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3

‘수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연재> 한호석의 진보담론 (234)
통일뉴스 2012년 11월 1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프레더터’ 쫓아낸 수호이(SU)-25

2012년 11월 8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조지 리틀(George E. Little)은 국방부 출입기자들 앞에서 진행한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무인항공기가 지난 1일 오전 이란 해안에서 16해리(약 30km) 떨어진 바다 상공에서 (이란 작전기들로부터) 몇 차례 공격을 받았으나 무사히 기지로 귀환하였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이란 국방장관 아흐마드 바히디(Ahmad Vahidi)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주 페르시아만(Persian Gulf)의 이란 영공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항공기 한 대를 이란 이슬람공화국 군대의 즉각적이고 현명하고 결정적인 행동으로 쫓아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무인항공기(UAV)를 드론(drone)이라고 부르는 데, 드론은 원래 ‘수펄’을 뜻한다.

미국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이란이 작전기를 긴급출격시켜 미국 무인항공기를 쫓아낸 사건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구축사건이 일어난 직후 미국 국방장관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는 즉각 그 사건에 관한 긴급보고를 받았으며, 백악관과 연방의회 지도자들도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무인항공기가 적국 작전기에 격추당한 것이 아니라 쫓겨난 사건이었지만, 미국의 국방부, 백악관, 연방의회 지도부가 긴급보고를 받을 만큼 그 사건은 미국에게 중요하였다. 이번 구축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이 드러난다.

우선, 이란 작전기들이 언제 어디서 미국 무인항공기를 쫓아냈는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2012년 11월 1일 오전 4시 50분 이란 해안에서 약 30km 떨어진 페르시아만 상공에서 구축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오전 4시 50분에 무인항공기가 페르시아만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니, 야간비행을 한 것이 분명하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그 무인항공기는 페르시아만 상공에서 비밀임무(classified mission)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무인항공기의 비밀임무란 적진정찰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그 무인항공기는 이란에 대한 야간정찰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축사건 발생 당시, 이란에 대한 야간정찰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무인항공기 기종은 ‘프레더터(Predator)’다. 야시기능이 있는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프레더터’는 밤에도 비행할 수 있다. 날개 길이가 16.8m이고 동체 길이가 8.22m밖에 되지 않는 ‘프레더터’가 캄캄한 밤하늘을 7km 고도에서 비행하고 있었으므로 지상 또는 해상에서 육안으로 그 무인항공기의 비행을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현재 ‘프레더터’를 군사작전에서 운용하는 곳은 미국 공군과 중앙정보국(CIA)밖에 없는데, 사건현장에 나타난 ‘프레더터’는 미국 공군 소속 무인정찰기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운용하는 ‘프레더터’는 이른바 ‘반테러전’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지상목표를 공격하는 헬파이어(Hellfire) 미사일 2발 또는 그리핀(Griffin) 공대지 미사일 6발을 싣는 데, 사건현장에 나타난 ‘프레더터’는 비무장이었기 때문이다. ‘프레더터’를 대지공격이 아니라 공중정찰에 운용하는 곳은 미국 공군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구축사건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 미국 중앙정보국이 아니라 미국 국방부라는 사실만 봐도, ‘프레더터’를 야간정찰에 동원한 것이 미국 공군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사건 발생 당시 ‘프레더터’가 이란 해안에서 약 30km 떨어진 공해 상공을 날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그와 달리 이란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그 무인정찰기가 이란 영공을 침범하였다고 지적하였다. 이란은 자국 해안에서 약 19km 떨어진 공중영역까지를 자국 영공으로 정하였으므로, 만일 미국 국방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프레더터’는 이란 영공을 침범하지 않은 것으로 된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발표를 사실로 인정해도, ‘프레더터’는 이란을 불법정찰하였으므로 사실상 적대행위를 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건 발생 당시, ‘프레더터’를 요격한 이란 작전기 기종은 수호이(SU)-25였다. 이란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프레더터’를 요격한 수호이-25 두 대는 이란 공군 소속이라고 밝혔지만, 그와 달리 미국 국방부는 수호이-25 두 대가 이란혁명수비군(Pasdarans) 항공군 소속이라고 주장하였다. <뉴욕 타임스> 2012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군은 이란군보다 더 공격적이라고 하는데, 미국 국방부가 이란의 수호이-25 두 대의 소속부대를 이란혁명수비군 항공군이라고 지목한 까닭은 이란의 공격성을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그런 부각의도와 달리, 이번에 ‘프레더터’를 요격한 수호이-25 두 대는 이란혁명수비군 항공군 소속이 아니라 이란 공군 소속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혁명수비군 항공군이 현재 운용하는 기종은 러시아제 수호이-25 10대와 브라질제 프로펠러식 훈련기 투카노(Tucano) 15대밖에 없다. 수호이-25 10대 가운데 7대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피격위험을 피해 이란으로 도망간 이라크 공군 작전기들이고, 나머지 3대는 이란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작전기들이다. 그처럼 빈약한 기종배치상황을 보면, 이란혁명수비군 항공군이 공군 전력에 힘쓰기보다는 미사일 전력과 해군 전력에 훨씬 더 힘쓰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이란 영공을 방어하는 임무를 이란혁명수비군 항공군이 아니라 이란 공군이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기종을 운용하는 이란 공군의 기종배치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란 공군은 미그(MiG)-29를 비롯한 각종 전투기 7종 약 550대, 자국산 ‘아자라크쉬(Azarakhsh)’를 비롯한 근접공중지원기 3종 42대를 운용하고 있다.

‘프레더터’에는 첨단성능을 지닌 장거리 탐지장비가 탑재되었으나, 이란 공군 소속 수호이-25 두 대가 자기를 향해 돌진해오는 것을 탐지하지 못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탐지하였더라도 피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수호이-25의 비행속도가 ‘프레더터’의 비행속도보다 4.3배나 빠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제 ‘로택스(Rotax) 914F’ 엔진 4대가 돌리는 프로펠러를 꽁무니에 장착한 ‘프레더터’의 비행속도는 최고시속 217km다. 미국 군부가 자국산 무인정찰기라고 하면서 오스트리아제 엔진을 달아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그런 ‘프레더터’에 비해, 러시아제 투만스키(Tumansky) R-195 터보제트엔진 두 대를 장착한 수호이-25의 비행속도는 최고시속 950km다.

격추실패인가 아니면 경고사격인가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수호이-25 두 대는 전속력으로 달아나는 ‘프레더터’를 몇 마일 추격하면서 “적어도 두 차례 발포하였으나 빗나갔다”고 한다. 격추에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경고사격을 가한 것일까?

수호이-25는 적기와 공중전을 벌이는 요격기가 아니라 지상목표를 공격하는 근접공중지원기(close-air support aircraft)인데, 일반적으로 근접공중지원기는 지상표적을 타격하는 공격력은 강한 반면, 공중표적을 타격하는 공격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란군 지휘부가 적기 격추를 전문으로 하는 요격기를 사건현장에 출격시키지 않고 근접공중지원기를 출격시킨 것은, ‘프레더터’를 격추할 의사가 이란군 지휘부에게 없었고 단지 경고사격으로 쫓아내려 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이란군 지휘부가 ‘프레더터’를 격추하기로 결정하였다면, 당연히 요격기를 출격시켰을 것이며, 그렇게 하였더라면 무인정찰기는 페르시아만 상공에서 격추당해 곧바로 수장되었을 것이다.

미국 공군 소속 ‘프레더터’를 격추할 의사가 이란군 지휘부에게 없었다는 점은, 아래와 같은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수호이-25가 ‘프레더터’보다 4.3배나 빠르게 비행할 수 있으므로, ‘프레더터’가 제아무리 전속력으로 달아난다 해도, 수호이-25의 요격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더구나 ‘프레더터’는 비무장 무인정찰기이고, 요격에 나선 수호이-25에는 공대공 미사일이 탑재되어 있었으며, 한 대가 아니라 두 대가 추격하고 있었다. 물론 수호이-25가 요격기가 아니라 근접공중지원기라고 해도, 자기방어를 위해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이란 공군 소속 수호이-25 두 대는 미국 공군 소속 ‘프레더터’를 격추하고 남을 만큼 충분한 요격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수호이-25는 ‘프레더터’를 향해 공대공 미사일을 쏘지 않고 기관포만 몇 발 쏘고 말았다. 사건현장에서 수호이-25가 ‘프레더터’를 향해 두 차례 발포한 무기는 기체 앞부분에 장착된, 러시아제 그랴제프-쉬푸노프(Gryazev-Shipunov) 기관포다. 구경이 30mm인 그 기관포는 분당 3,000발을 쏠 수 있는데, 적기와 공중전을 벌일 때 쏘는 요격용 기관포가 아니라 지상목표를 타격할 때 쏘는 대지공격용 기관포다. 수호이-25가 ‘프레더터’를 향해 공대공 미사일을 쏘지 않고 기관포를 쏘았으며, 기관포를 쏘았다고 해도 명중할 때까지 여러 차례 쏘지 않고 단 두 차례만 쏘고 싱겁게 그만둔 것은, 이란군 지휘부에게 격추의사가 없었고 경고사격으로 쫓아내려 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란군 지휘부는 수호이-25 두 대를 출격시켜 경고사격으로 미국 무인정찰기를 쫓아냈으면서도 그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가,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직후에 뒤따라 발표하였다. 이란의 뒤늦은 사건발표는, 만일 미국이 구축사건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 이란도 그 사건을 구태여 공개할 의사가 없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이란은 미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을 피하면서, 무인정찰기를 동원한 미국의 불법공중정찰에 차단쐐기를 박으려고 하였던 것이다.

미국도 자국 공군 소속 무인정찰기가 이란 공군 소속 수호이-25의 경고사격을 받고 쫓겨난 것이 너무 창피해서 그 사건을 감추려 하다가, 미국 언론에 관련정보가 새어나가 구축사건이 보도되자 하는 수 없이 그 사건을 세상에 뒤늦게 공개하였다.

미국 무인정찰기 구축사건을 공개하려 하지 않았던 이란의 의중을 간파한 미국은 무인정찰기 구축사건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 “앞으로도 국제공역에서 감시비행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이란에게 통보하였다”는 사실까지 공개하였다. 이것은 미국이 이번 구축사건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이란에 대한 무인공중정찰을 감행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이란은 왜 ‘프레더터’를 격추하지 않고 쫓아내는 선에서 행동을 멈추었을까? 거기에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Reuters)> 2012년 1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오는 12월 13일부터 테헤란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한다. 핵협상 재개를 앞둔 이란은 자신이 미국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드러내는 것이 핵협상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철갑지붕’을 뚫고 들어간 헤즈볼라의 ‘수펄’

2012년 10월 11일 이스라엘과 정면대결을 벌이는 레바논 주둔 무장단체이며 정치조직인 헤즈볼라(Hezbollah)는 10월 6일 자기들이 출격시킨 무인정찰기 한 대가 이스라엘 영공을 깊숙이 침투하여 정찰비행을 하던 중 이스라엘군에게 격추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 무인정찰기의 부품들은 이란이 설계하고 제작하여 헤즈볼라에게 제공한 것이고, 헤즈볼라 기술진이 레바논 현지에서 조립하여 이스라엘에 대한 공중정찰에 동원한 것이다. 이스라엘 언론매체들은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가 이스라엘 영공을 56km 침범하였다고 보도하였지만, 헤즈볼라는 그 무인정찰기가 이스라엘 영공으로 100km나 진입하여 이스라엘 남부의 네게브(Negev)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다이모나(Dimona) 핵시설에서 불과 수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공까지 침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이스라엘의 다이모나 핵시설은 이스라엘이 보유한 100―200기에 이르는 핵무기를 제조한 곳으로 경비가 삼엄하기 이를 데 없는 접근불가지역이다. 예컨대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아랍나라들을 상대로 제3차 중동전쟁(또는 6일 전쟁)을 도발하였을 때, 이스라엘군 전투기 한 대가 실수로 항로에서 벗어나 다이모나 핵시설 부근 상공에 접근하자 이스라엘 미사일부대가 그 전투기를 격추한 적이 있을 만큼, 이스라엘은 그 지역의 방어에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그런데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가 그처럼 삼엄하게 둘러쳐진 다중 방어망을 뚫고 다이모나 핵시설 가까이 침투하였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란의 <파아스 통신사(Fars News Agency)> 2012년 10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가 헤브론(Hebron)산 남쪽에 있는 야티르(Yatir) 수림지대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을 때, 이스라엘군은 그 무인정찰기가 어디로 날아가는지를 알아보려고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를 더 이상 추적하지 못하고 놓쳐버렸다.

주목하는 것은, 이란이 만든 무인정찰기가 이스라엘 방공레이더망을 뚫고 100km나 침투하여 다이모나 핵시설 상공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이스라엘이 ‘철갑지붕(Iron Dome)’이라며 자랑해온 방공미사일망이 가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공미사일망 ‘철갑지붕’은 미국의 기술지원과 재정지원을 받아 구축한 것으로서 4―70km 거리에서 날아오는 로켓포탄이나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방공미사일망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철갑지붕’을 처음 가동한 때는 2011년 3월 27일인데, 이스라엘은 ‘철갑지붕’을 개발하자마자 우선 다이모나 핵시설 인근에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철갑지붕’은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의 침투비행을 사실상 막아내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철갑지붕’이 극초음속으로 낙하비행을 하는 탄도미사일도 아니고 매우 느린 속도로 정찰비행을 하는 무인정찰기마저 포착하지 못한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에게 패배의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랑해온 ‘철갑지붕’을 자국산 무인정찰기가 뚫어버렸다고 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허장성세를 조롱하였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당했다. 헤즈볼라는 앞으로도 더 많은 무인정찰기를 만들어 이스라엘에 대한 공중정찰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여, 이스라엘을 잔뜩 긴장시켰다.

무인항공기가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10월 6일에도 정체불명의 무인항공기 한 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Gaza Strip) 연안의 지중해 상공에서 이스라엘 영공을 향해 접근하다가 이스라엘 공군 F-16 두 대의 요격을 받고 격추되었다. 격추당한 무인항공기의 비행방향을 보면, 다이모나 핵시설을 향해 비행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 군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그들이 격추한 무인항공기는 정찰장비를 실은 무인정찰기가 아니라 폭탄을 실은 무인공격기였다고 한다.

또한 이스라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6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충돌한 제2차 레바논 전쟁 이후 이스라엘 공군이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 ‘아바빌(Ababil)’을 요격한 사건은 두 차례나 있었다고 한다. 무인정찰기 ‘아바빌’은 이란이 헤즈볼라에게 제공한 것이다. 이스라엘 공군이 격추한 무인정찰기 ‘아바빌’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지중해에서 레바논 영공으로 들어가다가 격추되었고, 다른 한 대는 이스라엘의 북변도시 하이파(Haifa) 상공에서 격추되었다. 이처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겨냥하여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를 몇 차례 출격시켰는데, 이번에는 이스라엘 영공 깊숙이 침투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2012년 10월 29일 이란 의회 외교안보위원회 의장 에스마일 코우사리(Esmail Kowsari)는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가 이스라엘군에게 격추되기 전에 이스라엘의 민감한 군사기지들을 촬영한 영상자료를 헤즈볼라의 지상기지에 전송하였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가 촬영한 이스라엘 군사기지 영상자료는 당연히 이란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 영상자료는 이스라엘의 다이모나 핵시설을 방어하는 군사기지들을 속속들이 촬영한 것일 터이므로, 이란은 이스라엘이 눈동자처럼 보호하는 핵시설을 장거리 미사일로 정밀타격할 수 있는 소중한 영상자료를 확보한 것이다. 이란의 핵시설을 공중타격으로 파괴하겠다고 협박해오던 이스라엘은 이제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이 자국의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원래 이란의 핵시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중타격을 피하기 위해 여러 곳에 분산배치되었고, 방공미사일망으로 엄호를 받는 견고한 지하시설에 들어가 있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중타격으로 파괴하기 힘들다. 미국 중앙정보국장과 국방장관을 차례로 역임하고 2011년에 퇴임한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가 2012년 10월 4일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연설무대에 나타나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해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란의 최신 핵시설에 비해, 1950년대 후반에 건설하기 시작한 이스라엘의 오래된 핵시설은 적국의 공중타격을 예상하지 않고 건설한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핵시설은 이번에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의 공중촬영으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전면적으로 노출되고 말았다. 이것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대결에서 이란이 싸우지도 않고 ‘판정승’을 거두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북은 2013년에 세계 정상급 무인정찰기 만들 수 있을까?

이스라엘과 맞선 군사대결에서 이란이 거둔 ‘판정승’은, 이란산 무인정찰기가 이스라엘의 ‘철갑지붕’을 뚫고 침투한 것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이란 의회의 외교안보위원회 의장이 위에 인용한 내용으로 발언한 바로 그 날, 이란 국방장관 아흐마드 바히디는 이란이 헤즈볼라 소속 무인정찰기보다 “훨씬 더 발전된 무인기 기술(much more advanced drone technology)”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건 무슨 뜻인가?

이란은 2011년 12월 4일 자국 영공을 깊숙이 침범한 미국 중앙정보국 소속 RQ-170 센트널(Sentinel)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공중나포하고, 그것에 탑재된 기억장치(memory device)를 분해하여 축적정보(data base)를 해독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RQ-170 센트널과 똑같은 성능의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복제하는 중이라고 2012년 4월 22일에 발표한 바 있다. 이란이 미국 중앙정보국 소속 RQ-170 센트널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공중나포한 사건에 대해서는 2012년 1월 16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칸다하르의 야수’ 포획의 내막’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이 만든 RQ-170 센트널 스텔스 무인정찰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인정찰기다. 그 무인정찰기의 기술을 습득하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이란에게 RQ-170 센트널 스텔스 무인정찰기에서 해독한 기술자료를 넘겨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한다.

미국 및 이스라엘과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이란은 반제공동전선 구축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지금 그런 처지에 있는 이란이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요청에 따라 그 기술자료를 넘겨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란은 북이 그 기술자료를 요청하지 않았어도, 세계 반제공동전선을 주도하는 북에게 그 기술자료를 넘겨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넘겨준 스텔스 무인정찰기 기술자료를 북이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말해주는 사례는 이란의 최근 동향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9월 3일 이란 방공기지 사령관 파르자드 에스미옐리(Farzad Esmyeeli)는 이란이 ‘하젬(Hazem)’이라는 무인항공기를 이미 실전배치하였다고 밝혔다. 하젬은 정찰임무도 수행할 수 있고, 미사일을 장착하고 지상목표를 공격할 수도 있다. 현장사진에 나타난 ‘하젬’은 무인정찰기가 아니라 무인공격기로 보인다.

‘하젬’을 만드는 이란보다 훨씬 앞서 무인공격기를 자체로 생산한 북이 이란으로부터 넘겨받은 스텔스 무인정찰기 기술자료를 가지고 기존 무인공격기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세계 정상급 무인공격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누워서 식은 죽 먹기’다.

이란의 <파아스 통신사> 2012년 10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 항공산업기구(IAIO) 책임자 마노우체르 만테키(Manouchehr Manteqi)는 이란이 세 종류의 장거리 무인정찰기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첫째는 항속거리 200km의 무인정찰기이고, 둘째는 항속거리 1,000―1,500km, 비행고도 9.1km, 무착륙 비행 15시간의 중고도 무인정찰기이고, 셋째는 항속거리 2,000km, 비행고도 15.2km, 무착륙 비행 24시간의 고고도 무인정찰기라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란은 중고도 무인정찰기와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앞으로 2―3년 안에 개발할 것이라고 한다.

비교하기 위해 살펴보면, ‘프레더터’는 항속거리 1,100km, 비행고도 7.6km, 무착륙 비행 24시간의 중고도 무인정찰기이고, 미국이 ‘프레더터’를 개량하여 2007년 5월 1일에 실전배치한 최신형 무인정찰기 ‘리퍼(Reaper)’는 항속거리 1,850km, 비행고도 15km, 무착륙 비행 14시간의 고고도 무인정찰기다. 그런데 이란이 앞으로 2―3년 안에 미국의 최신형 무인정찰기 ‘리퍼’를 능가하는 세계 정상급 무인정찰기를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세계 패권을 쥐려는 이란의 실력과 기백을 엿볼 수 있다.

이란의 무인항공기 기술수준이 그 정도라면,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이란보다 훨씬 앞선 북은 어떠할까?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1987년에 ‘앰버(Amber)’라는 초기 형태의 무인항공기를 개발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불과 6년 뒤에 북은 무인항공기 공장을 함경남도 신포에 건설하였다. 국제사회에 무인항공기라는 개념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른 시기에 북은 이미 무인항공기 공장을 세우고 무인항공기를 생산하고 있었으니, 그 분야에서 선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였던 것이다. 이란은 자국의 군사과학기술을 언론에 공개하는 편이지만, 북은 자국의 군사과학기술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북이 이란보다 1―2년 앞서 아마도 2013년에 세계 정상급 무인정찰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수펄’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수펄’의 격렬한 전쟁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제국주의연합전선은 연패하고 있고, 북을 중심으로 구축된 반제공동전선은 연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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