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2

피가 마르는 미국 군부의 고달픈 시간


[한호석의 개벽예감](62)
자주민보 2013년 05월 1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최후 결전 앞둔 북에서 부르는 전시가요들  

2013년 5월 1일은 123번째로 맞은 세계노동절이었다. 북에서는 해마다 5월 1일을 국가적 명절로 성대하게 쇤다. 노동자들이 마련한 각양각색 축하행사들이 북측 각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평양에 있는 인민극장에서는 은하수관현악단이 펼친 5.1절 기념 은하수음악회가 열렸다.

서방 음악계의 기존 분류법에 따르면, 은하수관현악단은 관현악을 대중화하여 연주하는 팝스 오케스트라(pops orchestra)라고 할 수 있지만, 실은 그런 분류법이 통하지 않는다. 은하수관현악단은 서양 관현악이 아니라 북의 ‘인민 관현악’을 연주하는,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독보적인 관현악단이다. 은하수관현악단이 자기의 전용극장인 은하수극장을 운영하는 것만 봐도, 북에서 그 관현악단의 지위와 역할이 얼마나 중한지 직감할 수 있다. 은하수관현악단은 북에서 창작된 수령칭송가요, 혁명가요, 통일가요, 군가, 전시가요, 생활가요, 조선민요 등을 ‘인민 관현악’의 악곡형식으로 연주한다. 은하수관현악단은 서방 음악계가 알고 있는 기존 음악장르와는 전혀 다른, 독창적이고 고유한 조선식 음악장르에 속한 곡들만 연주한다. 전문 성악가들만이 아니라 성악훈련을 받지 않은 근로자나 평양시민들도 출연하여 노래를 부를 정도로 공연형식도 대중친화적이다.

은하수관현악단 공연에 출연하는 전속 성악가들은 여성 11명과 남성 7명인데 그들은 모두 높은 수준의 성악기량을 자랑한다. 그들 가운데서도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여성성악가들인 황은미, 서은향, 장영옥이 북측 인민들에게서 최상의 인기를 받고 있다. 북의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유럽 음악애호가들도 그들의 노래에 매혹되어 애호가 웹사이트를 개설한 것을 보면, 황은미, 서은향, 장영옥은 국제공연무대에 나가서도 높은 평가와 절찬을 받을 뛰어난 성악가들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3년 5월 5일 은하수극장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은하수관현악단에 주는 감사를 전달하는 모임이 진행되었는데, 그 모임에서 은하수관현악단 성원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깊은 밤, 이른 새벽에도 5.1절 기념 음악회의 곡목선정으로부터 작품편곡과 형상, 가수선정과 그 형상에 이르기까지 예술창조사업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세심히 가르쳐주시였다”고 하였다. 또한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5.1절 기념 은하수음악회를 마친 직후 공연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전승 60돐(남측에서는 7.27 정전기념일)에 은하수관현악단과 모란봉악단이 합동으로 공연하는 새로운 과업을 주었고, 5월 8일에는 은하수관현악단이 ‘전승 60돐 경축공연’을 준비 중인 장소에 가서 연주곡목들을 몸소 검토하고 “경축공연의 방향과 사상적 대, 종목과 편성에 이르기까지 공연준비에 나서는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고 한다. 위의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음악정치를 계승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것을 더욱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에서 국가적 명절마다 열리는 음악회들이 그러하듯이, 5.1절 기념 은하수음악회도 한 차례 공연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며칠 동안 연속공연무대를 펼쳤다. 이러한 연장공연은 더 많은 근로자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배려다. 그런데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5.1절 기념 은하수음악회 공연 셋째날인 5월 3일에 사전예고도 없이 인민극장을 찾아 각계층 근로자들과 “꼭 같은 좌석에서” 음악회를 관람하였다. 2012년에 인민극장이 완공되었을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은 특별석을 없애라고 지시하였기 때문에 인민극장에는 ‘인민좌석’밖에 없고, 따라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좌석’에서 각계층 근로자들에게 둘러싸여 공연을 함께 관람한 것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날 5.1절 기념 은하수음악회에서는 “열광의 박수를 연방 터쳐올리는 관람자들의 거듭되는 재청”을 받아 두 곡이 다시 연주되었다.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퇴장하지 않고 관람자들의 열렬한 재청을 받아 조금 전에 연주된 그 두 곡을 다시 청하였다고 한다. <유투브>에 게시된 북측 동영상을 보면, 음악회가 끝나 출연자들과 관람자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장내를 뒤흔드는 가운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퇴장하지 않고 은하수관현악단 책임자를 불러 재청곡 연주를 다시 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하여 관람자들의 재청에 따라 연주된 곡이 북측 최고영도자의 삼청으로 또 다시 연주되는, 북측 음악공연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 펼쳐졌다. 그 날 공연에서 재청과 삼청을 받아 연거푸 연주된 두 곡은 ‘내 고향의 정든 집’과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라는 곡이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왜 공연이 끝난 뒤에도 퇴장하지 않고 이미 공연 중에 재청곡으로 연주된 곡을 다시 청하였을까?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 날 자신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각계층 근로자들이 열렬히 재청한 그 두 곡이 북측 인민들의 현재 정신과 정서를 선명하게 형상한 노래라고 보았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뒤에 다시 청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북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음악회가 안겨준 여운으로 하여 격정을 금치 못하는 관람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 두 곡을 다시 청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유투브>에 게시된 북측 동영상을 보면, 황은미가 열창한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라는 노래는 5월 1일에 진행된 첫 공연에서도 관람자들의 열렬한 재청을 받아 다시 연주된 바 있다.

음악적으로 평가하면, ‘내 고향의 정든 집’을 연주할 때는 은하수관현악단 지휘자 윤범주의 열정적인 지휘와 악장 문경진의 뛰어난 바이올린 독주선율이 돋보였고,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를 연주할 때는 인민배우 황은미의 독창이 관람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런데 그 날의 연주는 그런 음악적 평가만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내 고향의 정든 집’이라는 노래는 1952년 전화의 불길 속에서 창작되어 북에서 널리 불리는 전시가요이며,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라는 노래는 1990년대 총포성 없는 반미대결전 시기에 창작되어 북에서 널리 불리는 전시가요다. 그 창작시기가 말해주는 것은, ‘내 고향의 정든 집’이 1950년대 북의 제1차 반미결전을,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가 1990년대 북의 제2차 반미결전을 각각 음악적으로 형상한 노래라는 점이다. 특히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라는 노래는 2013년 4월 25일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81돐 경축공연에서 모란봉악단도 경음악으로 편곡하여 연주한 바 있다.

남측 언론매체는 황은미가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를 노래하는 “중간 배경화면에 ‘서울에 포탄이 떨어지는 현실적인 상상’이란 붉은 색의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띤다”고 하면서, 북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음악회 노래에까지 그대로 담은 것”이라고 하였지만, 그 문구는 북이 새로 만든 게 아니라 2010년 12월 2일 <한겨레 21> 제838호 표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013년 5월 9일 ‘총대의 사명을 깊이 새겨주는 명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인민은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는 노래를 즐겨 부른다”고 하면서 “1990년대에 창작된 가요(작사 정은옥, 작곡 리종오)에는 평화가 아무리 귀중하여도 공화국을 건드리는 원쑤들을 무자비한 총대로 짓부셔버릴 군대와 인민의 결사의 의지가 예술적으로 잘 형상되여 있다”고 평하였다.

북측 인민들이 왜 그 두 노래를 애창하는지 알려면, 가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 고향의 정든 집’ 가사의 일부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 아 그러나 정든 고향은 불타버리고
젊은이는 총을 메고 결전에 나섰네
둘도 없는 청춘을 조국에 바쳐 싸우리
기다리라 나의 고향 나서 자란 산천이여
원쑤 치고 돌아가면 너를 안아 일으키리
온 세상이 부럽도록 락원을 세우리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 가사의 일부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침략의 무리 덤벼든다면 우린 용감히 쳐부수리라 ...
평화를 진정 사랑하기에 우린 목숨도 바쳐가리라
평화가 아무리 귀중해도 절대로 구걸은 하지 않으리
우리의 총창 우에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평화가 있다”

위의 가사를 읽어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 두 곡은 최후 결전을 앞두고 전의를 불태우는 인민군과 북측 인민들의 격동적인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하여 비장미가 감도는 전시가요들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공연 직후 은하수관현악단의 공연을 높이 평가하면서, “<내 고향의 정든 집>, <우리의 총창 우에 평화가 있다>와 같은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노래가 있기에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적들과의 최후 대결전에서 승리만을 떨쳐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각계층 근로자들이 비장미 감도는 전시가요를 열렬히 재청한 것은, 인민군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각계층 근로자들도 최후 결전에 나서겠다는 격동적인 심정을 안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바로 그런 격동적인 심정을 헤아려본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공연이 끝났는데도 퇴장하지 않고 전시가요 연주를 다시 청하였던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최후 결전을 앞둔 비장한 분위기가 북에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누가 여론을 조작하고 있을까?

북에서는 최후 결전을 앞둔 비장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는데, 북측 외부에서는 엉뚱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엉뚱한 소문은 “한미일 정부관계자”들이 전해주었다는 ‘정보’를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3년 4월 29일 보도를 통해 흘러나왔는데, 북이 “미사일 발사 준비작업을 일단 중단했고” 미국도 대북감시태세를 “한 단계 완화했다”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 준비작업을 몇 주에 걸쳐 하는 경우는 없으므로, 미사일 발사태세라고 해야 옳다.

인민군 미사일부대가 미사일 발사 태세를 중지했는지 아니면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보수집능력은 미국에게만 있고, 미국이 대북감시태세를 한 단계 완화했는지 아니면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당사자도 미국이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아사히신붕> 보도기사의 ‘취재원’은 “한미일 정부관계자”가 아니라 미국 정부관계자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게 보는 또 다른 근거는 미국의 뉴스 전문 텔레비전방송 <CNN>이 2013년 5월 6일 보도에서 미국 관리가 흘려준 ‘정보’를 인용하여 “북이 북측 동부지역에 있는 발사장에서 두 기의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철수하여 보관시설에 들여보냈다”고 보도한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CNN>은 이튿날 보도에서 “이런 현상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알려주는 가장 최근의 암시(the latest hint)”라고 ‘해석’하였다.

<아사히신붕>과 <CNN>이 연거푸 그런 보도를 내보내자, 외신 베끼기를 좋아하는 남측 언론매체들도 일제히 같은 내용을 인용보도하거나 더 확대해석하여 보도하였다. 그런 보도내용만 읽게 된 남측 독자들은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 줄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외신들이 북의 미사일 발사태세가 중지되고 그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른 오보였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외신들은 미국 정부관리의 상투적인 여론조작에 놀아난 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북의 최후 결전 준비태세 돌입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외신들보다 남측 언론매체들이 비할 바 없이 더 클 것이다. 특히 개성공업지구가 폐쇄되면서 일어난 파장은, 외국자본의 남측에 대한 투자심리위축을 불러옴으로써 대외의존적인 남측 경제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갔다. 상황이 오죽 급박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친서를 보내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해달라는 요청까지 해야 하였을까.

그런 상황에서 남측 언론매체들은 외신보다 한 술 더 떠서 미국이 북측 핵무기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황당한 여론조작을 자행하였다. <동아일보> 2013년 5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가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이 북한의 핵시설을 장악하고 핵물질을 반출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유엔평화유지군(PKF)의 개입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인데, <동아일보>는 미국 군부가 북측 핵시설을 장악할 전담조직을 설립했다느니, 또는 미국이 북측의 비밀핵시설 위치를 상당수 파악하여 제거대상목록을 이미 작성했다느니 하는 황당한 여론조작을 지난 4월 3일에도 자행한 바 있다. <동아일보>의 그런 ‘보도’야말로 아동만화도 되지 못하는 엉터리 여론조작이므로 더 이상 언급할 가치조차 없지만, 미국이 조작해낸 ‘한반도 긴장완화설’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자기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어느 미국 정부관리가 미국 언론과 일본 언론을 상대로 여론을 조작하였다는 것, 바로 이것이 최근 내외언론에 떠도는 ‘한반도 긴장완화설’의 실체다. 미국 정부관리는 왜 ‘한반도 긴장완화설’을 조작하여 내외언론에 퍼뜨렸을까?

한미연합군이 지난 두 달 동안 계속한 북침전쟁연습인 ‘독수리 연습’이 2013년 4월 30일에 끝났는데, 5월 6일부터는 한미연합 대잠훈련이 서해에서 비공개로 실시되었다. 5월 10일까지 계속되는 이 대잠훈련에는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한 척, 이지스 구축함 두 척, 대잠초계기 등이 참가하고, 한국 해군의 잠수함, 수상함, 대잠초계기, 대잠헬기 등이 참가한다고 한다. 또한 미국은 그 대잠훈련이 끝나는 즉시 핵추진 초대형 항공모함 니미츠호(USS Nimitz)를 주축으로 하는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근해에 출동시켜 항모기동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위에 열거한 미국의 전쟁연습일정은 최후 결전을 결심한 북이 언제 그 결심을 갑자기 실행에 옮길지 알 수 없어 극도로 불안해진 미국이 전쟁연습을 끊임없이 계속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곤경에 빠져있음을 말해준다. 전쟁연습을 즐기던 미국이 전쟁연습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으니 미국이 좋아하지 않겠느냐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미국의 속사정은 정반대다. 아래의 정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군부에게 피가 마르는 가장 고달픈 시간이 흐르고 있다

2013년 4월 16일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 웹사이트 <AOL 디펜스(Defense)>는 같은 날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해병대사령관 제임스 에이모스(James Amos)의 발언과 미국 해군 작전참모장 조너던 그리너트(Jonathan Greenert)의 발언을 보도하였다.

해병대사령관 에이모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의 5,000억 달러 군비삭감에 따라 해병대의 기존 27개 보병대대가 23개 보병대대로 감축된다는 것이다.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해병대 보병대대 19개를 전선에 출동시켜야 하는데, 4개 보병대대만 남겨두고 모두 전선에 출동시킬 수는 없으므로 미국 해병대는 군비삭감 이후 전면전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크게 우려하였다. 

해군 작전참모장 그리너트가 청문회 직후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바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페르시아만에 항공모함을 1-2척, 서태평양에 항공모함 한 척을 상시적으로 전진배치해두었는데, 군비삭감 이후에는 전진배치 항공모함이 한 척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작전능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니, 전진배치 항공모함 한 척을 페르시아만에 고정배치할 수도 없고 서태평양에 고정배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페르시아만과 서태평양을 뻔질나게 오가는 식으로 왕복배치할 수도 없는 곤경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미국 군부를 괴롭히는 진짜 곤경은 그게 아니다. 아래의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측 정부 소식통이 흘려준 ‘정보’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5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5월 11일 부산항에 들어가 사흘을 머문 뒤에 남해와 동해에서 실시되는 항모기동훈련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는 1975년 5월에 취역한 100,000t급 초대형 항공모함인데, 그 이후에 건조한 100,000급 이상의 초대형 항공모함들은 모두 니미츠급(Nimitz-class) 항공모함이라 부른다. 니미츠급 항공모함 계열의 제1호인 니미츠호의 모항(home port)은 미국 본토 서북단에 있는 에버릿 해군기지(Everett Naval Station)다. 그러므로 이번에 니미츠호는 에버릿 해군기지에서 출항하여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 근해까지 항해하는 것이다.

미국 해군은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를 전진배치해두었는데, 후방에 있는 니미츠호를 굳이 출동시킨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지금 조지 워싱턴호가 뜻하지 않게 발이 묶였기 때문인데, 조지 워싱턴호가 니미츠호로 대체된 사연은 아래와 같다.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은 주기적으로 ‘핵연료 교체 및 종합정비(Refueling and Complex Overhaul, RCOH)’를 받아야 한다. <AOL 디펜스> 2013년 3월 20일 보도기사, 그리고 그와 관련된 다른 자료들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핵추진 항공모함에 대한 종합정비는 거의 3년이 걸리고,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종합정비는 1-2년이 걸린다. 특히 핵추진 항공모함 한 척에 대한 핵연료 교체 및 종합정비를 실시하면, 총 2,000만 시간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시간이 요구되는데, 이것은 미국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 두 개를 건설하기 위해 투입한 작업시간과 맞먹는다.

둘째,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22년마다 한 차례씩 종합정비를 받아야 하고, 핵추진 잠수함은 5-20년마다 한 차례씩 종합정비를 받아야 한다. 이런 종합정비일정에 따르면, 1989년 11월에 취역한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USS Abraham Lincoln)가 올해 종합정비를 받을 차례다.

셋째,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의 종합정비를 맡아보는 정비소는 헌팅턴 잉걸스 산업(Huntington Ingalls Industries)이라는 회사가 버지니아주에서 운영하는 뉴포트 뉴스 건조소(Newport News Shipyard)밖에 없는데 그 종합정비소가 군비삭감조치의 영향을 받아 완전가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넷째,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뉴포트 뉴스 건조소에 종합정비를 받으러 갔더니, 정비소 시설이 완전가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비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뒤를 이어 종합정비를 받아야 할 핵추진 항공모함은 1992년 7월에 취역한 조지 워싱턴호인데,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종합정비가 계속 연기되는 바람에 조지 워싱턴호의 종합정비가 몇 년 뒤에 시작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시기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침공할 때 앞장에 섰던 미국 항공모함들은 지금 그처럼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으며, 미국 군부는 전면전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군사력이 저하되는 위기에 휘말렸다. 미국을 주적으로 규정한 북이 위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할 리 없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요즈음 인민군 부대 연속시찰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인민경제건설부문에 대한 현지지도를 계속하는 것은, 인민군 부대들에 대한 최고사령관의 최종검열을 완료하였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인민군은 최후 결전 준비를 완료하고 최고사령관의 총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미관계의 군사상황은 너무도 대조적으로 바뀌었다. 인민군은 최후 결전 준비를 완료하고 최고사령관의 총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군비삭감의 덫에 걸린 미국군은 전면전을 수행할 작전능력이 심하게 훼손당하여 속이 타고 피가 마를 지경이다.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보고를 통해 지적한 것처럼, 북이 추진하는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하는 국가전략노선은, “국방비를 늘이지 않고도 적은 비용으로 나라의 방위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큰 힘을 돌릴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인민군의 새로운 전술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 자행발사대 몇 대를 동해안 지역에 출동시켜 은닉과 전개를 반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보고 극도로 불안해진 미국군은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을 한반도에 긴급히 출동시키는 ‘출혈작전’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군비삭감의 덫에 걸린 미국 군부에게 있어서 항모강습단 출동과 핵추진 잠수함 출동은 이제 더 이상 군사대국의 무력시위가 아니라 피가 마르는 ‘출혈작전’이다.

북미관계의 군사상황이 너무 대조적이라고 보는 까닭은, 북은 병진노선으로 국방비를 절감하면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기울이는데, 그에 맞선 미국은 피가 마르는 ‘출혈작전’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출혈작전’에 매달려야 하는 미국 군부에게 피가 마르는 가장 고달픈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2013년 2월 23일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가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당신들의 시간은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가장 고달픈 시간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했던 그 경고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2013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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