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7

그러면 알게 되리, 약속이행의 길을

[한호석의 개벽예감](309)
자주시보 2018년 08월 0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2018년 1월 7일 아침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생긴 일
2. 그 동안 중대한 사실을 오해하고 있었다
3. 트럼프의 이행의지 시험하는 워싱턴의 복잡한 내부사정
4. 트럼프를 이행의 길로 이끌어주는 친서외교


1. 2018년 1월 7일 아침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생긴 일 

2018년 1월 초부터 오늘까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조미관계의 변화, 그리고 남북관계의 변화는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배하였다는 사실에 의해, 오직 그런 승패결과에 의해서만 일어날 수 있는 미증유의 변화들이다. 만일 조미핵대결이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2017년 12월에 끝나지 않았다면, 2018년 1월 초부터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급격한 변화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지난 25년 동안 지속되어온 조미핵대결은 오늘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을 것이며, 남북관계도 극단적인 대결상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2017년 5월 이후 <자주시보>에 발표해오는 여러 글들에서 조미핵대결이 발생한 원인과 그 경과, 그리고 핵대결의 승패를 결정하는 최종국면에 대해 상세하게, 여러 차례 논한 바 있다. 이를테면, 2017년 5월 8일 <자주시보>에 실린 ‘담력전에서 패한 트럼프, 조미정상회담 예고하다’(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3451)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와 그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의 민감한 반응을 분석하면서 이런 문장으로 그 글을 끝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동결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지만, 미국의 철군문제와 조선의 핵동결문제를 담판형식으로 일괄타결하게 될 조미정상회담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조선과 미국이 대사급 외교관계를 설정하는 문제도 일괄타결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천지개벽을 예감할 때가 아닌가.”

그 글에서 나는 조미핵대결 종식과 조미정상회담 성사를 예견하였을 뿐 아니라, 조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도 예상하였는데, 그 글이 <자주시보>에 실린 때로부터 여덟 달 뒤에 조미핵대결이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났고, 조미핵대결이 끝난 때로부터 여섯 달이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에서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에서 조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킬 중대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구두로 합의, 약속하였다. 2018년 7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비공개 구두약속, 세상을 바꾸는 격변의 기폭제’라는 제목의 글은 내가 지난 1년 동안 조미관계에서 일어난 온갖 변화양상들을 분석적으로 고찰하고 나서 집필한 글이다.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이 승리하였고 미국이 패배하였음을 입증해줄 결정적인 정보는 어디에 있을까? 조선의 국가문서고와 미국의 국가문서고에 각각 보관되어 있는 비밀문서들에 들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비밀문서를 열람하지 못하지만, 조미핵대결 최종국면에서 조선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배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또 하나 중요한 정보가 얼마 전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중요한 정보는 다음과 같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팜페오 국무장관 사진과 김영철 부위원장 사진을 이어붙인 것이고, 아래쪽 사진은 서훈 국정원장 사진과 김영철 부위원장 사진을 이어붙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훈-김영철 비밀연락선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서훈-팜페오 비밀연락선을 통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지지 않은 그 사실을 파헤치면, 2017년 11월 말 조미핵대결 최종국면에서 조선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배하였다는 진실을 만나게 된다. 오늘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모든 변화양상들은 바로 그 진실에서 시작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 7월 9일 <주간조선> 2515호에 실린 보도기사에 따르면, 2018년 1월 6일 판문점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비밀회담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2018년 1월 9일 판문점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남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그보다 사흘 앞선 1월 6일 판문점에서 서훈-김영철 비밀회담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그 동안 전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었다. <주간조선> 보도기사에 따르면, 2018년 1월 6일 서훈-김영철 비밀회담에서는 북측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문제와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가 논의되었다고 한다. 그런 문제가 논의된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으므로, 특기할 만한 정보가 아니다. 

그런데 세상을 깜작 놀라게 하는 뜻밖의 일이 비밀회담 직후에 일어났다. <주간조선> 보도기사에 따르면, 비밀회담이 진행된 2018년 1월 6일 밤 서훈 국정원장은 그 날 낮에 진행된 비밀회담의 결과를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장에게 직통전화로 전했고, 팜페오 국장은 그 내용을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서울과 워싱턴의 시차를 계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장을 독대하고 서훈-김영철 비밀회담결과를 보고받은 때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2018년 1월 7일 아침이었다. 당시 팜페오 국장이 매일 아침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을 독대하고, 극비정보를 보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사진 2>

▲ <사진 2> 위쪽 사진은 미국 중앙정보국장이 매일 아침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정보보고문건을 담은 접이식 서류철이다. 중앙정보국 문장을 새겨넣고, 가죽으로 만든 서류철이다. 상당한 분량에 이르는 정보보고서를 아침마다 읽어야 하는 부담을 꺼린 트럼프 대통령은 문건보고를 구두보고로 대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아래쪽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집무실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이다. 책상 위에는 문서들이 상당히 쌓였는데, 전화기 바로 옆에 그가 즐기는 코카콜라와 얼음이 담긴 유리잔이 놓여있다. 2018년 1월 7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당시 중앙정보국장의 정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서훈-김영철 비밀회담결과를 듣고 조미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자신의 의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라고 지시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장의 정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서훈-김영철 비밀회담결과를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국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자신의 의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팜페오 국장은 그 지시를 받고 깜짝 놀랐을 터인데, <주간조선>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미정상회담 제안을 서훈 국정원장에게 직통전화로 알려주면서,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그 제안을 전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뜻밖의 제안을 전해들은 서훈 국정원장은 급히 청와대로 달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는 사실을 보고받는 순간, 자기 귀를 의심할 정도로 깜짝 놀랐을 것이다. 

<주간조선> 보도기사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은 2018년 1월 16일 판문점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제2차 비밀회담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미정상회담 제안을 전하였는데, 그 놀라운 제안을 전해들은 김영철 부위원장은 “자기 선에서 답할 수 없다고 한 뒤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서훈→김영철 비밀연락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을 받고 그 제안을 승낙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승낙을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전해들은 서훈 국정원장은 그 사실을 팜페오 국장에게 전해주기 위해 비공개로 워싱턴을 방문하였는데, 그 때가 2018년 1월 말이었다. <조선일보> 2018년 2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은 “2018년 1월 말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서훈 국정원장의 비공개 방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승낙을 김영철→서훈→팜페오 비밀연락선을 통해 전달받았음을 의미한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서훈-김영철 비밀연락선을 가동하였는데, 그 비밀연락선이 가동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끼어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팜페오→서훈→김영철 비밀연락선을 가동하였다. 


2. 그 동안 중대한 사실을 오해하고 있었다

위에 서술한 정보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중대한 사실을 오해하고 있었다. 그 오해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2018년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훈 국정원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특사단으로 평양에 파견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온 그들을 접견하였는데, 접견석상에서 특사단에게 조미정상회담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런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오해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고 서울에 돌아간 특사단은 2018년 3월 6일 기자회견장에서 방북결과를 설명하는 언론발표문을 내놓았는데, 그 언론발표문에 “북측은 비핵화 문제 및 북미관계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음”이라는 문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하기 두 달 전인 2018년 1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서훈→김영철 비밀연락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위에 인용된 언론발표문만 읽어본 사람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대조선압박에 견디지 못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오해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런 오해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 견디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조선적대조치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1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장장 11개월 동안 조선은 미국을 국가안보파탄으로 떠밀어버리는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전례 없이 높은 강도로, 그리고 미처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연속적으로 펼치면서 국가핵무력 완성을 다그쳤다.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어떻게 해서든지 저지해보려고 몸부림을 치던 미국은 거듭되는 전략적 핵압박공세 앞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했고, 결국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완패를 당했다. 바로 그렇게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완패한 미국의 국가안보가 완전히 파탄되는 것을 심히 두려워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조선적대조치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은 촌각을 다툴 만큼 매우 다급한 제안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월 16일 팜페오→서훈→김영철 비밀연락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다급히 제안하였다는, 결정적으로 중대한 정보가 그 동안 은폐되었을 뿐 아니라, 2018년 3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조미정상회담 제안을 전했다는 소식만 세상에 퍼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조미핵대결 최종국면이 어떻게 되어 갑자기 조미정상회담 협상국면으로 급전되었는지 그 내막을 알 수 없었고, 조미핵대결의 승자가 누구이고 패자가 누구인지도 가려보지 못했던 것이다.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조미핵대결은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이 조선과 미국이 서로 비긴 싸움이 아니었고, 미국이 승리하고 조선이 패배한 싸움은 더구나 아니었다. 1993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25년 세월이 그 사실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지난 시기 조선의 핵무기개발을 극력 저지하려고 온갖 압박과 위협을 들이대었던 미국, 그리고 그런 것에 전혀 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레 더 강하게 미국을 압박하고 위협하여 궁지에 몰아넣은 조선, 그 두 나라가 각기 국운을 걸고 벌인 심각하고 격렬한 핵대결에서 조선은 이미 여러 차례 전술적 승리를 거두며 자기의 결심과 의도대로 핵무기를 기어이 개발하여 조미핵대결 1차전에서 미국을 꺾고 승리의 환성을 올렸다. 2006년 10월 9일 조선이 제1차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은 조미핵대결 1차전에서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를 확정지은 대사변이었다. 

그러면 조미핵대결 2차전은 또 어떠했나? 그것은 이미 핵보유국으로 세계무대에 등장한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벌인, 한층 더 심각하고 격렬한 대결이었다. 국가핵무력 완성이란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전략핵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는 초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어내느냐 만들어내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로 결정되는 최종단계였다. 미국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려는 조선의 노력을 무조건 가로막아야 했다. 그래서 미국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술책과 압박을 거듭 들이밀다 못해, 사정이 급해지자 선제핵타격을 노린 전략핵자산까지 들이미는 핵위협에 매달리며 광란하였다. 

그러나 그런 핵광란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설 조선이 아니었다. 2017년 1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극도로 격화되었던 조미핵대결 최종국면에서 뚜렷이 입증된 것처럼, 조선은 미국이 핵공갈을 꺼내면, 그보다 한층 더 심한 핵공갈로 대응하고, 미국이 전략핵자산을 동원한 핵위협을 가하면 그보다 더 강한 핵위협으로 보복하면서 국가핵무력 완성을 드팀없이 다그쳐갔으며, 미국 본토 전역을 전략핵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는 초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시험발사에서 성공을 거둠으로써 마침내 국가핵무력을 극적으로 완성하였으니, 그 날이 2017년 11월 29일이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촬영된 사진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완성되었음을 선포하였고,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의 핵타격권 안에 들어왔으며, 자신의 책상 위에 핵단추가 놓였다고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포의 직격탄'을 날렸다. 새해 첫날부터 '공포의 직격탄'을 맞고 정신이 얼얼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2018년 1월 7일 팜페오 국장의 매일정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조미정상회담 제안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라는 다급한 지시를 내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자기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화성-15형 시험발사로 당당히 입증한 날로부터 한 달이 되던 2018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조선이 “국가핵무력완성의 력사적 대업을 성취”하였음을 세계만방에 선포하면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타격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우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포의 직격탄’을 날렸다. 새해 첫날부터 ‘공포의 직격탄’을 맞고 정신이 얼얼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2018년 1월 7일 팜페오 당시 중앙정보국장의 매일정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조미정상회담 제안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라는 다급한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3. 트럼프의 이행의지 시험하는 워싱턴의 복잡한 내부사정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제안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회의에서 논의도 하지 않은 채, 단독적으로 결심하고 즉석에서 결정해버렸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 제안문제를 각료들과 상의하지 않고 단독적으로 결정하였지만, 그의 결정은 일시적인 기분에 따른 즉흥행동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조미정상회담 제안문제는 2017년 한 해 동안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받을 때마다 고심을 거듭해온 문제였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최고 중대사안을 각료들과 상의하지 않거나, 각료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단독으로 결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이하고 고집스러운 행동은 눈여겨보아야 할 중요한 관찰대상이다. 그는 조미정상회담 제안문제를 결정할 때도 그렇게 하였고, 미러정상회담 제안문제를 결정할 때도 그렇게 하였다. 또한 그는 조미정상회담과 미러정상회담을 비난하고 헐뜯는 워싱턴의 정적들, 그리고 자기를 향해 대립각을 세운 미국 언론매체들과 맞서 싸우면서, 자기 트위터를 이용하여 그 두 정상회담의 정당성과 성과를 미국과 전 세계에 직접 알리는 여론전에 열중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비록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정적들과 미국 언론매체들의 공세에 맞서 난타전을 벌이고 있지만, 그가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구두로 약속한 중대사안들을 자기의 결심과 고집대로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구두약속을 나누었던 쎈토사섬의 정상회담, 근본문제를 해결할 비공개 합의가 이루어진 그 역사적인 회담은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 핵대결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승자와 패자로 마주앉은 불평등회담이었다. 조선은 정상회담에 끌려나온 미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 자랑스러운 사실을 차마 세상에 공개할 수 없었고, 미국은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패했으나 핵제국의 체면만은 끝내 지켜야 하는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 수치스러운 사실을 차마 세상에 공개할 수 없었으나, 쎈토사섬의 정상회담이 승자와 패자의 불평등회담이었다는 것은 명백하다. 

조선에게는 자랑스럽고, 미국에게는 수치스러운, 그러나 각자의 서로 다른 사정 때문에 차마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불평등회담에 대해 알지 못하면, 두 정상이 그 회담에서 나눈 구두약속이 무엇인지 가늠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불평등회담에 대해 알면, 승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요구를 패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군소리 없이 순순히 받아들이고 이행하겠노라고 약속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러므로 문제는 간단해졌다. 이제는 조선과 미국이 두 정상의 비공개 구두약속을 동시적-단계별 행동원칙에 따라 차근차근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불평등회담에서 비공개 구두약속이 이루어진 때로부터 두 달이 다 되어오는 오늘, 조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약속을 차근차근 이행해왔으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약속을 초보적으로만 이행하였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2018년 7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비공개 구두약속, 세상을 바꾸는 격변의 기폭제’라는 제목의 나의 글에서 상세히 논하였으므로, 여기서 재론할 필요는 없으나, 미국이 종전선언 발표와 대조선경제제재 완화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 언론매체들은 조선이 핵검증신고서를 미국에게 아직 보내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조선이 핵검증신고서를 보내야 미국이 종전선언을 발표하게 될 것이고 대조선경제제재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멋대로 떠들어댔지만, ‘핵검증신고’라는 것은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적이 없는 것이므로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고, 조선이 비핵화 약속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는 데도 미국이 그에 상응하여 대조선경제제재를 완화하지 않는 것은 핵제국의 체면을 지키려다 되레 체면을 잃어버릴 수 있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워싱턴의 정적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없다느니, 조선이 비핵화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느니 하는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퍼뜨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행의지를 시험대로 끌고 갔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단독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뿌찐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런데 두 정상의 표정은 마치 격론을 벌일 것처럼 매우 굳어져 있다. 쎈토사섬에서 진행된 단독회담 직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우호적인 분위기와는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정상회담을 마친 뒤 불과 사흘만에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제2차 미러정상회담 일정을 잡고, 뿌진 대통령을 올가을에 백악관으로 초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미러정상회담을 그토록 서두르는 까닭은 오는 11월 6일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미러관계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다급한 사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고대하게 된 사정에도 똑같이 관련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하지만 워싱턴의 복잡한 내부사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행의지를 그처럼 어렵고 힘들게 시험해도, 그가 이행의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며 언제까지나 허송세월을 할 수는 없다. 다음에 서술하는 몇 가지 사실들은 그가 왜 허송세월을 할 수 없는지를 말해준다. <워싱턴포스트> 2018년 7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울라지미르 뿌찐(Влади́мир Пу́тин) 러시아 대통령(사람이름과 나라이름, 땅이름과 바다이름을 미국식으로 변형시켜 제멋대로 표기하지 말고, 현지어 발음에 따라 표기해야 함)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7월 19일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제2차 미러정상회담 일정을 잡고, 뿌찐 대통령을 올가을에 백악관으로 초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미러정상회담을 굴욕회담이니 뭐니 하면서 터무니없이 헐뜯는 트럼프의 정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정상회담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제2차 미러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것을 한사코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을 끌지 않고 미러관계의 근본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려는 시원시원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례적으로 미러정상회담을 끝내자마자 제2차 미러정상회담을 추진하려고 서둘렀을까 하는 의문이다. 그런 이례적인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6일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미러관계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제2차 미러정상회담 추진을 서두른 것이다. 그가 중간선거 전에 미러관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제2차 미러정상회담을 서두르는 까닭은, 중간선거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결정적인 분기점으로 되기 때문이다. 만일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정적인 민주당이 승리하여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고 소수여당으로 전락하는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통령에 재선되는 재집권 야망을 포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연방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으로부터 그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공작을 방치했다는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 최악의 탄핵위기로 몰릴 수 있다.  

이런 절박한 사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러시아관계개선의 시급성에만 관련되는 게 아니라, 그가 생각하는 대조선관계개선의 시급성에도 당연히 관련된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위해 대조선관계개선과 대러시아관계개선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지경에 놓인 것이다. 


4. 트럼프를 이행의 길로 이끌어주는 친서외교

트럼프 대통령의 절박한 사정을 간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워싱턴의 정적에게 발목이 잡혀 이행의 언저리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리는 그를 이행의 길로 이끌어주었다. 6.25전쟁 중에 사망한 미국군 유골을 지난 7월 27일 미국에 송환하는 것과 함께 친서외교를 펼친 것이다. 워싱턴의 정적에게 발목이 잡힌 트럼프 대통령을 이행의 길로 이끌어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골송환과 친서외교는 즉각적인 효험을 발생시켰다. 2018년 8월 1일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9시 38분, 백악관에 어둠이 깃든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심정을 피력하였는데, 그가 트위터로 발신한 메시지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훌륭하고 소중한 우리 전사자들의 유골을 송환하는 일을 시작하고, 약속을 지킨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드립니다. 내게는 당신의 그런 인정 있는 행동(kind action)이 뜻밖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좋은 친서(nice letter)를 보내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합니다. 당신을 곧(soon) 만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불과 네 줄밖에 되지 않는 짤막한 트위터 메시지였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전 세계를 향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계속 내보내는 3인칭 메시지와는 전혀 다르게, 평양으로 향한 2인칭 메시지였다. 구구절절 솔직한 심정이 담겼음을 느낄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즉시 답신형식으로 작성된 트럼프 대통령의 2인칭 메시지에서 다음과 같은 중대한 사실들이 발견된다.   

(1)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겠다고 언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약속이 이행되기 시작한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하였다. 사의표명 속에 들어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속을 이행하기 시작하였으니 이제는 자신이 약속을 이행하기 시작할 차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지금 트럼프의 정적들은 조선이 비핵화를 완전히 실현할 때까지 조선에 대한 압박을 조금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떠들어대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지만, 그가 자기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정적들의 손아귀를 단호히 뿌리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약속이행에 상응하여 자기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것은 응당한 일이다. 만일 그가 자기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계속 머뭇거리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정치생명마저 위태롭게 될 수 있다. 

(2)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기에게 친서를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어 하는 심정을 솔직히 드러냈다. 그런 심정이 담긴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워싱턴의 복잡한 내부사정에 발목이 잡혀 이행의 언저리를 맴돌며 머뭇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행의 길로 이끌어주려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이다. 제1차 조미정상회담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쎈토사섬의 ‘기적’을 일으켰던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외교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적들에게 발목이 잡혀 이행의 언저리에서 머뭇거리기만 하는 자신을 그래도 믿어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마음을 친서에서 읽었다. 워싱턴의 복잡한 내부사정에 얽혀 이리저리 떠밀리며 부대끼던 그의 마음은 친서를 읽으면서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즉각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고, 회답친서를 썼다. 2018년 8월 4일 싱가폴공화국에서 진행되는 아세안지역안보연단(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답친서를 그 회의에 참석한 리용호 조선외무상에게 전할 기회를 가졌노라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밝혔다. 성 김 필리핀주재미국대사가 리용호 외무상에게 회답친서를 직접 전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8년 8월 4일 싱가폴공화국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연단 외교장관회의에 팜페오 국무장관을 수행하여 참석한 성 김 필리핀주재미국대사가 리용호 조선외무상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회답친서를 전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전에 조미관계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내오려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대조선경제제재를 완화해야 한다. 다른 방도는 없다. 일시적으로 조성된 장애를 넘어 쎈토사섬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때, 어지러운 사태를 바로잡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언제 열릴 것인가? 위에 서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올가을” 제2차 미러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 내렸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미국의 중간선거는 오는 11월 6일에 시행될 것이므로, 제2차 미러정상회담은 오는 10월 중순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일정을 예상하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오는 9월 중순이나 하순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전에 조미관계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내오려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대조선경제제재를 완화해야 한다. 다른 방도는 없다. 

아세안지역안보연단에 참석한 강경화 외무장관은 2018년 8월 5일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자신이 종전선언 발표를 위해 미국측, 중국측과 “상당한 협의”를 진행하였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을 발표하기 위한 뭍밑협의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내리고 직권을 발동하면, 종전선언은 며칠 뒤라도 발표될 수 있다.    

<한겨레> 2018년 7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은 2018년 7월 26일부터 29일에 이르는 기간에 워싱턴을 비밀리에 방문하여 팜페오 국무장관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미국의 대조선경제제재조치 가운데 남측의 대북경제협력과 관련된 부분이라도 우선 면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게 시급히 요청하는 것은,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종단철도 개통 등이다. 서훈 국정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면제요청에 즉답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내리고 직권을 발동하면, 미국의 대조선경제제재조치 가운데 남측의 대북경제협력과 관련된 부분은 며칠 뒤라도 면제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내리고 직권을 발동하여 종전선언 발표문제와 대조선경제제재 완화문제를 해결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그에 상응하는 긍정적인 조치를 즉각 취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조성된 장애를 넘어 쎈토사섬의 약속을 이행할 것이다. 성실한 약속이행만이 어지러운 사태를 바로잡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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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1

비공개 구두약속, 세상을 바꾸는 격변의 기폭제

[한호석의 개벽예감](308)
자주시보 2018년 07월 3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미국군 유골송환은 언제나 전승역사와 연관된다
2. 단독회담 중에 비공개 구두약속 있었다
3. 백악관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의 정체
4. 통일을 위해서라면 9억 달러짜리 시설도 아깝지 않다
5. 3단계로 도약한 조선, 2단계 진입 주저하는 미국


1. 미국군 유골송환은 언제나 전승역사와 연관된다 

2018년 7월 27일, 이 날은 조선에서 국가명절로 경축하는 전승절이고, 미국에서는 기억하기 싫은 패전일이다. 미국인들은 조미전쟁에서 조선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했다는 조선의 역사인식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조선의 표현을 빌리면, “공화국 남반부를 무력으로 강점한 미제침략군이 공화국 북반부까지 강점하려고 추종국 군대들을 거느리고 전면전을 도발하였으나, 조선의 군대와 인민은 북침공격을 저지하고 정전협정을 항복의 표시로 받아냈다”는 것이다. 

조선에서 전승 65주년을 맞은 지난 7월 27일 오전 6시경, 오산미공군기지를 이륙한 미국 제11공군 산하 제15비행단 소속 C-17 글롭매스터(Globemaster) 수송기 한 대가  원산국제비행장에 착륙하였다. 6.25전쟁 중 사망한 미국군 유골 55구가 담긴 유골함들이 수송기에 실렸다. 유골함을 실은 수송기는 곧바로 이륙하여 오전 11시경 오산미공군기지로 돌아갔다.  

지난 시기 조선은 판문점에서 육로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원산에서 항로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다. 왜 판문점이 아닌 원산에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을까? <사진 1>

▲ <사진 1> 조선에서 전승 65주년을 맞은 2018년 7월 27일 미국 제11공군 산하 제15비행단 소속 C-17 수송기는 원산국제비행장에서 6.25전쟁 중 사망한 미국군 유골 55구가 담긴 유골함 55개를 싣고 오산미공군기지로 돌아갔다. 이 사진은 오산미공군기지에 착륙한 수송기에서 유골함을 내리는 장면이다. 지난 시기 조선은 판문점에서 육로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원산에서 항공로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다. 왜 판문점이 아닌 원산에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었을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원래 조선은 전승절 65주년을 맞아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려고 계획하였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정전협정은 조미전쟁에서 패한 미국에게서 받아낸 첫 번째 항복의 표시이고, 종전선언은 조미핵대결에서 패한 미국에게서 받아낼 두 번째 항복의 표시이므로, 조선은 첫 번째 항복을 받아낸 곳에서 두 번째 항복도 받아내려고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기가 조선에게 항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너무 싫었고, 그래서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종전선언 발표를 뒤로 미루었다. 미국의 지연전술 때문에 종전선언 발표와 유골송환은 뒤로 미루어졌으나, 조선은 미국의 지연전술을 무력화시키고 오는 8월 중에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나머지 유골을 추가로 송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조미전쟁에서 패한 미국에게서 항복의 표시로 정전협정을 받아낸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여야 마땅하므로, 종전선언을 발표하지 못한 채 미국군 유골만 넘겨주게 된 이번에는 판문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고, 다음번에는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발표하면서 미국군 유골을 넘겨주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은 이미 발굴된 미국군 유골 200여 구 가운데서 55구 유골만 1차로 넘겨주었고, 나머지 150여 구 유골은 판문점에서 추가로 넘겨주려고 남겨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은 왜 평양국제비행장이 아닌 원산국제비행장을 송환장소로 택했을까? 원산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8년 1월 23일 조선인민군이 원산 앞바다를 침범하여 첩보활동을 벌이던 미국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하여 끌어갔던 전승기억이 남아있는 항구도시다. 조선은 30여 년 동안 원산항에 푸에블로호를 전시하였다가, 1999년에 평양 대동강변으로 옮겼고, 지금은 2013년 7월 28일에 개관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보통강변 옥외전시장에 전리품으로 전시하였다. 판문점에서도 원산에서도 조선의 유골송환은 언제나 조선의 전승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 미국군 유골송환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 확대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요청하여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것이므로, 백악관은 송환당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이 미국군 유골을 송환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고 지적하였지만, 그런 지적은 백악관의 일방적인 시각만 생각한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백악관의 일방적인 주장을 따르는 편중보도로 유골송환의 진실을 가렸지만, 유골을 송환한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므로 유골송환의 의미는 조선의 시각에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조선의 시각에서 유골송환을 바라보면,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조선이 그 대결에서 패한 미국에게서 항복의 표시로 종전선언을 받아내기 위해 우선 미국군 유골 55구를 1차로 송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단독회담 중에 비공개 구두약속 있었다

2018년 7월 24일 미국 쌘프랜시스코에 있는 스탠퍼드대학에서 미국-오스트레일리아 외교-국방장관회담이 진행되었는데,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하였다. 그는 취재기자로부터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를 시작하였다는 미국의 언론보도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에 완전히 부합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구두로 약속했다”고 답변했다.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한 것은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에서 중요한 계기이므로 아래에서 자세히 논하려고 하는데, 우선 팜페오 국무장관의 답변에서 주목되는 것은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하였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공동성명 이외에 공개되지 않은 구두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두 정상이 단독회담에서 나눈 구두약속은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들어있지 않은 비밀사항이어서 구두약속이 실행되기 전에는 두 정상 이외에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고, 더욱이 두 정상 간의 비공개 구두약속은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격변의 기폭제이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쎈토사섬에서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구두약속을 나누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도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비공개 구두약속을 나누었다. 비공개 구두약속의 중요성을 간파한 트럼프의 정적들은 조미정상 단독회담의 비공개 구두약속과 미러정상 단독회담의 비공개 구두약속을 모두 세상에 공개하라고 백악관에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공화국 쎈토사섬에서 진행된 조미정상 단독회담을 시작하기에 직전 취재기자들 앞에서 발언하는 장면이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에서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구두약속을 나누었다. 두 정상 간의 비공개 구두약속은 모두 10가지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 구두약속은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격변의 기폭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나는 2018년 6월 18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트럼프가 말하지 않은 조미정상회담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공개 구두약속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였다.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철군조치에 상응하여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5년 동안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진 핵대결의 내면을 파헤치면,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비공개 구두약속,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의 완전한 철수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단계별-동시적 행동원칙에 따라 실현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조선이 이행하려는 중대조치가 실행되기 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에서 나눈 구두약속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다섯 가지 중대사안을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이행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 종전선언 발표 
- 평화협정 체결 
- 대조선 경제제재 해제 
- 주한미국군 철수

미국이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구두약속을 순차적으로 이행하면서 대조선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각 분야별 교류를 추진하게 되면, 조선과 미국은 국교수립이라는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섯 가지 중대사안을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이행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핵시험 및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 미국군 유골송환 및 발굴 
-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 녕변흑연감속로 해체 
- 핵확산금지조약 복귀 

조선이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구두약속을 순차적으로 이행하면서 대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각 분야별 교류를 추진하게 되면, 조선과 미국은 국교수립이라는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구두약속 가운데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기로 한 약속만 실행에 옮겼고,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한 약속은 뒤로 미루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공개 구두약속 가운데 핵시험 및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기로 한 약속을 이미 이행하였고, 지금은 미국군 유골을 송환, 발굴하기로 한 약속과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로 한 약속을 동시에 이행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이다.

백악관이 지연전술을 쓰는 바람에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이루어진 비공개 구두약속을 이행하는 속도가 약간 늦어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두 가지 구두약속을 순차적으로가 아니라 동시에 이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사정은 미국의 지연전술이 무력화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행시간표가 예정대로 실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3. 백악관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의 정체

2018년 6월 25일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북조선이 여전히 핵분열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짤막한 발언이었지만, 조미관계의 깊숙한 비밀공간에서 그 발언의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로운 대조선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연방상원 외교위원회의 눈치를 살피며 발언수위를 조절해야 하였던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에서 여전히 핵분열물질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극도로 민감한 문제를 슬쩍 덮고 넘어간 임기응변이었다. 임기응변을 발휘한 팜페오 국무장관의 머릿속에는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차마 꺼내놓지 못한 말이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조선에서 여전히 핵무기가 생산되고 있다는 말을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핵분열물질은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물질이므로, 조선에서 핵분열물질이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는 말은 핵무기가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는 뜻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조선에서 핵분열물질만 생산되고 핵무기는 생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조선의 핵무기생산체계를 알지 못하는 착오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그와 동반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완전히 실현되는 날까지, 조선이 핵분열물질 생산과 핵무기 생산을 멈춰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 왜냐하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기 이전에 조선이 핵분열물질 생산과 핵무기 생산을 점차적으로 축소한다고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조선에게 핵분열물질 감산과 핵무기 감산을 기대할 수도 없고, 요구하지도 못한다. 미국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점차적인 핵감산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것은 커다란 허점이었다. 미국은 조선의 점차적인 핵감산 문제를 협상에서 제기하지 않은 실수를 후회하면서, 그 무슨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느니, 영구적이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PVID)라느니, 최종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느니 하는 괴상한 개념들을 조작, 유포하면서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허상에 한 눈을 팔았다. 미국은 실책을 범했다. 조선의 핵무기생산체계에서 끊임없이 울려나오는 기계동음이 백악관의 속을 바작바작 태우고 있다. 백악관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는 날까지, 조선의 핵무기생산체계를 생각할 때마다 속이 바작바작 타들어갈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6년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한 소식을 보도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나오는 현장보도사진들 가운데 하나인데, 공식명칭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가 놓여있다.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그와 동반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는 날까지, 조선은 핵무기생산체계를 멈춰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 왜냐하면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기 이전에 조선이 핵분열물질 생산과 핵무기 생산을 점차적으로 축소한다고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는 날까지, 조선의 핵무기생산체제를 생각할 때마다 속이 바작바작 타들어갈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은 평안북도 녕변에 있는 핵시설단지에서 가동되는 흑연감속로에서 핵물질을 연소하고 그것을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하여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데, 그 생산량은 연간 5kg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건설하여 2010년에 세상에 공개한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제조되는 고농축우라늄을 가지고 대부분의 핵무기를 생산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핵탄두 보유량은 2017년 7월 28일을 기준으로 최대 60발에 이른다고 하는데, 2017년 6월 27일 서울에서 진행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미국의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Siegfried S. Hecker) 박사는 조선의 연간 핵탄두 생산량이 6~7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였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조선은 핵탄두를 2개월마다 1발씩 계속 생산하는 중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핵무기 생산을 중지시키는 것은, 백악관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를 끄는 것처럼 화급한 문제다. 백악관이 자기 발등에 떨어져 타들어가는 불덩이를 화급히 끄려면,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눈 구두약속을 꾸물거리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런데도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지연전술을 들고 나와 종전선언 발표를 뒤로 미룬 것은 발등에 불덩이가 떨어져 타들어가는 백악관의 화급한 처지를 망각한 처사였다. 


4. 통일을 위해서라면 9억 달러짜리 시설도 아깝지 않다
  
2018년 7월 23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38노스(North)>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2018년 7월 20일과 22일에 각각 촬영된 그 위성사진자료들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업위성이 7월 20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자료에서 해체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이 보인 것은, 그 해체작업이 그보다 며칠 전에 이미 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또한 평소에 조선을 지속적으로,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미국 첩보위성이 상업위성보다 앞서, 더 세밀하게 해체작업현장을 포착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 24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해외참전노병 전국대회에서 연설하면서 “북조선이 핵심적인 미사일시험장(서해위성발사장을 뜻함-옮긴이)을 해체하는 절차를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진들이 나왔다.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그가 연설하기 전날인 7월 23일에 <38노스> 보도기사에 실린 위성사진자료를 보고나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시작되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 것처럼 말한 것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7월 23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38노스>에 실린 상업위성사진자료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발사시설들이 해체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두로 약속한 중대조치들 가운데 하나다. 2011년 말에 완공된 서해위성발사장은 9억 달러짜리 현대식 위성발사시설이다. 지금 조선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그런 위성발사시설을 주저없이 해체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 7월 6일과 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을 마친 팜페오 국무장관은 7월 8일 일본 도꾜에서 한미일 3자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였는데, 회담 직후에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북조선이 미사일시험장(서해위성발사장을 뜻함-옮긴이)을 해체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약속해온 그 문제에 관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논의했다. 중요한 시기에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시작될 것인데, 곧 시작된다니 희망적이다. 이것은 비핵화를 향한 행동에서 중요한 사건이며, 그들의 목표를 이행하는 데서 좋은 발걸음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이 발언은, 조미고위급회담 중에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재확인하고, 2018년 7월 20일 직전 어느 날부터 해체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통보하였음을 말해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미고위급회담 결과를 보고받고 조선이 7월 20일 직전 어느 날부터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7월 24일 해외참전노병 전국대회 연설에서 마치 그 전날 처음 알게 된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었던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지난 7월 8일 도꾜에서 진행된 3자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선이 “미사일시험장”을 곧 해체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는 보도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서해위성발사장 경내에 있는 대륙간탄도탄엔진분사시험장이 해체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한 <38노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대륙간탄도탄엔진분사시험장과 함께 위성발사시설도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해체하는 것은 응당한 조치로 되지만, 서해위성발사장 전체를 해체하는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런가?

서해위성발사장은 2011년 말에 완공되었다. 250만 평방미터(76만평)에 이르는 방대한 부지에 현대식 시설들이 들어섰다. 2012년 3월 31일 <조선일보>는 서해위성발사장 건설비용이 약 8억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한국 정보당국의 추산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완공 이후에도 조선은 서해위성발사장 시설을 더욱 확충, 보강하였으므로, 서해위성발사장 총건설비는 9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이 9억 달러를 들여 건설한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서해위성발사장이 9억 달러에 이르는 건설비로 산출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닌 시설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만일 서해위성발사장이 없었다면, 1998년 8월 31일 조선이 첫 인공위성을 동해위성발사장에서 쏘아올린 때부터 오늘까지 20년 동안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기울여온 국가우주개발사업도 성과적으로 추진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우주개발은 위성발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6년 2월 7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탑재한 위성운반로켓 은하가 서해위성발사장 수직발사대에서 거대한 화염과 굉음을 내뿜으며 우주공간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구관측위성을 탑재하고 수직발사대로 이동하기 직전 조립시설 작업장에 가로놓인 위성운반로켓 은하의 동체를 손으로 쓰다듬고 있는 장면이다. 이 사진이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이 국가우주개발사업에 기울인 노력과 열정은 대단하고, 우주강국건설의 꿈은 원대하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이 지난 2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스스로 중단하는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8천만 민족의 절절한 염원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국가우주개발사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로 결심하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겨 이른 시일 안에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어서 국가우주개발보다 더 중대하고 고귀한 과업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국가우주개발사업에 기울인 노력과 열정은 대단하다. 조선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제1차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자기의 우주과학기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13년 4월 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는 제12기 제7차 회의에서 국가우주개발국(NADA) 창설을 결의하였고, 우주개발법을 채택하여 우주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다. 조선에서는 국가우주개발국 이외에도 민간단체인 조선우주협회가 2016년에 조직되어 해마다 우주과학기술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우주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리하여 조선은 2022년까지 정찰위성, 통신위성, 위치관측위성을 연속 쏘아올려 독자적인 위성항법체계(GPS)와 지리정보체계(GIS)를 구축하기 위한 우주개발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2016년 8월 4일 미국 통신사 <AP>는 조선의 국가우주개발국 현광일 과학연구실장이 2016년 7월 28일 <AP> 특파원과 현지에서 진행한 대담을 실었다. 대담에 따르면, 조선의 우주과학자들은 제2차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2020년까지 완수하고, 그 다음에는 달탐사위성을 쏘아올려 달표면에 공화국 깃발을 꽂으려고 구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이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데서 없어서는 안 될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다니, 지난 20년 동안 국력을 기울여 추진해온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이제 와서 중단하려는 것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결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이 내릴 수 있으므로, 지난 7월 20일 직전에 시작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따른 조치인 것이다.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조선이 지난 2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오는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스스로 중단하는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8천만 민족의 절절한 염원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얼마나 강고하고 강렬한 것인지를 말해준다.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겨 이른 시일 안에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어서 국가우주개발보다 더 중대하고, 고귀한 과업이다.    

(2)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겨 이른 시일 안에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조선이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지만,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한반도에 통일공화국이 세워지면, 분단체제 아래서 남과 북이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온 우주개발사업이 하나로 통합될 것이며, 통일공화국의 국가우주개발사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추진력과 추진속도로 비약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우주개발전략은 통일공화국에서 실현될 원대한 우주개발전략으로 확대되었다. 통일공화국의 우주과학자들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보다 지리적으로 훨씬 더 유리한,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최첨단 위성들을 우주공간으로 연속 쏘아올리며 신흥우주강국의 위용을 떨칠 것이다. 8천만 우리 민족에게 조국통일은 다른 모든 분야들에서도 그러하지만 특히 우주개발분야에서 경이로운 신기원을 이루는 대사변을 일으킬 것이다.   


5. 3단계로 도약한 조선, 2단계 진입 주저하는 미국 
  
2018년 7월 24일 미국 쌘프랜시스코에 있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진행된 미국-오스트레일리아 외교-국방장관 직후 공동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팜페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에 따라 미사일엔진시험장(서해위성발사장을 뜻함-옮긴이)이 해체되는 경우, 미국은 해체작업현장에 사찰원들을(inspectors) 보내게 해달라고 (조선에게) 요구해왔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위에 인용된 팜페오 국무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할 때, 사찰단을 현장에 파견하는 검증문제를 조선에 제기했으나, 조선은 그런 검증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강도적인 검증요구”는 조선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체험적으로 잘 아는 미국은 통하지도 않을 검증요구를 그만 제기하고, 조미정상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눈 구두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에서 나눈 구두약속은 단계별-동시적 행동원칙에 따라 이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두 정상의 구두약속 이행과정이 어느 단계까지 진전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 쎈토사섬에서 진행된 조미정상 확대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중대한 구두약속을 나누었고, 역사적인 공동성명을 채택,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구두약속을 이행하는 조선의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미국의 속도는 한참 느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때로부터 6개월 안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 때로부터 1년 뒤에 주한미국군을 철수시키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격변의 시간표는 온갖 장애를 넘어 힘있게 실행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시험 및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이미 조미정상회담 직전에 이행하였고, 그에 상응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조미정상회담 직후에 이행하였다. 이것은 조선과 미국이 비공개 구두약속을 이행하는 1단계를 이미 넘어섰음을 말해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기로 한 구두약속과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동시에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비공개 구두약속을 이행하는 2단계와 3단계에 각각 순차적으로 진입하지 않고, 한꺼번에 동시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 것만큼 이행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고,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때로부터 6개월 안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 때로부터 1년 뒤에 주한미국군을 철수시키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간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조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대격변이 일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2단계에 진입하지 못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2단계와 3단계에 동시에 진입하였는데, 미국은 2단계에 아직 진입하지 못하였으니 조선의 이행속도와 미국의 이행속도는 격차를 보인다. 피동에 빠진 미국이 조선의 주동적인 조치를 따라가려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한 구두약속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동시에 이행할 필요가 있다. 조선의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은 일정한 시간을 요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해체작업이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조선의 핵무기생산체계는 오늘도 여전히, 지속적으로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선의 핵무기 생산을 중단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하루빨리 실현하려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종전선언을 발표하기로 한 구두약속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동시에 이행하여 추진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추진속도를 높여 비공개 구두약속을 신속히 이행하는 것은 조미 양국의 공동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일이므로,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용단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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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4

유골송환만 서두르고 종전선언 미루면 협상은 진전되지 않는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07)
자주시보 2018년 07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진부한 협상술 꺼내든 팜페오
2. 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네 가지 의제
3. 사상 처음 북측에서 열린 조미장성급군사회담
4. 미국은 왜 ‘페품처리’를 꺼리고 있을까?
5. 트럼프가 직통전화 걸어야 매듭 풀린다


1. 진부한 협상술 꺼내든 팜페오

2018년 7월 7일 조선외무성이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였다. 담화에 들어있는 한 구절에 눈길이 멎는다. “미국은 저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조건들까지도 우리가 인내심으로부터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이 구절은 미국이 조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조미고위급회담에서 꺼내놓았으니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조선외무성이 대변인 담화에서 지적한 비판대상은 2018년 7월 6일과 7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이다. 

<연합뉴스> 2018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의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을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면담한 스티븐 물(Stephen D. Mull)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은 조미고위급회담 중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핵-탄도미사일 소재지를 포함한 북한 핵프로그램 전체 리스트, 비핵화 시간표,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을 협상상대인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요구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이 언급한 “핵-탄도미사일 소재지”라는 것은 조선의 최고보안시설들인 핵탄두보관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보관시설의 위치를 뜻한다. 그러므로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의 비밀핵시설들 위치를 신고하라는 “강도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는 사실이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의 발언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인용한 조선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나오는 그 구절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의 비밀핵시설 위치를 신고하라는 강도적인 요구까지도 조선이 인내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이나 핵전문가들 가운데 조선이 비밀핵시설 위치를 미국에게 신고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팜페오 국무장관만 조선이 비밀핵시설 위치를 미국에게 신고할 것이라는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21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조미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 마익 파페오 국무장관의 공로를 치하하고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열린 조미고위급회담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밖에 내지 못했다. 그렇게 된 까닭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조선의 비밀핵시설 위치를 신고하라는 "강도적인 요구"를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팜페오 국무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요구하는 조선과 조미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미국 극우세력의 비좁은 틈바구니에 끼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뉴욕타임스> 2018년 7월 7일 보도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사석에서 이야기할 때 북조선의 영도자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의심한다고 말하였다”는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공식적으로는 조선에게 비밀핵시설 검증을 요구하는 것처럼 발언하고 있지만, 속마음이 드러나는 사석에서는 비밀핵시설 검증은 고사하고 조선의 핵포기 가능성마저 믿지 못한다고 실토한 것이다. 

공식발언과 속마음이 그처럼 서로 다른 팜페오 국무장관이야말로 표리부동의 전형이다. 물론 그런 표리부동은 밀고 당기는 협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할 수 있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협상술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협상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협상초기에 고강도 요구를 꺼내들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여 협상후기에 협상상대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진부한 협상술인 것이다. 

하지만 협상상대의 속셈까지 꿰뚫어보는 절묘한 협상술로 상대를 제압해온 조선에게 그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진부한 협상술을 꺼내든 팜페오 국무장관의 모습은 좀 초라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조선을 상대로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 하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만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조선의 요구를 처음부터 덥석 받아들이면, 조미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미국의 극우세력으로부터 집중공세를 받아 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날 위험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그로서는 진부한 협상술이라도 꺼내들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은 지난 25년 동안 조미회담에 나섰던 미국 대표들이 예외 없이 빠져들었던 곤혹스러운 처지에 팜페오 국무장관도 빠져들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곤혹스런 처지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은 조미고위급회담을 중단하지 않고,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경고만 주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라고 부탁한 친서와 선물을 가지고 조미고위급회담에 참석한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지 못한 채 평양을 떠나야 했던 사연이 바로 그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요구하는 조선과 조미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미국 극우세력의 비좁은 틈바구니에 끼었다. 조미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미국 극우세력의 반발과 방해가 우심해진 현재 상황에서 조선은 미국 극우세력의 눈치를 살피며 잔뜩 몸을 사리는 팜페오 국무장관의 처지를 생각하여 ‘속도조절’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공동성명의 조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리행하기로 하였다”고 명기되었는데, 미국 정치권의 복잡한 내부갈등 때문에 이행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조선의 ‘속도조절’은 조미고위급회담 추진속도를 원래 예정했던 것보다 조금 늦춘다는 뜻이다.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조선이 합의하려던 의제들은 바뀌지 않지만, 회담에서 여러 가지 의제들을 현안들을 한꺼번에 합의하지 않고, 몇 차례 회담을 진행하면서 점차적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도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 17일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접견하면서 조미협상에는 “시간제한이나 속도제한이 없다. 그저 과정을 밟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8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최고회의에서 조미협상과 관련하여 발언하면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우리가 가야 할 곳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2. 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네 가지 의제

조선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하려는 의제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2018년 7월 7일 조선외무성이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 따르면, 조미고위급회담에 조선 대표로 참석한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 대표로 참석한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중요한 의제들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변인 담화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측은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과 합의사항을 성실하게 리행할 변함없는 의지로부터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의 모든 조항들의 균형적인 리행을 위한 건설적인 방도들을 제기하였다.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를 실현할 데 대한 문제와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하여 우선 조선정전협정체결 65돐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할 데 대한 문제, 비핵화조치의 일환으로 ICBM의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하여 대출력발동기시험장을 페기하는 문제, 미군유골발굴을 위한 실무협상을 조속히 시작할 데 대한 문제 등 광범위한 행동조치들을 각기 동시적으로 취하는 문제를 토의할 것을 제기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7월 7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1박2일 동안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을 마친 팜페오 국무장관 일행이 조선을 떠나기 위해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하였을 때, 팜페오 국무장관이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이다. 조미고위급회담에서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네 가지 중요한 의제를 제기하면서 특히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 되는 2018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발표하자고 제의하였으나, 팜페오 국무장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뒤로 미루자고 제동을 거는 바람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조선의 의제를 열거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를 실현하는 의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1항을 이행하려면, 조선과 미국은 다방면적인 교류부터 실현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방면적인 교류는 정치, 경제, 학술, 문화예술, 체육 등 여러 부문에서 조선과 미국이 상호교류를 추진한다는 뜻이다. 상호교류는 우선 손쉽게 추진될 수 있는 문화예술부문과 체육부문에서 시작될 것이고, 나중에 정치부문, 경제부문, 학술부문으로 확대될 것이다. 다방면적인 상호교류의 최종목표는 조미국교수립이다. 

(2)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 되는 2018년 7월 27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의제 -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3)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출력발동기시험장을 폐기하는 의제
여기서 말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출력발동기시험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을 뜻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그 시험장에서 2016년 4월 7일, 2016년 9월 19일, 2017년 3월 17일에 각각 대출력미사일엔진지상분출시험이 진행되었다. 조선이 그 시험장을 폐기하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것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또 한 가지 중대조치로 된다. 

(4) 6.25전쟁 중에 행방불명된 미국군 실종자 유골을 발굴하기 위한 조미실무협상을 시작하는 의제 -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의제들 가운데 조선이 가장 먼저 추진하려는 것은 종전선언 발표다. 조선외무성은 위에 인용된 대변인 담화에서 “종전선언을 하루빨리 발표할 데 대한 문제로 말하면 조선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이며 근 70년 간 지속되여온 조선반도의 전쟁상태를 종결짓는 력사적 과제”라고 지적하였다.  

종전선언 발표는 65년 동안 정전상태에 있는 6.25전쟁이 공식적으로, 완전히 끝나고 조선과 미국의 평화공존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명기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2항을 이행하는 첫걸음은 종전선언 발표인 것이다. 

그런데 2018년 7월 7일 조미고위급회담을 마친 팜페오 국무장관 일행이 조선을 떠나기 위해 평양국제공항에 나타났을 때, 팜페오 국무장관이 주목할 만한 발언을 꺼내놓았다. 그를 수행한 외신기자들이 회담성과가 궁금하다며 그에게 질문하였을 때, 그는 6.25전쟁에서 행방불명된 미국군 실종자 유골을 송환하기 위한 조미군사회담을 2018년 7월 12일 판문점에서 열기로 합의하였으며,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시험장을 폐쇄하는 방도를 논의하기 위한 조미실무회담도 열기로 합의하였다고 답변하였으나, 종전선언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종전선언문제가 논의되었지만, 팜페오 국무장관이 뒤로 미루자고 제동을 거는 바람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음을 말해준다.


3. 사상 처음 북측에서 열린 조미장성급군사회담

조미고위급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뒤로 미루자고 우겨대는 바람에 시급히 실현되어야 할 종전선언문제가 합의되지 못하였지만, 조선은 물러서지 않았다. 언제나 그러했지만, 조선의 협상술은 교착상태에서 놀라운 진가를 발휘한다. 조미고위급회담 이후에 전개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미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기 위한 조미군사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주한미국군사령부는 2018년 7월 12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있는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로 회담대표를 보냈다. 그러나 조선인민군 회담대표는 약속시간에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골발굴을 진행하며 이미 발굴확인된 유골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확약하였다”고 명기되었다. 유골송환문제는 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이고,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고위급회담에서도 그 이행을 합의한 것인데, 조선인민군 회담대표가 회담장에 나오지 않았으니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미국군 회담대표는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이제나 저제나 조선인민군 회담대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포스트> 2018년 7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측은 약 3시간 뒤에 주한미국군측에 전화를 걸어 오늘 조미군사회담이 취소되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고 한다. 

3시간 동안 멍하니 기다리다가 회담이 취소되었다는 전화연락을 받고,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진 주한미국군측에게 조선인민군측은 회담취소통보와 함께 세 가지 새로운 요구조건을 기습적으로 제기하였다. 그것은 조미군사회담을 장성급군사회담으로 격상할 것, 회담을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진행하지 말고 통일각에서 진행할 것, 무산된 회담을 7월 15일에 재개할 것 등이다. 

협상상대를 다급한 처지에 몰아넣고 자기 요구를 기습적으로 관철시키는 조선의 협상술은 언제 봐도 노련하다. ‘기습공세’를 받고 정신이 얼얼해진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조선인민군측이 제기한 세 가지 요구를 덥석 받아들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 지역에 있는 통일각을 촬영한 것이다. 2018년 7월 15일 통일각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미장성급군사회담이 열렸다.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이며 주한미공군사령관인 마이클 미니핸 공군소장이 군복을 입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통일각에 들어섰다. 조미장성급군사회담이 통일각에서 열린 것은, 미국이 유골송환문제를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논의하지 못하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북측 지역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유엔과는 전혀 무관한데도 유엔사령부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정전상태를 유지하려고 수작해온 주한미국군사령부에게서 그 낡아빠진 허울이 훌렁 벗겨졌음을 의미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8년 7월 15일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정에서 전환점이 또 하나 마련된 날이다. 그 날 판문점 북측 지역에 있는 통일각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미장성급군사회담이 열렸다.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이며 주한미공군사령관인 마이클 미니핸(Michael A. Minihan) 공군 소장은 어깨에 은색별 두 개를 얹어놓은 군복을 입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통일각에 들어섰다. 이튿날 통일각에서는 조미장성급군사회담 후속실무회담이 진행되었는데, 버크 해밀턴(Burke Hamilton) 주한미국군 대령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회담에 참석하였다.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기 위한 조미군사회담은 2009년 3월에 마지막으로 열렸는데, 당시에는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대령급군사회담으로 진행된 바 있다.  

조미장성급군사회담이 통일각에서 열린 것은, 미국이 유골송환문제를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논의하지 못하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북측 지역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유엔과는 전혀 무관한데도 유엔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정전상태를 유지하려고 수작해온 주한미국군사령부에게서 그 낡아빠진 허울이 훌렁 벗겨졌음을 의미한다. 

원래 유골송환문제는 종전 이후에 실현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외교관례에 따르면, 전쟁이 종식된 뒤에 유골을 송환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은 종전선언을 7월 27일에 발표하자는 조선의 제의를 정당한 사유 없이 뒤로 미루고, 유골송환을 서둘렀다.  

그러나 미국이 마음먹은 대로 판이 돌아가는 건 아니다. 통일각에서 열린 조미장성급군사회담에서 조선인민군 회담대표는 미국군 유골을 가져가려면 종전선언을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였다. 한국 통신사 <뉴시스> 2018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통일각에서 진행된 조미장성급군사회담에서 조선측은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의제를 제기하였다고 한다. 

유골송환문제를 합의하는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통일각에 들어선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은 조선인민군 회담대표가 유골송환문제와 종전선언문제를 결부시키자 당황하였다.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은 종전선언문제에 대해 책임적인 답변을 꺼내놓을 권한을 갖지 못했으므로, 그는 상부에 보고하겠다는 식으로 답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보고는 미국 국방부를 통해 백악관에 전달되었다. 

<워싱턴포스트> 2018년 7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통일각에서 진행된 조미장성급군사회담에서 양측은 두 가지를 합의하였다고 한다. 하나는 조선이 미국 국방부 유골발굴단 입국을 허용하여 조미가 공동으로 발굴작업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이 이미 발굴한 미국군 유골 55구를 오는 7월 27일 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6.25전쟁 중에 행방불명된 미국군 실종자는 5,300여 명이나 되고, 그 가운데 조선이 발굴한 유골은 약 200구인데, 조선은 일차적으로 유골 55구만 미국에 송환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조선이 유골 55구를 오는 7월 27일에 송환하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이행할는지 아니면 취소할는지 우려한다는 것이다.   


4. 미국은 왜 ‘페품처리’를 꺼리고 있을까? 

조선이 유골송환문제와 종전선언문제를 결부시키고, 유골 200구 가운데 55구만 일차적으로 송환하겠다고 약속하자, 모든 유골을 송환하는 줄 알고 기대했던 백악관은 속이 버쩍 달아올랐다. 지금 백악관은 종전선언 발표문제를 결정하지 못하고 좌불안석이다.  

백악관이 종전선언 발표요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종전선언이 발표되면, 정전협정은 자동폐기되고, 6.25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6.25전쟁을 위해 조작해놓았고, 65년 동안 정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해온 유엔사령부는 존재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종전선언 발표는 유엔사령부 해체를 불러오는 것이다. 

유엔사령부는 미국 언론에서 오랜 세월동안 거론되지 않아 망각 속에 묻힌 폐품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미국이 유골송환문제를 순조롭게 풀려면, ‘페품처리’를 할 수 있는 종전선언을 발표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에는 복잡한 내막이 얽혀있다.     

미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소련의 대표가 참가하지 않은 유엔안보리에서 조작한 결의 제84호를 구실로 내걸고, 1950년 7월 7일 일본 도꾜에 유엔사령부를 설치하였고,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유엔군사령관 모자를 씌워주었다. 또한 미국은 유엔사령부 이름으로 일본과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하였고, 그 협정에 따라 일본 각지에 7개소의 대규모 군사기지를 설치, 운영해오고 있다. 그 7개 군사기지들은 요꼬다공군기지, 요꼬스까해군기지, 자마육군기지, 사세보해군기지, 가데나공군기지, 후뗀마해병대항공기지, 화이트비치해군기지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주일유엔군기지에 미국 성조기, 일본 일장기, 유엔기가 게양된 해괴한 모습이다. 미국은 유엔사령부 이름으로 일본과 주둔군지휘협정을 체결하였고, 일본 각지에 대규모 유엔군기지 7개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주일유엔군기지들은 유엔군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유엔후방사령부가 형식적으로 관리한다. 유엔후방사령부는 도꾜 인근 요꼬다공군기지 안에 있다. 아래쪽 사진은 2018년 1월 29일 유엔후방사령부에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국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유엔후방사령관으로 임명된 오스트레일리아공군 대령 애덤 윌리엄스에게 유엔기를 넘겨주는 해괴한 장면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이 유엔사령부 이름으로 일본과 주둔군지위협정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위에 열거한 7개 군사기지들에는 미국 성조기, 일본 일장기와 함께 유엔기가 게양된다. 이 해괴한 현상은 7개 군사기지가 주일미국군기지이며 동시에 주일유엔군기지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유엔사령부는 1957년에 도꾜에서 서울로 옮겨왔으나, 유엔군기지들은 여전히 일본에 있다. 미국은 주일유엔군기지들을 장악, 통제하기 위해 유엔군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유엔후방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Rear)라는 것을 조작하였다. 유엔후방사령부는 도꾜 인근 요꼬다미국공군기지 안에 있다.  

일본 통신사 <지지통신> 2018년 7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조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었던 2017년 한 해 동안 유엔후방사령부가 주일유엔군기지들에서 전쟁장비를 사용한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한 횟수는 모두 27회였는데, 그 가운데 14회는 작전기를 사용한다고 통보한 횟수이고, 나머지 13회는 군함을 사용한다고 통보한 횟수였다고 한다. 이전에는 12~15회밖에 되지 않았는데, 조미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2017년에는 27회로 급증하였다. 이것은 미국군이 유엔사령부라는 허울을 쓰고 대조선전쟁위험을 고조시켰음을 말해주는 사례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공군 대령 애덤 윌리엄스(Adam Williams)를 유엔후방사령부 사령관에, 캐나다공군 대령 태미 히스콕(Tammy Hiscock) 부사령관에 각각 허수아비로 앉혀놓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자국의 장성급 지휘관들을 앉혀놓았어야 할 군직에 다른 나라 군대의 대령급 지휘관들을 앉혀놓은 것은, 유엔군이 다국적군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술책이다. 미국은 유엔군이 미국군, 영국군, 프랑스군, 오스트레일리아군, 캐나다군, 뉴질랜드군, 필리핀군, 태국군, 터키군으로 구성된 다국적군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군 잠수함, 프랑스군 정보수집함, 영국군 전투함, 캐나다 전투함 등을 주일유엔군기지들에 끌어들이고 대조선전쟁연습에 참가시켰다. 

이처럼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은 물론이고, 유엔기를 든 9개국 증원부대를 동원할 수 있는데, 유엔사령부가 해체되면 9개국 증원부대를 동원하지 못한다. 미국이 유엔사령부 해체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종전선언 발표요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5. 트럼프가 직통전화를 걸어야 매듭 풀린다

미국 국방부는 유골함 200개가 실린 운송차량들을 이미 2018년 6월 하순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주한미국군 경비대대 캠프 보니파스(Camp Bonifas)로 이동시켜놓고 이제나 저제나 목이 빠지게 송환을 기다리는 중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유골송환문제가 조미정상회담에서 자신이 거둔 외교성과라고 하면서, 미국군 유골송환이 곧 실현될 것처럼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에 널리 광고하였다. 미국군 유골함들이 도착될, 워싱턴 인근에 있는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유골봉환의식이 진행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 의식에 직접 참석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그 현장을 텔레비전 실황방송으로 생중계하여 미국인들과 참전노병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씨나리오도 이미 준비되었다. <사진 5>

▲ <사진 5> 맨 위쪽 사진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조선에서 발굴된, 6.25전쟁 중에 행방불명되었던 미국군 실종자 유골이 든 유골함을 미국군에게 인계하는 장면이다. 가운데 사진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유골함을 인계받은 미국군이 유골함 위에 유엔기를 덮고 유골봉환의식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맨 아래쪽 사진은 유골함이 미국땅에 도착하기 전 유골함에서 유엔기를 성조기로 바꾸고 유골봉환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이동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에 있는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진행될 유골봉환의식에 직접 참석하여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그 현장을 텔레비전 실황방송으로 생중계하여 미국인들과 참전노병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씨나리오를 준비해놓았다. 하지만 그 씨나리오를 실행에 옮기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매듭을 풀어야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나 지금 미국은 준비된 씨나리오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조선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발표가 지연되면, 유골송환도 그만큼 지연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매듭이 얽혀있는 유골송환문제는 팜페오 국무장관의 힘으로는 풀 수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매듭을 풀고 유골송환을 실현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조선이 신뢰하는 유일한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과 미국의 신뢰조성문제와 관련하여 <워싱턴포스트> 2018년 7월 21일 보도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측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참석하였고, 미국측에서 성 킴 필리핀주재미국대사와 앤드루 킴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참석한 조미비공개회담이 2018년 7월 초 판문점에서 열렸는데, 그 회담에서 성 킴 대사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여 조미고위급회담을 개최하는 문제와 미국군 유골을 송환하는 문제를 토의하려고 하였으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지 않으면 어떤 의제도 토의하지 않겠다고 딱 잡아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부터 받아올 것을 강하게 요구하였다고 한다. 판문점 비공개회담에서 백악관으로 날아온 긴급요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급히 작성하였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성 킴 대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나서 비공개회담을 일사천리로 진척시켜 1시간 만에 후딱 끝냈다고 한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조미협상에 “사로잡힌(captivated)”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들에게 조미협상 진행상황에 관한 “일일보고(daily updates)”를 요구하면서 직접 챙겨왔는데, 즉각적인 협상성과가 나오지 않자, 지난주에는 백악관 참모들에게 “벌컥 화를 냈다(bristled)”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리는 유골송환이 실현되려면,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종전선언 날짜를 잡는 수밖에 없다. 그는 조미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성전화번호를 갖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관계개선이 장애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직통전화를 사용하라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그에게 주었다.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날드 제이.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은 새로운 조미관계발전과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 안전을 추동하기 위하여 협력하기로 하였다”는 문장으로 끝나는데, 이 마지막 문장은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길에서 양국 정상이 의사를 소통하며 협력할 것을 공약한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그 공약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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