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4

폭풍전야는 왜 이리도 고요할까

[한호석의 개벽예감](375)
자주시보 2019년 12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똑같은 실패 반복하는 백악관의 불행
2. 세계는 두 가지 중대한 사실을 목격하였다
3.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1. 똑같은 실패 반복하는 백악관의 불행

조미협상이 재개되느냐 마느냐 하는 초미의 문제를 놓고 긴장감이 끊임없이 감돌았던 2019년이 어느덧 저물고 있다. 연말시한을 불과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지금, 협상재개전망은 사라졌다. 2020년에는 어느 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시작되었던 조미협상국면은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위태로운 결렬상태에 빠지더니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조미정상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된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았고, 10월 5일 스톡홀름 조미실무회담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결국 막을 내렸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8천만 민족의 요구와 기대는 조미협상국면의 종식과 더불어 열기를 잃어버렸다. 세인의 상상을 초월한 어떤 ‘기적’이 일어난다면 혹시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조미협상국면이 회복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협상국면이 막을 내린 어둠 속으로 폭풍이 몰아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폭풍전야의 분위기는 미국에서 이렇게 조성되었다. 2019년 12월 18일 미국 대외관계협의회(CFR)가 미국인 전문가 500여 명의 견해를 종합하여 발표한 보고서에는 2020년에 우려되는 국제위기상황 30건이 열거되었는데, “2020년에 조미협상이 중단된 상태에서 북조선이 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를 계속하여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하면서, 매우 높은 충격강도를 가진 조미대결위기는 내년에 미국이 감당해야 할 최우선 과제들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또한 미국의 보도전문 텔레비전방송 <CNN>이 미국인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여 2019년 12월 15일에 실은 분석기사에 따르면, 조선이 2020년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거나, 핵시험을 진행할 ‘위험한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개선의 길로 나아갈 것처럼 보였던 조선과 미국의 관계가 이처럼 악화되면서 대결의 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원인은 조미협상을 파국으로 끌어간 백악관의 전략적 오판, 바로 그것이다. 단언컨대, 그것 이외에 다른 원인은 없다. 여기서 말하는 백악관의 전략적 오판이라는 것은 조선이 미국의 지속적인 ‘최대 압박’에 굴복하여 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치명적인 오판, 그리고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거부해도 조선은 협상에서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치명적인 오판이다. 

그런 치명적인 오판에 빠져 조미협상국면을 파탄으로 끌어간 백악관의 몰골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치명적인 오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백악관이 자초한 불행이다. 백악관의 전략적 오판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미국에게 불행을 안겨준 역사, 그 시간을 계산해보면 2015년 1월부터 시작된 불행한 과거를 되짚어본다. 

<조선중앙통신> 2015년 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이 올해에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훈련을 림시중지하는 것으로써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을 제기하고 이 경우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시험을 림시중지하는 화답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2015년 1월 9일 미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조선 외무성이 ‘뉴욕통로’(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해 미국 국무부에 전한 이 메시지는 조선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일념을 안고 제시한 첫 제안이었다.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침략전쟁연습을 임시중지하면, 그에 상응하여 조선도 미국을 위협하는 핵시험을 임시중지하겠다는 조선 외무성의 메시지는 누가 봐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당시 오바마 집권기의 국무부는 그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을 거들떠보지 않은 채 모략과 비난으로 응답하였다. 프랑스 통신사 <AFP> 2015년 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보도 당일 외국출장 중에 진행한 즉석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의 일상적인 군사훈련을 핵시험 가능성과 부적절하게 결부시키는 북조선의 제안은 은연 중의 위협”이라고 모략, 비난하였다고 한다.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침략전쟁연습을 일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뻔뻔스럽게 둘러대는 거짓말도 들을 수 없지만, 그보다 더 심한 망발은 조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그냥 거부한다는 의사만 밝히면 되는데도, 은연 중의 위협이니 뭐니 떠들어대며 모략, 비난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이 제시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에 대해 모략과 비난으로 응답했지만,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조선의 강렬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조선은 물러서지 않고, 또 다른 제안을 미국에게 제시하였다. <아시아 타임스> 2015년 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월 18일부터 이틀 동안 싱가폴에서 진행된 조미비공식대화에서 리용호 당시 조선 외무성 부상은 그 대화에 참가한 미국의 전직 관리들에게 미국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그에 상응하여 조선은 핵시험을 중단하는 것과 더불어 핵탄두 소형화도 중단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미사일에 탑재하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생산하는 조선에서 핵탄두 소형화를 중단한다는 말은 핵무기 생산을 중단한다는 뜻이므로, 그 제안은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그때 미국이 조선의 파격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조미협상이 시작되었더라면,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쯤 한반도는 전쟁위험이 사라진 평화시대를 맞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과 대화와 협상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적의와 오만을 품고, 핵전략자산을 동원한 도발광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조선 외무성은 2015년 5월 30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였다. 조선 외무성은 담화에서 “올해 초 우리가 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을 완화할 데 대한 립장을 밝히고 그 실현을 위해 합동군사연습림시중지 대 핵시험림시중지 제안을 내놓았을 때 그와 관련한 대화조차 거부해나선 것이 바로 미국이며, 군사연습강행으로 대답해나선 것도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쌍기둥인 <전략적 인내>와 도발적인 합동군사연습을 계속 고집함으로써 끝끝내 조선반도 비핵화를 하늘로 날려보내고 말았다”고 지적, 비판하였다.  

2015년 당시 미국이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조선과의 대화와 협상을 무조건 거부하면서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도발광기를 드러낸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2015년 1월 22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외부인사와의 대담 중에 조선에 대해 언급하면서 “요즈음 세상에서 그처럼 잔혹한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힘들다. 북조선은 잔혹하고 폭압적이며, 그래서 인민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한다”고 중상비방하면서 “북조선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악담을 늘어놓았다. 2009년 10월 9일 미국의 현직 대통령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오바마가 그처럼 적의를 품고 조선을 향해 중상비방과 협박공갈을 토해내며 도발적인 무력침공연습을 계속 감행하였으니, 협상은커녕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오바마 집권 8년 동안 도발광기만 지속되고, 협상이라는 말조차 들리지 않았던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서방측 상업위성이 촬영한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있는 30MW 경수로의 외관이다. 조선의 핵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괴벽을 지닌 미국의 전문가들은 녕변경수로가 이제야 겨우 시험가동을 시작했다고 추정하였지만, 시험가동을 거쳐 2019년에 정상가동을 시작하였다. 녕변경수로를 정상가동하면 많은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그와 동시에 무기급 핵물질도 생산한다. 핵탄두에 들어가는 무기급 플루토늄과 열핵탄두에 들어가는 트리튬을 생산하는 것이다. 2017년 내내 조선은 광란하는 핵제국과 정면대결하면서 자기의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핵무력 완성의 길로 나아갔고, 그 길에서 자력으로 경수로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미국의 도발광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도발광기는 협상이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게 만든 것만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핵무력 완성의 길로 조선을 떠밀어주었다. 2015년 9월 15일 조선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우라니움농축공장을 비롯한 녕변의 모든 핵시설들과 5MW 흑연감속로의 용도가 조절변경되였으며 재정비되여 정상가동을 시작하였다”고 하면서 “각종 핵무기들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핵억제력의 신뢰성을 백방으로 담보하기 위한 연구와 생산에서 련일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19년 9월 유엔총회 제74차 본회의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5MW 흑연감속로가 2018년 8월 중순까지 가동된 징후를 포착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온라인 매체 <38노스>가 2019년 6월 5일에 실은 상업위성영상자료 분석기사에 따르면,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30MW 경수로가 지속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위에 열거된 사실들을 살펴보면, 2015년 9월 15일부터 정상가동을 시작한 녕변핵시설들이 지난 5년 동안 가동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2015년 8월 28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2020년에 이르면 조선은 인디아와 파키스탄을 능가하는 핵보유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는데, 그 예견은 현실로 되었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조선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핵전략자산을 동원하여 도발광기를 드러낸 험악한 상황에서 조선에게는 한반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핵억제력을 급속히 강화하는 것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조선이 2015년 9월 15일부터 녕변핵시설들을 정상가동하여 무기급 핵물질을 대폭 증산한 것은 바로 그런 불가피한 선택의 일환이었다. 

미국의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 2016년 2월 21일 보도와 <연합뉴스> 2016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2월 조선 외무성은 ‘뉴욕통로’(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해 미국 국무부에게 평화협정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의하였으나, 미국 국무부는 비핵화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고 평화협정문제는 비핵화문제를 논의한 뒤에 논의해야 한다는 궤변으로 협상기회를 또 다시 날려버렸다고 한다. 

그처럼 협상기회를 계속 거부하는 미국을 더 이상 말로 상대할 수 없었던 조선은 미국에게 강타를 날렸다. 2016년 1월 6일 조선은 첫 수소탄기폭시험을 단행하여 미국에게 정면타격을 가했다. 2016년 1월 15일 조선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에서 조선의 “첫 수소탄시험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하면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우리가 내놓은 미국의 합동군사연습중지 대 우리의 핵시험중지제안과 평화협정체결제안을 포함한 모든 제안들은 아직 유효하다”고 언명하였다. 

그러나 조선의 수소탄기폭시험으로 정면타격을 당한 미국은 평화협정체결제안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더욱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미국은 조선이 제시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거들떠보지 않고 내던져버리는 행패를 부리면서, 조선이 핵무기를 일방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망발과 궤변을 늘어놓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제재압박을 비롯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하여 조선을 짓눌러보려고 광란하였다. 그러나 핵제국의 광란 앞에서 물러설 조선이 아니다. 조선은 광란하는 핵제국과 정면대결하면서 자기의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핵무력 완성의 길로 나아갔다. 


2. 세계는 두 가지 중대한 사실을 목격하였다

2016년 6월 15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연단프로그램 국장 칼 베이커는 2016년 6월 1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진행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이 근래 조선측과 네 차례 만났는데, 조선측은 미국이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핵전쟁력량을 증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였다. 조선은 대미접촉통로를 끊어버리고 핵무력 완성을 다그쳤다. <조선중앙통신> 2016년 7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 정부는 2016년 7월 10일 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하여 미국 정부에게 “미국이 우리의 즉시적인 제재조치철회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상 이미 천명한대로 그에 대응한 실제적인 행동조치들을 단계별로 취해나가게 되며 첫 단계로 조미 사이에 유일하게 존재하여온 공식접촉통로인 뉴욕조미접촉통로를 완전히 차단한다는 것을 통지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오늘까지 3년 6개월이 흐르는 동안 세계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대한 사실을 목격하였다. 

(1) 조선은 핵무력의 질적 발전과 양적 증대를 다그쳐 마침내 핵무력을 완성하였고, 지역 핵보유국의 지위밖에 갖지 못한 인디아와 파키스탄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2019년 12월 말 현재 조선은 세계적인 핵강국이 갖추어야 할 모든 종류의 핵무기를 생산, 배치하였다. 소형화된 수소탄과 전략핵탄과 전술핵탄을 체계적으로 생산, 배치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들을 탑재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신형 단거리비탄도미사일, 신형 대구경방사포를 만들어냈으며, 신형 핵추진잠수함도 건조하였다. 지금 미국, 로씨야, 중국에는 있지만 조선에는 없는 전략핵자산은 항공모함과 장거리전략폭격기 두 종류뿐이다. 대양을 건너가 다른 나라를 점령할 때 사용하는 항공모함과 장거리전략폭격기는 조선에게 필요하지 않으므로, 조선은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종류의 핵타격수단을 고루 갖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행진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모습이다. 8축16축 발사대차에 실려 등장한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체연료로켓을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선은 핵무력의 질적 발전과 양적 증대를 다그쳐 마침내 핵무력을 완성하였고, 지역 핵보유국의 지위밖에 갖지 못한 인디아와 파키스탄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미국, 로씨야, 중국에는 있지만 조선에는 없는 전략핵자산은 항공모함과 장거리전략폭격기 두 종류뿐이다.     

이것은 이미 2015년 1월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미협상을 시작하려고 힘쓴 조선의 성의 있는 제안과 노력을 미국이 끝내 거부한 결과다. 이렇게 놓고 보면, 지난 5년 동안 미국은 어리석게도 제 손으로 제 무덤을 깊이 파내려간 꼴이다.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 들어앉은 것으로 하여 천만년 안전을 담보한다던 미국 본토에 핵재앙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자기파멸의 무덤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조미협상으로 자기파멸의 무덤을 메워보려고 시도하였지만, 싱가폴에서 협상의 첫 걸음만 내디뎠을 뿐 더 이상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못한 채 세월만 허송하더니 결국 연말시한에 이르렀다.   

(2) 2016년 7월 6일 조선은 미국에게 비핵화의 정의를 명백히 제시하였다. 그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명백히 하건대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다. 여기에는 남핵폐기와 남조선주변의 비핵화가 포함되여 있다”고 하면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는 “우리에 대한 핵위협공갈의 근원부터 완전히 제거하는 데서 시작되여야 한다”고 언명하였다. 또한 성명에서 조선 정부는 비핵화를 실현하는 방도까지 제시하였다. 조선이 제시한 다섯 가지 비핵화실현방도는 다음과 같다.  

1) “남조선에 끌어들여놓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미국의 핵무기들부터 모두 공개하여야 한다.”
2)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들을 철페하고 세계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
3) “미국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는 핵타격수단들을 다시는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여야 한다.”
4) “그 어떤 경우에도 핵으로, 핵이 동원되는 전쟁행위로 우리를 위협공갈하거나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여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하여야 한다.”
5) “남조선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여 한다.”

또한 성명에서 조선 정부는 “이러한 안전담보가 실지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역시 그에 부합되는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그런데 일본 <요미우리신붕> 2019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9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정의를 합의하자고 하면서 자기들이 생각한 비핵화의 정의를 꺼내놓았다고 한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놓은 비핵화의 정의는 조선이 자기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반출하고, 조선의 핵시설 전반을 완전히 해체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선 조선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어린 아이의 지능도 갖지 못한 멍청이의 망상에 불과하다. 또한 조선 각지에 건설된, 3,000여 개소로 추산되는 핵시설들과 미사일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 많은 시설을 완전히 해체하겠다는 것도 역시 어린 아이의 지능도 갖지 못한 멍청이의 망상이다. 

백악관이 그런 망상에 사로잡혔다면, 미국의 언론매체들이나 전문가들은 잠꼬대 같은 소리만 늘어놓았다. 미국의 언론매체들 가운데 그 어떤 곳도, 그리고 미국인 전문가들 가운데 그 누구도 2016년 7월 6일 조선 정부가 성명에서 언명한 비핵화개념정의와 그 실현방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조선을 향해 일방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만 중얼거렸다. 사태가 이처럼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조미협상이 파국에 빠진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해놓은 연말시한을 앞두고 불안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 15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을 서울에 급파하였다. 그는 방한 이틀째 되는 12월 16일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선 외무성에게 판문점에서 만나 협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조선 외무성은 응답하지 않고 무시해버렸다. 비건을 서울에 급파하여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해보려던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3.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2015년 1월 이후 조선은 미국에게 평화협정체결을 끊임없이 요구하였고, 2018년 6월에는 미국을 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협상(조미정상회담)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미국은 조선과 협상을 몇 차례 하면서도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로써 조미협상국면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였다. 

조미협상국면에서 ‘평화’라는 두 글자를 어루만졌던 사람들의 희망과 기대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제는 실망과 우려가 앞선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2019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2020년 어느 날 조미관계에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미핵대결이 엄청난 폭풍을 몰아왔던 2016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2020년에 몰아칠 조미핵대결의 폭풍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2016년의 경험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2016년 3월 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는 “우리 군대와 인민은 무모한 침략전쟁의 총포성을 도발자들의 참혹한 장송곡으로 만들어놓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성명은 조선이 조국통일성전을 수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1) “우리 군대와 인민은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안전을 란폭하게 침해하다 못해 우리의 생존공간을 핵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전쟁도발광기에 전면대응하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다. (중략) 우리 천만군민은 미제 완전소멸, 괴뢰역적 완전박멸의 구호 밑에 다지고 다져온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무진막강한 군사적 위력을 남김없이 과시하는 총공세에 떨쳐나설 것이다.”

(2)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적들이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 생존권을 없애버리려고 피를 물고 덤벼드는 엄중한 상황에 대처하여 무자비한 섬멸적 타격을 가할 수 있게 선제공격적인 군사적 대응방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중략) 우리의 군사적 대응조치도 보다 선제적이고 보다 공격적인 핵타격전으로 될 것이다.”

(3) “우리에게는 존엄 높은 최고수뇌부가 비준한 남조선 해방과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한 우리 식의 군사작전계획이 있다. 이에 따라 남조선작전지대 안의 주요타격대상들을 사정권 안에 둔 공격수단들이 실전배비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기지들과 미국 본토를 과녁으로 삼은 강력한 핵타격수단들이 항시적인 발사대기상태에 있다. 서슴없이 언명하건대 장장 반세기 이상 준비하여온 우리의 통일성전은 이 세계가 생겨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상상 밖의 주체적 전쟁방식으로 불이 번쩍 나게 이루어질 것이다. (중략) 이 결전은 우리 인민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피맺힌 원쑤들인 미제와 남조선괴뢰들과의 세기적 결산을 위한 애국전쟁이며 민족의 최대 숙원을 성취하기 위한 통일성전이다.”

그보다 앞서 2016년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우리 운명의 눈부신 태양을 감히 가리워보려는 자들을 가차없이 징벌해버릴 것이다”라는 제목의 “중대성명”을 발표하였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중대성명에서 조국통일전쟁의 작전방침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1)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혁명무력이 보유하고 있는 강위력한 모든 전략 및 전술타격수단들은 이른바 <참수작전>과 <족집게식 타격>에 투입되는 적들의 특수작전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수행에 진입할 것이다.”

(2) “1차 타격대상은 동족대결의 모략소굴인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이다. (중략) 2차 타격대상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의 대조선침략기지들과 미국 본토이다.” 

(3) “우리에게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미국 땅덩어리를 마음 먹은대로 두들겨팰 수 있는 세계가 가져본 적이 없는 강위력한 최첨단공격수단들이 다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연구소를 시찰하면서 핵무기병기화실태에 관한 종합보고를 받는 장면이다. 사진에 나타난 회백색 물체는 조선이 만든 열핵탄두(수소탄)다. 이 열핵탄두는 화성-15를 비롯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안에 들어간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열핵탄두는 "핵탄위력을 타격대상에 따라 수십kt급으로부터 수백kt급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수소탄"이며,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탄두이며, "100% 국산화되어 마음 먹은대로 꽝꽝 생산하는" 열핵탄두다. 조선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그런 조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한다. 미국이 조선을 건드리면 조선은 미국 본토에 보복핵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조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조선에서 말하는 핵억제력이다. 미국이 조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하므로, 조선은 조국통일성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조선과의 협상을 끝내 거부함으로써 조선을 통일전쟁의 길로 떠밀었고,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은 “남조선 해방과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한 우리 식의 군사작전계획”을 비준하였지만, 2016년에 그 군사작전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2016년 당시 조선은 핵무력 완성의 막바지에 올라서고 있었다. 2016년 당시 조선은 미국 본토 서부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실전배치하였지만,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직 시험발사하지 못하였다.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때는 2017년 11월 29일이다. 또한 2016년 당시 조선은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소형화된 수소탄을 만드는 중이었다. 조선이 화성-15에 장착할 소형화된 수소탄을 터뜨린 기폭시험에 성공한 날은 2017년 9월 3일이다. 

2016년 당시 조선은 핵무력을 아직 완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남조선 해방과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한 우리 식의 군사작전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지만,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한 2018년 이후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2020년에  조선에서 불어올 엄청난 ‘폭풍’을 미국이 우려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둘째, 2016년 11월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대선에 출마한 트럼프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과는 색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선거유세 중에 그는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였고, 주한미국군철수문제도 거론하였다. 조선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과는 색다른 목소리를 내는 트럼프 대선후보를 주목하면서 정권교체를 기다렸고, 그러는 사이에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 2016년 12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직후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를 만나 90분 동안 대화하는 중에 “북조선이 제기한 심각한 위협”에 대해 “경고”하였지만, 트럼프는 “그 문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북조선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갖지 않은 듯하였다”는 것이다. 

2017년 1월 20일 조선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갖지 못한 채 백악관에 들어간 트럼프가 조선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미치광이위장술밖에 없었다. 실제로는 조선을 침공하지도 못하면서 마치 미치광이처럼 행동하여 조선을 침공할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유치한 심리전술이다. 2017년 당시 유엔주재미국대사였던 니끼 헤릴리는 2019년 11월에 출판된 자기의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에게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하면서 “군사적 선택권이 탁자 위에 있다고 전하라”고 지시했다고 서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토해낸 ‘화염과 분노’라는 망언은 미치광이위장술에서 나온 것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위장술을 다듬은 또 다른 심리전술은 미국이 조선의 핵시설에 대한 예방타격계획을 작성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린 이른바 ‘코피타격설’이다. ‘코피타격설’은 미국이 정밀타격수단을 동원하여 조선의 핵시설 몇 군데를 폭격함으로써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뜻이다. ‘코피타격설’은 미국의 극우전쟁광 존 볼턴이 2017년 12월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에서 진행된 송년만찬에서 연설하면서 처음 언급하였고,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허벗 맥매스터가 영국 런던을 방문하고 있었던 2017년 12월 20일 영국 언론매체 <텔레그라프>가 추측기사로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코피타격설’도 미치광이위장전술과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는 심리전술이다.

미국은 속이 뻔히 보이는 유치한 심리전술로 조선의 핵무력 완성을 가로막으려고 하였으나, 조선이 ‘겁먹은 개가 더 크게 짖어댄다’는 속담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미치광이위장술과 ‘코피타격설’ 같은 미국의 심리전술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하였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미치광이위장술과 ‘코피타격설’ 같은 유치한 심리전술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되었다.

2017년 1월 20일 조선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갖지 못한 채 백악관에 들어간 트럼프는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조미정상회담과 주한미국군철수를 추진하는 경우 미국 안에서 몰아칠 역풍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대통령 직권으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각료회의에서 주한미국군철수문제도 몇 차례 거론하였으나, 반대파들의 역풍을 맞고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 심하지 않은 역풍에도 주저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제는 조선으로부터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차례다. 그런데 폭풍전야는 왜 이리도 고요할까?      

2019/12/17

판문점 최종담판은 없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74)
자주시보 2019년 12월 1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위치식별장치 켜놓고 비행하는 미국군 정찰기들
2.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 개건증축공사가 완료되다
3.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 만들어낸 조선국방과학원
4. 시험시간 7분은 무슨 뜻일까?
5. 판문점 최종담판은 없다


1. 위치식별장치 켜놓고 비행하는 미국군 정찰기들

미국 통신사 <블룸벅 뉴스> 2019년 12월 10일 분석기사에서 국제투자자문기관 올브라잇 스톤브리지 그룹의 선임 국장 에번스 리비어는 “우리 모두는 북조선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은 긴장감을 느끼며 조선의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뜻이다. 지금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가 모두 그런 분위기 속에 잠겨있다. 그들은 올해 2019년 12월을 여느 해 연말처럼 즐겁게 보내지 못할 것이다. 요즈음 미국 국방부가 거의 매일 같이 다종다양한 정찰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키고 있는 것도 긴장감을 느끼며 조선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비상행동이다. 미국 국방부가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에 동원하는 기종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지상감시정찰기 E-8C 
통신감청정찰기 RC-135W 
통신감청정찰기 EP-3E 
레이더파감시정찰기 RC-135U 
전자신호감청정찰기 RC-135C 
해상초계기 P-3C 
고고도유인정찰기 U-2S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미국 국방부가 계속하고 있는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정찰위성도 증강하였다. <동아일보> 2019년 1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정찰위성을 평소보다 더 증강하여 조선을 밤낮으로 24시간 감시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국방부는 미국군이 운용하는 거의 모든 공중정찰자산들을 대조선감시활동에 집중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정찰위성이 로씨야 동부씨비리 상공을 날아가는 장면이다. 요즈음 미국 국방부는 거의 매일 같이 다종다양한 정찰기들과 정찰위성을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켜 조선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조선감시활동에 동원되는 미국군 정찰기들은 위치식별장치를 켜놓고 비행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미국군이 보유한 각종 공중정찰자산들을 총동원하여 조선에 감시를 집중하더라도 조선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는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들이 공중정찰을 계속하고 있으니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말아달라는 다급한 신호를 조선에게 보내려는 의도에서 위치식별장치를 커놓은 정찰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거의 매일 같이 출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일보> 2019년 12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조선감시활동에 동원되는 미국군 정찰기들은 위치식별장치를 켜놓고 비행한다고 한다. 원래 정찰기는 자기 항적이 정찰대상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게 하려고 위치식별장치를 꺼놓고 비행하는 게 정상인데, 요즈음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에 동원되는 미국군 정찰기들은 이상하게도 위치식별장치를 켜놓고 비행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군 정찰기들이 그처럼 위치식별장치를 켜놓고 진행하는 공중정찰은 하나마나한 짓이다. 왜냐하면 조선인민군은 한반도 상공으로 접근하는 미국군 정찰기의 위치를 식별하자마자 곧바로 공중정찰을 따돌리기 위한 대응행동을 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군 정찰기들이 그처럼 하나마나한 공중정찰을 계속하는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각종 공중정찰자산들을 총동원하여 조선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더라도 조선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는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이 공중정찰을 계속하고 있으니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말아달라는 다급한 신호를 조선에게 보내려는 의도에서 위치식별장치를 켜놓은 정찰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거의 매일 같이 출동시키는 것이다. 

2019년 12월 12일 윌리엄 번 미국군 합동참모본부 부참모장은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조선이 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하면서, “우리는 (최근 조선측의) 발언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우리의 동반자들과 그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방어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지금 미국 국방부는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12월 13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뉴욕에서 진행된 강연회에서 발언하는 중에 조선은 “이미 핵무기를 가졌고, 지금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 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미국을 지칭함-옮긴이)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된다”고 말했다.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는 미국 국방부에만 퍼져있는 게 아니다. 지금 워싱턴에서 누구보다도 심각한 우려를 느끼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일본 <아사히신붕> 2019년 12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올해 여름부터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사용하는 콘크리트 토대가 전국 각지에 수십개소 증설되었다고 하니, 트럼프 대통령과 각료들이 어찌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 개건증축공사가 완료되다

2019년 6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국 국무부 당국자들을 만났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의원연맹 대표단은 2019년 12월 3일에 발표한 방미보고서에서 미국이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의원연맹 대표단이 미국 국무부를 방문하여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지난 6월인데, 당시에는 조미관계가 지금처럼 긴장 속에 빠져들기 전이었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상봉을 하였을 만큼 대화분위기가 살아있었다. 그런데 왜 미국은 2019년 6월에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의문을 풀려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음과 같은 정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텔레비전방송 <NHK> 2019년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 안에 큰 건물이 새로 완공되었고, 다른 건물들이 증축되고 있다고 한다.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는 평양 북쪽 룡성구역 산음동에 있다. 여기서 증축이라는 말은 건물 몇 동을 세운다는 뜻만이 아니라, 현대적인 시설로 개건한다는 뜻도 포함하는 말이다. 이런 정황은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에서 미사일생산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의 민간군사문제연구기관 <글로벌 씨큐리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는 미국 공군의 최신 시설이나 미국 항공우주국의 최신 시설과 “똑같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각종 탄도미사일을 연구, 개발, 생산하는 대규모 단지다. 거기에서는 조선 각지에 있는 비밀공장들에서 생산된 미사일추진체, 로켓엔진, 미사일항법장치 등 주요부품들이 최종적으로 조립된다. 탄도미사일 1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10만 개나 되므로, 어느 한 공장에서 그 많은 부품을 모두 생산할 수 없다. <중앙일보> 2016년 7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 각지에 있는 미사일부품공장 100여 개소에서 각종 미사일부품들이 계렬생산된다고 한다. 

그런데 <동아일보> 2019년 1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정찰위성을 평소보다 더 증강하여 산음동 일대를 밤낮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산음동 일대는 최근 개건증축공사를 완료한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뜻한다. 

주목되는 것은, 탄도미사일 주요부품들을 최종적으로 조립하는 조선의 미사일조립시설은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들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각종 공중정찰자산들을 총동원하여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집중적으로 감시한다고 해서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징후를 미리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은 미국의 공중정찰자산들이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에 감시를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다른 지역에 있는 비밀공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최종조립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평양 북쪽 룡성구역 산음동에 있는 미사일개발단지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이다. 미국은 그 미사일개발단지가 있는 산음동의 이름을 따서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라고 부른다. 그런데 2019년 6월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 안에 큰 건물이 새로 완공되었고, 다른 건물들이 증축되고 있었다. 증축이라는 말은 현대적인 시설로 개건, 증축한다는 뜻이므로,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가 올해 개건, 증축되어 미사일생산능력이 고도화된 것이다. 따라서 2020년부터 조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신형 탄도미사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다. 미국이 조선의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폐기를 요구하면서 조미협상을 난관에 빠뜨린 사이에 조선은 미사일생산능력을 고도화하였다.     

어쨌든 조선은 이처럼 방대한 미사일생산시설을 전국 각지에서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탄도미사일을 연간 200기씩 만들어내는 고도화된 생산능력을 가질 수 있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미사일강국으로 될 수 있었다.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현대화하는 개건증축공사가 올해 완료되었으니, 2020년부터 조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신형 탄도미사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 확실하다. 돌이켜보면, 올해 봄부터 조선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신형 잠대지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신형 장거리대구경방사포 시험발사를 5월에 2차례, 7월에 2차례, 8월에 5차례, 9월에 한 차례, 10월에 2차례, 11월에 두 차례 등 총 14차례나 연이어 진행한 것은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개건, 증축함으로써 미사일생산능력을 고도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 2019년 12월 14일 담화에서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하였다”고 말한 것은 미사일생산능력을 고도화하였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미국이 조선의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폐기를 요구하면서 조미협상을 난관에 빠뜨린 사이에 조선은 미사일생산능력을 고도화하였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오판하여 2019년 말까지 조선의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어물어물할 것이고, 조선은 고도화된 미사일생산능력을 총동원하여 이미 예고한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이다. 돌이켜보면, 조미핵대결이 극도로 격화되었던 2017년에 조선이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미국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2017년에 조선이 진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5월 14일 화성-12 대륙간탄도미사일 1차 시험발사 (고각발사, 동해 탄착)
7월 4일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 1차 시험발사 (고각발사, 동해 탄착)
7월 28일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 2차 시험발사 (고각발사, 동해 탄착)
8월 29일 화성-12 대륙간탄도미사일 2차 시험발사 (정상각발사, 일본렬도 넘어 북태평양 탄착)
9월 15일 화성-12 대륙간탄도미사일 3차 시험발사 (정상각발사, 일본렬도 넘어 북태평양 탄착) 
11월 29일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고각발사, 동해 탄착) 


3.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 만들어낸 조선국방과학원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한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 발표를 읽어보면, 그날 조선국방과학원이 서해위성발사장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될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2019년 12월 7일 조선국방과학원이 고체연료로켓엔진이 아니라 액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그런 추정은 빗나간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조선국방과학원은 2017년 3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될 액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분사시험을 현장에서 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시험에서의 성공은 로케트공업부문에 남아있던 교조주의, 보수주의, 형식주의와 다른 나라의 기술을 답습하던 의존성을 완전히 뿌리뽑고 명실공히 개발창조형 공업으로 확고히 전변된 주체적인 로케트공업의 새로운 탄생을 선포한 력사적 의의를 가지는 대사변”이라고 격찬하면서, “로케트공업발전에서 대비약을 이룩한 오늘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 <3.18혁명>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력사적인 날이라고 기쁨에 넘쳐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2017년 3월 18일 조선국방과학원이 분사시험에서 성공한 신형 액체로켓엔진이 ‘완성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2017년 9월 4일 <자주시보>에 실린 ‘화성-12형 북태평양으로 날려보낸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 신형 액체로켓엔진의 추력을 100톤-포스(ton-force)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2017년 3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 형의 대출력 발동기가 개발완성됨으로써 우주개발분야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위성운반능력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과학기술적 토대가 더욱 튼튼히 마련되게 되였다”고 언명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황을 보면, 10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은 대륙간탄도미사일만이 아니라 위성운반추진체에도 장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조선국방과학원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위성운반추진체에 모두 장착되는 10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을 2017년 3월에 완성하였으므로, 또 다른 액체로켓엔진을 개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2) 이전에 조선국방과학원은 새로 개발한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17호 공장 경내에 있는 마군포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 진행하였었다. 17호 공장은 함경남도 흥남에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 경내에 있는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는 액체연료로켓분사시험을 진행해지만,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은 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아는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번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로켓엔진분사시험도 이전처럼 액체연료로켓분사시험일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6년 3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국방과학원이 처음 진행한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 분사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하는 장면이다.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것이다. 당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이번 대출력 고체로케트발동기지상분출시험은 우리 식대로 새로 설계제작한 발동기의 구조안정성과 추진력을 평가하고 이와 함께 열분리체계 및 타추종체계의 동작특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였다"고 하였다. 그날 조선국방과학원은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과 추진체분리시험을 한꺼번에 진행하였다.     

그러나 조선이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을 이전과 똑같이 이번에도 마군포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 진행할 필요는 없다. 만일 조선이 이번에도 마군포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하였더라면, 미국의 정찰감시자산들이 17호 공장을 집중적으로 감시하였을 것이다. 요즈음처럼 민감한 시기에 조선국방과학원은 미국의 24시간 정찰감시가 고체연료로켓엔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17호 공장에 집중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국방과학원은 17호 공장에서 만든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세상에 널리 알려진 서해위성발사장으로 운반하여 그곳에서 분사시험을 진행했던 것이다.   

(3) 조선국방과학원은 2019년 12월 13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2월 7일에 이어 두 번째로 로켓엔진분사시험을 진행하였다.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두 차례 연이어 진행된 로켓엔진분사시험들에서 얻은 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이튿날인 12월 14일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담화에서 “최근에 진행한 국방과학연구시험의 귀중한 자료들과 경험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또 다른 전략무기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이번에 두 차례 분사시험을 통과한 신형 로켓엔진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조선국방과학원은 이미 2016년에 신형 액체연료로켓엔진을 개발하여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였으므로, 이번에 또 다른 신형 액체연료로켓엔진을 만들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조선국방과학원이 새로 개발하여 분사시험을 진행한 신형 로켓엔진은 액체연료로켓엔진이 아니라 고체연료로켓엔진인 것이 분명하다.  


4. 시험시간 7분은 무슨 뜻일까?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12월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되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제2차 신형 로켓엔진분사시험이 오후 10시 41분부터 48분까지 7분 동안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액체연료추진체나 고체연료추진체를 불문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를 7분(420초) 동안 연소하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다. 예컨대, 미국의 거대군수기업 노드롭 그루먼이 2019년 10월 10일 유타주에 있는 로켓엔진분사시험장에서 신형 고체연료엔진 GEM 63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하였는데, 길이가 20m이고 지름이 1.6m인 1단 추진체가 연소한 시간은 약 100초였다. 

더욱이 요즈음 미사일강국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가 상승비행을 하는 중에 적국이 발사한 요격미사일에 격추당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1단 추진체의 연소시간을 단축하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번에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이 발표문에서 언급한 7분은 고체연료추진체가 연소된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6년 3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조선국방과학원이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장면이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분사시험에 들어가기 직전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몸소 손으로 쓸어보면서 이것은 자력자강의 산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선국방과학원은 2019년 12월 13일에도 2016년 3월 23일에 그러했던 것처럼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과 추진체분리시험을 한꺼번에 진행하였다. 2019년 12월 13일 조선국방과학원이 분리시험을 진행한 고체연료추진체는 3단형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시험시간 7분은 무슨 뜻인가? 이 의문을 풀어줄 결정적인 단서는 조선국방과학원이 2016년 3월 23일에 진행한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 분사시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날 진행된 분사시험은 제1차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이었으므로, 이번에 두 차례 연이어 진행된 로켓엔진분사시험은 제2차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이다. 

주목되는 것은, 2016년 3월 23일 조선국방과학원이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과 추진체분리시험을 한꺼번에 진행하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대출력 고체로케트발동기지상분출 및 계단분리시험에서 성공”하였다고 대서특필한 바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조선국방과학원이 고체연료로켓의 경우 분사시험과 분리시험을 한꺼번에 진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이 언급한 시험시간 7분은 1단 고체연료추진체가 연소한 시간만이 아니라, 추진체들이 순차적으로 분리되는 분리시험시간까지 모두 합한 시간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7년 11월 29일에 시험발사된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액체연료추진체는 2단형이었는데, 2019년 12월 13일 분리시험을 진행한 고체연료추진체는 3단형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을 비롯한 미사일강국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액체연료추진체를 2단형으로 만들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추진체를 3단형으로 만든다. 이를테면, 로씨야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RS-24 야르스와 중국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이 3단형 추진체로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다.  


5. 판문점 최종담판은 없다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식 행진에 처음 보는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하였다.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8축16륜 발사대차와 그보다 조금 작은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7축14륜 발사대차가 각각 등장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당시 조선은 그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공식명칭을 세상에 알려주지 않고, 실물만 보여주었다.   

2018년 2월 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행진에 등장한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있지 않았는데,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식 행진에 등장한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은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있었다. 2017년 11월 29일에 시험발사된 화성-15은 액체연료추진체로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이기 때문에 원통형 발사관에서 발사되지 않지만, 2017년 4월 15일에 공개된 두 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추진체로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기 때문에 원통형 발사관에서 발사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은 고체연료추진체로 설계된 두 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2016년에 만들어놓고, 그것을 시험발사할 적절한 기회를 기다려왔음을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조선국방과학원은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개건, 증축하였고, 이번에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만들어 두 차례 분사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므로 조선은 이미 3년 전에 만들어놓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기존 고체연료로켓엔진을 이번에 개발한 신형으로 교체하여 시험발사를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3년 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된 기존 고체연료로켓엔진을 이번에 만든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으로 교체하는 작업은 간단히 끝낼 수 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제7기 제5차 정치국 전원회의를 소집하게 될 2019년 12월 하순 이전에 그 교체작업은 끝날 것이다. 

2019년 7월 11일 주한미국군사령부가 펴낸 ‘주한미국군 2019 전략요람’에 따르면, 액체연료추진체로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화성-14와 화성-15의 사거리는 각각 10,058km, 12,874km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조선이 2019년 12월 안에 고체연료로켓엔진 교체작업을 끝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1,000km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12월 하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소집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 유예조치를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면,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으로 교체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정치적 준비까지 완료되는 것이다. 

상황을 오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평화협정체결요구를 2019년 12월 31일까지 끝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0년 1월 1일에 발표할 신년사에서 조미협상이 끝났다고 선언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은 첫 수소탄기폭시험을 2016년 1월 6일에 진행했던 것처럼, 신형 고체연료로켓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2020년 1월 8일 직전에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2019년 12월 12일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저들은 때없이 대륙간탄도미싸일을 쏘아올려도 되고, 우리는 그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무기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우리를 완전히 무장해제시켜보려는 미국의 날강도적인 본성을 적라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질타하였다. 이것은 조선이 2020년 1월 중에 신형 고체연료로켓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발언으로 들린다.

만일 조선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제 시험발사할 것인가 하고 속을 태우며 걱정만 하던 미국은 국가안보에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이룩한 최고의 외교업적이라고 자랑해오던 조미협상이 파탄되는 것으로 하여 2020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낙선의 쓴 잔을 마시게 될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붕> 2019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며칠 전 뉴욕에서 접촉하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조선과 미국은 2019년 12월 중에 판문점에서 최종담판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정하는 중인데, 2019년 12월 15일 서울에 나타난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스티븐 비건이 판문점 최종담판에 미국측 대표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보도기사는 조선과 미국이 판문점 최종담판을 비공개로 논의하는 중이라고 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최종담판에 기대를 걸고 비건을 서울에 급파하였지만, 판문점 최종담판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조선외무성은 미국이 판문점 최종담판에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12일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조미협상에서 조선에게 내놓을 해결방안을 갖지 못한 미국이 조선에게 협상을 재개하자고 간청하는 것은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까지 시간이나 끌어보려는 수작으로 보일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12월 15일 조선이 정한 연말시한을 앞둔 긴장된 시점에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스티븐 비건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에 나타난 비건은 19일까지 머물면서 판문점에서 조선외무성 협상대표를 만나 최종담판을 벌일 것으로 예견된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최종담판에 기대를 걸고 비건을 서울에 급파하였지만, 판문점 최종담판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조선외무성은 미국이 판문점 최종담판에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비건은 조선외무성으로부터 조롱이나 받지 않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다행일 것이다.     

미국이 조미협상에서 조선에게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조선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인영, 자유한국당 당시 원내대표 나경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오신환은 미국이 주한미국군주둔비를 엄청나게 증액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 그리고 주한미국군 철수에 관한 우려를 미국 연방의회와 행정부에 전하기 위해 2019년 11월 2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였다. 그들은 워싱턴 체류일정 둘째 날인 11월 21일 미국 국무부 지명자 비건을 면담하였다. 그들은 면담 직후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건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하였다. “한미동맹이 6.25전쟁 이후 60년 넘게 지났지만, 왜 한반도에는 평화가 없고 극단적인 대치상황이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있다. 한미동맹의 갱신(renewal)이 필요하다.” 비건이 꺼내놓은 이 발언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란다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정전체제 위에 세워진 한미동맹체제를 갱신하는 게 아니라 그 낡은 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포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미동맹체제는 미국이 한국을 보호해준다는 구실로 한국을 자기 발밑에 두고 지배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며, 미국이 한국과 함께 조선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적대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며, 조선의 핵무력 완성과 중국의 핵무력 강화로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체제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이것은 타협적 공존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양자택일의 문제다. 

그런데 이처럼 명백한 사실도 알지 못하고, 한국의 3당 원내대표들에게 한미동맹의 갱신이니 뭐니 하는 허튼 소리를 늘어놓은 비건이 판문점 최종담판을 하고 싶다며 서울에 불쑥 나타났으니, 조선외무성으로부터 조롱이나 받지 않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다행일 것이다.    

2019/12/10

중대사변이 다가오고 있다

[한호석의 개벽예감](373)
자주시보 2019년 12월 0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불라쵸브가 전해준 중요한 정보
2. 핵능력 70~80%를 불능화하려는 파격적인 제안
3. 특이한 움직임들이 보인다
4. 백두산에서의 결심, 그리고 제5차 전원회의 소집


1. 불라쵸브가 전해준 중요한 정보

“미국이 지금처럼 문제를 헤집고 딴 길에서 헤매이면서 우리가 제시한 시한부 내에 자기 립장을 재정립해가지고 나오지 않는 경우 미국은 참으로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알고 있지만, 미국에 시한부를 정해준 만큼 선택을 망설이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우리가 올해 말까지 시한부를 준 의미를 깊이 새기고 향후 경로를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위의 인용문은 2019년 4월 30일 최선희 조선 외무성 제1부상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이다. 답변에서 최선희 제1부상은 미국이 자기 입장을 재정립하여 협상에 나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의 입장을 재정립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밝히지 않았다. 조선이 미국에게 무엇을 요구하였는지를 미국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조선이 조미협상 중에 미국에게 무엇을 요구하였으며, 미국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쩔쩔매는 조선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확히 보도하는 언론매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조미협상의 운명을 판가름하게 될 그 심중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선희 제1부상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에게 위와 같이 답변한 날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9년 5월 13일 로씨야인 전문가 한 사람이 평양에 나타났다. 그는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회의 로씨야위원회 연구위원 게오르기 불라쵸브다.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회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20여 개 나라의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이 참가한 민간국제기구다. 불라쵸브는 5월 17일까지 평양에 머물면서 조선 외무성 인사들을 만났는데, 2019년 5월 23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대담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정보를 전해주었다. 

불라쵸브가 <연합뉴스> 대담 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중에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조치에 상응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체결요구에 응할 것으로 기대했었고, 그와 더불어 선의의 표시로 대조선 경제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할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조선 경제제재의 부분적 해제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조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그 무슨 제재해제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라고 하면서,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합니다”고 언명하였다. 이런 언명은 앞으로 조미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대조선 경제재재의 부분적 해제를 더 이상 미국에게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로씨야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최선희 조선외무성 제1부상이 2019년 11월 21일 로씨야 국방부 청사에서 알렉싼드르 포민 로씨야 국방차관(현역 대장)과 회담하는 장면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그 전날 쎄르게이 라브로브 로씨야 외무장관을 비롯한 로씨야 외무성 인사들과 연쇄회담을 진행한 바 있는데, 로씨야 국방차관을 만나 "전략적 대화"를 진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정황은 조선과 로씨야의 전략적 대화가 외교부문에서 군사부문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여 연말시한을 넘기면 2020년에 조미핵대결이 재발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조선이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로씨야와 전략적 대화를 진행한 것은 2020년에 재발될 수 있는 조미핵대결을 준비하기 위한 선제행동으로 보인다.     

불라쵸브가 <연합뉴스> 대담 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조선 외무성 인사들은 미국에게 경제제재를 해제하라고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불라쵸브의 말에 따르면, 미국이 선전하는 것과 달리, 대조선 경제제재는 조선에게 심각한 위기가 아니며, 조선은 경제제재를 자력으로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위에 서술된 내용을 살펴보면, 조미협상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것은, 미국이 대조선 경제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조선의 평화협정체결요구에 응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따라서 최선희 제1부상이 2019년 4월 30일 답변에서 미국이 입장을 재정립하여 협상에 나와야 한다고 말한 것은,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그에 상응하여 미국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뜻이었음을 알 수 있다. 

최선희 제1부상이 2019년 4월 30일 답변에서 위와 같은 의사를 밝힌 까닭은, 이미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 다시 말해서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면, 그에 상응하여 조선은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시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까닭은, 녕변핵시설폐기가 얼마나 커다란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지를 알지 못한 채, 상황을 오판하였기 때문이다. 녕변핵시설폐기에 상응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그 협정에 의거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자기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면 미국의 국가안보가 큰 손해를 볼 것으로 오판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른 그런 전략적 오판이 지금 조미협상을 파국으로 끌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오판에 빠져 파국을 자초하고 있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해결책, 다시 말해서 녕변핵시설폐기와 그에 상응한 평화협정체결이라는 해결책이 가져올 긍정적인 결과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핵능력 70~80%를 불능화하려는 파격적인 제안

평안북도에 녕변군에 있는 핵시설단지에는 크고 작은 각종 핵시설들이 390개동이나 있다. 조선의 시각으로 보면, 녕변핵시설 390개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조선의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이 지난 40여 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건설해놓은 귀중한 국가자산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핵시설 7개동을 손꼽으면, 5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 건설이 중단된 50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 30메가와트급 경수로,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핵연료가공공장, 고준위방사성폐기물저장시설이다.  

2019년 3월 29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5메가와트급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은 2017년 1월에 재가동되었다가 2018년에 가동이 중단되었고, 우라늄농축시설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녕변핵시설폐기는 조선이 가장 아끼는 국가자산 390개동을 전부,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2019년 3월 1일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녕변핵단지 전체, 모든 플루토늄시설과 우라늄시설을 포함한 핵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하는 데 대한 제안을 내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이 바라는 조선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 26일 내외통신사들과 진행한 서면대담에서 녕변핵시설이 완전히 폐기되면, 조선의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명백히 지적한 바 있다. 

지난 시기 녕변핵시설단지를 네 차례나 방문하였던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는 2019년 3월 18일 <동아일보>와 진행한 서면대담에서 녕변핵시설이 조선의 전체 핵능력에서 70~8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제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헥커의 말마따나,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면, 조선의 핵무기생산능력 70~80%가 불능화되는 것이므로,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이야말로 조선이 미국에게 제안하는 최대값의 비핵화조치가 아닐 수 없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지난 시기 조선의 핵기술자들이 평안북도 녕변군 핵시설단지에 있는 흑연감속로 통제실에서 일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확인 또 확인"이라고 쓴 붉은 색 글씨가 보인다. 2019년 8월 21일 국제원자력기구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흑연감속로가 2018년 8월 중순까지 가동된 징후가 위성사진에 나타났고, 2018년 4월 말과 5월 초 사이에 재처리공장이 가동된 징후가 위성사진에 나타났으며, 우라늄농축시설이 가동된 징후도 위성사진에 나타났다고 한다. 미국의 언론매체 <38노스> 2019년 12월 6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30메가와트급 경수로가 2019년 12월 초 두번째 시험가동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위에 열거된 사실들은 녕변핵시설단지에서 핵물질생산활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므로,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의 가동을 멈춰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파격적인 조치에 상응하여 미국이 실행해야 할 평화협정체결은 과연 어떤 실효성을 가지는 것일까? 평화협정에는 반드시 철군문제가 명시되기 마련이므로, 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요구는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라는 요구와 같은 것이다. 

철군문제를 명시한 세계 각국의 평화협정 또는 평화조약을 열거하면, 1973년 1월 27일에 체결된 빠리평화협정, 1979년 3월 26일에 체결된 에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 1988년 4월 14일에 체결된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평화협정, 1991년 10월 23일에 체결된 캄보쟈 평화협정, 1994년 10월 26일에 체결된 요르단-이스라엘 평화조약, 1995년 12월 14일에 체결된 보스나 평화협정 등이다. 

그런데 실효성을 비교하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조선의 핵무기생산능력 70~80%를 불능화하는 것이지만, 평화협정에 의거하여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것은 미국의 대조선 핵공격능력을 70~80% 불능화하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해도, 조선을 공격할 수 있는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은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의 미국군기지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더라도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능력은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이며,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주한미국군철수를 명분으로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의 미국군기지에 핵전략자산을 더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은 자국의 핵무기생산능력 70~80%를 포기하는 데,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공격능력을 포기하지 않고 되레 더 증강할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므로, 조선이 주한미국군철수를 조건으로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미국에게 크게 양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녕변핵시설폐기와 주한미국군철수가 등가적 상응조치로 될 수 없다는 불만을 제기해야 할 쪽은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들과 백악관 안보보좌관들은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면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이 침해될 것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속였고, 그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요미우리신붕> 2019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면, 종전선언을 채택하겠다고 제안하였다고 한다. 협정은 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하므로, 정전협정은 오직 평화협정으로만 대체될 수 있는 것인데, 정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대체하겠다는 말 자체가 헛소리이고, 게다가 조선의 핵무기생산능력 70~80%를 불능화하는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지킬 의무가 없는 종전선언문이나 한 장 써주겠다는 것이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헛소리가 또 어디 있으랴!

<요미우리신붕> 2019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중에 종전선언을 채택하겠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얼굴을 붉히면서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오판과 실책을 저지르는 바람에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는데, 게오르기 불라쵸브가 <연합뉴스> 대담 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조선은 어떤 협상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조선은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였을 뿐 아니라, 조미협상을 준비하는 연락통로마저 폐쇄해버리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였다. 조미협상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국민일보> 2019년 11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2019년 9월 중순 뉴욕연락통로를 폐쇄하였다고 한다. 뉴욕연락통로는 유엔주재조선대표부와 미국 국무부를 연결하는 기존 연락통로를 뜻한다. 지난 시기 조선 외무성과 미국 국무부는 뉴욕연락통로를 통해 의사소통을 해왔는데, 조선은 지난 9월 중순 그 연락통로마저 폐쇄해버린 것이다. 

게오르기 불라쵸브가 <연합뉴스> 대담 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그가 평양에서 만난 조선 외무성 인사들은 조선이 2019년 말까지 미국의 태도변화를 기다리다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택하겠다고 밝혔는데, 새로운 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자신에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조선은 핵시험이나 미사일 발사보다 더 심각한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입장을 재정립하여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올해 연말에 미국은 참으로 원치 않은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최선희 제1부상의 엄중한 경고가 나온 때로부터 일곱 달이 지난 오늘도 미국이 입장을 재정립하였음을 보여주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이 상황오판으로 연말시한을 넘길 경우에 대처하려는 조선의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은 최근 언론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3. 특이한 움직임들이 보인다

<중앙일보> 2019년 12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이 연말을 기해 중대사변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지난 11월부터 조선의 움직임을 주시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연말시한을 앞두고 조선이 중대사변을 준비하는 것은, 상황을 오판한 미국이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협상재개시한을 넘기는 경우 조선은 이미 예고한대로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조선이 대미정책에서 전략적 방향전환을 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조선의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1) 일본 <아사히신붕> 2019년 12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TEL)가 들어설 콘크리트 토대를 올해 여름부터 전국 각지에 수십 군데 설치해왔다고 한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로켓엔진분사구에서 엄청난 화염폭풍이 분사되면서 발사대차 뒤쪽의 땅바닥이 파이고, 자칫 잘못하면 발사대차가 기울어져 2탄을 발사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예정된 발사점에 콘크리트 토대를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선은 탄체길이가 20m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대형 발사대차가 들어설, 넓이가 수 십㎡나 되는 콘크리트 토대를 올해 여름부터 각지에 설치해놓았다고 한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콘크리트 토대가 조선 각지에 설치되었다는 정보는, 일본 정보수집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것이다. 2019년 현재 일본은 정보수집위성 7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낮에만 촬영할 수 있는 광학위성이 3기이고, 밤에도 촬영할 수 있는 적외선위성이 4기다. 일본 텔레비전방송 <NHK> 2018년 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정보수집위성 7기를 운용하는 일본은 지구상의 모든 지점을 하루에 한 차례 이상 촬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일본의 정보수집위성보다 성능이 더 좋은 첩보위성을 80기나 운용하는 미국은 일본의 위성감시망보다 훨씬 더 촘촘한 위성감시망을 운용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이 콘크리트 토대를 각지에 설치해놓은 것은 탄도미사일 발사점들을 미국의 위성감시망과 일본의 위성감시망에 일부러 알려주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조선은 탄도미사일 발사징후가 적국에 노출되지 않도록 발사대차를 비행장 활주로 또는 포장도로에 세워놓고 기습적으로 발사하곤 하였다. 이처럼 탄도미사일 발사는 적국의 탐지망에 포착되지 않도록 은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조선이 콘크리트 토대를 설치하여 미국과 일본에게 발사점을 미리 노출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선이 콘크리트 토대를 각지에 설치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고 연말시한을 넘겨 2020년에 조미핵대결이 재발되면, 미국과 일본의 위성감시망들은 조선에 집중될 것이고, 특히 조선이 각지에 설치해놓은 콘크리트 토대들을 24시간 감시할 것이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을 실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발사대차들은 콘크리트 토대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임의의 발사점으로 이동하여 기습적으로 미사일발사훈련을 진행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예견하면, 조선이 각지에 설치해놓은 콘크리트 토대들은 미국과 일본의 위성감시망을 붙잡아두는 유인점 이외에 다른 게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위성감시망이 그 유인점들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임의의 발사점에 나타난 조선의 발사대차들은 기습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릴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과 일본은 조선의 발사대차들이 어느 순간에 콘크리트 토대에 나타날지 알 수 없으므로, 긴장을 풀 수 없게 되었다. 조선이 각지에 콘크리트 토대를 설치한 것은 미국과 일본을 지속적인 긴장 속에 몰아넣을 뿐 아니라, 조선의 탄도미사일이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되는 것을 탐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묘책인 것이다.  

(2)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와 오판으로 결렬된 직후인 2019년 3월 7일 그는 백악관에서 체코공화국 총리와 회담하기 직전 기자회견 중에 서해위성발사장 복구공사와 관련하여 실망했는가고 물은 취재기자에게 “실망스럽다”고 답변했다. 이 답변은 당시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보도 당일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직전인 2019년 2월 중순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복구공사가 시작되었는데, 2019년 3월 말 현재 복구공사 대부분이 완료되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그 복구공사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위와 같은 보고발언에 따르면, 조선은 2019년 3월 말 서해위성발사장 복구공사를 완료해놓은 것이다. 

<동아일보> 2019년 4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가데나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국 공군 정찰기 RC-135S 한 대가 서해 상공에서 5시간 동안 정찰비행을 하고 기지로 돌아갔는데, 이것은 2019년 3월 말 조선이 복구공사를 완료한 서해위성발사장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수행한 정찰비행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서해위성발사장 복구공사는 로켓엔진수직분사시험대와 위성운반로켓수직발사대를 원상복구하여 임의의 시각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동아일보> 2019년 3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서방측 상업위성이 서해위성발사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조섭 버뮤데즈 연구원은 “수직엔진시험대와 발사대”가 복구되었다고 하면서, 이런 복구공사는 조선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비상계획의 첫 단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2016년 4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조선국방과학원이 서해위성발사장 로켓엔진수직분사시험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신형 대출력 로켓엔진분사시험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나오는 신형 대출력 로켓엔진은 고체연료로켓엔진이 아니라 액체연료로켓엔진이다. 당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이 분사시험이 대성공이라고 하면서 "주체조선의 핵공격능력을 비상히 강화하는 데서 이룩한 또 하나의 사변"이라고 대서특필하였었다. 그로부터 3년 6개월이 지난 2019년 12월 7일 조선국방과학원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하였다. 이 중대한 시험은 로켓엔진수직분사시험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신형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이었다. 이번에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에서 성공하였으므로, 앞으로 그 신형 로켓엔진을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중대사변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9년 4월 이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특이한 동향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2019년 12월 초에 이르러 특이한 동향이 나타났다. <CNN> 2019년 12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로켓엔진시험을 준비하는 듯이 보이는 정황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로켓엔진시험을 준비하는 듯이 보이는 정황은, 대형 철제함을 실은 수송차량 한 대가 서해위성발사장 로켓엔진수직분사시험대 옆에 나타났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9년 12월 7일 조선국방과학원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날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국방과학원은 중대한 시험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험이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서해위성발사장 로켓엔진수직분사시험대에서는 두 종류의 시험이 진행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대출력 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하기도 하고, 정지위성운반로켓에 장착되는 대출력 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2019년 12월 7일에 있었던 시험은 조선국방과학원이 진행하였으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대출력 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정지위성운반로켓에 장착되는 대출력 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은 조선국방과학원이 아니라 조선국가우주개발국이 진행한다.   

조선국방과학원이 서해위성발사장 로켓엔진수직분사시험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대출력 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선국방과학원은 2016년 4월 7일과 2017년 3월 17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대출력 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각각 진행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두 차례의 시험은 고체로켓엔진이 아니라 액체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이었다. 조선국방과학원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고체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한 것은 2016년 3월 23일 한 차례밖에 없는데, 그 시험장소는 서해위성발사장 로켓엔진수직분사시험대가 아니라 어딘지 알 수 없는 평지에 설치된 수평분사대였다.  

위에 열거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조선국방과학원은 2019년 12월 7일 서해위성발사장 로켓엔진수직분사시험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신형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한 것이 확실하다. 이번에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에서 성공하였으므로, 앞으로 그 신형 로켓엔진을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중대사변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3) 2019년 8월 2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유엔총회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2018년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5메가와트급 흑연감속로가 2018년 8월 중순까지 가동된 징후가 위성사진에 나타났고, 2018년 4월 말과 5월 초 사이에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재처리공장이 가동된 징후가 위성사진에 나타났으며,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우라늄농축시설이 가동된 징후도 위성사진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 우라늄농축시설에는 약 4,000기에 이르는 원심분리기가 설치되어 있다.  

2019년 11월 14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들이 발표한 분석기사에 따르면, 서방측 상업위성이 촬영한 녕변핵시설단지 위성사진을 분석하였더니, 차체길이가 약 10m인 궤도차(railcar) 1대, 차체길이가 약 13m이고 대형 철제함 4개를 실은 궤도차 1대, 차체길이가 약 13m이고 대형 철제함 4개를 실은 궤도차 2대, 차체길이가 약 12m인 궤도차 2대가 각각 녕변핵시설단지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 궤도차들은 방사성물질을 운반하는데 쓰이는 특수차량이므로, 궤도차들의 출현은 녕변핵시설이 가동되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언론매체 <38노스> 2019년 12월 6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경수로를 시험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전기출력이 30메가와트급인 그 경수로는 조선이 독자적으로 설계하여 건설한 것이다. 위의 분석기사에 따르면, 그 경수로는 2019년 3월 22일과 6월 30일 사이에 처음으로 시험가동을 시작하였고, 2019년 12월 초에 두 번째 시험가동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수소폭탄을 만드는 무기급 플루토늄 또는 트리튬을 그 경수로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에 열거된 사실들은 녕변핵시설단지에서 핵물질생산활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므로,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의 가동을 멈춰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4. 백두산에서의 결심, 그리고 제5차 전원회의 소집

2019년 12월 3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오는 12월 하순에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할 데 대한 결정서를 발표하였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전략로선 또는 대내외정책을 결정하려고 할 때 전원회의를 소집한다. 이를테면, 2018년 4월 20일에 소집된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유예하는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연말에 전원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소집되는 전원회의에서는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여 연말시한을 넘기는 사태에 대처할 새로운 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하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회의가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하면, 그 동안 조선이 예고해온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회의가 연말에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발표한 날, 리태성 조선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담화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결심에 따라 중대사변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미국이 올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를 지켜보겠다고 하였으므로, 조선이 “새로운 길”을 결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12월 26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소집될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돌아본 소식이 전해졌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12월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행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눈 덮인 백두산 고산지대에 올라 지난 항일전쟁시기 조선인민혁명군이 일제와 전투를 벌였던 혁명전적지들, 숙영지들, 밀영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돌아보았고,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고 한다. <사진 4> 

▲ <사진 4>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2월 3일 수행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눈덮인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를 돌아보고,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항일혁명전쟁시기 조선인민혁명군이 일제와 전투를 벌였던 혁명전적지들, 숙영지들, 밀영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돌아보면서 새로운 혁명열과 투쟁열을 느끼고 새로운 의지를 다졌으며 혁명적 공격정신으로 난국을 타개하고 새로운 길을 가려는 결심을 가졌다고 한다. 오는 12월 하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한 "새로운 길"은 그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사번이 다가오고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49일 전인 2019년 10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오른 소식을 전하면서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하였었는데, 이번에는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9일 전에 백두산 정상에 오를 때 탔던 바로 그 백마를 이번에 다시 타고 백두산 혁명전적지를 돌아보았음을 알 수 있는데,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이번에는 백마가 아니라 군마라는 말을 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에 백두산지구를 시찰한 것은 지난번에 백두산 정상에 오른 것과 달리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군종사령관들. 군단장들을 비롯한 고위급 군사지휘관들을 대동하고 항일전쟁전적지들을 돌아보는 군사적 의의가 큰 활동이었으므로, 군마라는 말을 쓴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에서 남긴 의미심장한 말들 가운데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백두산은 언제 와 보아도, 걸으면 걸을수록 몸과 마음에 새로운 혁명열, 투쟁열이 흘러들고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되는 곳이다.”

“우리가 어떤 각오를 안고 우리 혁명의 전취물을 지켜야 하겠는가,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를 이어서라도 끝까지 이 한 길만을 가야 하겠는가 하는 결심이 더욱 굳어진다.” 

위에 인용된 두 문장은,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에서 새로운 혁명열과 투쟁열을 느끼고 새로운 의지를 다졌으며, 혁명의 길을 끝까지 가리라고 더욱 굳게 결심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쑤들의 책동이 날로 더욱 우심해지고 있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언제나 백두의 공격사상으로 살며 투쟁하여야 한다.”

“불굴의 공격사상으로 혁명의 난국을 타개하고 개척로를 열어제끼자는 것은 우리 당의 일관한 결심이고 의지이다.”

위에 인용된 두 문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에서 혁명적 공격정신으로 난국을 타개하고 새로운 길을 가려고 결심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오는 12월 하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하면, 그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한 “새로운 길”이 공식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