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7

7함대가 한반도 해전에서 패하는 이유

[한호석의 개벽예감] (105)
자주민보 2014년 03월 1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이 실시되고 있었던 2014년 3월 5일 김요환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경상북도 대구에 있는 미국 육군 제19원정지원사령부(19th Expeditionary Sustainment Command)를 방문하여 스티븐 파먼(Steven E. Farmen) 사령관(준장)을 만났다. 그 무렵 최윤희 합참의장도 그 사령부를 방문하였다. 지원사령부는 전시에 병참지원, 수송, 의료, 건설, 방제작업을 맡는다. 미국 육군은 현역 지원사령부 3개, 예비역 지원사령부 8개, 방위군 지원사령부 2개를 포함하여 총 13개의 지원사령부를 두었는데, 그 가운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배치된 해외 지원사령부는 대구에 있는 제19원정지원사령부가 유일하다. 이것은 미국군이 언제라도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지역이 한반도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 자주민보


60년 동안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 속에 몰아넣은 전쟁연습

‘키 리졸브(Key Resolve)’ 대북전쟁연습을 끝낸 미국군은 지금 ‘독수리(Foal Eagle)’ 대북전쟁연습을 실시하는 중이다. ‘키 리졸브-독수리’는 군사훈련이 아니라 전쟁연습이다.  왜냐하면, 군사훈련은 평시에 작전계획에 의거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전개하는 군사행동을 뜻하고, 그와 달리 전쟁연습은 작전계획에 따라 전시에 대비하여 비일상적으로 전개하는 군사행동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맥락을 이해하면, ‘키 리졸브-독수리’라 부르는 군사행동이야말로 미국군이 자기의 작전계획에 따라 기획하고, 준비한 다음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전시에 대비하여 실시하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북합동전쟁연습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미국군은 ‘키 리졸브-독수리’라 부르는 자기들의 군사행동이 방어적 성격의 연례적인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가 봐도 무력침공을 위한 공격적 성격의 전쟁연습이라는 것이 명백한데도 군사훈련이라고 우기는 것은 사실왜곡이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군은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합동전쟁연습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키 리졸브’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지휘에 따라 미국 본토, 하와이, 알래스카, 괌, 오키나와, 일본, 한국에 있는 각 지역별 전쟁지휘소들이 군사통신위성을 통해 상호연계하여 전시작전지휘를 연습하는 대북합동전쟁연습이고, ‘독수리’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특수전부대를 비롯한 각 군종, 병종이 총출동하여 아군과 대항군으로 편성된 실제 전투상황 속에서 야전기동연습과 실탄사격연습을 벌이는 실전급 대북합동전쟁연습이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이처럼 당장이라도 실전에 돌입할 것 같은 대북합동전쟁연습을 감행하기 때문에, 그에 맞선 조선인민군은 특별경계강화태세를 갖추고 방사포발사연습과 미사일발사연습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한반도 주변에 주둔하는 중국인민해방군과 러시아극동군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부는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예하 전투부대들에게 지시하였고, 러시아극동군은 ‘키 리졸브’ 대북전쟁연습이 시작된 날 전략핵폭격기 두 대와 공중조기경보기 한 대를 동해에 출격시켰다. 이런 사실들은 미국이 한반도의 위태로운 정전상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북합동전쟁연습을 주기적으로 강행하여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이 큰 위협을 받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군이 바다 건너 몰려와 강행하는 전쟁연습 때문에 한반도가 자나 깨나 긴장과 불안을 겪어야 하니, 불행이라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또 어디 있겠는가! 미국은 지난 60년 동안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 속에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로 대북합동전쟁연습을 감행하는 중이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감행하는 대북합동전쟁연습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군이 작성한 작전계획(operation plan)이다. 어느 나라 군대든지 작전계획이 없으면 전쟁연습이 불가능하며, 군대는 작전계획에 따라 전쟁을 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군은 어떤 작전계획에 따라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을 감행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나라나 자기 군대의 작전계획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므로, 대북합동전쟁연습에 나선 미국군이 수행하고 있는 작전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다. 하지만 요즈음 몇몇 언론보도에 실린 정보들을 눈여겨보면, 그 작전계획의 윤곽을 식별할 수 있다.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빠진 7함대 해군무력

주목하는 것은 미국군이 올해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에 전례 없이 해군무력을 대규모로 동원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올해 대북합동전쟁연습이 미국 해군 태평양사령부 예하 7함대(7th Fleet)를 중심으로 수립된 작전계획에 따라 실시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구체적인 상황은 아래와 같다.

지난 3월 3일 7함대 지휘함 블루 리지호(USS Blue Ridge)가 핵추진 전략잠수함 콜럼버스호(USS Columbus)와 함께 부산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재배수량이 19,609t이며, 씨호크(Seahawk) 해상작전헬기 두 대를 싣고 다니는 대형 지휘함 블루 리지호에는 해전을 지휘할 해군 지휘관 268명이 탑승한다.

그런데 지휘함 블루 리지호는 지난 3월 12일 부산을 떠나 홍콩에 입항하였다. 그 지휘함은 왜 3월 12일에 부산을 떠났을까?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은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6일까지 진행되었는데, 블루 리지호가 3월 3일에 부산에 입항하였다가 3월 12일에 홍콩으로 떠난 것은, 그 지휘함이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 마지막 단계인 3월 4일부터 3월 6일까지 기간에 각 지역별 전쟁지휘소들과 연계한 해전지휘연습을 실시하고 떠났음을 의미한다.

7함대 공보실이 2014년 3월 8일에 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7함대 ‘키 리졸브’ 부기획관인 해군 중위 알렉샌즈 쿠르저(Alexsandrs Kruza)는 올해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에서 “통신(communication), 정보공유(information sharing), 동시행동(synchronization)이 굉장히 향상되었다”고 지적하였는데, 이것은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이 해전지휘연습을 중심으로 실시되었음을 말해준다.
▲ <사진 2>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이 실시되고 있었던 2014년 3월 10일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전함 네 척이 목포항, 평택항, 동해항에 각각 입항하였다. 이 사진은 미사일순양함 레이크 이리호가 전라남도 목포항에 들어서는 장면이다. 이 네 척의 전함들에 탑재된 각종 미사일은 모두 404발이나 된다. 이처럼 수많은 미사일로 중무장한 7함대 해군무력이 우리 수역에 들어섬으로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미국군이 바다 건너 몰려와 강행하는 전쟁연습 때문에 한반도가 자나 깨나 긴장과 불안을 겪어야 하니, 불행이라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자주민보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이 해전지휘연습을 중심으로 실시되었다면,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은 해전기동연습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다. 7함대 지휘함 블루 리지호가 부산을 떠나기 이틀 전인 3월 10일 7함대 전함 네 척이 남측 항구들에 각각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전라남도 목포항에는 미사일순양함 레이크 이리호(USS Lake Erie)가 입항하였고, 경기도 평택항에는 미사일구축함들인 커티스 윌버호(USS Curtis Wilbur)와 래슨호(USS Lassen)가 함께 입항하였고, 강원도 동해항에는 미사일구축함 하워드호(USS Howard)가 입항하였다. 7함대 전함 네 척이 목포항, 평택항, 동해항에 같은 날 입항한 것은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 중에 벌어질 해전기동연습을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만재배수량이 9,800t인 레이크 이리호에는 사거리가 각각 1,300km, 1,700km, 2,500km이며, 핵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는 토마호크(Tomahawk) 순항미사일, RIM 계열의 각종 함대공미사일, 사거리가 22km인 애스락(ASROC)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각종 미사일 122발이 탑재된다.

만재배수량이 8,900t인 커티스 윌버호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사거리가 185km인 RIM-156 함대공미사일, 애스락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두 90발이 탑재된다.

만재배수량이 9,200t인 래슨호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사거리가 167km인 RIM-66 함대공미사일, 애스락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두 96발이 탑재된다. 

만재배수량이 9,200t인 하워드호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RIM 계열의 함대공미사일, 애스락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두 96발이 탑재된다.

위에 열거한 전함무장상태를 살펴보면, 미사일순양함 한 척과 미사일구축함 세 척에 각종 미사일 404발이 탑재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사일순양함 한 척과 미사일구축함 세 척으로 이루어진 함대에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까지 가세하면,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내세우는 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이 편성된다.

이번에 미국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에 참가시키고 싶었겠지만, 그 항공모함은 25년마다 주기적인 정비를 받고 원자로 핵연료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본토 버지니아주에 있는 노퍽해군정비소(Norfolk Naval Shipyard)로 떠났다.

항공모함은 참가하지 못했으나, 지휘함 한 척, 전략잠수함 한 척, 미사일순양함 한 척, 미사일구축함 세 척을 포함하여 전함 여섯 척이 한국 해군 전함들과 연합기동함대를 편성하여 올해 대북합동전쟁연습에 나선 것은, 한반도 전쟁이 일어날 경우 그들의 전쟁양상이 해전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날 경우 7함대가 한반도 수역에서 벌일 해전은 함포를 쏘아대는 포격전이 아니라,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사일전이다. 더욱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7함대 항모타격단이 출동할 것이고, 그에 따라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작전기들이 공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사일순양함과 미사일구축함들이 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대규모 미사일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7함대 항모타격단의 그런 무장력에만 관심을 두면 그들이 숨기고 있는 약점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항모타격단의 무장력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이 숨기고 싶은 약점이 있다. 7함대 항모타격단의 약점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 파악하려면 미국 해군의 실전경험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4,010t과 157,652t이 충돌한 페르시아만 해전

교전쌍방이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붙었던 세계 해전사 최초의 해전은 1988년 4월 18일 이란혁명수비군과 미국 해군이 페르시아만에서 맞붙은 해전이었다. 미국 해군사에는 그 해전이 ‘프레잉 맨티스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으로 기록되었는데, 이란에서는 그 해전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알 수 없다. 이 글에서는 그 해전을 페르시아만 해전이라 부른다.

페르시아만 해전 이전에 일어났던 모든 해전에서는 대함미사일이 아니라 함포 또는 어뢰가 사용되었다. 1988년에 있었던 페르시아만 해전을 전환점으로 현대해전에서는 함포나 어뢰보다 대함미사일이 결정적인 타격수단으로 등장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페르시아만 해전이 일어났던 1988년 4월 18일은 1980년 9월 22일에 시작되어 1988년 8월 20일에 총포성을 멈춘 이란-이라크 8년 전쟁이 끝나기 넉 달 전이다. 이라크 전투기들이 이란 공군기지를 기습한 선제타격으로 시작된 무력충돌은 장기소모전으로 이어졌다. 이란 민중이 1925년부터 54년 동안 장기간 집권하며 악정을 일삼았던 팔라비 왕조(Pahlavi Dynasty)를 타도하고 그 왕조를 지원해준 미국을 축출하였던 이란 혁명은 1979년 2월에 승리하였는데, 이란혁명수비군은 그 때로부터 불과 1년 6개월 만에 가열하고 처절한 장기소모전에 휘말렸다.
 
이란이 이라크를 상대로 싸운 8년 장기소모전에서 지쳐있었던 마지막 시기에 미국 해군의 선제공격으로 페르시아만 해전이 일어났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기의 적국이 약해지고 지치기를 노리다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고 선제공격을 개시하는 침공수법에 능하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 해군은 페르시아만 해전이 일어나기 열 달 전부터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 남부 연안에서 선제공격을 상정한 해전연습을 계속하며 이란을 침공할 준비를 다그쳤다. 미국 해군이 그처럼 침공준비를 다그치며 도발기회를 노린 것과 달리, 이란혁명수비군은 8년 전쟁 마지막 단계에서 이라크군의 무차별적인 화학무기공격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전황이 그처럼 이란혁명수비군에게 불리하게 조성된 때를 놓치지 않은 미국은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에 들이밀어 끝내 전쟁을 도발하였다. 페르시아만 해전에 참가한 교전쌍방의 무장력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미국 해군이 이란 침공에 동원한 항모타격단은 아래와 같이 열 척으로 편성된 강력한 해군무력이었다. 
1. 지휘함으로 사용된 핵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USS Enterprise) - 배수량 94,781t 
2. 해군 특수전병력(SEAL)을 침투시킨 상륙공격함 트렌튼호(USS Trenton) - 배수량 16,590t 
3. 핵추진 미사일순양함 트럭스턴호(USS Truxtun) - 배수량 8,659t 
4. 미사일순양함 웨인롸이트호(USS Wainwright) - 배수량 7,930t
5. 구축함 메릴호(USS Merrill) - 배수량 8,040t
6. 구축함 린드 매코믹호(USS Lynde McCormick) - 배수량 4,526t
7. 구축함 조셉 스트러스호(USS Joseph Strauss) - 배수량 4,526t
8. 프리깃함 씸슨호(USS Simpson) - 배수량 4,200t
9. 프리깃함 배글리호(USS Bagley) - 배수량 4,200t
10. 프리깃함 개리호(USS Gary) - 배수량 4,200t

페르시아만에 들이닥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맞서 이란혁명수비군이 동원한 소형 함정은 아래와 같이 아홉 척이었다.
1. 프리깃함 사한드(Sahand)호 - 배수량 1,540t
2. 프리깃함 사발란(Sabalan)호 - 배수량 1,540t
3. 경비정 조샨(Joshan)호 - 배수량 275t
4. 쾌속정 보그해머(Boghammer) 여섯 척 - 척당 배수량 110t

미국 해군이 출전시킨 항모타격단의 배수량을 모두 합하면 무려 157,652t인데,  이란혁명수비군이 출전시킨 소형 함정 아홉 척의 배수량을 합하면 겨우 4,010t밖에 되지 않았다. 배수량을 비교하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이란혁명수비군보다 39배나 더 큰 압도적인 무장력을 동원하였고, 따라서 이란혁명수비군은 교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무장력에서 열세를 보였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선제공격은 이란이 설치해놓은 해상석유시설(oil platform)의 경비초소 두 군데를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처럼 압도적인 무장력을 갖추고 ‘세계 최강’이라고 우쭐대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적국을 공격한답시고 조그만 해상경비초소나 파괴하였으니, 이것은 해전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 해상경비초소에는 기관총으로 경무장한 소수의 경비병들밖에 없었다. 원래 겁이 많은 미국군은 강적과의 격전을 피하는 대신에 약한 상대만 골라서 공격하는 습성을 지녔는데, 페르시아만 해전에 출전한 항모타격단도 그런 습성대로 행동하였던 것이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선제공격으로 해상경비초소 두 군데가 파괴되자, 이란혁명수비군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쾌속정 보그해머 여섯 척을 출동시켜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미국 국적, 영국 국적, 파나마 국적의 유조선들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이란혁명수비군 쾌속정들에는 거대한 유조선을 격침시킬 강력한 무기가 없어서 선체 일부를 격상시켰을 뿐이다. 그러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에서 A-6E 인투르더(Intruder) 공격기 두 대를 출격시켜 이란혁명수비군 쾌속정들에게 집속탄을 퍼부었다. 그 공중공격으로 이란혁명수비군 쾌속정 한 척이 격침되었고, 격상당한 다른 쾌속정들은 퇴각하였다.

분노한 이란혁명수비군은 경비정 조샨호를 출전시켜 항모타격단을 향해 하푼 대함미사일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배수량이 275t밖에 되지 않는 그 소형 경비정은 항모타격단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경비정 조샨호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집중응사한 대함미사일을 맞고 격침되었다.

쾌속정 한 척과 경비정 한 척을 잃은 이란혁명수비군은 프리깃함 사한드호를 출전시켰다.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의 프리깃함은 사거리가 25km이고, 해수면을 스치듯이 비행하는 이탈리아산 대함미사일 씨 킬러(Sea Killer) 다섯 발로 무장하였다. 따라서 이란혁명수비군 프리깃함과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서로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해전을 벌였더라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에서 또 다시 공격기를 출격시켰다. 그런데 사한드호에는 공격기를 격추할 함대공미사일이 없었다. 이란혁명수비군 프리깃함에 함대공미사일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던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A-6E 공격기를 출격시킨 것이다.

사한드호가 A-6E 공격기에 맞설 무기는 20mm 방공포 3문이었다. 그런데 그 방공포는 사거리가 1.5km밖에 되지 않아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밖에 공격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A-6E 공격기는 사거리가 120km 이상인 공대지미사일, 사거리가 8km인 127mm 로켓포, 사거리가 4km인 70mm 로켓포, 사거리가 14km인 레이저유도폭탄, 사거리가 19km인 집속탄 등으로 중무장하였으므로 무장력에서 사한드호를 완전히 압도하였다.
▲ <사진 3> 1988년 4월 18일 이란과 미국이 충돌한 페르시아만 해전에서 이란혁명수비군의 프리깃함 사한드호가 미국 해군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에서 발진한 A-6E 공격기의 공중폭격으로 격침되었다. 이란혁명수비군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압도적인 무장력에 밀려 그 해전에서 완패하였다.     © 자주민보


사한드호는 A-6E 공격기를 향해 20mm 방공포를 발사하였으나 사거리가 짧아 무력하였고, A-6E 공격기가 발사한 미사일과 레이저유도폭탄, 그리고 미국 구축함이 발사한 대함미사일에 맞아 격침되었다. <사진 3>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침몰하고 있는 사한드호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사한드호를 잃은 이란혁명수비군은 프리깃함 사발란호를 출전시켰으나, 이번에도 A-6E 공격기가 발사한 레이저유도폭탄을 맞고 격상당하여 황급히 퇴각하였다.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에게는 항모타격단을 상대할 대응무기가 없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이란혁명수비군은 해안에 배치한 실크웜(Silkworm) 계열의 대함순항미사일을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향해 발사하였으나 맞추지 못했다.  

페르시아만 해전에서 이란혁명수비군은 프리깃함 한 척, 경비정 한 척, 쾌속정 세 척을 격침당했고, 프리깃함 한 척을 격상당했으며, 해상경비초소 두 군데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반면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해상작전헬기 한 대가 격추되는 가벼운 피해를 입었을 뿐이다. 

페르시아만 해전에 참전한 미국 해군 지휘관이 남긴 전투기록에 따르면, 그 해전이 일어나기 열 달 전부터 이란 침공을 상정한 해전연습을 실시해온 미국 해군이 우려하였던 문제는 매우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는 소형 고속정, 저고도로 접근하는 항공기, 해안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을 동원한 이란혁명수비군의 기습공격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당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이란혁명수비군을 압도하는 무장력을 동원하였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전술적 약점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전술적 약점은 고속으로 기동하는 함정, 저고도로 접근하는 항공기, 해안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만일 이란혁명수비군이 다수의 고속정과 저고도 침투기와 대함미사일을 동시다발로 투입한 기습공격-고속입체전으로 맞섰다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커다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은 기습공격전술에 사용할 타격수단들은 어느 정도 준비하였지만, 그런 타격수단을 적시적소에 사용할 전술은 준비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패인이었다.

▲ <사진 4> 2002년 7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막대한 경비와 인원을 투입한 사상 최대 규모의 모의전쟁연습인 '밀레니엄 챌린지 2002'를 실시하였다. 이 사진은 당시 모의전쟁연습을 지휘하는 합동군사령부 지휘소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그 모의전쟁연습에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대항군으로 출전한 이란혁명수비군의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에 걸려 궤멸되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완패를 당한 이란-미국 해전 이후 14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 자주민보


12년 전 모의전쟁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에게 궤멸당한 항모타격단

페르시아만 해전 이후 오늘까지 26년 세월이 흘러갔다. 그 기간 동안 이란혁명수비군은 미국군과 이스라엘군의 침공위협에 맞설 군력증강에 힘써왔다.

그런데 그 기간에 특별히 기억할 만한 일이 있었다. 미국 해군이 자기들이 실시한 모의전쟁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에게 참패를 당한 사건이다.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2002년 7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2억5,000만 달러의 경비를 투입하고, 연인원 13,500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모의전쟁연습인 ‘밀레니엄 챌린지(Millennium Challenge) 2002’를 실시하였다. 그 모의전쟁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 역할을 맡은 대항군은 방사포고속정, 미사일고속정, 해안포, 대함공격기를 동시다발로 대거 투입한 군집전술(swarming tactics)과 자폭전술(self-blasting tactics)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기습공격하여 항공모함 한 척, 상륙공격함 두 척, 미사일순양함과 이지스구축함을 비롯하여 모두 16척을 격침하고 해군 병력 20,000여 명을 몰살시켰다.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킨 대승을 거둔 것이다.

모의전쟁연습 중에 뜻하지 않게 항모타격단이 궤멸당하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모의전쟁연습을 지휘하던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모의전쟁연습을 즉각 중지시키고, 가상작전에서 격침된 항공모함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긴급구조명령을 내리는 등 갈팡질팡하였다.

1988년의 페르시아만 해전에서는 이란혁명수비군이 전술 부재로 완패하였으나, 그로부터 14년 뒤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2002년의 모의전쟁연습은 페르시아만 해전이 또 다시 벌어지는 경우 이란혁명수비군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키고 대승을 거둘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2002년의 모의전쟁연습에 관해서는 2009년 2월 9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패전을 경고 받은 모의전쟁 MC02’에서 논한 바 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2002년의 모의전쟁연습에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킨 때로부터 오늘까지 12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 기간 동안 이란혁명수비군은 자기 군력을 한 층 더 증강시켰다. 그리하여 이란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잠수함 같은 전략무기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같은 최첨단 무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재래식 무기를 자체로 만드는 군사과학기술과 군수공업체계를 보유하였다.
 
그런데 이란혁명수비군이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군력을 갖추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맞설 전술은 여전히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이다. 이란혁명수비군이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들에게 전략무기와 최첨단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잠수함 같은 전략무기, 장거리 지대공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같은 최첨단 무기를 가졌다면,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쓰지 않는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조선인민군 해군은 군집전술과 자폭전술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은 아군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주는 전술이므로, 조선인민군 해군은 자기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작전은 피한다. 조선인민군에게 있어서 자폭정신으로 평시에 정신무장을 하는 것과 자폭전술을 실전에서 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왜냐하면 자폭정신으로 정신무장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자폭전술을 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작전능력을 준비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자기들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줄 자폭전술을 굳이 택하겠는가.

▲ <사진 5> 이 시잔은 핵어뢰를 시험적으로 폭발시킨 순간 엄청난 핵폭발력으로 바다 전체가 뒤집히는 충격적인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항공모함을 비롯한 10여 척의 미사일순양함, 미사일구축함, 전략잠수함으로 편성된 7함대 항모타격단 전체를 핵어뢰 한 발로 흔적도 없이 날려보낼 타격준비를 갖추었다. 미국이 7함대를 한반도 수역에 들이밀어 북을 자극하는 행동이야말로 위험천만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 자주민보


오늘 조선인민군에게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초정밀기습타격으로 공격할 무인폭격기가 있고, 공대함미사일을 탑재한 공격기가 있고, 명중률이 높은 정밀타격 지대함미사일이 있고, 초공동로켓어뢰를 탑재한 고속어뢰정이 있고, <사진 5>에서 보는 것처럼 핵어뢰 한 발로 항모타격단 전체를 수장시킬 전략잠수함이 있다. 조선인민군이 이처럼 강력한 무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지난 시기 여러 차례에 걸쳐 남측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자기들보다 물량적으로 39배나 더 작은 이란혁명수비군을 상대로 벌인 해전에서 이겼다고 하지만, 오늘 한반도 해전이 일어나면 7함대 항모타격단은 이란혁명수비군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무장력을 갖춘 조선인민군 해군을 상대해야 한다. 7함대 항모타격단은 조선인민군 해군을 상대로 해전을 벌일 수 있을까?

이 물음과 관련하여 한반도 전쟁을 지휘할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군사전문지 <해군력(Sea Power)> 2014년 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태평양사령관 쌔뮤얼 락클리어(Samuel J. Locklear)는 당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해군협회 전국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북이 미국에게 가장 큰 국가안보위협”을 주고 있다고 매우 우려하면서 “미국은 앞으로 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조선인민군 해군의 무장력이 얼마나 강하면, 한반도 해전에서 항모타격단을 지휘해야 할 태평양사령관이 그처럼 겁먹은 소리를 공식석상에서 꺼내놓고 있겠는가.

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는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말은, 한반도 해전에서 7함대가 조선인민군 해군을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 합동군사령부가 2002년에 이란혁명수비군을 대항군으로 삼고 실시했다가 항모타격단이 궤멸당한 모의전쟁연습을 오늘 한반도 상황에서 재연한다면, 한반도 모의전쟁연습에서 조선인민군 해군은 이란혁명수비군과 달리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쓰지 않고 순식간에 7함대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것이다. 미국이 7함대를 한반도 수역에 들이밀어 북을 자극하는 위험천만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당장 중지해야 할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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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2

현실변화 따라가지 못한 ‘2014 QDR’

[한호석의 개벽예감](104)
자주민보 2014년 03월 1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음을 인정한 ‘QDR 2014’


▲ <사진 1> 지난 3월 4일 미국 국방부는 2014년판 '4개년 국방검토(QDR)'라는 제목의 군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 군사보고서는 조선인민군의 군사력에 대처하지 못하는 미국군의 역량한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미국 안에서도 이번에 발표한 '2014 QDR'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국이 군사패권을 틀어쥐었던 한 시대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다.
지난 3월 4일 미국 국방부는 2014년판 ‘4개년 국방검토(Quadrennial Defense Review)’라는 제목의 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군사보고서를 이 글에서는 ‘국방검토’로 약칭한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군사전략 전반을 논했고, 군사부문 자원투입의 우선순위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라는 이름을 붙인 군사보고서를 4년마다 한 차례씩 발표한다.

미국 국방부가 ‘국방검토’를 4년 만에 다시 펴낸 목적은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국방전략을 제시하고, 세계를 지도하는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합동군사력의 균형을 조절하고, 내부경비지출을 통제하고, 전체 자원군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3대 군사전략을 아래와 같이 논하였다.

첫째, “미국 본토에 대한 (적대세력의) 공격을 억제하고 격퇴하며, (적대세력의) 가능한 공격과 자연재해로부터 오는 영향을 완화하는 ‘미국 본토 방어전략’이다.”

둘째, “지역안보를 유지하고, 적국을 억지하고, 동맹국과 우호국을 지원하고, 안보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세계 안보 유지전략’이다.”

셋째, “적국의 공격을 패퇴시키고, 테러조직을 분쇄, 파괴하고,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를 시행하는 ‘무력 투입 및 결정적 승리의 전략’이다.”

위에 열거한 3대 군사전략에서 주목하는 것은, 현 시기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전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검토’를 읽어보면, 미국 국방부는 군사전략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작전방침에서도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우선시하고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방검토’에 따르면, 현 시기 미국의 3대 작전방침은 아래와 같다.

첫째,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작전방침

둘째, 지속적이고 분배적인 반테러작전을 시행하는 작전방침

셋째, 전진배치 및 교전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적대세력의 공격을 패퇴시키고 동맹국을 지원하는 작전방침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자기의 군사전략 및 작전방침에서 각각 첫 자리에 앉힌 것은,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처음 드러내 보인 변모된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 냉전시기 미국 본토가 소련군의 핵공격을 받을 수 있는 최악의 위협에 대처하여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중시한 바 있었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된 때로부터 23년이 지난 오늘,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심각하게 다시 거론할 만큼 두려워하는 ‘최대 적수’는 어느 나라일까? 미국 국방부는 외부에 공개하는 문서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 명시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서술하는 관행을 따르는데, 이번에 발표된 ‘국방검토’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본토 방어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면서도 미국에게 그처럼 두려운 존재로 부상한 ‘최대 적수’가 어느 나라인지 명시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미국의 본토 방어문제를 거론하는 대목이 아닌 다른 서술부분에서 미국의 ‘최대 적수’가 어느 나라인지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서술부분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북의 장거리미사일과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특히 국제적 의무를 위반하면서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가중되는 위협으로 된다.”

여기 옮겨 적은 위의 문장은 미국 국방부가 북을 미국의 ‘최대 적수’로 여기고 있음을 말해준다. ‘국방검토’에서 미국 국방부는 핵무력을 보유한 북이 미국에게 “직접적이고 가중되는 위협”을 주는 ‘최대 적수’라고 시인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미국 국방부가 4년 전에 펴낸 ‘2010년판 국방검토’에서는 북의 핵무력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국방부는 ‘2010년판 국방검토’에서 한반도 군사상황을 언급하면서 주한미국군과 한미연합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문제만 언급하였을 뿐이다. 그 대목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미국은 지역적 및 세계적 범위에서 방위협력을 위한 장기적 능력을 강화하고, 동맹국의 억지력과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더욱 적합하고 유연한 미국군과 한미연합군의 준비태세를 발전시킬 것이다.” ‘2010년판 국방검토’와 ‘2014년판 국방검토’를 비교해보면, 북의 핵무력으로부터 미국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줄곧 은폐해오던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 펴낸 ‘국방검토’에서 처음으로 그 위협에 대해 언급하였음이 드러난다. 

미국의 정보은폐와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에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북의 핵무력 건설사를 다시 살펴보면,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을 처음 느끼기 시작한 충격시점은 2003년 9월 초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몇몇 자료들을 보면, 2003년 9월 초에 미국은 북이 사거리가 15,000km로 추산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음을 파악하였고, 2003년 9월 9일 북의 건국 55주년 군사행진을 며칠 앞두고 대형트럭에 연결된 차량견인운반대에 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가 실려 있는 모습을 미국군 정찰위성이 촬영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차량견인운반대에 실려 있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는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였다. 이에 관해서는 2013년 10월 1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4대에 걸쳐 진보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3929

이처럼 미국은 이미 2003년 9월 초에 북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찰위성 영상자료를 통해 파악하고 북의 핵무력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였으면서도 그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며 관련 정보를 은폐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뒤에 나온 ‘2014년판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은 북의 핵무력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이고 가중되는 위협”이라는 사실을 11년 만에 결국 시인하였던 것이다. 미국은 지난 11년 동안 북의 핵무력을 직접적인 위협요인으로 느껴왔으면서도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북의 핵무력에 관련된 정보를 은폐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은폐술책이 통할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2012년 4월 15일 북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road-mobile ICBM) 화성-13호를 군사행진에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15일 북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13호를 처음 공개하였지만, 그로부터 11년 전인 2003년 9월 초부터 북의 핵무력은 세상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였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 근본적인 변화는 한반도 정세를 뒤바꿔놓은 것이고,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을 뒤바꿔놓은 것이고, 북미관계를 뒤바꿔놓은 것이고, 동북아시아 군사상황을 뒤바꿔놓은 것이다.

11년 시간격차를 두고 각각 등장한 북의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 5기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 6기는 정세와 역량관계에서 발생한 근본적인 변화요인이며, 북의 핵무력 건설은 ‘지각변동’의 마지막 단계다.

북의 핵무력에 의해 이처럼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는데도,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정보은폐와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엄청난 변화충격을 느끼지 못하였다.

 
미국 본토 방어책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2014 QDR’

북의 핵무력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위험으로부터 미국 본토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발표된 ‘국방검토’에 따르면, 미국 본토 방어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다.

그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하여 ‘국방검토’에서 눈길을 끄는 문장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미국은 지상배치 요격체계를 30개에서 44개로 더 늘리고, 감시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본과 협력하여 제2 감시레이더를 일본 영토에 설치하는 중인데, 이것은 북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 및 추적능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 문장만 읽으면, 미국의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제법 위력적인 것처럼 생각되기 쉽고, 미국이 미사일방어력을 꽤 증강시키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 <사진 2> 2013년 1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체를 발사하는 장면이다. 당시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은 이 지상배치 요격미사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인민군 전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막아낼 능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그것은 그냥 말 뿐이다. '2014 QDR'은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을 갖지 못했음을 사실상 시인하였다.     © 자주민보

그러나 미국의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상황을 감시, 추적하는 능력밖에 갖지 못했으며,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처하기 위해 다급하게 요구한 미국 본토 방어책은 없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은 북의 핵무력에 대처하여 미국 본토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싶지만 마련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서둘러 구축한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단 한 발도 막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앞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무용지물이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공중요격실험에서 성공했다고 떠들썩하게 선전해온 미국의 미사일방어력은 원래 그런 수준밖에 안 된다.

위에 인용한 문장은 미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또 다른 문장으로 이어진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처하여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미사일방어체계를 오는 2020년까지 건설할 것이다.” 미국이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낼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오는 2020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 문장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낼 미국 본토 방어책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인용문도 미국의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20년에 가도 미국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낼 미사일방어체계를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20년이 아니라 2120년에 가도 미국은 북의 핵무력에 대처할 미사일방어체계를 끝내 완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처할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는 동안 북도 그에 대응하여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더 강력한 핵무력을 건설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이 자력갱생의 노력으로 획득한 최신 과학기술성과를 총동원하여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추진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군사기술을 놓고 맞붙은 북과 미국의 사활적인 대결에서 시간은 결코 미국의 편이 아니다.


한반도 전쟁에서 통하지 않을 미국군의 ‘원-플러스 교리’

미국 국방부는 적대세력을 억제하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국방검토’에서 언급하였다. 적대세력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란 적대세력과의 전쟁을 뜻하므로, ‘국방검토’에서 미국 국방부는 그런 경우에 대비한 전쟁교리(war doctrine)를 서술한 것이다. 이번에 ‘국방검토’에 서술된, 미국의 전쟁교리에 관한 두 가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으로 지역의 적대세력을 패퇴시킨다.

둘째, 두 적대세력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경우, 제2 공격자의 목적추구를 저지하거나 또는 그런 공격행위에 따른 엄청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든다.

척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처럼, 위에 인용한 두 가지 서술내용 가운데 첫 번째 것은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에 관한 언급이고, 두 번째 것은 미국의 ‘원-플러스 교리(one-plus doctrine)’에 관한 언급이다.

미국이 말하는 ‘원-플러스 교리’는, 두 지역에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게 된 미국이 한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억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미국은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한다는 이른바 ‘2개 전쟁 교리(two-war doctrine)’를 유지했으나, 2012년 1월 5일에 발표한 ‘미국의 세계 지도력을 유지하며: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라는 문서에서 ‘2개 전쟁 교리’를 포기하였음을 밝힌 바 있다.

2012년에 채택된 ‘원-플러스 교리’에서 말하는 미국의 전면전 교전상대는 북이며,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은 ‘원-플러스 교리’가 상정한 전쟁을 수행하는 작전계획이다. 또한 ‘원-플러스 교리’가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이 북과 전쟁하면서 그와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게 억지하려는 대상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이다. 

그러나 미국이 2012년 1월 5일 공식 발표한 ‘원-플러스 교리’는 그것이 발표된 때로부터 불과 석 달 뒤인 4월 15일에 사실상 무효화되었다. 왜냐하면, 북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무력을 바로 그 날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작전계획 5027’ 자체가 종말을 고하였기 때문이다. 북의 미국 본토 타격력 앞에서 속수무책이 된 미국은 자기의 새로운 전쟁교리마저 효력이 정지되는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를 겪었던 것이다. 

▲ <사진 3> 2014년 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 후드 군사기지를 민간항공기편으로 출발한 미국 육군 제1대대, 제12기갑연대 병력 800명이 경기도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한 장면이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은 이처럼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 전선에 투입하려는 전쟁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변화된 한반도 군사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전쟁계획이다. 대규모 증원군이 미국 본토에서 출발하기도 전에 한반도 전쟁은 단숨에 끝날 것이다. 미국군은 72시간 안에 끝날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2014 QDR'에서 미국군이 넘지 못할 역량한계를 엿볼 수 있다.     © 자주민보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이 ‘작전계획 5027’에 따라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 전선에 투입하는 시차별 다단계 작전으로 북과 장기총력전을 벌이겠노라고 호언장담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 왜냐하면, 핵무력을 각각 보유한 북과 미국이 전선에서 밀고 밀리며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을 전개하는 식의 장기총력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핵무력을 보유한 두 나라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전쟁을 개시하기 전에, 전쟁징후를 간파한 다른 쪽이 먼저 치명적인 핵공격으로 상대를 굴복시킬 것이므로,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에 따른 장기총력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국방검토’에서 언급한 ‘원-플러스 교리’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원-플러스 교리’는 아직 핵무력을 보유하지 못한 이란이슬람공화국을 미국이 공격하는 페르시아만 전쟁에서는 혹시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핵무력을 보유한 북과 미국이 맞붙을 한반도 전쟁에서는 전혀 통할 수 없다.

북은 핵무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미국만 일찌감치 핵무력을 보유했던 지난 핵무력 불균형 시대에 한반도 전쟁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쟁처럼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으로 밀고 밀리는 장기총력전으로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그것은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쟁이 아닐 것이고 이라크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전쟁은 더욱 아닐 것이다. 만일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이 전개되는 낡은 양상의 장기총력전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 전쟁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선제기습타격으로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함으로써 전쟁피해를 최소화한 가운데 끝나는 전혀 새로운 양상의 초단기속결전일 것이다. 북의 핵무력 보유가 한반도 전쟁양상을 장기총력전에서 초단기속결전으로 전환시켰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에 맞설 새로운 전쟁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미국군이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을 전개하는 ‘원-플러스 교리’와 ‘작전계획 5027’에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군이 지난 2월 24일에 시작하여 오는 4월 18일까지 계속하는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은 ‘원-플러스 교리’와 ‘작전계획 5027’에 따른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 시나리오를 시차별로 연습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에 미국군이 핵추진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선제기습타격을 개시하고, 매우 긴 시간에 걸쳐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 전선에 집결시켜 원산만 상륙과 평양 진격을 감행하겠다는 ‘작전계획 5027’로는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에 맞설 수 없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전쟁위기를 격화시킨 가운데 미국이 강행하고 있는 ‘키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은, 미국군이 한반도 군사상황의 변화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전쟁전략에 의존하며 역량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동해에서 벌어진 인민군 전략군과 미국 해군의 교전연습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동해에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미국 해군이 선제기습타격과 선별정밀타격을 상정한 치열한 교전연습을 계속하였다. 보도통제로 시야를 차단당한 이 땅의 국민들은 무감각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 교전연습으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는 더욱 격화되었다.

이번에 북은 미국군과 한국군의 대북전쟁연습에 대응하기 위해 인민군 전략군부대들을 동원하여 2월 21일, 2월 27일, 3월 3일, 3월 4일에 방사포와 미사일 같은 강력한 화력타격수단들을 동해로 연속 발사하였다. 인민군 전략군부대들의 화력타격연습에서 나타난 두 가지 양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에 인민군 전략군이 실시한 화력타격연습에서 나타난 특징은, 사전징후를 노출하지 않은 선제기습타격능력이다. <조선일보> 2014년 3월 4일 보도에 따르면, “그 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사전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거나 이동식 발사대가 왕래하는 등 한미정보당국이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과 3일에 이뤄진 발사는 사전징후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인민군 전략군이 사전징후를 노출하지 않는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 군부도 인정하였다. 2014년 3월 6일 미국 국방장관실이 작성하여 연방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관련된 군사 및 안보 상황전개(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에서 북이 “경고를 거의 드러내지 않거나 전혀 드러내지 않고(with little or no warning)”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이것은 인민군 전략군이 사전징후를 노출하지 않는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갖추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 이번에 인민군 전략군이 실시한 화력타격연습에서 나타난 특징은, 타격대상을 선별하여 오차 없이 타격하는 선별정밀타격능력이다. 인민군 전략군은 화력타격연습을 실시하면서,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항행금지구역을 사전에 선포하지 않고 북측 어선들의 해상조업을 통제하였을 뿐이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국군은 인민군 전략군이 방사포와 미사일을 여러 날에 걸쳐 동해로 연속 발사하면서도 항행금지구역을 사전에 선포하지 않은 것이 동해를 지나가는 항공기와 선박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비난하였지만, 인민군 전략군의 해명은 전혀 다르다. 인민군 전략군은 지난 3월 5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로케트 발사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비행궤도와 목표수역에 대한 사전안전대책까지 빈틈없이 세운 데 기초하여 진행된 우리 전략군 화력단위들의 이번 훈련”은 “일찌기 있어 본 적이 없는 최상 수준의 명중확률을 과시”하였으며, “국제항해질서와 생태환경에 사소한 영향도 줌이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위의 두 가지 사실을 생각하면, 인민군 전략군은 선제기습타격능력과 선별정밀타격능력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인다. 지정된 타격대상을 선별적 정밀타격으로 단숨에 제거해야 전쟁피해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므로, 인민군 전략군은 그처럼 선제기습타격과 선별정밀타격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다. 인민군 전략군은 이번에 한미연합군의 대북전쟁연습에 대응한 화력타격연습에서 현대전의 승패를 가를 두 가지 결정적인 작전능력인 선제기습타격능력과 선별정밀타격능력을 과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인민군의 이러한 작전적 의도를 뒤늦게 알게 된 미국군은 태평양잠수함대 소속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USS Columbus)와 7함대 지휘함 블루리지(USS Blue Ridge)호를 지난 3월 3일 오전 부산항에 급파하였다.

▲ <사진 4> 지난 3월 3일 미국 태평양잠수함대 소속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가 한반도에 긴급출동하여 부산항에 정박하는 장면이다. 지난해 3월 22일에는 핵추진잠수함 샤이엔호가 부산항에 출현하였다. 이처럼 미국은 해마다 실시하는 대북전쟁연습에 핵추진잠수함을 동원하고 있는데, 핵추진잠수함을 해마다 한반도 수역에 긴급출동시키는 까닭은 해수면 아래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북을 향해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27일 인민군 반항공군이 발사한 최신형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300km 이상 먼 거리에서 공중격파할 수 있다. 미국 해군 핵추진잠수함의 선제기습타격은 인민군 반항공군의 강력한 방공망을 뚫지 못하는 것이다. 군사전략균형은 미국군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졌다     © 자주민보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부산항에 긴급출동한 콜럼버스호는 만재배수량이 6,927t인 핵추진잠수함이다. 시속 37km로 잠항하는 이 핵추진잠수함은 533mm 어뢰, 사거리 3,100km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사거리 130km 하푼 대함미사일, 기뢰로 무장하였다. 콜럼버스호는 지난 2월 19일 모항인 진주항-힉컴 합동기지(Joint Base Pear-Harbor Hickam)에서 출항하여 동중국해를 돌아다니다가 그 날 부산항에 갑자기 출현하였다.

미국이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를 대북전쟁연습에 급파한 것은, 인민군 전략군의 화력타격연습에 맞서려는 긴급대응조치로 생각된다. 전시에 콜럼버스호는 해수면 아래서 불시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을 시행할 것인데, 이번에 긴급출동은 미국이 북을 겨냥한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전시에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가 해수면 아래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외기권으로 치솟은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지표면 또는 해수면 위로 일정 고도를 유지하며 수평비행을 하는 순항미사일의 비행속도는 시속 900km밖에 되지 않아 방공망에 걸려 요격당하기 쉬운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최첨단 수준의 지대공미사일로 무장한 인민군 반항공군의 먼 거리 요격을 피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지난 2월 27일 인민군 반항공군이 사거리가 400km인 최신형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 4발을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에서 발사하여 발사원점으로부터 약 300km 떨어진 동해 상공에서 공중이동표적을 격파하였는데, 순항미사일은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도 번개-6호의 요격을 피하지 못한다.

미국군이 인민군의 선제기습타격과 선별정밀타격에 맞설 방도는 핵추진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밖에 없지만,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은 인민군 반항공군의 번개-6호가 구축한 강력한 방공망을 뚫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에 동해에서 벌어진 인민군 전략군과 미국 해군의 교전연습에서 미국 해군이 핵추진잠수함까지 긴급출동시켰는데도 사실상 판정패를 당하였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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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최근 발사 북 미사일은 s-400급 최첨단지대공미사일

[한호석의 개벽예감](103)
자주민보 2014년 03월 0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중국인민해방군이 실전배치한 302mm 4관 화전포가 발사대기태세를 갖춘 모습이다. 지난 2월 21일 인민군은 이 화전포와 같은 급인 302mm 4관 방사포를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쪽으로 발사하였다. 사거리가 180km인 이 신형 방사포에 산포탄을 장착하여 발사하면 기갑무력을 궤멸시킬 수 있다. 그 어떤 미사일방어망으로도 이 방사포를 막지 못한다. 이것은 주한미국군이 집결한 평택-오산기지가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302mm 방사포의 집중사격으로 초토화될 수 있음을 뜻한다. 지난 2월 21일 인민군이 302mm 방사포를 발사한 것은 대북전쟁연습을 사흘 앞둔 미국에게 보낸 강력한 경고였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1차 경고 - 2월 21일 302mm 4관 방사포 발사

지금 미국이 강행하고 있는 ‘키 리졸브’라는 이름의 대북전쟁연습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폭풍전야 같은 긴장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위험천만한 사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견된 것이다. 그렇게 예견하였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려는 남과 북, 해외의 각계각층 민족구성원들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평화애호민중들까지 나서서 현재 무력대치상황이 너무 위험하므로 미국의 대북전쟁연습을 중지하라는 반대와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건만, 두 귀를 틀어막은 미국은 반대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방대한 전쟁무력을 이 땅에 끌어들여 위험천만한 사태를 불러왔다.

미증유의 충돌위기로 시시각각 몰려가는 한반도 군사상황을 남북 이산가족상봉 추진으로 반전시키려던 북의 성의 있는 노력도 미국의 대북전쟁연습 강행으로 난관에 빠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중국은 한반도 전쟁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왕이-케리 회담을 서둘러 개최하면서 대화와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애썼으나, 중국의 그런 진지한 노력도 미국의 협상거부와 전쟁광기에 밀려나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말하면 공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만일 미국이 왕이-케리 협상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아 북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놓고, 남북 이산가족상봉으로 어렵사리 조성된 대화재개기회를 살리기 위해 올해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겠노라고 발표하였더라면, 지금쯤 한반도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봄기운을 느끼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쟁광기에 사로잡힌 미국은 대북정권전복음모와 대북핵타격연습에 집요하게 매달리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위험천만하고 살벌한 대북전쟁연습을 기어이 감행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2월 24일부터 미국이 감행하기 시작한 대북전쟁연습은, 오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얼마나 초긴장한 상태에서 미국의 전쟁광기를 주시하며 그에 대처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를 말해준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키 리졸브’라는 이름의 대북전쟁연습을 시작하였던 2월 24일 아침,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출입기자단 앞에서 “24일 시작된 ‘키 리졸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 이 훈련에 대해 비난하고 있지만 현재 북한군의 특이한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 대변인의 그 발언이 거짓말이었음이 그로부터 사흘 뒤에 드러났다. 국방부 대변인이 인민군의 특이한 동향이 없다는 거짓말을 늘어놓기 사흘 전, 인민군이 정체불명의 발사체를 쏘았던 것이다.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YTN> 텔레비전방송 2014년 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은 지난 2월 21일 오후 4시쯤 강원도 원산에서 동해쪽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단거리발사체 4발을 쏘았는데, 지대함미사일 또는 신형 방사포를 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인민군의 특이한 동향이 없다는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은 정반대로 해석해야 이치에 맞는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군과 한국군이 자기들에게 창끝을 겨누고 전쟁연습을 감행하려는 판인데 인민군이 그것을 어찌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겠는가.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는 중이고, 그에 대처하여 인민군은 ‘조국통일대전’에 돌입할 전투동원태세를 취하고 ‘최후결전명령’을 대기 중이라는 것, 바로 이것이 오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조성된 전쟁재발위기의 위태로운 실상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월 21일 인민군이 정체불명의 발사체 4발을 동해쪽으로 연속발사하였는데도, 미국군과 한국군은 그에 대해 쉬쉬하면서 넘어갔다. 그로부터 6일 뒤인 2월 27일 인민군이 또 다른 종류의 발사체 4발을 쏘자 야단법석을 쳤던 미국군과 한국군은 왜 2월 21일에 있었던 인민군의 발사체 4발 발사에 대해서는 쉬쉬하며 넘어간 것일까? 이 의문은 그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를 알아야 풀리게 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YTN>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1일 인민군이 정체불명의 발사체 4발을 발사한 곳은 강원도 원산이라는 것이다. 원산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 4발을 발사하였다니, 이건 무슨 소린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원산은 거주인구와 고층건물이 많고 북측 선박들과 외국선박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북측 동부지역의 최대 항구도시인데, 인민군이 그런 대도시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 4발을 동해쪽으로 쏘았다는 말은 누가 들어봐도 곧이들을 수 없는 소리다. 인민군이 원산에서 발사체를 네 발씩이나 쏠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지난 2월 21일 오후 4시쯤 인민군이 정체불명의 발사체 4발을 동해쪽으로 쏘았던 발사원점은 어디였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인민군이 정체불명의 발사체 4발을 발사하기 하루 전인 2월 20일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강원도 문천에 있는 인민군 11월2일공장을 현지지도하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민군 제534군부대가 첨단시설로 현대화한 인민군 11월2일공장은 인민군에게 각종 당과류와 빵류를 공급하는 종합식료가공공장인데, 그 공장이 있는 곳이 바로 강원도 문천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펼치면, 원산만에 자리 잡은 두 개의 항구도시가 눈길을 끄는데 원산과 문천이다. 직선거리로 14km밖에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은 원산과 문천은 인접도시다. 원산은 널리 알려진 항구도시인데, 문천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원산은 해상운수중심도시이고 문천은 해군전략기지가 있는 군항도시이기 때문이다.

문천에는 인민군 최정예부대들 가운데 하나인 해상저격려단이 주둔하고 있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 해상저격려단은 문천항에 대기 중인 해군 제291부대 소속 공기부양정을 타고 남측 동해안에 기습상륙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와 더불어 주목하는 것은, 문천에 인민군 동해함대사령부 관하 제4전대 잠수함기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중요한 해군기지들이 문천에 있으므로, 적의 공격으로부터 해군기지들을 방호할 강력한 화력이 문천 주변에 배치된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문천에 있는 인민군 11월2일공장을 현지지도한 바로 그 다음날 인민군이 정체불명의 발사체 4발을 연속발사한 것은,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받은 인민군이 문천 주변에 배치된 강력한 화력타격수단을 동원하여 동해쪽으로 4발을 연속발사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선중앙텔레비죤> 20시 보도에 나오는 기상정보에 따르면, 인민군이 문천 주변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 4발을 발사한 바로 그 날 원산에서 함흥에 이르는 동해안 일대는 구름이 낀 날씨였다. 인민군 동향을 감시한다는 미국군 고공정찰기와 정찰위성은 구름 낀 날씨나 야간에는 영상촬영을 하지 못한다. 그런 기상조건을 이용한 인민군은 미국군 공중감시망을 따돌리고 강력한 화력타격수단을 동원하여 발사체 4발을 불시에 연속발사한 것이다. 

지난 2월 21일 인민군이 문천 일대에서 동해쪽으로 발사한 정체불명의 발사체는 무엇이었을까?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4년 3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그 정체불명의 발사체는 신형 300mm 방사포라는 것이다. 한국군 정보당국이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당일 인민군이 발사체를 4발 연속발사하였다는 것과 발사체 비행거리가 150km 정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인민군이 운용하는 화력타격수단들 가운데 4발을 연속발사하여 150km 정도 날아가는 것은 이제껏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그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신형 300mm 방사포였을 것이라는 한국군 정보당국의 추정은 설득력을 가진다.

위의 보도기사는 지난 2월 21일 인민군이 발사한 신형 300mm 방사포가 중국인민해방군이 실전배치한 웨이스(衛士)-1B와 같은 급의 방사포라고 하였다. 중국에서는 방사포를 화전포(火箭砲)라 부른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웨이스-1B 화전포는 구경이 300mm가 아니라 302mm이고, 150kg짜리 탄두를 장착한 대구경 로켓포탄 4발을 연속발사한다. 최고비행속도는 마하 5.2, 최고비행고도는 60km, 최장사거리는 180km다.

위의 성능을 생각하면, 인민군이 302mm 4관 방사포를 발사하는 경우 평택-오산 미국군기지와 수원, 충주, 서산 공군기지 등은 모두 초토화될 것이다. 만일 인민군이 신형 302mm 방사포에 산포탄을 장착하여 발사하면, 타격목표 상공에서 자탄 500개가 한꺼번에 터지며 강철불소나기가 넓은 지역을 뒤덮게 된다. 특히 교전상태가 최전선에 투입한 전차, 장갑차, 자주포들이 몰려있는 곳을 향해 그런 산포탄을 쏘면, 기갑무력의 생존율은 0%다. 

주목하는 것은, 미국군이 인민군의 302mm 4관 방사포를 막아낼 방어수단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주한미국군이 평택-오산기지를 인민군의 화력타격으로부터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전쟁연습을 시작하기 사흘 전에 인민군이 302mm 4관 방사포를 불시에 발사한 것은, ‘키 리졸브’라는 이름을 내걸고 한반도로 속속 집결하고 있었던 미국군을 강철불소나기로 궤멸시킬 수 있다는 1차 경고였다.

인민군이 302mm 4관 방사포를 발사한 강력한 경고를 받고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불안해진 미국군 지휘부는 인민군의 신형 방사포 발사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발설하지 않고 은폐하였다.


2차 경고 - 2월 24일 연평도 근해에 420t급 경비정 출현

‘키 리졸브’라는 이름의 대북전쟁연습이 시작되기 사흘 전, 문천 일대에서 302mm 방사포 4발을 불시에 발사한 인민군의 1차 경고를 받고서도 미국군은 자기들이 예정한 2월 24일부터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인민군은 미국군이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기 시작한 첫째 날인 2월 24일 밤, 2차 경고를 단행하였다. 2월 21일의 1차 경고는 동해에서 있었는데, 2월 24일의 2차 경고는 서해에서 있었다.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2월 24일 밤 10시56분 연평도에서 서쪽으로 약 23km 떨어진 해상에서 420t급 인민군 경비정 1척이 이른바 ‘북방한계선(NLL)’을 ‘월선남하’하여 2분 만에 북상하였고, 밤 11시46분에 다시 ‘월선남하’하여 30분 동안 머물다가 북상하였고, 25일 0시25분에 또 다시 ‘월선남하’하여 2시간 동안이나 머물다가 오전 2시25분에 돌아갔다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공인받지 못하는 ‘북방한계선’은 정전 직후 미국군사령관이 제멋대로 그어놓았기 때문에 무력충돌위기만 촉발시키는 위험요인이며, 그 선을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미국마저도 그 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남과 미국이 아닌 북의 시각에서 보면, 인민군 경비정이나 북측 어선이 그 선을 넘어 남하하는 것은 국제법상 위법행위가 아니며, 오히려 그 선을 지키겠다고 하면서 해상무력을 충돌시켜 무력충돌위기를 고조시키는 행위가 반평화적인 위법행위로 되는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지난 2월 24일 밤 인민군 경비정이 ‘월선남하’하여 머문 시간이 2분→30분→120분으로 길어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민군 경비정이 체류시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면서 한국군의 군사적 대응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한국군의 대응을 기다리고 있었던 인민군 경비정에게 한국군은 어떻게 대응하였을까? 국방부 대변인 발표에 따르면, 한국군은 인민군 경비정을 향해 경고통신만 10차례 보냈다고 한다. 총 152분 동안 경고통신을 10차례 보냈다면, 약 15분마다 한 차례씩 경고통신을 보내면서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한국군의 이런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유사한 과거경험과 비교해보아야 알 수 있다.

2012년 9월 21일 오전 11시 44분부터 오후 3시까지 북측 어선 6척이 연평도 북서쪽 ‘북방한계선’을 ‘월선남하’하였을 때, 한국군 해군 고속정 2척이 긴급출동하여 두 차례 경고방송을 하였으나 북측 어선들이 이를 무시한 채 조업을 계속하자 20mm 벌컨포로 경고사격을 가해 쫓아냈다.
인민군 함선 또는 북측 어선이 ‘월선남하’하는 경우 한국군의 대응방침은 경고통신→경고사격→격파사격인데, 이번에 한국군은 약 15분마다 한 차례씩 경고통신을 보내면서 인민군 경비정을 2시간 32분 동안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만일 한국군 지휘부가 사건현장에 있었던 한국군 고속정 편대에게 인민군 경비정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면, 고속정에서 20mm 벌컨포가 경고사격을 개시한 직후 연평도는 인민군 포병무력의 집중사격으로 초토화되었을지 모른다. 그 날 인민군 서부전선사령부는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어질 경우” 강력한 포병무력으로 연평도와 백령도를 단숨에 초토화하고 “서해를 적들의 최후무덤으로 만들라”는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만반의 전투준비를 갖추고 사격명령을 기다리면서 인민군 경비정 한 척을 ‘월선남하’시킨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사진 2> 미국의 위험천만한 공중핵타격연습으로 무력충돌위기가 격화되었던 2013년 3월 14일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은 대연평도 및 백령도 타격에 인입되는 열점지역 포병구분대들의 실전능력판정을 위한 실탄사격훈련을 지도하였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그 날 "대연평도와 백령도의 적들을 불도가니에 쳐넣을 수 있게 준비돼있음을 검열받았다"고 평가하였다. 지난 2월 24일 밤, 만일 한국군 지휘부가 오판하여 연평도 근해에 2시간 32분 동안 머물러 있던 인민군 경비정을 향해 경고사격를 하라는 명령을 한국군 고속정들에게 내렸더라면, 황해남도에 주둔하는 인민군 4군단 예하 포병무력이 대연평도와 백령도를 향해 강력한 화력타격수단들을 집중발사하였을지 모른다.     © 자주민보


해남도에 주둔하는 인민군 제4군단 소속 포병무력이 연평도와 백령도를 단숨에 초토화할 만반의 전투준비를 갖추고 사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사진 2>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이다. 한국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3년 1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및 서북도서 인근 도서부대와 내륙기지의 전력증강과 요새화작업을 완료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남측 정부 고위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4년 2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최전방부대들에게 ‘특별경계강화지침’을 내렸고, 동해와 서해에서 북측 어선들의 조업활동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인민군이 ‘키 리졸브’ 대북전쟁연습 강행에 대처하여 전투동원태세를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연평도와 백령도를 집중타격할 인민군 제4군단 소속 포병무력이 전력증강과 요새화작업을 완료하고, 전투동원태세까지 갖춘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으므로, 한국군 지휘부는 전면전을 결심하지 않는 한 인민군 경비정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었고, 따라서 경고통신만 날리며 2시간 32분 동안 초긴장상태에서 인민군 경비정의 자진퇴각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2월 24일 밤, 인민군 경비정의 연평도 근해 야간기동은 대북전쟁연습을 기어이 강행하기 시작한 미국군과 한국군에 대한 인민군의 2차 경고였다. 인민군은 2월 21일 오후 동해에서 1차 경고발사를 시행하였고, 2월 24일 밤에는 서해에서 2차 경고기동을 시행한 것이다.


3차 경고 - 2월 27일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4발 연속발사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4년 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오후 5시 42분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 일대에서 인민군이 북동쪽 동해상으로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연속발사하였다고 한다.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사거리가 170km 안팎으로 추정되어 KN-02 지대함 개량형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사거리가 200km 이상이어서 스커드 계열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월 28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어제 발사된 스커드 미사일은 통상적인 단거리미사일보다 사거리가 훨씬 길어 300∼800km까지 간다. 한반도 전역을 전부 커버(cover, 사정권 안에 둔다는 뜻으로 쓴 외래어-옮긴이)할 수 있으며 탄두도 훨씬 크다”고 말했다.

위의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미국군과 한국군 정보기관들은 인민군이 2월 27일에 발사한 미사일 4발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미사일인지 파악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국방부 대변인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전에 남측언론에 보도된 인민군 미사일에 관한 기존 정보를 가지고 2월 27일의 미사일 발사정황을 분석하면, 아래와 같은 놀라운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첫째, 북은 아주 오래 전에 소련산 스커드 미사일의 모방생산을 중단하였고, ‘재고품’으로 남아돌던 스커드 미사일을 모두 다른 나라들에 수출하였다. 그러므로 지금 북에 실전배치된 미사일은 금성 계열의 순항미사일, 화성 계열의 도로이동식 지대지미사일, 목성 계열의 수직갱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 그리고 번개 계열의 도로이동식 지대공미사일이다. 물론 이 모든 계열의 미사일들은 스커드 미사일을 모방생산한 것이 아니라,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기술로 만든 것이다. 북에 스커드 미사일은 없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 국방부 대변인은 스커드 미사일이라고 추정하였으니, 그런 식의 추정은 발언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이다.

지난 2월 27일 미국군 고공정찰기와 정찰위성이 인민군의 미사일 발사현장을 포착하지 못한 까닭은, 당일 오후 강원도 안변군 일대에 구름 낀 날씨가 계속되었던 데다, 지하갱도에서 불시에 튀어나온 도로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 4발을 순식간에 발사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그러하였지만,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에는 지상고정식 미사일발사기지가 없으며, 미사일을 탑재한 도로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이 대기하는 지하갱도기지들만 있을 뿐이다. <아시아경제> 2014년 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원산에서 남쪽으로 40여 km 떨어진 깃대령은 금강산을 비롯해 험한 산이 많은 산악지대에 자리잡고 있어서 도로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며,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도 미사일발사차량을 쉽게 숨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인민군이 당일 깃대령에서 미사일 4발을 연속발사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미사일발사차량 4대를 동원하여 시차를 두고 1발씩 모두 4발을 쏘았다는 뜻이 아니라, 미사일 4발을 탑재한 미사일발사차량 1대를 동원하여 거기에 실린 4발을 연속발사하였다는 뜻이다. 그 미사일은 어떤 종류의 미사일이었을까?
 
▲ <사진 3> 2013년 7월 27일 북에서 전승 60주년으로 성대히 기념한 전승절 군사행진에 지대공미사일 번개-5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사차량 앞쪽에 '태백산96'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 번개-5호가 조선산 발사차량에 3발씩 탑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번개-5호는 200km 밖에서 날아가는 모든 전투기들은 물론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까지 격파할 수 있다. 이 사진을 무심히 볼 수 없는 것은, 발사차량 운전석에 탑승한 여성군인 3명이 연도에 물결치는 평양시민 환영인파를 향해 해맑은 표정으로 뽀얀 손을 흔드는 모습이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북전쟁연습에 공중핵타격수단으로 출격시키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격추할 엄청난 작전임무를 갓 스무살이 되어 보이는 여성군인들이 수행하게 된다니, 쉽게 믿어지지 않는 불가사의한 현실 앞에서 구차스럽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미국군의 핵타격위협과 인민군 여성군인들의 해맑은 표정이 서로 엇갈리는 극명한 대조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원래 화성 계열의 지대지미사일은 도로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에 1발씩 탑재하게 되므로, 인민군이 지난 2월 24일 깃대령에서 쏜 미사일 4발은 화성 계열의 지대지미사일이 아니라 번개 계열의 지대공미사일이다.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인민군 반항공군이 실전배치한 번개 계열의 지대공미사일 가운데 번개-5호는 미사일발사차량에 3발씩 탑재하는데, 이번에 인민군 반항공군이 4발을 연속발사한 것을 보면, 번개-5호를 쏜 것이 아니다. 인민군 반항공군이 실전배치한 번개 계열의 지대공미사일 가운데 미사일발사차량에 4발씩 탑재하는 지대공미사일은 번개-3호밖에 없는데, 번개-3호 사거리는 25km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에 인민군 반항공군이 발사한 지대공미사일 사거리는 300km 이상이므로, 번개-3호를 쏜 것도 아니다.

둘째,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인민군이 지난 2월 27일 발사한 미사일 4발의 사거리가 300∼800km로 추정된다고 발표하였으나, 500km의 편차를 드러낸 그런 식의 추정발표는 그 미사일의 사거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인민군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미국군과 한국군은 감시레이더에 나타난 미사일의 탄도비행궤적을 보고 사거리를 측정하는데, 모든 탄도미사일의 비행궤적은 발사원점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서 탄착점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발사원점에서 탄착점까지 거리를 측정하면 그것이 곧 미사일 사거리로 된다. 이제껏 미국군과 한국군이 언론에 공개한 인민군 미사일의 사거리는 그런 측정방식으로 산출된 것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인민군 반항공군이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그 지대공미사일은 공중에서 이동하는 타격목표를 격파하게 되므로 탄착점이 생길 수 없으며, 따라서 미국군과 한국군의 감시레이더에 탄착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지대공미사일이 발사된 발사원점으로부터 공중이동표적을 격파한 좌표까지 거리를 측정하면 그 미사일의 사거리를 알 수 있지만, 인민군 반항공군은 적대국에게 자기의 요격능력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공중이동표적을 실제 사거리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격파한다.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2월 27일 인민군이 발사한 미사일 4발의 사거리에 대해 언급할 때 300∼800km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무려 500km의 편차를 드러낸 것은, 그 미사일 4발이 미국군과 한국군의 감시레이더에 탄착점을 나타내지 않은 지대공미사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7일 인민군이 발사한 미사일 4발의 사거리에 대한 국방부 대변인의 언급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그 지대공미사일의 사거리를 300km 이상으로 추정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 미사일 4발이 발사원점으로부터 300km 정도 떨어진 동해 상공에서 공중이동표적을 격파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위에 서술한 두 가지 분석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2월 27일 인민군 반항공군이 발사한 미사일은 도로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에 탑재한, 사거리가 400km인 지대공미사일 4발이며, 북이 이제껏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최신형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를 발사하였음을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인민군 반항공군은 ‘키 리졸브’ 대북전쟁연습에 대처하여 최신형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 4발을 위협발사한 것이다.

사거리가 300km 이상이 되는 차세대 지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한 군대는 전 세계에서 러시아군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군사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중국도 그런 최첨단 수준의 차세대 지대공미사일을 독자기술로 개발하지 못해 러시아로부터 S-400 지대공미사일을 수입하려고 한다. 러시아 언론매체 <로씨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2012년 2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S-400 지대공미사일을 2015년에 수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러시아에 전한 바 있다.
2007년부터 러시아 반항공군에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S-400 지대공마사일 사거리는 400km이며, 상상을 초월한 극초음속 마하 12로 날아간다. 그러므로 S-400의 요격을 피할 수 있는 전투기는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Raptor stealth fighter)도 S-400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실제로 2010년 10월 8일 중국인민해방군은 훙치(紅旗)-9호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여 F-22 전투기를 가상한 타격목표물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요격훈련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훙치-9호는 러시아산 S-300 지대공미사일을 모방생산한 복제품인데, 사거리는 200km이며, 요격고도는 30km다. 중국인민해방군이 이처럼 러시아군의 S-300 지대공미사일과 같은 급인 훙치-9호를 발사하여 F-22 전투기 가상타격목표물을 격추하였으므로, 그보다 한 급 높은 차세대 지대공미사일인 S-400은 F-22 전투기를 격추하고도 남는다.

주목하는 것은, S-400이 전투기만 요격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도 공중에서 격파하는 놀라운 성능을 지녔다는 점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페이트리엇(Patriot)’ 계열의 지대공미사일은 S-400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 <사진 4> 2012년 5월 3일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였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그 지휘부 마당에 들여다놓은 최신형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다. 발사차량 뒤쪽에 원통형 발사관을 수직으로 세워놓은 모습이 보인다. 번개-6호는 <사진 3>에서 보는 번개-5호보다 성능이 월등한 최첨단 지대공미사일이다. 사거리는 400km로 추산되는데, 이런 최첨단 지대공미사일을 만드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과 러시아 두 나라밖에 없다. 인민군 반항공군은 지난 2월 24일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에서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 4발을 쏘았다. 미국이 대북전쟁연습에 동원하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가 또 다시 한반도 상공을 향해 출격하는 경우 한반도 상공에 도달하기 전에 격파하겠다는 단호한 응징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북이 그런 S-400과 같은 급으로 평가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를 자력으로 생산하여 실전배치하였고, 이번에 실탄사격으로 성능을 입증한 것이다. <사진 4>에서 번개-6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인민군 반항공군이 번개-6호를 실전배치한 것은, 미국군과 한국군이 운용하는 모든 기종의 전투기들이 직접적인 격추위험에 빠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미국군과 한국군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이 공중요격으로 격파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중무력우세’를 떠들며 그것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미국 공군 및 해군은 번개-6호 출현 이후 결정적으로 불리한 상태에 빠졌고, 그와 정반대로 번개-6호를 실전배치한 인민군 반항공군은 결정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번개-6호의 출현은 한반도 군사전략균형을 미국에게 불리하게 전변시키고, 북에게 유리하게 전변시킨 군사적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지난 2월 21일 오후 동해에서 1차 경고발사를 시행하였고, 2월 24일 밤 서해에서 2차 경고기동을 시행한 인민군은 2월 27일 오후에는 또 다시 동해에서 3차 위협발사를 단행하였다. 지금 전투동원태세를 갖춘 인민군이 이처럼 사흘 간격으로 미국에게 군사적 경고를 지속하면서 경고조치의 강도를 차츰 높여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민군 전투기 출격회수는 요즈음 왜 급감하였을까?

민감한 대북군사정보는 기밀로 처리되기 때문에 남측 언론이 보도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 심상치 않은 보도기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앙일보> 2014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400∼700차례 출격하던 인민군 전투기 훈련이 요즈음에는 하루 100차례 미만으로 급감하는 등 “대응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반도 전쟁위기가 극도로 고조되었을 때 인민군 전투기 출격회수가 하루 평균 400∼700차례이었는데 요즈음 하루 평균 300∼500차례로 줄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100차례 미만으로 급감한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우 ‘특이한 군사동향’이 아닐 수 없다.

인민군 전투기 출격회수가 하루 평균 100차례 미만으로 급감한 것은, 인민군 항공군이 공중대응작전을 중지하고 최소한의 초계비행만 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무력충돌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인민군 항공군은 왜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응하지 않고 초계비행만 하는 것일까? 일반상식으로는 풀기 힘든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한반도의 공중무력대치상황에 관한 정보가 요구된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군은 자기들이 한반도 전선에 파병하는 대규모 증원군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민군의 순간충격-단기속결전이 끝나게 될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민군의 순간충격-단기속결전을 저지할 미국군의 선택은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전쟁수단을 한반도에 급파하는 것밖에 없다. 각종 전쟁수단들 가운데 전개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공중무력이고, 타격력이 가장 강력한 것은 핵무력이다. 그러한 공중무력의 장점과 핵무력의 강점을 결합시켜놓은 전쟁수단이 바로 장거리전략폭격기다. 장거리전략폭격기는 미국이 말하는 ‘핵우산’에서 한 축을 이룬다. 그래서 미국군은 지난해 3월에 이어 올해도 지난 2월 5일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불시에 한반도 중부상공에 출격시키는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던 것이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가 히로시마 원폭보다 25배나 더 강한 핵폭발력을 내는 핵폭탄에 유도장치를 달아 공중에서 발사하면, 남과 북의 지역구분이 없이 한반도 전역이 엄청난 핵참화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의 접근을 물리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물론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중거리핵타격미사일 화성-10호를 발사하여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가 출격할 괌(Guam)을 먼저 초토화해버리면, 한반도가 미국의 공중핵타격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괌이 초토화되었다고 해서 미국의 공중핵타격위험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전에서는 평시에 예상치 못한 만약의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므로, 북은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접근을 물리적으로 가로막을 강력한 차단력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북은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접근하는 것을 되도록 먼 거리에서 재빨리 포착해야 대응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1,000km 이상 떨어진 아주 먼 거리에서 여러 개의 공중이동표적을 동시에 식별, 추적할 고성능 조기경보레이더를 개발하는 것은 북에게 필수적인 과제였다. 이번에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을 식별, 추적한 북이 그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은, 인민군 반항공군이 그 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접근을 1,000km 이상 떨어진 먼 거리에서 식별, 추적할 조기경보레이더를 운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오늘날 군사강국들은 교전상대의 레이더감시망을 뚫고 들어가 타격목표를 파괴하기 위해 레이더감시망을 피하는 스텔스기술을 개발하여 공중무력의 기습타격능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러므로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이 가장 먼저 동원할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도 스텔스기능을 보강하였기 때문에 기존 레이더감시망에는 비행궤적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텔스비행을 포착할 수 있는 이른바 수동식 첨단레이더를 가지고 있어야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같은 공중무력의 내습을 막아낼 수 있다. 그런 레이더기술이 없으면 스텔스기능을 보강한 미국군 공중무력에 맞서기 힘들 것이므로, 신호를 방출하는 기존 능동적 레이더기술을 넘어 신형 수동식 첨단레이더기술을 인민군 반항공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민군 반항공군이 이번에 스텔스비행으로 한반도 상공에 접근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식별, 추적한 것은, 북이 신형 수동식 첨단레이더기술을 개발하여 이미 전력화하였음을 말해준다.

인민군 반항공군의 견지에서 보면, 조기경보레이더로 미국군 공중무력을 식별, 추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격파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이것은 인민군 반항공군이 사거리가 길고, 요격고도가 높으며, 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공중이동표적을 한꺼번에 여러 개 격파할 수 있는 강력한 지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언급한 번개-6호는 바로 그러한 작전적 요구에 부합되는 차세대 지대공미사일이다. 

지난 2월 27일 인민군 반항공군이 400km를 날아가는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 4발을 깃대령에서 위협발사한 것은, 미국군이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또 다시 한반도 중부상공에 출격시켜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는 경우 이번에는 그냥 놔두지 않고 번개-6호를 “번개처럼” 발사하여 격추해버리겠다는 단호한 응징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인민군 반항공군이 번개-6호를 발사하는 경우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 중인 인민군 전투기들도 피격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게 문제다. 그런 까닭에, 인민군 항공군은 미국군의 대북전쟁연습에 맞서 전투기들을 대거 출격시키는 공중대응작전을 잠시 중지하고 요즈음에는 최소한의 초계비행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루 400∼700차례 출격하였던 인민군 전투기 훈련이 요즈음 하루 100차례 미만으로 급감되어 대응훈련을 하지 않고 있는 ‘특이한 동향’은, 인민군 반항공군이 번개-6호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격추하려는 준비태세에 상응하여 인민군 항공군도 전투기 출격을 자제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사정을 알고도 그러는지 몰라서 그러는지 알 수 없으나, <니혼게이자이신붕> 2014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월 5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상공에 출격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 보도가 나가자 남측 국방부는 서둘러 ‘입장자료’라는 것을 발표하여 올해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 기간 중에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에 관련된 사항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의 공중핵타격수단이 언제, 어디로 이동하는가 하는 민감한 군사정보는 미국군과 한국군이 공유하는 게 아니라 오직 미국군만 알고 있는 기밀사항이다. 

만일 미국이 북의 거듭되는 군사적 경고를 무시하고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또 다시 한반도 중부상공에 출격시켜 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하려 한다면, 그 시각을 기다려온 인민군 반항공군은 번개-6호를 주저 없이 발사하여 그 폭격기를 격추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지금 미국은 대북전쟁연습으로 북을 위협하겠다고 하면서 무력충돌위기를 조성해놓았지만, 북에게는 미국의 대북전쟁연습은 군사위협으로 보이지 않고 부질없는 무모한 행동으로 보일 뿐이다. 왜냐하면 인민군은 핵공격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공격을 다 막아내고, 그보다 더 강한 보복타격으로 교전상대를 패퇴시킬 ‘최후결전준비’를 완료하였고 그것을 익히 미국이 다 알도록 공개했음에도 미국이 대북 군사적 압박 훈련에 계속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북전쟁연습에 동원되어 헛고생을 하는 미국군은 되레 자기들에게 치명상을 안겨줄 자해적인 대북 전쟁 위협을 그만두고 한반도에서 조용히 퇴각하여 한반도 전쟁 발발 소지를 없애고 긴장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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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1

한호석 소장의 자주민보 기고 100회 기념 특집 대담

자주민보 2014년 0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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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6

왕이-케리 협상 실패, 격화되는 한반도 위기

[한호석의 개벽예감](102)
자주민보 2014년 02월 2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2014년 2월 1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하였다. 양측의 견해차이가 너무 커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왕이-케리 협상의 실패는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대북정권전복음모와 대북핵전쟁연습으로 격화되는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시키려는 중국의 진지한 노력이 막혀버렸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한반도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미증유의 충돌위기로 시시각각 떠밀려가는 중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직설적인 언사를 주고받은 왕이-케리 회담

2014년 2월 12일 <동아일보>가 눈길을 끄는 보도기사를 실었다. 복수의 소식통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그 기사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아주사(亞洲司) 싱하이밍(邪海明) 부사장(副司長)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외교부 실무대표단이 지난 2월 첫째 주에 방북하였다고 한다. 중국 외교부 아주사는 아시아지역 외교사업을 담당하는 곳이며, 아주사 부사장은 남측 정부기관 서열로 따지면 아시아국 부국장이라고 할 수 있다.

북측 언론이나 중국 언론에 나오지 않은 중국 외교부 실무대표단의 방북은 2월 1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날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 출입기자단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중국 외교부 아주사 책임일꾼들이 주조중국대사관과의 내부업무차 방북했는데, 방북기간 중에 조선 외무성 유관부문 일꾼들과 접촉했으며, 중조관계와 조선반도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아주사 소속 관리들이 아시아 수교국들에 주재하는 중국대사관들의 내부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주재국을 방문하는 것은 일상적인 활동이다. 그런데 이번에 방북한 실무대표단은 주조중국대사관의 내부업무를 처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북측 외무성 외교관들을 만나 북중관계와 한반도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는 것이다. 그 실무대표단에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판공실 소속 외교관들이 포함되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주목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방북실무대표단에 포함되어 방북한 조선반도판공실 소속 외교관들이 북측 외무성 소속 외교관들과 만나 한반도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는 사실이다. 중국 외교부의 이러한 이례적인 방북은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중국의 외교행보가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미관계와 관련하여 미국과 남측의 언론들이 쏟아내는 왜곡보도만 읽으면, 요즈음 북미관계에 조성된 적대적 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없게 된다. 북미관계에서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 현상들만 훑어보면 심각성을 알 수 없지만,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북미관계의 적대적 분위기는 미국이 2월 24일부터 대북전쟁연습인 ‘키 리졸브-독수리연습’을 기어이 감행한 것으로 하여 더욱 심각해지고 말았다.

요즈음 북미관계에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적대적 분위기에 매우 민감해진 쪽은 중국이다. 그러므로 북미관계와 관련된 중국의 최근 움직임을 살펴보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John F. Kerry) 미국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진행한 회담이다. 그 두 사람이 회담에서 주고받은 예사롭지 않은 담화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2014년 2월 14일 왕이 외교부장은 베이징을 방문한 케리 국무장관과 회담하면서 “우리는 반도에서 혼란이 발생하거나 전쟁이 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 중국의 태도는 엄숙하고 진지하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케리 국무장관에게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반도의 혼란’이란 미국이 북의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유발하려는 ‘북의 급변사태’를 뜻하고, 그가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반도의 전쟁’이란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의 공중핵타격연습과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으로 격노한 북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전면전을 뜻한다.

원래 중국 외교부장과 미국 국무장관이 만나는 고위급 회담에서는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외교담화를 주고받는 것이 상례인데, 그 날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은 매우 직설적이었다. 그의 직설적 발언을 다시 풀어 쓰면, 미국이 대북정권전복음모를 은밀히 추진하고 대북핵타격연습을 공공연히 감행하면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격화시킨다면 중국은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 않겠노라는 단호한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그 회담에서 케리 국무장관이 통상적인 외교담화를 하고 있던 중에 느닷없이 왕이 외교부장이 위와 같은 직설적 발언을 꺼냈을 리는 없으므로, 케리 국무장관이 왕이 외교부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자극적인 발언을 먼저 꺼내놓았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케리 국무장관의 자극적인 발언이 과연 어떠하였기에 왕이 외교부장이 그처럼 직설적인 발언으로 응수하였는지 알아보려면, 케리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인 2월 13일 윤병세 외무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꺼내놓은 발언을 다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

<AP> 2014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윤병세-케리 공동기자회견에서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은 북을 핵무장국가로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회담을 위한 회담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조선은 비핵화와 관련된 자신의 의무에 관한 협상을 하고 그것을 수행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북이 더욱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더 심각한 안보문제를 발생시키기 미국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을 (중국 방문 중에) 중국 지도자들에게 강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말은 군사행동을 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되었으므로 대북군사행동을 취하겠다는 미국의 전쟁도발의사를 기자회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케리 국무장관의 위험한 발언에서는 전쟁광기가 느껴진다. 내외신 취재기자들 앞에서 그처럼 전쟁도발의사를 드러낸 케리 국무장관이 이튿날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회담에서도 역시 그런 식으로 미국의 대북전쟁도발의사를 드러냈던 것이 분명하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대로, 대북정권전복음모를 은밀히 추진할 뿐 아니라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같은 핵타격수단까지 한반도 중부상공에 불시에 출동시켜 북을 심히 자극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무력충돌위기로 몰아넣은 도발자가 바로 미국인데,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하면서 대북전쟁도발의사까지 드러냈으니, 왕이 외교부장이 어찌 참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왕이-케리 회담은 어디까지나 고위급 외교관들이 만난 자리였으므로, 그 두 사람이 주고받은 직설적인 언사로 잠시 굳어졌던 회담분위기는 이내 풀렸다. <동아일보> 2014년 2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왕이-케리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외교발언을 이렇게 이어갔다고 한다.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평화와 안전을 지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지지한다. 당장 급한 일은 기회를 잡아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당장 급한 일”이라고 하면서 케리 국무장관에게 촉구한 ‘조속한 대화재개’는 6자회담 재개를 뜻한다. 중국은 미국이 대북정권전복음모와 대북핵타격연습에 계속 집착함으로써 극도로 위험해진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하는 방도가 6자회담 재개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여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시키자는 뜻이 담긴 왕이 외교부장의 촉구발언에 대해 케리 국무장관이 어떻게 응수했는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알 수 없으나, 답변이 궁해진 케리 국무장관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대한 그의 ‘엉뚱한 소리’는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북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기 위한 ‘의무’를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들고 나온 ‘북의 의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2014년 1월 29일 서울을 방문 중이던 글린 데이비스(Glyn T. Davies)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의 의무’에 대해 말해주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의 의무’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은 9.19 공동성명에서 이행하기로 북이 동의한 것과 유엔안보리가 북의 핵활동, 미사일활동에 대해 결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들고 나온 ‘북의 의무’라는 것은 북이 핵포기를 단행하고 유엔안보리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들고 나온 ‘북의 의무’는 북에게 굴복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며, 북에게 굴복을 요구하는 것은 회담재개는커녕 북의 대미적개심만 자극하는 도발망언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북의 의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북의 대미적개심만 자극하게 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도발망언을 자꾸 늘어놓는 까닭은 미국에게 6자회담 재개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국은 6자회담에 다시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과 서울에 급파하다

의문이 생긴다. 미국은 왜 6자회담에 다시 나설 수 없는 것일까? 미국과 남측의 언론매체들이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하여 늘어놓은 왜곡보도만 읽으면, 미국이 왜 6자회담에 다시 나설 수 없는지 알 수 없다. 이 문제의 내막을 파악하려면 왕이-케리 회담으로 시야를 다시 돌려야 한다.
<동아일보> 2014년 2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케리 국무장관은 2월 14일 현지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중 양국이 북한 비핵화 촉진과 관련한 서로의 안(案)을 제시했다.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앞으로 수일 간 매우 진지하게 (중국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국무장관의 이 발언에 따르면, 왕이-케리 회담에서 양측은 각자 자기들이 작성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꺼내놓고 협상을 벌였던 것이다.

▲<사진 2> 왕이-케리 협상이 실패한 직후, 다급해진 중국은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과 서울에 급파하였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이 사진은 2014년 2월 18일 평양에서 박의춘 외무상이 류전민 부부장과 상봉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2월 21일 중국 외교부는 류전민 부부장의 남북연쇄방문 의의에 관해 해설한 글에서 2013년에 격화되었던 한반도 전쟁위기가 올해 또 다시 격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2월 24일 미국은 '키 리졸브'라는 이름의 대북전쟁연습을 올해 또 다시 감행하면서 전쟁 의지를 드러냈다.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은 성공하였을까? 극도로 민감한 외교사안이라서 왕이-케리 협상의 결과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측의 견해차가 너무 커서 몇 차례 협상을 벌이다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끝나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 외교부가 류전민(劉進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에 급파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래 케리 국무장관은 2월 14일 취재기자들에게 왕이-케리 협상이 “앞으로 수일 간 매우 진지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그렇게 말했던 날로부터 불과 사흘 만인 2월 17일 류전민 부부장이 갑자기 평양에 나타난 것을 보면, 케리 국무장관이 예상한 것과 달리 왕이-케리 협상이 금방 끝나버린 게 분명하다.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협상이 금방 끝나버린 것은 협상실패를 의미한다.

류전민 부부장은 2월 17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 머물렀는데, 그의 방북에서 몇 가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만일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성공하였다면,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이 아니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가 타결안을 들고 평양에 갔어야 정상이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측 실무책임자는 우다웨이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인데, 그가 평양에 가지 않고, 독자들에게 이름도 낯선 류전민 부부장이 평양에 간 것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실패하였음을 말해준다.

둘째, 만일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성공하였다면, 박의춘 외무상이 아니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 외교부 방북인사를 만났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담당하는 북측 실무책임자는 김계관 제1부상인데, 그가 중국 외교부 방북인사를 만나지 않은 것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실패하였음을 말해준다.

셋째, 2014년 2월 2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기사에서 북측 외무성 대변인은 류전민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 외교부 대표단의 평양방문에 관해 “조중 쌍방은 앞으로도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간략하게 언급하였다. 이 간략한 언급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실패하였음을 암시한다.

주목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실패한 직후 중국 외교부가 신속하게 취한 일련의 행동이다. 미국의 대북핵전쟁연습 강행으로 유발된 한반도 전쟁위기가 지난해처럼 격화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보려던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으나, 협상실패는 그 가느다란 희망의 가닥마저 끊어버렸다. ‘키 리졸브’ 대북전쟁연습을 불과 열흘 앞두고 서둘러 진행한 왕이-케리 협상에서 실패하여 매우 다급해진 중국은 류전민 부부장을 평양과 서울에 급파하여 전쟁위기격화를 예방할 대책을 협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2월 17일부터 20일까지 3박4일 동안 평양에 머물렀던 류전민 부부장은 2월 20일 중국 심양공항에서 곧바로 서울행 항공편으로 갈아타고 서울에 도착하여 2월 22일까지 2박3일 동안 머물렀다. 중국 외교부 고위관리가 이처럼 하루 시차도 두지 않고 평양과 서울을 연쇄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류전민 부부장이 항공편으로 평양을 떠나 중국 심양으로 날아가고 있었던 2월 20일 오전,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각 당사국들이 조선반도의 정세완화국면을 포착하여 융통성과 성의를 발휘하고 실제행동으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왕이-케리 협상은 실패하였으나, 중국은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말이다. 같은 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류전민 부부장은 공항청사에서 <연합뉴스> 취재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어떻게 해서든지 함께 노력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2월 21일 중국 외교부는 자기의 홈페이지에 올린 류전민 부부장의 방남활동을 해설하는 글에서 “류 부부장이 한국측에 과거와 같은 긴장국면이 (조선반도에) 다시 조성되는 것을 반드시 방지해야 한다. 동북아 정세가 매우 복잡하고 조선반도 정세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였다. 중국 외교부가 그 글에서 지적한 “과거와 같은 긴장국면”이란 2013년 1월 초부터 4월 초까지 석 달 동안 미국의 대북적대행위로 격화되었던 한반도 전쟁위기를 뜻한다.

왕이-케리 협상이 실패한 이후 더욱 격화되는 한반도 전쟁위기에 대해 중국만 그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도통신> 2014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낡은 쪽배’도 타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미국, ‘쌍발엔진 쾌속선’ 타고 순항하는 북

2014년 2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은 왜 실패하였을까? 실패원인을 살펴보려면, 중국이 미국에게 어떠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제시하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요미우리신붕> 2013년 1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7개항을 조정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제1항 - 각 참가국들이 6자회담 재개를 동의하고, 9.19 공동성명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
제2항 -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것.
제3항 - 비핵화 과정에서 북의 관심사를 해결할 것.
제4항 - 남측, 미국, 일본이 대북관계를 개선하고, 북의 체제를 전복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명할 것.
제5항 -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
제6항 -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유지하면서 5개의 실무회의를 진행할 것.
제7항 - 6개국 협의를 정례화할 것.

중국은 위에 열거한 7개항이 담긴 조정안에서 명시하지 않았지만, 위의 7개항을 실행에 옮기게 되면, 미국은 각종 대북제재를 전면 철회하지 않을 수 없고, 대북전쟁연습을 영구 중지하지 않을 수 없고, 최종적으로는 주한미국군을 완전 철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은 대북제재의 전면 철회, 대북전쟁연습의 영구 중지, 주한미국군의 완전 철군이라는 말만 들어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대화를 중단시킨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정에서 자기가 이행해야 할 그러한 의무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국은 자기의 의무이행과는 정반대로 대북적대행위를 계속하면서 북미관계를 전면적으로 파탄시켰다. 이를테면,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만 해도, 미국은 유엔안보리까지 사주하여 대북제재를 삼중, 사중으로 추가하였고, 공중핵타격수단들까지 동원하여 대북핵전쟁연습을 더욱 광란적으로 감행하였고, ‘미사일방어’와 ‘순환배치’라는 명목을 내걸고 대북적대무력증강에 열을 올렸다.

만일 미국이 중국의 6자회담 재개요구를 받아들이려면, 미국은 대북제재의 전면 철회, 대북전쟁연습의 영구 중지, 주한미국군의 완전 철군을 결심해야 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런 정책적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서쪽에서 해가 뜨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까닭에, 중국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자고 촉구할 때마다 미국은 ‘북의 의무’를 선행시켜야 한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 <사진 3> 6자회담이 처음 개최된 날로부터 10년이 되는 2013년 9월 18일 중국 외교부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토론회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참석하였다. 그 옆에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의 모습이 보인다. 그 국제토론회에 참석한 김계관 제1부상은 국제토론회 참석을 거부한 미국을 절묘한 쪽배 비유로 조롱하였다. 미국은 6자회담이라는 쪽배에 타지 못한 채 진퇴양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조롱한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은 궁지에 몰린 미국이 중국의 6자회담 재개 요구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은 미국을 이렇게 조롱하였다.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6자회담 개최 10주년을 맞았던 2013년 9월 18일 중국 외교부가 베이징에서 주최한 국제토론회에 참석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취재기자들에게 “6자회담이라는 쪽배를 다시 출항시킬 수 있기 바라며, 우리는 그 쪽배에 먼저 올라가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참가국들도 늦기 전에 이 쪽배에 타기를 바란다”고 말하였던 것이다. 궁지에 몰린 미국에게 던진 이 비유는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하여 진퇴양난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쪽배’에 타는 것을 거부하는 미국을 조롱한 것이다.

만일 미국이 6자회담이라는 ‘쪽배’에 허겁지겁 올라타면 그 ‘쪽배’에 먼저 올라타고 미국이 올라타기를 기다리던 북에게 굴복하여 대북제재의 전면 철회, 대북전쟁연습의 영구 중지, 주한미국군의 완철 철군이라는 북의 세 가지 요구를 모두 들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제국’을 자처하는 미국은 북에게 순순히 굴복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미국은 6자회담이라는 ‘쪽배’에 오르기를 끝내 거부하며 허우적거리는 수밖에 없다.

원래 6자회담은 북이 아니라 미국이 만들어놓은 것인데,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비유에 따르면 미국이 만들어놓은 6자회담은 미국 자신이 올라타지 못할 ‘쪽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6자회담을 왜 그냥 배에 비유하지 않고 하필이면 쪽배에 비유했을까? 6자회담을 쪽배에 빗댄 이 절묘한 비유 속에는 뜻이 담겨 있다.

첫째, 쪽배에 여섯 사람이 모두 타기는 힘들고, 두 사람이 타는 것이 적당하다. 쪽배 비유에 담긴 뜻은 6자회담이 아니라 북미양자회담을 해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쪽배는 물결이 조금만 높게 일어도 뒤집힐 위험이 있으므로, 포구를 떠나 멀리 항해하지 못한다. 쪽배 비유에 담긴 뜻은 6자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며, 쪽배 신세로 전락한 6자회담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는 것이다.  

북은 6자회담이 영원히 끝났다고 이미 오래 전에 선언하였다. 그러므로 북의 시각에서 보면, 6자회담은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라 영원히 끝나버린 것이고 재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늘 중국이 그처럼 영원히 끝나버린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자고 미국에게 촉구하는 까닭은, 6자회담이 성공할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권전복음모와 대북핵전쟁연습으로 더욱 격화되는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조속한 회담재개’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한반도 전쟁위기가 극도로 격화되었던 2013년 3월 말 북이 6자회담이라는 ‘낡은 쪽배’를 버리고 ‘쌍발엔진 쾌속선’으로 갈아탔다는 사실이다.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키는 ‘경핵병진로선’을 비유로 말하면 ‘쌍발엔진 쾌속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북은 경제건설이라는 ‘엔진’과 핵무력건설이라는 ‘엔진’을 양쪽에 장착하고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이라는 항로를 따라 ‘마식령속도’로 순항하는 ‘쌍발엔진 쾌속선‘을 2013년 3월 31일에 출항시킨 것이다. 

오늘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비유로 설명하면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6자회담이라는 ‘낡은 쪽배’에 빨리 올라타야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중국의 진지한 권고마저 거부한 미국은 헤어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몸부림치는 광기를 대북정권전복음모와 대북핵전쟁연습으로 연속 표출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 지난해에 ‘낡은 쪽배’를 버리고 ‘쌍발엔진 쾌속선’으로 갈아탄 북은, ‘낡은 쪽배’에도 올라타지 못한 채 진퇴양난에 빠져 몸부림치다가 기진맥진해지는 미국을 올해 안에 단숨에 제압하려는 기세다.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인민군 야전부대들을 계속 찾아가 전투동원태세를 점검하고 “싸움준비 완성”을 지시한 것은 인민군이 그런 기세로 최후공격명령을 대기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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