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6

10km 날아간 ‘신형 화기’의 정체

[한호석의 개벽예감](80)
자주민보 2013년 09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1976년 12월 19일 미국 전략잠수함 샘 휴스턴호(USS Sam Houston)가 경상남도 진해항에 나타났다. 수중배수량이 7,900t인 샘 휴스턴호는 핵탄두를 장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16기를 싣는 이튼 앨런급(Ethan Allen-class) 잠수함이다.

미국 전략잠수함이 다른 나라 군항에 기항한 것은 샘 휴스턴호가 1963년 3월 터키 서부에 있는 이즈미르(Izmir)항에 기항한 때로부터 12년만의 일이었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 전략잠수함이 다른 나라 군항에 나타난 것은 1976년 12월 19일 진해항 기항이 사상 처음이었다.

1963년 3월 샘 휴스턴호의 이즈미르항 기항은 1962년 10월 14일부터 28일까지 있었던 ‘쿠바미사일위기’에 대처하여 소련을 상대로 핵무력시위를 감행한 것이었고, 1976년 12월 샘 휴스턴호의 진해항 기항은 같은 해 8월 18일에 일어났던 ‘판문점사건’에 대처하여 북에 대한 선제핵타격을 노린 핵위협을 자행한 것이었다. 소련은 핵강국이었으므로 미국 전략잠수함이 이즈미르항에 한 차례만 기항하고 핵무력시위를 그만두었으나, 당시 북은 핵무기보유국이 아니었으므로 미국 전략잠수함은 아무 때나 느닷없이 진해항에 나타나 북에게 노골적인 핵위협을 계속 자행하였다.

미국 군사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이 2011년 10월 4일 미국과학자연맹(FAS) 웹사이트에 올린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략잠수함의 진해항 기항은 1976년 1회, 1978년 2회, 1979년 14회, 1980년 16회, 1981년 2회로 지속되었다. 이것은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제1차 전략군비감축협약(SALT I Treaty)에 따라 두 나라 전략잠수함의 미사일발사능력이 제한되었던 1981년 3월 직전까지 미국이 전략잠수함을 무려 35차례나 진해항에 계속 기항시켜왔음을 뜻한다. 그리고 1982년부터 올해 2013년에 이르기까지 31년 동안, 미국 전략잠수함이 진해항 또는 부산항에 기항하거나 한반도 해역에 출동한 사건은 또 얼마나 많은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전략잠수함 작전의 특징은 은밀성에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략잠수함은 적국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적국 연안에 은밀히 접근하여 수중에서 기습적으로 핵타격미사일을 발사하게 된다. 선제공격은 잠수함의 몫이다. 따라서 전략잠수함보유국들은 전략잠수함의 항행위치를 절대로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이 전략잠수함을 진해항과 부산항에 기항시키고 한반도 해역에 출동시켜 전략잠수함의 항행위치를 일부러 노출시킨 것은, 북을 선제핵타격핵위협으로 겁박하는 노골적인 도발행위가 아닐 수 없다. 만일 미국이 북에게 적개심과 살의를 품지 않았다면, 그처럼 전략잠수함을 일부러 출몰시키는 식의 노골적인 핵위협을 계속 자행할 수 없는 것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196개 나라들 가운데 미국이 전략잠수함의 항행위치를 일부러 노출시키는 식의 극렬한 핵위협을 수 십 년 동안 끊임없이 받아온 나라는 북밖에 없다. 이처럼 북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극렬한 핵위협을 끊임없이 받아오는데, 그런 북이 만일 반미적대감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북이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 미제’와는 언젠가 반드시 결판하겠노라고 벼르며 반미대결전을 벌이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전략잠수함을 동원한 미국의 극렬한 선제핵타격위협에 대한 북의 분노는 감정표출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북은 전략잠수함을 동원한 선제핵타격위협으로 자기를 겁박하는 미국의 무력도발행위를 억제하고 미국의 핵위협에 보복할 방도를 하루빨리 찾아야 하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절대무기’인 전략잠수함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는 전략잠수함뿐이다. 다른 무기로는 전략잠수함을 당해내지 못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지상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포기할지언정 전략잠수함 운용을 절대로 중지하지 않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전략잠수함을 동원한 적국의 선제핵타격위협에 맞서는 대응방도는 전략잠수함을 동원하는 보복핵타격능력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북이 전략잠수함을 건조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략잠수함을 동원한 미국의 선제핵타격위협 앞에서 북의 국가적 자주권을 지키는 중대한 문제로 제기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런데 전략잠수함 개발은 극소수 군사기술강국만이 추진할 수 있는 매우 방대하고 어려운 국책사업이다. 이를테면, 전략잠수함 개발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대형잠수함 건조, 가압형 경수로 제작, 핵탄두 제조, 중거리미사일 생산, 수중미사일발사관 제작을 비롯한 각종 군사장비부문들에서 최첨단군사과학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전략잠수함 건조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제작보다 더 어려운 고난도 기술공학을 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 그 추종국들로부터 집중적인 감시와 제재를 받는 북이 전략잠수함을 자력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간고분투하였는지 외부세계에 알려진 바 없으나, 누구나 상상해보면 북의 전략잠수함 개발사업이 매우 험난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략잠수함을 동원한 미국의 대북핵위협이 극에 이르렀던 1970년대 후반, 전략잠수함 건조가 북의 국가적 자주권을 지키는 중대한 문제로 제기되었던 시기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략잠수함 개발사업을 정력적으로 이끌었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전략잠수함을 자력으로 건조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러므로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의 ‘혁명무력건설사’에서 이룩한 최대 업적은 전략잠수함 개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2012년 2월 23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글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에서 영국의 군사정보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ane's Defense Weekly)> 2005년 4월 8일 보도기사를 인용하여 북이 1993년에 러시아에서 수중배수량 11,500t급 핵추진 잠수함 양키놋취(Yankee Notch)를 도입하였음을 논증하였고, 2012년 9월 17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글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에서는 북이 자체 기술로 10,000t급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였음을 논증한 바 있으므로, 이 글에서 북의 전략잠수함 실전배치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

10km 날아간 ‘신형 화기’의 정체

인민군이 운용하는 재래식 잠수함은 수상함이 정박하는 군항을 드나들지만, 인민군이 운용하는 핵추진 전략잠수함은 북측 외부에서 그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비밀잠수함기지를 드나든다. 북이 이처럼 인민군 전략잠수함의 존재를 외부에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북이 전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심증’만 갖고 있을 뿐이며, 인민군 전략잠수함의 작전 동향을 포착하지 못한다.

설혹 인민군 전략잠수함의 작전 동향을 말해주는 ‘물증’을 포착했더라도, 미국은 그에 대해 입을 다물어야 한다. 북이 전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미국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 북미관계 및 동아시아지역에 구축된 기존 군사전략구도가 완전히 붕괴되기 때문에 미국은 알면서도 모른 척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의 외부세계는 북의 전략잠수함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북의 전략잠수함은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망 밖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밀잠수함기지 안에 숨어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 비밀잠수함기지 밖으로 출항하여 각종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감시하는 판에, 인민군 전략잠수함은 어떻게 훈련을 실시하는 것일까?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중앙일보> 2012년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4월 말 동해의 어느 군항에 정박해 있었던, 수중배수량 1,000t 이상의 인민군 재래식 잠수함 8∼9척이 모습을 감추었다. 인민군 잠수함 8∼9척이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망을 피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인민군 잠수함이 일단 바다 속으로 들어가 잠항하면, 해수면으로 다시 떠오르기 전에는 미국군 정찰위성이 그 잠수함을 찾아내지 못한다.

▲ <사진 1> 2011년 8월 4일 북중우호조약체결 50주년을 맞아 조선인민군 동해함대사령부가 있는 강원도 원산항을 친선방문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훈련함 2척을 환영하기 위해 인민군 해병들이 잠수함 상판에 도열하였다. 이 잠수함은 북이 자체로 건조한 로미오급 재래식 잠수함이다. 함체를 바다물색과 비슷한 스텔스도료로 도색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북은 세계 각국 잠수함들 가운데 잠항소음이 가장 적은 로미오급 잠수함 30척을 운용하고 있는데, 함체길이는 76m이고, 수중배수량은 1,800t이다. 또한 북은 자체로 건조하여 이란에 2척을 수출한 킬로급 재래식 잠수함도 운용하고 있는데, 함체길이는 74m이고, 수중배수량은 3,950t이다. 북은 이런 재래식 잠수함만이 아니라 핵추진 전략잠수함도 운용하고 있는 잠수함강국이다.
▲ <사진 1> 2011년 8월 4일 북중우호조약체결 50주년을 맞아 조선인민군 동해함대사령부가 있는 강원도 원산항을 친선방문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사진 1>은 북이 자체로 건조한 로미오급(Romeo-class) 재래식 잠수함을 촬영한 것이다.자주민보

그러므로 위의 보도기사에 나타난 것처럼, 인민군 잠수함 8∼9척이 한꺼번에 잠항을 시작하자 바짝 긴장한 미국은 그 잠수함들이 해수면 위로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정찰위성의 감시활동을 그 잠수함들이 잠수한 해역 일대에 집중시켰다.

그러나 잠수함 8∼9척을 미국군 정찰위성이 보란 듯이 한꺼번에 출동시킨 북의 이례적인 행동은 전략잠수함 출동을 위한 기만작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북은 군항에 정박해있던 재래식 잠수함 여러 척을 한꺼번에 출동시켜 미국군 정찰위성을 그 잠수함들에게로 유인한 뒤에, 미국군 정찰위성에 노출되지 않은 비밀잠수함기지에서 전략잠수함을 출동시킨 것이다. 이처럼 은밀히 출동한 인민군 전략잠수함이 바다 속에서 잠항하며 실시하는 각종 훈련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수중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이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감시하는 판에, 인민군 전략잠수함은 수중미사일발사훈련을 어떻게 실시하는 것일까?

남측 정부 소식통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6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은 2013년 6월 6일과 7일 강원도 원산 앞바다에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신형 장비로 추정되는 화기”를 발사하였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신형 장비로 추정되는 화기”는 자주포(북에서는 자행포)나 해안포와는 다른 궤적을 보였다고 한다. 이것은 동해안에 전개한 인민군 포병들이 바다 쪽으로 신형 자주포나 신형 해안포를 발사한 것이 아니라, 바다에 나간 인민군 해병들이 정체불명의 ‘신형 화기’를 바다 한 가운데서 발사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자주포나 해안포와는 다른 궤적을 보, “신형 장비로 추정되는 화기의 사거리가 10km였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사거리가 1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신형 화기는 일반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 같은 무기다. 그 수수께끼 같은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수상함에서 함포를 쏘면 포탄은 일정한 비행궤적을 따라 날아가게 되는데, 함포의 탄도궤적은 자주포나 해안포의 탄도궤적과 같다. 그런데 위의 보도기사에 나온 신형 화기는 자주포나 해안포와는 다른 탄도궤적을 보였으므로, ‘신형 화기가 함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인민군이 함포를 쏜 것이 아니라면, 미사일을 쏜 것이 분명한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원산 앞바다에 전개한 수상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겨우 10km 정도밖에 날아가지 않은 것이다. 미사일이 10km 정도밖에 날아가지 않은 것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사거리가 짧은 단거리미사일이라 하더라도 100km 이상 날아가야 정상인데, 함포 사거리에 지나지 않는 10km밖에 날아가지 않았다니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비유도로켓무기인 240mm 방사포의 사거리가 50km이므로, 사거리가 10km밖에 되지 미사일은 만들 필요가 없다. 어떤 나라도 사거리가 10km인 미사일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이 100km 이상 날아가는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였는데, 오작동이 일어나 10km 정도밖에 날아가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진 것일까? 만일 그러했다면, 위의 보도기사에서 발사가 실패하였다고 지적하였을 것인데, 그런 지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발사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거리가 약 10km에 이르는 특이한 탄도궤적을 따라 날아간 그 미사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미사일은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크게 구분된다. 순항미사일은 지표면 위에서 일정고도를 유지하며 수평비행을 하는 미사일이고,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운동(parabolic motion)에 따라 탄도비행을 하는 미사일이다
 
같은 조건에서 탄도미사일은 45도 각도로 쏘아야 가장 멀리 날아가는데, 45도 각도로 쏜 탄도미사일이 날아가는 궤도를 최소에너지궤도(minimum energy trajectory)라 한다. 탄도미사일로 먼 곳에 있는 타격목표를 겨냥하는 경우, 그 궤도로 쏘게 된다. 그런데 최소에너지궤도로 탄도미사일을 쏘면, 탄착편차(deflection)가 커지고, 적에게 대응시간을 주는 등 몇 가지 약점을 피하기 힘들다.

탄도미사일을 쏘는 궤도에는 최소에너지궤도만 있는 게 아니다. 탄도미사일을 45도 각도보다 더 높은 발사각으로 쏘는 가파른 궤도(lofted trajectory)가 있고, 다른 하나는 탄도미사일을 45도 각도보다 더 낮은 발사각으로 쏘는 낮춘 궤도(depressed trajectory)도 있다. 가파른 궤도로 쏘면 탄두중량을 좀 더 무겁게 늘일 수 있고, 탄착편차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으며, 낮춘 궤도로 쏘면 타격정확도는 좀 떨어지지만 적에게 대응시간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특별한 작전상황이 아니면 거의 모든 탄도미사일의 발사각은 가파른 궤도를 지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탄도미사일을 가파른 궤도로 쏘아도 발사위치와 탄착위치가 약 10km밖에 떨어지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만일 탄도미사일의 발사위치와 탄착위치가 약 10km밖에 서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탄도미사일을 일부러 수직방향으로 쏘아올리는 비정상적인 발사밖에 없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인민군이 20136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원산 앞바다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발사각이 90도 각도에 가까운 궤도로 쏘아올린 비정상적인 발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 왜 탄도미사일을 90도 각도에 가까운 발사각으로 쏘았을까?
    
▲ <사진 2> 바다 속에서 잠항하는 전략잠수함이 수심 50m의 깊이에서 미사일 2기를 동시에 발사하는 장면을 그린 상상도. 전시에 인민군 전략잠수함     ©자주민보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전략잠수함에 설치된 여러 개의 수직발사관에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이 발사되는데, 일반적으로 전략잠수함은 수심 50m 정도 깊이에서 잠항하며 잠수함발사미사일을 발사한다.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이나 모두 그런 방식으로 수중에서 발사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략잠수함이 수중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해수면 밖으로 튀어나온 뒤 일정고도에 이르러 비행궤도입력자료에 따라 비행자세를 수평으로 바꿔 순항비행을 하게 된다. 또한 전략잠수함이 수중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해수면 밖으로 튀어나온 뒤 일정고도에 이르면 비행자세제어장치가 가동되고, 그에 따라 포물선운동을 하며 탄도비행을 하게 된다.

인민군 전략잠수함에 탑재된 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하는 중거리미사일(IRBM)이므로, 사거리가 매우 길다. 그처럼 긴 사거리를 지닌 탄도미사일을 원산 앞바다에서 정상궤도로 쏘는 발사훈련을 하면, 훈련용 모의탄두가 일본 영토에 떨어지게 되므로, 인민군 전략잠수함이 수중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려면 발사각을 90도에 가깝게 높여 사거리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20136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인민군이 90도에 가까운 발사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인민군 전략잠수함이 수직발사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수중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한 것이었다.
 
북은 두 종류의 중거리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399<중앙일보>는 남측 정보관계자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하여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은 사거리가 3,0004,000km로 추정되고, “탄두가 우유병 젖꼭지처럼 생긴신형 중거리미사일 개발을 1990년대 초반에 착수하였고, 2000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하였는데, ‘공화국 창건 55이 되는 200399일 군사행진에 참가시키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912일 보도에 따르면,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북의 신형 중거리미사일에 관한 정보는 2003910일 워싱턴 정가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미국 정부관리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912일 보도는 북의 신형 중거리미사일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2003년보다 훨씬 이전에 북의 신형 중거리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였고, 2002년에는 북의 신형 중거리미사일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제보자는 미국이 북의 신형 중거리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언제 처음 알았는지 파악시점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파악시점은 1990년대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21210<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북이 미사일을 초고속으로 만들어낸 비결에서는 1993530일 미국을 상대로 위협발사한 북의 미사일이 사거리 4,000km에 이르는 중거리미사일이었음을 논한 바 있다. 미국은 북이 1993530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중거리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북의 중거리미사일을 무수단미사일이라고 제멋대로 불렀고, 북이 이란에 수출한 중거리미사일을 ‘BM-25’라고 제멋대로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912일 보도에 나오는 북의 신형 중거리미사일은 북이 1993530일에 발사한 중거리미사일과는 다른 것이다. 1993530일에 발사한 중거리미사일은 지상발사대에서 쏘는 중거리미사일이고, 2003912<로스앤젤레스 타임스>보도에 나온 신형 중거리미사일은 잠수함에서 쏘는 중거리미사일이다
 
북의 중거리미사일이 두 종류라는 사실을 밝혀준 사람은 미국의 인민군 연구가 조셉 버뮤디즈(Joseph S. Bermudez). 200484일 영국의 군사정보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발표한 , 새로운 미사일을 배치하다(North Korea Deploys New Missiles)’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북이 보유한 두 종류의 중거리미사일은 사거리가 2,5004,000km인 도로이동식 중거리미사일과 사거리가 2,500km인 수상함 또는 잠수함에 탑재하는 미사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20101010일 이후 해마다 인민군 군사행진에 참가하였고, 2012년에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도 상설전시된, 612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도로이동식 중거리미사일 화성-10호 이외에도 수상함 또는 잠수함에 탑재하는 또 다른 종류의 중거리미사일이 있는 것이다. 수상함 또는 잠수함에 탑재하는 북의 중거리미사일은 화성-10호에 비해 사거리가 짧다. 북이 201366일과 7일 강원도 원산 앞바다에 전개한 전략잠수함에서 90도 발사각으로 수중발사한 신형 화기는 화성-10호보다 사거리가 짧은 중거리미사일인 것으로 보인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북의 중거리미사일이 시험발사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지 모르겠다는 식의 회의론을 들고 나왔지만, 그것은 정보부족으로 생긴 착오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은 전략잠수함에서 중거리미사일을 수중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할 뿐 아니라, 612륜 자행발사대에서 중거리미사일을 쏘는 성능시험도 오래 전에 실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 2004121일부는 이란이 북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개발한 중거리미사일을 2004년 여름에 시험발사하였다고 보도하였는데, 이 중거리미사일은 이란이 개발한 것이 아니라 북이 개발한 지상배치 중거리미사일이었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이란이 2005년에 북으로부터 조선산 중거리미사일 18기를 수입하였기 때문이다.

20051216일 독일 일간지 <디 빌트 짜이퉁(Die Bild Zeitung)>은 독일연방정보국(BND) 보고서를 인용하여 북이 이란에 중거리미사일 BM-2518기 수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북이 이란에 중거리미사일을 수출하였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당시 미국 국방장관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도 하는 수 없이 그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는 2007111일 미국 국방부 출입기자단 앞에서 북이 중거리미사일을 이란에 수출하였다고 말했다. 만일 이란이 자국산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하였다면, 2005년에 북으로부터 중거리미사일을 수입할 리 없으므로, 2004년 여름 이란에서 시험발사 된 중거리미사일은 북이 만든 중거리미사일인 것이다.

▲ <사진 3> 소련의 양키급 핵추진잠수함에서 R-27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그린 상상도. 북도 양키급 핵추진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하여 실전배치하였고, 6축12륜 자행발사대에 탑재한 중거리미사일 화성-10호와 비슷하게 생긴 잠수함발사 중거리미사일을 그 잠수함에 탑재하였다. 양키급 핵추진잠수함에는 중거리미사일 16기가 탑재되므로, 그 잠수함 1척은 적국의 전략거점 16개소를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도로이동식 중거리미사일 화성-10호나 잠수함발사 중거리미사일의 탄두부에는 핵탄두 3기가 한 다발로 묶여 내장된 3벌 핵탄두가 장착된다.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인민군 전략잠수함은 3벌 핵탄두를 장착한 중거리미사일을 전략잠수함 종류에 따라 최소 4기에서 최다 16기씩 싣고 미국 본토 연안에 은밀히 접근해 있다가 전시상황에 미국 본토의 심장부와 전략거점들을 동시다발로 기습타격할 것이다.

<아사히신붕> 2013524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중거리미사일 2기를 동해안에 전개하였다가 20135월 초에 모두 평양 쪽으로 이동시켜 철수하였다. 그 중거리미사일이 평양 쪽으로 이동한 것을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철수로 판단했다고 그 보도기사에 서술되었다. 이처럼 북은 도로이동식 중거리미사일 2기를 동해안에 전개하였다가 다시 평양 쪽으로 돌려보내 미국을 헷갈리게 만들고, 그로부터 한 달 뒤 원산 앞바다에 은밀히 출동한 인민군 전략잠수함이 해수면 아래 약 50m 수심에서 90도에 가까운 발사각으로 잠수함발사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하여 미국의 허를 찌른 것이다.

20138월 미국이 B-52H 전략폭격기를 두 대씩 세 차례에 걸쳐 전라남도 군산 앞바다의 직도폭격장 상공으로 연속 출격시킨 돌발행동은, 인민군 전략잠수함의 수중미사일발사훈련으로 허를 찔린 미국이 반발하며 자행한 핵위협이었다. 북은 주변국가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비정상적인 발사각으로 잠수함발사미사일을 쏘는 훈련을 실시하였는데도, 미국이 그처럼 거세게 반발하며 핵위협을 자행한 까닭은, 미국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북의 전략잠수함과 잠수함발사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전시에 북이 미국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면 그 미사일은 북방궤도를 따라 약 30분 동안 날아가지만, 북의 전략잠수함이 수중에서 미국 본토를 향해 잠수함발사미사일을 쏘면 어느 방향에서 얼마나 짧은 시간에 날아오는지 미국은 가늠조차 하지 못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는 못해도 어느 특정궤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실험에서 몇 차례 성공한 전례가 있지만, 북의 전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어느 특정궤도로 날아가는 게 아니므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민군 전략잠수함의 수중미사일발사훈련을 본 미국은 질겁하여 B-52H 전략폭격기를 계속 출동시키는 핵위협으로 거세게 반발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는 3중핵무력(nuclear triad)을 두루 갖춘 북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그러한 핵위협 반발은 최후 몸부림으로 보일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3331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에서 핵무기를 틀어쥔 우리가 경제적 부흥을 이룩하면 저들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끝장이라고 보면서 최후발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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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8

EDPC에서 논의된 북의 삼중핵무력

[한호석의 개벽예감](78)
자주민보 2013년 09월 1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핵무력 탑재용 북에서 운용하는 전략폭격기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실시한 핵전쟁도상연습 

2012년 12월 5일 미국군 보도국(American Forces Press Service)은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조지 리틀(George Little)의 발언을 인용한, ‘미국과 남코리아, 핵억제연습에 참가(U.S., South Korea Participate in Nuke Deterrence Exercise)’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미국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려놓았다. 미국군 보도국은 핵억제연습이라는 낱말을 분별없이 쓴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놓았지만, 실전연습이 아니라 도상연습(tabletop exercise)이었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도상연습을 운용연습이라고 번역하였고, 영어약자로는 TTX라고 표기하였다.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남측의 군부인사와 외교관리 40명이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에서 2012년 12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진행된 도상연습에 참가하였다. 미국 국가핵안보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이 관리하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는 연구원 9,000명이 연간 예산 22억 달러를 쓰면서 핵탄두 설계를 비롯한 핵무기 관련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핵억제라는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요구된다. 미국은 북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뜻으로 핵억제라는 개념을 쓰지만, 미국이 북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말은 사실을 왜곡한 말이다. 핵위협은 핵독점체제를 틀어쥐고 세계 곳곳에서 무력침공을 일삼는 미국이 조성한 전쟁도발위험에서 발생한 것인데, 그런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핵위협에 대응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며 억지다. 전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 같은 각종 핵무력수단들을 수시로 들이밀면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핵공갈범’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미국은 핵억제라는 거짓명분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자주 쓰는 핵억제라는 말은 핵전쟁이라는 말로 바꿔 써야 문맥이 제대로 통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여, 이 글에서는 핵억제도상연습이라는 말 대신에 핵전쟁도상연습이라는 말을 쓴다.

북을 겨냥한 핵전쟁도상연습은 누가, 언제, 어떻게 시작하였을까? 2011년 10월 27일과 28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4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 국방정책차관과 남측 국방정책실장을 각각 대표로 하는 양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한미통합국방협의체(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 KIDD)를 내오기로 하였는데, 안보정책구상회의(SPI), 전략동맹2015공동실무단회의(SAWG), 그리고 확장억제정책위원회(Extended Deterrence Policy Committee, EDPC)가 한미통합국방협의체에 포괄되었고, 그 중에서도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북을 겨냥한 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확장억제정책위원회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Omaha)시 인근 오풋공군기지(Offutt AFB)에 있는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에서 2011년 11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첫 번째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였다. 그 자리에는 마이클 쉬퍼(Michael Schiffer) 국방부 동아시아차관보, 브래들리 로벗츠(Bradley Roberts) 국방부 핵-미사일방위정책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측 국방-외교관리들과 임관빈 국방정책차관을 비롯한 남측 국방-외교관리들이 참석하였다.

그러므로 2012년 12월 6일과 7일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실시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2011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것이다.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한 목적은,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북의 핵위협 및 대량파괴무기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쌍무억제전략(tailored bilateral deterrence strategy)”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미국군 보도국 보도자료에 들어있는 오류를 하나 더 지적할 필요가 있다.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억제전략이라는 말을 전쟁전략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해도, 오해의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왜냐하면, 자기들이 단독으로 작성한 핵전쟁전략을 1급 국가기밀로 분류해놓고 외부에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미국이 남측을 참가시킨 가운데 마치 핵전쟁전략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처럼 서술한 것은 누가 봐도 오류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작성한 핵전쟁전략에 관한 정보는 미국의 군사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Hans Kristensen)이 2005년 9월 28일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프로젝트에 발표한 글 ‘미국의 대북핵타격계획(U.S. Nuclear Strike Planning Against North Korea)’에서 읽을 수 있는데, 현 시기 미국의 대북핵전쟁전략은 2004년에 처음 작성되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 수정되어온 이른바 ‘급변사태계획(CONPLAN) 8022’으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미국이 자주 쓰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개념은, 북이 2006년 10월 9일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직후인 2006년 10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핵우산 제공’이라는 기존개념 대신에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데, 북이 남측에 핵공격을 가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미국의 ‘억제력’을 확장한다는 뜻으로 쓰는 전쟁개념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억제전략이라는 말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명해지므로, 전시행동계획(wartime action plan)이라는 말로 바꿔 써야 옳다. 군사학에서 전시행동계획은 군사전략의 부속개념으로 쓰인다.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맞춤형(tailored)이라는 말은 한반도상황에 부합된다는 뜻이므로, 미국은 두 차례의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한반도핵전쟁상황에 부합되는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쌍무적(bilateral)이라는 말은 미국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남측을 참가시킨다는 뜻이므로, 미국은 두 차례의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남측이 보조하는 일련의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2년 12월 6일과 7일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실시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대응한 억제방법들”이 검토되었는데, “확장억제를 실행하기 위한 개념, 의사결정과정, 필요사항”을 논의하였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에 북을 겨냥한 핵전쟁전략과 침공작전계획을 세워놓고 방대한 무력을 동원하여 그에 따른 각종 실전연습을 계속 실시해오면서 그 전쟁전략과 작전계획을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미국이 2011년 11월부터 남측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며 전시행동계획을 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미국이 북미핵전쟁의 불가피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미국이 한반도평화협정체결을 계속 거부하면서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지 않는 위태로운 정전상태가 지속되는 한 북미핵전쟁의 불가피성이 언제까지나 존재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실수로 언론에 유출된 놀라운 정보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기 위해 2011년 11월과 2012년 12월에 각각 실시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은 2013년 말에도 실시될 것인가? 2013년 9월 8일 <연합뉴스>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주었다.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기사는 한반도핵전쟁상황에 대비한 전시행동계획이 얼마 전에 완성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미가 지난 10여 개월간 공동으로 연구한 북한 핵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최근 완성”하였고, “내달 2일(2013년 10월 2일을 뜻함-옮긴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SCM)회의에서 서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완성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의 핵사용 징후부터 실제 핵을 사용했을 때 양국이 실행에 옮길 정치, 외교, 군사적인 대응방안이 포괄적으로 담긴 것”이라고 한다. 미국군 보도국과 마찬가지로 <연합뉴스>도 전략과 행동계획을 혼동하였기 때문에 전시행동계획이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억제전략이라고 표기하는 오류를 드러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도상연습을 실시하면서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2011년 11월 이전에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자기들이 오래 전에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세상에 알려지기 않게 매우 조심하였지만, 전시행동계획이 이번에 완성되었다고 보도한 <연합뉴스> 2013년 9월 8일 보도기사에서 결국 그 윤곽이 드러나고 말았다.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를 주목하는 까닭은, 미국이 국가정보력을 총동원하여 파악한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그 시나리오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는 문필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작한 핵전쟁소설이 아니라 국가정보기관이 수집, 분석한 심층정보에 근거하여 작성된 군사문서다.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관해 알고 있는 중요한 정보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들어있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연합뉴스> 2013년 9월 8일 보도기사에는 미국이 알고 있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TTX(도상연습을 뜻하는 영어약자-옮긴이)에서는 잠수함을 이용한 핵무기 발사,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핵미사일 발사, 항공기를 이용한 핵무기 투하 등 북한의 가능한 핵공격유형을 상정해 그에 적합한 억제전략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인용문은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나오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놀라운 정보를 말해주고 있다. 놀라운 정보란, 인민군 해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고,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지상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고 있고, 인민군 항공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기사에는 인민군 항공기에서 크고 무거운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처럼 부정확하게 서술되었지만, 핵폭탄을 투하하는 게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한다고 서술해야 옳다. 지금 북에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현대식 핵탄은 있지만,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1945년 식 핵탄은 없으며, 오늘날 그 어떤 핵보유국도 현대전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런 원시적인 핵탄을 만들지 않는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이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지대지핵무력만 갖추고 있는 게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전략잠수함의 함대지핵무력과 전략폭격기의 공대지핵무력까지 갖추었다고 판단한 미국은 이번에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그러한 북의 핵무력에 대비한 전시행동계획을 세운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앞세워 전시행동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국은 그들이 이제껏 숨겨온 대북군사정보를 세상에 유출하고 말았으니, 그것은 북이 지대지핵무력, 잠대지핵무력, 공대지핵무력을 두루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지대지핵무력, 잠대지핵무력, 공대지핵무력을 두루 갖춘 것은 적국을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하는 삼중핵무력(nuclear triad)을 완성한 것이다. 삼중핵무력을 갖춰야 적국의 선제핵공격에 맞서 보복핵공격을 가할 수 있고, 선제핵공격력과 보복핵공격력을 모두 가져야 핵보유국 수준을 뛰어넘어 핵강국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늘 지구에 존재하는 196개 나라 가운데 삼중핵무력을 갖춘 핵강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세 나라밖에 없는 것처럼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제는 북이 삼중핵무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제4핵강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프랑스는 전략잠수함의 함대지미사일과 항공모함 함재기의 공대지미사일을 보유한 이중핵무력(nuclear dyad)에 의존하고, 영국은 전략잠수함의 함대지미사일만 보유한 단층핵무력(nuclear monad)에 의존한다.

내가 전에 발표한 몇몇 글에서 북은 세계 4대 핵강국이라고 서술한 것이 과장서술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에 미국의 실수로 유출된 대북핵정보에서도 입증되었다. 북에서 몇 해 전부터 인민군을 ‘백두산혁명강군’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삼중핵무력을 완성한 제4핵강국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압록강 인근 북 공군기지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공대지핵무력 갖춘 인민군 항공군의 전략폭격기

전에 발표한 몇몇 글에서 나는 북의 삼중핵무력 가운데서 지대지핵무력과 잠대지핵무력에 대해 이미 논증한 바 있다. 나는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실전배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군사행진에서 세상에 공개하였고 인민군 무장장비관에도 전시한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글을 몇 차례 발표하였으므로, 이 글에서 북의 지대지핵무력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2012년 2월 23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글과 같은 해 9월 17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민군 해군의 전략잠수함에 관해 서술하면서 오늘날 인민군 해군이 스텔스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탄두를 장착한 잠대지미사일을 수중발사관에 실은 전략잠수함까지 운용하고 있음을 논증한 바 있으므로, 이 글에서 북의 잠대지핵무력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논하는 것은, 북의 삼중핵무력 가운데 공대지미사일을 싣는 인민군 전략폭격기에 관한 정보다.

2004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출판사가 펴낸 논문집 ‘힘의 균형: 21세기의 이론과 실천(Balance of Power: Theory and Practice in the 21st Century)’에 따르면, 오늘날 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 미국, 러시아, 중국 네 나라밖에 없다. 인민군 항공군은 어떤 종류의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군사전문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 자료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은 IL-28 또는 H-5 폭격기 80대를 보유하였다. 중국산 H-5 폭격기는 소련산 IL-28 폭격기를 모방생산한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통칭하여 IL-28형 폭격기라 한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IL-28형 폭격기는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하는 장거리 중폭격기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작전하는 중거리 경폭격기다. IL-28형 폭격기의 기본성능은 항속거리 2,400km, 비행고도 12.5km, 최고비행속도 시속 900km, 적재중량 3t이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운용하는 폭격기가 IL-28 폭격기라는 사실만 알고, 북에 TU-16 폭격기가 있다는 것은 모른다. 소련은 TU-16 폭격기를 중국(1958년), 인도네시아(1961년), 이라크(1962년), 이집트(1967년)에 각각 수출하였고, 1960년대 말에는 북에도 수출하였다. 다른 수입국들은 부품을 구입할 길이 없어 1990년대 이후 TU-16 폭격기의 운용을 거의 중단하였으나, 중국은 자체 기술로 H-6 폭격기를 모방생산하였고, 그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핵탄두 장착 공대지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폭격기로 개조하여 지금 120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북도 중국이 그러한 것처럼 TU-16 폭격기를 전략핵폭격기로 개조하고 성능을 개량하였다. TU-16 폭격기의 기본성능은 항속거리 7,200km, 비행고도 15km, 최고비행속도 시속 1,050km, 적재중량 9t이다.

2007년 1월 어느 탈북자가 남측 언론매체에 밝힌 바에 따르면, 자신이 인민군에서 복무할 때 항공정비병으로 있었던 폭격기연대에서 전략폭격기를 몰고 출격하는 조종사 전원이 여성조종사들이었다고 한다. 인민군 항공군에 여성조종사들로만 편성된 폭격기연대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민군 항공군은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실전연습을 통해 자기의 공대지핵무력을 시위하였다. <중앙일보> 2008년 10월 8일 보도와 <연합뉴스> 2011년 1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은 2008년 10월 초, 그리고 2011년 10월과 11월 초에 폭격기를 서해 상공으로 출동시켜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그 보도기사에 나오는 남측 정부 소식통은 인민군 폭격기에서 공대함미사일을 쏘았다고 취재기자에게 말했지만, 인민군 항공군은 공대함미사일 발사훈련만 실시하는 게 아니라 공대지미사일 발사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인민군 항공군의 전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미사일은 200km 밖에 있는 타격목표를 초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고성능순항미사일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의 결정적인 순간에 이 고성능순항미사일에 강력한 핵탄두가 장착될 것이다. 인민군 항공군이 핵탄두 장착 고성능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중국 우전부(郵傳部)가 운영하는 ‘차이나넷’ 2013년 4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4월 초 인민군 항공군이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건너 바라다 보이는 신의주공군기지에 여러 대의 폭격기를 전개하였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 홍콩의 ‘봉황넷’은 신의주공군기지에 인민군 폭격기 6대가 주기되어 있는 모습을 2013년 4월 9일에 촬영하였다고 하면서 그 사진을 보도하였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당시 신의주공군기지에 나타난 인민군 폭격기들이 소련산 IL-28 폭격기를 중국에서 모방생산하여 북에 수출한 H-5 폭격기들이었다고 서술하였지만, 그것은 강 건너 먼 데서 폭격기 외형만 보고 그렇게 서술한 것이다. 정확하게 서술하면, 2013년 4월 초 인민군 항공군은 핵탄두 장착 고성능공대지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IL-28N형 전략폭격기를 여러 대 동원하여 공대지핵공격작전을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IL-28N형 전략폭격기들이 신의주공군기지에 전개되던 2013년 4월 초 북은 ‘조국통일반미대전’ 최후결전태세를 갖추고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개전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북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전부 동원한 삼중핵무력으로 ‘조국통일반미대전’ 태세를 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4월 초 북이 그런 결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3년 9월 10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북미관계 전환국면에로 끌려가는 미국’에서 논한 바 있다. 만일 2013년 4월 10일 전쟁이 일어났더라면, 동해와 서해로 각각 출격한 인민군 전략폭격기 편대들이 핵탄두가 장착된 공대지순항미사일을 미국군기지들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기습 발사하였을 것이고, 그렇게 하였더라면 남측과 일본에 산재한 미국군기지들은 깊은 구덩이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삼중핵무력을 갖추려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irborne early warning and control aircraft)가 있어야 한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없으면, 삼중핵무력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 핵무력’으로 전락하게 되며, 지대지핵공격, 잠대지핵공격, 공대지핵공격 사이의 상호연계가 불가능하게 된다.
 
▲ 북의 핵탑재용 항공무력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인민군 항공군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인민군연구가 조셉 버뮤디즈(Joseph J. Bermudez)가 2011년 4월 ‘KPA 저널(Journal)’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북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AN-24 수송기에 N-019 토패즈 펄스-도플러 레이더(Topaz Pulse-Doppler Radar) 같은 장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수송기를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개조하였다. AN-24의 모습은 <사진 3>에서 볼 수 있다. 놀랍게도, 북이 공중조기통제경보기를 개발하고 운용해온 경험은 30년 연륜을 쌓은 것이다. 그 30년 동안 인민군 항공군은 자기의 공중조기통제경보기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왔으며, 현재는 외형과는 딴판으로 첨단성능을 지닌 공중조기통제경보기를 운용하는 중이다.
 

삼중핵무력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 그 전투적인 모습

북과 핵대결을 벌이는 미국은 원래 1945년부터 1959년까지 전략폭격기를 운용하는 단층핵무력을 갖추고 있었고, 1959년에 애틀러스(Atlas)-D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를 수직갱발사대에 장착함으로써 이중핵무력을 갖추게 되었고, 1960년에는 폴라리스(Polaris) 잠수함발사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실전배치함으로써 삼중핵무력을 갖추었다.

그로부터 53년이 지난 오늘, 미국의 삼중핵무력은 수중발사관 24개가 들어있는 오하이오급(Ohio-class) 전략잠수함 14척, B-2 스텔스전략폭격기 20대 및 B-52H 전략폭격기 93대, 수직갱발사대에 장착된 미니트맨3(Minuteman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450기로 구성되었다. 오늘 미국 연방정부가 삼중핵무력을 유지하고 그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 책정한 예산은 자그마치 3,000억 달러나 된다. 이런 수치들만 놓고 생각하면, 미국의 삼중핵무력이 압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보여주기 싫어하는 옹색한 꼴이 드러난다.

2012년 9월 17일 <디펜스 뉴스> 웹사이트에 실린 글 ‘삼중핵무력의 해체: 미국은 핵억제를 재고해야 한다(Deconstructing the Triad - U.S. Must Rethink Nuclear Deterrence)’에 따르면, 미국이 운용해오는 핵무력수단들의 퇴역시점이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존 핵무력수단을 새로운 핵무력수단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0억 달러 이상이 된다. 국가재정파산위기와 연방정부예산 자동삭감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미국이 급속히 노후화되는 핵무력수단을 새로운 핵무력수단으로 교체하기 위해 2,000억 달러를 마련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핵무력수단의 급속한 노후화와 연방정부예산 자동삭감으로 타격을 받은 미국 군부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요즈음 삼중핵무력을 포기하고 전략잠수함만 운용하는 단층핵무력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의 삼중핵무력과 미국의 삼중핵무력을 물량적으로만 비교하면, 미국의 삼중핵무력이 훨씬 더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을 못 보는 착시현상이다. 삼중핵무력만큼 중요한 것은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이다. 삼중핵무력은 물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은 물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어서, 자칫 전쟁수행력 평가에서 외면을 받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이 삼중핵무력을 갖추었어도,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정신이 흔들려 얼이 빠지면 삼중핵무력은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된다.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정신이 흔들린 치욕스런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3년 8월 27일 백악관국가안보회의 직속 최종평가소위원회가 작성한 극비문서들 가운데 ‘구두보고서(Oral Report)’로 분류된 일부 문서에서 드러났다. 2006년에 가서야 기밀해제되어 세상에 공개된 그 비밀문서에는 이름도 생소한 최종평가소위원회가 나오는데, 그 위원회는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일 경우 그 결과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비밀기구였다. 당시 최종평가소위원회는 소련을 겨냥한 선제핵공격과 보복핵공격에 관한 비밀연구를 진행하였는데, 핵전쟁을 벌이는 교전쌍방이 모두 막대한 물적 피해와 엄청난 인명손실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비밀연구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그래서 극비문서에 따르면, 소련과 핵대결을 벌였던 당시 미국 대통령 존 케네디(John F. Kennedy)는 “우리쪽의 선제공격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강력한 삼중핵무력을 갖추었지만, 소련에 맞서 전면전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서고 말았던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비겁한 모습을 말해준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가 보여준 그런 겁먹은 모습과 비겁한 모습은 2013년 4월 초에도 반세기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반복, 재연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상대가 전혀 다르다. 반세기 전에 소련은 겁먹은 모습과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미국의 허세에 속아 두려움을 느끼고 자기도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고 말았지만, 오늘 북은 정반대다. 북은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반미대결전을 밀고나가 반드시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반미대결전을 밀고나가는 북의 시각에서 목적-방법-수단의 연관관계를 살펴보면, 북의 삼중핵무력은 반미대결전에서 승리하여 한반도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철군이라는 미증유의 대사변을 일으킬 물리적 수단이고, 한반도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국군철군은 북이 삼중핵무력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달성하려는 당면목표이고,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 또는 대미군축회담은 북이 삼중핵무력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추구하는 양자택일의 해결방법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한반도근본문제를 해결할 당면목표, 추진방법, 물리적 수단은 너무도 명백하다.

미국은 자기의 삼중핵무력으로 북의 삼중핵무력을 결코 ‘억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이 닥쳐올 때마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는 겁을 먹고 얼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의 전투적 기세 앞에서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 다급하고 궁색한 처지를 감추고 있는 미국의 허세만 바라보고, 한반도정세변화를 거꾸로 파악한 허상을 버리고 객관적인 정보에 기초한 현실인식으로 실상을 직시할 때가 되었다.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에 겁을 먹고 얼이 빠진 미국의 무분별한 좌충우돌이 얼마간 재발하겠지만, 한반도근본문제의 해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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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2

북미관계 전환국면에로 끌려가는 미국

[한호석의 개벽예감](78)
자주민보 2013년 09월 1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케리-아베 밀담과 미국의 굴욕적 패배

2013년 4월 15일 오전 11시 30분 일본 도쿄 니가타초(永田町)에 있는 총리관저회의실에서 존 케리(John F. Kerry) 미국 국무장관과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가 회담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존 루스(John V. Roos) 주일미국대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배석하였다. 회담시간이 어느덧 50분을 넘길 무렵, 아베 총리는 자신과 케리 국무장관이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서 배석자들에게 회의실에서 잠시 나가달라고 요청하였다. 느닷없는 퇴실요청을 받은 주일미국대사와 일본 외상이 회의실 밖으로 나간 뒤에 케리-아베 밀담은 7분 동안 이어졌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매우 중요한 문제를 대외비로 논의할 때 밀담이라는 이례적인 회담형식을 취하게 된다. 언론에 알리지 않으려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본 외상과 주일미국대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극비의 밀담내용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케리 국무장관과 아베 총리가 통역을 통해 나눈 밀담시간은 7분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어떤 중요한 의제를 놓고 설왕설래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시간은 아니다.

케리-아베 밀담을 밖에서 지켜본 일본 언론매체들은 케리 국무장관이 미국의 대북협상재개 의사를 전했고, 아베 총리는 미국의 그런 정책전환에 반대의사를 표명하였을 것이라는 추측보도를 내놓았다. 하지만, 케리 국무장관이 취재진 앞에서 미국의 대북협상재개의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에 두 사람의 밀담이 진행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케리 국무장관은 밀담에서 미국의 대북협상재개의사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기밀사항을 언급하였다고 보아야 이치에 맞는다. 케리-아베 밀담에서 케리 국무장관이 언급한 기밀사항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즉답은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아래에 열거한 일련의 정보를 정밀분석하면 밀담내용의 윤곽이 드러난다.

우선 지적하는 것은, 케리 국무장관과 아베 총리가 밀담을 나누기 약 일주일 전인 2013년 4월 초 어느 날 백악관국가안보회의에서 대북협상재개방침이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2013년 4월 초 북미관계는 어떤 상황에 있었던가? 북과 미국의 무력충돌위기는 2013년 3월 중순부터 더욱 격화되었고, 4월 초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미증유의 대폭발로 치닫고 있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북의 ‘조국통일반미대전’과 미국의 대북전쟁을 피할 수 없는 전쟁재발상황에 바짝 근접하였던 것이다.
당시 폭발 일보 직전의 전쟁재발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2013년 3월 28일 국가급 군사훈련 중이던 인민군은 동해와 서해 최남단수역까지 남진하여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해상기동훈련과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였고, 3월 29일 0시 30분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은 긴급 소집한 전략로케트군 작전회의에서 “미제와 총결산할 때가 도래하였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고 인정”하고, “전략로케트군의 화력타격계획을 검토하시고 최종 비준”하였으며, 3월 30일 오전 북측 정부, 정당, 단체가 합동으로 발표한 특별성명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판가리결전의 최후시각은 왔다”고 지적하고 “이 시각부터 북남관계는 전시상황에 들어”간다고 천명함으로써 전시상황선포를 단행하였고, 4월 3일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10 중거리핵타격미사일 2기와 대함미사일 7기를 동해안으로 이동시켜 즉각 발사할 사격태세를 갖추었고, 4월 4일 오전 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담화를 통해 “우리 혁명무력의 무자비한 작전이 최종적으로 검토, 비준된 상태에 있음을 정식으로 백악관과 펜타곤에 통고한다”고 하면서 미국에게 최후통첩을 보냈으며, 4월 5일 북측 외무성은 평양 주재 외국공관들에게 미사일 발사가 4월 10일에 예정되었으므로 긴급대피를 준비하라고 요구하였으며, 4월 9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대변인담화를 통해 남측에 체류하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소개 및 대피를 하라고 통보하였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2013년 4월 초 인민군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작전지시에 따라 ‘조국통일반미대전’ 총공격준비를 완료하고 대기 중이었고, 실제로 6축 12륜 자행발사대에 탑재한 화성-10 중거리핵타격미사일 2기와 대함미사일 7기를 각각 타격목표들을 향해 조준하고 발사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일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작전계획대로 화성-10 중거리핵타격미사일 2기를 발사하였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던 미국군은 그 2기의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동해에 전진배치한 이지스구축함 2척에서 요격미사일을 마구 쏘았을 것이며,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미국군이 요격미사일을 쏜 이지스구축함 2척을 강력한 대함미사일 7기로 기습타격하여 격침시켰을 것이다. 이러한 미사일교전은 북미전쟁의 대폭발을 의미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북의 표현을 빌리면, 2013년 4월 10일은 ‘조국통일반미대전’이 시작되는 ‘최후결전의 첫째 날’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백악관국가안보회의는 2013년 4월 10일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동안 전쟁이냐 협상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벼랑끝으로 시시각각 떠밀리며 극도의 긴장과 공포에 빠져 들어갔다. 2013년 4월 15일에 있었던 케리-아베 밀담은 전쟁이냐 협상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벼랑끝에 몰린 백악관국가안보회의가 북의 ‘조국통일반미대전’이 두려워 황급히 대북협상의 길을 택하였음을 말해주는 하나의 사례다. 전쟁이냐 협상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벼랑끝에 몰린 백악관국가안보회의가 대북협상의 길을 택한 것은, 미국이 북의 ‘조국통일반미대전’ 결전태세 앞에서 굴욕적으로 패했음을 의미한다. 왜 굴욕적으로 패했다는 표현을 쓰게 되는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미국군 군사훈련을 중지한 미국군 수뇌부의 다급한 후퇴행동, 그리고 당시 대북협상재개방침으로 전환한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다급한 후퇴행동에서 패배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미국의 패배를 말해주는 위의 두 가지 사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굴욕적인 패배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2013년 4월 12일 케리 국무장관은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외교장관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몇 개의 군사훈련을 취소해 긴장완화에 기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건국한 이래 237년 역사에서 다른 나라와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맞서는 긴박한 대결상황에서 자국군 군사훈련 몇 개를 한꺼번에 중지하고 황망히 후퇴한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이변 중의 이변이다. 미국이 그처럼 상상하기 힘든 사상 초유의 후퇴를 2013년 4월 초에 실제로 행동에 옮겼으니, 어찌 미국의 굴욕적 패배라 아니할 수 있으랴!

미국의 굴욕적 패배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2013년 4월 11일 버락 오바마(Bar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난 뒤에 “누구도 한반도에서 분쟁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우리는 이런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북미관계의 심층정보를 알지 못한 언론매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그 발언을 건성으로 듣고 넘겼지만, 그 짤막한 발언은 그 동안 어떤 형태의 대북협상도 극력 거부해오며 북을 자극해온 백악관국가안보회의가 북의 ‘조국통일반미대전’ 결전태세 앞에서 기가 꺾여 대북협상을 재개하겠다고 하면서 정책방향을 180도로 전환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니, 어찌 미국의 굴욕적 패배라 아니할 수 있으랴!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의 4월 18일 성명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의 2014년도 전략목표
미국은 자국군 군사훈련 몇 개를 중지하면서 대북협상을 재개하기로 하였다는 사실을 2013년 4월 10일 이전에 북에게 시급히 알려야 하였다. 그렇게 하여야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화성-10 중거리핵타격미사일 2기를 발사하려는 것을 중지시킬 수 있으리라고 타산하였던 것이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는 자기들이 대북정책을 전환하였다는 사실을 어느 경로로 북에 알렸을까? 2013년 3월 20일 미국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정세가 최악의 긴장상태에 빠진 당시에도 미국은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해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직접 전달하고 있다”고 취재기자들에게 말했는데, 백악관국가안보회의는 바로 그 ‘뉴욕통로’를 통해 자기들의 대북정책을 전환하였다는 사실을 북에 알린 것으로 보인다.

‘뉴욕통로’를 통해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대북정책 전환에 관해 알게 된 북측 국방위원회는 2013년 4월 18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에서 “사태의 심각성에 급해맞은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지난 4월 11일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 그 무슨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인 사태수습의사를 밝혔다고 한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다음과 같은 실천적인 조치를 취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성명을 통해 미국에게 요구한 세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열거하면, 대북도발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북에게 사죄할 것, 핵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겠다는 것을 세계 앞에 정식으로 담보할 것, 남측과 그 주변지역에 전진배치한 핵전쟁수단을 전면 철수하고 재투입시도를 단념할 결단을 내릴 것 등이다.

누가 보더라도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조치는 세계의 면전에서 북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항복요구이므로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북의 ‘조국통일반미대전’ 결전태세를 보고 질겁한 미국이 대북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전향적 의사를 북에게 전하는 굴욕을 겪었지만, 북측 국방위원회가 요구한 대로 무릎을 꿇고 항복할 만큼 치명적으로 패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미국은 북의 항복요구를 듣고서도 반론 한 마디 꺼내놓지 못한 채 듣지 못한 척하고 넘어갔다.

북측 국방위원회가 미국에게 보낸 항복요구는, 북이 반미대결전에서 ‘최후 승리’를 이룩하는 날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항복문서에 들어갈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북은 반미대결전에서 달성하려는 최종 목표를 미국에게 미리 공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반미대결전에서 이길 것이라는 확신에 찬 승리자의 모습을 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는 대북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전향적 의사를 북에게 알려주면서 위기상황에서 간신히 벗어나기는 했지만, 막상 대북협상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동아일보> 2013년 8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4월 29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한반도전문가 5명을 백악관에 불러 1시간 20분 동안 담화하면서 미국의 대북협상재개에 관해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2013년 4월 초 북미대결전의 승리와 패배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조언 같은 것을 들어보려고 시도한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5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가 2013년 5월 중순 연방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미국 및 국제질서에 대한 위협 차단’이라는 제목의 제1전략목표가 명시되었는데, “북의 국제적 지위개선과 관련해 북과 논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항목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의 전략목표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이 전략목표는 국무부가 2014회계년도에 해당하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1년 기간에 달성하려는 목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무부가 위의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할 무렵인 2013년 5월 15일에 대니얼 러셀(Daniel R. Russel) 백악관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로 전보발령하였다. 미국 국무부가 동아시아태평양국의 2014년도 전략목표에 대북협상추진을 명시한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한 것과 거의 동시에 미국 대통령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를 임명한 것은 미국이 2013년 10월부터 대북협상에 나서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아사히신붕> 2013년 6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북과 고위급회담을 시작할 예정이며, 글린 데비이스(Glyn T. Davies)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제3국에서 만나는 회담방식이 유력하게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2013년 9월 5일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는 취임 후 처음으로 시작한 동아시아 순방일정에 따라 먼저 서울을 방문하였다. 그는 9월 14일까지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동아시아태평양국의 2014년도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전준비행동으로 보인다.
 

북의 대중특사파견과 새로운 형식의 대미협상 제안 
2013년 5월 22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자신의 특사로 중국 베이징에 파견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특사를 파견한 목적은 북이 구상한 대미협상방도를 중국에게 알려주고, 더 나아가서 북의 새로운 협상방도를 중국을 통해 미국에게도 알려주려는 것이었다. 북이 구상한 대미협상방도는 무엇이며, 그 방도를 전달받은 중국은 미국에게 어떤 경로로 그것을 전달하였을까? 이 중요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아래에 서술한 여러 정보들을 정밀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국통신사> 2013년 5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최룡해 특사는 중국방문 둘째날인 5월 23일 인민대회당에서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회담하면서 “중국이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크게 노력하는 것에 감사한다”고 하면서 “조선은 중국의 그런 노력을 받아들여 각국이 대화의 길을 열어놓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화통신> 2013년 5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최룡해 특사는 5월 24일 오전 판창룽(范長龍)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만나 회담하면서 “관련국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견해를 피력”하였고, 같은 날 오후 최룡해 특사는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고 “관련국들과 공동으로 노력하여 6자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최룡해 특사가 중국 수뇌부와 연속적으로 회담하면서 남긴 발언내용이다. 그는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 판창룽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각각 회담하면서 6자회담이라는 말을 전혀 꺼내지 않고, 대화와 협상이라는 말만 하였다. <신화통신>은 최룡해 특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6자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하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서술하였지만, 그런 식의 서술은 6자회담 재개를 바라는 중국 수뇌부의 의사에 부합되게 윤색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최룡해-시진핑 회담에서 최룡해 특사는 6자회담이라는 특정단어를 꺼내지 않은 채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말하였을 뿐인데, 6자회담 재개를 바라는 중국 언론매체가 “6자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이라는 표현으로 윤색하여 서술한 것이다. 반면에, 북측 언론매체들은 최룡해 특사의 방중활동을 신속히 보도하면서도 6자회담이라는 말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은 6자회담이 영구히 끝났다고 오래 전에 선언하였고, 올해에 들어와서는 핵건설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하여 법제화까지 완료하였으므로, 북이 6자회담 재개를 이제 와서 언급할 아무런 이유도 필요도 없다.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면, 북이 구상한 대미협상은 어떤 것일까? 이 난해한 물음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최룡해-시진핑 회담 이후 23일 지난 2013년 6월 16일 남측 언론보도에서 발견되었다. 2013년 6월 초순 중국을 방문한 남측 전문가들과 군부인사들이 중국의 “권위 있는” 군부인사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최룡해-시진핑 회담에서 최룡해 특사는 “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였다는 것이다. 북이 중국에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였다니,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누구나 직감하는 것처럼, 그 보도기사는 명백한 오보다. 민족적 자존심과 국가적 자주성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북은 다른 나라에게 자기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청원하는 저자세외교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북에게 있어서 핵보유국 지위는 다른 나라에게서 인정받는 게 아니라 북이 제3차 핵실험을 통해 자기의 핵능력을 시위한 것으로 획득한 것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최룡해 특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청원한 것이 아니라, 북의 핵보유국 지위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식의 대미협상에 관해 언급한 것으로 해석해야 이치에 맞는다.

북의 핵보유국 지위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식의 대미협상은 무엇일까? 그것은 최룡해 특사가 중국을 방문하기 한 달 전인 2013년 4월 20일 <로동신문>이 “앞으로 우리와 미국 사이에 군축을 위한 회담은 있어도 비핵화와 관련된 회담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서술한 문장에 들어있는 군축회담이다. 다시 말해서, 최룡해 특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고위급 군축회담에 관해 언급한 것이다.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서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룡해 특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에도 고위급 군축회담에 관한 의사가 표명된 것으로 보인다.

북이 구상한 고위급 군축회담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려면, 2013년 6월 16일 북측 국방위윈회가 발표한 대변인 중대담화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중대담화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중대립장을 내외에 밝힌다”고 하면서,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와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 과제”로 설정하고, “조미당국 사이에 고위급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중대담화는 “조미당국 사이의 고위급회담에서는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 없는 세계 건설>문제를 포함하여 쌍방이 원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폭넓고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것은 북이 한반도 군축,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세계의 비핵화까지 포괄하는 의제를 논의할 고위급 군축회담을 미국에게 공식 제안한 것이다.

북은 이처럼 고위급 군축회담을 미국에게 제안하는 한편, 고위급 군축회담 문제를 놓고 중국과 의견을 조율한 뒤에 그것을 중국을 통해 미국에게 제안하였다. <중국신문사전> 2013년 8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8월 19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장을 수행한 중국 국방부 외사변실주임이 밝힌 것처럼, 창완취안 국방부장은 미국 고위관리들을 만난 자리에서 “조선의 지도자가 관계국과의 대화의향을 밝히고 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와 창구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측에게 “걸림돌과 조건 없이 대화에 응하라”고 촉구하였다. <중국신문망> 2013년 8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8월 19일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창완취안 국방부장은 수전 라이스(Susan E. Rice)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하면서 “3자회담 또는 4자회담을 조건 없이 진행하기를 바란다는 조선의 지도자의 뜻을 미국에 전달하였다”.


새로운 형식의 대미협상을 앞두고 나타난 몇 가지 움직임 
위의 서술내용을 읽어보면, 북은 6.16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북과 미국의 양자회담을 미국에게 제안하는 한편, 8.19 중국 국방부장의 방미활동을 통해 3자회담 또는 4자회담도 미국에게 제안한 것이다. 이러한 두 종류의 제안이 나온 것은, 북과 중국이 2013년 6월 16일부터 8월 19일까지 두 달 동안 새로운 형식의 대미협상방안을 놓고 의견을 조율하였음을 말해준다. 언론에 보도된 북과 중국의 의견조율과정은 아래와 같다.

2013년 6월 19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단장으로 한 북측 정부대표단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고 장예쑤이(張業遂) 중국외교부 상무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 측 정부대표단과 전략대화를 진행하였다. 북중관계에서 ‘전략대화’라는 공식명칭으로 진행하는 회담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북과 중국의 의견조율은 전략대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2013년 8월 26일부터 8월 30일까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하였다. 김계관-우다웨이 회담에서 무엇을 논의하였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형식의 대미협상방안을 놓고 북과 중국이 의견을 조율하며 실무준비를 계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실무준비에는 새로운 형식의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당연히 포함된다.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현재, 대화분위기 조성은 두 갈래로 추진되고 있다.

첫째, 이전에 대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북과 미국은 북을 관광하는 외국인을 안내하는 관광여행업에 종사하던 중에 미국 국가정보기관에 포섭되어 불법첩보활동을 벌이다가 현장에서 붙잡혀 중형을 받은 미국 국적의 범법자를 사면하여 미국에게 송환하는 조치를 추진하게 되었다.

2013년 8월 30일은 로벗 킹(Robert R. King)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가 위에서 말한 범법자를 송환하기 위해 방북하려고 하였던 날이었고, 동시에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2013년 8월 20일부터 실시한 ‘을지프리덤가디언’ 대북전쟁연습이 끝나는 날이었다. 그런데 로벗 킹 국무부 대북인권특사가 방북하기 직전, 북은 그의 방북초청을 철회하였다. 2013년 8월 31일 북측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켜 폭격훈련을 연속적으로 실시하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였기 때문에 그의 방북초청을 철회하였다고 밝혔다.

미국이 B-52H 전략폭격기를 언제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켰는지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지만, 2013년 8월 29일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가 대변인담화에서 B-52H 전략폭격기 출몰사건을 폭로한 바 있다. 2013년 8월 15일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Anderson AFB)에서 이륙한 B-52H 전략폭격기 2대가 밤중에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에 있는 직도폭격장 상공에 출몰하여 야간폭격훈련을 실시하였고, ‘을지프리덤가디언’을 시작한 다음날인 8월 21일에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52H 전략폭격기 2대가 대낮에 또 다시 직도폭격장 상공에 출몰하여 폭격훈련을 실시하였고, 8월 27일에는 미국 본토 마이너트공군기지(Minot AFB)에서 이륙한 B-52H 전략폭격기 2대가 대륙간 장거리비행 끝에 직도폭격장 상공에 출몰하여 폭격훈련을 실시하고 괌으로 돌아갔다.

직도폭격장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서남쪽으로 63km 떨어진 수역에 있는 무인도다. 미국 본토에 있는 전략폭격기발진기지 두 곳 중의 한 곳인 마이너트공군기지는 미국 본토 노스대코다(North Dakoda)주에 있는데,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Global Strike Command) 예하 제5폭격비행단의 제23폭격비행대대와 제69폭격비행대대가 그 기지에서 B-52H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다. 괌에 있는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직도폭격장까지 직선거리는 3,100km이고, 노스대코다주의 마이너트공군기지에서 직도폭격장까지 직선거리는 9,540km다.

미국에게 고위급 군축회담을 공식 제안한 북은 미국이 ‘을지프리덤가디언’ 대북전쟁연습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감행한 것까지는 참았지만, 전략폭격기를 연속적으로 동원하여 북을 겨냥한 장거리공중핵타격연습을 감행한 것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었으므로, 로벗 킹 대북인권특사의 방북초청을 전격 철회한 것이다.

<미국의 소리> 2013년 9월 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로벗 킹 대북인권특사를 다시 초청해주면 좋겠다고 북에게 요청하였다. 북은 미국의 그러한 요청을 머지않아 받아줌으로써 대화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예견된다.

둘째, <자유아시아방송>과 <CBS노컷뉴스> 2013년 9월 5일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들과 관련국 전문가들이 함께 참석하는 반관반민 형식의 토론회를 6자회담 개최 10주년과 9.19 공동성명 발표 8주년에 즈음하여 9월 18일 베이징에서 중국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주최로 개최하자고 제안하였다. 이것은 대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중국이 북과 의견을 조율하여 추진하는 사전조치다.

북은 중국이 제안한 반관반민 형식의 토론회에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참석할 것이라고 즉각 응답하였지만, 미국은 응답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다. 미국이 참석응답을 주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으므로, 미국을 추종하는 남측과 일본도 덩달아 미적거릴 수밖에 없다. 북이 로벗 킹 대북인권특사의 방북을 허락하면, 미국도 반관반민 형식의 토론회에 참석하겠다고 응답할 것으로 예견된다. 2013년 9월 6일 벤 로즈(Ben Rhodes) 백악관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협상재개문제에 관한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런 예상은 없다”고 시치미를 뗐지만, 최근 북미관계의 변화상황을 바라보면 전환국면에로 끌려가는 미국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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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5

광란적 폭압과 변혁적 진출, 야수와 인간의 대결

변혁과 진보 (115)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현 국면에 반영되어 있는 것은 무엇인가?
 
2013년 늦여름,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압살하려는 수구집권세력의 모략소동과 폭압선풍이 광란적이다. 눈을 뜨고서는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너무 광란적이다. 난폭한 이빨과 발톱을 드러낸 수많은 야수들의 포위 속에서 맨주먹을 쥐고 홀로 맞선 통합진보당의 모습이 실로 조마조마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통합진보당을 내란음모집단으로 중상모략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키고 그 당의 핵심세력을 제거하려는 수구집권세력의 광란적 폭압만이 언론의 보도와 대중의 시야에 가득하다.
 
그러나 수구집권세력의 광란적 폭압만 바라보는 것은 현실의 어느 한 쪽만 보고 다른 한 쪽을 외면하는 인식착오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 국면에서 이 땅의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진정으로 직시해야 하는 것은, 수구집권세력이 광란적 폭압으로 가로막지 못하는 진보정치세력의 변혁적 진출이다. 수구집권세력의 광란적 폭압이 일방적이고 압도적이어서, 진보정치세력의 변혁적 진출이 시야에 쉽게 들어오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한 쪽만 바라보고 다른 한 쪽을 외면하는 인식착오에 걸려 넘어져서는 안 된다. 원인과 결과의 순환적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인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가? 원인은 원인으로 고착되는 게 아니고, 결과도 결과로 고착되는 게 아니다. 원인은 결과를 낳고, 그 결과가 또 다른 원인으로 전화되어 또 다른 결과를 낳는 인과관계가 순환되며 변화발전을 끝없이 거듭하는 것이 우리가 생활하는 현실의 일면이다.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하면, 대미예속적이고 계급착취적이고 민족분열적인 낡은 체제를 원인으로 하여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향한 민중의 지향과 요구가 정치세력화된 결과를 낳은 것이며, 수구집권세력은 그 결과가 더 이상 장성되지 못하도록 광란적 폭압을 자행한 것이다. 국정원의 내란음모모략소동으로 터져나온 통합진보당에 대한 압수수색, 구속수사, 체포동의안 가결, 종북몰이여론재판 등은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향한 민중의 지향과 요구가 진보정당으로 세력화되고 차츰 힘을 얻어가는 변혁적 진출을 가로막으려는 일련의 반진보적, 반변혁적 행위들이다.
 
만일 이 땅의 진보정치세력이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향한 민중의 지향과 요구를 세력화하여 통합진보당을 건설하지 않았다면, 오늘 보는 것과 같은 저들의 광란적 폭압은 애초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변혁적 진출과 광란적 폭압은 인과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며, 바로 그런 인과관계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 수구집권세력에게 내습한 체제불안정, 그리고 진보정치세력이 그 반대쪽에서 생성시킨 사회변혁역량이 현 국면에 각각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네 가지 정세변화요인과 내란음모혐의조작
 
광란적 폭압과 변혁적 진출이 격돌하는 현 정세의 변화요인을 좀 더 분석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현 정세를 변화시키는 요인은 단일적이 아니라 복합적이다. 복잡하게 결부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각종 변화요인들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주목하는 정세변화요인은, 신흥핵강국으로 등장한 북이 미국의 핵독점체제를 무너뜨리고, 미국의 대북핵위협을 차단한 여세를 몰아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으로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려는 공세적인 정치군사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국가경제발전과 과학기술발전에 총력을 기울여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를 완전히 무력화하고 인민생활향상의 실질적 성과들을 얻어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주목하는 정세변화요인은, 국가재정파탄위기에 휘말려 심한 내상을 입고 대폭적인 군비삭감을 강요당하는 미국이 북의 조국통일반미대전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로써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조성된 한반도정세에 전략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8월 말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을지프리덤가디언대북전쟁연습을 실시하였지만, 미국은 그 대북전쟁연습을 벌이면서 이전에 비해 맥이 빠진 자기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였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 실시된 대북전쟁연습을 현장취재한 언론보도가 전혀 나오지 않은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세 번째로 주목하는 정세변화요인은, 위에서 언급한 북미관계의 역량변화를 원인으로 하여 미국의 대남지배력이 점진적 퇴조기에 들어선 것이다. 올해 들어와 수구집권세력이 각종 미국산 신형무기를 전례 없이 대량수입하고 작전통제권 환수시점을 또 다시 연기하려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대남지배력 퇴조를 막아보려는 그들 나름의 수세적 대응조치들이다.
 
네 번째로 주목하는 정세변화요인은, 이명박정권의 반민주적 불통정치와 민생경제파탄으로 민중의 사회정치적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수구집권세력이 집권연장에 실패할 위험이 커지가 지난 201212월 대선에서 국정원이 대선개입공작을 자행하였고, 그 범죄사실이 폭로되자 그에 분노한 각계층 대중이 투쟁열기를 뿜어내며 집단적 저항의 광장에 진출한 것이다. 국정원대선개입공작을 규탄하는 대중투쟁은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되고 전개되었지만, 그런 자연발생적 대중투쟁을 야권과 대중이 총결집한 위력적인 반정부운동으로 폭발시키는 투쟁의 중심축에 서 있는 선도세력이 바로 통합진보당이다. ‘촛불바다로 흔히 상징되는 반정부운동이 힘을 얻어가자, 통합진보당과 수구집권세력의 격돌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정세변화요인에 둘러싸여 위기감을 느끼게 된 수구집권세력은 황급히 위기탈출로를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통합진보당을 모략소동과 폭압선풍으로 짓누르는 것이 그들이 선택한 국면전환의 옹색한 위기탈출로인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지금 수구집권세력이 자행하는 모략과 폭압이 현행형법상 극형을 예고하는 내란음모에 직결되었다는 점이다. 수구집권세력이 국면전환을 위해 보안법위반혐의를 뒤집어씌웠던 과거행동과 달리, 33년 만에 처음으로 내란음모혐의를 뒤집어씌우는 극단행동으로 광란하는 것은, 오늘 저들이 처한 위기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고 다급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성의 빛나는 승리, 인간의 최종적 승리
 
추악한 부패와 비리의 대명사로, 악랄한 폭정과 착취의 대명사로 존속되어오는 이 땅의 낡은 체제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로 교체하려는 통합진보당은 그 추악하고 악랄한 체제를 모략소동과 폭압선풍으로 유지하려는 수구집권세력의 광란과 공격 앞에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역사발전의 긴 안목으로 바라보면, 수구집권세력의 광란과 공격은 느닷없이 부풀어 올랐다가 물거품처럼 꺼지는 반짝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한반도정세의 변화방향은 절대로 그들에게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며, 되레 그들을 점진적인 쇠락으로 떠밀어가는 중이기 때문에 그렇다.
 
다른 한편, 수구집권세력의 광란과 공격 앞에서 통합진보당의 위태로운 모습도 일시적인 돌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반도정세의 변화발전을 전망하는 통찰의 안목으로 오늘 통합진보당에게 발생한 돌출현상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점진적 쇠락에로 떠밀려가는 수구집권세력의 모략소동과 폭압선풍은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질 광란의 돌풍이고,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통합진보당의 투쟁은 미래에로 나아가는 전진의 열풍이다.
 
한반도정세가 급변하는 날, 머지않아 그 날이 오면, 전진의 열풍은 광란의 돌풍을 단숨에 뒤덮어버릴 것이며,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영구히 잠재울 것이다. 이성과 우상의 대결, 인간과 야수의 싸움은 우상을 해체하는 이성의 빛나는 승리, 야수를 제압하는 인간의 최종적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다. 만일 그런 미래의 승리를 향한 맹세와 신념이 통합진보당에게 없었다면, 오늘처럼 엄혹한 정세 속에서 어찌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의 깃발이 그 당의 앞길에 변함없이 휘날리고 있겠는가. (20139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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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3

북이 건조한 인공지능전투함

[한호석의 개벽예감] (77)
자주민보 2013년 09월 0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형전투함 기동훈련을 지도하면서 군지휘관들과 수행간부들에게 지침을 주었다. 뒤쪽에 신형전투함 선체 일부가 보이고, 오른쪽에 천막조립대가 보인다.     © 한호석 소장 제공
 

신형전투함의 특이한 이층포탑

북이 개발하는 세계 정상급 성능의 각종 첨단무기를 볼 때마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이 놀라고 있다. 이것은 과장어법이 아니다. 2012년 4월 15일 인민군군사행진으로부터 2013년 7월 27일 인민군군사행진에 이르기까지 1년 3개월 동안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북의 각종 첨단무기들과 첨단군사장비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놀랐다. 이를테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3호와 함께 지구궤도 위에 올라선 북의 군사정찰위성이 그러하였고, 전 세계에서 오직 세 나라만 실전배치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이 그러하였고, 세계 정상급 첨단전차 선군-915가 그러하였고, 초정밀타격능력을 시위한 무인타격기가 그러하였고, ‘불벼락’의 대명사로 알려진 300mm 신형방사포가 그러하였고, S-400급 최첨단요격미사일체계가 그러하였고, 핵배낭으로 무장한 세계 유일의 특전병대오가 그러하였다.

그런데 북이 아직 세상에 보여주지 않은 것은 공군력과 해군력이다. 인민군 항공군과 해군이 지상에서 펼쳐지는 군사행진에 첨단무기를 참가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측면은 공군력과 해군력의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미국과 정면으로 대치한 북은 자기의 공군력과 해군력을 공개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자체 기술로 제작한 것을 보면 스텔스전투기나 전략잠수함도 능히 자체 기술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하늘과 바다를 누비는 그런 첨단무기들은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2013년 8월 25일 <로동신문>에 실린 보도기사와 현장사진이 북의 군사과학기술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또 다시 입증해주었다. 현대군사과학기술정보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 보도기사와 현장사진이 평범한 것으로 생각되었을지 모르지만, 실상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주목할 점은, 북의 군대와 인민들에게 8월 25일이 매우 중요한 날이라는 사실이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북에서는 8월 25일을 선군절로 지킨다. 1960년 8월 25일 근위서울류경수105땅크사단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의 표현을 빌리면, “선군혁명령도의 첫 자욱을 새긴” 날이 바로 선군절의 기원이다. 특히 올해는 선군절 63주년을 맞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하여 “중대한 군사문제”를 토의결정하였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담화 ‘김정일 동지의 위대한 선군혁명사상과 업적을 길이 빛내여나가자’가 발표되었다. 북이 선군절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북에서 그처럼 중시하는 선군절에 북의 언론매체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사부문 현지지도를 일제히 보도하였으니, 그 보도야말로 선군절에 즈음하여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특별한 의미를 파악하려면, <로동신문> 2013년 8월 25일부에 실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건조한 전투함선의 기동훈련을 지도하시였다’는 제목의 기사와 보도사진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형전투함 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하는 현장을 촬영한 <사진 1>이다. 그 사진의 오른쪽을 보면, 알루미늄파이프조립대가 세워져 있고, 철사 여러 가닥이 그 조립대를 지탱해주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누가 봐도 그것은 천막조립대인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형전투함 기동훈련을 지도하는 현장에 천막이 설치된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긴 시간 동안 현장에 머물면서 각별히 지도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천막이라면 당연히 햇빛을 가리는 비닐 또는 천이 조립대 상부에 펼쳐져 있어야 하는데, 사진에는 천막조립대만 보인다. 천막을 걷어놓고 사진을 촬영한 것이다.

왜 천막을 걷어놓고 사진을 촬영하였을까?

그 까닭은 천막을 원상대로 설치해놓고 사진을 촬영하면 계류장에 정박된 신형전투함이 천막에 가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천막을 걷어놓고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천막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촬영하면, 신형전투함의 전모가 사진에 담기게 되므로 선체 일부만 공개하려는 의도에서 그처럼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선체 일부만 보이는 그 신형전투함은 어떤 전투함일까? 보도사진에서는 신형전투함 갑판에 설치된 포탑만 보인다. 일반적으로 전투함 갑판에 설치된 그런 종류의 무기체계를 근접방어무기체계(close-in defense weapon system)라 부르는데, 그것의 작전임무는 외부방공망을 뚫고 들어와 낮은 고도로 접근하는 전투기, 공격헬기, 순항미사일, 유도폭탄 등을 마지막 단계에서 근접 요격하는 것이다. 항공모함을 비롯한 거의 모든 수상전투함들에 근접방어무기체계가 설치되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북의 신형전투함에 설치된 근접방어무기체계는 2문의 자동고사포를 위아래에 각각 1문씩 장착한 이층포탑이다. 보도사진을 보면, 이층포탑 위아래에 각각 장착된 2문의 자동고사포는 포신길이가 서로 다른데, 위쪽 자동고사포의 포신은 조금 짧고, 아래쪽 자동고사포의 포신은 조금 더 길다.

이층포탑 아래쪽에 장착된 자동고사포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1991년식 30mm 6렬(six-barreled) 자동고사포다. 2013년 6월 초 내가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을 참관할 때 직접 목격한 그 자동고사포의 해설판에는 속사능력이 분당 5,000발이고, 사거리는 4km라고 쓰여 있었다. 이층포탑 위쪽에 장착된 또 다른 자동고사포는 1991년식 30mm 자동고사포의 성능을 향상시킨 개량형 30mm 자동고사포로 보이는데, 외형이 러시아 해군 전투함에 설치된 자동고사포 AK-630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 AK-630의 분당 속사능력은 10,000발이고, 사거리는 5km이므로, 북의 신형전투함에 설치된 개량형 30mm 자동고사포의 성능도 그와 같을 것이다.

자동고사포 2문이 위아래로 있는 특이한 이층포탑을 설치한 전투함은 전 세계에서 북이 이번에 새로 건조한 신형전투함뿐이다. 전투함에 자동고사포 2문을 설치하는 경우, 다른 나라 전투함에서 그러한 것처럼 횡렬 또는 종렬로 나란히 2문을 설치한 일층포탑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북은 왜 설계와 제작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이층포탑을 만들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로동신문> 2013년 8월 25일부 보도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이 건조한 신형전투함은 “각종 대상물들에 대한 타격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이층포탑에 장착된 2문의 자동고사포가 180도 다른 방향으로 포신을 서로 돌려 사격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래쪽 고사포는 동쪽으로 사격하고 위쪽 고사포는 서쪽으로 사격할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전투함에 설치된 포탑에는 방탄철갑을 씌워놓은 것이 일반적인데, 특이하게도 북의 신형전투함에 설치된 이층포탑에는 중간부분에 불투명한 판유리처럼 보이는 몇 개의 평면판이 둘러쳐져 있다. 왜 그런 불투명한 평면판을 포탑측면에 죽 둘러놓았을까? 그것은 평면배열안테나(flat panel array antenna)다. 포탑측면에 평면배열안테나를 배열한 목적은 타격목표를 찾아내는 식별장치와 고사포를 쏘는 사격통제장치를 자동적으로 연동시키기 위함인 것으로 생각된다.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의 적외선유도장치를 교란하기 위해 발사하는 섬광탄(flare) 3기가 이층포탑 아래쪽에 장착된 것이 보인다. 그 섬광탄을 쏘면, 대함미사일이 열을 추적하며 날아오다가 섬광탄이 뿜어내는 강한 열에 의해 교란되면서 방향을 잃는다.

북이 이번에 건조한 신형전투함의 무장력은 사진에 나타난 30mm 자동고사포 2문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신형전투함선을 건조할 때 30mm 고사포 2문만 설치하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비록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신형전투함에 대함미사일도 설치된 것이 확실하다. 다시 말해서, 신형전투함 앞쪽에는 30mm 고사포 이층포탑이 설치되었고, 뒤쪽에는 대함미사일 발사대가 설치된 것이다. 사진에 실물이 나타나 있지 않아서, 그 대함미사일의 성능을 정확하게 지적하기 힘들지만, 그 신형전투함과 같은 급의 전투함에 탑재하는 대함미사일은 사거리가 100∼120km에 이르는 대함미사일이다. 북이 이번에 건조한 신형전투함에는 그런 대함미사일 2기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북이 이번에 건조한 신형전투함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각각 사격할 수 있는 30mm 6렬 자동고사포 2문과 대함미사일 2기로 무장한 전투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로동신문> 2013년 8월 25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형전투함 기동훈련을 현장에서 지도하면서 “함선의 높은 기동력과 타격력을 보시고 대만족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신형전투함은 위에서 언급한 2종의 무장장비를 갖춘 것만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항해하는 고속기동력도 지닌 것이다. 북이 이번에 건조한 신형전투함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항해할 수 있을까? 그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북의 보도기사에 나오지 않아서 정확하게 지적하기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신형전투함의 경우 시속 60km 이상으로 항해하여야 고속기동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위에 열거한 사실을 종합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시속 60km 이상 매우 빠른 속도로 항해하는 신형전투함이 공중과 해상에 출현한 여러 개의 타격목표를 동시에 추적, 식별하고, 대함미사일과 30mm 자동고사포를 동시에 발사하여 격파하는 실탄사격기동훈련에 대해 큰 만족을 표시하였던 것이다.

 
북은 왜 소형전투함을 건조하였을까?

이층포탑 아래쪽에 일부만 보이는 선체는 높이가 낮고, 길이도 짧아 보이는데, 이것은 신형전투함이 소형함선임을 말해준다. 그처럼 크기가 작은 소형함선을 왜 만들었을까? <로동신문> 2013년 8월 25일부 보도기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보도기사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대와 해당부문에서 최첨단군사과학기술성과들이 도입된 전투함선을 자체의 힘과 기술로 훌륭히 건조한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였다고 서술되었는데, 첨단수준이 아니라 최첨단수준이라는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첨단군사과학기술로 건조한 소형함선은 사람이 전혀 타지 않는 무인선밖에 없다.

사람이 전혀 타지 않는 소형비행기를 무인기(unmanned aerial vehicle/UAV)라 부르고, 사람이 전혀 타지 않는 소형선박을 무인선(unmanned surface vehicle/USV)이라 부른다.

오늘날 무인선을 건조하는 최첨단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이스라엘, 스웨덴, 이탈리아인데, 그 가운데서도 미국이 무인선건조부문에서 단연 앞서간다. 미국이 무인선건조부문에서 앞서간다는 말은 미국이 다른 무인선건조국들보다 한 발 앞서서 무장력을 갖춘 무인선 곧 무인전투함을 건조하였다는 뜻이다. 미국 이외에 다른 무인선건조국들은 무인선을 해양연구선박이나 해양기후관측선박 등으로 건조하지만, 아직 무인전투함을 건조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다만 이스라엘이 그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겨루며 무인전투함을 건조하였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북은 최첨단군사과학기술을 집대성하여 이번에 전투함의 무인화를 실현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이 무인전투함을 건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에게는 이미 2011년 초에 무인전투함을 건조한 선행경험이 있다. 2011년 8월 22일 남측 언론매체들은 북이 무인어뢰정을 2011년 초에 개발하였고, 같은 해 8월부터 동해와 서해의 해군함대에 실전배치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남포조선소의 927연락소기지와 원산조선소의 313연락소기지에서 올해(2011년을 뜻함-옮긴이) 12월 말까지 총80대의 무인조정어뢰정이 생산될 것”이라고 하면서 “이 어뢰정은 다른 어뢰정과 달리 1발의 어뢰를 장착하고 무인자동조종기술을 이용한 GPS장치를 이용하여 해상목표물을 타격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북이 그처럼 이미 2년 전에 무인어뢰정을 건조하여 실전배치하였으므로, 만일 이번에 그 무인어뢰정과 성능이 비슷한 무인전투함을 건조하였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선군절을 맞아 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하면서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로동신문> 2013년 8월 25일 보도기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기존 무인어뢰정을 능가하는) 새로운 전투함선을 건조할 데 대한 임무를 인민군대와 해당부문에 주”었고, 최고사령관명령을 받은 “인민군대와 해당부문에서는 창조적인 지혜와 열정을 다 바쳐 우리 식의 현대적인 전투함선을 건조하였다”고 서술하였다.

여기서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5개월 전에 나온 보도기사와 보도사진이다. <조선중앙통신> 2013년 3월 24일부 보도기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1501부대를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서술하였다. “군부대에서 자체로 연구제작한 첨단전투기술기재들을 보아주”신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부대지휘관으로부터 장비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고, “장비들을 오래도록 쓸어보시며 멋쟁이라고, 연구를 많이 했다고, 정말 잘 만들었다고 환하게 웃으시”며, “첨단장비들이 싸움에 편리하게 제작되었고 당장이라도 결전장으로 튀여나갈 것만 같이 보기에도 좋다고, 적진을 향해 명중탄을 날리며 맹렬히 돌진하는 모습이 선히 보이는 것만 같다고 말씀하시”고, “군부대에서 개발한 첨단전투기술기재들이 전투환경에서 기동이 대단히 빠르게 제작되고 지능화, 경량화된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고 말씀하시였다.” <사진 2>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날 인민군 제1501부대를 시찰하면서, 그 부대가 제작한 첨단군사장비를 살펴보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 <사진2> 2013년 3월 24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제1501부대가 제작한 첨단군사장비를 살펴보았다. 북은 이 첨단군사장비를 제작한 때로부터 꼭 5개월만에 인공지능전투함을 건조하였다.     © 한호석 소장 제공

위의 보도기사가 나온 때로부터 5개월이 지난 2013년 8월 25일에 나온 보도기사는 신형전투함에 대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높은 평가를 이렇게 서술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능화가 높은 수준에서 보장된 함선은 항해와 사격조종을 비롯한 모든 전투행동을 자동적으로 할 수 있으며 각종 대상물들에 대한 타격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21세기의 전투함선이라고 말씀하시였다.”

위에 인용한, 5개월 시차를 두고 나온 두 가지 보도기사를 종합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제1501부대에 무인전투함을 건조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 명령에 따라 제1501부대가 지난 3월 하순 무인전투함에 설치될 첨단설비를 개발하였으며, 그 첨단설비를 갖춘 신형무인전투함을 그로부터 5개월 만에 건조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위에 인용한 두 보도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지능화(intelligentize)라는 개념이다. 지능화는 북이 이번에 건조한 신형전투함의 최첨단성능을 단적으로 표시해주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다. 지능화는 무인화(unmanned)보다 한 급 더 높은 수준의 자동화기술로 개발하는 최첨단설비체계를 일컫는 것이므로, 북은 전투함을 무인화하는 단계를 지나 전투함을 지능화하는 최고단계에 올라선 것이다.

여기서 전투함의 무인화와 전투함의 지능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전투함의 무인화를 실현하였다는 말은 조종사의 원격조종을 받으며 작전하는 첨단무인전투함을 건조하였다는 뜻이고, 전투함의 지능화를 실현하였다는 말은 조종사의 원격조종조차 필요 없이 무인전투함이 작전상황을 스스로 판단식별하고 스스로 작전하는 최첨단무인전투함을 건조하였다는 뜻이다. 북이 이번에 건조한 신형전투함의 성능을 묘사한 위의 인용보도기사에서 “지능화가 높은 수준에서 보장된 함선은 항해와 사격조종을 비롯한 모든 전투행동을 자동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서술한 문장에서 인공지능전투함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북이 2년 전에 건조한 무인어뢰정은 원격조종식 무인전투함이고, 북이 이번에 건조한 신형전투함은 원격조종이 필요하지 않는 인공지능화된 무인전투함인 것이다. 땅위에서 걸어 다니는 로봇(robot)이 스스로 판단식별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것처럼, 바다를 항해하는 인공지능전투함도 스스로 판단식별하고 스스로 작전한다. 북이 이번에 건조한 신형전투함은 고도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움직이는 초현대식 전투함인 것이다.
 
▲ <사진 3> 2013년 3월 24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살펴본 첨단군사장비는 인공지능전투함에 장착하는 전자광학조준장치(EOTS)였다.     © 자주민보

<사진 3>은 2013년 3월 24일 인민군 제1501부대를 시찰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 부대가 제작한 첨단군사장비를 살펴보는 장면을 촬영한 것인데, 그 보도사진에 나타난 군사장비가 무엇인지 당시에는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5개월 뒤 신형전투함을 건조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에 다시 살펴보니, 그것은 인공지능전투함에 내장되는, 타격목표를 스스로 추적, 식별하는 전자광학조준장치(electro-optical targeting system)였다.

북의 인공지능전투함이 북의 초정밀무인타격기와 함께 해상공중작전을 전개하는 경우, 미국해군 항모타격단과 미국해병대 원정강습단에게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 <사진 4> 이스라엘이 2006년 8월 세계 최초로 건조한 원격조종식 초소형무인전투함 '보호자'     © 한호석 소장 제공
 

무인전투함 개발에 뛰어든 선진국들

세계 최초로 무인전투함을 건조한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이 건조한 무인전투함의 공식명칭은 ‘보호자(Protector)’다. <사진 4>에 나타난 것처럼, 이스라엘 무인전투함 ‘보호자’는 고속기동력을 지닌 초소형함선이다. 그런데 무장력을 견줘보면, 이스라엘해군 무인전투함 ‘보호자’의 무장력은 북이 이번에 건조한 인공지능전투함의 무장력에 대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미약하다. 그래서 이스라엘해군은 무장력이 매우 약한 무인전투함 ‘보호자’를 해상전투에는 투입하지 못하고, 해상정찰용이나 해적퇴치용으로나 운용한다.

그런데 양자 사이에는 그런 무장력 격차보다 더 중요한 기술적 격차가 있다. 이스라엘해군이 지중해 연안에 배치한 무인전투함은 지상기지에서 조종하는 원격조종식 무인전투함이다. <디펜스 업데이트(Defense Update)> 2006년 제2호의 자료에 따르면, 원격조종식 무인전투함 ‘보호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첨단무기생산업체들인 라파엘(RAFAEL)이 주도하고 BAE시스템스(Systems)과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이 개발과정에 참가하여 건조된 것이다. 2006년 8월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의 무인전투함 ‘보호자’를 미국에 보내 미국 해군기지, 연안경비대기지, 특수전부대, 수도 워싱턴 등지를 순회시키면서 시범기동훈련을 통해 그 성능을 시위하였다.

이스라엘이 무인전투함을 건조한 것을 보고 자극 받은 미국은 그에 뒤질세라 무인전투함 건조에 달라붙었다. 그리하여 2008년 5월 2일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무인전투함을 건조하였다. <우주전쟁(Space War)> 2008년 5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11MUC0601’이라는 공식명칭으로 불리는 미국산 무인전투함은 미국의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계열사 로봇시스템스(Robot Systems), AAI 코퍼레이션(Corporation), 마리타임 어플라이드 피직스(Maritime Applied Physic)가 3자 합작으로 건조하였다.

미국산 무인전투함은 해상정찰만이 아니라 해상전투에도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장력이 약한 이스라엘산 무인전투함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산 무인전투함은 적국 잠수함을 추적, 공격하는 대잠무인전투함이다. 미국해군이 잠수함공포증에 걸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무인전투함을 건조해도 대잠작전에 참가하는 무인전투함부터 서둘러 건조하였는지 모른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각각 무인전투함을 건조한 것을 보고 자극 받은 영국도 무인전투함 개발계획을 2012년 8월에 발표하였고, 캐나다도 무인전투함 개발계획을 2012년 6월에 발표하였다. 군사과학기술이 발달한 선진국들이 무인전투함 개발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미국산 무인전투함이 전자동식 인공지능전투함이 아니라 반자동식 무인전투함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미국산 무인전투함은 독자적으로 해상작전을 전개하지 못하고,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능력과 적국 잠수함을 구축하는 구잠능력을 갖추고 연안전투함(Littoral Combat Ship)의 해상작전을 지원해주는 작전만 전개할 수 있다. 실상이 그러한데도 미국해군은 자기의 무인전투함을 함대급(fleet-class) 무인전투함이라는 과장명칭으로 부른다.
 
▲ <사진 5> 미국이 2008년 5월에 건조하여 2013년 8월 현재 시험운용 중인 함대급 무인전투함 '11MUC0601'     © 자주민보

<사진 5>에 보이는 미국해군의 함대급 무인전투함 ‘11MUC0601’의 배수량은 7.7t이고, 선체길이는 12m이고, 선체높이는 3.4m이며, 적재중량은 2,300kg이며, 항해속도는 시속 65km이며, 작전시간은 48시간이다. 2013년 8월 현재 미국해군은 함대급 무인전투함 4척을 시험운용 중인데, 2015년에 가서야 시험운용을 마치고 실전배치할 수 있다. <웨이니 닷컴(wany.com)> 2011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해군은 ‘트라이던트 워리어(Trident Warrior)’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개최하는 해군력실험에 무인전투함 시제품을 참가시키고 있다.
 
▲ <사진 6> 미국에서 2010년 8월에 건조된 항만급 무인전투함 시제품     ©한호석 소장 제공

<사진 6>에 보이는 무인전투함은 원래 무인기를 만드는 미국 무기생산기업인 AAI가 건조한 항만급(harbor-class) 무인전투함 시제품이다. <지구비행(Flight Global)> 2010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그 시제품의 선체길이는 11.9m, 선체높이는 3.1m, 항해속도는 시속 52km, 항속거리는 2,200km, 적재중량은 1,950kg이다. 2.5m 높이의 파도를 헤치며 항해할 수 있고, 6m 높이의 파고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항만급 무인전투함은 연안에서 정보수집, 감시, 정찰을 할 수 있고, 다른 전투함들을 위한 병참보급활동에도 동원될 수 있고, 적진에 침투하는 특전병을 수송하는 해상침투작전에도 동원될 수 있다.

<네이벌 테크놀로지 닷컴(naval-technology.com)> 2012년 11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해군은 함대급 무인전투함의 무장력을 강화한 본격적인 무인전투함 ‘펨(PEM)’을 2012년에 개발하였다. 선체길이가 11m인 무인전투함 ‘펨’은 사거리 2.5km의 스파이크(Spike) 미사일 6기와 사거리 6.8km의 M2 기관총 1정으로 무장하였다. 현재 미국해군이 시험운용하고 있는 무인전투함 ‘펨’은 2012년에 실시한 실탄사격시험에서 스파이크 미사일을 쏘아 해상표적을 격파하였고, M2 기관총으로 공중이동표적도 격파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해군이 시험운용하고 있는, 무장력을 갖춘 무인전투함 ‘펨’도 함대급 무인전투함, 항만급 무인전투함과 마찬가지로 지상기지에서 조종하는 원격조종식 무인전투함이다. 전 세계에서 군사과학기술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미국도 인공지능전투함을 아직 건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무인전투함 앞지른 북의 인공지능전투함
 
무인전투함은 현대군사과학기술의 최고 결정체이므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무기생산기업이라 하더라도 단독으로는 개발하기 힘들고, 그래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건조경험에서 보는 것처럼, 각자 자기 분야에서 최첨단기술을 가진 무기생산기업들이 상호 협력하여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인전투함들보다 월등히 우수한 인공지능전투함을 북이 독자적으로 건조하였으니 북의 군사과학기술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명백하게도, 북은 전투함을 인공지능화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놓으며, 그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수준을 앞지르기 시작하였다. 해군력이 강하다는 선진국들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전투함을 건조한 북의 실력을 보고 그만 무색하게 되고 말았다. 인민군에게는 성능이 뒤떨어진 노후무기밖에 없다는 식의 거짓말만 들어오며 주입된 북의 군사과학기술에 대한 무지와 편견과 오해에서 한시바삐 벗어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로동신문> 2013년 8월 25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형전투함 기동훈련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다용도화된 전투함선들을 많이 건조하고 장비시켜 해군의 해상작전전투능력을 부단히 높여나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해군무력을 21세기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더욱 강화발전시키는 데서 나서는 강령적 과업들을 제시하시였다”고 한다. 다용도화된 전투함선이란 이번에 건조한 인공지능전투함만이 아니라 적국 항모강습단과 원정강습단을 공격할 인공지능전투함, 적국 잠수함대를 공격할 인공지능전투함 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위와 같은 각종 인공지능전투함들을 “많이 건조하고 장비시키라”고 지시한 것이다.

2011년 8월 22일 남측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2011년 초에 무인어뢰정을 건조한 북은 같은 해 12월 말까지 총80척의 무인어뢰정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무인어뢰정을 연간 80척씩 건조한다면 대량건조능력을 갖춘 것이다. 북의 무인어뢰정 건조능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북이 그런 수준의 무인어뢰정 건조능력을 가졌으므로, 인공지능전투함 건조에 박차를 가하면 앞으로 1년 동안 40척 정도 건조할 것으로 예견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 8월 25일 선군절에 즈음하여 발표한 담화 ‘김정일 동지의 위대한 선군혁명사상과 업적을 길이 빛내여나가자’에서 “국방공업부문에서는 우리나라를 천하무적의 군사강국으로 빛내이기 위한 투쟁에서 보다 큰 전진을 이룩하도록 하는데 힘을 집중하여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우리 식의 무장장비들을 더 많이 더 질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고 지적하였다. 2013년 8월 25일 선군절을 맞아 인민무력부가 마련한 경축연회에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차수는 연설을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력적인 선군령도가 있어 군건설의 최전성기가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번에 북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전투함을 건조하였으니 군건설의 최전성기가 펼쳐지고 있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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