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4.27 재보선에 불어온 민심의 순풍
"이번 재보선의 숨은 승자는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한번 알토란 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이나 국민참여당 등 다른 야당에 비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정희 당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연대에 진정성 있게 몸을 던진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있었다."
이 인용문은 2011년 4월 28일 <미디어 오늘>이 4.27 재보선 투표결과를 분석한 기사의 일절이다. 이 분석기사에서 주목하는 것은, 야권연대를 실현하려 애쓴 민주노동당의 노력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한 대목이다. 이러한 평가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야권연대가 민심을 움직였다고 말할 수 있다.
분당에서 회사에 다니는 어느 회사원은 "야권연대를 한다고 해서 별 게 있겠냐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선거 치루는 것을 보니 확실히 힘이 모이니까 거침없이 치고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민중의 소리 2011년 4월 28일)
어느 취업준비생은 "선거 유세현장을 본 적이 있는데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여러 정당 사람들이 함께 손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봤다. 누가 좋고 나쁘고 판단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여러 정당에서 함께 힘을 모아가는 모습을 보며 조금 더 큰 기대를 갖고 투표를 하게 됐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민중의 소리 2011년 4월 28일)
△4.27 재보선의 민심을 움직인 야권연대 ⓒ민중의소리(2011년 4월 28일 보도사진)
분당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순천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된 것도 야권연대의 성과인 것이 명백하다. 만일 순천에서 야권연대가 실현되지 않아 선거판세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대결구도로 되었다면, 민주노동당은 숨은 승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년 대선은 사정이 좀 다르지만, 내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의석수를 확보하려면 반드시 야권연대를 실현해야 한다.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야권연대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지만, 야권연대를 대하는 민심은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다. 여러 정당이 단합된 모습이 분열되어 서로 싸우는 꼴보다 훨씬 더 좋아보인다는 것, 그래서 야권연대를 지지한다는 것, 바로 이러한 감성적 판단이 실제로 민심을 움직이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대표가 다른 야당 대표들과 선거운동 현장에서 서로 손을 잡고 서 있기만 해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염증을 느낀 민심은 야권연대로 쏠리게 되어 있다. 4.27 재보선 투표결과가 입증한 것처럼, 반한나라당 야권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 쪽으로 민심의 순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민심의 순풍을 받아 숨은 승자가 된 민주노동당이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4.27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의 풍향계를 정확히 읽고, 내년 선거정국에서 한나라당 재집권 기도를 날려버릴 거대한 민심의 폭풍을 불러일으킬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심의 폭풍을 불러일으킬 시나리오를 작성하려면, 우선 민심의 풍향계부터 정확히 읽어야 한다. 민심의 풍향을 가늠하지 못하면, 민심의 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4.27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풍향계를 정확히 읽기 위해 아래의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상북도 대구 출신으로 분당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이번에는 반드시 갈아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난생 처음 투표장에 나갔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연합뉴스 2011년 4월 28일) 그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것처럼, 이제껏 그는 정치권에 대해 무관심하여 투표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반드시 갈아치워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처음으로 투표에 참가하여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고 한다.
중산층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몇몇 거주지들 가운데 한 군데인 분당에서, 돈벌이가 괜찮은 치과의사로 일하는 그는 생계걱정과는 인연이 없는 중산층 상위권에 속한다. 명백하게도, 그는 이명박 정권이 자기 생계를 파탄시킨 것에 분노하여 정권교체를 열망하게 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민생파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무엇 때문에 정권교체를 열망하게 되었을까?
아쉽게도, <연합뉴스> 기자는 그가 왜 정권교체를 열망하게 되었는지 묻지 않았지만, 그 까닭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땅의 중산층은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을 그야말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 최악 정권에게 이미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4.27 재보선 투표율이 매우 높은 것을 보면, 그 치과의사처럼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한 중산층이 꽤 많았음을 알 수 있는데, 그들 중산층이 한나라당에게 등을 돌렸으니 한나라당이 참패를 당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귀담아들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경상북도 상주 출신으로 그 동안 한나라당을 적극 지지해온, 분당에 사는 30대 가정주부가 기자에게 꺼낸 말이다. 그 가정주부는 "분당 살면 적어도 중산층은 된다 했는데, 물가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지, 기업 수익은 높다는데 월급은 똑같지, 의식주가 흔들렸다. 더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어 차악을 선택했다"고 하면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였다고 말했다. (한겨레 2011년 4월 28일) 분당에 아파트를 소유하였을 뿐 아니라, 잘 나가는 회사에서 남편이 일하는 것을 보면, 그 가정주부는 중산층 중위권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나라당 지지자였던 그 가정주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자신의 중산층 생활을 파산위험에 빠뜨린 최악 정권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차악 정당'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회사원, 노동자, 대학생, 자영업자 순이다
분당에 사는 치과의사와 가정주부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두고, 언론매체들은 4.27 재보선 투표결과가 '중산층의 반란'으로 나타났다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정치권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한나라당의 오랜 지지기반이었던 중산층은 4.27 재보선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우파정당을 지지해온 오랜 미몽에서 마침내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화된 중산층이 오랜 정치적 미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하였음을 입증하는 통계자료는 <한겨레> 2011년 4월 28일부가 보도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4월 21일 분당을 선거구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여론조사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직업별 후보 지지도를 보면, 한나라당 후보에 앞선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회사원 34.3% 포인트, 노동자 25.8% 포인트, 대학생 22.2% 포인트, 자영업자 14.2% 포인트로 나타났다. 반면에 무직자와 가정주부는 한나라당 후보를 각각 37.0% 포인트, 10.4% 포인트 더 지지하였다. 또한 연령층별 후보 지지도를 보면, 한나라당 후보에 앞선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0대 19.6% 포인트, 30대 67.8% 포인트, 40대 18.3% 포인트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50대와 60대는 한나라당 후보를 8.4% 포인트, 62.8% 포인트 더 지지하였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이 4월 24일에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분당을 선거구에서 월소득이 300만-400만 원에 이르는 유권자의 66.9%, 그리고 월소득이 400만-500만 원에 이르는 유권자의 56.4%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였다. (조선일보 2011년 4월 29일)
△ 분당을 투표소 앞에 줄지어선 20-40대 연령층, 회사원, 노동자, 대학생
ⓒ세계일보 (2011년 4월 27일 보도사진)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서울 중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서울 중구를 돌았는데, 선거 직후 그가 털어놓은 소감을 들으면 자영업자들의 반한나라당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는 기자에게 말했다. "중구에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장사가 안 돼 민심이 너무 안 좋았다. 식당 열 군데를 돌았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더라. 표 달라는 말은 차마 못하고 '미안하다. 잘하겠다'는 말만 했다. 거기다 한나라당은 '부자들의 정당'이라는 편견도 많았다. (줄임) 유세라기보다는 민심을 다독이는 과정이었다." (조선일보 2011년 4월 29일)
위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20-40대 연령층 가운데 회사원, 노동자, 대학생, 자영업자 순으로 한나라당에게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분당은 농촌이 아니므로, 농민의 민심이 어떠한지 알 수 없지만, 농촌에서도 반한나라당 감정이 퍼져있다는 것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게 등을 돌린 유권자들 가운데 회사원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선거기간 중 한나라당 후보는 분당에 있는 전철역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면서 선거운동을 하였는데, 분당에 사는 회사원들은 한나라당 후보가 악수를 청해도 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두 말할 나위 없이, 4.27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의 풍향계는 회사원, 노동자, 대학생, 자영업자들 가운데 다수가 한나라당 재집권을 거부하고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유혹에 빠지고, 민주노동당은 고민에 빠진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숙고해야 할 문제는, 반한나라당 민심이 민주노동당을 향해 부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향해 불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에게 등을 돌린 회사원, 노동자, 대학생, 자영업자들의 표심이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으로 쏠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권교체가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로 될 가능성이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4.27 재보선에서 일단 승기를 잡은 민주당이 계속 상승세를 타면서 자당 중심의 정권교체라는 강한 유혹을 느끼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은 4.27 재보선 투표결과와 그에 따른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 가능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두 말할 나위 없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정치현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두 단계 사회변혁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마땅하다. 그런 관점에 서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은 당연히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저지해야 한다.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가 한나라당의 재집권보다 좀더 나을 것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사회변혁운동에 대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의 '직무유기'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누구나 예감하는 것처럼, 2013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5년 동안, 다시 말해서 차기 정권 임기 중에 한반도에서는 우리 사회변혁운동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정세가 조성될 것이다. 그 기간에 한반도 정세에서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그 격변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예견하는 것은 별도의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므로, 이 글에서 생략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지만, 남북관계, 한미관계, 북미관계, 그리고 남측의 정치세력관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변화들이 뒤엉키면서 정세를 우리 사회변혁운동에 유리하게 격변시킬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2013년 이후 5년 동안에 일어날 정세변화가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는 변화이며, 또한 그런 변화에 대응하려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정세변화를 주도하는 힘은 정권에서 나온다. 정권만이 정세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가 실현되는 경우,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 유리하게 변화되는 정세를 민주당 정권이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가지 못하게 되리라는 점은 너무도 뻔하다. 민주당에게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가 실현되는 경우,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거듭했던 실정을 또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민주당이 자당 중심의 정권교체에 성공하는 경우, 과거 실정을 반성하고 김대중-노무현 정권보다는 조금 더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향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까닭에,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는 정세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정세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 중대한 과제로 제기된다. 정권탈환에는 성공하였으나, 급변기에 들어선 정세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민주당 정권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비판성명을 발표하거나, 진보정치활동가들이 국회의사당 또는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행동으로 정세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어림도 없다.
범야권 정치회의를 시작할 때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는 정세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이 해야 할 임무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서 우선 선결해야 할 정치과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선결과업부터 수행해야 중심과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은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어떻게 저지하느냐 하는 선거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년 선거정국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과업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하는 변혁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내년 선거국면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과업을 수행하려면,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저지하기 위한 범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해야 한다. 범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하지 않으면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저지할 방도가 사실상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과업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이 범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하려는 목적이,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 저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과업을 그 정치연합을 통해서 수행하려는 데 있다는 점이다. 대중들의 눈에는 선거승리를 위한 반한나라당 정치연합 정도로 비치겠지만, 사회변혁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것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과업을 수행할 정치연합이다.
민주당은 범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하여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에 힘쓸 것이고, 그와 달리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은 범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하여 5대 정치과업 수행에 힘쓸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란 민주당이 반한나라당 정치연합에 의거하여 집권하고, 그 정치연합에 참가한 다른 야당들에게 장관직 몇 개 나누어주는 것을 뜻한다. 또한 5대 정치과업이란, 이전에 나의 글들에서 논한 것처럼, '국가보안법' 철폐, 신자유주의 정책 폐기, 사회복지정책 추진, 평화협정 체결, 6.15 공동선언 및 10.4 선언 전면이행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범야권 정치연합 안에서 5대 정치과업을 수행하려는 민주노동당의 힘과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추진하려는 민주당의 힘이 맞서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적대관계에 놓인 것이 아니라 범야권 정치연합으로 손을 잡았기 때문에, 그 두 방향의 힘이 작용하는 팽팽한 대립구도에서 어느 한 쪽이 승리하고 어느 한 쪽이 패배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일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이 범야권 정치연합 안에서 5대 정치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실책이 아닐 수 없다.
범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하는 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후보단일화를 실현하는 데도 그처럼 여러 난관을 뛰어넘어야 하였는데, 범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하는 것은 오죽 어렵지 않겠는가. 각 정당들의 정치노선 차이와 이해관계 충돌을 뛰어넘으려면, 지금부터 범야권 정치회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범야권 정치회의를 시작해도, 범야권 정치연합 실현에 주어질 시간은 약 일곱 달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일곱 달 동안 범야권 정치회의에서 수많은 이견을 조절하고 타협안을 이끌어 낸 뒤에, 범야권 정치연합체를 결성해야 하므로 일곱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해서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범야권 정치회의를 통해 결성될 범야권 정치연합체는 5대 정치과업에 기초한 정책 합의, 선거 공동대응, 연립정부 수립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합의하는 전략적 정치기구다. 범야권이 정치연합으로 자기 혁신을 이룩해야 민심을 얻을 수 있으며 내년 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범야권 정치회의를 통하여 범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하는 것은 이 땅의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라서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고, 논란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적 대중단체들과 단결하여 헌신적으로 노력한다면 범야권 정치연합 실현은 확정적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에게는 진보대통합이라는 과업이 하나 더 있다. 지금 진보대통합 실현은 '쎅트'라는 장애를 넘지 못하여 지체되고 있다. 먼저 진보대통합을 실현하고 그 다음에 범야권 정치연합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진보대통합 실현이 '쎅트'라는 장애를 넘지 못하고 계속 지체되는 경우, 민주노동당은 진보대통합과 범야권 정치연합을 병행 추진할 수 있다.
숨은 승자가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지만, 전망과 목표는 숨은 승자의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다. (2011년 4월 29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