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6

잔해에서 무엇을 발견하였을까?

[한호석의 개벽예감] (47)
자주민보 2013년 01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전문가 52명의 분석작업과 국방부의 ‘추정결과’ 발표

2013년 1월 21일 남측 국방부가 북의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잔해를 서해에서 건져 올린 뒤 2012년 12월 14일부터 2013년 1월 9일까지 29일 동안 분석작업을 진행하였다.

은하 3호 잔해 분석작업에는 전문가 52명이 참가하였다. <중앙일보> 2013년 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그들 전문가 52명은 남측 국방부 산하기관들인 국방정보본부, 국군정보사령부, 국방과학연구소,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소속된 인원들과 미국에서 급파된 미사일 전문가들이었다.

그런데 위의 보도내용을 다시 읽어보면, 두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뜨인다. 이상한 점은 은하 3호 잔해 분석작업에 왜 국방정보본부와 국군정보사령부가 끼어들었는가 하는 것이고, 또 다른 이상한 점은 남측 국방부가 분석작업을 2013년 1월 9일에 마쳤으면서도 12일 동안 길게 뜸을 들이다가 1월 21일에 가서야 조사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은하 3호 잔해 분석작업에 왜 군사정보기관들이 끼어들었을까? 국방정보본부와 국군정보사령부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대한 정보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전문가들이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단속하면서, 그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언론에 공개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게 바로 그 두 군사정보기관의 임무였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분석작업을 마치고 나서도 12일 동안이나 시간을 끌면서 정보공개수위를 판단, 결정해야 하였을 것이고, 취재진 앞에서 발표할 대외공개자료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대외비 조사보고서를 각각 따로 작성하였을 것이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결과라고 하면서 언론에 공개한 것은 그들의 ‘정보판단’에 따라 별도로 작성된 대외공개자료다. 은하 3호 잔해를 분석한 ‘진짜 정보’는 그들이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대외비 조사보고서에 들어있다.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은하 3호 잔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하 3호는 1단 추진체 15m, 2단 추진체 9.3m, 3단 추진체 3.7m, 위성탑재부 2m로 총길이 30m이며 총중량은 91t으로 ‘추정’되었다는 것이다. 남측과 미국의 전문가 52명이 29일 동안 은하 3호 잔해를 정밀분석했다는데, 고작 ‘추정’하였다고 하니, 그들이 언론에 공개한 것은 조사결과가 아니라 추정결과이었던 셈이다.

남측 국방부가 조사한 대상물이 손상되지 않은 물체가 아니라, 추락하는 순간 해수면에 충돌하면서 심하게 파괴된 잔해였으므로,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추정이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으나, 그런 건 아니었다. 남측 국방부가 서해에서 건져 올린 은하 3호 잔해를 열거하면, 7.5m 길이의 산화제통, 3.9m 길이의 연료통, 2.7m 길이의 1단 추진체 로켓엔진, 2.1m 길이의 중간단, 0.9m 길이의 연결부 등 5종이었다. 이 정도 분량의 잔해를 입수하였다면,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부분 잔해를 충분히 조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남측 국방부는 왜 ‘추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썼을까? 그 까닭은 그들이 언론에 공개한 조사결과가 추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쓸 만큼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추정결과’가 아니라, 실제 조사결과는 어떤 것이었을까? 조사결과는 남측 국방부가 작성한 대외비 조사보고서에 담겨 있을 것이므로, 그 내용을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추정결과’를 공정하게 재검토하면, 북의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축로켓엔진 4기와 보조로켓엔진 4기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쓰이고, 또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을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하기에 가장 어려운 고도의 기술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가 그 로켓엔진을 자체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위성운반로켓에 들어가는 그 밖의 다른 부품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남측은 위성운반로켓 나로호 2단 추진체를 자체로 만들었다고 하면서도 1단 추진체는 러시아에서 비싼 값을 주고 완제품을 사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된 까닭은 1단 추진체에 장착되는 강력한 로켓엔진을 만드는 기술이 남측에 아직 없기 때문이다. 위성운반로켓 1단 추진체 로켓엔진을 자체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우주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북이 강력한 로켓엔진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한 것은, 북의 고도로 발달한 위성운반로켓 제작기술을 개발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잔해를 조사하고 나서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였을까? <국방일보> 2013년 1월 21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 미사일(은하 3호를 뜻함 - 옮긴이)은 발사 전 예측한 대로 25톤급의 노동 미사일 엔진 4개와 3톤급 보조엔진 4개를 결합한 120톤급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언론에 공개할 때는 ‘추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쓰더니만,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에 대해 언급할 때는 말을 바꿔 ‘확인’이라고 했다. 이런 말바꾸기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남측 국방부가 북이 1990년대에 개발한 ‘노동 미사일’ 4기를 한 다발로 묶어 은하 3호 1단 추진체로 사용하였다는 자기들의 기존 견해를 이번에 잔해 분석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은하 3호 1단 추진체가 ‘노동 미사일’ 4기를 한 다발로 묶은 것이라는 남측 국방부의 ‘확인’은, 자기들의 기존 견해를 재확인한 것이 아니라 북의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그런 사실왜곡이 남측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 진실로 굳어져 버렸고, 북측 외부에서 아무도 그에 대해 논박하기는커녕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 대북정보에 관한 여론조작은 그렇게 버젓이 자행되었고, 남측 독자들의 머릿속에 조작된 허상이 하나 더 주입된 것이다.

남측 국방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는 27t의 추력을 내는 주축로켓엔진 4기가 장착되었으므로,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08t이다. 추력(推力, thrust)이란 물체를 밀어 올리는 힘을 뜻하는 전문용어다. 로켓엔진 성능은 추력강도에 따라 일차적으로 판정되므로, 은하 3호 1단 추진체의 추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이 108t이라고 추정했지만, 미국의 물리학자 데이빗 라이트(David Wright)는 2009년 3월 20일에 작성한 글 ‘북의 은하 2 발사체 분석(An Analysis of North Korea's Unha-2 Launch Vehicle)’에서 북이 3년 전에 쏘아올린 은하 2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112t으로 추정하였다. 원래 데이빗 라이트는 북의 위성운반로켓이나 미사일을 과소평가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성향의 사람이 은하 2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이미 3년 전에 112t이라고 추정하였는데, 이번에 남측 국방부는 은하 2호보다 기술적으로 크게 진보한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이 3년 전보다 되레 더 줄어들어 108t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그런 추정결과는 누가 봐도 믿을 수 없는 엉터리로 보인다.

그렇다면, 은하 3호 주축로켓엔진 1기의 추력이 27t이라는 남측 국방부의 엉터리 추정은 무엇에 근거한 것일까? 은하 3호 분석작업에 동원된 남측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이 1990년대에 개발한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 추력을 26.7t이라고 밝힌 기존 자료에 근거하여,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해서 27t이라고 ‘적당히’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세계 각국의 위성운반로켓과 미사일에 관한 상세한 기술지표를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독일의 지구물리학자 로베르트 브뤼게(Norbert Brűgge)의 견해에 따르면,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의 추력은 279.8킬로뉴턴(kN)인데, 이것을 질량으로 환산하면 28.5t이다. 킬로뉴턴(kilonewton)이란 세계 공용의 역량단위(force unit)인데, 예컨대 질량 1kg은 9.80665뉴턴(N)이다.

다른 한 편, 사이버공간에서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웹싸이트 ‘위키피디아(Wikipedia)’에 게시된 정보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00킬로뉴턴이다. 물론 이것도 추정이지만, 주축로켓엔진 1기의 추력이 300킬로뉴턴이라는 점을 밝혀준 것이다. 300킬로뉴턴을 질량으로 환산하면 30.6t이므로, ‘위키피디아’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2t이다.

그런데 그와 달리 로베르트 브뤼게의 추정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55.2킬로뉴턴이며, 이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128t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전에 로베르트 브뤼게는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 추력을 28.5t이라고 하였으므로, 만일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노동 미사일’ 로켓엔진 4기가 장착되었다면, 추력총량은 114t이어야 하는데, 브뤼게는 추력총량을 14t이 더 강한 128t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는 왜 그런 덧셈을 했을까? 브뤼게의 덧셈은,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들이 ‘노동 미사일’에 장착된 로켓엔진과 달리 성능이 더 개량된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북이 1990년대에 개발한 ‘노동 미사일’ 로켓엔진을 20여 년이 지난 뒤에 보관창고에서 꺼내 은하 3호에 다시 장착하였을 리는 없으므로, 브뤼게의 그런 덧셈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두고, 위에서 논한 것처럼 네 가지 추정결과가 나와 있다. 다시 말하면, 남측 국방부는 108t으로 추정하였고, 데이빗 라이트는 112t으로 추정하였고, ‘위키피디아’ 자료에서는 122t으로 추정하였고, 로베르트 브뤼게는 128t으로 추정하였다. 남측 국방부의 추정결과과 브뤼게의 추정결과에서 나타난 차이값은 무려 20t이나 된다.

그런 네 가지 추정결과 가운데 어느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이 글에서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평소에 북의 위성운반로켓이나 미사일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왜곡해온 남측 국방부와 데이빗 라이트가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실제보다 적게 추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2t에서 128t 사이에 있는 추정값으로 보아야 합리적이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그 추력총량을 평균값인 125t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는 주축로켓엔진 4기만 장착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작은 보조로켓엔진 4기가 더 장착되어 있었다. 이 보조로켓엔진들은 아래위로 36각도를 움직이도록 설계되었으며, 내부에 자이로체계(gyro-system)가 들어 있다. 자이로체계란 로켓이 비행할 때 위치를 바로잡아주는 장치다. 그런 자이로체계를 내장한 소형 로켓엔진을 만들려면, 당연히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남측 국방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보조로켓엔진 1기의 추력은 3t이므로, 보조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은 12t이다. 그러므로 은하 3호 1단 추진체의 경우, 약 125t에 이르는 주축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과 12t에 이르는 보조로켓엔진 4기의 추력총량을 합하면, 추력총량이 137t인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러시아가 만들어 남측에 완제품으로 수출한 나로호 1단 추진체에 장착된 로켓엔진의 추력은 170t(1,670킬로뉴턴)이다. 1단 추진체 추력만 놓고 비교하면, 은하 3호 추력이 나로호 추력보다 33t 정도 약하지만, 2단 추진체 추력을 비교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은하 3호 2단 추진체 추력은 25.5t(250킬로뉴턴)이고, 나로호 2단 추진체 추력은 8.8t(86.2킬로뉴턴)이다. 2단 추진체 추력의 경우, 은하 3호가 나로호보다 약 3배 강한 것이다. 은하 3호 2단 추진체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데 비해, 나로호 2단 추진체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므로 추력에서 그처럼 3배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나로호는 2단형이지만, 은하 3호는 3단형이므로, 은하 3호의 총추력을 추산하는 데서는 3단 추진체 추력이 가산되어야 한다. 물론 남측 국방부의 추정이지만, 은하 3호 3단 추진체 추력은 5.5t(54킬로뉴턴)이다. 은하 3호 3단 추진체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므로 추력이 그처럼 약하다.

위에서 열거한 정보를 종합하면, 은하 3호 추진체 총추력은 168t으로 추정된다. 그에 비해, 2단형 추진체인 나로호의 총추력은 178.8t이다. 중요한 것은, 은하 3호의 추력 168t은 모두 북측 과학기술자들이 자력으로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분사구와 연소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로켓엔진에서 세 가지 주요한 구성부분은 주입기(injector), 연소실(combustion chamber), 분사구(nozzle)다. 북이 만들어낸, 은하 3호 추진체에 장착된 주입기는 어떤 것일까? 주입기는 연료주입기와 산화제주입기로 이루어지는데, 작동방식에는 펌프식과 압력식이 있다. 펌프식 주입은 터빈과 펌프를 설치하여 고압가스를 발생시키는 방식이고, 압력식 주입은 고압가스통에 고압가스를 넣어 두었다가 이를 배출하여 고압가스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 추진체에 어떤 주입기가 장착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넘어가서, 주입기 성능에 대해 파악할 수 없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분사구 안에 니켈(nickel)로 만든 모세도관(毛細導管, capillary tube)이 많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그처럼 분사구 안에 정교하게 설치된 모세도관 다발은 천공평면판(orifice plate)에 뚫려있는 수많은 작은 구멍(aperture)을 지나 연소실로 연결된다. 위성운반로켓이 발사되면, 고압가스, 산화제, 연료가 모세도관을 통해 초당 15m의 속도로 연소실에 주입된다.

같은 양의 산화제와 연료를 도관을 통해 연소실에 주입한다고 가정할 때, 도관 1개를 사용할 때보다 그보다 작은 도관 2개를 사용하면 소열효과(heat dissipation effect)가 1.414배로 커진다. 그러므로 분사구에 모세도관을 많이 설치한 목적은,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초고열로 달아오르는 분사구를 식혀주기 위한 것이다. 그와 더불어, 모세도관은 분사된 연료의 연소효율을 높이는 효과까지 낸다.

은하 3호 주축로켓엔진의 연소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남측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주축로켓엔진 연소실은 초고압과 초고열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금속공학기술의 최고 결정체다. 로켓엔진이 가동하면 연소실 내부온도는 섭씨 3,600도까지 올라간다. 강철이 녹는 용융점은 섭씨 1,530도인데, 연소실 내부온도가 섭씨 3,600도까지 올라가므로 상상을 초월한 초고열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로켓엔진이 가동하면 연소실 내부압력은 20메가파스칼(MPa)까지 올라간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지상 대기압보다 약 200배 정도 높은, 상상을 초월한 초고압이다.

로켓엔진 연소실은 그런 초고열과 초고압에도 녹아내리지 않고 파열되지 않는 특수합금을 개발하여 특수공법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그런 로켓엔진을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면, 항공기 제트엔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런데 북의 군사과학기술수준을 자꾸 깎아내리는 수구언론들은 이번에 은하 3호 잔해를 조사한 남측 국방부의 발표를 보도하면서, 북이 자력으로 위성운반로켓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였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직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100주년 경축 열병식에 화성 13호라는 공식명칭을 가진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가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한 것을 영상을 통해 보았으면서도, 그리고 2013년 1월 초에 북이 화성 13호를 실은 자행발사대를 대거 동원하여 실전연습을 실시하였다는 미국 언론보도가 나왔는데도, 수구언론들은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다.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수구언론들의 ‘논거’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돌입하면서 초고압과 초고열을 받게 되는데, 그런 초고압과 초고열에 견디는 재돌입체(reentry vehicle)를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북이 아직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그런데 ‘스페이스테더스 닷컴(SpaceTethers.com)’이 발표한 컴퓨터 모의실험(simulation) 결과에 따르면, 원뿔형 재돌입체가 고도 200km 상공에서 초속 7km로 낙하비행을 할 때, 재돌입체 표면온도가 섭씨 2,400도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체로 고도 200km까지 상승비행을 한 뒤에 초속 7km로 낙하비행을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섭씨 3,600도까지 올라가는 로켓엔진 연소실을 만들어낸 북이 섭씨 2,400도까지 올라가는 재돌입체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정교하게 제작된 ‘완폭인신’과 10개의 소형모터들

남측 국방부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것은, 은하 3호 잔해를 조사하였더니 ‘폭압형 외피파단방식'이 단분리(段分離, stage separation)에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국방일보> 2013년 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은하 3호의 “단분리방식은 폭압형 외피파단방식(MDF)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단분리라는 것은, 3단형으로 이루어진 은하 3호 추진체가 비행 중에 일정한 고도에 이르면 1단 추진체를 떼어내고, 그 다음에는 2단 추진체를, 마지막에는 3단 추진체를 각각 떼어내고 지구궤도에 올라서는 기계작동을 말한다. 그런 단분리기술이야말로 아무 나라나 개발하지 못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남측 국방부가 말한 ‘폭압형 외피파단방식’이란 폭발력을 약하게 조절한 기폭신관(Mild Detonating Fuse, MDF)을 터뜨려 그 완만한 폭발력으로 추진체를 떼어내는 방식을 뜻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그것을 ‘완폭인신(緩暴引信)’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중국어 번역이 더 정확해 보인다.

위성운반로켓의 단분리가 고도의 기술이라는 말은, ‘완폭인신’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전깃줄처럼 생긴 ‘완폭인신’은 금속포피(metal sheath) 안에 선형폭약(linear explosive)으로 된 미세한 폭약심(explosive core)을 넣은 정교한 장치다. 또한 ‘완폭인신’은 철로 만든 아주 가느다란 철제도관(steel tube) 안에 들어가는데, 그 철제도관은 정중앙에 가느다란 틈새를 파놓은 절단판(confined severance) 위에 설치되고, 그 절단판 위에 철제덮개가 씌워진다. 그렇게 제작된 철제덮개는 파단조임쇠(break bolt)로 위성운반로켓 동체에 부착된다. 물론 거기에는 당연히 발화장치(pyrotechnic device)도 함께 부착된다.

그처럼 가느다란 철제도관 안에 들어가는 선형 폭약장치와 소형 발화장치를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가느다란 철제도관을 원통형 추진체에 부착하기 위해 추진체 형태에 꼭 들어맞는 원형으로 만드는 것도 힘들다. 다시 말해서, 고도의 기계공학기술이 없으면 ‘완폭인신’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속으로 상승비행하는 은하 3호에서 1단 추진체를 떼어내는 순간에, 비행속도를 상당히 줄여야 하므로 제동모터를 가동해서 속도를 줄이게 된다. 그래서 은하 3호 1단 추진체에는 제동모터 6개가 부착되었다. 또한 은하 3호에서 발화장치가 작동되어 ‘완폭인신’이 터지면서 1단 추진체가 떨어져나간 뒤에는, 2단 추진체의 비행속도를 다시 높여야 하므로, 은하 3호 2단 추진체에는 가속모터 4개가 부착되었다.

제동모터 6개를 점화시켜 1단 추진체 비행속도를 줄인 다음, ‘완폭인신’을 폭발시켜 단을 분리하고, 다시 가속모터 4개를 점화시켜 2단 추진체 비행속도를 높이는 단분리 기술은 아무 나라나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러시아는 우주개발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 최강의 우주선진국인데, 그런 러시아가 2001년에 개발하여 앙가라 로켓(Angara Rocket)에 장착하였던 로켓엔진 RD-191의 추력은 196t(1,920킬로뉴턴)이다. 러시아는 이 로켓엔진의 추력을 170t으로 줄여서 만든 RD-151을 나로호 1단 추진체에 장착하여 2009년 8월 25일에 쏘아올렸으나 실패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2012년 12월 12일에 성공적으로 발사된 북의 은하 3호 1단 추진체의 추력은 137t이므로, 러시아가 개발한 RD-191의 추력에 비하면, 54t 정도 약하다. 그러나 북의 위성운반로켓 개발을 담당한 과학자, 기술자들이 54t 정도의 기술격차를 따라잡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 몇 해 안에 북이 우주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각국들이 연평균 15.6개의 상업위성을 계속 쏘아올릴 것인데, 국제사회에서 우주산업을 장악한 ‘지배자’들은 미국, 러시아, 서유럽 국가들이다. 그런데 북이 우주과학기술을 급속히 발전시켜 우주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 미국, 러시아, 서유럽 국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다른 나라의 상업위성들을 쏘아올려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난 날 거만한 우주강국들이 거들떠보지 않았던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저개발국들이 각자 자기의 위성을 보유함으로써 북을 중심으로 제3세계 위성보유국 대열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위성들로 이루어진 ‘은하’가 우주공간에는 뜨면, 세계는 우주개발에서 자주화의 궤도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2012년 12월 12일에 발사된 은하 3호는 그런 새로운 미래를 향한 ‘무언의 약속’이었다.(2013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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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2

‘조국통일대전’ 연습하는 전략로케트군

<연재> 한호석의 진보담론 (244)
통일뉴스 2013년 01년 2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패네타의 군부대 연설과 정찰위성의 대북영상정보

“북이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지 날마다 누가 알겠는가? 만일 북이 방금 미사일을 발사하였다면, 맙소사, 그건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야. 북이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가졌다는 뜻이지(That means they have the capability to strike the United States).”

구어체로 쓰인 이 인용문은 2013년 1월 17일 이탈리아 북동부 비쎈자(Vicenza)에 있는 미국군기지를 시찰한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 국방장관이 연설 중에 꺼내놓은 말이다. 군부대 연설에 들어있는 패네타의 그 발언은 같은 날짜 <뉴욕 타임스> 워싱턴발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누구나 공감하는 것처럼, 패네타 국방장관의 비쎈자 군부대 발언은 무심히 지나칠 수 없다. 미국 본토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살벌한 공포분위기가 그 발언에서 엿보인다.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 가운데서 그 누구도 미국 본토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 만일 어떤 미국 정부 고위관리가 공식석상에서 미국 본토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인정할 경우, 핵독점체제 위에 세워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이 파열되기 때문에,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은 북측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미국 본토 위협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미국군을 총지휘하는 국방장관이, 그것도 사사로운 담화를 나누는 자리에서가 아니라 군부대 연설단상에서, 미국 본토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털어놓았으니, 지금 미국의 처지가 이만저만 곤혹스럽지 않다는 점을 직감할 수 있다. 불상용적인 북미적대관계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기에 미국 국방장관이 군부대 연설 중에 그런 충격발언을 꺼내놓은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패네타 국방장관의 비쎈자 군부대 연설에 관해 보도한 <뉴욕 타임스> 2013년 1월 17일부 기사에 들어 있다.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넌지시 흘려준 최신 군사정보를 인용한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금 “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들(mobile missile launchers)이 전국 각지에서(around the country) 기동하는 중인데, 그 가운데는 새로운 세대의 강력한 로켓을 운반하는 것들도 포함되었다”는 것이고, “그 기동부대들은 자신을 은폐하기 쉬운 북측 각지에 산개(disperse)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보도기사는 얼핏 보기에도 너무 엉성하게 작성된 것이어서 진상과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위의 보도기사에서 스쳐가듯 서술한 북의 군사상황을 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여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진상과 전모가 시야에 나타나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북에서는 2013년 1월 5일부터 전군 동계기동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전체 정규무력과 민간무력이 합동하여 북측 각지에서 전개하는 동계기동훈련은 한 달 반 동안 계속된다.

둘째, 올해 북의 전군 동계기동훈련에 미사일부대가 대거 참가하여 북측 각지에서 실전연습을 벌이고 있다. 위의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언급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들’이 바로 인민군 미사일부대를 뜻하는 말이다. 그 보도기사에는 북에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들이 기동 중이라고 서술되었지만,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운행연습이나 하는 게 아니라 적진을 향해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실전연습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셋째, 매우 놀라운 것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를 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가 올해 전군 동계기동훈련에 대거 동원되었다는 사실이다. 위의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는 화성 13호를 ‘새로운 세대의 강력한 로켓’ 또는 미국식 자의적 명칭인 ‘KN-08’이라고 불렀다.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북의 군사상황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서,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는 중요한 사실을 놓쳐 버렸으며, 그리하여 심층분석은 아예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뉴욕 타임스> 기자는 북의 군사상황을 두 문장으로 간단히 서술하고 끝내버렸고, <뉴욕 타임스>의 그런 엉성한 보도기사를 보고 베낀 남측 언론매체들의 보도기사도 모두 초점을 잃고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위의 <뉴욕 타임스> 보도기사를 꼼꼼히 다시 읽어보면 참으로 놀라운 군사상황이 시야를 압도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놀라운 군사상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화성 13호 자행발사대를 대거 동원한 실전연습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시각, 북측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군사상황,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면, 북미적대관계를 무섭게 뒤흔들고 있는 군사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첫째,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장에 8축16륜 자행발사대 6대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를 싣고 등장하였을 때, 서방세계에서 무슨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은 그 미사일이 조야하게 만든 가짜 미사일이라느니 또는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중국에서 수입한 대형수송차량을 약간 개조한 것이라느니 하며 횡설수설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흘려준 군사정보는 그런 어중이떠중이들이 얼마나 허튼 소리를 횡설수설하였는지 밝혀주었다.

만일 지난해 태양절 경축 열병식장에 등장한 화성 13호가 가짜 대륙간탄도미사일이었다면, 비쎈자 군부대 연설에서 미국 국방장관이 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해 그처럼 심각한 어조로 말하였겠는가. 또한 만일 지난해 태양절 경축 열병식장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가 중국에서 수입하여 약간 개조한 차량이라면, 이번에 그처럼 많은 8축16륜 자행발사대들이 어떻게 북측 각지에서 출현할 수 있겠는가. 실물을 제 눈으로 보고서도 말이 되지 않은 억지반론을 조작해내어 실물존재를 부인해보려는 어중이떠중이들의 횡설수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가소로운 짓이다.

위에 인용한 <뉴욕 타임스> 보도기사에 따르면, 화성 13호 자행발사대들이 북측 어느 한 지역에서만 기동하는 게 아니라 전국 각지에 산개하여 기동 중이라고 하였으니 대거 동원된 것이다. 화성 13호 자행발사대가 북측 각지에서 실시되는 기동훈련에 대거 동원될 만큼, 화성 13호와 자행발사대가 북측에서 양산되었고 각지에 실전배치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많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 한꺼번에 출현하여 맹렬한 실전연습을 벌이는 모습은, 미국 국가정보기관 분석가들이 생전 처음 보는 충격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며, 더욱이 미국 본토를 겨냥하여 실전배치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실전연습을 보면서 미국 국가정보기관 분석가들은 망연자실하였을 것이다.

둘째, 화성 13호 자행발사대는 북의 전략로케트군에 배치된 최강의 무기체계이며, 전략로케트군은 미국 본토 상공으로 날아가 적진을 찰나에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최강의 제4군종이다. 그런 전략핵무기인 화성 13호를 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들이 북측 각지의 지하갱도기지들에서 밖으로 나와 마침내 작전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전략로케트군의 기본작전방식은 은폐와 기습이다. 만일 지하갱도기지 위치가 적에게 노출되면, 적이 정밀타격으로 지하갱도기지 출입구를 파괴할 위험이 생긴다. 그러므로 전략로케트군은 지하갱도기지를 드나드는 자행발사대들이 적의 정찰위성에 포착되지 않도록 공중감시망을 따돌려야 하며, 적의 통신감청에 자기들의 작전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자행발사대 기동 중에 무선교신을 중단한 채 기습공격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지금 북측 각지에서는 전략로케트군의 기습공격전 연습이 실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금 북의 전략로케트군은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기습공격전 연습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전략로케트군은 북에서 말하는 ‘백두산혁명강군’ 중에서도 최정예군종이며,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직접 지휘하는 친솔무력이다. 그러므로 지금 북측 각지에서 실시 중인 전략로케트군의 기습공격전 연습은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는 전략로케트군이 미국군 정찰위성에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기습공격전 연습을 실시한 적이 없었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에 전략로케트군의 기습공격전 연습을 실시하라는 과감한 명령을 내린 것이다.

위에 인용한 <뉴욕 타임스> 보도기사는, 북이 실시하는 기습공격전 연습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의도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평가들(new assessments)을 자극(spur)하였다”고 기술하였다. 이것은 전략로케트군의 기습공격전 연습상황을 정찰위성을 통해 포착한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작전적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동분서주하는 다급한 정황에 처해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작전적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였는지 외부에서 알 길은 없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미 지난해에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를 선포하였다는 사실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식장에 화성 13호를 등장시킨 것, 2012년 8월 25일 동부전선 시찰 도중 ‘8.25 경축연설’을 통해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를 선포한 것, 그리고 2013년 1월 초 전략로케트군의 기습공격전 연습을 명령한 것은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말해주는 일련의 사변이다.

넷째, 북이 함경북도 산악지대의 핵실험장에서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는 것도 미국에게 심대한 타격이지만, 화성 13호를 자행발사대에 싣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기습공격전 연습을 실시한 것도 미국에게 심대한 타격이다.

2012년 12월 12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는, 비행자리길(남측에서는 비행궤도)을 마음대로 바꿔가는 절묘한 상승비행 끝에 지구궤도에 진입함으로써 최첨단 수준에 올라선 북의 로켓기술을 과시하였다. 북의 위성운반로켓이 그처럼 비행자리길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상승비행을 하였으니,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가 비행자리길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태평양 건너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것은 적국이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예정된 비행자리길을 고성능 컴퓨터로 신속히 역산하여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된 미국의 최신형 무기체계인 미사일방어망이 화성 13호의 공격으로 뚫리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화성 13호를 막지 못하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번에 북의 기습공격전 연습에 관한 보고를 받으면서 공포분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를 선포한 상황에서,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전략로케트군의 첫 실전연습이 실시되고 있으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느낀 경악과 충격은 더 심했을 것이다.

댜오위다오 무력탈환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결심

위에서 논한 것처럼, 북이 전략로케트군 실전연습을 실시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중국은 댜오위다오(釣漁島) 무력탈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양자 사이의 연관관계를 논하기 전에, 우선 중국의 댜오위다오 무력탈환 준비부터 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민해방군이 발간하는 <해방군보> 2013년 1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연초에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부는 전군에 내려 보낸 ‘2013년 전군 군사훈련지시’에서 전쟁준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보다 앞서, 중국은 조기경보기와 전자정보정찰기로 동중국해를 정찰하는 공군 제26사단을 확대, 개편하였다. 이러한 전쟁준비태세는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댜오위다오 탈환전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음을 뜻한다. 중국은 댜오위다오와 주변해역을 불법점령한 일본과 전쟁을 벌여서라도 해양주권을 되찾고 동중국해를 안정시킬 확고한 결심을 세운 것이다.

중국의 관영 영문 일간지 <차이나 데일리> 2013년 1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1월 10일 중국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Y-8 수송기 한 대가 동중국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는데,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 두 대와 정찰기 한 대가 나타나 추적비행을 하였고, 그에 대응하여 중국은 J-10 전투기 두 대를 현장에 긴급출동시켰다. 중국 전투기와 일본 전투기가 동중국해 상공에서 대치비행을 한 것은 심각한 충돌조짐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날 아베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는 언론대담에서 “센카구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므로 결코 교섭하지 않겠다. 이 문제에서는 1mm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2013년 1월 15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항공기가 댜오위다오 상공에 진입하면 신호탄 경고사격을 할 것이라고 말했고, 2013년 1월 14일 펑광치옌(彭光謙) 중국정책과학연구회 국가안전정책위원회 부비서장은 <중신망(中新網)> 좌담회에서 “일본이 신호탄을 한 발이라도 발사할 경우 개전의 한 발을 의미한다. 중국은 즉시 반격해 두 발째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북경청년보> 2013년 1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당국은 중국 해안에서 100km 이상 멀리 떨어져 동중국해에 흩어져 있는 댜오위다오를 비롯한 중국령 무인도들에 대한 지질측량을 2013년 6월부터 실시할 것인데, 중국인민해방군 지질측량부대가 측량작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정부당국자들과 군인들이 댜오위다오에 상륙한다는 말인데, 일본과 전쟁을 벌여서라도 댜오위다오 해양주권을 2013년 안에 반드시 탈환하려는 중국의 결심은 확고해 보인다. 이런 상황을 보면, 2013년 6월 이후 중국과 일본의 무력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된다.

미국은 중국의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개입할 것인가?

중국의 댜오위다오 무력탈환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중국과 일본의 무력충돌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다. <산케이신붕> 2013년 1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1월 10일 동중국해 상공에 미국 해군 P-3C 대잠초계기와 미국 공군 C-130 수송기가 출몰하자, 중국 전투기들이 출격하여 추적비행을 하였다. 또한 <연합뉴스> 2013년 1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13년 1월 14일부터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 최신예 F-22 스텔스 전투기 9대를 전진배치하였고, 곧바로 3대를 더 보낸다고 한다.

미국은 중국의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개입할 것인가? 이 물음은 간단히 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의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개입하는 경우 전쟁양상이 국지전이 아니라 지역전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의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개입하는 것은, 미국 해군 제7함대를 주축으로 하는 미일동맹군이 중국인민해방군을 상대로 전쟁을 한다는 뜻이다. 만일 미일동맹군이 중국인민해방군을 공격하면, 한미연합군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일동맹군과 함께 중국인민해방군을 공격할 것이다. 이것은 동아시아전쟁이다.

그런데 동아시아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북은 주저 없이 ‘조국통일대전’에 돌입하게 된다. 북이 동아시아전쟁을 ‘조국통일대전’의 결정적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조선인민군은 백년숙적인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지난해에 완료하였고, 올해에는 연초부터 전략로케트군이 화성 13호로 미국 본토를 기습공격하는 실전연습을 하면서 최고사령관의 최후 돌격명령을 기다리는 중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북측과 미국이 벌이는 전쟁은 핵강국들끼리 충돌하는 핵전쟁이며, 북미핵전쟁은 적국 상공에 전략핵탄두를 쏘아올려 적국을 ‘전신마비’에 빠뜨리는 전자기파 교전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런 북미핵전쟁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가?

어떤 나라가 적국의 전자기파 공격에서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 전쟁준비가 필수적이다. 하나는, 적국으로부터 전자기파 선제공격을 받은 즉시 적국에게 전자기파 공격으로 반격하는 보복력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기파 공격을 받고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피폭생존력이다. 그런데 북은 전자기파 공격력과 피폭생존력을 모두 갖추었지만, 미국에게는 전자기파 공격력만 있을 뿐 피폭생존력은 없다.

이를테면, 북은 전자기파 공격으로 전자통신망과 전력공급망이 파괴된 상황에서도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고도의 작전능력을 길러왔고, 그에 상응한 실전연습을 계속해왔으며,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사회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적 준비와 민간인 대응훈련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은 북의 전자기파 공격으로 전자통신망과 전력공급망이 파괴되면 전쟁을 하지 못한다. 전쟁을 수행하기는커녕 미국 전역이 복구불능의 ‘전신마비’ 대재앙에 빠져 결국 멸망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 예컨대, 2012년 10월 말 ‘쌘디’라는 이름을 붙인 열대성 태풍(hurricane)이 예외적으로 대서양을 북상하여 미국 동북부 해안지대를 강타하였을 때, 미국의 재난탈출능력은 영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런 열대성 태풍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가공할 전자기파 태풍이 미국 본토를 덮치면, 미국은 그것으로 끝장이다. 북미핵전쟁에서 북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망할 것으로 예견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북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망하는 북미핵전쟁 시나리오를 예상한 미국은 북을 감히 공격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은 북미핵전쟁을 피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미핵전쟁을 피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미국이 중국의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격화된 갈등이 댜오위다오 국지전으로 악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그런 바람은 그들의 희망일 뿐이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댜오위다오 무력탈환에 대한 중국의 결심은 확고하며,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지전은 불가피하다.

불이 한 번 번쩍하면 단숨에 끝나는 무혈전쟁 시나리오

북은 댜오위다오 무력탈환에 대한 중국의 결심이 확고하다는 점을 알고 있고, 중국의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못하리라는 점도 알고 있다. 중국이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돌입하면, 북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중국이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돌입하면, 북도 즉각 ‘조국통일대전’을 개시할 것이다.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한 북은 중국의 댜오위다오 무력탈환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중국이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돌입할 때, 북이 개시할 ‘조국통일대전’은 위에서 논한 북미핵전쟁이 아니다. 중국이 댜오위다오 탈환전에 돌입하면, 북은 일본 열도 상공으로 전략핵탄두를 쏘아올려 가공할 전자기파(電磁氣波)를 방출함으로써 일본 전역의 전자통신망과 전력공급망을 순식간에 전부 파괴할 것이다. 전자기파 공격은 적국의 전쟁수행력을 꺾어버리지만, 인명살상은 일어나지 않는 비재래식 공격이다.

물론 핵강국인 중국도 일본 열도 상공으로 전략핵탄두를 쏘아올리는 전자기파 공격력을 충분히 갖추었지만, 중국이 댜오위다오 무력탈환을 위해 일본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영에 가깝다. 그러나 북은 중국과 전혀 다른 처지에 있다. 중국의 전쟁목적은 일본이 불법점령한 댜오위다오 탈환인데 비해, 북의 전쟁목적은 한반도 통일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은 재래식 무력으로 댜오위다오를 탈환하려는 국지전을 준비하는 것이고, 그와 달리 북은 비재래식 무력으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전쟁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북이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북의 비재래식 공격에 의한 일본 패망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면 북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전쟁목적 달성과 북의 비재래식 공격에 의한 일본 패망은 어떻게 서로 연관되는 것일까? 아래와 같은 무혈전쟁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북미핵전쟁을 피할 수밖에 없는 미국은, 중국의 댜오위다오 무력탈환과 일본에 대한 북의 전자기파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북이 일본을 전자기파 공격으로 ‘전신마비’에 빠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북의 전략로케트군이 발사명령을 받고 나서 전략핵탄두를 쏘아올리는 준비시간까지 합해도 5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일본 열도 상공에서 전략핵탄두가 폭발하여 불이 한 번 번쩍하면 단숨에 끝나는 전쟁인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요즈음 북에서 ‘단숨에’라는 곡목의 노래를 남녀노소 누구나 부르고, ‘단숨에의 공격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북의 전쟁 시나리오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본이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북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충격적인 패망소식을 듣고 심장마비로 사망할 심약한 일본인들을 제외하면, 북의 ‘단숨에 전쟁 시나리오’에서 인명손실은 없다. 북이 비재래식 공격으로 단숨에 끝낼 전쟁은 세계 전쟁사에서 전무후무한 무혈전쟁인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북의 무혈전쟁 목적이 일본 항복이 아니라 한반도 통일이라는 점이다. 북은 일본의 항복을 받고, 중국은 일본으로부터 댜오위다오 해양주권을 탈환하는 것과 함께, 북은 미국으로부터 굴욕외교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대북 굴욕외교는 대격변 소용돌이 속에서 미국이 살아남을 퇴로를 찾기 위한 비상자구책이다. 그 때 북은 ‘초강대국’ 체면을 접어놓고 굴욕외교에 황망히 매달리는 미국에게 퇴로를 열어주게 되는데, 그 마지막 퇴로가 주한미국군 철군과 한미동맹 포기다.

북이 요구한 항복서에 일본이 도장을 찍고, 북이 열어준 마지막 퇴로로 미국이 황망히 빠져나가는 경우, 박근혜 정권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그런 대격변 소용돌이 속에서 완전히 고립된 박근혜 정권은 보나마나 사흘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 운명의 사흘이 숨가쁘게 지나간 뒤, 한반도에서 과연 어떤 놀라운 사변들이 펼쳐질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북이 이미 지난해에 준비를 완료하였고 올해 초부터 맹렬한 실전연습을 실시하는 ‘조국통일대전’은, 피를 흘리지 않고 한반도 통일이라는 전쟁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들과 함께 관람하는 가운데 2013년 1월 1일 0시부터 시작된 신년경축공연에서 모란봉악단이 조국통일가요를 열창한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친솔악단의 조국통일가요 공연과 친솔무력의 조국통일대전 연습으로 2013년 새해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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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붉은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

[한호석의 개벽예감] (46)
자주민보 2013년 01월 2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심층분석결과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2013년 1월 12일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홈페이지에는 미국의 물리학자 데이빗 라이트(David Wright)가 북의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에 관한 취재기자의 물음에 응답한 기사가 실렸다. <미국의 소리>는 일반적인 언론매체가 아니라 미국의 적대국들에게 친미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관영선전매체이므로, 그들이 은하 3호에 관해 공정하게 보도할 리 만무하다. 또한 데이빗 라이트는 북의 미사일 능력과 위성운반로켓 기술을 깎아내리는 왜곡선전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므로, 그가 은하 3호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꺼내놓을 리 만무하다.

<미국의 소리> 보도기사에 나온 데이빗 라이트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북이 “아주 초보적인 로켓기술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은하 3호에 사용된 산화제가 적연질산이고, 적연질산은 1950년대에 소련에서 스커드 미사일 산화제로 사용하였던 것이므로, 북의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이 “아주 초보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빗 라이트의 그런 주장은 전부 사실왜곡이다. 아래에서 다시 논하겠지만, 은하 3호에 사용된 산화제가 적연질산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적연질산이 1950년대에 소련의 스커드 미사일 산화제로만 사용되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은하 3호 산화제에 관한 데이빗 라이트의 사실왜곡은 남측 국방부의 발표내용에 따른 것이다. 2012년 12월 23일 남측 국방부가 발표한 ‘북한 장거리 미사일(로켓) 잔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2년 12월 14일 전라북도 군산에서 서쪽으로 160km 떨어진 해저에서 남측 해군함정이 건져 올린 길이 7.45m, 지름 2.4m, 두께 3.8mm, 무게 1.13t의 원통형 산화제통 잔해를 분석하였더니 적연질산이 산화제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남측 국방부의 그런 발표내용에 동조한 데이빗 라이트는 은하 3호 산화제가 적연질산이라고 주장하면서 북의 위성운반로켓 기술수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허튼 소리를 늘어놓은 것이다.

2012년 12월 14일 남측 해군함정이 은하 3호 잔해를 서해에서 건져 올렸고, 그 잔해를 분석한 ‘조사결과’를 12월 23일에 발표하였으니, 남측 국방부가 잔해에 대한 물리-화학적 분석을 불과 8일 만에 완료했다는 말인데,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2010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남측 국방부가 사건 현장 해저에서 건져 올렸다고 하면서 취재진에게 공개한 1번 글씨가 쓰인 어뢰추진체 잔해에 대한 물리-화학적 심층분석이 완료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양심적인 과학자들이 정밀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한 바에 따르면, 당시 남측 국방부가 발표한 ‘분석결과’는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1번 글씨가 쓰인 어뢰추진체 잔해에 대한 물리-화학적 심층분석을 약 3개월 동안 진행하였던 남측 국방부가 은하 3호 잔해에 대한 물리-화학적 분석을 단 8일 만에 끝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남측 국방부가 2012년 12월 23일에 발표한 은하 3호 잔해에 대한 조사결과는 심층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아니라 급하게 대충 분석한 일차적인 결과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처럼 일차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에도 남측 국방부는 심층분석을 계속해왔겠지만, 앞으로 그들은 심층분석결과가 나와도 그것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은하 3호 잔해를 심층적으로 분석할수록 높은 수준에 이른 북의 과학기술력이 자꾸 드러나기 때문이다. 북을 ‘주적’으로 규정한 남측 국방부가 북의 과학기술수준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줄 리 만무하다.

하얀 연기 뿜어내며 하늘로 솟구쳐 오른 은하 3호

산소가 희박한 고공에서 또는 산소가 없는 대기권 밖 우주공간에서 위성운반로켓이 비행하려면, 산소가 없어도 로켓연료(rocket fuel)를 연소시킬 수 있는 자동연소성 화학물질(hypergolic chemicals)이 필요한데, 그런 필요에 따라 연료를 연소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특별한 화학물질을 산화제(oxidizer)라 한다. 로켓 연소장치에 적절한 비율로 함께 주입되어 연소되는 산화제와 로켓연료를 통칭하여 자동연소성 추진제(hypergolic propellant)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측 국방부가 서해에서 건져 올린 은하 3호 잔해에서 검출하였다고 주장한 적연질산(Red Fuming Nitric Acid, RFNA)이라는 산화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적연질산은 질산(Nitric Acid) 84%, 2중질소 4산화물(Dinitrogen Tetroxide: 화학원소기호 N₂O₄) 13%, 물 2% 등으로 이루어진 혼합물이다.

적연질산을 산화제로 쓰는 경우, 항부식성 화학물질(inhibitor)인 플루오르화 수소(hydrogen fluoride)를 첨가하기 마련인데, 플루오르화 수소를 첨가하는 까닭은, 질산이 산화제통을 부식시키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적연질산(RFNA)라고 하지 않고, 부식성 화학물질을 첨가했다는 뜻에서 항부식성 적연질산(IRFNA)이라고도 한다.

적연질산이라는 화학물질명칭에서 적연(赤煙)이라는 말은 붉은 연기라는 뜻이다. 붉은 연기라는 말이 명칭에 들어간 까닭은, 적연질산이 연소할 때 붉은 연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적연질산이 연소할 때 붉은 연기가 나오는 까닭은, 적연질산에 들어있는 2중질소 4산화물 일부가 질소 4산화물(Nitrogen Tetroxide)로 화학분해되면서 붉은 연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2년 12월 12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은하 3호가 굉음을 울리며 하늘로 솟구쳐 오를 때, 그 로켓이 뿜어낸 연기는 붉은 연기가 아니라 하얀 연기였다. ‘유투브(You Tube)’에 실린 북측 동영상들에서는, 은하 3호가 발사되는 순간 거대한 하얀 연기가 발사장을 뒤덮는 장면이 나온다.

남측 국방부가 주장한 것처럼, 은하 3호 산화제가 적연질산이라면 은하 3호가 발사되는 순간 붉은 빛을 띤 연기가 뿜어져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뿜어져 나온 것은 흰 빛을 띤 연기였다. 은하 3호 산화제가 적연질산이라는 남측 국방부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로켓 산화제들 가운데는 백연질산(White Fuming Nitric Acid)도 있다. 백연질산은 그 명칭이 말해주는 것처럼, 연소될 때 하얀 연기가 나오는 화학물질이다. 백연질산이 연소될 때 하얀 연기가 나오는 까닭은, 붉은 연기를 내며 연소하는 2중질소 4산화물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하 3호가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으니, 적연질산이 아니라 백연질산이 산화제로 쓰인 것일까?

갈색 연기 뿜어낸 은하 2호, 하얀 연기 뿜어낸 은하 3호

은하 3호 산화제가 어떤 산화제인지 해명하려면, 우선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은하 3호 발사장면과 은하 2호 발사장면을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 ‘유투브’에 실린 북측 동영상을 보면, 2009년 4월 5일 함경북도 무수단리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에서 은하 2호가 발사된 순간, 갈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기색깔이 왜 갈색으로 보였던 것일까?

은하 2호에는 적연질산이 많이 들어간 산화제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붉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강한 후폭풍이 일으킨 지상 흙먼지와 뒤섞이면서 갈색 연기처럼 보인 것이다. 2009년 2월 2일 이란이 질량 27kg의 소형 시험인공위성 오미드(Omid)를 탑재한 2단형 위성운반로켓 사피르(Safir) 2호를 발사할 때도 갈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둘째, 발사대를 떠나 하늘로 솟구쳐 오른 뒤에 은하 3호의 상승비행 장면을 보면, 발사 순간에 내뿜었던 하얀 연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방출화염만 보인다. 그런데 상승비행장면을 확대하면, 방출된 화염 뒤쪽으로 아주 희미하고 옅은 연기가 한 줄기가 줄곧 뿜어져 나오는 게 보인다. 그 희미하고 옅은 연기는 갈색에 가까운 붉은 색인데, 이것은 적은 양의 적연질산이 연소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은하 2호의 경우 적연질산이 많이 들어간 기존 산화제가 사용되었고, 은하 3호의 경우 적연질산이 적게 들어간 신종 산화제가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용문에 나온 데이빗 라이트는 위성운반로켓 산화제에 적연질산이 들어가면 무조건 산화제 제조기술 수준이 낮은 것처럼 말하였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산화제 제조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들 가운데 하나는, 산화제에 들어가는 적연질산 비율이 높은가 아니면 낮은가 하는 것이지, 적연질산이 들어갔다고 해서 산화제 제조기술 수준을 무조건 낮게 평가하는 것은 사실왜곡이다. 지금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같은 선진우주강국들이 쏘아올리는 위성운반로켓 또는 우주선운반로켓에 사용되는 각종 산화제들 가운데 적연질산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산화제는 없다.

남측 국방부는 은하 3호 산화제가 100% 적연질산으로만 만들어진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였고, 데이빗 라이트는 선진우주강국들이 쓰는 산화제에 적연질산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은하 2호의 경우 적연질산이 많이 들어간 기존 산화제가 사용된 반면, 은하 3호의 경우에는 적연질산이 적게 들어간 신종 산화제가 사용된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북이 산화제 제조부문에서 기술적 진전을 이룩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선진우주강국들의 산화제 제조기술 발전추세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같은 선진우주강국들의 산화제 제조기술 발전추세를 살펴보면, 북의 산화제 제조기술 수준이 얼마나 발전하였는지 알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1965년에 처음 발사된 이후 2012년까지 48년 동안 382회 발사된 소련-러시아의 위성운반로켓 프로톤(Proton)에 사용된 산화제, 그리고 1967년부터 2009년까지 43년 동안 420회 이상 발사된 소련-러시아의 위성운반로켓 코스모스(Kosmos)-3M에 사용된 산화제는 불균제 디메틸히드라진(Unsymmetrical Dimethylhydrazine, UDMH)이다. 불균제 디메틸히드라진의 적연질산 비율은 73%다. 적연질산이 73% 비율로 들어간 불균제 디메틸히드라진을 산화제로 쓰는 위성운반로켓은 발사 순간에 붉은 연기를 뿜어내게 되며, 강한 후폭풍이 일으킨 지상 흙먼지와 뒤섞이면서 갈색 연기로 보이게 된다.

둘째, 프랑스, 영국,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우주국(ESA)이 1979년부터 34년 동안 150회 발사하였고 앞으로도 계속 발사할 위성운반로켓 아리안(Ariane)에 사용된 산화제는 ‘UH25’다. 소련-러시아가 사용한 산화제는 100% 불균제 디메틸히드라진으로 되어 있는 것에 비해, 유럽우주국이 사용하는 산화제 ‘UH25'에는 불균제 디메틸히드라진이 75%만 들어간다. 다시 말해서, ‘UH25’에도 적연질산이 들어가지만, 소련-러시아가 사용해온 산화제에 비해 덜 들어가는 것이다.

셋째, 미국이 1959년부터 2005년까지 47년 동안 368회 발사한 위성운반로켓 타이탄(Titan)에 사용된 산화제, 그리고 1960년부터 300회 이상 발사하였고 앞으로도 계속 발사할 델타(Delta) 계열 위성운반로켓에 사용된 산화제는 ‘에어로진(Aerozine)50’이다. 소련-러시아가 사용한 산화제는 100% 불균제 디메틸히드라진으로 되어 있는 것에 비해, 미국이 사용하는 산화제 ‘에어로진50’에는 불균제 디메틸히드라진이 50%만 들어간다. 다시 말해서, 유럽연합산 산화제 ‘UH25’와 비교해서, 미국산 산화제 ‘에어로진50’에는 적연질산이 훨씬 더 적게 들어가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실에서는 적연질산이 들어간 불균제 디메틸히드라진을 차츰 적게 쓰는 추세가 드러나 보인다. 다시 말해서, 산화제 제조기술 발전추세에 따라 산화제에 들어가는 적연질산 비율이 점차 낮아진 것이다.

북의 은하 계열 위성운반로켓에 사용된 산화제도 선진우주강국들의 산화제 제조기술 발전추세와 일치하여 적연질산 비율이 매우 낮아졌다. 은하 3호 산화제가 유럽연합산 산화제처럼 불균제 디메탈히드라진 비율이 75% 정도인지 아니면 미국산 산화제처럼 그 비율이 50% 정도인지는 동영상 화면관찰을 통해서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명백한 사실은 북이 산화제 제조부문에서도 선진우주강국 기술수준을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실용위성도 쏘아올리고, 경수로도 건설하고

북의 우주개발기술이 여러 부문에서 선진우주강국 기술수준을 따라잡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매우 꺼리는 나라들이 있다. 미국을 비롯하여 북을 적대하는 나라들이다. 그런 나라들의 정부당국자들, 전문가들, 언론인들은 북의 우주개발기술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침묵하거나 심지어 사실왜곡으로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그처럼 한심하고 어리석은 짓은 없다. 왜냐하면, 2012년 12월 12일 북이 광명성 3호 2호기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이후 올해부터는 북의 우주과학기술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이 더 많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위에서 논한 은하 3호 산화제 제조기술이 말해주는 것처럼, 북은 선진우주강국들이 독점한 화공학기술을 자체로 개발하였을 뿐 아니라, 엄청난 고열과 고압 그리고 부식성 화학물질에 견딜 특수합금을 만드는 야금술도 자체로 개발하였기 때문에, 위성운반로켓 엔진 및 동체의 특수합금을 제조하는 데서 기술자립을 이룩하였다. 이것은 북의 금속공학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였음을 말해준다.

또한 북은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설계-제작-조립 공정을 거쳐야 하는 로켓 엔진을 자체로 개발하였기 때문에, 로켓 엔진 제조부문에서도 기술자립을 이룩하였다.

예컨대 <조선중앙통신> 2012년 12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의 구성공작기계공장에서는 고성능 CNC 공작기계인 10축 복합가공반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은 북의 기계공학기술이 최첨단 수준으로 발전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측 동영상 자료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의 기계공학기술자들은 실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면서도 실물 겉모습을 촬영한 사진 한 장만 보면 그 어떤 기계제품이라도 만들어내는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북은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설계-제작-조립 공정을 거쳐야 하는 각종 전기장치를 자체로 개발하였기 때문에, 은하 3호에 정교한 전기장치를 들여놓을 수 있었고, 은하 3호와 위성관제종합지휘소와 서해위성발사장을 매우 복잡한 전기장치로 이은 3각 연결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것은 북의 전기공학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였음을 말해준다.

위성운반로켓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전자공학기술과 컴퓨터공학기술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북이 전자공학기술과 컴퓨터공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우주개발기술과는 다른 분야지만, 북은 핵공학기술(nuclear technology)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핵안보문제를 연구하는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2012년 8월 14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이 녕변 핵시설단지에 건설하고 있는 경수로 건설현장을 위성사진으로 분석한 결과를 언급하면서 2013년 하반기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견하였다. 그 경수로는 북의 자립적 핵공학기술로 건설하는 것인데, 올해 안에 그 경수로가 완공되면 북이 첨단 수준의 핵공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또 다시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지금 북에서는 경향각지의 생산현장들이 국책사업에 따라 모조리 CNC화, 자동화, 무인화 기술로 개조되고 있다. 생산현장을 CNC화, 자동화, 무인화 기술로 개조하는 데 필요한 물품들 가운데 하나가 폐쇄회로TV(CCTV)다. 북에 폐쇄회로TV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지만, 그 공장의 설비를 24시간 전면가동해도 경향각지의 생산설비 개조현장에서 날로 폭증하는 막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북은 중국산 폐쇄회로TV를 대량수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1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북이 중국에서 수입한 폐쇄회로TV는 2009년 40,465대, 2010년 22,987대, 2011년 22,118대, 그리고 2012년 1월부터 11월까지 16,420대다.

북에서 폐쇄회로TV 수요가 그처럼 폭증한 사실 하나만 놓고 봐도, 북의 과학기술수준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정이 그런데도, 반북악담 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은 북이 ‘주민감시’와 ‘탈북감시’를 위해 폐쇄회로TV를 그처럼 대량수입하고 있다는 망발을 늘어놓았으니, 그들의 반북악담 중독증이 이제는 불치의 정신착란증으로 악화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21세기 사회주의문명국’을 건설하는 중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이 우주개발기술과 핵공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킨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런 성과를 얻기까지에는 세 가지 주된 요인이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수한 과학기술인재들을 키워내어 수학, 물리학, 화학 같은 기초과학토대를 튼튼하게 마련해놓은 것이 그 요인이고, 사회주의국정운영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국력을 과학기술부문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또 다른 요인이며, 사회주의자력갱생에 의거하여 과학기술부문에서 기어이 최첨단을 돌파하려는 최고영도자의 정치적 의지가 강하고 인민들이 그 의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따라나선 것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북이 우주개발기술과 핵공학기술을 자체로 개발하여 세계적인 수준에 끌어올린 것은 북의 국력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뜻한다. 반만년 민족사를 돌이켜보면, 고조선은 구리와 주석을 혼합하는 청동야금술을 개발한 덕에 고대 동아시아의 청동기 문화를 펼칠 수 있었고, 고구려는 탄소강을 만드는 뛰어난 강철생산기술을 개발한 덕에 동방의 천년강국으로 강성번영할 수 있었고, 해동성국 발해는 고구려의 강철생산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당나라와 대등한 국격을 지닌 황제국으로 위용을 떨쳤다.

고조선, 고구려, 발해로 이어지는 2,000년의 문명국 건설사는, 첨단과학기술을 자체로 개발하는 나라가 패권을 쥐게 된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첨단과학기술이 곧 패권이라는 것은 세계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식이 아닌가. 특히 오늘날에는 우주개발기술과 핵공학기술이 첨단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두 가지 첨단기술을 자체로 개발한 과학기술강국들이 패권을 쥐고 있다.

그런데 북이 미국과 추종국들의 집요한 봉쇄와 초장기 제재를 뚫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력으로 우주개발기술과 핵공학기술을 개발하여 첨단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북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천하제일강국’이라는 말에서는, 장장 2,000년 동안 고조선-고구려-발해로 이어진 문명국 건설사를 21세기에 다시 펼치려는 원대한 국가발전전략이 엿보인다.(2013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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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정권교체 시나리오 재점검과 ‘균열의 쐐기박기’


변혁과 진보 (107)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정권교체 시나리오를 다시 점검한다

 
절망과 고통으로 질퍽거리는 낡은 사회를 희망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새로운 사회로 바꾸는 정치강령으로 제시된 것이 사회변혁강령이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초상식’이다.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사회변혁강령은 사회성격의 근본적 변화에서 출발하여 사회체제의 근본적 변화로 연속하여 전개되는 사회변혁 발전경로를 밝혀주는 정치강령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성격의 근본적 변화란 8.15 해방 이후 이 땅을 타고 누르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주권을 갖는 것을 뜻하는 데,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사회 전반에서 대미예속성을 제거하고 민족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성격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변혁강령을 흔히 반미자주화강령이라 하는데, 주한미국군 철군과 ‘한미동맹’ 해체가 반미자주화강령의 전략목표로 된다. 또한 평화협정 체결과 ‘한미자유무역협정’ 폐기는 주한미국군 철군과 ‘한미동맹’ 해체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된다.

 
이러한 사회성격의 근본적 변화는 사회체제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지는데, 바로 이런 연속단계의 사회변혁 발전경로를 해명한 우리식 변혁담론이 두 단계 사회변혁론이다.
 
 
사회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사회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 사회변혁 발전도상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회체제가 출현하게 되는데, 그 새로운 사회체제를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라 한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진보적 정치이념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된 진보적 사회체제의 공식명칭이다.

낡고 썩은 기존 사회체제를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로 교체하는 사회변혁은 자주적 진보정권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고, 분단체제를 해체하고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자주적 평화통일도 자주적 진보정권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다. 여기서 자주적 민주정권이라는 기존 개념 대신에 자주적 진보정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쓰는 까닭은, 전자보다 후자가 진보정당의 집권 곧 진보적 정권교체의 역사적 전망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자주적 민주정권이라는 개념은 민주노동당 창당 이전에 사용된 개념이다.

민중이 자기의 단결된 힘으로 세울 자주적 진보정권은, 국제독점자본들이 장악, 소유한 이 땅의 전략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진보적 민주주의를 완성할 것이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의거한 남북 정치회담을 통해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연방의회를 구성하고 연방정부를 수립하고 통일공화국을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최대 숙원인 조국통일위업을 완수할 것이다. 이처럼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평화통일은 동반적으로 실현되는데, 양자의 동반적 실현경로를 해명한 우리식 변혁담론이 두 단계 사회변혁론이다.

자주적 진보정권이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역사적인 ‘반전계기’를 통해 수립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정권교체 시나리오를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정권교체 실패가 그런 재점검을 요구한다.

수구정권을 진보정권으로 단번에 교체하는 급진적 정권교체 시나리오가 바람직하지만, 그런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만일 강력한 정권퇴진운동이 폭발하여 박근혜 정권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임기 전에 퇴진한다고 가정해도, 집권기회는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땅의 대중은 통합진보당의 집권을 정치적 대안으로 아직 인정하지 않으며, 비록 자주 실망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민주통합당을 정치적 대안으로 생각하는 착시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착시증세는 오랜 세월 동안 진행되어 오면서 상당히 고착된 것처럼 보인다. 통합진보당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양당구도를 깨뜨리고 3당구도를 세우지 못한 현실적 한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급진적 정권교체 시나리오와는 다른 정권교체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수구정권을 중도정권으로 교체하고, 다시 중도정권을 진보정권으로 교체하는 점진적 정권교체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런 점진적 정권교체 시나리오도 실현되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경험으로 입증되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그 두 중도정권이 추구해온 사회개혁은 거의 실현되지 않았으며, 그나마 부분적으로 실현된 사회개혁도 중지되었고, 결국 중도정권이 수구정권으로 역교체되는 최악의 퇴행적 정권교체가 실현되고 말았다.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가 이 땅을 타고 누르는 한, 수구정권이 중도정권으로 교체되어도 중도정권이 추진하는 사회개혁에는 명백한 한계선이 그어지는 것이며, 다시 수구정권으로 돌아가는 퇴행적 정권교체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것이다.

앞으로 5년이 지난 2017년 12월에 실시될 대선에서도 민주통합당이 이길 가망은 거의 희박해 보이므로, 점진적 정권교체 시나리오는 사실상 전망 밖으로 더 멀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생긴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에게 요구되는 성찰 두 가지
 
두 가지 정권교체 시나리오가 모두 불투명하게 보이는 오늘, 통합진보당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어려운 물음 속으로 깊이 들어가 성찰하면,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답을 건져 올릴 수 있다.

첫째, 통합진보당은 2012년 4.11 총선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아 그 실효성이 검증된 정치방식, 즉 야권연대라는 새로운 정치방식을 복원해야 할 것이다. 야권연대정치를 실현하지 못하면, 수구정권을 넘어서는 정권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2012년 대선의 정권교체 실패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진보적 정권교체가 야권연대정치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논한 급진적 정권교체 시나리오에서도 야권연대정치가 필요한 것이고, 점진적 정권교체 시나리오에서도 야권연대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단순한 선거전술이 아니라, 수구정권을 정치무대에서 영구히 퇴출시키는 정권교체의 위력한 승리전략이며 통합진보당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진보정치의 한 방식이다.

물론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정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깊은 사색과 탐구를 요구한다. 통합진보당의 주체역량과 해당시기의 객관적 정치정세가 야권연대정치의 구체적인 실현방도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의 당세가 지금처럼 약하면 야권연대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통합진보당의 당세가 강하면 야권연대를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위에서 논한 급진적 정권교체 시나리오와 점진적 정권교체 시나리오가 모두 불투명하게 된 주된 원인은 통합진보당의 주체역량이 미약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당의 주체역량은 정책수립이나 인맥형성 같은 부차적 요소들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당의 조직화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조직역량이 강한 당이 집권능력을 갖추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통합진보당의 조직역량인데, 구체적으로 말해서 조직역량이란 당원 규모와 대중적 지지를 뜻한다.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 통합진보당은 입당사업과 대중사업을 확대, 강화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초상식’이다.

통합진보당의 입당사업은 노동자, 농민, 영세자영업자, 청년학생, 지식인, 여성을 비롯한 각계각층 대중 속에 파고들어가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사업이다. 이를 위해서,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과 전농을 비롯한 각계각층 대중단체들과 직접적 연계를 맺어야 할 것이다. 이 땅의 진보적 대중단체들 가운데 가장 조직 규모가 큰 민주노총과의 직접적 연계가 통합진보당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데, 지금 민주노총의 조직역량이 약화된 데다가 지도부마저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그런 어려운 사정이 통합진보당의 입당사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난제를 푸는 방도는 민주노총에 소속된 통합진보당 노동자 당원들이 분발하는 길밖에 없다. 노동자 당원들이 민주노총 안에서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벌여 그 지도부를 바로세우면, 통합진보당의 입당사업에 가속도가 붙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적 노동계급이 당에서 중심역할을 수행하면서 당을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의 길로 더욱 힘있게 끌어가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동지적 관계’로 결합되고, 통합진보당이 노동중심성을 획득하게 되는 엄청난 동반상승효과를 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통합진보당의 활로는 노동자 당원들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바로세우기 위해 벌이는 헌신적인 노력과 투쟁으로 열리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이 노동계급을 비롯한 각계각층 대중들 속에 파고들어가 입당사업을 추진하려면, 분회 형식의 기층 당조직을 생산현장과 생활현장에 밀착하여 건설해 나가야 할 것이고, 기층 당조직을 이끌어갈 기층 당간부를 양성하는 사업에도 당연히 힘써야 할 것이다. 기층이 부실하면 크고 높은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기층 당조직을 건설, 확장하지 못하고, 또한 기층 당간부를 양성하지 못하면, 당의 조직역량이 강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다른 한 편, 대중사업이란 당원이 아닌 각계각층 대중이 통합진보당을 지지, 성원하게 만드는 정치사업이다. 이런 사업을 가리켜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대, 강화한다고 흔히 말한다.

대중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활동과 여론조성이다. 각계각층에서 생존권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만일 통합진보당이 그런 투쟁현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정치적 자폐아’로 버림받게 될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다급한 생존권 투쟁이 벌어지는 현장에 들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사안별, 지역별로 다종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는 현장들을 누구보다 먼저 찾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현장활동은 그 당과 대중이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대중사업이며, 통합진보당이 다른 정당들과 다른 전략적 차별성을 보여주는 고유한 대중사업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현장활동만으로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대, 강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여론을 조성하는 사업이 병행적으로 추진되며 양자 사이에서 상호통합효과가 일어나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열심히 현장활동을 벌여도, 언론보도를 통해 그런 사실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으면 현장활동의의는 반감되고 만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낸 이 땅의 수구언론은, 그 당의 현장활동을 제대로 보도해주기는커녕 그 당과 대중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당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사법당국의 ‘표적수사활동’만 연일 보도하고 있다. 2012년에 수구언론이 자행한 분당선동과 종북모략,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검찰의 집요한 ‘표적수사’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통합진보당이 현장활동을 열심히 벌이면서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무던히 애써오는 데도, 그 당의 현장활동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고 그 당과 대중의 관계가 되레 멀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사법당국의 집요한 ‘표적수사’와 수구언론의 악의적인 ‘여론재판’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과 대중의 관계를 끊어놓고, 그나마 구축해놓은 당의 대중적 지지기반마저 허물어버리려는 사법당국의 집요한 ‘표적수사’와 수구언론의 악의적인 ‘여론재판’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행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청와대나 주한미국대사관 정치참사가 국정원장, 검찰총장 또는 수구언론 편집국장에게 제3자 몰래 은밀히 연락하면, 통합진보당에 대한 '표적수사'와 '여론재판'이 시작되는 판이다.

 
큰 바위도 균열의 쐐기로 단번에 깨뜨릴 수 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사법당국의 집요한 ‘표적수사’와 수구언론의 악의적인 ‘여론재판’은 그 당과 대중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당의 야권연대정치를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요인으로 출몰하였다. 2012년 대선정국에서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을 멀리한 까닭은, 야권연대로 향하려던 민주통합당의 허약한 발목을 통합진보당에 대한 ‘표적수사’와 ‘여론재판’이 난폭하게 잡아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 땅을 타고 누르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는 사회 전반을 ‘미국의 국익’에 따라 재편하고 지배하고 관리하는 체제다.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가로막고, 그 당과 대중의 관계를 끊어버려 정치적으로 고립, 와해시키는 것은 ‘미국의 국익추구’에 부합된다. 미국이 스스로 ‘사활적 국익’이 걸려있다고 인정하는 이 땅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가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정치를 가로막는 사법당국의 ‘표적수사’와 수구언론의 ‘여론재판’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이 땅의 여러 부문들에 심어놓은 ‘하수인’들을 동원하여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야권연대정치와 진보적 정권교체를 가로막고, 그 당을 고립, 와해시키려는 것이다.

이 땅을 타고 누르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를 관념 속에서만 인정하고 현실 속에서는 그에 대해 경각심이나 대결의식을 갖지 않고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은 진보와 변혁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이 땅을 타고 누르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를 무너뜨리지 않고서,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정치와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할 가능성은 찾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힘이 약한 통합진보당이 과연 어떻게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반미자주화운동을 열심히 벌이면 된다는 ‘교과서식 답변’은 지금 통합진보당에게 필요한 진정한 해답이 아니다. 이 땅에서 진보정당들과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지금까지 반미자주화운동을 벌이지 않은 적이 없지만, 반미자주화운동 자체가 ‘하수인’들의 집중탄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친미굴종’으로 길들여진 대중으로부터 줄곧 외면당해온 것이 현실이 아닌가.

이 땅을 타고 누르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를 무너뜨리려는 통합진보당이 각계각층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어떤 정치현안을 제기하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여 투쟁하는 것, 바로 이것이 답이다. 그러면 각계각층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면서도,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그런 ‘묘책’이 있단 말인가?

힘이 약한 통합진보당이 이 땅을 타고 누르는 미국을 상대로 정치투쟁을 벌이겠다니, 얼핏 생각하면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게 아니냐고 머리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하면 바위틈새에 쐐기를 박아 바위를 깨뜨리는 기발한 착상이 떠오른다. 실제로 바위틈새에 참나무 쐐기를 단단히 박고, 거기에 물을 부으면 쐐기가 물에 불면서 그처럼 단단한 바위가 단번에 와작 쪼개진다.

지금 통합진보당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 땅을 타고 누르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의 약한 틈새를 찾아내고 거기에 균열의 쐐기를 박아 그 체제를 깨뜨리는 이른바 ‘쐐기전법’이다. 제국주의체제의 약한 틈새는 다른 게 아니라 매우 불안정한 정전체제이며, 그 약한 틈새에 박아야 할 균열의 쐐기는 다른 게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이다.

이 땅을 타고 누르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는 매우 불안정한 정전체제 위에 존립하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8.25 경축연설’을 통해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를 선포한 것은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결정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조국통일대전'이냐 평화협정 체결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정전체제의 벼랑 끝으로 떠밀린 것이다.

그처럼 불안정해진 정전체제에 균열의 쐐기를 박아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제국주의지배체제에서 큰 균열이 일어나 단번에 와작 깨져나갈 것이다.

참으로 다행하게도,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는 올해 평화협정 체결을 향한 정치적 요구와 활동들이 전민족적 범위에서,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매우 열띠게 전개될 것으로 예견된다. 통합진보당은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평화협정 체결 촉구운동에 누구보다 앞장 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평화협정 쐐기’로 제국주의지배체제를 단번에 깨뜨리자! 이것이 올해 통합진보당이 들고 나가야 할 또 하나의 투쟁구호다. (2013년 1월 16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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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5

불안과 위험 안고 출범하는 박근혜 정권

<연재> 한호석의 진보담론 (243)
통일뉴스 2013년 01년 1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불안요인은 충격적이고, 위험요인은 재앙적이다
막을 내리고 있는 이명박 정권은 2008년 2월 25일에 출범한 이래 다섯 가지 위험을 겪었다. 그 위험을 열거하면, 2008년 대규모 촛불시위, 2008년 미국발 국제금융위기,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악화되어온 빈부격차와 민생파탄, 그리고 민심이반을 촉발한 권력형 부정부패다. 이 다섯 가지 위험 때문에 이명박 정권은 집권 기간 내내 불안을 느끼며 전전긍긍하였다. 이명박 정권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이 땅의 대중들은 5년 전 출범 당시 그들이 꺼내놓은 ‘747 공약’이니 ‘선진국 진입’이니 하는 요란한 공약들이 헛소리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통속어법을 빌리면, 이명박 정권은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막돼먹은 정권’이다. 그런 정권을 이 땅의 대중이 신뢰하고 지지할 리 만무하다. 각종 여론조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적 지지율은 역대 정권들과 비교하여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를테면, 2011년 5월 12일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는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서 두 배 이상 큰 격차로 뒤쳐져 사상 최저인 7.6%에 머물렀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뜻하는데, 그 정권이 그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5년 동안 버텨온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러면 2013년 2월 25일에 출범할 박근혜 정권이 처한 상황은 이명박 정권에 비해 호전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전망적 대답은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보다 더 심각한 위험을 안고 출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망하는 까닭은, 아래에서 논할 불안요인들과 위험요인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이 각종 불안요인을 해소하기도 힘들 판인데, 거기에 더하여 각종 위험요인까지 겹쳤으니 그 정권이 처하게 될 상황을 어찌 위태롭다 하지 않겠는가.

각종 불안요인은 충격적이고, 각종 위험요인은 재앙적이다. 충격적 불안요인과 재앙적 위험요인은 한때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요인들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에 의해 이미 오래 전에 발생되어 차츰 악화되었고 이제는 전면파국을 끌어당긴 요인들이다.

그처럼 겹겹이 둘러싸인 각종 불안요인과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위기상황을 뚫고 나아갈 능력이 박근혜 정권에게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네 가지 불안요인이 그 정권을 둘러쌀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불안요인에 둘러싸여 출범하게 된다. 지금 박근혜 당선인과 정권 인수위원회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출범 자체가 좀 불안해 보인다. 박근혜 정권을 둘러싸고 있는 불안요인은 아래와 같다.

첫째, 이명박 정권은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위험을 겪으면서 ‘한미동맹 강화’에 매달렸다. 이명박 정권은 ‘한미동맹 강화’에 매달림으로써 ‘안보불안’을 완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위험수위가 높아질수록 이명박 정권이 ‘한미동맹 강화’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 사정을 간파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각별한 친근감을 이 대통령에게 표시하면서 ‘동맹 강화’를 연출하였다.

주목하는 것은, 그런 연출효과가 아니라 오바마-이명박 밀착관계를 유지시킨 배경이다. 이명박의 대북 적대정책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대결정책이 일맥상통한 것이 바로 그 배경이었다. 다시 말해서, 오바마-이명박 밀착관계는 대북 대결구도라는 공통분모 위에 존립했던 것이다.

그러나 2013년 상황은 달라졌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의 최고영도자로 추대되고,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여 집권 2기에 들어선 오늘 한반도 정세에서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미상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북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를 선언하고 전쟁이냐 평화냐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는 최후통첩을 미국에 보냈고, 자국에게 치명적인 북미전쟁을 피할 수밖에 없는 미국은 결국 대북 대결관계를 완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미국에게 북미전쟁은 대북침공을 위한 군사적 선택을 뜻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국가로서 존립할 수 없는 멸망을 뜻한다.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 집권 2기에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는 속으로는 여전히 북에게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하는 수 없이 대북 대결정책을 완화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 못지않게 대북 적대정책에 매달릴 것이다. 아직 대통령직에 공식 취임하지도 않은 그녀가 ‘국가안보실’을 새로 내오겠다고 하면서 박정희식 ‘총력안보’를 꺼내든 것은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대북 적대정책을 넘겨받을 것임을 예고하는 사례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대결정책 완화와 박근혜 정권의 대북 적대정책 유지는 미국과 남측의 대북 정책공조가 흔들리게 되리라는 점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박근혜 집권기에는 ‘한미동맹 강화’가 구호로만 떠돌아다니고, 노무현 정권 시기에 그러했던 것처럼 미국과 남측의 대북 정책공조가 어렵게 될 것이다. 대북 정책공조가 어려운 상황이 ‘한미동맹’ 자체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박근혜 정권에게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둘째, 북은 광명성 3호 2호기의 성공적 발사로 고무되어 우주개발사업에 국력을 더욱 집중할 것이다. 벌써부터 은하 9호 위성운반로켓에 관한 전망적 발언들이 북측 언론보도에 나오는 것은 우주개발에 대한 북의 의지가 얼마나 강렬한지를 말해준다.

오늘 국제사회에서 어떤 나라의 우주개발능력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수준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국력지표로 인정되기 때문에, 북이 광명성 계열의 인공위성을 계속 쏘아올리고 우주강국으로 등장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에게 상당한 불안요인으로 될 것이다.

2012년 11월 29일 제3차 발사를 16분 앞두고 오작동 위험이 발견되어 발사를 중지한 ‘나로호’가 기술적 결함을 극복하고 발사에 성공하면 불안요인이 좀 덜하겠지만, 만일 ‘나로호’가 이번에도 또 다시 실패하여 남측의 우주개발사업이 존폐위기로 몰리는 경우 박근혜 정권에게 우주개발사업 좌절은 상당한 불안요인으로 될 것이다.

셋째, 북이 2012년 12월 12일 광명성 3호 2호기를 발사하자, 미국과 그 추종국들은 북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시비를 걸면서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하는 결의를 유엔안보리 이름으로 채택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미국과 그 추종국들은 중국의 저지에 막혀 대북 제재 강화기도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이제껏 한 달이 넘도록 엉거주춤하고 있는 꼴이다.

중국의 저지에 가로막혀 유엔 안보리 이름으로는 대북 제재강화 결의를 채택하지 못하게 된 미국과 그 추종국들이 유엔 안보리 이름을 빌리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대북 제재강화를 결의하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대결행동을 취하는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다. 만일 미국과 그 추종국들이 그런 식의 결의를 채택하거나 그에 준하는 대결행동을 취하는 경우, 북은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다. 북의 인공위성 발사→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강화 결의→북의 전격적인 지하핵실험 실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공방전은 이미 2009년에 진행되었다.

2012년 12월 이후 미국 전문가들이 북의 제3차 지하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으며, <중앙일보>는 2013년 1월 12일 기사에서 북의 지하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오판으로 대북 제재강화를 결의하고, 그에 대응하여 북이 제3차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정권에게 심각한 불안요인이 아닐 수 없다.

넷째, 일본 극우정권이 독도강탈책동을 재개하는 것도 박근혜 정권에게 불안요인으로 될 것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아베 정권의 출현으로 일본 정치권의 극우화가 더 급속히 추진되는 중이다. 극우성향을 드러내는 아베 정권의 출현은 일본에서 민생경제가 파탄되고 사회적 불안이 가속화된 사정에 직결된다. 진보정당을 갖지 못한 일본 국민들은 민생경제가 파탄되는 불행과 고통에서 자기들을 탈출시켜줄 ‘강한 집권세력’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는데, ‘쇼와(昭和)시대의 부흥’을 외치던 일본 극우정당이 그런 정치적 기대에 편승하여 정권을 탈환한 것이다.

아베 정권은 ‘쇼와 시대의 부흥’을 실현할 통로를 어디서 찾으려고 할까? 세계 자본주의시장경제가 파산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지금, 이미 1990년부터 최장기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일본 경제가 지금에 와서 회복될 가능성은 없으며, 급속히 더 악화되어 무너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다행이다. 그러므로 아베 정권이 ‘쇼와 시대의 부흥’을 경제재건에서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은 결국 아베 정권이 어떤 특정한 정치목표에 집착함으로써 ‘쇼와 시대의 부흥’을 실현해보려고 애쓰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아베 정권이 노리는 정치목표들 가운데 들어있는 것이 독도강탈이다.

2012년에 일본 시마네현, 오이타현, 히로시마현 주민들과 리쓰메이칸 대학의 일본인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도를 일본 영토 ‘다케시마’라고 믿는 응답자가 66.6%였고, 독도를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답한 응답자는 2.0%였다. 이것은 역대 일본 정권들로부터 세뇌를 받은 일본 국민들이 독도를 ‘다케시마’로 둔갑시킨 거짓선동에 말려들어갔음을 말해준다. 아베 정권의 독도강탈책동이 재개될 국민적 공감대가 일본 사회 전반에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요즈음 아베 정권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던 것을 유보한다느니,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려던 것을 유보한다느니 하면서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권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독도강탈야욕은 변하지 않았으며, 그들이 독도강탈책동을 재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앞으로 아베 정권이 이명박 집권기에 강행했던 것보다 물리적 강도가 훨씬 더 높은 독도강탈책동을 강행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에게 상당한 불안요인으로 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게 다가오는 재앙적 위험요인 다섯 가지
위에서 논한 불안요인보다 더 심각한 것이 위험요인이다. 위험요인들이 불가피하고, 임박하며, 재앙적이라는 점에서, 누가 보더라도 박근혜 정권의 앞날은 어두워 보인다. 그 재앙적 위험요인들을 논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2008년에 일어난 미국발 민간금융위기는 그로부터 4년 6개월이 지난 오늘에 와서 미국발 국가재정위기로 한층 더 악화, 전면화되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라비 바트라(Ravi Batra)는 현대 금융자본주의가 불가피하게 금융위기와 경제파탄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원인을 과도한 불평등과 정치권 부패에서 찾았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극소수 대자본가들과 절대다수 노동계급 사이에 조성된 사회계급관계에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적대적 모순의 폭발위험이 억제한계를 넘어서며 결국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에 미국 금융자본이 파산상태에 빠지자, 미국 연방정부는 금융회사들을 국유화하고 1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국가재정을 긴급투입하여 간신히 살려놓았는데, 이제는 그런 방만한 재정운영의 후과로 미국 연방정부마저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떠밀리고 말았으니, 전면파산의 재앙을 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주목하는 것은, 그런 불가항력적인 미국발 파산재앙이 박근혜 정권에게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국가재정파산과 민간경제파탄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는 경우, 박근혜 정권은 그 엄청난 재앙에 누구보다 먼저 휘말려들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전적으로 의지하고 추종하게 될 미국에게서 그 정권을 무너뜨릴 재앙적 위험이 밀려오게 되는 것이야말로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 아닌가.

둘째, 이명박 정권 기간 내내 줄곧 악화되어온 빈부격차와 민생파탄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지금 남측 사회에서는 빈부격차와 민생파탄을 원인으로 하는 각종 참사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통계자료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각종 흉악범죄가 창궐하였고, 빈곤인구가 급증하였고, 사회적 궁핍이 만연되었고, 가족관계가 해체되었고, 정신질환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확산되었고, 자살률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참혹한 소식들이 매일 같이 들려오고 있으며, 각계각층 대중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고통과 불행은 혹심하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약 5,000만 명에 이르는 남측 사회구성원들 가운데 상위 10%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중위 40%는 몰락공포에 사로잡혔고, 하위 50%는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생지옥’에 빠졌다. 어떤 사회가 극소수의 ‘부귀영화’와 다수의 ‘생지옥’으로 양극화되면 내파위험이 커지게 되는데, 어떤 물체가 과열 또는 과랭되는 경우 파열위험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이처럼 사회적 양극화가 극도로 악화된 현실을 생각하면, 재앙적 내파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출범하는 박근혜 정권의 앞날이 얼마나 위태롭게 될지 직감할 수 있다.

셋째, 이명박 정권이 2008년에 출범하자마자 터져 나온 대규모 촛불시위는 차츰 격화되어 정권퇴진투쟁으로 발전하는 도중에 대중운동의 자연발생적 한계와 정권의 집중적인 탄압에 발목이 잡혔고, 결국 ‘대중의 촛불’은 꺼지고 말았다. 주목하는 것은,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문제를 계기로 공분이 폭발하였던 2008년 당시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운 저항의 물결이 청년층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떤 공분촉발계기가 다시 생기면, 청년층에 잠재된 저항의지가 또 폭발하게 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지금 취업난, 대량실업, 저임금, 생활고, 학자금 인상 등으로 20대, 30대 청년들 속에서 끓어오른 사회경제적 불만은 폭발력을 키워왔다. 이를테면, 하루 3시간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취업자가 105만 6,000명으로 늘었고, 세계 최고 수준인 26%로 치솟은 저임금 노동자 비율 중에서 청년층이 34%로 가장 많고, 실질임금 증가율은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추락하였고, 10대 취업자 가운데 64%는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살인적인 저임금을 받고 있다. 게다가 권력형 부정부패와 2012년 정권교체 실패가 청년층에게 정치적 반감까지 더해주는 바람에 청년층의 불만과 저항심리는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어떤 공분촉발계기가 생기면, 청년층의 사회경제적 불만과 정치적 반감은 2008년 촛불시위보다 훨씬 더 큰 폭발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2008년 촛불시위에는 청년층만 참가하였지만, 앞으로 대폭발이 일어나는 경우 청년층은 물론이고 빈부격차와 민생파탄으로 불행과 고통을 겪는 각계각층 근로대중, 실업인구, 빈곤인구가 광범위하게 참가하는 거대한 정권퇴진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박근혜 정권은 정권퇴진운동의 ‘시한폭탄’이라는 재앙적 위험요인을 안고 출범하는 셈이다.

넷째, 이명박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부터 일방적으로 파기하였고, 집권 기간 내내 대북 적대정책에 매달리며 북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 북은 그에 대응하여 이미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총돌격명령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로써 한반도 군사상황은 사실상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지경으로 떠밀려 갔다.

그런데 2013년 2월 25일에 출범할 박근혜 정권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할 가능성은 없으며, 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밟아 대북 적대정책에 계속 매달리며 북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박근혜 정권이 대북 대결심리에 사로잡힌 나머지 무분별한 자극행동을 취하는 경우, 그런 사태가 북의 전면적 보복공격을 불러오리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2008년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전에서 북은 연평도 주민들이 입을 피해를 생각해서 매우 제한적인 기습포격으로 끝내고 말았지만, 앞으로 북의 보복공격이 개시되는 경우에는 북이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북이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그 ‘대전’이 박근혜 정권의 물리적 종말을 뜻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박근혜 정권은 자신을 물리적 종말로 끌어갈 재앙적 위험을 안고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 요즈음 동북아시아 정세도 박근혜 정권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동중국해에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와 주변해역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일분쟁이 날로 격화되면서 이제는 물리적 충돌위기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원래 영토주권 및 해양주권에 관한 문제는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여서 당사국들이 절대로 양보하지 않으므로, 영토주권 및 해양주권에 관한 국제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된 사례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없다. 따라서 댜오위다오와 주변해역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중국과 일본의 분쟁도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망은 없다.

만일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와 주변해역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 중일관계와 중미관계가 어떻게 뒤집혀질지 예상하기 힘들며, 한중관계와 한일관계도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고, 박근혜 정권은 격돌하는 중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지지하고 다른 한 쪽을 등질 수밖에 없는 전략적 양자택일의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 중국은 그 동안 자국을 견제, 압박해온 미일동맹에 타격을 주려고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미일동맹에 직접적인 공격태세를 갖춘 북과 당연히 적극 공조할 것이고, 미일동맹체제에 대한 피격위험을 느낀 미국은 박근혜 정권을 미일동맹 방어선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이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그에 대응하여 미국이 미일동맹체제를 전쟁태세로 전환시키면, 한반도에서도 자연히 전쟁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중일분쟁에서 일본이 중국을 이길 가망은 없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러하다. 우선, 중국은 일본 열도의 전략거점을 타격할 장거리 공격력을 가진 반면에, 일본은 중국 본토의 전략거점을 타격할 장거리 공격력을 갖지 못한 것이 일본의 발목을 붙잡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일본이 미국 제7함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중일분쟁이 격화되면, 북은 당연히 중국을 지원하게 될 것이고, 미일 연합함대의 동중국해 집결을 저지하기 위해 동해에 인민군 무력을 충돌시켜 미일 연합함대의 배후를 위협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중일분쟁이 전면전으로 폭발하는 상황을 피할 것이며, 중일분쟁을 댜오위다오 인근 해상에 제한시켜 끝내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일분쟁에 말려들어 중국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 미국이 입을 직접적인 피해가 막대할 것이고, 더욱이 북의 ‘조국통일대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일분쟁에 무력개입을 하는 경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에게 ‘조국통일대전’ 총돌격명령을 내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중일분쟁에 개입하는 데서 미국이 취할 수밖에 없는 소극적인 태도는 일본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된다.

중일분쟁에서 중국이 승리하여 댜오위다오를 탈환하는 경우, 동북아시아 정세는 전면적으로 재편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댜오위다오 탈환은 북중동맹이 미일동맹을 태평양 쪽으로 밀어내는 것이며,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 중일분쟁에서 중국을 등지고 일본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박근혜 정권에게 중일분쟁의 폭발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재앙적 위험을 안겨줄 것이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박근혜 정권이 네 가지 불안요인에 둘러싸여 매우 불안정하게 출범하게 되고, 더욱이 다섯 가지 위험요인이 그 정권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박근혜 정권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역사적 시각에서 톺아보면, 박근혜 정권은 남측의 역대 정권들이 저지른 엄중한 과오가 겹쌓인 결과로 그처럼 불안과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며, 그런 과오를 청산할 의지가 박근혜 정권에게 없기 때문에 불안과 위험이 더욱 증폭,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근본적인 물음이 떠오른다. 박근혜 정권은 자기 임기 5년을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