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3

그들이 사는 아파트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진실의 말팔매 <10>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11년 2월 11일 <조선일보>가 흥미로운 사진기사를 실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방송국에서 보내준 것이라고 하면서, 평양의 어느 집안을 촬영하였다는 사진 일곱 장을 보도한 것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중국 소식통을 통해 사진을 입수했"고 "고위급 간부들이 사는 집"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그런데 사진을 촬영한 시점부터 거짓이다. 사진 일곱 장 가운데 첫째 사진에 나오는 중년여성과 젊은 여성이 소매 짧은 옷을 입은 것으로 봐서 여름철에 찍은 사진이 분명하고, 더욱이 벽걸이 달력의 일부가 촬영된 셋째 사진에는 8월로 넘겨져 있는 달력이 살짝 보인다. 8월에 찍은 사진이 분명한데도, 최근에 찍은 사진이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문제는, 그 사진이 <조선일보>의 설명 대로 정말 평양에 사는 고위간부의 집안을 촬영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평양에 사는 고위간부의 집안을 촬영하였다는 사진설명을 달아놓은 근거는 첫째 사진에 들어있다. 첫째 사진을 보면, 김일성 주석 초상,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 그리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거실벽면에 있다. 그러한 초상과 사진이 촬영된 것만 본다면, 그 사진이 평양에 있는 어느 아파트 내부를 촬영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독자들의 눈을 속이는 속임수다. 그 사진이 평양에 사는 고위간부의 집안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첫째, 부엌을 촬영한 사진에는 조리대가 보이는데, 조리대 오른쪽 끝에는 남비 두 개가 얹혀 있는 가스레인지가 있다. 이동식 가스레인지가 아니라, 부엌 창문 쪽에서 들어온 가스관이 연결된 고정식 가스레인지다. 그런데 평양에 건설된 모든 아파트 부엌의 조리대에는 가스레인지가 없고 전기가열대만 있다. 북측에는 도시가스가 아예 없다. 도시가스가 없는 평양에서 어떻게 고정식 가스레인지를 쓸 수 있을까? 그 사진은 평양에 있는 어느 아파트 내부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있는 어느 아파트 내부를 촬영한 것이 분명하다.

둘째, <조선일보>가 보도한 일곱 장 사진 가운데 창문이 촬영된 것은 거실 사진 세 장이다. 그런데 거실에 있는 대형 창문을 커튼으로 가려놓아 밖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커튼을 열어놓은 침실 창문과 커튼이 없는 부엌 창문으로는 햇빛이 비쳐드는 것이 보이는데, 침실과 부엌을 촬영할 때 촬영각도를 창문과 다른 쪽으로 비스듬히 돌려 잡아 창문이 보이지 않게 촬영하였다. 의도적으로 밖이 보이지 않게 촬영한 것이 분명하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그 아파트가 평양에 있는 아파트가 아니라 중국 어느 도시에 있는 아파트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셋째, 중년여성과 젊은 여성이 정면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있는데, 누구인지 식별하지 못하도록 두 여성의 얼굴을 일부러 흐려놓았다. 만일 그 사진이 평양에 사는 고위간부의 집안을 촬영한 것이라면, 중년여성은 고위간부의 부인이고, 젊은 여성은 그의 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두 여성의 왼쪽 가슴에 초상휘장이 없다. 북측 인민들이 초상휘장이 없는 옷차림을 하는 것은 그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진에 중국풍 가구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조선일보>가 보도한 그 사진들은 중국에 사는 북측 해외공민 집안을 촬영한 것이 분명하다. 
 
주목하는 것은, <조선일보>가 달아놓은 이상한 사진설명이다. <조선일보>는 사진설명에서 "모든 평양시 주민들이 이러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고위간부가 사는 집"이라고 강조하면서, 평양 중구역에 고위간부들이 모여산다는 추가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렇게 강조한 까닭은, 사진에 촬영된 집에 피아노, 대형 평면 텔레비전, 대형 평면 컴퓨터 모니터, 대형 음향기기, 고급스러운 목재옷장, 파스텔 색조의 벽면찬장 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사는 북측 해외공민의 집에 그러한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있다면, 중국에서 그의 생활은 중산층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평양에 사는 일반 시민이 그런 가전제품과 가구를 쓰고 있다면, 북측 인민들의 생활이 궁핍하다는 식으로 이제껏 선전해온 <조선일보>의 보도가 허위라는 것이 드러날 터이므로, "고위급 간부가 사는 집"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그 사진을 보도하면서 북측 고위간부들은 부유하게 사는 반면, 북측 인민들은 궁핍하게 산다는 식의 왜곡선전까지 늘어놓은 것이다.

그러면 평양 시민들이 사는 아파트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들이 사는 아파트 내부를 찍은 사진을 구할 길은 없으나, 때마침 동영상 세 편이 눈길을 끈다. 북측에서 운영하는 포털 싸이트(portal site) '우리 민족끼리'에 실린,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송한 각종 방영물 가운데 '소개편집물'이라는 분류명칭이 붙어있는 동영상 세 편이 있다. 2010년 11월 12일에 게시된 '행복 넘치는 체육인 가정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동영상, 2010년 11월 28일에 게시된 '사랑에 대한 생각-축복받은 예술인 가정을 찾아서(1)'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그리고 2010년 12월 1일에 게시된 '사랑에 대한 생각-축복받은 예술인 가정을 찾아서(2)'라는 제목의 동영상이다.
첫 번째 동영상은 현역에서 은퇴한 여자축구선수가 사는 집안에서 진행한 방송대담을 촬영한 것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동영상은 최근에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한 현역 연극배우가 사는 집안에서 진행한 방송대담을 촬영한 것이다. 은퇴한 축구선수나 현역 연극배우가 사는 아파트는 평양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사는 아파트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 동영상에 나타난 집안 모습은 현재 평양 시민들이 사는 일반적인 집안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 편의 동영상에 나타난 아파트 내부 모습은 <조선일보>가 보도한, 중국에 사는 중산층 수준의 북측 해외공민이 사는 아파트 내부 모습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물론 평양 아파트 내부 모습이 담긴 동영상에서는 대형 평면 텔레비전이나 대형 음향기기 같은 값비싼 가전제품을 찾아볼 수 없지만, 집안 분위기는 평양 아파트 내부가 더 깔끔하고 깨끗하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도시와 농촌의 생활수준 차이는 아직 해소되지 못하였지만, 간부의 귀족화를 사회적으로 용납하지 않고, 법적으로도 금하고 있는 북측에서 간부와 인민들 사이에 생활수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유층과 빈곤층의 생활수준 격차를 벌여놓은 요인은 자산격차와 소득격차인데, 북측에는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자산이 없으므로 자산격차를 발생시킬 원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남측에서는 월급이라고 부르고, 북측에서는 생활비라고 부르는 소득은, 사회주의 헌법 제70조에 규정된 대로 "공민은 능력에 따라 일하며 로동의 량과 질에 따라 분배를 받는" 것이다. 이를테면, 15년 이상 근무경력이 있는 탄광 노동자의 월소득은 북측 돈으로 6,000원이고, 내각의 장관급(상급) 고위간부의 월소득은 5,000원이고, 20년 근무경력의 대학교수 월소득은 4,000원이고, 일반 근로자의 평균 월소득은 3,000원이다. 노동의 양과 질에 따른 분배 차이가 있어도, 소득격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측에는 이처럼 자산격차와 소득격차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고위간부가 사는 아파트라고 해서 일반 근로자가 사는 아파트보다 부유하지 않은 것이다. <조선중앙텔레비죤>에서 방영한 세 편의 동영상에 나타난, 평양 시민들이 사는 집안 모습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경제적 평등이 실현된 북측의 생활상이다.

2010년 2월 19일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08년 북코리아 인구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에 사는 81만3,769가구 가운데 44만4,672가구(54.6%)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지금 평양에서는 2012년에 완공될, 아파트 10만 가구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남측 기준으로 보면 중산층 수준의 아파트다.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공간으로 설계된 아파트 10만 가구가 완공되면, 평양 시민 40여 만 명이 무상으로 입주할 것이다. (201122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