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4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

[한호석의 개벽예감](90)
자주민보 2013년 12월 0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2013년 10월 2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직접 주재한 가운데 서울 용산 미국군기지에서 주한미국군사령관 이취임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마틴 뎀프시 미국군 합참의장, 새뮤얼 락클리어 태평양사령관, 김관진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였다. 앞으로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국군이 대폭 감축되면, 전 세계에서 오직 한 군데서만 일어나는 이런 이상한 광경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 이창기 기자, 한호석 소장 제공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계획에 거부감 느낀 한국 군부
 
2012년 12월 21일에 결성된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에는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신연합방위추진단 단장과 주한미국군사령부 기획참모부장을 각각 대표로 하는 20여 명의 영관급 장교들이 망라되었다.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에게 주어진 임무는 미국의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이후 전작권으로 약칭) 반환으로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된 뒤에 새로운 지휘구조를 내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2013년 1월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된 국방부의 국방현안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은 전작권 반환 이후 새로운 지휘구조를 내오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2013년 1월 셋째 주부터 시작하여 2013년 2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 계획대로 한다면,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이 마련한 새로운 지휘구조 방안이 적어도 2013년 3월 중에는 나왔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예정된 때로부터 11개월이 지난 오늘에도 새로운 지휘구조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이 제구실을 전혀 하지 못한 게 아니냐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군부가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계획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려준 언론보도를 되짚어보면, 그러한 의문은 더 커진다.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계획에 거부감을 느끼는 한국 군부의 속내는 아래와 같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조선일보> 2012년 6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부를 전작권 반환 이후에도 해체하지 않고 존치시키면서 연합군사령관을 한국군이 맡는 방안을 한국 군부에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6월 27일 <조선일보>는 관련기사에서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위와 같은 비공식 제안에 관한 자기들의 보도가 완전히 오보였음을 인정하면서, 서먼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그런 비공식 제안을 한 적이 없는데 그가 하지도 않은 제안을 한국 군부 관계자들이 날조하여 언론에 흘려주는 바람에 서먼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화가 많이 나 있고 매우 난처한 처지에 있다”고 보도하였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하지도 않은 제안을 한국 군부 관계자들이 날조하여 언론에 흘려준 충격적인 사건은, 한국 군부가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계획에 대해 얼마나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 군부는 미국의 한국군 전작권 반환→한미연합사령부 해체→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으로 이어지게 될 일련의 급격한 정세변화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급격한 정세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견한 한국 군부가 오죽 다급했으면,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하지도 않은 제안을 날조하여 언론에 흘려주었다가 불과 며칠 뒤에 날조사실이 들통나는 만화 같은 사건까지 벌어졌겠는가.

미국의 한국군 전작권 반환이 불러올 일련의 정세변화에 거부감을 느낀 한국 군부는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을 만류하기 위한 대책을 세웠는데, 한미연합사단 창설이 바로 그러한 대책들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군 고위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국 육군과 미국 육군은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문제를 협의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방식은 한국군 1개 여단을 주한미2사단에 배속시켜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고, 그 연합사단의 사단장은 미국군 소장이 맡고 부사단장은 한국군 준장이 맡는 것이며, 개편된 한미연합사단을 평택기지로 이전시키지 않고 전방지대에 그대로 남아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군부가 한국군 1개 여단을 주한미2사단에 배속시켜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려는 까닭은 주한미2사단의 평택이전을 만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원래 한국 군부와 미국 군부는 2009년 4월 두 차례 고위급회담을 진행하면서 미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하면 주한미2사단을 평택기지로 이전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전작권 반환시점이 다가오자 한국 군부는 그 합의를 백지화시켜 주한미2사단을 어떻게 해서든지 전방지대에 남아있게 하려는 궁여지책을 거론하였던 것이다.

만일 위의 보도내용대로 한미연합사단이 창설되는 경우에는 주한미2사단 평택이전방침이 철회되어야 하는데, 미국은 그 방침을 철회하였을까? <동아일보> 2012년 8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문제를 놓고 진행하던 한미 군당국의 협의가 2012년 7월에 중단되었다. 그 협의를 중단한 쪽은 미국 군부였다. 이것은 미국에게 주한미2사단 평택이전방침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미국의 그러한 의사는 2013년 10월 2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확인되었다.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은 “사업상의 제반 도전요인을 최소화해 나가면서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사업이 계획된 일정대로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고 밝힘으로써 주한미2사단 평택이전방침에 변동이 없음을 재확인하였다.

그런데 2013년 11월 25일 커티스 스카파로티(Curtis M. Scaparrotti) 주한미국군사령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2012년 7월에 중지되었던,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협의를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주한미2사단 평택이전방침을 철회하고, 주한미국군사령관이 꺼내놓은 한미연합사단 창설문제를 긍정적으로 받아줄 가능성은 영에 가깝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미국이 예정된 일정대로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미국군사령관을 부사령관으로 앉혀놓겠다는 한국 군부의 헛소리
 
<연합뉴스> 2013년 6월 1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4월 18일 원격화상회의로 진행된 제37차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정승조 당시 한국군 합참의장과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 미국군 합참의장은 장차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할 때, 사령관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고, 부사령관은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맡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보였다. 2013년 4월 18일 원격화상회의에서는 미래지휘구조 개념을 협의하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만 합의하였을 뿐이고,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자고 합의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군부는 4월 18일 원격화상회의 직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를 합의하였다는 거짓정보를 전해주면서 2013년 6월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될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그 문제에 관한 최종 합의가 나올 때까지 보도유예를 요청하였다. 그렇다면 2013년 6월 1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에 관한 최종 합의가 나왔던 것일까?

<연합뉴스> 2013년 6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2013년 6월 1일 한미 군당국이 미국의 전작권 반환에 대비하여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의 그런 발표내용도 허위사실이었다. 그런 허위사실이 발표된 내막은 아래와 같다.
한미 군당국이 미국의 전작권 반환에 대비하여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합의하였다는 한국 국방부의 발표내용에 나오는 2013년 6월 1일의 회담이란, 싱가포르의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김관진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Chuck Hagel) 미국 국방장관이 2013년 6월 1일 오전에 진행한 한미국방장관회담을 뜻한다. 그런데 한미국방장관회담 직후 취재기자들 앞에 나타난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은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연합뉴스> 2013년 6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2013년 6월 1일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지휘구조에 합의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연합전구사령부 창설에 관한) 승인시점을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SCM(한미안보협의회를 뜻함-옮긴이)으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였지만, 이것도 오보였다. 왜냐하면 2013년 10월 2일에 발표된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은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고, “전작권 전환 이후 동맹의 군사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래연합지휘구조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고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남측 언론매체들은 2013년 10월 2일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여 사령관을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고 부사령관을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맡는 방안을 합의하였다고 일제히 보도하였다. 하지만 이 보도는 엉터리 보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미국군사령관이 외국군사령관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는 경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전통제권문제와 관련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지휘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작전통제권은, 1951년 4월 2일 드와잇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당시 미국 육군사령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제1대 유럽동맹최고사령관(SACEUR)에 취임한 이후 2013년 현재 필립 브리들러브(Philip M. Breedlove) 미국 공군사령관이 그 직책을 맡기까지 17대에 걸쳐 4성급 미국군지휘관들이 완전히 독점하였다. 이처럼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의 군사령관들도 미국군사령관 밑에 들어가 있는 판에, 한국군사령관이 전작권을 환수하자마자 자기 밑에 미국군사령관을 부사령관으로 앉혀두겠다니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에 관련하여 왜 이러한 오보가 나온 것일까? 그 까닭은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채,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연합전구사령부로 대체되리라고 착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연합전구사령부를 한미연합사령부의 대체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연합전구사령부 창설작업에 시동을 건 미국
 
눈여겨보는 것은, 한미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이 쓰이지 않고 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이 쓰인다는 사실이다. 만일 연합전구사령부가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하게 된다면, 당연히 한미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이 쓰여야 정상인데, 왜 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이 쓰이는 것일까? 그 까닭은 미국이 구상하는 연합전구사령부는 한반도보다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군사지휘조직이기 때문이다.

원래 미국 군부가 사용하는 전구(theater)라는 개념은 어느 특정국가의 범위를 넘어 대륙과 대양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이를테면, 미국 군부의 6대 전구는 북미전구, 중앙전구, 유럽전구, 태평양전구, 남부전구, 아프리카전구 등이다. 미국 군부의 전구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미전구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포괄하고, 중앙전구는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포괄하고, 유럽전구는 유럽, 러시아, 이스라엘을 포괄하고, 태평양전구는 태평양, 인도양, 중국, 몽골, 한반도, 일본,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를 포괄하고, 남부전구는 중남미와 카리브해를 포괄하고, 아프리카전구는 이집트를 제외한 아프리카대륙 전체를 포괄한다. 미국 군부의 이러한 전구개념만 살펴봐도, 미국이 지구 표면을 6개의 전구로 분할하여 군사패권을 휘두르며 전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국가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다. 그러므로 미국 군부가 사용하는 전구개념을 생각하면, 한미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전 세계 6개 전구들 가운데 미국의 국익추구에 가장 긴요한 양대 전구는 유럽전구와 태평양전구다. 미국은 유럽전구에 유럽연합전구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을 맡은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설치해놓았는데, 태평양전구에는 태평양전구사령부가 아직 없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태평양전구에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Pacific Unified Theater Command)를 창설하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이 꺼내놓은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라는 대외전략은 미국의 강력한 도전자로 등장한 중화인민공화국과 미국의 제1적대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무력으로 맞설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창설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월 11일 미국 국방부는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을 중장(3성급)에서 대장(4성급)으로 격상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공군사령관과 해군사령관은 대장이었는데, 육군사령관은 그보다 한 급 낮은 중장이었다. 미국 군부는 왜 2013년에 들어와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의 직위를 대장급으로 격상시켰을까?

미국이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는 경우, 그 사령부를 지휘할 총사령관은 태평양사령부의 육군사령관, 해군사령관, 공군사령관 가운데서 어느 한 사람을 임명해야 하므로,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을 중장급에서 대장급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미국이 구상한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가 창설되면, 미국 동맹국들의 군사령관들이 부사령관들로 임명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은 태평양사령관을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총사령관으로 내세우고, 그 밑에 일본자위대 통합막료장, 호주방위군 총참모장, 한국군 합참의장을 부사령관들로 앉힌 새로운 연합지휘체계를 수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군과 일본자위대를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휘하에 끌어들이려면,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정상적인 군대’의 지위를 확보해야 하고, 일본자위대도 교전권을 행사하는 ‘정상적인 군대’의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일본자위대의 집단적 교전권을 획득하려는 아베 정권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지지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하는 일정, 아베 정권이 일본자위대의 집단적 교전권을 획득하는 일정, 그리고 미국군, 일본자위대, 호주군, 한국군을 포함한 4자연합전쟁연습을 실시하는 일정과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는 일정은 순차적으로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2013년 2월 22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감장수 국가안보실장, 김병관 당시 국방장관 내정자를 대동하고 서울 용산 미국군기지를 방문하였다. 앞으로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국군이 대폭 감축되면, 대통령 당선인이 외국군기지에 의례적으로 찾아가야 하는 굴욕행위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한국일보 보도사진)   ©이창기 기자 , 한호석 소장 제공
 



그리피스의 예상은 적중할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창설 이후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2013년 11월 17일 <연합뉴스> 취재기자가 로널드 그리피스(Ronald H. Griffith) 전 미국 육군참모차장과 진행한 대담을 수록한 기사를 주의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피스 전 미국 육군참모차장은 대담기사에 이런 말을 남겼다.

“주한미군철수의 가장 첫 번째 수순이 바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은 현재 미군기지를 전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미국 본토의 기지를 폐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쉽지 않으며 해외주둔 미군의 철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인들은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하는 문제보다 지역주민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본토 내의 기지를 지켜내는데 신경 쓰고 있다. 앞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압력이 미국 의회로부터 더욱 증강될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 미군병력을 철수시킬 때에도 이 같은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 정치인들이 전체 국가안보의 맥락에서 전략적 사고를 하고 국제적 책임을 충족하기보다는 돈을 절약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가면 미군의 병력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그리피스의 발언내용은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하는 것과 함께 주한미국군을 대폭 감축하게 될 것이다.
둘째, 국가재정파산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국 연방의회는 재정적자감축방안의 일환으로 해외미국군기지를 축소할 것인데, 그 축소과정에서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제기될 것이다.

미국이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한 이후 주한미국군을 일부 잔여병력만 남겨두고 대폭 감축하는 경우, 가장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되는 쪽은 박근혜정부다. 미국을 믿고 따르는 친미정권에게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은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독재자 박정희가 대통령 재임시절에 ‘닉슨독트린(Nixon Doctrine)’으로 받았던 치명적 타격을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오바마의 ‘아시아중시정책’으로 또 다시 받게 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으로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낀 박정희정권에게 미국이 자국산 전투기를 팔아먹었던 것처럼, 지금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을 예상하면서 불안과 우려에 사로잡힌 박근혜정권에게 미국은 또 다시 자국산 전투기를 팔아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대권을 쥔 아버지와 딸이 각각 미국과 맺은 길고 복잡한 인연은 40여 년의 시간격차를 뛰어넘어 기이할 정도로 똑같이 복제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겠다는 내용의 ‘닉슨독트린’이 1969년 7월 25일에 발표되었을 때, 그것은 남베트남과 대만에 주둔하는 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고, 필리핀, 태국, 한국에 주둔하는 미국군을 대폭 감축한다는 예고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1968년 1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난 북베트남과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의 강력한 군사공격(Tet Offensive)을 받고 패색이 짙어진 미국이 남베트남을 포기하고 베트남에서 떠난다는 예고였으며, 1967년 6월 17일 수소탄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핵강국으로 등장한 중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예고였다.
박근혜정권은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감축만 예상하고 불안과 우려에 사로잡혀 있지만, 44년 전의 닉슨독트린과 오늘의 ‘아시아중시정책’을 비교하면 유사한 측면보다는 상이한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 이를테면, 미국은 ‘닉슨독트린’을 시행하는 과정에 남베트남과 대만에서 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했고, 주한미국군을 대폭 감축했던 것과 달리, 오늘 미국이 아시아 주둔 미국군 가운데 완전히 철수하려는 대상은 없으며 오직 주한미국군만 대폭 감축하려는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은 ‘닉슨독트린’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였지만, 오늘 ‘아시아중시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는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는 바람에 중국을 심하게 자극하여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둘러싸고 북과 전면전을 불사할 만큼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44년 전의 ‘닉슨독트린’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일정정도 완화시킨 분위기를 조성하였던 것과 정반대로, 오늘 ‘아시아중시정책’은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격화시키는 가운데,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국군이 대폭 감축되면, 박근혜정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러지 않아도 정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 통합진보당 해산기도, 무차별적인 ‘종북몰이식’ 진보세력 탄압, 그리고 대북적대정책 집착 등으로 내외에서 강력한 저항과 비난을 받는 박근혜정권이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이라는 치명적 타격을 받는 날, 정권붕괴위험에 내몰리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명백하다.

물론 박근혜정권이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할 리 없다. 그래서 박근혜정권이 정권붕괴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 전작권 반환 재연기라는 궁여지책이다. 박근혜정권의 궁여지책은 아래와 같이 전개되었다.

<조선일보> 2013년 7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5월 7일(워싱턴 현지 시간)에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직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관진 국방장관을 만나 전작권 반환 재연기를 “강력히 주문”하였고, 그에 따라 한국 국방부가 미국 국방부에게 전작권 반환 재연기를 검토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는데, 미국 국무부는 재연기 검토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미국 국방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을 살펴보면, 2013년 3월 23일에 설치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전작권 반환시기를 또 다시 연기한다는 방침을 국가안보실 설치 직후에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전작권 반환 재연기를 미국에게 요청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서도, 외부적으로는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게 된다는 소문을 언론을 통해 퍼뜨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촌극을 연출해온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박근혜정권이 출범하기 1년 전부터 박근혜대선진영 안에서 전작권 환수 재연기라는 궁여지책이 거론되었다는 사실이다. <주간동아> 2013년 9월 6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초부터 박근혜대선진영 안에서는 전작권 환수문제를 놓고 두 가지 견해가 대두되었는데, 군부 출신 인사들은 전작권 환수시점을 “북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계인사들은 전작권 환수시점을 연기하면 대선에서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대선진영의 정계인사들도 전작권 환수 재연기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재연기문제를 대선국면에서 공표하는 경우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이러한 정황을 인식하면,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이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전작권 환수 재연기 문제를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급속히 추진할 수 있었던 까닭을 알 수 있다.

2007년 2월 23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군 전작권 반환시점을 2012년 4월로 결정하였던 미국은 2010년 6월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재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그 반환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였다. 그런데 2013년 5월 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연기 요청을 들었으면서도 그에 대해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그러한 불투명한 반응은, 미국이 박근혜정권의 전작권 반환 재연기 요청을 받아주지 않고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처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문제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다급해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직접 워싱턴을 방문하여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열어보려고 시도하였다. <조선일보> 2013년 10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수전 라이스(Susan E. Rice)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담을 통해 “한국 국가안보실과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간 상시소통협의체제(핫라인)를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과 시기에 대해 양국 간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정권은 정권안보라는 비좁은 시야를 통해 전작권 환수문제를 인식하는데 비해, 미국은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창설이라는 넓은 시야를 통해 전작권 반환문제를 인식하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박근혜정권 사이에서 발생한 이러한 이해관계 불일치는,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박근혜정권이 붕괴위험에 내몰릴 수밖에 없으리라는 예감을 안겨준다. 박근혜정권은 그런 예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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