된 번개-5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2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군사정보가 얼마나 한심한 수준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둘째, 북이 군사행진을 통해 각각 세상에 공개한 화성-13호나 번개-5호에 대한 미국의 정보파악이 그처럼 한심한 지경이므로, 북이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목성 계열의 수직갱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미국의 정보파악이 거의 무지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북은 미국이 ‘대포동-2호’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목성-2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실전배치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러시아 공동위협평가회담-2009년 12월’이라는 제목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무게 500kg의 탄두를 장착한 ‘대포동-2호’(목성-2호)가 2단형 로켓으로 제작된 경우 사거리를 10,000km라고 평가하였으며, 3단형 로켓으로 제작된 경우에는 사거리를 15,000km로 평가하였다. 목성-2호나 화성-13호는 모두 3단형 로켓으로 제작된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므로 그 두 미사일은 무게 500kg의 탄두를 장착하고 15,000km를 날아가는 강력한 미사일이다.

2000년대에 들어와 북은 목성-2호보다 성능이 훨씬 더 향상된, 사거리가 15,000km이고 다탄두를 장착한 목성-3호를 실전배치하였는데, 미국은 북이 이제껏 단탄두를 장착한 목성-2호밖에 실전배치하지 못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에 대해서는 2013년 10월 1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4대에 걸쳐 진보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참조: 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3929

셋째, 위에 인용한 <워싱턴자유횃불> 2013년 2월 12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발사준비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요구하는 대포동-2호(목성-2호이라는 뜻-옮긴이)가 선제공격에 취약하다고 여긴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런 지적은 북의 미사일기지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생긴 착오다. 이에 관해서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인민군 미사일부대 경비병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진 탈북자가 2013년 3월 16일 서울의 대북방송에서 꺼내놓은 이야기에 따르면, 발사명령을 받은 인민군 미사일부대가 산화제를 주입하고 탄두를 조립하고 타격좌표를 맞추고 발사단추를 누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이라고 한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민군 미사일부대는 항상 자행발사대에 미사일을 탑재한 상태로 24시간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산화제 주입차량이 자행발사대 곁으로 가서 미사일 주입구에 호스를 연결하여 산화제를 주입하기만 하면 발사준비가 끝난다는 것이다.

그는 발사 직전에 산화제를 주입하는 미사일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장기보관용 산화제(storable oxidant)를 항상 주입해두고 대기 중인 미사일도 있고, 고체연료를 내장하였기 때문에 산화제를 주입할 필요가 없는 미사일도 있다. 이런 신형 미사일의 경우 발사준비시간은 5∼8분으로 단축된다. 그러므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화성-13호를 비롯한 각종 핵타격수단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5∼8분 정도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5∼8분 간의 작업마저도 갱도기지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군 정찰위성이 인민군의 미사일발사태세를 전혀 탐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전략미사일을 탑재한 자행발사대가 드나드는 갱도기지는 미국군 정찰위성이 탐지하기 힘든 험준한 산악지대에 건설되었고, 위장도로를 가짜 갱도입구까지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설령 미국군 정찰위성이 갱도기지로 통하는 도로를 발견했다고 해도 어느 것이 진짜 도로인지 알 수 없게 되어있다. 

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3년 10월 10일 보도기사가 북의 수직갱발사기지에 관해 말해주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은 량강도 삼지연군 북서쪽에 있는 해발고 2,171m의 소백산 산악지대에 수직갱발사기지를 건설하였는데, 2000년대 중반에 착공하여 2013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공사기간이 7∼8년이나 걸린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난공사일지라도 대체로 3∼4년이면 끝내는 인민군 공병부대의 건설속도로 봐서, 소백산 수직갱발사기지 건설공사가 7∼8년이나 걸린 것은 그 규모가 얼마나 방대하고, 그 시설능력이 얼마나 견고한지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위의 보도기사는 소백산에 완공된 수직갱발사대가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라고 지적하였는데, 그것은 수직갱을 여러 군데 건설하였다는 뜻이 아니라 수직갱발사기지 출입구를 여러 곳에 낸 거대한 갱도기지를 건설하였다는 뜻이다.

<상해역보(上海譯報)> 선임편집자의 말을 인용한 중국 온라인 언론매체 <환구망(環球網)> 2013년 6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순환식 기동발사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공격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순환식 기동발사란 사방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가진 방사선형 갱도망을 따라 자행발사대들이 여러 방향으로 재빨리 이동하면서 미사일을 연속 발사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정보를 읽어보면, 소백산에 완공된 수직갱발사기지에는 순환식 기동발사능력을 갖춘 목성-3호 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기가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한 당시 미국군 합참부의장  제임스 카트라이트(James E. Cartwright)는 2009년 10월 1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북에는 고정식 발사대가 고작 몇 대밖에 없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기를 연속 발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북의 고정식 발사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선제타격으로 그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는 무지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위에 인용한 탈북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북에 건설된 미사일발사기지는 큰 산을 관통하는 갱도를 나뭇가지처럼 방사선형으로 뚫어놓았는데, 길이가 약 11km가 되는 장거리관통갱도 안에 미사일을 탑재한 자행발사대 17대, 보장차량 5대, 연료차량 등을 주차하듯이 들여놓았다고 한다. 여기서 5대의 보장차량이란 기중기탑재차량, 압축기탑재차량, 컴퓨터차량, 발전기탑재차량, 통신차량이다. 그러므로 북의 미사일갱도기지는 크게 구분하여 자행발사대 보관갱도, 보장차량 보관갱도, 연료차량 보관갱도 등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 북 대륙간탄도미사일 예상 궤도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위에 인용한 <환구망>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직접 명령을 받는 9개 여단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산하에 편성되었는데,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1개 여단은 5개 대대로 편성되었고, 1개 여단 중에 미사일 자행발사대를 배치한 대대는 3개 대대라고 한다. 나머지 2개 대대 가운데 1개 대대는 산화제 처리를 담당한 대대이고, 다른 1개 대대는 기지경비를 담당한 대대라고 한다. 위에 인용한 탈북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1개 대대마다 미사일 자행발사대가 3대씩 배치되었으므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실전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와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호는 80기 이상으로 추산된다. 거기에 더하여 수직갱발사대에 배치된 목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알 길이 없다. 유사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화성 계열과 목성 계열의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제히 발사하면,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1,500km 상공의 우주공간에까지 올라가는 그 미사일들은 지구를 감싸고 도는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초고속 돌진비행으로 낙하하여 여러 지상목표물들을 한꺼번에 타격함으로써 미국 본토를 불바다에 잠기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런 심각한 사정을 거의 알지 못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보유한 핵탄두 수량을 최대 10기 정도라고 추정하였는데, 위에서 논한 내용을 살펴보면 북은 아무리 적게 추산해도 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핵무력동원태세는 반복되지 않는다

2014년 1월 16일 북측 국방위원회는 북측 정부, 정당, 단체들의 위임에 따라 남측 당국에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한 중대제안을 전하였다. 그 중대제안은 아래와 같다.

첫째, 2014년 1월 30일부터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제안이다.

둘째, “상대방에 대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고 하면서, “2월 말부터 강행하려는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훈련부터 중단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였고, “특히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서해 5개섬 열점지역을 포함하여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중지할 때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여 제안”하였다.

셋째, “이 땅에 초래할 핵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도 호상 취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하면서, “남조선당국이 더 이상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이는 무모한 행위에 매달리지 말 데 대하여 정중히 제안”하였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언급한 세 가지 중대제안 가운데서 상호비방중상을 전면중지하자는 제1제안은 청와대가 생각만 바꾸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전쟁연습을 중단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제2제안은 청와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미합동전쟁연습은 백악관의 단독결정으로 기획, 실시되는 것이고, 청와대는 그 결정과 요구에 따른 의무만 이행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핵타격수단들이 남측 지역과 그 주변에 출동하는 것도 역시 백악관의 단독결정에 따른 것이지, 청와대는 백악관에서 그런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내려지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 현실을 잘 알면서도 북은 백악관의 결정과 요구에 따른 의무만 이행해야 할 뿐 아니라, 백악관의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내려지는지 알지도 못하는 청와대에게 백악관의 결정을 거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므로 제2제안과 제3제안은 그것을 실행할 권한이 없는 청와대에 전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실권을 행사하는 백악관에 전했어야 한다. 그런데 북은 그런 제안을 백악관에 전하지 않고 청와대에 전하였다. 북은 왜 그처럼 매우 이례적인 행동을 취하였을까?

백악관에 제안해야 할 것을 청와대에 제안한 것은, 북이 미국에게 어떤 제안도 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관계단절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서, 북은 미국을 더 이상 말로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년 동안 북은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한 제안을 미국에게 수없이 전하였지만, 미국은 단 한 차례도 귀담아듣지 않았으며 되레 북을 핵무력으로 위협하며 격돌위험만 끊임없이 격화시켜온 것이다. 미국의 전쟁광신증을 60년 동안 겪어온 북이 이제 말로 미국을 상대하는 협상에 더 이상 무슨 미련을 두겠는가!

북측 국방위원회의 중대조치 제안에서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이 제안의 실현을 위하여 우리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명시한 대목이다. 북이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해 먼저 실천행동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북이 말한 실천행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한국군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문화일보> 2014년 1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월 현재 인민군은 수백명이 참가한 중대급, 대대급 규모의 동계군사훈련을 진행하는 중인데, 2월에는 수천명이 참가한 연대급, 사단급 규모로 확대하고, 3월에는 수만명이 참가한 군단급, 국가급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북이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해 먼저 실천행동을 취하겠다는 말은 다음달인 2014년 2월에 실시하기로 예정된 연대급, 사단급 규모의 동계군사훈련을 중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이 2014년 2월에 실시하기로 예정된 동계군사훈련을 중지하는 경우, 미국은 2월 말에 실시하기로 예정된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는 상응한 신뢰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미국은 대결중지와 안전보장을 위해 동계군사훈련을 중지한 북의 성의를 이번에도 무시할 것이며,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예정된 일정에 따라 강행할 것이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중대제안을 발표한 때로부터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2014년 1월 16일 오전 백악관 대변인은 취재기자들에게 미국은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발언하였다.

북이 중대제안에 따라 자기의 동계군사훈련 전면중지를 먼저 실행하겠다는 성의를 보였는데도 지금 미국과 남측은 그 성의를 ‘무력도발을 노리는 위장된 평화공세’라고 비난하며 대북전쟁연습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럴 경우 북은 마지막 선택이 무력 충돌밖에 없다고 판단할 심각한 우려가 있다. 2013년 1월과 2월에 조성된 북미격돌위험을 상기하면, 북의 무력사용은 핵무력사용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해석의 맥락을 파악하면, 2014년 1월 하순 현재 북미격돌위험은 2013년 1월보다 훨씬 더 위태로운 지경으로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격돌위험이 고조된 가운데 적대세력과 맞서는 군사행동에서 반복은 곧 패배에 직결될 것이므로, 북은 2013년 1월과 2월에 있었던 핵무력동원태세 압박전술을 올해에 그대로 반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핵무력동원태세 압박전술을 또 다시 반복하려는 게 아니라, 불의의 핵무력사용으로 ‘최후 결전’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실 한반도는 북미 사이에 휴전 즉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정전협정 상태에 처해 있다. 그리고 실제 서해 5도지역에서는 분계선마저 획정되지 않아 수시로 무력 충돌이 벌어져왔으며 기어이 서로의 영토에 포탄을 수백, 수천 발씩 주고  받아 섬들이 초토화되는 국지전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반도는 지금 전쟁 중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올 들어 북과 미국, 남과 북 사이에 새해벽두부터 전에 없던 엄중한 경고들이 오가고 있다.

부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온 민족이 깨닫아 전쟁을 막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민족의 숙원인 평화적 통일을 조금이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 모두 다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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