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6

모의핵탄두 싣고 고속도로에 나타난 화성포병부대 자행발사대

[한호석의 개벽예감](212)
자주시보 2016년 07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월 지시’
2. 고속도로에서 진행된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
3. 광점소실현상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4. 한국군 당국이 말하지 않은 화성-7 상승비행고도
5. 핵탄두는 1km 고도에서 터지지 않는다



▲ <사진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월 지시'에 따라 요즈음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핵무기연구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은 신형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기폭시험계획을 연이어 실행하고 있다. 위의 사진은 2016년 7월 19일 새벽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락겸 전략군사령관과 함께 현장을 걸어가는 장면이다.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수직으로 세워져 발사명령을 기다리는 화성-6이 보인다. 그 탄도미사일 동체에는 위장색 얼룩무니가 도색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월 지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3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의 위력판정을 위한 핵폭발시험과 핵공격능력을 높이기 위한 시험들을 계속해 나갈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주시였다”고 한다. 이 지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10일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탄도미사일발사훈련현장에서 내린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읽어보면, 조선의 핵무기연구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이 신형 핵탄두를 이미 만들어놓았고, 그 신형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기폭시험계획이 실행단계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사진 1>

그로부터 나흘이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탄두기폭시험에 관한 지시를 또 다시 내렸다. 2016년 3월 15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핵공격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하여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폭발시험과 핵탄두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케트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하시면서 해당부문에서 이를 위한 사전준비를 빈틈없이 할 데 대하여 지시하시였다”고 한다.

이 두 번째 지시는 2016년 3월 14일에 성공적으로 진행된 ‘탄도로케트 대기권재돌입환경모의시험’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현장에 나온 핵무기연구부문 과학자들, 기술자들에게 내린 것이다. 조선에서 들려오는 ‘결사관철’이라는 투쟁구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최고영도자의 지시를 무조건 철저하게 집행하는 것은 조선의 오랜 전통과 규율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월 지시’를 받아 안은 조선의 핵무기연구부문 과학자, 기술자들과 조선인민군 전략군 지휘관들은 요즈음 ‘결사관철’의 투쟁구호를 외치며 그 지시를 집행하기 위한 일련의 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이다. 실전과 유사한 상황에서 진행하기 위해 모의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궤도비행 중에 일정한 고도에서 폭발시키는 실전형 시험방식이 채택되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요즈음 조선에서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하는 것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이라기보다는 미사일탄두부에 장착된 모의핵탄두를 궤도비행 중에 일정한 고도에서 폭발시키는 시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요즈음 조선에서 연속 진행되는 탄도미사일발사에 대해 논할 때, 탄도미사일성능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판별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미사일탄두부에 장착된 모의핵탄두를 궤도비행 중에 폭발시키는 핵탄두공중기폭기술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판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에 대한 정보부족과 편견이 심한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종전에 그들이 해오던 관행대로 조선의 탄도미사일성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잘 알지도 못하는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정작 주시해야 할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 대해서는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지난 3월 10일에 진행된 제1차 모의 핵탄공중기폭시험에 대해서는 2016년 3월 21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화력타격시위의 끝은 어디인가?’에서 자세히 논하였다.


지난 6월 22일에 있었던 제2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신형 화성-10 고각발사시험과 함께 진행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2016년 6월 27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요격방도 없는 무적필살병기의 등장’과 2016년 7월 12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화성-10과 B-52의 대결, 어느 쪽이 이겼나?’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들에 이어 2016년 7월 19일에 진행된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제의 핵전쟁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작전지대 안의 항구, 비행장들을 선제타격하는 것으로 모의하여 사거리를 제한하고 진행하였으며 목표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탄도로케트에 장착한 핵탄두폭발조종장치의 동작특성을 다시 한 번 검열”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 2>

▲ <사진 2> 2016년 7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을 현지지도하면서 감시소 탁자에 놓인 커다란 작전지도를 지시봉으로 가리키고 있다. 탄도미사일비행궤적을 표시하는 컴퓨터현시대가 오른쪽에 놓여 있다. 조선에서 진행된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실전과 유사한 상황에서 교전상대에 대한 선제핵타격을 연습하는 전형적인 선제핵타격모의시험이며, 최고사령관의 발사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핵타격준비태세를 검열하는 기회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 인용문에 나온 ‘모의(模擬)’라는 말은 영어로 씨뮬레이션(simulation)이라고 번역되는데, 어떤 일을 실제상황대로 연습한다는 뜻이다. 모의재판, 모의전쟁연습, 모의고사 같은 경우들이 그에 해당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에서 진행된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실전과 유사한 상황에서 교전상대에 대한 선제핵타격을 연습하는 전형적인 선제핵타격모의시험이다.

선제핵타격모의시험은 아무 때나 예사롭게 진행하는 활동이 아니다. 조선이 사상 처음으로 실전과 유사한 상황에서 선제핵타격모의시험을 계속 진행하면서, 그 진행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2. 고속도로에서 진행된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

2016년 7월 19일 조선에서 진행된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실전과 유사한 상황에서 진행된 선제핵타격모의시험이었고, 최고사령관의 발사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핵타격준비태세를 검열하는 기회로도 되었다.

첫째, 조선인민군 전략군 예하에 화성포병부대들이 편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처음 외부에 알려졌다. 조선에서는 7월 3일을 ‘전략군절’로 제정한 정령이 지난 6월 24일에 발표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을 1999년 7월 3일에 창설하였다는 사실도 그 정령발표를 통해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졌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전략군은 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제4군종이므로, 조선에서 전략군이 창설된 1999년에 이미 조선은 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대량 보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1999년은 조선이 건국 이래 가장 혹독한 재해와 시련에 처해 있었으며, 미국이 조선은 3개월 만에 무너질 것이라는 ‘조선조기붕괴설’을 유포하여 국제사회가 조선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었던 극도로 준엄한 시기였다. 조선이 평온한 시기도 아닌 혹독한 시련기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략군을 창설하였다니 놀라운 일이다.

▲ <사진 3> 조선이 건국 이래 가장 혹독한 재해와 시련에 처해 있었던 1999년 7월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선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을 창설하였다. 조선은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올해 '전략군절'을 제정하였다. 창설 이후 17년 동안 자기의 핵무력을 끊임없이 증강, 발전시켜온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오늘 핵탄두를 장착하는 각종 탄도미사일 3,000발을 실전배치함으로써 최강의 핵무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동방의 핵대국'으로 자처하는 조선에서 '전략군절'이 제정된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최전성기를 펼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위의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4년 7월 9일 심야에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황해북도 평산군 남쪽에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의 전술미사일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는 장면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은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올해 ‘전략군절’을 제정하였다. 창설 이후 17년 동안 자기의 핵무력을 끊임없이 증강, 발전시켜온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오늘 핵탄두를 장착하는 각종 탄도미사일 3,000발을 실전배치함으로써 최강의 핵무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방의 핵대국’으로 자처하는 조선에서 ‘전략군절’이 제정된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최전성기를 펼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진 3>

바로 그런 조선인민군 전략군 예하에 화성포병부대가 편성되어 있다. 이 부대는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투단위인데, 그 부대에는 화성-5에서 화성-14에 이르는 8종의 각급 탄도미사일들이 배치되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 예하에는 화성포병부대만 있는 게 아니라, 목성포병부대도 있다. 화성포병부대들은 자행발사대에 실은 8종의 각급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투단위이고, 목성포병부대들은 수직갱발사대에 배치한 목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운용하는 전투단위다. 
 
둘째,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 참가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은 발사징후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신속하게 기동하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발사징후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신속하기 기동하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는 사실이다.

지난번 제2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함경남도 호도반도 해안에 있는 미사일발사장에 궁륭형 건물을 짓고, 그 건물 안에서 발사를 준비하였기 때문에 미국의 정찰위성에게 발사징후가 노출되었지만,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따돌리고 신속하고,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미국 국방부는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 어떤 탄도미사일들이 사용되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

▲ <사진 4> 이 사진은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이 평양-개성 고속도로 황주 구간에서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황해북도 황주 일대는 나지막한 야산들밖에 없는 평야지대이므로, 탄도미사일을 실은 자행발사대가 들어갈 지하갱도기지가 있을 리 없다. 그러므로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 참가한 자행발사대 3대는 황주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산악지대의 지하갱도기지를 출발하여 발사위치까지 이동한 것이 틀림없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시간에 평양-개성고속도로를 타고 장거리를 재빨리 이동하여 발사위치에 도착하였으므로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따돌릴 수 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진 4>는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이 고속도로에서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한국군 당국의 사진분석결과에 따르면, 미사일발사위치는 평양-개성 고속도로 황주 구간이라고 한다. 황해북도 황주 일대는 나지막한 야산들밖에 없는 평야지대이므로, 탄도미사일을 실은 자행발사대가 들어갈 지하갱도기지가 있을 리 없다. 그러므로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 참가한 자행발사대 3대는 황주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산악지대의 지하갱도기지를 출발하여 발사위치까지 이동한 것이 틀림없다. 그 자행발사대 3대는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어떻게 따돌릴 수 있었을까?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였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시간에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타고 장거리를 재빨리 이동하여 발사위치에 도착한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군대들은 산악지대의 계곡이나 평원지대의 수림처럼 자행발사대를 은폐하기 쉬운 곳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재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교전상대의 반격을 피하는 것을 선제공격의 공식처럼 인정해왔다. 그러나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이번에 진행한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그런 기존 공식을 뛰어넘었다. 모의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실은 화성포병부대의 자행발사대들이 평야지대의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다가 고속도로 위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기존 공식을 뛰어넘은 실로 대담한 작전활동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동원한 4축8륜 자행발사대와 5축10륜 자행발사대는 525마력짜리 디젤엔진으로 달리는 전륜구동형 차량들인데, 최고주행속도는 시속 60km이고 주행거리는 650km에 이른다. 그런 자행발사대가 고속도로를 달리면 최고속력을 낼 수 있다.

뉴욕-워싱턴 고속도로나 서울-부산 고속도로처럼 수많은 차량들이 24시간 붐비는 번잡한 고속도로에는 자행발사대가 들어서기 힘들고, 더욱이 그런 고속도로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탄도미사일 선제타격연습을 고속도로에서 진행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 조선의 고속도로는 지하갱도기지에서 출동한 화성포병부대들이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신속히 발사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 것이다.

▲ <사진 5>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 참가한 화성포병부대들은 탄도미사일 3발을 쏘았는데, 탄두부 형태를 살펴보면 그 탄도미사일이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다. 위쪽 사진은 원뿔체 재돌입체가 들어있는 화성-6 탄두부이고, 아래쪽 사진은 3중원뿔체 재돌입체가 들어있는 화성-7 탄두부다. 원뿔체 재돌입체보다 3중원뿔체 재돌입체가 더 나중에 개발된 신형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셋째,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 참가한 화성포병부대들은 탄도미사일을 3발 쏘았는데, 탄두부 형태를 살펴보면 그 탄도미사일이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다. <사진 5>에서 비교해보면, 원뿔체 재돌입체(conical reentry vehicle)가 들어있는 것은 화성-6 탄두부이고, 3중원뿔체 재돌입체(triconic reentry vehicle)가 들어있는 것은 화성-7 탄두부다. 원뿔체 재돌입체보다 3중원뿔체 재돌입체가 더 나중에 개발된 신형이다.

▲ <사진 6> 이 확대된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서 가장 먼저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은 탄두부가 원뿔체로 생긴 화성-6이고, 그 다음에 발사된 탄도미사일 2발은 탄두부가 3중원뿔체로 생긴 화성-7이다. 다시 말해서, 오전 5시 44분에 화성-6이 발사되었고, 오전 5시 58분과 오전 6시 35분에 화성-7이 각각 발사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진 6>에서 보는 것처럼, 가장 먼저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은 탄두부가 원뿔체로 생긴 화성-6이고, 그 다음에 발사된 탄도미사일 2발은 탄두부가 3중원뿔체로 생긴 화성-7이다. 다시 말해서, 오전 5시 44분에 화성-6이 발사되었고, 오전 5시 58분과 오전 6시 35분에 화성-7이 각각 발사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군 당국의 설명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6년 7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3기 가운데 노동으로 추정되는 2기는 고각발사 후 약 500~600km를 날아갔고, 나머지 1기는 발사 직후 비정상적 궤도로 비행하다 공중폭발한 것으로 (한국)군은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인용문을 당시 상황에 맞춰 다시 정리하면, 오전 5시 44분에 발사된 화성-6 1발은 비정상적인 궤도로 비행하였고, 오전 5시 58분과 오전 6시 35분에 각각 발사된 화성-7 2발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600km를 날아갔다는 것이다.


3. 광점소실현상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2016년 7월 19일 오전 5시 44분 첫 번째로 화성-6이 발사되었는데, 이에 대해 알아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뉴시스> 2016년 7월 21일부 보도기사는 화성-6의 “비행궤적이 명확치 않아 공중폭발했거나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고, <연합뉴스> 2016년 7월 22일부 보도기사는 화성-6이 “30km도 상승하지 못한 채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였다.  이런 언론보도는 한국군 당국이 이번에 또 다시 ‘공중폭발사고설’을 꺼내놓았음을 말해준다. 한국군 당국은 지난 6월 22일 오전 5시 58분에 발사된 첫 번째 화성-10이 150~160km 고도에 이르렀을 때 공중폭발사고가 일어났다고 억측하였는데, 이번에는 화성-6이 약 30km 고도에 이르렀을 때 공중폭발사고가 일어났다고 억측하였다.  

▲ <사진 7> 방공레이더 화면에는 탐지대상의 형태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조그만 광점 한 개만 표시된다. 미해군 방공레이더 화면이 보이는 위의 사진에서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화성-6이 상승비행 중에 약 30km 고도에서 공중폭발사고를 일으켰다는 한국군 당국의 억측은 조그만 광점 한 개로 표시된 화성-6이 약 30km 고도에 이르렀을 때 방공레이더 화면에서 갑자기 사라졌다는 뜻이다. 화성-6이 발사된 뒤 약 30km 고도로 솟구쳐 오르기까지 걸린 추력비행시간은 약 2분 40초이므로, 화성-6이 약 2분 40초 만에 한국군 방공레이더 화면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광점소실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화성-6이 상승비행 중에 약 30km 고도에서 공중폭발사고를 일으켰다는 억측이 나온 까닭은, 상승비행 중인 화성-6이 한국군 방공레이더 화면에서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화성-6이 발사된 뒤 약 30km 고도로 솟구쳐 오르기까지 걸린 추력비행시간은 약 2분 40초이므로, 화성-6은 약 2분 40초 만에 한국군 방공레이더 화면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 정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방공레이더 화면에는 탐지대상의 형태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조그만 광점(point of light) 한 개만 표시되는데, 그런 광점 한 개가 갑자기 레이더 화면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진 7>

그런데 문제는 그런 광점소실현상이 오작동으로 일어난 공중폭발사고인지 아니면 미리 예정된 공중폭발시험인지 분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군 당국은 조선의 탄도미사일발사를 감시하는 자기들의 방공레이더 화면에서 광점소실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무조건 공중폭발사고라고 한다. 이전에 조선에서는 많은 탄도미사일들 발사되었는데, 그 때는 공중폭발사고가 일어났다고 하지 않았던 한국군 당국이 요즈음에는 공중폭발사고가 일어났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이 비행 중에 오작동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궤도이탈사고가 일어나기는 쉽지만, 비행 중에 오작동으로 공중폭발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욱이 화성-6은 이번에 처음 시험발사된 불완전한 시제품이 아니라, 이미 1988년에 성공적으로 시험발사되어 성능판정시험을 통과하였고, 1989년에 실전배치된 이후 여러 차례 발사되었다. 이제껏 화성-6이 공중폭발사고를 일으킨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그런 미사일이 비행 중에 오작동으로 공중폭발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비가 내리지 않는 맑은 날 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더 낮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에 화성-6이 상승비행 중에 공중폭발사고를 일으켰다는 한국군 당국의 견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자명해진다.   

그렇다면 화성-6 발사과정을 감시하던 한국군 방공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광점소실현상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현상은 상승비행 중인 화성-6이 약 30km 고도에서 공중폭발사고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화성-6의 미사일동체와 탄두부가 약 30km 고도에서 분리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미사일동체와 탄두부가 분리되었는데, 왜 광점소실현상이 나타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풀려면, 한국군이 운용하는 방공레이더성능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사진 8> 조선의 탄도미사일비행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한국군 방공레이더는 고작 3대 뿐이다. 미국에서 수입하여 구축함에 설치한 SPY-1D 레이더가 1대 있고, 이스라엘에서 수입하여 지상에 설치한 그린파인 레이더가 2대 있다. 그런데 SPY-1D 레이더는 길이가 10m 이상인 비행물체만 포착할 수 있고, 그린파인 레이더는 길이가 4m 이상인 비행물체만 포착할 수 있다. 길이가 4m 이하의 작은 비행물체는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연합뉴스> 2016년 7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탄도미사일비행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한국군 방공레이더는 고작 3대 뿐이다. 미국에서 수입하여 구축함에 설치한 SPY-1D 레이더가 1대 있고, 이스라엘에서 수입하여 지상에 설치한 그린파인(Green Pine) 레이더가 2대 있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다른 방공레이더들은 성능이 워낙 떨어져서 탄도미사일비행궤적은 추적하지 못하고 항공기비행궤적만 추적한다. 탐지거리가 310km인 SPY-1D 화면에는 길이가 10m 이상인 비행물체만 광점으로 표시되고, 탐지거리가 500km인 그린파인 화면에는 길이가 4m 이상인 비행물체만 광점으로 표시된다. 다시 말해서, 한국군 방공레이더체계로는 길이가 4m 이하의 작은 비행물체를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 8>

화성-6 동체의 길이는 12m인데, 탄두부 길이는 3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화성-6이 발사된 뒤 일정한 고도에서 미사일동체와 탄두부가 분리되면, 길이가 3m인 탄두부만 궤도비행을 하게 되는데, 그 탄두부에서 유선형 덮개가 마지막으로 분리, 이탈하면 탄두만 남아 궤도비행을 계속하게 된다. 

▲ <사진 9> 한국군 방공레이더는 길이가 4m 이상인 비행물체만 포착할 수 있고, 주한미국군 방공레이더는 길이가 1m 이상인 비행물체만 포착할 수 있는데, 조선이 만든 핵탄두의 길이는 60cm밖에 되지 않는다.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은 화성-6에 탑재되어 발사된 조선의 핵탄두를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은 자기들의 방공레이더 화면에서 광점소실현상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화성-6의 비행방향, 비행속도, 비행고도를 알 수 없게 된다. 위의 사진은 발사된 직후 화염을 내뿜으며 상승비행을 시작한 화성-6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비파형 화염형태가 나타난 것으로 봐서, 화성-6에 액체추진제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화성-6 꼬리부문에 장착된 격자방향타가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조선에서 만든 핵탄두는 길이가 60cm밖에 되지 않는 소형 핵탄두다. 이번에 화성-6에 장착되어 사용된 모의핵탄두도 실물핵탄두와 똑같이 만들었으므로, 길이가 60cm다. 조선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창설되었던 1999년 어느 날 파키스탄의 핵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이 평양에서 자동차로 2시간 떨어진 지하갱도기지를 방문하였을 때, 운반대 위에 놓인 핵탄두 3발을 직접 관찰하였는데, 그것은 길이가 60cm밖에 되지 않는 소형 핵탄두들이었다.
주한미국군이 운용하는 최신형 방공레이더의 성능이 제아무리 좋다고 해도, 길이가 60cm밖에 되지 않는 조선의 소형 핵탄두를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 9>

한국군 당국은 화성-6이 약 30km 고도에 이르렀을 때 미사일동체와 탄두부가 분리되면서 나타난 광점소실현상을 포착하였는데, 그 이후 궤도비행을 계속하던 화성-6 탄두부의 유선형 덮개와 탄두가 얼마나 높은 고도에서 2차로 분리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화성-6 탄두부의 유선형 덮개와 탄두가 얼마나 높은 고도에서 분리되었는지는 주한미국군의 최신형 방공레이더만 식별할 수 있는데, 그들은 이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이런 사정을 파악하면,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은 자기들의 방공레이더 화면에서 광점소실현상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화성-6의 비행방향, 비행속도, 비행고도를 알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가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 중에 길이가 60cm밖에 되지 않는 소형 핵탄두를 장착한 화성-6, 1발을 전격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방공레이더체계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면서 그들의 미사일방어체계까지 아주 간단히 뚫을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화성-6의 소형 핵탄두가 그처럼 미사일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으므로, 그 탄도미사일은 고각발사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화성-6은 정상각으로 발사되었다. 화성-6의 사거리는 550km이므로, 이번에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가 발사한 화성-6의 모의핵탄두 1발은 550km를 날아가 함경북도 인근수역에 설정된 낙탄구역에 떨어졌다.


4. 한국군 당국이 말하지 않은 화성-7 상승비행고도

한국군 당국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 중에 화성-7은 오전 5시 58분과 오전 6시 35분에 각각 고각발사되어 약 600km를 날아갔다고 한다. 화성-7의 사거리는 1,500km인데,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서 발사된 화성-7 2발은 약 600km만 날아갔으니 고각발사(high-angle launch)로 쏜 것이 분명하다.

화성-7에 장착된 모의핵탄두는 화성-6에 장착된 모의핵탄두보다 커서 주한미국군 방공레이더에 포착될 수 있다. 그래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는 화성-7을 고각으로 발사하여 미사일방어체계를 뚫는 화력타격연습을 진행해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화성-7을 발사할 때 미사일방어체계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을 무력화시키려면 대기권에 재진입한 후 종말비행궤도에서 자기에게 돌진해오는 요격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낙하돌진비행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상승고도가 매우 높아야 하고, 상승고도를 높이려면 고각발사를 해야 한다.

▲ <사진 10> 화성-7에 장착된 모의핵탄두는 화성-6에 장착된 모의핵탄두보다 커서 주한미국군 방공레이더에 포착될 수 있다. 그래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는 화성-7을 고각으로 발사하여 미사일방어체계를 뚫는 화력타격연습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런데 한국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된 화성-7의 비행거리가 약 600km라는 것만 밝혔고, 상승비행고도에 대해서는 150km 이상으로 솟구쳤다는 모호한 어법을 사용하면서 정보를 은폐하였다. 미국에서 개발된 탄도미사일 비행궤도 측정프로그램에 따르면, 600km를 날아간 화성-7은 67.5도로 고각발사되었고, 최고상승비행고도 363km에 이르렀으며, 비행속도는 마하 8.4였고, 비행시간은 9분 4초 걸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한국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된 화성-7의 비행거리가 약 600km라는 것만 밝혔고, 상승비행고도에 대해서는 150km 이상으로 솟구쳤다는 모호한 어법을 사용하면서 정보를 은폐하였다. <사진 10>

화성-7을 발사한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서 탄도미사일이 날아간 비행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여 도달한 상승비행고도다. 한국군이 방공레이더체계를 통해 화성-7의 비행거리를 알아냈다면, 당연히 상승비행고도도 알았을 텐데, 그들은 비행거리만 밝히고 상승비행고도는 밝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화성-7의 상승비행고도를 언론에 공개하는 경우 화성-7이 경상북도 성주에 배치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간단히 무력화시킨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사회 각계각층 속에서 일어나는 사드배치반대운동과 중국, 러시아의 사드배치반대공세를 힘겹게 막아야 하는 한국군 당국이 화성-7이 사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 감당하기 힘든 드센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고각발사된 화성-7의 상승비행고도에 관한 정보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군 당국이 화성-7의 상승비행고도에 관해 알려주지 않아도, 미국에서 개발된 탄도미사일 비행궤도 측정프로그램에서 측정결과를 얻을 수 있다. 측정결과는 600km를 날아간 화성-7이 67.5도로 고각발사되었고, 최고상승비행고도 363km에 이르렀으며, 비행속도는 마하 8.4였고, 비행시간은 9분 4초 걸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해수면으로부터 363km에 이르는 외기권 고도까지 높이 솟구쳤다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여 마하 8.4의 극초음속(hypersonic speed)으로 돌진낙하하는 화성-7 탄두를 사드가 요격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극초음속으로 돌진낙하하는 탄두가 150km 이하의 고도를 지날 때 사드로 요격할 수 있다는 말은 황당무계한 요설이다.
황해북도 황주에서 제주도 서귀포까지 직선거리는 600km이므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가 평양-개성 고속도로 황주 구간에서 화성-7을 발사하면 한반도 전역 어느 곳이나 도달할 수 있다.

▲ <사진 1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을 현지지도하면서 '전략군 화력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는 작전지도를 사용하였다. 그 작전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미사일발사위치가 표시된 황해북도 황주에서 미사일낙탄구역이 표시된 함경남도 인근수역까지 굵은 직선이 한 줄기 그어져 있다. 화력타격선이다. 그리고 낙탄구역으로부터 각각 세 방향으로 굵기가 가는 곡선들도 그어져 있다. 맨 위쪽에 그어진 곡선은 낙탄구역으로부터 함경북도 청진까지 표시되었고, 중간에 그어진 곡선은 낙탄구역으로부터 함경북도 김책까지 표시되었고, 맨 아래쪽에 그어진 곡선은 낙탄구역으로부터 경상남도 부산까지 아주 길게 표시되었다. 이 곡선표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진 11>에서 보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을 현지지도하면서 ‘전략군 화력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는 작전지도를 사용하였다. 그 작전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미사일발사위치가 표시된 황해북도 황주에서 미사일낙탄구역이 표시된 함경남도 인근수역까지 굵은 직선이 한 줄기 그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화력타격선이 분명하다. 그런데 작전지도에는 그 화력타격선만 그어진 게 아니다. 낙탄구역으로부터 각각 세 방향으로 굵기가 가는 곡선들도 그어져 있다. 맨 위쪽에 그어진 곡선은 낙탄구역으로부터 함경북도 청진까지 표시되었고, 중간에 그어진 곡선은 낙탄구역으로부터 함경북도 김책까지 표시되었고, 맨 아래쪽에 그어진 곡선은 낙탄구역으로부터 경상남도 부산까지 아주 길게 표시되었다.

조선의 내부사정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빠진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그 곡선이 낙탄구역으로부터 부산까지 그어진 것을 지적하면서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화성-7로 부산을 선제타격할 화력타격선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무지와 편견의 소산이다. 왜냐하면, 작전지도의 곡선은 부산만이 아니라 청진, 김책으로도 그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해석한 대로 부산까지 그어진 곡선이 화력타격선이라면, 청진과 김책까지 그어진 곡선들도 화력타격선이라는 말인데,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자기 지역인 청진과 김책을 타격대상으로 삼을 리 만무하다.


5. 핵탄두는 1km 고도에서 터지지 않는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미제의 핵전쟁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작전지대 안의 항구, 비행장들을 선제타격하는 것으로 모의하여 사거리를 제한하고 진행하였으며 목표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탄도로케트에 장착한 핵탄두폭발조종장치의 동작특성을 다시 한 번 검열”한 시험이었다.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인은 기폭고도다. 그래서 요즈음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시에 목표지역 상공에 도달한 모의핵탄두가 극초음속으로 돌진낙하하다가 얼마나 높은 고도에서 기폭되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한국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6년 7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3월에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 때도 핵기폭장치를 1km 고도 안팎에서 작동시키는 절차를 점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그의 추정대로라면, 전시에 핵탄두를 1km 고도에서 터뜨리는 순간, 그 지역은 핵참화를 입어 거대한 잿더미로 될 것이 분명한데, 조선이 인구밀집도가 매우 높은 한국의 대도시들을 핵공격으로 파괴하는 핵참화는 생각할 수 없다. 왜냐하면, 조선은 그들이 ‘철천지 원쑤’라고 증오하는 ‘미제침략군’에 대해서는 섬멸적인 핵공격을 불사하지만, 장차 통일조국에서 함께 살아야 할 동족을 핵참화로 몰살시킬 핵공격은 결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초정밀타격능력을 가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전술핵공격으로 주한미국군기지와 한국군기지를 파괴하거나 전술핵탄을 높은 고도에서 폭발시키는 전자기파(EMP)공격으로 주한미국군기지와 한국군기지를 파괴하는 씨나리오는 충분히 예견된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 소식을 전한 2016년 7월 20일부 보도기사에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남조선두둔 미제침략군기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고 있”다고 하였다. 그들의 핵타격대상은 주한미국군기지이지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국의 대도시가 아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초정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기지 주변의 비군사시설이나 민간거주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주한미국군기지들만 외과수술식으로 파괴할 능력을 가졌다. 이를테면 <뉴욕타임스> 1993년 6월 13일 보도기사에서 화성-7의 초정밀타격력에 대해 알 수 있다.

▲ <사진 12>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핵타격대상은 주한미국군기지이지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국의 대도시가 아니다. 그들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초정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기지 주변의 비군사시설이나 민간거주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주한미국군기지들만 외과수술식으로 파괴할 능력이 있다. 1993년 5월 29일 동해로 발사된 화성-7이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이미 그런 정밀타격능력을 지녔음을 입증한 바 있다. 지금은 더욱 발전되어 초정밀타격능력을 지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번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은 '최후결전'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선제타격으로 파괴해도, 미국이 오판하여 증원병력과 작전장비를 한반도 전선에 투입할 생각을 하지 말하는 강력한 사전경고로 해석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선은 1993년 5월 29일 화성-7(기사본문에는 로동-1로 표기됨)을 강원도 원산 인근의 미사일발사장에서 일본의 노도반도 방향으로 시험발사하였는데, 해상낙탄구역에 조그만 표적부표(target buoy)가 떠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발사위치로부터 약 600km 밖의 동해에 떠있는 높이가 5m 정도인 표적부표를 향해 화성-7을 쏘았다는 뜻이다. 화성-7이 그 조그만 표적부표에 명중했는지 빗나갔는지는 보도기사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시 화성-7이 그처럼 고도의 타격정밀도를 지녔던 것은 초정밀유도비행을 위한 위성항법장치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화성-7의 타격률이 그런 정밀도를 보여주었다면, 그 동안 성능향상을 거듭해온 오늘에 와서는 그보다 더한 초정밀도를 보여줄 수 있다. <사진 12>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자동화된 통합발사체계로 화성-6과 화성-7을 집중발사하여 선제핵타격을 개시하는 순간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사실상 무용지물로 될 것이므로, 선제핵타격의 불바다 속에서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은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태가 오죽 심각해졌으면,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제3차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을 진행한 그 이튿날 한국군 합참본부가 전군작전지휘관화상회의를 긴급히 진행하면 대책을 논의하였겠는가.

조선은 그들이 준비를 완료했다는 ‘최후결전’이 72시간 안에 조선인민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초단기속결전으로 전개되리라고 예견하는데, 그것은 예견이 아니라 확신에 가깝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런 72시간 전쟁씨나리오에 따르면, 작전장비를 실은 미해군 수송선들이 부산항에 들어오기 전에 ‘최후결전’은 조선인민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신속히 끝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증원병력을 실은 미공군 수송기들이 한국의 공군기지, 공항들에 신속히 밀려들 가능성이 있지만,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쟁개시와 함께 한국 각지의 공군기지들과 공항들부터 선제타격으로 파괴할 것이고,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번개 계열 지대공미사일로 미공군 수송기들을 격추하려고 할 것이므로, 미공군 수송기들이 한반도를 향해 접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사정을 예견하면, 전시에 미국의 증원병력이나 작전장비들이 들어올 한국의 항구, 비행장들을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로 공격하는 상황은 실제로 생기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은 “미제의 핵전쟁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작전지대 안의 항구, 비행장들을 선제타격하는” 모의핵탄두공중기폭시험을 진행한 것일까?
그것은 ‘최후결전’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선제타격으로 파괴해도, 미국이 오판하여 증원병력과 작전장비를 한반도 전선에 투입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미국이 주한미국군이 궤멸당하는 것으로 조선과의 전쟁을 신속히 끝내고 조선에게 항복해야 하지, 만약 정세를 오판하여 증원병력과 작전장비를 한반도 전선에 투입할 경우, 태평양작전지대 안의 모든 미국군기지들이 “즉시적이고 무자비한 섬멸적 핵세례”를 받아 완전히 망하게 될 것이라는 사전경고인 셈이다.
 
조선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힌 미국이 조선의 그런 사전경고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한반도 군사상황은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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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9

비밀과 허위 벗겨낸 사드의 진실

[한호석의 개벽예감](211)
자주시보 2016년 07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최고의 로켓공학기술로 설계되었다는 사드
2. 14차례 성능판정시험에서 모두 성공하였다는 이상한 발표
3. 요격체에 설치된 불량품
4. 사전각본 따라 연출된 성능판정시험
5. ‘위협구름’ 막지 못하는 치명적 결함
6. 화성-5, 6, 7, 11 앞에 무력한 사드
7. 미국의 섣부른 결정은 자해의 화근

▲ <사진 1> 미국 군수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로켓공학기술로 만들었다는 사드는 이렇게 생겼다. 윗쪽 사진은 사드에 배속된 요격미사일 자행발사대다.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요격미사일 8기가 실렸다. 지금 미국은 그런 자행발사대 6대로 편성된 사드야전중대를 경상북도 성주읍 성산기지에 배치하려고 한다. 아랫쪽 사진은 사드에 배속된 AN/TPY-2 레이더다. A는 육군(Army)를 뜻하고, N은 해군(Navy)를 뜻하는데, 육군과 해군이 모두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 이동식 레이더는 기존 X-밴드(Band)를 이동식으로 개조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최고의 로켓공학기술로 설계되었다는 사드

미국이 실전배치한 국가미사일방어체계(National Missile Defense System)는 세 가지 요격체계로 구성되었는데, 지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System), 해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Sea-Based Midcourse Defense System),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Altitude Area Defense System)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사드(THAAD)라고 약칭한다.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계 전반은 미사일방어국(MDA)이 관리하는데, 지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미국 육군이 운용하고, 해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는 미국 해군이 이지스구축함에 탑재하여 운용한다. <사진 1>

지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와 해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는 교전상대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재진입체(reentry vehicle)나 탄두(warhead)가 중간비행궤도에 들어섰을 때 요격하도록 설계된 것에 비해, 사드는 종말비행궤도에서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나서 약 50초 동안 상승비행을 하면서 대기권 밖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발사 직후 상승비행궤도에 들어선 탄도미사일을 레이더로 탐지, 추적하고, 컴퓨터로 그 실체를 식별하고, 요격을 결정하고, 요격명령을 하달하고, 요격체를 발사하는 일련의 요격과정을 아무리 빨리 다그쳐도 50초 만에 끝낼 수는 없다. 따라서 상승비행궤도에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재진입체나 탄두가 중간비행궤도를 날아가는 시간은 종말비행궤도에서 낙하하는 시간보다 더 길 뿐 아니라, 재진입체나 탄두가 중간비행궤도에서 날아가는 속도보다 종말비행궤도에서 낙하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므로, 중간비행궤도에서의 요격은 비교적 쉽다고 말할 수 있고, 종말비행궤도에서의 요격은 매우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드가 재진입체나 탄두를 종말비행궤도에서 요격할 수 있다는 말은 그보다 요격하기가 더 쉬운 중간비행궤도에서도 능히 요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사일방어국은 사드가 중간비행궤도와 종말비행궤도에서 모두 요격할 수 있는 탁월한 작전능력을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 <사진 2> 이 컴퓨터합성사진은 러시아군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R-36이 외기권으로 솟구쳐 올라 최고상승고도에 이르러 비행하는 장면이다. 유선형 덮개와 탄두부가 모두 분리된 다음, 재진입체가 낙하돌진비행을 시작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재진입체에 장착된 3기의 핵탄두가 선명하게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 R-36은 사거리가 16,000km이며, 2단형 로켓이고,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며, 수직갱발사대에서 발사되는데, 로켓공학기슬적 측면에서 보면, 한 세대가 지난 구식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상승비행고도가 가장 높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재진입체가 종말비행궤도를 타고 낙하할 때 그 속도는 음속보다 무려 20배 이상 더 빠른 고극초음속(high-hypersonic)으로 올라간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 웹싸이트 <미사일위협(Missile Threat)>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60km 저고도에서 지상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탄두의 낙하속도는 마하 5.8을 넘지 않지만, 1,200~1,600km 고고도에서 지상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재진입체의 낙하속도는 마하 17.6~23.5에 이른다고 한다. <사진 2> 
 
지표면으로부터 1,600km의 고도에서 낙하하면서 마하 23의 고극초음속에 이른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체를 사드로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 미사일방어국의 주장이다. 미국이 실전배치한 각종 미사일방어체계들 가운데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체를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요격체계가 사드밖에 없다는 사실은, 사드야말로 미국이 실전배치한 미사일방어체계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로켓공학기술로 설계되었음을 말해준다.  

타격목표를 향해 고극초음속으로 낙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체를 사드로 요격할 수 있다면, 그보다 낙하비행속도가 훨씬 더 느린 다른 중거리탄도미사일 재진입체나 준중거리탄도미사일 탄두 또는 단거리탄도미사일 탄두는 더 쉽게 요격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사정을 헤아려보면, 미국이 지난 15년 동안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하고, 최첨단 군사과학기술을 총동원하여 구축한 국가미사일방어체계 중에서도 사드가 가장 핵심적인 요격체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사드가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체를 요격할 수 있다면, 미국이 사드를 경상북도 성주읍 성산기지에 배치하는 것은 조선이 발사하는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요격할 작전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정치군사정세는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무기체계에 대해 워낙 허풍을 많이 떨어온 ‘전과기록’이 풍부한 미국의 군부와 군수기업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사드가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체를 요격할 수 있다는 저들의 주장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할 까닭이 거기에 있다.


2. 14차례 성능판정시험에서 모두 성공하였다는 이상한 발표

우선 사드의 요격시험결과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드는 초기요격시험과 성능판정시험을 모두 거쳤는데, 사드의 초기요격시험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11차례 진행되었고, 성능판정시험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4차례 진행되었다.

초기요격시험 11차례 중에서 날아오는 표적미사일을 향해 요격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한 실탄요격시험은 8차례였는데, 1995년 12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진행한 6차례의 초기요격시험은 모두 실패하였고, 1999년 6월과 8월에 각각 진행한 2차례의 초기요격시험만 성공하였다.

그런데 1999년 6월 10일에 진행된, 처음으로 성공하였다는 실탄요격시험은 “단순화된 시험 씨나리오(simplified test scenario)”에 따라 진행되었고, 1999년 8월 2일에 진행된, 두 번째로 성공하였다는 실탄요격시험은 표적미사일을 외기권에서 요격한 시험이었다. 사드요격시험이 단순화된 시험 씨나리오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말은 표적미사일을 외기권이 아니라 대기권에서 요격하였다는 뜻이므로, 그렇게 진행된 실탄요격시험에서 성공한 것은 성공으로 인정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8차례 진행된 사드초기요격시험 중에 성공한 것은 1999년 8월 2일 맨 마지막으로 진행된 실탄요격시험밖에 없다. 사드초기요격시험이 8차례밖에 진행되지 않은데다가, 그나마 단 한 번만 성공하였으니, 그런 요격시험결과를 성공이라고 평가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 육군은 그처럼 초기요격시험이 실패로 끝난 사드를 사들이는 구매계약을 사드제작사인 락키드 마틴(Lockheed Martin)과 2000년 6월에 체결하였고,  요격미사일을 자행발사대에 탑재하도록 다시 설계해달라고 제작사에게 주문하였다. 

▲ <사진 3> 이것은 미국 미사일방어국이 진행한 사드성능판정시험에서 요격미사일이 발사된 장면이다. 미사일방어국은 2005년 1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10년 동안 사드성능판정시험을 모두 14차례 진행한 바 있다. 그 시험은 앞으로도 2021년까지 5차례 더 예정되었다. 그런데 위의 사진에 나타난 요격미사일의 꼬불꼬불한 비행궤적을 보면, 비행안정성이 유지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렇게 되어 2005년 1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사드성능판정시험이 14차례 더 진행되었다. 2005년에 1차례, 2006년에 2차례, 2007년에 3차례,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에 각각 1차례씩, 2013년에 2차례, 2015년에 1차례 진행된 것이다. <사진 3>
그리고 앞으로도 사드성능판정시험은 2017년에 2차례, 2019년, 2020년, 2021년에 각각 1차례씩 모두 5차례나 더 진행될 것으로 예정되었다.

그런데 사드성능판정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8년 5월 28일 미국은 ‘알파(Alpha)’라는 부대명칭으로 불리는 첫 사드중대를 편성하여 미국 텍사스주 엘 패쏘(El Paso)에 있는 포트 블리스(Fort Bliss) 육군기지에 배치하였다. 그 기지는 제1기갑사단, 제15지원여단, 제32육군항공 및 미사일방어사령부, 제11방공포여단, 제1기갑사단 포병연대, 제402야전포병연대가 집결되어 있는 유력한 군사전략거점이다.

미국 육군이 사드를 실전배치한 2008년 5월 28일은 총 14차례의 성능판정시험들 중에서 성능판정시험을 불과 6차례밖에 진행하지 않은 시점이었고, 그 이후에도 13차례의 성능판정시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미국 육군이 성능판정시험을 6차례밖에 하지 않은 사드를 실전배치한 까닭은, 2005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진행된 사드성능판정시험에서 모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서, 미사일방어국은 2005년 1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10년 동안 진행된 총 14차례의 사드성능판정시험에서 모두 성공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런 발표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이전에 진행된 초기요격시험은 실패로 끝났는데, 그 뒤에 진행된 성능판정시험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모두 성공하였다는 미사일방어국의 발표를 믿을 수 있을까?

▲ <사진 4> 윗쪽 사진은 미국이 처음에 개발한 요격체 원형(prototyle)이다. 이 요격체를 앞부분에 탑재한 미사일을 요격미사일이라 한다. 윗쪽 사진에서 보이는, 'ITF 7'이라는 글씨가 써 있는 동그란 물체가 바로 방향전환발동기다. 아랫쪽 사진은 4개의 방향전환발동기에서 가스를 내뿜으며 비행안정성을 유지하고 비행방향을 잡아주는 장면이다. 그런데 미사일방어국이 지난 6년 동안 진행한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요격체에 설치된 불량품

미사일방어국의 발표에 제기되는 의혹을 풀어줄 중요한 단서는 2016년 1월 28일 미사일방어국이 캘리포니아주 샌타 바바라(Santa Barbara) 해안에 있는 밴든벅 공군기지(Vandenberg AFB)에서 진행한 신형 방향전환발동기(divert thruster) 성능판정시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흔히 보조로켓이라고 부르는 방향전환발동기는 요격미사일에 탑재된 요격체에 동서남북 방향으로 4개가 달렸는데, 요격미사일에서 분리된 요격체가 요격대상을 향해 초고속으로 돌진비행을 할 때 비행안정성을 유지해주고 비행방향을 바로잡아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결과를 알려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16년 7월 6일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월 28일에 진행된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에서는 요격체에 장착된 방향전환발동기 4개 중 1개가 돌진비행 중에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켜 요격체가 정해진 비행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났다고 한다. <사진 4>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에서 실패한 것은 그 날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다. 미사일방어국이 지난 6년 동안 진행한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결과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2010년 1월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 실패
2010년 12월 또 실패
2011년 신형 방향전환발동기를 새로 개발
2013년 말 신형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 실패
2014년 3월 또 실패
2016년 1월 28일 또 실패

위에 열거한 것처럼, 지난 6년 동안 진행된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 중에서 성공한 경우는 한 번도 없으며, 새로 개발된 신형 방향전환발동기를 가지고 성능판정시험을 하였는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위에 인용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월 28일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이 5번째 실패하였는데도, 성능판정시험을 진행한 미사일방어국과 신형 방향전환발동기를 만든 군수기업들인 에어로젯 로켓다인(Areojet Rocketdyne)과 레이시언(Raytheon)은 성능판정시험이 성공하였다는 허위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심지어 2016년 4월 13일에 진행된 미국 연방상원 국방예산책정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미사일방어국 국장 제임스 싸이링(James D. Syring)마저도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이 5번째 실패하였다는 사실을 감춘 채, 그 성능판정시험이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신뢰를 증대시켰다고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 5>  

▲ <사진 5> 2016년 4월 13일 미국 연방상원 국방예산책정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싸이링 미사일방어국 국장의 발언모습이다. 그는 발언에서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이 5번째 실패하였다는 사실을 감춘 채, 그 성능판정시험이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신뢰를 증대시켰다고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지난 6년 동안 진행된 방향전환발동기 성능판정시험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까닭은, 방향전환발동기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면 이미 실전배치된 미사일방어체계에서 발사되는 요격미사일에서 마지막으로 분리되는 요격체가 비행궤도를 이탈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되고, 따라서 그런 치명적인 오작동이 일어나는 순간 미사일방어체계는 실전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막을 살펴보면, 2005년 1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10년 동안 총 14차례 진행된 사드성능판정시험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모두 성공하였다는 미사일방어국의 발표는 믿기 어렵다. 왜냐하면 사드성능판정시험은 불량품으로 판명된 방향전환발동기를 장착한 요격체를 요격미사일에 실어 발사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불량품이 장착된 요격체를 10년 동안 쏘았으면서 어떻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14차례나 모두 성공하였다는 말인가?  


4. 사전각본 따라 연출된 성능판정시험

그 의혹을 풀어줄 흥미로운 정보를 담은 보고서가 며칠 전에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미국의 우려하는과학자연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소속 안보문제전문가들인 로라 그레고(Laura Grego), 조지 루이스(George N. Lewis), 데이빗 롸잇(David Wright)이 공동집필하여 2016년 7월 16일에 펴낸 60쪽 짜리 보고서 ‘감독의 눈길을 피하여: 전략적 미사일방어에 대한 미국의 재난적 접근(Shielded from Oversight: The Disastrous US Approach to Strategic Missile Defense)’이다.

▲ <사진 6> 이 사진은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미사일방어국 산하 통합작전센터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미사일방어국 본부는 워싱턴 디씨 남쪽 버지니아주의 포트 벨보아에 있다. 이제껏 미사일방어국은 사전각본을 미리 짜놓고 사드성능판정시험을 진행해왔다. 그러했으니 지난 10년 동안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고 14차례나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전상황은 그런 사전각본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보고서에 따르면, 미사일방어국은 표적미사일의 발사시간, 비행속도, 비행궤도 같은 요격정보를 가지고 미리 각본을 짜놓고 그 사전각본에 따라 성능판정시험을 진행하였다는 것이다. 사드성능판정시험이 그런 각본에 따라 진행되었으니, 이제껏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고 14차례나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진 6>

하지만 사전각본에 따라 연출하는 사드성능판정시험을 14차례가 아니라 140차례나 진행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드성능판정시험의 내막을 살펴보면, 사전각본에 따라 연출한 성능판정시험을 통과한 사드가 각본과는 판이하게 다른 실전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데도 미국 육군은 실전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사드를 이미 8년 전에 실전배치하였고, 오늘에 와서는 경상북도 성주읍에 전진배치하려고 한다. 그들은 왜 그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부쉬행정부는 미사일방어체계를 2004년 말까지 2년 안에 실전배치하겠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미사일방어국에게 그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전권을 주었다. 그러자 미사일방어국은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특혜까지 누리며 조급하게 미사일방어체계 개발사업을 밀고 나갔다.

2002년 이후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고도의 미사일능력을 과시할 때마다 미사일방어국의 조급증은 점점 더 악화되었고, 외부감사조차 받지 않는 특혜 속에서 성능판정시험결과를 조작하면서 미사일방어체계 실전배치를 마구 서둘렀던 것이다.


5. ‘위협구름’ 막지 못하는 치명적 결함

미국의 우려하는과학자연맹 소속 전문가들이 공동집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애초부터 “제한된 위협(limited threat)”만 방어하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비행궤도와 비행속도로 날아오는 단일표적(a single target)을 요격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예측할 수 없는 비행궤도와 비행속도로 날아오는 “위협구름(threat cloud)”에 대처할 방어능력은 갖지 못했다는 것이 그 보고서의 평가다.
그 보고서에 나오는 ‘위협구름’은 무엇일까? 그에 대해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탄두부가 외기권으로 솟구쳐 올라 최고상승고도에 이르면, 유선형 덮개(fairing)와 탄두부가 각각 순차적으로 떨어져 나간 뒤에 재진입체에서 기만탄(decoy)과 핵탄두가 마지막으로 분리된다. 지구중력이 없는 외기권에서는 모든 물체가 질량과는 무관하게 운동하므로, 탄두부, 유선형 덮개, 재진입체, 기만탄, 핵탄두가 무리를 지어 낙하비행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위협구름’이라 한다. 

▲ <사진 7> 미국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 육군기지에는 지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 26기가 실전배치되었다. 미국은 그것을 40기로 대폭 증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미사일방어체계는 조선이 미국 본토로 발사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중간궤도에서 요격하려는 무기체계다. 그러나 굉장한 소문과는 달리, 그 미사일방어체계는 성능검증을 받지 못한 미완의 무기체계다. 윗쪽 사진은 포트 그릴리 육군기지에 배치된 미사일방어체계의 수직발사갱 차폐문이 열리는 장면이고, 아랫쪽 사진은 수직발사갱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러므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자기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는 ‘위협구름’ 속에서 어느 비행체가 요격해야 할 핵탄두인지 가려내는 식별능력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그런 고도의 식별능력을 갖지 못했다. 사드가 그런 고도의 식별능력을 가졌다는 미사일방어국의 주장은 세상을 기만하는 헛소문에 지나지 않는다. <사진 7>

미국의 과학기술정보 전문웹싸이트 <익스트림텍(Extreme Tech)> 2014년 5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이제껏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시험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지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는 “단순한 위협에 대응할 제한된 능력(a limited capability against a simple threat)”밖에 없다고 지적한 미국 국방부 산하 작전시험 및 평가실 보고서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실현할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면서 자원만 낭비하는 값비싸고, 시간을 질질 끄는 프로그램”이라고 혹평하였다. 

위의 사실은 400억 달러나 들여 개발되었고, 캘리포니아주 밴든벅 공군기지에 4기를 실전배치하였고,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Fort Greely) 육군기지에 26기가 실전배치되어 적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지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가 굉장한 소문과 달리 실제로는 성능검증을 받지 못한 미완의 무기체계임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2013년 3월 미국은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 육군기지에 실전배치된 지상주둔중간궤도방어체계를 현존 26기에서 40기로 대폭 증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3년 7월 9일 조지 리틀(George E. Little) 당시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비록 결함이 있을 수 있고,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것”이라고 하면서, “요격시험 실패가 미사일방어체계를 증강하는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능판정시험에서 실패하여 성능검증을 받지 못한 미완의 무기체계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무기체계로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미완의 무기체계를 왜 증강하려는 것일까? 성능검증을 받지 못한 미완의 무기체계를 섣불리 실전배치한 것도 이상한 일인데, 그것을 증강배치하겠다는 것은 더 이상한 일이다. 미국 국방부가 그런 이상행동을 취하게 된 배경에는 아래와 같은 사연이 있었다.

2013년 3월 미국이 성능검증에 실패한 미사일방어체계를 더욱 증강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능력을 과시한 사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를테면, 조선은 2012년 4월 15일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6기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하였고, 같은 해 12월 12일 실용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탑재한 위성운반로켓 은하-2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능력을 과시하였다. 그로써 미국은 자국 본토가 조선의 핵타격권 안으로 밀려들어갔음을 직감하고 전율하였다. 겉으로 아닌 척했지만, 속으로는 미증유의 핵공포를 느낀 미국은 성능검증도 받지 않고 실전배치한 미사일방어체계를 더 많이 증강배치하겠다는 긴급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얼마나 당황망조했으면, 그처럼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긴급조치를 들먹이며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을까.  


6. 화성-5, 6, 7, 11 앞에 무력한 사드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을 향해 발사할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사거리 220km인 화성-11, 사거리 550km인 화성-5, 사거리 700km인 화성-6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갱도진지 안에 은폐시켜놓은, 약 2,000기에 이르는 그 미사일들을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임의의 시각에 기습적으로 쏠 수 있게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 <사진 8> 이 사진은 2014년 8월 14일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1 실탄사격훈련의 한 장면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그 날의 실탄사격훈련을 보도한 기사에서 화성-11의 조종성이 최신군사과학기술적 요구에 완전히 도달하였다는 것이 검증, 확인되었다고 썼다. 초정밀타격능력을 검증하였다는 뜻이다. 미국이 경상북도 성주읍 성산기지에 배치하려는 사드는 화성-11을 요격하지 못한다. 화성-11만이 아니라, 화성-5, 화성-6, 화성-7도 요격하지 못한다. 전투종심이 짧은 한반도 작전환경에서 사드는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그렇다면 미국이 경상북도 성주읍 성산기지에 배치하려는 사드는 그 세 종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까? 이 심각한 물음에는 부정적인 답변이 나온다. <사진 8>

첫째, 사드 요격미사일에 탑재된 요격체에는 비행안정성을 유지하고 비행방향을 바로잡아주는 방향전환발동기 네 개가 장착되었는데,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그 방향전환발동기는 비행 중에 오작동을 일으키는 불량품이다. 전량 폐기처분하고 새로 개발하여야 하는데, 시간과 경비가 너무 많이 들어갈뿐더러 미국의 로켓공학기술로도 아직 따라잡지 못할 만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라서 개발하기도 쉽지 않다.
사드가 성산기지에 배치되어도, 그처럼 오작동을 일으키는 방향전환발동기를 설치한 요격체를 쏘아봐야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되므로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둘째, 미국이 경상북도 성주읍 성산기지에 배치할 사드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전시에 조선으로부터 몰려올 거대한 ‘화염구름’을 막지 못한다. ‘화염구름’에 대해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외기권까지 솟구치지 않고 대기권 안의 낮은 고도에서 탄두부와 탄두가 서로 분리된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달리,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재진입체나 기만탄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탄두부와 분리된 탄두가 쉽게 식별된다. 이것은 사드가 단거리탄도미사일 탄두를 식별하고, 요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선은 그런 상황에 대처할 타격전술을 이미 개발해놓았다.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단발사격식으로 쏘지 않고, 여러 문의 방사포를 일제히 밀집사격하면서 여러 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화력타격전술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불소나기’ 또는 ‘불마당질’이라는 비유를 사용하여 보도하는 화력타격전술이 바로 그 전술이다. 미사일-방사포 동시다발타격전술은 자동화된 통합발사체계가 없으면 실행할 수 없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2014년 6월 29일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진행된 ‘전술로케트발사훈련’에서 “주체적인 로케트사격방법이 완성되였다”고 보도하였는데, 그것은 자동화된 통합발사체계에 의거한 미사일타격전술이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 <사진 9> 이 사진은 2016년 3월 23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 장거리포병대가 진행한 '청와대와 서울시 안의 반동통치기관들을 격멸소탕하기 위한 집중화력타격연습' 중에 '화염구름'이 나타난 장면이다. 수많은 방사포와 주체포를 밀집사격할 때 그런 '화염구름'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시에는 이 사진에 나타난 '화염구름'보다 훨씬 더 큰 '화염구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견된다. '화염구름'이란 자동화된 통합발사체계에 의거하여 여러 문의 방사포를 일제히 밀집사격하면서 여러 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미사일-방사포 동시다발타격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자동화된 통합발사체계에 의거하여 미사일과 방사포를 동시다발로 사격하면, 저고도로 날아가는 수많은 탄두들과 방사탄들이 거대한 ‘화염구름’을 형성하여 타격대상을 향해 돌진비행을 하게 된다.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방공부대들이 ‘화염구름’ 속에서 탄두를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 9>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경상북도 성주읍 성산기지에 배치할 사드가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방사포 동시다발타격전술로 간단히 무력화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드가 아니라 그 어떤 미사일방어체계로도 미사일-방사포 동시다발타격을 방어하지 못한다.

셋째, 미국이 경상북도 성주읍 성산기지에 배치할 사드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가정해도, 조선인민군의 고각발사타격전술을 당하지 못한다. 조선인민군이 고각발사타격전술에 사용할 강력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은 화성-7이다.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1,500km를 날아가는 화성-7은 원래 주일미국군기지들을 공격하기 위해 실전배치되었지만, 고각으로 발사하면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도 타격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화성-7을 고각으로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연습을 2014년 3월 26일과 2016년 3월 18일에 각각 진행한 바 있다. 2014년 3월 26일에는 화성-7 두 발을 각각 645km와 662km까지 날려보내는 고각발사타격전술을 연습하였고, 2016년 3월 18일에는 화성-7 한 발을 800km까지 날려보내는 고각발사타격전술을 연습하였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2014년 3월 26일에 고각으로 발사한 화성-7은 300여 km의 비행고도를 유지하면서 동해로 날아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안에 낙탄하였는데, 2016년 3월 18일에 고각으로 발사한 화성-7은 200여 km의 비행고도를 유지하면서 동해로 날아가 일본방공식별구역 안에 낙탄하였다. 고각으로 발사하면서도 비행고도를 100여 km나 더 낮춘 것은 고도의 발사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 <사진 10> 이 사진은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7의 이동장면이다.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1,500km를 날아가는 화성-7은 원래 주일미국군기지들을 공격하기 위해 실전배치되었지만, 고각으로 발사하면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도 타격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14년 3월 26일과 2016년 3월 18일에 화성-7을 고각으로 발사하는 선제기습타격연습을 각각 진행하였다. 최고요격고도가 150km밖에 되지 않는 사드는 200km의 비행고도를 유지하면서 날아오는 화성-7을 요격하지 못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드의 최고요격고도가 150km밖에 되지 않으므로, 200km의 비행고도를 유지하면서 주한미국군기지와 한국군기지를 향해 날아오는 화성-7을 사드로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드가 아니라 그 어떤 미사일방어체계도 고각발사타격을 방어하지 못한다. <사진 10>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화성-7을 타격목표 가까이 접근시켜 폭발시키지 않고, 타격구역상공 200km 고도에서 폭발시키는 타격전술을 연습한 것은, 핵탄두가 높은 고도에서 폭발할 때 방사되는 강력한 전자기파(EMP)로 광범위한 타격대상구역의 전기-전자장비를 모두 파괴하는 전자기파공격술을 연습한 것이다. 이 놀라운 전술에 관해서는 2016년 3월 11일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2016년 3월 10일에 진행한 화력타격연습은 “해외침략무력이 투입되는 적지역의 항구들을 타격하는 것으로 가상하여 목표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핵전투부를 폭발시키는 사격방법으로 진행되였다”고 한다. 그런 전자기파공격술 앞에서는 사드는 물론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체계도 모두 무용지물의 신세를 면치 못한다.

넷째, 조선의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는 370km이므로, 만일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마하 8의 속도로 날아가는 화성-7을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쏘면 2분 16초 만에 부산 상공에 도달하게 된다. 거기에 발사준비시간 5분을 더하면, 발사명령이 내린 ‘결전의 시각’으로부터 7분 16초 만에 부산 상공에 도달하는 것이다. 또한 조선의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성산기지까지 직선거리는 280km밖에 되지 않으므로, 만일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부산을 향해 화성-7을 쏘면 1분 43초 만에 성산기지 상공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발사준비시간 5분을 더하면 6분 43초 뒤에 성산기지 상공을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사드로 화성-7을 요격할 대응시간은 불과 7분밖에 되지 않는다. 성산기지에 배치될 사드야전부대는 7분 만에 요격미사일을 재빨리 발사할 수 있을까?

사드요격미사일을 언제, 어디서, 어디로 발사하느냐 하는 문제는 사드야전부대의 중령급 지휘관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휘(Command) - 통제(control) - 전투관리(Battle Management) - 통신(Communication) 삼각중심점(Tri-Node)’이라는 작전체계 안에서 결정된다. 사드를 포함한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계 전체가 그 작전체계 안에서 운영되는데, 그 작전체계는 태평양사령부, 전략사령부, 북미사령부를 세 개의 꼭지점으로 하는 삼각구도 위에 구축된 것이다. 그 작전체계의 복잡한 운용방식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방어정보체계국(Defense Information Systems Agency)은 사드야전부대와 미사일조기경보위성으로부터 각각 전송받은 긴급정보를 태평양사령부, 전략사령부, 항공우주작전센터(Air and Space Operation Center), 항공미사일방어사령부(Air and Missile Defense Command)에 각각 보고한다.
그 정보를 받은 전략사령부는 백악관, 국방부, 국가군사지휘센터(National Military Command Center), 미사일방어국 작전사령부에 각각 보고한다. <사진 11>

▲ <사진 11> 이 사진은 미국 워싱턴 디씨에 있는 국가군사지휘센터 안에 있는 긴급회의실을 촬영한 것이다. 사드요격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 삼각중심점이라는 작전체계를 가동해야 하는데, 사드야전부대가 전략사령부를 통해 백악관, 국방부, 국가군사지휘센터에 보고하여 결정을 받아야 한다. 전시에는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긴급회의실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미국이 경상북도 성주읍 성산기지에 배치하려는 사드도 그런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복잡한 절차를 밟게 되면 조선인민군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대응시간 7분을 훨씬 넘기게 된다. 사드는 이래저래 조선인민군의 미사일공격을 방어할 수 없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정보를 받은 항공미사일방어사령부는 북미사령부와 샤이엔 마운틴 공군기지(Cheyenne Mountain Air Force Station)에 각각 보고한다.
그 보고를 받은 태평양사령부, 전략사령부, 북미사령부가 정보판단과정을 거쳐 요격미사일발사문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여 요격명령을 내린다. 태평양작전구역 안에 있는 경상북도 성산기지는 태평양사령부의 결정에 따른 항공미사일방어사령부의 요격명령을 받아 사드요격미사일을 발사한다.

위에 서술한 사드작전체계의 복잡한 작동과정을 보면,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부산을 향해 발사한 화성-7을 사드로 요격하려는 미국에게 주어지는 대응시간은 7분밖에 없지만, 실제대응시간은 7분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진 11>

그것만이 아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할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화성-13과 화성-14는 약 33분 만에 타격목표에 도달하게 되는데, 미국이 그 시간 안에 과연 요격명령을 내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대응시간은 너무 짧은 데, 요격체계가동시간은 너무 길다는 것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7. 미국의 섣부른 결정은 자해의 화근

이 글에서 서술한 여섯 가지 요점을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1) 사드는 사전각본에 따라 진행된 성능판정시험밖에 하지 않았으므로 실전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
2) 사드는 교전상대가 발사한 ‘위협구름’에 대처할 방어능력을 갖지 못했다.
3) 사드는 전투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교전상대가 기습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대응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4) 사드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사용하는 고각발사타격을 방어하지 못한다.
5) 사드는 교전상대의 미사일-방사포 동시다발타격을 방어하지 못한다.
6) 사드는 오작동을 일으키는 방향전환발동기가 설치된 요격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인 실전능력밖에 갖지 못했다.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요점을 알게 되면, 미국이 사드를 성산기지에 배치한다고 해서, 고도의 화력타격전술로 사드를 무력화시킬 조선인민군의 대응능력이 감소되는 것은 아니며, 한반도의 군사전략균형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전환되는 것은 더욱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조선은 성산기지에 배치될 사드야전부대를 선제기습타격으로 초기에 궤멸시킬 막강한 화력을 준비하였고, 미국이 지난 15년 동안 추진해온 미사일방어체계 개발사업은 결국 실패하였고, 그로써 대조선미사일방어능력을 완비하는 것은 미국의 로켓공학기술로는 불가능하며, 미국이 서둘러 실전배치한 미사일방어체계는 매우 제한적인 실전능력밖에 갖지 못했다.

매우 제한적인 실전능력밖에 없는 사드를 성산기지에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섣부른 결정은, “미제가 북침무력증강에 미쳐 날뛴다”는 대미비난공세를 퍼부을 명분만 조선에게 안겨준 셈이다.
또한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를 성산기지에 배치하겠다는 섣부른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남중국해 해양주권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중국이나 나토(NATO)동진정책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러시아를 한층 더 자극한 것도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미국이 이제라도 정세판단을 제대로 한다면, 사드를 성산기지에 배치하려는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을 취소하고, 조선의 한반도 평화협정 제안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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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2

화성-10과 B-52의 대결, 어느 쪽이 이겼나?

[한호석의 개벽예감](210)
자주시보 2016년 07월 1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한반도 주변수역으로 접근한 B-52 편대
2. B-52의 내습, 한국의 멸망과 미국 태평양군의 해체로 끝난다
3. 화성-10의 압승에 네 가지 비결 있었다 

▲ <사진 1> 2016년 6월 17일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작전지휘를 받으며 괌에 있는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52 편대는 한반도 주변수역으로 접근하여 대조선공중타격을 은밀히 연습하였다. B-52 전략폭격기는 장거리순항미사일을 기습적으로 공중발사하는 선제공격체계로 운용된다. 이번 B-52 편대출격은 이전의 B-52 왕복비행과는 전혀 다른 작전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위의 사진은 미공군 B-52 전략폭격기가 미해군 F/A-18 함재기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초대형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함께 비행하는 장면이다. 실전상황에서는 B-52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이 함께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 사진은 허장성세식 무력시위를 연출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허장성세식 무력시위를 가끔 연출하여 추종국들을 안심시키고 적대국들의 기를 꺾어놓으려고 하지만, 그런 심리전에는 허풍이 잔뜩 끼어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한반도 주변수역으로 접근한 B-52 편대

조선과 미국의 무력대결은 정전 이후 63년 동안 상시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올해부터 그 무력대결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말은 전술무기를 동원하는 무력대결에서 전략무기를 동원하는 무력대결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전략적 무력대결에는 핵타격수단이 등장한다. 조선과 미국이 각각 핵타격수단을 등장시켜 치열한 무력대결을 벌인 것은 정전 이후 63년에 이르는 조미무력대결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벌어진 조선과 미국의 전략적 무력대결에는 상대가 갖지 못한 전략무기들이 각각 등장하였다. 조선은 전략미사일 화성-10을 등장시켰고, 미국은 전략폭격기 B-52를 등장시켰다. 그런 점에서, 화성-10 시험발사는 시험발사가 아니라 미국에 맞선 전략적 무력대결이었으며, B-52 편대출격은 출격훈련이 아니라 조선에 맞선 전략적 무력대결이었다. 조선과 미국이 전략적 무력대결을 시작한 2016년 6월 이후 쌍방의 충돌위험은 극도로 고조되었다. <사진 1> 

화성-10 시험발사는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B-52 편대출격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국은 화성-10과 B-52의 전략적 무력대결이 일단락된 2016년 6월 24일에 가서야 B-52 편대출격작전을 공개하였기 때문이다. 그 날 미국 태평양공군 공보실 웹싸이트에 나온 보도기사의 제목은 “작전으로 분주했던 주간에 5,000마일 날며 능력을 시위한 폭격기들(Bombers span 5k miles, demonstrate capability during busy week of operations)”이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B-52 편대출격은 2016년 6월 중순 한 주간 동안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작전지휘를 받으며 진행되었는데, 괌(Guam)에 있는 앤더슨공군기지(Andersen AFB)에서 B-52 두 대가 이륙하여 “한국과 일본의 인근에서(in the vicinity of Japan and Korea)” 공중타격연습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인근이라는 말은 한반도 주변수역이라는 뜻이다.

지난날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할 때 B-52 편대를 선제기습공격에 동원하였는데, 당시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11,200km를 중간기착 없이 곧장 날아간 B-52 두 대가 이라크 주변수역에서 순항미사일 13발을 기습적으로 공중발사하여 이라크군 방공망부터 파괴하고 침략전쟁에 돌입하였다. B-52는 장거리순항미사일을 기습적으로 공중발사하는 선제공격체계로 운용된다.

▲ <사진 2>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려면 괌의 군사전략거점을 유지해야 한다.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는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거점이다. 이런 사실을 뒤집어보면, 만일 앤더슨공군기지가 적국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 미국 태평양군은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윗쪽 사진은 앤더슨공군기지 입구에 서 있는 표지석을 촬영한 것이고, 아랫쪽 사진은 2016년 2월 10일 미국의 주도하는 '콥노스(Cope North) 16'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앤더슨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국군, 일본자위대, 오스트레일리아군, 한국군, 필리핀군, 뉴질랜드군이 활주로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이번에 B-52 출격명령을 받은 미공군 제69원정폭격비행대는 원래 미국 본토 대코다(Dakota)주 미놋공군기지(Minot AFB)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2016년 3월 초 앤더슨공군기지로 이동, 배치되었다. 2016년 1월 10일에도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52 한 대가 오산공군기지까지 왕복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인 적이 있지만, 이번 B-52 편대출격은 이전의 B-52 왕복비행과는 전혀 다른 작전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아래의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2>

첫째, 이전의 B-52 왕복비행은 언론에 공개되었지만, 이번 B-52 편대출격작전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둘째, 2016년 1월의 무력시위에는 B-52 한 대만 동원되었는데, 이번 무력대결에는 B-52 편대가 동원되었다.

셋째,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작전지휘에 따라 앤더슨공군기지의 B-52 편대와 평택기지의 제607항공지원작전단 산하 합동최종공격통제반(Joint Terminal Attack Controller)들이 일본 오끼나와에서 한반도 주변수역으로 출동한 미해병대 제3원정군의 상륙전을 엄호하기 위한 근접공중지원(Close Air Support)을 연습하였다. 이것은 미국 태평양군이 B-52 편대출격작전과 해병대의 기습상륙전을 배합한 대조선무력침공을 한반도 주변수역에서 연습하였음을 말해준다.

넷째, 일본항공자위대 전투기 편대가 출격하여 B-52 편대의 공중타격연습을 엄호하였다.

다섯째,  B-52 한 대와  KC-135 공중급유기 한 대가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오스트레일리아 최북단 항구도시 다윈(Darwin)의 미공군기지로 이동하였다. 이것은 조선의 화성-10이 도달하지 못하는 ‘안전지대’로 B-52를 긴급히 이동시키는 전시대피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여섯째, 한반도 주변수역으로 출격하여 작전임무를 수행하고 괌으로 돌아간 B-52 편대는 미해군 소속 9,200t급 미사일구축함 스프루언스호(USS Spruance)와 함께 사상 처음으로 공중-해상실탄사격연습을 진행하였다.

주목하는 것은, B-52 편대가 2016년 6월 13일부터 20일까지 한 주간 동안 작전에 투입되었는데, 바로 그 기간에 함경남도 호도반도 미사일발사장에서 궁륭형 조립식 건물이 건설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정찰위성 감시망을 통해 궁륭형 조립식 건물의 공사진척도를 면밀히 주시하던 미국은 화성-10 시험발사가 임박하였음을 알았고, 건설공사가 거의 끝나가던 때에 맞춰 B-52 편대를 한반도 주변수역으로 출격시켰던 것이다. 

B-52 편대출격이 매우 위험천만한 전쟁도발행동으로 보이는 까닭은, 150킬로톤급 핵탄두를 장착하고 공중에서 발사되는, 사거리 2,400km의 장거리순항미사일 AGM-86B가 그 전략폭격기에 탑재되기 때문이다. B-52는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 AGM-86B를 2,400km밖에서 조선의 군사전략거점을 향해 쏠 수 있는 것이다.

▲ <사진 3> 이 사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B-52에 탑재되는 사거리 2.400km의 장거리순항미사일 AGM-86B다. 이 장거리순항미사일에는 재래식 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고, 150킬로톤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다. 이 장거리순항미사일은 커다란 날개를 달고 음속보다 느린 속도로 저고도 비행을 한다. 그래서 실전상황에서는 교전상대가 발사하는 지대공미사일의 표적이 되기 아주 십상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 계산이지 실전상황은 아니다. 그 순항미사일은 음속보다 느린 마하 0.73으로 너무 느리게 날아가는 결함이 있다. 그 순항미사일이 2,400km를 날아가려면 2시간 42분이나 걸린다. 그러므로 B-52가 2,400km 밖에서 AGM-86B를 발사하는 실전상황은 있을 수 없으며, 교전상대의 방공망 밖에까지 접근하여 발사하는 것이 정상이다. <사진 3>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B-52 편대가 조선 영공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의 방공망이 얼마나 위력적인가 하는 문제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선제기습타격을 선참으로 담당할 B-52의 내습은 전쟁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므로, 그에 맞선 조선인민군은 B-52의 내습을 최우선적으로 저지할 고도의 작전능력을 갖추지 않을 수 없다.


2. B-52의 내습, 한국의 멸망과 미국 태평양군의 해체로 끝난다

B-52의 내습을 저지할 조선인민군의 작전능력을 엿볼 수 있는 문건이 있으니, 그것은 B-52 편대출격작전이 끝나기 하루 전인 2016년 6월 19일 조선에서 발표된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문이다. 그 담화문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6월 17일 미국은 괌도에 있는 미제침략군 8항공군 소속 <B-52H>전략폭격기편대를 먼거리항법비행 및 전략대상물타격훈련의 미명 밑에 남조선 상공에 들이밀어 핵폭탄투하연습에 광분케 하였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당시 B-52 편대출격은 한 주간 동안의 작전일정이 끝나고 나흘이 지난 2016년 6월 24일에 가서야 외부에 공개되었는데,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 보도자료에서는 B-52 편대출격작전이 6월 13일부터 20일까지 한 주간 동안 진행되었다고만 밝혔고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국방위원회는 대변인 담화에서 B-52 편대가 한반도 주변수역에 출격한 날짜가 6월 17일이라고 밝혔다. 그 담화가 발표된 6월 19일 당시에는 B-52 편대출격이 은밀히 진행되었는데, 조선국방위원회가 대변인 담화에서 그 날짜를 꼭 집어서 밝힌 것은, 조선인민군이 한반도 주변수역에서 진행된 B-52 공중핵타격연습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미국이 B-52 편대를 은밀히, 기습적으로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켜도,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강력한 장거리감시레이더로 24시간 지켜보기 때문에 B-52 편대는 그 감시망에 반드시 걸리게 되어 있다. 이를테면, <연합뉴스> 2010년 12월 3일부 보도는 “지상관제요격기지와 조기경보기지 등의 레이더운용부대들은 북한 전역에 균등하게 분산되어 한반도 전역은 물론 중국의 일부 지역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은 대출력 장거리감시레이더를 운용하는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한반도에서 오끼나와 상공에 이르는 넓은 공역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조선인민군의 미사일조기경보체계에는 지상배치공중정찰레이더도 있고, 공중조기경보기도 있다. 조선은 이미 30년 전에 공중조기경보기를 실전배치하였다. <사진 4>

▲ <사진 4> 2016년 6월 17일 미공군 B-52 편대가 일본항공자위대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한반도 주변수역에 나타났을 때,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은 장거리감시레이더로 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사하고 있었다. 조선인민군에는 지상배치공중정찰레이더도 있고, 공중조기경보기도 있다. 그래서 B-52가 한반도 상공에 접근하면 조선인민군의 방공망에 걸리게 되어 있다. 위의 사진은 중국인민해방군이 운용하는 공중조기경보기의 비행장면인데, 조선인민군도 30년 전부터 공중조기경보기를 운용해오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B-52 편대의 내습을 저지하려면 공중감시능력만이 아니라 요격능력도 있어야 한다. 교전상대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요격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지대공미사일이므로,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은 지대공미사일 증강에 힘쓰지 않을 수 없다. <연합뉴스> 2012년 3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2000년부터 10여 년 동안 지대공미사일 보유량을 20여 배나 증강하면서 요격능력을 비상히 강화했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의 요격능력이 비상히 강화되었음을 말해주는 또 다른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은 2009년 5월 29일 동해안에서 지대공미사일 번개-5를 시험발사하였고, 2010년 10월 10일 분열행진에 번개-5를 탑재한 3축6륜 자행발사대를 처음 등장시켰다. 또한 2016년 4월 1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새 형의 반항공요격무기체계의 전투성능판정을 위한 시험사격”이 진행되었다. 이것은 번개-5보다 한 급 높은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번개-6을 시험사격한 것인데, 번개-6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력적인 지대공미사일로 평가되는 S-400과 동급이다.

▲ <사진 5>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은 2016년 4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번개-6을 시험발사하였다. 위의 사진은 번개-6을 시험발사하는 장면이다. 번개-5보다 한 급 높은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번개-6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력적인 지대공미사일로 평가되는 S-400과 동급이다. 미국 공군은 번개-5를 두려워하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번개-6이 등장하였으니, B-52 조종사들이 괌에서 이륙할 때부터 오금을 펴지 못할 지경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S-400는 사거리가 400km이고, 요격고도가 5~185km에 이르고, 비행속도가 마하 12이며, 비행표적 24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고, 스텔스 탐지능력이 뛰어나다. 그와 동급인 번개-6도 그런 강력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군은 번개-5를 두려워하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번개-6이 등장하였으니 B-52 조종사들이 괌에서 이륙할 때부터 오금을 펴지 못할 지경이다. <사진 5> 

그런데 전시에 B-52가 번개-6의 방공망을 피하려면, 황해남도에서 남쪽으로 450여 km 떨어진 제주해협 상공까지만 북상할 수 있고, 거기서 AGM-86B를 발사하게 된다. 하지만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번개-6을 운용하는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음속보다 느린 속도로 날아오는 AGM-86B를 먼 거리에서 요격하는 것은 사실상 ‘식은 죽 먹기’다.

여기서 ‘식은 죽 먹기’라는 표현이 나온 까닭은,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이미 6년 전에 자동화방공체계를 구축해놓았기 때문이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0년 12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 공군(당시는 항공 및 반항공군으로 개편되기 이전이었음)은 최근 자동화방공체계를 구축해 항공기 요격대응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였다”고 하였다. 자동화방공체계는 탐지-추적-요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동화, 정밀화, 신속화한 최첨단 요격체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번개-6의 요격 이후에 벌어질 상황이다.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이 번개-6을 발사하여 AGM-86B를 요격하면, 저고도로 날아오는 그 순항미사일은 한반도 남부 상공에서 파괴될 것이다. 순항미사일에 장착된 핵탄두가 한반도 남부 상공 낮은 고도에서 공중폭발하면, 핵폭발로 방출되는 강력한 전자기파(EMP)가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을 파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산업시설, 교통망, 전력망, 통신망까지 모조리 파괴할 것이다. 저고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은 저고도에서 요격 당하게 되므로, 한반도 남부 상공에서 발생한 전자기파는 중부 이북까지 미치지 않는다.

▲ <사진 6> 전자기파폭탄공격을 받으면 군사시설, 산업시설, 교통망, 전력망, 통신망이 모조리 파괴되어 전기가 없었던 19세기 중엽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대문명은 전기가 없으면 생존하지 못한다. 위의 사진은 전자기파폭탄공격을 받고 폐허화된 어느 도시를 상상도로 그린 것이다. 만일 군사정세를 오판한 미국이 B-52를 한반도 상공으로 접근시켜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의 요격을 당하여 한반도 남부 상공에서 핵탄두가 공중폭발하면서 방출되는 강력한 전자기파로 한국이 멸망하게 될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B-52 한반도 출격을 조선보다 한국이 더 극력 저지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은 B-52를 출격시켜 조선의 군사전략거점들을 공중핵타격으로 파괴하려다가 되레 도중에 요격당해 한국 전역을 전자기파로 파괴하는 치명적 사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B-52 공중핵타격은 조선이 아니라 한국을 멸망시키게 될 것으로 크게 우려된다. <사진 6>

번개-6이 B-52를 요격할 때 발생한 전자기파로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와해되더라도 조선인민군은 ‘최후결전’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왜냐하면 조선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와해되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의 대조선전쟁능력까지 제거해버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이 미국의 대조선전쟁능력을 제거한다는 말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국 태평양군을 해체시킨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괌(Guam), 오끼나와(沖繩), 요꼬스까(橫須賀), 사세보(佐世保), 미사와(三澤), 후사(福生) 등지에 있는 미국 태평양군 전략거점들을 공격하여 미국 태평양군을 해체시킬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이 지난 30년 동안 정력적으로 축적하고 증강해온 선제타격능력은 미국 태평양군의 모든 전략거점을 30분 만에 초토화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 서술한 두 가지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중앙일보> 2006년 6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을 연간 100~120발씩 생산한다고 한다. 그처럼 엄청난 생산시설을 가동하여 지난 30년 동안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을 증산해왔으므로, 지금 조선인민군 전략군에는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 3,000여 발이 실전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실전배치한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 3,000여 발은 미국 태평양군의 모든 전략거점을 재래식 탄두만으로도 3중으로 타격하고 남을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연합뉴스> 2013년 3월 4일부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당국은 2013년 현재 조선이 탄도미사일 2,000여 발을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그것은 장장 30년에 걸쳐 정력적으로 축적, 증강된 조선의 미사일생산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외부에 그 존재가 알려진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은 모두 10종인데, 그 가운데 2종을 제외한 8종의 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하는 전략미사일들이다. 나는 2013년 6월 5일 평양 만경대구역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하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각종 전략미사일들의 존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조선에서 전략미사일을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처럼 막강한 미사일공격력을 축적, 증강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지금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불소나기’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으니, 조선이 스스로를 ‘동방의 핵강국’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자명해진다.  

둘째,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국 태평양군 전략거점들을 3중으로 타격하여 완전히 파괴할 전략미사일들은 아래와 같이 네 종이다.

사거리 1,500km의 화성-7 (미국의 자의적 명칭은 스커드 E 또는 노동-1)
사거리 2,000km의 화성-8 (미국의 자의적 별칭은 스커드 ER 또는 노동-2)
사거리 3,000km의 화성-9 (미국의 자의적 별칭은 스커드 F 또는 노동-3)
사거리 4,000km의 화성-10 (미국의 자의적 별칭은 무수단 또는 BM-25)


3. 화성-10의 압승에 네 가지 비결 있었다

2016년 6월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0 시험발사에 대한 외부의 여러 가지 분석들을 살펴보면, 미흡한 점들이 보인다. 화성-10이 전문가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최신 로켓공학기술로 변모되어 다시 등장하였으니, 그 미사일에 대한 외부의 분석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집필하기 위해 나는 로켓공학기술에 관한 심층정보를 다시 조사하였다. 그 조사에서 새로운 사실을 파악한 나는 2016년 6월 27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요격방도 없는 무적필살병기의 등장’에 수록한 내용들 가운데 일부를 수정, 보완한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8333)


첫째, 로켓공학기술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는 어떤 로켓추진제를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로켓이란 미사일과 우주발사체를 통합한 개념이고, 로켓추진제란 연료와 산화제를 통합한 개념이다. 흔히 액체연료니 고체연료니 하지만, 액체추진제 또는 고체추진제라고 해야 옳다. 로켓추진제가 그처럼 중요한 요인으로 되는 까닭은, 로켓을 날려보내는 추력이 로켓추진제에서 나오기 때문만이 아니라, 로켓발동기(엔진)도 로켓추진제에 따라 다르게 설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켓성능은 곧 로켓추진제의 성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6년 6월 22일에 발사된 화성-10은 어떤 로켓추진제를 사용하였을까? 로켓추진제에 관한 정보는 국가기밀이어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지만, 로켓추진제가 연소할 때 분사되는 화염의 형태와 색채에 따라 비파형 화염형태와 분사형 화염형태로 구분되고, 반투명 화염색채와 불투명 화염색채로 구분된다.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면, 화염 끝부분이 모아지는 비파형 분사형태가 나타나며, 화염색채도 반투명으로 나타난다. 그와 달리,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면, 화염이 넓게 퍼져나가는 확산형 분사형태가 나타나며, 화염색채도 불투명하게 된다.

▲ <사진 7> 윗쪽 사진은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 화염분사형태를 촬영한 것이고, 아랫쪽 사진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의 화염분사형태를 촬영한 것이다. 화성-10의 화염분사형태는 비파형이며 화염색채는 반투명인데, '북극성'의 화염분사형태는 확산형이며 화염색채는 불투명하다. 이처럼 대비되는 현상은 화성-10에 액체추진제가 사용되고, '북극성'에 고체추진제가 사용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화성-10에 들어간 액체추진제는 비대칭 디메틸하이드러진과 하이드러진을 절반씩 혼합한 에어로진 50이라는 액체추진제다. 이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면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처럼 5분 안에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어서 교전상대에게 발사징후를 전혀 노출하지 않는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판별기준으로 살펴보면, 화염분사형태가 비파형이고 화염색채가 반투명으로 나타난 화성-10에는 액체산화제가 사용되었고, 그와 달리 화염분사형태가 확산형이고 화염색채가 불투명하게 나타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에는 고체산화제가 사용되었다. <사진 7>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경우, 연료와 산화제를 서로 다른 저장실에 주입해놓았다가, 도관을 통해 연소실로 보내 거기서 연소하게 된다. 그래서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로켓을 만들 때는 연료실과 산화제실을 따로 설계하고,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로 보내는 도관, 밸브, 펌프 같은 장치들도 설계해야 한다. 그와 달리, 고체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가 고체상태로 혼합된 물질이므로, 연료실과 산화제실을 따로 설계할 필요가 없고 도관, 밸브, 펌프 같은 장치들도 복잡하게 설계할 필요가 없다.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면, 연소실과 분사구를 작게 만들 수 있고, 연소 도중에 연소를 중단시킬 수도 있고 재연소시킬 수도 있다. 그와 달리,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면, 연소실과 분사구를 크게 만들어야 하고, 연소 도중에 연소를 중단시키거나 재연소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액체추진제의 화염분사형태가 비파형으로 나타나는 까닭은 연소실과 분사구가 작기 때문이고, 고체추진제의 화염분사형태가 확산형으로 나타나는 까닭은 연소실과 분사구가 크기 때문이다.
같은 종류와 같은 양의 연소물질을 작은 분사구로 분출하면 추력이 강해지고, 큰 분사구로 분출하면 추력이 약해진다. 액체추진제가 고체추진제보다 더 강한 추력을 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액체추진제는 고체추진제보다 약 30~40% 더 강한 추력을 낸다.

일반적으로 액체추진제는 구식이고 고체추진제는 신식이라고 알려졌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쓰임새에 따라 액체추진제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고체추진제를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결정된다. 이를테면, 5분 안에 신속하게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에는 고체추진제가 사용되고, 무거운 위성이나 우주선을 운반하기 위해 강한 추력이 요구되는 우주발사체에는 액체추진제가 사용된다.

어떤 화학물질을 어떤 비율로 혼합하여 로켓추진제를 만드는가 하는 것에 따라 성능격차가 생기는데, 액체추진제 제조기술은 오랜 기간 동안 진보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18종으로 늘어났다.

18종의 액체추진제들 가운데서 화성-10에는 어떤 액체추진제가 들어간 것일까? 위킬릭스(Wikileaks)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의 비밀전문들 가운데 2010년 2월 24일부로 작성된 비밀전문에는 2009년에 미국과 러시아의 안보담당관리들이 조선과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은 이른바 ‘평가회담 회의록’이 들어있는데, 거기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 비밀회의록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조선은 화성-10을 현대화하기 위해 UDMH라는 로켓연료와 그것을 사용할 로켓발동기를 개발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언급한 UDMH는 비대칭 디메틸하이드러진(Unsymmetrical Dimethylhydrazine)이라는 로켓연료인데, 이 로켓연료와 혼합되는 산화제는 액화산소(Liquid Oxygen), 질소4산화물(Nitrogen Tetroxide), 적연질산(Red-Fuming Nitric Acid), 에어로진(Aerozine) 50 네 종밖에 없다. 그 네 종의 산화제들 가운데 자동점화성(hypergol)도 있고, 추진력(impulse)이 강하며, 상온에서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는 산화제가 바로 에어로진 50이다. 에어로진 50은 비대칭 디메틸하이드러진과 하이드러진을 50 대 50으로 혼합한 화학물질이어서 ‘50-50’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에어로진 50은 탄도미사일에 미리 주입해놓을 수 있으므로,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처럼 5분 안에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어서 교전상대에게 발사징후를 전혀 노출하지 않는다.

▲ <사진 8> 윗쪽 사진은 2009년 4월 5일 은하-2 화염분사장면이고, 아랫쪽 사진은 2016년 2월 7일 은하-3 화염분사장면이다. 은하-2는 적연을 내뿜었고, 은하-3은 백연을 내뿜었다. 이것은 조선의 로켓에 들어가는 산화제가 적연질산에서 에어로진 50으로 바뀌었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09년 4월 5일 은하-2의 발사장면과 2016년 2월 7일 은하-3의 발사장면을 비교해보면, 은하-2는 적연을 내뿜었고, 은하-3은 백연을 내뿜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조선의 로켓에 들어가는 산화제가 적연질산에서 에어로진 50으로 바뀌었음을 말해준다. <사진 8> 

위에 열거한 정보를 종합하면, 이번에 시험발사된 화성-10은 자동점화성도 있고, 추진력도 강하며,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는 에어로진 50을 사용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원래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길수록 낙탄범위가 넓어지고, 그에 따라 명중률이 떨어지므로, 사거리가 4,000km에 이르는 화성-10에는 흔히 보조로켓이라고 부르는 방향전환발동기(divert thruster)를 장착하여 비행안정성을 유지해주어야 한다. 나는 2016년 6월 27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요격방도 없는 무적필살병기의 등장’에서 화성-10에 대형 중앙분사구 한 개와 소형 주변분사구 두 개가 장착된 것으로 추정하였는데, 그것은 빗나간 추정이었다.

2013년 6월 5일 내가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하면서 직접 목격한 화성-13에는 대형 중앙분사구 두 개와 소형 주변분사구 네 개가 장착되어 있었다. 화성-13의 지름은 1.8m로 추정되고, 화성-10의 지름은 1.5m로 추정되므로, 화성-10에는 대형 중앙분사구 두 개와 소형 주변분사구 네 개가 장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동서남북 방향에 각각 장착된 네 개의 주변분사구들은 점화 직후 초기상승비행단계에서는 추력을 보태주고, 그 이후에는 비행안정성을 유지해준다. <사진 9>

▲ <사진 9> 이 사진은 화성-10을 발사하기 위해 동체를 수직으로 세운 장면이다. 화성-10에는 대형 중앙분사구 두 개와 소형 주변분사구 네 개가 장착되었다. 네 개의 주변분사구들은 점화 직후 초기상승비행단계에서는 추력을 보태주고, 그 이후에는 비행안정성을 유지해준다. 중앙분사구와 주변분사구를 그런 형태로 배치한 것은 조선의 로켓들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셋째, 화성-10의 발사각을 45도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보다 더 낮은 각도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조선일보> 2016년 6월 24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한국군 당국자는 “지구표면이 곡면이고 공기저항도 있기 때문에” 중장거리미사일은 30~35도 각도로 발사된다고 하면서, 화성-10이 32도 각도로 발사되면 최고비행고도 640km에 도달한 뒤 3,200여 km를 날아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 실전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르는 소리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의 발사각을 정하는 문제는 지구표면의 곡면이나 공기저항과는 상관이 없다. 만일 전투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45도보다 낮은 각도로 발사하면, 상승비행고도가 낮아지므로, 상승비행단계에서 미사일방어체계로부터 요격당하기 쉽다. 따라서 화성-10의 상승비행고도는 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고도보다 훨씬 더 높아야 하고, 그렇게 상승비행고도를 높이려면 발사각이 45도 이하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또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발사각을 되도록 높게 정해야 최고비행고도도 높아지게 되고, 최고비행고도가 높아야 낙탄비행속도도 그만큼 더 빨라져 종말낙하단계에서 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을 피할 수 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 웹싸이트 <미사일위협(Missile Threat)>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160km 저고도에서 지상목표물을 향해 떨어지는 탄두의 낙하속도는 초속 2km를 넘지 않지만, 1,200~1,600km 고고도에서 낙하하는 재진입체의 낙하속도는 초속 6~8km에 이른다.
▲ <사진 10> 이것은 화성-10이 발사되는 장면이다. 조선이 괌을 향해 화성-10을 발사할 때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요격고도보다 훨씬 더 높은 궤도로 쏘아올리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화성-10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조선과 미국이 맞붙은 전략적 무력대결에서 화성-10은 B-52의 내습능력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능력을 한꺼번에 무력화시켜 압승을 거두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넷째, 군사전문가들 가운데 화성-10의 사거리를 가장 짧게 추정하는 사람들은 2,500km라로 보는데, 한국 언론매체들은 화성-10의 사거리를 3,000km로 추정한 보도기사를 내놓았다. 그들이 그렇게 추정하는 까닭은 조선이 소련산 R-27을 모방해서 화성-10을 만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R-27은 1960년대 낡은 기술로 만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고, 이번에 발사된 화성-10은 2010년대 최신 기술로 만든 지대지탄도미사일이므로, 양자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진 10>

R-27의 지름과 화성-10의 지름은 서로 똑같이 1.5m로 추정되는데, 후자의 길이가 전자보다 3m나 더 길므로, 화성-10에 더 많은 로켓추진제가 들어간다. R-27의 추진제는 비대칭 디메틸하이드러진과 질소4산화물의 혼합물인데 비해, 화성-10의 추진제는 비대칭 디메틸하이드러진과 하이드러진의 혼합물이다. 화성-10은 R-27보다 로켓추진제의 출력이 더 강하다.

영국의 군사전문 웹싸이트 <IHS 제인스(Jane's)>는 화성-10의 탄두중량을 1,000~1,250kg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들이 화성-10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소련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R-27의 탄두중량은 650kg밖에 되지 않는데, 그보다 50년 뒤에 등장한 화성-10이 두 배나 더 무거운 탄두를 장착하였다고 본 것은 터무니없는 억측이다. 탄두를 소형화, 경량화하는 기술이 발달한 조선에서는 중량이 1t이 넘는 무겁고 큰 탄두는 만들지 않으며, 중량이 300~500kg에 이르는 가볍고 작은 탄두를 만든다. 탄두중량이 그처럼 가벼우면 사거리도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화성-10의 동체는 바닷물에 뜨는 아주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졌다. 2016년 3월 18일에 발사된 화성-7의 탄두는 800여 km를 날아가 동해의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안에 낙탄되었는데, 그 탄두부 덮개 잔해가 발사날짜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16년 6월 16일 일본 돗또리현 유리하마초 해안에서 바닷물에 둥둥 뜬 채 발견되었다. 이것은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들의 동체가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이 가볍고, 강도는 10배나 더 강한 탄소섬유강화수지(CFRP)로 만들어졌음을 말해준다. 전 세계에서 탄소섬유강화수지를 만드는 최첨단 소재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화성-10에 출력이 강한 로켓추진제가 들어갔고, 탄두가 소형화, 경량화되었으며, 동체를 탄소섬유강화수지로 만들어 경량화하였으니 화성-10의 사거리가 4,000km인 것이 확실하다. 이것은 조선이 괌을 향해 화성-10을 발사할 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요격고도보다 훨씬 더 높은 궤도로 쏘아올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화성-10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그런 무용지물을 배치하려는 미국의 ‘헛발질’은 조선, 중국, 러시아를 모두 자극함으로써 그 세 나라의 반미연대전선구축을 촉진시킨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조선과 미국이 맞붙은 전략적 무력대결에서 화성-10은 B-52의 내습능력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능력을 한꺼번에 무력화시켜 압승을 거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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