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2

미국의 나토동진정책으로 북러관계 강화된다

[한호석의 개벽예감] (140)
자주민보 2014년 12월 0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2014년 11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전러시아인민전선'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 연설에서 그는 "그 누구도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강한 대미항전의지를 표명하였다.     © 자주민보


러시아의 안전을 전면적으로 위협하는 미국의 나토동진정책
 
지난 11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전러시아인민전선(All-Russia People's Front, ONF)’ 회의에서 연설하였다. <사진 1> 2011년 5월 6일 푸틴 대통령은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Yedinaya Rossiya)과 각계각층 대중단체들이 망라된 광범위한 정치연합체를 창설하였는데, 그 정치연합체가 바로 ‘전러시아인민전선’이다.

그 날 푸틴 대통령은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 말미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희생시켜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우리를 복종시키기 원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 누구도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로이터통신> 2014년 11월 18일 보도기사는 푸틴 대통령의 위와 같은 연설대목에서 만장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짤막한 보도기사만 읽어보아서는 푸틴 대통령의 연설내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힘들지만,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그가 강한 대미항전의지를 표명하였음을 직감할 수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읽을 수 있는 중대한 의미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지난 11월 18일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내전이 러시아를 굴복시키려는 미국의 책동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지적하였다. 우크라이나내전이 러시아를 굴복시키려는 미국의 책동에 의해 발생하였다는 그의 연설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아래와 같은 배경설명이 요구된다.

미국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면, 우크라이나내전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세력과 친러시아세력 사이에서 벌어진 무력충돌로 보이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면, 유럽전역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지배주의정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이 폭발되었을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친서방세력에 대한 미국의 은밀한 공작으로 내전이 더욱 격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지배주의책동으로 내전이 폭발하였고, 미국의 은밀한 공작으로 내전이 격화되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내전과 시리아내전은 서로 닮은꼴이다. 세계 곳곳에서 약소민족들에게 민족분열을 강제하고, 약소국들을 분쟁과 내전으로 몰아넣는 피비린내 나는 살륙현장마다 아메리카제국의 책동과 공작이 꿈틀거린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내전에서도 확인된다. 그 사연은 아래와 같다.

2010년 7월 우크라이나 의회는 빅토르 야누코비취(Viktor Yanukovych)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출한 우크라이나의 비동맹지위법안을 채택하였다. 이 법안채택으로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시키려던 미국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되었다. 미국은 야누코비취 정권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야누코비취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유럽연합 결합합의’에 서명을 거부하였던 2013년 11월 21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서 친서방세력(Euromaidan)이 반정부폭동을 일으켰다. 만일 야누코비취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 합의문에 서명하였더라면,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에 사실상 종속되고 말았을 것이다. 야누코비취 정권의 전복과 우크라이나-유럽연합의 결합을 요구하며 일으킨 우크라이나 친서방세력의 반정부폭동이 격화되자 결국 2014년 2월 22일 우크라이나의회는 대통령탄핵안을 의결하였고, 2월 24일 우크라이나사법당국은 반정부폭동 중에 사망한 민간인들을 대량살해한 혐의로 야누코비취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였다. 야누코비취 대통령은 그 전날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로 망명하였다.

지난 4월 중순 존 브렌넌(John O. Brennan)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하여 과도정부 지도급 인사들과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 책임자들을 두루 만났다. 지난 5월 4일 독일 일간지 <벨트(Die Welt)>의 보도에 따르면, 브렌넌 국장이 우크라이나를 비밀리에 방문한 직후 미국은 중앙정보국과 연방수사국(FBI)의 비밀요원들을 키예프에 잠입시켜 과도정부를 지원하였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에서 친미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비밀선거공작을 전개하였다. 지난 5월 25일에 실시된 대선에서 미국의 비밀선거공작에 따라 승리하여 대통령이 된 사람은 페트로 포로쉔코(Petro Poroshenko)다.

지난 11월 24일 페트로 포로쉔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비동맹지위를 포기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필요한 요구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였는데, 이 기준이 충족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가입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미인사인 그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을 적극 추종하여 우크라이나를 기어이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18일 워싱턴 디씨에서 오바마-포로쉔코 회담이 진행되었는데, 그 회담에서 포로쉔코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군사지원을 요청하였고, 오바마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포로쉔코 정권에게 5,3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하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유럽에서 러시아와 무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러시아 군사동맹체다. ‘위킬릭스(Wikileaks)’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유럽전선을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인 폴란드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에 새로 가입한 발트3국으로 확장하였고, 이미 2010년 초에 대러전쟁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미국이 이처럼 대러전쟁계획을 움켜쥐고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앞세워 반러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서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력을 더욱 증강하고, 동유럽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와 군사기지를 확장하는 도발적인 반러군사행동으로 전개되는 중이다.

▲ <사진 2> 무력위협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미국은 지난 9월 8일부터 10일까지 흑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인 캐나다, 스페인, 터키, 루마니아의 해군무력과 미가입국인 우크라이나의 해군무력을 동원하여 '해풍-2014'라는 이름의 대러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미국의 대러무력위협은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일으키며 유럽정세를 위험한 지경으로 끌어가고 있다.     © 자주민보

이를테면, 미국은 지난 6월 3일 자국 본토에 배치하였던 B-52 전략핵폭격기 세 대를 영국에 전진배치하는 것과 더불어 미사일구축함 네 척을 스페인 영해에 전진배치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지난 9월 4일과 5일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군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문제와 신속대응군을 창설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에 순환배치하는 문제를 결정하였고, 지난 9월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은 흑해 북서해상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인 캐나다, 스페인, 터키, 루마니아의 군함들과 미가입국인 우크라이나의 군함들을 동원하여 ‘해풍(Sea Breeze)-2014’라는 이름의 대러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였으며, 지난 9월 15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 15개국의 특수전 병력 1,300명을 동원하여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에서 ‘재빠른 삼지창(Rapid Trident)’이라는 이름의 대러지상전연습까지 감행하였다. <사진 2>

이처럼 대러전쟁연습에 부쩍 열을 올리는 미국은 지난 10월 10일 루마니아에서 대러미사일방어기지를 완공하였으며, 폴란드에서도 2018년까지 대러미사일방어기지를 완공하기 위한 공사를 추진 중이며, 2015년까지 전차 100대와 장갑차들로 편성된 기계화부대를 루마니아육군기지에 전진배치하기로 하였다.

 발트3국에 벨로루시 우크라이나까지 친유럽으로 돌려세우면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육로가 막히게 된다. 천연가스, 석유수송관도 당연히 막힌다.

유럽지도를 보면, 동유럽에서 러시아로 통하는 전략요충지의 북부에 발트3국으로 알려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있고, 그 전략요충지의 중부에 벨라루스가 있고, 그 전략요충지의 남부에 우크라이나가 있다. 동유럽에서 러시아로 통하는 전략요충지를 장악하려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은 위에 열거한 다섯 나라에 집중되었다. 미국이 추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이 반러적대정책의 산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데, 그 전개과정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2004년 3월 29일 발트3국을 북대서양조약기구로 끌어들였다. 또한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주재하는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1997회계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한 해 동안만 해도 미국은 벨라루스에서 친미세력의 집권을 지원하기 위한 비밀공작에 1,950만 달러를 지출하였다. 그리하여 미국의 재정지원과 폴란드의 배후조종을 받은 ‘재벨라루스폴란드인연합’은 2006년 9월에 반정부시위를 일으켰다. 이처럼 러시아에 인접한 동유럽나라들에 친미정권을 수립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을 추진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그냥 내버려둘 리 만무하다. 2004년 11월 22일부터 2005년 1월 23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른바 ‘오렌지혁명’이라는 반정부폭동이 일어나 친미우익정당 ‘전우크라이나조국연합’이 집권하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공작목표는 그 나라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는 것인데, 그 문제에 관한 논의는 2008년 3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 외무장관회담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이 동유럽에서 반러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일 우크라이나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미국의 비수가 러시아의 목을 겨누는 매우 위험한 정세가 조성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처럼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러시아는 자국의 흑해함대가 배치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로부터 자국 영토로 귀속시켰고, 친러시아세력과 반러시아세력이 맞붙은 우크라이나내전에 개입하여 친러시아무장세력을 적극 지원하였다.
 
 
러시아의 ‘돈줄’ 끊어버리려는 미국의 대러경제제재

지난 11월 18일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절대로 미국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대미항전의지를 표명하면서, 특히 러시아의 국방부문과 농업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체 러시아 인민들의 단결을 반복적으로 호소하였다.

러시아가 미국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대미항전의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핵강국인 러시아를 무력으로 쉽사리 굴복시키지 못할 것임을 아는 미국은 반러무력증강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러시아에서 친미세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와해시키려는 경제제재의 고삐를 틀어쥐었다. 러시아가 미국에게 굴복할 때까지 강력한 대러적대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 미국의 속셈인 것이다.

<뉴욕타임스> 2012년 3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증진시키기 위해  5,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말한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라는 것은 러시아의 친미세력에게 붙인 위장명칭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내전에 개입하였다는 것을 구실로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을 동원하여 강도 높은 대러경제제재를 감행하고 있다.  미국의 대러경제제재는 러시아의 ‘돈줄’을 끊어놓는 것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국가재정의 상당부분을 석유수출로 충당하고 있으므로, 미국이 러시아의 ‘돈줄’을 끊어놓는 방도는 러시아의 석유수출을 방해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 통신 2014년 11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과 10월 미국은 뉴욕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중동의 친미국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비밀회담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석유수출을 방해하기 위해 석유수출량을 증대시키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경우 원유감산으로 수출량을 감축하여 국제유가의 추가하락을 막아야 하는 게 정상인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월 배럴당 110달러나 하던 국제유가가 8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는데도 원유를 감산하기는커녕 원유증산과 석유수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증산이 불러온 국제유가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나라는 러시아다. 이를테면, 국제유가폭락으로 러시아 통화 루블화의 가치는 올해 초에 비해 30%나 급락했고, 요즈음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9%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

▲ <사진 3> 지금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모결탁하여 국제유가조작책동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수준에서 8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였고, 석유수출국기구가 석유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후에는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유가폭락사태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며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에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가했다. 러시아는 국제유가폭락으로 연간 1,0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러경제제재로 연간 4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     © 자주민보

그런데 지난 11월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친미산유국들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하루 3,000만 배럴을 생산하는 현재 수준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결정하였다. 이런 결정은 국제유가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국제석유부문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였다. <사진 3>

푸틴 대통령은 2014년 10월 16일 이탈리아 밀란에서 포로쉔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에 머문다면, (러시아의) 석유생산체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가 그처럼 우려한 까닭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간의 러시아 국가재정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100달러 선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모결탁으로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나드는 국제유가가 무너져 60달러 선으로 폭락하면, 러시아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영국 <BBC> 텔레비전방송 2014년 11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장관은 국제유가폭락으로 러시아가 연간 1,0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러경제제재로 연간 4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위에 서술한대로 지금 미국이 정치, 군사, 경제부문에 걸쳐 반러총공세를 퍼부으면서 러시아에게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1월 18일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왜 그처럼 강하게 대미항전의지를 표명하였는지 알 수 있다. 

▲ <사진 4> 미국의 반러적대정책과 대러무력위협에 맞서 러시아는 2010년에 발표한 러시아군 군사교리를 수정, 보완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강력한 핵타격수단을 동원한 대응군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 11월 26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 총참모부인 보차로프 루체이에서 군지휘관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 자주민보


미국의 대러무력위협에 맞서는 러시아의 군사활동

푸틴 대통령의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 2014년 11월 18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연설 중에 미국과 유럽연합의 압박에 맞서 국방부문과 농업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체 러시아인민들이 굳게 단결하자는 호소를 반복하였다고 한다. 그는 단결한 러시아인민들에게 총과 빵이 있으면 러시아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전면적인 압박을 받는 러시아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강한 군력이다. 대러전쟁계획까지 세워놓고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러시아 인접국들에로 확장하려는 미국의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생각하면, 러시아에게 군력강화가 얼마나 시급하고 중대한 일인지 직감할 수 있다.

우선 러시아는 기존 군사교리를 수정, 보완하는 것으로 군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지난 9월 2일 미하일 포포프(Mikhail Popov)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부서기는 2010년에 채택된 러시아군 군사교리를 수정, 보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 4>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모스크바 인근에서 진행된 청년대회에 참석하여 “서방나라들은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우리는 어떤 공격에도 대응할 준비태세를 갖추었다”고 말했다. 만일 러시아가 핵강국이 아니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미국의 무력침공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의 핵무력이야말로 아메리카제국의 무력침공위험으로부터 러시아의 자주권과 안전을 지켜주는 가장 믿음직한 전쟁억지력인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를 노리는 미국의 무력위협이 가중될수록 러시아는 핵타격수단을 동원한 군사대응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 9월 4일과 5일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문제와 신속대응군을 창설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들에 순환배치하는 문제가 결정되자마자, 러시아의 뚜(TU)-95 전략핵폭격기들이 아이슬란드 영공, 그린란드 영공, 캐나다 북동부 영공에 순차적으로 접근하면서 미국 본토의 타격목표들을 향해 핵탄을 장착한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공중핵타격연습을 실시하였다.

지난 10월 28일 전략핵폭격기 4대와 공중급유기 4대로 편성된 러시아 공중핵타격비행편대가 북해 상공에 나타났다. 러시아의 전략핵폭격기들은 북해 상공을 지나 영국 영공에 접근하였고, 포르투갈 영공 인근까지 남하하였다. 거의 같은 시각, 미그-31 2대와 수호이-34 2대 등 전투기 7대로 편성된 러시아 요격비행편대가 발트해 상공에 나타났고, 전략핵폭격기와 전투기 4대로 편성된 공중핵타격편대가 흑해 상공을 남하하여 터키 영공에 접근하였다.

지난 11월 12일 세르게이 쇼이구(Serey Shoygu)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뚜-95 전략핵폭격기들이 러시아 국경지대 상공과 북극해 상공은 물론 대서양 서부상공과 태평양 동부상공, 카리브해 상공과 멕시코만 상공까지 남하하여 정기적으로 초계비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략핵폭격기를 동원하는 것만 아니라 공군력과 해군력도 동원하여 미국의 대러무력위협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10월 29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진행된 러시아-벨라루스 국방부 합동회의에서 2015년에 벨라루스 동부지역에 러시아 공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월부터 수호이-27 전투기 4대를 벨라루스 서남부지역에 주둔시키고 있는데, 동부지역에 두 번째 공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11월 초에 펴낸 군사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은 올해 발트해 군사훈련을 지난해보다 70% 증가시켰다고 한다.

▲ <사진 5>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포로쉔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 디씨에서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반러공세를 더욱 강화하려는 밀담을 나누었던 지난 11월 1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파견한 최룡해 특사가 크레믈린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하였다. 같은 날 이루어진 오바마-포로쉔코 워싱턴 회담과 최룡해-푸틴 모스크바 회담의 극적인 대조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과 그에 맞선 북러반제공동전선이 격돌하기 시작하였음 말해준다.     © 자주민보


푸틴 대통령의 평양방문시기 앞당긴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파견 

미국의 무력침공위협과 경제제재압박으로부터 자기의 자주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미전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두 핵강국이 있다. 조선과 러시아다. 북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맞서 싸우고, 러시아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에 맞서 싸운다. 그런 북과 러시아가 반미공동전선에서 손을 잡지 않는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소련의 해체로 세계사회주의진영이 와해된 이후, 북은 사실상 단독으로 미국에 맞서 싸워왔다. 쿠바, 이란, 시리아가 반미공동전선에서 북과 연대해왔지만, 그 나라들은 핵강국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으로 직접적인 안보위협을 받기 시작한 핵강국 러시아가 반미공동전선에 적극 동참하게 된 것은 조국통일대전을 앞둔 북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최근 급속히 강화발전되는 북러관계의 동향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워싱턴 디씨에서 진행된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반러공세를 더욱 강화하려는 오바마와 포로쉔코의 밀담이 오갔던 지난 11월 18일,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전러시아인민전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대미항전의지를 밝혔던 바로 그 날, 모스크바 크레믈린에 들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러시아에 파견한 최룡해 특사였다. 최룡해 특사는 크레믈린에서 푸틴 대통령을 접견하였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에게 보내는 인사와 친서를 정중히 전달하였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룡해 특사와 푸틴 대통령은 “조로 두 나라 사이의 호혜적인 협조를 더욱 확대발전시키며 뜻깊은 2015년에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들에서 교류와 접촉을 가일층 심화시키려는 쌍방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고 한다.

지난 11월 20일 최룡해 특사는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i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을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만나 회담을 시작하기 직전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를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은 두 나라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밀접히 하고 친분관계를 강화해서 양국 상호관계 발전의 더 큰 성과를 내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친서에서) 정치, 경제, 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조로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방도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였다”고 말했다. 최룡해 특사의 이 발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의 친서에서 북러정상회담에 관한 견해를 표명하였음을 말해준다. 최룡해 특사의 러시아 방문에서 주목해야 할 성과들이 많은데, 이 글에서는 북러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논한다.

첫째, 지난 11월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최룡해 특사와 약 1시간 30분 동안 회담한 직후 단독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최고위급 회담을 포함하여 다양한 수준의 대북접촉을 양측이 합의한 시기에 진행할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발언은 러시아가 북러정상회담 준비를 이미 완료하고 북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북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북러관계의 전후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남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친서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북러정상회담을 제의하였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실제 상황은 그런 추측과는 정반대다. 북러정상회담 준비를 완료하고 상대의 응답을 기다리는 쪽은 러시아다.

지금 러시아는 북러정상회담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 서술한 것처럼,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정책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는 시련을 겪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의 평화와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는 시련 속에서 푸틴 대통령은 14년 전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서명한 ‘조로공동선언’을 상기하였을 것이다. 2000년 7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서 진행한 북러정상회담에서 서명한 ‘조로공동선언’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로씨야에 대한 침략위협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되여 협의와 호상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함께 싸울 든든한 반미우방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하는 때다. 물론 러시아는 중러협력관계를 전반적으로 심화발전시키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과 전면대결을 생각하지 않으므로 러시아에게 중국은 ‘가장 든든한’ 반미우방이 되지 못한다. 러시아에게 가장 든든한 반미우방은 우크라이나내전이 더욱 격화되어 러시아와 미국이 무력충돌을 벌일 경우, 러시아와 함께 대미전쟁에 동참할 나라다. 러시아가 대미전쟁에 나설 경우 중국은 러시아를 지지하겠지만, 대미전쟁에 동참하여 미국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정전상태에서 대미전면대결을 벌여오면서 최후의 반미결전준비를 완료한 핵강국 조선만이 유사시에 러시아의 대미전쟁에 동참하여 미국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 러시아가 왜 북러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절실히 바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둘째, 김정은 제1위원장은 최룡해 특사를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전한 친서에서 북러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회담을 평양에서 먼저 개최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제1차 북러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이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이후 적절한 시기에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제2차 북러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예견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북은 작은 나라이고, 러시아는 큰 나라이므로, 사람들은 북의 최고영도자가 먼저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런 예상은 북이 다른 나라들 특히 큰 나라들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러관계는 소국과 대국의 관계가 아니라 핵강국 대 핵강국의 대등한 관계다. 더욱이 북은 최후의 반미결전에 나설 전면전준비를 이미 완료하였고, 러시아는 뒤늦게 반미대결에 나섰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반제군사전선에서 북이 러시아보다 앞선 나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푸틴 대통령은 반제군사전선에서 러시아보다 앞서나간 북을 먼저 방문하여 북러정상회담을 진행한 선례를 남겼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2000년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여 제1차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2001년 8월 4일과 5일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제2차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2001년 8월 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조로모스크바선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북을 다시 방문하도록 초청하였고, 푸틴 대통령은 그 초청을 “감사히 수락하였다”고 명시하였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밝힌 초청의사가 13년 세월을 뛰어넘어 이제 김정은 제1위원장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2년 전에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방북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붕> 2012년 8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9월 8일과 8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자신이 평양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북러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다. 2년 전 푸틴 대통령의 북러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에 최룡해 특사를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그 제의를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세계적인 범위에서 반미공동전선이 획기적으로 강화,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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