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1

투광조명과 LED조명 비치는 평양의 밤

진실의 말팔매 <18>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도시야간경관을 연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명공학기술과 조명설비제작기술을 개발하고 전력공급체계를 갖춰야 아름다운 야간경관을 연출할 수 있다.

북측에서는 도시야간경관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궁금증을 풀어줄 해답을 2011년 2월 15일 <조선중앙방송> 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직관불장식지도국 조순철 처장은 <조선중앙방송>과 대담하면서 "현재 수많은 공공건물과 주택지구에 각종 등기구와 네온을 배합해서 불장식을 해놨는데 불장식에 율동을 줘 온 평양시가 살아 움직이는 도시로 보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가 한 말을 뜯어보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첫째, 북측 내각 산하에 설치된 직관불장식지도국이 도시야간조명을 전담한다. 직관불장식지도국은 산하 실무단위로 불장식연구센터를 두었는데, 이 센터는 2007년 10월에 설립되었다. 남측에서는 야간조명이라는 말을 쓰고, 북측에서는 불장식이라는 말을 쓴다.

둘째, 북측의 도시불장식은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율동적인 불장식이다. 북측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것을 종합하면, 기념비적 건축물들와 주요공공건물들에 모두 불장식을 하였는데, 기존 불장식도 새로 설계한 신형 불장식으로 교체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만수대 동상, 당창건기념탑, 개선문, 주체사상탑, 천리마 동상 같은 기념비적 건축물들과 인민대학습당, 인민문화궁전, 평양체육관, 평양대극장, 동평양대극장, 모란봉극장, 국립연극극장, 빙상관, 평양학생소년궁전 같은 공공건물들, 그리고 만수대예술극장 앞 분수공원, 옥류관, 청류관 같은 건물들이 불장식을 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라, 평양시의 승리거리, 영광거리, 칠성문거리, 개선문거리, 천리마거리, 비파거리, 영웅거리에 있는 가로수와 각종 장치물에는 나무줄전구장식, 축포등, 네온장식을 설치하였고, 평양 중심부를 흐르는 대동강에 놓인 옥류교, 대동교, 청류다리에는 관식줄전구, 백열등, 투광등을 설치하였고, 대동강변 녹지대는 나무불장식, 녹지불장식, 가장물불장식을 설치하였다. 

    △ 평양의 야경: 조선중앙통신이 제공, 중국 신화사통신이 평양발로 보도한 사진 (2011211)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총련)가 발간하는 월간지 <조국> 2008년 10월호에 따르면, 2000년 1월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세상에 없는 조선 식의 불장식을 하자"고 하면서 도시야간조명을 지시하였다. 그는 관계부문 일군들과 기술자들을 세계 여러 나라에 파견하여 그들이 국제조명발전 추세를 파악하고 안목을 넓히게 하였고, "흰색을 남달리 좋아하는 조선 사람들의 감정에 맞게 흰빛을 기본으로 해 수도의 불장식을 해야 한다. 웅장한 건축물일수록 건축물이 통째로 드러나면서도 조형예술적 미가 명백히 나타나도록 접근투광을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을 주었다.  

불장식연구쎈터 리인영 소장은 "불장식의 세계적 발전추세에 맞게 투광조명과 LED조명을 적절히 배합하고 우리 인민들의 신념과 의지를 반영한 중요구호들과 건물의 륜곽, 상점, 식당을 비롯한 봉사기관들의 간판을 두드러지게 살리면서도 조명색갈의 조화와 밝음도를 우리 식으로 설계하였다"고 말했다. 

LED조명이란 전력소모를 크게 줄인 고효율 조명등인 발광다이오드(light-emitting diode)로 조명하는 것을 뜻한다. 도시야간조명을 LED조명으로 바꾸는 것은 지금 세계적인 추세다.  


물론 평양만 불장식을 한 것이 아니라, 원산, 함흥, 남포, 회령, 송림, 평성 등 지방도시들도 불장식을 하였거나 또는 불장식을 하는 중이다. <조선중앙텔레비죤> 2009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원산시의 일군들과 근로자들은 평양시 직관선전국 불장식연구센터의 연구사, 기술자들과의 긴밀한 련계 밑에 설계를 앞세우면서 현지 대상들에 대한 불장식을 힘있게 내밀고 있다.

이들은 공공건물들과 개선광장, 장덕섬, 동명산지구의 고층살림집들을 비롯한 많은 대상들과 급양, 편의봉사망들의 내부와 외부를 각양각색의 네온등으로 이채롭게 장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산시는 2010년에 불장식을 끝냈는데, 동해 영흥만에서 원산시 야경을 바라보면 도시 전체가 밤바다 위에 둥실 떠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남측의 반북수구언론매체들은 북측이 "심각한 전력난 속에서도" 불장식을 하였다고 이구동성으로 보도하였다. 전력을 많이 쓰는 도시야간조명은 전력공급이 보장되어야 가능한 일이므로, 북측 도시들이 불장식을 한 것은 전력난에서 벗어났다는 뜻인데도, 반북수구언론매체들은 북측이 심각한 전력난에 빠져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였다. 북측에서 도시에 전력을 어떻게 공급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아래와 같은 최신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중유(heavy oil)가 아니라 석탄을 연료로 쓰는 화력발전소도 보일러 착화연료로 중유를 써야 한다. 화력발전소는 보일러 연소율을 95% 이상 높여야 하는데, 30여 년 전에 건설되어 노후화된 석탄발전소의 보일러는 열량이 낮은 무연탄만으로는 열효율을 보장하기 힘들고, 따라서 발전설비가 노후화될수록 착화연료로만 쓰는 중유를 연소연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차츰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중유가 없으면 중유화력발전소는 물론 석탄화력발전소마저도 돌릴 수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1990년대에 북측의 중유 수입량이 급감하는 바람에 화력발전소들에 대한 중유공급량이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화력발전소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당시 북측이 겪었던 전력난의 주된 원인이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북측은 그러한 난관을 기술혁신으로 하나씩 뛰어넘었다. <조선신보> 2004년 1월 2일 보도에 따르면, 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는 중유를 적게 쓰면서 효율이 높은 순환비등층 보일러를 개발하여 전국의 화력발전소들에게 보급하였다. 순환비등층 보일러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기술안을 토대로 개발된 것인데, 보일러 안에 설치한 원심분리기가 돌아가면서 무연탄을 연소하는 원리로 가동된다. 따라서 중유 소비량을 3분의 1로 낮추면서도 높은 연소율을 보장한다.

보일러만 신형으로 교체한 것이 아니다. 내각 사무국 최광래 부부장은 <조선중앙방송> 2004년 12월 15일 보도에서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에 신형의 기류식 분쇄기와 공기예열기를 도입하는 등 각지 화력발전소의 설비 대보수와 현대화 공사에서 큰 진전을 이룩하였다"고 말했다. 석탄을 연료로 쓰는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 덩어리를 조각내서 저탄기로 보내고, 저탄기에 들어간 석탄 조각은 분쇄기를 지나면서 고운 가루로 분쇄되고, 고운 석탄 가루는 공기가열기가 뿜어내는 고온 공기를 타고 보일러로 들어가 연소된다.

또한 <조선중앙통신> 2009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를 비롯한 각지 동력기지들에서는 화염중심낮춤기술과 원격화염감시체계를 모든 보이라들에 도입하고 발전설비들을 새롭게 개조하였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북측 화력발전소들의 각종 발전설비들이 최근 몇 해 사이에 고효율 신형 설비로 전부 교체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5월 28일 동평양화력발전소 정명수 지배인은 <조선신보>와 대담하면서, 전력생산설비를 전면적으로 컴퓨터화하고 있는데 "이제는 도이췰란드나 미국, 일본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발전소로서 그 면모를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이것은 북측 화력발전소들에서 낡은 발전설비들이 고효율 신형 설비로 교체된 것과 더불어 CNC기술로 전면 개조되었음을 말해준다. 한 마디로 말해서, 기술혁신운동에 의한 설비개조와 CNC화가 화력발전소 발전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여준 것이다.

북측 화력발전소들 가운데 발전용량이 가장 큰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의 발전용량은 160만KW에서 200만KW로 늘었다. 자료에는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으나, 평양시 평천구역에 있는, 발전용량 50만KW의 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와 평양시 락랑구역에 있는, 발전용량 60만KW의 동평양화력발전소도 당연히 발전용량을 늘였을 것이다. 

물론 화력발전소 발전능력을 높이는 문제는 화력발전소 생산설비를 현대적으로 개조하는 것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료로 쓰이는 무연탄을 충분히 공급해주어야 발전소를 제대로 돌릴 수 있다. 화력발전소에 무연탄을 충분히 공급하려면 탄광의 생산능력이 높아져야 한다.

북측 탄광들이 어떻게 생산능력을 높였는가에 대해서는 내각 사무국 림치준 과장이 <조선중앙방송> 2004년 12월 15일 보도에서 한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각지 탄광에서 채탄설비를 현대화하고 예비채탄장을 넉넉하게 마련"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김만수 전력공업성 부상은 <조선중앙방송> 2009년 1월 13일 보도에서 "화력발전소들에서 발전소 운영을 과학기술적으로 하여 석탄 소비를 낮추고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와 평양화력발전련합기업소에 석탄을 집중적으로 대줘 전력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이겠다"고 말했다.

평양의 밤을 수놓은 도시야간조명은 독자적인 조명설계기술을 개발한 불장식연구센터, CNC기술로 개조된 화력발전소, 채광설비를 갱신한 무연탄 탄광이 연출하는 3자 합작예술이다. 평양의 밤하늘은 공훈배우 리분희가 부른 노래의 선율을 타고 끝없이 흐른다. "지새지 말아다오 아름다운 평양의 밤아" (2011년 4월 21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