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8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

[한호석의 개벽예감] (30)
자주민보 2012년 09월 17일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버월 벨의 청문회 발언은 사실이었나?
 
2006년 3월 9일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 버월 벨(Burwell B. Bell)이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였다. 청문회에서 한반도 군사상황을 거론하던 그는 인민군 전력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대(the world's largest submarine fleet)”가 북에 있다고 하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인민군과 첨예하게 맞선 무력대치상태에서 한미연합군을 지휘하는 버월 벨은 가장 많은 대북군사정보를 알고 있는 야전사령관인데, 그런 그가 미국 연방하원 청문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대가 북에 있다고 언급한 것은 그냥 스쳐갈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영어 표현으로는 잠수함 보유척수가 가장 많은 것(the largest in number)도 가장 큰 잠수함대라는 뜻이고, 잠수함대의 총배수량이 가장 큰 것(the largest in total displacement)도 가장 큰 잠수함대라는 뜻이므로, 버월 벨의 그 발언은 좀 모호하게 들린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은, 버월 벨의 그 발언을 인민군 잠수함대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잠수함을 보유하였다는 뜻으로 해석해왔다. 그런 식의 해석이 일반화된 까닭은,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가 펴내는 연례보고서 ‘군사균형(The Military Balance)’에 나온 인민군 잠수함대에 관한 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 사이에 유포된, ‘군사균형’을 비롯한 몇몇 군사정보들은 인민군 잠수함대에 관한 이런 정보를 전해준다.

첫째, 인민군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소련으로부터 위스키급(Whiskey class) 잠수함 4척을 도입하였다. 1950년대에 소련에서 건조되었고, 1980년대에 퇴역한 위스키급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1,350t급인 디젤-전기 잠수함이다. 북이 도입한 위스키급 잠수함은 4척 뿐이다. 도입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북의 위스키급 잠수함 4척은 너무 낡아서 고철로 해체되었거나 초년병 훈련용 또는 기만전술용으로 쓰일 것이다. 따라서 위스키급 잠수함 4척은 인민군 잠수함대 보유량에서 제외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은 인민군이 아직도 위스키급 잠수함 4척을 운용하고 있다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둘째, 인민군은 1960년대 후반에 소련으로부터 로미오급(Romeo class) 잠수함 3척을 도입하였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1,830t급인 디젤-전기 잠수함이다. 소련은 중국에게 로미오급 잠수함 설계기술을 지원하여, 중국도 로미오급 잠수함을 자체로 건조하였는데, 1970년대 초에 북은 중국이 건조한 로미오급 잠수함 4척을 도입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뒤 소련은 북에게도 로미오급 잠수함 설계기술을 지원하여, 북도 중국처럼 로미오급 잠수함을 자체로 건조하였다. 이미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로미오급 잠수함 7척을 도입한 북은 1980년대에 동급 잠수함 5척을 자체로 건조하여 총 12척을 보유하였고, 1990년대에는 동급 잠수함 10척을 더 건조하여 2000년 현재 총 22척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었다.

셋째, 인민군은 수중배수량이 370t인 상어급(Sang-o class) 잠수함 40척, 수중배수량이 130t인 연어급(Yono class) 잠수정 10척을 현재 운용하고 있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인민군 잠수함대에는 로미오급 잠수함 22척, 상어급 잠수함 40척, 연어급 잠수정 10척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인민군 잠수함대에 배치된 잠수함 62척과 잠수정 10척의 수중배수량을 모두 합하면 56,360t이다. 그런데 미국군 잠수함대에 배치된 로스앤젤레스급(Los Angeles class) 잠수함 42척의 수중배수량을 모두 합하면 290,934t이고, 러시아군 잠수함대에 배치된 타이푼급(Typhoon class) 잠수함 3척의 수중배수량을 모두 합하면 144,000t이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인민군 잠수함대가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대라는 버월 벨의 말은 수중배수량이 아니라 보유척수가 가장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버월 벨의 그런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군 잠수함대에 배치된 핵추진 잠수함도 72척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민군 잠수함대가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대라는 버월 벨의 말은 북의 군사적 위협을 부풀리려는 과장발언이었을까?

지금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인민군 잠수함대에 관한 정보 가운데서 눈여겨보아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북이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로미오급 잠수함을 더 이상 건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에 들어와 북이 건조한 잠수함은 상어급 잠수함을 개량한 소형 잠수함과 연어급 잠수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은 왜 20년이 넘도록 로미오급 잠수함을 건조하지 않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평양에 있는 조선혁명박물관에 보존된 한 장의 오래된 사진에서 찾을 수 있다.


보존사진이 말해주는 놀라운 사연

2012년 7월 14일 세계 최대의 동영상 누리집 <유투브(You Tube)>에 ‘련속참관기 - 장군님과 동지, 조선혁명박물관을 찾아서 (9)’라는 제목의 텔레비전 방영 동영상이 실렸다. 조선혁명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령도사적’에 관해 해설해주는 그 동영상은, 인민군 무력강화사업에 충실하였던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광진 차수의 실화를 담은 동영상자료다. 김광진 차수는 1984년 12월에 인민무력부 부부장에 임명되었고, 1992년 4월에 차수 칭호를 받았고, 1997년 불치의 병에 걸려 70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동영상에 나오는 해설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광진 차수에게 “(인민군 무장장비를) 우리나라의 지형조건에 맞게 현대화할 과업을 주시였다”고 하며, 김광진 차수는 그 과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하여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동영상에 나오는 조선혁명박물관 보존사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잠수함 모형 앞에서 김광진 차수로부터 보고를 받는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동영상에 나오는 해설강사의 말에 따르면, 그 사진은 1995년 4월 25일에 촬영된 것인데, 4월 25일은 인민군 창건 기념일이다.

무력강화사업을 책임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 인민군 창건 기념일에 잠수함 모형을 앞에 놓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잠수함에 관해 보고하는 그 사진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1995년 4월 당시 북은 이미 신형 잠수함 건조사업을 추진 중이었던 것이다. 그 사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광진 차수로부터 신형 잠수함 건조사업에 관한 보고를 받는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그 사진이 말해주는 것처럼, 1995년 4월 당시 북이 신형 잠수함 건조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리 늦어도 2000년대 초에는 건조사업을 마쳤을 것이고,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오늘까지 북은 1990년대에 개발한 신형 잠수함을 계속 생산하여 실전배치하였을 것이다. 북이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로미오급 잠수함을 더 이상 건조하지 않은 까닭은,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의 신형 잠수함은 어떤 잠수함일까? 그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형 잠수함 모형을 앞에 놓고 김광진 차수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므로, 북이 건조한 신형 잠수함은 바로 그 모형과 똑같이 생긴 잠수함이 분명한데, 신형 잠수함 모형은 함체도색과 함체구조가 인민군이 운용해오던 기존 잠수함과 크게 다르다.

첫째, 신형 잠수함 모형은 함체 위에 상층부를 한 층 더 얹어놓은 것 같이 생긴 2층 구조다. 이러한 2층 구조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잠수함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외부형태다. 함체 위에 상층부를 한 층 더 얹어놓은 것 같이 보이는 그 부분이 바로 탄도미사일 수직발사대가 설치된 공간이다. 길이가 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 안에 수직으로 세워놓아야 하므로 위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은 잠수함 강국이 운용하는 전략잠수함들 가운데 그렇게 생긴 잠수함이 흔하다.

사진에 나타난 신형 잠수함 모형은 특히 러시아군의 델타(Delta) 4급 잠수함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양자 사이의 차이점은, 인민군 신형 잠수함 모형의 경우 탄도미사일 수직발사대 공간이 전망탑(sail) 앞에 있는 데 비해, 러시아군 델타 4급 잠수함은 탄도미사일 수직발사대 공간이 전망탑 뒤에 있는 것이다. 미국군이 지난 시기 운용하였고 지금은 퇴역한 벤자민 프랭클린급(Benjamin Franklin class) 잠수함도 델타 4급 잠수함처럼 탄도미사일 발사대 공간이 전망탑 뒤에 있다.

인민군 신형 잠수함 모형은 실물 축소판이므로, 실물 잠수함의 길이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잠수함 전망탑 길이와 잠수함 함체 길이의 비율을 계산하면 전체 길이를 추산할 수 있다. 사진에 나타난 신형 잠수함 모형의 함체 길이는 전망탑 길이의 약 8배다.

어느 나라에서나 잠수함 전망탑을 터무니 없이 길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 잠수함 전망탑 길이와 잠수함 함체 길이의 비율을 계산하여 그것을 인민군 신형 잠수함의 동종 비율과 비교하면 인민군 신형 잠수함 길이를 추산할 수 있다. 외형이 인민군 신형 잠수함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러시아군의 델타 4급 잠수함이 비교대상으로 적합하다. 러시아군의 델타 4급 잠수함은 1985년 12월에 취역하였는데, 그 동안 모두 7척을 건조하였고, 지금도 운용 중이다. 델타 4급 잠수함 함체 길이는 전망탑 길이의 약 10배다. 이런 비교결과를 보면, 인민군 신형 잠수함 길이가 러시아군 델타 4급 잠수함보다 조금 짧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델타 4급 잠수함 함체 길이는 167m이므로, 그보다 길이가 조금 짧은 인민군 함체 길이는 약 140m일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사진에 나타난 신형 잠수함 모형은 전부 진록색으로 칠해졌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김광진 차수로부터 신형 잠수함 모형을 놓고 보고를 받았던 때로부터 17년이 지난 2012년 3월 14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로 진행된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타격훈련에 진록색 잠수함 1척이 등장하였다. 북이 공개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륙해공군 합동타격훈련을 지도하시였다’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 나온, 진록색 잠수함은 전망탑만 수면 위로 내놓고 기동하면서 어뢰 1발로 표적함선을 날려버린다. 그런데 전망탑만 수면 위로 내놓았기 때문에, 그 진록색 잠수함이 17년 전 보고현장에 모형으로 전시되었던 진록색 잠수함과 같은 급의 잠수함인지 확인하기는 힘들다.

러시아군이 운용하고 있는 델타 4급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18,200t이고, 수심 400m까지 내려갈 수 있으며, 승조원 130명을 태우고 80일 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계속 잠항할 수 있다. 또한 그 잠수함은 90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 2기가 공급하는 20,000마력의 추진력으로 수중에서 시속 40~44km로 잠항한다. 이런 정보를 살펴보면, 인민군이 운용하고 있는 신형 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은 10,000t 정도로 추정되며, 승조원을 100명쯤 태우고 2개월 이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계속 잠항하는 잠수함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인민군이 운용하고 있는 신형 잠수함은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형 가압경수로가 설치된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사실이다. 북이 경수로 기술을 이제껏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개발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에서 논한 바 있으므로 이 글에서 재론하지 않는다.

나는 2012년 2월 23일 <자주민보>에 기고한 글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에서 북이 러시아군 태평양함대의 11,500t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양키 놋취(Yangkee Notch)’ 2척을 1993년에 도입하여 개조하고, 이를 실전배치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으나, 2012년 7월 북에서 공개된 위의 사진 한 장으로 나의 그런 추정은 5개월만에 전면 수정될 수밖에 없다. 다만 북이 러시아로부터 1993년에 도입했던 핵추진 잠수함 2척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핵추진 잠수함 설계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생각되며, 그 기술을 가지고 1995년에 자체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놀랍게도, 북은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을 자체로 건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강국인 것이다.


김광진 차수가 1990년에 남긴 말

1997년 10월 21일 미국 연방상원 정무위원회 산하 국제안보, 확산 및 연방업무 소위원회가 개최한 북의 미사일 확산문제에 관한 청문회에 불려간 인민무력부 대외사업국 통역자 출신 탈북자가 청문회에서 털어놓은 대북군사정보가 워싱턴 정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김광진 인민무력부 부부장(당시 직책)을 수행한 중국 방문길에서 그는 북이 사거리 4,000km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이미 끝내고 현재 생산 중이라는 김광진 부부장의 말을 직접 들었다고 털어놓았던 것이다. 김광진 인민무력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인민군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한 때는 1990년 10월이다. 이것은 북이 이미 1990년 10월에 사거리 4,000km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놀라운 정보다.

무력강화사업의 책임을 맡은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해외방문 중에 자기 수행원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말했을 리는 없으므로, 위의 정보에 따르면 북은 이미 1990년에 사거리가 4,000km가 넘는 중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이제까지 세상에 알려진 북의 중거리 미사일 생산시기보다 무려 10년 이상 앞선 이른 시기에 북이 중거리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정보에 따르면, 인민군의 미사일 전력에 관한 국제사회의 기존 관념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사거리가 4,000km로 추산되는 인민군 중거리 미사일이 미국 정찰위성에 처음 포착된 때는 2003년 9월이다. 그런데 김광진 차수가 1990년 10월에 언급한 사거리 4,000km 이상의 미사일과 미국 정찰위성이 2003년 9월에 포착한, 사거리 4,000km로 추산되는 미사일은 같은 종류의 중거리 미사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두 미사일에 관한 정보가 각각 알려진 시점 사이에 무려 13년이라는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차를 감안하면, 북은 김광진 차수가 1990년 10월에 언급한 사거리 4,000km 이상의 1세대 중거리 미사일을 미국 정찰위성이 2003년 9월에 포착한 사거리 4,000km의 2세대 중거리 미사일로 개량한 것이 분명하다.

북이 개량한 2세대 중거리 미사일이 바로 화성 10호 미사일이다. 화성 10호 미사일은 2010년 10월 10일 당창건 경축 인민군 열병식에서 6축12륜 발사차량에 실려 웅장한 자태를 드러냄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북의 2세대 중거리 미사일인 화성 10호 미사일은 다른 미사일과 달리 탄두부가 뾰족하지 않고 뭉툭한 우유병 꼭지처럼 생겼다. 뭉툭한 탄두부에 핵탄두가 여러 발 들어있는 다탄두 미사일인 것이다. 또한 화성 10호 미사일은 다른 미사일과 달리 미사일 동체에 꼬리날개가 달리지 않았다. 이것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다탄두 핵미사일임을 말해준다.

핵추진 잠수함을 지상 열병식에 등장시킬 수 없었던 북은 핵추진 잠수함 수직발사대에 있는 사거리 4,000km의 타탄두 미사일 화성 10호를 지대지 중거리 미사일을 싣는 6축12륜 발사차량에 임시로 실어 열병식에 등장시킴으로써 인민군이 강력한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화성 10호 미사일의 등장은, 북이 1990년 10월 김광진 차수가 생산 중이라고 언급하였던 1세대 지대지 중거리 미사일을 최첨단 기술로 대폭 개량하여 2세대 중거리 미사일인 잠수함 발사 다탄두 미사일을 만들어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1995년 4월 25일 인민군 창건 기념일에 김광진 차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설명한 그 진록색 잠수함 모형은 장차 화성 10호를 탑재할 핵추진 잠수함 모형이었던 것이며, 지금 조선혁명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그 사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에 관한 보고를 받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러시아군의 델타급 핵추진 잠수함에는 미사일 16발이 들어가는 수직발사대가 설치되었고, 533mm 어뢰 4발이 들어가는 어뢰발사관도 설치되었다. 다른 핵강국들이 보유한 핵추진 잠수함도 미사일 16발짜리 수직발사대와 533mm 어뢰 4발짜리 어뢰발사관을 공통적으로 설치하였으므로, 인민군이 보유한 신형 잠수함도 당연히 그런 수준의 강력한 무장을 갖추었을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 2010년 10월 13일 보도기사에서 미국의 군사전문가 브루스 벡톨(Bruce Bechtol)은 북이 2010년 10월 10일에 공개한 6축12륜 발사차량에 실린 중거리 미사일을 약 200기 실전배치하였을 것으로 보았다. 벡톨의 추정에 따르면, 북은 핵추진 잠수함에 실을 약 200기의 화성 10호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두 가지 일정만 남았다

북의 핵추진 잠수함은 바다로 통하는 해안동굴식 잠수함 건조기지에서 건조되고, 평소에도 해안동굴식 잠수함 기지에서 물 속으로 드나들며, 해안동굴식 잠수함 정비소에서 정비를 받기 때문에, 미국 정찰위성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된 일반 해군기지에 정박하였다가 이따금 어디론가 사라지는 인민군 잠수함들은 모두 로미오급 또는 상어급 잠수함들이다.

미국은 북이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을까? 미국은 북의 핵추진 잠수함을 본 적은 없으나, 여러 정보를 분석하여 북이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중요한 군사기밀은 알아도 안다고 밝히지 않는 법이다.

북은 파키스탄에서 1998년 5월에 한 차례, 그리고 함경북도 길주군 핵실험장에서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에 각각 한 차례씩 모두 세 차례나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하였을 뿐 아니라, 경수로 기술을 실물로 입증하였고,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 6기를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 등장시켜 자국이 핵보유국임을 당당히 선포하였다.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4년 동안 자기의 핵억지력을 순차적으로 세상에 공개해온 북은 녕변핵시설 단지에 건설 중인 소형 경수로를 완공하고, 핵추진 잠수함을 세상에 공개하는 마지막 두 가지 일정만 남겨두고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이 독점해온 전략무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추진 잠수함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추진 잠수함을 모두 갖춰야 진정한 핵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지금 그 두 가지 전략무기를 모두 갖춘 핵강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세 나라밖에 없다. 영국과 프랑스는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으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보유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추진 잠수함을 모두 보유한 제4핵강국이 조용히 부상하였다. 동방의 사회주의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바로 그 제4핵강국이다. 제4핵강국의 등장은,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군사대결을 북미대결관계로 집약시킨 대사변이다.

북이 핵억지력 부문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앞지르면서 미국, 러시아, 중국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제4핵강국으로 부상하였으므로, 세계 핵전력 균형은 사실상 깨지고 말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제4핵강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세상에 공개되는 대충격의 날이 오면, 세계 안보지형과 국제정치관계는 뒤집히게 될 것이다. 지금 태평양과 대서양 어느 바다속을 소리 없이 누비며 대양순찰활동을 벌이고 있을 제4핵강국의 공격형 핵잠수함들은 미국의 선제핵공격위험을 강력히 짓누르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조국통일대전 명령’을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미국과 일본은 북을 자극하는 경거망동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2012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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