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9

북변의 산골마을에 울리는 열차의 기적소리

[한호석의 개벽예감](342)
자주시보 2019년 04월 0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혜산-만포선이 지나는 산골마을 회중리
2. 현실 속에 존재하는 핵미사일렬차
3. 미국이 두려워하는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
4. 출동명령 대기하는 조선의 핵미사일렬차
5. 마지막 공간이 아직 남아있다


1. 혜산-만포선이 지나는 산골마을 회중리

2019년 4월 1일 미국 국방부는 ‘미국의 핵억제정책’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북조선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능력을 보여준 매우 정교한 여섯 차례의 핵시험과 세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진행하였”고, 그로써 “북조선의 핵능력은 우리 동맹국들과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로씨야와 중국의 핵능력으로) 복잡해진 전략적 환경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였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9년 4월 3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북부사령관 겸 북미주항공우주방어사령관 테런스 오셔너시 공군 대장은 2017년에 조선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수소탄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산하여 실전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에 서술한 두 가지 내용은 조선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와 수소탄시험을 각각 성공적으로 진행한 2017년 이후 조선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평가가 그 이전과 비교하여 완연히 달라졌음을 말해준다. 2017년 이전에 미국 군부는 조선이 미국 동부지역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느니,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재진입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느니 뭐니 떠들면서 제멋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조선의 핵무력을 얕잡아보았었다.  

그러나 2019년 4월 1일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미국의 핵억제정책’이라는 제목의 자료가 명백히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은 미국 군부가 로씨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핵억제정책을 적용하는 나라로 되었다. 그러므로 미국 본토에 전략적 핵위협을 가하는 3대 핵강국은 로씨야, 중국, 조선인 것이다. 2017년 말에 조선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넘어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조선을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있는 핵강국”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런데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강국 조선에게 핵포기를 요구하는 괴이한 외교문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했다. 핵강국에게 핵포기를 요구하다니, 지나가던 소가 들어도 웃음보를 터뜨릴 소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강국 조선이 핵무력을 스스로 포기하고, 핵탄두와 핵물질을 미국에게 넘겨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증에 걸렸다. 과대망상증에 걸린 사람과는 협상을 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대망상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다시 말해서 핵강국 조선에 대한 핵포기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조미정상회담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과대망상증에서 벗어나 판단력을 회복하면, 조선의 비핵화가 로씨야의 비핵화나 중국의 비핵화처럼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대망상증에서 벗어나려면,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핵강국으로 세계무대에 등장한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글에 서술된 내용은 그런 현실들 가운데 한 가지를 말해준다.  

량강도 혜산에서 자강도 만포에 이르는 북부철길구간을 개건, 보수하는 공사가 2017년 10월 중순에 완료되었다. 그 공사는 산이 많은 조선에서도 손꼽히는 험준한 산악지대에 부설된 252km 구간의 철길에 중량레일을 설치하고, 침목을 교체하며, 차굴 76개, 철교 116개, 역 42개소를 개건, 보수하는 매우 방대하고 어려운 공사였다. 혜산-만포 북부철길은 1988년에 개통되었고, 1993년에 전 구간이 전기철도화되었는데, 2011년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혜산-만포선 개건보수공사가 시작되었고, 6년 만에 완공된 것이다. 

그런데 좀 이해하기 힘든 일이 생겼다. 매우 방대하고 어려운 철길개건보수공사를 6년 만에 완료하였으면, 당연히 성대한 준공식이 열렸어야 하는데, 북부철길개건공사준공식이 진행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해하기 힘든 일은 한 가지 더 있다. 1993년에 전 구간이 전기철도화된 혜산-만포선을 개건, 보수하면서 기존 전철설비를 들어내고 비전철화한 것이다. 그로써 혜산-만포선에서는 전기기관차가 아닌 디젤기관차(조선에서는 내연기관차라고 부름)로 열차를 운행하게 되었다. 험준한 산악지대의 철길에는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많기 때문에 디젤기관차보다 힘이 좋은 전기기관차로 열차를 운행하는 법인데, 조선에서 가장 험준한 산악지대에 있는 혜산-만포선에서는 이전에 운행해오던 전기기관차를 내보내고 디젤기관차를 들여왔으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혜산-만포선은 왜 디젤기관차가 운행하는 철길로 바뀐 것일까? 

전국 각지 철길들이 전기철도화된 조선에서 전기기관차를 운행하는 것이 대세이지만, 조선에 디젤기관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선에서 디젤기관차는 군수렬차나 특별렬차를 운행할 때 사용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혜산-만포선이 2017년에 군용철길로 개건되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직전인 2017년 10월 중순 혜산-만포선이 군용철길로 개건된 것은 조선의 핵무력완성과 혜산-만포선 개건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사진 1> 

▲ <사진 1> 서방측 상업위성이 촬영한 이 사진은 2018년 12월 7일 미국 라디오방송 이 보도한 상업위성사진자료다. 이 사진에 나타난 지역은 험준한 산악지대에 있는 자강도 화평군 회중리 일대다. 회중리는 동서남북이 해발고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로 둘러싸였고, 압록강을 사이에 둔 조중국경에서 약 20km 떨어진 북변의 산골마을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위의 위성사진자료에서 지하미사일기지 출입구가 건설되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6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군용철길로 개건된 혜산-만포선이 바로 그 산골마을 회중리를 지난다.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높은 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천연방벽 안에 건설된 회중리 지하요새는 군용철길로 개건된 혜산-만포선에 연결된 대륙간탄도미사일기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 강한 암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밝혀준 것은 뜻밖에도 미국 언론보도였다. 2018년 12월 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과 라디오방송 <NPR>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각각 보도하였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원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조선에 있는 영저리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약 11km 떨어진 회중리 일대에 새로운 지하미사일기지가 건설되었다는 것이다. 회중리 일대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한 미들베리국제연구원 군사전문가는 그곳에서 지하미사일기지 출입구가 건설되는 현장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출입구를 먼저 건설하고, 내부공사를 나중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내부공사를 끝내고 출입구를 맨 나중에 건설하는 법이므로, 회중리 일대에서 출입구건설공사가 진행되는 것은 지하미사일기지가 거의 완료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 출입구건설공사현장이 서방측 상업위성에 촬영된 때가 2018년 12월 5일이었으므로,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오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에 배비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8년 12월 7일 미국 언론보도에 그 이름이 나오기 전에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산골마을 회중리는 어디에 있을까? 조선지도를 펼치면, 자강도 화평군에서 한 개의 점으로 표시된 회중리라는 산골마을을 찾아낼 수 있다. 회중리 일대의 자연지리적 환경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거대한 천연방벽이다. 회중리는 동서남북이 오가산(1119m), 운동산(1334m), 신원봉(1335m), 판자봉(1069m)으로 둘러싸였고, 압록강을 사이에 둔 조중국경에서 약 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북변이다. 놀라운 것은, 6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군용철길로 개건된 혜산-만포선이 바로 그 산골마을 회중리를 지난다는 사실이다. 

위에 서술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면, 앞에서 제기된 의문들이 저절로 풀린다. 해발고가 1000m 이상인 높은 산들로 사방이 둘러싸인 천연방벽 안에 건설된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는 군용철길로 개건된 혜산-만포선에 연결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기지인 것이다. 


2. 현실 속에 존재하는 핵미사일렬차

혜산-만포선과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를 서로 연관시키면, 다음과 같은 가상씨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를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출동시켜 252km 구간의 혜산-만포선 임의의 지점에서, 임의의 시각에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전시핵공격씨나리오다. 물론 이런 핵공격씨나리오는 가상적이지만, 그 가상씨나리오에 등장하는 핵미사일렬차는 가공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한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핵미사일렬차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1)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는 외형과 크기가 화물렬차와 똑같고, 차체도색도 똑같이 했기 때문에 미국 정찰위성과 첩보위성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다. 완벽한 위장술이다. 그에 비해, 차량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대형 발사대차는 외형과 크기가 화물차보다 훨씬 크고, 차체도색도 다르게 했기 때문에, 발사대차가 지하기지에서 출동하여 발사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미국 정찰위성의 추적을 받을 위험이 있다. 전시상황에서 정찰위성의 추적을 따돌린다는 말은 적국의 선제핵공격을 피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선제핵공격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가장 우월한 이동식 핵탄발사체계는 전략잠수함과 핵미사일렬차다. 조선은 전략잠수함과 핵미사일렬차를 모두 보유한 핵강국이다. 

(2) 지난 시기 소련군 전략군이 핵미사일렬차를 실전배치하여 운용하였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련의 핵미사일렬차는 디젤기관차 3량이 끌었다.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너무 무거워 디젤기관차를 3량이나 배치해야 했다. 또한 소련의 핵미사일렬차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각각 1발씩 실은 지붕개폐식 발사차량 3량, 발사통제설비가 설치되고 지휘관과 기술요원들이 탑승한 통제차량 1량, 디젤유와 윤활유를 실은 유류공급차량 1량, 군수물자를 실은 병참차량 1량, 탑승인원들이 28일 동안 먹을 식량을 실은 급식차량 1량, 탑승인원이 교대로 휴식, 취침하는 숙박차량 1량으로 이루어졌다. 지하군사기지를 광대무변한 대평원에 건설할 수 없었던 소련에는 핵미사일렬차가 드나드는 지하미사일기지가 없었기 때문에 핵미사일렬차를 수 천 km 구간의 철도망에서 쉬지 않고 계속 운행하는 식으로 미국 정찰위성과 첩보위성의 추적을 따돌렸다. 그래서 핵미사일렬차에 28일 동안 먹을 식량을 싣고 다니면서 지휘관과 기술요원들이 24시간 열차 안에서 숙식하며 교대근무를 했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들은 1987년부터 2004년까지 소련군 전략군이 실전배치하여 운용한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를 촬영한 것이다. 소련은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10개가 장착된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 세 발을 핵미사일렬차에 탑재하였다. 미국은 소련의 핵미사일렬차를 '죽음의 열차' 또는 '유령렬차'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 소련은 핵미사일렬차 12대를 운용하였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된 후 로씨야는 2007년에 핵미사일렬차를 폐차하였다. 위의 사진은 열핵탄두와 핵심부품들이 제거된 핵미사일렬차가 철도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된 것을 촬영한 것이다. 로씨야는 우월한 핵탄발사체계인 신형 핵미사일렬차를 다시 만들려는 5개년 개발사업에 착수하였지만, 경제난에 발목이 잡혀 긴축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 와중에 로씨야의 핵미사일렬차 개발사업도 중단되고 말았다.     

(3) 핵미사일렬차에 탑재된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냉발사체계(cold-launch system)에서 발사되는 고체연료미사일이다. 열발사체계(hot-launch system)에서 발사되는 액체연료미사일은 발사되는 순간 엄청난 화염과 폭풍이 일어나기 때문에 열차에서 발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했더라도 냉발사체계를 만들지 못하면, 핵미사일렬차를 만들지 못한다.  

(4)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출동한 핵미사일렬차가 임의의 지점에서 정차하면, 개폐식 지붕이 열리고, 열차 안에 눕혀진 원통형 발사관이 유압장치에 의해 수직으로 세워지고, 원통형 발사관에서 원형덮개가 열리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원통형 발사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밖으로 튀어 오른다. 냉발사체계 고압가스발생기가 분출하는 고압가스에 의해 원통형 발사관에서 사출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20m 정도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뒤에 점화되고, 각도를 이리저리 꺾어가며 비행궤도에 곧바로 진입해 목표물을 향해 탄도비행을 시작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육중한 하중과 발사후폭풍에 견딜 든든한 중량차체를 만드는 기술과 냉발사체계를 만드는 기술만 있으면, 핵미사일렬차를 만들 수 있다. 조선은 중량차체제작기술과 냉발사체계제작기술을 이미 가졌으므로, 핵미사일렬차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로 되지 않았다.  

(5) 핵미사일렬차에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전투부에는 핵탄두가 아니라 메가톤급 열핵탄두(수소탄두)가 장착된다. 거기에 장착되는 열핵탄두는 여러 개의 타격목표를 향해 제각기 날아가는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다. 그러므로 핵미사일렬차를 만들려면,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를 만들어야 한다. 조선은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를 제작하는 기술을 이미 가졌으므로, 핵미사일렬차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로 되지 않았다.    

(6) 대형 발사대차는 차량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한 발밖에 싣지 못하지만, 핵미사일렬차는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 발이나 실을 수 있다. 핵미사일렬차는 위장술이나 미사일탑재능력에서 발사대차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   


3. 미국이 두려워하는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

지난 시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미사일렬차를 실전배치하여 운용한 나라는 소련이다. 소련군 전략군은 몰로데쯔라고 부른 핵미사일렬차를 1987년에 실전배치하여 2004년까지 운용하였다.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에는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10개가 전투부에 들어간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차량마다 한 발씩 모두 세 발 실렸다. 그러므로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 한 대는 각기 다른 타격목표를 향해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3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초강력한 핵탄발사체계였다. 만일 열핵탄두 30발을 맞으면, 미국은 완전히 멸망하게 된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미국에게 몰로데쯔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몰로데쯔를 ‘죽음의 열차’ 또는 ‘유령렬차’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 당시 소련군 전략군은 핵미사일렬차 12대를 실전배치하여 운용하였다. 소련군 전략군은 대평원에 펼쳐진 광활한 철도망에 200개소의 발사지점을 설치하였다. 당시 소련의 핵미사일렬차는 임의의 지점에 정차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고, 지정된 200개소의 발사지점에 정차하여 발사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소련의 광활한 전기철도망에서 전선을 철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련의 핵미사일렬차가 전기철도화된 철길을 달리다가 지정된 발사지점에 정차하면, 철길 옆에 설치된 특수장치가 평시에 전기기관차 운행에 사용되는 철길 위의 전선을 옆으로 밀어놓은 뒤에, 원통형 발사관을 수직으로 세우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정찰위성과 첩보위성이 지정된 발사지점 200개소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면, 소련의 핵미사일렬차가 추적당할 위험이 있었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조선은 전기철도화된 혜산-만포선을 비전철화함으로써 지난 시기 소련의 핵미사일렬차가 지녔던 취약성을 완전히 극복하였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된 후, 로씨야는 미국과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를 2007년에 폐차하였다. 핵미사일렬차 12대 가운데 2대가 열핵탄두와 핵심부품들이 제거된 채 살아남아 쌍끄뜨뻬쩨르부르그에 있는 철도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되었다.

그러나 핵미사일렬차가 가장 우월한 핵탄발사체계라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로씨야는 핵미사일렬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2014년에 로씨야는 바르꾸진이라고 불리는 신형 핵미사일렬차를 제작하기 위한 5개년 개발사업에 착수하였다. 당시 로씨야가 개발하기 시작한 핵미사일렬차 바르꾸진에는 2010년부터 생산되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RS-24 야르스가 탑재될 예정이었다. 바르꾸진 설계를 맡은 모스크바열공학연구소는 전술핵폭탄이 몇 백 m 밖에서 터져도 견딜 수 있는 세계 최강의 방탄-방충격-방화염차체로 핵미사일렬차를 설계하였다. 로씨야는 올해 2019년까지 핵미사일렬차 바르꾸진 개발사업을 완료하기로 예정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조치와 국제석유가격 하락으로 악화된 경제난이 로씨야의 발목을 잡았다. 경제난을 겪는 로씨야는 신형 무장장비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10만톤급 핵추진 항공모함 개발사업을 경항공모함 개발사업으로 대체하였고, 2,300대를 생산하려던 차세대 주력전차 아르마타를 100대만 생산하기로 대폭 감축하는 등 무장장비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긴축조치를 취했는데, 그 와중에 휩쓸린 핵미사일렬차 개발사업은 2017년 12월에 중단되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중국의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전략군 병사들이 핵미사일렬차 앞에 도열한 장면이다. 이 사진을 보면, 중국의 지하미사일기지에 철길이 복선으로 깔렸고, 핵미사일렬차가 원통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련의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2015년 12월 5일 중국은 핵미사일렬차에서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하였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둥펑-14는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10~12개를 장착한 초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중국의 핵미사일렬차에는 둥펑-14가 세 발씩 탑재된다. 만일 중국이 핵미사일렬차에 실린 메가톤급 열핵탄두 30발을 미국 본토를 향해 모두 발사하면, 미국은 완전히 멸망하게 될 것이다. 핵미사일렬차는 상상을 초월하는 초강력한 전략무기다.     

경제난에 발목이 잡힌 로씨야는 핵미사일렬차개발사업을 중단하였지만, 로씨야의 뒤를 이어 핵미사일렬차 개발에 뛰어든 중국은 자기의 개발사업을 중단 없이 밀고나갔다. 미국 중앙정보국 정보자료를 인용한 온라인매체 <워싱턴자유횃불> 2015년 12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2월 5일 중국은 핵미사일렬차에서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하였다고 한다. 둥펑-41은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10~12개를 장착한 초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2015년 12월 31일 중국 국방부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는 <워싱턴자유횃불>의 보도내용을 확인하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 중국은 핵미사일렬차를 실전배치하여 운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4. 출동명령 대기하는 조선의 핵미사일렬차

조선에서는 핵미사일렬차를 어떻게 개발하였을까?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조선에서 핵미사일렬차가 개발되었음을 뚜렷이 말해주고 있다.

(1) 2017년 2월 12일과 5월 22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중거리전략미사일 북극성-2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조선에서 전략미사일이라고 하면, 핵탄두 또는 열핵탄두(수소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을 뜻한다. 조선의 전략미사일 동체에는 일련번호가 쓰여 있는데, 일련번호 앞에 적혀있는 ‘ㅈ’은 전략미사일을 표시한 것이다. 핵탄두 또는 열핵탄두가 장착된 신형 중거리전략미사일 북극성-2형은 원통형 발사관에서 냉발사체계로 발사되는 고체연료미사일이다. 조선이 100% 자체기술로 개발한 고체연료미사일을 ‘북극성-2’라고 부르지 않고, ‘북극성-2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고체연료미사일이 몇 가지 서로 다른 유형으로 개발되었음을 말해준다. 

2017년 2월 12일과 5월 22일에 각각 시험발사된 북극성-2형은 무한궤도식 발사대차(조선에서는 리대식 발사대차라고 부름)에 실린 원통형 발사관에서 발사되었다. 그런데 북극성-2형 중거리전략미사일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와 지름이 너무 커서 무한궤도식 발사대차에 어울리지 않는다. 발사현장을 촬영한 보도사진을 보면, 무한궤도식 발사대차 앞뒤로 원통형 발사관이 길게 나와 있어서 매우 불균형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북극형-2형 중거리전략미사일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이 무한궤도식 발사대차가 아니라 핵미사일렬차에 탑재될 수 있게 설계, 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북극형-2형은 핵미사일렬차에서 발사되는 열차발사식 중거리전략미사일인 것이다. 
   
(2) 탄체길이가 12m인 북극형-2형 중거리전략미사일은 2단형으로 설계되었는데, 핵미사일렬차에 실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탄체길이가 20m 정도 되어야 하며, 3단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미 10여 년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 밑에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3단형으로 설계하여 제작하였던 조선이 핵미사일렬차에 탑재할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5월 22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북극성-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두 번째로 시험발사하는 장면이다. 탄체길이가 12m인 북극성-2형은 원통형 발사관에서 발사되는 2단형 고체연료미사일이다. 무한궤도식 발사대차가 원통형 발사관을 수직으로 세우고, 원형덮개를 열고, 북극성-2형을 발사하는 순간, 원통형 발사관에 설치된 냉발사체계의 고압가스발생기가 분출하는 고압가스에 의해 북극성-2형이 위쪽으로 사출된다. 사출된 북극성-2형은 20m 정도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뒤에 점화되고, 각도를 이리저리 꺾어가며 비행궤도에 곧바로 진입해 타격목표를 향해 탄도비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3) 2017년 4월 15일 평양에서 성대하게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여러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조선이 실명과 실물을 모두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3과 화성-15인데, 그날 열병식에는 실물은 공개하였으면서도 실명은 공개하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등장하였고, 실명과 실물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처음 보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등장하였다. 그날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태백산’이라는 차종명칭이 차체 앞부분에 선명하게 새겨진 7축14륜 발사대차에 실려 있었다. 7축14륜 발사대차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직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이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북극성 계렬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화성 계렬은 발사판 위에 수직으로 세워놓고 발사하는 액체연료미사일이고, 북극성 계렬은 냉발사체계로 작동되는 원통형 발사관에서 사출되는 고체연료미사일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이 북극성-2형이므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북극성-3형이 아닐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열병식에 나타난 7축14륜 발사대차에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이 실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차량발사식과 열차발사식으로 각각 제작되는 것이므로,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발사대차가 있으면,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도 당연히 있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이 실전배치한 최신형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차량발사식 유형과 열차발사식 유형으로 각각 제작되었고, 따라서 둥펑-41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발사대차도 있고, 둥펑-41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면, 7축14륜 발사대차에 실은 원통형 발사관과 똑같이 생긴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핵미사일열차가 조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을 싣고 등장한 7축14륜 발사대차들이 행진하는 장면이다. 사진에 나타난 원통형 발사관에는 북극성-3형이라고 불리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에 나타난 원통형 발사관은 7축14륜 발사대차에 실렸지만, 그와 똑같은 원통형 발사관은 핵미사일렬차에도 실린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둥펑-41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발사대차도 있고, 둥펑-41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도 있다. 조선도 그와 마찬가지로 원통형 발사관을 발사대차와 핵미사일렬차에 각각 탑재한다.     

(4) 2017년 7월 26일 조선의 온라인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세계가 예상하는 조미대결전의 승자’라는 제목의 영상편집물을 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선의 지하요새 출입구를 촬영한 사진 두 장이 그 영상편집물에 들어있었다. 출입구에 설치된,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미닫이식 강철차폐문이 전기장치로 움직이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이다. 한 눈에 봐도, 매우 견고한 방탄-방충격-방화염시설이 분명하고, 미국의 지하관통폭탄으로 파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요새로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하요새 안으로 두 줄기 강철궤도가 나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속의 지하요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들어있는 원통형 발사관을 탑재한 핵미사일렬차가 드나드는 지하미사일기지인 것이다. 지하요새 출입구를 보여주는 두 장의 사진은 조선이 핵미사일렬차를 실전배치하였음을 세상에 알렸다. <사진 6>   

▲ <사진 6> 위의 두 사진은 2017년 7월 26일 조선의 온라인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에 실린 '세계가 예상하는 조미대결전의 승자'라는 제목의 영상편집물에 나오는, 조선의 지하요새 출입구를 촬영한 것이다. 출입구에 설치된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미닫이식 강철차폐문이 전기장치로 움직이는데, 매우 견고한 방탄-방충격-방화염시설이 분명하다. 조선 각지에 건설된 지하요새들은 통신설비, 전력공급시설, 조명설비, 급수시설, 환기시설, 방습시설을 완비하였다. 조선의 지하요새는 미국의 지하관통폭탄으로 파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진에 보이는 지하요새 안으로 두 줄기 강철궤도가 나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하요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핵미사일렬차가 드나드는 지하미사일기지인 것이다.     

(5) 조선이 북극성 계렬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세상에 공개한 때로부터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조선은 북극성 계렬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핵미사일렬차를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에 실전배치해놓고 혜산-만포선에서 몇 차례 시험운행을 하였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18년 한 해 동안 혜산-만포선에서 핵미사일렬차의 기적소리를 울리며 몇 차례 시험운행을 진행하고, 성능을 판정하였지만, 외형과 크기가 화물렬차와 똑같고 차체도색도 똑같기 때문에, 미국의 첩보위성은 전혀 포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지난해에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핵무력완성의 력사적 대업을 성취한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세상에 선포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포한 국가핵무력완성의 의미는 2017년에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와 수소탄시험에서 성공한 것으로만 좁혀서 이해될 수 없다. 국가핵무력완성의 의미는 핵탄발사체계인 핵미사일렬차와 전략잠수함을 완성하였다는 뜻으로도 이해된다. 핵강국들이 보유한 4대 핵전략자산을 손꼽으면 핵미사일렬차, 전략잠수함, 장거리전략폭격기, 핵추진 항공모함인데, 장거리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은 광활한 영공과 영해를 가진 대국에게 필요하고, 다른 나라를 들이치는 침략전쟁에 동원되는 핵전략자산이므로, 영공과 영해가 좁은 조선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있는 핵강국”인 조선은 침략적 핵전략자산을 보유하지 않는다. 조선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설 자위적 핵전략자산이다. 오늘도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출동명령을 대기하고 있는 핵미사일렬차가 바로 그런 자위적 핵전략자산이다. (조선의 자위적 핵전략자산인 전략잠수함에 관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우리 공화국은 마침내 그 어떤 힘으로도, 그 무엇으로써도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쟁억제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가의 핵무력은 미국의 그 어떤 핵위협도 분쇄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됩니다.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라고 단언하였다. 조선이 2017년에 자위적 핵전략자산들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열핵탄두, 핵미사일렬차, 전략잠수함을 모두 완성하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그처럼 확신성 있게 단언할 수 있었다.  


5. 마지막 공간이 아직 남아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사용한 표현을 빌리면, 조선의 핵미사일렬차는 “전체 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바라던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이다. 그런데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만들어낸” 자위적 핵전략자산을 폐기하고, 핵탄두를 떼어내어 미국에 넘기라고 요구하였다. 이것은 핵무기개발을 포기하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허황된 감언이설로 리비아의 핵개발사업을 중단시키고, 핵개발장치를 미국 본토로 반출해가고, 화학무기를 폐기시켜 무장해제를 하였을 뿐 아니라, 리비아에게 약속했던 제재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되레 반란군을 사주하여 가다피 정권을 전복시킨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을 조선에게 적용해보겠다는 소리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불법무도한 폭언이며 조선에 대한 모욕으로 들린다. 

2019년 4월 6일 일본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포기 제안을 듣고 “얼굴을 붉히면서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고 그 요구를 즉각 거부하였다고 한다. 그 자리가 외교발언이 오가는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제력을 발휘하여 그 정도의 거부발언으로 끝냈지만, 만일 정상회담이 아니었더라면 격노하였을 것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조선에게서 “평화수호의 보검을 빼앗으려는 날강도 미제의 우두머리”로 보일 것이니, 어찌 격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07년 5월 17일 남북철도련결구간에서 열차시험운행을 하기 위해 남하한 북측 디젤기관차와 열차를 촬영한 것이다. 조선에서는 디젤기관차라고 하지 않고 내연기관차라고 한다. 사진 속의 디젤기관차 앞에 '내연 602'라는 표시판이 붙어있다. 조선의 핵미사일렬차도 위의 사진에 나타난 일반열차와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조선의 핵미사일렬차는 미국의 핵위협을 분쇄하고, 미국의 모험적 무력도발을 제압하는 가장 강력한 자위적 핵억제력을 발휘한다. 조선은 2017년에 자위적 핵전략자산들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열핵탄두, 핵미사일렬차, 전략잠수함을 모두 완성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세상에 선포하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만들어낸 자위적 핵전략자산을 폐기하고, 핵탄두를 떼어내 미국에 넘기라는 강도적 요구를 제기하였다. 이것은 미국이 선호한다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리비아식 해법은 불법무도한 제국의 망상이다. 불법무도한 제국에게 불의 징벌을 예고하는 듯, 열차는 오늘도 혜산-만포선에서 기적소리 울린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리비아식 해법을 제안한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만일 그런 사실이 조선에 알려지면, 분노한 조선인민군과 조선인민들 속에서 반트럼프 감정이 폭발하여 “날강도 트럼프놈을 핵으로 응징하자”는 과격한 요구가 빗발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조선이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제2차 조미핵대결을 벌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이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제2차 조미핵대결을 벌일 때가 아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무도한 리비아식 해법에 끝내 매달린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2차 조미핵대결 이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겠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충격을 주어 불법무도한 리비아식 해법을 포기하게 만드는 마지막 선택공간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선은 그 마지막 선택공간에 집중되고 있다. 불법무도한 제국에게 불의 징벌을 예고하는 듯, 열차는 오늘도 혜산-만포선에서 기적소리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