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9

우리에게는 왜 꼬레아가 없을까?

진실의 말팔매 <16>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10106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이 녹음자료를 공개하였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꼬레아를 죽여라. 그래야 시위가 끝난다. 우선 그는 서명해야 여기서 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고 소리치는 격앙된 음성이 녹음되어 있었다. 문제의 녹음자료는 2010930일 에꽈도르(Ecuador) 수도 끼또(Quito)에 있는 경찰병원에서 녹음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날 국제공항과 정부청사를 기습 점거하고 폭동을 일으킨 에꽈도르 경찰은 경찰폭동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격렬히 충돌하였다. 폭도로 돌변한 경찰은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난사하면서 난동을 부렸다. 충돌현장에 있었던 라파엘 꼬레아(Rafael Correa) 에꽈도르 대통령은 최루탄을 난사하는 경찰에 쫓겨 경찰병원 안으로 피신하였고, 경찰병원을 포위한 폭동경찰은 대통령을 억류상태에 몰아넣었다. <cnn>이 공개한 녹음자료는 난동을 부리며 경찰병원을 포위한 경찰폭동 주동자들이 자기들끼리 무전기로 주고받은 음성을 녹음한 것이다.
 
명백하게도, 폭동경찰은 경찰병원에 억류된 꼬레아 대통령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꼬레아 대통령은 경찰병원 안에서 급히 군지휘부와 연락하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에꽈도르군 지휘부는 군병력을 급파하여 폭동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꼬레아 대통령을 간신히 구출하였다.
에꽈도르 경찰은 왜 꼬레아 대통령의 목숨을 노린 것일까? 표면적 이유는 경찰관의 수당을 삭감한 재정긴축조치에 불만을 품은 경찰의 반발심리가 폭발하여 폭동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막을 파헤치면 진짜 원인이 드러난다. 경찰폭동의 발생원인은 에꽈도르가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벌인 데 있었다. 내막은 이렇다.
 
에꽈도르와 국경을 맞댄 나라가 꼴롬비아인데, 그 나라는 남미에서 대표적인 친미예속국이다. 꼴롬비아는 미국으로부터 연간 30억 달러를 예속의 대가로 받고 있는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그런 나라의 군지휘부에 침투하여 꼴롬비아군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배후조종을 받는 꼴롬비아군의 주적은 1964년에 창설된 꼴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다. 네덜란드에서 좌파활동가로 일하다가 꼴롬비아 각지를 여행하면서 빈부격차와 반민악정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하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2002년에 '혁명의 총'을 들었던 네덜란드 여성 탄자 니즈메이저(Tanja Nijmeijer)가 바로 그 무장조직에서 유격전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31일 집중공격을 피해 국경을 넘어 에꽈도르 영토로 후퇴한 꼴롬비아혁명무장군을 꼴롬비아군 공격헬기들이 쫓아가 공격하였다. 꼴롬비아군의 월경공격은 에꽈도르의 영토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한 것인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몇몇 에꽈도르군 정보요원들을 달러로 매수한 미국 중앙정보국 요원들이 에꽈도르 영토로 후퇴한 꼴롬비아무장혁명군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꼴롬비아군에게 공격목표 위치를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심각한 사태를 파악하고 격노한 꼬레아 대통령은 사건진상을 조사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라고 긴급 지시하였다. 그런데 특별위원회가 미국 중앙정보국의 군정보요원 매수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가 발각되었다. 에꽈도르 경찰 특수조직이 "사실상 미국 대사관의 자금지원을 받으며 통제를 받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미국 대사관의 자금지원을 받았다는 말은, 미국 대사관의 외교관 신분으로 위장하고 파견되어 암약하는 미국 중앙정보국 에꽈도르지부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뜻이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에꽈도르 경찰을 달러로 매수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꼬레아 대통령을 살해하고 에꽈도르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일으킨 에꽈도르 경찰의 폭동사태를 미국 중앙정보국이 배후에서 조종하였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미국이 꼬레아 정부를 전복하려고 경찰폭동을 사주한 것이다.
 
미국은 왜 꼬레아 정부를 전복하려고 하였을까? 원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본부를 둔 미국 남부사령부(US Southern Command)는 마약조직을 단속한다는 구실로 무상임대한 만타 공군기지(Manta Air Base)에 미국군 병력 475명과 공중조기경보기, 정찰기 등 작전기 8대를 배치하고 마약거래를 추적하여왔다.
 
그런데 2008726일 에꽈도르 외교부는 미국군이 1999년부터 20097월까지 10년 동안 사용하도록 규정한 만타 공군기지 임대계약을 갱신해주지 않겠다고 에꽈도르 주재 미국 대사관에 통보하였다. 이에 놀란 미국은 에꽈도르가 공군기지 무상임대계약을 갱신해주면, 7,100만 달러를 들여 공군기지를 현대화해주는 것은 물론, 그 기지에 주둔하는 미국군 부대가 해마다 650만 달러씩 지출하여 지역사회에 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하면서 계약갱신을 요청하였으나, 꼬레아 대통령은 단호히 거절하였다. 외국군의 에꽈도르 영토 주둔을 금지하는, 꼬레아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이미 200841일에 에꽈도르 제헌의회에서 통과되었는데, 관련조항은 "에꽈도르는 평화를 신봉하는 나라이므로 외국군의 기지 또는 군사적 목적을 지닌 외국시설물의 설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에꽈도르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이민세관 담당관이 에꽈도르 내정에 간섭하려는 불법행위가 적발되었던 200927, 꼬레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취급하는 어떤 사람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를 즉각 추방해버렸다. 그런데도 미국의 내정간섭은 계속되었다. 201145'위키릭스(WikiLeaks)'가 공개한 비밀문서에서 에꽈도르 주재 미국 대사가 에꽈도르 내정에 간섭한 사건이 또 드러났다. 꼬레아 대통령은 미국 대사를 즉각 추방하였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오바마 정부도 미국 주재 에꽈도르 대사를 맞추방하였다.
 
에꽈도르의 영토는 283,561이고, 인구는 1,430만여 명이며, 1인당 명목 GDP4,928달러다. 군병력은 고작 37,448명밖에 되지 않고, 무장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런 에꽈도르에 비해 미국은 영토가 34.6배 넓고, 인구가 21.6배 많고, 1인당 명목 GDP5.6배 많고, 첨단무기로 무장한 군병력은 무려 39.4배나 많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에꽈도르는 미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국력이 약한 나라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게도, 그런 약소국의 대통령이 '강대한 제국'에 맞서 용감히 싸우고 있다. 미국의 내정간섭과 전복공작으로 때로는 자기 목숨마저 위태로운 판인데도 굴하지 않고, '강대한 제국'에 당당히 맞서 에꽈도르의 주권과 존엄을 지키는 꼬레아 대통령의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
 
'강대한 제국'에 맞서싸우는 꼬레아 대통령의 위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론조사에 따르면, 에꽈도르 국민 70%가 꼬레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나라의 주권과 존엄을 지키는 강한 힘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인민대중이 훌륭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면 약소국이라도 강해진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오늘 에꽈도르에서도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 '강대한 제국'으로 자처하며 내정간섭과 전복공작을 자행하는 미국에게 당당히 맞선 에꽈도르는 사상정신적 측면에서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의 내정간섭은 에꽈도르보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훨씬 더 심하다. 이를테면, 2006년부터 5년 동안 주한미국군이 저지른 범죄가 무려 1,095건이나 되는데, 불평등한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손발이 묶인 이 땅의 사법당국은 단 두 명만 구속하였을 뿐이다. 같은 기간 주한미국군이 저지른 밀수범죄는 115건이고 밀수액은 1268,700만원에 이르는데, 이 땅의 사법당국이 적발한 것은 단 두건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주한미국군은 자기들이 이 땅에 직접적으로 끼친 손해에 대한 배상액 1563,517만원을 지불해야 하는데도 모른 척하고, 이명박 정부는 그런 주한미국군사령부에게 배상을 촉구하기는커녕 평택 미국군기지 건설사업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퍼주고 있다. 또한 경기도 동두천시에 미국군기지가 주둔하는 것 때문에 동두천시 지역경제가 연평균 3,000억원 씩 근 60년 동안 손실을 입어 왔는데도, 손해배상청구는커녕 항변 한 마디 못하고 있다.
 
이 땅의 지배세력이 종미사상에 사로잡혀 얼마나 비굴하고 예속적으로 행동하는가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6.25전쟁 시기 이 땅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미국군을 처벌하기는커녕 그들을 위해 동상을 세워준 것만 봐도 그들의 종미행위가 얼마나 병적인지 알 수 있다. 이를테면, 20091229일 휴 보이드 공군소령 동상을 세웠고, 2010622일 윌리엄 해밀튼 쇼 해군대위 동상을 세웠고, 이튿날에는 월튼 워커 육군대장 동상을 세웠다.
 
에꽈도르보다 인구가 3.4배 많고, 1인당 명목 GDP3.6배 많고, 군병력이 17.4배나 많은 이 땅 코리아에는 왜 꼬레아 대통령 같은 멋쟁이 정치인이 없을까? 미국의 내정간섭 행위가 발각되는 경우 꼬레아 대통령처럼 내정간섭의 주범인 주한미국대사를 추방하지는 못하더라도, 미국에게 당당히 할 말을 하는 그런 멋쟁이 정치인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이 땅의 유권자들은 2012년 대선에서 그런 멋있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 당당하고 존엄있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201149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