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09월 2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이슬람국가'라고 불리는 반란군은 그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를 확장하면서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하였다. 원래 소규모 테러조직이었던 그들을 강력한 반란군조직으로 확대, 강화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이었다. 그 전쟁의 불길 속에서 그들은 반란군조직으로 세를 확장하고 강화되었다. 미국의 이라크무력침공은 10년 만에 '이슬람국가'의 테러공격이라는 보복을 미국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아메리카 제국의 자업자득이다. © 자주민보 |
이라크군의 ‘막장 드라마’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오판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국의 대규모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공습대상은 국제사회에서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로 불리는 반란군이다. 최근 미국이 그 반란군에 대한 공습규모를 확대하는 바람에 반란군의 존재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이슬람국가’는 원래 1999년에 이라크에서 소규모 테러조직으로 결성되었다가 차츰 세를 확장하면서 반란군조직으로 강화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슬람국가’를 반란군으로 통칭한다. <사진 1>
결성초기에 알카에다(al-Qaeda) 국제테러조직에 연계되었던 반란군은 중동지역에서 암약하던 소규모 테러조직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미국이 이라크침략전쟁을 도발한 2003년 이후부터 전쟁의 혼란 속에서 급속히 세를 확장하더니,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3년에는 이슬람근본주의를 통치이념으로 하는 이른바 ‘신정국가(Theocracy)’를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내전을 도발하였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약했던 테러조직을 강력한 반란군조직으로 확대, 강화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은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미국을 전쟁과 테러의 수렁에 빠뜨렸다. 미국은 테러조직척결이라는 명분을 내건 저강도전쟁을 무한정 지속할 수도 없고, 이제 와서 그만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침략전쟁을 도발하여 미국의 중동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잘못 판단하였고, 그들의 그러한 전략적 오판이 아메리카 제국을 진퇴양난에 몰아넣은 것이다.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강점한 외래점령군이 점령지에서 급조한 군대가 예외 없이 그러하듯,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점령지에서 급조한 이라크군도 전쟁을 할 수 없는 오합지졸이다. 이라크군은 반란군의 공격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패퇴하였다.
미국은 반란군과 맞선 전투에서 패퇴하던 이라크군을 지원하기 위한 비밀계획을 2013년 12월부터 행동에 옮겼다. 그 비밀계획은 무인정찰기를 동원하여 반란군 진영을 촬영한 실시간 정보를 이라크군에게 넘겨주는 식의 제한적인 군사행동에 머물렀다. 당시 미국이 그처럼 소극적인 지원활동을 전개한 까닭은, 60만 명의 대병력으로 편성된 이라크군이 불과 15,000명밖에 되지 않는 반란군에게 설마 패퇴하겠는가 하고 승리를 낙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이라크군과 반란군이 맞붙은 전투는 미국의 낙관적 기대를 여지없이 뒤엎어버렸다. 병력수와 무장장비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이라크군은 자기보다 40분의 1밖에 되지 않고 무장도 변변치 않은 반란군에게 연전연패하였다. 반란군의 맹렬한 진격기세에 눌려 정신력이 꺾인 이라크군은 총포성이 울리면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에 바빴고, 반란군과 전투를 벌이기도 전에 집단적으로 투항하는 어이없는 사태도 일어났다.
그렇게 된 원인은 후세인 정권을 무력침공으로 무너뜨린 미국이 그 정권의 휘하에 있었던 이라크군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유능한 지휘관들을 후세인 지지자로 규정하여 내쫓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2014년 8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에서 실전으로 단련된 유능한 지휘관들이 거의 모두 쫓겨난 이라크군은 전투력과 기강이 한꺼번에 실종되었고, 군부대 안에서 하급병사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일상화되었고, 군수품을 빼내어 암거래를 하는 등 와해조짐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라크군의 그런 와해조짐은 가혹행위, 총기난사, 성폭력, 자살, 군납비리, 군사기밀유출 등으로 시달리는 한국군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위의 보도에 따르면, 전투를 앞두고 상부의 작전명령에 불만을 품은 이라크군의 일부 지휘관들은 자기 부대를 자진해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니 시쳇말로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신정국가’를 건설하려는 전쟁목표를 내걸고 강공을 퍼붓는 반란군을 기강이 문란한 오합지졸 이라크군이 막아내리라고 미국이 예상한 것은 커다란 오판이었다. <월 스트릿 저널(Wall Street Journal)> 2014년 6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에 파견되어 이라크군의 내부사정을 조사한 미국 국방부 조사단이 이라크군의 실상을 절망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받아보고서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자기들이 오판하였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라크군에게 극도로 불리해진 전황을 방치하는 경우 수도 바그다드마저 함락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지난 6월 19일 특수군 병력 300명으로 편성된 긴급지원부대를 이라크에 급파하고, 지휘통제소 두 개소를 이라크에 구축하는 식의 ‘긴급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맹렬한 기습공격으로 점령지를 확대해나가는 반란군의 기세를 그런 빈약한 ‘긴급처방’으로 꺾을 수 없었다. 이라크의 전황은 날이 갈수록 반란군에게 유리하게 전변되었다. 이를테면, 반란군은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면서, 전선을 시리아 북동부로 확대하였고, 그로써 이라크 서부와 시리아 북동부를 포괄하는 광활한 지역을 점령하였던 것이다. 미국이 지난 8월 8일부터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들에 대한 공습작전에 황급히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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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군과 미국군의 주도권 싸움, 누가 이겼나?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그처럼 황급히 공습작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을 이라크군에게 불리해진 전세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군이 이라크에서 철군한 이후 이라크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온 미국과 이란의 대치상태를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적대관계에 있는 그 두 나라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라크 전선의 주도권을 누가 먼저 틀어쥐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싸움이었다.
그런 사정에 대해 <뉴욕 타임스> 2014년 6월 25일 보도기사가 말해주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이라크군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주기 시작하였다. 이를테면, 이란의 쿠즈군(Quds Force)을 지휘하는 카씸 술레이마니(Qassim Suleimani) 당시 사령관이 바그다드에 있는 이라크 국방부를 두 차례 방문하여 작전방침을 협의한 직후 이란은 쿠즈군 야전지휘관 12명으로 편성된 강력한 군사고문단을 비밀리에 이라크에 파견하였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의 불길 속에서 창설되어 정예병력 15,000명으로 장성한 쿠즈군은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최고지도자의 직접 지휘를 받는 친위특수군이다. 이란은 최정예 특수군부대를 이라크 전선에 보낸 것이다. <사진 2>
이라크 전선에 나타난 쿠즈군은 미국 공군이 2011년 12월에 철군하기 전까지 사용했던 바그다드 인근의 라쉬드 공군기지(Rasheed AFB)에 지휘통제소와 통신감청거점을 구축했고, 아바빌(Ababil) 무인정찰기 편대를 이라크 영공에 보내 공중정찰작전을 전개하였다. 또한 이란은 무인정찰기, 군사장비, 군수물자를 실은, 적재량 70t급의 군용수송기를 하루에 두 차례씩 이라크로 계속 보냈으며, 이란군 10개 사단과 전투기 24대를 이란-이라크 국경지대에 집결시켜놓고 임의의 시각에 전면전에 돌입할 준비를 완료하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반란군이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바그다드가 함락될 위기에 몰리는 경우, 이란군의 참전이 시간문제로 되었음을 말해준다.
만일 이란군이 이라크의 반란군 점령지로 진격하여 반란군을 격퇴하면 그 여세를 몰아 시리아의 반란군 점령지로 진격할 것이고, 그 곳에서도 반란군을 격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으로 자기의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는 것이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에서 전략적 패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중동의 주도권이 그처럼 이란에게 넘어가는 것은 미국에게 견딜 수 없는 악몽이다. 2011년 12월에 이라크에서 철군을 완료한 뒤에 이라크를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이 각각 통치하는 3개 나라로 분할하려는 흉계를 꾸미던 미국이 2013년 6월에 특수군 병력 300명으로 편성된 긴급지원부대를 이라크에 급파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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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00명밖에 되지 않는 특수군 긴급지원부대를 파견하는 것만으로는 작전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특수작전집단(Special Operation Group)도 이라크에 보냈다. 특수작전집단은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특수전을 수행하는 군사조직인데, 특수전 임무에서 미국군 특수전부대들과 중복되기 때문에 중앙정보국과 미국 군부는 저강도전쟁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 갈등을 빚어왔다. <워싱턴 타임스> 2014년 9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에 잠입한 중앙정보국 특수작전집단은 무인정찰공격기 발진기지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진 3>
그러나 특수군 긴급지원부대와 중앙정보국 특수작전집단을 보낸 이후에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바그다드가 함락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심초사하였다. 그래서 척 헤이글(Chuck Hagel) 미국 국방장관은 병력 500명으로 편성된 보병 1사단 사령부를 오는 10월 말쯤 바그다드 합동작전본부, 에르빌 합동작전본부, 이라크 국방부 등에 분산배치하는 방안을 승인하였다. 특수군 긴급지원부대, 중앙정보국 특수작전집단, 보병 1사단 사령부로 이어진 증파추세는 미국이 전쟁과 테러의 수렁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3개 무력단위를 이라크 전선에 순차적으로 증파해온 미국은 자기보다 한 발 앞서 이라크 전선에 특수군을 파병하고 대규모 군사장비를 지원해준 이란에게 반란군 격퇴전에 동참해달라고 은밀히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란은 그런 요청에 담긴 미국의 “불순한 의도”를 간파하고 그 요청을 거절하였다. 지난 9월 15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취재기자들 앞에서 이란이 미국의 그런 요청을 비공개적으로 거절하였다고 말하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란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전선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하면서, 미국이 시리아의 허락을 받지 않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 이라크침략전쟁에서 겪은 곤경을 또 다시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의 발언으로 아메리카 제국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 미국은 왜 자기의 적국인 이란에게 반란군 격퇴전에 동참해달라고 은밀히 요청하였을까? 두 가지 의도가 엿보인다.
첫째,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전선에 이란을 끌어들이면, 미국군 사령관이 이라크 전선에 파병된 이란군을 지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이란을 자기 발밑에 두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지적한 미국의 “불순한 의도”는 그런 것이었다.
둘째, 미국은 반란군 격퇴전에서 피를 흘리지 않는 공습작전을 자국군에게 맡기고, 피를 많이 흘리는 지상작전은 이란군에게 맡겨보려고 구상하였다.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지적한 미국의 “불순한 의도”는 그런 것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다급해진 미국이 적대국가인 이란에게까지 반란군 격퇴전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미국이 공습만으로는 반란군을 격퇴할 수 없음을 자인한 것이며, 미국이 지상군 파병을 매우 꺼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미국은 추종국들 가운데서 지상군을 파병해줄 나라를 물색하고 있지만, 전쟁과 테러의 수렁에 미국을 대신하여 몸을 던져줄 만큼 어리석은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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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의 승부를 비켜간 5세대 스텔스 전투기
누구나 아는 것처럼, 공습은 미사일공격과 폭탄투하로 이루어지는 작전개념이다. 미국의 공습은 해상에 배치한 이지스함에서 타격대상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타격대상에 접근하여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미국은 그런 공습전법을 매우 중시하면서 자기의 공중우세를 자랑하지만, 미국의 공습전법은 미국이 1990년 8월 2일에 도발하였던 걸프전에서 사용하였고 그 이후에도 다른 나라를 쳐들어가는 무력침공을 도발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도식화된 전법이다. 미국은 24년 전부터 사용해온 노후전법을 아직도 새로운 전법으로 대체하지 못한 것이다. 도식화된 노후전법의 반복이 공습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미국이 또 다시 반복한 노후전법의 전개과정을 분석할 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쏜 위치와 전투기가 발진한 위치가 각각 어디였는가 하는 점이다. 발사위치와 발진위치가 타격대상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비행시간과 정밀유도폭탄을 실은 전투기의 비행시간이 길어지는 것이고, 그런 시간흐름에 맞춰 반란군은 대응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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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반란군의 시리아 거점을 공습하려면, 이지스함들과 항공모함을 시리아 서쪽 지중해 연안에 배치해놓고 거기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전투기를 출격시켰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순항미사일과 전투기의 비행시간을 크게 줄여 반란군에게 대응시간을 주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은 이지스함들과 항공모함을 시리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페르시아만과 홍해에 각각 배치해놓고 거기서 순항미사일을 쏘고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왜 가까운 거리를 택하지 않고 먼 거리를 돌아가는 공습작전을 벌인 것일까? 미국이 그처럼 장거리를 비행하는 공습작전을 선택한 까닭은, 미국이 시리아군 방공망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이다.
시리아군은 지중해를 향한 서쪽 방향과 이스라엘을 향한 남쪽 방향에 방공망을 집중시켰고, 이라크를 향한 동쪽 방향에는 방공망을 그다지 집중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은 시리아군의 방공망이 좀 허술한 방향을 택해서 순항미사일을 쏘고 전투기를 투입하는 식으로 장거리 공습작전을 전개한 것이다.
미국이 제한공습에서 확대공습으로 넘어가기 직전인 지난 9월 16일 반란군은 시리아군 전투기 한 대를 고사포 사격으로 격추하였다. 지대공미사일과 방공레이더망을 갖지 못한 반란군이 재래식 고사포로 전투기를 격추한 것을 보고 공습작전을 준비하던 미국은 흠칫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리아군은 러시아산 첨단미사일방어체계인 S-300을 작전배치하였기 때문이다. 이 민감한 군사문제에 대해서는 설명이 좀 더 요구된다.
미국,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는 시리아가 러시아산 S-300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때는 2010년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시리아제재조치를 들먹이면서 S-300을 시리아에 수출하지 말라고 러시아를 압박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시리아와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였다. 2013년 5월 30일 바샤르 알 아싸드(Bashar al-Assad) 시리아 대통령은 레바논의 알 마나르(Al-Manar) TV와 진행한 대담에서 S-300 “1차 인도분(first shipment)”이 얼마 전 시리아에 도착하였고 앞으로 더 인계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4>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디펜스 업데이트(Defense Update>) 2013년 5월 18일 보도와 러시아 통신사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의 2008년도 자료를 종합하면, 러시아가 시리아에 수출한 S-300은 12개의 비행체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고, 한꺼번에 6기의 지대공미사일을 쏘아 2기의 지대공미사일로 타격목표 한 개를 파괴할 수 있다. 또한 S-300의 지대공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발사할 수도 있고, 높은 고도로 발사할 수도 있다. S-300의 방공레이더가 비행체를 추적할 수 있는 거리는 300km에 이르고, 지대공미사일이 도달하는 최장사거리는 195km이고, 최고요격고도는 27km다. 또한 S-300은 미국의 공습에 동원되는 전투기들인 F-16, F-15, F-18을 격추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 자랑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Raptor)도 격추할 수 있다.
위에 열거한 S-300의 놀라운 성능지표들은 그 미사일방어체계가 미국 공군의 전투기들이 정밀유도폭탄을 발사하기 전에 먼저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여 전투기들을 격추시킬 수 있음을 말해준다. S-300의 놀라운 성능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S-300은 날아오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40~70km 밖에서 요격할 수 있고,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또한 S-300은 미국군이 전투기 편대 앞에 전자전기를 앞세우고 날아오며 전자파공격을 가해도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S-300의 발사준비시간은 불과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리아군이 그처럼 위력적인 미사일방어체계를 가졌으니, 미국이 겁을 먹고 공습방향을 동쪽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하고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미국은 공습을 개시하기 전에 시리아에게 공습이 임박하였음을 알려주는 사전통보까지 슬그머니 보냈다. 미국의 공습은 시리아의 적인 반란군을 공격하는 것이므로 시리아군이 미국의 공습에 반격하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사전통보를 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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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의 이번 공습에서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미국이 작전배치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8년 동안이나 ‘비장의 무기’로 간직해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의 움직임이다. <사진 5>
미국 공군 통합사령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F-22는 제한공습이 확대공습으로 넘어간 첫 날인 지난 9월 23일 새벽에 출격하여, 시리아 북부지역에 있는, 인구 22만 명이 거주하는 라카(Raqqah)시의 반란군 지휘통제소를 정밀타격으로 파괴하였다고 한다. 이번 공습을 보도한 미국 언론매체들은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있는 알 다프라 공군기지(Al Dhafra AFB)에서 출격한 F-22가 정밀유도폭탄인 통합직격탄(JDAM) 한 발을 발사하여 반란군 지휘통제소를 파괴하였다고 보도하면서, 그 스텔스 전투기가 시리아군 방공망을 뚫고 들어갔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F-22가 공습할 때 반란군 지휘통제소는 텅 비어 있었다. 공습을 예감한 반란군 지휘부는 오래 전에 대피한 것이다. 미국은 F-22가 정밀타격으로 반란군 지휘통제소를 파괴하였다는 사실만 부각시키면서 공중우세의 신화를 들먹였지만, 한 대에 4억1,200만 달러나 하는 F-22가 한 발에 25만 달러나 하는 정밀유도폭탄을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떨어뜨린 것은 ‘지상 최대의 흥행’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매체들이 F-22의 빈 집 폭격을 두고 시리아군의 강력한 방공망을 뚫고 들어간 공습이었다고 보도한 것도 실제와는 좀 다르다. 시리아군은 자기의 적인 반란군을 공습하는 미국군 전투기들에게 지대공미사일을 쏠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강력한 스텔스 기능을 가졌다는 F-22가 이번 공습작전에서 S-300의 강력한 방공레이더망을 정말로 뚫고 들어갔는지는 시리아가 밝히지 않아서 알 수 없다.
미국이 작전배치한 F-22는 이번에 실전에서 처음 사용된 첨단전투기이고, 시리아가 작전배치한 S-300은 아직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첨단요격수단이다. F-22와 S-300이 사상 처음으로 시리아 영공에서 격돌하여 창과 방패의 승부를 가릴 좋은 기회였으나, S-300의 위력을 잘 아는 미국이 시리아에게 자기들의 공습을 사전통보하면서 매우 조심하는 바람에 창과 방패의 승부는 가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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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막의 모래수렁 속에 빠져드는 늙은 사자
미국과 추종국들은 이라크-시리아 전선에 지상군을 보내지 못하고, 공습작전에만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공습작전만으로 반란군을 격퇴할 수 없다는 점은 1980년대부터 저강도전쟁을 벌여온 미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정규전을 벌이는 반란군을 격퇴하는 방도는 강한 무장력을 갖추고 잘 훈련된 지상군을 전선에 보내는 것밖에 없다는 점도 미국은 알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이라크-시리아 전선에 지상군을 보내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까닭은, 그 전선에 파병된 지상군이 반란군을 격퇴하기는커녕 자칫하면 인명손실과 전비탕진이라는 두 가지 치명상을 입게 되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지상군을 보냈다가 수많은 인명손실만 입고 막대한 전비만 탕진한 쓰라린 경험을 지닌 미국은 그 치욕을 또 다시 겪고 싶지 않는 것이다. 또한 섣부른 지상군 파병은 인명손실과 전비탕진이라는 군사적 패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반전여론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사회에서 반미감정을 촉발시키는 정치적 패배까지 불러올 것이므로 미국은 지상군을 파병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군 투입문제를 고민해오던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 미국군 합참의장은 지난 9월 26일 미국 국방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라크군, 쿠르드족 무장조직, 시리아반군을 긁어모은 3자 연합군으로 반란군을 격퇴하는 지상전을 벌이겠다는 작전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그 동안 서로 갈등을 빚어온 그 3개 무력단위들이 미국군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행동을 통일할 가능성도 없거니와, 오합지졸 이라크군이나 정규군도 아닌 쿠르드족 무장조직과 시리아반군이 반란군 격퇴전에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지금 미국은 추종국들을 끌어들인 대규모 공습으로 이라크-시리아 전선에서 전세가 역전된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과 거리를 둔 선전일 뿐이고 실제 전황은 미국의 그런 선전과 크게 다르다. 이란이 선점한 전선의 주도권을 탈환해보려고 허겁지겁 밀어붙인 미국의 공습작전이 제대로 전개될 리 없다. 공습을 해도 제대로 해야 작전효과를 얻을까 말까한 복잡한 상황에서 미국의 공습은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미국은 지난 8월 8일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들에 대한 첫 공습을 하였는데, 첫 공급에 동원한 무력수단은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항공모함 조지부쉬호(USS George W. Bush)에서 발진한 F/A-18 호넷(Hornet) 전투기 두 대였다. 공습을 개시한다고 하면서 전투기 두 대만 출격시켰으니 그 전투기들이 적진에 타격을 입혔으면 얼마나 큰 타격을 입혔겠는가. 그 전투기 두 대는 페이브웨이(Paveway) 레이저유도폭탄으로 겨우 반란군의 견인포와 견인차량 한 대를 파괴하였을 뿐이다.
지난 9월 10일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들에 대한 기존의 제한공습을 반란군의 시리아 거점들에 대한 확대공습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로부터 12일 지난 9월 23일 미국의 공습범위는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 이외에 반란군의 시리아 거점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미국과 추종국들의 언론매체들은 미국이 그 날 전격적으로 공습을 단행하기 시작한 것처럼 대서특필하였지만, 그것은 오보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미 지난 8월 8일부터 반란군의 이라크 거점들에 대한 제한공습을 해오던 미국은 지난 9월 10일에 기존의 공습범위를 시리아 전선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고, 9월 23일에는 이라크-시리아 전선에 걸쳐 있는 반란군의 거점들을 대상으로 확대공습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제한공습이란 이라크 전선에 한정된 공습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출격한 전투기 두 대가 정밀유도폭탄으로 반란군의 차량 한 두 대를 파괴하는 식으로 전개해온 공습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진 6>
그처럼 제한공습을 이미 한 달 전에 시작하였던 미국은 공습을 시리아 전선으로 확대하겠다는 작전구상까지 공개한 뒤로 무려 12일 동안 시간을 끌었으니 그 동안 반란군이 공습에 충분히 대비한 것이 분명하다.
만약 미국이 이번에 반란군에게 도피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기습적인 대규모 공습을 가했더라면 반란군의 기세를 푹 꺾어놓을 수 있었겠지만, 반란군에게 도피할 시간적 여유를 준 뒤에 공습을 시작하였으니 그 작전효과는 인명살상보다는 시설파괴에 그쳤다. 지금 미국은 공습효과가 반감된 헛발질 공습을 하면서도, 반란군 격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루에 전비를 1,000만 달러씩 투입하고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공습을 피해 각지로 분산, 도피한 반란군으로부터 되레 무차별 테러공격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말려든 꼴이다. 지금 해외 각국에 널려있는 자국의 군사기지들이나 외교관저들, 그리고 뉴욕이나 워싱턴에 있는 지하철이나 공공건물들에 대한 테러공격위험을 예감한 미국은 초긴장상태에 있다. 미국의 공습은 반란군을 격퇴하기는커녕 무차별적인 국제테러를 촉발시킨 작전실패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과의 대결에서 밀려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더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대결에서도 밀려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번에는 이라크-시리아 전선에서 또 다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세계는 중동 사막의 모래수렁 속에 빠져드는 늙은 사자를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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