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의 개벽예감](433)
자주시보 2021년 03월 0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이 위협감 느꼈다
2. 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에서 진행되는 실전훈련
3. 두 개의 혁명전쟁전략과 최근 내외정세동향
1.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이 위협감 느꼈다
2021년 2월 2일 당시 미국 국방부 부장관 지명자였던 캐슬린 힉스(Kathleen H. Hicks)는 자신의 인준문제에 관한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인준청문회에 서면으로 제출했다. 2021년 2월 9일 제35대 미국 국방부 부장관에 취임한 캐슬린 힉스는 미국 매사츄세츠공과대학(MIT)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09년에 미국 국방부 전략-기획-무력담당 부장관을 지냈고, 2012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부장관을 지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힉스 부장관은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능력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고 한다.
“미국은 북조선과 같은 나라들이 제기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고 있다. 본인이 인준을 받으면,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을 탐지하기 위한 식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겠다.”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위협하는 나라들 가운데서 유독 조선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원래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은 미국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위협하는 나라들을 거론할 때, 우선 로씨야와 중국을 지목한 다음에 세 번째로 조선을 지목했었다. 이를테면, 2019년 4월 1일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미국의 핵억제정책(U.S. Nuclear Deterrence Policy)’이라는 제목의 문서는 미국을 위협하는 나라들을 로씨야, 중국, 조선 순으로 지목했다. 이것은 미국 군부의 오래된 관행이다. 그런데 이번에 힉스 부장관의 답변서를 보면, 그런 관행을 벗어나 지목순서를 바꾸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 변화현상이 단순한 서술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인식의 변화라는 사실은 존 하이튼(John E. Hyten) 미국군 합동참모차장의 발언에서 명백히 확인되었다. 미국 공군 대장 하이튼은 2016년 9월 전략사령관에 취임했고, 2019년 11월 합동참모차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미국의 핵무력을 지휘하는 전략사령관 출신으로 합동참모차장에 임명되었으므로, 미국 군부에서 누구보다도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정보에 관해 정통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2021년 2월 23일 미국 전략국제안보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대담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자리에서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요격체계 개발문제와 조선의 미사일위협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물은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사진 1>
“우리의 국가미사일방어능력은 중국, 로씨야, 이란이 아니라 분명히 북조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략) 북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제로 우리에게 발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것을 격추할 능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미국 국가항공우주정보쎈터(National Air and Space Intelligence Center)가 국방정보탄도미사일분석위원회(Defense Intelligence Ballistic Missile Analysis Committee)와 합동으로 2020년 7월에 작성하여 2021년 1월 11일에 발표한,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위협(Ballistic and Cruise Missile Threat)'이라는 제목의 자료는 조선, 로씨야, 중국, 인디아, 이란, 파키스탄의 미사일능력을 평가한 것인데, 미국에 대한 미사일위협도에서 조선을 로씨야, 중국, 인디아 다음으로 낮게 평가했다. 이 자료는 조선이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각종 첨단전술유도무기들, 중거리순항미사일,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등장시키기 훨씬 전인 2020년 상반기에 작성된 것이므로, 조선이 그 열병식에서 과시한 엄청난 미사일능력을 올바로 평가하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최근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이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느끼는 위협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의 군사력, 특히 조선이 지난 5년 동안 비약적으로 강화발전시킨 미사일능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인식은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크게 달라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이 조선의 미사일능력에 대해 위협감을 느낀 결정적인 계기가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이후에 한 차례 더 있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이 조선의 미사일능력에 대해 위협감을 느낀 또 다른 결정적인 계기는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1년 2월 말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전략무기들을 동원한 가운데 진행하는 대규모 군사활동이 그런 결정적인 계기로 된다. 도대체 어떤 군사활동이기에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이 위협감을 느끼는 것인지 그 사정을 알아보자.
열핵탄두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김정은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 직할부대다. (조선에서 이전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라는 칭호가 사용되었으나, 사회안전군과 민간무력이 정규군 수준으로 강화된 오늘에는 조선인민군, 사회안전군, 민간무력을 총지휘하는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라는 새로운 칭호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최근 미국 군부 고위인사들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군사활동에서 위협감을 느끼는 까닭은 전략군 부대들이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진행하는 대규모 군사활동이 미국에게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2021년 2월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다음과 같은 군사활동을 전개하는 중이다.
2020년 11월 17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의로 공화국 전체 무력에 하달된 ‘2021년 작전 및 전투정치훈련과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명령서를 인용한 2020년 11월 23일 <데일리 NK>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전투훈련기간이 7개월에서 9개월로 늘어났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략군의 전투훈련기간은 2020년 12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4개월, 그리고 2021년 7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5개월이라는 것이다.
또한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 따르면, 올해 조선인민군 전투훈련의 중요한 목적은 “전략무기를 중심으로 제국주의침략세력의 도발책동을 저지하고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올해 조선인민군 전투훈련이 전략무기를 중심에 두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무기는 핵탄두 또는 열핵탄두를 장착한 중거리탄도미사일, 중거리순항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의미한다.
2020년 12월 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지금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전략군 부대들에 새로 배치된 로케트와 장비들에 대한 운용방법을 빠른 시간 안에 숙련시킴으로서 불의의 정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투훈련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2020년 12월 11일 <데일리 NK>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난 시기에는 조선인민군 전투정치훈련이 시작된 12월 한 달 동안 정치사상학습, 군사지식학습 등 실내상학을 진행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올해부터는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실내상학을 생략하고 “싸움준비, 전쟁준비완성에 모를 박고 시작부터 실전훈련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위에 서술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20년 12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4개월 동안 각종 중거리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동원하는 강도 높은 실전훈련에 열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지난 5년 동안 조선에서 진행된 열병식들과 시험발사들에서 세상에 공개된 7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 시험발사는 생략하고 열병식에만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3형과 화성-16형, 그리고 조선에서 공식명칭을 밝히지 않아서 미국이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KN-14, KN-17, KN-21이다, 또한 열병식에도 등장하고 시험발사도 진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4형과 화성-15형이다. 또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올해 실전훈련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이외에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중거리순항미사일도 동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지금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위에 열거한 7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초대형 발사대차들을 험준한 산악지대에 있는 갱도진지들에서 출동시켜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하는 실전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2. 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에서 진행되는 실전훈련
미국의 정찰위성들이 감시하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에 관한 정보가 한국 언론매체에 보도되었다. 아래에 열거한 작전기지들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초대형 발사대차들이 배치되었다.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중거리순항미사일을 탑재한 발사대차들이 들어가는 갱도진지들은 따로 있다.
평안남도 은산군 유상리에 있는 제51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
자강도 전철군 갈골동에 있는 제52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
자강도 화평군 무명산에 있는 제53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
평안북도 삭주군에 있는 제54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
2021년 2월 18일 미국 전략국제안보연구소(CSIC)가 발표한, ‘미신고 북조선: 유상리 미사일작전기지(Undeclared North Korea: The Yusang-ni Missile Operating Base)’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평안남도 은산군 유상리에 있는 제51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는 7개 구역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작전기지인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초대형 발사대차들이 들어가는 갱도진지의 길이가 약 400m라고 한다.
한국 언론매체들의 보도내용을 종합하면, 위에 열거한 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 여단이 1개씩 주둔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전략군 여단들 가운데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여단은 4개인 것이다.
2013년 6월 6일 중국 <환구시보>의 인터넷판 <환구망(環球網)>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9개 여단으로 편성되었는데, 1개 여단에 5개 대대가 있고, 1개 대대에 450명의 병력이 배속되었다고 한다. 그 보도가 나온 때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조선인민군 전략군 여단은 9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략군 여단의 편제를 보면, 제1대대, 제2대대, 제3대대는 미사일발사를 담당하고, 제4대대는 미사일연료주입을 담당하고, 제5대대는 경계임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1개 대대에는 미사일 4발이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2>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여단이 4개가 있고,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중거리순항미사일을 운용하는 여단이 5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여단이 주둔하는 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12발씩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약 50발로 추정된다.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2020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이 보유한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약 100발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발사대차 48대가 4개 지역의 대륙간탄도탄작전기지들에서 갱도진지 출입문을 열고 일제히 밖으로 나와 여러 곳에 미리 정해놓은 발사지점들까지 이동하고,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우고,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하는 실전훈련이 주간에는 물론 야간에도 진행되고 있다면, 미국 군부가 위협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군 북부사령관 겸 북미우주항공사령관을 지낸 로리 로빈슨(Lori J. Robinson)은 2019년 12월 18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자신이 북부사령관 겸 북미우주항공사령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2017년에 조선이 23차례의 미사일시험발사를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미국 군부는 매번 그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오는 것으로 가정했었노라고 실토한 바 있다. 그는 가정했다고 말했지만, 위협감을 느꼈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으로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하는 실전훈련을 4개월 동안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실전훈련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는 미국 군부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실전훈련 중에 갑자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면서 위협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군부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전훈련에 대해 위협감을 느끼는 것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었음을 의미한다. 미국 군부의 심리적 위축, 그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강력한 핵억제력으로 미국의 전쟁도발심리를 제압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2020년 11월 23일 <데일리 NK>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올해 실전훈련에서 특징적인 것은 전략군의 훈련기간이 7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된 것과 함께 방사포병의 훈련기간도 9개월로 연장된 것이라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지난 시기 실전훈련에서는 방사포병의 훈련기간이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고, 전체 포병의 훈련기간만 명시되었는데, 올해는 방사포병의 훈련기간이 전체 포병의 훈련기간에서 분리되었고, 훈련기간이 9개월로 연장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올해 조선인민군의 실전훈련에서 전략군의 작전능력과 더불어 방사포병의 작전능력도 비상히 향상시키고 있음을 말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방사포는 적진에 불우박타격을 쏟아 부을 때 사용하는 기존 방사포가 아니라 저고도비행으로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 절제수술식 정밀타격을 가하는 대구경조종방사포를 의미한다.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들에 배치된 5종의 대구경조종방사포는 다음과 같다.
300mm 조종방사포 - 사거리 230km
400mm 조종방사포 - 사거리 300km
500mm 조종방사포 - 사거리 350km
600mm 조종방사포 - 사거리 400km
610mm 조종방사포 - 사거리 420km
(위에 열거한 조종방사포들의 구경과 사거리는 추정치다.)
위에 열거한 대구경조종방사포의 각이한 사거리를 보면, 조선인민군이 설정한 ‘남조선작전지대 방사포타격권’은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으로부터 남해안에 이르기까지 남측 전역을 다섯 구역으로 구분한 타격권임을 알 수 있다. 2016년 3월 12일 <로동신문>에 실린 ‘정세론 해설 - 핵선제타격권은 결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해설기사는 “1차 타격대상으로 선정한, 동족대결의 소굴인 청와대와 괴뢰반동통치기관들, 남조선작전지대 안에 들어온 미제의 모든 핵타격수단들은 우리의 신형 대구경방사포만으로도 넉근히 요정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조선과 미국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전시상황에서 사용하는 전략무기이고,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의 대구경조종방사포는 남과 북의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전시상황에서 사용하는 전술무기다. 그러므로 올해 조선인민군이 전략군의 훈련기간과 방사포병의 훈련기간을 9개월로 연장한 가운데 진행하고 있는 강도 높은 실전훈련은 조선과 미국의 무력충돌, 그리고 남과 북의 무력충돌을 각각 상정한 실전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
3. 두 개의 혁명전쟁전략과 최근 내외정세동향
두 개의 전쟁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조선에서 말하는 두 개의 전쟁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한(조선)반도에서 군사대결이 첨예해질 때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두 개의 전쟁개념을 자주 언급한다. 그것은 조국통일대전과 반미대결전이다. 조선에서 말하는 두 개의 전쟁개념을 통일전쟁과 반미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선에서 말하는 두 개의 전쟁개념은 서로 어떻게 연관되고, 또 서로 어떻게 구분되는가? 조선에서는 반미대결전을 최후의 결전 또는 판가리싸움이라고 하면서도 조국통일대전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조국통일대전은 최후의 결전 또는 판가리싸움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말하는 전쟁개념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은 조국통일대전과 반미대결전을 동일한 전쟁을 가리키는 두 가지 명칭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오다. 전쟁의 성격도 서로 다르고, 전쟁의 양상도 서로 다르다. 전쟁의 성격을 대비하면, 조국통일대전은 조선인민군과 한국군이 싸우는 내전(civil war)이고, 반미대결전은 조선인민군과 미국군이 싸우는 국제전(international war)이다. 또한 전쟁의 양상을 대비하면, 조국통일대전은 정밀타격 전술무기를 사용하여 전쟁피해를 최소화하는 초단기속결전이고, 반미대결전은 대량파괴 전략무기를 사용하여 대규모 전쟁피해를 발생시키는 장기전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의 전쟁전략은 조국통일대전과 반미대결전을 각각 수행하는 혁명전쟁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조국통일대전은 반드시 싸워야 하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내전이고, 반미대결전은 가능하면 싸우지 않고 전쟁억제력으로 제압해야 하는 국제전인 것이다. 그러므로 조국통일대전(내전)을 개전 72시간 만에 급속히 종결하고, 반미대결전(국제전)으로 확전되지 않게 하는 것이 조선의 혁명전쟁전략에서 핵심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첨단전술무기인 대구경조종방사포 5종을 보유한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들은 조국통일대전을 급속히 종결하여 전쟁피해를 최소화하는 작전임무를 완성하기 위한 강도 높은 실전훈련을 벌이는 것이다. 또한 첨단전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 7종을 보유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조국통일대전에 무력개입하려는 미국의 전쟁도발책동을 강력한 핵억제력으로 제압함으로써 반미대결전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한 강도 높은 실전훈련을 벌이는 것이다. <사진 3>
지금 조선인민군이 두 개의 혁명전쟁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실전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까닭은, 내외정세가 위태로운 지경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내외정세동향은 다음과 같다.
1) 최근 한국군의 전쟁준비가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2021년 1월 1일 제2신속대응사단이 창설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군 최초의 공정사단으로 등장한 제2신속대응사단은 전시에 공중강습으로 평양을 점령하는 특수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2017년 12월 1일 한국군은 세간에 ‘참수부대’로 알려진 특수전여단을 창설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규모가 더 큰 제2신속대응사단을 창설했다.
한국군은 평양을 점령하는 작전능력을 증강하는 것과 더불어 원산에 기습적으로 상륙하는 작전능력도 증강하고 있다. 이를테면, 2020년 10월 15일 한국군 합참본부는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기존 여단급 상륙작전능력을 사단급으로 확대할 것이고, 해마다 두 차례씩 실시해오던 기습상륙훈련을 네 차례로 늘이겠다고 하면서, 기습상륙전에서 사용할 경항공모함, 상륙함, 공기부양정, 상륙돌격장갑차, 전술교량차량, 무인전투차량, 무인정찰기, 120mm 박격포 등 신형 전투장비를 대폭 증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라 상륙작전능력을 증강하기 위한 한국군의 발걸음이 날로 빨라지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한국군의 전쟁전략은 공중에서 공정사단이, 지상에서 기동군단이, 해상에서 상륙사단이 동시다발로 북진공격을 개시하여 평양을 신속히 점령하는 입체적 공격전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제7기동군단은 2021년 1월 22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이천과 여주 일대에서 야외기동훈련을 실시했고, 제2신속대응사단은 2021년 2월 24일부터 세종시 조치원에서 충청남도 계룡대에 이르는 지역에서 공중강습훈련을 실시했다. 그 뒤를 이어 해병사단도 기습상륙훈련을 실시할 것이다. 한국군이 이처럼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므로, 조선인민군도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
2) 2021년 7월 23일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맞이하는 중국에서는 오는 3월 4일부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연례회의를 진행하고, 3월 5일부터는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연례회의를 진행하고, 2022년에는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를 소집하게 된다. 올해 창건 100주년을 맞은 중국공산당이 역사적 전환기에 달성하려는 국가발전목표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통일전쟁이다. 중국에게 대만은 미국에게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 되는 자국 영토다. 중국이 대만통일위업을 완수해야 다가오는 또 하나의 100년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연대로 빛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대만통일위업은 통일전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이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을 수행하려는 통일의지를 드러낼수록 그 내전을 무력으로 가로막으려는 미국의 반중국공세가 심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무력충돌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군사대결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므로, 조선은 통일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
3) 지금 이란은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연합세력의 방해와 저지를 뚫고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한다. 미국의 묵인 아래서 침략적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과 맞서 싸우는 이란이 자위적 핵억제력을 보유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되었다. 그런데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중동의 군사상황이 자기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악몽으로 바뀔 것을 예상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무력으로 저지하려고 광분하고 있다. 그로써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위기가 고조되었다.
다른 한편, 장악력이 강한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려고 날뛰던 이스라엘 전쟁광들을 눌러놓을 수 있었지만, 장악력이 약한 바이든은 이스라엘 전쟁광들을 눌러놓을 힘이 없다. 만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면, 이란의 보복공격으로 중동전쟁이 일어나고, 미국은 무력개입을 피할 수 없다. 이란-이스라엘전쟁이 일어나 미국군이 중동전선에 집결하면, 중국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만통일전쟁에 돌입할 것이다. 중동의 군사대결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므로, 조선은 통일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언론매체들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군과 한국군은 내외정세가 격화되고 있는 오는 3월 둘째 주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것은 공중에서 공정사단이, 지상에서 기동군단이, 해상에서 상륙사단이 동시다발로 북진공격을 개시하여 평양을 신속히 점령하는 입체적 공격전을 준비하기 위한 지휘소훈련(CPX)이다. 이 실전훈련이 시작되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주일미국군사령부, 주한미국군사령부, 한국군 합참본부,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가 실시간으로 명령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조선을 공격하는 북침합동작전을 지휘하게 될 것이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는 후방에서 미국군을 지원하는 작전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므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아니라 사실상 한미일연합실전훈련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사정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한미일연합실전훈련을 가리켜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고 부르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또한 이번 지휘소훈련은 전투부대를 출동시키지 않고 군사위성통신망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므로, 조선을 크게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원래 지휘소훈련은 전투부대를 출동시키지 않고, 지휘관들끼리 하는 실전훈련이다. 전투부대를 출동시키는 실전훈련은 지휘소훈련의 성과를 평가한 결과를 가지고 나중에 별도로 진행하는 법이다.
앞으로 며칠 뒤 미국군과 한국군이 평양을 점령하는 지휘소훈련을 강행하면, 조선인민군도 서울을 점령하는 실전훈련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군사대결상황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