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02월 2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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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인 언사를 주고받은 왕이-케리 회담
2014년 2월 12일 <동아일보>가 눈길을 끄는 보도기사를 실었다. 복수의 소식통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그 기사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아주사(亞洲司) 싱하이밍(邪海明) 부사장(副司長)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외교부 실무대표단이 지난 2월 첫째 주에 방북하였다고 한다. 중국 외교부 아주사는 아시아지역 외교사업을 담당하는 곳이며, 아주사 부사장은 남측 정부기관 서열로 따지면 아시아국 부국장이라고 할 수 있다.
북측 언론이나 중국 언론에 나오지 않은 중국 외교부 실무대표단의 방북은 2월 1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날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 출입기자단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중국 외교부 아주사 책임일꾼들이 주조중국대사관과의 내부업무차 방북했는데, 방북기간 중에 조선 외무성 유관부문 일꾼들과 접촉했으며, 중조관계와 조선반도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아주사 소속 관리들이 아시아 수교국들에 주재하는 중국대사관들의 내부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주재국을 방문하는 것은 일상적인 활동이다. 그런데 이번에 방북한 실무대표단은 주조중국대사관의 내부업무를 처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북측 외무성 외교관들을 만나 북중관계와 한반도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는 것이다. 그 실무대표단에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판공실 소속 외교관들이 포함되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주목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방북실무대표단에 포함되어 방북한 조선반도판공실 소속 외교관들이 북측 외무성 소속 외교관들과 만나 한반도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는 사실이다. 중국 외교부의 이러한 이례적인 방북은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중국의 외교행보가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미관계와 관련하여 미국과 남측의 언론들이 쏟아내는 왜곡보도만 읽으면, 요즈음 북미관계에 조성된 적대적 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없게 된다. 북미관계에서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 현상들만 훑어보면 심각성을 알 수 없지만,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북미관계의 적대적 분위기는 미국이 2월 24일부터 대북전쟁연습인 ‘키 리졸브-독수리연습’을 기어이 감행한 것으로 하여 더욱 심각해지고 말았다.
요즈음 북미관계에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적대적 분위기에 매우 민감해진 쪽은 중국이다. 그러므로 북미관계와 관련된 중국의 최근 움직임을 살펴보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John F. Kerry) 미국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진행한 회담이다. 그 두 사람이 회담에서 주고받은 예사롭지 않은 담화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2014년 2월 14일 왕이 외교부장은 베이징을 방문한 케리 국무장관과 회담하면서 “우리는 반도에서 혼란이 발생하거나 전쟁이 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 중국의 태도는 엄숙하고 진지하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케리 국무장관에게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반도의 혼란’이란 미국이 북의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유발하려는 ‘북의 급변사태’를 뜻하고, 그가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반도의 전쟁’이란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의 공중핵타격연습과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으로 격노한 북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전면전을 뜻한다.
원래 중국 외교부장과 미국 국무장관이 만나는 고위급 회담에서는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외교담화를 주고받는 것이 상례인데, 그 날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은 매우 직설적이었다. 그의 직설적 발언을 다시 풀어 쓰면, 미국이 대북정권전복음모를 은밀히 추진하고 대북핵타격연습을 공공연히 감행하면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격화시킨다면 중국은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 않겠노라는 단호한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그 회담에서 케리 국무장관이 통상적인 외교담화를 하고 있던 중에 느닷없이 왕이 외교부장이 위와 같은 직설적 발언을 꺼냈을 리는 없으므로, 케리 국무장관이 왕이 외교부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자극적인 발언을 먼저 꺼내놓았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케리 국무장관의 자극적인 발언이 과연 어떠하였기에 왕이 외교부장이 그처럼 직설적인 발언으로 응수하였는지 알아보려면, 케리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인 2월 13일 윤병세 외무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꺼내놓은 발언을 다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
<AP> 2014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윤병세-케리 공동기자회견에서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은 북을 핵무장국가로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회담을 위한 회담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조선은 비핵화와 관련된 자신의 의무에 관한 협상을 하고 그것을 수행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북이 더욱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더 심각한 안보문제를 발생시키기 미국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을 (중국 방문 중에) 중국 지도자들에게 강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말은 군사행동을 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되었으므로 대북군사행동을 취하겠다는 미국의 전쟁도발의사를 기자회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케리 국무장관의 위험한 발언에서는 전쟁광기가 느껴진다. 내외신 취재기자들 앞에서 그처럼 전쟁도발의사를 드러낸 케리 국무장관이 이튿날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회담에서도 역시 그런 식으로 미국의 대북전쟁도발의사를 드러냈던 것이 분명하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대로, 대북정권전복음모를 은밀히 추진할 뿐 아니라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같은 핵타격수단까지 한반도 중부상공에 불시에 출동시켜 북을 심히 자극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무력충돌위기로 몰아넣은 도발자가 바로 미국인데,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하면서 대북전쟁도발의사까지 드러냈으니, 왕이 외교부장이 어찌 참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왕이-케리 회담은 어디까지나 고위급 외교관들이 만난 자리였으므로, 그 두 사람이 주고받은 직설적인 언사로 잠시 굳어졌던 회담분위기는 이내 풀렸다. <동아일보> 2014년 2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왕이-케리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외교발언을 이렇게 이어갔다고 한다.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평화와 안전을 지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지지한다. 당장 급한 일은 기회를 잡아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당장 급한 일”이라고 하면서 케리 국무장관에게 촉구한 ‘조속한 대화재개’는 6자회담 재개를 뜻한다. 중국은 미국이 대북정권전복음모와 대북핵타격연습에 계속 집착함으로써 극도로 위험해진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하는 방도가 6자회담 재개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여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시키자는 뜻이 담긴 왕이 외교부장의 촉구발언에 대해 케리 국무장관이 어떻게 응수했는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알 수 없으나, 답변이 궁해진 케리 국무장관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대한 그의 ‘엉뚱한 소리’는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북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기 위한 ‘의무’를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들고 나온 ‘북의 의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2014년 1월 29일 서울을 방문 중이던 글린 데이비스(Glyn T. Davies)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의 의무’에 대해 말해주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의 의무’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은 9.19 공동성명에서 이행하기로 북이 동의한 것과 유엔안보리가 북의 핵활동, 미사일활동에 대해 결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들고 나온 ‘북의 의무’라는 것은 북이 핵포기를 단행하고 유엔안보리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들고 나온 ‘북의 의무’는 북에게 굴복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며, 북에게 굴복을 요구하는 것은 회담재개는커녕 북의 대미적개심만 자극하는 도발망언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북의 의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북의 대미적개심만 자극하게 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도발망언을 자꾸 늘어놓는 까닭은 미국에게 6자회담 재개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국은 6자회담에 다시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과 서울에 급파하다
의문이 생긴다. 미국은 왜 6자회담에 다시 나설 수 없는 것일까? 미국과 남측의 언론매체들이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하여 늘어놓은 왜곡보도만 읽으면, 미국이 왜 6자회담에 다시 나설 수 없는지 알 수 없다. 이 문제의 내막을 파악하려면 왕이-케리 회담으로 시야를 다시 돌려야 한다.
<동아일보> 2014년 2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케리 국무장관은 2월 14일 현지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중 양국이 북한 비핵화 촉진과 관련한 서로의 안(案)을 제시했다.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앞으로 수일 간 매우 진지하게 (중국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국무장관의 이 발언에 따르면, 왕이-케리 회담에서 양측은 각자 자기들이 작성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꺼내놓고 협상을 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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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은 성공하였을까? 극도로 민감한 외교사안이라서 왕이-케리 협상의 결과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측의 견해차가 너무 커서 몇 차례 협상을 벌이다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끝나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 외교부가 류전민(劉進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에 급파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래 케리 국무장관은 2월 14일 취재기자들에게 왕이-케리 협상이 “앞으로 수일 간 매우 진지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그렇게 말했던 날로부터 불과 사흘 만인 2월 17일 류전민 부부장이 갑자기 평양에 나타난 것을 보면, 케리 국무장관이 예상한 것과 달리 왕이-케리 협상이 금방 끝나버린 게 분명하다.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협상이 금방 끝나버린 것은 협상실패를 의미한다.
류전민 부부장은 2월 17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 머물렀는데, 그의 방북에서 몇 가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만일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성공하였다면,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이 아니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가 타결안을 들고 평양에 갔어야 정상이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측 실무책임자는 우다웨이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인데, 그가 평양에 가지 않고, 독자들에게 이름도 낯선 류전민 부부장이 평양에 간 것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실패하였음을 말해준다.
둘째, 만일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성공하였다면, 박의춘 외무상이 아니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 외교부 방북인사를 만났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담당하는 북측 실무책임자는 김계관 제1부상인데, 그가 중국 외교부 방북인사를 만나지 않은 것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실패하였음을 말해준다.
셋째, 2014년 2월 2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기사에서 북측 외무성 대변인은 류전민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 외교부 대표단의 평양방문에 관해 “조중 쌍방은 앞으로도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간략하게 언급하였다. 이 간략한 언급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실패하였음을 암시한다.
주목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이 실패한 직후 중국 외교부가 신속하게 취한 일련의 행동이다. 미국의 대북핵전쟁연습 강행으로 유발된 한반도 전쟁위기가 지난해처럼 격화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보려던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으나, 협상실패는 그 가느다란 희망의 가닥마저 끊어버렸다. ‘키 리졸브’ 대북전쟁연습을 불과 열흘 앞두고 서둘러 진행한 왕이-케리 협상에서 실패하여 매우 다급해진 중국은 류전민 부부장을 평양과 서울에 급파하여 전쟁위기격화를 예방할 대책을 협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2월 17일부터 20일까지 3박4일 동안 평양에 머물렀던 류전민 부부장은 2월 20일 중국 심양공항에서 곧바로 서울행 항공편으로 갈아타고 서울에 도착하여 2월 22일까지 2박3일 동안 머물렀다. 중국 외교부 고위관리가 이처럼 하루 시차도 두지 않고 평양과 서울을 연쇄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류전민 부부장이 항공편으로 평양을 떠나 중국 심양으로 날아가고 있었던 2월 20일 오전,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각 당사국들이 조선반도의 정세완화국면을 포착하여 융통성과 성의를 발휘하고 실제행동으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왕이-케리 협상은 실패하였으나, 중국은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말이다. 같은 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류전민 부부장은 공항청사에서 <연합뉴스> 취재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어떻게 해서든지 함께 노력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2월 21일 중국 외교부는 자기의 홈페이지에 올린 류전민 부부장의 방남활동을 해설하는 글에서 “류 부부장이 한국측에 과거와 같은 긴장국면이 (조선반도에) 다시 조성되는 것을 반드시 방지해야 한다. 동북아 정세가 매우 복잡하고 조선반도 정세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였다. 중국 외교부가 그 글에서 지적한 “과거와 같은 긴장국면”이란 2013년 1월 초부터 4월 초까지 석 달 동안 미국의 대북적대행위로 격화되었던 한반도 전쟁위기를 뜻한다.
왕이-케리 협상이 실패한 이후 더욱 격화되는 한반도 전쟁위기에 대해 중국만 그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도통신> 2014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낡은 쪽배’도 타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미국, ‘쌍발엔진 쾌속선’ 타고 순항하는 북
2014년 2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왕이-케리 협상은 왜 실패하였을까? 실패원인을 살펴보려면, 중국이 미국에게 어떠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제시하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요미우리신붕> 2013년 1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7개항을 조정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제1항 - 각 참가국들이 6자회담 재개를 동의하고, 9.19 공동성명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
제2항 -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것.
제3항 - 비핵화 과정에서 북의 관심사를 해결할 것.
제4항 - 남측, 미국, 일본이 대북관계를 개선하고, 북의 체제를 전복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명할 것.
제5항 -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
제6항 -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유지하면서 5개의 실무회의를 진행할 것.
제7항 - 6개국 협의를 정례화할 것.
중국은 위에 열거한 7개항이 담긴 조정안에서 명시하지 않았지만, 위의 7개항을 실행에 옮기게 되면, 미국은 각종 대북제재를 전면 철회하지 않을 수 없고, 대북전쟁연습을 영구 중지하지 않을 수 없고, 최종적으로는 주한미국군을 완전 철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은 대북제재의 전면 철회, 대북전쟁연습의 영구 중지, 주한미국군의 완전 철군이라는 말만 들어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대화를 중단시킨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정에서 자기가 이행해야 할 그러한 의무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국은 자기의 의무이행과는 정반대로 대북적대행위를 계속하면서 북미관계를 전면적으로 파탄시켰다. 이를테면,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만 해도, 미국은 유엔안보리까지 사주하여 대북제재를 삼중, 사중으로 추가하였고, 공중핵타격수단들까지 동원하여 대북핵전쟁연습을 더욱 광란적으로 감행하였고, ‘미사일방어’와 ‘순환배치’라는 명목을 내걸고 대북적대무력증강에 열을 올렸다.
만일 미국이 중국의 6자회담 재개요구를 받아들이려면, 미국은 대북제재의 전면 철회, 대북전쟁연습의 영구 중지, 주한미국군의 완전 철군을 결심해야 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런 정책적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서쪽에서 해가 뜨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까닭에, 중국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자고 촉구할 때마다 미국은 ‘북의 의무’를 선행시켜야 한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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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궁지에 몰린 미국이 중국의 6자회담 재개 요구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은 미국을 이렇게 조롱하였다.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6자회담 개최 10주년을 맞았던 2013년 9월 18일 중국 외교부가 베이징에서 주최한 국제토론회에 참석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취재기자들에게 “6자회담이라는 쪽배를 다시 출항시킬 수 있기 바라며, 우리는 그 쪽배에 먼저 올라가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참가국들도 늦기 전에 이 쪽배에 타기를 바란다”고 말하였던 것이다. 궁지에 몰린 미국에게 던진 이 비유는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하여 진퇴양난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쪽배’에 타는 것을 거부하는 미국을 조롱한 것이다.
만일 미국이 6자회담이라는 ‘쪽배’에 허겁지겁 올라타면 그 ‘쪽배’에 먼저 올라타고 미국이 올라타기를 기다리던 북에게 굴복하여 대북제재의 전면 철회, 대북전쟁연습의 영구 중지, 주한미국군의 완철 철군이라는 북의 세 가지 요구를 모두 들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제국’을 자처하는 미국은 북에게 순순히 굴복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미국은 6자회담이라는 ‘쪽배’에 오르기를 끝내 거부하며 허우적거리는 수밖에 없다.
원래 6자회담은 북이 아니라 미국이 만들어놓은 것인데,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비유에 따르면 미국이 만들어놓은 6자회담은 미국 자신이 올라타지 못할 ‘쪽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6자회담을 왜 그냥 배에 비유하지 않고 하필이면 쪽배에 비유했을까? 6자회담을 쪽배에 빗댄 이 절묘한 비유 속에는 뜻이 담겨 있다.
첫째, 쪽배에 여섯 사람이 모두 타기는 힘들고, 두 사람이 타는 것이 적당하다. 쪽배 비유에 담긴 뜻은 6자회담이 아니라 북미양자회담을 해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쪽배는 물결이 조금만 높게 일어도 뒤집힐 위험이 있으므로, 포구를 떠나 멀리 항해하지 못한다. 쪽배 비유에 담긴 뜻은 6자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며, 쪽배 신세로 전락한 6자회담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는 것이다.
북은 6자회담이 영원히 끝났다고 이미 오래 전에 선언하였다. 그러므로 북의 시각에서 보면, 6자회담은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라 영원히 끝나버린 것이고 재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늘 중국이 그처럼 영원히 끝나버린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자고 미국에게 촉구하는 까닭은, 6자회담이 성공할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권전복음모와 대북핵전쟁연습으로 더욱 격화되는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조속한 회담재개’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한반도 전쟁위기가 극도로 격화되었던 2013년 3월 말 북이 6자회담이라는 ‘낡은 쪽배’를 버리고 ‘쌍발엔진 쾌속선’으로 갈아탔다는 사실이다.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키는 ‘경핵병진로선’을 비유로 말하면 ‘쌍발엔진 쾌속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북은 경제건설이라는 ‘엔진’과 핵무력건설이라는 ‘엔진’을 양쪽에 장착하고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이라는 항로를 따라 ‘마식령속도’로 순항하는 ‘쌍발엔진 쾌속선‘을 2013년 3월 31일에 출항시킨 것이다.
오늘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비유로 설명하면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6자회담이라는 ‘낡은 쪽배’에 빨리 올라타야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중국의 진지한 권고마저 거부한 미국은 헤어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몸부림치는 광기를 대북정권전복음모와 대북핵전쟁연습으로 연속 표출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 지난해에 ‘낡은 쪽배’를 버리고 ‘쌍발엔진 쾌속선’으로 갈아탄 북은, ‘낡은 쪽배’에도 올라타지 못한 채 진퇴양난에 빠져 몸부림치다가 기진맥진해지는 미국을 올해 안에 단숨에 제압하려는 기세다.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인민군 야전부대들을 계속 찾아가 전투동원태세를 점검하고 “싸움준비 완성”을 지시한 것은 인민군이 그런 기세로 최후공격명령을 대기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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