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7

평화와 안보협력을 위하여, 루스끼섬의 약속

[한호석의 개벽예감](346)
자주시보 2019년 05월 0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선과 로씨야가 안보협력의 길에 남긴 발자취
2. 뿌찐 대통령의 소원, 마침내 이루어지다
3. 조로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몇 가지 의제들
4. 미래를 개척하는 루쓰끼섬의 약속


1. 조선과 로씨야가 안보협력의 길에 남긴 발자취

2012년 8월 14일 일본 언론매체 <니혼게이자이신붕> 보도에 따르면, 울라지미르 뿌찐 로씨야 대통령은 2012년 8월 8일부터 9일까지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 평양에서 조로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제의를 받을 수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그 제의를 받을 수 없었는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있었던 사연을 되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동아일보> 2013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2004년 4월에 제정되었던 ‘전시사업세칙’을 2012년 8월에 개정하고, 조국통일대전 개전준비를 하고 있었다. 개정된 ‘전시사업세칙’에는 조선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세 가지 조건과 전시를 선포하는 세 가지 조건이 각각 새로 명시되었다. ‘전시사업세칙’에 새로 명시된 조건들에 따르면, 조선은 국가의 최고이익을 침해하는 미국과 한국의 도발에 대응하여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게 되어 있었고, “미제와 남조선의 침략전쟁의도가 확정되었을 때” 주저 없이 자위적 선제공격으로 조국통일대전을 개전하게 되어 있었다. 2013년 3월 16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3일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에서 분석한 72시간 통일대전이 실제로 임박했던 것이다. 그처럼 극도로 긴장된 시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른 나라 국가지도자를 만나 정상회담을 할 수 없었다.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목표가 조국통일대전에서 핵무력완성으로 전환된 때는 대략 2013년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2013년 2월 12일 조선에서 제3차 핵시험이 진행되었고,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이 채택되었으며, 4월 1일 최고인민회의가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을 반포하였고, 4월에는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5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가 재정비되어 무기급 핵물질생산을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전략목표를 조국통일대전에서 핵무력완성으로 전환시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미국과 추종국들의 집요한 방해책동을 물리치면서 핵무력완성에 전념하고 있었으므로, 그 기간에 다른 나라 국가지도자를 만나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처럼 분망하고, 긴장된 기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에게 정상회담을 가장 먼저 제의한 뿌찐 대통령의 성의를 잊지 않았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4년 11월 18일 최룡해 부위원장을 자신의 특사로 모스크바에 파견하였다. 최룡해 특사는 크레믈리대궁전에서 뿌찐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였다. 당시 쎄르게이 라브로브 로씨야 외무장관은 최룡해 특사와 회담을 진행한 직후 단독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뿌찐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내용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였는데, 조선과 로씨야의 친선협조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협력할 의사가 친서에 담겼다고 하면서, 로씨야는 조로정상회담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 루쓰끼섬에 있는 원동련방종합대학 청사에서 단독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이 환담하는 장면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0여 년 동안 강화, 발전시켜온 조선과 로씨야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새로운 전략환경에 맞게 더욱 강화, 발전시키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정책구상은 이 역사적인 상봉과 회담으로 마침내 실현되었다. 그리고 2012년 8월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를 바랐던 뿌찐 대통령의 소원도 마침내 이루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력완성사업을 틀어쥐고 정력적으로 지도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어느덧 5년이 지나 2017년이 되었다. 그해 9월 3일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열핵탄두(수소탄두)기폭시험에서 성공하였고,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열핵탄두가 장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여 마침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완성되었음을 선포하였다.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란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 16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서훈-김영철 비공개회담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 그리하여 2018년 한 해 동안 조중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조미정상회담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조로정상회담까지 성사될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조선과 로씨야는 대화와 교류를 가일층 확대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5월 31일 평양을 방문한 쎄르게이 라브로브 로씨야 외무상을 접견하였고, 9월 8일에는 공화국 창건 7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왈렌찌나 마뜨비옌꼬 로씨야련방평의회 의장을 접견하였고, 10월 12일에는 조로수교 70주년에 즈음하여 뿌찐 대통령과 축전을 교환하였으며, 조선로동당 대표단과 로씨야 외무성 대표단은 10월 22일과 23일 각각 모스크바와 평양을 교차방문하였다. 지난 해에 진행된 위와 같은 외교활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로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뿌찐 대통령도 조로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2000년 7월 19일 그의 평양방문은 1991년 12월 25일 쏘련이 해체된 이후 일시적으로 소원해졌던 조로관계를 친선협조관계로 복원시킨 결정적인 계기로 되었다. 그는 소련-로씨야 역대 최고지도자들 가운데 조선을 처음으로 방문한 최고지도자다. 2000년 5월 7일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조선방문과 조로정상회담을 추진한 것만 보더라도, 그가 조선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시야를 넓혀 역사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로씨야는 조선과의 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1904년 2월 8일부터 1905년 9월 5일까지 지속되었던 로일전쟁, 1918년 여름부터 1992년 6월 24일까지 일본의 씨리비(시베리아)침공, 1938년 7월 29일부터 8월 9일까지 일본의 소련침공으로 일어난 로일국경분쟁, 1945년 8월 9일부터 9월 2일까지 만주에서 벌어진 로일격전 등이 말해주는 것처럼, 20세기 전반부에 로씨야는 아시아대륙을 넘보는 일본을 상대로 네 차례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늘까지 70년 동안 로씨야는 과거 일본제국보다 더 강해진 무력을 가지고 아시아대륙을 넘보는 미일동맹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립구도 속에 존재하는 로씨야는 미일동맹의 위협으로부터 원동지역 및 씨비리의 안전을 수호하고, 연해변강에서 동해를 통해 태평양으로 나아가기 위해 조선과 손잡고 동북아시아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조선과 로씨야의 안보이익은 일치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01년 8월 4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뿌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직전 환담하는 장면이다. 전통적으로, 조선과 로씨야는 공동의 안보이익을 추구해오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뿌찐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던 것과 뿌찐 대통령이 소련-로씨야 최고지도자들 가운데 조선을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두 나라가 공동의 안보이익을 추구해오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조선과 로씨야의 안보협력공약은 2000년 7월 19일 평양에서 발표된 공동성명과 2001년 8월 4일 모스크바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 각각 명시되었다. 그 공동성명들에 명시된 조로안보협력문제는 조선과 로씨야에 대한 침략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정황이 조성되는 경우 두 나라가 즉각 협의한다는 것, 그리고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에서 평화를 실현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주한미국군이 철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씨야는 조선과 채택, 발표한 공식외교문서에서 주한미국군 철거를 지지한 유일한 나라다.     

조선과 로씨야가 공동의 안보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이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각각 채택, 발표한 공동성명들에 반영되어 있다. 2000년 7월 19일 조로공동성명에는 두 나라의 안보협력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명시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로씨야에 대한 침략위협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되여 협의와 호상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  

2001년 8월 4일 조로공동성명에는 두 나라의 안보협력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명시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조선으로부터의 미군철수가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서 미룰 수 없는 초미의 문제로 된다는 립장을 설명하였다. 로씨야측은 이 립장에 리해를 표명하였으며 비군사적 수단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여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이 2000년과 2001년에 각각 합의하였던 조선과 로씨야의 안보협력은 오늘 변화된 정세에 맞게 더욱 강화, 발전되어야 하였다. 2019년 4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변화된 정세가 조선과 로씨야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안보협력문제를 해결한 역사적인 계기로 되었다. 


2. 뿌찐 대통령의 소원, 마침내 이루어지다

2019년 4월 25일 로씨야 연해변강 울라지보스또크의 명승지 루쓰끼섬에 있는 원동련방종합대학 청사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의 역사적인 상봉이 이루어졌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0여 년 동안 강화, 발전시켜온 조선과 로씨야의 친선협조관계를 새로운 전략환경에 맞게 더욱 강화, 발전시키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정책구상이 마침내 실현되었다. 2012년 8월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를 바랐던 뿌찐 대통령의 소원도 마침내 이루어졌다. 자기 소원을 이루게 된 뿌찐 대통령은 온갖 성의를 다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극진히 환대하였다. 로씨야민족근위군아까데미야협주단, 국립크레믈리발레단, 국립아까데미야볼쇼이극장발레단, 크라스노다르필하모니합창단을 모스크바에서 울라지보스또크로 불러 성대한 축하연회에 출연시키고, 다채로운 공연종목들을 펼친 사실 하나만 봐도, 뿌찐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얼마나 극진히 환대하였는지 잘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이 “력사적인 첫 상봉을 통하여 훌륭한 친분관계를 쌓으셨다”고 보도하였다. 오랜 시간 동안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끝마치고 축하연회장에 들어서기 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선물을 교환하였다. 뿌찐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해 성의껏 준비해온 세 가지 선물을 하나씩 차례로 설명하였다. 세 가지 선물은 특별렬차를 이용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마실 수 있도록 일습으로 준비한 로씨야 전통차, 이번 조로정상회담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기념메달, 그리고 옛날 로씨야 기마병들이 사용하던, 완만한 곡선으로 굽어진 싸브르(sabre)라는 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인검처럼 생긴 조선의 전통검을 뿌진 대통령에게 선물하면서, “이 칼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 나의 넋이 이 칼에 담겼고, 당신을 지지하는 우리 인민의 마음이 이 칼에 담겼다”고 말하여 뿌찐 대통령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이런 분위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의 친분관계가 얼마나 돈독해졌는지 잘 말해준다. <사진 3>   

▲ <사진 3> 뿌찐 대통령은 최상의 예우를 갖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환대하였다. 위쪽 사진은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축하연회장에 들어서기 전에 뿌찐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해 성의껏 준비해온 세 가지 선물을 하나씩 자세히 설명하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뿌찐 대통령은 옛날 로씨야 기마병들이 사용하던, 완만한 곡선으로 굽어진 싸브르라는 검을 칼집에서 빼어들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뿌찐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하여 마련한 성대한 축하연회의 한 장면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립아까데미야볼쇼이극장발레단 무용수들이 발레무용을 무대에 올렸다. 뿌찐 대통령은 로씨야가 자랑하는 국보급 예술단체 4개를 모스크바에서 울라지보스또크로 불러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환영하는 축하연회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도록 하였다. 로씨야의 변방을 방문한 다른 나라 국가지도자를 이처럼 환대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분위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의 친분관계가 얼마나 돈독해졌는지 잘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이 “격의 없는 친근한 감정”을 가지고, “신뢰적이며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진행하였다고 보도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이 중대현안들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은 회담시간이 예정보다 훨씬 더 늘어난 데서도 알 수 있다. 단독회담은 원래 50분 동안 진행하기로 예정되었으나,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양측 수행간부들이 동석한 확대회담은 오후 3시 4분부터 5시 4분까지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알렉싼드르 마쩨고라 조선주재 로씨야대사는 조로정상회담에 수행간부로 동석하고 평양에 돌아간 2019년 4월 29일 <따스통신> 평양주재원과 회견하면서 “회담결과를 높이 평가한다. 과장하지 않고, 역사적인 정상회담이었다. 두 수뇌분들은 공식회담과 상봉을 합쳐 약 5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양국관계와 국제문제를 논의했다. 나는 다소 흥분된 심정으로 평양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선과 로씨야의 친선협조관계가 발전되고, 상호안보협력이 강화되는 것을 꺼려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번 조로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느니 회담결과가 실망스러웠을 것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잠꼬대 같은 폄하타령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폄하타령과는 정반대로 전개되었다. 

전통적으로, 조로정상회담에서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중대하고 민감한 의제들이 논의된다. 이를테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7월 19일 평양을 방문한 뿌찐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조선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였다는 비밀정보를 뿌찐 대통령에게 알려준 바 있다. 뿌찐 대통령은 그런 비밀정보를 들은 때로부터 17년이 지난 2017년 10월 4일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로씨야에너지주간 행사에서 연설하면서 그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였다. 이번 조로정상회담에서도 중대하고 민감한 의제들이 논의되었기 때문에 회담결과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었고, 따라서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았던 것이다. 


3. 조로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몇 가지 의제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이번 상봉과 회담이 오랜 친선의 력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두 나라 사이의 친선관계를 보다 공고하고 건전하게 발전시키며 제2차 조미수뇌회담 이후 불안정한 조선반도 정세를 전략적으로 유지관리해나가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유익한 계기로 되었다는 데 대하여 일치하게 평가하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조선과 로씨야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부문의 의제들, 그리고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불안정해진 한반도 정세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매우 민감한 의제들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의 단독회담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는 다음과 같은 의제들이 논의되었음을 말해준다. 

(1)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각기 자기 나라의 형편을 통보”하고, “국가건설과정에 이룩한 성과와 경험을 교환”하였다.

<해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의 내부사정과 국가건설경험을 통보하였고, 뿌찐 대통령은 로씨야의 내부사정과 국가건설경험을 통보하였다. 상호신뢰가 없으면, 회담상대에게 내부사정을 알려주지 않는 법이다. 상호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조미정상회담, 조일정상회담,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서로 내부사정과 국가건설경험을 통보하는 기회가 있을 수 없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울라지보스또크 루쓰끼섬에 있는 원동련방종합대학 청사에서 조로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장면이다. 두 나라 국기들이 게양된 회의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이 양측 수행간부들과 함께 대화하는 장면이다. 이번 조로정상회담에서는 두 나라 내부사정과 국가건설경험을 상호통보하였고, 두 나라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새로운 전략환경에 맞게 더욱 높은 차원으로 상승발전시키기 위한 의제들이 심층적으로 논의되었고,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불안정해진 한반도 정세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의제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 이번 조로정상회담에서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매우 중대하고 민감한 의제들이 논의되었으므로,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았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서 쌍무적 협조를 가일층 확대발전시켜나갈 데 대하여 토의”하였고, “호상리해와 신뢰, 친선과 협조를 더욱 증진시키고 새 세기를 지향한 조로친선관계의 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조치들에 대하여 합의”하였으며, “당면한 협조문제들을 진지하게 토의하시고 만족한 견해일치를” 보았다. 

<해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확대회담에서 “고귀한 전통을 이어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조로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려세우는 것은 시대와 력사 앞에 지닌 응당한 책임이라고 하시면서 선대령도자들의 뜻을 받들어 조로관계발전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갈 결심을 표명하시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조로친선협조관계를 더욱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조치들이 정상회담에서 합의되었다. 어떤 방향과 조치들인가? 확대회담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가 의문을 풀어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확대회담에서는 “최고위급상봉과 접촉을 포함한 고위급 래왕을 강화하며 두 나라 정부와 국회, 지역, 단체들 사이의 협력과 교류, 협조를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시켜나갈 데 대하여 론의”되었다고 한다. 이 인용문에 따르면, 앞으로 조선과 로씨야는 정상회담, 고위급회담, 국회회담, 지방정부급회담 등을 활발히 진행하게 될 것이고, 각계각층별로 다양한 협력, 교류, 협조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확대회담에서는 “정부 간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의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며 두 나라 사이의 호혜적인 경제무역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에 올려세우기 위하여 여러 분야들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과 로씨야가 무역, 경제, 과학기술부문에서 협조를 더욱 확대할 것임을 말해준다. 조선과 로씨야가 무역, 경제, 과학기술부문에서 상호협조를 확대하면, 두 나라를 겨누고 있는 미국의 경제재재는 무력화될 것이다.   

(3)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조선반도정세와 국제관계분야에서 나서는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정세를 관리해나가기 위한 솔직하고 기탄없는 의견을” 나누었다. 

<해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위의 인용문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안정적으로, 공동으로,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안보문제를 깊이 논의하였다. 이 논의는 미국의 대결주의정책으로 매우 불안정해진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평화와 안전으로 이끌어가려는 조선과 로씨야의 안보협력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전에 조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불안정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안보전략을 논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조로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불안정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안보전략을 논의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이 논의한 안보전략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요구된다.  


4. 미래를 개척하는 루쓰끼섬의 약속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이 논의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안보전략과 관련하여,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다음과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1)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중대한 고비에 직면한 조선반도 정세추이에 대하여 분석평가”하였다. 한반도 정세추이에 정통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설하였고, 뿌찐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세해설을 주로 들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뿌찐 대통령에게 들려준 정세해설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고비에 직면하였다”고 지적하였다. 중대한 고비에 직면하였다는 것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협상재개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교착국면을 두고 한 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확대회담에서 교착국면에 대해 언급하면서 “얼마 전에 진행된 제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와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에 이른데 대하여 지적”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하였다는 절제된 외교어법을 사용하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취한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는 그가 조선을 리비아처럼 비핵화하려는 방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놓은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미 6년 전에 다음과 같이 언명한 바 있다. 2013년 3월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의 목적은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우리의 핵무장해제와 제도전복을 이루어보자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지금 적들은 우리에게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고 위협공갈하는 동시에 다른 길을 선택하면 잘 살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회유도 하고 있다”고 언명하였다. 이번 조로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뿌찐 대통령에게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에 담겨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음흉한 계략에 대해 설명하였다. 

(2)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확대회담에서 뿌찐 대통령에게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미국의 차후태도에 의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좌우될 것이라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좌우될 것이라는 뜻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면, 조미핵협상은 재개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핵협상을 마감하고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조로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뿌찐 대통령에게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새로운 길로 전환하는 급변상황에 대비할 것이라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언명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핵협상이 핵대결로 뒤바뀌는 반전의 길이며, 핵대결이 격화되어 파탄에 빠진 미국의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굴복을 감수해야 하는 벼랑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에게 최후승리를 안겨주고, 미국에게 최후패배를 안겨줄 급변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명백히 언명하였다. 한반도의 정세는 협상과 대결의 갈림길에 이르렀다. 

(3)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조로 두 나라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려정에서 전략적 의사소통과 전술적 협동을 잘 해나가기 위한 방도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의”하였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소통과 전술적 협동을 잘 해나가기 위한 방도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조로정상회담의 논의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서, 그 방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뿌찐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단독기자회견에서 그 방도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비핵화 방도에 대해 아주 짤막하게 언급하였다. 그는 “비핵화는 조선의 군비를 일정정도 감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뿌찐 대통령이 이해하는 비핵화의 의미가 이 짤막한 발언에 들어있다. 조선이 핵군비를 일정정도 감축하는 것이 그가 이해하는 비핵화의 의미다. 다시 말해서, 그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을 일정한 수준의 핵군비감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핵군비감축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부분적으로 폐기한다는 뜻이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핵동결(핵군비통제)과는 다른 개념이다. 뿌찐 대통령이 핵군비감축을 언급한 것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동결방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핵폐기방안 사이에서 절충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로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뿌찐 대통령에게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면, 조미핵협상은 재개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핵협상을 마감하고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조미핵협상이 조미핵대결로 뒤바뀌는 반전의 길이며, 핵대결이 격화되어 파탄에 빠진 미국의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굴복을 감수해야 하는 벼랑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에게 최후승리를 안겨주고, 미국에게 최후패배를 안겨줄 급변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명백히 언명하였다. 한반도의 정세는 협상과 대결의 갈림길에 이르렀다.     

조로정상회담 중에 뿌찐 대통령으로부터 핵군비감축방안을 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군비를 감축하려면 조선과 미국이 대등한 지위에서 핵군축회담을 해야 한다는 기존 견해를 제시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1월 13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그리고 2월 2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답변을 통해 조미핵군축회담을 미국에게 제안한 바 있다. 

(4) 뿌찐 대통령은 조로정상회담 직후 단독기자회견에서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건설적인 대화를 하려는 의사를 표명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자신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조로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핵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을 뿌찐 대통령에게 제시하였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조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건설적인 대화를 하려는 전향적인 의사를 먼저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적인 대화를 하려는 전향적인 의사를 표명한다는 말은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한다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뿌찐 대통령에게 그런 철회조건을 제시한 까닭은, 조미핵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조선의 입장이 뿌찐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지기 바랐기 때문이다. 

뿌진 대통령은 조로정상회담 직후 단독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의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에게 각각 전해달라고 자기에게 요청하였다고 말했다. 그런 요청에 따라 뿌찐 대통령은 2019년 4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일대일로 정상연단’에 참석하여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조로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해달라고 요청한 조선의 입장을 전하였다. 

2019년 5월 3일 뿌찐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다. 크레믈리대궁전 공보실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뿌찐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조로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했으며, 조선의 성실한 의무이행에 상응하여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크레믈리대궁전 공보실의 언론보도문은 뿌찐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조로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하였다고 간략하게 서술하였으나, 뿌찐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해야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조선의 입장을 전했고, 조선의 핵동결조치에 발을 맞춰 미국도 제재를 완화하는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분명하다. 

(5)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뿌찐 대통령은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전략적인 협동을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보장이라는 뜻이다. 뿌찐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연회 도중 축하연설에서 “로씨야는 조선반도에서의 긴장을 해소하고 동북아시아지역 전반에서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하여 계속 호상협력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와 모든 관심 있는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가 밑에 반도와 지역의 공고한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번영을 이룩해나가기 위한 목적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조로정상회담에서 뿌찐 대통령이 동북아시아의 다자안보협력문제를 제기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뿌찐 대통령의 안보전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가 조로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해다. 뿌찐 대통령은 오래 전에 폐기되어 실패의 과거사 속에 파묻힌 6자회담을 다시 꺼내놓은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안보협력체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뿌찐 대통령이 조로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동북아시아안보협력체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2019년 4월 27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단독기자회견에서 “근본적인 문제(한반도 정전상태를 뜻함-옮긴이)가 종결되어야 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안보측면에서 조선에게 충분한 (안전)조건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그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발언은 조미핵협상의 목표가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과 동시에 동북아시아에서 기존 양자동맹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다자안보협력체제를 수립하는 데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수립된다는 말은 주한미국군이 철거된다는 뜻이고,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안보협력체제가 수립된다는 말은 조선-중국-로씨야 대 한국-미국-일본의 대결구도가 해체되고 다자안보협력체제가 등장한다는 뜻이다. 만일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된 뒤에 한반도 밖의 동북아시아지역에서 대립과 대결이 여전히 지속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또 다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세우는 것은 동북아시아에 다자안보협력체제를 세우는 것과 병행되어야 한다. 동북아시아안보협력체제는 한미동맹이나 미일동맹과 양립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다자안보협력체제를 세우려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해체되어야 한다. 새로운 다자안보협력체제가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반적으로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뿌찐 대통령의 안보전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뿌찐 대통령이 제시한 안보전략구상에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과 로씨야는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전이 실현되는 미래를 함께 개척해나갈 것이다. 루쓰끼섬의 약속에서 미래가 밝아온다.

2019/04/30

핵협상과 핵대결의 갈림길

[한호석의 개벽예감](345)
자주시보 2019년 04월 2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월 12일 시정연설
2. 협상재개전망 어둡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
3. 협상재개전망 어둡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
4. 실낱같은 가능성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위험한 지경
5. 조미핵협상재개를 위한 두 가지 방침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월 12일 시정연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현 단계의 사회주의건설과 공화국정부의 대내외정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을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조선을 이끌어가는 노선, 지침, 정책을 천명하였다. 이 글을 집필한 목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내용 중에서 조선의 대미핵협상방침을 알아보려는데 있다.  

2019년 2월 28일 윁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대미핵협상방침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조미핵협상이 과연 재개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영영 끝나게 될지를 예측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다른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대조선핵협상방침을 내외에 천명한 바 있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핵협상방침은 조선의 핵억제력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6.25전쟁 시기부터 지금까지 근 70년 동안 미국이 조선에게 끊임없이 가해오는 핵위협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조선의 핵억제력만 포기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1993년 3월 9일 미국이 선제핵타격씨나리오에 따른 전쟁연습(당시 작전명칭은 팀스피릿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하기 하루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였고, 3월 12일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전격 탈퇴한 것으로 제1차 조미핵대결이 시작되었는데, 조선은 2006년 10월 9일에 첫 번째 지하핵시험을 단행하여 제1차 조미핵대결에서 완승하였고, 조선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려고 온갖 압박과 술책을 다 들이대며 광분했던 미국은 제1차 조미핵대결에서 완패하였다.   

돌이켜보면, 2006년 10월 14일 미국의 정치공작에 휘둘린 유엔안보리가 조선에 대한 국제제재를 결의한 것으로 제2차 조미핵대결이 시작되었는데, 조선은 2017년 9월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열핵탄두(수소탄두)기폭시험에서 성공하고, 2017년 11월 29일에는 열핵탄두가 장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여 제2차 조미핵대결에서도 완승하였고, 조선의 핵무력완성을 저지하려고 온갖 압박과 술책을 다 들이대며 광분했던 미국은 제2차 조미핵대결에서도 완패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성원들을 조선로동당 본부청사로 불러 그들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회의에서 "현 단계의 사회주의건설과 공화국정부의 대내외정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을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조선을 이끌어가는 노선, 지침, 정책을 천명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대미핵협상방침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조선의 핵무기개발도 저지하지 못했고, 조선의 핵무력완성도 저지하지 못한 미국이 제1차 조미핵대결과 제2차 조미핵대결에서 연패, 완패를 당한 주제에 이제 와서 조선의 핵억제력를 제거해보겠다고 제재압박에 매달리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지나가던 소가 배꼽 잡고 웃을 일이 아닌가! 

만일 조선이 미국의 제재압박에 겁을 먹고 굴복하여 핵억제력을 포기할 만큼 나약하다면, 애초에 핵무기를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합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압박에 대한 조선의 태도와 견해는 2019년 4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정상연단에 참석한 김영재 조선대외경제상이 <연합뉴스> 취재기자를 만나 즉석에서 나눈 짤막한 질의응답에 나타나있다. 질의응답에서 김영재 대외경제상은 미국의 대조선제재에 대해 언급하면서 “제재를 100년 하려면 100년 하고, 1,000년 하려면 해라. (조선은 제재에) 신경 쓰지 않고 있으며, 별로 크게 영향 받는 것도 없다. 지금까지 거의 한 세기 동안 제재 받고 살았는데 지금 제재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제재하는 게 재미있으면 계속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는 조선의 대외무역과 대외금융거래를 차단하는 것이므로, 제재에 대해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조선의 대외경제성인데, 놀랍게도, 조선의 대외무역 총책임자는 미국을 향해 “제재놀음이 그렇게 재미나면 100년이고 1,000년이고 계속해봐라, 우리는 끄덕하지 않는다”고 일갈했으니, 조선에서 자력갱생이 얼마나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대조선제재압박은 조선에 대한 압박으로는 되지 못하고, 조선에 대해 오판하는 미국의 몰골을 드러내 보여주는 수치로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또 다시 생각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지만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근본방도인 적대시정책 철회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으며 오히려 우리를 최대로 압박하면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습니다.”

조선이 제재압박에 굴복하여 핵억제력을 폐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오판, 그리고 조미핵협상이 재개되면 미국이 결국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오판, 그런 오판에 사로잡힌 미국은 길이 어디에 있고, 벽이 어디에 있는지도 분간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였다. 오판에 사로잡힌 미국이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바람에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던 것이다. 


2. 협상재개전망 어둡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오판에 사로잡힌 미국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좌충우돌하였던 소란스러운 정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우리는 제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6.12조미공동성명리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인 단계와 경로를 조미 쌍방의 리해관계에 부합되게 설정하고 보다 진중하고 신뢰적인 조치들을 취할 결심을 피력하였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화답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습니다. 다시 말하여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 되여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습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적한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를 뜻한다. 2019년 4월 1일 <자주시보>에 실린 ‘핵협상 결렬시킨 트럼프, 텔레미트리 점검하는 전략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로 받아주지 않는 핵신고, 핵반출, 핵폐기, 핵사찰, 핵전문인력 전직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였다고 서술한 바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4년 8월 24일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반란군의 전투 중에 활주로가 파괴되어 시커먼 연기가 퍼져나가는 장면이다. 그로부터 5년이 되어오는 지금도 리비아는 내전의 화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의 비극은 미국이 그 나라에게 강요한 리비아식 비핵화을 근본원인으로 하여 생겨난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던 리비아 가다피정권에게 핵개발을 포기하면 제재를 해제해주겠다고 속여 제재해제가 아니라 무장해제로 유인해놓고, 무력침공과 내란도발로 가다피정권을 전복시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명시적으로, 전면적으로 배격하였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리비아식 비핵화라는 것은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던 리비아 가다피정권에게 핵개발을 포기하면 제재를 해제해주겠다고 속여 제재해제가 아니라 무장해제로 유인해놓고, 무력침공과 내란도발로 가다피정권을 전복시킨 비극적 사태를 뜻한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우리가 가는 길을 돌려세우고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를 스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하였는데, 선 무장해제-후 제도전복이 바로 리비아식 비핵화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다음과 같이 명시적으로, 전면적으로 배격하였다. 

“미국은 그러한 궁리로는 백번, 천번 우리와 다시 마주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며 저들의 리속을 하나도 챙길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습니다.”

“지금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 개최에 대해 많이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데 대하여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위와 같이 단호한 어조로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를 전면적으로 철회해야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식 비핵화를 철회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철회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바로 이것이 조미핵협상재개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이다. 


3. 협상재개전망 어둡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 2019년 4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 4월 22일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는 태평양작전구역의 미공군기지들이 “예고가 거의 없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급사태(potential contingency with little notice)”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대규모 공중작전을 태평양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연습하였는데, 하와이의 힉컴공군기지에 배치된 C-17 수송기와 F-22 스텔스전투기,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와 수송기, 일본 미사와미공군기지에 배치된 F-16 전투기, 일본 가데나미공군기지에 배치된 F-15C 전투기, 일본 요꼬다미공군기지에 배치된 C-130J 수송기 등이 적국의 선제타격을 피해 태평양작전구역 안에서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집결하여 반격하는 씨나리오를 연습했다고 한다. 이 공중작전연습의 작전명칭은 ‘탄력의 태풍(Resilient Typhoon)’으로 정해졌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 공중작전연습의 목적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런 게 아니다.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태평양작전구역 전역에서 대규모 공중작전연습을 진행한 바로 그날, 한국 공군과 주한미공군도 연합공군편대를 편성하여 조선침공을 가상한 2주간 동안의 공중작전연습을 개시하였다. 이것은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2009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한반도작전구역 안에서 진행해오던 한미연합공군전쟁연습 ‘맥스 선더(Max Thunder)’를 올해에는 태평양작전구역 전역에서 진행되는 ‘탄력의 태풍’으로 대폭 확대하였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군의 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하였으나, 조선침공을 가상한 전쟁연습은 올해부터 되레 더 확대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연습중단공약은 빈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군사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실현하자고 공약하였고, 남북군사분야합의서까지 채택, 발표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녘 동포 여러분, 남녘 국민, 해외동포 여러분,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습니다. 남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협을 없애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군사분야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상시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은 빈말로 되고 말았고, 올해 들어 한미연합군은 각종 대조선전쟁연습을 계속 감행하고 있다. 심지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2019년 4월 27일에도 한미연합공군은 조선침공을 가상한 공중작전연습을 닷새째 계속하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자는 남측의 요청에 북측이 전혀 응답하지 않은 까닭이다. 남측이 군사긴장완화공약을 위반하였으므로, 북측은 공동행사만이 아니라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전면 중단하였다.

그런데 이처럼 심각한 상황을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모르는 척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군사긴장완화공약을 그처럼 위반하고서도 2019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영상특별담화에 나와서 “판문점선언은 하나하나 이행되고 있다”느니, “남과 북이 함께 출발한 평화의 길”에서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희떠운 소리를 늘어놓았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4월 22일 미국 태평양공군이 시작한 대규모 공중작전연습인 '탄력의 폭풍' 중에 일본 미사와미공군기지에 배치되었던 F-16 전투기를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로 긴급히 이동시킨 장면이다. 그날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는 태평양작전구역의 미공군기지들이 예고가 거의 없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급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대규모 공중작전을 태평양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연습하였다. 그들이 말하는 긴급사태라는 것은 주일미국군기지들이 조선으로부터 선제타격을 받는 전시상황을 뜻한다. 괌과 주일미국군기지들에 배치된 미국 공군 소속 작전기들이 '탄력의 폭풍'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공중작전연습을 시작한 바로 그날, 한국 공군과 주한미공군도 연합공군편대를 편성하여 조선침공을 가상한 공중작전연습을 개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군의 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하였으나, 조선침공을 가상한 전쟁연습은 올해부터 되레 더 확대되었다.     

2019년 3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해마다 12월 초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연례적으로 실시해오는 조선인민군 동계군사훈련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는 이번에는 조선인민군이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무력시위와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전체 훈련량이 감소했다”고 하면서, “한미연합동맹연습 기간인 3월에 (조선인민군은) 특별근무태세로 전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미연합군이 ‘키리졸브’라는 간판을 ‘동맹’이라는 간판으로 바꿔단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였을 때도, 조선인민군은 대응을 자제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는 공약을 지켰던 것이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어느 쪽이 긴장완화공약을 위반하였고, 어느 쪽이 긴장완화공약을 이행하였는지 명백히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는 공약을 지켰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니 긴장완화니 하는 말은 곧잘 하면서 행동은 반대로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위반에 대해 지적하면서 “미국이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면서도 우리에 대한 적대감을 날로 더 고조시키는 것은 기름으로 붙는 불을 진화해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질책하고, “지금 미국에서는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요격을 가상한 시험이 진행되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군사연습들이 재개되는 등 6.12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역행하는 적대적 움직임들이 로골화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를 심히 자극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고 자신의 심정을 피력하였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기 마련이듯이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로골화될 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 있습니다”고 공약위반자들에게 경고하였다. 

쌍방이 합의한 공약을 지키느냐 아니면 위반하느냐 하는 문제는 협상재개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다. 공약위반은 불신의 풍랑을 일으키고, 불신의 풍랑은 협상재개의 앞길을 가로막기 때문에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의 대조선전쟁연습에 간판만 바꿔달아주고 여전히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도록 명령한 공약위반행위, 바로 이것이 조미핵협상재개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이다.   


4. 실낱같은 가능성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위험한 지경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언급하는 바와 같이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조선의 최고령도자가 시정연설에서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언급한 것은 뜻밖의 일이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를 이례적으로 언급한 것은 무슨 뜻인가? 

위에 서술된 바와 같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조미핵협상재개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을 지적하면서도, “미국이 옳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전면 철회하면,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는 지금,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에 실낱처럼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것이다. 두 나라 정상의 개인적 관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실낱같은 가능성이 완전히 끊어져버릴지 아니면 현실로 바뀔 것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 만일 그가 조선에 대한 오판에서 벗어나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면, 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인적인 관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실낱같은 가능성은 현실로 바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낱은 툭 하고 끊어져버리고 말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2월 27일 윁남 하노이에서 상봉하여 환담을 나누는 장면이다. 이튿날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강도적 요구라고 배격하는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제기하였고, 그로써 회담은 결렬되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는 조미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해야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는데, 지금 그는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할 조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에 실낱처럼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4월 25일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에서 진행된 조로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울라지미르 뿌찐 대통령에게 “얼마 전에 진행된 제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의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에 이른데 대하여 지적”하였다고 한다.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말은 조미핵대결이 극도로 격화되었던 2017년도 위기상황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에 실낱처럼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오늘의 현실은, 조미핵대결이 극도로 격화되었던 2017년도 위기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이례적으로 언급한 까닭은,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미핵협상과 관련한 망발을 늘어놓으며 조선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미핵협상과 관련하여 망발을 늘어놓을수록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조미핵협상재개 가능성은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조선 외무성은 망상에 사로잡혀 분별없이 행동하는 팜페오 국무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망발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다음과 같이 따끔하게 질책하였다. 

2019년 4월 18일 조선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제멋대로 말을 꾸며대면서 조미관계전반을 자기 마음대로 흔들어 자기의 인기를 올려보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질책하면서,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보아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오만 끼여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군 하는데 앞으로도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조선 외무성이 더 이상 믿지 못할 팜페오 국무장관과 마주 앉기도 싫다는 뜻을 미국에 전한 것이다. 

위와 같은 질책과 거절을 당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망발을 멈추기는커녕, 2019년 4월 24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와 회견하는 중에 권정근 미국국장의 위와 같은 발언에 대해 그것은 중간급 인사의 발언일 뿐이라고 무시하였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중간급 간부가 외무성의 공식입장과 무관한 개인견해를 언론을 통해 발표할 수 없으므로, 팜페오 국무장관에 대한 조선 외무성의 공식입장이 중간급 간부의 견해라는 형식으로 표명된 것이 분명하다.  

조선 외무성은 팜페오 국무장관만 질책한 것이 아니다. 2019년 4월 20일 조선 외무성 최선희 제1부상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4월 17일 미국 통신사 <블룸벅>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또 다시 요구한 것에 대해 “볼튼의 이 발언은 제3차 수뇌회담과 관련한 조미 수뇌분들의 의사에 대한 몰리해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제 딴에 유모아적인 감각을 살려서 말을 하느라 하다가 빗나갔는지 어쨌든 나에게는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보인다”고 강하게 질책하면서, “경고하는데 앞으로 계속 그런 식으로 사리분별 없이 말하면 당신네한테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망발을 그만두고 입을 다물라는 조선 외무성의 질책인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이처럼 조선으로부터 불신과 질책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에 실낱같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것이다.    


5. 조미핵협상재개를 위한 두 가지 방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핵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침을 제시하였다. 방침은 두 가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첫 번째 방침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해야 조미핵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선결조건을 접었으므로, 제재완화여부와 무관하게 조미핵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그 무슨 제재해제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핵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선결조건을 철회하였다는 뜻이다. 제재완화라는 선결조건이 철회된 까닭은, 제재완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선결조건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한 새로운 선결조건은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으로 보면, 제재를 완화하는 선결조건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는 선결조건에 직면하게 된 것이므로, 그가 반가워할 일이 아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완화로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다 놓쳐버리고, 제재완화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선결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오판은 오판으로 끝나지 않고, 자승자박으로 이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핵협상재개를 위한 새로운 선결조건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다른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핵협상재개를 위한 두 번째 선결조건이다.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조미 사이에 뿌리 깊은 적대감이 존재하고 있는 조건에서 6.12조미공동성명을 리행해나가자면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리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조미 쌍방의 리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씌여져야 나는 주저 없이 그 합의문에 수표할 것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2019년 4월 18일 조선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 기회에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 시정연설에서 천명하신 대미립장에 담긴 뜻을 다시 한 번 폼페오에게 명백히 밝히고저 한다”고 하면서, “그 뜻인즉 미국은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 손으로 올해 말까지 치워야 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조선반도 정세가 어떻게 번져지겠는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8년 9월 17일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제5항모타격단과 미국 해군 F/A-18 편대의 호위를 받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3개 편대가 '용감한 방패'라는 작전명칭으로 선제핵타격연습을 필리핀해에서 진행하는 장면이다.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선제핵타격연습이 일차적으로 조선을 노리고 있다는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기회에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으로 조선을 위협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태평양작전구역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들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핵전략자산을 철수하지 않고 죽음의 핵우산을 철거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 그것은 죽음의 핵우산에 매달려있는 주한미국군을 전면 철수하는 것이다. 오직 이것만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길이다.     ©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이 언급한,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또는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이 우리 민족의 머리 위에 씌워놓은 죽음의 핵우산이다. 미국이 6.25전쟁 중에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을 핵폭탄으로 초토화하려고 광란하였던 때로부터 장장 69년 동안 우리 민족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살아야 했다. 만일 미국이 핵우산을 펼치면, 한반도 전역이 핵화염으로 뒤덮일 것이므로, 우리 민족 전체가 죽음의 핵우산 아래서 살아가는 것이다. 지난 69년 동안 하루도 멈추지 않고 우리 민족에게 불행과 고통을 강요해오는 죽음의 핵우산을 철거하고 민족의 자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조선은 미국에 결연히 맞서 25년 동안 치열한 핵대결을 벌이면서 자위적 핵억제력을 가져야 했다. 

그런데 미국은 핵전략자산들을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지 않고,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해놓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하면 즉각 한반도로 출동시킬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죽음의 핵우산을 철거하려면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들이 미국 본토로 철수되어야 하는데, 그런 전략적 철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해놓은 핵전략자산들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지 않고, 핵우산을 철거하는 현실적 대안은 죽음의 핵우산에 매달려있는 주한미국군을 전면 철수하는 것이다.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핵우산 철거의 현실적인 의미는 주한미국군 철수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사진 5>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9년 12월 말까지 미국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라는 시한을 정해놓았다는 사실이다. 2019년 4월 24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와 회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대화의 시한을 정해놓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한부 최후통첩을 보냈다. 시한부 최후통첩은 다음과 같다.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여 올해 말 전에 핵협상이 재개되더라도 그는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기회를 이미 놓쳤다는 뜻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놓친 좋은 기회는 무엇인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제재를 완화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연락사무소를 상호개설하는 등 관계개선을 추진한 뒤에 핵우산을 철거하는 기회가 주어져 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때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제기하여 그 회담을 결렬시키는 바람에, 시간적 여유를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핵우산을 철거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시한부 최후통첩은 다음과 같이 계속된다.   

“나는 미국이 오늘의 관건적인 시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고 기대하며 가까스로 멈춰 세워놓은 조미대결의 초침이 영원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핵협상이 재개될 것인가 아니면 핵대결이 재개될 것인가 하는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리비아식 비핵화와 대조선제재에 대한 망상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72세 노인의 어깨 위에 무겁고 중대한 요구를 올려놓았다. 

2019년 4월 24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와 회견하면서 “미국과 북조선의 대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는데, 그가 언급한 전략적 결정은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전략적 결정을 뜻하므로, 그는 리비아식 비핵화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한부 최후통첩을 알아듣고,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철거하는 결정을 과연 내릴 것인지를 예견하기는 힘들다. 이 심중한 문제와 관련하여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4월 25일 로씨야 울라지보스또크에서 진행된 조로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울라지미르 뿌찐 대통령에게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지 않아 핵협상이 재개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뜻이다. 한반도 정세는 핵협상과 핵대결의 갈림길에 있다.

2019/04/23

절묘한 공중전투동작과 절묘한 전술유도무기

[한호석의 개벽예감](344)
자주시보 2019년 04월 2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최정예 비행련대 불시검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2. 초인적인 비행술 연마하는 전투비행사들
3.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만든 전술유도무기
4. 미국의 공중감시망 뚫은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


1. 최정예 비행련대 불시검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6일 “부대 앞을 지나가다 추격습격기련대의 비행훈련실태를 료해하기 위하여 갑자기 들렸다”고 하면서, 조선인민군 항공군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를 불시에 검열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1017군부대는 평양에서 북쪽으로 약 45km 떨어진 평안남도 순천비행장에 주둔하는 비행련대라고 한다. 제1017군부대는 훈련, 학습, 생활에서 가장 우수한 부대에게 수여되는 오중흡7련대 칭호를 쟁취한 비행련대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최정예 비행련대다. 

제1017군부대를 불시에 찾아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투가 예고하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임의의 시각에 불의에 판정하고 군부대의 경상적 동원준비를 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전투직일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추격습격기들을 리륙시켜 비행사들에게 어렵고 복잡한 공중전투동작을 시켜보라고 명령하시였다”고 한다. 명령이 하달되자, 제1017군부대에 배속된 미그-29 추격습격기 2대가 동시에 이륙하여 어렵고 복잡한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였고, 뒤이어 수호이-25 습격기 1대가 이륙하여 어렵고 복잡한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전투비행사들은 “자기들이 평시에 련마해온 비행술을 뽐내였”는데, “리륙과 각이한 공중전투동작들, 착륙 등 모든 비행조작을 능숙하고 세련되게 진행”하였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6일 조선인민군 항공군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를 불시에 검열하였다.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1017군부대 비행장 활주로를 걸어가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격기, 습격기를 조종하는 전투비행사들의 공중전투동작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제1017군부대는 평안남도 순천비행장에 주둔하는 최정예 비행련대다. 그 비행련대 소속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실태를 불시에 검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소에 연마해온 여러 가지 고난도 비행술을 능숙하고 세련되게 펼쳐보인 전투비행사들의 훈련성과를 높이 평가하였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다른 나라 전투비행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그들의 절묘한 비행술 앞에서 미국은 속수무책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공중전투동작이라는 전문용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중전투동작(air combat maneuver)은 시각공중전투(visual air-to-air combat)에서 사용되는 비행술이다. 시각공중전투는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을 만큼 비좁은 무기교전구간(weapons engagement zone) 안에 들어온 적기를 기관총으로 격추시키는 근접공중전을 뜻한다. 공대공미사일은 전투비행사의 시야를 넘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먼 거리에 있는 적기를 레이더로 포착하였을 때 사용하는 것이다. 공대공미사일이 지닌 항공력학적 한계 때문에 적기가 섬광탄(flare)을 발사하며 재빨리 회피기동을 하면 공대공미사일로 격추하지 못하므로 기관총을 쏘아야 하고, 적기가 공대공미사일 최단사거리 안으로 파고 들어오는 경우에도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으므로 기관총을 쏘아야 한다. 시각공중전투는 이처럼 기관총을 쏘면서 벌어지게 된다.    

더욱이 공중전투반경이 매우 협소할 뿐 아니라, 교전쌍방이 거의 동시에 출격시킨 수많은 전투기들이 피아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뒤엉켜 교전하게 되는 한반도 상공에서는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할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전투기들끼리 서로 기관총을 쏘는 치열한 시각공중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미국 공군 현역장교가 집필한 자료에 따르면, 시각공중전투에 돌입한 전투기가 적기를 향해 기관총을 쏠 수 있는 최단거리는 160m라고 한다. 만일 그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기관총으로 적기를 격추하면, 피격당한 적기의 파편이 날아와 기체에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사격거리를 최소 160m 정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시각공중전투에 돌입한 전투기가 기관총을 쏠 수 있는 최장거리는 1.6~1.8km라고 한다. 만일 그보다 더 먼 거리에서 적기를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면, 격추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시각공중전투는 약 2~3km 정도의 반경 안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2>  

▲ <사진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시검열한 제1017군부대에는 미그-29와 수호이-25가 배속되었다.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행훈련명령을 받은 그 비행련대 전투비행사들이 조종하는 미그-29 두 대가 동시에 이륙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가지 고난도 공중전투동작들을 수행한 전투비행사들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기념사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좌우에 있는 두 사람은 미그-29를 조종한 전투비행사들이고, 맨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수호이-25를 조종한 전투비행사다. 기념사진배경에 보이는 미그-29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살펴본 사적비행기다.     

시각공중전투에서 결정적인 승리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 요인은 시각공중전투에 적합한 추격기이고, 둘째 요인은 추격기가 적기를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는 사격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국 공군 전투기의 첨단성능이 시각공중전투에 불리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전투기들은 항속거리가 길고, 중무장을 하고, 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레이더로 멀리 보는 원격탐지능력이 뛰어나지만, 이런 첨단성능들은 시각공중전투에서 불리한 요인들로 된다. 왜냐하면 항속거리가 길고 중무장한 전투기에는 크고 무거운 연료와 많은 미사일, 로켓탄, 폭탄이 잔뜩 실리는데, 이처럼 비대해진 기체의 중량은 시각공중전투에서 민첩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요인이다. 또한 시각공중전투에 돌입한 전투기는 비행속도를 초음속 이하로 낮춰 비행해야 하므로, 초음속 비행은 시각공중전투에서 불필요하다. 또한 시각공중전투를 벌이는 전투비행사는 육안으로 적기를 탐지하고 격추해야 하는데, 시야 밖의 먼 거리에 있는 적기를 탐지하는 고성능 레이더는 시각공중전투에서 불필요하다. 스텔스기능이나 고성능 전자장비를 두루 갖추었다는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는 공중전투반경이 광대한 태평양 상공에서 벌어진 장거리 공중전에서는 쓸모가 있지만, 공중전투반경이 협소한 한반도 상공에서 벌어진 단거리 공중전에서는 쓸모가 없다.      

한반도 상공에서 벌어진 시각공중전투에서 결정적인 승리요인은 기관총으로 경무장한 가벼운 전투기가 날쌔고 민첩한 기동으로 적기를 격추하는 사격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다. 조선이 운용하는 미그-21, 미그-23, 미그-29, 수호이-25는 바로 그런 시각공중전투에 최적화된 성능을 가진 추격기, 습격기들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1017군부대의 비행훈련실태를 검열하면서 그 비행련대에서 “비행기들의 원성능을 회복하고 전투력을 한 계단 끌어올리기 위한 줄기찬 투쟁을 벌려 커다란 성과를 이룩한 것이 정말로 대견하다”고 높이 평가하였다고 한다. 비행기들의 원성능을 회복하기 위한 줄기찬 투쟁을 벌여 커다란 성과를 이룩했다는 평가는 추격기와 습격기의 성능을 한반도의 공중전투환경에 최적화시킨 대단한 성과를 이룩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이 운용하는 미그-21, 미그-23, 미그-29, 수호이-25 같은 기종들은 다른 나라들이 운용하는 같은 기종들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진 개량형 기종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을 말해주는 정보는 쓰르비야공화국 항공전문가들인 쁘레드락 빠블로위츠와 네나드 빠블로위츠가 2009년에 공동집필한, ‘전투기의 실제성능(Fighter Performance in Practice)’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들어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 공군이 진행한 공중전투평가전에서 미국 전투기 F-15 이글(Eagle)은 미그-21의 민첩한 비행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공중전투평가전에 나선 미그-21은 초속 200~260m로 날아가다가 초속 36m로 급감속하면서 비행방향을 약 90도로 꺾어 급선회하는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하였다는 것이다. 만일 전투기의 민첩성을 비교한다면, 전 세계에 현존하는 그 어떤 전투기도 미그-21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 그 자료에서 내린 결론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이 왜 40여 년 전에 생산된 미그-21을 폐기하지 않고 150대나 운용하는지 알 수 있다. 미그-21이 그처럼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한다면, 그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미그-29는 얼마나 더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하는 것일까?     


2. 초인적인 비행술 연마하는 전투비행사들

시각공중전투에서 승리하는 요인은 공중전투환경에 최적화된 추격기의 성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추격기의 성능이 공중전투환경에 맞춰 최적화되었더라도, 추격기를 조종하는 전투비행사의 비행술 숙련도가 낮으면 시각공중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전투비행사의 비행술 및 사격술 숙련도가 결정적인 승리요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6일 제1017군부대를 찾아가 불시에 검열한 것이 바로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실태였다. 

전투비행사의 비행술 숙련도는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얼마나 능숙하고 세련되게 수행하는가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준 높은 공군력을 가진 나라들은 다종다양한 공중전투동작들을 개발해놓았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5대 공중전투동작은 고리형 동작(loop maneuver), 급회전동작(break turn maneuver), 반쪽S자형 동작(split-s maneuver), 감속상승동작(barrel roll maneuver), 가위형 동작(scissors maneuver) 등이다. 이를테면, 반쪽S자형 동작은 급강하하면서 기체를 180도 뒤집어, 날아오던 방향의 반대쪽으로 하강선회하는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이다. 감속상승동작은 수평으로 비행하다가 순간적으로 속도를 늦춰 급상승하는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이다. 가위형 동작은 적기가 뒤쪽에 따라붙었을 때 순간적으로 속도를 늦춰 적기가 앞쪽으로 나아가게 하고, 적기 뒤쪽에 따라붙는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이다. 

2019년 4월 17일 <조선중앙텔레비젼방송>은 제1017군부대 추격습격기들이 수행한 공중전투동작들이 촬영된 보도사진들을 방영하였다. 그 보도사진들은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이 위에 열거된 몇 가지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행훈련명령을 받은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이 순천비행장 상공에서 미그-29 두 대를 조종하면서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펼쳐보이는 장면이다. 기체가 180도 뒤집힌 상태로 하강비행을 하는 장면은 그들이 반쪽S자형 동작과 가위형 동작을 연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장면들은 그들이 평소에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연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얼마나 능숙하고 세련되게 수행하는가 하는 기준으로 평가되는 전투비행사의 비행술 숙련도는 전시에 시각공중전투에서 승리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은 “비행훈련을 가장 극악한 조건에서 전쟁맛이 나게 강도 높게 진행함으로써 그 어떤 불리한 정황 속에서도 맡겨진 공중전투임무를 자립적으로 능숙히 수행할 수 있는 진짜배기 싸움군, 만능전투비행사들로 철저히 준비해갈 불타는 결의를 다지였다”고 한다. 가장 극악한 조건에서 전쟁맛이 나는 고강도 비행훈련이라는 특이한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일상적으로, 관행적으로 쓰는 표현이 아니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훈련하는 극악한 비행환경은 어떤 것일까?    

2018년 4월 7일 <뉴스1>은 한국 공군 전투기조종사들의 중력가속도시험(G-Test)에 참가한 취재기자의 체험담을 실었다. 체험담에 따르면, 중력가속도시험 중에 지구중력 1G의 여섯 배인 6G에 이르자 취재기자의 시야가 흐려졌고, 7G에 이르자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앞이 보이지 않았고, 7.8G에 이르자 정신을 잃고 까무러쳤다고 한다. 취재기자가 까무러치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평상시 사람 뇌의 혈압은 80mmHg인데, 중력이 4~5G 이상으로 높아지면 뇌의 혈압은 2mmHg로 급락하여 뇌에 산소공급이 거의 중단되므로 까무러치는 것이다. 그래서 전투비행사들은 그런 극악한 비행환경에서 까무러치지 않기 위해 윽 소리를 내면서 폐의 압력을 높여 심장박동이 유지되도록 가슴공간을 넓혀주고, 크 소리와 흐 소리를 엇갈려 내는 심호흡을 하면서 인체에 산소를 계속 공급해주고, 다리와 배에 잔뜩 힘을 주어 혈액이 하체로 쏠리지 않게 하는 적응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다. 한국군 전투기조종사들은 중력이 9G에 이른 극악한 비행환경에서 15초 이상 견디는 고난도 시험을 통과해야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극악한 비행환경 속에서 연마한 고난도 비행술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는 사례는 1973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했던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남긴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이집트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 나라에 파견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이집트군 전투비행사들을 단기간 집중훈련시켰을 뿐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자 이집트군 비행편대를 선두에서 이끌고 전투를 벌였다. 2019년 2월 이스라엘 국립문서보관소는 이스라엘 국가정보기관 모싸드 국장의 보좌관이 이스라엘 총리의 국방비서에게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1973년 10월 5일에 보낸 1급 비밀전문을 기밀해제하여 세상에 공개하였는데, 그 비밀전문에는 이집트에 파견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 30명이 전쟁에 참전할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스라엘군이 각종 작전기 387대를 잃을 만큼 그 전쟁은 격렬하였다.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남긴 전설 같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쓰르비야공화국 항공전문가들인 쁘레드락 빠블로위츠와 네나드 빠블로위츠가 공동집필한 ‘전투기의 실제성능'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는 미그-21을 몰고 이스라엘군 전투비행사들이 조종하는, 당시로서는 최신예 전폭기였던 F-4와 맞붙어 치열한 공중전을 벌였는데, 교전 중에 상상을 초월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고 한다. 그것은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가 조종하는 미그-21이 지표면으로부터 불과 915m밖에 되지 않는 저고도에서 급강하하면서 기체를 180도 뒤집어 반대쪽으로 하강선회하는 고난도 반쪽S자형 동작으로 이스라엘군 전투기를 격추한 것이다. 이스라엘군 전투비행사들은 반쪽S자형 공중전투동작을 5,000m 고공에서 수행하는 수준이었고, 미그-21 종주국인 소련의 군사비행교범에는 그 기종이 반쪽S자형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는 최저비행고도가 2,000m로 나와 있는데,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는 최저비행고도의 절반도 되지 않는 915m 고도에서 고난도 반쪽S자형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여 이스라엘군 전투기를 격추하였으니, 믿기 힘든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개념도는 전투비행사들이 수행하는 여러 가지 공중전투동작들 가운데서 반쪽S자형 동작(split-s maneuver)을 보여준다. 이 공중전투동작은 급강하하면서 기체를 180도 뒤집어, 날아오던 방향의 반대쪽으로 하강선회하는 것이다. 그 반대로도 비행할 수 있다. 1973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지속된 제4차 중동전쟁에 이집트를 도와 참전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는 미그-21을 몰고 출전하여 이스라엘군 전투비행사가 조종하는 최신예 전폭기 F-4와 맞붙어 치열한 공중전투를 벌였는데, 미그-21은 지표면으로부터 불과 915m밖에 되지 않는 저고도에서 급강하하면서 반쪽S자형 동작으로 이스라엘군 전투기를 격추하였다. 직경 915m의 협소한 공간에서 반쪽S자형 동작을 수행한 것은 전 세계 공중전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 사실을 파악한 미국 공군 당국자들은 그런 공중전투동작은 불가해하다고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이스라엘군 전투비행사들이 조종한 미국산 최신예 전투기를 상대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펼친 고난도 비행술은 46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다른 나라 전투비행사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절묘함의 극치다. 오늘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자기 선배들이 실전에서 보여준 전설 같은 실전경험을 계승하여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쁘레드락 빠블로위츠와 네나드 빠블로위츠는 공동집필한 자료에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가 초저공에서 반쪽S자형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한 것이 살인적인 중력을 견디는 특수훈련의 결과였는지 아니면 초인적인 능력의 발현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썼으며, 미국 공군 당국자들은 그런 공중전투동작은 “불가해하다(inexplicable)”고 혀를 내둘렀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들이 공중전에서 눈부신 전공을 세웠다는 사실은 더욱 알지 못하는 공동집필자들은 이집트군 전투비행사가 공중전투 중에 초저공에서 반쪽S자형 동작을 절묘하게 수행하였다고 자료에 썼지만,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훈련받지 못한 이집트군 전투비행사들이 그처럼 절묘한 공중전투동작을 수행하였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제4차 중동전쟁에서 펼쳤던 고난도 비행술은 46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다른 나라 전투비행사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절묘함의 극치다. 오늘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자기 선배들이 46년 전 실전에서 보여준 전설 같은 전투경험을 계승하여 고난도 공중전투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그들의 절묘한 비행술 앞에서 미국은 속수무책이다.


3.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만든 전술유도무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사격시험을 참관하고 지도한 소식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원이 그 신형 전술미사일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조선이 국방과학원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서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최고 수준의 군사과학연구기관이다. 1964년 6월 29일에 창설된 국방과학원은 평양 룡성구역 룡성2동에 있다. 국방과학원 산하에는 각 분야별로 세분화된 연구소가 60개소 이상이 있고, 무기시험장은 평안북도 태천군에 있다. 전국에서 과학학과성적이 특출한 대학졸업생들 가운데 선발된 과학기술인재 15,000명이 국방과학원에서 연구사로 일하고 있고, 그들의 연구사업을 방조하는 실험조수와 노동자가 40,000명이다. 그에 비교하면, 1970년 8월 6일에 창설된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원에는 연구원 2,000명, 보조인력 600명이 근무하고 있으니, 조선의 국방과학원과 대비한 인력격차가 21배로 벌어져 서로 비교하기도 힘들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조선의 국방과학원이 얼마나 막강한 연구력량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세계 정상급 군사과학연구기지인 국방과학원은 55년의 연륜을 아로새기며 수많은 첨단무기들을 연구개발해왔다. 조선이 자랑하는 열핵무기,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전차, 자주포, 방사포, 각종 미사일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무기체계들이 국방과학원에서 연구개발되었다. 그런 국방과학원이 이번에 신형 무기를 또 하나 만들어 성능판정시험을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국방과학원은 신형 무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인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전술유도무기라고만 밝혔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에서는 그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한 추측들만 무성하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무기체계의 개발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으로 된다”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출현이 조선의 유도무기개발사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가진다는 점을 말해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5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반항공요격유도무기사격시험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7일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사격시험을 참관하고 지도하였다.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출현은 조선의 유도무기개발사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가지는 사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개발된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말하면서, 이 무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직접 종자를 잡아주시고 특별한 관심을 돌리시며 개발완성에로 걸음걸음 이끌어오신 유복자 무기"라고 하였다.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국방과학원에서 근무하는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동안 연구개발하여 완성한 최첨단 순항미사일이다.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1월 15일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으시여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시험을 지도하시였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첨단전술무기라고 하였고, 이번에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하였다. 첨단이라는 말이 신형이라는 말로 바뀌고, 유도라는 말이 첨가된 것만 다를 뿐, 첨단전술무기와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동일한 무기를 지칭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15일에 진행된 신형 전술유도무기 성능판정시험에서 나타난 부족점을 몇 개월 동안 보완하여 이번에 완벽하게 제작된 전술유도무기를 시험사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1월 15일에 진행된 신형 전술유도무기 성능판정시험을 지도하면서 “위대한 장군님께서 생전에 직접 종자를 잡아주시고 특별한 관심을 돌리시며 개발완성에로 걸음걸음 이끌어오시던 무기체계가 드디여 탄생하였다, 저 무기는 유복자 무기와도 같은데 오늘의 이 성공을 보니 우리 장군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격정을 누르지 못하시였다”고 한다. 이것은 이번에 두 번째로 진행된 성능판정시험에서 완벽한 성능지표가 검증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10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개발되어온 무기라는 점을 말해준다.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동안 연구개발하여 완성한 무기가 얼마나 놀라운 성능을 가졌는지는 구태여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1월 15일에 첫 번째 성능판정시험을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가리켜 “우리 당이 중시하며 그토록 기다려온 첨단전술무기”라고 하였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개발완성된 것을 가리켜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연구개발하여 완성하였으므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조선로동당이 중시하며 그토록 기다려온 첨단무기이며, 조선인민군의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첨단무기인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7일 사격시험을 참관하기 전에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돌아보시면서 국방과학원의 관계일군들로부터 무기체계구성과 운영방식에 대한 해설을 들으시였다”고 한다. 조선의 모든 무기체계들에 정통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기체계구성과 운영방식에 관한 해설을 들을 만큼 그것은 새로운 기술로 만든 무기인 것이다. 무기체계구성과 운영방식이 기존 전술유도무기들과는 완전히 다른 최첨단 전술유도무기가 출현한 것이 분명하다. 

국방과학원이 그 최첨단 무기를 전술유도무기라고 부른 것을 보면, 그것이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는 탄도미사일을 탄도탄이라고 부르지, 유도무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또한 방사포는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연구개발해야 할 만큼 어렵고 복잡한 무기체계가 아니므로, 이번에 개발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방사포가 아니다. 탄도미사일도 아니고 방사포도 아니므로, 이번에 개발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순항미사일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인재들이 10년 이상 장기간 연구개발한 최첨단 순항미사일은 어떤 미사일인가?    


4. 미국의 공중감시망 뚫은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CNN> 2019년 4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 북부사령부 및 전략사령부는 2019년 4월 17일 조선에서 신형 미사일이 시험발사된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기묘한 일이다.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조선에서 미사일발사징후가 나타나는지 24시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미국이 평안북도 태천군에 있는 시험사격장에서 진행된 순항미사일시험발사를 탐지하지 못했다니, 뜻밖의 이변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전략사령부 산하 세계작전쎈터(Global Operations Center)는 지구 전역을 포괄하는 위성감시망을 가동하는데, 특히 조선에게 감시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이 2019년 3월 25일 <자주시보>에 실린 ‘미국의 특수작전기들은 왜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가 지적한 것처럼, 미국 본토에서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배치된 RC-135U 전자정찰기, RC-135W 전자정보수집기, U2 고도정찰기,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 E-3 조기경보통제기 등이 조선에서 미사일발사징후가 나타나는지 24시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2019년 4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미사일발사징후를 감시하는 RC-135S 정찰기가 2019년 4월 15일 서해 상공에 나타나 조선에서 미사일발사징후가 나타나는지 감시하였다고 한다.  

미국이 그처럼 공중감시수단을 총동원하여 물샐 틈 없는 감시작전을 펼치고 있는데, 어떻게 평안북도 태천군에서 순항미사일이 시험발사된 것을 탐지하지 못했을까? 이 기묘한 이변을 해명해줄 실마리는 그 신형 순항미사일이 “특수한 비행유도방식”으로 날아갔다고 밝힌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발견된다. 미국이 공중감시망으로 탐지하지 못한 절묘한 비행유도방식인 것이다. 미국의 공중감시망을 뚫은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어떤 미사일인가?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인근 오풋공군기지에 있는 미국 전략사령부 산하 세계작전쎈터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세계작전쎈터는 지구 전역을 포괄하는 위성감시망을 가동하는데, 특히 조선에게 감시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표적감시도 성에 차지 않은 미국은 최근 미국 본토에서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배치된 각종 정찰기들과 전자정보수집기들을 동원하여 조선에서 미사일발사징후가 나타나는지 24시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미국이 그처럼 공중감시수단들을 총동원하여 물샐 틈 없는 감시작전을 펼치고 있는데도, 조선은 공중감시망을 뚫고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보란듯이 시험발사하였다. 미국의 공중감시망은 지표면에서 30~50m 저고도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한다.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미국의 공중감시망을 완전히 뚫어버렸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모두 감시한다고 제법 큰 소리를 치지만, 지표면에서 불과 30~50m 저고도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은 탐지하지 못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물 찬 제비가 날렵하게 땅거죽을 스치듯 30~50m 저고도에서 날아갔음을 알 수 있다. 순항미사일을 바다로 쏘면 해수면으로부터 15m 저고도로 비행하고, 평지로 쏘면 지표면으로부터 30~50m 저고도로 비행하고, 산악지대로 쏘면 지표면으로부터 150m 저고도로 비행한다. 높낮은 산줄기를 타고 넘으며, 골짜기를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지상구조물을 피해 타격대상을 향해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을 탐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순항미사일 비행속도는 시속 900km다. 

순항미사일이 저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려면 탄도미사일의 유도조종체계와 완전히 다른 유도조종체계를 장착해야 한다. 물론 순항미사일이라고 해서, 유도조종기능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1세대 순항미사일의 유도조종체계는 레이더고도계(radar altimeter = 레이더로 비행고도를 측정하는 장치), 기압고도계(barometric altimeter = 비행고도의 기압을 측정하는 장치), 숫자식 지형기록도면(digital strip map)으로 이루어졌다. 그와 다르게, 2세대 순항미사일에는 지형대조체계(terrain contour matching system)와 자동목표식별장치(automatic target recognition device) 같은 최첨단 유도체계가 장착된다. 지형대조체계라는 것은 순항미사일이 사전에 입력된 지형과 고도를 자기의 비행방향 및 고도와 대조하면서 날아가게 하는 비행유도체계다. 자동목표식별장치라는 것은 감지기를 통하여 타격목표물과 다른 물체를 구분하고 타격목표를 향해 날아가게 하는 비행유도장치다. 지형대조체계와 자동목표식별장치를 장착한 2세대 순항미사일은 최첨단 순항미사일이다. 최첨단 순항미사일은 타격정밀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조선은 이미 1990년대에 1세대 순항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2003년 7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1990년대에 만든 1세대 순항미사일을 이란에 수출하였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국방과학원에게 2세대 순항미사일 개발을 지시하였고, 특별한 관심을 돌리며 그 개발과정을 지도하였다. 국방과학원은 2세대 순항미사일 개발과정에서 과학기술선진국만이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어렵고 난해한 기술공학적 난제들을 자력으로 풀어야 하였다. 그들이 자력갱생의 힘으로 기술공학적 난제들을 해결하기까지 10년 이상 긴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직접 종자를 잡아주시고 특별한 관심을 돌리시며 개발완성에로 걸음걸음 이끌어오시던 무기체계가 드디여 탄생하였다, 저 무기는 유복자 무기와도 같다”고 말했던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4월 17일에 진행된 신형 전술유도무기시험발사는 “각이한 목표에 따르는 여러 가지 사격방식으로 진행”하였다고 한다. 사격방식이 여러 가지였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순항미사일의 특징은 여러 가지 사격방식으로 쏠 수 있다는 데 있다. 순항미사일은 지대지미사일, 지대함미사일, 공대지미사일, 공대함미사일, 잠대지미사일, 함대지미사일, 함대함미사일 등으로 발사할 수 있으니, 사격방식이 무척 다양하다. <사진 7>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원이 만든 신형 순항미사일에는 “위력한 전투부”가 장착되었다고 한다. 위력한 전투부라는 말은 파괴력이 매우 강한 탄두가 전투부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신형 순항미사일 전투부에 들어간, 파괴력이 매우 강한 탄두는 무엇일까? 신형 순항미사일의 성능지표를 추정할 만한 정보가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전투부에 들어간 탄두를 살펴보면서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전투부에는 타격목표에 따라 고폭탄두와 산포탄두(집속탄두)가 선택적으로 들어간다. 적진의 방호시설을 타격할 때는 450kg 고폭탄두가 장착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고, 적진의 병력과 군사장비를 타격할 때는 116개 자탄이 들어있는 산포탄두(집속탄두)가 장착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는 것이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로씨야가 개발하고 있는 대륙간순항미사일 상상도다. 2018년 3월 1일 울라지미르 뿌찐 로씨야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로씨야가 대륙간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 새 형의 전략무기가 개발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무용지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씨야가 개발하고 있는 대륙간순항미사일의 이름은 부레베스트니끄(폭풍몰이)다. 핵추진로켓엔진이 장착된 이 대륙간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10,000km를 넘어 20,000km에 가깝고, 비행속도는 마하1이다. 로씨야는 2017년 말 부레베스트니끄 대륙간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처음 진행하였다. 순항미사일제작기술에서 로씨야를 추적하고 있는 조선도 대륙간순항미사일개발을 연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로씨야는 핵추진엔진을 장착하여 사거리가 10,000km 이상 대폭 늘어나고, 비행속도가 음속을 돌파하는 대륙간순항미사일을 2019년 4월 현재 개발하는 중인데, 조선의 국방과학원도 대륙간순항미사일을 연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개발된 신형 순항미사일을 평가하면서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 로동계급이 정말로 대단하다고,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내는 무기가 없다고 긍지에 넘쳐 말씀”하였는데, 그런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대륙간순항미사일이라고 해서 어찌 만들지 못하겠는가.   

조선은 최첨단 순항미사일로 미국의 허를 찔렀다. 평소보다 더 강화된 미국의 공중감시망을 뚫어버린 조선의 최첨단 순항미사일이 출현했으니, 미국이 허를 찔린 게 분명하다. 조선이 이번에 진행한 신형 순항미사일시험발사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여 그 회담을 결렬시킨 미국의 오만과 전횡을 책벌하는 압박조치로 보인다.   

지금 미국은 자기의 핵무력을 대폭 증강하면서 조선에게는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여 조미핵협상에 커다란 난관을 조성하였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여 조선은 핵무기 생산을 중지한 조치를 유예하고, 핵무기를 다시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는 한, 조선은 그에 대응하여 핵무기를 계속 생산할 것이며, 신형 순항미사일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것이다. 이것은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포기를 요구하면서 자기의 핵무력을 대폭 증강하는 미국의 오만과 전횡을 질타하는 조선의 엄한 책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