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1

미국이 상상하지 못하는 북의 핵억지력

<연재> 한호석의 진보담론 (226)
통일뉴스 2012년 09월 10일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주시해야 할 북의 대미경고

“미국이 끝내 옳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 우리의 핵보유는 부득불 장기화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우리의 핵억제력은 미국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화되고 확장될 것이다.” 이것은 2012년 8월 31일 북측 외무성이 발표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의 기본장애’라는 제목의 비망록에 적혀있는 마지막 문장이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도 ‘비밀문서들을 통해 본 핵범인의 흉악한 정체’라는 제목의 긴 논설에서 미국의 대북핵위협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지적하고, “오늘의 현실은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위적 핵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는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확증해주고 있다”는 문장으로 논설을 끝마쳤다. 또한 2012년 9월 7일 북측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핵억제력을 유지강화할 수밖에 없으며 조선반도 핵문제의 해결은 그만큼 료원해지게 될 것”이라고 또 다시 지적하였다.

이처럼 북측 외무성 비망록과 <조선중앙통신> 논설, 그리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북이 핵억지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경고를 미국에 보낸 것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북미관계에서 핵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근 20여 년 경험을 살펴보면, 북이 미국에게 경고하는 경우 그 경고에 따른 실제행동이 뒤따랐음을 알 수 있다. 북이 이전에 대미경고발언에서 몇 차례 썼던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그들의 경고발언과 실제행동이 맞물려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북이 핵억지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미국에게 경고한 8.31 외무성 비망록에서 “우리의 핵억제력은 미국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화되고 확장될 것”이라고 한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 이것은 북이 핵억지력을 엄청나게 현대화하고 확장하겠다는 말인데, 현대화라는 말과 확장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선중앙통신> 인터넷 영어판을 보면, 그 문장에 나온 현대화라는 말을 ‘모더나이징(modernizing)’으로, 확장이라는 말을 ‘익스팬딩(expanding)’으로 각각 번역해놓았다.


중국은 45번 반복했고, 북은 한 번에 끝냈다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 표준시로 오후 1시 10분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Baluchistan) 지방 차가이(Chagai) 구역에 있는 사막지대 카란(Kharan)에서 지하핵실험이 실시되었다. 이 지하핵실험은 이틀 전인 5월 28일 차가이 구역에 있는 산악지대 라스 코 힐즈(Ras Koh Hills)에서 핵무기 5발을 연쇄적으로 터뜨린 제1차 핵실험에 이어 실시된 제2차 핵실험이다. 제1차 핵실험은 큰 산 아래쪽을 파고 들어간 수평갱에서 실시되었는데, 핵폭발이 일어난 수평갱 끝의 갱도공간은 낚시바늘처럼 고부라져 있었다. 제2차 핵실험은 제1차 핵실험장에서 남쪽으로 110km 떨어진 사막지대의 평지를 파고 내려간 수직갱에서 실시되었는데, 핵폭발이 일어난 수직갱 끝의 갱도공간은 니은(ㄴ)형으로 굽어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2차 핵실험에서 터진 핵무기는 파키스탄의 핵기술로는 만들 수 없는 핵무기였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하였다.

첫째, 제1차 핵실험에서 터진 핵무기 5발은 모두 우라늄 핵무기들이었고, 제2차 핵실험에서 터진 핵무기 1발은 플루토늄 핵무기였는데, 파키스탄에는 플루토늄 핵물질을 추출할 핵시설이 없었다. 이것은 제2차 핵실험에서 터진 플루토늄 핵무기가 파키스탄의 핵무기가 아니라 북의 핵무기였음을 말해주는 명백한 증좌다.

둘째, 제2차 핵실험에서 터진 플루토늄 핵무기 1발은 제1차 핵실험에서 연쇄적으로 터진 우라늄 핵무기 5발에 비해 폭발력을 60% 정도 줄인 소형 핵탄두였다. 실제로 제2차 핵실험에서 나온 폭발력은 2~6킬로톤밖에 되지 않았는데, 당시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축소하여 소형 핵탄두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갖지 못하였다. 이것은 제2차 핵실험에서 터진 플루토늄 핵무기가 파키스탄의 핵무기가 아니라 북의 핵무기였음을 말해주는 명백한 증좌다.

<마쎄도니언 국제통신(Macedonian International News Agency)> 2008년 1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제2차 핵실험에서 터진 핵무기는 중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었을 뿐 아니라, 트리티움(tritium)을 첨가하여 핵폭발력을 300~400%로 증폭시킨 소형화되고 강력화된 열핵탄두(thermonuclear warhead)였다. 열핵탄두는 핵탄두보다 한 급 놓은 기술로 만드는 첨단 핵탄두다.

중국의 경우, 무게가 2,200kg이나 나가는 원시적인 핵폭탄을 700kg짜리 핵탄두로 축소하는 소형화 기술을 개발하여 1~5킬로톤 폭발력을 지닌 소형 열핵탄두 폭발실험을 실시한 때는 1996년 7월 29일이다. 이 핵실험은 중국이 통산 45번째로 실시한 것이며, 중국으로서는 마지막 핵폭발 실험이었다. 중국의 마지막 핵폭발 실험이 가지는 의의는, 소형 열핵탄두를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확보하였음을 과시한 것이고, 또한 열핵탄두에서 중성자 방사능을 대량방출하게 하는 기술로 중성자탄(neutron bomb)도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확보하였음을 과시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의 1996년 마지막 핵폭발 실험과 똑같은 수준의 핵폭발 실험을 북이 1998년에 실시한 것이다. 중국이 45번의 핵실험으로 달성하였던 핵기술 개발목표를 북은 단 한 번의 핵실험으로 달성하였으니, 세계 핵과학계가 그런 사실을 알면 어찌 ‘기적’이라 하지 않겠는가.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사업을 총지휘한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Adul Qadeer Khan)은 원래 제2차 핵실험에서 핵무기 2발을 터뜨리려고 준비하였다가 핵실험 결과를 평가하고 나서 1발만 터뜨렸다고 1998년 5월 31일에 밝혔다. 북은 자국산 핵무기 2발을 파키스탄 영토에서 터뜨리는 두 차례의 핵실험을 준비하였지만, 첫 번째 핵실험에서 예상했던 좋은 결과가 나오자, 두 번째 핵실험을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이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에서 실시한 핵실험에서 터뜨린 핵무기는 1999년에 방북한 압둘 카디르 칸이 평양에서 두 시간 떨어진 지하핵무기고를 방문하였을 때 관찰한, 운반대 위에 놓여 있던 것과 같은 플루토늄 핵무기였다. 압둘 카디르 칸이 나중에 밝힌 바에 따르면, 그가 북의 지하핵무기고에서 관찰한, 지름이 약 60cm 정도로 보이는 핵무기 3발은 신관이 1발당 각각 64개씩 정교하게 연결된 폭선뇌관을 장치한 소형 전술핵탄두였다. 압둘 카디르 칸은 그 소형 전술핵탄두의 무게를 말하지 않았지만, 지름이 약 60cm인 소형 전술핵탄두는 대략 400~500kg의 무게가 나간다는 게 정설이다.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북의 핵기술
 
위의 정보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있었던 ‘옛 이야기’다. 북은 지난 14년 동안 핵기술을 더욱 현대화하고 끊임없이 발전시켰으므로, 오늘에는 세계에서 핵기술이 가장 발달한 미국이나 러시아와 어깨를 겨룰 만큼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년 동안 북의 핵기술 개발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북은 2006년 10월 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지하핵실험장에서 두 번째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은 세계 3대 핵강국은 컴퓨터체계로 작동, 통제하는 미임계 핵실험(subcritical nuclear test)을 실시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실제로 터뜨리는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지 않는 데, 세계 3대 핵강국과 어깨를 겨룰 만큼 최고 수준의 핵기술을 가진 북이 왜 또 다시 2006년에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였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북의 2006년 핵실험에서 나온 폭발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2006년 핵실험에서 나온 폭발력은 0.5~0.9킬로톤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것은 1998년에 파키스탄에서 터뜨린 소형 전술핵탄두보다 더 작은 초소형 전술핵탄두를 터뜨린 것이다. 2008년 6월 26일 북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보낸 ‘핵신고서’에서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에서 사용한 플루토늄이 2kg이었다고 기술하였다. 그처럼 작은 초소형 전술핵탄두는 미사일이 아니라 포탄 또는 지뢰에 장착하는 것이므로, 2006년 핵실험을 통해서 북은 핵포탄과 핵지뢰도 만드는 고도의 핵기술을 과시한 것이다.

북은 2009년 5월 25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였다. 이번에는 5킬로톤으로 추산되는 좀 더 큰 폭발력이 나왔다. 이것은 폭발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핵폭발이 일어나면 당연히 나와야 할 방사능 불활성 기체가 나오지 않았다. 방사능 불활성 기체가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북이 제3차 핵실험에서 핵무기 아니라 이제껏 세상이 알지 못하는 ‘신묘한 무기’를 실험하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북이 진상을 공개하지 않아서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미국의 핵정책 연구가 조너던 메달리아(Jonathan Medalia)는 2010년 4월 2일에 미국 의회조사국(CRS)에서 발표한 논문 ‘북코리아의 2009년 핵실험: 봉쇄, 감시, 함의(North Korea's 2009 Nuclear Test: Containment, Monitering, Implications)’에서 북의 2009년 핵실험에서 방사능 불활성 기체가 나오지 않은 까닭은, 방사능 누출을 완전히 봉쇄하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그의 분석이 정확하다면, 미국 같은 핵강국이 보유한, 핵폭발이 일어날 때 방사능 누출을 완전히 봉쇄하는 고도의 기술을 북도 보유하였다는 말이 된다. 메달리아는 그 논문에서 북이 핵폭발 방사능 누출을 완전히 봉쇄하는 기술을 가졌다면, 핵개발에 힘쓰는 이란이 그 기술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처럼 북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핵기술을 가졌으면서도 그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아서 국제사회가 알지 못하고 있고, 더욱이 미국이 북의 세계 최고 수준 핵기술에 관한 정보를 대략 파악하였으면서도 그 정보를 비밀로 묻어두는 바람에, 지금 국제사회는 북이 녕변핵시설을 운영한 낡은 핵기술 밖에 갖지 못했고, 경수로 건설능력도 초보단계에 있는 줄로 잘못 알고 있다. 예를 들면, 2009년 4월 14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박군철 교수는 <연합뉴스> 취재기자에게 “북한의 원자로 설계 및 건설능력에 대해 국제적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다만 북한이 가진 원자로가 영변의 5MW급 흑연감속로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직접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과소평가한 적이 있다.
 
북의 핵기술에 관한 정보가 국제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정상인데, 경수로 건설이 불가능해 보인다느니 하는 과소평가가 불쑥 튀어나온 것은 북이 낙후한 핵기술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대북편견 노출증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박군철 교수만 그런 대북편견 노출증에 걸린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이 그런 대북편견 노출증에 걸려 있다.


국제사회는 모르지만, 이란은 안다

국제사회에서 북의 핵기술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한 예외적인 나라가 바로 이란이다. 이를테면, 2011년 1월 22일 서울을 방문한 라민 메흐만파라스트(Ramin Mehmanparast) 이란 외무부 제1차관 겸 대변인이 <연합뉴스> 취재기자와 대담하는 중에 “핵분야에서 보면 지금 북한은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와 비슷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북이 세계 3대 핵강국과 어깨를 겨룰 만큼 최고 수준의 핵기술을 가졌다고 평가한 이란 외교부 제1차관 겸 대변인의 대담발언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 나라의 고위당국자가 외신기자와 대담하는 자리에서, 그것도 다른 주제가 아니라 민감한 핵문제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분별없이 과장법을 쓸 리 없다. 정보차단과 정보왜곡으로 지독한 대북편견 노출증에 걸린 국제사회에 이제는 북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핵기술을 가졌다는 진실이 알려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핵기술을 가진 북이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기존 핵억지력을 더욱 현대화하고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핵기술을 가졌는데, 거기에 더하여 핵억지력을 더 현대화하고 확장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이제껏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정보만 가지고서는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서 북측 외무성 비망록은 북의 핵억지력이 “미국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화되고 확장될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핵기술이 단연 최고 수준이라는 미국도 상상하지 못할 최첨단 핵기술을 과시하려는 북의 호연지기가 느껴진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ABC 뉴스(News)> 2005년 6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우리는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충분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가졌는가 하는 것은 비밀”이라고 말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가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으로부터 보고받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그 자신이 북의 핵무기 보유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논한 것처럼, 북의 핵기술이 중국의 핵기술과 같은 수준이므로 북도 중국이 가진 것만큼 많은 핵탄두를 가질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러시아 전략로켓군 사령관 출신인 빅토르 예신(Victor Yesin)은 2012년 3월 2일 <VPK-News>에 발표한 글에서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을 1,600~1,800발로 추산하였는데, 북도 그처럼 많은 핵탄두를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북은 대북전쟁계획과 대북적대정책으로 자기를 심히 자극하는 미국과 일본이 정세오판으로 대북전쟁을 도발하려 할 때, 그 두 백년숙적을 선제핵공격으로 멸망시키기에 충분한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북과 이란이 조인한 양해문
 
2012년 9월 1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공식방문하였다. 이란을 공식방문하기에 앞서 그는 8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제16차 비동맹회의(NAM) 정상회의에 참석하였다. 비동맹회의는 유엔 다음으로 가장 많은 나라들이 가입한 국제기구다. 제16차 비동맹회의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120개 나라 국가수반들과 고위급 정부대표들, 그리고 국제기구대표들은, 비동맹회의 의장인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 이란 대통령의 공식제의로 정상회의 개막 직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모하여 묵상하였다. 한미동맹 때문에 비동맹회의에 가입하지 못하는 남측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동맹회의 가입국 국가수반들 사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상이 어떠한지 위의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제16차 비동맹회의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곧바로 이란 공식방문일정을 시작한 김영남 위원장은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는데, 김정은 최고영도자에게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보내드리는 선물이 현지에서 김영남 위원장에게 전달되었다. 이 사실만 봐도 북과 이란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선중앙통신> 2012년 9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선물전달식에 아흐마드 바히디(Ahmad Vahidi) 국방 겸 무력병참상이 나왔다. 외무장관이 선물전달식에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외교관례로 생각되는 데, 이란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국방장관이 선물전달식에 나왔다. 이것은 북과 이란의 협력관계에서 군사부문이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김영남 위원장이 이란을 방문한 목적은 여러 각도에서 설명될 수 있지만, 내외 언론의 눈길을 끈 것은 북과 이란이 ‘과학, 기술 및 교육분야에서의 협조에 관한 량해문’을 조인한 것이다. 북에서는 량해문이라 하고 남에서는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라 하는데, 남측 용어로 다시 표현하면 이번에 북과 이란은 ‘과학, 기술 및 교육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양국 관계 발전사를 살펴보면, 북과 이란은 탄도미사일 개발 상호지원에 관한 협정을 1983년에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1986년에는 항공운항협정, 1989년에는 무역 및 경제, 기술 협정, 1991년에는 원유공급협정, 1996년에는 치안협력협정을 순차적으로 체결하면서 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9월 1일 박의춘 북측 외무상과 캄란 다네쉬주(Kamran Daneshjoo) 이란 과학, 연구 및 기술상이 양해문에 조인하였는데, 조인식장에는 이란 대통령, 부대통령 겸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국방 및 무력병참상, 공업 및 광업, 상업상, 농업상, 중앙은행 총재 등 이란 수뇌부가 참석하였다. 이란 수뇌부가 양해문 조인식에 참석한 것은, 북과 이란이 체결한 양해문에 중대한 내용이 포함되었음을 말해준다. 양해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양해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아 알 수는 없으나, 미국 <AP통신> 2012년 9월 2일 보도에 따르면, 과학 및 기술 공동실험과 과학자 상호교류, 그리고 정보기술, 에너지, 환경, 농업, 식량부문의 기술이전 등이 양해문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북과 이란이 과학기술부문에서 협력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란 나라는 이란의 적대국들인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은밀히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들이대면서, 이란의 핵개발 기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무력침공도 불사하겠다는 공갈과 협박으로 국제사회에서 깡패소란을 일으키는 판인데, 이란이 핵강국인 북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게 되었으니 어찌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요즈음 이란은 핵기술 개발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으므로, 북과 이란이 이번에 체결한 양해문에는 이란이 북의 핵기술을 지원받는다는 조항도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 핵기술 지원하려는 ‘숨은 핵강국’

지금 민감한 국제정치현안으로 떠오른 이란의 핵기술 개발문제와 관련하여 우선 아래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원래 이란의 핵기술 개발을 이제껏 지원해온 나라는 러시아다. 이를테면, 이란의 첫 경수로발전소인 100만kw급 부셰르(Bushehr) 원자력발전소는 러시아의 기술지원으로 건설되었다. 시험가동을 해오던 부셰르 원전이 처음으로 100% 출력을 개시한 날은 북과 이란이 양해문을 체결한 바로 다음날인 2012년 9월 2일이다. 부셰르 원전건설 마감단계에서 러시아 원전기술자 3,000여 명이 건설공사에 참가하였는데, 2010년 6월 30일 당시에는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였으며 현재는 이란 외무장관인 아크바르 살레히(Akbar Salehi)는 “우리는 러시아와의 협력관계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이란이 원전부문에서 러시아의 기술지원을 만족하게 여기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른 한 편, 2009년 12월 11일 당시 이란 외무장관이었던 마누체르 모타키(Manouchehr Mottaki)는 이란에서 계속 늘어나는 전기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앞으로 원자력발전소 10~15기를 더 건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란의 원전건설은 앞으로도 러시아의 기술지원으로 진척될 것이다.

이상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이번에 이란이 북과 체결한 양해문에 따라 북으로부터 지원받으려는 핵기술은 원전건설에 관련된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둘째, 이란의 핵기술은 그 동안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를테면, 2009년 4월 9일 이란은 자체 기술로 준공한 핵연료 생산공장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기 시작하였는데, 2009년 12월 20일 모즈타바 사마레 하셰미(Mojtaba Samareh Hashemi) 이란 대통령 보좌관은 이란이 우라늄 순도를 20%까지 농축하는 기술을 가졌으므로, 저농축 우라늄 연료를 생산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11년 2월 10일 이란은 핵융합 레이저 방출기를 자체 기술로 제작하고, 관성밀폐방식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분야의 중요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진척시켰다고 발표하였다. 이런 몇 가지 사실만 봐도, 이란의 핵기술 수준이 상당히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의 정보를 종합하면, 이란이 북으로부터 지원받으려는 핵기술은 현재 이란이 가진 핵기술을 뛰어넘는, 말하자면 첨단 핵기술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 동안 러시아로부터 핵기술을 지원받으며 경수로도 건설하였고, 자력으로 우라늄 농축기술도 개발하였고, 이제는 핵융합 기술까지 개발하려는 이란은 이제 러시아로부터 더 이상 고급한 핵기술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들이 이란의 핵기술 개발을 저지하려고 온갖 방해술책을 동원하면서 이란에 대한 러시아의 핵기술 지원을 가로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란에게 고급한 핵기술을 지원하느냐 마느냐 하는 실로 민감하기 그지 없는 국제현안과 관련해서는, 핵강국인 중국도 러시와와 똑같은 형편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란이 고급한 핵기술을 지원받을 나라는 핵확산금지체제 밖에 있는 ‘숨은 핵강국’인 북밖에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미국, 러시아, 중국과 핵기술부문에서 어깨를 겨루는 ‘숨은 핵강국’인 북이 이미 상당한 핵기술을 확보한 이란에게 지원해줄 핵기술은 러시아나 중국이 지원해주기를 꺼리는 첨단 핵기술일 것이다. 지금 핵기술 개발에 국력을 기울이는 이란이 만일 북으로부터 첨단 핵기술을 지원받으면 어떻게 되나? 앞으로 머지않아 이란도 파키스탄이나 인도처럼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할 것이다.

이란의 핵보유는 중동의 핵무장 깡패국가 이스라엘의 전횡과 난동을 억제하는 강력한 압박효과를 발휘하면서 중동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며, 그로써 중동의 국제핵질서는 전면적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2012년 9월 1일 북과 이란이 양해문을 체결한 것이 기존 국제핵질서를 재편할 대사변을 예고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북의 핵억지력이 “미국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화되고 확장될 것”이라고 경고한 북측 외무성의 8.31 비망록에서 확장이라는 말은 확산이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끝내 옳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 북의 핵억지력이 중동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심각한 경고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북이 이란에 지원해줄 첨단 핵기술이 비평화적 핵기술이 될 것인지 아니면 평화적 핵기술이 될 것인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있는 셈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이 보낸 중대경고를 귀담아 듣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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