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0

북측에는 별난 상품이 있다

진실의 말팔매 <30>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북측에도 백화점이 있다. 평양에 있는 백화점은 평양 제1백화점, 평양 제2백화점, 동평양 백화점, 서평양 백화점, 락원 백화점, 광복 백화점, 대성 백화점 등이다. 물론 북측의 여러 지방도시들에도 백화점이 있는데, 인구비율에 따라 인구가 적은 도시에는 1개, 인구가 많은 도시에는 2-3개 씩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남측에서 게재한 북측 백화점에 관한 웹싸이트 정보를 찾아보니, 북측에서는 시인민위원회가 특권층에게 발행하는 구매권이 있어야 백화점에서 물품을 살 수 있는데, 백화점 앞에는 구매권을 파는 암표상들이 우굴거리고 있으므로, 서민들은 암표를 사서 백화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씌여있었다. 반북수구세력이 북측을 헐뜯기 위해 날조해낸, 그야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거짓말이다.

북측에서 가장 큰 백화점은 평양시 중구역 경흥동에 있는 평양 제1백화점이다. 이 백화점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9층이며, 연건평 4만㎡다. 자본주의 나라들에 있는 백화점은 예외없이 재벌의 이윤추구를 위해 운영되지만, 북측의 백화점은 예외없이 상업봉사망이 운영하는 국영백화점이다.

재벌백화점에서는 해외에서 수입한 값비싼 사치품에 이른바 '명품'이라는 딱지를 붙여 상위중산층이나 부유층에게 팔고 있지만, 국영백화점은 국산 인민소비품을 인민들에게 국정가격으로 팔고 있다. 재벌백화점을 찾는 손님은 상위중산층이나 부유층이므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백화점 내외부를 화려하게 치장하고 고급화 전략으로 요란을 떨지만, 중산층이나 부유층이 존재하지 않고 인민들만 존재하는 북측에서 국영백화점을 찾는 손님은 인민들이므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백화점 분위기가 소박하고 실용적이고 서민적이다. 국영백화점과 재벌백화점을 잠깐 비교해봐도, 북측의 사회주의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2011년 7월 5일과 6일 제2차 평양 제1백화점 상품전시회가 열렸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상품전시회에는 240여 개소의 생산단위들이 생산한 1,400여 종, 350만여 점에 달하는 "질좋고 다양한 경공업제품들"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평양 제1백화점에서 제1차 상품전시회가 열렸던 때는 2010년 12월 16일이다. 제1차 상품전시회에는 약 280여 종의 상품밖에 출품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열린 제2차 상품전시회에는 약 1,400여 종이 출품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7개월 동안 경공업 부문에서 생산되는 상품종류가 5배나 급증하였음을 실물로 입증한 것이다.

<로동신문> 2011년 7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제1백화점 상품전시회장을 현지지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전시된 상품들을 일일이 보시면서 (줄임)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고, "상점망들에 각종 질좋은 상품들이 차넘칠 때라야 우리 일군들이 인민의 충복으로서의 자기의 사명과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고 한다.

2011년 7월 16일에는 당과 국가의 책임일군들과 근로단체, 성, 중앙기관 일군들도 그 상품전시회장을 참관하였다. 이것은 북측이 최근 경공업 발전을 매우 중시하여 그 부문에 국력을 부쩍 집중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면 제2차 상품전시회에는 어떤 상품들이 출품되었을까? 현장에 가서 살펴볼 수 없어 아쉬움을 느끼던 참에, 2011년 7월 16일 <조선중앙통신> 웹싸이트에 '경공업 발전의 면모를 보여주는 상품전시회'라는 제목으로 9분58초 길이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그처럼 짧은 길이의 동영상에 1,400여 종의 상품들을 모두 담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동영상 촬영자의 재량으로 선발된 일부 상품들만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 눈길을 끄는 것은 화장품류다. 출품된 화장품류 가운데서 일부만 주마간산격으로 동영상에 나타나지만, '봄향기' 또는 '은하수'라는 상표가 붙은 로션(lotion)을 살결물이라는 고운 우리말 제품명으로 바꾸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여성들이 싣는 스타킹을 북측에서는 살양말이라는 고운 우리말 제품명으로 부른다. 제품명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북측의 자주적 어문정책이 그들의 고유한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제2차 상품전시회에 전시된 북측의 화장품 (<조선중앙통신> 2011일 7월 16일 보도사진)

살결물을 비롯해서 피부미용에 좋은 각종 기능성 화장품이 최근 북측에서 많이 생산된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피부관리에 좋은 효과를 안겨주는 감자세수비누가 최근 북측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동영상에서는 미백크림과 미안크림이라는 제품도 보였는데, 크림 파운데이션(cream foundation)과 클렌징 크림(cleansing cream)을 그렇게 부르는 것으로 추측된다. 동영상은 여러 종류의 남성용 살결물도 보여주었다.

동영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조선신보> 보도에 따르면 만수대창작사에서 출품한 반지, 목걸이, 팔찌도 이번 상품전시회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만수대창작사는 북측에서 기량이 가장 뛰어난 최고 수준의 예술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는 곳인데, 그들의 예술적 감각으로 빚어낸 장신구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이번 상품전시회에 출품된 각종 당과류도 흥미롭다. 미국에서는 버터로 구운 과자를 버터 비스켓(butter biscuits)이라 하는데, 북측에서는 빠다과자라 부른다. 동영상에 나타난, 선흥식료공장에서 생산한 빠다과자는 어떤 맛일까? '은하수'라는 상표가 붙은 기름사탕은 처음 들어보는 사탕종류다. 기름으로 만든 사탕이라니, 어떤 맛일까? 미국에서는 각종 과일맛이 나게 만든 사탕을 프룻 드랍스(fruit drops)라 하는데, 북측에서는 '은하수' 상표가 붙은 과일드롭프스를 생산하고 있다. 동영상에는 케이크류도 보였는데, 북측에서 그것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동영상 화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제2차 상품전시회에 전시된 룡악산샘물공장 제품 (<조선중앙통신> 2011년 7월 16일 보도사진)


북측의 경공업 부문에서 이전과 달리 각종 화장품, 장신구, 당과가 많이 생산되는 것은, 북측의 인민생활수준이 높아졌음을 말해준다. 북측에서 만성적 식량난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은, 반북수구세력이 북측의 향상된 인민생활이 남측 서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꾸며낸 헛소문이다. 
 
동영상에는 신발류도 보인다. 여성용, 남성용, 아동용 각종 신발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아리랑'이라는 상표가 붙은 우리 전통양식 신발이 이채로움을 더해주었다. 여름철에 싣는 샌들(sandals)은 북측에서도 적당한 우리말 이름을 찾지 못했는지, 싼달이라 부른다. 보통강신발공장에서 출품한 싼달이 동영상에 보인다. 싼달 가운데서도 투명한 색감을 지닌 것을 북측에서는 사출수정싼달이라 부른다.

이번 상품전시회에는 의류, 직포류, 가전제품류, 악기류, 자전거류, 가구류, 주류, 청량음료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각종 상품들이 출품되었다. 실내에 또는 승용차 안에 향기를 품어주는 방향제도 있고, 화장실을 청소할 때 쓰는 세척제도 있다.

북측의 국영백화점에서 상품과 화폐를 교환하면 이윤이 생긴다. 그런데 남측의 재벌백화점 영업과 달리, 북측의 국영백화점 영업에서 발생한 이윤은 개인이 챙겨가는 이윤이 아니다. 그 이윤은 경공업과 상업봉사망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기술혁신과 설비확장에 재투자된다.

북측에서 생산되는 상품종류가 7개월만에 280여 종에서 1,400여 종으로 늘어났으니, 그런 추세로 경공업 발전을 밀고 나가면 2012년에는 7,000여 종으로 늘어날 것이고, 생산량도 더 많아질 것이다. 이처럼 상품종류가 늘어나고 생산이 대량화될수록 더 질좋은 상품을 다른 나라의 시장가격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싼 국정가격으로 인민들에게 공급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남측에서는 정반대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은 남측의 소비자물가가 6개월째 4% 이상 고공비행을 계속하면서 그야말로 살인적인 물가상승율을 기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얼마나 위기감을 느꼈으면, 2011년 7월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물가억제 비상대책을 세우려 하겠는가.


△6개월째  4%이상 상승을 보이는 남측의 소비자물가
(<한겨레신문> 2011년 7월 1일 보도 자료)
그러나 이미 치솟아버린 물가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경제성장은 필연적으로 물가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해 경기부양책으로 수요를 촉진시켜 작년에 성장률이 높아졌지만, 물가는 치솟았다. 환율로도 물가를 높이고, 초저금리로도 물가를 올려놨다. 그래 놓고 공정위가 나서 물가 잡겠다는 건 '쇼'다. 주권자들이 무식하다는 전제 하에 '이만큼 무식하니 쇼를 해도 속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3년을 보낸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물가정책을 질타하였다.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가 성장할수록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여 서민생활을 위협하지만, 북측에서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물가가 하락하여 인민생활이 풍족해진다.

물가가 그처럼 정반대로 움직이는 까닭은,  두 종류의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자본가가 소유한 생산단위에서 자본가의 이윤추구를 위해 생산되고 자본가가 소유한 유통업체들에서 국민들에게 시장가격으로 판매는 상품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생산단위에서 인민을 위해 생산되고 사회주의상업봉사망이 인민들에게 국정가격으로 공급하는 상품이다.

둘 다 똑같이 화폐와 교환되는 상품이지만, 전자와 후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자를 전자와 구분하기 위해 인민소비품이라 부른다. 인민소비품에는 사치품은 없고 생활필수품이 주를 이룬다. 북측에는 인민소비품이라 부르는 별난 상품이 있다. (2011년 7월 2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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