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4

핵제국의 밀사는 평양에서 무슨 말을 들었나?

[한호석의 개벽예감](296)
자주시보 2018년 04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핵제국의 밀사는 어떻게 평양에 가게 되었나?
2.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백악관에 스며들다
3. 평양에서 한미동맹파기요구를 받은 핵제국의 밀사
4. 미국은 정보전과 두뇌전에서 패하고 있다


1. 핵제국의 밀사는 어떻게 평양에 가게 되었나?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극적인 사변으로 한반도 정세가 또 다시 요동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로 평양에 파견된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중앙정보국장을 접견하였다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은 2018년 4월 17일 <워싱턴포스트> 단독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국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았다는 사실을 트위터에서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4월 17일 단독보도에서 팜페오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envoy)로 평양을 방문했다고 서술했지만,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극비리에 방문하였으므로 밀사(secret envoy)라고 서술해야 옳다. 

특사파견과 밀사파견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 차이를 간과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파견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다. 수교국에는 특사를 공개적으로 파견하고, 미수교국에는 밀사를 극비리에 파견하는 것은 외교관례다. 미국이 건국 이래 오늘까지 242년 동안 대통령의 특사를 동맹국 또는 수교국에 보낸 경우는 흔하지만, 미수교국에 밀사를 보낸 경우는 한 차례밖에 없었다. 1971년 7월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대통령이 자기 심복인 헨리 키씬저(Henry H. Kissinger) 국가안보보좌관을 중국 베이징에 밀사로 보낸 것이다. 키씬저 밀사는 1971년 7월 9일부터 11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면서 미중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국면을 열어놓은 바 있다. 47년 전 닉슨 대통령의 밀사로 베이징을 방문했던 키씬저, 그래서 누구보다 밀사파견의 의미를 잘 아는 키씬저, 그런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동안 몇 차례 조미외교문제를 조언했을 뿐 아니라, <뉴욕타임스> 2018년 3월 19일부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미정상회담계획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파견이 키씬저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이 오래된 흑백사진은 1971년 7월 9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닉슨 대통령의 밀사로 베이징에 파견된 헨리 키씬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키씬저 밀사는 1971년 7월 9일부터 11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렀다. 키씬저 밀사는 닉슨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베이징을 또 다시 방문하였다. 누구보다 밀사파견의 의미를 잘 아는 키씬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동안 몇 차례 조미외교문제를 조언했을 뿐 아니라, 얼마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미정상회담계획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밀사를 평양에 파견한 것이 키씬저의 조언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47년 전 저우언라이-키씬저 회담에서 해결된 문제는 베트남전쟁 종식과 대만 주둔 미국군 철수였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키씬저의 조언을 듣고 팜페오 밀사를 평양에 보낸 것은, 6.25전쟁을 종식시키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중대문제를 해결할 의사를 내비친 것이 아닐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팜페오 밀사가 평양에 파견된 것은 키씬저 밀사가 베이징에 파견된 때로부터 꼭 47년 만에 일어난, 미국 역사상 두 번째 밀사파견이다. 1971년 당시 중국은 미국의 미수교국이었지만, 오늘 조선은 미국과 정전상태에 있는 적국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적국에 밀사를 파견한 것이다. 

47년 전 키씬저 밀사는 중간기착지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극비리에 베이징으로 직행했었는데, 이번에 팜페오 밀사는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있는 엘먼도프공군기지에서 특별기에 급유를 받고 북태평양 상공과 동해 상공으로 이어지는 긴 항로를 따라 평양으로 직행했다. 그래서 핵제국의 밀사가 평양을 다녀온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밀사 한 사람만 평양에 보내지 않았다. 대조선심층정보를 잘 아는 관료와 통역관이 팜페오 밀사와 동행했다. <월스트릿저널> 2018년 4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팜페오 밀사의 평양파견에 코리아임무쎈터(Korea Mission Center) 요원들이 동행했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는 팜페오 국장의 지시로 2017년 5월에 결성된, 대조선정보활동을 전담하는 특수조직이다. 미국에서 대조선심층정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코리아임무쎈터(Korea Mission Center) 책임자 김성현(앤드루 김)이므로, 이번에 그가 팜페오 밀사와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핵제국의 밀사파견은 극비리에 진행된 것이어서 그 내막이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런 까닭에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수박 겉핥기식 보도나 엉터리 추측보도만 내돌렸다. 하지만 핵제국의 밀사파견보다 더 극적인 사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제국의 밀사파견보다 더 극적인 사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이다. 미국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파견에만 시선을 고정했으나, 관측시야를 넓혀 조선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이라는 더 극적인 사변이 보인다. 이 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파견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이라는 두 측면을 통전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집필한 것이다.    

핵제국의 밀사파견소식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워싱턴포스트> 2018년 4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그 소식을 알려준 정보누설자는 팜페오 밀사의 평양파견에 관해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두 사람”이라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부문 고위관리 두 사람인 듯하다. 그 정보누설자 두 사람은 밀사파견소식을 <워싱턴포스트>에 알려주면서 말을 매우 아꼈지만, 그들이 전해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정보누설자들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직후에(soon after)” 밀사파견준비에 착수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장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날은 2018년 3월 13일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앙정보국과 조선 정찰총국 사이의 “비공개연락통로(back-channel communication)”를 통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기사가 나온 날은 2018년 3월 16일이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4일 또는 15일에 밀사파견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8일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개최제안을 듣고, 즉석에서 황급히 수락한 날로부터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밀사파견을 다급하게 준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조미정상회담을 다급하게 준비한 것만 봐도, 그가 조미정상회담에 얼마나 목을 매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여 미국의 국가안보가 파탄에 빠지고 말았으니,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그처럼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다. 

관측시야를 좀 더 넓히면,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 보인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파탄에서 벗어나려고 허둥지둥 다급한데, 그와 대조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1차 조중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조미정상회담, 제2차 조중정상회담, 조러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현란한 외교지략을 펼치며 엄청난 정세격변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대조적인 모습은 다가오는 조미정상회담이 누구의 지략에 따라 진행되고 결속될 것인지를 예고해준다. 

(2)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14일 또는 15일에 밀사파견준비에 착수하였고, 조미비공개연락통로를 통해 팜페오 밀사를 평양에 보내겠다고 조선에 알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파견통보를 받은 날은 3월 18일 또는 19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2> 

▲ <사진 2>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14일 또는 15일에 밀사파견준비에 착수하였고, 조미비공개연락통로를 통해 팜페오 밀사를 평양에 보내겠다고 조선에 알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파견통보를 받은 날은 3월 18일 또는 19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밀사파견통보를 받은 즉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방문과 조중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의하여 성사시켰다. 두 초대국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비범한 외교지략이 아닐 수 없다. 위의 사진은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2018년 4월 2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다. 그 회의에서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북부핵시험장을 폐쇄한다고 명시한 결정서가 채택되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조선의 핵동결조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적 선제공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은 전격적인 조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을 비공식방문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3월 26일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환영연회에서 연설하면서 “오늘 우리는 전례 없이 격변하고 있는 조선반도의 새로운 정세 속에서 ... 중화인민공화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하였습니다”라고 하면서,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 짧은 기간 동안 우리들의 방문이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기울인 “지성과 극진한 배려”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였다. 

위에 열거한 일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파견통보를 받은 직후, 시진핑 주석에게 전격적으로 중국방문을 제의하여 조중정상회담을 성사시켰음을 알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방문제의를 받고 불과 1주일 만에 급하게 조중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였다.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 두 초대국을 한꺼번에 자신의 전략구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외교지략을 펼치고 있다. 
   
(3) 정보누설자들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팜페오 밀사는 “지난 부활절 주말(Easter weekend)”에 평양을 “극비방문(top-secret visit)”하였다고 한다. 미국에서 기독교 명절로 지키는 부활절은 올해 4월 1일 일요일이었으므로, 팜페오 밀사는 3월 31일 평양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4월 1일 평양을 떠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월 31일 오후에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을 비공식방문하였으므로, 중국방문을 마친 날로부터 불과 사흘 뒤에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를 평양에서 접견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장소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접견실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외부인이 일절 출입할 수 없었던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방북특사단을 3월 5일에 접견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파견한 팜페오 밀사를 3월 31일에 접견하였으며, 시진핑 주석이 파견한 쑹타오(宋濤) 특사를 4월 14일과 17일에 접견하였다. 

(4) 정보누설자들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밀사를 평양에 파견한 것은 “북조선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해” 논의하게 될 조미정상회담준비를 위한 “기초를 놓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파견은 조미정상회담준비사업이었다. 

어느 나라나 국가수반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는 경우 친서 또는 구두친서를 상대쪽 국가수반에게 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외교관례다. 지난 시기 미국 대통령들이 특사를 평양에 파견할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 또는 구두친서를 전하였다. 친서를 전하러 가지 않으면, 특사파견이라고 할 수 없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욱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파탄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미정상회담준비사업의 일환으로 팜페오 밀사를 파견하였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가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3월 31일 오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접견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견한 팜페오 밀사를 접견하면서, 그가 올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할 미국의 요구조건들에 관한 설명을 들었고,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조선의 요구조건들을 밀사에게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2.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백악관에 스며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나눈 담화내용은 비밀이므로 알 길이 없지만, 미국 언론매체들의 보도내용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다.

2018년 4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을 뜻함 - 옮긴이)이 매우 부드럽게 진행되었고, 좋은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과 담화가 “부드럽게 진행되었다”고 지적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조선의 요구조건들과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밀사를 통해 제시한 미국의 요구조건들이 대립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으로 “(조선과 미국 사이에) 좋은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지적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그가 팜페오 국장으로부터 밀사임무수행에 관한 보고를 받고 조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낙관하였다는 뜻이다. 

프랑스 통신사 <AFP> 2018년 4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 당일 플로리다주 팜 비취에 있는 마러라고 휴양소에서 아베 신조(安培 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하는 중에 워싱턴과 평양이 그 동안 “매우 높은 급에서 접촉해왔다”고 밝히면서, “세계 문제(조선의 핵문제를 뜻함 - 옮긴이)를 해결할 큰 기회가 왔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선의(goodwill)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면서 “(조미)정상회담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 우리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 아주 열심히 하겠다”고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이 발언도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2018년 4월 17일과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를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취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마러라고 휴양소로 초청하였다. 위의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아베 총리 부부가 만찬탁에 앉아 환담하는 장면이다. 아베 총리가 미일정상회담계획을 일본 당정협의회에서 밝힌 날은 2018년 4월 2일이었는데,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평양에서 접견한지 이틀 뒤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아베 정상회담이 열렸던 4월 17일 오찬석상에서 팜페오 밀사의 평양파견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런 정황은 일본 안에서는 심각한 비리사건에 휘말려 정치생명이 위태로와졌고, 일본 밖에서는 미국의 조미정상회담추진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충격을 받은 아베 총리의 침울한 심사를 달래주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 부부를 마러라고 휴양지로 급히 초청한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플로리다에서 아열대 바람이나 쐬면서 침울한 심사를 달래볼까 하는 심정을 안고 마러라고 휴양지로 달려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접한 치즈버거를 먹으며 그와 함께 골프나 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빈 손으로 도꾜에 돌아갔다. 원래 위로연에는 먹을거리는 별로 없고, 말만 풍성한 법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 4월 18일 미국 <PBS> 방송 대담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빅토리아 코우츠(Victoria Coates)는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팜페오 국장의 매우 건설적인 회담(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을 뜻함 - 옮긴이)이 진행된 조건에서, 지금 북조선이 보여주는 분위기는 매우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도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말해주는 것이다.  

2018년 4월 12일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한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조선 지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들을 적절하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미국과 전 세계가 절실히 요구하는 외교적 결과를 달성하는 길을 내올 수 있으리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12일 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고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담화를 나눈 그가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조미정상회담에 대해 낙관한다고 말한 것을 무심히 들을 수 없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심복들은 이번에 밀사를 파견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자기들의 비핵화요구가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조미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미정상회담은 그들의 요구에 따라, 그들의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요구조건들이 합의되겠지만, 그보다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하는 더 중대한 요구조건들이 더 많이 합의될 것이다. 왜냐하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매우 유리한 협상위치에 올라서게 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불리한 협상위치에 내려앉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매체들도 그렇게 예견하고 있다. 이를테면, <뉴욕타임스>는 2018년 4월 21일 보도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담한 조치(audacious moves)들”을 먼저 취하여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고지(diplomatic high ground)”를 차지하였다고 논평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대담한 조치들이란 2018년 4월 20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주재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에 명시된 조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북부핵시험장을 폐쇄하는 핵동결조치를 뜻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핵동결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하여 ‘평화적인 선제공격’을 개시하였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동결조치에 상응하여 대조선제재조치를 해제해야 할 판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적인 선제공격’을 받고 완전히 수세에 몰린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3. 평양에서 한미동맹파기요구를 받은 핵제국의 밀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조선의 요구조건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밀사를 파견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시한 미국의 요구조건들은 무엇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밀사를 통해 서로 교환한 중대한 요구조건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2018년 4월 12일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한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잇장 이상의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말했다. 이것은 그가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으면서 확인한 것이다. 그가 언급한 “종잇장”이란 조선과 미국이 체결하게 될 협정문을 뜻하는 말이고, 그가 언급한 “종잇장 이상의 것”이란 미국이 조선의 요구에 따라 행동으로 이행하게 될 중대조치를 뜻하는 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잇장(협정문) 이상의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팜페오 국장의 예상발언이 무슨 뜻인지 파악하려면, 조미정상회담준비상황에 대해 아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단독보도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소식통들이 <한겨레>에 전해준 정보는 “최근 북미접촉에서”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한 다섯 가지 요구조건들에 관한 것인데, “최근 북미접촉”이란 2018년 3월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것을 뜻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섯 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그 보도기사에 열거된 다섯 가지 요구조건들은 “미국 핵전략자산 한국에서 철수, 한미연합훈련 때 핵전략자산 전개 중지, 재래식 및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북미수교”다. 

대북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일본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에게 “단계적 비핵화”를 실행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3월 26일 조중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에게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밀사접견과 조중정상회담에서 각각 언급한 단계적 조치들은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요구조건들과 일치한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이행해야 할 다섯 단계 조치를 제시한 것이다. 

나는 2018년 4월 16일 <자주시보>에 실린 “상황이 복잡해도, 그 날은 온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위에 열거한 다섯 단계 조치를 상론한 바 있는데, 그 다섯 단계 조치를 타결되는 순서에 따라 배열하면 다음과 같다.  

제1단계 - 미국이 재래식 및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증하는 조치
제2단계 - 조선과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조치 
제3단계 - 미국이 한미합동전쟁연습을 영구중지하는 조치
제4단계 - 미국이 한국에 배치된 핵전략자산을 철수하는 조치
제5단계 - 조선과 미국이 국교를 수립하는 조치 

타결순서에 따라 배열한 다섯 단계 조치들 가운데서 제1단계의 불가침협정과 제2단계의 평화협정은 종잇장(협정문)으로 공약하는 조치들이고, 제3단계의 한미합동전쟁연습 영구중지, 제4단계의 한국에서 핵전략자산철수, 제5단계의 조미국교수립은 미국이 행동으로 이행해야 할 조치, 곧 종잇장(협정문) 이상의 조치들이다. 미국이 변심하는 경우 언제라도 파기될, 그야말로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 불가침협정과 평화협정만 믿고 조선이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허망한 기대는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4월 12일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한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이 발언하는 장면이다. 그는 발언에서 두 가지 중요한 정보를 언급하였다. 하나는 조미정상회담을 낙관하는 자신의 전망을 언급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잇장 이상의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지난 시기 다른 나라들과 맺은 국제협정들이나 국제조약들을 수없이 뒤집거나 파기하거나 위반해온 미국이 조선과 불가침협정,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해도 언제 변심하여 그것을 파기할지 아무도 모른다. 미국은 1953년 7월 27일 조선과 정전협정을 체결한 직후, 그 협정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 협정에서 금지한 주한미국군 무력을 대폭 증강시킴으로써, 협정위반을 버젓이 자행하였다. 미국이 변심하는 경우 언제라도 파기될, 그야말로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 불가침협정과 평화협정을 믿고 조선이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허망한 기대는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합동전쟁연습을 영구히 중지하고, 한국에서 핵전략자산을 철수하는 단계적 조치를 제시한 것인데, 바로 이 두 단계의 조치들이 한미동맹을 파기하는 혁명적인 조치들이라는 점이다. 한미합동전쟁연습 영구중지와 핵전략자산철수는 주한미국군의 존재이유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이고, 주한미국군철수는 곧 한미동맹파기인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이 2018년 4월 12일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언급한,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종잇장 이상의 것”은 한미동맹파기를 뜻하는 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제 명료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동맹파기를 요구하였으므로, 앞으로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파기를 정식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 명료해졌다. 

한미동맹을 파기하는 것은 한반도를 비동맹화하는 혁명적인 조치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상응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취해야 할 조치는 한미동맹을 파기하는 ‘조선반도의 비동맹화’인 것이다. 조선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조선반도의 비동맹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전략이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한미동맹이 파기되어 한반도의 비동맹화가 실현되면, 동맹군은 불가피하게, 자동적으로 철수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비동맹화는 주한미국군철수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주한미국군철수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국군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전략에 대해 알지 못하고 떠드는 소리다. 


4. 미국은 정보전과 두뇌전에서 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은 고도로 긴장된 협상이며 동시에 치열한 정보전, 두뇌전이다. 그러므로 정상회담 상대국에 대한 심층정보가 없으면, 두뇌전에서 패하고 협상에서 뒤로 밀리게 된다. 특히 적대관계에 있는 조선과 미국이 진행하게 될 정상회담은 단계적인 비동맹화와 단계적인 비핵화를 일괄타결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회담이므로, 조미정상회담이야말로 정보전, 두뇌전의 승패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처럼 조미정상회담의 성패문제가 정보전, 두뇌전의 승패에 달려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책임자인 국무장관에게 조미정상회담준비를 맡기지 않고, 정보책임자인 중앙정보국장에게 조미정상회담준비를 맡겼다. 

일본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기관 코리아임무쎈터 소속 요원들이 2018년 3월부터 일본 내각정보조사실을 빈번히 드나들고 있으며, 내각정보조사실 고위간부가 미국에 가서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을 만났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팜페오 국장은 한국 국가정보원의 협조는 물론이고, 일본 내각정보조사실의 협조까지 받으면서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정보전, 두뇌전에 전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정보전에서 직면한 핵심문제는 조선의 핵시설 및 핵무기에 관한 정보, 다시 말해서 대조선핵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중앙정보국은 390여 개의 크고 작은 핵시설들이 꽉 들어차 있는 평안북도 녕변핵시설단지를 첩보위성으로 줄곧 감시하면서도 그 방대한 규모의 핵시설단지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첩보위성으로는 지붕만 내려다볼 수 있으므로, 지붕 아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상업위성이 촬영한 평안북도 녕변핵시설단지 위성사진이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첩보위성으로 촬영한, 해상도가 높은 위성사진은 이보다 더 세밀하고, 명료할 것이다.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에 있는 사각형 건물은 흑연감속로가 설치된 오래된 핵시설이고, 왼쪽에 보이는 큰 구면체를 지붕에 얹은 직사각형 건물은 시험용 경수로가 설치된 새로운 핵시설이다. 이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녕변핵시설단지에는 390여 개의 크고 작은 핵시설들이 꽉 들어차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그처럼 방대한 규모의 핵시설단지를 첩보위성으로 줄곧 감시한다고 하지만, 그 핵시설단지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첩보위성으로는 지붕만 내려다볼 수 있으므로, 지붕 아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더욱이 미국 중앙정보국은 조선에 지하핵시설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한 채, 의심의 눈동자만 굴리고 있으며, 조선의 핵전략자산이 얼마나 많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런 한심한 정보력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정보전에서 조선에게 패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백악관도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두뇌전에서 조선에게 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더욱이 미국 중앙정보국이 첩보위성으로 감시하는 대상은 녕변핵시설단지에 국한되어 있다. 그들은 조선에 다른 지하핵시설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한 채, 의심의 눈동자만 굴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감시대상국들 가운데 하나인 시리아에서 그들의 허술하고 빈약한 정보력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국제테러집단을 진압하겠다는 명목으로 미국군을 시리아에 주둔시키고 있고, 얼마 전에는 반란군이 자행한 화학무기공격을 시리아 정부군의 짓이라고 뒤집어씌우고 그것을 구실로 얼마 전 시리아에 순항미사일공격까지 감행했지만, 미국 중앙정보국은 시리아의 화학무기생산시설이 어디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허술한 정보력을 가진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선의 핵시설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선의 핵전략자산이 얼마나 많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워싱턴포스트>는 2017년 8월 8일 분석기사에서 2017년 7월 28일에 작성된 미국 정보기관의 최신 정보평가자료를 인용하여 조선이 보유한 핵탄두가 최대 60발에 이른다고 보도하였는데, 이것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선의 핵탄두 수량을 최대 60발로 추정하였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런 정보평가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유추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가지고 있는 그런 수준의 대조선핵정보는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백악관의 두뇌전에서 결정적인 제약요인으로 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미국 중앙정보국은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정보전에서, 그리고 백악관은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두뇌전에서 각각 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가오는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사를 밝히면, 정상회담 이후 진행될 후속실무회담에서 조선은 핵전략자산정보를 제시하고, 그 정보에 의거한 단계적 비핵화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게 되면 정보전과 두뇌전에서 패한 미국은 조선이 제시하게 될 핵전략자산정보와 단계적 비핵화방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예컨대, 조선이 실제로는 핵동결과 부분적인 비핵화만 실행하고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했다고 발표해도, 조선의 핵전략자산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미국은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정보가 없으므로 검증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백악관이 그동안 입버릇처럼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떠들어온 것은 미국의 허술한 정보력으로는 영원히 붙잡지 못할 신기루를 쫓아다닌 허망한 짓이었다. 그래서 익명의 미국 정부 고위관리는 <뉴욕타임스> 2018년 4월 21일부 기사에서 그처럼 허망한 짓을 거듭해오는 미국이 조선이 설치한 “동결의 덫(freeze trap)”에 걸리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지만,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다. 

반면에, 조선은 조미정상회담 및 후속실무회담을 착실히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파견에 대해 아는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한 <CNN> 2018년 4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팜페오 밀사는 조선이 조미정상회담을 “잘 준비하였다(well prepared)”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팜페오 밀사의 그 말을 들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놓을 제의를 훤히 꿰뚫고 있으며, 그 제의들에 대한 대응조치들을 철저히 준비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회담쌍방의 사정을 살펴보면, 조미정상회담과 후속실무회담이 각각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견할 수 있다. 정보전과 두뇌전에서 패한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신기루를 열심히 쫓아다니다가 “동결의 덫”에 걸려들 것이고, 정보전과 두뇌전에서 승리한 조선은 조미정상회담과 후속실무회담을 자기의 회담전략에 따라 주도하며, 미국을 돌이킬 수 없는 한미동맹파기로 끌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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