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20

오슬로 조미회담과 트럼프의 조선정책기조

[한호석의 개벽예감](254)
자주시보 2017년 06월 1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트럼프는 왜 조선정책기조 결정을 뒤로 미루었을까?
2.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오슬로 조미회담
3. 트럼프가 직접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4개항
4. 핵동결은 선결조건이 아니라 최종목표다
5. “핵공포에 덜덜 떠는 아메리카제국을 굴복시켜라”


1. 트럼프는 왜 조선정책기조 결정을 뒤로 미루었을까?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월 2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백악관에 들어간 날로부터 며칠 뒤 국가안보관리들에게 조선정책기조 권고안 목록을 작성하여 자신에게 제출하라고 지시하였다. 권고안 목록이라는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이 각자 생각하는 여러 가지 정책방침들을 단문으로 간략하게 서술하여 문헌목록처럼 죽 열거한 문서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그런 긴급지시를 내린 것은 그가 조미핵대결이 격화되는 현 정세를 얼마나 심각하게 대하고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로이터통신> 2017년 4월 2일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조선정책기조 권고안 목록을 마침내 완성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근 2개월에 걸쳐 진행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권고안 목록이 4월 초에 완성되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을 받아보고 그 가운데서 몇 가지 방침을 선정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조선정책기조로 확정될 판이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이 촉박한 시간에 쫒기며 근 2개월에 걸쳐 작업을 진행한 끝에 작성한 조선정책기조 권고안 목록을 받아놓고서도, 결정을 차일피일 뒤로 미루었다. 2017년 6월 12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미국 국방장관은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조선의 핵무기프로그램이 “가장 절박하고, 위태로운 위협(the most urgent and dangerous threat)”이라고 지적하였는데, 그런 불안과 공포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체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만사를 제쳐놓고 가장 먼저 처리해도 시원치 않을 조선정책기조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5월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려놓은 글이다. 미국 언론매체들을 불신하는 그는 트위터를 사용하여 자기 주장을 직접 전파하는 선전선동술에 열중한다. 위의 트위터 메시지는 조선이 당일 오전 5시 38분 강원도 원산 인근 갈마반도 끝에서 초정밀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동해에 띄워놓은 표적을 7m 편차로 명중시킨 소식을 듣고 발신한 것이다. 그 트위터 메시지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북조선은 또 다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조선의 이웃나라인 중국에게 큰 결례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애쓰고 있다"는 문장이다. 동해 '코리아작전구역'에 전진배치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초정밀탄도미사일로 타격하기 위해 조선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는데, 그것을 두고 중국에게 결례를 보였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지난 5월 9일 오슬로 조미회담이 원만히 진행되었고,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1일경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으나, 조선이 미사일발사를 계속 강행하자, 조선의 초정밀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국과 결부시키는 억지논리를 편 것으로 생각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정책기조 결정을 한 달 넘게 차일피일 미뤄오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지난 5월 11일부터 12일 사이에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일피일 미뤄오던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다는 사실은 지난 5월 25일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었던 한국 국회의원 세 사람이 워싱턴 주재 한국 언론 특파원들에게 알려준 중요한 정보다. 당시 한국 국회의원 세 사람은 미국 국무부에서 조섭 윤 조선정책특별대표를 면담한 뒤에 워싱턴 주재 한국 언론 특파원들과 만났는데, 국민의당 김관영 국회의원은 자기들이 조섭 윤 조선정책특별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 보름 전에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백악관에 들어간 직후부터 조선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급박하다고 재촉하더니, 정작 4월 초에 조선정책기조 권고안 목록을 받아놓고서도 왜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한 달 넘게 뒤로 미룬 것일까?


2.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오슬로 조미회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기 직전인 2017년 5월 9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조미회담이 진행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조미회담이다. 그런데 오슬로 조미회담과 같은 시점에 오슬로 반관반민대화도 진행되었다. 오슬로 반관반민대화는 최선희 조선 외무성 미국국장과 미국 민간정책연구기관인 새로운미국재단(New America Foundation) 쑤잰 디매지오(Suzanne DiMaggio) 국장을 비롯한 양측 대표단 사이에서 진행된 비공식대화였고, 오슬로 조미회담은 최선희 조선 외무성 미국국장과 조섭 윤 미국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 사이에서 진행된 비공개회담이었다.

오슬로 조미회담에 관한 보안이 얼마나 철저했는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반관반민대화만 진행된 줄 알았다. 오슬로 조미회담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그 회담이 열렸던 날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6월 13일 쌔라 헉커비 쌘더스(Sarah Huckabee Sanders) 백악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조선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되었던 아토 웜비어(Otto Warmbier) 석방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조섭 윤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지난 5월 9일 오슬로에서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을 만났다고 밝혔던 것이다. 쌘더스 대변인은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웜비어 석방문제만 논의된 것처럼 말했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양측 대표들은 여러 가지 조미현안들을 논의하였는데, 웜비어 석방문제는 그 현안들 가운데 하나였다.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5월 12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나온 최선희 조선 외무성 미국국장이 평양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출국장을 걸어가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사람이 최선희 국장이다. 최선희 국장은 2017년 5월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조미회담에 조선측 협상대표로 파견되었다. 베이징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마주친 취재기자의 질문에 최선희 국장은 "여건이 되면 트럼프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오슬로 조미회담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음을 암시한다. 오슬로 조미회담에 파견된 조선측 협상대표와 미국측 협상대표가 조선이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조미현안들을 원만히 논의하였기 때문에 조선에서 체제전복죄로 실형을 살고 있었던 웜비어가 석방되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웜비어 석방문제는 미국 국무부가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조선 외무성에게 정중히 요청하는 형식으로 논의되었지만, 조선에서 체제전복죄를 저질렀다가 15년형을 받고 수감된 미국인을 구출하는 책임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를 석방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최선희 국장에게는 그 요청에 즉답을 줄만한 결정권이 없었다. 그래서 <뉴시스> 2017년 6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최선희 국장은 평양에 주재하는 스웨덴 외교관이 웜비어를 면회할 수 있도록 선처하겠다는 답변만 주었을 뿐이다. <사진 2>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어떤 중요한 문제가 논의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오슬로 조미회담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므로, 그 회담에서 어떤 현안들이 논의되었는가 하는 문제도 당연히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이 웜비어를 돌려보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들어준 것을 보면, 오슬로 조미회담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이 분명하다. 오슬로 조미회담을 마치고 2017년 5월 12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타려던 최선희 국장은 취재기자의 질문에 “여건이 되면 트럼프 미국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체제전복죄로 실형을 받은 수감자를 석방하는 조치는 어느 나라에서나 최고지도자의 사면령으로 실행되는 법이다. 사면문제에 관한 한, 조선도 예외가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에서 체제전복죄를 저지르다가 체포되어 15년형을 받은 웜비어를 사면하였고, 조선의 사법기관은 그를 석방하여 지난 6월 13일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웜비어의 사면, 석방, 송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일 오슬로 조미회담에 파견된 미국측 협상대표가 회담 중에 조선이 납득할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석방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조선측 협상대표와 미국측 협상대표가 조선이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조미현안들을 원만히 논의하였기 때문에 웜비어가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선과 미국 사이에 제기된 가장 중대하고, 시급한 현안은 조미핵대결을 언제,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현안은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슬로 조미회담에 협상대표를 파견한 목적은 조선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가능성을 타진하였다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넘게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어오던 조선정책기조를 실현할 가능성을 타진하였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조선정책기조의 실현가능성을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타진한 뒤에 한 달 넘게 미뤄오던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국가안보가 파탄되느냐 유지되느냐 하는 사상 최대 국가안보문제가 조선정책기조에 걸려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책기조를 결정하는 문제를 그처럼 신중하게 처리하였던 것이다. 


3. 트럼프가 직접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4개항

트럼프 대통령이 오슬로 조미회담에 파견한 조섭 윤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는 지난 5월 25일 국무부를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 세 사람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조선정책기조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섭 윤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자신을 만난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말해준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정책기조는 아래와 같이 네 가지 정책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2)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
(3)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4)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정책목표를 읽으면서 누구나 직감하게 되는 것은, 그 정책목표들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전에 오바마 행정부도 위와 똑같거나 유사한 정책목표들을 내걸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전철을 답습하려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능력이 백치 수준이 아니라면, 실패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리 없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정책목표들은 복잡하고, 중대하고, 민감한 내용을 대폭 생략한 단문으로 서술되었다. 그러므로 생략된 내용을 되살려내어야 단문 뒤에 존재하는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조선정책기조 제1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조선이 핵시험을 진행할 때마다 이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상투적으로 꺼내놓은 말이다. 전혀 새롭지 않아 진부한 느낌마저 주는 상투적인 발언내용이 왜 가장 중시되어야 할 조선정책기조 제1항에 올라가 있는 것일까?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장에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생략되었다. 그 문장에서 생략된 내용을 되살려내 다시 읽으면, 조선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핵보유국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얼핏 똑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제1항의 속뜻을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핵보유국은 공인 핵보유국이고,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는 핵보유국은 비공인 핵보유국이다. 공인 핵보유국과 비공인 핵보유국을 가르는 판별기준은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여부다.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공인 핵보유국들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이고,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된 나라들은 조선, 인도, 파키스탄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핵보유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논외로 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비공인 핵보유국들인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불간섭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그 두 나라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면, 미국은 조선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선정책기조 제1항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불간섭 정책을 추구하게 된다는 속뜻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미국 대통령들처럼 조선의 비핵화를 조선정책기조로 정했다면, 조선정책기조 제1항에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게 아니라, 조선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으며, 조선의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명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비핵화를 추구하지 않는 불간섭 정책을 새로운 조선정책기조로 결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길이가 24m, 지름이 1.9m, 사거리가 12,000km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하여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에서 사출되는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준비공정이 매우 간단하여, 언제든지 명령만 내리면 즉시 발사위치로 이동하여 발사될 수 있다. 조선이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33분 뒤에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조선이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할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핵무장을 완성하였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무장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자신이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제1항에서 조선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불간섭 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미핵대결은 그렇게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인도와 파키스탄이 비공인 핵보유국들이라고 해서, 미국이 그 두 나라를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한 적은 없다. 비공인이라는 것은 공식적인 인정행위 자체를 배제하는 개념이므로, 미국이 조선을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선에게도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조미정책기조 제1항에 따르면, 조미핵대결은 곧 끝나게 되어 있다.

미국의 이전 행정부들이 지난 24년 동안 제1국정과제로 추구했던 조선의 비핵화를 트럼프 행정부가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다면, 조미핵대결이 격화되어 폭발임계점에 이른 오늘의 조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뒤집어놓을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비핵화를 포기한 새로운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한 것은 지난 시기 조선에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집요하게 요구하며 온갖 적대행위를 계속했던 미국이 결국 전략적으로 완패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난 24년 동안 치열하게 전개되어온 조미핵대결은 바로 그렇게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가고 있다.

둘째, 조선정책기조 제2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 인용문에서 구분한 것처럼 제재와 압박을 구태여 구분한다면, 제재라는 것은 경제제재를 뜻하고, 압박이라는 것은 정치모략과 군사압박을 뜻한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조선에게 들이대는 경제제재, 정치모략, 군사압박이 모두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이 낳아놓은 직접적인 산물이며, 조선의 정권붕괴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미국이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목적은 조선의 비핵화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조선의 비핵화는 조선의 정권붕괴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셋째, 조선정책기조 제3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권교체란 반미자주정권을 친미예속정권으로 교체시킨다는 뜻이므로, 정권교체는 정권붕괴와 같은 말이다. 그러므로 조선정책기조 제3항에서 미국이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 정치모략, 군사압박을 중지한다는 뜻이며, 정권붕괴를 노리는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한다는 뜻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4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주재 각국 대사 15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오찬을 베풀면서 담화하는 장면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유엔안보리가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에 앉은 여성이 니키 헤릴리 유엔주재미국대사이고, 트럼프 대통령 왼쪽에 앉은 남성은 류지이 유엔주재중국대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주재 각국 대사들에게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을 꺼내놓았을 때는 그가 조선정책기조를 결정하기 전이다. 2017년 5월 11일경 그가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제3항은 미국이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 정치모략, 군사압박을 중지한다는 뜻이며, 정권붕괴를 노리는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한다는 뜻이다. 물론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에 대한 경제제재, 정치모략, 군사압박을 계속하겠지만,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렇게 놓고 보면, 조선정책기조 제2항과 제3항은 상호모순된다. 제2항은 대조선적대정책을 계속한다는 뜻을 내포하였고, 제3항은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한다는 뜻을 내포하였으니, 이거야말로 모순이 아닌가. 
이런 모순현상과 관련하여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 파견한 홍석현 특사를 지난 5월 18일 국무부 청사에서 접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의 정권교체도 추구하지 않고, 조선을 침략하지도 않고, 조선의 체제를 보장하겠으니 “(조선은) 우리를 한 번 믿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그 발언은, 그 발언시점으로부터 약 1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제3항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7년 6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6월 13일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미국이 조선에게 원유, 석유 같은 필수품 공급을 불허하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다른 나라와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극단적인 경제제재로 조선의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조선정책기조 중에서 제2항과 제3항이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틸러슨 국무장관이 홍석현 특사 앞에서 꺼내놓은 발언과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꺼내놓은 발언도 서로 모순된다.  
왜 이런 모순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현재진행형 서술과 미래지향형 서술을 구분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제2항은 지금 어떤 행동을 실행하는 중이라는 현재진행형 서술이고, “조선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제3항은 앞으로 어떤 행동을 실행할 것이라는 미래지향형 서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조선에게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중이지만, 앞으로 외교적 해법으로 정세가 바뀌면 제재와 압박을 중단하고 조선의 정권교체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한 것이다.

넷째, 조선정책기조 제4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외교적 해법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외교적 해법은, 몇 해에 걸쳐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버린 클린턴 행정부 시기의 조미고위급회담이 아니며, 부쉬 행정부가 조미고위급회담을 회피하려는 술책으로 조작해놓았던 6자회담은 더욱 아니다. 조선정책기조 제4항에서 언급된 조미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몇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조미정상회담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조미핵대결은 종식될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고, 제4항을 다시 읽으면, 조미정상회담으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가 조선정책기조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4. 핵동결은 선결조건이 아니라 최종목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의 비핵화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2017년 5월 31일과 6월 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반관반민대화에 참석한 조선측 대표들은 조선의 비핵화 문제가 논의되는 것 자체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게 닥쳐온 “가장 절박하고, 위태로운 위협”인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를 바란다면, 조선의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의 핵동결을 조미정상회담의 최종목표로 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핵동결이란 핵시험과 중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중지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조선정책기조 제1항의 의미를 뒤집어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에게 요구하는 것은 조선의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의 핵동결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핵동결 문제를 직접 거론한 적은 없지만, 핵동결은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그가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할 유일한 출로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조선의 ‘선 핵동결, 후 핵폐기’를 주장하면서, 2단계 비핵화 방안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그런 주장은 조선의 핵폐기라는 환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지 현실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변화된 조미관계를 직시하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들은 조선이 핵무장을 완성하여 조선의 비핵화가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현실적인 대안은 조선의 핵동결밖에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이를테면, 2016년 10월 25일 미국 대외관계협의회(CFR) 토론회에 출연한 제임스 클래퍼(James R. Clapper)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발언, 2017년 4월 25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켈리 맥사먼(Kelly E. Magsamen) 전 미국 국방부 아태차관보 대리의 발언, 그리고 2017년 6월 13일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진행된 토론회에 출연한,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과 조선정책조정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William J. Perry)의 발언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6월 13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진행된 토론회에 출연한 윌리엄 페리가 연설하는 장면이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과 조선정책조정관을 지냈다. 연설에서 그는 조선의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의 핵동결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윌리엄 페리만 그렇게 주장하는 게 아니라, 몇몇 다른 전직 고위관리들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가 차츰 명백해지면서 근본적으로 변화된 조미관계를 직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의 비핵화를 포기하고 조선의 핵동결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의 핵포기 결단은 남북 간 합의의 이행의지를 보여주는 증표”라고 하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조선은 자기와 미국이 맞서 싸우는 조미핵대결에 한국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판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에게 핵포기 결단을 요구하고, 조선의 핵동결을 남북정상회담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조선에게 황당한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조선은 조선의 비핵화라는 말 자체를 용납하지 않으며, 조선의 핵동결을 남북정상회담의 선결조건으로 제기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에게 비핵화를 요구하고, 조선의 핵동결을 남북정상회담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면 남북정상회담은커녕 남북관계개선마저도 전혀 진척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6월 29일과 3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인데, 그 기회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새로운 조선정책기조를 귀담아 듣고 정세오판에서 벗어나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5. “핵공포에 덜덜 떠는 아메리카제국을 완전히 굴복시켜라”

조선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동결 요구를 들어줄지 아니면 거부할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해온 조미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수를 트럼프 행정부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조선은 그에 상응하여 핵동결 요구를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조선이 핵시험과 중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겠다고 공약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에 상응하여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공약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조미정상회담은 조미핵대결을 완전히 종식시킴으로써 한반도의 자주적 통일을 실현하는 결정적인 전환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조미핵대결에서 전략적 패배를 코앞에 두고 있는 미국이 국가안보파탄위험에서 구출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 평화가 실현되는 사상 최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물론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면, 합의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테면, 조선이 핵동결을 공약하는 경우 조선의 핵시험과 평화적인 핵활동을 구분하고, 전자를 중지시키고 후자를 용인하는 문제, 조선의 중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평화적인 위성발사를 구분하고, 전자를 중지시키고 후자를 용인하는 문제, 조선의 핵무기 및 핵기술이 해외에 이전되는 핵확산을 금지하는 문제, 조선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으로 복귀하는 문제 등을 합의해야 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은 국제원자력기구에 복귀할 수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에는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 비공인 핵보유국들인 인도와 파키스탄도 국제원자력기구 회원국들이기는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은 체결하지 않았다.

다른 한 편, 미국이 조미평화협정 체결을 공약하는 경우 대조선적대정책을 포기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문제, 조선침공전쟁연습을 중지하는 문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문제,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문제 등을 합의해야 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를 뒤집어놓을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이므로, 공개된 합의문에 명시하지 않고 공개하지 않는 이면합의로 신중하게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 6>

▲ <사진 6> 위쪽 사진은 미국 본토 워싱턴주에 있는 루이스-맥코드 통합기지에 주둔하던 미국 육군 제23화학대대 병력 250명이 2013년 4월 4일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미국 육군 제2사단으로 재배치되어 행진하는 장면이다. 미국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64년 동안 평화협정 체결을 한사코 거부하면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미핵대결이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종식될 최종단계에 이르렀으므로,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국군 철수는 의회 승인도 필요하지 않으므로, 트럼트 대통령의 명령으로 언제든지 전격철수를 단행할 수 있다. 지난 시기 베트남전쟁이 북베트남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최종단계에 이르렀을 때,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철수명령을 내리자 남베트남에 주둔하던 미국군 500,000명이 불과 3개월 만에 완전히 철수되었다. 1973년 1월 27일 프랑스 빠리에서 북베트남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마자 남베트남에 주둔하던 미국군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가운데 1973년 3월 29일 북베트남은 마지막 미국군 포로들을 석방하였고, 미국은 마지막 전투부대를 철수시켰다. 아래쪽 흑백사진은 바로 그 날 마지막 전투부대가 철수하는 장면이다. 그로부터 2년 뒤 남베트남 정부의 무조건 항복으로 베트남전쟁은 종식되었고, 베트남은 통일위업을 달성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조미핵대결 종식전략에 대해 서술하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핵대결 종식전략에 대해서도 서술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핵대결 종식전략은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하여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을 알지 못하고 비난공세에 매달려온 문외한들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겠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결하려는 한반도의 근본문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시킴으로써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역사적인 과업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역사적 과업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역량을 집중하여 조선의 핵무력을 비상히 강화해왔으며, 이전에 비할 바 없이 강해진 핵무력으로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가중시켜 조미핵대결을 최종단계로 끌어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핵압박일정표는 조선이 다종다양한 핵공격전법들과 핵타격수단들을 하나씩 차례로 세상에 공개하거나 시험발사하면서 미국을 국가안보파탄의 벼랑끝으로 밀어버리는 핵압박공세의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온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조미핵대결은 최종단계에 이르렀다. 지금 조선에게 남은 일은 조선이 보유한 4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하나씩 차례로 시험발사하는 것이다. 2017년 6월 7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로벗 쑤퍼(Robert Soofer) 국방부 핵미사일방어정책 부차관보는 조선이 2017년 안에 첫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단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에게 닥쳐온 국가안보파탄위험이 폭발임계점으로 밀려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수를 공약할 때까지, 다시 말해서 미국이 조선에게 굴복할 때까지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 준비태세를 계속 견지할 것이다. 그렇게 조미핵대결을 최종단계로 끌어간 조선의 시야에 보이는 목표는 이런 것이다. “핵공포에 덜덜 떠는 아메리카제국을 굴복시켜라.”


<보충서술>

이 글을 탈고한 직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 2017년 6월 18일 보도기사를 읽었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과 미국은 지난 1년 이상 비밀접촉을 해왔다고 한다. 이것은 오바마 행정부 말기부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거쳐 지금까지 미국이 조선과 비밀접촉을 꾸준히 진행해왔음을 말해준다. 웜비어 석방문제도 그 비밀접촉에서 해결되었다.

위의 보도에 따르면, 2017년 5월 9일에 진행된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최선희 조선 외무성 미국국장이 조섭 윤 미국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에게 조선이 핵시험을 동결하는 방법으로 미국과 협상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월스트릿저널>은 그 보도기사에서 최선희 국장이 조섭 윤 특별대표에게 조선의 핵동결 문제를 제시하였다고 서술했지만, 조섭 윤 특별대표가 조선의 핵동결 문제를 먼저 제시하였고, 최선희 국장이 그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하였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어째든 조선과 미국이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평화협정 체결을 맞바꾸는 형식으로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가능성을 오슬로 조미회담에서 타진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조미핵대결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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