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2

현실변화 따라가지 못한 ‘2014 QDR’

[한호석의 개벽예감](104)
자주민보 2014년 03월 1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음을 인정한 ‘QDR 2014’


▲ <사진 1> 지난 3월 4일 미국 국방부는 2014년판 '4개년 국방검토(QDR)'라는 제목의 군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 군사보고서는 조선인민군의 군사력에 대처하지 못하는 미국군의 역량한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미국 안에서도 이번에 발표한 '2014 QDR'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국이 군사패권을 틀어쥐었던 한 시대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다.
지난 3월 4일 미국 국방부는 2014년판 ‘4개년 국방검토(Quadrennial Defense Review)’라는 제목의 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군사보고서를 이 글에서는 ‘국방검토’로 약칭한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군사전략 전반을 논했고, 군사부문 자원투입의 우선순위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라는 이름을 붙인 군사보고서를 4년마다 한 차례씩 발표한다.

미국 국방부가 ‘국방검토’를 4년 만에 다시 펴낸 목적은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국방전략을 제시하고, 세계를 지도하는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합동군사력의 균형을 조절하고, 내부경비지출을 통제하고, 전체 자원군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3대 군사전략을 아래와 같이 논하였다.

첫째, “미국 본토에 대한 (적대세력의) 공격을 억제하고 격퇴하며, (적대세력의) 가능한 공격과 자연재해로부터 오는 영향을 완화하는 ‘미국 본토 방어전략’이다.”

둘째, “지역안보를 유지하고, 적국을 억지하고, 동맹국과 우호국을 지원하고, 안보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세계 안보 유지전략’이다.”

셋째, “적국의 공격을 패퇴시키고, 테러조직을 분쇄, 파괴하고,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를 시행하는 ‘무력 투입 및 결정적 승리의 전략’이다.”

위에 열거한 3대 군사전략에서 주목하는 것은, 현 시기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전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검토’를 읽어보면, 미국 국방부는 군사전략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작전방침에서도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우선시하고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방검토’에 따르면, 현 시기 미국의 3대 작전방침은 아래와 같다.

첫째,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작전방침

둘째, 지속적이고 분배적인 반테러작전을 시행하는 작전방침

셋째, 전진배치 및 교전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적대세력의 공격을 패퇴시키고 동맹국을 지원하는 작전방침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자기의 군사전략 및 작전방침에서 각각 첫 자리에 앉힌 것은,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처음 드러내 보인 변모된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 냉전시기 미국 본토가 소련군의 핵공격을 받을 수 있는 최악의 위협에 대처하여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중시한 바 있었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된 때로부터 23년이 지난 오늘,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 방어문제를 심각하게 다시 거론할 만큼 두려워하는 ‘최대 적수’는 어느 나라일까? 미국 국방부는 외부에 공개하는 문서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 명시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서술하는 관행을 따르는데, 이번에 발표된 ‘국방검토’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미국 국방부는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본토 방어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면서도 미국에게 그처럼 두려운 존재로 부상한 ‘최대 적수’가 어느 나라인지 명시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미국의 본토 방어문제를 거론하는 대목이 아닌 다른 서술부분에서 미국의 ‘최대 적수’가 어느 나라인지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서술부분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북의 장거리미사일과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특히 국제적 의무를 위반하면서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가중되는 위협으로 된다.”

여기 옮겨 적은 위의 문장은 미국 국방부가 북을 미국의 ‘최대 적수’로 여기고 있음을 말해준다. ‘국방검토’에서 미국 국방부는 핵무력을 보유한 북이 미국에게 “직접적이고 가중되는 위협”을 주는 ‘최대 적수’라고 시인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미국 국방부가 4년 전에 펴낸 ‘2010년판 국방검토’에서는 북의 핵무력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국방부는 ‘2010년판 국방검토’에서 한반도 군사상황을 언급하면서 주한미국군과 한미연합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문제만 언급하였을 뿐이다. 그 대목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미국은 지역적 및 세계적 범위에서 방위협력을 위한 장기적 능력을 강화하고, 동맹국의 억지력과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더욱 적합하고 유연한 미국군과 한미연합군의 준비태세를 발전시킬 것이다.” ‘2010년판 국방검토’와 ‘2014년판 국방검토’를 비교해보면, 북의 핵무력으로부터 미국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줄곧 은폐해오던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 펴낸 ‘국방검토’에서 처음으로 그 위협에 대해 언급하였음이 드러난다. 

미국의 정보은폐와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에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북의 핵무력 건설사를 다시 살펴보면,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을 처음 느끼기 시작한 충격시점은 2003년 9월 초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몇몇 자료들을 보면, 2003년 9월 초에 미국은 북이 사거리가 15,000km로 추산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음을 파악하였고, 2003년 9월 9일 북의 건국 55주년 군사행진을 며칠 앞두고 대형트럭에 연결된 차량견인운반대에 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가 실려 있는 모습을 미국군 정찰위성이 촬영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차량견인운반대에 실려 있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는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였다. 이에 관해서는 2013년 10월 1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4대에 걸쳐 진보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3929

이처럼 미국은 이미 2003년 9월 초에 북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찰위성 영상자료를 통해 파악하고 북의 핵무력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였으면서도 그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며 관련 정보를 은폐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뒤에 나온 ‘2014년판 국방검토’에서 미국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은 북의 핵무력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이고 가중되는 위협”이라는 사실을 11년 만에 결국 시인하였던 것이다. 미국은 지난 11년 동안 북의 핵무력을 직접적인 위협요인으로 느껴왔으면서도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북의 핵무력에 관련된 정보를 은폐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은폐술책이 통할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2012년 4월 15일 북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road-mobile ICBM) 화성-13호를 군사행진에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15일 북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13호를 처음 공개하였지만, 그로부터 11년 전인 2003년 9월 초부터 북의 핵무력은 세상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였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 근본적인 변화는 한반도 정세를 뒤바꿔놓은 것이고,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을 뒤바꿔놓은 것이고, 북미관계를 뒤바꿔놓은 것이고, 동북아시아 군사상황을 뒤바꿔놓은 것이다.

11년 시간격차를 두고 각각 등장한 북의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 5기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 6기는 정세와 역량관계에서 발생한 근본적인 변화요인이며, 북의 핵무력 건설은 ‘지각변동’의 마지막 단계다.

북의 핵무력에 의해 이처럼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는데도,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정보은폐와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엄청난 변화충격을 느끼지 못하였다.

 
미국 본토 방어책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2014 QDR’

북의 핵무력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위험으로부터 미국 본토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발표된 ‘국방검토’에 따르면, 미국 본토 방어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다.

그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하여 ‘국방검토’에서 눈길을 끄는 문장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미국은 지상배치 요격체계를 30개에서 44개로 더 늘리고, 감시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본과 협력하여 제2 감시레이더를 일본 영토에 설치하는 중인데, 이것은 북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 및 추적능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 문장만 읽으면, 미국의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제법 위력적인 것처럼 생각되기 쉽고, 미국이 미사일방어력을 꽤 증강시키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 <사진 2> 2013년 1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체를 발사하는 장면이다. 당시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은 이 지상배치 요격미사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인민군 전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막아낼 능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그것은 그냥 말 뿐이다. '2014 QDR'은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을 갖지 못했음을 사실상 시인하였다.     © 자주민보

그러나 미국의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상황을 감시, 추적하는 능력밖에 갖지 못했으며,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처하기 위해 다급하게 요구한 미국 본토 방어책은 없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은 북의 핵무력에 대처하여 미국 본토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싶지만 마련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서둘러 구축한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단 한 발도 막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앞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무용지물이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공중요격실험에서 성공했다고 떠들썩하게 선전해온 미국의 미사일방어력은 원래 그런 수준밖에 안 된다.

위에 인용한 문장은 미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또 다른 문장으로 이어진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처하여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미사일방어체계를 오는 2020년까지 건설할 것이다.” 미국이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낼 지상배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오는 2020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 문장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낼 미국 본토 방어책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인용문도 미국의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20년에 가도 미국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막아낼 미사일방어체계를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20년이 아니라 2120년에 가도 미국은 북의 핵무력에 대처할 미사일방어체계를 끝내 완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대처할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는 동안 북도 그에 대응하여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더 강력한 핵무력을 건설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이 자력갱생의 노력으로 획득한 최신 과학기술성과를 총동원하여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추진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군사기술을 놓고 맞붙은 북과 미국의 사활적인 대결에서 시간은 결코 미국의 편이 아니다.


한반도 전쟁에서 통하지 않을 미국군의 ‘원-플러스 교리’

미국 국방부는 적대세력을 억제하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국방검토’에서 언급하였다. 적대세력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란 적대세력과의 전쟁을 뜻하므로, ‘국방검토’에서 미국 국방부는 그런 경우에 대비한 전쟁교리(war doctrine)를 서술한 것이다. 이번에 ‘국방검토’에 서술된, 미국의 전쟁교리에 관한 두 가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으로 지역의 적대세력을 패퇴시킨다.

둘째, 두 적대세력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경우, 제2 공격자의 목적추구를 저지하거나 또는 그런 공격행위에 따른 엄청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든다.

척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처럼, 위에 인용한 두 가지 서술내용 가운데 첫 번째 것은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에 관한 언급이고, 두 번째 것은 미국의 ‘원-플러스 교리(one-plus doctrine)’에 관한 언급이다.

미국이 말하는 ‘원-플러스 교리’는, 두 지역에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게 된 미국이 한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억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미국은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한다는 이른바 ‘2개 전쟁 교리(two-war doctrine)’를 유지했으나, 2012년 1월 5일에 발표한 ‘미국의 세계 지도력을 유지하며: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라는 문서에서 ‘2개 전쟁 교리’를 포기하였음을 밝힌 바 있다.

2012년에 채택된 ‘원-플러스 교리’에서 말하는 미국의 전면전 교전상대는 북이며,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은 ‘원-플러스 교리’가 상정한 전쟁을 수행하는 작전계획이다. 또한 ‘원-플러스 교리’가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이 북과 전쟁하면서 그와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게 억지하려는 대상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이다. 

그러나 미국이 2012년 1월 5일 공식 발표한 ‘원-플러스 교리’는 그것이 발표된 때로부터 불과 석 달 뒤인 4월 15일에 사실상 무효화되었다. 왜냐하면, 북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무력을 바로 그 날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작전계획 5027’ 자체가 종말을 고하였기 때문이다. 북의 미국 본토 타격력 앞에서 속수무책이 된 미국은 자기의 새로운 전쟁교리마저 효력이 정지되는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를 겪었던 것이다. 

▲ <사진 3> 2014년 1월 29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 후드 군사기지를 민간항공기편으로 출발한 미국 육군 제1대대, 제12기갑연대 병력 800명이 경기도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한 장면이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은 이처럼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 전선에 투입하려는 전쟁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변화된 한반도 군사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전쟁계획이다. 대규모 증원군이 미국 본토에서 출발하기도 전에 한반도 전쟁은 단숨에 끝날 것이다. 미국군은 72시간 안에 끝날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2014 QDR'에서 미국군이 넘지 못할 역량한계를 엿볼 수 있다.     © 자주민보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이 ‘작전계획 5027’에 따라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 전선에 투입하는 시차별 다단계 작전으로 북과 장기총력전을 벌이겠노라고 호언장담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 왜냐하면, 핵무력을 각각 보유한 북과 미국이 전선에서 밀고 밀리며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을 전개하는 식의 장기총력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핵무력을 보유한 두 나라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전쟁을 개시하기 전에, 전쟁징후를 간파한 다른 쪽이 먼저 치명적인 핵공격으로 상대를 굴복시킬 것이므로,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에 따른 장기총력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국방검토’에서 언급한 ‘원-플러스 교리’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원-플러스 교리’는 아직 핵무력을 보유하지 못한 이란이슬람공화국을 미국이 공격하는 페르시아만 전쟁에서는 혹시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핵무력을 보유한 북과 미국이 맞붙을 한반도 전쟁에서는 전혀 통할 수 없다.

북은 핵무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미국만 일찌감치 핵무력을 보유했던 지난 핵무력 불균형 시대에 한반도 전쟁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쟁처럼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으로 밀고 밀리는 장기총력전으로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그것은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쟁이 아닐 것이고 이라크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전쟁은 더욱 아닐 것이다. 만일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이 전개되는 낡은 양상의 장기총력전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 전쟁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선제기습타격으로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함으로써 전쟁피해를 최소화한 가운데 끝나는 전혀 새로운 양상의 초단기속결전일 것이다. 북의 핵무력 보유가 한반도 전쟁양상을 장기총력전에서 초단기속결전으로 전환시켰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에 맞설 새로운 전쟁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미국군이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을 전개하는 ‘원-플러스 교리’와 ‘작전계획 5027’에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군이 지난 2월 24일에 시작하여 오는 4월 18일까지 계속하는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은 ‘원-플러스 교리’와 ‘작전계획 5027’에 따른 대규모의 다단계 작전 시나리오를 시차별로 연습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에 미국군이 핵추진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선제기습타격을 개시하고, 매우 긴 시간에 걸쳐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 전선에 집결시켜 원산만 상륙과 평양 진격을 감행하겠다는 ‘작전계획 5027’로는 인민군의 초단기속결전에 맞설 수 없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전쟁위기를 격화시킨 가운데 미국이 강행하고 있는 ‘키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은, 미국군이 한반도 군사상황의 변화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전쟁전략에 의존하며 역량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동해에서 벌어진 인민군 전략군과 미국 해군의 교전연습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동해에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미국 해군이 선제기습타격과 선별정밀타격을 상정한 치열한 교전연습을 계속하였다. 보도통제로 시야를 차단당한 이 땅의 국민들은 무감각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 교전연습으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는 더욱 격화되었다.

이번에 북은 미국군과 한국군의 대북전쟁연습에 대응하기 위해 인민군 전략군부대들을 동원하여 2월 21일, 2월 27일, 3월 3일, 3월 4일에 방사포와 미사일 같은 강력한 화력타격수단들을 동해로 연속 발사하였다. 인민군 전략군부대들의 화력타격연습에서 나타난 두 가지 양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에 인민군 전략군이 실시한 화력타격연습에서 나타난 특징은, 사전징후를 노출하지 않은 선제기습타격능력이다. <조선일보> 2014년 3월 4일 보도에 따르면, “그 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사전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거나 이동식 발사대가 왕래하는 등 한미정보당국이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과 3일에 이뤄진 발사는 사전징후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인민군 전략군이 사전징후를 노출하지 않는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 군부도 인정하였다. 2014년 3월 6일 미국 국방장관실이 작성하여 연방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관련된 군사 및 안보 상황전개(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에서 북이 “경고를 거의 드러내지 않거나 전혀 드러내지 않고(with little or no warning)”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이것은 인민군 전략군이 사전징후를 노출하지 않는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갖추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 이번에 인민군 전략군이 실시한 화력타격연습에서 나타난 특징은, 타격대상을 선별하여 오차 없이 타격하는 선별정밀타격능력이다. 인민군 전략군은 화력타격연습을 실시하면서,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항행금지구역을 사전에 선포하지 않고 북측 어선들의 해상조업을 통제하였을 뿐이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국군은 인민군 전략군이 방사포와 미사일을 여러 날에 걸쳐 동해로 연속 발사하면서도 항행금지구역을 사전에 선포하지 않은 것이 동해를 지나가는 항공기와 선박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비난하였지만, 인민군 전략군의 해명은 전혀 다르다. 인민군 전략군은 지난 3월 5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로케트 발사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비행궤도와 목표수역에 대한 사전안전대책까지 빈틈없이 세운 데 기초하여 진행된 우리 전략군 화력단위들의 이번 훈련”은 “일찌기 있어 본 적이 없는 최상 수준의 명중확률을 과시”하였으며, “국제항해질서와 생태환경에 사소한 영향도 줌이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위의 두 가지 사실을 생각하면, 인민군 전략군은 선제기습타격능력과 선별정밀타격능력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인다. 지정된 타격대상을 선별적 정밀타격으로 단숨에 제거해야 전쟁피해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므로, 인민군 전략군은 그처럼 선제기습타격과 선별정밀타격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다. 인민군 전략군은 이번에 한미연합군의 대북전쟁연습에 대응한 화력타격연습에서 현대전의 승패를 가를 두 가지 결정적인 작전능력인 선제기습타격능력과 선별정밀타격능력을 과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인민군의 이러한 작전적 의도를 뒤늦게 알게 된 미국군은 태평양잠수함대 소속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USS Columbus)와 7함대 지휘함 블루리지(USS Blue Ridge)호를 지난 3월 3일 오전 부산항에 급파하였다.

▲ <사진 4> 지난 3월 3일 미국 태평양잠수함대 소속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가 한반도에 긴급출동하여 부산항에 정박하는 장면이다. 지난해 3월 22일에는 핵추진잠수함 샤이엔호가 부산항에 출현하였다. 이처럼 미국은 해마다 실시하는 대북전쟁연습에 핵추진잠수함을 동원하고 있는데, 핵추진잠수함을 해마다 한반도 수역에 긴급출동시키는 까닭은 해수면 아래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북을 향해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27일 인민군 반항공군이 발사한 최신형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300km 이상 먼 거리에서 공중격파할 수 있다. 미국 해군 핵추진잠수함의 선제기습타격은 인민군 반항공군의 강력한 방공망을 뚫지 못하는 것이다. 군사전략균형은 미국군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졌다     © 자주민보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부산항에 긴급출동한 콜럼버스호는 만재배수량이 6,927t인 핵추진잠수함이다. 시속 37km로 잠항하는 이 핵추진잠수함은 533mm 어뢰, 사거리 3,100km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사거리 130km 하푼 대함미사일, 기뢰로 무장하였다. 콜럼버스호는 지난 2월 19일 모항인 진주항-힉컴 합동기지(Joint Base Pear-Harbor Hickam)에서 출항하여 동중국해를 돌아다니다가 그 날 부산항에 갑자기 출현하였다.

미국이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를 대북전쟁연습에 급파한 것은, 인민군 전략군의 화력타격연습에 맞서려는 긴급대응조치로 생각된다. 전시에 콜럼버스호는 해수면 아래서 불시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을 시행할 것인데, 이번에 긴급출동은 미국이 북을 겨냥한 선제기습타격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전시에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가 해수면 아래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외기권으로 치솟은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지표면 또는 해수면 위로 일정 고도를 유지하며 수평비행을 하는 순항미사일의 비행속도는 시속 900km밖에 되지 않아 방공망에 걸려 요격당하기 쉬운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최첨단 수준의 지대공미사일로 무장한 인민군 반항공군의 먼 거리 요격을 피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지난 2월 27일 인민군 반항공군이 사거리가 400km인 최신형 지대공미사일 번개-6호 4발을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에서 발사하여 발사원점으로부터 약 300km 떨어진 동해 상공에서 공중이동표적을 격파하였는데, 순항미사일은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도 번개-6호의 요격을 피하지 못한다.

미국군이 인민군의 선제기습타격과 선별정밀타격에 맞설 방도는 핵추진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밖에 없지만,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은 인민군 반항공군의 번개-6호가 구축한 강력한 방공망을 뚫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에 동해에서 벌어진 인민군 전략군과 미국 해군의 교전연습에서 미국 해군이 핵추진잠수함까지 긴급출동시켰는데도 사실상 판정패를 당하였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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