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4

그 길에서 태평양제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50)
자주시보 2019년 06월 0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정면도전 
2. 두 가지 대응전략 서두르는 태평양제국
3. 그 길에서 태평양제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1.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정면도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에 태평양지역의 약소국들을 강점하고 태평양을 불법점거한 대제국이 출현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아메리카합중국이다. 미국은 1854년 3월 31일 페리원정군의 강압외교로 일본의 문호를 개방하고 조약을 맺었고, 1871년 6월 1일 강화도를 침공하였으며, 1893년 1월 17일 하와이왕국을 붕괴시켜 병합하였고, 1898년 12월 10일 필리핀을 식민통치해오던 에스빠냐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빠리조약을 체결하였고, 1902년 7월 2일 필리핀 제1공화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필리핀을 강점하였다. 미국이 태평양 전체를 불법적으로 점거하여 대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자행한 침략전쟁과 식민통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약소국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극과 불행, 고통과 죽음을 들씌웠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인식하면, 1902년 미국의 필리핀 강점으로 완공된 태평양지배체제야말로 침략과 살륙, 억압과 강탈이 뒤엉킨 반인륜적 국가범죄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지구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태평양은 어느 한 나라가 마음대로 소유할 수 없고, 어느 한 나라가 독점적으로 지배해서도 안 된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모든 나라들이 호혜적으로 공유해야 할 공리공영의 태평양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태평양을 불법적으로 점거하였을 뿐 아니라, 불법점거를 국제질서니 지역평화니 하는 말로 정당화, 합리화하면서, 100년이 넘도록 그 대양을 독점적으로 지배해왔다. 

그러나 태평양제국의 운명은 영원무궁한 것이 아니다. 달이 차면, 반드시 기울어지는 것처럼, 태평양제국의 운명도 반드시 기울어지는 법이다. 제국의 흥망성쇠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법칙이 아닌가. 침략과 살육, 억압과 강탈로 약소국들을 무참히 희생시키며 공룡처럼 몸집을 비대하게 키웠던 모든 제국들이 그 법칙에 따라 쇠망과 조락의 길을 걸었다. 이를테면, 지난 20세기 100년의 역사만 살펴봐도, 한때 제국의 위세를 떨치며 군림했던 대영제국, 대청제국, 대로씨야제국, 대일본제국이 흥망성쇠의 법칙에 따라 줄줄이 쇠망, 조락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은 태평양제국이 전신쇠약증에 걸렸다.     

2009년 10월 26일 미국 언론매체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 실린 ‘미국의 쇠락을 보여주는 9가지 징후들’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취업, 경제성장, 빈곤, 교육, 국가경쟁력, 번영, 보건, 인간개발, 생활만족도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다른 나라들에 내주고 뒤로 한참 밀려나는 쇠락징후를 보였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 분석기사는 태평양제국의 전신쇠약증을 사회경제부문에 한정시켰다. 무릇 제국의 몰락징후는 사회경제만이 아니라 정치군사에서도 나타나는 법이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이며 아시아전문가였던 차머스 존슨은 2009년 7월 30일에 발표한 ‘제국을 청산할 세 가지 충분한 이유와 그것을 위한 열 가지 방도’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후 팽창주의, 아프가니스탄전쟁 패전과 그 후과, 해외군사기지들에서 은밀히 자행되는 치욕적인 범죄를 태평양제국이 청산되어야 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 글은 10년 전에 조성된 국제정세를 염두에 두고 쓰인 것이어서,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을 예측하지 못했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전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하는 전쟁국가의 병사들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자기들이 반인륜적인 침략전쟁에 동원되는 줄도 모른 채, 상관의 명령에 따라 전투에 참가하여 죽고 죽인다. 반인륜적인 살륙전이다. 미국은 반인륜적인 살륙전을 도발하여 태평양 전체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그러나 태평양제국의 운명은 영원무궁한 것이 아니다. 성립 후 100여 년이 지난 오늘, 태평양제국은 전신쇠약증에 걸렸다. 태평양제국은 아시아대륙에서 부단히 힘을 키워온 핵강국들로부터 정면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그 정면도전은 2012년에 시작되었다. 태평양제국의 존립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도전은 차머스 존슨이 별세한 때로부터 2년이 지난 2012년에 시작되었다. 태평양제국은 아시아대륙에서 부단히 힘을 키워온 핵강국들로부터 정면도전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정면도전이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정면도전이 2012년에 시작된 것으로 보는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2년 9월 25일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취역하였다. 만재배수량이 58,000톤인 이 항공모함은 함재기 및 헬기 40대, 병력 2,600명을 싣고 항해한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2017년에 취역한 미국의 최신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은 만재배수량이 100,000톤이나 되고, 함재기 75대와 병력 4,300명을 싣고 항해한다고 말하면서, 랴오닝함은 제럴드 포드함에 비해 너무 열세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물량수치만 비교하는 초보적인 평가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물량수치비교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정치군사적 의미는 알지 못한다.    

중국이 사상 처음 항공모함을 보유한 것은, 그 동안 아시아대륙에서 힘을 키워온 그 나라가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정면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1964년 10월 16일 자국의 첫 핵시험으로 태평양제국에 도전하였는데, 2012년 9월 25일에는 자국의 첫 항공모함을 취역시켜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기 시작하였다. 지난날 중국의 핵시험이 중미국교수립을 불러온 요인으로 되었다면, 오늘날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는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된다.  

(2) 중국이 첫 항공모함을 취역시킨 때로부터 약 넉 달이 지난 2013년 2월 12일, 로씨야 공군 소속 뚜뽈레브-95 장거리전략폭격기 두 대가 미국의 서태평양군사전략거점인 괌에 접근하여 주변상공을 돌며 선회비행을 하다가 북쪽으로 사라졌다. 뚜뽈레브-95는, 13km의 고도로 상승하여 재급유를 받지 않고 시속 550km의 비행속도로 15,000km를 날아가는데, 200킬로톤급, 1,000킬로톤급, 3메가톤급 열핵탄두를 각각 장착한 세 종의 순항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1,000킬로톤급 열핵탄두를 장착한 Kh-22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은 미국의 항모타격단을 격침하기 위해 개발된 것인데, 사거리는 600km이며, 비행속도는 마하 4.6으로 엄청나게 빠르다. 이 장거리전략폭격기는 Kh-22 공중발사순항미사일 32발을 실을 수 있다.   

태평양제국이 가장 중시하는 군사전략거점인 괌을 공중발사순항미사일 한 방으로 지도에서 없애버릴 수 있는 로씨야의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가 그 섬의 주변상공에 접근하여 선회비행을 한 것은, 그 동안 유라시아대륙에서 힘을 키워온 로씨야가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정면도전을 시작하였음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3) 중국과 로씨야로부터 정면도전을 받은 태평양제국은 체면이 구겨졌다. 태평양제국은 체면이 구겨진 자기 모습이 친미추종국들의 눈에 나약하게 비칠까봐 은근히 걱정하면서 제국의 힘을 과시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태평양제국은 자기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국과 로씨야의 정면도전을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항행자유작전’이라는 무력도발을 감행하기 시작하였다. 

2015년 10월 25일 태평양제국은 중국의 남태평양 군사기지화를 저지한다는 구실을 내걸고 구축함 래쓴함을 남중국해로 출동시켜 중국에 대한 제1차 ‘항행자유작전’을 감행하였다. 또한 2018년 12월 5일 태평양제국은 로씨야의 태평양 군사활동을 억제한다는 구실을 내걸고 구축함 맥캠벨함을 연해변강 울라지보스또크 근해로 출동시켜 로씨야에 대한 제1차 ‘항행자유작전’을 감행하였다. 중국과 로씨야의 정면도전을 억제하려는 태평양제국의 ‘항행자유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미국 해군 구축함들이 남중국해에 들어가서 이른바 '항행자유작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2015년 10월 25일 첫 '항행자유작전'이 시작되었다. 태평양제국은 중국의 남태평양 군사기지화를 저지한다는 구실을 내걸고 '항행자유작전'으로 중국을 심히 자극하고 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어마어마하게 큰 미국 국기를 구축함에 내걸었는데, 이런 식의 국기게양은 통상적인 항해에서는 볼 수 없는 이례적인 행동이다. 자극을 받은 중국인민해방군이 혹시 자기들에게 기습공격을 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그런 이례적인 행동을 불러왔을 것이다. 2018년 12월 5일 태평양제국은 로씨야의 태평양 군사활동을 억제한다는 구실을 내걸고 울라지보스또크 근해에서 '항행자유작전'을 감행하여 로씨야를 심히 자극하였다. 태평양제국의 '항행자유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4)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국과 로씨야의 정면도전은 날이 갈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고, 그로써 미국-중국-로씨야 삼각관계에서 발생한 정치군사적 대립은 격화되었다. 특히 2017년에는 미국-중국-로씨야 삼각관계에서 새로운 대립양상이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무력대결양상은 중국과 로씨야가 각자 단독군사활동으로 태평양제국에게 도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합동군사활동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방식을 취한 것을 뜻한다. 아시아대륙에서 힘을 키워온 두 핵강국은 2017년부터 군사전략적 협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과 로씨야는 2017년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로씨야 오호쯔끄해에서 해상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였고, 2018년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로씨야의 동씨비리 자바이깔지방에서 연합전투지휘기구의 작전통제 아래 연합군사훈련 ‘동방-2018’을 진행하였으며, 2019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중국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실전급 해상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였다. 

(5) 중국과 로씨야가 군사전략적 협동으로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였던 2017년에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더 위협하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은 1993년부터 장장 25년 동안 태평양제국과 치렬한 핵대결을 벌여오던 조선이 2017년 9월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소형화된 열핵탄두를 기폭하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고,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는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국가핵무력을 마침내 완성한 것이다.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이 가지는 국제정치적 의의는,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국과 로씨야의 정면도전에 신흥핵강국 조선이 가세하였다는데 있다. 불과 몇 달 시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일어난 중국-로씨야의 군사전략적 협동과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은 2017년 이후 태평양제국이 세 핵강국을 상대로 힘겨운 대결을 시작하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중국과 로씨야의 정면도전에 맞서기도 어려운 판이었는데, 신흥핵강국 조선까지 그 판에 가세하였으니, 태평양제국은 극도로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2. 두 가지 대응전략 서두르는 태평양제국

태평양제국이 극도로 곤궁한 처지에 놓인 2017년에 태평양제국에서 뜻밖의 정치이변이 일어났다. 정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좋아하는 재벌총수가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자’는 선동구호를 내걸고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여 2017년 1월 20일 태평양제국의 ‘황제’로 등극했던 것이다.    

핵강국들인 조선, 중국, 로씨야의 정면도전에 맞서야 하는 어렵고도 힘든 과업이 트럼프 대통령의 어깨를 짓눌렀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태평양제국의 존립이 위협받기 시작한 곤궁과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응전략을 서둘렀다. 태평양제국의 대응전략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1) 노후한 핵무력을 현대화하고, 전술핵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새로운 핵전략

태평양제국의 힘은 해군함대에서 나왔다. 태평양제국은 태평양을 휘젓고 다니는 강한 해군력으로 건설되었다.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까지는 그러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사정이 달라졌다. 제2차 세계대전 말, 소련의 홋까이도 점령과 한반도 점령을 크게 우려한 미국은 너무 다급한 김에 아직 기폭시험도 하지 않은 핵폭탄을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하였고, 8월 9일에는 나가사끼에 투하하였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49년 8월 29일 소련은 자국의 첫 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소련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 핵보유국으로 세계무대에 등장하였다. 미국의 핵무력이 소련을 위협한 것만큼, 소련의 핵무력도 미국을 위협하였다. 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소련은 무한정한 핵군비경쟁에 돌입하였다. 그것은 상대국가를 핵공격으로 멸망시킬 이른바 확증파괴의 전략핵무기를 누가 더 많이 보유하는가 하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소모경쟁이었다. 존 케네디 대통령 밑에서 국방장관직을 수행하던 로벗 맥나마라가 천명한 핵전쟁교리에 따르면, 교전상대국 전체 인구의 25%를 살상하고, 산업시설의 50%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를 보유하여야 핵억제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군비경쟁에 빠진 핵강국들은 핵무기개발기술을 고도화시켰다. 소형화, 경량화, 정밀화된 핵탄, 증폭분열탄, 전자기파탄, 중성자탄, 열핵탄이 출현하고, 핵탄두를 장착하는 미사일도 여러 갈래로 발전되어 핵무력의 다종화가 실현되었다. 핵무력의 진화는 교전상대국을 멸망시킬 강력한 확증파괴력을 주장하는 핵전쟁교리를 폐기시켰다.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하기 힘들었던 전략핵무기는 실전에서 재래식 무기와 함께 사용될 수 있는 전술핵무기로 변신하였다. 핵전쟁위험이 그만큼 더 커진 것이다. 그런 위험은 미국과 소련을 핵군비감축으로 떠밀었다. 핵군비감축협정에 따라, 전술핵탄과 중거리 및 단거리탄도미사일이 폐기되었다. 

2016년 10월 8일 로씨야는 발트해 연안에 있는 역외영토인 깔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전진배치하였다고 밝혔다. 이스칸데르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특정목표만 골라서 초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이다. 로씨야의 핵무력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유럽에 B61 핵무기를 전진배치했는데, 1968년에 생산된 B61은 미사일에 장착되는 작고 가벼운 핵탄두가 아니라, 전폭기에 탑재하는 크고 무거운 핵폭탄이다. 미국은 도이췰란드, 이딸리아, 네덜란드, 벨지끄, 뛰르끼에 같은 친미추종국들에 B61 핵폭탄 200여 발을 쌓아놓았다. 하지만, 핵무기고에 보관된 B61 핵폭탄를 꺼내 비밀암호(EAM)를 입력하여 전폭기에 장착한 다음, 전폭기를 출격시켜 적진 상공에서 투하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노후한 핵폭탄을 가지고서는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기습발사하는 로씨야의 핵탄두 장착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도저히 당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실전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낙후된 핵폭탄을 유럽 각지의 핵무기고들에 쌓아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였다. 그로부터 몇 달 뒤, 그를 더욱 경악시킨 일이 일어났는데,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8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는 장면이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 미사일발사통제실(launch control room)이다. 창문이 전혀 없고, 천정이 궁륭식으로 된 것을 보면, 지하시설이 분명하다. 사진에 보이는 왼쪽 구호판에는 "...(로케)트군이 워싱톤을 타격할 데 대한 명령을 충성으로 (받들자)"라는 구호가 쓰여 있고, 오른쪽 직관물에는 "최고사령관 동지 결심하시면 언제든 타격"이라는 구호가 쓰여 있다. 그 구호들은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이 미사일발사통제실에서 통제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사진에 나타난 내부설비들은 미사일발사통제실이 아마도 1980년대쯤 건설되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통제실을 운영해온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날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소에서 포위사격계획을 검토하고 승인하였는데, 그것은 미국이 중시하는 태평양군사전략거점인 괌의 주변수역 동서남북에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하여 포위사격하는 계획이었다.     

2017년 8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이 보고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승인하였다. 그것은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해 괌을 포위사격하는 작전계획이다. 만약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에 고폭탄두를 장착하여 발사하면, 괌의 앤더슨공군기지 안에 있는 어느 특정시설물만 골라서 파괴할 수 있고, 저위력전술핵탄두를 장착하여 발사하면 그 공군기지 활주로는 복구할 수 없을 만큼 대파될 것이다. 그처럼 위협적인 화성-12형 4발이 동시에 괌의 동서남북 주변수역에 떨어지는 경우, 하와이와 괌을 비롯한 태평양작전구역에 분산배치된 미국군 184,460명은 공포에 질려 전의를 상실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그처럼 위협적인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태평양작전구역을 위협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악하였고, 태평양제국이 그런 위협을 받으면서도 그에 맞설 전술핵탄두와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갖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경악하였다. 그래서 그는 전술핵탄두와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핵무력현대화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영국 언론매체 <가디언> 2018년 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핵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조치를 느슨하게 풀고, 트라이던트 미사일에 장착할 신형 저위력핵무기(low-yield nuclear weapon)를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2) 무력을 증강시킨 방패막이를 최전선에 내보내는 군사전략

2017년 3월 22일 일본은 만재배수량이 27,000톤인 헬기항공모함 가가함을 취역시켰다. 가가함에는 작전기 28대, 병력 400명, 적재량 3.5톤급 군용화물차 50대 또는 그에 상당하는 군사장비를 실을 수 있으며, 헬기 5대가 비행갑판에서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다. 가가함과 똑같은 헬기항공모함인 이즈모함은 2015년 3월 25일에 취역했다. 

2018년 12월 18일 아베 총리가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방위계획대강’ 개정안과 ‘방위력정비계획’이 의결되었다. 그 문서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처음으로 항공모함, 스텔스전투기,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보유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런 계획에 따라, 일본은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전투기를 탑재하는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고, 거기에 미국산 스텔스전투기 F-35B 42대를 탑재할 것이고,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장거리순항미사일도 도입할 것이다. 

이런 정황은 일본이 ‘전수방위원칙’을 내던지고 대대적인 무력증강책동에 광분하고 있음을 말해주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일본의 무력증강책동이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조선, 중국, 로씨야의 정면도전에 맞서는 방패막이로 일본을 앞에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을 따르는 추종행동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견지에서 보면, 홋까이도에서 오끼나와까지 길게 내리뻗은 일본렬도는 미국의 태평양작전구역에 대한 조선, 중국, 로씨야의 공격위험을 막아줄 아주 좋은 지전략적 위치(geostrategic position)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조선, 중국, 로씨야로부터 정면도전을 받을수록 그에 대한 방패막이로 일본을 더욱 완강히 붙들어 두게 된다.    

다른 한편, 일본의 견지에서 보면,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이후 70년이 넘는 오랜 기간 태평양제국에게 안보를 위탁해온 나라가 이제 와서 독자로선을 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기의 단독력량만으로는 핵강국들인 조선, 중국, 로씨야에 맞설 수 없기 때문에 태평양제국에게 밀착하는 수밖에 없다. 

2019년 5월 25일부터 3박4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였다. 2019년 3월 19일 일본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나루히또 국왕 즉위식에 미국 대통령을 비롯하여 한국 대통령, 중국 국가주석, 로씨야 대통령, 영국 수상, 프랑스 대통령 등 일본과 국교를 맺은 전 세계 195개 나라의 국가수반을 초대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했는데, 미국 대통령 한 사람만 초대하기로 결정을 바꾼 것이다. 일본이 국왕 즉위식에 다른 나라 국가수반으로서는 미국 대통령 한 사람만 초대한 것은 태평양제국과 제후국이 정치군사동맹을 비상히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사진 4>   

▲ <사진 4> 일본을 국빈방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각각 부인을 대동하고 2019년 5월 28일 요꼬스까 해상자위대기지에 정박한 헬기항공모함 가가함에 올랐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일본 군함에 승선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위의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가함 격납고를 가득 메운 일본해상자위대 장병들과 미국 해군 7함대 장병들 500명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각각 연설에서 미일동맹이 굳건하다고 역설하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에서 드러난 것은, 자기의 존립을 위협하는 조선, 중국, 로씨야의 정면도전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을 방패막이로 앞에 내세우려는 미국의 속셈, 그리고 미국에게 밀착하여 자기의 국가안보를 유지하려는 일본의 속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에서 드러난 것은, 자기의 존립을 위협하는 조선, 중국, 로씨야의 정면도전을 억제하기 위해 제후국을 방패막이로 앞에 내세우려는 제국의 속셈, 그리고 태평양제국에게 밀착하여 자기의 국가안보를 유지하려는 제후국의 속셈이다. 

2019년 5월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요꼬스까 해상자위대기지에 정박한 헬기항공모함 가가함에 올랐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 군함에 오른 것이다. 아베 총리는 가가함 격납고를 가득 메운 해상자위대 장병들과 미국 해군 7함대 장병들 500명 앞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미일 수뇌가 함께 자위대와 미국군을 격려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미일동맹은 나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더없이 굳건해졌다. 우리 두 사람이 가가함에 서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연설에 이어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일본이 레이와 시대(국왕의 즉위로 ‘레이와’라는 새 연호를 쓰는 시대-옮긴이)를 시작하는 이 역사적인 시점에, 우리는 미일동맹과 우리 두 나라의 자유애호인민들의 친선을 축하하고 있다. 우리 두 나라의 무력은 여기에서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함께 훈련하고 함께 활동하고 있다. 매우 특별하다. 사실, 여기는 미국 해군함대와 동맹국 해군함대가 지휘부를 서로 곁에 두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군항이다. 이곳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병사들과 일본 해군병사들은 우리 두 나라의 훌륭한 우호관계가 얼마나 영속적인 힘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3. 그 길에서 태평양제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2019년 5월 4일과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의 신속반응능력을 판정, 검열하기 위한 훈련이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와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각각 진행되었다. 화력타격훈련에 초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새로운 전술탄도미사일이 등장하였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로씨야가 2016년 깔리닌그라드에 전진배치하여 유럽전선을 바짝 긴장시킨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저위력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특정목표만 골라 초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조선의 천하무적 미사일이 등장하였으니 백악관이 술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조선의 천하무적 미사일이 등장한 것을 두고 백악관이 불안과 근심으로 술렁거렸으나, 백악관의 주인은 2019년 5월 25일 일본 도꾜에 도착한 직후 트위터에 “북조선이 작은 무기를 발사하여 우리 사람들 중 몇몇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으나, 난 그렇지 않다”고 썼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작은 무기’는 조선의 새로운 전술탄도미사일이고,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 등 미국의 안보부문 고위관리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새로운 전술탄도미사일이 대수롭지 않은 작은 무기라고 하면서, 자기는 참모들과 달리 조선의 미사일발사훈련 소식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5월 9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현지지도 밑에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진행된 서부전선 화력타격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현장을 촬영한 보도사진들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자행발사대차량의 덮개 반쪽이 열리면서 미사일 탄체가 수직으로 곧추서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사진에 나타난 미사일은 초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새로운 전술탄도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각종 재래식 탄두 또는 저위력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특정목표만 골라 파괴하는 천하무적 미사일이다. 이 위력적인 미사일이 등장한 것을 보고, 백악관은 불안과 근심으로 술렁거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동요하지 않고 태연자약한 것처럼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조선의 새로운 전술탄도미사일은 불규칙한 비행으로 모든 미사일방어망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초정밀타격으로 주한미국군기지들도 파괴할 수 있고, 동해에 출동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도 격침시킬 수 있는 천하무적 미사일이므로, 대수롭지 않은 작은 무기라는 말은 거짓이다. 또한 미국 온라인매체 <봑스>가 2019년 5월 4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조선에서 새로운 전술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이 진행되었다는 긴급보고를 받고 “버럭 화를 냈다(pissed off)”고 하였으니, 미사일발사훈련소식을 듣고 놀라지 않았다고 서술한 것도 역시 거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런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그의 트위터 메시지에 들어있다. 그는 위와 같은 거짓말을 늘어놓고 나서, 이렇게 썼다. “나는 김 위원장이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또한 그가 정신없는 사람 조 바이든을 지능 낮은 사람 또는 그보다 더한 말로 불렀을 때 나는 씩 웃었다. 그건 아마도 내게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위의 인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핵협상이 재개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피력하였고, 대선주자로 나선 자기의 정적 조 바이든에 대한 <조선중앙통신>의 비난기사를 자기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협상재개신호로 여기고 싶은 속마음까지 드러냈다. 이런 정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3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문제와 비핵화를 실현하는 문제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19년 5월 27일 일본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작은 미사일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느냐?”, “북조선이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여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직설적인 질문에 대해 그는 흥미로운 답변으로 응수했다. 

“신경 쓰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측근들은 그것이 위반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나는 다르게 본다. 나는 아마도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칭-옮긴이)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는데, 아마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아는 것은 (그 동안 조선에서) 핵시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발사도 없었고, 장거리미사일 발사도 없었다. 나는 앞으로 우리가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합의에 이를 것으로 생각한다.”    

관측시야를 넓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을 투시보면, 한 가지 사실이 돋보인다. 그것은 그가 태평양제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조선, 중국, 로씨야의 정면도전을 동일한 전략으로 대응하지 않고, 차별적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과 로씨야에게는 대립전략으로 대응하고, 조선에게는 협상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나 뿌찐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위의 인용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중국과 로씨야에 대한 대응전략과 조선에 대한 대응전략 사이에 차별성을 두는 것인가? 의문을 풀어주는 해답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전략에 들어있다. 조선, 중국, 로씨야의 정면도전으로 태평양제국의 존립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무력을 증강시켜 방패막이로 최전선에 내보내면 조선, 중국, 로씨야의 정면도전을 막아내고 태평양제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트럼프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이다. 

태평양제국은 자기의 존립을 위협하는 조선, 중국, 로씨야의 정면도전을 억제하기 위해 태평양작전구역에 해군력과 공군력을 급속히 증강배치하고 있다. 태평양제국은 육군력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은 해군력과 공군력을 중심으로 편성된 미일동맹군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고, 지상군으로 구성된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가치를 경시한다. 트럼프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이 추진될수록, 지상군으로 구성된 주한미국군은 막대한 주둔경비나 소모할 뿐 전략적 가치를 잃게 되고,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도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으나, 각료들의 반대에 부딪혀 몇 차례 열띤 논쟁을 벌였다.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철군의사를 가진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11월 7일부터 8일까지 한국을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사진은 한미동맹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트럼프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은 해군력과 공군력을 중심으로 편성된 미일동맹군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고, 지상군으로 구성된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가치를 경시한다. 트럼프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이 추진될수록, 지상군으로 구성된 주한미국군은 막대한 주둔경비나 소모할 뿐, 전략적 가치를 잃게 되고,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도 사라지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최소화되고, 미일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최대화되는 현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주한미국군 주둔경비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워 주둔경비협상 자체를 깨버리려는 것을 보면, 자신의 철군의사를 버리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위와 같은 정황은 조미핵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8일 윁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의사를 표명하기는커녕, 조선을 심히 자극하는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꺼내놓고 회담을 결렬시켰다. 그런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최소화되고 있는 현실을 알지 못하고, 상황을 오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고 조선식 비핵화 방안을 인정하는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제3차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받아줄 것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려는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정상회담 개최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식 비핵화 방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무턱대고 정상회담 개최만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인 개념만 제시하였을 뿐, 비핵화 방안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문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조선식 비핵화 방안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에 명백히 제시되었다. 2006년 10월 3일에 발표된 조선외무성 성명은 “우리의 최종목표는 조선반도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이다”라고 언명하면서, “우리는 온갖 도전과 난관을 과감하게 뚫고 우리 식대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이라는 결의를 표명하였다.  

13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선외무성 성명을 통해 부쉬 대통령에게 조선식 비핵화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부쉬 대통령은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고 압박소동에나 매달리기에 바빠서 그 성명을 읽어보지도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3년 전에 제시한 비핵화 방안을 일점일획도 변함없이 계승하였다. 위의 성명에 서술된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방안은 조선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리비아식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평화협정체결과 조미관계개선으로 “조미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거하여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식 비핵화 방안과 철군방안을 놓고 대타협을 단행하는 길밖에 없다. 그 길에서 태평양제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