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2

영아사망률 조작과 후진국 허상 주입

진실의 말팔매 <2>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10426일부터 29일까지 방북한 세계보건기구(WHO) 마거릿 챈(Margaret Chan) 사무총장은 430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의료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북한 주민의 백신 접종률이 90%를 넘어섰고, 병원내 감염률이 크게 낮아지는 등 공중보건 상의 성과가 성공적이었다. WHO가 지원하는 모자보건사업과 말라리아 예방사업 역시 개선됐다.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2008년과 2009년에 북한 내 원격진료시스템 구축에도 진전이 있었다. 북한은 대부분의 개도국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갖고 있다. 의료관련 기간기설과 장비의 질을 개선하고, 적절한 약품과 의료용품 등의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민중의 소리 201051)

다른 한편, <연합뉴스> 200859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이 짐바브웨와의 상호협정에 따라 북측 의사 22명을 짐바브웨에 파견하였다. 그 의사들은 짐바브웨에 3년 동안 머물며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보도를 읽어보면, 북측이 보건의료 후진국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1067일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측의 5세 미만 유아사망률은 1,000명 당 55명이다. 불과 한 달 전에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방북하여 북측의 보건의료실태를 살펴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는데, 한 달 뒤에 바로 그 기구가 발표한 보고서는 북측의 5세 미만 유아사망률이 전세계에서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될 일일까?
 
201067일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것은 12개월 미만의 영아사망률이 아니라 5세 미만의 유아사망률인데, 이 글에서는 영아사망률(infant martality rate)에 대해서 논한다.
 
널리 알려졌 듯이, 영아사망률은 나라의 보건의료 수준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영아사망률이 낮은 나라는 보건의료 선진국이고, 그 반대는 보건의료 후진국이다.
200696일 유엔인구기금(UNFPA)이 펴낸 '2006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북측의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43명이다.

2008819일 미국의 민간단체 인구참조국(PRB)이 펴낸 '2008 세계인구통계자료'에 따르면, 북측의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21명이다.

유엔인구기금이 발표한 2008년도 북측의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42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펴낸 '세계편람서(World Factbook)'에 따르면, 2009년 북측의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51명이고, 2010년 북측의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50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북측의 영아사망률은 전세계 224개 나라 가운데 176위를 기록하여 하위권에 속한다.
 
그런데 위의 통계자료를 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2006년 이후 북측의 영아사망률이 4321425150명으로 나타난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그처럼 널뛰기 통계수치는 믿을 수 없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북측의 영아사망률에 대한 통계자료들이 그처럼 널뛰기 통계수치를 나타낸 까닭은 무엇일까?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북측의 "국가보건정보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잘 발달되어 있지도 않다"고 평하였다. (자유아시아방송 2010317)

또한 세계보건기구 산하 유아청소년 건강부서의 엘리자베스 메이슨 국장은 201067<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로 통화하면서 "영유아 말라리아 감염 및 치료율, HIV 전염도, 설사병 치료율, 산모의 출산 전 관리, 산모의 모유영양률 등과 관련한 보건통계자료를 구할 수 없다"고 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북측의 보건의료현황에 관한 신뢰성 있는 통계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였다.
 
이것은 그들이 북측의 영아사망률에 대한 통계자료를 구할 수 없었음을 말해 준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중앙정보국이 펴낸 '세계편람서'에 나온 북측의 영아사망률 통계수치 바로 옆에는 est.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어림잡아서(estimate) 작성한 추정값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국 중앙정보국은 무엇을 근거로 하여 그러한 추정값을 내온 것일까? 미국 중앙정보국 통계작성자에게 추산 근거를 대라고 하면, 그들의 말문은 막힌다. 북측이 관련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추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는데, 200810월부터 보름 동안 북측에서 인구조사가 실시되었다. 북측 전역에서 현장조사요원 35,200명과 지도요원 7,500명이 집집마다 찾아가 총 53개 문항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이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2008년 북측의 영아사망률은 19명이다.

그런데 미국 중앙정보국은 2009년에 북측의 영아사망률이 51명이라고 제멋대로 추정한 통계자료를 내놓았다. 10-20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32명이나 불려놓은 것이다. 북측의 인구조사결과가 공식 발표되었는데도, 미국 중앙정보국은 그것을 무시하고 영아사망률을 제멋대로 부풀려놓았다. 대북 악선전에 이용하도록 조작해놓은 허위자료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사정이 그러하니, 미국 중앙정보국이 발표한 북측 관련 허위자료가 어찌 영아사망률에 관한 자료 뿐이겠는가.
 
미국 중앙정보국이 북측에 관련하여 발표한 각종 허위자료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연구자들이나 언론인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런 허위자료를 이용하여 북측의 보건의료 수준을 터무니 없이 과소평가하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치졸한 대북 악선전은 대북 혐오증을 국제사회에 증폭, 확산시키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북측이 후진국이라는 허상을 주입하는 것이다. (20101219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